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7년8개월이 흘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녹은 핵연료의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만 불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원전 6기 중 1기 수조 내의 사용후핵연료를 지상으로 내리고, 부지 내의 사고 잔해물 부분 철거로 수습작업을 위한 방사능 수준을 낮춘 점 등의 개선은 있었지만, 원자로 내의 상황은 여전하다. 향후 30년에 걸쳐 녹은 핵연료 일부만 꺼내고, 나머지는 체르노빌처럼 ‘석관방식’으로 방사능의 자연감퇴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말 현재, 저장탱크 약 900기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약 108만t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다. 핵연료의 붕괴열 냉각 때문에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증설부지의 한계로 오염수를 희석하여 바다로 방출하는 계획도 주변 지역 어민 등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원전의 중대사고가 해외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또다시 국내 원전의 안전신화를 내세우며 현 정권의 탈핵방침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안전신화에 대한 믿음은 과학기술적 근거가 없는 단순한 맹신일 뿐이다.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고 싶은 자기최면에 빠져 남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기본적 자세조차 망각하고 있는 꼴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원전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동해를 끼고 있는 고리원전과 일본의 최신형 원전인 시마네3호기를 비교해보자. 고리원전 부지의 경우 최고해수위가 17m임에도, 그에 턱없이 모자란 10m 해안방벽을 설치했다. 시마네3호기는 15m다. 또 전원 상실에 대비하는 비상용 발전차도 일본은 원전 1기당 2대인 데 비해 월성원전은 4기에 겨우 1대다. 일본이라면 월성원전은 부지별 1대를 포함해서 총 9대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월성원전의 1대는 겨우 원전 1기의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정도로, 복수원전의 동시 사고에는 대응할 수도 없다. 사고 발생에 대비한 부지 내의 긴급 대책소, 그리고 여과배기시설(월성1호기만 건설) 등의 주요 설비 도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의 안전 강화 비용의 부담 때문에 ‘16기의 폐로’가 결정되어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로 4기를 더 폐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원전 25기의 안전대책비용은 일본의 1기보다 적으며, 게다가 아직 절반 비용 정도의 투입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추진파(핵마피아)들은 안전신화에 파묻힌 채 탈핵방침의 전환을 외치고 있다. 심지어 탈핵방침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 및 해외 수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적반하장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경쟁자였던 프랑스 및 일본보다 안전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60년간의 보증’과 ‘건설비 융자 및 낮은 가격’ 때문이라는 국제적 평가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전 수명기간의 품질보증이라는 비상식적인 조건은 원전의 기술적 한계조차 무시한 것으로, 향후의 손실 발생은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핵공학 전공 교수가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은 300년 내에 없어진다”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펼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사고 원자로 내의 초기 상황을 제대로 설명조차 못한 핵공학 전공들 때문에 피난이 지체돼 주민들이 불필요한 피폭을 당한 사실을 새삼 떠올린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핵마피아의 안전신화에 맡길 시간적 여유도 없는 만큼, 현 정권은 원자력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부쩍 늘어난 핵마피아의 궤변이 난무하는 상황을 보면서, 국내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 시기가 점점 임박해지는 것 같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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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은 다른 해보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았다. 올해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도 들었다. 그러나 11월 들어서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기 시작하더니 결국 지난 7일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여러 지역에서 발령되고 서울시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운행제한 조치를 처음 시행하였다.

올 1월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자발적 승용차 2부제를 제안하면서 대중교통 무료라는 특단의 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책들은 오염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으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승용차 2부제는 배출저감에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서 차량 운행제한, 특히 노후 경유차에 대한 운행제한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노후 경유차의 서울 운행 제한조치가 처음으로 내려진 7일 서울 가양대교 인근 강변북로 폐쇄회로 CC TV 카메라가 차량단속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강윤중 기자

첫째, 대기관리정책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대기오염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경유차, 그중에서도 저감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노후 경유차가 다른 차량에 비하여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규제는 피규제자의 부담을 동반한다. 그러나 대기정책은 규제효과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둘째, 디젤매연의 인체위해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미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였고, 미국의 대기위해성평가 보고서에서는 디젤매연이 농도에 비하여 훨씬 큰 발암 위해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디젤엔진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농도저감 그 이상으로 시민 건강에 중요하다.

셋째, 경유차의 오염배출은 1차 미세먼지와 2차 미세먼지 생성에 기여도가 크다. 경유차는 엔진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 화학적으로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의 재료가 되는 질산화물(NOx)의 주요 배출원이다. 따라서 대도시 권역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의 정책 우선순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년의 경우를 생각하면 미세먼지는 이제 시작이다. 해마다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오염배출량의 큰 변화가 없더라도 기상조건 변화에 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도시 권역에서 자동차 부문의 오염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 환경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식과 사용연료로 구분하고 있는 5등급의 자동차 환경 등급은 저감장치의 부착 등 오염배출량을 고려한 더 세분화된 환경 등급으로 개편하고 이를 차량 운행제한과 단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현재 부실한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한 배출가스 검사의 신뢰도를 높여서 오염배출이 많은 차량에 대한 실질적 점검과 배출저감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대기오염 문제는 행정구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권역의 문제이다. 수도권 대기권역에서는 비상저감조치 시 서울, 경기, 인천에서 차량 운행제한이 함께 이루어져야 대기질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앞으로 3개 지자체가 함께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니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8일 정부는 그동안 유지하던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여러 저감대책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저감대책의 보완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기개선 실적이 부진한 것은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수립한 저감대책들이 제대로 현장에서 수행되고 있는지 이행실적을 제대로 평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농도 대기오염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실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서민들이다. 도로변의 고농도 대기오염부터 줄여야 서민들의 대기오염 노출피해를 줄일 수 있다.

노후 경유차의 운행제한만으로 우리의 대기질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맞다고 생각한다.

<장영기 | 수원대 교수 환경에너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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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 퇴출이다. 공공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경유차를 없애고, 민간부문에서도 경유차 폐차지원을 통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저공해 경유차에 제공해온 주차료·혼잡통행료 등 인센티브도 없애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한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폐기한 것이다.

정부는 또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중지 대상을 확대해 미세먼지를 줄이며, 미세먼지 차량 2부제 대상에 민간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재난상황으로 보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시민의 일상생활과 건강이 미세먼지로 위협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마땅한 소임이라 할 것이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6일 마스크를 착용한 한 시민이 서울 시내를 지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 경유차나 석탄화력발전소는 많은 오염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난해 7월 한·미 공동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산업현장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이어 수송 28%, 생활 19%, 발전 15% 등의 순이었다. 산업현장이 국내 미세먼지의 ‘주범’인 셈이다. 다른 조사에서는 전국의 자동차에서 1년간 나온 초미세먼지의 총합보다 전남 광양의 금속산업에서 나온 게 많았다는 결과도 있다. 산업현장의 미세먼지 배출관리가 자동차나 화력발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유차 감축이나 화력발전소 가동중지의 경우 추진 과정에서 일정 부분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이 8일 발표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빼고 말할 수 없다. 전체 미세먼지 발생에서 4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정부대책은 우리의 환경기술을 적용한 협력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런 정도로 중국발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로 불린다.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환경 문제 가운데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이 82.5%로 가장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생산과 개인의 경제활동에서 상당한 양보가 필요하다. 정부만이 아니라 전 국민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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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찾았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새만금을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43.6GW 규모로 ‘신재생에너지 3020 프로젝트’ 목표의 약 97%에 달한다.

우선 새만금개발청은 2022년까지 내측 공유수면과 노출지 그리고 방조제 외측 해역 등에 민간 자본 10조원을 유치해 2.8GW 규모의 태양광과 1G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는 원전 4기에 해당하는 대규모 발전설비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계획은 기후변화 대책인 동시에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지역민들의 불신이 크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북지역에 허가된 태양광발전 사업 건수는 1만7831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5만2298건의 34%에 달한다. 문제는 태양광 시설의 상당 부분이 외지인의 소유라는 점이다. 특히 새만금에 인접한 김제는 총 3171건의 허가 건수 가운데 2437건(71.8%)이 외지인이 추진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상생은커녕 돈봉투에 지역 민심만 갈가리 찢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불신은 주민 참여로 극복할 수 있다. 에너지를 낚는 어부, 에너지 농사를 짓는 주민, 에너지협동조합의 주주인 국민 등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은 830개 에너지협동조합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덴마크 미델그룬덴 발전단지는 사업 지분의 90%를 주민과 지역단체 등에서 소유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서는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회사가 지역에 환원한 지역발전기금을 기반으로 (주)주민발전을 설립했다. 반대하던 주민들까지 참여해 2MW급 주민태양광발전소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 현 태양광발전 시설은 언제든지 개발 여건만 확보되면 그만둘 수도 있는 임시 시설로 볼 수 있다. 발전소 운영기간을 20년으로 한정하지 말고 과거 삼성이 약 20조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새만금기본계획에서 사라진 신재생에너지 용지를 복원해야 한다.

아울러 조력발전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함께 태양광발전 설치 위치도 재고해야 한다. 그간 지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새만금의 특성을 활용한 조력발전을 추가해 재생에너지 시설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 주장대로 조력발전 도입을 염두에 둔다면 정부가 구상한 수상 태양광의 위치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새만금 내측에 1000여척의 배가 조업 중인 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들을 불법·무면허라는 이유로 강제로 쫓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업권과 관련해 한정면허라도 검토해 어민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어민 모두의 바다였다. 갯벌은 지역민의 삶의 터전이었다. 새만금에 기댄 생명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그 땅을 재벌과 기관에만 내줄 수 없다. 새만금 해수 유통과 재생에너지를 통한 새만금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새들도 물고기도 떠나고 어민들의 회한만 남은 땅, 갯벌이 메워지고 미세먼지만 날리는 황무지가 된 땅, 여기 새만금에서 재생에너지로 다시 희망을 꿈꾸길 기대한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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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유명해진 인도네시아의 ‘롬복’이라는 섬이 있다. 잦은 지진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시인인 친구가 정착하여 살고 있다. 친구의 안부가 궁금할 때마다 시인인 그의 등단작인 ‘환승입니다’가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 원자력 분야도 ‘환승’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수립했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산업 보완대책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원전 해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의 계속 운전 여부는 경제성, 안전성, 전력 수급, 국민 의견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영구정지가 결정되면 해체 과정을 밟는다. ‘해체’란 원전의 운전 과정에서 생성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고,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한 후 건설 이전의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되돌리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흔히 해체는 건설의 역순(逆順)이라고들 한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다. 일반 시설의 경우는 건설의 역순으로 작업을 하면서 마지막에는 구조물을 폭파시켜 철거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건설보다 해체가 더 쉽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원자력시설과 같이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시설은 법적 기준 등을 충족하면서 해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시설과 같은 방법으로는 해체할 수가 없다.

해체 과정에서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이 일시에 발생한다. 이들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발생에서부터 최종 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등은 제한적이어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취급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해체 단계별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제한된 양만 처리할 수밖에 없고 작업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러한 이유로 원자력시설의 해체에는 일반 시설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영구정지 후 바로 해체하지 않고 천천히 해체한다면, 방사성 붕괴로 방사선 준위가 줄어들어 해체가 좀 더 쉬워질 수도 있다. 실제 해체 과정에서 작업자의 피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핵종은 감마선을 방출하는 Co-60이다. Co-60은 방사능의 세기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약 5년 정도라 시간을 두고 해체를 한다면 충분히 방사선 준위가 낮은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반감기가 긴 다수의 핵종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폐기물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반면, 영구정지 후 바로 해체를 시작하면 시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시설 운영 인력들을 곧바로 해체작업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 전달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적 또는 정책적인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즉시 해체를 선호하는 이유다.

현재 운전 중인 많은 원전들이 1970년대 전후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설계수명과 계속운전을 고려하면 2020년대 이후 해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영구정지와 운전 중인 모든 원전을 합하면 약 50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포함한 기존의 원전 건설 및 원자력 전문업체들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해체 분야 후발주자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환승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력과 같이 특수한 분야는 제대로 환승을 준비하지 못하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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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이틀간 코엑스에서 ‘2018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콘퍼런스’가 열렸다.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개최된 첫 국제행사다. 독일, 덴마크,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전문가에게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였다. 특히 유럽 국가들 사례는 뒤늦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00년 6%에서 2017년 36%로 크게 증가했다. 독일이 ‘에너지구상 2010’에서 목표로 한 2020년 35%를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 7%에서 2030년 20%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키우려 하는데, 독일은 이미 우리의 2030년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상태다. 에너지 전환 속도도 우리의 1.5배나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설정한 목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나 싶다.

나아가 독일은 2050년에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렇게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로 독일 전문가들은 두 가지 큰 추세를 언급했다. ‘효율 우선’과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실제로 독일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서다. 세계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는 5년마다 절반으로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는 추세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다.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4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신축 건물 중심의 우리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기존 건물 에너지 효율화로 확대하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 성공 이유로 확고한 정치 리더십, 협동조합 중심의 시민의 투자와 참여, 재생에너지 발전 보상제도, 정권을 초월한 일관된 실천, 20% 지분을 지역주민에게 보상하도록 한 것 등을 꼽았다. 우리도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을 적극 보장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는 1995년 95%에 달하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2016년 40%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3% 수준이던 풍력발전을 42%까지 끌어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덴마크는 2020년까지 이를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덴마크 에너지청장은 주민이 최대 20%까지 사업 지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등 공정한 에너지 전환 제도를 마련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국가 간 전력망이 연결돼 있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가 완화되고 프랑스의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타 국가가 활용할 수 있다. 북유럽의 풍력에너지 자원은 우리나라의 2배 이상으로 양호하고 남유럽의 태양광발전 여건은 우리보다 다소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에너지 전환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북아에서도 국가 간 전력망 연결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게 아니어도 ESS의 단가 하락으로 재생에너지 간헐성은 극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와 동남해, 산간지대는 풍력자원이 풍부하다. 새만금지역 8개 면적이면 2050년에 태양광발전만으로도 필요한 전력량의 60%를 충당할 수 있다. 연간 30조원 이상의 재생에너지가 생산되어 해당 지역 농어민 소득과 지방정부의 균형발전 재원이 될 수 있다.

20일에는 덴마크 총리 주도로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 구현을 위한 정상회의(P4G)’가 개최된다. 파리기후협약과 지속가능한 포용 성장을 위한 것이며, 우리 대통령도 참석한다. 에너지기술평가원도 우리나라와 덴마크 간 에너지 기술 협력을 위해 실무 대표로 참가한다. 덴마크는 풍력발전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와 태양광 모듈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양국이 에너지 전환 필수분야에서 상호협력해 그 성과를 P4G 회원국과 공유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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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향수’를 쓴 정지용 시인은 충청북도 옥천군 출생으로 고향의 아름다움을 그리면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지금은 시인의 고향에 ‘향수 100리길’이 조성되어 있고, 자전거로도 돌아볼 수 있다.

그런 금강은 아쉽게도 지난 6년간 마음껏 휘돌아 나가지 못했다. 보(洑) 3개가 문턱이었다. 그동안 보의 물을 가뭄에 요긴하게 쓰기도 했으나 녹조, 생태계 훼손 등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속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4대강 16개 보의 자연성 회복 방안을 찾고 있다. 물 이용에 문제없는 범위 내에서 실제로 보를 열어 보고, 그 영향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있다. 설익은 대책을 덜컥 내놓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보를 개방하고 그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뒤, 각계의 의견을 모으는 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를 일시적으로 열어볼 때에도 준비를 세심하게 해야 한다. 개방을 하더라도 생활용수를 취수하는 수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농사짓는 시기와 양수장 가동 시기도 감안해야 한다. 어선·어구 손실도 방지해야 하고, 돛배나 계류장 등 친수시설 이용도 고려해야 한다. 수위를 내릴 때 물고기나 조개류가 고립되면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 또 지하수도 고려해야 한다. 준설로 인해 지하수위가 올라갔고, 늘어난 지하수는 수막재배 등 인근의 농업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금강은 지금 문턱 없이 마음껏 흐르고 있다. 지난 9월11일 지역농민과 관계기관이 백제보 완전 개방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지하수 부족이 일부 제기되었지만,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지하수 펌프 교체, 관정 설치 등의 해결책을 모색했다. 금강이 자연의 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만들어진 덕분이다.

이미 완전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 사례에서 금강이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류시간은 줄고 유속은 빨라졌다. 클로로필a가 개방 전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0% 줄었다. 멸종위기Ⅱ급인 독수리가 세종보 상류를 찾기도 했다. 세종보는 모래톱이 4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모래톱은 뭇 생명이 살아갈 터전이고, 수질 정화에도 한몫한다.

금강이 막힘없이 흐르는 약 보름간은 천금 같은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금강 수계 전체의 보 개방 영향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다. 수질, 수생태, 육상생태, 퇴적물, 경관, 수리·수문, 지하수, 물 이용, 하천의 각종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세밀하게 모니터링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보 개방이 전 수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연말에 금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시골 출신의 60대 이상 연령이라면 어린 시절 여름에 강에서 미역을 감고, 겨울엔 얼음 지치며 놀았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강은 우리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지금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강을 누릴 수는 없을까?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공존의 강을 물려주기 위한 진지한 모색과 꾸준한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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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넘어 전 지구가 풀어야 할 핵발전소에 관한 무겁고 영원한 숙제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쓰레기,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방안이다. 핵발전소 가동으로 생긴 방사능 쓰레기 ‘사용후핵연료’는 적어도 10만년 이상, 길면 100만년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24개 핵발전소에서 약 750t의 사용후핵연료 우라늄 다발이 매년 발생할 것이다. 2020년 이후부터 월성 핵발전소를 시작으로 고리, 한빛, 한울 등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는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고준위핵폐기장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정부는 1991년 충남 안면도, 1994년 인천 굴업도, 2003년 전북 부안 위도의 핵폐기장 유치를 시도했지만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특히 부안 핵폐기장 건설이 주민투표 끝에 무산되면서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걸고 부지를 찾아 나섰다. 고준위핵폐기장은 나중으로 미루고 중저준위폐기장을 따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005년 경주로 결정되었지만,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경주 중저준위핵폐기장은 곡괭이에도 부서지는 5등급 암반에 하루 5000t의 지하수가 흘러나왔다. 지진의 위험도 있다. 주민 수용성으로만 결정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핵폐기장인 것이다. 중저준위핵폐기장도 이러한데, 최소 10만년의 반영구적인 고준위핵폐기장을 구할 수 있을까.

국정감사에서도 핵폐기물은 논란거리다. 비싼 비용, 부실한 관리, 그리고 입지 문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건설비, 운영비, 연구개발비, 지하연구시설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이 6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전 국토를 파헤친 4대강사업을 두 번 하는 것과 맞먹는 엄청난 비용이다. 최고 전문가들의 안전불감증은 도를 넘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서울연구로’ 해체 과정에서 나온 납 44t, 구리 6t, 철제·알루미늄·스테인리스 30t을 무단 반출, 매각했다. 대전원자력연구소는 방사능에 오염된 구리전선 5t을 고물상에 팔아넘겼다. 특히 고준위핵폐기장 입지에 관해서는 어떠한 해법도 없다.

지역의 핵발전소마다 설치된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은 거의 포화상태다. 정부는 급한 불은 꺼야 하니,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소를 늘리고 향후 공론화를 거쳐 고준위핵폐기장 영구 부지를 찾겠다고 한다.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우리는 뛰어난 기술과 안전한 부지가 있다는 거대한 착각에 빠진 것 아닌가. 화장실도 없이 마구 먹기만 한 핵발전 문명은 과연 도덕적인가. 우리의 후손들은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지 않을까. 방사능은 국경이 없고 세대를 뛰어넘는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최소 10만년의 시간 동안 영원하다. 만에 하나 재난이 발생한다면 재앙은 전 지구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재검토’가 곧 시작될 것이다.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만들지가 핵심이 아니다. 좀 더 급진적인 탈핵 공론화를 통해 탈핵의 시점을 최대한 당겨보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65년 뒤인 2082년 탈핵은 머나먼 이야기며 탈핵이라는 이름을 쓰기조차 민망하다. 핵폐기물 대책이 없다면 핵발전소를 중단하는 것이 답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포화된 핵발전소는 폐쇄하자. 핵폐기물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총량을 줄이자. 핵발전소는 탄생과 죽음까지 생애 전체가 논란거리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명실상부한 탈핵 에너지전환을 선택하자.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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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1도의 차이는 하찮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구 평균온도 1도의 오르내림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2만년 전에 닥친 마지막 최대 빙하기 때 지구 평균온도는 오늘날보다 불과 5도 낮았을 뿐이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직전보다 2도 이상 따뜻한 적이 없다. 인류는 2도 이상 온난화된 상태에서 생존해 본 경험이 없다. 산업혁명 이래 150년 동안 화석연료를 흥청망청 써댄 결과 지구 온도는 약 1도가 올랐다. 수십만~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난 기온변화가 불과 150년 사이에 발생한 셈이다. 그 후폭은 세계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여름 북반구를 휩쓴 극심한 폭염을 필두로 집중호우, 가뭄, 혹한과 폭설, 해수면 상승, 태풍 활성화 등의 변화를 불러왔다.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1도 상승, 즉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면 ‘지옥의 묵시록’이 펼쳐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면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수만명이 사망하고, 10억~20억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세계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내몰린다.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인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게 된다. 인류 문명과 자연 생태계의 지속성을 가르는 ‘문턱값’이 2도 이상 상승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금세기말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IPCC는 지난주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보고서는 1.5도와 2도 상승할 때의 차이를 비교하며 ‘1.5도 목표’ 설정을 제시했다. 0.5도의 차이는 확고하다. 해수면 상승은 10㎝ 낮아져 1000만명이 위험에서 벗어난다. 육지의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을 확률은 2배 줄어든다. 빈곤에 취약한 인구가 수억명 줄어들고, 심각한 물부족에 노출되는 총인구비율이 2도 대비 최대 50% 감소한다.

‘1.5도 목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1.5도’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줄여야 한다. ‘뜨거운 지구’의 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처방이다. 남은 건, 지금 즉시 행동하는 것이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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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4일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금융 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탈석탄’을 선언했다. 대신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 가능한 투자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충남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탈석탄동맹’에 가입했다.

‘탈석탄운동’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가장 현실성 있는 조치이다. 이런 가운데 미세먼지 생산의 ‘주범’으로 꼽혀온 충남도가 국제 탈석탄동맹에 가입한 것은 주목할 일이었다. 충남에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몰려있다.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국의 25%를 차지한다. 충남도는 탈석탄동맹 가입과 함께 2026년까지 도내 화력발전소 30기 가운데 14기를 친환경발전소로 전환하고, 2050년까지는 석탄발전량을 제로로 하겠다고 밝혔다. 오염 주범 자치단체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결실을 맺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협력과 금융기관의 투자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관투자가인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탈석탄운동에 동참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세계는 지금 탈석탄,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이에 호응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탈석탄·재생에너지 투자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화석연료 제로운동’을 벌이는 국제기후변화 대응기관인 ‘350.org’에 따르면 현재 985개 세계 금융·투자기관이 화석연료 배제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6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지난 10년간 9조원 이상을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해 기후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탈석탄운동은 국제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다. 사학연금·공무원연금의 탈석탄운동으로 한국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에 합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제 국내 금융계와 투자기관들이 동참할 차례다. 언제까지 국제사회로부터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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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2492조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이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전력의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 사고 발생 시 고리 원전의 총 손해비용이 2492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월성과 영광, 울진의 원전도 각각 1420조원, 907조원, 865조원의 손해비용이 발생한다고 나왔다. 국내 원전부지별로 사고 시 발생할 손해비용을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런 비용을 적용하니 원전의 발전원가는 지금보다 2배로 높아졌다.

생활적용형 태양광 신기술과 신제품 160여종을 선보이는 ‘2018 서울 태양광 엑스포’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관람객들이 국민대의 태양광 전기차‘태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상훈 기자

이번 연구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비용치를 내놓은 일본의 싱크탱크 일본경제연구소(JCER)의 분석 방식을 따랐다. 그 결과 국내 원전 사고 발생 시 예상 피해액은 일본보다 훨씬 컸다. 부산 고리 원전 반경 30㎞에 거주하는 인구는 344만명으로 후쿠시마(14만명)보다 24배 많은 것이 주요인이었다. 이런 환경오염·사고비 등 외부비용을 반영(균등화 발전비용)했더니 원가가 79.80~89.51원(kWh당, 2017년 기준)으로 추산됐다. 방폐처리 비용(kWh당 23.1원)까지 감안하면 발전단가는 현재 66원대에서 122.5원으로 2배 가까이 올라갔다. 원전 단가가 싸다는 근거가 이번 연구로 크게 약화됐다. 보고서가 2020년 중반부터 원자력과 태양광의 발전비용이 역전될 수 있다고 전망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규모 태양광은 2020년대 중·후반, 중소 규모는 2030년대에 비용이 역전된다는 것이다. 이러니 보고서가 설계수명이 60년에 이르는 새 원전을 짓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계산이 맞다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이후 새 원전은 지을 이유가 없다.

원전 지지자들은 반대론자들이 원전 사고 가능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전까지는 어떤 사고에도 안전하다고 자신했다.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원전은 그 비용도 문제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원전 사고에 대한 완벽한 대비는 불가능하다. 한계에 다다른 방사능폐기물 처리도 해결이 난망인 상태다. 그런 차에 원가가 싸다는 주장까지 무너지게 된 것이다. 원전 지지자들은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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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 6월28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미세먼지 다량 배출사업장 배출 허용기준 최대 2배 강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석탄화력발전소, 제철업, 석유정제업, 시멘트제조업에 대해 초미세먼지(PM2.5)를 발생시키는 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의 배출 허용기준을 최대 2배 강화하여 2019년 1월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전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기준을 최대 2배 강화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강화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받는 영흥화력에 비해서는 대략 2~4배 느슨해 아쉽다. 현재 영흥화력은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법을 근거로 다른 발전소에 비해 배출기준이 최대 거의 5배까지 엄격하다(배출량이 많은 질소산화물의 경우 배출기준이 70ppm인데 영흥화력은 15ppm). 이는 다른 발전소들도 영흥화력 수준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소재한다고 하여 영흥화력만 배출기준이 유독 엄격한 것은 대기오염물질의 확산 속성을 무시한 것이며 민주주의의 성숙에 걸맞지 않는 차별적 불합리한 정책이다. 따라서 전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배출기준을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현재 수도권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충청, 동남, 광양만권까지 확대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입법하여 실효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들은 경제성만 고려할 게 아니라 환경적, 건강적 측면에서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윤리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배출량 감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편 충남도는 환경정책기본법 12조를 근거로 작년 6월30일 선제적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충청남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나 조례의 배출기준은 이번 환경부 배출기준과 비슷하지만 적용 시기는 2021년으로 오히려 2년 늦어 환경부 정책에도 뒤처지는 의미 없는 조례가 되었다.

출처: 경향신문DB

환경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충남은 지난해 기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1위였다. 사업장별 배출량에서 전국 2위인 현대제철, 3위 태안화력, 5위 보령화력, 7위인 당진화력 등이 밀집해 있다. 따라서 조례 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허용기준을 3~4년 내에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하고, 제철업과 석유정제업도 강화하도록 조례를 조속히 개정하기를 촉구한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보령화력과 서천화력의 미세먼지 최대영향지점은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 부근이다.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대부분의 시·도에서도 지역의 배출 특성을 감안하여 주민의 환경권을 지키는 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신현기 |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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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새로운 것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해 일어난다 할지라도, 혹은 과거가 멸종하고 파괴된 자리에서 새로움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기실 그 새로움은 익숙한 것을 대신하지 않는다. 가령, 가솔린 엔진은 증기기관을 대신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1890년 즈음 벤츠와 다임러가 가솔린 엔진을 개발했을 때도 증기기관은 압도적으로 훌륭했다. 누구도 이에 대해 반론하지 않았다. 시장과 소비자도 그렇게 여겼고, 증기기관을 선택했다. 심지어는 벤츠와 다임러조차 증기기관차를 탔다.

이것은 당연하다. 증기기관과 증기자동차는 열효율이 좋고, 최고 속도가 빨랐으며, 소음과 진동도 적었다.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었고 산업 규모가 커 일자리도 많았다. 반면 당시 가솔린 엔진은 연속운전해서 12시간을 못 버텼고, 언덕을 오를 때면 뒤에서 밀어야만 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를 넘지 못해 마차보다 느렸다. 또 연료로서 가솔린은 자주 불이 나거나 폭발했다. 소비자는 외면했다.

그러나 당시의 비밀을 털어놓자면, 내연기관 엔진은 비행기를 날리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훗날의 여객선과 잠수함을 위해서, 우주여행을 위해서 태어났다. 철로 없이도 이동하려고, 그래서 철로를 벗어난 곳을 찾아가는 여행산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도심의 비싼 땅값을 피해 외곽에 집을 짓고 시내로 출퇴근하기 위해서, 공장을 교외로 보내고 그 자리에 광장과 극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컨베이어 벨트로 돌아가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위해서, 대부분의 근로자를 중산층으로 만들기 위해서, 창업과 창직을 위해서였다. 가솔린 엔진이 태어난 이유 중 단 한 개도 증기기관이 밉거나, 대신하거나 없애려던 것이 아니었다.

태양광도 그렇다. 태양광이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미워하거나 대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긴다면, 아니다. 태양광은 전선 없이도 문명을 비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외진 곳의 가로등을 위해서, 태풍과 지진의 강력한 파괴를 극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심지어는 인공위성과 우주여행 비용을 값싸게 만들기 위해서 태어났다. 발전기와 전선 없이도 원하는 모든 것, 모든 이와 연결할 수 있기 위해서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위해서, 풍요로운 에너지 삶을 위해서다. 온실가스와의 전쟁을 끝내고, 에너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루고 동북아에 평화공동체가 구현된다면 이도 태양광이 부양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땅의 태양광은 아직도 혼란 속에 있을까? 그것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지와 임야는 막혀 있으며, 물과 건물도 녹록지 않다. 그런데 공공건물과 정부기관마저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으니 정부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가 진심인지를. 진정이라면 이제라도 기업과 시장에 그린 라이트를 켜줘야 한다. 유휴부지 활용 도시형 태양광은 그린 라이트로 제격이다.

특히 공공기관 태양광이 중요한 축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기관에 태양광 보급을 확산하면 국민 수용성을 향상시키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기업과 시장에 보여줄 수 있다. 우선 소방서, 경찰서, 우체국, 고속도로 등 공공건물 유휴부지부터 태양광 설치를 적극적으로 시작해야 하며, 나아가 지자체와 마트·백화점·주유소 등의 민간시설로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정도로 에너지 전환의 앞길을 환하게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을 실제로 이룰 수 있다는 신호등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구가 집중된 도심 시설에 설치하면 태양광의 상징성을 각인시키고 수용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높을 것이다. 공공기관 태양광 사업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 추진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시키는 것이다.

<홍준희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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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경보나 주의보 발령이 거의 일상화되고 있다.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알레르기성 결막염, 아토피, 비염은 물론 각종 호흡기질환도 유발하고 악화시킨다. 세계보건기구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미세먼지를 포함해 환경,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해결이 화두인 시대에 철도는 대표적인 환경친화적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승용차와 기차(KTX)로 이동할 경우를 비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차가 승용차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소나무 12.4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기차는 환경 친화성, 대량수송, 안전성, 에너지 효율성을 고루 갖춘 교통수단이다. 많은 교통 전문가가 미래의 대안으로 철도를 첫 손에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세계 각국은 친환경 녹색성장을 견인하는 철도 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제2의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독일·중국·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는 대규모 철도 인프라를 건설하고,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코레일은 공공기관 최초로 ‘올해의 녹색상품’에 7년 연속 선정됐고, 철도 시설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한 실내 공기질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해 본격 시행 중이다.

한가위를 맞아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고향을 찾을 많은 시민들이 차 안에서 또는 기차 안에서 가족과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시간도 가져보면 좋겠다.

<김동석 | 코레일 청량리열차승무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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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원전안전을 위협하는 발견이 있었다. 한빛원전의 격납용기벽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이 안전이 의심되는 69개소를 조사하여 그중 14개소에서 공극을 추가 발견한 것이다. 이전 한수원 자체 조사로 격납건물 매설판 보강재 주변에서 2017년 2개소, 2018년 6개소의 공극(8㎝ 이하)을 발견했던 것이, 이번에 조사단에 의해 깊이 20㎝ 이상의 예상보다 큰 공극 3개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격납건물 벽체 콘크리트에 공극이 존재하면 콘크리트의 지지강도가 떨어지므로 안전성능이 약화된다. 2016년 한빛 2호기에서 철판 부식에 의한 천공이 처음 확인된 이후 주민들이 요구한 확대검사에서 18㎝에 이르는 깊이의 콘크리트 공극이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발견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확대점검이 불가피하므로 연말 20기 이상 원전을 가동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원전의 위험은 아주 낮은 확률의 것이라도 엄중하다. 민족과 국토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진행돼온 원전산업 전반에 걸친 이와 같은 은폐 문제는 안전에 정면 위배된다. 이 정권에서 추진하는 탈원전은 ‘안전’이란 토대 위에서 성립되므로 ‘안전’ 없는 ‘탈원전’은 없다. 향후 수십년에 걸친 탈원전의 과정에서 만에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안된다.

출처:경향신문DB

하지만 현 정부가 전력투구하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달리, 안전정책은 허술함이 이전 정권보다 오히려 못하다. 원안위가 장관급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로 변경되고 위원장은 차관급으로 격하된 상태에서 조직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원전감독법은 시행도 안되고 유령화돼 있으며 오히려 지난 정권에서 원안위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 친원전 인사를 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 중용하는 등, 방향성도 없고 지난 정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정부 대응역량 불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추진해온 ‘탈원전’이라는 이름의 개혁에는 당연히 차별화된 ‘안전체제 강화’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를 위해 개혁세력과 에너지를 결집시켜 안전대응력 강화를 강력 추진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시급한 시점이다.

한편, 원전안전을 위협하는 은폐 문제는 원전비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한 현장중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정부 내 원자력 은폐제보 및 청산센터 설치 △발전소 현장 순회감시를 위한 안전보안관 설치 △원전안전 교차감시를 위한 국회 및 지자체의 감시참여 제도화를 제안한다.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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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탈원전

지난달 29일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중간설명회가 있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법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규정돼 있는 계획으로 향후 5년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근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올해 말에는 그 최종안이 발표되고 확정될 예정이다. 중간발표라서 아직 많은 부분이 여백으로 남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높은 완성도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논점을 제기해 본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에너지믹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에너지기본계획이 에너지믹스라는 물량적 가이드라인을 기계적으로 내놓는 데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중간발표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에너지산업의 운영 원리를 제시한 점은 개선된 사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어떤 원리와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펴 나갈 거라는 입장 제시는 지금까지의 정부 계획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학자로서 의미 있게 지켜본 점은 원가와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가격구조를 확립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 에너지산업에서는 정부의 가격규제와 시장에 대한 개입이 필요 이상으로 크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9·15 순환정전 등 전력 부족사태가 나타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문제가 조세정책을 통해서만 교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세 이전에 이미 상당한 교차보조로 인해 왜곡된 에너지 가격체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고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을 합리화하겠다는 정책목표 외에도 통합 스마트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매전력시장의 개선을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많은 전력 전문가들은 우리 도매전력시장의 정체를 문제시해 왔다. 그동안 전력산업의 규모도 커지고 민간의 참여폭도 증가했는데 도매전력시장 제도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도매전력시장에 유연성과 실시간 변동성을 강화해 전력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유도한 점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아쉬운 점은 에너지 가격의 합리성을 보장하고 도매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경쟁 도입, 산업구조의 개편, 그리고 민간 역할의 확대가 누락돼 있다는 것이다. 도매전력시장에서 전력 구입자는 한전 외에는 없고 이런 구조적 제약이 도매전력시장의 발전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 선택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제주 시범단지처럼 스마트 에너지시스템은 작동되지 않는다. 현재처럼 시장지배력이 큰 전력시장과 공기업 주도형의 지배구조는 경쟁을 제한하고 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개입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 가격규제는 결국 산업구조와 정부 개입의 유혹에 달려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독립적 규제 거버넌스의 구축이 명기된 점은 반갑지만 장기 과제로 분류된 점은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다른 어느 때보다 가격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국민들의 참여, 사업자들의 목소리, 지자체 역할의 강조 등 현장을 중시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앞으로 최종계획 발표 때까지 시장과 현장을 중시하는 정부의 입장이 보다 확실한 다짐이 되고, 보다 구체화된 발걸음으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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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참 무덥고 비도 많이 내렸다.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날씨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더워서 어디 살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는데, 이번 더위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닐 것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4년 여름 나는 군대에서 일병을 달고 있었는데 그해도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내부반이 서쪽 건물 벽에 붙어 있어 지는 해의 열을 받아 밤새 후끈거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들 혀를 내둘렀지만 그걸 가지고 기후변화를 운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여름을 보내면서 사람들의 머리는 이 더위를 지구온난화와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듯하다.

그만큼 지구온난화는 지난 십수 년간 조금씩 확실하게 진행되어 이제 피부로 인지할 수준까지 됐다는 이야기다. 내년에도 이런 더위가 올 확률이 매우 높다. 겨울은 어떤가.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북극의 한풍이 한반도를 덮었던 지난겨울의 상황이 올해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름엔 지독하게 덥고 겨울엔 지독하게 춥다. 사계절이 완만하게 서로 바뀌며 순환하던 일은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난 8월 20일 기준으로 전국 저수지의 저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충남에서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인 공주시 중흥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인간은 환경에 잘 적응해왔다. 기후가 바뀌면 거기에 맞게 적응하면 된다. 군대에 제빙기를 넣어주고, 양봉하는 사람은 벌통 주변에 나무를 수십 주 더 심어 온도를 낮춰준다. 게릴라성 폭우와 폭염이 몰아치는 여름에는 야외에서 하는 행사를 대폭 줄여야 하고, 더위로부터 목숨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취약계층을 잘 살펴야 한다. 과일이나 농작물도 기후 변화에 맞게 바꿔서 심거나 물과 온도를 조절해주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에어컨 업체는 생산량을 늘리면 되고 정부는 전기료를 깎아주면 되고 정치인은 더위는 내가 해결하겠다고 공약하면 된다.

문제는 기후 변화가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저명한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아마존 밀림이 붕괴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쓰는 산소 중 상당히 많은 양을 생산하는 이 거대 삼림이 황폐화되면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250PPM이나 추가로 배출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구를 감싸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막이 좀 더 두꺼워져서 온도가 1.5도 상승하게 된다. 이는 곧 지구 온도를 4도나 상승시키는 일로 이어지고 이 단계에 접어들면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소와 메탄이 우후죽순으로 배출되기 시작한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더 늘어나 곧 5도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이 정도가 되면 바다 심해에 저장되어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대기 중으로 나와 6도 상승에 이르는 대재앙이 발생한다. 이런 시나리오와 관련하여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지구의 온도 상승은 2도 상승이 마지노선이라는 게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그 이상이 되면 임계점을 벗어나 인간의 손으로 막을 수 없는 연쇄반응이 시작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금성이 떠오른다. 요즘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 금성은 사실 지옥성이다. 금성을 감싼 두꺼운 가스층으로 인해 온실효과가 극단적으로 진행돼 내부 온도가 무려 500도를 넘는다고 한다. 지구가 이런 환경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올해 여름은 지난해 여름보다 무려 5~6도나 더 덥지 않았던가. 최근에는 북극에서 절대, 네버, 앱솔루틀리 녹을 일이 없다는 코어 빙하에 금이 쩍 하고 갔다는 뉴스도 보도되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 기후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당신은 너무 야속한 사람이다.

기후윤리학자인 가디너(Stephen M. Gardiner)는 기후 변화와 관련한 원인과 결과의 분산성, 행위자의 파편성, 제도의 불충분성 때문에 기후 변화를 좋은 쪽으로 돌리려는 노력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경고한다. 기후 앞에서 인간의 도덕성은 붕괴되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내가 참고 협조하면 그게 상대방을 도와주는 일이 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도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대응을 막고 있다.

출판인으로서 나는 사람들의 기후 감수성을 높여주고, 기후 판단을 도와줄 책들을 계속 펴내고자 한다. 올해 <폭염 사회>라는 책을 내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실제 판매는 기대와 달리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기후 문제를 심각한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좀 더 쇼크를 주거나 재미요소를 넣거나 하는 수밖에. 조만간 그런 책을 들고 다시 돌아오리라. 폭염의 귀환에 맞춰서.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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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가 열흘 간격으로 두 번이나 방전됐다. 지인에게 산 이 경차는 연식에 비해 상태가 꽤 좋아서 그동안 한번도 나를 속 썩인 적이 없었다. 무선키의 버튼을 누르면 항상 멀리서부터 ‘딸깍’ 하는 경쾌한 소리로 화답하던 자동차가 어느날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됐을 때 느껴지는 당혹스러움이라니. 혹시 이렇게 될까봐 시동을 끌 때는 언제나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선까지 완전히 뽑아두었는데 말이다.

어디 누전되는 곳이 있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정비소로 끌고 갔는데 한참 동안 이리저리 살펴보던 정비사는 차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배터리는 교체한 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원인일 리가 없고, 발전기 성능도 정상이었다.

“배터리 용량이 작은 차인데 처음 방전되고 난 후에 완전히 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전력을 많이 썼으니 며칠만 세워둬도 다시 방전될 수밖에요. 에어컨 계속 트셨죠? 에어컨이 생각보다 전력을 많이 잡아 먹거든요. 게다가 블랙박스 같은 기기들도 다 켠 채 운행하셨을 테고….”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생각해보니 그랬다.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하다보니 자동차는 주말에만 쓰는 터라 가뜩이나 충전할 수 있는 운행시간이 길지도 않은데, 에어컨은 물론이고 앞뒤로 단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휴대폰 충전까지 전력을 그렇게 많이 썼으니.

정비사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운행을 자주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게 어려우면 한동안은 2~3일에 한번씩 10분 동안만이라도 시동을 켜놓으시든가요. 요새 같은 날씨에 에어컨을 안 틀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전력 사용도 조금 줄이시고요.” 그러나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정비소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에어컨을 단 1초도 끌 수 없었다. 에어컨을 끄면 찜통이 되는 차 안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고통받은 올여름은 우리에게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이제 에어컨은 거부해야 하는 죄책감의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생존 필수품이 됐다는 깨달음. 올여름 전국의 평균 폭염일수는 31.2일로 1994년을 넘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열대야는 16.7일 연속 이어졌고, 공식 최고기온이 40도를 돌파하는 등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밤에도 에어컨 없이는 숨조차 쉬기 힘든 이런 극단적인 여름 더위가 앞으로는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선풍기의 더운 바람에만 의지하다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노약자들을 생각하면, 저소득층의 정보접근권을 위해 보급된 저가형 스마트폰처럼 당장 보급형 에어컨 개발에라도 나서야 할 판이다.

그러나 올여름은 우리에게 교훈뿐 아니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도 남겼다. 그것은 아마도 방전된 자동차가 나에게 던진 숙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의 배터리 용량이 한정돼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쓰는 전력 공급의 한계는 잘 실감이 되지 않는다. 수요가 느는 만큼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단지 공급을 어떻게 늘릴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로만 치환된다. 그러니 폭염이 기승을 부릴수록 탈원전 정책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이는 갚을 수 없는 빚을 내서라도 배터리 용량이 큰 차를 사면 방전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빚을 내 지구도 더 큰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결국 원전은 미래 세대에 갚지 못할 빚만 지우는 셈이다. 게다가 폭염이 가속화되면 원전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독일과 핀란드, 스웨덴 등은 올여름 일부 원전 가동을 일시 중지했다. 폭염으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 원전의 냉각수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여름 폭염이 나에게 남겨준 숙제는 이것이다. 에어컨 없이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됐음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에어컨 대신 무엇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요즘 정비사의 조언에 따라 오밤중에 주차장에 내려가서 자동차 시동을 걸어놓고 멍하니 앉아있다 오곤 한다. 두 번이나 방전 사태를 겪고 나니 갑자기 실내등을 켜는 데 들어가는 전력까지도 신경이 쓰인다. 효과적인 전력 사용 포트폴리오를 짜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 대신 스마트폰 앱을 쓰면 좀 나을까. 야심차게 앞뒤로 달아놓은 블랙박스는 안전한 곳에서는 가능한 꺼둬야겠다. 데일 듯이 덥지 않다면 1시간에 5분 동안만이라도 에어컨 대신 달리는 차의 창문을 열자.

올여름 폭염은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온 삶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에어컨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전력 소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줄여야만 한다. 밤에도 30도가 넘는 열대야 속에 에어컨을 틀면서, 빨래를 말리기 위해 건조기를 돌리고, 식기세척기로 설거지를 하는, 그 모든 삶의 패턴을 누리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정유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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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폭염

올여름 더워도 너무 더웠다. 더위도 더위지만, 여름 내내 걱정스러웠던 것은 오존주의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한과 미세먼지는 그나마 반비례했지만, 폭염과 오존은 그렇지 않다. 수도권 기준으로, 폭염일의 오존 ‘나쁨’ 이상 발생 비율은 비폭염일 대비 2.3배, 오존주의보 발령 비율은 비폭염일 대비 5.5배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기온과 강한 자외선, 공기 흐름의 정체라는 기상 조건이 오존 발생의 3박자로 딱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나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미세먼지마저도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에 비해, 오존은 해를 거듭할수록 현격하게 증가하고 첫 발령일도 빨라지고 있다.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2년 66회에 비해 지난해 276회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첫 발령일 역시 4월로 빨라졌고, 특히 올해는 지난해(4월30일)보다 11일이나 빨리 첫 주의보가 발령됐다.

왜 오존 관리가 잘 되지 않을까? 일단 발생원에 대한 파악이 미흡해서이다. 이론상 오존은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강한 자외선과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다. 그런데 현재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원 및 배출량이 불명하다. 자동차,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어느 정도 관리가 된다 치더라도 도장시설, 세탁소, 인쇄시설 등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리는커녕 파악조차 미흡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황사의 경우 노랗고 미세먼지의 경우 뿌옇다. 그러나 오존은 무색의 자극성 기체로, 냄새(인쇄소의 금속성 냄새)가 있다고는 하나, 유기용제 사용 시설이 아닌 공간에서는 맡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착한 오존’에만 익숙하지 ‘나쁜 오존’에는 낯설다. 착한 오존이라 함은, 대기권 밖 성층권 내 고도 25~30㎞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태양에서 방출하는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하여 지표로 도달하는 것을 막아 생명체를 보호하는 오존층을 말한다. 우리는 오존층이 파괴되지 않도록 프레온 가스 배출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에는 익숙하지만, 지표면의 ‘나쁜’ 오존을 없애야 하고 피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지 않는다.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두 얼굴을 간과하다 보니,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어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0.08ppm의 오존에 하루 8시간 노출될 경우 사망률이 3∼5% 늘어날 수 있고, 6시간 이상 노출되면 젊고 건강한 성인에게도 염증성 폐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비견되는 무서운 독성가스인 셈이다. 더구나 미세먼지와 달리 기체성이라 마스크로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오존의 배출원을 파악하고 감축하는 노력을 함에 앞서 ‘오존’의 이중성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외출을 자제시키는 것 외에도 시민들이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이를 홍보해야 한다. 환경부 매뉴얼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한낮에 주유를 피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오존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득 채워 주유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당장 오존 감축이 힘들지라도, 상세한 대응 매뉴얼이 시급하다.

<지현영 | 환경재단 미세먼지 센터 사무국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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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 만에 찾아온 폭염은 세계 기후변화에 한반도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독일,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제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세계 에너지원 비율이 가파르게 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석탄, 원자력, 석유가 20% 이상 감소했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는 30% 이상 증가했다. 우리는 작년에 뒤늦게 에너지전환에 합류했다. ‘탈원전, 탈석탄, 친재생’으로 요약되는 우리의 에너지전환은 세계적 추세의 일부분만 반영한 상태이다. 대표 정책인 ‘재생에너지 3020’도 세계 변화 속도보다는 늦다.

국가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데 우리는 왜 세계 에너지전환을 따라야 하는가. 이제 이산화탄소(CO2) 배출과 미세먼지 같은 국제 환경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작년에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310조원대로 커졌다. 태양광 발전 시장만 180조원이다. 작년에 설치된 발전원은 재생에너지가 157기가와트(GW)인 반면 화석에너지는 70GW에 불과했다. 태양광 발전은 98GW로 가장 많이 설치됐다. 문제는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4%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경제성이 좋다는 이유로 원전과 석탄발전만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탈석탄, 탈원전, 탈석유’ 배경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요인도 있지만 경제성과 시장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원전은 안전규제 강화와 시장축소로 가격이 매년 10%대로 오르고 있다. 반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기술혁신과 시장확대로 5년마다 가격이 절반으로 급락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반면, 지금도 가스 발전소에 비해 고가인 석탄·석유 발전소는 환경규제 강화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30년 이후까지 지속되어,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의 60~85%가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연구개발과 시장확대에 나서는 이유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에 대해 국내 일부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원자력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원전은 안전하고 청정하며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동안만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활성 지진대에 위치한 과밀 원전과 핵폐기물 처리, 미래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미국이 지금 원전 3기를 조기 폐쇄하는 이유는 경제성이 없어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당장 대학의 원자력 분야 학생 지원이 급감하고 있다. 장래가 불확실해서인데, 방치해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장기적인 원자력 인력 전환 로드맵이 필요하다. 참고로, 국내 원전 종사자 중 원자력 전공자는 8%에 불과하며 이는 인문사회 전공자 11%보다도 적다. 대책을 잘 마련하면 대학 원자력학과 문제는 해결 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탈원전 성공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이후 40여 년간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했지만 원전부품과 설계·운영기술은 계속 수출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원자력 발전분야를 대폭 줄이는 대신 방사선 분야를 늘리는 구조조정을 했다. 방사선 분야는 방사선 의료, 비파괴검사, 농식품 저장, 보안검색 등으로 작년 세계시장이 약 330조원에 달했다. 원전보다 훨씬 큰 시장이며, 매년 12% 이상 성장한다.

현재 국내 원자력 시장 비율은 원전 82% 대 방사선 18%로서 미국의 25% 대 75%, 일본의 54% 대 46%와 크게 대비된다. 대학의 원자력학과 자체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원전에 치중했던 커리큘럼도 방사선 분야는 물론 미래 에너지 전망에 맞게 다양하게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창의·융합형 연구개발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44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에너지전환 관련 원자력 분야 기술개발(원전 설계·운영·해체 등)에도 매년 약 700억원을 지원한다. 원자력계가 에너지전환에 앞장선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다.

<임춘택 | 한국에너지기술평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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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