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312건

  1. 10:16:35 [사설]화장실도 못 가는 백화점·면세점 판매 노동자들
  2. 2018.10.12 [기고]10월14일, 전국 이주노동자들이 모이는 이유
  3. 2018.09.28 [사설]‘노조 와해 공작’ 드러난 삼성, 노동기본권 인식 달라져야
  4. 2018.08.29 [사설]이명박 청와대가 쌍용차 ‘폭력 진압’ 승인했다니
  5. 2018.08.28 [기고]8592시간…택시노동자 김재주의 외침
  6. 2018.08.24 [사설]민노총 노사정 복귀, 사회적 위상 걸맞은 역할 다해야
  7. 2018.08.16 [사설]30명의 희생자, 쌍용차 노조와해 문건 진상 규명해야
  8. 2018.08.01 [공감]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희망’이란
  9. 2018.07.27 [기고]최저임금, 더 넓고 더 길게 보자
  10. 2018.07.26 [사설]노동시간 줄이니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11. 2018.07.24 [김민아의 후 스토리]⑫그들의 타는 목마름 씻을 ‘물 한 잔’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다
  12. 2018.07.02 [사설]한국 사회와 정부는 주 52시간 변화에 준비됐나
  13. 2018.06.08 [사설]이제야 주 52시간 지침 낸다는 노동부의 뒷북
  14. 2018.05.24 [경향의 눈]‘회사가면 죽는다’ 그 후
  15. 2018.05.02 [사설]노동절에 다시 확인된 노동자의 슬픈 현실
  16. 2018.04.26 [사설]여전한 비정규직 임금 격차
  17. 2018.04.13 [기고]우리 콜트콜텍 노동자에게 노래를 띄우자
  18. 2018.04.06 [기고]우리 모두가 김득중이고, 쌍용차다
  19. 2018.04.03 [정운찬 칼럼]최저임금 인상, 연착륙해야 한다
  20. 2018.02.28 [사설]노동시간 단축 합의 잘했지만, 후유증 최소화해야

백화점과 면세점의 판매직 노동자들이 근무 중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5명 중 1명이 방광염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백화점·면세점의 화장품·명품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28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다. 조사 결과 ‘근무 중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59.8%로, 절반을 넘었다. 그 이유로 ‘매장에 인력이 없어서’(62.4%)가 가장 많았다. 심지어 ‘지난 6개월 동안 생리대 교체를 못한 경험이 있다’는 노동자도 39.9%나 됐다. 이렇게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보니 방광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노동자는 20.6%에 달했다. 일반 노동자들 방광염 유병률(6.5%)의 3배를 넘는다. 화려한 매장에서 값비싼 명품을 다루고 있지만 판매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판매 노동자들은 장시간 서서 일하다 보니 하지정맥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5.3%에 달했다. 일반 노동자의 25배를 넘는다. 이들은 휴게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조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58.1%는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실 사용을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 ‘휴게실 의자가 부족해서’(65.7%), ‘휴게실이 좁아서’(47.5%), ‘휴게실이 멀어서’(26.3%) 등이 지적돼 대형매장의 노동자 휴게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고 있다.

무지외반증에 걸린 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의 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정부는 2009년 대형매장에 판매 노동자를 위한 의자와 휴게시설을 마련토록 했고, 2011년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해당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매장은 거의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의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원할 때 앉을 수 없다는 답변이 64.9%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최근 의자와 휴게시설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의자 등이 있는지 여부만 확인할 뿐 노동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용하는지는 조사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일부 대형매장에서 노동자들이 ‘앉을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며 일정 시간에 일제히 의자에 앉는 ‘의자 앉기 공동행동’까지 시작했다. 정부는 판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객들도 판매 노동자들이 인권을 보장받으며 일할 권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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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차별의 역사도 깁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처음부터 약자였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주장하면 탄압을 받았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기본적인 권리들도 보장받지 못하고 사업주의 이익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2018년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사업주들의 폭행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여성 이주노동자가 성폭행과 성희롱을 당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는 경찰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거나,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또 피해 여성들이 피신할 수 있는 정부 운영의 안전한 쉼터도 별로 없습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도 안에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묶여 있어 노예와 같습니다. 노예와 노동자의 차이는 ‘자유’입니다. 이주노동자는 강제적 노동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고용허가제 안에서는 사업주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아파서 아프다고 해도 거짓말쟁이가 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종종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사업주의 협박도 받습니다. 이 얼토당토않은 협박은 아주 잘 먹혀서 이주노동자는 겁을 먹고, 결국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됩니다.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하지도 못합니다. 사업장에 문제가 있어 이직하고 싶어도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는 탓에 강제노동을 지속하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 버티다 못해 차라리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업장을 이탈하는 순간 체류비자를 잃지만 자유를 잃고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숨어 살기를 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속사정도 모른 채 정부는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단속하고 추방합니다.

그 단속의 과정은 너무나 폭력적입니다. 최근에도 무차별적인 폭력 단속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속과정에서 출입국 단속반은 안전조치를 취하고 집행을 해야 함에도 주먹부터 나가고 무력으로 제압합니다. 8월22일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는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하여 뇌사상태에 빠졌고 한국인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7월에도 경남 함안에서 단속에 나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유학생을 집단폭행한 후 출입국사무소에 닷새 동안 감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폭행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서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출입국사무소는 폭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폭행과 비극적 죽음을 겪어야 할까요.

일터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에서도 이주노동자는 열악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박스, 가건물에서 삽니다. 방안으로 물이 새고, 화장실 없는 곳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문고리도 사업주가 떼어가서 언제든지 들이닥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비용을 받습니다. 월급에서 기숙사비용을 사전에 공제합니다. 노동부는 지침으로 기숙사비를 공제하도록 사업주들에게 대대적으로 권고하였고, 이 제도는 나날이 사업주의 권리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두 사업주만을 위한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것 마저 아깝다며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권과 노동권을 빼앗기는 이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이주노동자는 오랫동안 항의하고 싸워왔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짓누르는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긴 싸움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우리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크게 외치려고 합니다. 10월14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로 모입니다. 자유를 외치기 위해서, 차별과 착취를 끝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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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삼성의 전·현 임직원들이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이 의장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전 삼성전자 임원 등을 합치면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법정에 서게 된 인사는 30여명에 이른다. 검찰은 그룹 미래전략실을 컨트롤타워로 해 일사불란하게 실행된 노조 와해 공작을 ‘전사적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로 규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이 노조를 탄압하겠다고 ‘전사적 역량’을 끌어모았다니 참담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28일 (출처:경향신문DB)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삼성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작업’으로 불리는 와해 전략을 세워 시행했다고 한다. 공작에 동원한 수법은 전방위적이었다.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는 ‘위장폐업’을 유도하고 조합원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 ‘심성 관리’를 빙자한 조합원 개별 면담을 통해 탈퇴를 종용하고, 채무관계와 임신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회유 작업을 벌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염호석씨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8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삼성은 협력업체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경찰 등 외부세력까지 동원했다.

삼성은 지난 4월 90여개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하고 노조활동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0년간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의 사실상 폐기 선언이었다. 그러나 거대기업의 체질이 ‘선언’만으로 바뀔 리 없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기소됐는데도 공식 입장 표명조차 없는 걸 보면 삼성이 과연 구태와 결별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곳은 삼성만이 아니다. 포스코에서도 최근 출범한 새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무력화하려 한 내부 문건이 발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헌법은 노동자가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모든 사용자가 노조를 파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검경 등 수사기관의 철저한 감독·감시가 절실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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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8월4~5일 벌어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28일 밝혔다. 노조원 수백명이 해고되고 수십명이 구속된 쌍용차 사태는 그 후 9년 동안 해고자와 가족 등 30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됐다. 바로 두 달 전 해고자 김주중씨가 삶을 등졌고, 아직 복직하지 못한 해고자도 119명에 달하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이번 조사 결과 밝혀진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경찰의 불법·탈법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과잉진압을 청와대가 최종 승인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당시 옥쇄파업에 참가했던 해고노동자 김선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은 사측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강제진압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경찰관 50명으로 구성된 ‘인터넷 대응팀’은 온라인에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 등을 올리는 ‘댓글공작’까지 했다. 특히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무리한 진압작전은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상급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청와대 고용노동담당비서관과 직접 접촉해 승인받았다.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할 개별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다.

조사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강제조사권이 없다 보니 이 전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비서관도 조사하지 못해서다. 이 전 대통령이 쌍용차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향후 이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와 책임도 규명돼야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8월29일 (출처:경향신문DB)

대테러 작전을 방불케 한 경찰의 강제진압 작전에서는 온갖 불법적 행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경찰청이 사용을 금지한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동원했다. 경찰이 헬기에서 2급 발암물질이 주성분인 최루액을 섞은 물 약 20만ℓ를 노조원들을 향해 뿌린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경찰의 폭력을 경험한 많은 쌍용차 노조원들은 아직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의 행위는 직권남용에 경찰관직무집행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경찰은 조사위가 권고한 것처럼 폭력적 진압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69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취하해야 한다. 그것이 쌍용차 사태로 고통받고 희생된 노조원과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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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일, 8592시간, 51만5520분. 지난해 9월4일부터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택시노동자 김재주를 상징하는 숫자들입니다.

그는 비닐 한 장으로 추위를 버텼습니다. 110여년 만에 찾아온 폭염과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습니다. 스트레스와 운동제한 등으로 인한 위장장애로 소화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조건에도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두 번째 가을을 하늘 감옥에서 맞이하려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전액관리제 쟁취”를 염원하는 그의 외침에 대한 우리들의 침묵이 너무 길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두 번째 굴뚝에 올랐습니다. 첫 번째는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받기 위한 69일간의 고공농성이었습니다.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택시기사가 번 돈을 회사가 취합해 나누는 법인택시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되어 자신을 포함한 택시노동자의 삶이 개선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 결과 2016년 2월5일 노사정(전주시청, 전주시 21개 법인택시,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은 지난해 1월1일부터 월급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다시 하늘에 집을 짓고 살고자 했을 겁니다.

저도 철탑 고공농성을 두 번 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당해고에 맞서 싸웠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노동자 류기혁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하늘에 올랐지만 태풍 나비를 버티지 못하고 하루 만에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96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답답함과 외로움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김재주도 겪었을 감정입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우리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주셨고, 그 힘으로 문제 해결의 불씨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힘이 모인다면 택시 전액관리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액관리제는 2000년 1월2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강행 규정인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고, 1년 이내에 3번의 시정명령을 받으면 면허 취소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행정관청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주시청은 노사정 합의 당사자로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다가 김재주의 고공농성 1년이 다가오자 2018년 8월2일 19개 택시사업주에게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과태료를 청구했습니다. 상식적인 행정집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택시업주는 소송을 걸었고, 전주시는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추가적인 처분은 어렵다고 합니다. 어떠한 압박도 받지 않는 택시업주는 불법적인 사납금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액관리제 실시에 미온적인 전주시와 택시업주들은 김재주의 고공농성 중단을 압박합니다. “법을 지키라”는 소박한 요구마저 봉쇄하려 합니다. 김재주는 자신의 몸이 망가져도 이번만큼은 전액관리제가 시행될 때까지 고공농성을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그의 고통을 우리가 함께 나눠야 합니다.

다음달 1일 오후 3시 전주시청 앞에서 전국의 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전액관리제 쟁취”를 택시노동자 김재주와 함께 외치려 합니다. 김재주가 하루라도 빨리 그리운 땅을 밟을 수 있게 많은 분들의 참여를 호소합니다.

<최병승 | 현대자동차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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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지난 22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복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복귀를 놓고 내부 논쟁을 벌였으나 국민연금 등 사회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대화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하며 모든 사회적 대화를 끊은 지 3개월여 만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민주노총의 복귀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사회의 핵심 문제를 풀어갈 대화의 물꼬가 다시 열리게 됐다. 노사정위를 대체해 오는 10월 첫발을 떼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출범에 탄력을 받게 됐다. 경제사회노동위는 양대 노총, 경총·대한상의 등 노사 대표가 참여했던 노사정위와 달리 비정규직, 여성,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사회 각 분야 대표가 폭넓게 참여하는 범사회적 대화기구다.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 참여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는 좋은 신호임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복귀하면서 업종별 고용대책, 비정규직 철폐, 노동관계법 개혁,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 노동 현안들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개편, 사회보장 강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제조업 위기 극복 방안, 재벌체제 개혁 등 중요한 사회경제적 문제들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를 계승한 경제사회노동위의 활동이 기대된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하면서도 투쟁과 교섭을 병행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하되 필요하면 정치투쟁도 벌이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복귀를 최종 결정한 날 노동적폐 청산, 사회개혁을 위한 11월 총파업 투쟁을 결의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대화의 장에 나서는 민주노총은 투쟁을 말하기에 앞서 공공 단체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성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간 민주노총은 청와대 초청 노동계 간담회 불참, 노사정 대표자회의 무력화 등 사안마다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스스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사회적 공공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사회단체이기도 하다. 대화와 화해를 주선하는 조정자 역할도 필요하다. 다시 사회적 대화기구에 합류하는 민주노총이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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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사태의 30번째 희생자인 해고노동자 김주중씨의 49재가 지난 14일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서 열렸다. 김씨의 삶과 죽음은 한국 사회의 ‘아픈 손가락’인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 6월8일 정리해고된 김씨는 그해 8월5일 파업 중이던 쌍용차 평택공장 옥상에서 경찰특공대에 집단폭행을 당하고 구속됐다.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씨의 오랜 해고 생활은 빚더미만 남았다.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친구 명의로 할부로 산 화물차를 몰며 발버둥쳤지만 결국 지난 6월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그날도 밤새 화물차를 몬 뒤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시키고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라는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아내에게 남겼다.

2009년부터 이어지던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의 죽음의 행진은 2015년 12월30일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후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노사 합의가 지켜지지 않자 지난해 5월 한 해고자의 아내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죽음은 김씨에게로 이어졌다. 그동안 복직이 이뤄진 해고자는 45명에 불과하고 김씨를 포함한 120명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복직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의 죽음으로 복직 대기 해고자가 119명으로 줄었을 뿐이다. 회사는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당장 복직은 어렵다고 하지만 동료들은 사측이 복직 시한이라도 알려줬다면 김씨가 “그렇게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를 비롯한 쌍용차 해고자들은 경찰이 제기한 약 1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시달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09년 3~6월 사측이 작성한 100여건의 문건들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은 사측이 경찰·검찰·노동부 등과 함께 파업유도와 노조와해 계획을 세운 정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이는 쌍용차 사태에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쌍용차 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해당 문건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경찰이나 검찰이 직접 나서야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쌍용차 해고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복직과 손배소송 문제의 전향적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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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잘 지낸다고 했다. 목소리도 얼굴도 보이지 않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전하는 근황은 담담했다. 신경정신과에 입원해 한 달간 치료를 받았고 휴직 중이라 했다.

그는 쌍용자동차의 해고 노동자였다가 복직했다. 오랜만에 그에게 안부를 물었던 것은 그의 동료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파업 이후 서른 번째 희생자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대한문 앞에 빈소를 마련한 7월3일 이래 그는 거의 매일 그곳에 있다. 2012년 4월5일부터 그 이듬해까지 꼬박 1년, 그는 대한문 앞에 처음 마련됐던 분향소 천막에서 사계절을 났다. 사망자 24명의 영정을 분향소에 모셨던 때다. “예전에도 분향소를 찾아왔던 분들이 다시 많이 찾아오세요. 빈소를 찾는 분들이 ‘미안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저토록 미안함을 계속 느껴야 하는 분들의 마음은 온전할까 싶습니다.”

조문객들이 뜸할 시간이면 방명록을 들춰보며 그들이 남긴 말을 하나씩 읽어본다는 그는 서른 명이 희생되는 과정을 속절없이 지켜보아야 했던 우리 사회의 목격자들, 그 고통에 예민했던 사람들의 마음의 안녕을 오히려 내게 물었다.

1970년대 집단 트라우마(collective trauma)라는 말을 처음으로 개념화한 사회학자 에릭슨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사회적 삶의 생체조직을 훼손하는 일격’이라고 이를 정의했다.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 종교갈등으로 인한 인종청소, 내전 등을 거치며 집단 트라우마를 겪은 공동체에서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불신, 자살 혹은 생명을 거는 위험한 행동, 여성에 대한 폭력, 수치심과 굴욕감, 전통적 가치의 훼손, 세대 간 갈등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게 이 현상을 연구해온 학자들의 공통된 발견이다. 

정리 해고가 ‘사회적 살인’이라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난 20년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으로 인한 ‘사회적 살인’을 끊임없이 목격해왔다. 재난을 멈출 수도, 도울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목격자가 된 사람들은 단지 공감의 눈물만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무력감과 수치심, 죄책감을 더불어 안게 된다. 

극한의 조난신호가 여기저기서 떠오르는 동안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만 많아진 것은 아니다. 대한문에 쌍용차 빈소가 마련되던 날 보수단체 회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빈소 설치를 강력히 저지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망자의 영정을 앞에 두고 “시체팔이 그만하라”며 막말을 퍼붓는,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졌다. 집단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상황이 빚어내는 또 하나의 부정적 결과인 가치의 붕괴다.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첫 번째 단계는 트라우마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감의 확보다. 해고 노동자에 대한 복직이 시작된 2016년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다가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 위해 노력”이라는 노사 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2017년부터 다시 29번째, 30번째 죽음이 발생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선별성 없는 복직이 이뤄져야 그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부서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도 안전감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치유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붕괴된 세계관을 회복하고 희망을 갖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언젠가 복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희망 고문’이라 불러왔다. 희망이란 말이 뼈에 새겨지는 고통이 되는 현실을 10년째 살아온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물구나무선 희망이 제자리를 찾을 때, 재난의 목격자들로서 집단 트라우마를 겪던 시민들도 죄책감으로부터 일어나 자신과 타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붙잡고 울 수 있는 것도 행복이란 것을 아는 이, 남의 깊은 속까지 다 믿고 있는 이가 희망의 신호다. 당당히 걸어서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마종기 시 ‘희망에 대하여’ 중)라는 믿음을 두려움 없이 다시 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은령 |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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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최저임금안이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올 상반기 내내 이견과 갈등의 중심에 있던 최저임금 이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다양한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계와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은 OECD 최고 수준이며, 학계의 연구들에 따르면 임금 불평등이 가계소득 불평등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완화하여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데 최저임금은 핵심적인 전략이다.

다만, 최저임금은 매우 강력한 정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인 가격을 조정하여 전국적 표준을 설정하는 정책이다. 2000만 임금노동자의 거의 25%인 500만명이 직접 적용 대상이 되고 700만 자영업자들도 영향권 안에 들어온다.

가격정책은 물가, 수요, 생산성, 복지지출, 구조조정 등에 매우 광범위한 효과를 가져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세번째)과 함께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 편의점 점주 등 퇴근길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의 퇴출과 저숙련 인력의 일자리 기회 축소라는 구조조정 효과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의 과정은 기쁨과 환호, 분노와 좌절, 갈등과 대립의 과정이다. 90%의 승자보다 10%의 패자가 정치를 지배한다. 고통의 한계비효용이 쾌락의 한계효용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과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가격정책의 부담이 크다면 소득정책의 결합과 보완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계층의 일자리 상실과 실업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고 소득보장정책으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2017년 사업주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원 지원한 것이나 근로자를 지원하는 근로장려세(EITC·Earned Income Tax Credit)를 4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근로장려세는 최저임금의 대체재 성격의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근로장려세 수혜자일 수 있다.

일종의 구조조정펀드인 일자리안정자금을 한시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좀비기업 과잉과 존속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자영업 감소 속도를 보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또한, 근로장려세가 차상위 계층 대상 정책이기 때문에 저임금 일자리 기회조차 어려운 가계소득 최하위 10%의 빈곤층에 대해서는 또 다른 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조기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최저임금의 계층별 효과를 고려하여 소득보장정책의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소득 보장 수단으로 저임금·저생산성 일자리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비전인지에 대한 고민도 제쳐둘 수는 없다.

저숙련 인력들은 저임금 일자리만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정책 이외에 저임금 일자리 개선과 구조조정의 장기적 비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모두 급한 것은 맞다. 저임금 노동자나 자영업자, 소상공인 모두 어려운 것도 맞다. 그러나 2017년 최저임금 20.6% 인상을 추진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민주당이 2018년 6월 선거에서 패배했다.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여야 합의의 정치가 부재하고 노사 간 신뢰가 약한 사회에서 장기 시야와 정책 방향을 가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의 장기적 전망을 가지기 위한 사회적 신뢰와 대화, 타협은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 산업, 노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키를 쥔 정책 수단이다. 취약계층 고용 감소와 같은 부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지만, 내수 확대, 일자리의 질과 생산성 제고, 산업구조 고도화, 복지지출 절약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최저임금 인상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정책 조합을 고려하고, 이해당사자들의 타협을 유도하면서 단기적으로 과잉정치화된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좀 더 장기적인 시야에서 사회적 합의와 타협으로 이끌어내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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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로 3만명가량의 신규채용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가 25일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인 300인 이상 기업 3627곳 중 813곳(22.4%)이 총 2만9151명을 새로 채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가 있는 1454개 기업 중 42.8%가 인력 충원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길다. 반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OECD 평균(48.7달러)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이 시민 삶의 질은 물론 기업 경쟁력도 함께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노동시간을 줄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세가 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첫날인 2일 오후 6시가 되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는 시행 전부터 재계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고용은 늘지 않고 노동자의 실질소득은 줄어 노동 의욕과 생산성을 낮추기만 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정착시켜 나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는 지난달부터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포괄임금제(시간 외 근로수당을 급여에 일괄 반영하는 것으로 장시간 강제 근로의 밑바탕이 된 임금체제)를 폐지했다. 그 결과 지난달 직원 1인당 평균 초과근무는 5.46시간으로 전달(9.82시간)에 비해 줄었지만 1인당 초과근무수당은 7만5468원으로 전달(2만5432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위메프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채용을 늘려 지난해 말 1485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달 말 1674명으로 증가했다. 회사 측은 재무적 부담은 다소 있지만 직원들의 업무만족도와 효율성 증대 등의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재정적 부담 등을 장기적인 생산력 증대로 연결할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중소기업에도 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함께 유연근무제·선택적근로시간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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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거리에 선 노동자들

‘덥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낮기온이 사람 체온을 웃돌고, 아침기온조차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는 기상현상을 넘어서는 재난이다. 거리는 재난의 현장이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도망쳐 극장과 마트와 커피숍으로 대피한다. 그러나 뜨거운 거리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한 마디라도 더, 한 사람에게라도 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KTX 해고승무원 복직 합의가 이뤄진 21일 서울역 천막농성 해단식에서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왼쪽) 등이 기뻐하고 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19일 청와대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5월22일 ‘파인텍 공동행동’이 홍기탁·박준호씨의 고공농성 200일을 앞두고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등이 22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위로와 연대의 날’ 행사에서 아이스커피를 받아가고 있다(위부터). 이상훈 선임기자·권도현 기자·연합뉴스

■ 7월19일 오후 2시, 서울역(서부) 광장, 33.1도

두 번째 단식 들어간 전교조 위원장, 다시 차려진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세 번째 계절 버티는 파인텍 굴뚝농성…

파란 천막은 볕을 가리는 데 역부족이었다. 천막에 들어가느라 잠시 벗어뒀던 신발을 다시 신다가 데이는 줄 알았다.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들은 이곳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57일째 농성 중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비교적 평온했다. 해고 이후 12년 동안 단식, 삭발, 고공농성, 사상 초유의 대법원 대법정 시위까지 겪은 ‘짬밥’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제민경씨(37)에게 물었다.

- 더위를 어떻게 견디는지요.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투쟁이다 생각하는 게 아니고, 인생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라 여기고 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 서른일곱이니 인생의 3분의 1을 싸움으로 보내는 셈입니다.

“인생을 새옹지마라 하지요. 희망이 있어 그걸 바라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외부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계시고….”

제씨는 복직 투쟁 중에 결혼했다. 초기에 유산을 겪었는데, 1심에서 승소하자 바로 아이가 생겼다.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킨 뒤 농성장에 나왔다고 했다. 주중에 출장이 많은 남편은 주말이면 아이를 돌봐주며 “가서 싸우라”고 격려해준다.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더위에 쓰러질지언정 거리를 떠날 수 없는 이유

- 복직하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내 아이한테 엄마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불합리한 건 불합리하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노동자가 되고 싶어요.”

옆에 있던 차미선씨(37)도 투쟁 중 결혼해 1남1녀를 얻었다. 초등학생인 큰아이는 엄마가 승무원으로 일하는 기차를 타보고 싶어한다. 차씨는 “외국 항공사를 타면 연륜 있고 노련한 승무원들이 많지 않나. 복직하게 되면 노련한 승무원이 돼 가족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원 33명을 이끌어온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39)을 만났다.

- 폭염으로 고통이 심할 것 같습니다.

“장마 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 천막이 날아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더위가 사람을 더 진 빠지게 하네요. 중간중간 화장실 가서 물 가져와 천막 주변에 뿌립니다. 10분 정도 괜찮다가 순식간에 다시 더워지지만요.”

천막을 친 다음날 ‘양승태 사법농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VIP(박근혜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온 사례”라며 KTX 사건을 거론한 문건이 공개됐다.

- 2015년 2월26일로 돌아가보지요. 1·2심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을 들었을 때 심경이 어땠습니까.

“현실부정이라고 해야 하나, 한동안 멍했습니다. 이번에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접하고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어요. 심증만 있었는데 물증이 나온 기분이랄까요.”

- 12년 동안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사람이죠. 옆에서 함께해온 친구들. 그들이 있어서 ‘나는 혼자 갈래’ 할 수 없었습니다.”

- 대법정에 들어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후 대법원의 움직임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KTX 사건 주심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이 아직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안 내놓고 있잖아요. 수사 대상자들이 대법원에 남아 스스로를 변호하는 상황입니다. 대법원이 신뢰를 회복하고 싶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직권 재심을 해야 합니다. 복직된다 해도, 다른 사법농단 피해자들과 연대해서 법적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행동을 이어갈 겁니다.”

■ 7월19일 오후 4시45분, 청와대 앞 진명초소, 33.7도

기온은 더 올랐다. 그늘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의 단식 농성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해달라는 절박한 요구를 알리기 위해 단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2013년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교조는 잘못된 행정행위를 바로잡을 권한과 책임이 행정기관에 있다며 정부의 직권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교원노조법 개정이나 대법원 판결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지난해도 28일간 단식한 걸로 압니다. 폭염 속 건강엔 문제가 없습니까.

“아무래도 지난번보다 힘듭니다. 땀이 많이 나서 소금기를 자주 보충해야 해요. 하지만 현장 교사들의 열망은 지금 날씨보다 더 뜨거울 겁니다.”

- 정부와 평행선을 긋고 있는데요.

“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우리 주장의 설득력이 더 커졌습니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무려 7번이나 바뀌었어요. 사법농단의 산물이라는 강력한 정황이지요. 정부가 적폐청산 차원에서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합니다.”

- 전교조가 법외노조 굴레를 벗는 일과 교육현장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종북 이데올로기 덧씌우기가 10년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됐다, 촛불교육 하자 했는데 기회 자체가 봉쇄되니 서럽습니다. 해직자 30여명에 직위해제·중징계자 20여명까지 50여명이 교사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모두 빨리 교단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교조가 교육당국과 단체협약 맺고, 정책 생산하고, 현장에서 실천할 때 교육개혁의 동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 7월20일 오후 3시40분, 덕수궁 대한문 앞, 34.1도

2013년 대한문 앞을 떠났던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가 다시 대한문 앞에 차려졌다. 지난달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김씨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서른 번째 희생자다. 쌍용차 노사는 2015년 말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에 노력한다’고 합의했으나, 일부만 복직했을 뿐이다. 쌍용차 사건 역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복직한 이창근씨(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휴직 중)를 천막에서 만났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 폭염에 고충이 크겠습니다.

“여성 노동자가 중심인 KTX 농성장은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들었습니다. 남성 중심인 여기는 좀 다릅니다. 각자 견디는 거죠.”

-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 회장을 만나 해고자 문제 해결을 당부했습니다. 변화가 있는지요.

“당사자들 입장에선 ‘땡볕에서 가장 필요한 건 칼럼이나 성명이 아니라 물 한 잔’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마힌드라 회장에게 당부한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 쌍용차 경영진은 고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영진 가운데 단 한 명도 조문을 오지 않습니다. 노동부도 조금 더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줬으면 합니다.”

■ 7월21일 오후 8시30분, 서울 목동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 31.5도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의 홍기탁·박준호씨는 모기업 스타플렉스가 노조에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다.

지난해 11월12일 시작한 농성은 영하 17도의 혹한을 지나 최악의 폭염까지 25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사람 한 명 지나가기도 힘든 폭 80㎝의 철제 통로에 간신히 천막을 쳐놓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을 취재하게 된 것은 쌍용차 이창근씨의 당부 때문이었다. 이씨는 “우리 문제 생각하다가도 뒷골이 서늘해질 때가 있다. 파인텍 고공농성이 생각날 때”라고 했다. 홍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는 일 자체가 상당한 결단”이라며 “헌법에서는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 쌍용차·콜트콜텍 사태가 모두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폭염에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물었다. “일과를 규칙적으로 보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 흐트러지니까요.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식사와 물이 담긴 가방을 아래서 올려줍니다. 물을 아껴 써야 해서 물수건에 적셔 몸을 닦고 있습니다. 오전·오후 운동 시간도 반드시 지키고요.”

22일에는 의료진 3명이 굴뚝에 올라 홍·박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이들은 “농성자들의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고 근력이 약해지고 있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다보니 심리적 부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8도였다. 농성자들이 갖고 있는 온도계는 40도를 넘을 때도 있다.

4526일 만에 복직 합의, 너무 길었던 KTX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
모두들 너무 늦기 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길 빈다

“싸워봐야 안되는 거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김승하 지부장을 비롯한 KTX 해고 노동자들이 4526일 만에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천막에서 그들을 만난 지 이틀 후의 일이다. 다행이지만 12년2개월은 너무 길었다.

KTX 승무원들은 천막을 철거했으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와 하늘에 있다. 그들도 하루빨리 천막을 걷고, 단식을 중단하고,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기를 바란다. 사법과 정치가 제 역할을 한다면 가능하다. ‘양승태 사법농단’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그 첫걸음일 것이다.

<김민아 논설위원 makim@kyunghyang.com>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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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주 52시간 노동제가 시행됐다. 지난 2월 말 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으로 제한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2004년 도입한 주 5일제 못지않게 노동자들의 삶과 직장 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들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도입하며 주 52시간 노동제에 그나마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300인 이상 3627개 사업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59%가 주 52시간 노동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견기업들은 아직까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주 52시간 노동제가 안착되지 못한 것은 법 시행 직전에야 부랴부랴 ‘땜질식 대책’을 쏟아낸 정부의 준비 부족과 안이한 대처 탓이 크다.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주 52시간 가이드라인을 시행 2주 전에 내놓은 데다 노동시간을 위반하는 사업주에 최장 6개월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시정기간을 주기로 했다. 게다가 특별연장근로 업종별 확대 방안과 유연근로제 매뉴얼을 지난달 26일에야 공개했다.

특히 최대쟁점으로 부각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현재는 2주 또는 3개월)을 늘리는 문제를 놓고도 당정 간 이견이 노출돼 혼선을 빚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탄력근로제 활용 기업은 3.4%에 불과한 데다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면 노동시간 단축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노동부는 또 게임·IT 업계의 무제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하는 대신 오·남용을 규제하겠다고 밝혀 “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도 주 52시간 노동제 시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과 자기계발이 가능해졌다고 반기고 있지만 노동강도가 높아지거나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 관행을 깨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와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자들도 주 52시간 노동제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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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시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1일부터 노동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어기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과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정부의 세부 시행지침이 없어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기업들은 업종의 특수성과 인력 사정을 고려할 때 특정 업무 종사자들은 초과 근무가 불가피하다고 아우성이다. 일부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인력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3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52시간 노동제를 시행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기업은 16.1%에 그쳤다.

노동자들도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업무 중 휴식시간이나 출장, 부서 회식, 거래처와의 술자리 등이 업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 어디까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과 노동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주무부처로서 뒷짐만 지고 있던 고용노동부는 다음주 ‘근로시간 단축 문답자료집(세부 시행지침)’ 1만5000여부를 사업체에 배포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지난 2월 말이다. 지금쯤이면 전국 단위 설명회를 마치고,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4개월 가까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가 근로기준법 시행을 2주일 앞두고 세부 시행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겠다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의지마저 의심케 하는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노동시간 단축이 제대로 시행돼야 노동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고, ‘세계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도 뗄 수 있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주 52시간 노동제를 안착시킬 수 있는 치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시간 혁명’은 물 건너가고,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을 초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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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담당 기자로 일하던 1995년 섬뜩한 제목을 단 책이 나왔다. 기획출판모임 현실문화연구가 펴낸 <회사가면 죽는다>였다. 당시엔 ‘제목 장사’를 하려는 출판사들이 적지 않아 의심부터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제목을 그리 정한 연유가 짐작됐다. 치열한 경쟁사회의 전사(戰士)들인 직장인들의 체험담을 담아낸 책은 다른 제목을 달 여지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당시 세계화의 열풍 속에 개인에게 강제된 ‘경쟁력 강화’와 적자생존의 논리인 ‘자기 개발’이란 그물망에 걸려 있던 직장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활자로 빼곡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들의 직종은 다양했다. 하지만 회사라는 ‘공룡’에 깔려 죽지 않으려는 ‘개미’들이 겪는 애환은 다르지 않았다.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 성차별 등에 시달렸던 필자들은 참을 수 없는 ‘을의 분노’를 가감없이 토해냈다.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줄 잘 서기’ ‘상사 잘 모시기’ 등과 같은 업무 외적인 요소로 승진이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회사의 어두운 이면도 들춰냈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영혁신이란 명목으로 앞다퉈 도입했던 ‘리엔지니어링’ ‘조직 슬림화’ 등이 직장인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곤 한목소리를 냈다. “회사가면 죽는다.”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국 사회 노동을 새로 쓰자’라는 주제로 민주노총이 주최한 ‘2018 세계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책이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직장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분노사회’ ‘감정노동 사회’ ‘피로사회’ ‘부품사회’로 만든 진원지는 다름 아닌 직장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라는 허황된 논리는 직장 노동자를 기업주의 노예로, 갑질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간주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20여년 전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있다. 그뿐 아니다. 나무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마른 잎새와도 같은 노동자들을 떨궈내려는 ‘경제적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출범 6개월을 맞은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최근 공개한 <갑질 사례집>에는 ‘노동 지옥’이나 다름없는 직장에서 일하는 ‘을들의 절규’가 담겨 있다. 21세기판 <회사가면 죽는다>라고 할 만하다. 사장과 식사할 때 턱받이를 해줘야 하고, 회장 별장에 있는 닭과 개 사료를 주라는 지시를 받아야 하고, 사장 아들 결혼식에 불려나가 안내와 서빙을 해야 하는 곳은 직장이라고 할 수 없다. 갑의 횡포가 만연한 인권침해 현장이다. 사고를 낸 버스기사들의 목에 사고 내용과 피해액을 적은 종이를 걸게 하고, 생리휴가를 신청한 사원에게 ‘생리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경영진의 갑질 사례도 시즌제 드라마처럼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일삼은 제약회사 사장, 출입문을 닫았다고 경비원을 폭행한 피자업체 회장, 운전기사에게 ‘백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지시를 내린 건설업체 부회장 등의 행태는 별난 개인의 예외적인 일탈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무릎 꿇려야 자신의 권위가 선다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인격살인 행위다. 그런 대기업 경영진이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지 인격까지 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턱이 없다.

‘직장갑질 119’는 “부패하고 불의한 정권을 퇴진시킨 민주주의의 촛불은 회사 앞에선 꺼져 있다”고 했다. 한 치도 틀리지 않는 적확한 진단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든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직장 내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을들의 반란’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주말마다 촛불집회를 여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을 일삼고, 밀수·탈세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총수 일가의 퇴진만을 위한 것은 아닐 터이다.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이 말한 대로 ‘사람이 먼저인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분노를 용기로 바꿨고, 용기를 실존하는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촛불집회 때면 외친다. “우리는 머슴이나 노예가 아니다” “썩은 곳이 있으면 도려내야 하고, 쓰레기통이 차면 버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노동절 메시지에서 “노동이 제도 또는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홀대받고 모욕받지 않는 세상을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나는 저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는 말처럼 갑의 횡포에 맞선 을의 연대와 저항이 있어야 가능하다. 노동존중 사회에선 ‘회사가면 죽는다’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 법이다. 한국의 노동인권 시계는 아직도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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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은 1일 인터넷판에 “아침신문, 128주년 노동절 기사 꽁꽁 숨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노동절인 이날, 아침에 발행되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중 1면에 노동절 관련 기사를 실은 곳은 경향신문뿐이라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절을 다룬 “똑같은 일 해도, 그들은 또 해고 1순위”라는 기사를 1면 머리에 올렸다. 이를 언급하는 것은 경향신문의 ‘노동 감수성’을 과시하려 함이 아니다. 1일자 조간신문들의 1면이 한국 노동의 슬픈 현실을 상징하는 듯해서다.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국 사회 노동을 새로 쓰자’라는 주제로 민주노총이 주최한 ‘2018 세계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노동절인 1일, 실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본다. 삼성의 노조 와해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협력사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추진하고, 위장폐업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등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갑질’ 논란을 빚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유리컵을 던진 것으로 알려진 그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지난해 11월 출범 후 제보받은 직장 내 갑질 가운데 최악의 사례 10가지를 추려 발표했다. 생리휴가를 내면 ‘생리대를 보여달라’ 하고, 전 직원 앞에서 자기 잘못을 말하게 하는 ‘자아비판 인민재판’을 열고, 청소노동자에게 자기 집 청소를 시킨 기막힌 사례들이 줄줄이 공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세계 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노동이 차별받는 사회, 노동기본권이 짓밟히고 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물건으로 취급받는 세상을 바로잡자”고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절 메시지에서 “모든 성장은 노동자를 위한 성장이어야 한다”며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가치와 존엄”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절규, 대통령의 다짐이 이제 법과 제도로 구현돼야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렵던 혁명적 변화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듯이, 노동자의 슬픈 현실도 혁명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 장시간 노동 해소,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직장 내 성평등 실현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노사정 등 사회경제 주체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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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정규직의 70%에 육박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17년 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1만3053원으로, 정규직(1만8835원)의 69.3%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8년의 55.5%에 비하면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임금 격차가 줄어든 것도 최저임금 인상 덕분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 모순이 응축된 비정규직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조사에서 파견·용역 등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용역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정규직 대비 55.7%에 불과했다. 사업체 규모별로도 큰 차이가 나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 임금을 100%로 보았을 때 300인 미만 비정규직은 40.3%에 그쳤다. 이처럼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간에도 균열적 임금 형태가 나타나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더욱 분화되고 복잡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불안정 고용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지만 문제의 핵심은 역시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이 초래하는 소득불평등 및 빈곤 심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불평등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불안을 조성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부모세대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비정규직 대물림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사회양극화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의 가장 큰 이유는 같은 노동환경이더라도 단지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에 큰 차이가 나는 현실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경력 등 노동조건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90%를 크게 밑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노동 정의에도 반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약속했다. 차별 해소의 최우선적 대상은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이 다가오는 지금 과연 그 목표가 얼마나 달성됐는지, 좁혀질 전망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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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동자 싸움의 현장에 갈 적마다 마치 온몸이 불붙는 화살처럼 소리소리 달려가곤 한다. 그러다가도 남몰래 흥얼대는 노래가 하나 있다. 얼마 앞서는 쌍용차 노동자 김득중이 “선생님, 이참엔 굶어죽는 싸움으로 결판을 내고야 말겠습니다”라며 돌아간 뒤에도 나는 남몰래 노래를 불렀다. 무슨 노래일까. ‘섬집아기’라는 애들 노래지만 거기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내 나이 열여덟, 전쟁이 한창일 적 전선에서 돌아가신 형님의 유해라도 찾겠다며 부산에서 영등포로 가는 기차에 몰래 타긴 했는데 밀양인가부터 기차가 멎고는 가질 않는 거라. 몇 날을 굶어서 배는 고프지 눈보라는 치지 꽁꽁 얼붙던 그때 그 숨죽은 그 역 앞마당.

하지만 그 침묵을 깨는 게 있었다. 달걀장수 아줌마가 어린 애를 포대기에 싸서 눈더미 위에 올려놓고 가 그 어린 것이 우는 소리라. 하도 안타까워 뛰어내려 달래주고 있는데 그 달걀장수 아줌마가 고맙다며 달걀 하나를 주는 게 아닌가. 너무나 감격해 막 입에 넣으려고 하는데 그 어린 꼬마가 아 앙~, 나도 모르게 달걀을 뜯어주니 낼름, 또 주어도 또 낼름, 마침내 다 빼앗기고 나자 내 정신이 돌아오는데 아이구야 고리눈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고것이 예쁘기도 밉기도 한데 마침 꽥~ 그 어린 것이 우는데도 나는 기차를 타고 떠나왔지만 그때부터다. 내 마음엔 탈(병)이 하나 들고 말았다. ‘네 이놈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거짓부리지 마라 이놈’ 그런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어느 날이다. 아내가 부엌에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들려왔다. “여보, 그 노래 괜찮은데 다시 한 번 불러 봐.” 그래서 익힌 노래가 바로 ‘섬집아기’. 이때부터다. 내 인품이 모자라다 싶을 적엔 늘 그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문화활동가 신유아의 전화다. 콜트콜텍 노동자 싸움에 함께하시자고.

콜트콜텍 노조원 이인근, 김경봉, 임재춘씨(왼쪽부터)가 2017년 12월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옆 천막농성장 앞에 서 있다./정지윤기자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이인근, 김경봉, 임재춘씨(왼쪽부터)가 서울 광화문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부당해고에 맞서 이들의 싸움은 내년 1월12일이면 4000일이 된다. 국내 최장기 투쟁이다. 정지윤 기자

잘 아시겠지만 콜트콜텍의 자본가가 투자한 자본금은 오매 200만원. 하지만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일궈 몇 해 만에 재계 120위의 부자가 되었다. 아무튼 같이 살자고 노조가 이마를 맞대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를 통째로 인도와 중국으로 빼돌렸으니 그건 무엇일까.

첫째, 역사범죄다. 무슨 말이냐. 우리 인류는 지난 3000년 동안 경제의 참 알기(주체)는 자본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걸 깨우쳤다. 그게 있기에 우리 인류는 영광에 빛나는 건데 콜트콜텍 사장은 그 깨우침을 주관적으로 깨트렸으니 그건 어절씨구 역사 알기(주체)의 말살범죄라, 요만큼도 용서해서는 안 된다.

둘째, 공장이란 물건만 만드는 데가 아니다. 노동자의 살티(목숨)의 텃밭이다. 그것을 강제 폐쇄했다는 것은 무엇일까. 노동자의 목숨을 공개적으로 죽인 만행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그 사회를 짓이긴 침략이라, 어찌해야 할까. 암, 민주정신으로 응징해야 한다.

셋째, 인류문명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발전이다. 그것은 또 어디서 오는가. 아무렴 노동에서 온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 바로 콜트콜텍인데 그 공장을 죽이다니, 그것은 곧 인류문명인 예술을 죽이는 반문명이라, 누가 나서야 할까. 바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나서 싸운 지가 어느덧 오늘로 4090일, 그것은 피눈물의 싸움이었지만 거대한 먹괭이(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 아직도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요만큼도 머뭇대선 안 된다. 이 싸움에서 밀리면 역사, 그 나아감의 심정적 패배라,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라는 노래로 나설 터지만 우리 시민들은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길을 내자는 ‘아리아리’로 나서자. 이제는 세상을 바닥에서부터 발칵 뒤집는 노래 아리아리로 저 끔찍한 반생명과 맞붙는 싸움에서부터 이겨야 하나니, 벗이여 눈물겨운 벗이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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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전 7시였다. 32일간 단식 끝에 쌍용차 해고자 김득중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는 2015년 8월에도 45일의 단식 끝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쌍용차 정리해고 싸움 10년 동안 단식만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2016년 겨울엔 광화문 캠핑촌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봄이 올 무렵까지 텐트 생활을 했다. 우린 ‘촌민’으로 매일 만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곤 했다.

쌍용차 싸움 10년 동안 스물아홉 명의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죽어갔다. 어떤 이는 목을 맸고, 어떤 이는 탄불을 피웠다. 어떤 아내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아파트 난간으로 향했다. 그 피눈물들을 어떻게 눈뜨고 말할 수 있을까. 고공농성도 몇 차례였다. 2012년 가을 끝자락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이 15만V의 전기가 흐르는 송전철탑에 올라 이듬해 여름 초입까지 171일 동안 허공에 떠 있었다. 베니어합판 몇 개 놓은 위험천만한 고공농성. 2014년 12월13일에는 김정욱과 이창근이 공장 안 70m 굴뚝에 올라가 입김도 얼어붙던 겨울을 나고 101일 만인 이듬해 봄에 내려왔다. 2012년부터 1년 반 동안은 서울 대한문 앞에 스물두 명의 얼굴 없는 영정을 모시고 분향소를 지켜야 했다. 기름을 껴안고서라도 분향소를 지키겠다던 김정우가 끝내 구속된 해다. 그는 박근혜가 선거용 사진을 찍기 위해 전태일 흉상 앞에 서는 것을 온몸을 던져 막았다. 괘씸죄였다.

쌍용차 해고자들만이 걸어온 통한의 길이 아니다. 2009년 지금은 구속된 이명박이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테러진압부대를 보냈던 77일간의 점거파업 현장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그들과 함께 희망고문의 길을 걸어왔다. 쌍용차만의 투쟁이 아니었다. ‘정리해고’라는 사회적 광우병에 대한 2200만 노동자 가족들과 소수 자본가들 간의 대리전이었다.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공방의 격전장이었고, 노사정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고지전이었다. ‘해고는 살인이다’를 둘러싼 사회적 진실규명 투쟁이기도 했다.

2012년, 박근혜도 당선되면 맨 먼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2015년, 의원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구속되어 있는 한상균 등이 있던 철탑까지 올라와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2015년 총선 당시 김득중이 노동자 후보로 평택시 국회의원에 입후보했을 때 후원회장은 조국 민정수석이었다. 현재 구속된 한상균과 77일간의 파업 당시 함께 구속되어 2년을 살다 나온 김혁의 삶과 우정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lt;내 안의 보루&gt; 출간 도우미를 조국씨와 함께 했던 따뜻한 기억도 난다. 2014년 고법에서 승소한 ‘회계 조작에 따른 부당해고’가 그해 11월13일 대법원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기만 했어도 모든 문제가 끝날 일이었다. 2015년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더 적은 임금’ 등을 목표로 총체적인 노동법 개악을 준비하던 박근혜 정부의 정치공작과 외압은 없었을까. 2014년 8월 만들어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비선으로 관리했다는 ‘노동시장개혁상황실’은 아무런 역할이 없었을까. 고법 판결 후 마힌드라사 자문으로 나선 김앤장의 힘이었을까. 진실은 언제 밝혀지고, 불의는 언제 바로잡히는 것일까.

감옥에 갇힌 한상균이 김득중을 대신해 옥중 단식을 하고 있다.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에서는 쌍용차와 같은 죽음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희망버스 차장이 되셨다가 얼마 전 끝내 벌금을 선고받은 문정현 신부님이 쌍용차 김득중의 단식에 연대하기 위해 스스로 구치소 노역장으로 들어가시기도 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모두 김득중이고, 한상균이고, 윤충렬이고, 김정욱이라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쌍용차이고, 스물아홉 명의 얼굴 없는 죽음이고, 그 분노라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박근혜도 이명박도 없는데 이렇게 조용하고 싸늘한 사회가 조금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다시 광장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4월7일 오후 3시, 평택역 앞에서 피눈물의 쌍용차 자동차들을 ‘워낭소리’처럼 끌고 평택 쌍용차 공장 앞까지 김득중의 빈자리를 메우러 함께 간다. 다음엔 무엇을 들고, 어디로 가야 하나. 싸늘한 마음에 조금씩 불길이 일고 있다.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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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증가로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반발이 크다. 고용을 감축하거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담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연착륙시켜야 한다.

현대적 의미의 최저임금제도는 1894년 뉴질랜드에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위한 입법으로 시작됐다. 영연방 중심 국가였던 영국도 1909년 최저임금법을 채택하였다. 처칠 총리는 의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특정 계급의 국민들이 최저생계 유지에 필요한 비용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면 이것은 국가적 악재”라고.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리나라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었으나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실제 운용되지는 않았다. 최저임금제가 최저임금법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1988년 당시 462.5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지난 30년간 연평균 9.65%의 인상률을 보이며 오늘에 이르렀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올랐다. 17년 만의 최고 인상률이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대로 2020년까지 1만원이 되려면 매년 15.7% 이상 올려야 한다. ‘급격’한 인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주요 반대논리는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상의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으며 또한 저임금 계층의 일자리를 감소시켜 그들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속도를 조절하거나 업종·지역별 차등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곧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임금’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한 최저임금이 사실상 ‘기준임금’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업종·지역별로 달리 정하면 노동자 간 불공정성 문제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과 노동계 모두 타당하고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 구축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속도 조절을 통해서라도 성공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헌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조건을 확보해 준다.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공동체에 애정을 가질 구성원은 없을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아직 취약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계속되는 저임금은 근로자들에게 가혹한 일이다. 2012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하기 시작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한다는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의 반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연착륙되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경제구조 관점에서 몇 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소득양극화 완화다. 2016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우리나라의 실질최저임금은 5.8달러로 독일(10.3달러), 미국(7.2달러), 일본(7.4달러)보다 훨씬 낮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미국·유럽에서 시행한 빈곤 퇴치 및 사회통합 정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의 임금소득 증가를 통해 내수를 자극하여 중소기업은 물론 경제 전체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인권보장과 구조적 관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목표연도를 2020년에서 예를 들면 2022년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 목표연도를 없애고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겪는 저성장 속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기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목표달성 위주의 경제정책은 성공하기도 힘들고 부작용이 너무 클 수도 있다.

그리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용 상승을 전가하는 불공정 거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에 비용 상승분을 전가하면 하청업체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저임금으로 벌충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임금의 정상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의 정착으로 중소기업이 창출한 성과는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설비투자로 유도하여 대기업 일자리뿐만 아니라 하청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2017년 상장사 사내유보금은 860조원, 이 중 10대그룹 사내유보금은 515조원으로 해마다 증가해왔다. 대기업이 설비투자 확대 없이 사내유보금만 계속 증가하면 대기업에 쌓여 있는 자금이 전체 근로자의 88% 이상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희생만 가져온다. 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복지확대도 수반되어야 한다. 미래 삶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사회시스템에서 임금상승분은 가계저축으로 축적될 뿐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의 정부 대처는 아쉬움이 컸다.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했을 법한데도 세심한 대책이 부족했다.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은 당장 피해를 보는 영세사업주의 형편을 고려하지 못해 외면받고 있다. 강력한 재정·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공정 거래, 터무니없이 오르는 임대료 대책, 노동시장 개선, 산업구조 조정 등의 대책도 함께 나왔어야 한다.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측면을 함께 고려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종합적인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 정책을 기대해본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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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주당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착수한 지 5년 만에 여야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정안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고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도록 했다. 아울러 광복절·삼일절 등 법정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지정해 민간부문 노동자들도 급여를 받고 쉴 수 있도록 하고,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 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면서도 휴일근로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해 토·일요일 8시간씩 16시간의 추가근로가 가능했다. 사실상 주당 법정 노동시간이 68시간이었던 셈이다. 환노위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법제화한 것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저성장시대의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절실하다.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면 60만~7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환노위가 최대 쟁점이었던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당장 노동계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200%(중복할증)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으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국회와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란 큰 산을 넘었다고 안도해서는 안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이나 노동자 어느 한쪽에만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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