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299건

  1. 2016.01.17 [여적]아베와 박근혜의 노동개악
  2. 2016.01.12 [사설] 한국노총 노사정 합의 파기,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
  3. 2016.01.11 [경향의 눈] 노동인질극과 스톡홀름증후군
  4. 2015.12.30 [사설]대기업 구조조정, 노동자 보호 방안도 강구해야
  5. 2015.12.27 [사설] 죽음의 공장 한국타이어에서 38살 노동자 또 죽었다
  6. 2015.12.27 [사설] 정년 60세 시대 앞둔 세밑 감원 한파의 그림자
  7. 2015.12.20 [사설] 평화적 3차 민중대회 처벌, 누굴 위한 공권력인가
  8. 2015.12.18 [사설]노동5법 없어도 이미 노동자의 권리가 무너지고 있다
  9. 2015.12.17 [정동칼럼] 삼성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10. 2015.12.16 [사설]23세 청년도 희망퇴직 대상이 되는 노동 현실
  11. 2015.12.14 [사설] 쌍용차 7년 만의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를 환영한다
  12. 2015.12.11 [시론]박 대통령 공약대로 하자
  13. 2015.12.11 [사설]저성과해고 연내 강행 저의가 의심스럽다
  14. 2015.12.11 [시대의 창]노동법, 개혁이냐 개악이냐?
  15. 2015.12.10 [사설]한상균 위원장 체포했다고 노동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16. 2015.12.08 [사설] 노동5법 연내 통과야말로 ‘노동재앙’이다
  17. 2015.11.30 [사설] 반도체 노동자 또 사망, 이젠 사회적 해법 찾아야
  18. 2015.11.26 [로그인]당신의 1시간은 얼마입니까
  19. 2015.11.23 [사설] 양대 노총이 반대하는 노동개악법, 강행 근거가 사라졌다
  20. 2015.11.22 [사설] 민주노총 압수수색은 법을 앞세운 폭거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 5법 통과에 목을 매던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는 파견 확대의 위험성을 놓고 한·일 공동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일본의 반 사치오(伴幸生) 나카마 유니온 위원장이 참석해 아베 신조 정권의 ‘노동개악’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반 사치오의 고발이 이어질 때마다 ‘어쩌면 우리와 똑같으냐’며 탄식이 흘러나왔다. 특히 파견법은 근 10여년 터울을 두고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었다. 일본에서 파견법제가 도입된 것은 1985년이고 한국은 1998년 입법이 이뤄졌다. 일본은 그로부터 14년 후인 1999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파견을 전 업무로 확대했고 한국은 2007년 파견 업종을 26개에서 32개로 확장했다.


노동 5법 쟁점 사안 주요 응답내용_경향DB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파업 확산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가 잠깐 있었던 것도 동일했다. 일본에서는 2008년 말 해고된 파견노동자들이 도쿄 한복판 히비야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시작한 ‘해맞이 파견촌’ 사건이 불안정 노동 철폐 운동의 불씨를 댕겼다. 한국에서는 2010년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불법파견 문제를 전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12년 한·일 양국에 아베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두 나라는 다시 ‘파견 확대’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노동개악이 안 되면 고용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을러대며 국회를 압박하는 방법도 흡사했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10월 ‘노동계약 신청 간주제도’ 시행을 앞두고 불법파견 시 직접고용 의무가 부과되는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파견노동자 67만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노동 5법 통과 없이 정년 60세 제도가 시행되면 청년고용절벽이 기다린다고 하는 박근혜 정권의 수법과 그대로 닮았다. 일본이 후생노동성 명령으로 ‘잔업수당’을 없애려 하는 것이나 한국 노동부가 행정지침으로 ‘저성과해고’를 도입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아베 정권의 노동정책은 왜 이렇게 닮았을까. 그 해답은 두 정권 모두 기업을 힘들게 하는 모든 규제를 ‘암덩어리’라 부르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를 접고 미래로 함께 나가자는 양국 정상들이 꿈꾸는 나라가 ‘파견천국’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강진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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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탄’ 선언 예고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개혁 추진이 몰고 온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이 지난해 9월 굴욕적인 노사정 합의에 서명할 때부터 지금의 사태를 예견했다. 노사정 합의 당시 노사정위원회 최대 쟁점이었던 저성과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는 노동법의 기본질서를 정부의 행정지침으로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한국노총은 합의문에 ‘정부가 일방추진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히 협의를 거친다’는 문구가 들어간 부분을 강조했지만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다. 정부와 여당에는 문구야 어떻든 한국노총이 그동안 반대해왔던 쟁점을 논의하는 데 동의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심지어 정부와 여당은 한국노총의 의사를 무시하고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제 확대까지 노동 5법에 포함시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한국노총이 합의사항 위반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정부·여당은 노사정 합의 정신만을 강조하며 철저히 한국노총을 노동개혁 논의에서 배제했다. 이 점에서 현재 노사정 합의 파탄 위기는 1차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있지만 애당초 잘못된 합의에 서명하고 4개월간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독주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닌 한국노총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노사정 대타협 파기 및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탈퇴 등을 논의했다._강윤중 기자


한국노총은 1주일 안에 정부가 ‘저성과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양대 지침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노사정위를 탈퇴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지만 수용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양대 지침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한국노총의 반대를 ‘조직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지침은 정부의 고유권한이다. 정부가 쉬운 해고와 노조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불이익변경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대신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대 지침을 발표하는 순간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회의에 참석해 ‘포용적 성장’의 모범적 성과로 소개한 한국의 노동개혁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또한 노동현장에서 저성과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둘러싸고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노동개혁의 파국을 막을 방법은 있다. 노동 5법 중 노동시간 단축, 1년 미만 비정규직에 대한 퇴직금 확대 등 노사 간 이견이 없는 법안부터 처리하고 기간제·파견 확대, 양대 지침 등 민감한 부분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노사정위에서 협의해 나가는 것이다. 그 누구도 노동시장의 혼란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선택은 정부와 여당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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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증후군이란 인질로 붙잡힌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질범에게 공감하는 비정상적 심리상태를 말한다. 새해 벽두부터 지상파 TV와 종편, 경제지 등을 통해 여과없이 토해내는 섬뜩한 경제위기설을 보면서 스톡홀름증후군이 생각났다. 이들이 만들어낸 위기설은 별반 새로울 것도 없다. 연초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정성도 커진 데다 올해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이대로 가면 심각한 고용한파는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대안 역시 식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기간제·파견법 등 노동5법이 통과하면 그 자체로 37만개의 청년일자리가 창출되고 일반해고·취업규칙변경 등 2대 지침이 만들어지면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고용안정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개혁’이 실패하면 고용절벽이 기다리고, 반대로 성공하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거의 ‘불신지옥, 예수천당’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이대로 국회가 문을 닫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닫힌다”며 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간절한 바람에도 지난 8일 마감된 임시국회에서 노동5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35만명의 청년실업자에게 ‘불신지옥’만이 남아있을 뿐인가.

박 대통령은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노동개혁은 재벌들이 청년들을 인질로 잡고 정부를 압박하는 ‘인질극’과 다름없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지난해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개혁 내용들은 전경련, 경영자총연합회 등 8개 사용자단체가 2014년 11월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에 제출한 민원사항이었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적용은 전경련 요구사항이었다. 통상임금 부담 완화는 중견기업연합회,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경총의 민원사항이었다.

재벌들이 이상과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써먹을 카드는 뻔하다. 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청년실업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투자 파업’과 고용동결이다. 이미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번번이 재벌들의 압박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면서 이제 인질협상에서 재벌들은 절대적 우위에 서게 됐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정규직에 정리해고, 명예퇴직의 칼날을 댈 수 있고 비정규직은 사용사유에 아무런 제한없이 2년간 사용하다 버릴 수 있게 됐다.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전광판 위에 올라가 농성 중인 C&M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_경향DB


비정규직 직접고용도 하기 싫으면 외주화, 사내하청 등 불법파견을 저질러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재벌들이 벌이는 인질극을 의식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재벌들에게 더 많은 무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재벌들에게 인질로 붙잡힌 채 일종의 집단적인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 1차적 책임은 인질들을 구출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인질범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는 데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고용노동부가 앞장서 ‘비정규직 100만 해고대란설’을 제기하며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자고 한 것이다. 당시 엉터리 100만 해고대란설로 ‘양치기소년’이 됐던 사람이 노동개혁의 전도사로 나선 현재의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최대 사용기간 3년도 모자라 이제 4년으로 늘리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은 비단 노동부뿐만이 이나다. 대법원은 2013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기업에 미칠 부담을 고려, 신의칙을 들어 3년치 체불임금을 면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대법원은 또 1주 52시간의 노동시간에 휴일을 포함시켜 휴일근로에도 연장수당을 줘야 하는지를 놓고 4년째 선고를 미루고 있다. 1주 안에 휴일이 포함되느냐는 초등 국어 시험 문항이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4년씩 고민할 사안이 아니다.

2014년 1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기업의 고용창출을 기대하면서 사회보장 부담금 300억유로를 삭감해주는 책임협약을 발표했다. 당시 경제학자 프레데릭 로르동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에서 “인질이 인질범의 품에 더 깊숙이 뛰어들며 당신을 신뢰한다고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경기상황에 의해 결정된 일자리를 선택할 뿐”이라며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에 관대한 정책을 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언제 이 바보 같은 스톡홀름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2년 올랑드 취임 당시 9.8%였던 프랑스 실업률은 책임협약이 발표된 지 2년이 흐른 지난해 말 10.4%까지 치솟았다.


강진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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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어제 19개 부실 대기업을 추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앞서 상반기에 선정된 35개를 포함한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은 총 54개로 전년보다 20개나 늘었다. 그대로 두면 파산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채권단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다. 금융권이 이들 부실기업에 빌려준 돈은 19조6000억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외환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대기업이 잇따라 쓰러지면 은행도 큰 타격을 받는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이 급증한 것은 경기침체가 깊어진 탓도 있지만 정부 책임이 크다. 구조조정 대상 업종은 건설(14개)과 철강(11개), 조선(4개)이 29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이들 중후장대 제조업은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져 수년 전부터 산업 재편 및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해마다 시늉만 내왔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금에서야 정부가 뒤늦게 수술대에 올린 것이다.


2015년 주요 대기업 인력 구조조정 현황_경향DB


대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전 세계 인수·합병이 4조6000억달러(약 5413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였다고 전했다. 저성장으로 고민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짝짓기와 구조조정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한국도 과잉·중복 투자로 경쟁력이 약화했다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대신 잘하는 부문은 합쳐 시너지를 내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집중해야 한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와 협력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54개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10개씩만 두고 있더라도 500여개 회사는 일감 감소와 납품대금 지급 지연 등으로 경영난을 겪을 게 뻔하다. 해당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으로 새해 벽두부터 밤잠을 설칠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단순히 인력을 줄여 조직의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초래한 장본인은 정책에 실패한 정부와 경영에 실패한 경영진이다. 아무런 책임도 없는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사지로 내몰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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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38살 노동자 박모씨가 직업성 질환으로 의심되는 병으로 숨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정부도 사측도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14년간 타이어 생산라인에서 일한 박씨는 혈액암 판정을 받은 지 두달 만인 지난 16일 미처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그에게는 출산을 한달 정도 앞둔 만삭의 부인이 있었다. 평소 건강했던 박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국타이어는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한국타이어는 2007년 한해에만 15명의 노동자가 각종 사고와 질환으로 사망한 바 있다. 2008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는 1996~2007년 사망한 노동자가 93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온 바 있다. 한국타이어는 2008년 이후에도 해마다 1~2명씩 박씨와 같은 원인불명의 돌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총 1394건의 위반사항을 지적했고 한국타이어는 500억원을 투입해 작업공정을 개선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사망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박씨의 죽음은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유해물질 취급 노동자들의 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위험공정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화학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물질과 그 구성성분이 뭔지 모른 채 무방비로 근무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물질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기업이 ‘영업비밀’로 분류해 공개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한국타이어도 문제가 된 유기용제를 다른 제품으로 바꿨다고 할 뿐 여전히 성분 자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해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산재는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한국타이어의 '거짓 산업재해 발생률'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_경향DB


박씨의 경우 고무 원료에 압력과 열을 가하는 성형공정에 근무하면서 유해화학물질에 장기 노출된 것이 사망원인으로 추정되지만 한국타이어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부의 면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이미 지난 10월 150여건의 산재 은폐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전·충북지역 3개 시민단체는 지난 26일 책임을 지는 이도, 묻는 이도 없는 이 상황을 ‘야만적 사태’로 규정했다. 노동부는 ‘노동개혁’을 말하기에 앞서 이 야만의 시대부터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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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에 노동자들이 한파에 내몰리고 있다. 대상자도 4050세대는 물론 2030세대까지 무차별적이다. 전 연령대의 노동자들이 상시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새해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되는 ‘60세 정년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참담하다.

조선·중공업 등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은 이미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어제 희망퇴직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계획 발표를 예고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최근 다시 희망퇴직 모집을 끝냈다. 신한은행도 지난 6월에 이어 추가 희망퇴직 모집 계획을 내놨다. 금융권에서는 올 한해 5만7000여명이 떠났다. 앞서 한국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도 사업구조 재편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불황 기업은 물론 이익을 낸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셈이다. 외부 충격으로 한꺼번에 실직자들이 넘쳐났던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금융권 연말 희망퇴직 규모_경향DB


경기 불황으로 인한 비용절감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 있다. 우선 경영진의 책임문제다. 입사 1~2년차까지 감원 대상에 넣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난은 중국시장에 대한 판단착오, 미국업체 밥캣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자금 압박 등이 겹친 결과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오너가는 수백억원대의 배당잔치를 벌였다. 2년 전 구조조정이 단행된 아시아나에서는 “유가가 높아도 위기, 내려도 위기”라며 경영무능을 지적하는 얘기가 많다. 오너가 있는 조직은 오너 편의대로, 전문 경영인들은 눈앞에 실적만 앞세워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퇴직 대상을 정해놓고 부당한 압박을 통해 몰아내는 방식은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버린 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은행권이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에 수십억원씩 내놓은 것은 소극(笑劇)이다.

불가피한 감원이라면 최소한 구성원의 공감을 끌어내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돌파는커녕 남은 직원을 불안케 하고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고용불안은 소득·소비감소, 실적악화로 이어지면서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입사초년생이 길거리에 나앉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유지될 리 없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올초 기업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입바른 소리가 됐다. 고용에 대한 관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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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그제 열린 제3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됐음에도 경찰이 주최 측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섰다. ‘과격 폭력시위’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히지 말아야 한다며 서로를 독려하면서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평화적으로 마친 참가자들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경찰의 설명은 행사장에서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피켓을 사용하고 정치적 발언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로 변질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온갖 험한 발언으로 공안정국 조성에 안간힘을 쏟던 경찰이 이제 평화집회까지 사법처리 칼날을 들이댄 진짜 이유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행사장에 나온 대부분의 구호는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공안탄압, 노동개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경찰청장 퇴진하라’ 등 거북한 구호를 그대로 넘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회 참가자들은 발언이 끝날 때마다 부부젤라, 호루라기, 막대풍선, 북 등을 치며 시끄러운 소리로 호응했다. 그 소음이 29년 만에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한 공권력에 대한 조롱임을 잘 알고 있는 경찰 입장에서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공 권력의 정당성은 법집행의 근거를 따지기에 앞서 그 공권력이 과연 정의를 대변하고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할 것이다. 3차 대회가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로 치러진 것이 문제라면 그 책임은 우선 경찰에 있다. 주최 측은 당초 서울역 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보수단체에서 이미 집회 신고가 들어와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금지 통고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 보수단체에서 집회 신고한 장소는 텅 비어 있었다. 보수단체들이 일명 ‘알박기 집회 신고’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3년부터 올 8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집회 신고 106만건 중 실제 열린 것은 3만건에 불과하다. 경찰이 보수단체가 집회 부도를 낼 것을 모르고 3차 집회 신고를 금지 통고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공권력은 더 많은 시민의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정권에 불편한 집회를 막는 데 동원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은 치졸한 법논리를 들먹이기에 앞서 왜 자신들이 복종과 존경 대신에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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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인력채용 부담을 줄여줘야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5법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쉬운 해고와 저임금 등 정부의 고용유연화 방침이 확정이라도 된 듯이 퇴사 압박, 임금 삭감, 외주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노동계와 야당을 무시하고 노동5법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변칙 처리하려는 데 따른 결과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사원들에게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강요해 물의를 빚은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자 173명을 12월 한 달간 기간제로 재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용 절감만을 노리고 필요 이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이미 회사를 떠난 사원을 한 달짜리 계약직으로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희망퇴직자들이 담당하던 일부 공정의 경우 아예 외주를 준 뒤 빈 일자리를 용역사원으로 채우고 있다. 정부가 쉬운 해고와 함께 기간제와 파견제를 확대할 경우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노동5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고용노동부 주최 토론회 참석이 저지되자 시위를 하고 있다_경향DB


그나마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위기라는 핑계라도 있으나 울산의 KPX케미칼은 41년 연속 흑자에 최근 3년 평균 3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사실상의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가 5%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임금 동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일부 공정을 외주화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사측은 외주화에 따라 인력이 남아돌 경우에 대비해 일정 인원을 2개월간 교육발령 내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행정지침을 ‘근로계약 해지 요건 명확화’로 부르고 기간제·파견법 개정안을 ‘비정규직 보호법’이라 해도 실제 현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일체의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노사정위원회 조정 대상에서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행정지침으로 헌법상 노동3권까지 부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에 이어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손과 발까지 묶겠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노동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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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보내며 마음이 스산하다. 이 땅에서 한해가 정말 힘들었던 이들을 손꼽아 세기 어렵다. 남북의 이산가족,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자리 없는 청년, 메르스 피해자,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 예술가와 시민,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 생존한 학생과 승객, 심신의 상처가 깊은 민간잠수사들…. 이들 중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10월부터 농성 중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의 희생을 상징하는 중대사이며,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출간된 삼성전자 40년사에 한 이사가 중국 공장을 방문한 일화가 나온다. 그는 이 공장의 높은 불량률을 고민하며 추석 연휴에 텅 빈 공장을 돌아보다가 더러운 화장실에 놀라 혼자 소매를 걷어붙이고 청소에 나선다. 나중에 노동자들이 이 소식에 감화되어 불량률이 8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세계적 기업의 공식 역사에 담긴 미담치고는 인용하기가 민망하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공담을 다룬 책들이 노동자의 기여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병철-이건희 부자의 탁월한 비전과 결단, 그들을 뒷받침한 임원과 기술진의 헌신적 노력을 자랑하는 무용담만 화려하다. 우수하고 성실한 고교 졸업생들이 입사하여 자부심과 희생정신으로 땀 흘려 이룩한 공헌은 자취도 찾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역사에 밝은 분에게 들었다. 삼성전자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다. 삼사십년 전 미국과 일본이 선도하던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따라갈 엄두도 내기 어려웠는데, 미래를 내다본 삼성 수뇌부는 이 유망한 산업을 포기할 수 없어 절치부심하며 뛰어들 방안을 찾았다. 미국을 능가하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력이 노쇠 기미를 보이는 데 비해 우리는 훨씬 젊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정확히 판단했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노동자의 질이었다. 기술력을 포함한 모든 여건이 뒤졌음에도 우리 노동자가 미국이나 일본 노동자보다 뛰어나고 적극적이어서 현장에서 불량 등의 문제가 생기면 수동적 대처가 아닌 창의적 해결책을 내놓곤 했다. 따라서 저임금과 높은 생산성이 가져다준 원가 경쟁력으로 투자 초기에 다년간 겪었던 엄청난 적자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반도체 LCD직업병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 질환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이 164명이라고 주장했다. _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 평가의 타당성을 문외한인 내가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심도 있는 취재를 통해 출간된 김성희의 <먼지없는 방>, 김수박의 <사람 냄새>를 읽어보라. 회사가 이윤 추구에만 바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했지만, 그들이 인체에 유해한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는 현장에서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했는지 알 수 있다. 그 결과 악성 직업병에 걸렸다고 의심되는 이는 반올림이 받은 제보에 따를 때 삼성 계열사만 300명(사망 100여명 포함)에 가깝다.

2007년부터 터져 나온 문제를 덮으려고만 들던 삼성은 작년 12월에 제3의 기구인 ‘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반년 만인 지난 7월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오자 삼성은 1000억원의 기금을 약속하며 권고안을 따르는 듯했지만, 곧 ‘보상위원회’를 통한 해결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문제의 당사자인 삼성이 주도하여 피해자를 심사하고 보상액을 결정하는 보상위원회 방식은 반올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었다.

반올림은 ‘배제 없는 보상, 내용 있는 사과, 실효 있는 예방대책’의 원칙 위에 활동해왔지만, 배제 없는 보상의 절실한 필요 때문에 거듭 양보해왔다. 반면에 삼성은 신속한 피해자 구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사회적 해결이 아닌 불투명한 길을 고집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상신청을 올해 말로 마감할 예정이며 총 보상인원은 90여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동일한 문제를 독립적인 산업보건검증위원회에 맡기고 지난 11월의 위원회 보고서 발표를 수용함으로써 반올림의 환영을 받은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주인공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수많은 반올림 식구는 또 해를 넘겨 거리에서 싸우게 되었다. 공장에서 몸 바쳐 일한 노동자가 없었다면 삼성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기 어려웠다. 이 엄연한 사실을 끝내 외면하면서 내일도 최고의 기업으로 번영할 수 있을까?

사실상 그룹을 승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시대를 열고 싶다면 어서 결단해야 한다.


김명환 | 서울대 교수·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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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재벌기업의 ‘두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부터 전체 사무직 3000여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20, 30대에게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다른 선택이 없는 노동자에게는 절망퇴직에 다름 아니다. 40, 50대나 하던 명예퇴직이 20대와 30대까지 내려오게 된 것은 회사가 부서별로 25~80%까지 인력감축 할당량을 세워 놓고 연령제한 없이 희망퇴직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입사한 지 1년도 안되는 23살 여직원도 퇴사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의 ‘사람이 미래다’ 기업광고(왼쪽)와 최근 회사별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두산인프라코어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두산인프라코어가 이처럼 비정한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올해 3분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경영상 위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경영위기는 2007년 무리하게 미국 기업 밥켓을 인수한 이후 과도한 금융비용 발생과 최근 중국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겹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경영상 위기에 닥치면 어쩔 수 없이 인력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문제는 재벌기업 오너나 경영자들이 과연 인력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올해만 벌써 4번째로 800명이 넘는 사원들이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두산은 인력조정에만 집착하고 있다.

특히 과거 세차례 희망퇴직이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주로 5년차 이하 사원·대리급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대, 30대 청년사원들을 잘라서 얼마나 비용을 절감할지 모르지만 올해 1분기말 현재 두산그룹 9개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8조9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평생직장의 꿈을 안고 어렵게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실업의 고통으로 내몰면서도 올해 36살 장남을 면세점 사업의 전무로 임명했다. 청년실업 해소는 말로만 할 뿐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외면하는 재벌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파견 확대와 쉬운 해고 등 ‘노동개혁’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들에 더 많은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확대 권한을 주는 것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어렵게 정규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까지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게 할 뿐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들이 경영상 위기를 손쉽게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는 재벌개혁이 절실하다. 손쉬운 해고를 위한 노동개혁은 결코 해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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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사가 정리해고 사태 이후 7년 만에 해고자 복직문제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사 양측 모두 아쉬움도 많고 ‘원칙을 벗어난 합의’라는 비판도 가능하겠으나 극한대결로만 치닫던 쌍용차 사태가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은 것은 그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

물론 큰 방향과 원칙에 대한 합의만 이룬 상태로 최종 합의까지 속단은 이르다. 잠정 합의안도 ‘2017년까지 해고자가 복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정도여서 해고자 복직을 완전히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향후 인력충원 비율도 해고자, 희망퇴직자, 신규 채용자 비율을 각각 30%, 30%, 40%로 함으로써 해고자 우선 복직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노조로서는 47억원 손해배상과 가압류 취하를 받아냈지만 해고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합의라 할 수 있다. 조합원총회에서 잠정 합의안이 58 대 53으로 통과된 것은 내부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사측 입장에서는 경총 등 사용자단체로부터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대법원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음에도 복직에 너무 쉽게 합의했다는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단식투쟁 중 아픈 몸을 이끌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득중 지부장._경향DB


하지만 이번 잠정 합의는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발점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노사 양측은 해고자 복직문제에서 지나치게 문구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상호 간 신뢰에 기초해 ‘합의 정신’을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측이 해고자 복직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단지 ‘노력’의 대상일 뿐이라고 나오는 순간 합의를 배반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후 28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유명을 달리한 쌍용차 사태는 사회적으로도 ‘해고는 곧 살인’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부여한 바 있다. 쌍용차 노사가 어렵게 이룬 잠정 합의가 별 탈 없이 최종 합의에까지 이르고 내부 구성원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공장이 정상가동될 수 있도록 주변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쌍용차 사태가 주는 최대의 교훈은 해고가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돼야지 가장 손쉬운 방법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최근 하이텍알씨디 코리아 공장폐쇄, 한국지엠,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등이 말해주듯 기업들이 손쉬운 해고를 통해 경영상 어려움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경우 비정규직법 개악도 모자라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는 것은 쌍용차 사태를 통해 얻은 값비싼 교훈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쉬운 해고가 아니라 기업들의 해고 남용을 막을 노동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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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날씨는 포근한데 사회정치적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노동법 파동이다. 노·정 간의 대치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 구금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1라운드이다. 12월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이후 국회 내 노동법 공방이 2라운드로 전개될 것이다. 노동법 파동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누구도 예단하기 힘든 정국이다. 청와대는 야당의 반대로 연말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되면 대통령이 입법권을 발동시킬 수 있는 ‘긴급재정·경제명령’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팽팽한 기 싸움은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 노·정 모두 물러섬 없는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노동법 공방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집단은 재계이다. 노동법 개정에 대해 정부와 재계 입장이 다르지 않다 보니 특별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5대 노동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좋고, 안되더라도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으니 밑지지 않는 장사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니 얼마나 좋겠는가.

재계는 뒷짐 지고 정부를 응원하면서 가끔 점잖게 노동계를 꾸짖을 뿐이다. 과격시위와 총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이것이 노동법 공방을 둘러싼 정치 현실이다. 새누리당의 5대 법안이 누구에게 불리하고 유리한가 따질 필요도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느끼는 세상사 이치다.

그래도 따질 것은 따져보자. 쟁점은 두 가지이다. 먼저 새누리당의 5대 노동법안은 노사정 합의이므로 논의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사회적 대화가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인 참여의 대표성, 논의의 투명성, 절차의 민주성을 결여한 합의이다. 노동계에서 민주노총이 빠졌고,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배제됐다. 비정규직, 청년대표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논의가 진행됐고, 청년실업 해소 방안이 결정됐다. 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노동법안에 반대해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설 정도이다. 이번 합의를 온전한 합의로 볼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 5대 노동 입법 주요 내용_경향DB


더 큰 문제는 노동법 개정의 세부 내용이다. 법안 내용은 복잡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본질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이중구조의 해결방안이 윗돌 빼서 아랫돌 고인 방식이다. 정규직 과보호의 프레임으로 노동조합을 몰아치면서 해고와 임금의 유연성만을 강요한다. 임금·고용 등 노동의 양보를 강제하지만 기업의 책임은 빠져있다. 5대 법안의 핵심사항들은 경영단체들의 민원사항을 수용한 청부입법이다.

‘2014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 과제접수 목록’을 보면 5개 법안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기간제법(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현행 최대 2년에서 4년까지 연장) 및 파견법(고소득 전문직과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 금형·주조·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파견을 확대 적용) 개정 법률은 전경련의 민원사항이었고, 근로기준법(통상임금 부담완화)은 중견기업연합회의 민원사항이었다. 또한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발표하려고 하는 일반해고 요건완화는 경총의 요구사항이다. 노동법 공방의 핵심인 3가지 법안(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과 2대 지침(일반해고, 취업규칙변경) 모두 사용자단체의 민원사항에 뿌리를 두고 있다.

5대 노동법안은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고착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뿐이다. 노동개혁의 목표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완화를 위한 방안이 아니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노동개혁을 위한 논의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 극한으로 치닫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야 한다. 노동개혁의 목표는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 해결책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노동 공약에 녹아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일자리를 늘리고(늘)·지키고(지)·질을 올리는(오)이라는 ‘늘지오 공약’은 노동개혁의 기준이 돼야 한다. 노동개혁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령이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대선공약과 5대 노동법안은 동일한가.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노광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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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어제 양대 노총의 반발 속에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강행했다. 말이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방안이지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저성과해고와 관련한 논의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주 중에는 노동계의 참석의사와 상관없이 공청회까지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사실상 연내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일반해고는 노동계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을 포함해 전문가들도 연내 도입은 사실상 무리로 보고 장기과제로 미뤄온 사항이다.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도 법률이 아닌 저성과해고 지침은 그대로 믿고 따르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지침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이미 엄청난 혼란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동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해고기준을 노동계의 참여를 배제한 채 행정지침으로 만든다는 것은 노동법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또한 행정지침은 국회나 정치 일정과 상관없이 정부가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구태여 시한에 쫓겨가며 졸속 추진할 이유도 없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과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이인제 위원장이 노동개혁 5대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_경향DB

누구보다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을 정부가 갑작스럽게 연내 도입 의사를 밝히는 그 저의까지 의심된다. 즉 양대 노총의 거센 반발을 유도해 정규직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김으로써 노동5법 통과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어보려는 속셈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5법은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문제가 주요 쟁점일 뿐 정규직 과보호 해소와는 별 상관이 없다. 반면 정부가 쉬운 해고 카드를 조기에 꺼내들 경우 자연스럽게 쟁점이 정규직 과보호로 옮아가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이 가능하다. 정부의 실제 의도가 정규직노조에 대한 여론몰이가 아니라면 저성과해고의 연내 졸속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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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노동법 개악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법을 ‘고용안정법’, 뿌리산업에서 55세 이상 노동자의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법을 ‘중·장년일자리법’이라 미화했는데, 이는 ‘지록위마’ 어법이라 부를 만하다.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노동법 연내 처리를 강력 요구했다. 대통령은 “참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고,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는 강한 표현을 썼다. 여당 재촉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대통령은 8일 야당을 가리켜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 ‘청년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라며 맹비난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노동개혁을 하지 못하게 막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했는데, 이는 얼마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막말에 필적한다. 꼭대기에 있는 한 사람한테만 잘 보이면 되고 다른 사람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이런 천박과 독선이 새누리당을 망치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가운데)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 최고위원, 김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_연합뉴스


노동법 개정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6일 “새누리당의 법안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더 늘리려는 거꾸로 가는 방안”이며 “노동법안 가운데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비정규직을 줄이지 못할망정 거꾸로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안을 용인한다면 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날 야당의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는 ‘박근혜 노동법’에 대항하는 ‘비정규직 4대 개혁’을 발표했는데, 첫째, 불합리한 비정규직 차별철폐. 둘째, 파견과 하청에서 사용주 및 원청자의 노사관계 공동책임. 셋째, 비정규직 해고 시 총임금 10%의 구직수당 지급. 넷째, 비정규직 고용을 현재의 기간 제한에서 사유 제한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가 있을까? 자연과학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지만 사회과학, 특히 경제학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가? 정부, 여당은 명백히 틀렸다.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넘쳐흐른다. 비정규직이 한국만큼 많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노동자의 50%로서 세계 1위다. 아마 2위는 최근 40%를 넘은 일본일 것이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이 30%를 넘는 것으로 악명 높다. 다른 나라들은 이 비율이 10~20%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비정규직은 주로 스스로 원해서 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이니 비정규직이라도 별로 불만이 없다.

반대로 한국의 비정규직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타의의 비정규직으로서 이들에게 정규직은 꿈속의 소원이다. 게다가 한국 비정규직의 월급은 정규직의 60%밖에 안되는데, 이렇게 큰 차별을 받는 나라도 별로 없다. 현실이 이럴진대 당연히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국 노동시장은 비정규직 범람에서 보듯 너무 유연해서 문제인데 정부, 여당은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려고 하니 잘못이고, 야당의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의 개혁안이 옳은 방향이다.

정부, 여당이 노동시장을 망칠 엄청난 악수를 두고 있는데, 제1야당은 그걸 막는 것보다는 집안싸움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6일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낡은 세력들이 나라를 침몰시키는 것을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며 칩거에 들어갔다. 지금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차 나라를 침몰시키는 낡은 세력’은 명백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인데, 안 의원의 공격은 뜻밖에도 문재인 대표를 향하고 있다. 전에도 사퇴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또 사표를 던졌고, 위대한 독립투사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원내대표도 최고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무능과 독선이 도가 지나쳐 바야흐로 국가존망의 위기 상황인데, 제1야당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야당은 여당 견제가 사명이거늘 야당 안에는 본래의 임무는 팽개친 채 오로지 분열과 와해가 정치활동의 목표인 양 행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노동법을 통과시키면 비정규직은 더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것이다. ‘박근혜 노동법’이라는 괴물이 문을 두드리는데 집안싸움만 하는 야당은 정녕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내년 총선에서는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무능하고 독선적인 새누리당이 물론 심판 대상이지만, 사적 감정에 치우쳐 대의를 무시하고 집안 총질하는 사이비 야당도 심판을 면할 수 없다.


이정우 |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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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어제 조계사에서 나와 경찰에 체포됨으로써 종교시설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범법자를 언제까지 보호할 거냐’는 경찰과 종단 안팎 보수세력의 압박 속에서도 최대한 인내하며 절충안을 마련한 조계종 지도자들의 평화적 중재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 체포로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5월 세월호 추모집회, 올해 4월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등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한 위원장의 검거로 노동5법 통과의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등 우려되는 노동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한 우리 사회 대립과 갈등의 해결은 요원하다.

당장 민주노총은 오는 16일부터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총파업 돌입을 다짐하고 있고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예정돼 있다. 물론 민주노총의 강한 반발과 파업이 노동5법 입법 반대를 ‘정규직 노조 이기주의’로 비판해온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안 몰이의 기회일 수도 있다. 민주노총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고 2차 민중총궐기 이후 고조되는 시민들의 평화적 저항의지도 퇴색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당장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민주노총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귀족노조 대 비정규직 갈등’ 프레임을 강조한다 해도 공안탄압만으로 정당한 시민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는 없다. 비정규직 사용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중간 착취를 정당화하는 파견업종 확대 법안을 ‘아들딸들을 위한 법안’으로 왜곡 선전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 정부·여당은 노동5법의 일괄처리만을 고집하기보다 노동시간 단축, 실업급여 개선 등 야당이 동의가능한 법안부터 분리 처리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은 기간제·파견법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3법에 대해서는 일단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대의도 중요하지만 공안탄압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개악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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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노동 관련 5개 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연일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최대 압박카드는 청년실업 문제다. 내년 1월1일부터 정년 60세 법안이 시행되면 청년고용 절벽이 예상되는데도 야당이 노동계 눈치만 보며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경제살리기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경제가 다 죽고 난 다음에 살리면 뭐하냐”며 강한 어조로 연내 임시국회 처리를 주문했다.

굳이 대통령이 말하지 않아도 국가재앙 수준이 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올해를 그냥 넘기면 청년고용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하지만 정작 5대 법안 어디에도 제대로 된 청년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을 확대하는 것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뿐 아니라 청년들의 노동 의욕을 꺾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실업자·실업률 추이_경향DB


또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고 하면서도 새누리당 법안은 주 52시간에 8시간의 휴일특별근로를 허용하고 휴일근로 8시간은 연장수당 지급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 현재의 잔업·특근을 줄여 신입사원 채용을 늘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재직 기간도 180일에서 240일로 늘어나 단기간 알바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들의 실업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청년들 사이에서 5대 법안의 통과는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재앙’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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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올해 46세의 여성노동자 이미자씨가 지난 27일 직업성 암 추정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씨는 아남반도체가 미국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로 넘어간 후에도 27년간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해 왔다. 이씨는 야간노동과 교대근무 등 강도 높은 노동과 함께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앰코에서 백혈병·뇌종양·유방암 등 직업성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8명에 달하고 올 들어서만 6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앰코에서도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반도체 공장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기둥인 동시에 10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반도체 공장의 산업안전 문제는 개별 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반도체·LCD·전자제품 공정에서 일하다 직업성 암 등을 신고한 이는 362명, 사망자는 130명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등이 참가한 ‘황유미 추모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위원회’ 회원들이 5일 사망한 반도체 노동자들의 얼굴 사진을 들고 서울 태평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_김창길기자


하지만 지금까지 온전한 재발방지 및 안전 대책을 수립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개별 인과관계 입증이나 보상 문제만 강조된 측면이 강하다. 이 점에서 최근 SK하이닉스가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본사는 물론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직업성 암 판정을 받은 노동자에게 포괄적 보상을 하기로 한 것은 의미있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차제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들이 보상 차원의 접근을 넘어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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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연안 국가인 미국과 일본에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의 시애틀·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에선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이 잇따라 확정됐다. 일본 정부도 시급 798엔(7517원)인 최저임금을 1000엔(약 9400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임금 인상으로 소비진작을 유도해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최저임금 인상은 두 가지 특징을 띠고 있다. 먼저 저임금 노동자들이 시위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확정’ 단계라는 점이다. 또 의회·학계 등의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최저임금 인상 근거가 실증적 근거와 견고한 논리를 갖춘 ‘경제이론’으로 완성되는 중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에선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가 지난해 6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한다는 포문을 연 뒤 올해 6월에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도 15달러로 인상 조례안을 승인했다. 9월에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50개주 중 최초로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뜨거운 쟁점이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앞서 버클리대학 노동고용연구소에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기업, 로스앤젤레스시 경제에 미칠 영향과 물가연동 등을 꼼꼼하게 분석해 줄 것을 의뢰했다.

버클리대학 연구진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중은 물론 사업장 분포 현황 등 기초자료 조사에 충실했다. 연구진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구의 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기업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지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버클리대학 연구진은 “기업의 인건비 증가 비용은 이직률 감소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일부 상쇄될 것이고 나머지 비용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돼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만 노동자들의 소비자 지출 증가로 상쇄되리라고 본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안의 혜택은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4.81달러(5580원)에 불과한 한국은 어떠한가. 정치인들이 적극 나설 정도로 전국적 요구는 있는가. 버클리대학 수준으로 진척된 연구는 있는가. 한국에서도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활동하는 동안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노동계의 목표안도 1만원인지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적 쟁점이 쏟아지는 총선이 성큼 다가왔지만 어느 정치인도 최저임금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구진의 성과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임금, 소득분배 그리고 성장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대안’을 주제로 진행한 국제콘퍼런스에서는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하는 다양한 근거와 방안들이 제시됐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도 일본형 장기침체와 유사한 ‘한국형 장기불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구조적 원인으로 2008년부터는 노동생산성의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이 증가하지 않은 ‘임금 없는 성장’을 지적했다. 반면 기업들은 절약된 인건비 등을 통해 수익증가를 이뤘으나 투자와 고용에 나서지 않고 천문학적 ‘사내유보’를 하는 바람에 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대통령이 위촉하는 공익위원이 주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노사 자율에 기반을 둔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젠 노동계뿐만이 아니라 정치권·학계·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최저임금 인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가 정당하게 대가를 받는 생존권적 요구 수준뿐 아니라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절대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한대광 | 비즈앤라이프 팀장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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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야당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석해 새누리당이 발의한 5개 노동입법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5개 법안이 노동현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고용안정성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오히려 고용불안정과 비정규직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양대 노총뿐 아니라 전국여성노조, 청년유니온, 노년유니언 등 비정규직 중심 노조도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 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했다. 사실상 노동계 전체가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노총이 서명한 ‘9·15노사정 대타협’을 사회적 합의로 강조하며 야당을 상대로 5개 노동법안의 연내 통과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이제 한국노총이 반대로 돌아선 상황에서 정부가 입법을 강행할 명분은 사라지게 됐다. 더구나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이 노동법안 입법을 강행한다면 노사정 대타협은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까지 했다.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형식논리를 떠나 현재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입법은 노동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을 고소득·뿌리산업까지 허용할 경우 정규직 취업의 기회는 줄어들고 고용의 질이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정부·여당 노동개악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_경향DB


정부는 사용기간 연장의 선택권을 노동자에게만 주고 금형·주조·용접 등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이 확대될 경우 근로조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간제와 파견규제를 대폭 완화한 일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중산층 신화가 무너지고 비정규직이 40%를 넘어서며 양극화와 사회불안을 심화시켰다. 이런 일본모델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정부는 최저임금 현실화를 외면한 상태에서 근로의욕 저하 방지를 명분으로 실업급여 하한선을 하향조정하는 법안까지 노동개혁이라고 한다.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예상되는 혼란과 갈등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노동계와 더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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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본부와 주요 산별노조에 경찰이 21일 2500명의 병력을 투입해 군사작전식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법을 앞세운 ‘폭력’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경찰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짓고 책임자 처벌 및 배후 색출을 압수수색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당한 공권력 집행의 수준을 넘어섰다. 경찰의 압수영장을 보면 4·16세월호 범국민추모행사를 포함해 올 한 해 모든 대규모 집회가 수사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노조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잠재워 보겠다는 발상을 드러낸 것이다.

경찰은 또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난 후 불과 1시간 만에 아무런 확정적 증거도 없이 민주노총이 폭력집회에 사용한 것이라며 경찰무전기, 헬멧, 손도끼, 밧줄 등 압수물품을 공개했다. 경찰의 무리한 기자회견은 민심을 대화가 아닌 여론조작과 공포분위기 조성 등 공안탄압으로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민중총궐기 대회의 본질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일방적인 노동개악, 농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따른 성난 민심의 표출에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민주노총을 폭력집단으로 몰아세워 여론을 호도하는 것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동개혁, 한·중 FTA,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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