'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284건

  1. 2017.12.12 [시론]동정 구하기 아닌 ‘물정 바꾸기’
  2. 2017.12.05 [기고]인천공항마저 이럴진대
  3. 2017.11.29 [사설]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맞게 휴일 수당 200% 지급해야
  4. 2017.11.23 [사설]18세 고교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몬 노동인권 실태
  5. 2017.11.06 [사설]마침내 합법화한 택배노조, 특수고용노동자 삶의 질 높여야
  6. 2017.10.19 [사설]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 허용,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7. 2017.10.11 [사설]노동자 피해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도 되나
  8. 2017.09.26 [사설]노동자 옥죈 양대 지침 폐기, 노사정위 복원 계기 돼야
  9. 2017.09.11 [기고]노동권 앞에 ‘중립’은 없다
  10. 2017.09.01 [사설]‘상여금도 통상임금’ 판결, 노동조건 개선 계기돼야
  11. 2017.08.28 [기고]조선업 산업재해의 이중구조와 해법
  12. 2017.08.16 [기고]임금은 근로자에게 생존의 조건이다
  13. 2017.08.07 [NGO 발언대]성 임금격차 해소 정책 강화해야
  14. 2017.08.04 [기고]산업별 노사 교섭을 논의해보자
  15. 2017.07.21 [사설]최저임금 올려도 소용없는 청년 노동의 현실
  16. 2017.07.17 [사설]최저임금 7530원,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
  17. 2017.07.14 [사설]최저임금 1만원 달성하기 위한 여건 조성 필요하다
  18. 2017.06.16 [기고]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돼야 한다
  19. 2017.06.16 [정동칼럼]최저임금의 딜레마
  20. 2017.06.15 [사설]노동계 최저임금위 복귀, 1만원 실현 위해 매진해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들이 ‘공정하지 않다’는 일부(라고 믿고 싶다) 여론의 기세에 밀려 좌초 중이다.

시위현장에서, 공청회장에서 ‘기회와 과정의 평등 YES! 결과의 평등 NO!’라는 팻말을 든 이들의 표정은 비장하고 목소리는 단호하다. 열의를 보면 작금의 정책이 모든 노동자의 급여를 동일하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결과의 평등은 대졸자, 고졸자에게 똑같은 보상을 한다는 게 아니라, 인간다운 삶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평등한 권리를 뜻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존엄성이 서로 사랑만 하면 보장되나? 돈 없으면 이웃이 아무리 인자한들, 삶은 비루해진다. 가장이 주 40시간 노동하여 받는 급여로 가족을 시대에 걸맞게 부양할 수 있었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다. 성실하고 우직하게 산들 노동지위가 계약직이면 고작 1년 앞도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의료, 주거, 교육, 정보의 공공성이 아직은 요원한 나라다. 받는 돈이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면(월급쟁이 43%에 해당), 월세와 휴대폰 할부금 내기 바빠서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가족이 수술이라도 하면 살림은 거덜 난다. 200만원이면 가족이 존엄할까? 치킨 한 마리 먹을 때마다 심사숙고하고 몇 년에 한 번쯤 제주도 여행 가는 걸 두려워한다면 그게 어디 ‘2017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밥만 안 굶어도 행복할 수 있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무심코 틀어놓은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오래된 텔레비전을 36개월 할부로 바꾸는 과감한 결심을 21세기에도 ‘사치’라고 한다면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는 완전 사기다. 크루즈 세계여행을 가겠다는 것도, 한우갈비를 먹겠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평범하겠다는 사람을 앞에 두고 ‘더’ 고생한 사람 있으니 사람 가려 보편적 권리 따지자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일까?

‘누구나’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논하자는데, 자꾸만 ‘그들의’ 실체를 알려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인류가 취해왔던 가장 나쁘면서도 효과 좋은 대화법이다. 들어보니,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자들은 ‘무임승차’하겠다는 염치없는 작자들이다. 남들 공부할 때 ‘놀았고’, 누군가가 미래를 준비할 때 ‘편하게’ 아무 일이나 기웃거린 나태한 사람들이다. 놀다가 그리 되었다는 논리는 무지하고 ‘당해도 싸다’는 식의 인식은 비열하다.

악의적인 편견을 가진 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도 우습다. ‘억울한 마음 모를 바 아니지만 이해 바란다’면서 이들을 달래면 안된다. 그러면 ‘어떤 가치 있는 행위를 했는지도 모르겠는 사람들이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정 받는 게 정상이냐’(S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는 말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성인군자가 베풀어주는 은혜가 아니다. 당연한 권리가 누군가의 배려로 이루어진다면 ‘혜택 받은 자’들은 늘 눈치 보며 살아야 한다. 그러다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머리가 저리 나쁜데 운 좋아서 정규직이 되었다’는 조롱을 듣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누굴 동정해서가 아니라, 권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이제야’ 직시한 다른 모두의 책무가 실천되는 것일 뿐이다.

‘차별의 설움’과 ‘노력의 허무’는 다른 층위에서 논해야 하지만,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한 줄 아느냐!”는 사람들의 절규가 거세다. 왜 이들은 고작 정규직 일자리 하나 얻고자 많은 걸 포기해야만 했을까? 그 일 아니면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일 게다. 아니었다면 진로를 바꾸지 않았을 수도, 연애를 포기하지 않았을 수도, 아니면 여유롭게 책도 읽으면서 결과의 평등을 오해하지 않고 살았을지 모른다.

이 울분을 ‘재발방지’하려고 사회가 노력해야 함은 마땅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객관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누군가가 꿈을 포기하는 것을 예방하고 청년들이 제한된 일자리를 얻고자 살인적인 경쟁을 하는 파국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킨다. 눈물을 외면한 게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고생에 걸맞게’ 권리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사람들의 심보 덕택에 앞으로 취업스펙은 더 화려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때는 요람에서부터 ‘요즘 세상 장난 아니야’를 들으며 지금보다 더 많이 포기하고 노력해야지만 정규직이 될 것이다.

관문을 통과한 이들이 지금의 정규직을 보고 생각할 거다. ‘솔직히 우리보다 고생한 것도 아닌데, 챙길 건 다 챙겨먹네.’ 누군가의 ‘심정’을 고려한다고, 차별받는 노동자의 ‘물정’을 바꾸자는 정책을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사회의 미래가 어디까지 괴기스러워질지 나도 궁금하다.

<오찬호 | 작가·<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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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면서 하여야 한다는 ‘노동존중사회’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표현을 정부 문서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불과 몇달 전까지, 정부가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는지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담은 정책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대표적인 비정규직 남용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하여 선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이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놀라움과 기대로 시작한 정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추진되는 과정에 곳곳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공공부문 곳곳에서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차별하던 관행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도 왜곡되거나 무시되기 일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찾아가는 대통령’ 첫 방문지로 찾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한 노동자가 이야기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사정 때문에, 대통령이 다녀간 사업장이고, 그나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천공항에서 정규직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국민의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조차 정규직 전환은 큰 벽에 부딪혀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임승차”라고 비난하는 일부 정규직 직원들의 집단 반발도 문제이지만, 이를 핑계로 십수년간 전체의 90% 가까이를 비정규직으로 채워온 인천공항공사 측의 본능이 다시 깨어났기 때문이다. 회사는 비정규직을 인천공항공사로 직접고용할 경우 공개경쟁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십수년간 공항을 안전하게 운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졸지에 무자격자 취급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탈락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개경쟁시험은 ‘고용안정’을 제공하겠다는 정책 취지와도 어긋난다.

또 직접고용을 하게 된다면 정부가 ‘고령자친화직종’으로 65세까지 근무를 인정한 청소·경비 노동자의 정년연장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정책의 목적과는 정반대로 많은 비정규직들이 당장 해고될 위험에 처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특히 ‘생명·안전’과 관련된 업무는 반드시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다. 자회사는 오히려 예외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회사는 직접고용 전환 “0명”, “10분의 1만 적용”이라는 방안을 내놓고 노·사·전문가협의에 제시했다.

정부가 이런 억지를 인정하는 정책을 제시했던 것은 아니다. 필자도 노동계 대표로 정책협의 과정에 참여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원래 취지는 그렇지 않다. 최소 기준을 제시한 후 정책 취지에 따라 노사가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율적인 협의라는 좋은 말에는 함정이 있다. 정규직 전환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가 끝까지 억지를 부리면 합의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가이드라인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인천공항에서는 “직접고용 정규직화 제로”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뒤집힌 공공기관 운영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그나마 여론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친 인천공항마저 이럴 정도면 다른 곳은 더 심한 것이 당연하다. 여러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현황을 누락하거나, 오히려 전환 전에 해고하려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 노사 간의 힘이 근본적으로 사용자에게 쏠려 있는 사회다.  정부가 인천공항은 물론 여러 공공기관을 꼼꼼히 살피고, 가이드라인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챙기지 않는다면,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정책이 비정규직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우려가 크다.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민간부문을 선도할 모범적 사용자로써 공공부문은 더욱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시작한 취지일 것이다. 민간까지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사용자들의 일탈을 정부가 더 방치해서는 안된다.

<박준형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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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가 휴일근로 수당을 지금처럼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하자 노동계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환노위는 28일 소위를 열어 ‘휴일근로 중복할증’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올 정기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중복할증이란 노동자가 휴일에 근무하면 휴일수당과 연장수당 둘 다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중복할증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법원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만큼 하루 통상임금의 150%가 아닌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이런 행정해석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주 5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근로 16시간)으로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 2113시간, OECD 회원국 연간 평균 노동시간 1766시간. 출처: 경향신문DB

여야는 올해 초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해왔다. 국회 환노위 여야 3당 간사는 지난 23일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못 박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하루 8시간까지는 현행처럼 50%만 가산해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도록 했다. 150% 지급에 찬성한 의원들은 휴일근로 중복할증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중복할증이 되레 노동자들의 휴일근로를 유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자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하며 휴일에 쉬는 것을 원한다. 초과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휴일에 일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애초 초과근무에 할증을 붙인 것도 휴일이나 연장근로에 ‘비싼 값’을 매겨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렇잖아도 한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이나 길다.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것도 억울한데 법정수당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여야는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법제화와 휴일근로 중복할증 적용을 통해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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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18세 특성화고 학생이 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제주지역 특성화고 3학년 이민호군이 지난 9일 제품 압착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한 지 열흘 만에 사망한 것이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업체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군 사망을 계기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 ‘이군의 죽음은 우리의 현실’이란 손팻말을 들고 현장실습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생애 첫 노동현장에서 숨진 것은 올 들어서만 두번째다. 지난 1월에는 전주에 있는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모양이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장은 곳곳이 세월호이고, 구의역이다. 현장실습생들은 일하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건물에서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 일쑤다. 주당 7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다. 전공과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돼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노동착취 실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당국은 현장실습 전 학생들의 안전과 노동조건을 명시한 표준협약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특성화고와 산업체는 극소수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의 노동인권 침해에는 눈을 감고 특성화고 취업률 높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제 직업계 고교의 올해 취업률이 17년 만에 5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특성화고는 학생들을 취업에 유리한 현장실습으로 내몰고, 산업체들은 현장실습생을 노동착취 대상으로 삼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장의 법 준수 여부와 노동인권 침해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군 추모 촛불집회에 나온 특성화고 학생들의 외침대로 현장실습생이 ‘일하는 기계, 노예, 부속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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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이 마침내 노조 할 권리를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했다. 노동부가 전국 단위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판단하고 노조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한 노동부의 결정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올해 초 출범한 택배노조는 지난 8월31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뒤 노동부로부터 5차례에 걸쳐 보완요구를 받았고, 두 달여 만에 설립신고필증을 받게 됐다. 현재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업체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 ‘대리점과 계약한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자신의 영업용차를 갖고 CJ대한통운 같은 업체에 등록해 보수를 받는 지입제로 근무한다. 택배기사들은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사, 골프장 캐디처럼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왔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택배기사 5만여명을 포함해 230만명에 달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과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계약을 맺은 택배업체의 통제를 받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70시간이 넘는다.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는 집배원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택배기사가 한 건을 배달하고 받는 수수료는 700~800원으로 한밤중까지 물건 100개를 배달해야 7만~8만원을 벌 수 있다. 게다가 택배업체는 배송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택배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택배기사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기 일쑤다.

노동부는 택배노조와 함께 설립신고서를 낸 대리운전 기사들의 전국 단위 노조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구지역 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신고증을 전국 단위로 바꾸는 설립변경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신고는 사안별로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법에 규정된 ‘노동자’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하지 않았던가. 노동부는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노조를 만들 권리를 보장해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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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년 가까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특수고용노동자란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자,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를 설립해 사용자 측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업무수행 단가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꾀할 수 있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도 가능해진다.

노동계에선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사용자와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 입장에선 비용 감소와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의 이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저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탓에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장시간 노동을 하기 일쑤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이나 단체교섭 요구, 쟁의행위 등은 일절 금지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던 탓에 지금까지 적절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점차 인정되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13년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노동3권 보장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헌법소원 결정문에서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와 노동부는 서둘러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노동이 당당한 공정사회’를 만드는 밑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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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체불하거나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사유로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법원이 다룬 노동사건 4만8117건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5.2%에 불과했다. 일반 형사사건 실형 선고율(18.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기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건은 357건으로 이 중 7명만 실형을 받았고, 2심 실형은 한 건도 없다. 파견법과 노동조합법 위반도 각각 163건, 585건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다.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인 임금 체불은 대부분 벌금형이다. 벌금도 체불액의 10~20% 수준인 경우가 태반이다.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임금 체불 규모는 8910억원이고,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는 22만명에 이른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임금 체불을 조장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법원은 노사가 첨예하게 다투는 민사사건에서도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노동인권과 사회정의보다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우선시한 결과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정리해고를 인정한 판결,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사건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의 이런 분위기 탓에 검찰의 노동사건 기소율도 낮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검찰에 접수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50만8639건이고, 이 중 검찰이 기소한 것은 22만8879건으로 37.6%였다.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47.3%)을 밑돈다. 특히 구속 기소는 0.03%(163명)에 불과했다. 고의성이 없고,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사용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자주 기각되기 때문이다.

노동법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탄생했다. 평등한 당사자 간의 분쟁을 다루는 민사법과는 다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이 노동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하면 백약이 무효다. 사법부는 노동자 피해 사건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고, 근본적으로는 독일·프랑스처럼 특별법원으로 노동법원을 설립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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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데 악용해온 양대 노동지침이 공식 폐기됐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전국기관장 회의를 열어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양대 노동지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전격 발표한 양대 노동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가리킨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을 옥죄어온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적폐 청산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질병·부상·구속 등으로 일할 수 없거나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경우 등이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1월22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에 업무·근무성적 부진 등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이나 판례로 저성과자 해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는데 노동부가 ‘쉬운 해고’의 길을 열어준 꼴이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임금 등에 관한 사내규칙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지침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밀어붙이면서 취업규칙 지침을 적극 활용했다. 기업들의 저성과자 낙인찍기와 부당해고도 줄을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 3명을 부당해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요구해왔다. 특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면서 노사정 대화가 중단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고, 김영주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이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가 즉각 복원돼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행정권력의 노동법 파괴와 노조 무력화에 제동을 걸고, 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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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7년 유엔 특별보고관으로서 집회·결사의 자유 실태 파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그중 한국에서는 역동적인 시민사회와 민주적 가치를 주장하는 대중들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은 저항과 대중행동이라는 활기 넘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거리로, 권력의 중심부로 나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민주적인 의무로 즐겁게 받아들인다.

방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전통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20주가 넘도록 부패한 정권에 맞서 주말마다 수백만명이 거리를 메웠고, 놀랍게도 이로써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세계 각국에서 저항해도 소용없다 절망하는 활동가를 만날 때마다 나는 ‘한국을 보라. 민중이 단결하면 힘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촛불집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많은 나라에서 노조의 힘이 약화하고 있어서 한국 노조의 활약은 특히 인상적이다. 자유시장 근본주의와 함께 가는 세계화는 대기업의 권력을 대폭 확대했고 소수의 손에 부를 집중시켰다. 동시에 기업을 규제하는 국가의 힘과 의지는 훼손되었다. 투자 유치를 명분 삼아 국가가 규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는 노동자들이 집회·결사의 자유 행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방한 당시 법과 관행에 ‘노조 할 권리’가 가로막힌 사례를 여러 차례 청취했다. 노동3권이 명시된 헌법이 있지만 노동자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하청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 그리고 교사, 공무원, 해고자들은 노조하기 매우 어렵다. 법은 이들의 결사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사측이 직접 나서 어용노조가 교섭권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다수노조로서 민주노조를 대체하도록 협동 작전을 펼친 발레오전장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파업권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고용 조건에 대한 사안을 넘어서는 문제로는 파업을 할 수 없고,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고 간주하면 파업 참가자는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배소를 당한다.

경제적 조건 역시 나빠지고 있다. 고용불안과 소득불평등이 큰 문제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이들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62%에 그친다. 정규직 노동자라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임금인상률은 GDP성장률에 못 미쳤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더 악화될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불평등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도구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은 낮아진다. 이것은 고도로 복잡한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집회·결사의 자유는 한국 사람들이 이를 자유롭고, 왕성하게, 아무런 간섭 없이 행사할 수 있을 때만 그 효과를 발휘한다.

반갑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87호, 98호를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방문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처럼 국가는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의 행사를 촉진할 의무가 있다. 노조 할 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중립적”이어서는 안된다. ‘중립’은 초국적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을 관망할 때 정부가 쓰는 단어다. 국가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손쉽고 안전하게 행사할 환경을 조성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짧지만 오늘날 한국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서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나라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세계와 세계 경제가 눈부신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권 보호 수단 역시 그만큼의 속도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앞서 그 길을 이끌기 바란다. 정부가 이 길에서 벗어난다면 한국의 역동적인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마이나 키아이 | 전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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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3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년치 4224억원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왜곡된 임금체계에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기아자동차 노조 관계자들이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통상임금 소송 일부승소 판결이 나오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특근과 야근 수당 산정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이 정기적이고 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줄였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인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한 추가 수당 요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등의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기준을 마련했다. 재판부는 기아차 노동자들의 요구가 회사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주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기업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면적인 판단일 뿐이다. 재계는 노동자의 권익향상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아차는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항소 여부는 당사자의 권리지만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일한 만큼 규정대로 임금을 달라는 상식적인 것이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잔업이나 특근을 시키지 않으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추가 비용은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1인당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5시간이나 많다. 일자리 확충으로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장치이다. 이번 판결이 기업의 그릇된 관행에 쐐기를 박고 노동자가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몫을 인정받는 계기가 돼야 한다. 법원은 향후 노동자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도 기업의 경영난을 엄격하게 판단해 노동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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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20일 경남 창원의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지난 근로자의 날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로 인하여 6명이 죽고 25명의 근로자가 크게 다쳤다. 두 사고 모두 변을 당한 것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고, 또 다른 공통점은 수주한 선박의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법정 휴일에 나와 일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7월6일 국내 대형 조선소 10개사의 경영진과 함께 조선업 사망재해 및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조선업 안전보건 리더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 STX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관계자가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이름만 근사한 이런 행사는, 조선업의 제도와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백번을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이나 산재보험 법제는 조선이나 건설 산업같이 동일한 장소에서 모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혼재되어 일할 때의 책임 소재가 기본적으로 갑을관계로 되어 있다. 즉 안전관리와 산재보험 처리를 모회사가 아닌 협력업체가 도맡아 하도록 되어 있다. 도급사업의 안전조치라고 하여 산업안전보건법(29조)에 도급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협력을 규정하고 있으나 하늘과 땅 같은 갑을관계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없는 종이 위의 규정일 따름이다. 요컨대 ‘을’인 협력업체는 ‘갑’인 원청의 납기 독촉과 단가 후려치기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 현장의 모습이다.

정부에서는 사고 원인을 밝힌다고 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사업으로 이익을 챙기는 원청이 아닌 협력업체가 지게 된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하청에 있는 것으로 전제하면서, 예외적으로나 원청의 책임을 묻게 되어 있다. 산재보험법에서도 하수급인 보험가입 인정제도나 별도 가입을 통하여 명문으로 하청업체가 보험가입자가 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 안전관리의 책임에서 원청인 모회사는 빠져나가게 되어 있는 셈이다.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주된 수취자는 원청인데도 말이다. 위험 작업은 외주로 돌리도록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 연유로 조선업 사망 사고의 80% 이상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법을 개정하여 내년 하반기부터 산재 사망사고 때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업체도 하청업체와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 지금의 규정으로도 원청을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규정의 미비로 처벌할 수 없는 예외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일 따름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원청이 지게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법상으로도 하수급인에게 독립적으로 보험에 들 수 있는 길을 열어둘 것이 아니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 몫까지 보험에 들게 하여야 한다.

정부 감독에도 문제가 많다. 안전감독의 본령은 예방감독이다. 사고가 발생한 연후에 요란하게 수사하라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소를 발굴하여 시정하게 하는 것,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자 정부의 역할이다. 서른명 넘는 근로자가 희생된 연후에 야단법석을 떠는 정부의 감독은 희생자에 대한 진혼(鎭魂) 이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욱이 사고에 대한 처벌 강도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근로자가 희생되어도 그때나 요란하지 처벌 내용은 그저 소액의 벌금이나 과태료로 마감된다.

처벌 방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사고의 대가로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부담하게 하여야 하며, 원청의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감독은 사전 예방감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책임을 원청이 지는 것으로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하청 근로자들의 희생은 언제고 다시 발생할 것이다.

<김윤배 |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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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근로자에게는 생계를 넘어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진정한 건수는 21만 건, 체불액은 1조4000억원을 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향상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비용, 처리절차, 처리기간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근로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행정 업무는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역량과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근로자들의 권리도 원활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근로자의 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의 일반행정직 공무원 중 일부를 사법경찰관 또는 사법경찰리로 임명하여 4주 정도의 교육을 하여 직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근로감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이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최근 보도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제55조의 유급주휴일이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노동행정 현장에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해고예고의 방법을 모른다든지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 범위, 더 나아가서 법원의 판례는 차지하더라도 고용노동부 지침과 행정해석을 모르는 근로감독관을 보면 이 보도가 단순히 일부 근로감독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단순한 임금체불을 해결해 달라는 진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근로감독관도 업무수행에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임금체불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4주 교육을 받고 바로 임명된 근로감독관과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동일한 수준의 임금체불 사건을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경력 근로감독관과 초임 근로감독관과는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필자는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동일한 임금체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근로감독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해결 가능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근로자가 임금체불 진정에서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근로감독관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면 이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용자를 고소하여 검사의 판단을 받는 것인데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의 업무폭주, 노동법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하여 이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근로감독관이 한번 잘못된 결정을 하면 사실상 번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동현실은 날로 급변하고 있고 복잡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요구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근로감독행정은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단순히 근로감독관을 증원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감독관의 양성시스템과 역량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감독행정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하여 억울한 근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근로감독청 신설과 근로감독관 증원 등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안들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만으로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근로자의 요구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 더 이상 억울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역량강화 및 근로감독행정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석진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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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임금 격차 해소는 지구촌 많은 국가들이 집중하는 국정과제다. 2017년은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해이다. 지난 3월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초로 모든 기업이 남녀 간 임금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증명하도록 하는 법을 추진했다. 2018년부터 대기업과 정부기관들이 임금 평등규정 준수 확인증을 받아야 하고, 직원 25명 이상인 기업은 2022년부터 적용된다. 200명 이상 고용 기업 직원들이 동료직원 최소 5명의 평균임금 정보를 회사에 요청할 수 있는 독일의 임금공개법도 7월부터 시행됐다. 영국의 성별임금 격차 의무 보고도 2018년 4월까지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250인 이상 기업이 대상이다.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낳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자는 의미에서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투명우산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 전 영국 BBC방송의 연례 보고서 공개로부터 촉발된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고소득 방송인 96명의 명단과 보수 내역이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공영방송 BBC의 임금 성차별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BBC 여성방송인들은 “BBC의 여성들이 같은 일을 하는 남성에 비해 적은 돈을 받고 있다는 오랜 의혹이 입증됐다”고 공개 비판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메이 영국 총리, 교육부 장관 등은 BBC의 임금 차별에 주목하며 개선을 요구했고, 노동당, 여성평등당 등 정당들도 가세했다. 또한 이 흐름 속에서 한 칼럼니스트는 해고됐다. 언론 매체에 ‘남성 방송인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이유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덜 아프고, 임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임금 차별을 두둔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다. 칼럼 삭제는 물론 다시는 그의 글을 싣지 않겠다는 편집장의 사과도 있었다. 열거된 일련의 흐름과 과정은 조직 내부구성원부터 정부, 정당, 언론, 시민사회까지 각각 역할을 통해 영국 사회는 더 이상 남녀 임금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평등한 영국 사회에 대한 합의와 의지, 그것이 제도를 만든 힘이고, 성별임금 격차 해소 제도의 위력을 만들며 영국 사회의 변화를 이끈다.

2017년, 15년째 OECD 성별임금 격차 부동의 1위인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참다못한 여성들은 현실을 바꿔보자고 나섰다. 성평등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성별임금 격차 해소’를 꼽고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7월19일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5개년 계획에는 후보 시절 약속한 ‘성별임금 격차해소 5개년 계획’ 수립으로 남녀 간 임금 격차를 OECD 평균 수준인 15.3% 수준까지 완화하겠다는 내용은 쏙 빠졌고 ‘성평등 임금공시제’만 남았다. 그나마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세부 내용이 없다. 최근 정춘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안’이 그 내용으로 예상되는데 적극적 개선조치제도 대상인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성별·고용형태별 고용현황과 평균임금을 공시하게 했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얘기한 300인 이상 사업장 의무화에서도 후퇴했다. 여성노동자 대다수는 중소영세 사업장에 근무한다. 실효성이 우려된다. 성별임금 격차 해소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대상 규모를 더 낮추어야 한다. 또한 5개년 계획에 빠진 ‘성별임금 격차해소 5개년 계획’ 수립과 지표관리 계획은 반드시 보완, 포함되어야 한다. 여성들은 함께 변화를 만들 준비가 되었다. 좀 더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보고 싶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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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분명히 사회적 대화는 주요 노동공약이기는 하지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와 의중이 서로 다르기에 가장 추진이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자리 중심 고용정책 강화, 노동존중 사회의 기세에 눌린 사용자 측들은 굳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또 버거운 책임을 질까봐 소극적이고, 대선 공약 마련 과정 참여와 이후 정책연합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노조들은 추가적인 소득이 불분명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미조직 노동자들의 문제에서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기에 사회적 대화를 재촉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이전부터 사회적 대화에 대한 원론적인 거부 정서가 강하다.

그러나 소득 양극화나 임금 격차를 축소하고 조직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90%의 노동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시대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배제하고 정부와의 직거래만으로 달성되기 힘들다. 재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시장과의 조화도 찾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합적 해법이 필요하고 이런 해법은 당사자들 간 숙성을 거친 타협점을 찾아야 법개정으로도 갈 수 있다.

사회적 대화의 장에 노사를 불러내고 진지하게 논의를 이끌기 위해서는 논의구조나 참여 방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제 선택이다. 의미도 있고 흥미도 있는 의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사회 통합을 위한 의미는 있더라도 노사의 속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대화는 겉돌기 쉽다. 당사자들에게 민감한 이해관계들의 타협과 조정이 가능하더라도 사회적 의미가 별로 없다면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중심 의제로 산별 교섭의 구축을 제안한다. 기업 단위 교섭과 대기업 이기주의로 인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면서 초기업단위 산별 교섭의 필요성은 노조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병원, 자동차 업종 등에서 산별 교섭을 해본 사용자들은 산별 교섭이 2차, 3차 기업별 교섭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대체로 산별 교섭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업마다 기본급 구조가 다른데 임금인상률을 산업별로 일괄 적용하기에는 난점도 많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가 해야 될 숙제이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호봉제 개선과 직무급 도입 시도를 산업별 교섭에서 추진한다면 어떨까. 노조는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이라는 대의를 저버릴 수 있는 기업별 교섭의 한계를 넘을 수 있고, 또한 직무의 시장가치별로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임금인상이 이루어지면 기업들도 효율적인 교섭이라고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별로 직종과 그 밑의 직무별 시장 평균임금을 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임금차이를 설정한 다음 노동자들의 경력과 숙련을 더하고 학력이나 자격 등 능력요소를 일부 반영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심한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산별 임금교섭 체계를 완성한다면 이후에는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공정한 처우개선의 기준으로 이를 원용하거나 법적으로 효력을 확장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일한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저임금 계층의 임금수준을 위로 견인하는 과부하를 덜어주어 보다 촘촘하고 튼튼한 노동시장 질서를 구축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기업별 호봉제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산업별 교섭체계의 장점을 다시 인식해보고 노조는 직무중심의 임금체계를 통한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실천이라는 노동운동의 연대 의지를 가지고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노사에만 흥미 있는 의제는 아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해 보려는 국민과 사회적 열망을 노사가 진중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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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결정하자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장사를 접고 차라리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편의점 점주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르면 월 평균수익(155만원)이 아르바이트 월급(157만3770원)을 밑돌아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장도리]2017년 7월 18일 (출처: 경향신문 DB)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일 내놓은 ‘2017년 상반기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청년 알바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등 노동착취 행위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부가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패스트푸드점·대형마트 등 399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1%가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 사업장은 35.9%로, 5044명이 17억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서면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한 사업장은 절반이 넘는 56.4%나 됐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도 5.8%에 달했다. 고용주에게 최저임금을 요구하면 해고당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청년 알바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고용주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인턴계약 등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를 피해가기도 한다. 고용주가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법 위반을 이유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청년 알바들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체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알바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내년 최저임금이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고, 24.4%는 ‘알바 고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정당한 임금 지급과 최저임금 준수는 고용주의 기본 의무다. 청년 알바에게 노동착취 행위를 일삼는 고용주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노동부는 철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위법 행위가 드러난 고용주를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 알바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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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됐다. 아르바이트 청년들과 비정규직들이 요구한 1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17년 만의 최대 인상률이다. 이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463만명으로 추정된다. 월 20만원가량 추가 수입이 생긴다고 해서 이들의 고단하고 궁핍한 삶이 곧바로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소득 주도 성장’의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수준이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도 가능할 것이다.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근로자 측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경영과 고용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보이는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영업이익이 월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총이 진정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재벌·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부터 비판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심각한 경제 불평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이 올라야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소상공인과 영세 기업을 위해 3조원을 투입하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자영업자를 위해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낮추고, 현행 5년인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언제까지 국민 세금으로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인건비를 대줄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자영업자 대부분은 참신한 사업 아이템과 도전 정신으로 창업을 했다기보다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소규모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점을 차린 사람들이다. 이런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주가 자기들보다 더 가난하고 불쌍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정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산업 구조를 개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는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왜 이렇게 어려운 상태인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기업과 관련 산업에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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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미 법정 시한인 6월29일을 넘겼고 오는 16일이 최종 마지노선이다. 노동계는 시급 기준으로 올해 6470원보다 54.6% 오른 1만원을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 측은 2.4%(155원) 인상한 6625원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 차이가 3375원이나 된다. 게다가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 측 일부 위원들은 PC방·편의점·슈퍼마켓·주유소·이미용업·음식점·택시·경비 등 8개 업종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 참석을 거부,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노동자들도 의식주 걱정에서 벗어나 가끔 영화도 보고 필요할 때는 택시도 탈 수 있어야 한다. 1만원 정도는 돼야 주 40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소득이 209만원에 이르러 1인 가구 노동자의 표준 생계비(월 215만원)에 근접한다. 물론 임금을 주는 쪽도 생각해야 한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을 단번에 1만원으로 올리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1만원(시급 기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건 터라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측은 2.4% 인상안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 차원에서 최저임금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저소득층 소비가 늘면 내수 증가로 연결돼 경제의 선순환도 가능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납품 단가와 최저임금 인상액의 연동,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의 몫을 채가는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기업의 ‘갑질’을 없애야 한다. 자영업자에게 적용하는 카드 수수료도 대폭 낮춰야 한다. 대기업은 1% 안팎인 수수료가 자영업자는 최고 2.5%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청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정페이’로 연명하려는 사업장은 정리하는 편이 낫다. 사회적 안전망을 우선적으로 확충한 뒤 최저임금 1만원을 한국 사회 산업구조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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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작년 10월24일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 내용 일부를 보도한 지 이틀 후 벗들과 함께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내걸었던 현수막 제목이다. 내가 알기론 이것이 박근혜 퇴진 첫 대중촛불집회였다. 11월3일부터 광화문광장에 텐트로 ‘캠핑촌’을 꾸리고 살다 5개월 만에 집에 들어왔다. ‘이게 나라다’라는 약속을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기도 해서 지금은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이라는 작은 공간을 만드는 공사장에 나가 잡부로 일하며 산다.

그렇게 촛불의 심장 일부가 되어 촛불만 보며 살았던 터라 나는 새 정부를 ‘문재인 정부’라 하지 않고 ‘촛불시민정부’ 또는 ‘광장의 정부’라고 부른다. 1700만 촛불항쟁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정치적 시공간에 세워진 공동정부, 공공정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얼굴과 세력이 들어서든 해야 할 역사적·사회적·공공적 책무가 있다. 박근혜로 대표되던 모든 불공정과 특권, 사유화를 근절하는 일이다. 그들이 추진했던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반생태 정책의 전면 폐기 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비로소 거듭나는 일이다.

몇몇 인사 사고나 흠결들이 눈에 밟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잘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를 꾸리고, 공공부문부터 전원 정규직화하겠다는 출발도 좋았다. 비정규직 고착화의 다른 이름이었던 자회사로 정규직화를 넘어선 온전한 정규직화의 결과를 얻기 바란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연장하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했을 때는 고맙기도 했다. 국정교과서도 폐기했다. 5·18 추념식에 오랜만에 대통령이 참석해 진심어린 추도사를 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는 눈물겨움도 있었다. 성과연봉제 폐지 소식도 들렸다. 모두 상식적인 일들인데 사람들을 온통 감격시켜놓곤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엔 일제고사를 폐지한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이참에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 노동3권 보장 역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임기 초반에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도 있다. 어렵지도 않다. 그간 ‘사용부’에 다름 아니던 ‘노동부’를 바로 세우고, 그 노동부가 2013년 10월 팩스 한 장으로 달랑 보냈던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철회하면 끝이다. 교육부가 그 통보를 근거로 했던 탄압을 중단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은 원고인 전교조가 철회하면 끝이다. 시행령과 장관 고시를 개정해야 했던 국정교과서 폐지보다 쉽다. 걱정과 달리 부담도 크지 않고 명분도 많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공안통치 시기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몇 차례에 걸쳐 법외노조 시정 권고안을 냈겠나. 이 같은 국가인권위와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도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에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 여부는 행정당국의 재량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했기에 ‘행정당국’의 수장인 대통령과 노동부가 ‘재량적 판단’을 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2014년 6월20일에 남긴 기록에 의하면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긴 프로세스(process) 끝에 얻은 성과’였다. 아홉 명의 동료 해직교사를 빌미로 6만명에 이르는 전교조 교사들의 헌법적 권리와 합법적 지위를 강제로 빼앗은 국가폭력에 다름 아니었다. 대통령과 그 공모자들이 국가권력과 기관들을 사유화해서 불법적인 ‘프로세스’를 실행한 가공할 만한 헌법유린 정치공작이자 범죄행위로 앞으로 조사와 진실규명이 필요한 사항이다. 나아가 해외에선 학교장을 넘어 경찰, 군인, 법관, 장관들까지 노조원인 경우도 있다. 그런 공공노조원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어떤 제왕적 대통령도, 특권도 나올 수 없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가지고 건강하게 바로 서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진일보이며, 문재인 정부 5년을 넘어 더 오래도록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첩경이 될 것이다.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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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여론의 집중적 주목을 받는 연례행사이지만 올해는 특히 더 사회적 관심이 높다. 왜냐하면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시간당 1만원이라는 상징적 최저임금 목표를 언제 달성하느냐 하는 문제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올해이기 때문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 시간당 1만원의 최저임금을 요구하는데,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너무 급격한 상승이므로 무리이고, 언제쯤 1만원에 도달하느냐 하는 것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다르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올해 대선에서 최저임금도 중요한 쟁점의 하나였는데, 2020년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이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못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현재 647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3년 만에 1만원으로 올리려면 매년 가파른 상승이 필요한데, 지금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돼서 울상인 영세 자영업자들, 골목상권, 중소 상공인들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는 격이다. 최저임금제는 1인 이상을 고용하는 모든 사업체에 적용되므로 그 적용 범위가 실로 광범위하고, 그중 압도적 다수는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들이다. 대기업은 원래 고임금이므로 최저임금제와 별 상관이 없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몇 년 전부터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해왔는데, 그중 중요한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의 다른 부분으로서는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의 소득을 늘리는 것도 포함되는데, 최저임금 상승은 노동자의 소득을 증가시키지만 다른 한편 노동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들의 비용을 늘림으로써 소득을 낮추게 되니 말하자면 양날의 칼인 셈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문제의 딜레마가 있다. 임금은 원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소득이고,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비용이라는 두 개의 측면을 갖는데, 이 모순적 성격이 올해에는 특히 극명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자니 노동자들은 웃는데, 중소 상공인들은 울상이요, 거꾸로 가면 반대 현상이 생긴다.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딜레마와 비슷하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저임금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을 보면 공화당 대통령 아래에서는 최저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반면 민주당 정권하에서는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나라의 체제나 이데올로기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토마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을 보면 2차대전 직후 미국의 최저임금이 프랑스보다 훨씬 높았는데 반세기가 지난 최근에는 대역전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보수적 정권인 김영삼·이명박 정권 때는 최저임금이 쥐꼬리만큼 오른 반면 진보적 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많이 올랐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아직 낮은 수준이므로 적극적인 인상이 바람직하다. 물론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고용에 큰 부담을 주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올해 최저임금도 적극적인 인상이 요구된다. 문제는 인상의 적정 수준을 찾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3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4년 혹은 5년 만에 도달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4년 만에 도달한다면 연평균 상승률은 11.5%가 되고, 5년 만에 도달한다면 9.1%의 상승률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이 가장 빠르게 상승했던 노무현 정부 때의 연평균 상승률이 10%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4~5년 만에 1만원에 도달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켜 3년 만에 1만원 달성을 실현한다면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15.6%가 되어 기업에 상당히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고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문제의 답은 둘 중 하나다. 대통령이 약속을 약간 어기는 것이 되지만 4~5년 만에 1만원 달성으로 후퇴하거나, 아니면 원래 약속을 지키되 비용 상승 압박을 크게 받게 될 중소 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임금보조 정책(이것도 원래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들어 있다) 또는 다른 지원책을 병행하는 것이다. 다른 지원책 중에는 카드 수수료 인하라든가 골목 상권 살리기 대책(예를 들면 성남시의 골목상권 전용 지역상품권의 발행)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튼 새 정부의 신뢰가 달린 어려운 문제를 노사공익 3자가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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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의 불참으로 파행이 우려됐던 최저임금 논의가 15일 열리는 3차 전원회의부터 본격화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최저임금 논의에서 시급 1만원 즉각 인상을 요구했지만 공익위원들이 시급 6470원을 전격적으로 표결에 부치자 근로자 위원직을 사퇴했다. 올해 두 차례 열린 전원회의에도 모두 불참했다. 그동안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위 복귀를 망설인 것은 가구생계비의 최저임금 기준화, 공익위원 위촉방식 변경,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감독 및 처벌 강화 등에 대한 정부의 제도 개선 의지가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지려면 최저임금은 매년 15.6%씩 올라야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올해 6470원에서 2018년 7485원, 2019년 8660원, 2020년 1만19원 수준이다. 그러나 재계는 최저임금위 논의 시작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고용을 줄일 것이라며 매년 되풀이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법에 따라 오는 29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최저임금위의 논의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280만명뿐 아니라 노조가 없는 90%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 조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 약자들의 임금협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호주가 올해 최저임금을 18.29호주달러로 인상하고, 미국의 뉴욕·캘리포니아 등 19개주가 최저임금을 올린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일본도 지난해 최저임금을 사상 최대폭인 24엔 인상한 822엔으로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 각국의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 한국도 소득 양극화 해소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에 매진해야 한다. 매년 법정시한을 넘기고 ‘찔끔 인상’으로 노동계의 불만을 증폭시켰던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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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