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을 유발하는 라돈의 원인 제공 물질인 모나자이트를 대진침대보다 많이 구입한 업체가 3곳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원자력위원회(원안위)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모나자이트 수입업체 1곳이 2013~2018년 4월까지 66개 업체에 모나자이트 4만657.5㎏을 판매했다. 이 중 1만2000㎏을 구입한 1곳은 대진침대(2960㎏)보다 4배가량 많았다. 4180㎏과 3720㎏을 사들인 2곳도 대진침대의 구입량을 웃돌았다. 연도에 따라 수백~1000㎏씩을 사들인 업체도 18곳에 달했다.

출처:경향신문DB

모나자이트는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에 좋다는 음이온을 뿜어낸다 해서 건강보조제품의 재료로 쓰인 천연광석이다. 공기청정기와 팔찌, 목걸이, 매트, 침대, 베개, 보디크림, 마사지팩, 안대, 생리대, 속옷 등 특허제품만 18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음이온과 건강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공기 1㎠당 공기분자는 3000경개나 있는데 모나자이트 제품이 배출한다는 음이온은 겨우 수천~수만개로 비율상 미미한 양이다. 그러나 음이온을 선호한 대가는 혹독하다. 모나자이트에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이 라돈 등 1군 발암물질인 방사성 기체를 내뿜는다. 방출되는 음이온의 수가 많을수록 방사능 농도도 높다는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의 보고서도 충격적이다. 예컨대 단위 면적당 음이온이 3779개로 가장 많이 나왔다는 남성팬티의 토륨농도는 25개 제품 중 3번째로 높았다. 또 토륨농도가 가장 높은 여성용 속옷의 음이온 수가 3번째로 많았다.

음이온 제품이 곧 방사능 제품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라돈 침대’ 등 음이온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이 당장 폐암에 걸릴 것처럼 불안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런 통제 없이 입거나, 붙이거나, 마시거나, 바르는 다양한 제품이 음이온으로 포장되어 사람의 입과 코, 피부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원안위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모나자이트가 유통되고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소비자가 사용하는 동안 원안위는 소극적인 SNS 홍보와 같은 안이한 대처로 일관했다. 지금부터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객관적인 조사를 하고, 그에 합당한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참에 생활 속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 법적, 제도적인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매년 반복되는 미세먼지 공포는 어김없이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어느 강에선가 발생할 물고기의 떼죽음이나 녹조라떼가 한동안 미디어를 달굴 것이다. 장마를 시작으로 이상기후와 폭염으로 아우성이 들릴 것이고 맘 놓고 에어컨도 못 켠다는 논리로 원전이 홍보될 것이다. 매년 겨울이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의 가능성만으로 건강하게 살아 있는 닭과 오리가 땅속에 매장되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공익증진과 병충해방제를 이유로 숲속의 무수한 나무들이 잘려 방치된다. 쓰레기와 플라스틱 문제도 주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다. 이 모든 주기적 상황들에 나는 피해자일 뿐이다. 언론은, 국민은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누군가에 독설을 날리며, 다른 나라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 보려 하지만 해결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 문제들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어 반복되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법인 환경인식에 대한 변화노력은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일로 치부된다.

1급발암물질을 내뿜는 디젤엔진, 비록 환경적 문제가 많지만 생계를 위해 트럭을 운전해야만 하는 많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부는 경유에 세금을 덜 부과한다. 그러나 고급 수입승용차와 레저용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들이 과연 대기오염을 감내하면서까지 세금혜택을 주어야만 하는 사회적 약자일까? 디젤게이트, 전 세계를 속인 회사의 재고차량 할인판매를 고대하던 사람들은 과연 사회적 약자일까? OECD국가 중 1인당 전기사용량 증가 정도가 단연 1위인 국가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만들어내는 고위험 미세먼지 문제는 과연 누가 만든 문제일까? 세계 최고의 명품브랜드 소비국민이면서도 내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농산물에 관해서는 무조건 저렴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는 참담하다.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하는 농산물과 GMO사료, 항생제로 길러지는 육류가 기반인 우리의 먹거리, 쌀보다 100배나 잔류허용기준치가 높은 글리포세이트 밀을 수입하면서도 안전하다는 비상식적 논리는 과연 남이 만든 문제일까? 하루에도 몇 차례 커피숍에서 1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긴 커피와 플라스틱캡슐커피를 소비하고, 플라스틱 병의 생수를 마시고, 심지어는 수돗물까지 1회용 플라스틱 병에 담아 마시면서도 쓰레기 대란은 남이 만들어낸 일로 간주한다.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2위의 국민들은 과연 쓰레기 대란의 피해자인가?

1980년 오늘, 사회적 약자들의 강렬한 투쟁과 희생으로 민주주의 안착의 거대한 디딤돌을 놓았다. 그리고 지난 1년, 이 짧은 순간 우리나라는 정치와 사회분야에서 가히 기적이라 할 만큼 믿기지 않을 변화를 겪었다. 바닥까지 추락했던 남북의 만남은 현시점에서 지구상 가장 큰 희망의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며 극적인 반전을 시작하였고,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갑질사회 또한 을의 반란이 여느 때와 다르게 힘을 얻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인 지금 우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공공재인 환경에 대해서도 변화를 시도할 때이다. 개인의 소소한 편리와 이익을 위한 오염유발 행위는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옴을 인식해야만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열대야로, 플라스틱과 GMO, 잔류농약이 함유된 음식물로, 악취 풍기는 하천으로 말이다.

이제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이 되었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리고 살아야만 하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쾌적한 주변 환경은 전적으로 나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쓰레기 대란을 겪은 후에라야 어렵사리 다시 시작된 쓰레기 감축정책이 예전처럼 흐지부지 사라지지 않고 더 큰 공익정책의 씨앗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광주민주화혁명과 같이 우리나라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자고 일어나니 달라졌다’라고 경험하는 일도 먼 미래가 아니길 기대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전 세계가 북극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 북극은 2m가 넘는 얼음의 두께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항로 개척이 어려웠지만, 세계 각국은 석유, 천연가스 등 다양한 천연자원의 보고인 북극을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海氷)이 줄어들면서, 북극에 새로운 항로를 개척한다는 뜻의 ‘콜드러시(Cold rush)’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전 세계가 북극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재앙이 북극 항로의 거리와 시간을 단축시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도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기상청은 위성을 이용한 북극 해빙 면적과 표면 거칠기 변화 정보, 향후 해빙 전망 등을 2013년부터 북극 해빙 감시시스템(http://seaice.kma.go.kr)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1988년부터 해빙 면적을 지속적으로 관측한 결과, 북극 해빙의 면적은 2012년부터 7년 연속으로 ‘3월 평균 면적 최소’ 기록을 경신 중이다. 올해 위성이 관측한 3월 평균 해빙 면적은 1635만㎢로, 해빙 면적이 최대였던 1990년과 비교하면 248만㎢나 줄어들었다. 해빙은 지구의 평균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해류의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해빙이 줄어들면 북극에서 반사되는 햇빛보다 바다로 흡수되는 햇빛이 많아져 북극의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 이로 인해 극지방과 적도의 온도차가 줄어들어 북극의 한기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중위도 지역에서는 저온현상이 지속된다.

특히 제트기류가 약해질수록 특정 지역에 발생한 고기압이 정체되어 정상적인 공기의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이 강해진다. 이에 따라 봄철에 평년보다 추운 날이 많아지거나 오히려 고온이 오래 지속되는 기상이변이 나타나게 된다. 지난해 겨울에는 우리나라에 때 이른 혹한이 왔고, 올해는 3월의 평균기온이 8.1도로 평년(5.5~6.3도)보다 높고, 강수량은 110.7㎜로 평년(47.2~59.9㎜)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과거에 비해 점점 줄어드는 북극 해빙을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방법은 바로 ‘기상위성’이다. 저궤도 지구관측위성은 지구와 가까운 거리인 700~900㎞의 고도를 돌면서 지구 표면을 정밀 관측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북극 해빙 감소,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집중 감시와 미세먼지·황사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위성관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2022년 발사를 목표로, 저궤도 기상위성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저궤도 위성의 운영과 활용은 향후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30년 이상 쌓아온 북극의 환경 정보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북극 해빙의 변화 감시 기반을 구축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될 것이다.

<남재철 | 기상청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해 시민들이 불안을 느꼈던 위험요소 중 으뜸은 미세먼지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남녀 3839명을 대상으로 각종 위험에 관한 불안수준을 측정했더니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가장 높은 3.46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경제침체’(3.38점), ‘북핵’(3.26점), ‘고령화’(3.31점), ‘지진’(2.73점)을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4월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미세먼지 속 마라톤을 중지해야 한다는 기자회견과 함께 미세먼지 속에서 마라톤을 하다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연합뉴스

조사가 진행된 2017년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가 전쟁위기 국면에 빠졌던 해다. 게다가 2016년 경주에 이어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도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가 잇달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와 빈발하는 지진 등 자연재해보다 미세먼지를 더 심각한 위험요소로 꼽았다. 2016년 이후 미세먼지 증가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둘러싼 오염원 논쟁 등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됐다. 북핵이나 자연재해가 잠재적인 위험요소였다 해도 매일매일 숨 쉴 권리까지 위협하는 미세먼지야말로 가장 심각한 불안요인이라는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2060년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만명당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치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늘 중국 탓으로만 돌렸던 미세먼지 책임론이 1~2년의 논쟁 끝에 국내외 복합적인 요인으로 정리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사회시스템도, 시민의식도 부족하다. 여전히 ‘중국발 몇%, 국내요인 몇%’ 등 숫자 타령에 품을 들이고, 마스크 착용과 외부활동 금지 등의 초보적인 대책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어린아이나 노인들에게 미세먼지가 더 위험한지, 혹은 마스크 착용에 따른 산소부족과 호흡곤란이 건강에 더 해로운지 제대로 검증해보지도 않았다. 1년에 단 며칠인 미세먼지 고농도일의 일평균 값을 낮추기보다는 연평균 값, 즉 평상시 농도를 낮추는 것이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 감소에 6~10배가량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고농도일의 강제 차량 2부제도 단기대책으로는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평상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2040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겠다는 영국과 프랑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들도 당국의 정책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적다 하더라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면 시민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만 1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83%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주년 지지율 중 가장 높다. 어쩌면 일반국민은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안보불안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문 대통령이나 문 정부가 지금껏 보여온 국정 개혁의지의 진정성을 신뢰하면서 당장의 정책 효과에 연연하기보다 아직은 지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판단하기 때문 아닐까? 그간 누적되어온 문제를 해결하는 데 1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주요 기조는 탈원전·탈석탄이라 불리는 원전과 석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즉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등장, 문 정부 출범으로 주요 국정과제가 되었다.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명동 한국YWCA회관 앞에서 3월 20일 시민들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YWCA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위험한 불’인 핵발전을 멈추자는 캠페인으로 이날이 200회째다. 권도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해 시민환경연구소가 학계와 시민사회의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5점 만점에 3.12점을 줬다. 중앙값인 3점을 살짝 넘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다. 같은 기준으로 실시된 예전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2015년엔 2.2점, 2016년에 1.48점을 받은 데 비해서는 진일보한 결과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 1월에 함께 실시한 ‘정부의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현황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0%(매우 잘함 5%, 잘함 35%), 보통 40%, 부정 평가 20%(못함 15%, 매우 못함 5%)로, 5점 만점 환산 시 3.2점이었다. 사회 전반적인 동의를 뜻한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에너지를 보는 일반 시민의 관점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경제성장을 위한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보다 ‘안전과 생명’이 더 우선이란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은 길고도 고된 여정일 수밖에 없다. 우린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났다. 문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에도 사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조직과 인력, 심지어 예산까지 많은 부분이 에너지전환에 맞서 있다. 전환되어야 할 기존 에너지체제를 지탱하거나 확장하려고 만들었던 것이었고 전환 움직임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기에. 원전의 단계적 감축이란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진흥하는 법과 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연구개발비도 여전히 엄청나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장들이 늘고 있지만 에너지분권을 실현하기 어렵고 지자체장들의 에너지 전환 의지도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부처 간 엇박자도 있어 조율과 조정이 필요하다. 사라질 일자리와 생겨날 일자리가 있고 에너지산업생태계가 변화되기에 정의로운 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장, 특히 전력 시장 구조개편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사회환경비용의 내부화를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경유세 상대가격 조정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에너지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한반도 전체의 에너지 전환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이 일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던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총론이 아니라 각론이 필요하다. 정부 혼자서는 어렵다. 최근에 전문가와 기업인, 활동가, 정치인들이 함께 모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열린 플랫폼으로 ‘에너지전환포럼’이 출범했고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도 출범했다. 협치의 공간을 넓히고 사회적 대화를 늘리자. 전환의 길은 만들어가야 하기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발생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2020년까지 모든 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택배 등의 과다포장을 줄이고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비닐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토록 하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텀블러 휴대자와 머그잔 사용자에게 10% 할인과 리필 혜택을 주도록 하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도 포함됐다. 폐기물의 올바른 분리·배출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지자체의 공공관리 강화책도 들어있다.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조각의 모습. 사이언스지 제공

물론 업체와의 자발적 업무협약 위주 대책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비근한 예로 전국 5만곳에 달하는 커피전문점 중 대형 프랜차이즈점은 20%도 안된다. 이런 대형매장과는 할인 및 리필 혜택과 관련된 업무협약을 맺을 수 있지만 절대 다수인 동네커피점은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 또한 ‘폐기물 대란의 진원지’인 공동주택 위주로 짜다보니 단독주택 관련 대책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분리배출 폐기물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이물질이 포함되는 비율은 공동주택의 경우 40% 안팎이지만 단독주택은 50~80%에 달할 만큼 더 심각하다.

그렇지만 정부가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 배출과 수거, 그리고 재활용까지 전 단계에 직접 개입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과거 정부가 업계부담 등을 앞세워 대거 후퇴시킨 폐기물 정책을 제자리로 돌리고, 나아가 ‘2030년까지 50% 감축한다’고 못 박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폐기물을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규정하고 이를 줄이는 것을 국가적인 목표로 삼겠다고 앞장서 공약한 셈이다. 이번에는 큰 틀을 짠 만큼 향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여 중앙정부가 놓치기 쉬운 틈새를 메워주는 지자체의 자체 로드맵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과 규제만으로 플라스틱 남용을 줄일 수는 없다. 재활용 불가능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소비자 의식이 강화돼야 한다. 겉보기에 번듯한 포장과 편리한 일회용품은 인류의 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등 유수 기업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거냐”는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의 끈질긴 압력에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100% 재활용 재질용기를 사용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하고 있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4월의 어느 봄날, 국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그린보트가 닻을 올렸다. 그동안 환경재단은 일본의 피스보트와 공동으로 10회에 걸쳐 1100명의 한·일 승객을 ‘피스&그린보트’에 태워왔다. 올해부터는 환경재단 단독으로 1600여명을 태운 ‘그린보트’ 항해를 시작했으나 그동안 일본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던 ‘평화’ 부분을 놓지 않았다. 평화란 결국 현 세대가 후손들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줄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한 끝에 이뤄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서 들른 기항지는 총 세 곳이다. 조선사람 ‘카레이스키’가 거주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윤봉길 의사가 생애 마지막을 보낸 일본 가나자와, 마지막으로 유엔인간정주계획(UN-HABITAT)과 함께 지속가능한 도시(폐기물 관리 분야)로 주목받는 후쿠오카. 이같이 환경재단이 준비한 크루즈 여행은 일반적인 관광 패키지 상품과는 다르다. 그린보트는 문화적인 접근 방식과 전문성을 통해 환경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기항지뿐만 아니라 더 건강한, 더 즐거운, 더 새로운 지구라는 주제에 맞춰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하고 6박7일간 다채로운 강연을 망망대해에서 제공한다. 승객은 객실로 배달되는 빽빽한 강연 시간표에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행복한 고민에 싸인다.

그린보트에서 주어진 업무 특성상, 다국적 출신 선원들과 줄곧 소통해왔다. 이들은 그동안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 공연 열기가 가득했던 공간이 승객들이 노트에 필기하고 토론하는 교육의 장으로 바뀐 것에 대해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승객을 보며 이게 무슨 일인지 물어왔다.

그린보트는 대한민국의 아픔으로 남게 된 4·16 세월호 참사를 바다 위에서 기억하고자 했다. 2018년은 그 후 네 번째의 봄을 맞이했고, 승객들은 낭독회와 추모 콘서트를 통해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을 추모했다. 많은 사람들이 먹먹해하며, 배에서 육지로 동시대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린보트는 양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서울 1000여개의 학교 중 환경교육을 하는 곳은 단 한 곳밖에 없다. 현 교육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은 시민단체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고, 그린보트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환경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 취지에 공감한 기업들이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어린 새싹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또한 기업은 임직원을 인솔교사로 파견 보내 임직원과 학생 간에 멘토링이 이뤄졌다.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의 확산은 지속돼야 한다.

그린보트는 질적으로도 성장해야 한다. 그린보트란 공간에서 음식 낭비 행위에 대해 그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점은 차치하더라도, 대형 크루즈에서 환경 가치를 설파하는 모순된 상황과 그에 대한 비판은 앞으로 그린보트가 안고 가며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 단독으로 시작한 그린보트가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그럼에도 탑승객들은 시민단체인 환경재단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간 대형 사업으로 입지를 굳혀온 환경재단은 시간이 흘러도 시민단체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주영 | 환경재단 선임PD>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올해 3월 말부터 발생한 재활용품 수거 거부 사태, 일명 ‘폐비닐 대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활용’에 대한 언급이 보통 1일 500건에서 지난 4일에는 4211건으로 급상승했다. 관련 게시글은 충격, 부담, 혼란 등이 대부분이었다.

환경부가 회수선별 및 재활용 사업자들을 만나 폐비닐 등 수거 거부의 급한 불을 껐지만 일부 아파트단지와 재활용업체는 타협점을 찾지 못해 지자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이물질이 혼입된 폐비닐을 비용을 들여 재활용한 업체들이 판로도 줄어들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업체에서 직원들이 수거 차량에서 쏟아져 컨베이어벨트로 넘어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골라내고 있다. 이상훈 기자

폐기물은 쓰레기와 자원이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매립장에 그냥 묻으면 쓰레기이지만, 재활용할 경우 좋은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 발생량 1억5000만t 중 매립되는 것은 1278만t, 소각되는 것은 880만t이다.

그러나 매립지 평균 수명이 10년밖에 남지 않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매립지 용량을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매립지를 새로 건설하거나, 매립지로 들어가는 폐기물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새로운 매립장 확보는 님비(NIMBY) 현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지속가능한 쓰레기 관리를 위해서는 매립 대상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협소한 국토여건과 주민 반발에 따른 매립부지 확보난 등으로 소각시설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근래 들어와서는 폐자원 에너지화 정책도 추진해왔다. 일부 지자체는 종량제 봉투에서 회수한 필름류를 대상으로 고형연료(SRF) 사업도 시행했지만, 고형연료 발전시설 설치에 대한 민원 발생과 수요처 미확보, 고비용 등으로 오히려 지자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민들이 보기에는 폐비닐이 주성분인 고형연료가 소각장에서 태우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고형연료의 품질이 문제였다.

생활계 폐기물은 분리수거된 것 중 물질재활용에서 제외된 저급 폐비닐이 대부분이지만, 사업장계 폐기물은 사업장에서 배출된 폐기물 중 폐플라스틱, 폐섬유, 폐고무, 기타 가연성 폐기물로 가공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품질이 조악한 편이다.

폐자원 에너지화 촉진시책으로 생활계와 사업장계가 구분 없이 사용된 것이 고형연료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켰다. 물질재활용 혹은 고형연료로 사용하려 해도 배출 단계에서 깨끗하게 분리배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기존 폐기물 재활용시설들은 플랜트 사업 위주로 보통 수백억원의 설치비가 투입되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초래하였다.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선진국의 폐기물 재활용기술을 도입하여 운영하였으나,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고비용을 들여 운영하고 있는 실태이다. 하루빨리 저비용·고효율의 이물질 선별기술 및 재활용시스템이 개발·보급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내 폐기물 형상에 맞는 새로운 이물질 선별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R&D 사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인구 100만명, 50만명, 30만명, 10만명, 5만명 도시 등 지역별 상황에 맞는 한국형 재활용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필자는 선별 후 이물질 때문에 쓰레기로 버려야 했던 재활용 잔재물을 고품질 자원으로 선별하는 한국형 전처리선별시설이 업계에서 개발돼 시범 설치 운영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물질이 혼입된 폐비닐이 새로운 선별기술을 통해 수분과 이물질을 털어내어 물질재활용업체의 고품질 원료로 납품되고 있었다. 덕분에 회수선별 사업자는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된 잔재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물질재활용업체는 고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 폐비닐 대란은 긴급대책으로 해결되겠지만 중장기적 대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 소비자, 생산자, 재활용 사업자, 지자체와 정부가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쓰레기 발생부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의 허리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일요일인 4월22일은 ‘지구의날’이다. 지구의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서 발생한 해상기름 유출사고를 계기로 1970년에 미국 위스콘신주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이 주창했다고 한다. 첫해에는 하버드대생 데니스 헤이즈가 앞장서 주도했던 지구의날 기념 행사에 미국인 2000만명이 참석해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첫해의 기념행사는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유엔 인간환경회의’ 개최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환경이슈가 커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그 후 20년 가까이 개최되지 못했다.

1990년에 이르러 제2차 기념행사가 열리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그해에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 단체와 민간환경단체들이 기념행사를 개최했는데, 최근에 와서는 지방자치단체들도 기념행사에 나서고 있다. 요즘에야 ‘지구의날’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서 누가 반대하는 일도 없고, 별로 관심받는 화제가 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념일이 퇴색될 정도로 환경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구의 지질학적 변화를 초래할 정도로 생태위기가 심각해졌다는 지적과 이와 관련된 정보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화학자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지질학적으로 신생대 제4기 홀로세(마지막 빙하기 후)를 대체해서 ‘인류세(Anthropocene)’라 부르자는 제안을 했다 한다. 인류가 지구의 전 범위에 걸쳐 끼친 영향은 지구의 변형을 초래한 지질학적 변화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류세는 지질학의 공식용어로 채택할 것인지가 검토될 정도로 상당히 일반화된 개념어로 통용되고 있다.

홀로세는 신석기시대가 시작되고 인간이 지구환경을 바꾸는 농경생활이 시작된 시기이다. 자연스럽게 간다면 5만년은 더 존속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결정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부터를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인 인류세가 시작된 시기로 보고, 이 시기는 닭이 대규모로 사육되기 시작한 때여서 인류세의 표준화석은 닭뼈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방사성물질,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 ‘기술화석(technofossils)’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물질이 퇴적층에 쌓이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며 대규모 쓰레기매립장이 전 지구적으로 나타난 시기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의 높이도 크게 상승했으며, 탄소, 질소, 인 순환에 변동이 일어났다. 그 속도가 사상 유례없이 빠른 것도 특징이다. 기후변화도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는 선에서 막아보자는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인데, 그 선을 넘어가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구의날이 처음 제정된 1970년 무렵은 1962년에 살충제 DDT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레이철 카슨의 &lt;침묵의 봄&gt;이 출간된 이후여서 이 문명이 초래할 생태파괴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기 시작한 때였다. 특히 첫해의 지구의날 기념행사가 사상 최대 규모로 번진 배경에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운동과 68혁명, 히피 등의 반문명운동이 전반적으로 거대한 흐름을 이룬 시대였던 데에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현재의 과학계 논의대로라면, 인류세가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돌이켜 보면, 지난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인류세로 지칭되는 지구의 지질학적 변화는 심화되고 있다. 2015년에 이르러 유엔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한 것과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지난 시기에 꾸준히 이어져온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 시기에 대규모 반문명적 저항이 있었던 분위기에 비해보면, 인류세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해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처방안으로서는 매우 미약하고 미흡하다는 실감이 든다.

산업문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석유를 발견해서 석유화학제품을 사용하게 된 것이 번영을 가져온 결정적인 원인이었고, 석유는 지구상의 생명이 죽어 땅속에 축적된 것이니, 결국 지구 안에서 지구 덕분에 우리가 잘 사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동의 집 지구에 초래한 위기에 둔감해진 원인은 지구와 뭇 생명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더 주의하고 절제할 수 있는 균형감각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지구중력에 적응진화한 인간의 몸을 무중력상태에 유지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의 옷을 입혀 우주로 띄워보내며 우주여행과 화성이주를 거론하는 시대이다. 인간의 위대하고 놀라운 도전능력이 무엇이든 다 해결해온 만큼 지구에 대해 특별히 겸손할 필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태도 안에는 세계를 움직여가는 인간의 생각이 있는데, 지구와 우주를 물질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태위기에 대한 처방도 물질에 대한 관리와 조절통제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지구에 대한 감사와 겸손이란 것은 이러한 세계관 안에서는 들어설 자리가 없기에 생태위기에 대한 해법을 논의한다는 것은 항상 주변적이며 다양한 위기 중의 한가지로 인식될 뿐, 생각의 근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함정이라는 각성이 어려워진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기 전에 삶을 가능하게 하고 풍부한 자원을 제공하여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지구가 단순한 물질로 지워져버린 산업문명시대의 왜곡된 세계관을 대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찰과 각성이 수반된 균형 잡힌 체계론이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아마도 대전환의 어떤 계기가 주어져야 가능할 것 같다. 스스로를 지구학자로 자처했던 토머스 베리(1914~2009)는 “공포와 매혹”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를 다른 문명으로 추동하는 힘은 공포스러운 상황을 면하려는 것이든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선택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생활패턴이 주어질 때에 작용할 것이라는 말이다. 사실 산업문명도 “공포와 매혹”의 두 측면을 지니고 있다. 현재로서는 환경 문제나 빈곤 문제와 차별 등 어두운 측면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매혹이 훨씬 더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심리와 그것이 반영된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수도 있다.

<강금실 | 법무법인 원 변호사·포럼 지구와사람 대표>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제로에너지빌딩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이란 건물의 단열 성능을 최대한 강화하고 건물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20% 이상을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건물을 말한다. 냉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에 고효율 설비를 적용하여 일반 건물 대비 70% 이상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건물의 에너지 자립 수준을 높인 획기적인 에너지절약형 친환경 건축물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일찍부터 건물 부문의 에너지절감 중요성을 인지하고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에 앞장서 왔다. 유럽은 2020년까지 신축건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선언했다. 건물이 전체 에너지소비의 약 73%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단위면적당 에너지소비량 50% 절감을 목표로 매년 600조원을 투자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까지 공공건물을, 2025년에는 민간건물 제로에너지빌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을 개정하여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도입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는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자립도,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설치 여부 등을 검토하여 건물에 등급을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홍보와 추진 의지로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제 시행 1년 만에 13개의 건물이 인증을 획득하였다. 올해 말까지 40여개의 건물이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사례로 신축 중인 한국에너지공단 울산사옥이 있다.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을 적용하여 업무시설로는 최초로 설계단계에서부터 제로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예비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자립률 61%를 확보한 노원 제로에너지 주택단지도 주택으로는 최적화된 실증단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높은 에너지 성능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비용 부담을 동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비용이 저렴한 우리나라에서 제로에너지빌딩이 보편화되기에는 경제적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건축주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창, 차양, 단열재 등 건축자재를 패키지화하고, 냉난방, 조명, 환기 등 설비를 시스템화하여 제로에너지건축물에 적합하도록 표준화해야 한다. 특히 해당건물 내에서 자체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만으로 에너지 자립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건물 또는 장소로부터 부족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조달할 수 있는 외부조달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단독주택부터 고층 빌딩, 도시 전체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급자족의 ‘제로에너지시대’가 머지않았다. 다만 새롭게 제로에너지빌딩을 짓는 일과 함께 건물 에너지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건물 운영단계에서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강남훈 |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쓰레기 문제나 미세먼지 등 복잡한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난히 굼뜨다. 엮인 실타래가 복잡하기에 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지체가 생길 수도 있으나, 늦은 대안 제시가 결코 최적을 위함이 아니기에 종종 문제 해결은커녕 더 큰 문제들로 연결되곤 한다. 작년 말 정부는 7%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뒤처진 발표임에도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고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 시행이 되레 국토의 환경 훼손을 가속화하는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 흩어져 있는 친환경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넓은 토지가 필요한데, 사전에 가용 토지의 확보 방안을 고려하지 않아 환경적으로 훌륭한 가치를 지닌 토지까지 파괴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이미 오래전 공론화된 것이라는 점이다. 예로 환경부는 풍력단지 조성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해 2016년까지 조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그 사이 산주와 결탁한 개발자본은 온전히 보전되던 산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친환경정책이 산림의 난개발을 부추긴 꼴이 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정부부처 간 케케묵은 불통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 내 친환경발전단지 조성을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개발로 얻는 사익보다 보전으로 얻는 공익이 훨씬 크게 평가되는 지역들인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생태자연도이다. 지금까지 허가된 풍력발전단지 중 절반 가까운 단지가 생태자연도 1등급의 우수한 산림에 위치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언뜻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의 파괴를 막는 방안으로 보이지만 착시에 불과하다. 기준에 따르면 ‘교란 이후 자연식생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회복된 산림식생’ 이상을 1등급의 우수한 식생으로 보고 있는데, 겨우 국토면적의 7% 수준이다. 생태자연도는 여러 개의 등급이 아니라 산림을 단순히 두 개의 등급으로만 구분하기 때문에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의 90%에 가까운 산림이 아직까지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황이 이러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산림보전 성과가 대단한 것처럼 자랑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산림 관리는 자연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림청이 관할하고 있으며, 산림청은 목재 생산뿐만 아니라 환경적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전국 산림에 지속적으로 간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개인 소유 산림이든 자연성이 우수한 산림이든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숲의 공익적 기능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사업이 진행되면 인위적 교란이 발생하여 생태자연도가 떨어진다. 즉, 환경부 기준으로 우수한 산림은 산림청에서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라도 손을 대야만 하는 숲이며, 이렇게 산림청의 개선사업이 진행되면 반대로 환경부가 개발을 용인할 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공익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한 세금 투입이 오히려 산림의 영구훼손 빌미를 제공하여 공익을 훼손하고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사유지에 세금을 투입했다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숲의 건강과 공익 증진을 내세워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이면서도 이 지역이 어디인지조차 파악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공익의 핵심이 되는 생태적 가치가 낮아져 개발을 용인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 또한 오랫동안 제기되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부처 간 불통으로 현 에너지전환정책에 의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토는 모든 국민의 것이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재산이 아님을 명심하고 하루빨리 공익에 부합되게 관리정책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환경부가 1회용품·비닐 사용 등 이명박 정부 이후 업계부담 완화를 내세워 풀어준 폐기물 발생 억제 정책을 되돌리기로 했다.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에게 제출한 ‘폐기물 정책 변경내용 및 계획’ 자료를 보면 정부는 1회용 컵 보증금을 재도입하고, 비닐봉지 사용과 과대포장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폐기물 대책을 마련 중이다. 업계부담을 이유로 대거 후퇴시킨 폐기물 정책의 기조를 발생량을 줄이는 정책으로 회귀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출처:경향신문DB

폐기물 정책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후퇴를 거듭했다. 2002년부터 도입된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2008년 3월에 폐지했다. 음식점 등의 1회용 종이컵과 도시락용기, 백화점 등의 종이봉투와 쇼핑백 관련 규제도 풀었다. 2009년엔 칫솔·치약·샴푸 등 숙박업소 1회용품 무상제공도 허용했다. 2010년엔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면제와 경감 범위가 완화됐고, 2013년에는 테이크아웃 1회용품 규제마저 사라졌다. 2010년 이후 3차례에 걸쳐 화장품·음료류 등의 포장기준을 완화했고 이는 과대포장을 부추겼다. 이렇게 경제논리로 규제의 끈을 풀어준 대가는 컸다. 1회용 컵의 소비량은 2009년 4억3226만개에서 2015년엔 6억7240만개로 급증했다. 비닐 사용량은 2015년 기준으로 1인당 420개에 달했다. 핀란드(2개)와 아일랜드(20개)는 차치하고 그리스(2010년 기준 250개)와도 견줄 수 없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98.2㎏)과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64.1㎏)은 세계 1·2위(2017년)이다. 법적·제도적 규제가 사라지자 시민의 불감증도 커졌다.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서 1회용품 사용 억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경각심을 느슨하게 풀어준 꼴이다.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재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재활용 대책 마련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원천적으로 발생량을 줄이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비닐봉지는 “방수가 되고 가볍지만 자신의 무게보다 수천배가 더 무거운 것도 담는 놀라운 물건”(수전 프라인켄의 <플라스틱 사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놀라운 물건’의 평균 사용시간은 단 25분인데,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500년이다. 그런데도 이 환경파괴의 주범인 1회용 컵과 비닐봉지, 플라스틱을 무시로 들고 다닐 것인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직장 동료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와 음료를 든 채 사무실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한국 도심의 일상적인 풍경이 돼 버렸다. 이렇게 쓰이는 일회용 컵이 연간 260억개, 하루 7000만개에 달한다. 일회용 컵 사용량을 억제하기 위해 2003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탄생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음료컵을 제공하면서 보증금을 받았다가 컵을 가져오면 돌려준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2008년 사라졌다. 음식점이나 학교, 병원, 기숙사 등 식품 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제도 같은 해 사라졌다. 게다가 ‘테이크 아웃’ 커피 열풍이 불면서 일회용 컵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일부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자율협약’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이 정상화에 들어간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혈동리 환경사업소 뒷마당에 압축 재활용품 더미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수입금지 조처로 촉발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한국 사회가 그간 재활용 쓰레기를 얼마나 과도하게 배출했는지 잘 보여준다. 과다포장 관행, 일회용품 과다사용 문화에 길들여진 채 분리배출만 하면 자원으로 재생될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과 규제완화가 겹치면서 한국의 비닐·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최고수준에 달했다. 정부는 일회용 비닐봉지 무상제공을 금지하지만 한국의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은 1인당 420개로 독일(70개)의 6배, 핀란드(연 4개)의 100배에 달했다. 통계청의 2016년 조사를 보면 국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을 제치고 세계 1위였다. 2011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에 3949t이던 것이 2016년 5445t으로 1.5배 가까이 늘었다.

주요 선진국들은 비닐·플라스틱 처리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42년까지 25년간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앤다는 야심찬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이나 접시, 비닐봉지 등 썩지 않는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재활용 업체들을 설득해 수도권 지역의 비닐·플라스틱 등을 정상적으로 수거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재활용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과거 정부 때 완화됐던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등의 규제수준을 대폭 높이는 등 감량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각 직장과 가정에서도 우선 종이컵과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는 작은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차라리 다행이다. 쓰레기 대란 뉴스를 접한 첫 느낌이 이랬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은 인생만이 아니다. 날마다 물건을 사고 쓰고 버리지만 이 비닐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 페트병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상관할 바 아니었다. 그런데 그만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자 난리가 났다. 일명 쓰레기 대란인데, 우리는 날마다 대란 속에 살아왔다. 비단 재활용 쓰레기만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건사고가 나서야 비로소 몸부림을 치며 우왕좌왕한다. 그리고 서로 탓한다. 중국이 수입을 안 해서 그렇다는 둥, 환경부가 알면서도 대책에 게을렀다는 둥 언론에서도 누구 잡을 데 없나 몽둥이를 들이댄다. 이 두더지 잡기는 대한민국의 신풍속인가?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보잘것없는 살림인데 터무니없이 늘어나는 재활용 쓰레기가 부끄러워, 어디 가서 엄마가 환경운동 한다는 말 하지 말라고, 아들한테 농담하곤 했다. 환경운동가도 농담으로 때우고 걱정만으로 지나쳤는데 누굴 탓하겠나! 이제 대란으로라도 우리나라가 쓰레기 분리수거 선진국이 아니며 여태 돈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할밖에.

1997년 여름, LA에서 하와이까지 요트로 횡단하는 경기에 참가 중이던 찰스무어는 파도도 없는 바다 위에서 이상한 느낌에 휩싸인다. 이크, 이게 뭔가, 자잘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뒤덮인 망망대해라니! 태평양 위에 존재하는 거대 쓰레기 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가 처음 발견된 순간이었다. 요트대회 후 그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을 연구하는 해양환경오염 전문가가 되었고, 이 괴상한 쓰레기 더미 이야기를 ‘LA 타임스’에 기고하여 퓰리처상을 받는다.

멋진 한 사내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한반도의 15배나 되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환경운동가들이 나라로 명명했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호 시민으로 등록한 바 있다. 세계화는 자원과 상품, 금융의 이동뿐 아니라 쓰레기도 세계를 떠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플라스틱은 죽지 않고 이동할 뿐이라는 무서운 진실도 알려주었다. 유독 물질을 흡수한 미세 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몸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른다는 걸, 이런 난리통이 아니면 들은 척도 안 한다는 게 제일 무서운 일이고.

쓰레기 대란은 마침내 올 게 온 것이다.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니 이제 대책도 같이 세워야 한다. 얼마전 인터뷰 기사에서 ‘고름 묵힌다고 살 되는 것 아니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쓰레기 문제에서 고름 좀 발라내고 싶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거절하니 TF를 꾸려서 베트남 등 다른 팔 곳을 알아보겠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긴 하다. 재활용업체에 세금으로 보조금을 더 줘서 앞으로는 이런 저항을 근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쓰레기 매립지를 더 넓히고, 지자체와 협상을 잘해서 자유롭게 갖다 버리는 것도 대책일 수 있다. 그런데 반복 가능성 농후한 대증요법이다.

진짜 해결은 일단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이나 접시, 비닐봉지 등 썩지 않는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올 1월 영국 메이 총리는 2042년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앤다는 환경보호 전략을 발표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세금이나 추가 비용을 물리고, 마트에서 제공하는 비닐봉지에도 5펜스(약 75원)의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정책을 우리나라에서 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가오는 지자체 선거에서 우리도 이런 용감한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을까? 지도자를 잘 뽑는 일은 쓰레기 대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월드워치 연구소가 발행하는 지구환경보고서의 2010년 제목은 ‘소비의 대전환’이다. 현재와 같은 소비습관으로는 지구가 2개, 3개가 되어도 부족한데 과연 어떻게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재미난 대안을 제시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포장이 잔뜩 된 인스턴트를 구입하거나, 상품을 요모조모 따져볼 수 없을 때는 어김없이 바쁠 때다. 도시인들은 모두 바쁘다. 그래서 시간을 소비재로 때우기 일쑤다. 그래서 이번 정부에서 시행한 근무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개정이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여유를 주기를 기대한다. 생산과 상관없는 빈둥거림이 있어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눈에 들어오고, 미세 알갱이가 생선을 통해 내 아이 입속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전율하며,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성찰을 비로소 할 수 있고, 그것이 시민운동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족.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엄청난 예산을 들이붓고 있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스티로폼 포장재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대체재 개발 등 젊은 인재들이 도전할 만한 과제를 주고 지원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한술 더 뜨자면, 생산자들이 포장재 이런 거품경쟁을 계속하는 건 돈 쓰고 욕 먹는 일이니 다같이 줄이자고 먼저 담합해주는 꿈같은 상상을 해본다. 이런 담합도 죄인가요?

<이미경 | 환경재단 상임이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중국 환경보호부는 작년 7월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올 연말부터 폐플라스틱, 분류하지 않은 폐지, 폐금속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자 폐지·폐비닐·플라스틱 가격이 폭락하면서 처리에 대혼란이 생기고 있다.

이 여파로 지난해 말 ㎏당 130원이던 폐지 가격이 몇 개월 사이 100원가량 폭락하면서 폐지 줍는 노인들은 현재 ㎏당 30원 정도를 고물상에서 받고 있다. 가격 폭락 전에도 하루종일 100㎏을 주워도 고작 1만3000원 벌이였다. 하지만 동일한 양의 폐지를 주워도 지금은 3000원밖에 안된다. 고물상 역시 어렵다. 중간 도매상 재활용업체에 넘기는 마진도 ㎏당 10~20원 사이로, 폐지가 나오는 업체에서 무상으로 수거를 의뢰해도 수거비용이 나오지 않아 수거할 수 없는 실정이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함께 취급하던 폐플라스틱 용기 값도 곤두박질치면서 ㎏당 90원에서 20원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공짜로 고물상에 넘겨도 잘 받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활고는 깊어지고 있다. 영세고물상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와 계약을 맺은 재활용품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거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큰 혼란이 일었다. 다행히 환경부가 업체 지원대책을 설명하고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 재계약을 독려하면서 정상 수거가 결정됐지만, 향후 정부와 지자체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관세청 재활용가능자원 가격조사의 수입통관실적기준’ 2018년 1월 자료에 따르면, OCC(기계 펄프로 만들어진 종이나 판지: 신문, 잡지와 유사한 인쇄물)는 26만194t에서 28만859t으로 전월대비 10.2%로 증가했다. 그리고 ONP(표백하지 않은 크라프트지: 판지나 물결 모양의 종이, 판지로 만든 것)는 63만325t에서 80만33t으로 전월대비 2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폐지의 가격 또한 전월대비 OCC의 경우 t당 가격은 229달러에서 234달러로 2.2% 상승하였고, ONP는 t당 170달러에서 178달러로 4.7% 상승하였다. 국내 폐지가격 폭락 및 폐지처리 포화상태와 반대로 기업은 해외수입 비중을 늘린 것이다.

중국발 폐자재 수입금지 조치로 국내 폐지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폐지 줍는 노인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도 폐지는 전월보다 높은 가격으로 더욱 많은 양이 수입되었다. 물론 자유경쟁 체제에서 수입량을 늘리는 것은 기업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내 170만 폐지 줍는 노인의 허리는 더욱 휘어지고 있다. 바라건대 국내의 폐자원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시장경제의 자유경쟁도 좋지만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국내의 폐자원을 100% 우선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시장 개입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정재안 | 소상공자영업연합회 대표>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들렀던 아직 저개발국가인 부탄이 환경 보호를 위해 범국민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트레킹 루트 곳곳에, “자연은 모든 행복의 원천” “자연이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속해 있다” “지구는 우리 모두를 위해 만들어졌지 우리 일부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같은 팻말들이 있었다. 심지어 산골의 초등학교도 옆 개천을 입양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체험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배울 것이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히말라야의 맑은 공기였다. 서울에서 겪는 미세먼지 자욱한 하늘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실 우리나라는 중위도 편서풍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서쪽에 있는 히말라야의 맑은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제트기류 같은 대기흐름을 타고 오게 된다. 그럼에도 서울의 공기가 나쁜 이유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지나치게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대체로 바람에 의해 희석되거나 쓸려가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넘어가지만, 때로 바람이 약해져서 대기가 그대로 머무르는 경우, 특히 대기 상층에서부터 고기압이 자리 잡아 공기가 상하로 섞이는 현상을 막아버리는 경우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부분은 중국이 나서서 노력해줘야 한다. 중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가면서 협의해 나가야 하겠지만 단기간 내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당장은 우리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는 흔히 화력발전 같은 요인을 탓하지만, 미세먼지 분포 지도에서 인구와 활동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 중심부가 거의 항상 나쁘게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생활주변에서 만들어내는 요인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이 요인이 우리는 아직 데이터가 없지만 유럽에서는 30퍼센트를 넘는다고 한다.

생활주변의 미세먼지는 생활 패턴을 ‘미세먼지 저감형’으로 바꿈으로써 줄이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가용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한다든지,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바꾼다든지, 에너지 사용이나 쓰레기 배출량을 줄인다든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전거나 대중교통 인프라, 친환경차 교체 지원, 에너지세금의 조정 등과 같은 정부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더 맑은 공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또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자발적 노력을 하는 데 따르는 생활의 불편함은 상당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함께 동참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거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들이 노력해주면 내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먼저 나서지 않으려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누구도 저감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맑은 공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또 다들 이를 위해 조금씩은 노력할 의도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은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게임이론에서 얘기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각 구성원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어 주지 않는 한 지속된다.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저감노력을 사회의 각 구성원들과 각 부문이 다 함께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아무래도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동력을 만들어 내기 쉬운 위치에 있으므로 앞장서야 할 것 같다. 우선 가정, 직장, 공장, 자영업체, 농업, 선박(벙커C유) 등 각 구성원 각 부문이 처한 위치에서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할지 구체적인 행동 항목을 전문가들의 토의와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서 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시민의 참여(예를 들어 대중교통 활용, 노후 경유차나 유해 공장 등에 대한 시민 감시, 작은 차 타기 등)가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추진과정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다들 동참하면 우리 모두가 좀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환경, 기후 관련 여러 단체나 NGO, 특히 각급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기꺼이 참여해준다면 범사회적 노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보다 더 맑은 공기를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정홍상 | APEC기후센터 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수도권 아파트단지와 계약한 재활용업체들이 폐비닐·스티로폼은 물론 플라스틱도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하지 않겠다고 하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단지에서는 비닐·플라스틱 등을 분리수거함에 배출하는 대신 종량제 봉투에 담도록 요구함으로써 혼선을 부추겼다. 재활용 가능 자원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48개 재활용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폐비닐·스티로폼·플라스틱 등의 정상수거 계획을 확인했다.

환경부가 폐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정상 수거하기로 수도권 지역의 재활용품 수거업체들과 협의했다고 밝힌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 폐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이 담긴 쓰레기 봉투가 쌓여있다. 권도현 기자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지난해 7월 중국이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한 것이 으뜸 요인이다. 폐기물들의 가격이 폭락하자 국내 재활용업체들도 수거를 꺼리게 됐다. 최대 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수입중단조치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환경보전과 위생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중국의 태도에 토를 달 수는 없다. 오히려 호황일 때의 시장구조에 안주했다가 중국이라는 돌출요인에 취약점을 드러낸 정부와 지방정부, 아파트단지, 업체 등이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청주와 대구 등에서 재활용품 수거 문제가 불거졌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또 현행법상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기초자치단체는 수십년간 개별 아파트단지에 맡긴 채 손놓고 있었다. 개별 아파트단지가 자체 수익을 위해 민간 재활용업체와 계약해온 수십년의 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수거업체 지원, 폐비닐·일회용컵 등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자체 역시 쓰레기와 관련한 법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개별 아파트단지에 넘겨준 쓰레기 처리권을 회수하든지, 아니면 각 단지의 재활용품 배출현황을 파악할 시스템을 갖추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 아파트단지들도 자체 수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처리비용을 탄력적으로 분담하는 상생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주민들에게도 업체가 수거한 분리배출용품의 30~40%는 이물질 때문에 쓸 수 없고, 따라서 소각비용만 추가로 든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2016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플라스틱병(페트병)은 4억종에 이른다. 그러나 재활용률은 단 7%였다. 그런 플라스틱병이 분해되는 데는 450년이 걸린다.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 스티로폼, 유리병(100만년), 일회용 기저귀(500년) 등과 함께 ‘신(新)십장생’의 대표주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번 쓰레기 대란을 재활용 분리수거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고, 아울러 플라스틱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자욱하게 깔렸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은 지난 25일 24시간 평균 PM-2.5 농도가 99㎍/㎥(서울), 102㎍/㎥(경기)로 2015년 관측 이래 역대 최악의 농도를 기록했다. 따뜻한 남서풍을 타고 유입된 중국발 오염물질을 남해상의 고기압이 가두면서 일어난 대기 정체 현상 때문이다.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0m도 채 안되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방독면을 써야 하는 독가스 수준의 대재앙’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7일부터 미국·일본 수준으로, 예전보다 훨씬 강화된 초미세먼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기준을 강화해서 시민들에게 경각심만 불어넣는 것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이번 고농도 현상의 주원인은 ‘중국발 미세먼지’이다. 한·중 정상 간 미세먼지 선언과 화베이(華北)·산둥(山東) 지역의 대기질 연구 등 실효성 있는 공동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진척이 없다. 정부는 절박감을 갖고 총력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중국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중국조차도 300조원에 가까운 돈을 저감정책에 쏟아부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까지 아예 휘발유나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세먼지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안 이상 그 원흉을 그냥 둔다는 것은 그 정부의 무책임이다. 한국의 경우 노후 경유차(2.5t 이상)의 도심 진입을 막는 법을 만들었지만 부처와 시·도 간 이견, 업계의 이해 등이 얽혀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 환경부 따로, 산업부 따로, 국토교통부 따로 식의 중구난방 대책으로는 절대 미세먼지 문제를 풀 수 없다. 각 부처를 망라하는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컨트롤타워는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으로 규정한 이상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미세먼지 저감에 큰 영향을 끼칠 민간 차량 강제 2부제 등 관련 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정쟁이나 흥정의 대상일 수 없다. 27일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의 제정논의를 기대해본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2060년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사망자가 5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시민들도 이제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나 차량 강제 2부제는 물론 경유차 퇴출 같은 혁명적인 조치를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은 ‘남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탓’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시민 호흡권을 위해서 시민 스스로도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환경부는 지난 20일 지름 25㎛ 이하인 미세먼지(PM2.5) 환경기준을 1일 평균 35㎍/㎥, 연평균 15㎍/㎥로 강화하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을 27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일본과 동일한 일평균 기준을 적용하게 되었다.

바뀐 미세먼지 환경기준에 맞춰 27일부터는 미세먼지 예보기준도 함께 강화된다. 이에 따라 2017년 측정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나쁨’ 일수는 4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의보와 경보 기준 강화도 추진한다.

미세먼지 환경기준, 예보 기준 강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흔히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만 맞추면 된다고 오해하는데, 미세먼지, 특히 얼마 전까지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던 PM2.5는 공기 중에 약간만 있어도 건강에 해롭다. 왜냐하면 너무 작아서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축적되며, 배출시킬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WHO의 연평균 10㎍/㎥, 일평균 25㎍/㎥도 고정된 기준이 아니다. 국가들은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다시 기준을 강화한다. 결국 미세먼지 환경기준, 예보 기준 강화의 가장 큰 방점은 국가가 대기 정책을 강화하고 개선해야 할 심각성을 인정하고, 달성해 나갈 ‘목표치’를 조정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환경부 보도자료의 내용은 우려스럽다.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될 때 국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 홈페이지, 앱, 기상캐스터를 통해 강화된 기준을 전방위적으로 알리면, 국민들은 “알아서” “더 자주” 대응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건강관리를 1차적으로 우려해서였겠지만, 보건복지부라면 모를까 환경부가 말할 내용으로는 걸맞지 않다. 환경부는 홈페이지에도 명시하고 있듯이 모든 국가정책에 환경의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서이다.

이번 미세먼지 기준 강화는 환경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 및 국민들의 건강 위해성을 고려하여 선진국 수준의 달성 ‘목표치’를 선포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목표치 달성을 위해 협력하고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번 기준 강화가 실질적 감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감축을 달성하도록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범부처 프로젝트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한 해 중 가장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4월, 5월이 다가오고 있는데, 2022년까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 로드맵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미세먼지센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각 지자체장 모두에게 ‘옐로카드’를 보내려고 한다. 그리고 공문을 보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정책 점검을 하려고 한다. 한눈에 보기 좋게 만들어 시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모두 각 지역, 부처, 위원회별로 로드맵이 있기는 한지, 잘 달성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환경기준이 선진국이라고 해서 바로 공기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강화된 ‘목표치’ 달성을 위해 국민과 소통해 실질 감축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국민참여형 정책’이다.

<지현영 |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사무국장·변호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것이 1978년이다. 그 이후 40년간 원전사업자와 주변 지역 주민 간의 이해와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되고 있다. 그중에서 원전에서 나오는 법적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량과 주민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은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남아있다.

불가피한 자연방사선 외에 추가적으로 인공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나라들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에 따라 법적으로 선량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일반인은 연간 1m㏜(밀리시버트)를 넘지 못하게 되어있고, 특히 원전 제한구역 경계에서의 방사선량은 연간 0.25m㏜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방사선량 제한 기준은 방사선 위험에 대한 과학적 자료와 현대사회에서 일반인이 위험을 감수하는 수준을 고려하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설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100m㏜ 이하를 저선량 방사선(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정의)이라고 하는데, 저선량 방사선과 건강 사이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암 위험의 증가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선 피폭과 질병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한 적이 있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추적 관찰하여 방사선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나, 방사선과 암 발병 위험도 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그 후속연구에서는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으니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2014년 10월에는 고리원전 인근 주민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갑상샘암 발병에 원전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전 측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도 있었고, 현재 2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학계와 법조계에서 연구결과와 판결에도 원전 주민의 암 발병과 원전과의 인과관계 여부는 여전히 논란 중이며, 원전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걱정 또한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자,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과거 역학조사의 한계로 지적된 점들을 보완하고, 최신 연구방법론을 반영하는 등 새롭게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는 과거 역학조사에는 제외했던 기존 암 환자와 소아·청소년 등의 민감연령층까지 대상으로 포함한다.

또한 이번 조사는 원전으로부터의 거리, 기상조건, 주거형태 등을 고려하여 방사선 노출 정도를 평가하는 것과 함께, 개인별 특성 반영,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조사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다.

이번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는 2019년까지 연구 설계 및 기반 조사 등을 거쳐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그리고 암 등 질환 발생에 장기간의 잠복기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5년 단위로 추적 조사할 예정이다.

그외에도 원안위는 방사선에 직접 노출되는 방사선작업종사자에 대해서는 이미 1단계 조사대상 모집 등 건강영향평가 기반을 구축 중이다. 또한 지역별 환경방사선 통합 DB를 구축하는 등 전국 방사선 노출 현황 조사를 통해 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평가에 활용하고자 한다.

원안위는 원전 지역 주민 등에 대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의 세부계획 수립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가오는 29일에 열리는 주민대표 간담회를 시작으로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건강영향평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강정민 |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