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화석연료 기반 시기에 누렸던 고속 경제성장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평균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는데, 소득수준이나 경제규모는 여전히 주요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를 주로 이용한 사회, 특히 중국과 아시아의 대도시 및 우리나라는 대기환경이 매우 악화돼 국민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 경제’ 실현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데이터경제와 인공지능(AI), 수소경제를 선택했다. 현재의 국가 경쟁력에 비추어 볼 때 세계적인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를 이 3가지로 정리한 것으로, 정부는 향후 5년간 9조~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소경제가 에너지패러다임 전환과 에너지 안보, 미래 산업 육성 등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저감과 전후방 산업 창출 등을 위한 수소경제 성장에 이미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7년에 수소기본전략 및 로드맵을 마련했고, 유럽도 수소전기차·수소인프라 공급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기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의 경우 수소전기차의 상용분야는 세계적인 기술 수준에 이르렀지만 수소 생산 및 저장 등 인프라 생태계는 아직 미흡해 현재 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수소전기차의 부품은 그 수가 매우 많고, 특허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핵심부품인 막전극접합체(MEA, Membrane Electrode Assembly)와 금속분리판의 경우 국산화에 성공해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에 적용됐다. 전 세계 주요 정부와 기업이 탈(脫)탄소 및 세계 에너지 전환을 위해 만든 ‘수소위원회’(Hydorogen Council)의 공동 회장사를 맡고 있는 에어리퀴드사의 피에르 에티엔 프랑 부사장은 “현대차가 넥쏘를 통해 보여준 성취는 글로벌 수소사회를 더욱 빠르게 앞당길 수 있는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소 인프라에 대한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핵심기술인 압축기와 저장탱크 등은 현재 기술 개발 중에 있으며, 실증을 통해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수소생산(개질기, 물 전기분해) 부분의 기술 수준도 아직 높지 않다. 물론, 이 정도의 성취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에 보여주었던 에너지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열정으로 이룩한 성과물이다.

이처럼 수소전기차와 관련된 기술은 현재 대기업인 현대차 등이 잘 이끌어 나아가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개발 및 투자를 진행 중인 수소인프라와 연료전지 분야 등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상생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우리나라 수소경제 사회는 전 세계에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강력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될 것이다.

과거 정부가 적극 개발했던 에너지 다소비 업종, 즉 중후장대 산업인 석유화학·제철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 구조로는 저탄소 국가로의 이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저탄소 사회는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이제 전 세계 국가들이 꼭 이뤄내야만 하는 과제이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지식 집약적 수소경제로의 이행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편, 수소경제는 국민들의 수용성 부분에서 아직 장벽이 존재한다. 인지도가 높지 않고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부분도 적극 해소해야 한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진정으로 멋진 환경을 물려주려면 지금 치러야 할 적지 않은 비용과 사회의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수소경제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이제 ‘필수’인 시대가 됐다.

<이택홍 호서대 수소인프라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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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70%는 물이고 우리 주변의 물건들은 70%가 플라스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생각하기가 힘들다.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며 값이 상대적으로 싸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plastic)은 그 어원이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 있듯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이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플라스틱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연계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이 마지막 특성 때문에 사용 후 폐기된 플라스틱은 오랜 기간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인류가 지난 수십년간 만들어낸 플라스틱의 양은 약 83억t으로 계산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최근에도 인구 증가, 산업과 사회의 발전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연간 3억5000만t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도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플라스틱 중 약 9%만이 재활용되었고, 12%가 태워졌으며, 79%는 모두 땅속에 폐기물로 묻었거나 버려졌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의 일부는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간 뒤 원형순환 해류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모여져서 우리나라 크기의 약 10~15배에 달하는 큰 플라스틱 섬들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버려진 플라스틱들은 해양과 육상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80%에 달하는 해상쓰레기가 플라스틱이고 바다 새들의 90%가 플라스틱을 배 속에 가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크기가 5㎜보다 작은 것으로 정의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공업용 연마제나 치약, 각질제거를 위한 세안제 등에 포함된 것뿐 아니라, 버려진 폐플라스틱들이 햇빛과 마모에 의해 서서히 부서져서 생성되기도 한다. 이 미세플라스틱들을 물고기가 먹고, 우리는 그 물고기를 먹으니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될 수 있는 것이다.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은 인류와 환경의 적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우리가 입고 신는 옷과 신발, 칫솔 등 개인위생용품, 페트병과 플라스틱용기, 포장지, 휴대폰, 컴퓨터, TV, 전자기기들의 외부물질과 부품들, 자동차의 내외장재, 건축 내외장재 등 정말 플라스틱 없이 이 세상이 돌아갈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플라스틱이 없는 현대사회는 상상할 수가 없다. 플라스틱, 보다 더 정확하게는 석유화학 제품들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 많은 물건들을 철이나 나무로 대체한다고 생각해보라.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자동차 경우만 보더라도 경량화 추세에 맞추어 금속 부품들을 엔지니어링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플라스틱 물건들이 분해가 안된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 맞을까? 만일 당신 자동차의 범퍼가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된다면 그 자동차를 구입하겠는가? 오히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고, 썩지 않는다는 좋은 특징들이 요구되는 많은 산업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일회용 포장재와 용기들 또한 가격경쟁력과 그 편의성으로 인해 지속 사용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가장 큰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일회용 플라스틱 물품들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사용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공동체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더니, 드디어 지난해 12월20일 사용금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일부 젖은 식품 이외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플라스틱 문제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마구 사용하고 아무 데나 버려 온 우리 행동의 문제가 아닐까? 사실 썩지 않는 물질들은 금속과 돌 등도 많이 있고 그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여 왔다.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무분별한 벌목 등 천연자원들의 엄청난 사용으로 환경에 더 큰 해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잘살고 편하게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양의 화석원료들을 꺼내서 연료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인류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었다. 꼭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서 사용 후에 재활용이라도 잘 했다면 오늘날의 플라스틱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오히려 플라스틱은 천연자원의 고갈을 막고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하여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우선 편리성 위주의 우리 생활패턴을 바꾸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사용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은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일부 일회용 제품들과 미세플라스틱 같은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생활습관상 버려지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기존 석유화학 유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바이오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기존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많은 화학물질과 고분자들도 친환경 바이오 기술로 생산하는 미래 화학산업이 다가올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바이오 기반 친환경 화학산업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플라스틱, 그 자체가 환경오염의 주범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산과 관리, 사용, 그리고 폐기와 재활용을 제대로 잘하지 못한 것이 플라스틱을 환경오염물질로 만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플라스틱의 친환경 생산, 올바른 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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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가진 나라라면 어디서나 직면하는 과제가 있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다. 원자력 발전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용후핵연료를 남기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든 처분해야 한다. 한국에도 사용후핵연료 1만5000t이 쌓여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월성원전은 2021년이면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데 막상 처분할 곳이 없다. 

한국에서 원자력은 1962년 제3의 불로 등장했으나 56년이 지난 지금은 고준위 방폐장 문제를 남기며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됐다. 우리는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분쟁에 직면했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가져올 파장은 가히 국가적 난제라 할 만하다. 이미 2016년 마련된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현 정부가 굳이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일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로 향하는 여정이 좌초될 수 있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합의의 기술은 제도 설계도 포함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 설계 원칙은 뭘까? 우선 세 가지를 짚어볼 수 있다.

첫째, 공론화는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정확하고 균형 있는 정보 공개가 필수다. 원전의 위험성을 축소해서도 안되지만 원전의 위험성만을 과장해서도 안된다. ‘길들였다고 믿은 야수, 고질라’ ‘페라리 엔진을 장착한 두발 자전거’ ‘속도 제한 시속 60마일에 묶여 있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600마일로 달리는 고성능 슈퍼카’ 등의 은유는 원자력의 양면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균형 잡힌 인식을 대변한다. ‘불과 같아서 하인일 때는 한없이 충직하지만 주인이 되면 한없이 나쁜 존재’가 원자력이라는 비유는 또 어떤가. 원자력에 대한 찬반 입장과 무관하게 원하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확증편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둘째, 가치논쟁으로 비화하지 않고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선호를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최대한 다양하게 펼쳐놓고 그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시하며 AHP, CVM, DEA 등의 다양한 과학적 조사 기법을 활용해 참여자들의 상대화된 인식을 측정해야 한다. 이렇게 정교한 조사방법이 동원되면 공론화위원회가 결과를 재해석하거나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항들을 추가로 언급할 필요가 없어져 공론화의 정당성을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된다. 

셋째, 공론 형성과 파악은 이해당사자 간 이해 조정과 다른 차원의 활동임을 인식하고 전자는 공론화위원회가, 후자는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해 문제를 파악하고 정책 결정과 정책 형성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정책 결정의 유일한 근거로 공론화 결과를 이용해서도 안되며 그 과정에서 섣부른 이해 조정을 시도해서도 안된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고 다수와 소수 사이에 합의를 구축하는 것은 공론화 후에 이어지는 긴 정책과정에서 정부가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국가사무이다.

<은재호 | 한국갈등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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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대만 지방선거와 함께 10개의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제16호 ‘전기산업법’ 제95조 제1항의 ‘2025년까지 모든 원자로 가동중지’를 명시한 법률조항(이하 ‘2025 탈원전 조항’) 폐기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투표 결과 찬성 589만표, 반대 401만표로 가결되었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많이 포함된 것을 발견하였고 이 글을 통해 바로잡고자 한다.

‘2025 탈원전 조항’이 폐기되더라도,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이나, 신규 원전(4호기)의 추가건설을 위해서는 행정권에 의한 정치적 결정을 비롯한 다양한 관문을 거쳐야 한다. 대만 현행 법률에서는 원전의 가동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운영 허가만료 5~15년 전에 신청을 제출하여야 하는데 1호기와 2호기 모두 연장 신청기한을 넘긴 상태로, 연장 신청을 제출할 수 없다. 따라서 ‘2025 탈원전 조항’이 폐지되더라도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이나 신규원전 건설은 이루어질 수 없다. 

국민투표 가결 후, 원전 3기가 위치한 지방 정부에서는 계속운전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각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 데다 지리적으로 활성단층에 위치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차이잉원 총통은 지방 정부의 의사와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문제 등을 이유로 ‘2025 탈원전 조항’은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폐지하지만, ‘집권 여당의 원전제로 목표 불변’ 입장을 유지하고 에너지구조 전환과 관련, 기존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2025 탈원전 조항’ 폐기가 통과된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2025년까지 단계적 탈원전 및 2025년까지 3분의 2 수준으로 화력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늘리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던 중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개별적으로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원전이 가동 중지되면서 예비전력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전력수급이 불안해진 이유이다. 보수언론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하였다며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는 작년에 발생하였던 ‘8·15 정전사태’이다. 사건 발생 후 언론들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였다고 보도하였고 또한 한국 언론들에서도 그렇게 보도된 사실을 알고 있다. 이 글을 빌려 정중하게 해당 내용은 잘못된 오해임을 알리고자 한다. ‘8·15 정전사태’가 발생한 진짜 원인은 현장 직원이 실수로 천연가스 공급 밸브를 차단하였는데, 해당 밸브는 리스크 분산을 위한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데 있다. 인위적인 실수로 4000MW의 천연가스 발전소 6기에 대한 가스 공급이 중단되어 발전을 멈추었고 대규모의 정전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대만 정부에서 정식 조사보고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식적으로 규명하였다. 이후 대만 전력공사의 임원들도 솔직하게 밝히기를 상기와 같은 대규모 전력 중단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모든 원자로를 풀가동하더라도 시스템에서는 정전을 피할 수 없다고 하였다.

대만과 한국의 에너지 상황은 비슷하기도 하고 상당히 다른 부분도 많다. 따라서 에너지 구조의 개혁 과정은 상이한 수요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리스크가 높은 원자력 발전과 오염이 심각한 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재생에너지와 관련 에너지 효율개선 기술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탈원전과 탈화력 발전의 기회는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목표에 가까울수록 도전은 더 많아지기에 시스템 개혁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만에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도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한 한국과도 에너지전환을 위해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함께 동아시아 에너지 구조 전환을 실현하고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실현할 수 있길 희망한다.

<홍선한 | 대만 녹색공민행동 연맹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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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을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전이 미래 먹거리가 될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향신문이 입수한 한국전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건설 사업’ 자료를 보면 원전 수출의 사업성에 의문이 든다. 자료를 보면 한전은 2010년부터 올 9월까지 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매출이익 1조910억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우선 사업기간이 늘면서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체보상금은 하루 60만달러(약 6억7800만원)다. 그리고 공사비도 수출입은행을 통해 100억달러를 빌려준 뒤 운영수익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체보상금과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정권이 효자사업으로 치켜세웠던 UAE 원전 수출이지만 헛물켠 셈이다.

2013년 5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2호기 착공식에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전력당국 관계자들이 현지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원전 수출의 수익성 악화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국에서 사업 포기가 속출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은 도시바, 미쓰비시, 히타치 등이 연달아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 건설 사업을 포기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각국의 안전기준 강화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세계에 건설 중인 50기의 원전 중 33기 이상의 공사도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원전사고의 위험성, 사업비 증가 등을 감안하면 원전 수출은 노다지가 아니라 ‘고(高)리스크 사업’인 것이다.

(출처:경향신문DB)

세계는 각종 위험이 도사린 원전사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풍력발전은 전년 대비 17%, 태양광 발전은 35% 증가했다. 반면 원전 발전량은 1% 증가에 그쳤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도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미국 전문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2009~2017년 생산전력당 평균 발전비용은 풍력이 67%, 태양광은 86% 감소했다. 그러나 원자력은 오히려 20% 증가했다. 그러니 많은 국가들이 탈원전에 가세하는 것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다. 덴마크·스웨덴, 벨기에·스위스도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에너지 전환이 첨예한 논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최근 방한한 국제적인 에너지 및 핵 전문가는 “원전산업 발전이 새로운 혁신에 장애물이 되는데, 한국이 바로 그런 곳”이라며 안타까워한 바 있다. 세계는 10여년 전부터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만 ‘멸종위기종’인 원전에 매달려 신산업을 외면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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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는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깨끗하고 충분한 물 공급은 보건 및 경제활동과, 홍수·가뭄은 생명 및 재산과, 수질·생태는 생활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즉 수량·수질·생태의 통합관리와 모든 분야가 고르게 개선되어야만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물안전’ 위협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시설물의 노후화이다. 우리나라 댐, 수도시설은 대부분 1970~80년대에 건설되어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노후시설 개량과 이중화 등 예방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는 새는 물이 거의 없는 수준인 99.9%의 유수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상수도에서 한 해 동안 팔당댐 저수용량의 약 3배인 7억t의 물이 땅속으로 버려진다. 이를 해결하려 환경부는 노후시설을 개선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했다. 선도사업을 중심으로 누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사업효과를 유지하려면 조속한 사업 추진과 체계적인 운영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 지자체, 전문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5월31일 국제 가뭄포럼이 열리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대전본사 세종관에 로비에 전국 가뭄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위성 감시 가뭄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물안전을 위협하는 두 번째 요인은 기후변화이다. 점차 심해지는 가뭄과 홍수, 여기에 지진까지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정교한 홍수·가뭄 예·경보 및 댐·수도시설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이중 삼중으로 점검하고 있다. 댐과 저수지 등 기존 시설 간의 연계 운영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홍수·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 위협 요인은 미세플라스틱부터 과불화화합물까지 새로운 미량유해물질이다. 환경부는 먹는물 감시항목을 확대하고 미량물질 연구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세계 최고 수준인 500개 항목까지 수질검사 항목을 확대하고, 중소 지자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물관리와 물 안심 서비스 등 수질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20여년간 숙원이던 물관리 일원화 이후 6개월여가 지났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원화 성과가 필요한 지금, 물안전은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또한 낙동강 유역 지자체 간 맑은 물 확보를 둘러싼 갈등 해결, 자연성 회복과 국민 피해 예방을 고려한 4대강 보의 발전적 대안 마련, 전국 수도요금 격차 해소 등 물관리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안 제시와 서비스 형평성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부와 시민단체도 물은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물은 미래세대와 공유할 자산이라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규제는 이해하고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학수 |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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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이다. 최초 발견지가 한국이고,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침엽수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멸종위기종이다. 2018년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의 구상나무와 고산 침엽수는 일시에 죽음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기후변화 때문이다. 구상나무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한반도에 111년 만의 ‘역대급’ 폭염으로 등장했다. 기온이 35도를 넘은 날이 26.1일에 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지난 3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최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는 미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1.5도 특별보고서’를 결국 채택하지 못했다.

일상이 된 미세먼지는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환경문제 1위로 꼽힌다. 작년 대통령 취임 초기, 업무지시 3호가 미세먼지 응급 감축이었고 취임 1년 때 첫 번째 언급이 미세먼지 해결이었다. 2018년 환경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특별법을 근거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동되면, 정부와 지자체가 자동차의 운행 제한 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의 가동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비상시의 일시적 조치만으로 석탄화력, 교통 분야 등 미세먼지 원인자를 제거할 수 있을까.

세계 재활용쓰레기의 절반을 사들이던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자 드러난 ‘쓰레기 대란’, 천일염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침대 매트리스에서 확인된 1군 발암물질 라돈, 여성 필수품인 생리대의 유해성 문제 사례에서 보듯, 환경문제가 ‘지금, 여기, 나’의 생활 전면에 등장했다. 2019년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로 지목된 게 ‘필(必)환경’이다. ‘선택하면 좋은 친(親)환경이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라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환경의 문제가 인간 생존의 문제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억년간 형성된 생태계가 무너지고 서식지가 파괴되어 생물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 지구가 오작동하는 징후를 우리는 생생히 목격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체질 전환, 탄소 중독의 문명을 넘어 재생과 순환의 삶을 위한 윤리가 시급하다. 개개인이 자본주의적 과잉·과시적 소비 체제 앞에서 질문을 던지고, 소비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서로 격려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생활습관을 바꾸라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본질을 은폐한다. 환경 변화의 결과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전 의장인 라젠드라 파차우리의 말대로, “기후변화와 환경의 문제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 심지어는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후와 환경 문제는 경제와 정치, 고용이 구조화되어 떠받치고 있는 오늘의 체제를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해결할 방도가 없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추진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혁신하겠다며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전환은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공급원의 교체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수요관리, 에너지 분산과 분권, 이익 배분, 에너지 전환에 적절한 산업구조에 대한 모색, 사회 전반의 동시적 변화와 재구성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기본원칙은 ‘생태적 지속가능성’이어야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며 더 개혁적이고 과감한 필환경 정부를 바란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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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공화국엔 부끄러운 사건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관세당국은 지난 7월21일과 10월20일 한국발 수입 컨테이너 안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6500t을 적발하였다. 모두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한국이 불법 수출한 폐기물인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있는 수입업체 베르데소코의 쓰레기 하치장에 5100t, 나머지 1400t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있는 컨테이너 51개에 분산, 보관되어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공개한, 필리핀 현지에 쌓여 있는 사진과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 상표가 선명한 생활쓰레기가 그야말로 곤죽 상태가 되어 축구장 6배 넓이의 부지에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불과 20m 떨어진 지역에는 민간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어떠할까. 고온다습 기온에 쓰레기 부패까지 겹친 일상은 한폭의 지옥도일 것이다.

바젤협약에 따라 유해물질은 수출하면 안되는데 어떻게 우리나라 쓰레기가 필리핀까지 갈 수 있었을까. 현지 수입업체가 수입해야 가능한 일인데, 외관은 필리핀 업체이나 한국인 3명이 지분 40%를 가진 무늬만 필리핀 업체였다. 이 사람들은 쓰레기를 ‘플라스틱 수출품’이라고 속여 수출했다. 이들이 속임수까지 쓰면서 남의 나라에 쓰레기를 끌고 간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생활쓰레기를 폐기하려면 t당 15만원이 드는 반면, 필리핀에서는 4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운송비 3만원을 더해도 국내 비용의 반도 안되기에 이웃나라를 불법으로 쓰레기 매립지로 만든 것이다.

불길한 점은 필리핀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 국제적인 망신을 산 이 사건이 이례적인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필리핀 사건은 그나마 적발됐기 때문에 알려졌을 뿐이다. 한국이 연간 불법 수출하는 폐기물의 양은 약 20만t에 달한다. 그걸 입증이라도 하듯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는 방치된 컨테이너들이 널려 있고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수출하려다 실패한 폐기물이다. 비단 송도만이 아니다. 수거 후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만 빼고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할 폐기물을 임시로 빌린 야적장에 버리고 도망간 비양심적인 업체들 때문에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안된다.   

1992년부터 전 세계 약 1억6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해온 중국이 수입을 중단한 후 그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모두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베트남은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량이 2016년 34만t에서 2017년 55만t으로 증가했다. 말레이시아는 29만t에서 45만t으로, 인도네시아는 12만t에서 20만t으로 각각 늘어났다. 위태로움을 느낀 태국은 오는 2021년까지 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동남아 각국의 정부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기타 쓰레기 수입을 불허하며 자국이 쓰레기 매립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3억30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지만,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9%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동남아 국가로 향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급증하는 양에 비해 처리시설이 부족하여 다수가 해양에 버려져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OECD 국가 중 1인당 플라스틱 소비 1등 국가인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내년도 환경부 예산 및 기금 등 총지출이 7조8497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올해보다 5349억원(8.4%) 증가한 수치로 국회를 거치면서 정부안보다 2652억원이 증액됐다. 환영할 일이다. 그중에 폐기물 관련 예산이 포함된 자원순환 분야는 3555억원으로 4.5% 증액되었다. 기쁜 일이다. 그러나 환경부 전체 예산은 우리나라 총예산 469.6조원 가운데 1.49%에 불과하다. 보건복지, 지방행정, 교육, 국방 등 12개 재원 배분처 중 10위, 끝에서 세 번째다. 정부가 측정하건 민간이 하건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 1위는 미세먼지, 2위는 플라스틱 문제이고 환경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인데 예산은 늘 거기서 거기다.

올 한해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의 책이라 칭송해 마지않는 레이 달리오의 &lt;원칙&gt; 가운데 한 구절을 음미하며 새해를 맞고 싶다. “모든 사람이 실패를 경험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현명하게 실패한 사람이다. (중략) 실패한 후 변하고 성공하는 것이 단순히 성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지를 필요로 한다. 한번에 성공한 사람들은 한계를 경험하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는 실패한 다음에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사람을 정부로 바꿔도 무방할 내용이다.

성탄절 이브다.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재림한다면 교회가 아니라 기재부에 내리셔야 할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미경 |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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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폴란드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총회에서는 석탄발전의 어두운 미래가 다시 한번 중요한 의제가 됐다. 여러 연구기관들은 석탄발전의 낮은 경쟁력과 관련한 자료들을 발표했다. 탈석탄동맹과 같은 석탄 퇴출 노력에 대한 지지들도 높아졌다.

한국에 질문이 던져졌다. 석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세계적인 ‘불량국가’의 하나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탈석탄 추세를 따라갈 것인지. 한국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는 매우 위험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들이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서 향후 몇년 안에 석탄발전보다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더 저렴해진다. 그렇다면 한국의 석탄발전 투자는 한국 자산을 각종 사업 실패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석탄발전은 이런 재무적 위험은 물론 대기오염과 같은 막대한 외부효과도 유발한다.

이번 폴란드 총회 개막 당시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와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석탄발전 사업 지원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한국 정부가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 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산업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인천 송도 소재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으로부터 추가 재원을 조달받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석탄발전에 투자하면서 녹색기후기금의 자금 지원을 바라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포스코에너지, 삼성물산, 현대건설 같은 기업들도 저탄소 미래 선두주자로의 전환에 매우 뒤처져 있다. 이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아직 석탄발전에 낮은 환경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악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들 나라가 석탄을 이용할 것이라고 맹신한다. 이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생각 없이 무분별한 이윤 추구에 가깝다. GE는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한 나머지 올해 화력발전 공급 부문의 영업권을 230억달러(약 25조원)만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었고 1만2000명을 감원해야 했다. 지멘스도 전력 및 가스 부문에서 6900명을 감원했다. 뉴욕시도 189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의 연기금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화력발전 프로젝트가 재생에너지보다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석탄발전소 절반이 위치한 충청남도는 아시아 최초로 탈석탄동맹에 가입하며, 도내 석탄발전소 수명을 25년으로 제한키로 했다. 대기오염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충남도민들의 뜻에 부응한 결정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번 기후변화 총회에서도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OECD 국가들이 2030년까지 석탄을 퇴출시킬 것을 요구했다. 석탄은 더 이상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다. 한국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석탄발전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석탄보다 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을 지원하고 이끌어야 한다.

<한첸 |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국제기후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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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한 국가에서 소 농장에 부과하는 ‘방귀세’와 국내 광역 쓰레기 매립장이 유엔으로부터 획득한 ‘탄소배출권’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메탄가스’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지구온난화라고 하면 이산화탄소를 주범으로 알지만,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1배 온실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경기·인천 2600만 시민이 버리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광역 매립장으로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한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메탄가스가 주성분인 매립가스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을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일명 매립가스 자원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다. 약 790만㎡에 달하는 수도권매립지 제1, 제2 매립장에서 나오는 매립가스를 공기 중으로 흘려보내는 대신 이를 포집해 자체 건설한 50㎿ 매립가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메탄을 줄여나갔다. 당시 국내에서는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고, 교토의정서상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에도 속하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설던 때였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CDM 사업을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으로부터 모두 882만CO2톤의 탄소배출권을 발급받았다. 이는 30년 산 소나무 약 13억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막대한 효과다.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의 절반을 판매해 현재까지 463억원을 벌었고, 해당 수익은 지구를 구할 신사업 발굴에 전액 재투자되고 있다. 현재 남은 배출권은 약 400만CO2톤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800억원가량 된다.

처리가 까다로운 음식물폐수와 하수슬러지에서 생산한 고품질 바이오가스를 발전소·차량의 연료, 식물을 키우는 온실의 열원으로 활용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 같은 LNG 대체를 통해 연간 이산화탄소 약 5만3000CO2톤을 줄이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수도권매립지는 OECD 보고서에서 폐기물 처리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개별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어젠다로 부상한 지 오래다. 더욱이 국제환경질서 논의에 발언권을 갖는 것은 국가 브랜드 수준을 결정짓는 바로미터로도 작동한다. 이와 관련해 숙제도 안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선진국은 2020년부터 개도국의 기후변화 관련 사업에 일정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겠다고 국제사회에 제시한 터라 전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SL공사는 10년 전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폐기물 분야 CDM 사업에 나섰던 경험을 살려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권이라는 한정된 영역을 벗어나 녹색기후기금(GCF)·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자개발은행과 해외 사업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로 개도국의 폐기물관리 시스템 선진화, 매립가스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이 주축을 이룬다. 이미 모잠비크·스리랑카에서 성공한 경험도 갖고 있다. 내년에는 진척이 있는 GCF 몽골, WB 캄보디아 사업을 포함해 네팔·바레인·인도네시아·러시아 등지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추진한 온실가스 저감 사업은 ‘버림’에서 ‘쓰임’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로부터 얻은 결실이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구하는 일은 기존의 습관과 생각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나와 우리, 기업과 정부 모두 지구 온도를 낮추는 일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빙하조각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의 생존을 위해, 우리의 삶을 위해.

<박용신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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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후변화협정의 세부 이행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2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막했다. 총회에 참가한 197개국은 오는 14일까지 협정이행에 필요한 세부 이행규칙을 마련하고, 나라별 감축행동과 검증방식을 정하게 된다.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의 새 기후변화 체제를 규정한 파리협정은 협정 이행을 위한 세부 이행규칙을 올해 안까지 마련하도록 돼 있어 이번 회의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파리협정은 그간 선진국들에만 부여됐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하고,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동시에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하는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기한 안에 합의가 도출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6월 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은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미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지난 2일 발표한 공동성명에 “파리협정을 탈퇴하고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하겠다”는 자국의 입장을 끼워 넣었다. 공동성명의 기조는 “파리협정의 불가역성을 재확인하고 완전한 이행을 약속한다”는 것이지만, 딴지라도 거는 듯한 미국의 입장이 담기면서 김이 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지구촌의 공통과제를 달성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극우파인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도 유세과정에서 협정 탈퇴를 예고한 바 있고, 호주 등 일부 국가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가국 내에서도 모든 국가에 단일 이행규칙을 도출해야 한다는 선진국과 개도국에는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개도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날 개막회의도 일부 회원국이 협정이행 서류를 내지 않아 3시간 지연되는 등 출발부터 어수선했다. 파리협정의 위태로운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구촌 곳곳에서 가뭄과 산불, 이상기후 등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소규모 섬나라 등 기후변화 취약국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 파리협정체제가 붕괴한다면 지구온난화를 멈출 해법은 사실상 사라지고 만다. 인류가 경각심을 갖고 조금씩 양보해 타결안을 도출해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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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약 450만년 전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자유롭게 된 두 손을 사용해 도구를 만들고 문명을 일궈냈다. 우리는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으로 인류문명사를 구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후세의 사람들은 지금의 시대를 ‘플라스틱 시대’로 명명하지 않을까. 넘쳐나는 플라스틱과 쓰레기로 남은 그 잔해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드는 우울한 생각이다. 

지난 19일 오후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 안의 카포타섬 해변 인근에서 몸길이가 9.5m에 달하는 향유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고래 뱃속에서 나온 것은 플라스틱컵 115개를 비롯해 하드 플라스틱 19개(140g), 플라스틱병 4개(150g), 샌들 2개(270g), 플라스틱백 25개(260g), 나일론 가방 1개, 기타 플라스틱 1000여 개로 무려 6㎏에 달했다. 쓰레기 하치장이 된 고래의 위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우리 바다라고 예외가 아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자료에 의하면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의 뱃속에서는 500㎖짜리 빈 플라스틱 생수병이 나왔다. 어민들은 평소에도 물고기 뱃속에서 플라스틱 소주 컵과 비닐봉지 등 각종 환경 쓰레기를 발견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시 새마을부녀회원들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시민실천운동 발대식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패션쇼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잠에서 깨면 바로 찾는 스마트폰부터 칫솔, 일회용컵과 다양한 포장용기 그리고 신용카드와 신분증 등 플라스틱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와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량이 늘면서 플라스틱 패키지의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자원순환연대의 현장조사 자료에 의하면 분식 3인분에 평균 20개의 플라스틱 포장용기 등이 사용되어 가히 일회용품에 중독된 ‘배달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하루 100만건이라니 최대 2000만개 플라스틱 폐기물이 나올 텐데 정부는 실태 파악도 못한 상태이다. 미약하나마 커피전문점 컵만 규제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어림없다.

독성물질을 품은 트로이 목마, 이런 플라스틱을 누가 원하는가?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탄화수소로 만드는데 석유는 독성 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유독성을 갖는다. 게다가 점성으로 주위의 유독물질을 빨아들여 함께 움직인다. 통째로 삼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파도에 의해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가 삼키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체내에 유입되면서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일회용을 위생과 동의어로 믿었고 생산업계는 잘 팔리니 많이 만들었고 감독해야 할 정부는 미처 실태 파악을 못한 와중에 고래와 아귀들이 몸 바쳐서 플라스틱의 해악을 증거해준 셈이다.

자, 이 플라스틱들을 어찌해야 하나. 지니를 램프 속에 도로 넣을 방법이 없을까? 재활용은 가식적 행동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열심히 분리수거하지만 플라스틱 종류가 5만종에 이르러 단일물질로 뭉쳐질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은 비현실적이다. 재활용 선진국 네덜란드나 독일에서도 30년 이상 투자했지만 재활용 비율은 10%도 안된다. 독일에서는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를 처리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소각이나 다른 방식의 열처리를 한다. 그런데 소각할 경우 대기오염에 더 나쁜 이산화탄소, 다이옥신, 푸란 등이 나온다. 그래서 석유정제와 비슷한 화학적 재활용을 하기도 한다. 

결론은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이 유일한 길인데 우리 현재 삶의 방식은 불가역적이라 안 쓸 수가 없다. 많은 환경운동이 쓰레기 버리지 마라, 재활용하라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과연 이것이 유일한 방법일까. 이상적으로는 생산자의 책임을 확장해서 기업이 경제적으로 회수할 수 없는 물건을 만들지 못하게 하거나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산업계는 환경규제를 마치 태극기를 불태우는 일처럼 호들갑스럽게 경계하지만 플라스틱의 해악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인 레고는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했던 로열 더치 셸과의 제휴 관계를 종료하고 석유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에서 탈피하기 위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다행히 많은 나라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소수의 장인과 청년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개발해 놓거나, 대체재를 찾고 있다. 문제는 시장인데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 때문에 상용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단 전기차나 태양광처럼 초기에 정부가 지원하고 법률로써 규제해서 3대가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플라스틱의 해악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은 고래지만 내일은 사람이니까.

<이미경 |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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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재난을 우려하는 연구 결과 두 편이 19일 공개됐다. 하나는 미국 하와이대 등 국제연구진이 기후변화 전문 학술지인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발표한 것으로 지금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세기 말 일부 연안 지역에는 최대 6가지의 재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 홍수, 해양의 화학물질 오염,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등 4가지의 중대 재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또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남극 대륙 빙하의 녹는 속도가 10여년 정도 늦춰지겠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재난 등 부정적 영향은 더욱 클 수 있다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든 지 오래다.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도 지구온난화 탓이 크다고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대기의 흐름이 원활하면 바람에 흩어진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상공의 강한 제트기류의 흐름이 끊기고 대기가 정체되면서 미세먼지 농도를 높여 피해를 키운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여름 한국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폭염이 나타났다. 이것도 온난화에 따른 제트기류의 변동 때문이라고 한다.

전 지구적인 온난화 추세보다 한반도 온난화가 더 급속하게 진행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20세기 이후 112년간 0.89도 상승했지만 한국은 1912년부터 2010년까지 89년간 약 1.7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의 해수면 상승속도도 지구 평균치보다 빨랐다.

하지만 정부의 온난화 대책은 ‘남의 집 불구경’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가하다. 지난여름 기후변화 분석기관인 기후행동추적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너무 낮고 방법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자원절약이나 재활용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시민의 활동도 활발하다고 할 수 없다. 온난화를 포함한 기후변화는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재앙 경고를 결코 흘려듣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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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7년8개월이 흘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녹은 핵연료의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만 불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원전 6기 중 1기 수조 내의 사용후핵연료를 지상으로 내리고, 부지 내의 사고 잔해물 부분 철거로 수습작업을 위한 방사능 수준을 낮춘 점 등의 개선은 있었지만, 원자로 내의 상황은 여전하다. 향후 30년에 걸쳐 녹은 핵연료 일부만 꺼내고, 나머지는 체르노빌처럼 ‘석관방식’으로 방사능의 자연감퇴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말 현재, 저장탱크 약 900기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약 108만t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다. 핵연료의 붕괴열 냉각 때문에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증설부지의 한계로 오염수를 희석하여 바다로 방출하는 계획도 주변 지역 어민 등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원전의 중대사고가 해외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또다시 국내 원전의 안전신화를 내세우며 현 정권의 탈핵방침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안전신화에 대한 믿음은 과학기술적 근거가 없는 단순한 맹신일 뿐이다.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고 싶은 자기최면에 빠져 남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기본적 자세조차 망각하고 있는 꼴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원전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동해를 끼고 있는 고리원전과 일본의 최신형 원전인 시마네3호기를 비교해보자. 고리원전 부지의 경우 최고해수위가 17m임에도, 그에 턱없이 모자란 10m 해안방벽을 설치했다. 시마네3호기는 15m다. 또 전원 상실에 대비하는 비상용 발전차도 일본은 원전 1기당 2대인 데 비해 월성원전은 4기에 겨우 1대다. 일본이라면 월성원전은 부지별 1대를 포함해서 총 9대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월성원전의 1대는 겨우 원전 1기의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정도로, 복수원전의 동시 사고에는 대응할 수도 없다. 사고 발생에 대비한 부지 내의 긴급 대책소, 그리고 여과배기시설(월성1호기만 건설) 등의 주요 설비 도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의 안전 강화 비용의 부담 때문에 ‘16기의 폐로’가 결정되어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로 4기를 더 폐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원전 25기의 안전대책비용은 일본의 1기보다 적으며, 게다가 아직 절반 비용 정도의 투입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추진파(핵마피아)들은 안전신화에 파묻힌 채 탈핵방침의 전환을 외치고 있다. 심지어 탈핵방침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 및 해외 수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적반하장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경쟁자였던 프랑스 및 일본보다 안전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60년간의 보증’과 ‘건설비 융자 및 낮은 가격’ 때문이라는 국제적 평가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전 수명기간의 품질보증이라는 비상식적인 조건은 원전의 기술적 한계조차 무시한 것으로, 향후의 손실 발생은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핵공학 전공 교수가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은 300년 내에 없어진다”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펼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사고 원자로 내의 초기 상황을 제대로 설명조차 못한 핵공학 전공들 때문에 피난이 지체돼 주민들이 불필요한 피폭을 당한 사실을 새삼 떠올린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핵마피아의 안전신화에 맡길 시간적 여유도 없는 만큼, 현 정권은 원자력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부쩍 늘어난 핵마피아의 궤변이 난무하는 상황을 보면서, 국내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 시기가 점점 임박해지는 것 같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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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은 다른 해보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았다. 올해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도 들었다. 그러나 11월 들어서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기 시작하더니 결국 지난 7일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여러 지역에서 발령되고 서울시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운행제한 조치를 처음 시행하였다.

올 1월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자발적 승용차 2부제를 제안하면서 대중교통 무료라는 특단의 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책들은 오염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으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승용차 2부제는 배출저감에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서 차량 운행제한, 특히 노후 경유차에 대한 운행제한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노후 경유차의 서울 운행 제한조치가 처음으로 내려진 7일 서울 가양대교 인근 강변북로 폐쇄회로 CC TV 카메라가 차량단속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강윤중 기자

첫째, 대기관리정책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대기오염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경유차, 그중에서도 저감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노후 경유차가 다른 차량에 비하여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규제는 피규제자의 부담을 동반한다. 그러나 대기정책은 규제효과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둘째, 디젤매연의 인체위해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미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였고, 미국의 대기위해성평가 보고서에서는 디젤매연이 농도에 비하여 훨씬 큰 발암 위해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디젤엔진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농도저감 그 이상으로 시민 건강에 중요하다.

셋째, 경유차의 오염배출은 1차 미세먼지와 2차 미세먼지 생성에 기여도가 크다. 경유차는 엔진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 화학적으로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의 재료가 되는 질산화물(NOx)의 주요 배출원이다. 따라서 대도시 권역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의 정책 우선순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년의 경우를 생각하면 미세먼지는 이제 시작이다. 해마다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오염배출량의 큰 변화가 없더라도 기상조건 변화에 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도시 권역에서 자동차 부문의 오염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 환경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식과 사용연료로 구분하고 있는 5등급의 자동차 환경 등급은 저감장치의 부착 등 오염배출량을 고려한 더 세분화된 환경 등급으로 개편하고 이를 차량 운행제한과 단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현재 부실한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한 배출가스 검사의 신뢰도를 높여서 오염배출이 많은 차량에 대한 실질적 점검과 배출저감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대기오염 문제는 행정구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권역의 문제이다. 수도권 대기권역에서는 비상저감조치 시 서울, 경기, 인천에서 차량 운행제한이 함께 이루어져야 대기질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앞으로 3개 지자체가 함께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니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8일 정부는 그동안 유지하던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여러 저감대책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저감대책의 보완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기개선 실적이 부진한 것은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수립한 저감대책들이 제대로 현장에서 수행되고 있는지 이행실적을 제대로 평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농도 대기오염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실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서민들이다. 도로변의 고농도 대기오염부터 줄여야 서민들의 대기오염 노출피해를 줄일 수 있다.

노후 경유차의 운행제한만으로 우리의 대기질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맞다고 생각한다.

<장영기 | 수원대 교수 환경에너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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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 퇴출이다. 공공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경유차를 없애고, 민간부문에서도 경유차 폐차지원을 통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저공해 경유차에 제공해온 주차료·혼잡통행료 등 인센티브도 없애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한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폐기한 것이다.

정부는 또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중지 대상을 확대해 미세먼지를 줄이며, 미세먼지 차량 2부제 대상에 민간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재난상황으로 보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시민의 일상생활과 건강이 미세먼지로 위협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마땅한 소임이라 할 것이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6일 마스크를 착용한 한 시민이 서울 시내를 지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 경유차나 석탄화력발전소는 많은 오염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난해 7월 한·미 공동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산업현장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이어 수송 28%, 생활 19%, 발전 15% 등의 순이었다. 산업현장이 국내 미세먼지의 ‘주범’인 셈이다. 다른 조사에서는 전국의 자동차에서 1년간 나온 초미세먼지의 총합보다 전남 광양의 금속산업에서 나온 게 많았다는 결과도 있다. 산업현장의 미세먼지 배출관리가 자동차나 화력발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유차 감축이나 화력발전소 가동중지의 경우 추진 과정에서 일정 부분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이 8일 발표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빼고 말할 수 없다. 전체 미세먼지 발생에서 4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정부대책은 우리의 환경기술을 적용한 협력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런 정도로 중국발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로 불린다.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환경 문제 가운데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이 82.5%로 가장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생산과 개인의 경제활동에서 상당한 양보가 필요하다. 정부만이 아니라 전 국민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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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찾았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새만금을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43.6GW 규모로 ‘신재생에너지 3020 프로젝트’ 목표의 약 97%에 달한다.

우선 새만금개발청은 2022년까지 내측 공유수면과 노출지 그리고 방조제 외측 해역 등에 민간 자본 10조원을 유치해 2.8GW 규모의 태양광과 1G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는 원전 4기에 해당하는 대규모 발전설비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계획은 기후변화 대책인 동시에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지역민들의 불신이 크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북지역에 허가된 태양광발전 사업 건수는 1만7831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5만2298건의 34%에 달한다. 문제는 태양광 시설의 상당 부분이 외지인의 소유라는 점이다. 특히 새만금에 인접한 김제는 총 3171건의 허가 건수 가운데 2437건(71.8%)이 외지인이 추진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상생은커녕 돈봉투에 지역 민심만 갈가리 찢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불신은 주민 참여로 극복할 수 있다. 에너지를 낚는 어부, 에너지 농사를 짓는 주민, 에너지협동조합의 주주인 국민 등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은 830개 에너지협동조합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덴마크 미델그룬덴 발전단지는 사업 지분의 90%를 주민과 지역단체 등에서 소유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서는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회사가 지역에 환원한 지역발전기금을 기반으로 (주)주민발전을 설립했다. 반대하던 주민들까지 참여해 2MW급 주민태양광발전소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 현 태양광발전 시설은 언제든지 개발 여건만 확보되면 그만둘 수도 있는 임시 시설로 볼 수 있다. 발전소 운영기간을 20년으로 한정하지 말고 과거 삼성이 약 20조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새만금기본계획에서 사라진 신재생에너지 용지를 복원해야 한다.

아울러 조력발전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함께 태양광발전 설치 위치도 재고해야 한다. 그간 지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새만금의 특성을 활용한 조력발전을 추가해 재생에너지 시설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 주장대로 조력발전 도입을 염두에 둔다면 정부가 구상한 수상 태양광의 위치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새만금 내측에 1000여척의 배가 조업 중인 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들을 불법·무면허라는 이유로 강제로 쫓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업권과 관련해 한정면허라도 검토해 어민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어민 모두의 바다였다. 갯벌은 지역민의 삶의 터전이었다. 새만금에 기댄 생명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그 땅을 재벌과 기관에만 내줄 수 없다. 새만금 해수 유통과 재생에너지를 통한 새만금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새들도 물고기도 떠나고 어민들의 회한만 남은 땅, 갯벌이 메워지고 미세먼지만 날리는 황무지가 된 땅, 여기 새만금에서 재생에너지로 다시 희망을 꿈꾸길 기대한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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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유명해진 인도네시아의 ‘롬복’이라는 섬이 있다. 잦은 지진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시인인 친구가 정착하여 살고 있다. 친구의 안부가 궁금할 때마다 시인인 그의 등단작인 ‘환승입니다’가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 원자력 분야도 ‘환승’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수립했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산업 보완대책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원전 해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의 계속 운전 여부는 경제성, 안전성, 전력 수급, 국민 의견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영구정지가 결정되면 해체 과정을 밟는다. ‘해체’란 원전의 운전 과정에서 생성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고,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한 후 건설 이전의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되돌리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흔히 해체는 건설의 역순(逆順)이라고들 한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다. 일반 시설의 경우는 건설의 역순으로 작업을 하면서 마지막에는 구조물을 폭파시켜 철거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건설보다 해체가 더 쉽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원자력시설과 같이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시설은 법적 기준 등을 충족하면서 해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시설과 같은 방법으로는 해체할 수가 없다.

해체 과정에서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이 일시에 발생한다. 이들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발생에서부터 최종 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등은 제한적이어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취급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해체 단계별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제한된 양만 처리할 수밖에 없고 작업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러한 이유로 원자력시설의 해체에는 일반 시설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영구정지 후 바로 해체하지 않고 천천히 해체한다면, 방사성 붕괴로 방사선 준위가 줄어들어 해체가 좀 더 쉬워질 수도 있다. 실제 해체 과정에서 작업자의 피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핵종은 감마선을 방출하는 Co-60이다. Co-60은 방사능의 세기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약 5년 정도라 시간을 두고 해체를 한다면 충분히 방사선 준위가 낮은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반감기가 긴 다수의 핵종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폐기물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반면, 영구정지 후 바로 해체를 시작하면 시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시설 운영 인력들을 곧바로 해체작업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 전달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적 또는 정책적인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즉시 해체를 선호하는 이유다.

현재 운전 중인 많은 원전들이 1970년대 전후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설계수명과 계속운전을 고려하면 2020년대 이후 해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영구정지와 운전 중인 모든 원전을 합하면 약 50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포함한 기존의 원전 건설 및 원자력 전문업체들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해체 분야 후발주자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환승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력과 같이 특수한 분야는 제대로 환승을 준비하지 못하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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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이틀간 코엑스에서 ‘2018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콘퍼런스’가 열렸다.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개최된 첫 국제행사다. 독일, 덴마크,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전문가에게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였다. 특히 유럽 국가들 사례는 뒤늦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00년 6%에서 2017년 36%로 크게 증가했다. 독일이 ‘에너지구상 2010’에서 목표로 한 2020년 35%를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 7%에서 2030년 20%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키우려 하는데, 독일은 이미 우리의 2030년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상태다. 에너지 전환 속도도 우리의 1.5배나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설정한 목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나 싶다.

나아가 독일은 2050년에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렇게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로 독일 전문가들은 두 가지 큰 추세를 언급했다. ‘효율 우선’과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실제로 독일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서다. 세계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는 5년마다 절반으로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는 추세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다.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4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신축 건물 중심의 우리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기존 건물 에너지 효율화로 확대하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 성공 이유로 확고한 정치 리더십, 협동조합 중심의 시민의 투자와 참여, 재생에너지 발전 보상제도, 정권을 초월한 일관된 실천, 20% 지분을 지역주민에게 보상하도록 한 것 등을 꼽았다. 우리도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을 적극 보장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는 1995년 95%에 달하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2016년 40%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3% 수준이던 풍력발전을 42%까지 끌어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덴마크는 2020년까지 이를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덴마크 에너지청장은 주민이 최대 20%까지 사업 지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등 공정한 에너지 전환 제도를 마련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국가 간 전력망이 연결돼 있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가 완화되고 프랑스의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타 국가가 활용할 수 있다. 북유럽의 풍력에너지 자원은 우리나라의 2배 이상으로 양호하고 남유럽의 태양광발전 여건은 우리보다 다소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에너지 전환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북아에서도 국가 간 전력망 연결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게 아니어도 ESS의 단가 하락으로 재생에너지 간헐성은 극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와 동남해, 산간지대는 풍력자원이 풍부하다. 새만금지역 8개 면적이면 2050년에 태양광발전만으로도 필요한 전력량의 60%를 충당할 수 있다. 연간 30조원 이상의 재생에너지가 생산되어 해당 지역 농어민 소득과 지방정부의 균형발전 재원이 될 수 있다.

20일에는 덴마크 총리 주도로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 구현을 위한 정상회의(P4G)’가 개최된다. 파리기후협약과 지속가능한 포용 성장을 위한 것이며, 우리 대통령도 참석한다. 에너지기술평가원도 우리나라와 덴마크 간 에너지 기술 협력을 위해 실무 대표로 참가한다. 덴마크는 풍력발전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와 태양광 모듈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양국이 에너지 전환 필수분야에서 상호협력해 그 성과를 P4G 회원국과 공유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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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향수’를 쓴 정지용 시인은 충청북도 옥천군 출생으로 고향의 아름다움을 그리면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지금은 시인의 고향에 ‘향수 100리길’이 조성되어 있고, 자전거로도 돌아볼 수 있다.

그런 금강은 아쉽게도 지난 6년간 마음껏 휘돌아 나가지 못했다. 보(洑) 3개가 문턱이었다. 그동안 보의 물을 가뭄에 요긴하게 쓰기도 했으나 녹조, 생태계 훼손 등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속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4대강 16개 보의 자연성 회복 방안을 찾고 있다. 물 이용에 문제없는 범위 내에서 실제로 보를 열어 보고, 그 영향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있다. 설익은 대책을 덜컥 내놓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보를 개방하고 그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뒤, 각계의 의견을 모으는 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를 일시적으로 열어볼 때에도 준비를 세심하게 해야 한다. 개방을 하더라도 생활용수를 취수하는 수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농사짓는 시기와 양수장 가동 시기도 감안해야 한다. 어선·어구 손실도 방지해야 하고, 돛배나 계류장 등 친수시설 이용도 고려해야 한다. 수위를 내릴 때 물고기나 조개류가 고립되면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 또 지하수도 고려해야 한다. 준설로 인해 지하수위가 올라갔고, 늘어난 지하수는 수막재배 등 인근의 농업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금강은 지금 문턱 없이 마음껏 흐르고 있다. 지난 9월11일 지역농민과 관계기관이 백제보 완전 개방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지하수 부족이 일부 제기되었지만,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지하수 펌프 교체, 관정 설치 등의 해결책을 모색했다. 금강이 자연의 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만들어진 덕분이다.

이미 완전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 사례에서 금강이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류시간은 줄고 유속은 빨라졌다. 클로로필a가 개방 전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0% 줄었다. 멸종위기Ⅱ급인 독수리가 세종보 상류를 찾기도 했다. 세종보는 모래톱이 4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모래톱은 뭇 생명이 살아갈 터전이고, 수질 정화에도 한몫한다.

금강이 막힘없이 흐르는 약 보름간은 천금 같은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금강 수계 전체의 보 개방 영향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다. 수질, 수생태, 육상생태, 퇴적물, 경관, 수리·수문, 지하수, 물 이용, 하천의 각종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세밀하게 모니터링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보 개방이 전 수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연말에 금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시골 출신의 60대 이상 연령이라면 어린 시절 여름에 강에서 미역을 감고, 겨울엔 얼음 지치며 놀았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강은 우리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지금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강을 누릴 수는 없을까?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공존의 강을 물려주기 위한 진지한 모색과 꾸준한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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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