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녹색세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12.22 소나무와 하늘소, 그리고 꿀벌
  2. 2017.11.24 미국 옐로스톤과 설악산

올 한해 ‘녹색세상’에 실린 글을 모두 찾아보니 60% 남짓이 탈원전 관련 글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임이 분명하나,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 기후변화, 조류인플루엔자, 4대강과 케이블카로 대표되는 국토난개발 외에도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심각한 환경문제들이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다는 데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녹색’과 관련된 간과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시작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소나무와 하늘소, 꿀벌에 관한 것으로 해보려 한다. 지구의 모든 생물이 하나같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생물종을 들라면 인간을 제외하면 당연히 꿀벌이다. 벌이 멸종하면 4년 뒤 인간이 멸종할 것이란다. 그런데 벌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남의 일인 듯 무감각하다. 벌의 집단붕괴 원인은 그동안 다양하게 제시되었으나, 연구가 축적되면서 바이엘사가 개발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의 과도한 사용이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초기 연구에서는 똑똑한 벌 스스로가 해당 살충제를 피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지 않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2015년 한 연구결과는 벌이 시간이 지날수록 살충제가 있는 곳을 더 자주 찾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이게도 담배와 같은 중독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미 꿀벌 유해성 문제로 초기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는 많은 국가에서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독성이 약하다는 3세대 살충제 또한 유럽 및 북미를 중심으로 사용금지 약제로 속속 등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살충제가 경작지뿐만 아니라 인가 주변 산림과 도시에 광범위하게 뿌려지고 있다. 소나무가 죽어간다는 이유에서이다.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 매개를 이유로 산림 내 솔수염하늘소를 죽이기 위해 사용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와 호흡기 독성물질이 유출되는 살충훈증제의 구입비가 2015년 한해에만 무려 80억 원이 넘는다. 재선충은 고지대 산림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약제의 대부분은 우리가 수시로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동네 뒷산에 집중적으로 뿌려진다. 또한 많은 지자체가 이 살충제를 가로수 병해충 방제에 사용하고 있으니 농경지는 물론 산림, 도시까지 구석구석 뿌려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꿀벌이 이 농약을 피할 수 없음은 당연하고 우리 또한 적은 양이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된다고 봐야 한다. 환경이야 늘 후순위로 밀리는 우리나라는 이 약제에 대해서도 역시 다르지 않은 대응을 보여준다. 2016년 벌꿀의 생산지수는 46으로 떨어졌고, 양봉농가들의 지속적 문제제기에도 정부는 문제없다고만 하고 있다. 우리 숲이 그나마 온전하게 자연의 섭리를 따르기 시작한 시기는 지역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1980~90년대 들어 시골에까지 석유나 연탄보일러가 보급된 이후이다. 숲이 사람의 간섭을 벗어난 지 고작 30년 정도가 되어 이제야 조금씩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며 숲의 진짜 나무(眞木), 참나무가 성장하면서, 반대급부로 초기에 번성했던 소나무는 여러 이유로 줄어드는 현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안정화를 외면하면서 숲의 미래를 책임질 진짜 나무를 잡목이라는 이름으로 베어내고, 하늘소를 포함한 숲속의 수많은 생명들을 죽이는 살충제를 가장 깨끗해야 할 산림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산림생태계가 안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나무가 쇠퇴하는 것을, 마치 소나무가 줄어들면 산림이 황폐화될 것 같이 호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산행지가 늘어나는 것이 농약을 뿌려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인가? 하늘소를 죽이는 살충제가 뿌려진 산림이 과연 건강한 산행지일까? 농경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늘 호흡하는 도시와 산림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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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경주와 포항의 연이은 지진은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보여주었다. 반대로 자연에게 거대 재앙은 인간일 것이다. 주민들이 지진에 삶의 터전을 잃는 것과 같이 반달가슴곰이, 산양이, 하늘다람쥐가 탐욕스러운 자본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는다. 마치 자연과 인간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자연 속에 우리가 있고, 파괴된 환경은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옴을 인식할 때이다. 개인의 권리, 자본의 가치를 그 어느 나라보다 우선하는 국가로 당연히 미국을 꼽을 것이다. 이런 정부가 자신들이 만든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기 위한 ‘국립공원’ 제도라 말한다. 그 어떠한 과학적 발견이나 기념비적 건설행위가 아닌, 보전을 위해 자본의 욕심을 강력히 제한하는 제도를 우러르는 것은 그만큼 이 제도가 국가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말 미국 정부의 자연보전 의지를 확인할 발표가 있었다. 미국 국립공원청이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을 포함하여 전국 17개 공원의 성수기(연간 5개월) 입장료를 약 8만원(한화)으로 인상한다는 발표이다. 방문객 증가 억제를 위한 정말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발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비해 현재도 심각한 고밀이용지역인 설악산(설악산 이용밀도는 옐로스톤의 20배가 넘는다)은 ‘문화향유’를 이유로 오색케이블카를 건설해야 한다고 한다. ‘향유권’을 추가로 심의한 문화재전문위원들의 정당한 재부결 결정을 편향적 법률해석을 통해 허깨비로 만든 문화재청을 포함한 우리 정부는 미국 공원청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10여 년간 정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나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등의 권위에 기대며 보호지역 홍보에 열을 올렸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신들의 우수한 전문성과 노력의 성과로 많은 국립공원의 IUCN 보전등급이 5등급에서 2등급으로 승격되었다고 홍보하고, 산림청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나 문화재청의 천연보호구역은 IUCN 보전등급 1등급 또는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환경부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 산림청은 우수한 자연지역의 공원 편입을 이 논리로 반대하기도 하였다. 미국 공원청의 입장료 인상 결정은 탐방객 증가에 따른 훼손을 막고자 하는 기관의 핵심 임무에 충실했다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반대로 오색케이블카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들은 해당 기관들 본연의 임무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법적 근거도 없는 ‘조건부’를 내세워 보호지역 핵심공간에 건설되는 반영구 훼손시설의 설치를 승인한 환경부나, 더 강력한 보전기관임을 자처한 산림청과 문화재청의 결정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자진하여 설악산을 엄격한 통제가 요구되는 보호유형으로 전환시킨 후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중적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오색케이블카 예정지역은 문화재청에 의해 학술적 목적의 출입까지도 엄격히 제한되는 유형Ⅰ의 보호지역으로, 유형Ⅱ의 미국 옐로스톤보다 강력한 보전이 요구된다).

또한 환경부는 2012년 공원의 보전가치가 이용가치보다 약 9배 높음을 연구결과로 제시한 바 있고, 케이블카를 포함한 공원 내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시설들을 원천 금지시키는 법률 개정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미 케이블카 같은 시설이 보호지역의 ‘향유’에 맞지 않으며, 보호지역은 충실히 보전될 때 훨씬 높은 가치를 국민에게 돌려줌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아는 정부가 문제의 시설들을 올해 기필코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밀어붙이는 모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오색케이블카 승강장 옆 승마연습장과 대청봉 위 호텔이 선명한 설악산 개발계획도가 탄핵 이후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힘은 현 정부에서도 여전한 건가?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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