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292건

  1. 2018.02.21 [기고]미국 노동운동의 위기와 희망
  2. 2018.02.12 [NGO 발언대]청년은 노력했다, 정부는 응답하라
  3. 2018.02.01 [경향의 눈]최저임금의 분노와 눈물
  4. 2018.01.31 [정동칼럼]민주노총, 사회연대노총으로
  5. 2018.01.29 [기고]최저임금은 ‘함께 살자’는 정책
  6. 2018.01.24 [특별기고]‘부’ 아닌, 노동에 보상하는 사회
  7. 2018.01.08 [기고]하청노조 파업 무력화 ‘대체인력 투입’ 막아야
  8. 2018.01.08 [사설]ILO 핵심협약 비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부터 바꾸자
  9. 2017.12.12 [시론]동정 구하기 아닌 ‘물정 바꾸기’
  10. 2017.12.05 [기고]인천공항마저 이럴진대
  11. 2017.11.29 [사설]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맞게 휴일 수당 200% 지급해야
  12. 2017.11.23 [사설]18세 고교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몬 노동인권 실태
  13. 2017.11.06 [사설]마침내 합법화한 택배노조, 특수고용노동자 삶의 질 높여야
  14. 2017.10.19 [사설]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 허용,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15. 2017.10.11 [사설]노동자 피해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도 되나
  16. 2017.09.26 [사설]노동자 옥죈 양대 지침 폐기, 노사정위 복원 계기 돼야
  17. 2017.09.11 [기고]노동권 앞에 ‘중립’은 없다
  18. 2017.09.01 [사설]‘상여금도 통상임금’ 판결, 노동조건 개선 계기돼야
  19. 2017.08.28 [기고]조선업 산업재해의 이중구조와 해법
  20. 2017.08.16 [기고]임금은 근로자에게 생존의 조건이다

오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노동계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소송 건을 다룰 예정이다.

일명 ‘Janus vs. AFSCME(야누스 대 미국 주·군·시 공무원연맹)’라는 소송으로, 이는 친기업 세력이 구상해낸 공공노조를 파괴하는 무기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기업 세력이 노동계를 공격하기 위해 써온 다양한 전략 중에서도 노조에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소송의 시작은 일리노이주의 공무원이 노조 가입을 거부한 것이었다. 공무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이미 오래전에 결성되어 있던 공공노조 단체협약의 보호 덕분에 개인이 노조에 꼭 가입하지 않아도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혜택과 보호는 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으로 쓰이는 비용을 제외한 조합비를 내도록 되어 있는 미국 현행법에 도전을 한 것이다.

‘노조원 개개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노조가 조합비를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소송의 요지이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에 재직 중인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친기업적이며 보수 성향이다. 미국의 노조 가입률은 공공부문의 경우 35%로 민간부문의 6.5%보다 약 5배 높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오면서 노조 가입률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어 일각에서는 벌써 노동운동의 종말론이 거론될 정도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조합비 납부 여부를 노조원 개개인이 선택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공공노조의 조합원 가입률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공노조의 조합원 가입률이 낮아지면 노동운동 전체가 침체되고 정치력도 약해진다. 이미 신파시즘으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는 미국에서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노동운동은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자본의 공격은 거침없고 맹렬하다. 사법부만이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에서의 노동탄압이 이례없이 높은 강도로 추진되고 있다. 미 상하원에는 이미 노동 개악법이 제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인 ‘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에서도 다양한 시행법을 개악하여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고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불가능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반노조 움직임은 트럼프 정권이 자본에 주는 신호탄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의 단체교섭은 훨씬 더 대립적이 되어가고 있고, 미조직 사업장에서는 사측의 감원, 비용 절감 등 이윤 추구를 위한 노동비 삭감이 거침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자본의 노동자 착취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절망뿐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 5대 일간지 기자들이 압도적인 표차(찬성 248, 반대 44)로 노조에 가입했다. 136년간 미조직 사업장이었던 반노조 언론사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필자의 노조, 미국간호사노조(National Nurses United)에서도 지난 1년간 11개 사업장에서 3000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했는데, 이례적으로 높은 찬성 투표율을 보였다. 신파시즘의 신호탄으로 쏘아올리는 노동탄압의 움직임들이 오랏줄이 되어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올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시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로이 홍 | 미국간호사노조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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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기 힘들다고 우는 소리를 낼 때면 요즘 애들은 엄살이 심하다는 비아냥을 듣곤 했다. 그렇다 해도 ‘투정부리지 말라’ ‘잘하면 어련히 알아서 뽑을 텐데 무얼 불평하느냐’ ‘좀 더 노력해보고 그런 소리 하라’는 등 듣기는 싫어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이었다. 공정한 절차와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개인의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줄 테고 그로 인한 결과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인 것 또한 분명했다. 청년실업률 9.9%, 평균 취업 준비기간 1년, 첫 직장 재직기간 15개월이라는 지표가 우리네 삶의 고단함을 증명할 때에도 사회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러한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청년이란 딱지만큼은 떼고 싶었다. 적어도 그 과정이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공공기관 1190곳 중 946곳이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감사원을 통해 드러났다. 80%에 달하는 수치다. 강원랜드의 합격자 전원이 부정 청탁을 통해 입사했고, 한식진흥원에서는 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은 이를 특별 채용하기도 했다. 4500여명이 지원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2299등인 지원자가 36등으로 합격했다. 심지어 가스안전공사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합격 통보를 하기도 했다. 금융권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하나은행에서는 소위 말하는 SKY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합격권에 있던 7명의 응시자들을 떨어뜨렸다. 국민은행은 추천인과 요청 사항을 정리한 VIP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청년은 더 이상 노력할 수 없다.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다. 청년에게 부족한 것은 노력이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초월 스펙이 부족했기에 취업할 수 없었을 뿐이다. 초월 스펙은 SKY대학 출신이었고, 생물학적 남성이었고, 금수저였다. 이렇게 학벌주의와 성차별, 지연과 혈연이라는 연고주의의 민낯이 가장 솔직하고도 추악하게 드러났을 때에도 청년은 스스로를 탓하고 검열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일자리 하나 물어다줄 인맥 하나 없는 부모님을 만난 내가 잘못이며 잠도 덜 자고 밥도 덜 먹어가며 공부해서 SKY대학에 진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노력의 부족 때문이었다. 취업 실패의 원인은 갈수록 개인화되고 내밀해진다. 이것이 채용비리 사건이 더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다. 본인의 능력 부족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물증이 없다면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무능을 반복적으로 탓하고 학습하기에 이른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엄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나, 불합리하게 떨어진 서류 지원자와 점수 조작으로 인해 합격권에서 굴러 떨어진 응시자를 구제할 수 없다면 이 피해를 완전히 복구할 수 없다.

일자리위원회가 백날 들여다보는 청년실업률에 청년고용의 해답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들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은 이미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주의와 성차별, 연고주의에 따른 불법 채용이고 열악한 업무환경을 방치하는 조직의 무능이다. 채용비리를 근절하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정부는 다시 응답하라.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그리고 결과의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오로지 ‘노력’ 하나로 적자생존하는 청년들의 공정을 향한 갈증을 해소하겠다고 말이다.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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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청년, 취업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사연은 눈물겹다. 산업혁명 이후 편물기계 보급이 확산되면서 19세기 말부터 섬유산업이 급성장했다. 양털로 만든 스웨터가 대중화된 것도 그즈음이다. 당시 스웨터 제조업체들은 주문이 밀려들자 일감을 여성과 어린이들이 일했던 하청업체에 넘겼다. 노동자들은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일한 곳은 ‘스웨트 숍(sweat shop)’으로 불렸다. 노동자의 ‘땀’을 짜낼 정도로 착취가 심한 곳이란 뜻이다. 추위를 막기 위해 입는 스웨터에는 ‘일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던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스웨트 숍’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호주 멜버른에선 1895년 ‘전국안티스웨팅연맹(NASL)’이 출범했다. 영국에서도 1906년 같은 이름의 시민단체가 생겼다. 두 단체의 결성을 주도한 것은 노동자가 아닌 지식인과 중산층이었다. 이들은 스웨트 숍의 노동착취 실태를 고발했고, 최저임금 법제화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28년 조약으로 채택한 최저임금제는 전 세계 90%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만큼 격렬한 논쟁을 부른 정책도 드물다.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경제학자들은 일자리를 줄이고 노동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최저임금제를 지목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은 최저임금 옹호론자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실증적 근거는 미약하다.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대 교수는 1994년 최저임금을 20%가량 올린 뉴저지주와 동결한 펜실베이니아주의 패스트푸드 업체를 분석했다. 두 교수는 뉴저지주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주의 초과 이윤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늘리고 소득분배를 강화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인권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임금이기 때문이다. 그런 최저임금이 한국 사회에선 함부로 걷어차이고 있다. 지난해보다 16.4% 오른 지 한 달 만에 만신창이가 됐다. 편의점·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게 문을 닫게 될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숨만 쉬어도 돈을 번다는 건물주가 꼬박꼬박 올리는 임대료, 매출액의 30%가 넘는 로열티, 카드 수수료 등으로 목이 졸리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적립금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연세·홍익·동국대 등은 청소노동자를 단시간 계약직으로 교체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정부가 지급하는 일자리안정자금(1인당 13만원)을 받기 위해 경비원 월급을 189만원에 맞췄다. 대기업의 납품·협력업체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다달이 쪼개 넣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있다. 꼼수와 편법을 동원한 ‘최저임금 도둑질’이다.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의 극단을 보여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을과 을의 전쟁’이란 프레임을 짜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놨던 보수야당들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최저임금 인상은 반(反)서민, 반(反)청년 정책”(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최저임금 부작용이 하늘을 찌른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며 최저임금에 대한 저주와 악담을 서슴지 않는다. 후안무치의 극치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3대 실정(失政)으로 ‘최강비(최저임금·강남 집값·비트코인)’를 꼽으면서 최저임금을 맨 앞에 세웠다. 보수세력의 주장대로라면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나라가 망할 것만 같다.

최저임금이 여느 해보다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 462만여명이 시급 7530원을 적용받아 한 달에 209시간을 일하면 157만원을 받는다. 1인 가구 표준생계비(216만원)의 73% 수준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과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또한 착각일 수 있다. 그런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저임금이 표준생계비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빈곤층의 구제수단일 뿐이지 성장전략은 될 수 없다.

최저임금은 가장 그늘지고 추운 곳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연탄과도 같다. 그러니 함부로 차서는 안된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했던 적이 없었던 한국 사회에 최저임금이 묻고 있다. “120여년 전 ‘스웨트 숍’에서 죽도록 일했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을 알기나 하는가.”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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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면서 성사된 자리이다. 내 주변의, 다소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민주노총은 참 독특한 존재이다. 어쩌다 이야기 소재로 떠오르면 비판과 한탄으로 동네북이 된다. 그러다가 마무리에선 ‘제발 민주노총이 잘해야 한다’며 또 기대를 건다. 그냥 단념해버리면 될 걸, 왜 이 사람들은 이리 미련을 갖는 걸까?

1980, 90년대를 거친 사람들에게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그 이상으로 기억된다. 영화 <1987>은 6월로 끝을 맺지만 그해 여름부터 노동자들이 나섰다. 노동조합 자체가 불온시되던 상황에서 민주노조를 만들고, 권력을 연장한 권위주의 정부와 싸웠다. 그 기세로 1995년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이후 IMF 구조조정에 저항했다. ‘전투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당시 민주노총이 외치는 평등 세상은 격차와 차별을 넘어서고픈 일반 시민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하나의 통로였던 셈이다. 그러기에 오늘은 ‘노동자의 5%만이 조합원이고, 그 다수가 정규직’인 조직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민주노총의 역사성을 존중하고, 새로운 민주노총을 갈망한다.

혹 부질없는 과거 회고일까? 솔직히 반복되는 실망에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새삼 민주노총 주제를 꺼내는 건 최근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조직의 전향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우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직 진단이 대담하다. 그는 지난달 선거에서 핵심 슬로건으로 “고립, 분열, 무능을 뛰어넘어”를 제시했다.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향해 내던지는 단어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조합원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후보로서 쉽지 않은 자기 고백이다. 특히 사회연대전략을 공약했다. 약 10년 전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부·기업·중심권 노동자가 함께 지원하자는 사업 제안이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규직 양보론’이라는 역공을 받아 좌절되었던 이 사업의 이름이 사회연대전략이다. 우연히도, 이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던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금 노사정위원장이다. 그는 모든 공중파가 생중계한 당대표 연두기자회견의 전체 시간을 ‘사회연대전략’으로 할애했었다.

내가 이해하기에, 사회연대전략의 핵심은 ‘양보’가 아니라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연대’이고, 노동자의 균열을 극복하려는 주체 형성운동이었다. 결국 이 사업은 무산되었고 지금은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이라는 다른 설계도로 정부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만약 민주노총이 추진했다면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 고리도 생겼을 거라는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에 민주노총 집행부가 ‘사회연대전략’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이 여러 의제를 고심하고 있겠지만 과감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급여’ 제안은 어떨까. 고용보험 안에서는 중심권 노사가 고용보험료를 더 내 실업급여를 튼튼히 하고, 고용보험 밖 취업자는 정부가 재정을 책임지는 실업자 대응책이다. 스웨덴 연대임금제를 참고해 임금격차를 개선하는 한국형 연대임금도 기획될 수만 있다면 위력적일 듯하다. 보육, 교육, 고용, 주거, 노후, 의료, 빈곤 등 7대 민생을 해결하는 복지국가 건설에 나서겠다는데, 세금도 누진적으로 더 내는 운동까지 벌이면 어떨까. 우리 노동자도 내겠다고 천명하면서.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구호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난 몇 년 민주노총의 변화를 주목하고 싶다.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민주노총의 비정규 노동자 권리 활동은 꾸준히 강화돼 왔다. 근래 늘어나는 조합원 상당수가 서비스, 학교, 건설 업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불안정 노동자들이다. 작년에 최저임금 인상을 이끌었던 민주노총 총파업의 주역도 이들이다.

또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근 주요 산별노조에 사회연대를 주창하는 집행부가 들어섰다.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연대위원회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노동조합이 되겠단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차이를 줄이는 것이 산별노조의 원리”라고 주창해 온 노동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래전부터 암부터 무상의료, 보호자 없는 병원 등 ‘돈보다 생명을!’ 운동에 앞장서온 조직이다.

사회연대운동에선 노동자 참여가 관건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내부 논쟁도 생기겠지만 진솔하게 나선다면, 조합원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시민들은 응원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자산인 ‘민주노총’, 이제는 내부 격차를 넘어서고 평등사회를 만드는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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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불평등을 용인한다면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의 주장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뿐 아니라 비교적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견지해 오던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최근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포용적 성장전략으로의 선회는 개별 국가의 경제정책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독일은 없던 최저임금제도를 새로 도입하였으며, 미국이나 일본, 중국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였다. 이러한 정책변화가 이들 국가의 경제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극심한 불평등을 완화하고, 가구소득 증대로 소비도 진작시켜 장기적으로는 고용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선순환 경제의 출발점에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또 다른 의의는 이것이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이라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노동자는 남성 평균 임금의 64%를 받는다. OECD 국가들 중에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극심하다. 2017년 기준으로, 남성노동자는 대략 10명 중 1명, 여성노동자는 5명 중 1명이 법정 최저임금액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전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중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3%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이것이 잘 지켜진다면 저임금 시장에서 허덕이던 여성노동자들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아오는 여성 구직자가 늘어나고,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은 그만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현장 활동가로부터 전해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최저임금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 바퀴를 돌아서 의도한바 결실을 맺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준비해 놓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에 대응하여 크고 작은 정책적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먼저,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사례들이 있다. 해당 노동자들로서는 억울한 감이 있겠으나, 감수하자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애초에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의 취지엔 장시간 노동을 줄이자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서상의 근로시간은 줄이고 실제로는 더 긴 시간 일을 하게 한다든가 하는 꼼수는 허용할 수 없다.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은 1.5배. 법을 우습게 알지 않는다면 대응할 방법은 있다.

한술 더 떠서 고용규모 감축으로 대응하는 사업주도 있다. 워낙 형편이 어려운 기업이 최저임금 인상 탓에 종사자를 줄이는 거라면 함께 안타까워하겠지만,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도 안 하면서 덜컥 인력감축에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은 ‘함께 살자’는 정책이다. 정말 어려운 사업주는 정부가 돕는다.

마지막으로 임금이 인상되면서 저소득계층 지원제도의 수혜 범위를 벗어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여성은 월급이 22만원 오르게 되어 한부모가족지원금 13만원과 여기에 따라오는 몇 가지 혜택을 못 받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사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실제로 돕지 못한다는 취지로 쓰여졌지만, 이 사례가 우리에게 진정 시사하는 바는 그게 아니다. 이 사례는 한부모가족지원금이 최저임금을 살짝 넘긴 수준의 임금을 받는 여성은 지원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소득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말 많은 한부모 여성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가족부가 이 제도의 수급 기준을 중위소득 52%에서 60%로 완화하기로 한 것은 타당한 대응이다.

정부는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우리 국민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마음을 모아 주시길.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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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라면서 거의 듣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알리고자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노동이나 재능이 아닌, 부(富)에 보상한다는 것이다. 꿈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 어린 소녀와 소년들에게 이러한 암울한 현실을 말하는 것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구축한 세계다. 지난 1년간(2016년 6월~2017년 6월) 창출된 부의 82%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의 몫이 되는 그런 세상.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하위 50%에 해당하는 37억명의 사람들은 그 어떤 부의 증가도 보지 못했다. 말 그대로 제로였다.

세상은 부자들의 차지이고, 일터에서 이러한 부당함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은 주주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금과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많은 국가의 정부는 이러한 일이 그저 일어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 촉진시키고 있다. GDP 성장에만 몰두해 기업 세금을 삭감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를 과감히 희생시킨다. 그 결과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빈곤을 벗어나기 어려운 수준의 임금을 받고 우리에게 값싼 옷을 제공하기 위해 일한다. 태국의 호화로운 호텔 방을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는 실직이 두려워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을 망설인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의 가금산업 노동자들은 화장실을 가지 못해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괴로움과 모욕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 있는 기업 이사회실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주주들과 기업 사장들은 기록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 전 세계 정치인과 경제계 인사들이 이번주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4일간 회의를 연다. 그 기간 동안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약 80억달러 정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10명의 억만장자 중 9명이 남성인 데 반해 극빈 수준의 최저임금과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여성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번영’된 모습이다. 우리는 어린 소녀와 소년들에게 세상은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한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열정과 신념, 투지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이러한 미래는 우리의 경제시스템을 부가 아닌 노동에 보상하도록 재설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달 파리경제대학원 세계불평등연구소(WIL)가 발표한 ‘세계불평등보고서’는 정부정책이 불평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 진보적인 정치인들은 이미 가능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아이슬란드는 2020년까지 남녀 간 임금 격차를 근절하려는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임금을 적게 책정하는 기업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률 시행에 나섰다. 에콰도르는 2010년 기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존엄이 보장되는 최저임금(dignity wage)’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수천만명의 노동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고, 적절한 임금과 일자리가 양립할 수 없다는 믿음을 깨뜨렸다. 에콰도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의료 및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한 기금 마련용으로 혁신적인 세제 정책을 도입했다. 영국법원에서 우버 운전자를 자영업자가 아니라 휴일 급여, 유급휴가 및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규직원이라고 판결했을 때 정부가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은 부족하지 않다. 부족한 것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정치리더들의 의지이다.

우리에게는 좋은 임금을 받는 노동력과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시스템의 이점을 볼 수 있는 경제계 리더가 필요하다. 헨리 포드는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포드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급여를 지불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이었음을 인정했다.

다보스에서 필자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주주 및 고위 임원에 대한 보상 제한, 법정 생활임금 도입, 공정한 세금 체계 수립, 의료 및 교육에 대한 투자, 모두를 위한 기술혁신 추진 등을 촉구할 것이다. 경제계 리더들에게는 모든 노동자가 생활임금을 보장받고 공급업체가 공정한 가격을 지불 받을 때까지 거액의 주주 배당금과 최고 경영진에게 거액의 급여 지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다보스에서 만나는 모든 정치인과 경제계 리더들이 불평등 위기에 대한 필자의 우려에 깊이 공감하고 응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들이 행동하기를 기다리는 필자를 포함한 전 세계 수억명의 참을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위니 비아니마 |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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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서 객실 청소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선 이후 원청의 무분별한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은 물론 본사 사무직 직원까지 동원해 청소업무에 나섰고, 하청업체인 ‘이케이맨파워’는 불법 대체인력 투입으로 고발당하자 현재 투입 중인 인력을 원청 소속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등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은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체행동권은 그야말로 노동3권 중에 가장 중심인 권리이다. 단체행동을 전제하지 않은 단체 결성이나 단체교섭은 무력한 것이어서, 이들만으로는 노사관계의 실질적 평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3조에서 쟁의권을 보장하고, 일부 필수공익사업장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쟁의행위 기간 중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권리가 가장 필요한데도 오히려 가장 열악한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는 권리가 바로 단체행동권이다. 원청이 손쉽게 원청 노동자를 투입하거나 다른 협력업체로 돌려막기를 하거나 신규채용을 하는 등으로 파업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C&amp;M 등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인 정부세종청사, 코레일 역시 간접고용 노동자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청업체 파업에 이처럼 원청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간접고용 시 대체인력 투입을 제한하는 기존의 해석(1988. 노사32281-19968)을 뒤집고 원청은 사용자가 아니므로 대체인력 투입금지 조항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행정해석(1998. 협력68140-226)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상 ‘사용자’의 개념은 반드시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로 한정되지 않는다. 대법원도 “원청회사가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2007두8881)”고 판결한 바 있다.

대부분의 용역업체에서 투입인원의 결정, 업무내용과 근무시간, 인건비 등이 원청에 의해 결정되는 데다가 독자적인 노력에 의한 이윤창출과 위험부담도 없는 점을 고려해보면, 원청 역시 노조법을 준수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원청이 하청업체 파업으로 인해 업무가 실질적으로 중단되고 대체인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자신의 사용자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비단 실질적인 지배력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어떤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하는 자가 그 ‘노동’의 온전한 실현을 위한 헌법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단지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헌법상 권리가 박탈되는 현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법률로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 금지를 제도화해야 한다. 다행히도 꾸준한 문제제기로 인해 20대 국회에는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 금지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원상회복하는 것, 사용자가 실질적 이익은 누리면서 의무는 부담하지 않으려는 유인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우지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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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4개를 비준하겠다는 입장을 유엔에 표명키로 했다. 법무부는 7일 ‘제3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실무그룹 보고서 초안을 통해, 결사의 자유·단결권·단체교섭권 관련 협약 87·98호, 강제노동 폐지 관련 협약 29·105호를 비준하라는 UPR 권고를 ‘검토 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87호와 98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합법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비준 방침을 환영하며,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8개 핵심협약 중 4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187개 회원국 가운데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중국, 마셜제도, 팔라우, 통가, 투발루 등 6개국뿐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노동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면치 못했고, 국내에서도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이 야기됐다. 가장 심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전교조와 전공노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14년간 합법노조의 지위를 유지해오던 전교조에 대해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이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전공노 역시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문제를 이유로 설립신고를 번번이 거부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고 집권 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협약 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선 전교조의 재합법화는 비준 이전에도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화가 행정처분에 불과한 만큼 이를 철회하면 일단 법외노조 이전 상황으로 복귀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협약 비준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노동계와 협의하고, 국회는 협약 내용과 상치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등의 개정 작업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 등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함은 물론이다.

노동자들은 누구나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과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 자유설립주의’다. 노조라면 무조건 백안시하던 낡은 인식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보수진영도 구태의연한 색깔론 따위로 노동기본권 확대를 막아설 생각은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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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들이 ‘공정하지 않다’는 일부(라고 믿고 싶다) 여론의 기세에 밀려 좌초 중이다.

시위현장에서, 공청회장에서 ‘기회와 과정의 평등 YES! 결과의 평등 NO!’라는 팻말을 든 이들의 표정은 비장하고 목소리는 단호하다. 열의를 보면 작금의 정책이 모든 노동자의 급여를 동일하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결과의 평등은 대졸자, 고졸자에게 똑같은 보상을 한다는 게 아니라, 인간다운 삶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평등한 권리를 뜻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존엄성이 서로 사랑만 하면 보장되나? 돈 없으면 이웃이 아무리 인자한들, 삶은 비루해진다. 가장이 주 40시간 노동하여 받는 급여로 가족을 시대에 걸맞게 부양할 수 있었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다. 성실하고 우직하게 산들 노동지위가 계약직이면 고작 1년 앞도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의료, 주거, 교육, 정보의 공공성이 아직은 요원한 나라다. 받는 돈이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면(월급쟁이 43%에 해당), 월세와 휴대폰 할부금 내기 바빠서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가족이 수술이라도 하면 살림은 거덜 난다. 200만원이면 가족이 존엄할까? 치킨 한 마리 먹을 때마다 심사숙고하고 몇 년에 한 번쯤 제주도 여행 가는 걸 두려워한다면 그게 어디 ‘2017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밥만 안 굶어도 행복할 수 있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무심코 틀어놓은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오래된 텔레비전을 36개월 할부로 바꾸는 과감한 결심을 21세기에도 ‘사치’라고 한다면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는 완전 사기다. 크루즈 세계여행을 가겠다는 것도, 한우갈비를 먹겠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평범하겠다는 사람을 앞에 두고 ‘더’ 고생한 사람 있으니 사람 가려 보편적 권리 따지자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일까?

‘누구나’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논하자는데, 자꾸만 ‘그들의’ 실체를 알려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인류가 취해왔던 가장 나쁘면서도 효과 좋은 대화법이다. 들어보니,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자들은 ‘무임승차’하겠다는 염치없는 작자들이다. 남들 공부할 때 ‘놀았고’, 누군가가 미래를 준비할 때 ‘편하게’ 아무 일이나 기웃거린 나태한 사람들이다. 놀다가 그리 되었다는 논리는 무지하고 ‘당해도 싸다’는 식의 인식은 비열하다.

악의적인 편견을 가진 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도 우습다. ‘억울한 마음 모를 바 아니지만 이해 바란다’면서 이들을 달래면 안된다. 그러면 ‘어떤 가치 있는 행위를 했는지도 모르겠는 사람들이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정 받는 게 정상이냐’(S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는 말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성인군자가 베풀어주는 은혜가 아니다. 당연한 권리가 누군가의 배려로 이루어진다면 ‘혜택 받은 자’들은 늘 눈치 보며 살아야 한다. 그러다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머리가 저리 나쁜데 운 좋아서 정규직이 되었다’는 조롱을 듣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누굴 동정해서가 아니라, 권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이제야’ 직시한 다른 모두의 책무가 실천되는 것일 뿐이다.

‘차별의 설움’과 ‘노력의 허무’는 다른 층위에서 논해야 하지만,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한 줄 아느냐!”는 사람들의 절규가 거세다. 왜 이들은 고작 정규직 일자리 하나 얻고자 많은 걸 포기해야만 했을까? 그 일 아니면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일 게다. 아니었다면 진로를 바꾸지 않았을 수도, 연애를 포기하지 않았을 수도, 아니면 여유롭게 책도 읽으면서 결과의 평등을 오해하지 않고 살았을지 모른다.

이 울분을 ‘재발방지’하려고 사회가 노력해야 함은 마땅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객관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누군가가 꿈을 포기하는 것을 예방하고 청년들이 제한된 일자리를 얻고자 살인적인 경쟁을 하는 파국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킨다. 눈물을 외면한 게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고생에 걸맞게’ 권리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사람들의 심보 덕택에 앞으로 취업스펙은 더 화려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때는 요람에서부터 ‘요즘 세상 장난 아니야’를 들으며 지금보다 더 많이 포기하고 노력해야지만 정규직이 될 것이다.

관문을 통과한 이들이 지금의 정규직을 보고 생각할 거다. ‘솔직히 우리보다 고생한 것도 아닌데, 챙길 건 다 챙겨먹네.’ 누군가의 ‘심정’을 고려한다고, 차별받는 노동자의 ‘물정’을 바꾸자는 정책을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사회의 미래가 어디까지 괴기스러워질지 나도 궁금하다.

<오찬호 | 작가·<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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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면서 하여야 한다는 ‘노동존중사회’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표현을 정부 문서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불과 몇달 전까지, 정부가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는지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담은 정책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대표적인 비정규직 남용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하여 선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이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놀라움과 기대로 시작한 정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추진되는 과정에 곳곳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공공부문 곳곳에서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차별하던 관행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도 왜곡되거나 무시되기 일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찾아가는 대통령’ 첫 방문지로 찾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한 노동자가 이야기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사정 때문에, 대통령이 다녀간 사업장이고, 그나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천공항에서 정규직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국민의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조차 정규직 전환은 큰 벽에 부딪혀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임승차”라고 비난하는 일부 정규직 직원들의 집단 반발도 문제이지만, 이를 핑계로 십수년간 전체의 90% 가까이를 비정규직으로 채워온 인천공항공사 측의 본능이 다시 깨어났기 때문이다. 회사는 비정규직을 인천공항공사로 직접고용할 경우 공개경쟁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십수년간 공항을 안전하게 운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졸지에 무자격자 취급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탈락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개경쟁시험은 ‘고용안정’을 제공하겠다는 정책 취지와도 어긋난다.

또 직접고용을 하게 된다면 정부가 ‘고령자친화직종’으로 65세까지 근무를 인정한 청소·경비 노동자의 정년연장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정책의 목적과는 정반대로 많은 비정규직들이 당장 해고될 위험에 처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특히 ‘생명·안전’과 관련된 업무는 반드시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다. 자회사는 오히려 예외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회사는 직접고용 전환 “0명”, “10분의 1만 적용”이라는 방안을 내놓고 노·사·전문가협의에 제시했다.

정부가 이런 억지를 인정하는 정책을 제시했던 것은 아니다. 필자도 노동계 대표로 정책협의 과정에 참여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원래 취지는 그렇지 않다. 최소 기준을 제시한 후 정책 취지에 따라 노사가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율적인 협의라는 좋은 말에는 함정이 있다. 정규직 전환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가 끝까지 억지를 부리면 합의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가이드라인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인천공항에서는 “직접고용 정규직화 제로”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뒤집힌 공공기관 운영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그나마 여론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친 인천공항마저 이럴 정도면 다른 곳은 더 심한 것이 당연하다. 여러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현황을 누락하거나, 오히려 전환 전에 해고하려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 노사 간의 힘이 근본적으로 사용자에게 쏠려 있는 사회다.  정부가 인천공항은 물론 여러 공공기관을 꼼꼼히 살피고, 가이드라인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챙기지 않는다면,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정책이 비정규직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우려가 크다.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민간부문을 선도할 모범적 사용자로써 공공부문은 더욱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시작한 취지일 것이다. 민간까지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사용자들의 일탈을 정부가 더 방치해서는 안된다.

<박준형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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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가 휴일근로 수당을 지금처럼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하자 노동계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환노위는 28일 소위를 열어 ‘휴일근로 중복할증’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올 정기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중복할증이란 노동자가 휴일에 근무하면 휴일수당과 연장수당 둘 다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중복할증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법원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만큼 하루 통상임금의 150%가 아닌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이런 행정해석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주 5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근로 16시간)으로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 2113시간, OECD 회원국 연간 평균 노동시간 1766시간. 출처: 경향신문DB

여야는 올해 초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해왔다. 국회 환노위 여야 3당 간사는 지난 23일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못 박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하루 8시간까지는 현행처럼 50%만 가산해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도록 했다. 150% 지급에 찬성한 의원들은 휴일근로 중복할증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중복할증이 되레 노동자들의 휴일근로를 유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자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하며 휴일에 쉬는 것을 원한다. 초과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휴일에 일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애초 초과근무에 할증을 붙인 것도 휴일이나 연장근로에 ‘비싼 값’을 매겨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렇잖아도 한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이나 길다.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것도 억울한데 법정수당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여야는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법제화와 휴일근로 중복할증 적용을 통해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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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18세 특성화고 학생이 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제주지역 특성화고 3학년 이민호군이 지난 9일 제품 압착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한 지 열흘 만에 사망한 것이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업체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군 사망을 계기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 ‘이군의 죽음은 우리의 현실’이란 손팻말을 들고 현장실습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생애 첫 노동현장에서 숨진 것은 올 들어서만 두번째다. 지난 1월에는 전주에 있는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모양이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장은 곳곳이 세월호이고, 구의역이다. 현장실습생들은 일하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건물에서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 일쑤다. 주당 7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다. 전공과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돼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노동착취 실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당국은 현장실습 전 학생들의 안전과 노동조건을 명시한 표준협약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특성화고와 산업체는 극소수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의 노동인권 침해에는 눈을 감고 특성화고 취업률 높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제 직업계 고교의 올해 취업률이 17년 만에 5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특성화고는 학생들을 취업에 유리한 현장실습으로 내몰고, 산업체들은 현장실습생을 노동착취 대상으로 삼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장의 법 준수 여부와 노동인권 침해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군 추모 촛불집회에 나온 특성화고 학생들의 외침대로 현장실습생이 ‘일하는 기계, 노예, 부속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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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이 마침내 노조 할 권리를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했다. 노동부가 전국 단위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판단하고 노조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한 노동부의 결정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올해 초 출범한 택배노조는 지난 8월31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뒤 노동부로부터 5차례에 걸쳐 보완요구를 받았고, 두 달여 만에 설립신고필증을 받게 됐다. 현재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업체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 ‘대리점과 계약한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자신의 영업용차를 갖고 CJ대한통운 같은 업체에 등록해 보수를 받는 지입제로 근무한다. 택배기사들은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사, 골프장 캐디처럼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왔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택배기사 5만여명을 포함해 230만명에 달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과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계약을 맺은 택배업체의 통제를 받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70시간이 넘는다.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는 집배원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택배기사가 한 건을 배달하고 받는 수수료는 700~800원으로 한밤중까지 물건 100개를 배달해야 7만~8만원을 벌 수 있다. 게다가 택배업체는 배송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택배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택배기사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기 일쑤다.

노동부는 택배노조와 함께 설립신고서를 낸 대리운전 기사들의 전국 단위 노조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구지역 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신고증을 전국 단위로 바꾸는 설립변경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신고는 사안별로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법에 규정된 ‘노동자’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하지 않았던가. 노동부는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노조를 만들 권리를 보장해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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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년 가까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특수고용노동자란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자,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를 설립해 사용자 측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업무수행 단가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꾀할 수 있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도 가능해진다.

노동계에선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사용자와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 입장에선 비용 감소와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의 이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저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탓에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장시간 노동을 하기 일쑤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이나 단체교섭 요구, 쟁의행위 등은 일절 금지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던 탓에 지금까지 적절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점차 인정되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13년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노동3권 보장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헌법소원 결정문에서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와 노동부는 서둘러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노동이 당당한 공정사회’를 만드는 밑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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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체불하거나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사유로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법원이 다룬 노동사건 4만8117건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5.2%에 불과했다. 일반 형사사건 실형 선고율(18.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기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건은 357건으로 이 중 7명만 실형을 받았고, 2심 실형은 한 건도 없다. 파견법과 노동조합법 위반도 각각 163건, 585건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다.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인 임금 체불은 대부분 벌금형이다. 벌금도 체불액의 10~20% 수준인 경우가 태반이다.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임금 체불 규모는 8910억원이고,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는 22만명에 이른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임금 체불을 조장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법원은 노사가 첨예하게 다투는 민사사건에서도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노동인권과 사회정의보다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우선시한 결과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정리해고를 인정한 판결,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사건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의 이런 분위기 탓에 검찰의 노동사건 기소율도 낮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검찰에 접수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50만8639건이고, 이 중 검찰이 기소한 것은 22만8879건으로 37.6%였다.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47.3%)을 밑돈다. 특히 구속 기소는 0.03%(163명)에 불과했다. 고의성이 없고,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사용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자주 기각되기 때문이다.

노동법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탄생했다. 평등한 당사자 간의 분쟁을 다루는 민사법과는 다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이 노동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하면 백약이 무효다. 사법부는 노동자 피해 사건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고, 근본적으로는 독일·프랑스처럼 특별법원으로 노동법원을 설립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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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데 악용해온 양대 노동지침이 공식 폐기됐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전국기관장 회의를 열어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양대 노동지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전격 발표한 양대 노동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가리킨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을 옥죄어온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적폐 청산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질병·부상·구속 등으로 일할 수 없거나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경우 등이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1월22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에 업무·근무성적 부진 등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이나 판례로 저성과자 해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는데 노동부가 ‘쉬운 해고’의 길을 열어준 꼴이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임금 등에 관한 사내규칙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지침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밀어붙이면서 취업규칙 지침을 적극 활용했다. 기업들의 저성과자 낙인찍기와 부당해고도 줄을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 3명을 부당해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요구해왔다. 특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면서 노사정 대화가 중단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고, 김영주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이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가 즉각 복원돼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행정권력의 노동법 파괴와 노조 무력화에 제동을 걸고, 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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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7년 유엔 특별보고관으로서 집회·결사의 자유 실태 파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그중 한국에서는 역동적인 시민사회와 민주적 가치를 주장하는 대중들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은 저항과 대중행동이라는 활기 넘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거리로, 권력의 중심부로 나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민주적인 의무로 즐겁게 받아들인다.

방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전통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20주가 넘도록 부패한 정권에 맞서 주말마다 수백만명이 거리를 메웠고, 놀랍게도 이로써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세계 각국에서 저항해도 소용없다 절망하는 활동가를 만날 때마다 나는 ‘한국을 보라. 민중이 단결하면 힘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촛불집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많은 나라에서 노조의 힘이 약화하고 있어서 한국 노조의 활약은 특히 인상적이다. 자유시장 근본주의와 함께 가는 세계화는 대기업의 권력을 대폭 확대했고 소수의 손에 부를 집중시켰다. 동시에 기업을 규제하는 국가의 힘과 의지는 훼손되었다. 투자 유치를 명분 삼아 국가가 규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는 노동자들이 집회·결사의 자유 행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방한 당시 법과 관행에 ‘노조 할 권리’가 가로막힌 사례를 여러 차례 청취했다. 노동3권이 명시된 헌법이 있지만 노동자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하청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 그리고 교사, 공무원, 해고자들은 노조하기 매우 어렵다. 법은 이들의 결사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사측이 직접 나서 어용노조가 교섭권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다수노조로서 민주노조를 대체하도록 협동 작전을 펼친 발레오전장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파업권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고용 조건에 대한 사안을 넘어서는 문제로는 파업을 할 수 없고,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고 간주하면 파업 참가자는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배소를 당한다.

경제적 조건 역시 나빠지고 있다. 고용불안과 소득불평등이 큰 문제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이들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62%에 그친다. 정규직 노동자라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임금인상률은 GDP성장률에 못 미쳤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더 악화될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불평등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도구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은 낮아진다. 이것은 고도로 복잡한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집회·결사의 자유는 한국 사람들이 이를 자유롭고, 왕성하게, 아무런 간섭 없이 행사할 수 있을 때만 그 효과를 발휘한다.

반갑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87호, 98호를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방문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처럼 국가는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의 행사를 촉진할 의무가 있다. 노조 할 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중립적”이어서는 안된다. ‘중립’은 초국적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을 관망할 때 정부가 쓰는 단어다. 국가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손쉽고 안전하게 행사할 환경을 조성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짧지만 오늘날 한국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서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나라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세계와 세계 경제가 눈부신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권 보호 수단 역시 그만큼의 속도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앞서 그 길을 이끌기 바란다. 정부가 이 길에서 벗어난다면 한국의 역동적인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마이나 키아이 | 전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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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3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년치 4224억원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왜곡된 임금체계에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기아자동차 노조 관계자들이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통상임금 소송 일부승소 판결이 나오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특근과 야근 수당 산정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이 정기적이고 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줄였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인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한 추가 수당 요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등의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기준을 마련했다. 재판부는 기아차 노동자들의 요구가 회사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주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기업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면적인 판단일 뿐이다. 재계는 노동자의 권익향상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아차는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항소 여부는 당사자의 권리지만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일한 만큼 규정대로 임금을 달라는 상식적인 것이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잔업이나 특근을 시키지 않으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추가 비용은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1인당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5시간이나 많다. 일자리 확충으로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장치이다. 이번 판결이 기업의 그릇된 관행에 쐐기를 박고 노동자가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몫을 인정받는 계기가 돼야 한다. 법원은 향후 노동자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도 기업의 경영난을 엄격하게 판단해 노동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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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20일 경남 창원의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지난 근로자의 날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로 인하여 6명이 죽고 25명의 근로자가 크게 다쳤다. 두 사고 모두 변을 당한 것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고, 또 다른 공통점은 수주한 선박의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법정 휴일에 나와 일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7월6일 국내 대형 조선소 10개사의 경영진과 함께 조선업 사망재해 및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조선업 안전보건 리더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 STX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관계자가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이름만 근사한 이런 행사는, 조선업의 제도와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백번을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이나 산재보험 법제는 조선이나 건설 산업같이 동일한 장소에서 모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혼재되어 일할 때의 책임 소재가 기본적으로 갑을관계로 되어 있다. 즉 안전관리와 산재보험 처리를 모회사가 아닌 협력업체가 도맡아 하도록 되어 있다. 도급사업의 안전조치라고 하여 산업안전보건법(29조)에 도급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협력을 규정하고 있으나 하늘과 땅 같은 갑을관계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없는 종이 위의 규정일 따름이다. 요컨대 ‘을’인 협력업체는 ‘갑’인 원청의 납기 독촉과 단가 후려치기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 현장의 모습이다.

정부에서는 사고 원인을 밝힌다고 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사업으로 이익을 챙기는 원청이 아닌 협력업체가 지게 된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하청에 있는 것으로 전제하면서, 예외적으로나 원청의 책임을 묻게 되어 있다. 산재보험법에서도 하수급인 보험가입 인정제도나 별도 가입을 통하여 명문으로 하청업체가 보험가입자가 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 안전관리의 책임에서 원청인 모회사는 빠져나가게 되어 있는 셈이다.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주된 수취자는 원청인데도 말이다. 위험 작업은 외주로 돌리도록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 연유로 조선업 사망 사고의 80% 이상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법을 개정하여 내년 하반기부터 산재 사망사고 때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업체도 하청업체와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 지금의 규정으로도 원청을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규정의 미비로 처벌할 수 없는 예외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일 따름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원청이 지게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법상으로도 하수급인에게 독립적으로 보험에 들 수 있는 길을 열어둘 것이 아니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 몫까지 보험에 들게 하여야 한다.

정부 감독에도 문제가 많다. 안전감독의 본령은 예방감독이다. 사고가 발생한 연후에 요란하게 수사하라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소를 발굴하여 시정하게 하는 것,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자 정부의 역할이다. 서른명 넘는 근로자가 희생된 연후에 야단법석을 떠는 정부의 감독은 희생자에 대한 진혼(鎭魂) 이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욱이 사고에 대한 처벌 강도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근로자가 희생되어도 그때나 요란하지 처벌 내용은 그저 소액의 벌금이나 과태료로 마감된다.

처벌 방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사고의 대가로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부담하게 하여야 하며, 원청의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감독은 사전 예방감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책임을 원청이 지는 것으로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하청 근로자들의 희생은 언제고 다시 발생할 것이다.

<김윤배 |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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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임금은 근로자에게는 생계를 넘어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진정한 건수는 21만 건, 체불액은 1조4000억원을 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향상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비용, 처리절차, 처리기간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근로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행정 업무는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역량과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근로자들의 권리도 원활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근로자의 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의 일반행정직 공무원 중 일부를 사법경찰관 또는 사법경찰리로 임명하여 4주 정도의 교육을 하여 직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근로감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이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최근 보도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제55조의 유급주휴일이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노동행정 현장에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해고예고의 방법을 모른다든지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 범위, 더 나아가서 법원의 판례는 차지하더라도 고용노동부 지침과 행정해석을 모르는 근로감독관을 보면 이 보도가 단순히 일부 근로감독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단순한 임금체불을 해결해 달라는 진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근로감독관도 업무수행에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임금체불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4주 교육을 받고 바로 임명된 근로감독관과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동일한 수준의 임금체불 사건을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경력 근로감독관과 초임 근로감독관과는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필자는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동일한 임금체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근로감독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해결 가능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근로자가 임금체불 진정에서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근로감독관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면 이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용자를 고소하여 검사의 판단을 받는 것인데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의 업무폭주, 노동법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하여 이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근로감독관이 한번 잘못된 결정을 하면 사실상 번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동현실은 날로 급변하고 있고 복잡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요구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근로감독행정은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단순히 근로감독관을 증원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감독관의 양성시스템과 역량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감독행정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하여 억울한 근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근로감독청 신설과 근로감독관 증원 등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안들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만으로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근로자의 요구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 더 이상 억울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역량강화 및 근로감독행정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석진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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