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279건

  1. 2017.10.19 [사설]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 허용,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2. 2017.10.11 [사설]노동자 피해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도 되나
  3. 2017.09.26 [사설]노동자 옥죈 양대 지침 폐기, 노사정위 복원 계기 돼야
  4. 2017.09.11 [기고]노동권 앞에 ‘중립’은 없다
  5. 2017.09.01 [사설]‘상여금도 통상임금’ 판결, 노동조건 개선 계기돼야
  6. 2017.08.28 [기고]조선업 산업재해의 이중구조와 해법
  7. 2017.08.16 [기고]임금은 근로자에게 생존의 조건이다
  8. 2017.08.07 [NGO 발언대]성 임금격차 해소 정책 강화해야
  9. 2017.08.04 [기고]산업별 노사 교섭을 논의해보자
  10. 2017.07.21 [사설]최저임금 올려도 소용없는 청년 노동의 현실
  11. 2017.07.17 [사설]최저임금 7530원,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
  12. 2017.07.14 [사설]최저임금 1만원 달성하기 위한 여건 조성 필요하다
  13. 2017.06.16 [기고]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돼야 한다
  14. 2017.06.16 [정동칼럼]최저임금의 딜레마
  15. 2017.06.15 [사설]노동계 최저임금위 복귀, 1만원 실현 위해 매진해야
  16. 2017.06.12 [NGO 발언대]최저임금 논의에 소상공인 처지도 살펴야
  17. 2017.06.12 [사설]집배원들의 잇단 과로사 이대로 둘 수 없다
  18. 2017.06.05 [사설]잇단 이주노동자 사망, 인권 차원서 대책 세워야
  19. 2017.05.25 [사설]노조 파괴 혐의 현대차 눈감아주다 이제 기소한 검찰
  20. 2017.05.12 [시론]‘일자리위원회’에 거는 희망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년 가까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특수고용노동자란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자,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를 설립해 사용자 측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업무수행 단가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꾀할 수 있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도 가능해진다.

노동계에선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사용자와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 입장에선 비용 감소와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의 이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저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탓에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장시간 노동을 하기 일쑤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이나 단체교섭 요구, 쟁의행위 등은 일절 금지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던 탓에 지금까지 적절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점차 인정되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13년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노동3권 보장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헌법소원 결정문에서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와 노동부는 서둘러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노동이 당당한 공정사회’를 만드는 밑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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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체불하거나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사유로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법원이 다룬 노동사건 4만8117건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5.2%에 불과했다. 일반 형사사건 실형 선고율(18.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기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건은 357건으로 이 중 7명만 실형을 받았고, 2심 실형은 한 건도 없다. 파견법과 노동조합법 위반도 각각 163건, 585건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다.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인 임금 체불은 대부분 벌금형이다. 벌금도 체불액의 10~20% 수준인 경우가 태반이다.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임금 체불 규모는 8910억원이고,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는 22만명에 이른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임금 체불을 조장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법원은 노사가 첨예하게 다투는 민사사건에서도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노동인권과 사회정의보다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우선시한 결과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정리해고를 인정한 판결,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사건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의 이런 분위기 탓에 검찰의 노동사건 기소율도 낮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검찰에 접수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50만8639건이고, 이 중 검찰이 기소한 것은 22만8879건으로 37.6%였다.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47.3%)을 밑돈다. 특히 구속 기소는 0.03%(163명)에 불과했다. 고의성이 없고,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사용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자주 기각되기 때문이다.

노동법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탄생했다. 평등한 당사자 간의 분쟁을 다루는 민사법과는 다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이 노동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하면 백약이 무효다. 사법부는 노동자 피해 사건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고, 근본적으로는 독일·프랑스처럼 특별법원으로 노동법원을 설립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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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데 악용해온 양대 노동지침이 공식 폐기됐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전국기관장 회의를 열어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양대 노동지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전격 발표한 양대 노동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가리킨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을 옥죄어온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적폐 청산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질병·부상·구속 등으로 일할 수 없거나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경우 등이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1월22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에 업무·근무성적 부진 등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이나 판례로 저성과자 해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는데 노동부가 ‘쉬운 해고’의 길을 열어준 꼴이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임금 등에 관한 사내규칙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지침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밀어붙이면서 취업규칙 지침을 적극 활용했다. 기업들의 저성과자 낙인찍기와 부당해고도 줄을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 3명을 부당해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요구해왔다. 특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면서 노사정 대화가 중단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고, 김영주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이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가 즉각 복원돼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행정권력의 노동법 파괴와 노조 무력화에 제동을 걸고, 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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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7년 유엔 특별보고관으로서 집회·결사의 자유 실태 파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그중 한국에서는 역동적인 시민사회와 민주적 가치를 주장하는 대중들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은 저항과 대중행동이라는 활기 넘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거리로, 권력의 중심부로 나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민주적인 의무로 즐겁게 받아들인다.

방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전통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20주가 넘도록 부패한 정권에 맞서 주말마다 수백만명이 거리를 메웠고, 놀랍게도 이로써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세계 각국에서 저항해도 소용없다 절망하는 활동가를 만날 때마다 나는 ‘한국을 보라. 민중이 단결하면 힘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촛불집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많은 나라에서 노조의 힘이 약화하고 있어서 한국 노조의 활약은 특히 인상적이다. 자유시장 근본주의와 함께 가는 세계화는 대기업의 권력을 대폭 확대했고 소수의 손에 부를 집중시켰다. 동시에 기업을 규제하는 국가의 힘과 의지는 훼손되었다. 투자 유치를 명분 삼아 국가가 규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는 노동자들이 집회·결사의 자유 행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방한 당시 법과 관행에 ‘노조 할 권리’가 가로막힌 사례를 여러 차례 청취했다. 노동3권이 명시된 헌법이 있지만 노동자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하청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 그리고 교사, 공무원, 해고자들은 노조하기 매우 어렵다. 법은 이들의 결사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사측이 직접 나서 어용노조가 교섭권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다수노조로서 민주노조를 대체하도록 협동 작전을 펼친 발레오전장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파업권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고용 조건에 대한 사안을 넘어서는 문제로는 파업을 할 수 없고,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고 간주하면 파업 참가자는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배소를 당한다.

경제적 조건 역시 나빠지고 있다. 고용불안과 소득불평등이 큰 문제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이들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62%에 그친다. 정규직 노동자라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임금인상률은 GDP성장률에 못 미쳤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더 악화될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불평등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도구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은 낮아진다. 이것은 고도로 복잡한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집회·결사의 자유는 한국 사람들이 이를 자유롭고, 왕성하게, 아무런 간섭 없이 행사할 수 있을 때만 그 효과를 발휘한다.

반갑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87호, 98호를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방문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처럼 국가는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의 행사를 촉진할 의무가 있다. 노조 할 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중립적”이어서는 안된다. ‘중립’은 초국적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을 관망할 때 정부가 쓰는 단어다. 국가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손쉽고 안전하게 행사할 환경을 조성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짧지만 오늘날 한국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서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나라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세계와 세계 경제가 눈부신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권 보호 수단 역시 그만큼의 속도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앞서 그 길을 이끌기 바란다. 정부가 이 길에서 벗어난다면 한국의 역동적인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마이나 키아이 | 전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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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3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년치 4224억원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왜곡된 임금체계에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기아자동차 노조 관계자들이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통상임금 소송 일부승소 판결이 나오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특근과 야근 수당 산정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이 정기적이고 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줄였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인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한 추가 수당 요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등의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기준을 마련했다. 재판부는 기아차 노동자들의 요구가 회사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주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기업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면적인 판단일 뿐이다. 재계는 노동자의 권익향상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아차는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항소 여부는 당사자의 권리지만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일한 만큼 규정대로 임금을 달라는 상식적인 것이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잔업이나 특근을 시키지 않으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추가 비용은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1인당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5시간이나 많다. 일자리 확충으로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장치이다. 이번 판결이 기업의 그릇된 관행에 쐐기를 박고 노동자가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몫을 인정받는 계기가 돼야 한다. 법원은 향후 노동자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도 기업의 경영난을 엄격하게 판단해 노동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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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20일 경남 창원의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지난 근로자의 날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로 인하여 6명이 죽고 25명의 근로자가 크게 다쳤다. 두 사고 모두 변을 당한 것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고, 또 다른 공통점은 수주한 선박의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법정 휴일에 나와 일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7월6일 국내 대형 조선소 10개사의 경영진과 함께 조선업 사망재해 및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조선업 안전보건 리더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 STX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관계자가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이름만 근사한 이런 행사는, 조선업의 제도와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백번을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이나 산재보험 법제는 조선이나 건설 산업같이 동일한 장소에서 모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혼재되어 일할 때의 책임 소재가 기본적으로 갑을관계로 되어 있다. 즉 안전관리와 산재보험 처리를 모회사가 아닌 협력업체가 도맡아 하도록 되어 있다. 도급사업의 안전조치라고 하여 산업안전보건법(29조)에 도급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협력을 규정하고 있으나 하늘과 땅 같은 갑을관계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없는 종이 위의 규정일 따름이다. 요컨대 ‘을’인 협력업체는 ‘갑’인 원청의 납기 독촉과 단가 후려치기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 현장의 모습이다.

정부에서는 사고 원인을 밝힌다고 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사업으로 이익을 챙기는 원청이 아닌 협력업체가 지게 된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하청에 있는 것으로 전제하면서, 예외적으로나 원청의 책임을 묻게 되어 있다. 산재보험법에서도 하수급인 보험가입 인정제도나 별도 가입을 통하여 명문으로 하청업체가 보험가입자가 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 안전관리의 책임에서 원청인 모회사는 빠져나가게 되어 있는 셈이다.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주된 수취자는 원청인데도 말이다. 위험 작업은 외주로 돌리도록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 연유로 조선업 사망 사고의 80% 이상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법을 개정하여 내년 하반기부터 산재 사망사고 때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업체도 하청업체와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 지금의 규정으로도 원청을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규정의 미비로 처벌할 수 없는 예외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일 따름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원청이 지게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법상으로도 하수급인에게 독립적으로 보험에 들 수 있는 길을 열어둘 것이 아니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 몫까지 보험에 들게 하여야 한다.

정부 감독에도 문제가 많다. 안전감독의 본령은 예방감독이다. 사고가 발생한 연후에 요란하게 수사하라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소를 발굴하여 시정하게 하는 것,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자 정부의 역할이다. 서른명 넘는 근로자가 희생된 연후에 야단법석을 떠는 정부의 감독은 희생자에 대한 진혼(鎭魂) 이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욱이 사고에 대한 처벌 강도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근로자가 희생되어도 그때나 요란하지 처벌 내용은 그저 소액의 벌금이나 과태료로 마감된다.

처벌 방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사고의 대가로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부담하게 하여야 하며, 원청의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감독은 사전 예방감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책임을 원청이 지는 것으로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하청 근로자들의 희생은 언제고 다시 발생할 것이다.

<김윤배 |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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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근로자에게는 생계를 넘어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진정한 건수는 21만 건, 체불액은 1조4000억원을 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향상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비용, 처리절차, 처리기간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근로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행정 업무는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역량과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근로자들의 권리도 원활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근로자의 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의 일반행정직 공무원 중 일부를 사법경찰관 또는 사법경찰리로 임명하여 4주 정도의 교육을 하여 직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근로감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이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최근 보도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제55조의 유급주휴일이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노동행정 현장에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해고예고의 방법을 모른다든지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 범위, 더 나아가서 법원의 판례는 차지하더라도 고용노동부 지침과 행정해석을 모르는 근로감독관을 보면 이 보도가 단순히 일부 근로감독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단순한 임금체불을 해결해 달라는 진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근로감독관도 업무수행에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임금체불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4주 교육을 받고 바로 임명된 근로감독관과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동일한 수준의 임금체불 사건을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경력 근로감독관과 초임 근로감독관과는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필자는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동일한 임금체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근로감독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해결 가능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근로자가 임금체불 진정에서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근로감독관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면 이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용자를 고소하여 검사의 판단을 받는 것인데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의 업무폭주, 노동법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하여 이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근로감독관이 한번 잘못된 결정을 하면 사실상 번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동현실은 날로 급변하고 있고 복잡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요구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근로감독행정은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단순히 근로감독관을 증원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감독관의 양성시스템과 역량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감독행정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하여 억울한 근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근로감독청 신설과 근로감독관 증원 등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안들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만으로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근로자의 요구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 더 이상 억울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역량강화 및 근로감독행정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석진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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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임금 격차 해소는 지구촌 많은 국가들이 집중하는 국정과제다. 2017년은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해이다. 지난 3월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초로 모든 기업이 남녀 간 임금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증명하도록 하는 법을 추진했다. 2018년부터 대기업과 정부기관들이 임금 평등규정 준수 확인증을 받아야 하고, 직원 25명 이상인 기업은 2022년부터 적용된다. 200명 이상 고용 기업 직원들이 동료직원 최소 5명의 평균임금 정보를 회사에 요청할 수 있는 독일의 임금공개법도 7월부터 시행됐다. 영국의 성별임금 격차 의무 보고도 2018년 4월까지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250인 이상 기업이 대상이다.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낳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자는 의미에서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투명우산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 전 영국 BBC방송의 연례 보고서 공개로부터 촉발된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고소득 방송인 96명의 명단과 보수 내역이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공영방송 BBC의 임금 성차별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BBC 여성방송인들은 “BBC의 여성들이 같은 일을 하는 남성에 비해 적은 돈을 받고 있다는 오랜 의혹이 입증됐다”고 공개 비판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메이 영국 총리, 교육부 장관 등은 BBC의 임금 차별에 주목하며 개선을 요구했고, 노동당, 여성평등당 등 정당들도 가세했다. 또한 이 흐름 속에서 한 칼럼니스트는 해고됐다. 언론 매체에 ‘남성 방송인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이유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덜 아프고, 임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임금 차별을 두둔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다. 칼럼 삭제는 물론 다시는 그의 글을 싣지 않겠다는 편집장의 사과도 있었다. 열거된 일련의 흐름과 과정은 조직 내부구성원부터 정부, 정당, 언론, 시민사회까지 각각 역할을 통해 영국 사회는 더 이상 남녀 임금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평등한 영국 사회에 대한 합의와 의지, 그것이 제도를 만든 힘이고, 성별임금 격차 해소 제도의 위력을 만들며 영국 사회의 변화를 이끈다.

2017년, 15년째 OECD 성별임금 격차 부동의 1위인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참다못한 여성들은 현실을 바꿔보자고 나섰다. 성평등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성별임금 격차 해소’를 꼽고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7월19일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5개년 계획에는 후보 시절 약속한 ‘성별임금 격차해소 5개년 계획’ 수립으로 남녀 간 임금 격차를 OECD 평균 수준인 15.3% 수준까지 완화하겠다는 내용은 쏙 빠졌고 ‘성평등 임금공시제’만 남았다. 그나마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세부 내용이 없다. 최근 정춘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안’이 그 내용으로 예상되는데 적극적 개선조치제도 대상인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성별·고용형태별 고용현황과 평균임금을 공시하게 했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얘기한 300인 이상 사업장 의무화에서도 후퇴했다. 여성노동자 대다수는 중소영세 사업장에 근무한다. 실효성이 우려된다. 성별임금 격차 해소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대상 규모를 더 낮추어야 한다. 또한 5개년 계획에 빠진 ‘성별임금 격차해소 5개년 계획’ 수립과 지표관리 계획은 반드시 보완, 포함되어야 한다. 여성들은 함께 변화를 만들 준비가 되었다. 좀 더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보고 싶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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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분명히 사회적 대화는 주요 노동공약이기는 하지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와 의중이 서로 다르기에 가장 추진이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자리 중심 고용정책 강화, 노동존중 사회의 기세에 눌린 사용자 측들은 굳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또 버거운 책임을 질까봐 소극적이고, 대선 공약 마련 과정 참여와 이후 정책연합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노조들은 추가적인 소득이 불분명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미조직 노동자들의 문제에서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기에 사회적 대화를 재촉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이전부터 사회적 대화에 대한 원론적인 거부 정서가 강하다.

그러나 소득 양극화나 임금 격차를 축소하고 조직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90%의 노동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시대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배제하고 정부와의 직거래만으로 달성되기 힘들다. 재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시장과의 조화도 찾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합적 해법이 필요하고 이런 해법은 당사자들 간 숙성을 거친 타협점을 찾아야 법개정으로도 갈 수 있다.

사회적 대화의 장에 노사를 불러내고 진지하게 논의를 이끌기 위해서는 논의구조나 참여 방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제 선택이다. 의미도 있고 흥미도 있는 의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사회 통합을 위한 의미는 있더라도 노사의 속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대화는 겉돌기 쉽다. 당사자들에게 민감한 이해관계들의 타협과 조정이 가능하더라도 사회적 의미가 별로 없다면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중심 의제로 산별 교섭의 구축을 제안한다. 기업 단위 교섭과 대기업 이기주의로 인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면서 초기업단위 산별 교섭의 필요성은 노조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병원, 자동차 업종 등에서 산별 교섭을 해본 사용자들은 산별 교섭이 2차, 3차 기업별 교섭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대체로 산별 교섭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업마다 기본급 구조가 다른데 임금인상률을 산업별로 일괄 적용하기에는 난점도 많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가 해야 될 숙제이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호봉제 개선과 직무급 도입 시도를 산업별 교섭에서 추진한다면 어떨까. 노조는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이라는 대의를 저버릴 수 있는 기업별 교섭의 한계를 넘을 수 있고, 또한 직무의 시장가치별로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임금인상이 이루어지면 기업들도 효율적인 교섭이라고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별로 직종과 그 밑의 직무별 시장 평균임금을 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임금차이를 설정한 다음 노동자들의 경력과 숙련을 더하고 학력이나 자격 등 능력요소를 일부 반영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심한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산별 임금교섭 체계를 완성한다면 이후에는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공정한 처우개선의 기준으로 이를 원용하거나 법적으로 효력을 확장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일한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저임금 계층의 임금수준을 위로 견인하는 과부하를 덜어주어 보다 촘촘하고 튼튼한 노동시장 질서를 구축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기업별 호봉제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산업별 교섭체계의 장점을 다시 인식해보고 노조는 직무중심의 임금체계를 통한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실천이라는 노동운동의 연대 의지를 가지고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노사에만 흥미 있는 의제는 아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해 보려는 국민과 사회적 열망을 노사가 진중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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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결정하자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장사를 접고 차라리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편의점 점주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르면 월 평균수익(155만원)이 아르바이트 월급(157만3770원)을 밑돌아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장도리]2017년 7월 18일 (출처: 경향신문 DB)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일 내놓은 ‘2017년 상반기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청년 알바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등 노동착취 행위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부가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패스트푸드점·대형마트 등 399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1%가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 사업장은 35.9%로, 5044명이 17억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서면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한 사업장은 절반이 넘는 56.4%나 됐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도 5.8%에 달했다. 고용주에게 최저임금을 요구하면 해고당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청년 알바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고용주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인턴계약 등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를 피해가기도 한다. 고용주가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법 위반을 이유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청년 알바들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체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알바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내년 최저임금이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고, 24.4%는 ‘알바 고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정당한 임금 지급과 최저임금 준수는 고용주의 기본 의무다. 청년 알바에게 노동착취 행위를 일삼는 고용주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노동부는 철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위법 행위가 드러난 고용주를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 알바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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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됐다. 아르바이트 청년들과 비정규직들이 요구한 1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17년 만의 최대 인상률이다. 이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463만명으로 추정된다. 월 20만원가량 추가 수입이 생긴다고 해서 이들의 고단하고 궁핍한 삶이 곧바로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소득 주도 성장’의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수준이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도 가능할 것이다.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근로자 측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경영과 고용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보이는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영업이익이 월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총이 진정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재벌·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부터 비판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심각한 경제 불평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이 올라야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소상공인과 영세 기업을 위해 3조원을 투입하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자영업자를 위해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낮추고, 현행 5년인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언제까지 국민 세금으로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인건비를 대줄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자영업자 대부분은 참신한 사업 아이템과 도전 정신으로 창업을 했다기보다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소규모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점을 차린 사람들이다. 이런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주가 자기들보다 더 가난하고 불쌍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정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산업 구조를 개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는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왜 이렇게 어려운 상태인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기업과 관련 산업에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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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미 법정 시한인 6월29일을 넘겼고 오는 16일이 최종 마지노선이다. 노동계는 시급 기준으로 올해 6470원보다 54.6% 오른 1만원을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 측은 2.4%(155원) 인상한 6625원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 차이가 3375원이나 된다. 게다가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 측 일부 위원들은 PC방·편의점·슈퍼마켓·주유소·이미용업·음식점·택시·경비 등 8개 업종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 참석을 거부,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노동자들도 의식주 걱정에서 벗어나 가끔 영화도 보고 필요할 때는 택시도 탈 수 있어야 한다. 1만원 정도는 돼야 주 40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소득이 209만원에 이르러 1인 가구 노동자의 표준 생계비(월 215만원)에 근접한다. 물론 임금을 주는 쪽도 생각해야 한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을 단번에 1만원으로 올리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1만원(시급 기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건 터라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측은 2.4% 인상안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 차원에서 최저임금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저소득층 소비가 늘면 내수 증가로 연결돼 경제의 선순환도 가능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납품 단가와 최저임금 인상액의 연동,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의 몫을 채가는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기업의 ‘갑질’을 없애야 한다. 자영업자에게 적용하는 카드 수수료도 대폭 낮춰야 한다. 대기업은 1% 안팎인 수수료가 자영업자는 최고 2.5%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청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정페이’로 연명하려는 사업장은 정리하는 편이 낫다. 사회적 안전망을 우선적으로 확충한 뒤 최저임금 1만원을 한국 사회 산업구조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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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작년 10월24일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 내용 일부를 보도한 지 이틀 후 벗들과 함께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내걸었던 현수막 제목이다. 내가 알기론 이것이 박근혜 퇴진 첫 대중촛불집회였다. 11월3일부터 광화문광장에 텐트로 ‘캠핑촌’을 꾸리고 살다 5개월 만에 집에 들어왔다. ‘이게 나라다’라는 약속을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기도 해서 지금은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이라는 작은 공간을 만드는 공사장에 나가 잡부로 일하며 산다.

그렇게 촛불의 심장 일부가 되어 촛불만 보며 살았던 터라 나는 새 정부를 ‘문재인 정부’라 하지 않고 ‘촛불시민정부’ 또는 ‘광장의 정부’라고 부른다. 1700만 촛불항쟁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정치적 시공간에 세워진 공동정부, 공공정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얼굴과 세력이 들어서든 해야 할 역사적·사회적·공공적 책무가 있다. 박근혜로 대표되던 모든 불공정과 특권, 사유화를 근절하는 일이다. 그들이 추진했던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반생태 정책의 전면 폐기 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비로소 거듭나는 일이다.

몇몇 인사 사고나 흠결들이 눈에 밟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잘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를 꾸리고, 공공부문부터 전원 정규직화하겠다는 출발도 좋았다. 비정규직 고착화의 다른 이름이었던 자회사로 정규직화를 넘어선 온전한 정규직화의 결과를 얻기 바란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연장하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했을 때는 고맙기도 했다. 국정교과서도 폐기했다. 5·18 추념식에 오랜만에 대통령이 참석해 진심어린 추도사를 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는 눈물겨움도 있었다. 성과연봉제 폐지 소식도 들렸다. 모두 상식적인 일들인데 사람들을 온통 감격시켜놓곤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엔 일제고사를 폐지한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이참에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 노동3권 보장 역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임기 초반에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도 있다. 어렵지도 않다. 그간 ‘사용부’에 다름 아니던 ‘노동부’를 바로 세우고, 그 노동부가 2013년 10월 팩스 한 장으로 달랑 보냈던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철회하면 끝이다. 교육부가 그 통보를 근거로 했던 탄압을 중단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은 원고인 전교조가 철회하면 끝이다. 시행령과 장관 고시를 개정해야 했던 국정교과서 폐지보다 쉽다. 걱정과 달리 부담도 크지 않고 명분도 많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공안통치 시기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몇 차례에 걸쳐 법외노조 시정 권고안을 냈겠나. 이 같은 국가인권위와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도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에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 여부는 행정당국의 재량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했기에 ‘행정당국’의 수장인 대통령과 노동부가 ‘재량적 판단’을 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2014년 6월20일에 남긴 기록에 의하면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긴 프로세스(process) 끝에 얻은 성과’였다. 아홉 명의 동료 해직교사를 빌미로 6만명에 이르는 전교조 교사들의 헌법적 권리와 합법적 지위를 강제로 빼앗은 국가폭력에 다름 아니었다. 대통령과 그 공모자들이 국가권력과 기관들을 사유화해서 불법적인 ‘프로세스’를 실행한 가공할 만한 헌법유린 정치공작이자 범죄행위로 앞으로 조사와 진실규명이 필요한 사항이다. 나아가 해외에선 학교장을 넘어 경찰, 군인, 법관, 장관들까지 노조원인 경우도 있다. 그런 공공노조원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어떤 제왕적 대통령도, 특권도 나올 수 없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가지고 건강하게 바로 서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진일보이며, 문재인 정부 5년을 넘어 더 오래도록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첩경이 될 것이다.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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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여론의 집중적 주목을 받는 연례행사이지만 올해는 특히 더 사회적 관심이 높다. 왜냐하면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시간당 1만원이라는 상징적 최저임금 목표를 언제 달성하느냐 하는 문제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올해이기 때문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 시간당 1만원의 최저임금을 요구하는데,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너무 급격한 상승이므로 무리이고, 언제쯤 1만원에 도달하느냐 하는 것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다르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올해 대선에서 최저임금도 중요한 쟁점의 하나였는데, 2020년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이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못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현재 647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3년 만에 1만원으로 올리려면 매년 가파른 상승이 필요한데, 지금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돼서 울상인 영세 자영업자들, 골목상권, 중소 상공인들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는 격이다. 최저임금제는 1인 이상을 고용하는 모든 사업체에 적용되므로 그 적용 범위가 실로 광범위하고, 그중 압도적 다수는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들이다. 대기업은 원래 고임금이므로 최저임금제와 별 상관이 없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몇 년 전부터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해왔는데, 그중 중요한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의 다른 부분으로서는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의 소득을 늘리는 것도 포함되는데, 최저임금 상승은 노동자의 소득을 증가시키지만 다른 한편 노동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들의 비용을 늘림으로써 소득을 낮추게 되니 말하자면 양날의 칼인 셈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문제의 딜레마가 있다. 임금은 원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소득이고,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비용이라는 두 개의 측면을 갖는데, 이 모순적 성격이 올해에는 특히 극명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자니 노동자들은 웃는데, 중소 상공인들은 울상이요, 거꾸로 가면 반대 현상이 생긴다.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딜레마와 비슷하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저임금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을 보면 공화당 대통령 아래에서는 최저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반면 민주당 정권하에서는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나라의 체제나 이데올로기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토마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을 보면 2차대전 직후 미국의 최저임금이 프랑스보다 훨씬 높았는데 반세기가 지난 최근에는 대역전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보수적 정권인 김영삼·이명박 정권 때는 최저임금이 쥐꼬리만큼 오른 반면 진보적 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많이 올랐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아직 낮은 수준이므로 적극적인 인상이 바람직하다. 물론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고용에 큰 부담을 주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올해 최저임금도 적극적인 인상이 요구된다. 문제는 인상의 적정 수준을 찾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3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4년 혹은 5년 만에 도달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4년 만에 도달한다면 연평균 상승률은 11.5%가 되고, 5년 만에 도달한다면 9.1%의 상승률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이 가장 빠르게 상승했던 노무현 정부 때의 연평균 상승률이 10%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4~5년 만에 1만원에 도달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켜 3년 만에 1만원 달성을 실현한다면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15.6%가 되어 기업에 상당히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고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문제의 답은 둘 중 하나다. 대통령이 약속을 약간 어기는 것이 되지만 4~5년 만에 1만원 달성으로 후퇴하거나, 아니면 원래 약속을 지키되 비용 상승 압박을 크게 받게 될 중소 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임금보조 정책(이것도 원래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들어 있다) 또는 다른 지원책을 병행하는 것이다. 다른 지원책 중에는 카드 수수료 인하라든가 골목 상권 살리기 대책(예를 들면 성남시의 골목상권 전용 지역상품권의 발행)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튼 새 정부의 신뢰가 달린 어려운 문제를 노사공익 3자가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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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의 불참으로 파행이 우려됐던 최저임금 논의가 15일 열리는 3차 전원회의부터 본격화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최저임금 논의에서 시급 1만원 즉각 인상을 요구했지만 공익위원들이 시급 6470원을 전격적으로 표결에 부치자 근로자 위원직을 사퇴했다. 올해 두 차례 열린 전원회의에도 모두 불참했다. 그동안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위 복귀를 망설인 것은 가구생계비의 최저임금 기준화, 공익위원 위촉방식 변경,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감독 및 처벌 강화 등에 대한 정부의 제도 개선 의지가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지려면 최저임금은 매년 15.6%씩 올라야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올해 6470원에서 2018년 7485원, 2019년 8660원, 2020년 1만19원 수준이다. 그러나 재계는 최저임금위 논의 시작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고용을 줄일 것이라며 매년 되풀이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법에 따라 오는 29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최저임금위의 논의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280만명뿐 아니라 노조가 없는 90%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 조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 약자들의 임금협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호주가 올해 최저임금을 18.29호주달러로 인상하고, 미국의 뉴욕·캘리포니아 등 19개주가 최저임금을 올린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일본도 지난해 최저임금을 사상 최대폭인 24엔 인상한 822엔으로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 각국의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 한국도 소득 양극화 해소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에 매진해야 한다. 매년 법정시한을 넘기고 ‘찔끔 인상’으로 노동계의 불만을 증폭시켰던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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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초의 시급 노동 대가는 4320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수습 기간을 적용한 최저임금 90%인 3890원이었다. 첫 아르바이트의 주된 업무는 피자를 만들어 포장하는 일이었다. 4년이 지난 2016년에는 숙련되어 당시 최저임금보다 470원 높은 6500원을 받았지만 필요 이상의 소비를 참아내는 삶은 3890원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사장님과 나누어 가질 수 있었고 의자에 한 번도 앉지 못한 바쁜 날에는 1시간의 시급을 보너스로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야간수당과 주휴수당까지는 챙기지 못했다.

내가 일하던 가게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피자집이었다. 창업개설비(가맹비·교육비·인테리어비·간판비 등)부터 이따금 불쑥 내라는 광고비, 카드 수수료와 배달앱 수수료까지 나갈 돈은 한두 푼이 아니었다. 이미 계약 당시 예상했던 마진이 나지 않기 시작했는데 같은 상권에 다른 프랜차이즈 피자집 3개가 더 입점하더니 이번엔 하루 주문량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렇다고 가게 임대료를 낮춘다거나 가맹비를 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엔 사람을 줄였다. 처음엔 3명이 했던 일을 1년 후엔 2명이, 또 1년 후엔 나 혼자서 하게 되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조원들이 29일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3보1배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어쩌다 사장님과 최저임금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래도 사장님은 저보다 더 많이 버시잖아요!’와 ‘나도 이번 달에는 너만큼밖에 못 벌었어!’라는 내용이었다. 점점 언성이 높아질 때 우린 직감했다. 우리 입장만 우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 무렵 사장님은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어 낮엔 가게 일을 하고 밤에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일하지 않는 날엔 시민운동을 했다. 그렇게 사장님과 나는 영업이 끝나면 다른 투쟁을 시작했다. ‘각개전투’라는 말 말고는 서로 외로워지는 싸움을 설명할 수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서 알바와 사장의 고통은 ‘알바 살리자고 최저임금 올릴 거면 지금 당장 최저임금도 주기 힘든 소상공인의 생계를 책임져라’는 말로 치환된다. 이는 둘 중 하나가 적자생존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오는 몇십억원 손해와 이득이라는 단순한 숫자놀음도 이 난제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높아진 임금이 내수경제 활성화를 불러올지 소상공인의 멸망을 불러올지는 그 어떤 경제학 논리로도 단언하기 힘들다. 그러니 이젠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높아진 임대료, 그 어떤 규제도 없이 작은 상권에 난립하는 동종 업계들간의 경쟁, 그리고 납득할 수 없는 근거조항으로 징수되는 가맹비부터 헤집어 진짜 해답을 찾아가는 논의를 시작하자.

올해도 어김없이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전보다 우호적인 정부가 출범했으나 작년과 똑같은 위원들이 앉아있다. 작년 협상 당시 가위바위보로 임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사용자위원의 추태가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러났다. 구의역, 경산 CU에서 일하다 죽은 최저임금 노동자는 또 다른 노동자로 손쉽게 대체됐다. 노동자가 손쉬운 소모품이 되는 시대,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월급으로 규정하는 시대에서 생계유지도 되지 않는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시작되는 최초 노동은 일종의 낙인효과를 가져온다. 최저 인간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자존을 회복하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의 진짜 이유 중 하나다.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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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집배노동자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경기 가평우체국 소속 용모 집배원이 우체국 휴게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출혈로 사망했다. 용 집배원은 전날 늦은 시간까지 비를 맞으며 일했고, 다음날에도 오전 6시쯤 출근해 출장준비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가평우체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간 집배원 3명이 잇달아 사망했다. 동료들은 인력부족과 하루 평균 11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대구달서우체국 소속 김모 집배원이 1t 화물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당시 김 집배원은 자신의 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으로 ‘겸배’를 가다 사고를 당했다. ‘겸배’란 업무 중 결원이 발생했을 때 다른 집배원들이 배달 몫을 나눠 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여의도우체국 집배원 홍모씨(47)가 여의도동의 한 골목에서 오토바이로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집배원들은 하루 2000건의 우편물과 택배를 처리하고, 시골에서는 100㎞ 넘게 오토바이로 달린다. 배달 일을 마치면 우체국으로 돌아가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밤늦게까지 분류하는 집배원들은 과로사로 숨지는 사례가 많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집배원 사망사고 9건 중 7건이 과로사였다. 올 들어서도 집배원 11명이 과로·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시간에 이른다. 일반 노동자의 2267시간보다 600시간 이상이나 많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이 매년 선정하는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에 오르는 우정사업본부의 산업재해율은 일반 노동자의 2배가 넘는다. 일반 노동자 재해율은 0.5%인 데 반해 우정사업본부는 1.03%에 이른다. 특히 ‘토요 택배’로 집배원의 노동여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우정사업본부는 2014년 집배원 토요 휴무제를 실시했지만, 1년2개월 만에 토요 택배를 다시 시행했다.

집배원들의 고용 구조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정규직, 특수고용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비정규직 등이 있다. 그중 공무원이 아닌 정규직은 민간자본이 만든 별정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이고, 특수고용직은 ‘재택 집배원’으로 우체국으로 출근하지 않고 중간에서 우편물을 받아 배달하는 집배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장시간 노동, 상시적 위험, 불안정한 고용구조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집배원들의 ‘죽음의 행렬’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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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양돈장 정화조 청소작업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노동인권 보호와 산재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노동·사회 시민단체는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은 한 해 평균 2.8명이 정화조 질식사고로 사망했는데 올해는 벌써 4명이나 숨졌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이 100만명에 이르는데도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자 부끄러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법무부 장기구금 외국인 강제송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이주노동자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이른바 3D 제조업체뿐 아니라 국내 농축산업에서도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구타와 욕설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받고 있다. 지난달 돼지축사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4명이 사망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12일 경북 군위에 있는 양돈장에서는 정화조를 청소하던 네팔 출신 노동자 2명이 질식사했다. 네팔 노동자들은 분뇨 흡입 기계가 고장나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수작업으로 정화조 청소를 하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7일 경기 여주시 북내면의 한 돼지축사에서는 60대 중국인과 30대 태국인 노동자가 축사에 쌓인 돼지 분뇨를 치우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63조에 ‘예외 노동자’로 구분돼 있어 법정 휴가나 초과근로수당은 물론이고 체불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현대판 농노’로 불리고, 노동시간은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은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사업장 변경 횟수와 기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축산업 취업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비교적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취업도 금지돼 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반노동·반인권적 법률들을 즉각 개정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기회의 땅’이 아닌 ‘노동착취국’이자 ‘노동지옥’이란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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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11년 유성기업의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현대자동차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청업체 노조에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재벌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의 행위는 불법 소지가 다분하므로 검찰의 기소는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 범죄 증거를 확보하고도 시간을 끌다가 사건 발생 6년 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두고 전격 기소했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어도 검찰이 법과 원칙대로 이 사건을 다뤘을지 의문이 든다.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은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2011년 손을 잡고 지금껏 갖은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해왔다. 검찰이 이 같은 현대차의 비위 증거를 확보한 것은 4년여 전이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현대차 임직원들은 2011년 초 유성기업에 제2노조(어용노조)가 설립되자 그때부터 수시로 유성기업 사측으로부터 노조 운영 상황을 보고받았다. 현대차는 제2노조 조합원 확대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회의실에서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이 2012년 말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e메일 등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사실 확인 불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현대차 직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소장에는 검찰이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임직원을 노조파괴 혐의로 기소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박민규 기자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고, 지난해 2월에는 새로 확보한 증거들을 모아 현대차 임직원들과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검찰에 다시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가 지체되면서 지난해 3월 노조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올 2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 구형(징역 1년)보다 높은 형량이었다.

현대차 늑장 기소와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형식적 기소는 검찰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처벌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사건도 덮을 수 있다. 여기에 노조를 바라보는 공안 검사들의 비뚤어진 시각까지 더해지면 노동자들은 처벌을, 기업은 면죄부를 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같은 시스템 개혁 외에도 노동 문제에 검찰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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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 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취임과 동시에 정책 실현의 구상과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과거 몇몇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다. 대선 과정에서 내건 많은 공약들을 지키겠다고 했다. 물론 대선 공약 최우선 과제가 일자리였으나 뜻밖이었다. 그래서일까, 다소 기대를 한다. 5월10일 대통령 취임 메시지 때문이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일자리를 챙기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간 대통령 취임사에 없었던 표현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문구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에 비춰볼 때 앞으로 일자리위원회는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과 평가, 기획 발굴은 물론 부처 간 정책 조정 등에 나서게 된다. 향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어떤 위상과 기능을 할지 주목된다. 아마도 대통령 공약을 국정과제로 이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비정규직 문제일 것 같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취업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 지난 20년간 우리에게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최대 관심사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던 시대마저 끝난 듯하다. 이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 고용형태는 무의미하다. 하청이나 협력업체 직원부터 독립계약자까지 매우 다층적이고 복잡한 고용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게다가 일터에서 겪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국내 대기업 ㄱ통신사 본사 건물 사내 커피점은 들어갈 수 없다. ㄴ공공기관 정규직 샤워실은 사용하지 못한다. ㄷ물류운송업체에서는 관리자에게 허락받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 모두 간접고용 파견용역 노동자 일터의 현실이다. “쓰고 내다 버린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정도로 비정규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분’(身分)이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새 정부 일자리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면 좋겠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새 정부의 좋은 일자리는 공공과 지역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첫째,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 감축 의지가 필요하다.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비정규직 개선 의지에도 공공부문에서는 규모가 줄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최소 6만5000명 정도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각 기관과 부서에서는 정부 규정과 예산 등을 핑계로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했다. 중앙정부의 인력과 재정적 지원 없이 개별 기관의 의지만으로는 비정규직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단 1명의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지자체가 30곳이 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둘째,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전환이 필요하다. 파견용역 비정규직이 공공부문에서만 11만5000명이나 된다. 주로 청소, 경비, 시설, 콜센터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같은 곳에서 적게는 2년부터 많게는 수십년째 일하기도 한다. 2년에 한번씩 바뀐 유니폼을 지급받을 때 자동적으로 고용주가 바뀐 것이다. 파견용역 간접고용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조차 안 되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전환을 권고했음에도 정부는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셋째, 지자체 민간위탁과 일자리 보조사업 비정규직 해결이다. 지자체 민간위탁은 주로 콜센터, 사회복지시설, 청소년수련관, 어린이집 등 각종 ‘위탁시설’로 240여 지자체에 2만5000개 정도 추정된다. 문제는 민간위탁 종사자의 약 15% 남짓이 비정규직임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사대상에서도 제외된 곳이다. 게다가 중앙과 지방의 일자리 보조사업은 더 심각하다. 일선 현장에서는 국비와 시·도비 매칭사업으로 불리는데 모두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다. 전국 지자체에 연간 4만5000명 정도 고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비정규직 해결의 실마리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상시·지속 업무’를 기준으로 전환기준이 충족된다면 예외 없이 전환하고, 실행가능 분야를 추진함으로써 정부의 전향적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이미 국회 청소용역과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고용불안과 처우개선만이 아니라 업무환경까지 바뀌었다. 더불어 이제는 눈치 안 보고 연차휴가도 사용하고, 산업안전 문제도 미약하지만 개선되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불합리한 일터의 현실에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대통령 일자리 공약집에는 일자리 창출(4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4개), 노동존중 사회실현(11개) 등 총 19개 정책이 담겨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학계와 노동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한 내용들이 거의 모두 녹아들어 있다. 주요 국정과제는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1만원, 청년수당, 사회안전망 확대, 노동교육 의무화, 체불임금 제로, 알바존중법, 노동이사제, 위험의 외주화 방지까지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이나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등 거의 모든 노동정책이 담겨 있다.

어떻게 보면 ‘일자리’로 표현되어 있으나 ‘포괄적 노동’ 정책을 다룰 것 같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 작은 희망을 기대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정부 행정조직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위탁 시설과 공공근로, 일자리보조사업 그리고 인턴까지 포괄하는 국가고용통계 사이트부터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노동부와 각 지자체에 지역 노동정책을 전담하는 행정조직도 설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정책들이 많이 담겨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나 감정노동과 같은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한 정책부터, 기존 지자체에서 실험적으로 진행된 정책도 있다. 다만 새로운 정책 못지않게 기존의 좋은 정책을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지난 3년 사이 서울과 광주 그리고 경기 성남, 서울 성북, 광주 광산구 등 몇몇 지자체에서 의미 있는 정책들이 진행된 바 있다. 새로 출범할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에서부터 실효적인 대책을 기대해 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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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