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서울시가 내놓은 무료대중교통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나는 한 번 시행하는 데 약 50억원이 소요된다는 버스, 지하철 무료 운행 예산의 출처가 서울시의 재난관리기금이라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있는 날 외출을 해본 사람은 동의할 것이다. 회색도시 서울은 우리 모두의 재난이며, 미세먼지 문제 대책은 우리 공동체의 재난대책이라는 것을.

문제는 무료대중교통정책을 교통량 감소와 효과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다. 사실 이는 공공재의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문제이다.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발령되는 그날 아침, 누가 자신의 편안한 자가용이 아니라 버스로, 지하철로 발길을 옮길 것인가? 무료대중교통정책은 공공재인 공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개인의 아침 출근길 안락함을 하루만 양보하기를 기대하는 작은 경제적 인센티브이다.

17일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바라본 거리가 미세먼지에 뿌옇게 덮여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서울과 경기의 1㎥당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91㎍(마이크로그램)으로, ‘매우 나쁨’(일평균 101㎍ 이상)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서울·인천·경기 지역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권도현 기자

하지만 최근 세 번에 걸친 ‘공짜 대중교통’의 교통량 감소효과는 서울시 전체 교통량의 2%가량 감소에 머물렀다. 정책의도에 비해 성과가 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무료교통정책의 교통량 감소효과를 개선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최근 사회 연결망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개인 인센티브에 기반을 둔 정책입안에 전혀 새로운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경제적 유인책을 다수 대중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배포하기보다는 개인이 속해있는 집단의 사회적 연결을 이용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당일 아침 대중교통으로 바꿔 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보는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 친지, 직장동료, 친구들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사회 연결망을 이용하는 정책의 요지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경보 당일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추첨하는 무료 복권을 1차로 카카오톡과 같은 SNS상에 배포할 수 있다. 그러고는 복권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 복권을 “당신이 생각하기에 서울시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으로 바꿔 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대중교통을 실제로 이용한 당사자가 복권에 당첨되는 경우 해당시민을 추천한 지인들 역시 못지않은 금액의 보상을 받기로 하면, 이러한 추천과정의 정확성은 더 높아진다. 이런 전달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무작위 시민이 아니라, 무료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민들의 사회적 연결집단이 구성된다.

관련 연구는 사회 연결망에 내재하는 정보를 이용하여 구성한 연결집단이 대중의 행동을 하나의 목표로 이끄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관계당국이 AIDS를 방지하기 위해 피임기구를 나누어주는 경우, 특정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이 피임기구가 가장 필요할 만한 사람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경우 그 효과가 배가하였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MIT의 미디어렙에서는 인터넷상에서 필요한 특정 정보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가장 빨리 찾아내기 위해 “가장 이 정보를 알고 있을 만할 사람을 추천해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추천인과 최종 정보제공자에게 모두 복권을 제공하여 정보탐색 속도를 현격히 단축하는 실험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사회 연결망에 기반을 둔 연결집단은 한 명의 개인은 알 수 없는 정보를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를 활용하여 수집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센티브를 그 개인을 추천해준 지인 혹은 두 사람이 속한 집단으로부터의 사회적 압력으로 배가시키기도 한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출근길 아침, 큰딸아이에게, 직장동료에게, 또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받은 대중교통이용 대상자 무료 복권은 대중매체의 어떤 무작위 캠페인보다 훨씬 그 효과가 높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특정 정치인들의 선거이슈가 아니며,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재난이다.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공장과 경유차량 감소, 전기차 확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자동차 의무 2부제 역시 시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곧 다시 찾아올 미세먼지 경보 발령에 무료대중교통제도가 다시 시행된다면 그때는 우리 공동체에 내재해 있는 대중의 지혜를 활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게다가 우리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기술(IT)과 SNS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우리 사회가 그에 걸맞은 공동체 의식 역시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공동체 내의 연결구조를 활용하는 적절한 정책개입이 무료대중교통정책의 교통량 감소효과를 크게 증대시켜줄지도 모른다.

<박선현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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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유럽에서 열린 작은 회의에 참석하고 왔다. 회의 시작 전 주최 측이 참가자들에게 채식, 육식, 샐러드 중 선호하는 것을 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음식을 제공했기에, 참가자들은 따로 부탁하거나 고민하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회의 기간 내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참가자 스무명 중에서 채식을 선택한 사람은 여섯명이 넘었다. 주로 연구자나 사업가들로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도 채식 선호자가 30%나 된 것이다.

참가자들과 함께 채식 식사를 하던 중에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오찬이 생각났다. 당시에 오찬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어느 여당 의원이 ‘반찬 투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 관심의 초점은 ‘투정’이었지 음식이 아니었다. 밥과 국과 반찬 몇가지 정도면 특별히 흠잡을 게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투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통령이 나서서 진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는 ‘투정’ ‘비난’ ‘진화’로 이어지는 이 장면이 어느 정도 우리 사회의 현재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때 음식에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음식은 한 가지였고, 고기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 중에 채식주의자가 있었다면 밥과 나물만 먹고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아무도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않았고 배려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100명이 넘는 의원 중 어느 누구도 그 음식을 ‘부실’ 이상의 잘못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이 모두 육식주의자라 해도 우리 사회를 대변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의원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했을 것이다.

회의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또 한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주최 측이 회의 내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했고, 농도가 2000PPM이 넘으면 회의를 중단하고 창을 열어 환기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도 생각난 것이 있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무료운행 정책이었다. 그런데 대기의 미세먼지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사무실, 교실, 지하철, 작업장, 지하상가의 공기질이다. 이산화탄소, 곰팡이 포자, 화학물질 농도가 높은 이 장소들은 특히 겨울철에 창을 잘 열지 않고 건조하기 때문에 공기질이 더 나빠진다.

청와대의 음식대접과 서울시의 버스, 지하철 무료운행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세심함과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끊이지 않는 재난과 사고들, 검사들에게까지 널리 퍼져있는 성추행이 모두 세심함의 부족 탓이 크고, 각종 법령과 규제가 있는데도 큰 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이유는 세밀함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건물 관리책임자들이 추운 겨울에 전기사용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화재와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리고 건물 사용자들에 대한 세심함이 있었다면, 세밀하게 건물을 살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 이상의 관심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강력한 법령을 제정해서 적용한다고 해도 세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제천과 밀양에서 모두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이것을 금지하고 다른 방식으로 단열을 하도록 하면 전열기 사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드라이비트 회사에서 개발하여 미국 전역에 퍼뜨린 공법을 ‘부실하게’ 적용하는 것이 문제인데, 세밀한 분석 없이 ‘거칠게’ 전면금지로 나아가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세심함과 세밀함의 바탕이 있어야만 재난당한 분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도 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각 총사퇴와 정치보복 같은 엉뚱한 말만 튀어나온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세심한 배려의 마음으로 고통을 함께하려고 희생자를 찾아가 슬퍼하는 것도 ‘쇼’로만 보일 뿐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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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우주의 엔트로피 증가를 경고했다. 즉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우리가 항상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가역적 에너지는 감소하고 불가역적 에너지가 증가하므로 결국 모든 에너지는 불가역적 에너지인 엔트로피로 가득 차게 될 거라는 것이다. 엔트로피를 쉽게 설명하면, 석유와 같은 가역적 화학에너지가 불가역적 에너지인 운동에너지로 바뀌게 되면 이는 다시 바꿔 쓸 수 있는 가역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만 하는 주된 이유이다. 유럽연합(EU)은 2008년 이래 ‘에너지 및 기후변화 패키지’를 채택하고 ‘20-20-20’ 목표로 불리는 구체적인 에너지 계획을 수립해 세계 녹색성장을 선도해왔다. 2020년까지 유럽연합 에너지 및 기후정책 목표를 설정하여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20% 감축, 에너지 효율성 20% 향상, 총에너지 소비 중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20%로 확대 등 세 가지 계량 목표를 설정했다.

2020년까지 유럽연합 에너지 분야 총투자 금액은 1조유로로 책정하였고 중점 추진 분야는 유럽 내 전력·가스 공급망 개선, 교통 및 건물 관련 에너지 효율성 향상,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스마트시티 조성 등이었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각국은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고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민간투자도 위축됐다. 2017년 말부터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유럽연합은 지난 18일 유럽의회가 입법을 통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소비를 전체 에너지 소비의 35%까지 늘리도록 요구했다.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7%다. 이번 유럽의회의 결정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두 배 이상 높여야 한다.

유럽연합은 유엔이 발행한 탄소배출권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탄소배출권 최다 구매국이다. 또한 2050년까지 역내 총탄소배출량의 19~30%를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 방식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온실가스의 경우 2020년까지 2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식용작물로 생산된 바이오연료 비율을 2020년까지 전체 수송에너지의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지침 개정안을 내놓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C2C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다. C2C(Cradle to Cradle, 요람에서 요람까지), 이 패러다임은 사용 후 폐기물을 자연이나 산업자원으로 완전히 환원하여 폐기물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C2C 인증기업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기업들이 환경규제 대응 및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장기발전 경영방법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활용으로 생산비 및 운영비를 절감하고,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시장상황을 주시하면서 진출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유망 품목은 태양광 모듈, 풍력발전 터빈용 타워플랜지, 에너지 저장시스템 등이다. 가격경쟁력은 물론 장기적 안목에서 물류창고, 현지지사 설립 등 현지 대응체계 구축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종서 | EU정책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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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폭염, 한파, 태풍, 홍수 등 여러 심각한 재난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대기오염은 수백만 사람들의 건강과 삶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세계적인 문제다. 미세먼지 문제도 한국·중국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만의 고민거리가 아닌 전 세계적 재난이다.

매년 6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기오염과 관련된 건강 문제로 조기 사망하는 등 나쁜 공기는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0명 중 9명은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살고 있으며 전 세계 도시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도시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

해결책은 교통, 산업, 가정에서의 에너지 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이 교통량을 줄이는 것이 대기오염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임을 인식했다.              

파리와 런던의 경우 차량에서 사용되는 연료 종류를 관리하고, 나아가 도심에의 경유차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도시의 경우 공해차량 제한지역(Low-Emission Zones)을 지정하고 평소에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등 정책을 통해 교통량을 줄이고 있다.         

많은 수의 도시들은 시민들이 자가용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으며 매연이 없거나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버스로 교통수단을 전환하고 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시민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개인은 가정에서, 그리고 이동할 때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도시 및 지방정부는 시민들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배출량을 감축시키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기후 및 청정대기연합(CCAC)은 유엔 환경계획과 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하는 ‘브리스 라이프(BreatheLife)’ 세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도시의 대기오염 해결을 돕고 대기오염이 건강과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 개인과 도시가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이 캠페인을 통해 이미 대기오염 방지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도시들의 모범 사례를 다른 도시와 공유한다. 도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장려하고, 모든 도시가 2030년까지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안전한 대기질 수준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이 캠페인에는 런던(영국), 오슬로(노르웨이), 워싱턴(미국), 산티아고(칠레) 등 세계 37개 주요 도시가 참여하고 있으며 총 3440만명의 시민들이 캠페인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 역시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만들고, 다른 도시와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최근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한 도시의 올바른 실천은 널리 퍼져나가면 전 세계적인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고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는 노력은 의미가 있다. 각 도시의 실천이 세계의 대기질 개선 노력으로 퍼져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헬레나 몰린 발데스 | 유엔 산하 청정대기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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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요즘처럼 ‘북극한파’나 몰아쳐야 사정이 좀 나아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라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미세먼지로 뒤범벅인 날씨에 누가 밖에 나가고 싶을까.

누구는 스모그가 평등하다고 했다지만, 스모그도 미세먼지도 평등하지 않다.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 정도는 개인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 수 있고,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외출할 땐 승용차로 바깥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해도 ‘야외활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도 없이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쪽이 미세먼지에 덜 노출되는 셈인데, 에너지는 미세먼지와 직간접으로 연결된다.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책임과 피해는 비례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충남 보령과 당진을 비롯한 석탄화력발전소 지역주민들은 발전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로 큰 피해를 겪어 왔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대공장이나 대도시로 보내지니, 지역주민들은 애꿎은 피해자들이건만 사회적인 관심은 크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사회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가 영향을 받고나서다. 지역에 따라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달라진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원성과 비난이 중국으로 쏟아진다. 하지만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이유와 그 과정에서 수혜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오염물질 배출국으로 비난을 받곤 하지만, 정작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으로 이익과 편익을 취하는 것은 누구인가? 우리나라도 이런 물음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은 국외 요인 못지않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가 극성을 떨었던 지난주에 국외 요인이 국내 요인보다 컸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진단한다. 국내의 주요 배출원은 석탄화력발전소, 자동차, 산업시설 등이니,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의 발생에 책임이 있다. 우리의 생활양식 자체가 미세먼지의 발생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니 미세먼지 대응에는 정부와 지자체 못지않게 우리 시민들의 몫이 중요하다.

미세먼지는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또는 누리고자 열망하는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양식에 대한 깊은 반성과 거기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개인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실천이다. 그런 실천들이 많이 쌓일수록 차량2부제 같은 제도적인 대책도 힘을 받을 것이다. 물론, 포기에서 오는 불편이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미세먼지에 책임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기꺼이 껴안아야 할 불편이다.

미세먼지로 탁해진 공기를 들이켜며, 깨끗한 공기는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에 생각이 미친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은 이윤에 최적화된 극도로 밀집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가축을 사육한다. 가축들은 자신들의 배설물에서 나온 암모니아로 찌든 공기 속에서 평생을 갇혀 지낸다. 피할 곳은, 없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가축들이 겪는 고통은 얼마나 지독할까.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엄청난 수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참극과 호들갑을 반복해도, 여전히 변함없는 공장식 축산은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잔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다보면, 결국 인간 생명도 돈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불길한 조짐이 나타난 지 오래다. 미세먼지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참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우리의 현실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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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지난 한주 내내 숨 막히는 날의 연속이었다. 뾰족한 대책 없이 중국 탓만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실시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해 3일간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펼쳤는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공짜운행은 하루 50억원의 혈세 낭비일 뿐”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9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00억원짜리 포퓰리즘이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차량2부제의 민간 참여 법제화와 실질적인 교통수요관리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50억원 예산으로 3일 동안 시행했으니 지난주에만 150억원을 썼다. 시민들에게 정책이 인지된 3일차에 전 주와 비교해 시내버스는 9.4%, 지하철은 5.8% 이용률이 증가하고, 교통량은 2.4% 감소했다고 한다. 정책을 집행할 때 예산 대비 효과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논쟁을 보면서 지나치게 효율성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루 50억원이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2채 가격 정도이다. 더구나 그 돈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서울시민들의 교통카드에 고스란히 적립되어 있다. 교통정책으로만 보더라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바꾸기 위해 무상교통제도 도입을 실험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상시도 아니고 미세먼지 대책으로 실시한 정책에 대해 예산낭비만 부각하는 것은 과하다.

미세먼지는 정말 괴롭다. 노약자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데다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 교통경찰관, 노점 상인들의 수명을 갉아먹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손 놓으면 비용은 개인에게 부담된다. 이미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50억원으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사서 나눠주라는데, 그야말로 예산으로 기업들 좋은 일만 시키는 임시대책이다. 공공에서 대책을 세워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환경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환경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투입하는 예산에는 왜 이리 인색한 것일까? 4대강처럼 24조원을 쏟아 강을 한 번에 끝장내버린 정책에 대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정치인은 드물었다.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출마자는 “남경필은 틀렸고, 박원순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대중교통 무료정책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차량통행량 저감을 위해 차량 의무 2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버스중앙차로 등 도로변과 지하철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보다 높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주문했다. 박원순 시장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량 의무 2부제를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 이제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논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서울시와 녹색당은 강제 2부제와 친환경차량 등급제를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간다면 교통부문 초미세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도로차량, 즉 포클레인과 같은 건설기계와 물류차량에 대한 규제와 지원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이제 가성비를 따지는 남경필 도지사와 안철수 대표의 답을 기다린다. 정부와 국회도 2부제 시행에 협조할 것인지 관망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이 어려운 것은 석탄에너지, 개발, 편리한 자동차에 익숙해진 우리의 욕망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끊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동안 우리 폐는 썩어갈 것이다. 숨통이 트이는 결단을 바란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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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서울시가 무료 대중교통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이라며 서울시에 대한 비판이 연일 지속되었다. 이 대책으로 하루 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니 낭비라는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시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 늑장대응보다는 차라리 과잉대응이 낫다’는 반론을 펴왔다. 사실 이 대책은 이제 시작단계라 그 실효성을 충분히 검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반대진영이 예산에 그토록 민감하다면 미세먼지로 희생되는 ‘시민의 생명’이 가지는 금전적 가치가 얼마나 될까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수도권의 조기사망 추정치와 사망의 사회적 손실비용을 알 수 있다면 대략 미세먼지로 희생되는 생명의 금전적 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2015년 인하대·아주대 공동연구팀과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각각 미세먼지로 인한 서울·경기지역 조기사망자가 연간 1만5000여명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중국 효과와 국내 석탄발전소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10~20%만 수도권 교통부문 미세먼지로 사망한다고 가정해도, 그 숫자는 약 1500~3000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시민의 ‘목숨값’은 어느 정도일까? 개인의 생명가치를 가늠하는 일은 주관적일 수 있지만, 매년 수천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다뤄야 하는 세계 각국의 교통당국은 이를 정량화시켜 산정하고 있다. 2013년 한국교통연구원은 국내 도로교통 사망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을 1인당 약 7억4000만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영국 교통부는 1인당 약 33억원, 일본 내각부는 약 27억원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국내 기준으로 본다면 수도권 교통부문 미세먼지의 사회적 손실비용은 약 1조~2조원, 국제권고치로 본다면 약 5조~10조원 정도에 이른다.

물론 이 액수를 서울시의 연간 고농도 미세먼지 예상일수인 7일로 한정시킬 경우 추가적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비상조치로 인한 지출이 연간 최대 400억원 정도라고 본다면 낭비라고 하기엔 근거가 궁색하다. 연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낳고도 1년 365일 시행되는 서울의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비하면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심지어 아무런 차량저감 효과가 없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 대한 세금환급 효과가 있을지언정, 낭비라고 부를 일은 아니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가 지난 2014년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 2부제와 무상 대중교통시책을 병행해 20%의 통행량을 저감시킨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파리도 실패해 지난해 그만둔 정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파리가 기존 정책에서 센강변 도로 정체구간의 폐쇄와 공원으로의 전환, 2000년 이전 생산된 노후 경유차 파리 진입 금지 등 더 강력한 교통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일 뿐 실패가 아니다. 정치권은 서울시의 새로운 시도를 두고 비아냥거리기 전에 자신은 과연 미세먼지 재난에 무엇을 해왔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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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9일자 지면기사-

지난 1년은 우리 사회에 끝이 없을 적폐의 큰 줄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기조차 버거운 시간이었지만, 썩고 곪은 부위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걸음 나아갔다고 본다.

2018년은 적폐의 잔가지를 모두 끌어올려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는 작업을 지속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촛불정신을 각자의 생활 속으로 옮겨와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실천의 해로 만들었으면 한다.

작년 한 해 민주주의의 진일보에도, 환경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문제는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매년 악화되는 환경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우리는 불안에 떠는 ‘선량한 피해자’이길 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인지해야만 한다.

많은 산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온난화와 중국의 영향 없이도 도심 내부에 짙게 드리운 미세먼지, 근본 문제를 도외시한 반복되는 가금류 대량 살처분과 오염, 경주와 울산의 지진에서 겪었듯이 언제 재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원전, 최악의 하천오염, 좀 더 생활과 밀접하게는 수돗물과 음료수·해산물·소금에까지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 아무런 정보 없이 가공식품에 혼입되는 유전자변형농산물,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안전한’ 각종 농약과 화학물질들에 둘러싸인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실은 그리 많지 않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 약품이라 선전하면서 살포하던 DDT 살충제가 이제는 조금만 발견되어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었으며, 과학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지금은 더 심해져서 가습기 살균제, 물수건, 생리대, 기저귀 문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을 환경보다 돈벌이가 우선인 기업과 성장을 명목으로 기업을 우선하는 국가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안주할 수 있는 사회는 분명 아니다.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로의 기대와 함께 올 한 해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자 다짐한 것들이 벌써 흐지부지될 시간이다. 이 시점에서 올 한 해 나와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그동안 해왔던 무언가를 하지 않거나 줄이는 다짐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한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실천운동은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먼저 화학제품이 우리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기업 광고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문제 유발 화학제품은 약간의 관심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의 사용을 줄인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오히려 더 건강해질 뿐이다. 조금의 불편함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이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정부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시민의 협력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미 많은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비닐봉투 사용금지’나 독일 함부르크시의 ‘정부 건물 내에서의 1회용품 구매 및 사용금지’와 모든 커피숍의 ‘재사용 컵 사용’ 등과 같은 전환적 정책은 환경평가 최악의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흐지부지할 규제가 아니다. 정부는 환경부나 국회, 시의회에서만이라도 스스로 1회용품 사용금지를 우선적으로 실천해보면 어떨까 한다.

촛불혁명은 누가 가져다준 것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 또한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기업을, 다른 나라를 비난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없다.

과도한 편리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남을 인식하고 ‘조금 불편할 준비’를 하는 데에서 ‘생태민주주의’는 시작되며, 나와 내 주변을 위해 이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생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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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미세먼지 농도 때문에 대중교통 무료운행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시행한 것을 두고 비판여론이 만만치 않다. 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섣부른 정책으로 하루 평균 50억원의 공짜요금을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박원순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경기도와 인천 등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시행함에 따라 다소간 혼란을 빚은 것도 사실이다. 이 조치들이 실제 유의미한 미세먼지 저감수치로 연결될지도 역시 미지수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위험’으로 다가왔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야외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41개국 중 가장 나빴다. 또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사망률이 2060년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만명당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부지불식간에 체내에 쌓여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각종 암과 조산, 치매 등을 유발하므로 ‘침묵의 암살자’로 통한다. 그러나 공기가 나쁘다고 숨을 멈출 수는 없다.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재난’으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의 최우선 가치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면 다소간 비용이 들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선제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시민도 방관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약간의 불편과 희생은 쾌적한 환경을 위해 아낌없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로 여기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신의 호흡권을 지키는 일이다. 하루이틀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지금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민간차량 2부제의 시행을 논의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미세먼지 대책을 ‘공짜소동’으로 치부하지 말고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건강보험쯤으로 여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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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지구촌의 문제다. 그래서 각국이 미세먼지와의 싸움에 나서고 있다. 대기오염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베이징이 가장 적극적이다. 미세먼지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각종 규제에 나선다. 적색경보가 발령된 2015년 10월에는 전기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홀짝제를 적용했다. 건축물폐기물 운반차량 운행도 금지했다. 도로청소 횟수를 늘렸고 폭죽이나 길거리 구이가 금지되기도 했다. 파리는 2015년 3월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지자 차량2부제를 실시해 차량의 통행을 규제했다. 대신 대중교통을 무료로 했다. 런던은 2016년 시내 전역의 대기오염 상태를 알려주는 경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암스테르담은 대기오염 현황을 시각화한 ‘나무 와이파이’를 세워 오염수준을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틀 연속 ‘나쁨’을 보이면서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로 출퇴근 시간 버스·지하철 요금이 면제된 15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미세먼지는 황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의 1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대부분 폐포까지 침투해 심장질환과 호흡기 질병은 물론 사망에도 이르게 할 수 있다.

서울시는 15일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시민참여형 차량2부제,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무료운행, 공공주차장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5월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논의한 내용을 정책으로 반영해 이날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첫 시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객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 승객은 미미하게 느는 데 그쳤다. 차량2부제도 미흡했다. 무료 지하철·무료 버스에 따른 서울시 비용부담은 50억~60억원 정도다. 이를 두고 ‘돈낭비’가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시민건강은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번 조치로 시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기회를 제공했다면 정책적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소요되는 엄청난 예산에 비하면 이 정도의 학습비용은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학습비용을 줄이면서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느냐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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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의 원년이 밝았다. 이제 우리는 안전과 생명이 중시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전환의 출발점에 섰다. 포항 지진 이후 한 여론조사기관이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의뢰로 지난해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대해 58.2%의 응답자가 계속 추진을 지지했고 27.0%만 추진 중단을 원했다. 국민 모두가 에너지전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적 추세인 에너지전환을 국민 다수도 이제 가야만 하는 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원자력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이용에 생계를 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나 에너지전환 비용 때문만이 아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에너지갈등이다. 심각성의 정도는 다를지라도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송전탑 등을 둘러싼 에너지갈등이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에서도 재연되는 느낌이다. 과거 몇몇 지역에 국한되었던 갈등이 전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어떤 에너지 이용도 환경이나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없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간주된다. 원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화석연료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고 그런 영향조차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그나마 풍력발전은 소음이나 전자파, 철새 이동경로 방해, 빛 반사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설치에 주의를 요하지만, 태양광발전은 숲을 대대적으로 훼손한다거나 미관이나 경관에 대한 고려 없이 설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별다른 환경이나 건강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풍력발전에는 일정한 이격거리 규정을 두지만 태양광발전에는 두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태양광발전에 이격거리를 두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결사반대’하며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총 태양광 설비용량(약 4.6GW)의 63%가량이 입지한 농촌에서 반대 민원이 늘고 있다. 주민들은 미관이나 경관 침해 문제만이 아니라 패널의 빛 반사, 주변 온도 상승, 전자파 발생 등을 문제로 제기한다. 하지만 기술 검증 결과 이런 우려는 사실이 아닌 걸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 시설에 대한 이격거리 기준을 설정·운영하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지난해 말까지 85개 지자체가 도로나 주거지역으로부터 최소 100m에서 심지어 1000m까지 이격거리를 두도록 하는 개발행위허가 지침을 마련했고 그 결과 무산되는 사업들이 생겨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현재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들을 살펴보면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업자들이 농촌을 단지 대규모 설치 대상지로 대상화할 뿐 지역주민의 보금자리에 변화를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동의를 구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아무런 수익이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은 채 소외시키거나 배제한 탓이 크다.

주민이 함께하지 않는 태양광발전 확대는 또 다른 토목공사이자 외지인에 의한 지역수탈로 느껴진다. 지역주민이 태양광발전소 건설 과정에 참여해서 의견을 나누고 에너지 생산 주체로 탈바꿈하여 이익과 일자리를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농가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촌 태양광발전은 협동조합 방식의 출자나 임대를 통해 농가소득원이자 농촌재생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주민참여와 이익공유 없는 에너지전환, 그것은 네모난 동그라미와 같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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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은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렵고, 원자력을 평화를 위해서만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먼 나라에 ‘몰래’ 특사로 다녀오고 그 이유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민주주의가 단단히 뿌리내린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나라와 큰 돈벌이가 되는 계약을 맺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헌법에 명시된 절차도 무시하면서 군대를 파견하고 각종 군사지원을 해주는 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특사파견으로 불거진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각종 비밀협약(설)들은 어느 누가 잘못한 결과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하찮게 여겼던 반민주 정부가 민주주의를 모르는 왕정국가에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려운 원자력발전을 넘겨주었기 때문에 거의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지금 특사파견을 둘러싸고 극심한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 없이 반민주 정부가 지속되었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민주주의 정부도 원자력발전 앞에서는 주눅들어 있는 것 같다. 특사파견 이유도 제시 못하고, 밝히면 야권이 감당할 수 있겠냐고 우회적으로 반격하고, 원전수출이라는 국익을 위해 숨길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 모두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중에서 정부를 가장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이 ‘원전수출은 국익’이라는 구호인 것 같다. 특사파견 이유를 밝히면 사우디, 터키, 요르단, 영국 등지의 원전 수출길이 막힌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원전수출은 국익을 위하는 것일까?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일은 아닐까?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인권 침해를 돕고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일은 아닐까? 대다수 아랍에미리트연합 국민들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관심이 없다. 전기요금 거의 제로라는 국왕의 시혜를 누리며 사는 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핵폐기물과 사고위험에 대한 우려는 극히 일부에서만 나오고, 이들도 공개적으로 목소리 내기를 꺼린다. 우리나라의 박정희 정권에서 고리 1호기가 세워질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원전의 위험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촛불시민들은 원전을 포기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한 한국은 자기가 포기한 원전을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로 떠넘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중동의 다른 나라에서 비난은 이미 시작됐다. 2012년 요르단 시민들은 한국의 연구용 원자로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한국대사관에 건설을 멈추라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일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는 2050에너지계획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전체 에너지의 절반가량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이를 위해 170조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밖에 안된다. 원자력발전은 현재 건설 중인 4기로 묶어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도 미래는 태양광과 풍력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원자력발전소를 가지려 했을까? 답은 아마 군사적 활용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원자력발전소 보유가 아니라 이를 당근 삼아 한국의 군사력을 가져오는 것이 이면의 목표였으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원자력이 핵무기가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도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한국은 영리한 그들에게 이용당한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원전수출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170조원과 22조원을 비교하면 우리가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그래야 떳떳하게 돈도 벌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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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해가 저문다. 광장과 길거리를 터질 듯 가득 메운 촛불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사회 변혁을 향한 힘찬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물꼬가 막혀 있는 곳도 많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안전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사회’가 그렇다. 지난 21일, 제천의 화재는 우리가 아직도 ‘대충’과 ‘설마’라는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설은 부실하고, 운영은 편의적이고, 점검은 형식적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하게’라는 암묵의 요구에 침묵의 동의를 하는 다수가 있는 한, 안전한 사회는 요원하다.

성장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생산한 만큼 더 써야만 하는 경제체제에서 소비주의의 확산은 불가피하다. 소비주의는 이미 우리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나는 쇼핑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대로, 마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순례 장소로 등극했고, 쇼핑은 예배가 되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더 소유하고 소비해야 하는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소비는 가히 경배의 수준에 올랐다. 이런 고도의 소비사회가 지속가능할 리 없지만, 변화를 택하는 사람은 소수다. “설마, 끝장이야 나겠나.” 사람들은 익숙해진 길을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많이 쓰고 쉽게 버리는 생활양식은 생태적 부담과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소비의 증가는 곧 쓰레기의 증가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쌓이게 마련이라, 이제는 바다에도 거대한 쓰레기 더미들이 생겨났다. 글자 그대로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로 변하고 있다(프란치스코 교종, <찬미받으소서>). 상시적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의 확산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사람도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해준다. ‘버려진’ 노동자들은 아직도 살을 에는 추위에 거리를 헤매고 굴뚝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한다. 사람들은 “강박적 소비주의”와 “집착적 소비주의”에 빠진 채 “소비의 자유를 누리는 한” 자유롭다고 착각한다(<찬미받으소서>). 소유와 소비의 능력이 성공으로 간주된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불안과 위기의식이 고조된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더 몰아붙인다. 기약 없는 내일에 오늘을 담보로 잡힌 채, 스스로 노예가 된다. 소비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안전한 사회도 지속가능한 사회도 불가능하다. 부정하기 힘든, 암울한 전망이다.

누구나 행복하길 바란다. 소유와 소비에 매달리는 것도 그렇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끝없이 ‘더’를 향해 질주하는 우리의 고단한 현실이 그 증거다. 사실 우리들은 일상의 소소한 체험을 통해 어떤 때 진정으로 행복해지는지 알고 있다. 앞만 보며 질주할 때가 아니라 옆을 보며 함께 갈 때, 뒤처진 사람들에게 서로 관대히 손을 내밀 때, 우리는 행복하다. 그 행복은 오래 지속된다. 인간 실존(ex-istence)은 자기 ‘밖에 서는(standing outside)’ 존재인 것이다. 자기를 비우고 거기에 타자를 채울수록 충만해지는 역설적 존재, 사람이다. 그러니 소비주의는 인간의 완성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길이다.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소비해도, 아니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더’를 향한 끝없는 몸부림에 사로잡힌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뜻하는 우리 각자의 적극적 응답이 필수다. 우리가 자신을 비움으로 충만해진다면, 소유나 소비가 아닌 내어줌과 검약을 우리의 기본 생활방식으로 삼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송구영신의 때.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하게’는 이제 그만 우리 마음에서 지우자. ‘조금 천천히, 조금 적게, 조금 불편하게’를 우리 마음에 깊이 새기자. 그럴 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는 느리지만 분명한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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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친구와 오후 3시에 시청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모바일 앱을 켜고 버스 위치와 소요시간을 확인하니 집에서 떠나야 할 시간이 예상된다. 늦지 않고 약속장소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일상화된 일이지만 신호등도 없는 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부탄 수도 팀푸시에는 56대의 버스가 다니고 있으나 배차시간이 길고 배차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시민들은 버스 이용을 포기하고 걸어다니거나 좁은 도로에 너도나도 자가용을 끌고 나오기 일쑤이며, 이로 인한 교통체증과 배기가스 배출 증가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부탄은 산림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배출량보다 높은 전 세계 몇 안 되는 탄소중립국 중 하나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호 붕괴 홍수에 노출되어 있으며, 최근 산업공정과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이를 해결하고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능형 교통시스템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부탄이 최우선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이다.

비단 부탄만이 아니다. 2020년 이후 도래할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도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여됨에 따라, 많은 개도국들이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기술과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2015년 12월 유엔의 기후기술협력 국가창구(NDE)로 지정된 이래로 개도국들의 기술지원 요청에 부응하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후기술과 기업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먼저, 유엔의 개도국 기술지원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엔의 개도국 기술지원 사업은 회원기관으로 가입해야 참여가 가능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48개 산학연 기관이 회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또한 개도국 기술지원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후기술현지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참여 중인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들은 기후기술 협력 프로젝트를 개도국 현지에서 직접 발굴하고 국내 기후기술이 개도국 현지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실증 등을 추진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는 이렇게 추진된 기술협력 사업들이 국내외 다양한 기후재원들과 연계되어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기후기술현지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부탄 팀푸시의 2개 버스노선에 버스정보시스템 실증시설을 구축했다. 향후 국내외 기후재원과 연계해 부탄 팀푸시 전역에 버스정보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 시스템이 부탄에 정착했을 때 인도 등 인접 국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중소기업 등 민간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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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일간지가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UAE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 조치였다는 추측성 보도를 한 뒤, 이를 정치권 일각에서 정부 비판으로 확대재생산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UAE 원전사업의 향방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짧은 며칠간의 일정 동안 UAE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UAE의 원자력안전규제기관(FANR)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빠진 채 엉뚱한 문제로 핵심적인 이슈가 묻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한전과 UAE 당국의 계획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지난해 말 운전허가를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바라카 원전 예비 운전원들의 실습훈련 대상인 참조 원전 신고리 3호기의 준공이 당초 예정됐던 2013년에서 케이블 시험성적서 조작 스캔들로 3년 후인 2016년 말로 지연되면서 운전원들의 숙련도 미비가 심각한 문제로 불거졌다.

이에 UAE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은 지난 5월 바라카 1·2호기의 운전허가를 한 차례 불허한 바 있다. 국내 원자력계는 언론을 통해 올해 12월이면 운전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제원자력계 전문지들에 따르면 이미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지난 10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8일간 바라카 현장을 방문해 예비 운전원들의 숙련도를 점검했다.

IAEA는 자체 평가결과를 연말까지 UAE 안전규제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IAEA가 이미 2015년에 바라카 원전 예비 운전원들의 사고 대응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어, 불과 2년 만에 바라카 원전 운전허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바꿀지 의문이다.

이처럼 신고리 3·4호기의 비리 스캔들과 그에 따른 바라카 원전 운전원들의 훈련 부족 문제가 국제사회와 UAE 안전규제기관에서 심각한 안전문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UAE 당국으로서는 일사천리로 운전허가를 내주었다가 훈련이 부족한 운전원들이 혹여라도 인적 실수로 사건·사고를 일으킬 경우 규제기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운전허가를 쉽게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수개월 전 국내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바라카 원전 준공 지연으로 하루 60만달러씩 지체보상금을 지불해야 하고, 2만명이 넘는 건설인력 중 상당수가 철수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1년을 더 체류하게 되면 당연히 인건비, 관리비 등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한전과 한수원은 민간이 아닌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발생하게 될 비용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트집잡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태도는 생뚱맞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오도하는 행위이다.

이 시점에서 정작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왜 이런 사태까지 왔는지 차분히 돌아보며 향후 국내 원전 안전규제체계의 근본적 개선방안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닐까? 사실 신고리 3·4호기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 조작 스캔들은 과거 국내 관행을 돌아볼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만 없었다면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은 채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작행위가 은폐되지 않고 밝혀진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국내 원자력계가 이 사건 이후 충분히 개선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수출 드라이브’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부각시키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그만큼 국내 원자력계 안전 개선에 대한 경각심을 감쇄시키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국내에는 여전히 24기의 원전이 남아있고 향후 4기가 더 추가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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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에너지 전환시대로 접어든 걸까? 에너지 전환은 이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에너지 전환이 무슨 의미고 왜 필요한지 알고 싶다면 정부가 만든 에너지전환정보센터(www.etrans.go.kr)를 방문해보라. 이런 자료를 정부가 제공하다니 참으로 큰 변화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또 갈수록, 에너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분출하고 있다. 산업화 과정을 지원해왔고 이미 적지 않은 일자리나 지역의 이해와 연결되어 있는 기존 에너지 체계를 바꾸려 하기에 당연한 일이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의지를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둘러싸고도 지지와 반대, 보다 적극적인 대응 요구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것이다. 에너지 체계를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이해나 가치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활발하게 내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다.

그런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제시된 모든 의견이 다 옳은 건 아니다.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달리 보일 수는 있겠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를 두고 벌써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는 식의 보도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탈원전·원전 수출 구도의 모순으로 국내 탈원전정책이 해외 수출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날 선 비판이 드세다.

하지만 정작 영국과 협상했던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탈원전정책이 원전 수출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국내 원전정책은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등의 가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데 비해 해외 원전 수출은 “시장과 산업” 문제로 해당 수입국이 결정한 원전 건설 요구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한국은 원전 밀집도와 소수 지역의 다수호기 집중도, 원전 밀집지 주변 지역 인구 규모에서 세계 최고인 데다 최근엔 지진 위험까지 더해져, 국내 원전의 단계적 축소는 정당성을 가지기에 산업으로서의 원전 수출이 별개로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위험기술의 해외 수출을 윤리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환경운동연합이 성명서에서 지적하듯 영국 무어사이드 신규 원전 건설 건은 ‘투자사업’이다. 일본 도시바가 포기한 원전 사업권을 인수, 한전이 비용을 조달해서 APR 1400 두 기를 건설한 후 향후 60여년간 전기 판매 이익을 남겨 투자금을 회수해 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기술이 부족해서 포기했을까? 문제는 건설 금융 조달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다. 영국에서는 최근 승인된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전기 판매가격이 ㎿h(메가와트시)당 58파운드 아래로, 힝클리포인트 C 원전 2기의 향후 35년간 고정 판매가격인 92.50파운드보다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가격을 충분히 보장하는 계약을 맺지 못하면 한전이 수익은커녕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투자 실패 시 공기업인 한전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그야말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의견과 사실이 이렇게 다르다.

게다가 최근 한수원 노조에서는 탈원전 목소리를 내온 교수와 시민단체 활동가, 변호사,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등에 대해 대대적인 고소·고발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의견이 다를 경우 법적 다툼이 아니라 각자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며 토론하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 의견 차이와 갈등은 회피할 게 아니고 직시하고 대면해서 상생을 지향하며 풀어가야 한다. 엇갈리고 대립되는 목소리를 누르기보다 드러내고 다퉈야 한다. 그렇기에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원만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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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력공급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전력에서 담당한다. 전기사업법에는 주무부처 장관의 허가를 받으면 전기판매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한국전력 이외의 전기판매 사업자는 사실상 없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작은 도시 하나만 대상으로 전기판매를 해보겠다고 나선 업체도 전혀 없었다. 아마 전기판매는 한국전력에서 독점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붙잡혀서 그런 생각조차 못했거나, 신청해도 주무 부처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포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전국의 송전망과 배전망을 소유한 한국전력에서 전력망 사용을 허락하지 않으면 사업이 무산된다는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전력시장을 거의 완전하게 독점 지배하는 한국전력은 정부를 등에 업고 또는 정부의 간섭을 받으며 독점적 지위를 확장하거나 지키려는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에너지 프로슈머 사업이나 햇빛새싹발전소 사업이 바로 그런 것에 속한다. 에너지 프로슈머 사업은 재생가능 전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거래하도록 연결해준다는 명목으로 언젠가 도입될 재생가능전기판매 사업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고, 햇빛새싹발전소는 학교와 같은 공공건물 지붕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독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햇빛새싹발전소는 한국전력과 자회사들이 4000억원을 출자해서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이 회사의 특수목적이란 2020년까지 전국 2000개 학교에 총 200㎿ 규모의 옥상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1㎾에 대략 200만원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셈인데, 학교 지붕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 법인에서는 전국 시·도의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이미 서울, 대전, 경남, 경북 교육청 등이 협약을 맺고 학교 지붕을 내어주기로 했다. 1㎾에 200만원씩 들여서 건설할 경우 현재의 전력판매단가로는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햇빛새싹발전소에서는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주는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나 개인사업자는 적자 때문에 엄두도 못낼 이런 식의 사업이 가능한 이유는 한전이 철저하게 뒤를 봐주기 때문이다. 학교 지붕을 조사할 때는 한전사업소 직원이 동행하고, 회사의 간부직원들도 한전에서 파견해준다. 게다가 정부산하기관인 에너지공단도 학교장을 모아놓고 회사 홍보를 해주니 수지타산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일이 가능한 이유는 모두 한국전력이 거대 독점(공)기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전과 햇빛새싹발전소의 이러한 공정경쟁 저해행위를 방치하고 있다. 아마 정부의 2030년 재생가능 전기 20% 목표달성과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매우 기능주의적인 접근인데, 박근혜 정권에나 어울리지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현 정부에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원전을 줄이고 재생가능 전기를 크게 늘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자기 지역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서 주고받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정신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촛불혁명의 정신과 상통하는데, 정부에서는 이 점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

에너지전환은 국가와 대자본의 주도로도, 시민과 공동체의 주도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국가를 등에 업은 대자본이 주도하면 에너지전환은 민주주의와 촛불혁명의 정신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가 된다. 촛불혁명의 정신에 부합하는 에너지전환은 시민과 공동체가 주도해야만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여 독점(공)기업 한국전력이나 대자본에 의존해서 단순히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만 높이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시민과 공동체를 에너지전환으로 움직여가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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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겨울의 연례행사처럼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만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됐다. 비상상태에 들어간 방역당국은 순천만 전면 폐쇄와 심각 수준의 방역 실시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가장 극단적인 선제적 조치는 물론 AI의 숙주 자체를 제거하는 ‘살처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도는 소규모 농가의 닭과 오리를 수매해 도태시키기로 했다. 소규모지만, 살처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살처분의 끔찍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겨울 AI로 3000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2010년엔 구제역으로 300만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당했다. 상당수는 생매장되었다. 그런데도 AI나 구제역의 창궐과 대규모 살처분의 근원으로 꼽히는 공장식 축산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11월, 제주시의 한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고교생이 프레스에 눌리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18번째 생일을 나흘 남긴 채. 지난 1월 전주의 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 나온 여고생이 목숨을 끊었다, ‘콜수’를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긴 채. 지난해 서울 구의역에선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현장실습생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뜯지 못한 컵라면과 숟가락을 가방에 남긴 채. 매년 6만여명의 고교생들이 ‘산업체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현장에 배치된다. “꿈을 키울 수 있는 현장실습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학생들의 호소와 요구의 정당성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노동현장의 환경은 변할 줄 모른다.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해 가격을 매기고 매매가 이뤄지는 곳이 시장이라면,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이 시장으로 변한 지 이미 오래다. 생명도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신격화된 시장의 이익 앞에서”(프란치스코 교종 <복음의 기쁨>) 약자의 절규와 호소는 들리지 않는다. 공장식 축산이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는 한, 엄청난 규모의 살처분을 하더라도 변화는 없다.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현장이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는 한, 인명피해가 반복되어도 변화는 없다.

돈과 시장의 압도적 우위는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시민참여단은 원전 2기의 증가를 뜻하는 ‘공사 재개’와 ‘원전 축소’를 선택했다. 일부 언론은 절묘한 선택이라며 치켜세웠지만, 분명히 모순된 선택이다. 여기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매몰비용’이라는 시장 논리가 안전, 환경, 지역주민의 피해 같은 의제들을 압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4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두 번이나 부결시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연간 365만명, 하루 평균 1만명의 탐방객으로 몸살을 앓는 설악산이지만, 아직도 활용이 부족하다고 한다.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금지를 위한 법률 개정이 진행 중인데 정부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한다. 시장 논리 외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돈이 ‘신’으로 등극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맘몬(물신)을 섬기는 시대다. 맘몬의 시대에는 언제나 수많은 약자들이 희생 제물로 내몰린다. 그러나 약자를 배제하고 강자만을 위하는 것은 실패한 사회다. “소수는 다수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웬델 베리 <생활의 조건>) 약자의 권리가 인정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났던 불행한 일들이 새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지난 정권이 시작한 불의한 일을 새 정권이 이어받는 걸 보는 건 허탈한 일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아직 세상은 바뀌지 않았음을 받아들이는 건 힘든 일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 사람들이 변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건 아픈 일이다. 강자만이 아니라 약자들도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여전히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서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아직, 추운 겨울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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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2시29분에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경북 포항시 흥해읍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지표로부터 깊이 5㎞ 부근에 위치한, 북서쪽으로 약 30도 기운 가로 6㎞·세로 3㎞가량의 단층면이 비스듬히 어긋나며 발생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지표에서는 확인된 바 없는 지하에 숨겨진 단층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주향이동단층 운동 성분과 역단층 운동 성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여진들을 분석해 보면 본진보다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은 역단층 지진이고, 본진보다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여진은 주향이동단층 지진이다.

이번 포항 지진은 한반도에서 언제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치는 국민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의 한반도는 지진 발생빈도가 낮고, 발생하는 지진 규모 역시 작은 지역에 속했다.

포항 지진 발생 사흘째인 17일 교육부 민관합동점검단원들이 포항시 북구 흥해초등학교의 내부 균열 등 지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이러한 한반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나타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 동해안 연안 지역을 일본 열도 방향으로 5㎝가량 이동시키고, 한반도 서쪽 해안 지역은 2㎝가량 이동시켰다. 결과적으로 3㎝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된 한반도 지각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보다 약한 강도를 보이게 된다. 실제 한반도 지각 내 지진파의 속도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약 3% 감소한 것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약화된 한반도 지각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서히 회복 중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화된 지각에서는 지진 발생빈도와 지진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동일본 대지진 이전까지 33년 동안 총 5회에 불과하던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 후 6년5개월 동안 5차례나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12일에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포항 지역에 많은 힘을 가해 이번 포항 지진을 유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하 11㎞에서 발생한 경주 지진은 단층에 누적하고 있던 많은 에너지를 포항 지역을 포함한 북동 지역과 남서 지역에 추가했다. 이렇게 지진에너지가 추가된 지역에서는 많은 여진들이 이어졌다.

결국 경주 지진이 난 지 14개월 만에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포항 지진이 발생한 흥해읍 일대는 경주 지진 이전까지는 규모 2.0 이상의 눈에 띄는 지진 발생이 없었던 곳이다.

이번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과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경주 지진은 포항 지진에 비해 1~10㎐ 사이 고주파수 대역의 지진파 에너지가 높은 데 반해, 포항 지진은 0.6㎐ 이하의 주파수 대역에서 경주 지진보다 높은 에너지를 보였다. 포항 지진에 의해 건축물이 많은 피해를 본 이유는 낮은 진원 깊이, 분지형 퇴적층으로 이뤄진 표층에서의 지진파 증폭, 건물에 영향을 주는 저주파수 대역에서의 많은 에너지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포항 일대의 표층을 구성하는 퇴적층 내에 포함되어 있던 많은 물들이 강한 지진동 때문에 지표로 배출되는 액상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규모 6 이상의 강한 지진에서 주로 관측되는 이런 액상화 현상이 이번 포항 지진 이후 관측된 점은 분지형 지질구조에서 보이는 지진파 증폭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위협적인 자연재해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포항 지진 촉발 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새롭게 지목하고 있다. 지열발전소는 포항 지진 진앙과 1㎞ 남짓 가깝게 위치해 있고, 물 주입 시기에 미소 지진이 발생해 이번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주입된 물의 총 누적량은 약 1만2000㎥에 이르고, 다시 배출된 물의 양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지중에 남아 있는 물의 양은 약 500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입된 물의 양과 주입 기간, 지열발전소 가동 방식이 규모 5.4라는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중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흔히 보이는 수천회에 달하는 미소 지진과 수많은 중소형 지진들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신속하게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루빨리 조사가 완료되어 국민 불안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지진 원인 규명과 함께 포항 지진 영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이번 포항 지진 발생으로 주변 지역에는 포항 지진으로부터 전이된 지진에너지가 새롭게 축적되었다. 포항 지진 진앙지로부터 북동쪽과 남서쪽 방향으로 응력이 증가되어, 한반도 남동부 지역에는 매우 복잡한 응력 환경이 형성되었다. 특히 경주와 포항 사이 지역과 포항과 영덕 사이 앞바다 지역의 지진에너지 증가가 눈에 띈다.

이번 포항 지진의 여진은 빈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6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추가된 지진에너지가 해소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세심한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은 이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기초 정보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지하에 숨겨진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다. 2007년 규모 4.8 오대산 지진, 지난해 경주 지진, 올해 포항 지진 등 내륙에서 발생한 주요 지진들이 모두 지하의 숨은 단층에서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은 지표에서 관측되지 않는 단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해역 지역 단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 등 사회 기간 시설들이 위치해 있는 해안 지역은 강한 지진파와 지진해일을 동반하는 해역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안전한 대한민국이 보다 가까워질 것으로 확신한다.

<홍태경 |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지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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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일반 건축물은 물론 원전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진의 단순 규모만 논란이 됐으나 이번에는 건축물 진동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최대지반가속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의 수준도 진전했다.

최대지반가속도 기준으로 월성원전은 0.18g, 기타 가동 중인 원전은 0.2g, 신고리 3호기부터는 0.3g까지 버티도록 설계됐으나, 포항 지진 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관측소에서 0.58g까지 측정된 만큼 특단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원자력계는 포항의 지반 조건으로 지반가속도의 증폭효과가 컸지만, 암반에 입지한 원전의 경우 증폭효과가 낮으니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원자력계의 주장 중 지반 조건에 따라 증폭효과가 달라진다는 것 자체는 지질학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포항시 북구 장량동 한 빌라에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직원들이 지진 충격으로 철근이 드러난 필로티건물 기둥을 살펴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그러나 문제는 국내 지진 관련 학계나 연구기관들도 국내 원전 부지의 심지층, 부지 주변, 해양단층까지 세부조건이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국내 원자력산업과 지진 연구조사에 대한 투자가 비대칭적으로 이뤄진 결과로, 더 많은 조사·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원자력업계는 원자로 노심과 증기배관의 안전을 전공한 것이지, 지진을 전공한 것이 아니다.

중세의 세계관과 과학의 결정적 차이는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는 데에 있다. 행성들의 운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중세시대 종교학자들이 성경의 권위를 빌려 천동설을 믿도록 강요했지만, 천문학자들이 체계적 관측과 합리적 추론을 통해 거짓이라는 것을 밝혔다. 혹시 국내 원자력계도 박정희 시대 형성된 ‘원자력 신화’의 권위를 빌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모르는 사항이라면 전공학계에 문의해야 하고, 전공자들도 조사를 못해 모른다면 그들이 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원칙일 것이다. 만약 이미 공기업의 투자가 진행돼 기다릴 수 없다면 최소한 사전예방의 원칙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우리와 가장 유사한 해외 사례로 미국의 노스 안나(North Anna) 원전을 보자.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져온 미국 중동부 지역의 암반 부지에 입지한 버지니아주 노스 안나 1·2호기의 경우 최대 규모 6.2, 최대지반가속도 0.12g의 내진설계를 구축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2011년 원전으로부터 18㎞ 떨어진 진앙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 미국 지질조사국 지역측정소에서 최대지반가속도 0.26g(원전 건물 측정치 0.12g)가 측정된 바 있다. 이 지진 이후 미국 지질조사국과 전력연구소는 해당 지역의 예상 최대 지진규모를 평균 기준 7.2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기사업자인 도미니언사도 노스 안나 3호기 신규 원전 건설계획의 허가심사를 받기 위해 내진설계를 기존 원전의 4배가 넘는 0.54g로 상향조정해 신청한 바 있다. 신규 원전이 건설될지 여부는 별개의 이야기다.

미국 지질조사국처럼 체계적 지진 연구기반이 부실한 국내에서 노스 안나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공론화까지 진행한 마당에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조사가 부족한 만큼 원자력계와 규제기관은 신규 원전과 밀집해 가동 중인 원전들에 대해 대폭 강화된 내진설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석광훈 |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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