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325건

  1. 2018.12.14 [시론]고공농성 408일만은 넘기지 않게
  2. 2018.12.14 [사설]노동의 양보 없이는 경제활성화 어려운 건가
  3. 2018.12.13 [사설]“더 이상 죽지 않게 해달라”는 비정규직 호소 외면 말라
  4. 2018.12.05 [사설]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 노사상생 모델로 자리잡길
  5. 2018.12.05 [이대근 칼럼]민주노총을 위한 변명
  6. 2018.11.23 [사설]경사노위 출범, 실효성 위해 민주노총 참여에 총력을
  7. 2018.11.20 [정운찬 칼럼]독일의 ‘노동4.0’ 정책이 주는 가르침
  8. 2018.11.19 [사설]정부·노동계 더 이상 상황 악화시키지 말고 대화하라
  9. 2018.11.16 [사설]광주형 일자리 협상 시한은 넘겼지만
  10. 2018.11.13 [여적]고공농성
  11. 2018.11.06 [사설]노동자 사망사고 잇따르는 CJ대한통운과 손 놓은 당국
  12. 2018.11.05 [사설]사회적 대화기구 ‘경사노위’ 끝내 외면한 민노총의 오만
  13. 2018.10.22 [사설]한국지엠, 노사 공존의 길만이 살길이다
  14. 2018.10.18 [사설]화장실도 못 가는 백화점·면세점 판매 노동자들
  15. 2018.10.12 [기고]10월14일, 전국 이주노동자들이 모이는 이유
  16. 2018.09.28 [사설]‘노조 와해 공작’ 드러난 삼성, 노동기본권 인식 달라져야
  17. 2018.08.29 [사설]이명박 청와대가 쌍용차 ‘폭력 진압’ 승인했다니
  18. 2018.08.28 [기고]8592시간…택시노동자 김재주의 외침
  19. 2018.08.24 [사설]민노총 노사정 복귀, 사회적 위상 걸맞은 역할 다해야
  20. 2018.08.16 [사설]30명의 희생자, 쌍용차 노조와해 문건 진상 규명해야

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라가서 농성을 하는 건 지상에서는 용역들의 폭력에 쫓기고 대화조차 한 번도 못한 채 자신이 살던 집터와 일터에서 쫓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용산참사는 마지막으로 망루를 짓고 올라가서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던 철거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불에 태워 죽인 사건이었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국민으로 대우받지 못한, 비국민(非國民)이었다. 그들은 진압의 대상이었을 뿐, 권리를 가진 국민이 아니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국가는 또 그렇게 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노동권은 헌법에 국가가 보호할 기본권으로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휴지조각일 뿐이었다. 정권과 기업은 한 몸이 되어 노동조합은 깨버려야 할 적으로 삼았다. 노동조합은 인정할 수 없다는 철저한 인식은 경찰도, 검찰도, 사법부마저 그렇게 움직이게 했다. 최근에 드러난 것처럼 재판 결과를 거래하면서까지 노동자들의 권리를 철저하게 빼앗았다. 그런 때에 어디 호소할 곳 없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죽었다. 또는 기약할 수 없는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고, 삼보일배, 오체투지로 땅바닥을 기었다. 그런 것도 아무런 호소력을 갖지 못하자 노동자들은 굴뚝이나 전광판과 같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둥지를 찾아 올라갔다.

12일 서울 한강대교 북단 한강변에 위치한 높이 40m 철탑에서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김충태 수석부지부장과 고진복 서산지회 조직차장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2014년 구미의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는 공장 굴뚝에 올라가 408일 동안 버텼다. 한국합섬 회사가 넘어갈 때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약속받기까지 5년을 텅 빈 공장에서 버티며 싸웠다. 그 고용 승계 약속은 다시 배신당했고,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며 차광호는 굴뚝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중에 집을 짓고 농성에 들어간 노동자의 말을 듣는 사회가 아니었다. 희망버스가 내려가기를 여러 차례 하는 등 사회적 압력이 생겨나자 그때서야 회사는 고용 승계, 노동조합 승계, 단체협상 승계를 약속했다. 굴뚝에 올라갔던 차광호는 그런 회사의 약속을 믿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 약속은 사기였다. 충남 아산의 파인텍 공장에 내려갔을 때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속임을 당했음을 알았다. 스타플렉스는 파인텍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생각이 없었고, 단체협약 승계 약속도 물거품이 되었다.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회장은 차광호의 굴뚝농성으로 사회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무마하려고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해버렸던 것이다.

이에 다시 두 명의 노동자가 스타플렉스 본사가 보이는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갔다. 굴뚝에 올라간 지 12월24일로 408일이 된다.

408일, 4년 전 차광호가 기록했던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이다. 이날만은 넘기지 말고 두 노동자가 땅을 밟게 하자고 지난 12월6일부터 10일까지 청와대에서 목동 굴뚝까지 혹한의 아스팔트를 차광호와 동료들이 오체투지로 기었다. 그리고 차광호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10여년의 세월 동안 힘겨운 싸움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떠나고 이제 5명의 노동자만 남았다. 사회적 합의는 언제나 지켜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에게 철저한 배신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책임질 사람 대신 바지 사장이 나와서 지키지도 않을 단협을 기피하는 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뒷짐 지고 있었다.

이번에 올라간 굴뚝은 지상에서 75m이다. 거기에 폭 1m 정도 되는 공간이 있고, 거기서 두 노동자는 겨울을 보냈고, 봄, 여름, 가을을 보냈고, 다시 겨울을 맞았다. 건강도 좋을 리 없다. 총체적인 무권리 상태에 놓인 그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일은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약속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동안 통신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강대교 통신탑에 올랐고, 태안에서는 만 24세의 비정규직 발전노동자 김용균이 컨베이어벨트에 말려들어가 죽었다.

언제까지 이런 죽음과 이런 고공농성을 보아야 하는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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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 등에 관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기자들에게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이 고용 악화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이 한목소리로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게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재계와 소상공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계는 고용 악화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돌리며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나 고용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조선·철강 산업 등 산업기반 약화와 신흥국의 추격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달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시간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으로 근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노동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개월 확대’는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앞세우고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1년 반을 지나면서 노동정책은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행되지 못한 공약이나 약속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정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하청 및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선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재계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정책이 우회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노동의 양보 없이 경제활성화는 어려운 일일까. 고용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양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이것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묻고 싶다. 노동계의 고충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노동 존중’ 아닌가 싶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현안을 대화로 풀어가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에서 첨예한 현안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도록 재삼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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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청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홀로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지난 11일 새벽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현장운전원 김용균씨(24)가 석탄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는 하청 민간회사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됐다. 10일 오후 6시30분 근무에 투입돼 11일 오전 7시30분까지 혼자서 4~5㎞를 순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날 청와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서는 김씨가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찍은 인증샷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13일 (출처:경향신문DB)

2010년 이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2명의 하청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2012~2016년 346건의 사고로 전국의 발전소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었는데, 이 중 97%(337건)가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하청노동자들의 희생이 많은 것은 발전 공기업들이 최저가로 낙찰된 민간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김씨가 속한 회사도 원래는 발전소와 같은 공기업이었지만 2014년 민영화됐다. 김씨가 과거 정규직들이 했던 것처럼 2인1조로 근무했다면 동료가 기계를 멈춰 끔찍한 사고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발전 공기업들은 하청노동자들의 일이 ‘필수유지업무’가 아니라며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침을 거부하고 있다. 그사이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용노동부는 발전소가 안전관리 규정을 지켰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발전소 운전·정비 업무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서 발전노동자가 이날 새벽 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한 뒤 울먹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첫 업무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지만 비정규직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0%로 지난해(32.9%)보다 높아졌다. 정규직 임금은 1년 전보다 5.5%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4.8% 증가에 그쳐 임금 격차는 더욱 커졌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규직 전환도 시급하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아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없애는 일도 중요하다. 아울러 해고되고 실직한 노동자들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도 절실하다. 노사와 정부·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죽음의 외주화’ ‘죽음의 비정규직화’를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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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을 거듭하던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광주시는 4일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완성 공장을 광주에 설립하기로 현대자동차와 사실상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5일 협상 전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투자유치추진단의 추인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협상 조인식을 할 예정이다. 이번 타결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제시된 지 4년6개월 만이고,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 6개월 만이다. 조인식이라는 마지막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협상 타결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는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저임금을 보전해 준다는 게 골자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현대차는 광주시와 공동투자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를 연간 10만대 생산하는 민관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협상을 벌여왔다. 이 사업은 직간접 일자리가 최대 1만2000개나 생겨난다는 효과가 있어 정부와 여당의 지지를 받으며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협상은 쉽지 않았다. 쟁점은 임금과 공장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당초 이 공장의 평균 연봉은 국내 완성차 공장 노동자의 절반 수준이 제시됐다. 그러나 연봉 기준을 초임으로 할 것인지, 평균임금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견해가 갈리고 주간 근로시간을 놓고도 40시간과 44시간으로 충돌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또 현대차는 1000㏄ 미만 SUV를 위탁 생산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광주시는 공장이 지속성 담보를 위해 연간 7만대 이상의 생산·판매 보장과 차종 변경 허용 등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막판 협상과정에서 현대차가 요구했던 초임 연봉 3500만원, 노동시간 주 44시간으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현대차 임금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국회 예산안 처리 시한(7일) 전에 협상을 타결지음으로써 정부의 예산 지원도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가 없지 않다.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간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는 기존 일자리 감소, 이미 포화상태인 자동차시장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광주형 일자리’가 노사상생형 일자리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노조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노동계도 파업 대신에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일자리 실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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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지금 싸우는 상대는 이른바 친노동 정부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으로 대통령 직무를 시작한, 바로 그 ‘노동존중’ 정부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를, 민주노총이 협력할 대상으로 인식할 뿐 투쟁할 상대로 보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로 사회경제 문제를 함께 풀기를 시민들은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사정이 나쁜데 정부를 몰아세우기만 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여론도 있다. 민주노총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대체로 차갑다.

민주노총이 자칫 정부와 맞서다 견제도 제대로 못한 채 시민으로부터 고립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고임금을 받는 기득권 귀족노조가 파업은 빈번하게 한다는 게 민주노총에 관한 고정된 이미지다. 헐뜯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노총은 사회 양극화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대기업 노조의 강력한 교섭력으로 임금을 계속 올리면서 주변부 노동자와의 격차를 벌려왔다. 그로 인해 노조가 강할수록 노동시장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역설이 생겼다. 그렇다면 노·정 갈등은 전적으로 민주노총 책임인가? 마침 변호사, 고등학교 교장과 함께 저녁 하는 자리가 있어 물어봤다. 변호사는 정부 잘못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이 얻을 게 없는데 왜 대화하나?” 교장은 민주노총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대화 가능한 정부가 등장했는데도 싸우기만 하면 어쩌자는 거지?” 후배 기자 세 명과 술 먹는 자리에서도 물었다. 한 명은 민주노총 잘못, 다른 한 명은 정부 잘못, 나머지 한 명은 모르겠다고 했다. 노동 문제를 전공하는 두 명의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한 교수는 굳이 따지자면 민주노총 잘못이라고 했다. 다른 교수는 따질 것도 없이 정부 책임이라고 했다.

이렇게 양분된 건 우연이겠지만, 의견은 나뉜다. 사실 정부와 민주노총 모두 자기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도 있고, 갈등을 일으킨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여야, 청와대·정부는 한목소리로 민주노총을 비난한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가 ‘민주노총만 마음을 고쳐먹으면 만사 해결’이라는 데 합의라도 한 것 같다. 한국은 대화와 협상에 익숙한 사회가 아니다. 여야 모두에 대화는 어렵고, 대결은 쉽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듣지만 대화를 어려워한다.

정치권의 대결 성향은 사회에 그대로 반영된다. 민주노총이 대화할 줄 모른다고 하는 건 사돈 남 말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특히 정부가 일을 그르쳤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탄력근로제 확대와 같은 민감 사안을 일방 결정하고는 이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을 공격했다. 사회적 대화를 하려는 태도로 보기 어려웠다. 파업에 직면하고 나서야 문 대통령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논의할 시간을 갖자고 수정했다. 민주노총에 돌을 던질 수 있지만 그 돌, 혼자 맞을 일은 아니다. 민주노총이 대기업 노조만을 위해 활동했던 것도 아니다. 조합원 25%가 비정규직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전국적으로 조직한 유일한 세력이자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선 비정규직 대표조직이다. 탄력근로 문제도 대기업과는 무관한 미조직 노동자의 일이다.

최근 비난받는 민주노총 활동의 대부분도 자기 이익이 아닌, 노조 밖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런 활동을 두고 민주노총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자세다. 요즘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를 흔들며 힘을 과시하는 것처럼 회자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노사정 협상은 보통 노(勞)가 임금 억제, 노동 유연성을 받아들이고, 사(使)와 정(政)은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사회개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998년 첫 사회협약을 제외한 4차례 대화는 모두 실패했다. 첫 협약도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받은 게 없는 실패작이었다. 힘의 불균형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강자들의 링 위에 올라갈 자신이 없다.

이 역학관계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타협한다 치자. 그래도 이행 여부는 다른 문제다. 대결정치 때문에 국회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청와대와 여야가 거래의 공정성, 이행을 담보하지 않는 한 민주노총이 돌아오기도 어렵고, 돌아와도 성과를 낼 수 없다. 민주노총 조직률은 4%다. 96%를 책임진 세력의 책임은 묻지 않는, 4% 때리기는 균형을 잃은 것이다. 진짜 힘 있는 세력은 조용히 일을 처리한다. 소리 없이 지배한다. 바로 자본이다. 자본은 정부를 움직여 노동을 통제한다. 진정한 질문은 이것이다. 자본과 노동 가운데 누가 기득권인가? 변화해야 할 쪽은 자본인가, 노동인가?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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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 문제 등 사회 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2일 첫 본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노사정위원회법을 경사노위법으로 개정한 뒤 5개월 만에 이루어진 출범식이자 첫 회의였다. 새롭게 출범한 대화기구의 첫 회의였던 만큼 의미가 작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회의 장소로 제공하고 회의에 참석해 경사노위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것은 경사노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사노위는 이날 탄력근로시간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키로 의결했다. 노동계가 극력 반대하는 탄력근로시간 확대 문제를 다룰 소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논의 시한은 새롭게 구성되는 소위원회와 국회가 협의해 결정하겠지만, 민감한 노동 문제를 범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면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며 경사노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합류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노동계, 경영계, 정부, 공익위원, 경사노위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1차 회의는 민주노총이 빠지면서 17명으로 출발했다. 1석이 모자랐지만, 실질적인 빈자리는 1석 이상으로 컸다. 다양한 사회계층을 포괄한 대화기구이지만 경사노위의 양대 주체는 노동계와 경영계이다. 여기에서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빠졌으니 온전한 행보가 되기 어렵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ILO 핵심협약 비준, 연금개혁 등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총파업까지 벌였다.

경사노위가 대화기구로 실효성을 가지려면 민주노총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경사노위 위원들이 첫 회의에서 민주노총의 참여 권고문을 채택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도 민주노총의 참여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노동 현안에 대한 견해 차가 큰 데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참여 독려만으로 민주노총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동계에 양보와 참여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민주노총도 경제난으로 고충을 겪는 정부와 국민을 살피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경사노위 본위원회 참가가 당장 어렵다면, 산하 위원회부터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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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가끔 접하는 백서(white paper)에는 오랜 역사가 담겨 있다. 19세기 영국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정부보고서 표지를 흰색으로 했으며, 이는 20세기 들어 보편화되었다. 원래 백서는 내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표지를 흰색으로 했다는데 오늘날에는 어떤 기관 또는 부문의 활동을 정리한 종합보고서로 발전되었다. 예를 들면 금융 부문에서는 래드클리프보고서(Radcliffe Report)나 윌슨보고서(Wilson Report) 등 영국의 금융개혁을 위한 백서가 많다.

한편 정부정책안을 검토하기 위해 만든 임시적 문서를 녹서(green paper)라고 하는데, 초록색 표지의 녹서는 정부가 대중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국에서는 중요한 정책의 경우 백서를 발간하기 전에 녹서를 먼저 만들었다는 것이다. 녹서가 공론화된 질문을 담고 있다면 백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응책을 담아 정책결정과정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최근 독일의 ‘산업(Industrie)4.0’과 ‘노동(Arbeiten)4.0’은 녹서와 백서의 연계성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출산에 따른 숙련노동인구 감소와 디지털화에 따른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및 노동 분야에 대한 국가적 전략을 수립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담은 녹서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담은 백서가 나온 것은 ‘독일적 꼼꼼함’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독일은 경쟁국의 기술추격과 신흥국 대비 가격 열위라는 환경에서 제조업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2011년 차세대 산업전략을 제시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불씨를 먼저 댕긴 것이다. 그 중심에는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연한 생산시스템이 있으며, 이를 위해 필수적인 사물인터넷과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기술에 산업부흥정책을 위한 자본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산업4.0’을 2012년 발표하였다.

독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의 역할과 더불어 노동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노동 분야의 전략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노동4.0’이었다.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이 경우에도 2015년 문제점과 필요사항을 집대성한 녹서를 먼저 만들고 2016년 11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백서를 발간했다는 것이다.

백서의 핵심은 자본의 선진화에 상응하는 노동의 디지털화를 위한 노동정책 추진이다. ‘산업4.0’의 성공을 위해서 ‘노동4.0’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자본 집적에 의한 인공지능화, 생산의 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 교육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시대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산업4.0’으로 대변되는 자국 산업의 경쟁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노동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모색이다. 

역사적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노동4.0은 18세기 말 산업사회와 최초의 노동자단체 설립(노동1.0), 19세기 후반 대량생산과 복지국가의 시작(노동2.0), 1970년대 이후 사회적 시장경제의 변화(노동3.0)에 이어 디지털 기술과 유연한 노동방식의 증가로 대변할 수 있는 흐름을 말한다. 노동4.0은 디지털화되어가는 생산구조에서 노동의 몫을 유지하기 위한 생산이익의 분배, 공공재와 서비스의 현대화 등 거시경제적인 차원에서 노동정책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독일의 노동4.0이 현재 우리의 상황과는 다르겠지만 우리도 다음과 같은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지속가능성장을 통해 일류국가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노동4.0 백서는 녹서에 담긴 문제점들에 대해 2년에 걸쳐 노조와 사용자,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토의와 연구를 지속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경제활동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직업형태 △빅 데이터와 데이터 보호 △인간노동과 기계노동력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보험의 개편, 새로운 산업 분야의 유연한 근무시간 조정, 안전위생을 통한 양질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노동정책으로 제시하였다. 우리는 디지털화, 세계화,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문화적 충격 등의 요인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정책적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4.0 백서는 ‘디지털시대의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이것은 독일 노동시장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산업4.0시대에 대한 대책은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을 위한 전직훈련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 등에서 가르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규제완화와 합리적인 세제 정비를 전제로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4.0 백서의 서문을 보면 ‘미래의 노동’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가 정상적으로 간주하는 현상은 미래에는 잘못된 허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또한 미래의 노동에 대한 전망과 시나리오들, 그리고 인간에게 유용한 이익을 가져다주며 우리 경제를 성큼 앞으로 나가게 해줄 신성한 직업으로서의 ‘노동’을 다루었다. 미래의 노동을 과거 경험과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만의 노동4.0을 위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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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2018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시킨 정부가 다시 탄력근로제 근무확대 등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 개악과 탄력근로제 확대를 즉각 폐지하지 않는다면, 총력투쟁 국면으로 즉각 전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하루 전 청와대 앞에서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연설회의’를 열어 총파업을 앞두고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비롯한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다.

양대 노총이 정부에 총파업 등 총력투쟁을 경고하며 나란히 거리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두 노총은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정의 탄력근로제 확대실시 합의 뒤 ‘반노동정책 투쟁’에 한목소리를 내왔다. 민주노총은 오는 21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바 있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인다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노총이 연대 투쟁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노동자 복지를 위한 투쟁으로 이해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계를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라거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민주노총과의 결별을 각오하고 노동개혁에 나서라”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로서는 노동계와 정부 여당이 마주 달려오는 기관차처럼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은 22일 예정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 등을 상정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야의 합의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사노위가 순조롭게 출범할지 의문이다. 민주노총이 빠져있는 데다 당초 참여를 약속한 한국노총마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정부와 노동계는 광주형일자리 사업,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등 굵직한 현안을 두고도 갈등하고 있다. 양측 간 견해 차가 근본적으로 다른 현안도 있지만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안도 없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 해결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와 정부는 파국을 맞기 전에 우선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급적 경사노위가 출범하는 22일 이전이 좋다. 노·정이 자기의 길만 고집한다면 ‘촛불시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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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을 위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협상이 당초 시한인 15일을 넘겼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이날 투자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오는 주말까지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사업은 광주시와 현대차의 공동투자로 연간 1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 직접고용 1000여명, 간접고용 1만1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국내 완성차업계 평균의 절반가량으로 하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는 주거·보육·의료 등 각종 후생복지를 지원하게 된다. 노동이사제 등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도 열린다. 노동자와 기업이 한발씩 양보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당초 광주시와 현대차는 국회 예산 심의가 마감되는 15일을 최종 협상 시한으로 잡았다. 끝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나마 완전히 결렬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지난 6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과 민간기업의 협력모델로 관심을 모았으나, 최근들어 간접고용과 저임금에 의존하는 대기업의 손쉬운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광주시가 지난 5월 현대차에 최초 제안했던 평균 초임 3500만원, 5년간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 등의 일부 조건이 변경되면서 현대차가 난색을 표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업에 현대·기아자동차 노조, 민주노총 등이 강력히 반발하며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이 사업이 ‘저임금 일자리 경쟁의 산물’이라며 다른 자동차공장의 임금과 일자리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다른 자동차공장에 비해 낮고 단체협상도 유예되는 조건이기 때문에 노조가 이를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노사정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사업의 취지를 살릴 길을 찾기 바란다.

자동차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지만 1996년 현대차 아산공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공장 설립이 20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해외에만 공장을 세워왔다. 광주에 새 완성차공장이 설립되면 국내 제조업의 부활과 고용창출을 촉진하는 상징적·실질적 의미가 크다. 예산 심의를 위한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의 불씨를 살릴 지혜를 찾고, 노조도 고사 직전의 지역경제와 고용을 살린다는 취지를 이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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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의 역사는 길다. 1930년 11월22일자 동아일보는 굴뚝에 올라 농성을 벌이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일본 가와사키에 있는 후지방직 공장 파업 투쟁을 벌이던 다나베 기요라는 노동자가 80여m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5일간 굴뚝 농성을 이끌어간 이 노동자는 ‘연돌남(煙突男)’으로 불리며 당시 일본과 조선 사회에 큰 센세이션을 불렀다고 한다.

파인텍 해고 노동자들이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75m 높이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지 일 년이 되었다. 해고노동자 홍기탁(왼쪽)·박준호씨가 12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이듬해 5월29일 평양에서는 여성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있었다. 경찰이 파업 중인 평원 고무공장 노동자 30여명을 해산시키자 강주룡이라는 노동자가 12m 높이의 을밀대 지붕으로 올라갔다. 당시 30세의 강주룡은 을밀대 지붕에서 무산자 단결을 외치고 고용주를 비난하는 연설을 하며 농성을 벌였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경찰에 9시간 만에 붙잡혔다. 당시 언론은 강주룡을 ‘을밀대 체공녀(滯空女)’라고 불렀다. 그는 경찰에서 취조를 거부한 채 76시간이나 단식 투쟁을 벌였으며 석방된 뒤에도 파업단을 찾아가 격려했다고 한다. 을밀대 농성은 한국 고공농성 투쟁의 시초로 기록되고 있다.

해방 이후 노동운동이 퇴조하면서 연돌남과 체공녀는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노동탄압이 심해지면서 고공농성이 부활했다. 1990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골리앗 크레인 투쟁을 시작으로 김진숙의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굴뚝 농성 등이 이어졌다. 공권력의 무력진압으로 용산 철거민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고공농성은 목숨을 담보한 극한 투쟁이다. 고공농성자들은 하나같이 “땅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벼랑 끝 투쟁이다. 

서울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의 박준호·홍기탁 조합원이 12일로 농성 1년을 맞았다. 이들은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75m 굴뚝 위에서 힘겨운 투쟁을 해왔다. 그러나 스타플렉스는 경영난을 들어 노사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노동권 존중을 약속한 정부도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모두의 외면 속에 영세 기업의 노동자들이 차가운 허공에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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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와 노동건강연대, 노동당 등 8개 사회·노동단체가 5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을 처벌해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구했다. 노동건강연대 등은 또 최근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박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8개 단체가 사법기관에 CJ대한통운 대표의 처벌을 강력 요구한 것은 정부의 행정조치만으로는 제대로 사업장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판단된다. CJ대한통운에서는 최근 3개월 사이 노동자 3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대전물류센터에서는 30대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중상을 입고 숨졌다. 앞서 8월에는 같은 곳에서 택배 업무를 하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또 옥천터미널에서는 50대 노동자가 쓰러진 후 사망했다. 노동건강연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만 7명이나 된다.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다단계 하청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CJ대한통운은 택배업계 점유율 1위의 물류배송 전문기업이다. 대기업이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은 물론이거니와 간접고용, 외주화 등으로 위험을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경영 행태를 일삼아왔다. CJ대한통운에서의 노동자 연쇄사망은 ‘안전불감’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회사는 사망 사건 발생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 8월 아르바이트생 사망 사건 때에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사고 은폐를 종용하고 거짓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사망 사건은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살인 경영’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도 큰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아르바이트생 감전사 이후 대전물류센터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여 위법 사실을 밝혀내고도 CJ대한통운에 과태료 650만원만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검찰은 같은 달 이 회사 대표이사 3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사망사고를 낸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당국이 손을 놓은 사이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 정부와 검찰은 이제라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자가 희생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당장 끊어야 한다. 국회도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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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오는 22일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로 닻을 올린다. 경사노위는 4일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라도 경사노위를 출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노사정위원회법이 개정된 지난 6월 이후 노사정 대표자회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해 출범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경사노위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첫발을 떼게 됐다. 대화를 통한 사회개혁을 바라는 국민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사노위는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 대표가 고용노동을 비롯한 경제·사회정책 등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이다.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이 충돌하기에 앞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대화기구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핵심 축인 민주노총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경사노위는 완전체 출발을 하지 못하게 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적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내부 강경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지도력에 한계를 보였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출범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기보다 참여하는 게 백번 옳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복지증진과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는 매우 크다. 박근혜 정권 때 촛불혁명을 이끌면서 정치·경제 개혁의 선도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노동자 문제뿐 아니라 성소수자, 청년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대변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로 가입한 노동자가 10만명이라니 사회적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덩치에 걸맞은 책임 의식은 되레 후퇴한 듯하다. 민주노총은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에 산하 조합원들이 연루됐다는 비판에는 함구하고 있다. 반면 노사 상생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구상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금강산 남북 민화협 공동행사 참여가 불발되자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집단이기주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출범 전날인 오는 21일 사회적 총파업을 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비정규직 철폐와 적폐청산, 재벌개혁 등을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로 나라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런 요구를 내건 민주노총의 파업에 공감하는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이 일부 노동자의 이익단체로 전락하거나 정치세력화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민주노총은 진정 노동자 복지증진과 사회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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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다시 노사갈등에 휩싸였다.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노동조합과 산업은행의 반대에도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 신설법인인 ‘지엠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설립안건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 측은 “신설법인이 글로벌 제품 개발을 담당하면 한국지엠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와 산은의 생각은 다르다. 노조는 “법인 분리가 지엠의 한국철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했다”며 총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2대 주주인 산은은 “거부권 행사 대상인 사안”이라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한다. 지난 4월 합의로 경영정상화에 나섰던 한국지엠이 갈등국면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갈수록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사정이 더 어렵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국지엠이 노조와 산은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구개발 신설법인 설립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은 ‘연구인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차원’이라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호주에서 연구인력을 분리한 뒤 철수한 전력도 있다. 한국지엠의 신설법인 설립은 생산직과 연구개발직을 분리해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여차하면 연구분야만 남기고 생산분야는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불과 6개월 전 일자리 보장 계약서를 써놓고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노조를 향해 선전포고한 셈이다.

한국지엠의 노사갈등이 재연된 데는 지난 4월 산은이 한국지엠과의 협상에서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계약서에 서명한 탓도 크다. 세부내용을 따지지 않고 ‘일자리 보장’조건에 홀려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산은은 협상을 끝낸 뒤 8500억원을 투입해 10년간 일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6개월 단기 일자리 안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지엠의 행태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한국지엠은 장기간 노사갈등에 철수론까지 퍼지면서 판매망은 허물어지고,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신차 개발 등을 통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절대적인 지분 확보를 무기로 전횡에 나선다면 결과는 파국일 뿐이다. 한국을 떠난다는 회사의 자동차를 어떤 소비자가 구매하겠는가. 한국지엠이 노사 모두 공존할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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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면세점의 판매직 노동자들이 근무 중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5명 중 1명이 방광염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백화점·면세점의 화장품·명품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28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다. 조사 결과 ‘근무 중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59.8%로, 절반을 넘었다. 그 이유로 ‘매장에 인력이 없어서’(62.4%)가 가장 많았다. 심지어 ‘지난 6개월 동안 생리대 교체를 못한 경험이 있다’는 노동자도 39.9%나 됐다. 이렇게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보니 방광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노동자는 20.6%에 달했다. 일반 노동자들 방광염 유병률(6.5%)의 3배를 넘는다. 화려한 매장에서 값비싼 명품을 다루고 있지만 판매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판매 노동자들은 장시간 서서 일하다 보니 하지정맥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5.3%에 달했다. 일반 노동자의 25배를 넘는다. 이들은 휴게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조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58.1%는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실 사용을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 ‘휴게실 의자가 부족해서’(65.7%), ‘휴게실이 좁아서’(47.5%), ‘휴게실이 멀어서’(26.3%) 등이 지적돼 대형매장의 노동자 휴게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고 있다.

무지외반증에 걸린 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의 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정부는 2009년 대형매장에 판매 노동자를 위한 의자와 휴게시설을 마련토록 했고, 2011년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해당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매장은 거의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의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원할 때 앉을 수 없다는 답변이 64.9%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최근 의자와 휴게시설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의자 등이 있는지 여부만 확인할 뿐 노동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용하는지는 조사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일부 대형매장에서 노동자들이 ‘앉을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며 일정 시간에 일제히 의자에 앉는 ‘의자 앉기 공동행동’까지 시작했다. 정부는 판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객들도 판매 노동자들이 인권을 보장받으며 일할 권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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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차별의 역사도 깁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처음부터 약자였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주장하면 탄압을 받았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기본적인 권리들도 보장받지 못하고 사업주의 이익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2018년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사업주들의 폭행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여성 이주노동자가 성폭행과 성희롱을 당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는 경찰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거나,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또 피해 여성들이 피신할 수 있는 정부 운영의 안전한 쉼터도 별로 없습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도 안에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묶여 있어 노예와 같습니다. 노예와 노동자의 차이는 ‘자유’입니다. 이주노동자는 강제적 노동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고용허가제 안에서는 사업주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아파서 아프다고 해도 거짓말쟁이가 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종종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사업주의 협박도 받습니다. 이 얼토당토않은 협박은 아주 잘 먹혀서 이주노동자는 겁을 먹고, 결국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됩니다.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하지도 못합니다. 사업장에 문제가 있어 이직하고 싶어도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는 탓에 강제노동을 지속하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 버티다 못해 차라리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업장을 이탈하는 순간 체류비자를 잃지만 자유를 잃고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숨어 살기를 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속사정도 모른 채 정부는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단속하고 추방합니다.

그 단속의 과정은 너무나 폭력적입니다. 최근에도 무차별적인 폭력 단속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속과정에서 출입국 단속반은 안전조치를 취하고 집행을 해야 함에도 주먹부터 나가고 무력으로 제압합니다. 8월22일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는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하여 뇌사상태에 빠졌고 한국인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7월에도 경남 함안에서 단속에 나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유학생을 집단폭행한 후 출입국사무소에 닷새 동안 감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폭행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서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출입국사무소는 폭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폭행과 비극적 죽음을 겪어야 할까요.

일터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에서도 이주노동자는 열악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박스, 가건물에서 삽니다. 방안으로 물이 새고, 화장실 없는 곳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문고리도 사업주가 떼어가서 언제든지 들이닥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비용을 받습니다. 월급에서 기숙사비용을 사전에 공제합니다. 노동부는 지침으로 기숙사비를 공제하도록 사업주들에게 대대적으로 권고하였고, 이 제도는 나날이 사업주의 권리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두 사업주만을 위한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것 마저 아깝다며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권과 노동권을 빼앗기는 이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이주노동자는 오랫동안 항의하고 싸워왔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짓누르는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긴 싸움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우리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크게 외치려고 합니다. 10월14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로 모입니다. 자유를 외치기 위해서, 차별과 착취를 끝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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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삼성의 전·현 임직원들이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이 의장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전 삼성전자 임원 등을 합치면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법정에 서게 된 인사는 30여명에 이른다. 검찰은 그룹 미래전략실을 컨트롤타워로 해 일사불란하게 실행된 노조 와해 공작을 ‘전사적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로 규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이 노조를 탄압하겠다고 ‘전사적 역량’을 끌어모았다니 참담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28일 (출처:경향신문DB)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삼성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작업’으로 불리는 와해 전략을 세워 시행했다고 한다. 공작에 동원한 수법은 전방위적이었다.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는 ‘위장폐업’을 유도하고 조합원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 ‘심성 관리’를 빙자한 조합원 개별 면담을 통해 탈퇴를 종용하고, 채무관계와 임신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회유 작업을 벌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염호석씨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8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삼성은 협력업체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경찰 등 외부세력까지 동원했다.

삼성은 지난 4월 90여개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하고 노조활동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0년간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의 사실상 폐기 선언이었다. 그러나 거대기업의 체질이 ‘선언’만으로 바뀔 리 없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기소됐는데도 공식 입장 표명조차 없는 걸 보면 삼성이 과연 구태와 결별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곳은 삼성만이 아니다. 포스코에서도 최근 출범한 새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무력화하려 한 내부 문건이 발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헌법은 노동자가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모든 사용자가 노조를 파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검경 등 수사기관의 철저한 감독·감시가 절실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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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8월4~5일 벌어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28일 밝혔다. 노조원 수백명이 해고되고 수십명이 구속된 쌍용차 사태는 그 후 9년 동안 해고자와 가족 등 30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됐다. 바로 두 달 전 해고자 김주중씨가 삶을 등졌고, 아직 복직하지 못한 해고자도 119명에 달하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이번 조사 결과 밝혀진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경찰의 불법·탈법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과잉진압을 청와대가 최종 승인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당시 옥쇄파업에 참가했던 해고노동자 김선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은 사측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강제진압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경찰관 50명으로 구성된 ‘인터넷 대응팀’은 온라인에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 등을 올리는 ‘댓글공작’까지 했다. 특히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무리한 진압작전은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상급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청와대 고용노동담당비서관과 직접 접촉해 승인받았다.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할 개별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다.

조사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강제조사권이 없다 보니 이 전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비서관도 조사하지 못해서다. 이 전 대통령이 쌍용차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향후 이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와 책임도 규명돼야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8월29일 (출처:경향신문DB)

대테러 작전을 방불케 한 경찰의 강제진압 작전에서는 온갖 불법적 행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경찰청이 사용을 금지한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동원했다. 경찰이 헬기에서 2급 발암물질이 주성분인 최루액을 섞은 물 약 20만ℓ를 노조원들을 향해 뿌린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경찰의 폭력을 경험한 많은 쌍용차 노조원들은 아직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의 행위는 직권남용에 경찰관직무집행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경찰은 조사위가 권고한 것처럼 폭력적 진압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69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취하해야 한다. 그것이 쌍용차 사태로 고통받고 희생된 노조원과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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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일, 8592시간, 51만5520분. 지난해 9월4일부터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택시노동자 김재주를 상징하는 숫자들입니다.

그는 비닐 한 장으로 추위를 버텼습니다. 110여년 만에 찾아온 폭염과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습니다. 스트레스와 운동제한 등으로 인한 위장장애로 소화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조건에도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두 번째 가을을 하늘 감옥에서 맞이하려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전액관리제 쟁취”를 염원하는 그의 외침에 대한 우리들의 침묵이 너무 길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두 번째 굴뚝에 올랐습니다. 첫 번째는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받기 위한 69일간의 고공농성이었습니다.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택시기사가 번 돈을 회사가 취합해 나누는 법인택시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되어 자신을 포함한 택시노동자의 삶이 개선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 결과 2016년 2월5일 노사정(전주시청, 전주시 21개 법인택시,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은 지난해 1월1일부터 월급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다시 하늘에 집을 짓고 살고자 했을 겁니다.

저도 철탑 고공농성을 두 번 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당해고에 맞서 싸웠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노동자 류기혁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하늘에 올랐지만 태풍 나비를 버티지 못하고 하루 만에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96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답답함과 외로움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김재주도 겪었을 감정입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우리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주셨고, 그 힘으로 문제 해결의 불씨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힘이 모인다면 택시 전액관리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액관리제는 2000년 1월2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강행 규정인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고, 1년 이내에 3번의 시정명령을 받으면 면허 취소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행정관청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주시청은 노사정 합의 당사자로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다가 김재주의 고공농성 1년이 다가오자 2018년 8월2일 19개 택시사업주에게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과태료를 청구했습니다. 상식적인 행정집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택시업주는 소송을 걸었고, 전주시는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추가적인 처분은 어렵다고 합니다. 어떠한 압박도 받지 않는 택시업주는 불법적인 사납금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액관리제 실시에 미온적인 전주시와 택시업주들은 김재주의 고공농성 중단을 압박합니다. “법을 지키라”는 소박한 요구마저 봉쇄하려 합니다. 김재주는 자신의 몸이 망가져도 이번만큼은 전액관리제가 시행될 때까지 고공농성을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그의 고통을 우리가 함께 나눠야 합니다.

다음달 1일 오후 3시 전주시청 앞에서 전국의 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전액관리제 쟁취”를 택시노동자 김재주와 함께 외치려 합니다. 김재주가 하루라도 빨리 그리운 땅을 밟을 수 있게 많은 분들의 참여를 호소합니다.

<최병승 | 현대자동차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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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지난 22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복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복귀를 놓고 내부 논쟁을 벌였으나 국민연금 등 사회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대화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하며 모든 사회적 대화를 끊은 지 3개월여 만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민주노총의 복귀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사회의 핵심 문제를 풀어갈 대화의 물꼬가 다시 열리게 됐다. 노사정위를 대체해 오는 10월 첫발을 떼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출범에 탄력을 받게 됐다. 경제사회노동위는 양대 노총, 경총·대한상의 등 노사 대표가 참여했던 노사정위와 달리 비정규직, 여성,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사회 각 분야 대표가 폭넓게 참여하는 범사회적 대화기구다.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 참여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는 좋은 신호임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복귀하면서 업종별 고용대책, 비정규직 철폐, 노동관계법 개혁,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 노동 현안들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개편, 사회보장 강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제조업 위기 극복 방안, 재벌체제 개혁 등 중요한 사회경제적 문제들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를 계승한 경제사회노동위의 활동이 기대된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하면서도 투쟁과 교섭을 병행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하되 필요하면 정치투쟁도 벌이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복귀를 최종 결정한 날 노동적폐 청산, 사회개혁을 위한 11월 총파업 투쟁을 결의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대화의 장에 나서는 민주노총은 투쟁을 말하기에 앞서 공공 단체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성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간 민주노총은 청와대 초청 노동계 간담회 불참, 노사정 대표자회의 무력화 등 사안마다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스스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사회적 공공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사회단체이기도 하다. 대화와 화해를 주선하는 조정자 역할도 필요하다. 다시 사회적 대화기구에 합류하는 민주노총이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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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사태의 30번째 희생자인 해고노동자 김주중씨의 49재가 지난 14일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서 열렸다. 김씨의 삶과 죽음은 한국 사회의 ‘아픈 손가락’인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 6월8일 정리해고된 김씨는 그해 8월5일 파업 중이던 쌍용차 평택공장 옥상에서 경찰특공대에 집단폭행을 당하고 구속됐다.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씨의 오랜 해고 생활은 빚더미만 남았다.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친구 명의로 할부로 산 화물차를 몰며 발버둥쳤지만 결국 지난 6월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그날도 밤새 화물차를 몬 뒤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시키고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라는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아내에게 남겼다.

2009년부터 이어지던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의 죽음의 행진은 2015년 12월30일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후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노사 합의가 지켜지지 않자 지난해 5월 한 해고자의 아내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죽음은 김씨에게로 이어졌다. 그동안 복직이 이뤄진 해고자는 45명에 불과하고 김씨를 포함한 120명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복직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의 죽음으로 복직 대기 해고자가 119명으로 줄었을 뿐이다. 회사는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당장 복직은 어렵다고 하지만 동료들은 사측이 복직 시한이라도 알려줬다면 김씨가 “그렇게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를 비롯한 쌍용차 해고자들은 경찰이 제기한 약 1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시달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09년 3~6월 사측이 작성한 100여건의 문건들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은 사측이 경찰·검찰·노동부 등과 함께 파업유도와 노조와해 계획을 세운 정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이는 쌍용차 사태에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쌍용차 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해당 문건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경찰이나 검찰이 직접 나서야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쌍용차 해고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복직과 손배소송 문제의 전향적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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