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온을 비롯해 더위의 기록을 새롭게 쓴 올여름 폭염은 결국 ‘재난’으로 분류되었다. 인류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구온난화에 관한 보도도 부쩍 늘었다. 그래도 아직 사람들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넘길지, ‘이번’ 더위는 언제 수그러들지에 훨씬 관심이 크다. 지금 당장을 견디기도 힘든데 아직 보이지도 않는 미래에 눈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선지, 올여름 일본 정부의 폭염 대책은 에어컨을 최대한 사용하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폭염은 상시적인 자연재난이고 냉방기기 사용은 국민의 기본적 복지라며,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에어컨은 더위 자체를 없애거나 완화하지는 못한다. 에어컨은 이쪽에서 흡수한 열을 저쪽으로 배출할 뿐이다. 그래서 안쪽은 시원해지고 바깥쪽은 더워진다. 작년에 이어 올여름도 서울의 어느 수녀원에서 지내고 있다. 수녀원 건물은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아파트로 포위되었다. 아파트 베란다는 모두 수녀원을 향해 있고, 거기에 놓인 수백대의 에어컨 실외기는 마치 ‘폭염방사기’처럼 수녀원 건물을 겨누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에어컨으로 서로에게 열을 뿜으며 여름을 나고 있다. ‘부분’은 시원해지지만 ‘전체’는 더워진다. 게다가 에어컨 가동은 전기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니, 결국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그렇게 ‘전체’는 더 더워진다. 당장 견디기 힘들어 쓰기는 하지만, 에어컨은 쓰면 쓸수록 폭염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냉방의 혜택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이 없는 밖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폭최고기온을 비롯해 더위의 기록을 새롭게 쓴 올여름 폭염은 결국 ‘재난’으로 분류되었다. 인류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구온난화에 관한 보도도 부쩍 늘었다. 그래도 아직 사람들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넘길지, ‘이번’ 더위는 언제 수그러들지에 훨씬 관심이 크다. 지금 당장을 견디기도 힘든데 아직 보이지도 않는 미래에 눈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선지, 올여름 일본 정부의 폭염 대책은 에어컨을 최대한 사용하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폭염은 상시적인 자연재난이고 냉방기기 사용은 국민의 기본적 복지라며,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에어컨은 더위 자체를 없애거나 완화하지는 못한다. 에어컨은 이쪽에서 흡수한 열을 저쪽으로 배출할 뿐이다. 그래서 안쪽은 시원해지고 바깥쪽은 더워진다. 작년에 이어 올여름도 서울의 어느 수녀원에서 지내고 있다. 수녀원 건물은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아파트로 포위되었다. 아파트 베란다는 모두 수녀원을 향해 있고, 거기에 놓인 수백대의 에어컨 실외기는 마치 ‘폭염방사기’처럼 수녀원 건물을 겨누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에어컨으로 서로에게 열을 뿜으며 여름을 나고 있다. ‘부분’은 시원해지지만 ‘전체’는 더워진다. 게다가 에어컨 가동은 전기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니, 결국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그렇게 ‘전체’는 더 더워진다. 당장 견디기 힘들어 쓰기는 하지만, 에어컨은 쓰면 쓸수록 폭염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냉방의 혜택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이 없는 밖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폭염 노동은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사람의 몫이 된다. 원한다고 모두 에어컨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원하는 만큼 냉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폭염에 일조하는 에너지를 훨씬 적게 소비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폭염 피해는 훨씬 더 많이 받는다. 다른 자연환경 피해와 마찬가지로 폭염 피해도 평등하지 않다.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되면 현재의 불평등은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다. ‘설국열차’가 현실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살려면, 철저한 차별과 억압이 지배하는 ‘열국열차’라도 올라타야 한다. 열차 바깥은 열기 가득한, 사람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재난으로 분류된 폭염은 ‘시대의 징표’이기도 하다. 올여름 폭염은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고 좇아온 삶이 지속 가능하지도, 안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살려면 뿌리부터 변하라고 요청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는 비관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폭염의 교훈과 요청에 응답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아진다면, 희망을 놓기엔 이르다. 아직 전력을 다해보진 않았으니. 사람들이 이번 폭염으로 지구온난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이라도 실감했다면,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가, 더위의 기세가 살짝 수그러드는 조짐이 반가우면서도, 행여나 폭염의 고통을 잊어버릴까, 걱정도 된다.

수녀원이 북한산 아래에 있어, 오후에 틈날 때면 산에 들었다. 산속도 덥지만 산 아래와는 다르다. 산을 오르면 땀이 비오듯 흘러도, 잠시만 걸음을 멈추면 어느새 더위가 수그러든다. 견딜 만하다. 가끔 스쳐 지나가는 한줄기 바람이 주는 청량감이란. 나무는 뿌리에서 끌어올린 수분을 잎을 통해 기화하며 주위의 열을 흡수한단다. 숲은 자기 바깥쪽을 시원하게 해주는 실외기 없는 완벽한 에어컨이다. 자연이 거저 주는 보물 같은 선물이다. 폭염 대비라는 측면에서도 스키장이나 골프장을 만든다고, 도로를 확장한다고, 숲을 훼손하는 일은 자연의 선물을 걷어차는 어리석은 짓이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이 옳은 법이다. 인간은 자연의 흐름을 따를 때 행복해지고, 거스를 때 불행해진다. 폭염이 재난이 된 요즘은 더욱 그렇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염 노동은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사람의 몫이 된다. 원한다고 모두 에어컨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원하는 만큼 냉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폭염에 일조하는 에너지를 훨씬 적게 소비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폭염 피해는 훨씬 더 많이 받는다. 다른 자연환경 피해와 마찬가지로 폭염 피해도 평등하지 않다.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되면 현재의 불평등은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다. ‘설국열차’가 현실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살려면, 철저한 차별과 억압이 지배하는 ‘열국열차’라도 올라타야 한다. 열차 바깥은 열기 가득한, 사람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재난으로 분류된 폭염은 ‘시대의 징표’이기도 하다. 올여름 폭염은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고 좇아온 삶이 지속 가능하지도, 안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살려면 뿌리부터 변하라고 요청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는 비관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폭염의 교훈과 요청에 응답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아진다면, 희망을 놓기엔 이르다. 아직 전력을 다해보진 않았으니. 사람들이 이번 폭염으로 지구온난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이라도 실감했다면,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가, 더위의 기세가 살짝 수그러드는 조짐이 반가우면서도, 행여나 폭염의 고통을 잊어버릴까, 걱정도 된다.

수녀원이 북한산 아래에 있어, 오후에 틈날 때면 산에 들었다. 산속도 덥지만 산 아래와는 다르다. 산을 오르면 땀이 비오듯 흘러도, 잠시만 걸음을 멈추면 어느새 더위가 수그러든다. 견딜 만하다. 가끔 스쳐 지나가는 한줄기 바람이 주는 청량감이란. 나무는 뿌리에서 끌어올린 수분을 잎을 통해 기화하며 주위의 열을 흡수한단다. 숲은 자기 바깥쪽을 시원하게 해주는 실외기 없는 완벽한 에어컨이다. 자연이 거저 주는 보물 같은 선물이다. 폭염 대비라는 측면에서도 스키장이나 골프장을 만든다고, 도로를 확장한다고, 숲을 훼손하는 일은 자연의 선물을 걷어차는 어리석은 짓이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이 옳은 법이다. 인간은 자연의 흐름을 따를 때 행복해지고, 거스를 때 불행해진다. 폭염이 재난이 된 요즘은 더욱 그렇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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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반도에 불어닥친 유례없는 폭염은 많은 서민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올해만 유독 불거진 이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최근 5년 동안 매년 한반도 사상 최고기온이 경신되고 있고 최악의 더위는 여름철 늘 있는 대책 없는 단골뉴스가 되는 등 고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이러한 기온 상승은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폭염은 여름철 며칠만 피하면 괜찮은 것이 아닌 다수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여름 내내 지속되는 자연재해가 된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8일 경북 영주시 문수면 승문1리 한 수박밭에 강한 햇볕으로 껍질이 하얗게 변하고 속이 상한 수박들이 줄지어 버려져 있다. 이 수박밭에서는 수확하려던 6000여개 중 80~90%가 버려졌다. 이준헌 기자

재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쏟아내는 대응은 임기응변의 세금 투입 일색으로, 주변 전체를 생각한다면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는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며, 근본적 대책을 위한 논의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정부는 이 더위가 지나면 내년 여름까지 잊히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기실 전 지구적 기온 상승으로 인한 폭염에 정부가 내놓는 대안이 당장 살기 힘든 국민들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 재난의 원인을 지구적 산업화에 따른 온난화라 치부해 버리면 우리가 할 일은 거의 없으며 순순히 더 길어지고 더 세지는 여름철 재앙을 앞으로도 이렇게 무방비로 견디는 것만 남게 된다. 한반도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에 비추어 두 배 이상 빠른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도 문제를 대외적 요인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당장 원전을 더 가동시켜 전기를 싸게 쓰자는 대책을 일부 기득권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원전이 광범위한 해수면의 온도 상승 유발원임을 고려한다면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 더위에 지친 서민에게 전기료 절감과 같은 달콤한 대책으로 비치지는 못하겠지만, 한반도 기온 상승의 속도 완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절실히 논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 논의는 우리나라가 왜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히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지구적 기온 상승의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과도한 배출이다. 이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은 첫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며, 둘째는 배출된 온실가스를 더 흡수하는 것이다. 물론 간단해 보이는 이 대책을 실천하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재난상황에서 무조건 더위를 참으며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말이나, 일반화된 소비 행태의 급진적 전환 요구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대책의 시작은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화석에너지원 및 원전의 빠른 전환과 함께 온실가스 흡수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온실가스 흡수를 위한 대안은 숲의 면적과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목은 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아스팔트에 물을 뿌리는 효과와 동일하게 수분을 증발시켜 대기 온도를 직접적으로 낮추는 이중 효과가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녹지정책은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한다는 최우선 명분과는 달리 탄소 흡수 기능을 훼손하는 데 지속적으로 세금을 투입해 왔다. 숲가꾸기 사업이 그것인데, 최근 10년간 약 2조20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한 사업의 대부분은 간벌과 가지치기로 숲의 탄소저장 총량과 연간 탄소흡수량을 줄이는 데 사용되었다. 아울러 지금의 기온 상승 추세가 지속되면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나무가 살아갈 수 없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겨울철 온도 상승이 주된 원인인 소나무재선충병 방재를 명목으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참나무와 낙엽활엽수 숲으로의 안정적 전환을 방해하는 데 쏟은 세금이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폭염의 대책은 세금을 투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각 분야에서 폭염을 가중시키는 데 들이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 훨씬 쉽고 높은 효과를 보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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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은 잠시지만, 먹고사는 일은 평생이다.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의 역사적 만남이 몰고 온 짜릿한 감동이 가라앉자, 우리 사회의 해묵은 난제들이 떠오른다. 높은 지지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정치 개혁과 남북 관계 등 어떤 부분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일궜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개혁과 변화가 지지부진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내년도 최저임금,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최저임금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저임금 노동자, 수입이 최저임금도 못된다고 하소연하는 소상공인, 모두 일상의 무게가 버거운 사람들이다. 각자의 위치에 따라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조절론이 나오더니, 이젠 방향 전환에 대한 의구심도 피어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길게는 10년씩 투쟁하던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 굴뚝에 있다. 노동자 해고와 관련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징후가 농후하지만, 변화는 없다. 이번이 30번째, 또 한 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31번째 희생자를 막고, 이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대한문에 다시 분향소를 차렸지만, 변화는 없다.

얼마 전 감사원 발표로 홍수와 가뭄 예방, 수질 개선을 명분으로 밀어붙였던 ‘4대강사업’이 철저한 사기극이었음이 확인되었다. 대통령이 진두지휘를 맡았고, 국토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장관은 알면서도 적극 협조했다. 강은 망가졌고, 강에 의지하며 살았던 농민과 어민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엄청난 범죄이지만, 감사원은 이런저런 이유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4대강 재자연화는 더디게 흘러간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설악산오색케이블카를 비롯한 산지개발, 가리왕산 스키장 복원. 문제는 풀리는 게 아니라 쌓여간다.

처한 현실이 어려울수록 근본을 돌아보라고 했다. 엊그제가 제헌절, 헌법은 다른 법의 근본이니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인 제헌헌법이 오늘 우리의 현실에 할 말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제헌헌법 ‘제6장 경제’가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인 제84조,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가 개인의 “경제상 자유”에 앞선다고 천명한다. 제헌헌법은 분배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을 경제의 목표와 방향으로 삼았다. 현행 헌법의 해당 조문을 보니,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가 앞서고 “사회정의”는 사라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을 현행 헌법은 이제 자신의 모태인 제헌헌법과 대립할 지경이다. 제85조는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에 대해 “공공필요”에 따른 개발을 원칙으로 내세운다. 제헌헌법의 “공공필요”의 원칙은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주는 개발의 제어원리로 작동할 것이다. 현행 헌법은 ‘개발’을 ‘보호’에 앞세우고 개발의 성격과 방향은 언급하지 않는다. 역시 제헌헌법과 큰 차이가 난다.

경제(economy)는 어원상 가정(oikos, eco) 관리, ‘살림살이’를 뜻한다. 살림살이는 식구 모두가 잘 지내도록 집안을 돌보는 것이니, 분배와 지속가능성이 경제의 핵심이다. 제헌헌법 “제6부 경제”가 지향하는 것이다. “사회정의”는 기계적 공정이 아니라 약자 중심의 사회를 요구한다. 그럴 때만, 모든 사람이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공공필요”의 원칙에 따라 자연을 이용할 때, 자연생태계 보전도 가능해진다.

우리의 경제 현실에서 제헌헌법의 경제 철학이 가리키는 길로 들어서는 건 쉽지 않다. 가야 할 길 앞에서 머뭇거리기 쉽다. 그러나 개혁을 위한 ‘카이로스’는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현 정부는 주권자의 압도적 지지로 출범했다. 아직도 지지율이 높다. 행여, 높은 지지율을 까먹을까 하여 해야 할 일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길.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높은 지지율을 아낌없이 써버리길. 진중하되, 담대하길.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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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포로 대기질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도는 매우 높아졌는데,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는 1990년 이후 최근까지 점진적 개선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연일 계속되는 것은 2013년 이후 개선이 답보상태를 보인 시기와 맞물려 호흡기 질환 사망자 증가율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시점은 이미 손쉬운 해결에서는 한참 벗어난, 자신 또는 주변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가 대부분이다. 대기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흡기계통 질환 사망률은 미세먼지가 크게 좋아지던 시절인 1990년 이후에도 지속적 증가를 보였으며 201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폐렴에 의한 사망자는 1990년 전체 사망자의 6%에서 2010년에는 15%로 증가하였는데 이후 2015년에는 29%로 껑충 뛰었고 전체 호흡기 질환 사망자는 50%를 넘어섰다.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니 미세먼지가 좋아졌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수치와는 달리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졌는데, 이유는 모든 대기오염 문제를 대표하는 단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세먼지”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경향신문DB)

미세먼지의 감소를 고려하면 최근 급격한 호흡기 질환 증가의 주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간 동안 감소된 미세먼지와는 달리 대표적 호흡기 질환 물질인 오존농도는 서울시 기준으로 두 배가 증가했다. 도심 오존은 질소산화물이 자외선과 결합하여 생성되기 때문에 다량의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키는 화석에너지 사용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미세먼지와는 달리 오존이나 질소산화물은 가스상 물질로 마스크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대처할 수도 없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화석에너지 저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이며 이 중 시급히 개정해야 하는 것이 자동차 관련 과세문제이다. 오존농도 상승과 디젤차량의 증가, 호흡기 질환 사망자의 증가 추이가 매우 높은 관계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상공인을 위해 트럭의 연료인 경유에 낮은 세금을 부과한다. 이것이 유가상승과 클린디젤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2010년 전체 차량의 36%이던 디젤차량이 2017년에는 42%를 훌쩍 넘어섰다. 심지어 다른 나라와 달리 디젤게이트 발생 이후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디젤차량의 급격한 증가는 고급 승용차와 레저를 위한 SUV차량이 주도해 유류세 정책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부자나 일반인의 세금혜택 수단으로 전락되었다. 정유사와 자동차회사들은 디젤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휘발유와 별 차이가 없다고 홍보한다. 이는 모든 대기오염을 ‘미세먼지’라는 말로 인식하는 데에서 발생한 호도인데, 미세먼지 배출량 차이가 많지 않다고 하여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같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디젤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휘발유의 무려 1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도심의 급격한 오존농도 증가와 관련된다. 같은 디젤차량으로 대체될 노후경유차 조기폐차보조금이나 허울뿐인 저감장치에 보조금을 줄 상황이 아님은 물론 환경개선부담금을 폐지할 상황도 아니다.

대책은 휘발유와 동등하게 유류세를 부과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최악의 대기오염국가에서 오염을 감내하면서 이들 차량에 세금혜택을 줄 이유는 없다. 디젤에 부과하는 세금을 당장 올리지 못한다면 최소한 차종을 구분하여 승용차에 할인해주는 세금은 환급받아야만 할 것이다. 평균 주행거리를 감안하면 차량 1대당 연간 30만~50만원 정도가 된다. 만성적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국민들도 개인의 작은 이익을 위한 선택이 모두의 불행으로 돌아옴을 인식하고 에너지 절약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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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이 되었다. 70% 넘는 국민 반대와 극심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 땅의 젖줄인 4대강에 손을 댄 지. 이틀 전인 7월4일, 감사원은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감사의 골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의 최종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월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기 1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인 2013년 1월 발표한 2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하였다. 2013년 7월 발표한 3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조성을 염두에 둔 것이며, 이명박 정부가 참여업체 간 담합을 방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가 매번 결이 다른 결론을 내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정치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1차 감사를 제외한 다른 모든 감사는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번 4차 감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사업의 최종 책임자라 결론지었다.

환경시민단체들의 모임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기 문란 범죄로 드러난 4대강사업 관계자들의 책임을 규명하고, 당장 재자연화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간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도대체 4대강 사업을 왜 하냐고. 왜 6m 깊이로 강을 파냐고. 이번 감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앞장서 추진하고 비호했던 국토부나 환경부조차 애초엔 반대했던 이 사업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통치 차원”이란 명분으로 강행하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법적 절차는 무시되었고, ‘보’라 불리는 16개 ‘댐’이 건설되고 6m 깊이로 준설이 이루어졌다. 감사원은 23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 4대강 사업의 이수 치수 효과는 거의 없으며,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빌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21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필자에게는 이번 감사 결과가 놀랍지도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반대 주장의 정당성을 10년이 지난 이제야 확인받았다는 사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나,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제기했던 전문가나 환경단체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절차상 잘못이나 위법성을 따질 수 있는 사법체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2009년과 2010년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 소송단’이 4대강 사업이 하천법과 환경영향평가법, 국가재정법, 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사업 취소와 행정처분 효력정지소송을 서울, 부산, 전주, 대전 지방법원에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민소송단 증인으로 4대강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16-0.24라고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이러한 사전 경제성 평가 결과는 이번 감사원이 제시한 사후 평가결과인 0.21과 유사하다.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게 일관된 분석결과다. 하지만 “낙동강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는 부산고등법원 판결이 있었을 뿐, 2015년 대법원은 4대강 사업에 위법성이 없다고 최종 판결하였다.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의 “통치 차원” 지시가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를 초월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묻는다. 당시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전문가들과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자들은 이번 감사원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도 자신의 주장과 판단이 옳았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정정당당히 나서 증거를 제시하라. 그렇지 못하다면 법이 당신들을 처벌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 사회는, 무너진 자연은,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4대강 사업에 찬동했던 인사들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기 위한 ‘4대강 찬동 인명사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 대다수는 지금도 부끄러움 없이 활동 중이다. 역사는,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진실과 거짓의 문제였고, 전문가에겐 진실을 지켜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기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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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가 끝났다고 모두가 이렇지는 않겠지.” 얼마 전 ‘녹색연합’ 회원들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고 난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에 갔을 때 들었던 생각입니다. 가리왕산, 가보곤 싶었지만 경기장을 생각하면 자꾸 연상되는 흉한 몰골이 꺼림칙해 가보길 미루었던 곳입니다. 이번에 직접 가서 본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지난 5월 중순, 시간당 최고 30㎜, 이틀간 80㎜가 내린 봄비에 경기장 슬로프는 온통 크고 작은 자갈로 뒤덮였고, 포장도로는 돌무더기로 변해버렸습니다. 빗물이 돌과 흙을 끌고 내려와 수로를 비롯한 각종 인공구조물을 막고 무너뜨리고 찌그러뜨렸습니다. 복원은 차치하고, 당장 이번 여름에 산사태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지난 9일 녹색연합과 전문가 조사단이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의 알파인스키장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호우 때 흙이 쓸려내려가면서 굴러내린 돌 더미들이 경사면을 덮고 있다. 가리왕산 스키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복구나 재해예방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장마철을 앞두고 심각한 재난 우려가 나온다. 정지윤 기자

가리왕산은 조선 세종 이후 벌목을 금지해온 봉산이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생태자연도 1·2등급지역, 녹지자연도 8·9등급지역, 다양한 세대의 주목 군락지라는 사실도, 이 경기장은 올림픽을 마친 뒤 바로 철거해야 하는 1회용이라는 사실도 경제를 비롯한 각종 올림픽 효과 앞에선 모두 무력했습니다. 하기야 설악산이 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보존연맹 엄정자연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문화재라는 사실도 케이블카사업 앞에선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일단 가리왕산에 알파인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하자, 500년간 보전해온 축구장 70개 넓이의 숲, 10만여 그루의 나무가 한순간에 없애버려야 할 것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봄비에 자갈밭으로 변해버린 경기장은 정작 없애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가리왕산 경기장은 원래의 숲으로 복원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만들어졌습니다. 강원도, 산림청, 환경부, 환경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가리왕산생태복원추진단’은 오랜 논쟁 끝에 가리왕산을 원래 상태인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목표로 복원하며, 경기장 전 지역의 곤돌라를 비롯한 모든 인공구조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이왕 만들어놓은 경기장이니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장 시설물 절대 반출 금지.” 경기장 주변엔 정선군번영연합회에서 내건 빛바랜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경기장 시설물 유지의 최종 목표는 아마도 지역의 ‘번영’일 겁니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바람이 과연 현실적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먼저,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주술처럼 반복했던 ‘수십조원’의 경제 효과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만일 발생했다면 그 수익이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갔는지, 지역주민들은 그 효과를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정말 그렇게 엄청난 수익이 발생했다면, 이젠 복원이 순리입니다. 만일 발생하지 않았다면, 시설물을 유지한다고 해서 잔치할 때도 생기지 않았던 황금알이 잔치가 끝난 후에 생겨날 리 없습니다. 이제라도 복원이 순리입니다.

수백 년간의 자연보호림을 원래대로 복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원래’를 목표로 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너무나 당연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만큼 가리왕산은 원래에 가깝게 복원될 것입니다. 둘째, 복원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합니다. 힘든 복원 과정은 우리가 가리왕산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새기는 사회적 학습 과정이 될 것입니다. 장기간의 복원 과정은 단기간의 이익만을 노리는 개발주의와 성과주의를 반성하는 정화의 과정이 될 것입니다. 어떤 것이 복잡하게 얽히면, 우리는 그걸 ‘리셋’합니다. 빗나간 것을 원래대로 돌리는 겁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겁니다. 가리왕산을 둘러보며 함께 만들었던 구호를 다시 외칩니다. “가리왕산, 리셋!”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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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가리왕산이 순간의 기쁨을 위한 화장을 걷어내고 벌거벗은 맨몸으로 장마와 폭우를 기다리고 있다. 며칠간의 짧은 흥분의 마취제를 처방받은 것처럼 잠시 잊고 있었던 올림픽의 경제효과 허상이 사라져갈 즈음, 지역주민의 불안과 사회적 갈등이 마취에서 깨듯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지킬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마치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킬 것처럼 복원약속을 하고, 축제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왕 만든 것이니 계속 사용하자’는 철지난 개발경제논리의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치 그 약속이 철저히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허가를 내준 중앙정부는 지난 10년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새빨간 거짓말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지금에 와서야 이 논란을 남 탓으로 돌리며 응급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진정 가리왕산의 복원을 생각했다면 이미 10년 전부터 수많은 것들을 준비했어야 했다. 훼손하기 이전, 주변을 포함한 자연환경의 정밀조사를 통해 복원에 필요한 수목을 기르기 시작해야 했으며, 토양을 준비해야 했고, 변화된 환경에서 어린 식물의 적응 가능성을 검토했어야만 했다.

알파인 경기장 주변, 지난달 상대적으로 적은 비에도 불구하고 재난관리기금으로 응급복구를 진행해야 할 만큼 큰 피해를 입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60조원이 넘는 경제효과와 32조원의 관광수익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많은 수익을 내고도 수익의 1%도 되지 않는 가리왕산의 복원비용은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지 모를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지금부터 벌어질 손해는 또 고스란히 우리의 세금으로 메꿔야만 한다. 그렇게 자본은 권력과 결탁해 이익을 사유화하고 자신들이 메워야 할 손해를 공유화한다.

교육의 힘은 위대하다. 바르건 바르지 않건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실시간으로 미디어에 의해 전달되며 훌륭한 학습효과로 각인된다. 멀게는 일제강점기의 친일매국자들,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이 만들어낸 엇갈린 삶의 역사, 29만원밖에 없는 사람이 살아온 역사, 가까이에는 갑질 재벌가가 만들어내는 일그러진 풍경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살아 있는 학습의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 학자적 양심으로 4대강을 반대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반면, 그 부역자들은 정부의 막대한 연구지원을 기반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누가 공익과 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인가?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이 살아 있는 교육에서 우리가, 특히 앞으로 사회를 이끌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훈은 무엇일까? 공무원이 되기 위해, 법관이 되기 위해, 시험에서는 교과서에서 외운 정의로운 죽은 답을 찾겠지만, 공무원이건 판사건, 검사건 현실에서 마주한 이 살아 있는 학습결과를 따르는 지금의 사회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복원을 포함하여 하천이나 계곡의 복원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강물의 거대한 힘이 스스로 복원의 기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반면 산림, 그것도 고산식생 복원은 수십 년의 노력으로도 효과를 보기 어려운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미 가장 중요한 10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해 제대로 된 복원을 위해서는 더욱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가장 빠른 시작이기에 하루빨리 체계적 계획을 수립해야만 한다. 아울러 재해 방지를 위한 조치는 확실히 하되 반드시 임시적이어야만 한다. 재해방지를 위한 시설물이 고착화되는 순간 복원은 영영 사라지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났다. 촛불혁명의 사후약속은 정의로운 삶이 훨씬 고귀하다는 것을 새 역사로 만들어가야 할 시대적 책무일 것이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후진적 지방자치는 사라져야 할 때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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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다. 기다랗게 벽보가 붙었다. 비에 젖지 않도록, 손상이나 훼손 방지를 목적으로, 비닐에 감싸여 있다. 어느새 거리마다 현수막이 즐비하다. 차량 통행이 많은 사거리엔 현수막이 빼곡하다. 건물 한 면에 통째로 붙인 것도 있다. 당 상징 색깔에 후보자들 번호와 이름이 쓰여 있는 점퍼와 모자를 입고 쓴 선거운동원들이 홍보에 열심이다. 번호와 이름이 적힌 어깨띠도 보인다. 인적이 많은 거리에선 후보들 경력이 빼곡히 적힌 명함을 나눠주느라 분주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선 집으로 공보물을 보낸다. 화려한 색상의 고급용지로, 웬만한 노트보다 두껍다. 작은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량이 길거리 여기저기에 세워진 채, 또는 거리를 오가며, 후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자동차나 휴대용 확성기에선 소음 수준의 로고송이나 유세연설이 흘러나온다. 일상적인 선거철의 익숙한 풍경이다.

슬슬 의문이 든다. 도대체 선거기간 동안 전국에 붙인 벽보는 얼마나 될까? 현수막은 몇 개나 될까? 벽보나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처리될까? 얼마나 많은 명함이 만들어지고 선거 공보물은 또 얼마나 될까? 후보들 번호와 이름, 구호가 적힌 점퍼나 모자, 어깨띠는 어떻게 할까? 트럭인 유세차량에서 사용하는 경유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한 번 선거를 치르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는 몇 그루나 되고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얼마나 되며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는 또 얼마나 배출될까?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선거 뒤 현수막 처리에만 30억원이 든다고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후보자들이나 정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후보자 얼굴과 공약을 알려 한 표라도 더 얻고 싶겠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은 적이 있고 미세먼지에 시달리며 기후변화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선거문화를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 걸까? 후보들은 저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서 친환경 공약도 내세우지만 이런 환경에 부담 주는 선거문화가 도리어 국민 삶을 해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공식 선거기간은 5월31일부터 6월12일까지 13일로, 선거가 끝나면 용도 폐기되어 버려질, 단 13일 쓰고 버릴, 선거용품과 옷들이 넘쳐난다.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018년의 선거문화, 20세기와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 이야기도 간간이 들린다. ‘터치포굿’이란 단체가 제공하는 ‘친환경선거 체크리스트’를 실천하는 후보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더 많은 후보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하지만 몇몇 후보의 자발성에 기대기보다 제도 변화로 선거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일단 선거공보물, 너무 아깝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이미 ‘우리동네 후보자 찾기’ 기능이 있다. 살고 있는 동네만 넣으면 후보와 공약 모두 알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고 손쉬운 사실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우선 이 사실을 널리 알리자. 이 기능만 잘 사용한다면 공보물을 일일이 집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 물론 아직도 인쇄물이 필요한 시민들도 있다. 그러니 인쇄물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 선관위에 신청하도록 하자, 우리 집엔 보내지 말라고. 현수막은 가능한 한 수를 더 제한하자. 사용 후엔 지금처럼 뜻있는 후보들만 새사용업체(업사이클링업체)로 보내고 대부분 매립하거나 소각하게 두지 말고 모두 새사용업체로 보내게 하자. 신발주머니로 만들어서 학교로 보내는 건 어떨까? 신발주머니 사용에 선거와 친환경 선거의 의미, 새사용의 필요를 익히는 덤도 누릴 수 있다. 유세차량 운행을 줄이고 소음도 규제기준을 정하자. 차제에 이런 방식도 다시 생각해보자.

누가 로고송 듣고 율동 보고 그 후보, 그 정당에 표를 줄까? 유권자는 정책공약을 바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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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과잉광고’를 연일 신문지면에 쏟아내고 있다. 미세먼지를 99.9% 걸러내는 공기청정기이자 발전기로서 “우리 아이들의 맑은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이 광고의 핵심 내용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이런 광고에 설득당했는지 한 대에 7000만원 가까운 구입비용 중 4000만원가량을 지원한다고 한다. 3000만원에 새 차 한 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인데, 구입 신청자가 넘쳐나서 이미 지원금이 소진되었다는 말이 들린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가 만든 물건을 광고하는 것은 조금 ‘과장’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크게 탓할 것이 못된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완벽’에 가깝게 제거하는지, 정말 “우리 아이들의 맑은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지 검증해보지도 않고 수천만원을 국민 세금으로 내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동차는 물만 배출한다고 해도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 달리는 동안 도로면에 가라앉아 있던 먼지를 휘저어 날려서 미세먼지의 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을 통해서도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내놓는다. 작년 독일 남서부에서 수행된 미세먼지 측정값 분석에 따르면 공기 1㎥에 들어 있는 미세먼지 중 1.9㎍이 자동차 매연에서 나온 것이었고, 그것의 여섯 배에 달하는 11.9㎍은 자동차의 주행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었다. 모든 자동차를 미세먼지 99.9% 제거능력이 있는 수소전기차나 매연이 없는 전기차로 바꾸어도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숫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 한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소전기차의 ‘과잉광고’에서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 연료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이다. 수소전기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수소충전소가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엉뚱하게, 그러니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수소충전소를 많이 보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충전소 한 개 건설하는 데 수십억원이 들어가는데, 거기에도 세금을 쏟아부으라는 말이다.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수소는 정유공장의 부산물로 얻어지기도 하지만 원리적으로는 천연가스나 물을 분해해서 얻는다. 이때 모두 에너지가 투입되고, 천연가스의 경우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가격은 천연가스보다 높고, 전기분해를 이용할 경우 전기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전기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것이면 미세먼지도 많이 발생한다.

수소전기차는 전 세계 자동차회사에서 20여년 전인 1990년대부터 개발하던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13년 전에 수소전기차를 선보였고, 대통령은 그걸 타고 청와대를 한 바퀴 돌았다. 차에서 내린 후 그는 “명실공히 수소전지 시대로 갑니다. 제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밀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수소 연구에 투입되었다. 그런데 수소전기차는 그 후 십수년간  잠잠하다가 이제야 시판이 시작되었다. 그사이 기존 자동차회사에서 거들떠보지 않던 전기차는 승승장구하여 수백만대가 보급되었다.

수소전기차가 “우리 아이들의 맑은 미래”를 위해 전망이 밝다면 내가 낸 세금이 지원금으로 들어가도 괜찮다. 그러나 순수 전기차와 비교할 때 수소전기차는 전망이 좋지 않다. 경제성, 연료조달, 미세먼지 어떤 면을 따져봐도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수소전기차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벤츠에서 수소전기차는 ‘계륵’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 그렇다고 투입한 돈이 있으니 없애지도 못한다. 수소전기차에 매달리다보니 그동안 획기적인 전기차도 개발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벤츠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수소전기차에 매달린다. 결정은 자유지만, 거기에 내가 낸 세금이 쓰이는 것은 반대한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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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께.

저는 북한의 에너지 담당자입니다.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님과 김정은 위원장 두 정상의 판문점선언을 접하고 가슴이 벅차올라 이 편지를 씁니다. 두 분은 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저는 이 발표를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정했듯이 북한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에너지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1994년 제네바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어 미국이 약속한 1000㎿급 경수로 2기만 완공되었어도 에너지 상황은 꽤 좋았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의 인민은 199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전력을 공급받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24개나 돌아가고 있고 한 사람이 소비하는 전기가 우리의 20배나 되는 남한에서는 경수로 2기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경수로는 지금 북한 전역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아주 큰 의미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경수로 건설뿐만 아니라 중유 공급마저 끊어버렸습니다.

사실 저는 경수로 2기 건설이 포함된 제네바합의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완공 시점으로 못 박은 10년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말씀을 듣고 깨달은 것이지만, 경수로 건설은 처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학교를 마칠 2000년경 독일을 거쳐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수학여행을 간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때 독일에서는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올리고 벌판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일이 한창이었고, 코펜하겐 앞바다에는 풍력발전기 20개가 세워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말씀 중에 완공되지 못한 경수로 2기 건설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실패한 이유는 핵을 태양광이나 풍력같이 평화공존에 근본적으로 기여하는 대안을 가지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평화를 위협하는 핵발전으로 대신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경수로 2기 건설에 투입된 2조원 이상의 비용이 아까우니 경수로 2기의 건설을 재개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그걸 고집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에 북한에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널리 퍼뜨리는 일을 남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저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따라 풍력발전기를 세우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북방한계선은 길이가 200㎞가 넘습니다. 한계선을 따라서 250m 간격으로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800개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 제주도 한경면 앞바다에 건설한 3㎿급 해상 풍력발전기를 그곳에 세운다면, 경수로 2기에 필적하는 2400㎿의 풍력단지가 남북 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건설되는 것입니다.

물론 10조원 정도의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수조원을 쏟아붓고 중단한 경수로 사업과 비교하면 그렇게 큰 비용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용의 조달과 발전단지 운영은 김정은 위원장이 보고 감명을 받은 코펜하겐 해상풍력단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20개 중 절반은 코펜하겐 전력공사 소유이고, 나머지 절반은 코펜하겐 시민 8000명 이상이 참여한 협동조합 소유입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남북한 정부에서는 공동으로 북방한계선 풍력발전공사를 설립하고, 남한의 시민과 북한의 인민은 공동으로 출자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북방한계선 구간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지금까지 남과 북의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분쟁지역이 평화의 구역으로 바뀔 것입니다.

판문점선언으로 이런 생각과 제안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대통령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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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폐기물 대란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분리배출을 하고 있고 어딜 가나 종류별로 재활용 쓰레기통이 갖춰져 있어 분리수거가 잘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 환경정책 중에서 가장 내세울 만한 정책이 폐기물정책이었다. 한국의 폐기물정책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칭찬하는 모범사례로 꼽혀 왔다. 전국이 일시에 종량제 시행에 들어갔고 제도 시행 후 재활용률이 높아졌으며 분리배출이 문화로 자리잡은 듯했다. 2013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기물 재활용률은 59%로 독일(65%)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이런 나라에서 재활용 폐기물 대란이라니!

폐기물 관련 숫자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지만 곪았던 상처가 터진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이 무려 연간 260억개, 하루 7000만개란다.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은 2015년 기준 1인당 420개다. 국민 한 사람이 매일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를 하나 이상 쓰고 있는 셈이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1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4.1㎏(2017년 기준)으로 세계 2위다.

압축된 PET 뭉치. 김영민 기자

이대로는 안된다. 폐기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량’이다. 재이용, 재활용, 자원 회수 이전에 나날이 늘어나는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먼저다. 거리 곳곳에 생겨난 커피전문점에서는 종이컵 사용이 기본이다. 매장 안에서도 플라스틱 뚜껑을 닫은 종이컵을, 그것도 마분지 홀더까지 끼워서 쓴다. 매장 밖으로 가져가니 종이컵에 담아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매장 안에서 마실 거니 머그잔에 담아달라고 따로 요청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찬 음료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에도 홀더를 끼워 쓴다. 냉장고에 진열된 병 주스를 사도 따로 플라스틱 용기에 얼음을 담아준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할인혜택을 주는 매장도 있지만 모두 그런 것도 아니다. 비가 올 때면 곳곳에선 일회용 비닐봉지가 으레 사용된다. 보고 버릴 영수증도,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가 오지만, 매번 출력된다. 이제 이런 게 일상이고 문화가 되어버렸다.

일회용 컵의 경우 회수율을 높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보증금 제도가 2002년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폐지해 버렸다. 2010년에는 중소기업 부담을 이유로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면제와 경감 범위를 크게 완화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테이크아웃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다. 그 사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계도 느슨해졌다.

제도적 장치가 사라진 자리에 커피전문점과 1인 가구, 소규모 포장 증가와 택배업체 과다 포장 등의 요소가 맞물리면서 폐기물 배출량은 빠르게 늘었다. 소비자의 세심하지 못한 분리배출도 문제를 키웠다.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전면 수입 중단으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폐기물 처리의 불편한 진실이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의 수입 중단 예고가 지난해 7월에 있었고 올 1월부터 실제 금지에 들어갔지만 환경부가 제대로 된 대처방안을 미리 마련하지 않아 상황이 악화되었다.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재도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9%가 찬성했다. 보증금제 도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높은 상태다. 기대한 감량과 재활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감량이 중요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상품 생산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를 확대·강화하여 생산과 유통단계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이 손쉽게 이루어지도록 용기와 포장재질을 개선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의 책임 있는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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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현재 24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발전용량은 2만2529㎿이고 전체 전력의 30%가량 생산한다. 석탄발전소에서는 그것보다 더 많은 40%를 생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둘을 모두 줄여나가고, 이를 통해서 언젠가는 에너지전환을 이룩하려 한다. 문제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으로 생산하는 그 많은 전력을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인데, 정부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역할을 해주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방송통신대 학생들과 함께 에너지전환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에 그게 가능한지 계산해보았다. 전원믹스를 고려하여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의 30%인 원전을 대체하고, 풍력으로 석탄화력의 40%를 생산한다고 가정하고 계산을 하였다. 결과는 태양광이나 풍력 모두 원전과 석탄을 대신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태양광으로 원전이 생산하는 30%를 충족하려 할 때 필요한 용량은 원전의 다섯배가 조금 넘는 13만5000㎿였고, 설치에 필요한 면적은 약 1215㎢였다. 서울시의 2배 정도, 남한의 1.2%에 달하지만, 남한 전역에 퍼져 있는 건축물 지붕과 농토의 일부만 이용해도 얻을 수 있는 면적이다.

석탄을 풍력으로 대치하는 경우에는 계산이 조금 복잡해진다. 육지는 바람이 약해서 일부 산간지방과 해안을 제외하면 풍력발전기를 세울 만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바람이 강한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이 경우 풍력으로 석탄을 대치하려면 8만㎿ 용량의 발전기를 세워야 한다. 면적은 6만㎢ 정도가 필요하다. 남한 국토면적의 60%에 달하지만, 북쪽을 빼고 3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에서 확보가능한 면적이다. 현재 1만6000㎿의 해상풍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2020년에는 2만5000㎿의 발전소가 바람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게 될 영국과 비교할 때 수십년 계획을 세우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건설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이다. 태양광 건설비가 ㎿당 약 1억4000만원, 해상풍력이 ㎿당 약 40억원이므로, 현재를 기준으로 단순하게 계산할 때 투입되어야 할 비용은 태양광이 약 200조원, 해상풍력은 약 300조원이 된다. 정부의 1년 예산과 맞먹는 대단히 많은 돈인데, 대부분의 관료나 정치인은 대기업이 나서주지 않으면 조달이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거대자본들이 큰돈을 투입해서 바다에 풍력단지를 세운다는 발상은 촛불혁명 전에나 수용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촛불혁명을 통해 국가의 주인이 시(국)민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인식하게 된 촛불시민들은 이런 발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바다와 바람은 공유자원(커먼스)이다. 당연히 국가와 시민들이 공공을 위해 관리하고 개발하고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거대자본에 넘겨주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영국에서 해상풍력은 모두 거대자본이 가져가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별 관심이 없고, 민주사회에서 에너지전환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던 소수의 시민들만 간간이 우려를 표할 뿐이다. 이들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독일의 에너지전환 과정을 부러워하지만, 독일도 재생가능 에너지의 전력생산 비중이 30%를 넘어선 후에는 거대자본이 해상풍력이라는 큰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이들을 적극 지원한다. 물론 비판하는 세력도 있지만, 이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들은 바다와 바람이라는 커먼스가 거대자본에 선점당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우려하며 안타까워한다.

에너지전환은 기술의 변화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촛불혁명의 정신과 상통하는 에너지전환 정신이 제거된 기술만의 변화는 진정한 에너지전환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조급증에 걸려서 커먼스를 거대자본에 내주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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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서 ‘40일’은 중대한 일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합니다. 교회도 부활절 전 40일을 ‘사순(四旬) 시기’로 지냅니다. 지금이 그때입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때입니다. 회개는 특정한 잘못의 뉘우침보다는 자신을 어떤 면에서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마음의 변화를 뜻합니다. 회개는 현재 삶의 태도를 깊이 성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삶의 방향을 돌리는 것, 곧 돌아섬입니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또 무엇을 향해 돌아서려고 하는가?” 매년 이때 되새기는 물음입니다.

소비주의는 오늘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핵심어입니다. 소비주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나 그렇게 부추기는 경향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소비주의의 근본 문제는 우리를 ‘소비자’라는 특정한 유형의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소비주의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찾아내거나 만들거나 기르기보다는 사는 게 낫다고 여기게” 만듭니다(웬델 베리, <온삶을 먹다>). 소비주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우리는 직접 문제의 답을 찾아내고 필요한 것을 만들고 길러내는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사고 쓰고 버리는 과정이 확대 재생산됩니다. 그러는 동안, 써서 없애는 데 길들여진 우리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게 변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모습입니다. 소비자가 만들어내는 건 쓰고 버리는 쓰레기입니다.

소비주의 사회에서는 소비 능력이 큰 사람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소비를 많이 하려면 많이 소유해야 하고,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옆을 바라보는 건 금물, 앞만 보고 질주해야 합니다. 뒤처지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자기에게만 몰두해야 합니다. 자연생태계의 훼손도 인간의 풍요와 편리를 위해서라면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소비주의는 이렇게 경쟁과 자기몰입과 무관심을 확대 재생산합니다. 단절과 고립의 벽이 도처에 생겨납니다.

무언가 문제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 때도 있지만, 매력적인 모습으로 치장한 소비주의는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하고, 소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회유하고 위협합니다. 무한한 풍요와 편리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한, 우리는 자신과 사회와 자연생태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는지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설사 소비주의의 근본 문제를 본다고 해도 저항하기 힘듭니다.

얼마 전,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한 수녀님을 찾아가 수녀원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흙과 나무로 지은 아늑한 집에서, 소박하지만 정갈한 밥상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수녀님이 상에 놓인 음식을 가리키며 먹을거리는 가능한 한 직접 길러서 마련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자랑으로 비칠까, 수줍은 표정 속에서 직접 ‘찾아내고 만들고 길러내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건강한 자부심이 배어나옵니다. 사람에게 좋기 때문이 아니라 땅을 살리기 위해서 유기농을 한다고 말하는 수녀님에게서 땅을 믿고 땅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겸손이 묻어나옵니다. 불편하지만 오줌과 똥을 모아 거름을 만들어, 땅에 힘을 북돋아줍니다. 땅은 우리의 모태이니, 땅이 건강해지면 사람도 건강해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능한 한 기계 없이 몸으로 하려다보니, 농사를 크게 짓지 않습니다. 대신, 조금 덜 쓰면서 지냅니다. 덕분에 쓰레기가 덜 생겨나고, 마음의 여유를 더 누립니다. 어느 날 슬며시 찾아와 한 식구가 된 도도한 러시안 블루 ‘도도’도 수녀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습니다. 따뜻한 관심과 환대의 물줄기가 단절과 고립의 벽을 허물고 흐릅니다.

하루의 어설픈 노동으로 밥값을 대신하고 소비가 일상인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묻고 싶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수녀님, 그래도 이런저런 것들이 없어 불편하지요?” 수녀원 부엌 입구에 걸려 있는 나무판 속의 글귀가 대신 답해줍니다.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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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녹색세상’에 실린 글을 모두 찾아보니 60% 남짓이 탈원전 관련 글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임이 분명하나,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 기후변화, 조류인플루엔자, 4대강과 케이블카로 대표되는 국토난개발 외에도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심각한 환경문제들이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다는 데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녹색’과 관련된 간과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시작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소나무와 하늘소, 꿀벌에 관한 것으로 해보려 한다. 지구의 모든 생물이 하나같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생물종을 들라면 인간을 제외하면 당연히 꿀벌이다. 벌이 멸종하면 4년 뒤 인간이 멸종할 것이란다. 그런데 벌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남의 일인 듯 무감각하다. 벌의 집단붕괴 원인은 그동안 다양하게 제시되었으나, 연구가 축적되면서 바이엘사가 개발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의 과도한 사용이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초기 연구에서는 똑똑한 벌 스스로가 해당 살충제를 피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지 않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2015년 한 연구결과는 벌이 시간이 지날수록 살충제가 있는 곳을 더 자주 찾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이게도 담배와 같은 중독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미 꿀벌 유해성 문제로 초기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는 많은 국가에서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독성이 약하다는 3세대 살충제 또한 유럽 및 북미를 중심으로 사용금지 약제로 속속 등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살충제가 경작지뿐만 아니라 인가 주변 산림과 도시에 광범위하게 뿌려지고 있다. 소나무가 죽어간다는 이유에서이다.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 매개를 이유로 산림 내 솔수염하늘소를 죽이기 위해 사용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와 호흡기 독성물질이 유출되는 살충훈증제의 구입비가 2015년 한해에만 무려 80억 원이 넘는다. 재선충은 고지대 산림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약제의 대부분은 우리가 수시로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동네 뒷산에 집중적으로 뿌려진다. 또한 많은 지자체가 이 살충제를 가로수 병해충 방제에 사용하고 있으니 농경지는 물론 산림, 도시까지 구석구석 뿌려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꿀벌이 이 농약을 피할 수 없음은 당연하고 우리 또한 적은 양이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된다고 봐야 한다. 환경이야 늘 후순위로 밀리는 우리나라는 이 약제에 대해서도 역시 다르지 않은 대응을 보여준다. 2016년 벌꿀의 생산지수는 46으로 떨어졌고, 양봉농가들의 지속적 문제제기에도 정부는 문제없다고만 하고 있다. 우리 숲이 그나마 온전하게 자연의 섭리를 따르기 시작한 시기는 지역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1980~90년대 들어 시골에까지 석유나 연탄보일러가 보급된 이후이다. 숲이 사람의 간섭을 벗어난 지 고작 30년 정도가 되어 이제야 조금씩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며 숲의 진짜 나무(眞木), 참나무가 성장하면서, 반대급부로 초기에 번성했던 소나무는 여러 이유로 줄어드는 현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안정화를 외면하면서 숲의 미래를 책임질 진짜 나무를 잡목이라는 이름으로 베어내고, 하늘소를 포함한 숲속의 수많은 생명들을 죽이는 살충제를 가장 깨끗해야 할 산림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산림생태계가 안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나무가 쇠퇴하는 것을, 마치 소나무가 줄어들면 산림이 황폐화될 것 같이 호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산행지가 늘어나는 것이 농약을 뿌려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인가? 하늘소를 죽이는 살충제가 뿌려진 산림이 과연 건강한 산행지일까? 농경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늘 호흡하는 도시와 산림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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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포항의 연이은 지진은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보여주었다. 반대로 자연에게 거대 재앙은 인간일 것이다. 주민들이 지진에 삶의 터전을 잃는 것과 같이 반달가슴곰이, 산양이, 하늘다람쥐가 탐욕스러운 자본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는다. 마치 자연과 인간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자연 속에 우리가 있고, 파괴된 환경은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옴을 인식할 때이다. 개인의 권리, 자본의 가치를 그 어느 나라보다 우선하는 국가로 당연히 미국을 꼽을 것이다. 이런 정부가 자신들이 만든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기 위한 ‘국립공원’ 제도라 말한다. 그 어떠한 과학적 발견이나 기념비적 건설행위가 아닌, 보전을 위해 자본의 욕심을 강력히 제한하는 제도를 우러르는 것은 그만큼 이 제도가 국가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말 미국 정부의 자연보전 의지를 확인할 발표가 있었다. 미국 국립공원청이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을 포함하여 전국 17개 공원의 성수기(연간 5개월) 입장료를 약 8만원(한화)으로 인상한다는 발표이다. 방문객 증가 억제를 위한 정말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발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비해 현재도 심각한 고밀이용지역인 설악산(설악산 이용밀도는 옐로스톤의 20배가 넘는다)은 ‘문화향유’를 이유로 오색케이블카를 건설해야 한다고 한다. ‘향유권’을 추가로 심의한 문화재전문위원들의 정당한 재부결 결정을 편향적 법률해석을 통해 허깨비로 만든 문화재청을 포함한 우리 정부는 미국 공원청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10여 년간 정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나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등의 권위에 기대며 보호지역 홍보에 열을 올렸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신들의 우수한 전문성과 노력의 성과로 많은 국립공원의 IUCN 보전등급이 5등급에서 2등급으로 승격되었다고 홍보하고, 산림청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나 문화재청의 천연보호구역은 IUCN 보전등급 1등급 또는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환경부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 산림청은 우수한 자연지역의 공원 편입을 이 논리로 반대하기도 하였다. 미국 공원청의 입장료 인상 결정은 탐방객 증가에 따른 훼손을 막고자 하는 기관의 핵심 임무에 충실했다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반대로 오색케이블카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들은 해당 기관들 본연의 임무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법적 근거도 없는 ‘조건부’를 내세워 보호지역 핵심공간에 건설되는 반영구 훼손시설의 설치를 승인한 환경부나, 더 강력한 보전기관임을 자처한 산림청과 문화재청의 결정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자진하여 설악산을 엄격한 통제가 요구되는 보호유형으로 전환시킨 후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중적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오색케이블카 예정지역은 문화재청에 의해 학술적 목적의 출입까지도 엄격히 제한되는 유형Ⅰ의 보호지역으로, 유형Ⅱ의 미국 옐로스톤보다 강력한 보전이 요구된다).

또한 환경부는 2012년 공원의 보전가치가 이용가치보다 약 9배 높음을 연구결과로 제시한 바 있고, 케이블카를 포함한 공원 내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시설들을 원천 금지시키는 법률 개정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미 케이블카 같은 시설이 보호지역의 ‘향유’에 맞지 않으며, 보호지역은 충실히 보전될 때 훨씬 높은 가치를 국민에게 돌려줌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아는 정부가 문제의 시설들을 올해 기필코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밀어붙이는 모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오색케이블카 승강장 옆 승마연습장과 대청봉 위 호텔이 선명한 설악산 개발계획도가 탄핵 이후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힘은 현 정부에서도 여전한 건가?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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