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280건

  1. 2015.11.22 [사설] 민주노총 압수수색은 법을 앞세운 폭거다
  2. 2015.11.22 [기고] 일자리에 갇힌 청년정책
  3. 2015.11.16 [사설] G20 정상 앞에서 노동개혁 호도한 박 대통령
  4. 2015.11.13 [사설]최저임금 올려도 고용감소 없다는 매닝 교수 충고 새겨야
  5. 2015.11.11 [사설]민주노총 20년,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연대를 하라
  6. 2015.11.10 [사설] 사측에 노조문제 조언한 근로감독관을 감싸는 노동부
  7. 2015.11.08 [사설] 경북교육청의 편법적인 저성과 해고, 공공기관 맞나
  8. 2015.11.04 [사설]‘저성과 해고’ 부작용 보여주는 금융계의 퇴사 압박
  9. 2015.10.23 [사설]호텔 늘어나면 청년실업 해결된다는 박 대통령의 발상
  10. 2015.10.20 [기고] ‘출산파업’은 이미 시작됐다
  11. 2015.10.20 [사설] 장기 근로 일용직 청년들을 집단 해고한 롯데호텔
  12. 2015.10.20 [사설] 근로자 780만명이 세금 한 푼 안 냈는데도 복지할 수 있나
  13. 2015.10.13 [정동칼럼] 콜트·콜텍 지회장의 단식농성
  14. 2015.10.12 [사설] 한국노총, 산하 노조 부당노동행위 묵과할 텐가
  15. 2015.10.09 [사설]박근혜 정부 들어 청년고용 되레 줄었다니
  16. 2015.10.07 [기고]국제구호활동 위축시키는 노사정 합의
  17. 2015.10.07 [기고]오뚝이들의 해피엔딩
  18. 2015.10.07 [이택광의 왜?]망한민국
  19. 2015.10.05 [사설] 유럽의 노동개혁을 부러워하는 한국의 보수에게
  20. 2015.09.29 [정동칼럼] ‘고용보험 개혁’ 노동자가 연대해야

민주노총 본부와 주요 산별노조에 경찰이 21일 2500명의 병력을 투입해 군사작전식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법을 앞세운 ‘폭력’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경찰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짓고 책임자 처벌 및 배후 색출을 압수수색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당한 공권력 집행의 수준을 넘어섰다. 경찰의 압수영장을 보면 4·16세월호 범국민추모행사를 포함해 올 한 해 모든 대규모 집회가 수사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노조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잠재워 보겠다는 발상을 드러낸 것이다.

경찰은 또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난 후 불과 1시간 만에 아무런 확정적 증거도 없이 민주노총이 폭력집회에 사용한 것이라며 경찰무전기, 헬멧, 손도끼, 밧줄 등 압수물품을 공개했다. 경찰의 무리한 기자회견은 민심을 대화가 아닌 여론조작과 공포분위기 조성 등 공안탄압으로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민중총궐기 대회의 본질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일방적인 노동개악, 농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따른 성난 민심의 표출에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민주노총을 폭력집단으로 몰아세워 여론을 호도하는 것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동개혁, 한·중 FTA,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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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이다. 지겨우리만큼 반복되는 ‘청년’과 ‘청년정책’에 관한 논쟁이 서울시의 청년정책을 두고 연일 매서운 말들을 주고받으며 계속되고 있다. 이미 청년문제는 일자리를 넘어 주거, 학자금, 부채 등으로 보편화됐지만, 청년정책은 여전히 고용에만 머물러 있다. 언론 역시 청년정책의 해법이 취업과 창업정책에 있는 것처럼 문제해결의 시야를 가두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사이 청년들의 냉소는 더욱 심해져 가고 있다.

이 냉소는 비단 정책의 공백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정부와 언론의 일방성에서도 기인한다. 새롭게 발표된 서울시의 청년정책을 두고 이런 행태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청년수당이라 불리는 청년활동지원사업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세금으로 유권자의 표를 매수하는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이인제 의원은 청년들에게 현금을 주면 ‘아편’이라는 원색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일자리가 핵심이라며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청년정책의 실패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당사자들이 일방적 논평만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는 청년활동지원사업 불가 방침을 밝히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서울시의 새로운 청년정책의 혁신과 강점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나온다. 서울시는 청년을 정책의 수요자로 대하며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고, 청년 역시 그 권리의 주체로서 참여해 다양한 정책 결정의 장을 만들어왔다. 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의회로 이어지는 청년 주도 거버넌스의 진화와 독립된 영역으로서 청년정책을 심의하는 청년정책위원회가 그 예이다. 그렇기에 일자리에만 머물러 있던 청년정책을 활동, 주거, 부채 등 독립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정책 분야로 확대할 수 있었다. 이는 그동안 일방적이고 협소했던 청년정책의 한계를 서울시가 처음으로 인정하고 과감하게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이뤄낸 혁신적인 사례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서울시와 청년의 새로운 관계맺음은 보려 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고압적인 태도를 앞세우고 있다. 청년수당을 비롯한 일련의 청년정책에 대한 논란에 정작 당사자인 청년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게 이상하다. 심지어 이 정책을 서울시와 청년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말이다. 정말로 청년을 위한다면 권위를 내려놓고, 청년이 권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여전히 청년을 어린 시민으로 규정하고 가르치려 드는 권위주의를 거둬야 한다. 청년들이 보이는 냉소의 뿌리는 이러한 태도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청년을 위한다고 앞다투어 말해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청년이 누구인지, 청년정책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다. 이제 청년의 문제를 풀기 위해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청년들이 정책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가 청년정책을 일자리에만 가두는가. 당신들이 모른다고 해서, 상상할 수 없다고 해서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다.


+임경지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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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노동개혁을 ‘포용적 성장’의 모범적 성과로 소개했다. 비정규직 양산이 우려되는 5개 노동법을 양대 노총의 반대 속에 밀어붙이면서 포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아무리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어법을 자주 사용한 박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포용적 성장’은 시기와 내용 모두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과정에 대해 “연초부터 9월까지 120차례의 치열한 논의 끝에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며 “경제위기에 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합의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한국의 노동개혁이 마치 노사 간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한국 노동운동 사상 최악의 야합이라 평가받는 ‘9·13 노사정 합의’가 민주노총이 배제된 ‘반쪽짜리’ 합의였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난 14일 10만명이 넘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표출된 민심의 분노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포용이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와 여당은 노사정 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마저 반대한 노동법안을 어제 일방적으로 국회 환노위에 상정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G20 정상 앞에서 “효율적이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면서 비정규직, 청년여성에 대한 차별도 바로잡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어느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업종을 제조업체까지 확산하는 법안만 해도 그렇다. 박 대통령은 고용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청년들을 평생 비정규직의 굴레에 몰아넣고 고용불안정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최저임금 현실화에 눈감은 채 저임금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깎아놓고도 사회안전망이 강화됐다는 박 대통령 주장에 동의할 세계 지도자들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더구나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이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나라다. 박 대통령의 노동개혁 자화자찬은 청년과 비정규직들을 더 깊은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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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해온 가장 중요한 논리 중 하나였다. 정부가 노동계의 ‘최소 두 자릿수 인상률’ 요구를 거부한 채 지난 8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고작 450원(8.1%) 인상된 6030원으로 고시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그러나 그제 한국노동연구원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 앨런 매닝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의 발표 내용은 그런 고정관념과 다르다. 매닝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인다는 주장은 주류경제학의 기초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실제 경험적 연구에서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 최저임금을 도입한 1999년 전후시기(1997~2007년)를 비교해 보면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기간 소득 중간값의 45%에 불과한 최저임금이 55%로 인상됐지만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소득수준 50% 이하 노동자들의 임금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매닝 교수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저임금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이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38명의 경제학자를 상대로 한 패널조사에서도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9달러로 25% 인상하는 안에 대해 찬성(47%)이 반대(11%)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설사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켜도 장기적으로 소득재분배와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수백조원대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도 인건비 절감을 통한 이윤추구에만 매달리는 재벌들의 과도한 외주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개혁’은 기업 경쟁력 강화만을 강조할 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하고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재직 기간 180일에서 270일로 늘려 놓고 있다. 이렇게 실업급여는 깎고 실업급여 문턱은 높이면서 ‘노동개혁’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매닝이 지적했듯이 노동조건을 악화시켜서는 결코 개혁적 성과를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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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어제 출범 2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 20년을 향한 비장한 결의를 밝혔지만 노동계 전체가 당면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속되고 있는 ‘노동개악’ 시도가 외부로부터의 위기라면 비정규직 확대와 쉬운 해고라는 전면적인 노동탄압에도 총파업 결의 하나 자신 있게 못하는 무기력과 전략부재는 내부로부터의 위기라 할 수 있다. 그 사이 정부는 민주노총을 청년세대와 비정규직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노조이기주의라는 비판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2000년대 이후 비정규직과 사내도급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냈고 비정규직 노조를 조직화하는 데 앞장섰다. 학교와 공공부문에서 12만2000여명의 비정규직을 노조로 조직화해낸 것도 민주노총이다. 주 5일제를 위한 선도적 문제제기,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논의 등 노동계 이슈를 의미 있는 사회적 의제로 발전시킨 민주노총의 그간 노력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출범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20년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왜 현 시점에서 자신들이 노동자 전체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는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1996년 12월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날치기에 맞서 3개월간 끈질긴 총파업으로 노동법 개악을 막아낸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법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법 개악에 동의한 원죄도 갖고 있다. 민주노총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의 비용절감을 위한 지속적인 고용유연화에 효과적인 방패막이가 되지 못했고 일부 대공장 노조는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의 희생과 고용불안정을 방치한 측면도 있다.


11일 민주노총 창립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창립을 축하하고 있다._김정근기자


당장 현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선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나 파견확대 방지, 실업급여제 등 비정규직에 절실한 과제보다 정규직 노조 중심의 ‘임금피크제’에 지나치게 집중한 측면이 없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투쟁일변도 중심의 낡은 운동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오히려 최근 연대와 단결이 필요할 때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에 필요한 것은 ‘말로만 비정규직 끌어안기’가 아니라 노동자 전체 이익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불사른 ‘전태일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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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반월공단 내 근로감독관들의 부적절한 술자리 파동에 대해 노동부가 결국 ‘사소한 일’로 결론을 내렸다. 노동부는 자체 감사 결과 불법적인 노조파괴 컨설팅은 없었고 중징계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감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9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해 6월 독일계 기업 오스람코리아 노무담당 간부와 술자리를 가진 2명의 근로감독관 중 1명은 무혐의, 나머지 1명은 경징계를 요구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근로감독관들은 노조의 요청을 받고 사측의 장기간 교섭지연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던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감독관이라면 노조 결성 후 8개월이 넘도록 조합사무실 제공, 조합비 일괄공제 등 기초 교섭요구안도 거부하고 있는 사측의 불성실 교섭 태도를 추궁하는 게 상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근로감독관 중 한 명은 사측에 ‘유성기업처럼 제2노조를 만드는 것도 봤고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기업노조로 완전히 바꾼 동서공업도 봤다’며 감독관 신분으로서 해서는 안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해당 감독관은 한발 더 나아가 ‘동서공업의 노사문화 우수기업 신청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동서공업 사태는 2008년 직장폐쇄와 정리해고를 거치며 직장노조가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한 경우로 노동계에서는 대표적인 노동탄압 사례로 꼽힌다. 맥락을 따지자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껄끄러워하던 사측을 위해 근로감독관이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 중 동서공업 사례를 강성노조 정리해법으로 추천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동부 감사담당관실은 이를 정반대로 해석했다. 근로감독관들이 ‘유성기업이나 동서공업처럼 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상적인 노사교섭을 촉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술자리 이전에 안산지청장과 2명의 근로감독관이 오스람코리아 상무와 별도의 식사자리를 가진 것은 아예 징계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 비용을 모두 안산지청에서 부담했다는 것이 무혐의 이유지만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노동부가 4개월씩 걸려 내놓은 감사 결과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 할 수 있다. 노동부는 더 늦기 전에 엉터리감사 결과를 취소하고 재조사를 통해 비위에 상응하는 엄한 책임을 당사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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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이 종전의 취업규칙을 폐지하고 ‘직원관리규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저성과자 해고를 도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집단규범을 노동자의 동의도 없이 사용자 마음대로 도입한 것이다. 경북교육청이 지난달 19일 산하기관에 보낸 ‘교육실무직원 관리규정’을 보면 공공기관에서 만든 규정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해당 규정 72조는 ‘이 규정은 복무상 규율과 근로조건 등에 관해 정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효력이 있으며 기존 취업규칙은 폐지한다’고 돼 있다.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정한 규정이 새 취업규칙이 되고 종전 취업규칙은 폐지된다는 것은 ‘교육감이 곧 노동법’이라는 인식과 다름없다. 이는 사용자의 우월적인 지위 남용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동조건은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32조를 부정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10인 이상 사업장에 취업규칙 제정을 의무화하고 불이익변경 시 반드시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헌법 정신에 기초한 것이다. 경북교육청은 일방적으로 정한 직무규정에 ‘근무성적 평가결과 3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경우’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노동자의 동의 없이 저성과 해고를 도입한 것이다. 경북교육청이 이렇게 노동법을 무시한 직무규정을 통해 저성과 해고를 도입한 것은 정상적인 절차로는 저성과 해고 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월에도 각급 기관에 저성과 해고를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지시했다가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경북교육청의 편법적인 저성과 해고 도입은 헌법적 가치 대신 기업의 경쟁력만이 강조되는 퇴행적인 ‘노동개혁’의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노동부가 법 대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저성과 해고 기준을 만들려 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니 공공기관들이 노동법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이미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 때 집단적 동의가 아닌 개별적 동의, 즉 직원 개개인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과반수 동의 요건을 채워도 노동부가 묵인해준 바 있다. 경북교육청의 편법적인 저성과 해고 도입도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노동부가 경북교육청의 사례를 용인할 생각이 아니라면 조속한 시일 내 단호한 조치를 내려 다른 공공기관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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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서 희망퇴직 거부자들을 잉여인력으로 분류해 엉뚱한 전환 배치나 직무역량향상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저성과 해고’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현실화되고 있는지 우려된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희망퇴직 거부자 27명을 두 차례에 걸쳐 잉여인력으로 분류한 뒤 인사발령 조치했다. 대상자 대부분이 고령의 직원인 데다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부서에 배치해 인사의 목적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입사 후 수십년을 영업직에서 근무한 직원을 정보기술(IT) 개발 부서로 발령낸 것은 사실상 해고의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 같으면 제 발로 나가기 전에는 사측도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저성과 해고 가이드라인이 논의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전환 배치 후 실적이 저조하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직원들의 자진퇴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B손해보험도 희망퇴직 거부자 19명을 역량향상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해 사외 온라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 말이 역량향상 프로그램이지 당사자들로서는 저성과 해고의 전 단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해놓고 ‘정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가 가능해졌지만 ‘저성과’가 정당한 해고사유가 되는지에 대해 아직 명문 규정이 없다. 정부는 이 때문에 판례 등을 기초로 저성과 해고의 엄격한 절차와 요건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노동자들을 해고의 남용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을 노동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상 정당한 해고사유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평생을 몸 바쳐 일한 고령의 노동자를 단지 성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반하는 부당해고임이 명백하다. 고령의 직원이 연봉에 비해 성과가 떨어져 구조조정 필요성이 있다면 대화로 문제를 풀거나 정당하게 정리해고 절차를 밟는 것이 온당한 처사다. 이 점에서 최근 금융인 압박 조치는 저성과 해고의 해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이제라도 저성과 해고 가이드라인이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손쉬운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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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창출 대책에 얼마나 단순한 사고를 갖고 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제 여야 대표를 포함한 청와대 5인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서비스 규제 완화 법안만 통과되면 청년실업 해결에 큰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논리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호텔 수가 한류 열풍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학교정화구역 내 호텔 건립 규제를 완화하는 관광진흥법에 집착했다. 박 대통령 발언을 보면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이 일자리 수 자체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있다는 점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학교정화구역 내 호텔 건립이 쉬워지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말에도 외국인투자촉진법안만 통과되면 1만4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2조3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이 만들어진 후 실제 창출될 직접고용 일자리는 200여개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말한 1만4000개 일자리는 공장 건설 현장의 일용직 등 간접고용 인원을 포함한 것이었다. 호텔 건립 규제 완화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2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학교정화구역에 객실 300~400개 규모의 호텔이 58개 늘어나면 4만7000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전망치는 매출 10억원 증가당 고용유발계수를 기초로 한 것으로 실제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먼 ‘통계놀음’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또다시 업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통계를 믿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0대 그룹의 29세 이하 청년고용 증감율_경향DB


설령 규제 완화로 일자리가 늘어난다 해도 기업들의 무분별한 비정규직 남용에 제동을 걸지 않는 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실제 롯데호텔의 경우 자산이 2003년 4조6000억원에서 2012년 12조700억원으로 2.8배 증가하는 동안 고용은 5648명에서 3509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건비 절약에만 급급해 룸메이드·세탁실·연회행사 등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빈자리는 계속해서 간접고용으로 대체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롯데호텔이 장기알바를 무더기 해고한 데서 보듯 직접고용 역시 불완전 고용이 증가 추세에 있다. 결국 기업들의 무분별한 비정규직 남용에 제동을 걸지 않는 서비스 규제 완화는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청년실업 대책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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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아이를 둔 대한민국의 ‘아줌마’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그 과정을 마쳤다. 그 과정 동안 시댁과 친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둘째는 돌 지난 다음 대구에 있는 친정 부모님께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양가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우리에게는 하루하루가 ‘육아전쟁’이었다. 1995년에 첫째, 97년에 둘째를 낳았으니 모두 90년대 중후반의 일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통계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워킹맘’은 고달프다. 헌법 제36조2항에 규정되어 있는 ‘모성보호조항’은 여전히 선언적 의미가 강한 허울 좋은 규정일 뿐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엄마는 종종걸음을 치고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죄의식에 시달린다.

2015년 10월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워킹맘의 여전한 고충을 보여주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455개 감독대상 중 무려 85%인 385개 사업장에서 모성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후 30일까지는 해고할 수 없으나 이 기간 중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노동자는 523명에 달했다. 임산부에 대한 야간 및 휴일근로 제한 위반은 29건, 임산부에 대한 시간외 근로제한 위반은 16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게다가 법적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보다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여성노동자들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모성보호를 위한 법률적 근거는 진작에 마련돼 있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여성고용률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말 기준으로 시간제 노동자의 89%가 퇴직금, 연차휴가, 4대보험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라 한다. 여전히 모성보호는 여성노동자가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세 가지 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모성보호법을 위반하는 기업을 확실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성보호법을 지키는 것이 위반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워킹맘을 위한 ‘공동육아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비용문제는 예산 배분에서 정부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와 정책결정권자의 의지의 문제이다. 실제로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출생아 1인당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급여에 대한 공공지출이 1인당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결혼한 여성들이 연대해 ‘출산파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너무 선동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므로 권유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그런 조짐은 진작에 시작됐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단어가 일상용어로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고,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라는 지표는 ‘출산파업’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정말 위기가 왔을 때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사람 귀한 줄 알고 제대로 대접해 사회구성원을 키워내는 일의 중요함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돈 몇 푼 더 주는 것으로 생색내지 말고 제대로 된 ‘공공적’ 육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출산과 육아는 개인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사회 공동의 책임이다.


강은숙 | 해양대 해양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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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은 1년 넘게 ‘장기 알바’로 일하던 청년노동자 10여명을 최근 무더기 해고했다. 해고된 청년노동자들은 근무 기간 중 영문도 모른 채 매일 출근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했고 해고 통보 후엔 ‘퇴직금을 줄 테니 노동자로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요구에 합의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롯데호텔 측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도록 계약 형식만 하루살이 일용직으로 만들어놓고 상시고용 노동자와 별반 다름없이 고용하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선심 쓰듯 하면서 무리한 각서까지 요구한 것이다.

롯데호텔의 변칙고용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년 11월 롯데호텔 뷔페에서 84일간 일하면서 84번 계약서를 작성한 청년노동자에 대해 “계약 형식만 일용직일 뿐 실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판정했다. 롯데호텔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바로 그때부터 정상적인 고용전환을 검토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롯데호텔은 중노위 결정에도 일일계약 형식의 변칙고용을 중단하지 않은 채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동원해 1심 행정법원에서 중노위 결정을 뒤집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항소심 첫 기일을 앞두고 유사한 변칙고용계약을 1년 이상 유지해 오던 청년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호텔 측은 “메르스 사태 등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돼 해고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으로 들린다. 해고노동자들에 따르면 일일고용 형식의 장기 알바들이 주로 계약해지 대상이 됐다. 그것도 근속기간이 긴 순서로 해고됐으며 빈자리는 대부분 신규 고용으로 대체됐다. 롯데 측이 2심을 앞두고 무기계약 전환 위험이 있는 노동자들을 미리 솎아내고 향후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각서까지 받았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한 설명일 것이다.


롯데호텔이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주고 작성하게 한 합의서_경향DB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알바천국 등에서 구인광고를 보고 알바를 시작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알바를 시작해 군대를 다녀와 2년 넘게 일하던 노동자도 해고됐다. 호텔에서 일하는 장기 알바는 그저 소모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의식해 2018년까지 청년고용을 2만4000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고용이라면 의미가 없다. 정부 역시 재벌들의 청년고용 확대 약속만을 믿고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을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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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으로 정부가 세법을 수정한 결과 면세자가 크게 늘고, 실효세율은 제자리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세 부담이 커진 직장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급히 수정 세법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담세의 불균형만 심화시킨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며 공제 제도를 고쳐 세수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이렇게 좌초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어제 발표한 ‘2014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중이 2013년 23.7%에서 2014년 48.2%로 늘었다. 실질적으로 낸 세 부담액 정도인 실효세율은 4.6%에서 4.7%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면세자를 제외한 납세자의 실효세율은 4.9%에서 6.1%로 비교적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일부 납세자의 세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조세의 원칙이다. 최근에는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됐다. 그런데도 전체 근로자의 절반 가까운 780만여명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조세 원칙,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고소득자 등 부자에게만 세금을 더 부과해 복지재원을 마련하자고 요구할 수는 없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납세라는 의무가 따라야 한다. 물론 부자 증세도 필요하다. 소득이 많아질수록 높아지는 실효세율은 과세표준이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층부터 상승률이 급격히 둔화한다. 이들에게는 현행 최고인 38%보다 높은 세율을 신설해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내년에도 면세 근로소득자는 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2015~2019)’에서 소득 수준에 따른 적정 세부담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중장기적으로 근로소득세에 최저한세제를 도입하고, 세액공제를 줄이는 등의 방안으로 면세자를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저성장과 고령화가 현실화하고 있어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세수부족액은 22조원에 이른다. 많은 국민은 증세 없는 복지 확충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으며, 세금을 더 내겠다는 의사도 갖고 있다. 지금이라도 복지와 세금의 문제를 털어놓고 사회적 공론을 통해 어떻게 효과적이고 공평한 방법으로 증세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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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콜트악기와 콜텍 이런 회사는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 노조 때문에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을 뒷받침한답시고 그런 발언을 한 모양인데,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악의적인 왜곡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트악기’와 ‘콜텍’은 기타를 만들어 판매하고 수출도 하는 기업이다.

두 회사는 박영호 대표이사가 오너인 곳인데, 2007년 회사는 돌연 국내 공장의 폐업과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된다. 2007년 4월 인천 부평공장의 콜트악기 노동자 38명을 정리해고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충남 계룡시에 있는 콜텍 대전공장의 폐업과 노동자 전원 정리해고, 2008년 8월 부평공장의 폐업과 남아 있던 노동자 9명의 해고로 이어졌다.

2007년 당시 콜트악기와 콜텍은 전 세계 전자기타 시장의 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회사의 재무상태도 안정적이었고, 과거 10년 동안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었다. 콜텍의 정리해고에 관한 항소심 판결문은 “우량한 기업”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런데 회사가 갑자기 국내 공장을 폐업하고 노동자 정리해고를 단행한 이유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콜트·콜텍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다롄에 현지법인으로 생산공장을 세웠다. 콜텍의 경우, 다롄공장은 처음에는 임가공 위탁생산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회사는 2003년부터 다롄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직접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생산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점차 몰아준다. 그러면 국내 공장의 채산성은 당연히 악화될 수밖에 없고, 회사는 이를 이유로 정리해고에 나선다. ‘먹튀’나 진배없다.

콜트악기와 콜텍의 노조가 회사의 경영상태를 악화시킬 정도로 강경 투쟁을 일삼았던 것도 아니다. 콜트악기가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낸 적이 있다. 2008년 8월2일자 동아일보 보도는 “노조의 장기파업에 따른 경영압박과 적자 누적”으로 부평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다고 썼다. 그 보도가 허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2011년 9월19일 동아일보는 “콜트악기 부평공장의 폐업은 노조의 파업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용자 측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의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고, 노조의 파업은 대부분 부분파업이어서 회사 전체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정정보도를 냈다.


졸지에 해고당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2012년에 이르러 대법원은 콜트악기 측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해고 노동자들이 돌아갈 공장은 없었다. 회사는 복직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을 다시 해고했다. 콜텍의 경우 2009년 항소심 판결은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지 않다고 하면서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컬처럴액션, 콜트콜텍기타노동자 공동행동 공연장면._경향DB


하지만 대법원은 당장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없었더라도 장래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했고, 결국 콜텍 노동자들의 패소로 끝이 났다.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값싼 노동력을 찾아 별도 법인과 공장을 설립하고 멀쩡하게 잘 운영되던 국내 공장을 졸지에 없애버리는 식의 정리해고를 막을 수 없다.

어느덧 9년째이다. 그동안 안 해본 거 없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싸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 이후, 10월5일부터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콜트악기 노조의 방종운 지회장은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단지 여당 대표의 발언 때문만은 아닐 게다. 방 지회장은 ‘더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그게 강경 노조 때문이라는 식의 왜곡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미 그가 돌아갈 공장은 없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본질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파괴시키는 해고 방법.” 이것이 그가 싸워야 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그의 힘겨운 투쟁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호중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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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제도 시행 후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관련된 부당노동행위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노골적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해 한국노총으로 가라고 압박하는가 하면 한국노총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차별적 교섭은 물론 조합비를 대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복수노조 아래서 한국노총 노조가 노조 탄압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제1노조인 상황에서 민주노총 소속 제2노조가 출범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2011년부터 직원들을 회유 포섭하고 사찰까지 자행했다. 관리자 승진을 조건으로 각서까지 받아내는가 하면 민주노총 노조 출범과 관련한 동향을 일일이 파악해온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우건설 하청업체들이 한국노총 노조를 앞장세워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온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현장 협력업체별로 (노조는) 동일하게 한국노총으로 선정하고 최초 노조비 1인 3만원을 회사가 부담한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청업체들이 공사를 수주한 후 현장 인력을 본격 채용하기 전 한국노총 노조를 미리 ‘알박기 노조’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한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문건과 함께 하청업체가 한국노총 앞으로 조합비를 송금한 계좌이체 확인증, 한국노총 노조를 지원하기 위한 하청업체들의 분담금 현황표도 발견됐다. 이쯤 되면 해당 노조는 ‘어용노조’를 넘어 부당노동행위를 공모한 ‘범죄집단’으로 봐도 무방하다. 지난 7월 중앙노동위원회도 사용자인 핸즈코퍼레이션이 한국노총 산하 노조와 결탁해 한국노총 노조에만 편의를 제공한 소수노조 차별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바 있다.


이처럼 2011년 복수노조 시행 후 한국노총 노조가 소수노조에 ‘악행’을 자행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중앙대 등 대학의 청소미화노동자가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견디며 노조를 만들면 어김없이 나타나 과반수 노조 지위를 붕괴시킨 것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아직까지 산하 노조의 이 같은 행위에 단 한번도 유감표명이나 진상규명을 지시한 적이 없다. 한국노총 지도부의 침묵은 한국노총 전체의 도덕성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9·13 노사정 합의’로 노동자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도 모자라 이제 한국노총은 산하 노조의 명백한 부당노동행위까지 묵과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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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기업에 고용을 늘려달라고 사정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10대 그룹의 청년고용은 해마다 줄고 있다. 경향신문이 어제 보도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의 29세 이하 청년고용 보고서를 보면 10대 그룹 직원 중 청년 비중은 2010년 27.5%에서 해마다 하락해 2014년 25%로 떨어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지난해 청년고용 증가율은 마이너스 2.9%였다.

둔화하는 추세이기는 해도 한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청년고용은 역주행하는 셈이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과 내년도 청년일자리 예산 증액 편성 등을 통해 정부는 대기업이 청년고용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인센티브와 보조금 지급, 세제 지원 등의 고용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대기업이 청년 비중을 줄이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태다. 100대 기업만 사내유보금이 총 804조원에 이르지만 고용은 회피한다. 성장이 둔화하고, 미래도 불확실해 실탄을 비축하고 있다는 게 대기업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기업 부는 늘어나고, 국민은 가난해지는 양극화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만 나홀로 생존을 모색하는 경제 생태계는 지속될 수 없다.


국내 20대 대기업 자산 10억 증가 대비 고용 증가 순위_경향DB



거듭 지적한 것처럼 청년고용 문제는 고학력 구직자가 쏟아지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고용시장의 불일치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일자리 창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지만 상대적으로 저임금에 안정성마저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가능한데, 현재 구도에서는 어렵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다가 당선되자 폐기한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경제민주화 대신 채택한 각종 부양책과 규제 완화는 대기업에만 혜택을 줄 뿐이다. 대기업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가 없음도 이미 입증됐다.

청년고용 문제의 단기 처방으로는 공공부문에서 시행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 대기업에 확대해 적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또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고용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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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개발에서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가난한 나라에 도움을 주는 ‘성공적인 국가’의 사례가 되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서도 다양한 민간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민간단체들은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제3세계 가난한 나라에서 아동교육을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의 보건, 의료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주민 자치조직을 만들어 우리 민족 전통의 향약, 두레와 같은 협동과 자조 활동을 이행하도록 지원하고, 특히 읽고 쓰는 교육을 통해 주민들의 문해율을 높여 권리를 이행하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의 하루 소득이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무역을 실시하고 농장(공장)의 작업환경들을 개선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제3세계에서 직업훈련, 소액 대출 등의 활동으로 가난한 주민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그 고용이 잘 유지되어 개인과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 국제구호개발의 목표이고 활동가들의 꿈이다.




지난 9월13일 노사정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는 구호개발활동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역주민, 기업, 정부가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안정적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지역개발(혹은 발전)의 기본적인 개념인데 ‘노사정의 합의’는 이러한 개발의 기본 개념과 맞지 않는 내용이다.

최근 민간구호개발 단체들 내부에서도 저임금, 비정규직 확대, 인턴십 증가로 직업의 안정성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 많은 단체들은 제3세계 현장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노사정 합의’ 역시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연장’ 등과 같은 사항은 한국 경제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 같다. 이제 국제구호개발 활동가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구호개발을 수행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권기정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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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이 쌍용차 해고자들에게도 일어나길 기대했고, 지금의 고난이 그 행복한 결말을 위한 과정이라고 마음먹기도 했다.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푸념하기엔 죽음의 공포와 앞날의 막막함이 늘 우리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참 멀고 희미한, 그러나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 신기루의 길이었다. 그 길 어디쯤 우리는 인도에 서 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9월23일 인도로 떠났다. 올해 1월 티볼리가 잘 팔려 경영 상황이 좋아지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던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약속을 지키라고, 인도의 노동자·시민들과 연대해 마힌드라그룹에 쌍용차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도 땅에 간다고 마힌드라그룹이 만나줄지, 생면부지의 동양인에게 인도 시민들이 쉽게 마음을 열어줄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막막했다. 우리를 바라보는 인도 시민들의 시선의 진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의 진짜 뜻이 제대로 통역되는지 확인할 수 없어 불안했다. 하지만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인도 시민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힌드라그룹이 있는 이곳 뭄바이 지역의 모든 정당과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9월28일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쌍용차 해고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함께할 것이고 만약 10월까지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다면 11월부터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7년 동안 쌍용차 해고자들이 내민 손을 한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잡아주었던 것처럼,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인도 노동자들과 시민들도 해고자들을 품어주었다. 그날 대표자회의에 함께한 정당, 노조 명의로 마힌드라그룹에 면담을 요구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만든 구조물에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_경향DB


바로 다음날 마힌드라그룹 경영진이 우리를 만나러 왔다. 우리는 쌍용차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쌍용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경영진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척추 수술로 입원 중인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엔 코엔카가 입원실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현재 노사 교섭이 중단된 상태고 교섭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쌍용차 해고자들이 인도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우리들은 이야기했다. 코엔카 의장은 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바로 쌍용차 경영진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지만, 병원에 누워 해고자들을 맞이해주고 교섭을 약속한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국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10월5일 쌍용차 최종식 사장이 기업노조 홍봉석 신임 위원장과 함께 36일째 단식 중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찾아가 진전 있는 교섭을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7년간 쌍용차 해고자들이 싸운 과정에서도 이런 약속과 힘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지난 대선에서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여야가 약속을 지켰다면 공장 복직의 지름길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죽음을 각오하며 고공농성, 단식을 이어가는 것이 좋아서 하는 노동자들은 없다.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을 이기고 싸워 나갔을 뿐이다. 구호를 외치고 머리띠를 묶었지만 마음속에선 늘상 넘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다.

지난 7년간 쌍용차 해고자라는 낙인으로 28명의 세계가 사라졌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지만 넘어지며 깨지고, 베인 상처 또한 이 영화의 결말이다. 상처뿐인 이 신기루 같은 길에서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기대한다. 그리고 공장 문이 열릴 때까지 쌍용차 해고자들은 오뚝이처럼 일어설 것이다.

40일 가까이 단식을 하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에게 연락이 왔다. 진정성 있는 교섭이 열렸으니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인도를 떠난다. 다시 인도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동민 | 쌍용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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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수사는 ‘망했다’인 것 같다. ‘망한민국’이나 ‘헬조선’이나 모두 이런 ‘망했다’는 수사에 기반을 둔 표현일 것이다. 이 수사는 사회의 불평등이나 부조리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어떤 정치적 기획도 기대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이미 몇몇 명민한 비평가들이 의견을 제출했지만, 그럼에도 굳이 되풀이해서 이 ‘망했다’라는 수사를 분석하려는 이유는 여전히 이런 발화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탈정치성’의 의미를 좀 더 파고들어가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망한민국’이나 ‘헬조선’ 담론을 기존의 세대론으로 전유하면서 정치에 대한 설교를 늘어놓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다. ‘망했다’는 선언은 교묘하게 정치적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을 뿐, 결코 정치를 반기지 않는다. 지난 시기 동안 집권 여당이 사용해온 다양한 ‘청년담론’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해고와 고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개혁’을 단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맹점을 이용해 자본의 편에서 이익을 관철하려는 시도이다.

모두가 ‘망했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면 망한 이들만 망했지 모두 망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 보수 경제학의 관점에서도 지금 상황은 부의 총량이 감소한 것이라기보다 특정한 계급에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른바 복지제도에 대한 ‘전후 합의’가 깨어지면서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게 된 반면, 아무나 부자가 될 수 없는 시대가 왔고, 대체로 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신자유주의’라고 부른다. 이 시대의 특징은 자유로운 경쟁이다. 물론 경쟁만 자유로운 것이지 모든 것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다른 것은 금지되어야 하는 역설이 이 시대의 특징이다.





‘망했다’는 수사는 이런 역설로 인해 빚어진 불행에 대한 묘사이다. 이 수사는 충동적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 정교한 논리에 얹혀 있다. 무엇을 해도 소용없기 때문에 탈출구는 ‘탈조선’ 아니면 ‘죽창’이다. ‘탈조선’이 이른바 선진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것이라면, <죽창맨>이라는 웹툰에 뿌리를 둔 ‘죽창’은 탈출할 수 없는 이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복수의 수단이다. 전자든 후자든 결론적으로 사적 구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망한민국’이나 ‘헬조선’ 담론이 정치화를 비껴가는 지점이 여기일 것이다. 보수나 진보라는 가치 구분보다도 기성세대라는 동일 범주가 더 강력한 의미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망했다’는 정서는 강력한 정치혐오를 내재한다.

분명히 ‘망했다’는 수사는 현재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출현한 것이다. 그러나 또한 분명하게도 현재의 정치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을 폐지하고 있다.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망한 정치를 버리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망했다’는 정서가 놓여 있는 자리에 ‘잘못됐다’는 생각을 놓는 일이다. ‘망했다’가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어 버린 디스토피아를 전제하는 것이라면, ‘잘못됐다’는 디스토피아의 이미지가 누락하고 있는 지점을 밝혀내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단순한 당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기보다, 진정으로 참아낼 수 없는 적대를 찾아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도대체 지금처럼 모든 것이 ‘좋아요’로 획일화되어 버린 조건에서 적대는 어디에 존재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최근에 ‘싫어요’라는 버튼을 추가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보여주기’는 관심을 표명하는 것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에서 ‘좋아요’를 누르든 ‘싫어요’를 누르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표명하지 않는 ‘무관심’을 없애지 못한다. 페이스북의 비밀은 관심과 무관심의 이분법에 있는 것이지 ‘어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검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집중’시키면서 작동한다. 이런 점에서 페이스북의 원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없는 세계’를 그대로 닮아 있다.

페이스북은 ‘망했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 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망했다’는 ‘보여주기’를 즐기면서 관심을 요구한다. 그러나 ‘망했다’는 수사에 감춰져 있는 ‘누가 망했나’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는 ‘망했다’는 선언보다 ‘잘못됐다’는 선언에 가깝다.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이택광 |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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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보수층이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를 위한 노사정위원회 합의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유럽의 노동개혁 열풍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노동개혁 모델로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내세운 데 이어 최근 다른 유럽 국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유럽의 노동개혁을 한국의 ‘노동개혁’과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다. 한국의 노동개혁은 사실 하르츠 개혁을 잘못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하르츠 개혁은 고용유연성과 함께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한국의 노동개혁은 고용유연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 ‘조금 덜 일하면 모두가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만든 35시간 근무제를 노사 자율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 68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놓고도 추가로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느냐 마느냐 힘겨루기를 하는 한국의 노동개혁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추진하고 있다는 노동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문 파업 시 투표율 50%에 득표율 40%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개정안이 어떻게 대처 정권 이후 30년 만에 가장 강경한 파업제한 조치인지 한국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공공·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투표자의 40%가 아니라 재적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파업이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경영상 해고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총리가 노조로부터 달걀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반대파업 시 형사처벌에 손배 폭탄까지 각오해야 하고 이제는 저성과 해고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 서부고용지원센터가 지난 21일 개최한 실업급여 설명회에 들른 한 시민이 지친 듯 앉아 있다._경향DB


실업급여 축소도 유럽과 한국의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프랑스는 28개월 동안 4개월 이상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18개월 동안 6개월 이상 일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그나마도 정부와 여당은 실업급여가 너무 많이 나간다고 판단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재직기간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리려 한다. 영국은 실직 후 2년 이상이 되면 1주일에 30시간의 공공근로를 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노동개혁으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실업급여가 길어야 8개월인 한국 노동자들은 2년이 넘어서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영국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재계와 보수층이 유럽을 부러워하기 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과도한 복지가 노동 의욕을 감소시키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개혁해야 할 것은 장시간 저임금,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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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윤을 따라 움직이는 시장경제라지만 어쩌다 이리 사람을 막 부리는 대한민국이 돼 버렸을까? 불안정, 저임금 노동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최근 노동개혁 논의에서 또 말문이 막힌다. 취업규칙의 일방적 변경, 저성과자 일반 해고 등도 문제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사회안전망 보완책으로 내세운 실업급여마저 그러하다.

첫 제안은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나왔다. 실직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실업급여를 50%에서 60%로 올리고 급여 기간도 현행 3~8개월에서 1개월씩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추는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고, 노사정 합의문에 “실업 인정 심사 강화” 문구가 들어가더니 새누리당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 기여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올해가 고용보험 도입 20년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불안정 노동시장에 맞도록 고용보험을 전면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취업자의 54%, 노동자의 36%가 고용보험 밖에 있고, 비정규 노동자 중에선 열에 여섯이 고용보험과 무관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새누리당 방안은 가장 실업에 취약한 노동자, 누구보다 실업급여가 절실한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한다. 고용보험 20년 역사가 고발하는 핵심 문제를 일부러 못 본 체한다.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청년, 불안정 노동자를 내세우지만 정작 실업급여에서는 이들을 더욱 벼랑으로 내몬다. 우선 기여기간 연장은 실업급여 문턱을 높이는 심각한 개악이다. 지금은 6개월 가입하면 수급자격이 부여되었으나 이후 9개월로 늘린다는 게 새누리당 개정안이다.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의무기간을 채우지 못해 실업급여 자격을 얻지 못하는데 기간이 늘어나면 사각지대는 확대될 것이다. 한국의 불안정 고용시장에서 최소한의 염치조차 찾아볼 수 없다.



하한액 인하 역시 저임금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약화시키는 내용이다. 현재 실업급여 계산 기준은 자신의 평균임금 50%이지만 상하한액 구조에 훨씬 큰 영향을 받는다. 2014년에 50% 급여산식에 따르는 수급자는 5.5%에 불과하고, 하한액이 적용되는 실업자가 무려 3분의 2이다. 정부는 급여율을 60%로 인상한다고 생색내지만, 오히려 다수 저임금 실업자의 급여를 깎는 조치를 동반한다. 변화 수치는 똑같은 10%포인트이나 대상 규모가 현격히 다른 꼼수이다.

급여기간 1개월 연장은 절대적 기준에서 개선된 점이다. 하지만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가입기간이 짧아 대부분 급여기간이 4~5개월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다른 직업 탐색과 준비가 가능할까? 짧은 급여기간은 충분한 준비 없이 취약한 일자리에 또 나서게 하는 압박 요인이다. 더 늘려야 한다.

결국 정부와 새누리당이 서구의 유연 안정성을 흉내 내는 듯 실업급여 대책을 내놓았으나 어이가 없다. 노동자는 대한민국 구성원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그럼에도 대통령까지 나서 실업급여 카드를 꺼냈다는 점을 주목하자. 고용보험 대개혁 운동을 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고용보험 밖에 있는 노동자를 위한 실업부조 도입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재원이 장벽으로 제기될 것이다. 막스 베버에 의하면 권력은 ‘타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다. 고용보험 개혁에서도 기업이 책임지라는 선언적 요구보다는 현실을 변화시킬 실질적 힘이 관건이다. 다수의 참여를 이끄는 재원전략이 요청된다. 평범하게도 보험료 인상이 그 길일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실업급여 보험료율이 노사 합쳐 3%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1.3%에 머문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안정된 중심권 노동자가 동의하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에게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고생하는 자식들이 있고, 이제는 그 역시 일자리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나와 내 자식을 위한 연대라 여기고, 저임금 노동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정부는 어찌 나올까? 모두의 실업 안전망을 위해 노동자 스스로 더 내겠다는데, 노사 절반 보험료 구조에서 기업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있을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을 위해 실업부조를 도입하자는 데 정부가 자신의 몫을 회피할 수 있을까? 설령 그러해도 나아가자. 우리 사회에 노동자가 주도하는 고용보험 개혁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노동개혁의 적극적 의제로, 노동자들이 손을 잡는 고용보험 연대전략을 고대한다.


오건호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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