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환경과 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618건

  1. 2013.06.17 [전력 비상 - ‘녹색’을 실천할 기회]허각의 최고 절전형 피서 ‘찬물 샤워’
  2. 2013.06.14 [여적]피크타임 절전
  3. 2013.06.13 [기고]원전의 대안은 의외로 많다
  4. 2013.06.12 [전력 비상 - ‘녹색’을 실천할 기회]일괄 냉방 등 관행적 전기 과소비 고쳐야
  5. 2013.06.11 [전력 비상 - ‘녹색’을 실천할 기회]지속가능 ‘친환경 건축물’에 관심 가져야
  6. 2013.06.10 [전력 비상 - ‘녹색’을 실천할 기회]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시점이다
  7. 2013.06.07 [전력 비상 - ‘녹색’을 실천할 기회]전기 사용 많은 산업구조 바꿔야
  8. 2013.06.07 [기자 칼럼]진드기와 핵
  9. 2013.06.07 [녹색세상]제돌이는 웃지만, 다른 돌고래들은?
  10. 2013.06.05 [전력 비상 - ‘녹색’을 실천할 기회]도시의 밤을 되찾게 플러그를 뽑으세요
  11. 2013.06.04 [전력 비상 - ‘녹색’을 실천할 기회]가정에서부터 탈원전 선언하자
  12. 2013.05.16 [시론]스트레스 테스트와 수명연장
  13. 2013.05.16 [김종철의 수하한화]변화냐 자멸이냐
  14. 2013.05.14 [여적]이산화탄소 400ppm
  15. 2013.04.30 [기고]저탄소 생활,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
  16. 2013.04.29 [여적]원자력과 언어 놀음
  17. 2013.04.24 [사설]툭하면 원전 사고, 여름 성수기가 벌써 걱정이다
  18. 2013.04.09 시험에 든 환경부의 ‘영혼’
  19. 2013.03.26 [정동칼럼]있으나마나 한 핵발전소 방재대책
  20. 2013.03.22 [기고]강의 부활을 기다리며

길거리 가수 허각씨(28·사진)는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슈퍼스타’가 됐다. 인기와 부를 얻었지만 에어컨 없는 집에서 부채질을 하고 찬물 샤워로 여름을 나는 ‘절전형 연예인’ 생활을 한다. 2011년 3월 당시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절약 홍보 대사로 선정되면서 절전은 이제 습관이 됐다.


허각 공익광고


허씨는 스타가 된 뒤에 에어컨 정도야 살 수 있는 처지가 됐지만 지금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선풍기도 웬만하면 틀지 않는다. 허씨는 “선풍기도 생각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집에 들어오면 창문을 다 열어 놓고 부채질로 더위를 식힌다”면서 “TV를 보며 세숫대야에 찬물을 담아 발을 담그고 있으면 에어컨이 거의 필요 없다”고 말했다.’다. 그는 피서조차 절전형을 선호한다. 그가 제안하는 최고의 절전형 피서는 ‘찬물 샤워’다. 그는 “가족들은 물론 주변 친구들도 의외로 찬물로 샤워를 하지 않는데, 더위를 식히는 데는 찬물 샤워가 최고”라며 “찬물 샤워를 하면 열대야에도 잠을 수월하게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남들이 전기를 낭비하는 꼴을 못 본다. 그의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이용자들이 사용한 뒤에는 1층으로 다시 내려오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그는 관리실을 찾아가 사람도 안 타는데 움직이면서 전기만 잡아먹는 엘리베이터 가동 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허씨는 “사람들이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표현은 많이 하지만 그에 걸맞은 실천은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플러그 뽑기나 계단 걸어다니기가 좀 귀찮고 인내가 필요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불편함을 못 느낄 뿐 아니라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도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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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등이 피크타임 절전 대책과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환경운동연합은 ‘2~5시 함께해요 캠페인’을 시작했고, 어제는 전국 262개 환경·소비자·여성단체 연대기구인 에너지시민연대가 ‘2013년 여름철 국민 절전 캠페인’ 출범식을 가졌다. 여름철 블랙아웃 위기는 냉방 전력 수요가 폭주하는 오후 2~5시에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를 슬기롭게 넘기자는 취지다.


에어컨을 놔두고 무더위를 참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최근 나온 피크타임 절전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냉방 자제나 규제보다 낭비되는 전력의 차단이다. 7~8월 피크시간대에 지하철 운행 간격을 늘리고 청계천·중랑천 권역에 내보내는 물의 양과 펌프 가동 시간을 줄인다는 서울시의 방안이 그런 경우다. 서울시는 지하철 운행 감축으로 3834가구, 펌프 가동 축소로 1만1128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에 해당하는 피크 전력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에너지 설계사가 시내 업소의 대낮 간판 조명이나 옥외 조명을 꺼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에 따르면 그런 데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줄일 게 생각보다 많다. 지난 5월 초 서울광장에서 열린 ‘착한 밥솥 캠페인’이 그걸 잘 보여준다. 전력거래소가 2011년 가정용 전력 소비 행태를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기밥솥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922㎾h로 냉장고(499㎾h)·에어컨(358㎾h)의 2배 안팎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간당 소비전력(취사 1077Wh, 보온 101Wh)도 에어컨(1750Wh)의 60%를 넘는다. 


가정에서 피크타임 절전에 동참하려고 에어컨을 끄더라도 그 시간에 전기밥솥 취사나 전기다리미(1255Wh)·전자레인지(1150Wh)·진공청소기(1155Wh)와 같이 전기 소모가 큰 기기를 돌린다면 아무 효과가 없는 셈이다. 차라리 그런 일을 피크타임 이후로 돌리고 에어컨을 시원하게 켜는 게 낫다. 물론 에어컨보다 선풍기(59Wh), 그보다는 부채로 더위를 잊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에어컨을 틀더라도 그 전에 비데의 스위치를 끄고, 보온 전기밥솥의 플러그를 뽑고, 사용하지 않는 모든 전기제품의 대기전력을 차단한 후에 한다면 마음까지 더 시원하지 않을까.

턱돌이, 더위타는 배트걸에게 부채 서비스 (경향DB)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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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불안요인이라는 점이 이번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원전은 한 기가 100만㎾ 안팎의 대용량인 발전소인데 끄고 켜는 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출력 조절 자체가 위험하다. 그리고 이번처럼 안전과 관련해서 갑자기 원전 가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불안정적인 원전에 전력수급을 맡기는 자체가 불안정한 전력수급이다. 


올 여름에 멈춘 원전은 3기, 300만㎾라고 한다. 우리에게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그동안 전력당국은 원전 없이는 전기소비가 어려울 것처럼 홍보해왔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의 절약 실천만으로도 원전을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목숨을 맡기고 원전을 위험하게 가동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력수급체계를 들여다 보면 전력난의 답이 나온다. 전기소비는 우리 생활리듬과 밀접하다. 주말과 밤사이의 전기소비는 최대 전력에 비해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로 지난 6월2일 일요일 오전 9시에 원전 25개 분량의 전기가 남았다. 


최대 전력소비(전력 피크)를 기록하는 시간대가 문제다. 올 여름 낮에 냉방소비가 많은 날의 2시부터 5시, 이때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전력피크가 예상될 때 전력수요를 주변 시간대로 분산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전력피크가 예상되는 시간대에 피크요금제를 도입하면 어떨까. 전기가 부족할 때 요금이 올라가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다. 전체 80%를 쓰는 산업, 상가, 오피스 건물에 적용하는 게 필수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중국보다도 30~40% 싸다보니 전기를 많이 쓰는 해외 공장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바닷물을 전기로 끓여서 소금을 만들고, 고철을 전기로 녹이는 등 전기가 필수적이지 않은 곳에 전기가 쓰이고 있다. 단열 효과가 10배 이상 떨어져서 냉난방을 위한 전기를 많이 쓰는 유리건물이 신축되는 이유도 일반용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도입했지만 5000㎾ 이상 대규모 수용가를 제외했고 지금도 싼 평소의 전기요금을 더 깎아주는 데다가 가입자들만 해당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 산업계는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비용이 높아진다고 엄살이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생산단가에서 평균 전기요금의 비중은 1.2% 이하다. 싼 전기요금으로 영업이익을 챙기는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이익만 챙겨주는 게 아닐까 걱정일 수 있는데 초과이익은 효율을 높이는데 투자하도록 다시 거둬들이면 된다. 독일 전기요금의 40%는 세금이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서울 강북구 미아뉴타운 래미아 트리베라 아파트 발코니 모습.


그리고 도심의 건물 옥상과 벽면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자.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의 기술적 잠재량은 2030년 예상되는 최종 에너지소비의 3배나 된다. 2011년 전기소비량을 담당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면적은 국토면적의 5% 이하이다. 도시면적이 17%가량이니 도심 건물들만 잘 활용해도 밀양송전탑 같은 갈등과 비용이 필요없다. 수도권은 전력망이 포화되어 전기를 외부에서 더 들여오기도 힘든 상황이니 태양광 발전만한 게 없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시간대가 전력난이 예상되는 전력피크 시간대와 겹친다. 태양광의 전력피크 기여도가 높은 것이다. 지난 4월15일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전력피크 시간대에 22.68기가와트(GW)를 담당해서 신기록을 세웠다. 우리로 치면 원전 23기 분량이다. 태양광은 원전처럼 하루종일 발전하지 않고 전기가 필요한 시간에 역할을 한다. 태양광 발전은 설치하는 것도 간단하고 빠르다. 도심에 설치하면 추가 면적도 필요없고 원거리 송전시설도 필요없다. 원전을 대신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빠른 대안은 찾아보면 많다.



양이원영 | 환경운동연합에너지기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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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력사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동을 멈춘 원전과 산업계의 경직된 전력 소비 구조를 감안할 때, 여름철 대정전(Black Out)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전력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있고, 지자체와 기업들도 절전을 위한 실천들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 사용의 13%에 불과한 시민들에게 절전을 강요하고, 기업들이 이런저런 이벤트를 벌여봐야 별 도움은 안 된다. 


시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비효율적인 절전 캠페인을 넘어, 전력대란에 대처하는 현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방법은 있다. 전기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피크타임에만 부족할 뿐, 나머지 시간에는 남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생활과 산업계의 전력 이용 패턴을 변화시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피크타임을 잘 관리한다면, 멈춰 있는 9개 원전을 무리해서 돌리거나, 치명적인 사회적 손실 없이도 여름을 이겨 낼 수 있다. 


전력난두모습 (경향DB)


우선 전체 전력사용의 55%를 차지하는 산업부문과 20%를 사용하는 상업부문이 공정을 조정하거나 근무시간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담을 나눠 가져야 한다. 원전 18기 용량의 산업체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사회의 각 분야가 주간 조명과 일괄 냉방 등 관행적인 전기 과소비를 찾아 절약하고, 복장과 행동을 바꿔 더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양식도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전력요금 체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누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기업, 단체들이 함께 나서야할 이유다. 정부는 새로운 시도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기업들이 기여를 높이는 방법을 찾고, 시민들은 생활과 정책의 변화를 위해 실천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전국의 50개 지역조직과 6개 전문기관 등과 함께 어제 ‘2-5시 함께해요’ 캠페인을 발족했다. 좋은 사례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좋아요’ 캠페인, 피크타임 전력낭비를 감시하는 ‘고쳐요’ 릴레이도 진행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필요한 만큼 생산해서 정의롭게 쓸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고, 서로의 책임을 공평하게 나눠 협력해야 한다.



염형철 |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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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과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전기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의외로 친환경 건축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부다비의 친환경도시 ‘마스다르시티’의 핵심빌딩인 마스다르 H Q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친환경 빌딩이다. 이 건물은 에너지 절감률이 103%나 된다. 상하이에 짓고 있는 드래곤타워에는 최고층에 풍력발전기 133개가 설치된다. 건물 전기비의 상당 부분을 이 풍력발전기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7월 완공되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도 친환경 빌딩으로 손꼽힌다. 이 빌딩은 일반건물보다 에너지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에너지 절감 건축물은 설계단계부터 풍력이나 태양광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된다. 


국내에도 친환경 요소들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법이 있고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규제와 공사비 부담 때문에 모든 건축물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짓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건설경기도 최악의 상황으로 계속 치닫고 있어 미래형 친환경 건축물을 연구하던 건설업체들마저 연구비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건설 기술이 떨어진다는 중국이나 중동, 중남미에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신도시 건설에 큰 관심을 갖고 실제 건축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등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건축 활성화에 정부와 업계가 매달리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친환경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태양광발전 (경향DB)


모든 건축물이나 빌딩에 태양광 발전을 의무화한다면 원전 몇 기 쯤은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요즘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성능도 좋아져 태양광 발전을 통한 전기를 이 장치에 저장했다 사용할 수도 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수천가구 이상이 건설되는 아파트에는 설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전력난 해결은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만의 숙제는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를 포함한 모든 부처가 나서야 해결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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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발전 단가는 사고 위험, 폐로 및 사용 후 핵연료 처리, 환경·사회적 비용 등 ‘드러나지 않은 비용(hidden costs)’까지 계산할 경우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러나 그 비용을 후손들에게 전가함으로써 값싼 에너지라는 착시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을 둔 산업, 환경오염물질 대량 배출 산업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것처럼 값싼 전력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산업 역시 이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녹색 성장’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8년 수립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의 설비 비중을 2006년 26%에서 2030년 41%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식어버렸다.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비중은 2011년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전통적인 에너지원의 발전단가에 근접하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앞당기는 구체적 방안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첫째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기술 혁신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를 낮춰야 한다. 둘째는 기존 에너지원의 발전단가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계, 번쩍거리는 네온사인과 문 열고 틀어대는 에어컨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상업계, 누진제 강화에 반대하는 에너지 다소비 가정의 반발을 무릅쓰고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원자력 발전을 확대해 값싼 전기를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원전 확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된 듯하다.


(경향DB)



장우석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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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전력대란’이란 말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2011년 9월 사상 유례없는 계획정전을 겪으면서 전력부족은 이제 단순한 우려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갑작스레 일어나고 있을까. 혹자는 그동안 환경론자들과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발전소 건설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오랫동안 자신의 의지대로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왔다. 현재의 전력대란은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몇년간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이후 한국의 전력수요는 연평균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독일과 영국은 각각 0.05%, 마이너스 0.17% 변화하는 데 그쳤다. 전력수요 중에서는 특히 산업용 전력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연간 전력수요가 10.1% 늘었던 2010년, 산업용 전력 증가율은 12.9%였으나 주택용 전력은 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산업용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가 이하의 싼 값에 산업용 전력을 공급해 왔고, 이는 제철소와 고로, 건조기 등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시설의 급증에 일조했다. 


긴급전력수급에 분주한 전력거래소 직원들 (경향DB)


이 같은 배경에도 산업계는 언제나 전력수요 감축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낮은 가격으로 많은 혜택을 누린 산업계가 앞장서지 않는다면 현재의 전력대란은 극복할 방법이 없다. 요금을 현실화하고, 전기가 아닌 대체 에너지원으로 열원(熱源)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리 발전소를 지어도 소용이 없다. 산업계가 앞장서서 전력수요를 줄여준다면 현재의 전력대란도 어렵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헌석 |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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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조그만 진드기 때문에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넘어설 수 없는 벽과 같다. 문명은 인간을 위협하는 위험과 맞서 싸워왔지만 정작 현재 인류가 골머리를 앓는 최대 위험 중 하나는 스스로 만들어낸, 핵이다.


핵은 적을 굴복시켜야 하거나 보다 편리한 삶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과 과학이라는 외피를 씌운 오만이 결합돼 덩치를 키워왔다. 여기에 더해 지구온난화라는 또 하나의 위협이 원자력발전소를 확대시켰다. 값싸고 탄소 발생을 줄이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원전의 사고 위험과 해체 비용, 사용후 핵연료 처분 등 드러나지 않는 비용을 감안하면 화석연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경제성이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원전 1기를 짓는 데 3조원가량이 소요되는데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비용은 265조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복구비는 최소 8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고리 원전 앞바다 시위 그린피스 활동가 (경향DB)


탈핵 단체들은 원자력이 저탄소 에너지라는 데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발전을 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지만 우라늄을 채굴하고 농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돌려야 하는 식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전도 막대한 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전은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전 확대론자들은 사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며 안전을 강조하지만 세계적으로 원전 사고는 평균 11년의 주기로 반복돼왔다. 동일본 대지진 같은 예측 불가능한 재해는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 인간의 과학으로 자연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방사능 누출이 한국에서 발생한다면 수십만명의 생명이 사라지고 산업 기반이 붕괴되는 치명타를 맞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원자폭탄 제조를 주도했던 오펜하이머는 뒤늦게 “나는 죽음, 곧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는 후회의 탄식을 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 역시 핵무기 개발을 독려했다가 나중에 “내 인생에 있어 한 가지 큰 실수를 했다”고 자책했다. 인류에게 원자력은 파멸의 에너지를 지닌 상대하기 벅찬 상대다.


불완전한 인간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말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기계의 안전성을 믿는다고 치더라도 인간의 실수나 비리는 근절하기 어렵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인적 요인이 크다. 시험성적서 위조 부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원전의 위험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강고한 원전 확대 세력이 있다.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이성의 힘으로 탈핵에 나설 때다. 진드기 때문에 풀밭이 달리 보이듯이, 핵 때문에 지구가 달리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철응 산업부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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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포획돼 쇼에 동원됐던 돌고래 제돌이가 마침내 바다로 돌아간다. 드라마틱한 제돌이 이야기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안도한다. 하지만 제돌이의 ‘해피엔딩’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스타 제돌이’가 아닌 다른 돌고래들의 이야기는 별로 해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대한민국, 돌고래들의 엇갈리는 희비극. 이야기는 이렇다.


이야기 하나. 제돌이를 포함해 5마리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가게 됐는데, 정부는 야생방류 비용을 대지 않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바다에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국립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개체수 감소가 계속되면 남방큰돌고래는 2020년이면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고, 2050년이면 멸종될 수도 있다. 이 귀한 돌고래들을 쇼에 동원했던 ‘퍼시픽랜드’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돌고래 몰수형을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조처였다. 이에 부응해 정부도 지난해 남방큰돌고래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예산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제돌이 야생방류에 필요한 7억5000만원은 서울시가 부담키로 했다. 문제는 나머지 남방큰돌고래 4마리, 태산·복순·춘삼·삼팔이의 야생방류 비용이다. 정부가 이 비용을 대지 않아 시민단체들이 모금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무엇보다 남방큰돌고래들을 공연에 투입해서 돈을 번 ‘퍼시픽랜드’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제주퍼시픽랜드돌고래 (경향DB)


이야기 둘. 한쪽에선 돌고래를 풀어주는데 다른 한쪽에선 돌고래를 잡아들인다. 환경부는 경남 거제의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가 제출한 큰돌고래 4마리 수입 신청을 허가했다. 더구나 이들은 연간 2000여마리의 큰돌고래를 잔인한 방법으로 잡아 고기로 쓰거나 전 세계 수족관에 팔아넘기는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오는 것이어서 국제적 반발을 부르고 있다. 울산 남구가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 역시 지난 3월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사들였다. 울산 남구는 수입뿐 아니라 직접 포획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한편 제주의 퍼시픽랜드는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큰돌고래들을 몰수당하는 것에 대비해 낫돌고래 포획신청서를 내놓았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무기한 보류를 결정했다. 전국 곳곳에서 돌고래 수족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건설 중인 거제씨월드를 비롯해 일산킨텍스, 속초 아쿠아리움, 제2롯데월드 등이 만들어지면 돌고래 수입과 포획이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법은 공연·전시 목적의 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울산 남구 장생포동 고래생태체험관 보조 풀장으로 돌고래 한마리가 입수되고 있다. 이 돌고래는 일본 다이지에서 비행기편으로 이송됐다. (경향DB)


이야기 셋. 어미들은 야생으로 돌아가지만 새끼들은 수족관에 남아 있다. 태산·복순이 등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4마리는 대법원 판결로 바다에 돌아가게 됐지만, 이들이 낳은 새끼 2마리는 여전히 퍼시픽랜드 소유로 남아있고 어미들의 공연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 13개국, 브라질·칠레 등에 이어 최근 인도 정부가 돌고래쇼장 건립을 불허했다. 많은 나라에서 동물쇼는 동물학대로 인식되면서 사라지는 추세다. 제돌이의 야생귀환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한 차원 끌어올렸으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동물쇼가 성행 중이다. 이는 국제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다. 야생에서 돌고래들은 하루에 수십㎞를 헤엄치며 인간처럼 사회관계를 이루어 살아간다. 좁고 얕은 수조에서 인위적인 훈련을 받는 것은 돌고래에게 극도로 고통스러운 경험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가 죽는다.


울산 앞바다의 참돌고래떼 (경향DB)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전시 및 공연 목적의 포획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농수산식품부 고시를 폐기하고 돌고래를 이용한 공연을 금지시켜 나가도록 한다”는 생명권 시민단체의 질의서에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장하나 의원은 지난해 8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고래법’을 발의했다. 모든 고래류의 포획·전시·공연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윤 |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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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TV, 24시간 편의점이 일상의 삶이 되면서 우리는 밤을 잊어버렸다. 눈앞 50㎝ 거리엔 항상 명멸하는 컴퓨터 모니터가 켜 있고, 조금 쉰다고 거실로 나오면 대형 평면 TV가 끊임없이 빛을 쏟아내고 있다. 길거리라고 해서 별로 다르지 않다. 다닥다닥 붙은 광고판과 진열장엔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대낮보다 더 밝은 조명이 동공을 찌른다. 도대체 도시의 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경향DB)


이런 불빛이 싫어 시골 산중턱으로 귀농한 지 어언 10여년. 낮의 땡볕을 피해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하면 저녁 어스름에야 식사를 하게 된다.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만 해도 해질녘의 잔광이 남아 있어 일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며 밥을 먹다보면 어느덧 주위가 어두워진다. 낮부터 저녁 어두워질 때까지 자연빛의 변화 속에 일체가 되어 살다보니 글씨같이 작은 것을 식별하는 일이 아니라면 구태여 전등을 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설거지를 할 때가 되면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지므로 비로소 불을 켠다. 빛의 마술이겠지만 매일 보는 사람도 어스름한 기운 속에 마주하고 있으면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한밤중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뒷간으로 가는 길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각기 다른 불빛의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다. 뭐하러 나왔는지도 잊고 그 별들을 헤아리다 보면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가슴속이 아련해진다. 


도시에서 항상 밝은 불을 켜놓고 사는 것은 물론 필요에 의해서 그리된 것이겠지만 실은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관습일지도 모른다. 한번 플러그를 뽑아놓고 생각해보자. 그 불빛 속에서 내가 과연 ‘나로서 온전히’ 살고 있는지를. 인간으로 진화해 온 250만년 동안 우리는 자연의 어둠과 자연의 불빛 속에서 자신을 실현해 왔다. 그러나 현대인은 잠깐 동안의 반짝거림에 넋이 나가 부나비처럼 허둥대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황대권 | 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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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원전 납품 비리로 인해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긴급대책을 내놓고 시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태도를 보면, 절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원전에 의존하는 전력수급 시스템을 만들고, 그마저도 부실하게 관리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사실 한국의 전체 전기 소비에서 가정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전체 전기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다. 정부가 원가 이하로 대기업들에 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전기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를 보면 절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러나 나는 절전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집 베란다에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원전에 의존하고 공급 확대에만 주력하는 정부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서다. 


원전 가동 중단 사과하는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경향DB)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원전 중심의 전력공급 시스템은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의 정책이 ‘탈원전’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집부터 ‘탈원전’을 했으면 한다. 한국의 전기 소비량 중 원전이 공급하는 비중이 30% 남짓 되니까, 우리 집에서 소비하는 전기의 30%를 해결하면 ‘우리 집 탈원전 선언’을 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집에서 쓰는 전기의 10~20%는 노력하면 줄일 수 있다.그러면 10~20%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독일인들은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쓰지 않겠다는 운동을 펼쳤다. 우리도 30%의 전기를 스스로 해결하고 탈원전을 요구하자. 강력한 전력수요 관리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요구하자. 그것이 원전의 위험과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이다.



하승수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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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최근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선 당시 공약사항이었으니 공약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원자력 안전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서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향DB)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후 유럽은 기존의 원전 안전성 검증과정에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해 이 부분을 강화하기로 결정한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 테스트는 후쿠시마 핵사고의 영향으로 기존의 원전 안전성 검증에 추가된 지진대책인 것이다. 이 역시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가 안전점검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우리나라의 스트레스 테스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로 유럽에서는 모든 핵발전소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에 한해서만 한다. 이 두 개의 원전은 이른바 수명연장을 했거나 하고 있는 원전들이다. 한국정부는 모든 원전에 해야할 일상적인 안전점검을 수명연장과 관련된 원전으로 한정하고 있다.


둘째, 아직 확인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를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명분으로 사용함으로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성 검증을 우회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2012년 6월에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해서 IAEA의 전문가들을 불러들여서 안전성을 검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종 보고서에서 월성1호기의 안전성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점검 방식 자체가 IAEA의 현재 기준이 아니라 과거 기준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격납용기인 돔 건물의 안전성, 부품들의 점검방식, 비상디젤발전기 문제 등 심각한 위험들이 줄줄이 지적됐다. IAEA 최종보고서가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월성1호기가 이러한 상태로는 수명연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만 거쳐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꾀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스트레스 테스트는 원전의 전반적인 안전성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전반적인 안전점검은 이른바 주기적 안전성 검사(PSR)라는 시스템에서 검증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여기에 추가되는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대비책일 뿐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안전성 문제는 외면한 채 스트레스 테스트만 거친 후 수명연장을 결정하는 것은 일종의 꼼수라고 봐야할 것이다. 


수명연장은 핵사고의 지름길이다. 후쿠시마의 10개 원전 중에서 폭발한 것은 1호기부터 4호기까지다. 30년 넘은 원전은 모두 폭발했고, 30년이 안된 원전은 하나도 폭발하지 않았다. 이러한 후쿠시마의 값비싼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고리1호기는 올해로 35년째 가동 중이고 월성1호기는 작년에 수명이 30년이 지났다. 정부는 이 수명을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어떻게 핵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과 후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경향DB)


핵발전소는 200만~300만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거대한 기계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들은 모두 수명이 제한돼 있다. 노후한 기계는 고장이 잦고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핵발전소를 가장 오래 사용하는 이러한 행태야말로 가장 무모하고 위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부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명분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익중 | 동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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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마침내 400ppm을 넘어섰다. 하와이의 관측소에서 측정된 결과를 과학자들이 엊그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렇다. 예견된 수치이지만, 매우 두려운 측정결과이다. 이대로 가면, 그래도 인류문명의 존속이 가능할 것으로 믿어지는 섭씨 2도 상승이라는 한계치를 훨씬 넘어서 지구 평균기온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가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감하는 현실이 되었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전면적인 혼돈상태가 곧 밀어닥칠 것을 경고하는 과학적 예견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의 권력엘리트들과 주류 미디어가 기후변화 현상에 대하여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뻔질나게 열리는 엘리트들 간의 국제회의는 최근 들어 기후변화 문제를 거의 단골주제로 삼고 있다.


실제로 금년 초 다보스포럼에서도 경제위기와 지구온난화의 관련성이 핵심의제의 하나였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이 회의에 참석한 영국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의 발언이었다. 영국정부 경제자문이자 한때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스턴은 2007년에 영국정부의 의뢰로 ‘기후변화의 경제학’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 보고서는 영국뿐만 아니라 여러 정부와 환경운동가들의 지침서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수년 전 자신의 평가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즉,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스턴보고서’에서는 지구 기온이 장기적으로 섭씨 2도 내지 3도까지 상승할 확률이 75%라고 예견했으나 지금은 4도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는 트랙에 접어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것은 지금 “인류가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므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가디언’ 2013·1·27).


다급한 우려의 목소리는 같은 포럼에 참석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게서도 나왔다. 김용 총재는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도처에서 물과 식량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5년 임기 중 자신의 우선적 과제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중요한 것은 세계은행의 공식적 견해로는 최초로, 기후변화가 인간의 산업소비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김용 총재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잊고 있다면 그것을 상기시켜주는 일이 자신의 임무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이 이 명백한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의지도 용기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실효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국제협약이 성사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자국의 경제성장에 그 협약이 방해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9년에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정상회담에서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가 명확히 지적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후가 은행이라면 기후는 벌써 구제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차베스는 오늘날 세계를 급속도로 망가뜨리고 있는 금권정치의 본질을 날카롭게 폭로했던 것이다.



나아가서 차베스는 지구환경을 살리려면, 문제의 근원으로 돌아가서 “생명을 끝장내는 파괴적인 개발·발전 모델”, 즉 자본주의시스템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는 오늘날 지구를 위험에 빠트려온 책임은 낭비적인 사치와 소비생활을 배타적으로 누리고 있는 세계의 7% 부유층에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생각하면, 차베스는-그리고 몇몇 라틴아메리카 국가 지도자들은-오늘의 정치현실에서 매우 예외적인 존재이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정치지도자, 엘리트들은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경제성장 논리에 붙들려 있다. 경제학자 스턴이나 김용 총재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도 결국은 “녹색경제를 위한 투자 증가” 혹은 “환경친화적 기술개발을 통한 성장”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끝없는 성장이 아니라 물질대사가 원활히 진행되는 순환경제만이 장기적 지속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게 농업현실이다. 오늘날 미국의 경우, 곡물 1칼로리의 생산에 사용하는 화석연료가 10칼로리이다. 비료, 농약, 기계 없이는 안되는 게 근대식 농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먹는 것은 밥이 아니라 석유라고 해야 옳다. 


가장 비참한 것은 북한의 경우이다. 북한은 오늘날 가장 폐쇄적이고 빈곤한 천민국가로 떨어져 결국 자위를 위해 핵무장까지 한다는 매우 불합리하고 위험한 길을 선택했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 강요된 선택이기도 했다. 핵심적 요인의 하나는 1990년대 초 소비에트사회주의권 붕괴 이래의 전면적 농업 괴멸 현상이다. 원래 1970~1980년대 북한은 집약적 화학농업·기계농업이 중심이 된 ‘농업선진국’이었다. 문제는 그게 과도한 석유 의존 농업체제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 소비에트사회주의권이 무너지고, 값싼 석유 공급이 중단되자 순식간에 농업기반이 붕괴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극심한 기아상황, 천민국가, 체제붕괴의 위협, 마침내 핵개발이라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북한의 곤경은 근대식 농법을 일방적으로 추구해온 산업사회 전체가 조만간 직면할 사태를 미리 앞질러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맹목적인 도시화·산업화 논리에 빠져 극도로 무분별한 방식으로 농민과 농촌을 파괴해온 남한사회의 장래는 심히 불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17차 녹색성장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경향DB)


유한한 지구환경에서 무한한 성장이라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사람들이 성장논리를 탈각하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한마디로 상상력의 빈곤 때문일 것이다. 기존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바랄 리 없는 기득권자·권력 엘리트들의 마음에 상상력이 싹틀 공간은 사실 협소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변화보다는 자멸”을 택하고 싶을지 모른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큰 비극이자 재앙이다. 지금은 인류사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파괴적이고 어리석은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사회는 자신의 생존 발판을 밤낮없이 파괴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락으로 떨어질 순간이 왔는데도 이른바 엘리트들은 여전히 전도몽상(顚倒夢想)이다.



김종철 | 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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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산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지난 9일(현지시간) 일 평균값 400.03ppm을 기록했다. 인위적 오염원이 없는 해발 3400m에 위치한 이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기후변화 현상의 강력한 증거(킬링곡선)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의 기준치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마우나로아’라고 할 수 있는 충남 태안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도 확정 전 수치이긴 하지만 지난해 이미 연평균 400ppm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구 대기에서 이산화탄소의 존재는 미미하다. 대기 구성비는 지표 부근에서 수증기를 제외한 건조 공기의 성분을 부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자료에 따르면 질소(78.084%)와 산소(20.946%)가 99.03%다. 나머지 0.97% 중에서도 최근 현대제철 질식사고를 일으킨 아르곤이 대부분(0.934%)을 차지한다. 이산화탄소는 그 25분의 1 정도밖에 안된다. 참고로 마우나로아나 안면도에서 측정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부피값에 따른 대기 구성비가 아니라 질량비를 나타낸다.


환경 캠페인에서 대학생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경향DB)


극미량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가 생명 활동과 기후변화에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급격한 변화다. 1958년 마우나로아에서 처음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5ppm이었고 매년 0.7ppm씩 상승하는 추세였지만 지금은 400ppm에 연간 상승폭이 2.1ppm에 이른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끌어내리려는 중소 도서국가와 환경단체의 희망은 이미 물 건너가고, 450ppm 이내로 고정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목표마저 실현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는 듯하다.


많은 기후학자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기후변화의 문턱’을 이야기한다. 가이아 이론을 주창한 영국 대기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우리가 당장 내일부터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대기가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 약 1000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는 <가이아의 복수>에서 “우리의 미래는 엔진이 곧 고장날 것을 모른 채 나이아가라 폭포 위를 조용히 나아가는 작은 유람선에 탄 승객들의 미래와 같다”고 말했다. 400ppm은 그 유람선이 ‘조용히’가 아니라 ‘맹렬히’ 돌진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계기판의 숫자처럼 보인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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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산업혁명 이래 기후변화는 줄곧 진행돼 왔으며, 우리의 대처 방법에 따라 점점 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지구 온도는 지난 1만년간 약 1도 증가했지만, 산업혁명 이후 100여년 동안에만 0.74도가 높아졌다.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경우 금세기말 지구 온도는 4~5도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피해와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해수면 상승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인명 피해나 농작물 생산 감소로 인한 물가상승 등이 빈발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심각한 생존 위협에까지 직면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총 9개의 섬 중 2개의 섬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50년 후에는 남아 있는 섬들조차 바닷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간 우리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선진국의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로 치부해버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책임에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총 6억6900만t으로 2009년에 비해 약 10% 증가했고, 1인당 배출량도 전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뚜렷한 사계절을 자랑하던 온대기후는 이미 아열대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농작물 재배지역과 인근 해역의 어종도 점점 북방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50년 만에 무려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는 등 매년 가뭄과 홍수, 폭염과 열대야가 늘어가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한파와 폭설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하루 새 최고기온이 13도에서 31.3도까지 오르는 등 이상기후 현상을 보인 일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응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아쉽게도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절약보다 편리함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2005~2010년 주요 국가들의 전력소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일본이나 영국은 2~5%대의 감소율을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30% 이상 증가했다. 1인당 전력소비량도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 높다. 최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의 2배에 이르는 이면에는 우리의 에너지 과소비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예로 여름철에 상점들이 문을 활짝 열고 에어컨을 펑펑 틀며 영업하는 행위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의 한 단면이다.


이제는 이런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거창한 것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상을 돌아보면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는 줄이고 생활은 더 건강해지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자가용보다는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 생활화하기, 불필요한 전등이나 가전제품은 끄거나 플러그를 뽑아 절전하기 등이 좋은 예다.


비록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고 귀찮겠지만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나부터 먼저’ 하는 작은 실천이 쌓인다면 아름다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저탄소 사회로 가는 디딤돌을 구축할 때다. 작은 물이 모여 강과 바다를 이루듯 우리 사회와 국가, 그리고 지구를 위한 행복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성규 |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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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변은 비합법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을 일컫는 말로 아무래도 쿠데타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영문으로는 ‘coup(쿠데타)’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원자력이란 말도 비슷한 경우다. 원자력은 핵에너지란 용어가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꾼 순화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원자력은 원자가 갖고 있는 힘 또는 그 작용과 사실 아무 관계가 없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핵이 붕괴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발전소라고 해야 정확하다. 영어로는 ‘atomic energy’보다 ‘nuclear power’라는 용어가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문화재단·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학회 등 국내 대부분의 기관·단체도 한글로는 원자력이라고 쓰지만 영문 명칭은 ‘nuclear’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의 명칭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변경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혐오감을 주는 용어를 순화해 방폐물 관리사업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자는 게 법안 제안자의 의도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성폐기물과를 원전환경과로 바꾼 바 있고, 방폐공단이 경주시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이름도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로 결정했다. 방폐물 관리사업 및 사업자 명칭의 일관성을 위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의 명칭 변경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침략을 ‘진출’이라고 용어 순화를 한다고 해서 과거의 만행이 미화되고 피해국의 고통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핵폐기물(nuclear waste)을 방사성폐기물(radioactive waste)로 순화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환경’이라는 글자까지 넣어서 방폐장 사업을 마치 환경부 업무인 양 국민이 오해할 경지에 이른 것 같다. 환경단체가 “핵폐기물의 본질적인 위험성을 희석하고 호도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아무리 뜻이 좋고 정당하더라도 최소한 본질을 숨기거나 호도하는 언어의 유희는 삼가야 하지 않을까. 방폐공단이 새 영문명을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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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신월성 원전 1호기가 또 멈춰섰다. 9개월 된 최신 원전이지만 벌써 4번째 가동이 중단됐다. 노후 원전이 40%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름 전력수급이 벌써 걱정이다. 매년 20여차례 되풀이되는 각종 사고 탓에 국민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전력당국은 철저한 안전점검을 통해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원전 비중을 낮추는 근본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신월성 1호기의 잇단 사고는 예사롭지 않다. 이번 사고는 원자로의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계통 이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최신 원전에서 예기치 않은 고장이 잇따르고 있는 게 문제다. 신월성 1호기는 지난해 시험운전 중에도 3차례 오작동을 일으켜 가동을 멈췄다. 충분한 시험가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안전대책을 내놔야 한다.


허술한 전력대책도 점검해 봐야 한다. 이번 일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를 밑돌면서 예비공급량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린 것이다. 자칫 수요가 많은 여름이나 겨울철에 사고가 났다면 아찔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이는 고리 4호기가 이미 고장난 데다 점검 차원에서 원전 8기를 한꺼번에 세웠기 때문이다.


(경향DB)


노후 원전은 최대 불안 요인이다. 현재 가동 중인 23기 원전 중 2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은 전체의 40%에 달하는 9기다. 일부 원전은 업체가 폐업하거나 부품생산을 중단해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한 해에만 17차례나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 원전의 정상 가동상태를 뜻하는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82.3%로 2005년(95.5%)에 비해 급감했다. 전체 발전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이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전력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빈틈없는 원전 안전대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블랙아웃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해 원전 가동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노후 원전에 대한 근본대책을 검토할 때가 됐다. 정부도 현재 추진 중인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얼마로 할지를 논의 중이다. 원전 비중 축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친환경 에너지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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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논설위원


 

영혼이 없던 곳에 영감이 깃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곳은 물론 주변까지 달라질 게 분명하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혁명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좀 더 시류에 맞게는 창조적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감히 윤 장관이나 환경부 공무원의 ‘영혼’을 들먹이려는 게 아니다. 행정이란 일을 되게도 안되게도 하는 만능의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일을 되게도 안되게도 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본다. 그런 한계를 말하려는 거다. 특히 그 정도가 심했던 환경부의 최근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하고, 이를 주도하는 윤 장관의 언동에서 어떤 울림 같은 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환경부는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국내외적 시선이 집중될 부처가 될 것으로 본다. 두 가지로 압축하면 국내적으로는 4대강 사업 뒤처리이고, 국제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 이행이다. 모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것이고 뒷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안이다.


먼저 4대강 사업에 대해 윤 장관은 확고한 문제의식과 소신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문가의 주도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든가 “환경부도 피조사자 신분”이라는 등의 발언에서 그걸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지난 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환경담당 논설·해설위원 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부 내부의 검증 백서를 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행정조직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백서가 아니라 고백서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환경부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와는 달리 가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4대강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에너지 전반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전 정부와는 사뭇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처럼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자력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댐 건설과 관련해서도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환경부 과장이 나서서 국토교통부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화학물질 사고 대책, 독성조류 대응체제 구축, 국토·환경계획 연동제 등 강력한 정책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새 정부의 주요 인사로는 드물게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환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업무능력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지난 3월11일 취임사에서 인용한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터키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의 시구처럼 ‘지속가능사회’에 대한 깊은 철학이 배어나고, 집에서 월 290㎾ 정도의 평균 이하 전기를 쓴다니까 이를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면모도 보여준다. 환경복지가 복지 중에서도 최상위 복지이자 복지의 완성이라는 생각이라든가 말 못하는 동물과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를 대변하겠다는 의지 또한 진정성 있게 들린다. 우리가 자원과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국토를 과개발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과 자원·에너지를 순환이용하는 자원순환사회 실현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난처한 윤성규 장관 후보자 (경향DB)


걱정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과 관련한 부분이다. 배출량 전망치(BAU)를 8월까지 재전망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의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날벼락이다. 2020년까지 BAU 대비 30% 감축 목표를 배출 허용 총량을 부풀려서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미 2010년 배출량이 9.8%나 증가한 이상 현 정부의 임기인 2017년까지 목표에 근접하려면 BAU 재설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윤 장관의 진짜 마음일까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경향DB)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국내 자원·에너지 정책의 근간조차 흔드는 꼼수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4대강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정권이 벌여놓은 일을 뒷감당하자니 다른 방법이 없을 법하다. 그렇다면 실망이다. 4대강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그 원인부터 제대로 분석하는 게 먼저다. BAU 산정 근거부터 정확히 밝히고 첫 연도부터 전망치가 크게 어긋난 요인을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 유난히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워서 국민이 전기를 마구 썼기 때문이라는 식의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용 전기 사용이 얼마나 증가했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한다. 


BAU 재설정 문제는 최근 고양되는 환경부의 분위기와 국민적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본다. 환경부가 과연 들러리나 뒤치다꺼리 부처에서 탈피해 선진국형 기후변화·에너지정책 및 국토공간계획의 주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시험대에 오른 환경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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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27일에 일어난 경북 구미시 불산 가스 누출사고는 맹독성 물질의 취급에 관한 사전적인 예방과 사고 후 신속한 대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사업자 및 감독기관의 만성적인 안전불감증이 돌이킬 수 없는 인명손실과 환경파괴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런데 불산 가스 피해와는 비교 대상조차 안 되는 핵발전소의 방재(피난)대책은 여전히 형식적인 법규정에 머물고 있는 상태이다.


스리마일섬·체르노빌·후쿠시마의 핵발전소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핵마피아들은 국내 핵발전소는 절대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안전신화의 확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방재계획을 확대·강화하려는 국제적인 추세와는 달리,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피난 및 지원에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지자체들은 의도적이라고 할 정도로 방재계획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재계획의 강화가 사업자인 한수원 및 관계기관의 부담 증가, 그리고 주민의 불안감을 증대시켜 오히려 핵발전소의 확대정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즉, 주민의 안전은 뒷전에 있다.


일본의 검사원이 고리야마의 한 대피소에서 임신한 주부의 피폭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약 2주 후, 20㎞ 북쪽의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시장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식량과 연료의 지원을 애절하게 호소한 적이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생필품 부족 사태, 즉 안전신화가 가져온 허술한 방재대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핵발전소로부터 약 5㎞ 떨어진 곳의 병원 입원환자 약 350명이 피난하는 과정에서 40명이나 사망했고, 또 정부의 늦은 피난 지시 때문에 30㎞ 지점의 주민들이 약 1개월 동안 높은 방사능에 피폭되기도 했다. 심지어 60㎞ 떨어진 곳에서도 일반인 허용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이 측정되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재계획의 파탄에서 교훈을 얻은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올 2월 말 새로운 방재지침을 도입했다. 정부와 핵발전소가 있는 지자체 그리고 사업자에게 방재계획의 강화를 지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방재중점구역(EPZ)을 기존의 8~10㎞에서 30㎞로 확대하고, 특히 5㎞ 지역을 따로 설정하여 방사성물질의 외부누출 전이라도 주민의 예방적인 피난을 실시하는 기준까지 도입하였다. 이로써 일본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채택한 국제기준 30㎞의 방재구역을 겨우 갖춘 셈이다. 한 지자체는 풍향을 고려하여 43㎞에 미치는 방재 및 피난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방재구역은 약 80㎞에 달한다.


한편 현행 8~10㎞의 방재중점구역 범위는 일본이 1980년에 채택한 규정을 빌려 온 것이다. 심지어 시마네(島根) 핵발전소의 9㎞ 지점에 있는 도청 소재지를 편의상 방재중점구역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예외적으로 설정한 8㎞ 규정까지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현행 10㎞의 경우에도 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주변지역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피난시킬 방법과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핵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신체적으로 열악한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피해가 집중된다. 게다가 환자나 장애인의 피난까지 고려하면 더욱 신중한 방재계획의 개선 및 강화가 절실하다. 방재계획은 반드시 실행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만약 방재계획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경우에는 핵발전소의 건설 또는 가동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방재중점구역에 포함된 해수욕장이 유사시 불특정 다수의 피서객들을 무사히 피난시킬 방재계획 수립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의 완성된 핵발전소 허가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사고 발생 시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전에 철저한 사고방지뿐만 아니라 사고 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이라도 충족할 수 있도록 현행 형식적인 방재계획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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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 시인



 

고향에 있는 백양사는 놀이터처럼 자주 드나들던 따뜻한 절이다. 부도밭을 지나 절에 들어갈 때 맨 먼저 만나는 이는 덮쳐올 듯 기립한 사천왕(四天王)이었다. 퉁방울눈과 우람한 덩치의 형상 사이를 잰걸음으로 지나며 나는 늘 목이 쑥 움츠러들게 무서웠다. 


우리 사남매가 늦게까지 잠을 안 자면 어머니는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애기들이 밤 늦도록 안 자면 사천왕이 잡으러 온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시작한 후로 나는 4대강 사업이라는 말이 사천왕보다 무서웠다. 절대 불가한 이유와 이론, 하소연과 부당함을 많은 이들이 외쳤으나 그들은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 우겼고, 불리한 입장에서 빠져나갈 요량을 거침없이 마련했다. 


(경향신문DB)


역사도 문화도 미래의 국토도 염두에 두지 않은 졸속과 천박이 자명했으나, 저항할 수 없는 완력이었다.


2008년, 역사 이래 최대의 국토 절단 내기가 시작되었으며, 힘없는 국민은 토건족을 욕하거나 원망하거나, 죽어가는 강물에게 자주 속죄했다. 침묵하는 자연의 분노가 부메랑처럼 들이닥칠 예감에 두렵기도 했다. 


그 절망의 4년 동안 지율 스님은 영화 <모래가 흐르는 江>을 만들었다. 4대강 사업 착공 후부터 낙동강 공사장을 따라 걸으며 백 미터마다 멈추어 촬영한 영상을 모은 것이다. 시사회 후 지율스님에게 한 기자가 질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에게 분노하지 않으셨습니까?”


“4대강 사업은 어느 한 사람의 결정이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허락한 일입니다. 분노나 원망 같은 것은 내려놓고 강의 모습을 따라갔습니다. 그분에 대한 분노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가 기록한 낱낱의 풍경이 시처럼 아프고 아름다웠다. 


물과 모래가 함께 흘러가는 투명 속에서 아이들이 꽃잎처럼, 버들치처럼 뛰어놀았다. 굴착기가 퍽, 퍽 찍어내는 강의 속살에서 피가 흐르지는 않았다. 아궁이에 든 불을 추스르는 수몰지구 노인도 깊게 탄식할 뿐 울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 강이 재앙 속으로 주저앉는 모습, 400년 이상 거기 깃들어 살던 숲과 학교와 사람들 모습이 흔들리는 캠코더를 통해 막막하게 재현될 뿐이었다. 


강들은 이제 원형을 잃었고, 실핏줄 같은 지천들은 깊어진 본류를 향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그 참담을 밟고 지천 상류에는 댐이 건설되고 있다. 대한민국 어느 토건 현장에서나 발견되는 ㅅ물산 로고가 내성천 파괴 현장에서도 여전히 위용을 자랑했다. 그들이 외치는 경구의 치밀함이라니!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하라.”


내성천 공사가 이미 엄청나게 진척된 듯 보이지만 실제 공사 진행률은 5%에 불과하다. 공사를 멈추고 기다리면 강은 스스로 제 몸을 회복한다. 100% 진실 앞에, 기다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삶의 터를 잃은 수달, 삵, 먹황새, 원앙, 흰수마자들에게 그 강을 돌려주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하늘에 별이 있는가? 강에는 모래가 있다. 내성천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우주다. 강물에 종아리를 담그고 발가락 사이 간질이는 모래밭을 걸어본 아이는 스스로 땅을 안다. 


“우리가 머 아나. 나가라면 나가야재. 지금은 어른 대접이 없는 시대라….” 


흰 신작로를 걸어온 아들이 들어설 대문에 영산홍 심어둔 노인을 그 집에서 쫓아낼 당위성을 4대강 사업은 갖지 못했다. 이 나라에 국책사업보다 소중하지 않게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성의 시대를 약속했던 현직 대통령이 4대강 공사를 완전히 중단시키면 참 좋겠다. 강의 찢긴 몸을 끌어안고 국민들과 함께 강의 부활을 기다리는 대통령의 모습은 피에타에 버금가는 장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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