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산업혁명 이래 기후변화는 줄곧 진행돼 왔으며, 우리의 대처 방법에 따라 점점 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지구 온도는 지난 1만년간 약 1도 증가했지만, 산업혁명 이후 100여년 동안에만 0.74도가 높아졌다.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경우 금세기말 지구 온도는 4~5도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피해와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해수면 상승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인명 피해나 농작물 생산 감소로 인한 물가상승 등이 빈발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심각한 생존 위협에까지 직면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총 9개의 섬 중 2개의 섬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50년 후에는 남아 있는 섬들조차 바닷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간 우리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선진국의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로 치부해버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책임에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총 6억6900만t으로 2009년에 비해 약 10% 증가했고, 1인당 배출량도 전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뚜렷한 사계절을 자랑하던 온대기후는 이미 아열대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농작물 재배지역과 인근 해역의 어종도 점점 북방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50년 만에 무려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는 등 매년 가뭄과 홍수, 폭염과 열대야가 늘어가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한파와 폭설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하루 새 최고기온이 13도에서 31.3도까지 오르는 등 이상기후 현상을 보인 일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응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아쉽게도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절약보다 편리함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2005~2010년 주요 국가들의 전력소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일본이나 영국은 2~5%대의 감소율을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30% 이상 증가했다. 1인당 전력소비량도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 높다. 최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의 2배에 이르는 이면에는 우리의 에너지 과소비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예로 여름철에 상점들이 문을 활짝 열고 에어컨을 펑펑 틀며 영업하는 행위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의 한 단면이다.


이제는 이런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거창한 것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상을 돌아보면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는 줄이고 생활은 더 건강해지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자가용보다는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 생활화하기, 불필요한 전등이나 가전제품은 끄거나 플러그를 뽑아 절전하기 등이 좋은 예다.


비록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고 귀찮겠지만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나부터 먼저’ 하는 작은 실천이 쌓인다면 아름다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저탄소 사회로 가는 디딤돌을 구축할 때다. 작은 물이 모여 강과 바다를 이루듯 우리 사회와 국가, 그리고 지구를 위한 행복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성규 |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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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변은 비합법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을 일컫는 말로 아무래도 쿠데타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영문으로는 ‘coup(쿠데타)’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원자력이란 말도 비슷한 경우다. 원자력은 핵에너지란 용어가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꾼 순화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원자력은 원자가 갖고 있는 힘 또는 그 작용과 사실 아무 관계가 없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핵이 붕괴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발전소라고 해야 정확하다. 영어로는 ‘atomic energy’보다 ‘nuclear power’라는 용어가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문화재단·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학회 등 국내 대부분의 기관·단체도 한글로는 원자력이라고 쓰지만 영문 명칭은 ‘nuclear’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의 명칭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변경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혐오감을 주는 용어를 순화해 방폐물 관리사업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자는 게 법안 제안자의 의도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성폐기물과를 원전환경과로 바꾼 바 있고, 방폐공단이 경주시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이름도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로 결정했다. 방폐물 관리사업 및 사업자 명칭의 일관성을 위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의 명칭 변경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침략을 ‘진출’이라고 용어 순화를 한다고 해서 과거의 만행이 미화되고 피해국의 고통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핵폐기물(nuclear waste)을 방사성폐기물(radioactive waste)로 순화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환경’이라는 글자까지 넣어서 방폐장 사업을 마치 환경부 업무인 양 국민이 오해할 경지에 이른 것 같다. 환경단체가 “핵폐기물의 본질적인 위험성을 희석하고 호도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아무리 뜻이 좋고 정당하더라도 최소한 본질을 숨기거나 호도하는 언어의 유희는 삼가야 하지 않을까. 방폐공단이 새 영문명을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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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신월성 원전 1호기가 또 멈춰섰다. 9개월 된 최신 원전이지만 벌써 4번째 가동이 중단됐다. 노후 원전이 40%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름 전력수급이 벌써 걱정이다. 매년 20여차례 되풀이되는 각종 사고 탓에 국민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전력당국은 철저한 안전점검을 통해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원전 비중을 낮추는 근본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신월성 1호기의 잇단 사고는 예사롭지 않다. 이번 사고는 원자로의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계통 이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최신 원전에서 예기치 않은 고장이 잇따르고 있는 게 문제다. 신월성 1호기는 지난해 시험운전 중에도 3차례 오작동을 일으켜 가동을 멈췄다. 충분한 시험가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안전대책을 내놔야 한다.


허술한 전력대책도 점검해 봐야 한다. 이번 일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를 밑돌면서 예비공급량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린 것이다. 자칫 수요가 많은 여름이나 겨울철에 사고가 났다면 아찔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이는 고리 4호기가 이미 고장난 데다 점검 차원에서 원전 8기를 한꺼번에 세웠기 때문이다.


(경향DB)


노후 원전은 최대 불안 요인이다. 현재 가동 중인 23기 원전 중 2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은 전체의 40%에 달하는 9기다. 일부 원전은 업체가 폐업하거나 부품생산을 중단해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한 해에만 17차례나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 원전의 정상 가동상태를 뜻하는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82.3%로 2005년(95.5%)에 비해 급감했다. 전체 발전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이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전력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빈틈없는 원전 안전대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블랙아웃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해 원전 가동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노후 원전에 대한 근본대책을 검토할 때가 됐다. 정부도 현재 추진 중인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얼마로 할지를 논의 중이다. 원전 비중 축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친환경 에너지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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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논설위원


 

영혼이 없던 곳에 영감이 깃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곳은 물론 주변까지 달라질 게 분명하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혁명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좀 더 시류에 맞게는 창조적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감히 윤 장관이나 환경부 공무원의 ‘영혼’을 들먹이려는 게 아니다. 행정이란 일을 되게도 안되게도 하는 만능의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일을 되게도 안되게도 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본다. 그런 한계를 말하려는 거다. 특히 그 정도가 심했던 환경부의 최근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하고, 이를 주도하는 윤 장관의 언동에서 어떤 울림 같은 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환경부는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국내외적 시선이 집중될 부처가 될 것으로 본다. 두 가지로 압축하면 국내적으로는 4대강 사업 뒤처리이고, 국제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 이행이다. 모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것이고 뒷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안이다.


먼저 4대강 사업에 대해 윤 장관은 확고한 문제의식과 소신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문가의 주도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든가 “환경부도 피조사자 신분”이라는 등의 발언에서 그걸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지난 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환경담당 논설·해설위원 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부 내부의 검증 백서를 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행정조직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백서가 아니라 고백서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환경부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와는 달리 가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4대강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에너지 전반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전 정부와는 사뭇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처럼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자력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댐 건설과 관련해서도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환경부 과장이 나서서 국토교통부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화학물질 사고 대책, 독성조류 대응체제 구축, 국토·환경계획 연동제 등 강력한 정책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새 정부의 주요 인사로는 드물게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환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업무능력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지난 3월11일 취임사에서 인용한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터키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의 시구처럼 ‘지속가능사회’에 대한 깊은 철학이 배어나고, 집에서 월 290㎾ 정도의 평균 이하 전기를 쓴다니까 이를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면모도 보여준다. 환경복지가 복지 중에서도 최상위 복지이자 복지의 완성이라는 생각이라든가 말 못하는 동물과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를 대변하겠다는 의지 또한 진정성 있게 들린다. 우리가 자원과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국토를 과개발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과 자원·에너지를 순환이용하는 자원순환사회 실현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난처한 윤성규 장관 후보자 (경향DB)


걱정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과 관련한 부분이다. 배출량 전망치(BAU)를 8월까지 재전망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의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날벼락이다. 2020년까지 BAU 대비 30% 감축 목표를 배출 허용 총량을 부풀려서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미 2010년 배출량이 9.8%나 증가한 이상 현 정부의 임기인 2017년까지 목표에 근접하려면 BAU 재설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윤 장관의 진짜 마음일까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경향DB)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국내 자원·에너지 정책의 근간조차 흔드는 꼼수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4대강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정권이 벌여놓은 일을 뒷감당하자니 다른 방법이 없을 법하다. 그렇다면 실망이다. 4대강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그 원인부터 제대로 분석하는 게 먼저다. BAU 산정 근거부터 정확히 밝히고 첫 연도부터 전망치가 크게 어긋난 요인을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 유난히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워서 국민이 전기를 마구 썼기 때문이라는 식의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용 전기 사용이 얼마나 증가했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한다. 


BAU 재설정 문제는 최근 고양되는 환경부의 분위기와 국민적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본다. 환경부가 과연 들러리나 뒤치다꺼리 부처에서 탈피해 선진국형 기후변화·에너지정책 및 국토공간계획의 주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시험대에 오른 환경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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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27일에 일어난 경북 구미시 불산 가스 누출사고는 맹독성 물질의 취급에 관한 사전적인 예방과 사고 후 신속한 대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사업자 및 감독기관의 만성적인 안전불감증이 돌이킬 수 없는 인명손실과 환경파괴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런데 불산 가스 피해와는 비교 대상조차 안 되는 핵발전소의 방재(피난)대책은 여전히 형식적인 법규정에 머물고 있는 상태이다.


스리마일섬·체르노빌·후쿠시마의 핵발전소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핵마피아들은 국내 핵발전소는 절대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안전신화의 확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방재계획을 확대·강화하려는 국제적인 추세와는 달리,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피난 및 지원에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지자체들은 의도적이라고 할 정도로 방재계획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재계획의 강화가 사업자인 한수원 및 관계기관의 부담 증가, 그리고 주민의 불안감을 증대시켜 오히려 핵발전소의 확대정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즉, 주민의 안전은 뒷전에 있다.


일본의 검사원이 고리야마의 한 대피소에서 임신한 주부의 피폭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약 2주 후, 20㎞ 북쪽의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시장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식량과 연료의 지원을 애절하게 호소한 적이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생필품 부족 사태, 즉 안전신화가 가져온 허술한 방재대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핵발전소로부터 약 5㎞ 떨어진 곳의 병원 입원환자 약 350명이 피난하는 과정에서 40명이나 사망했고, 또 정부의 늦은 피난 지시 때문에 30㎞ 지점의 주민들이 약 1개월 동안 높은 방사능에 피폭되기도 했다. 심지어 60㎞ 떨어진 곳에서도 일반인 허용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이 측정되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재계획의 파탄에서 교훈을 얻은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올 2월 말 새로운 방재지침을 도입했다. 정부와 핵발전소가 있는 지자체 그리고 사업자에게 방재계획의 강화를 지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방재중점구역(EPZ)을 기존의 8~10㎞에서 30㎞로 확대하고, 특히 5㎞ 지역을 따로 설정하여 방사성물질의 외부누출 전이라도 주민의 예방적인 피난을 실시하는 기준까지 도입하였다. 이로써 일본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채택한 국제기준 30㎞의 방재구역을 겨우 갖춘 셈이다. 한 지자체는 풍향을 고려하여 43㎞에 미치는 방재 및 피난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방재구역은 약 80㎞에 달한다.


한편 현행 8~10㎞의 방재중점구역 범위는 일본이 1980년에 채택한 규정을 빌려 온 것이다. 심지어 시마네(島根) 핵발전소의 9㎞ 지점에 있는 도청 소재지를 편의상 방재중점구역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예외적으로 설정한 8㎞ 규정까지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현행 10㎞의 경우에도 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주변지역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피난시킬 방법과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핵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신체적으로 열악한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피해가 집중된다. 게다가 환자나 장애인의 피난까지 고려하면 더욱 신중한 방재계획의 개선 및 강화가 절실하다. 방재계획은 반드시 실행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만약 방재계획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경우에는 핵발전소의 건설 또는 가동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방재중점구역에 포함된 해수욕장이 유사시 불특정 다수의 피서객들을 무사히 피난시킬 방재계획 수립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의 완성된 핵발전소 허가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사고 발생 시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전에 철저한 사고방지뿐만 아니라 사고 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이라도 충족할 수 있도록 현행 형식적인 방재계획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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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 시인



 

고향에 있는 백양사는 놀이터처럼 자주 드나들던 따뜻한 절이다. 부도밭을 지나 절에 들어갈 때 맨 먼저 만나는 이는 덮쳐올 듯 기립한 사천왕(四天王)이었다. 퉁방울눈과 우람한 덩치의 형상 사이를 잰걸음으로 지나며 나는 늘 목이 쑥 움츠러들게 무서웠다. 


우리 사남매가 늦게까지 잠을 안 자면 어머니는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애기들이 밤 늦도록 안 자면 사천왕이 잡으러 온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시작한 후로 나는 4대강 사업이라는 말이 사천왕보다 무서웠다. 절대 불가한 이유와 이론, 하소연과 부당함을 많은 이들이 외쳤으나 그들은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 우겼고, 불리한 입장에서 빠져나갈 요량을 거침없이 마련했다. 


(경향신문DB)


역사도 문화도 미래의 국토도 염두에 두지 않은 졸속과 천박이 자명했으나, 저항할 수 없는 완력이었다.


2008년, 역사 이래 최대의 국토 절단 내기가 시작되었으며, 힘없는 국민은 토건족을 욕하거나 원망하거나, 죽어가는 강물에게 자주 속죄했다. 침묵하는 자연의 분노가 부메랑처럼 들이닥칠 예감에 두렵기도 했다. 


그 절망의 4년 동안 지율 스님은 영화 <모래가 흐르는 江>을 만들었다. 4대강 사업 착공 후부터 낙동강 공사장을 따라 걸으며 백 미터마다 멈추어 촬영한 영상을 모은 것이다. 시사회 후 지율스님에게 한 기자가 질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에게 분노하지 않으셨습니까?”


“4대강 사업은 어느 한 사람의 결정이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허락한 일입니다. 분노나 원망 같은 것은 내려놓고 강의 모습을 따라갔습니다. 그분에 대한 분노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가 기록한 낱낱의 풍경이 시처럼 아프고 아름다웠다. 


물과 모래가 함께 흘러가는 투명 속에서 아이들이 꽃잎처럼, 버들치처럼 뛰어놀았다. 굴착기가 퍽, 퍽 찍어내는 강의 속살에서 피가 흐르지는 않았다. 아궁이에 든 불을 추스르는 수몰지구 노인도 깊게 탄식할 뿐 울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 강이 재앙 속으로 주저앉는 모습, 400년 이상 거기 깃들어 살던 숲과 학교와 사람들 모습이 흔들리는 캠코더를 통해 막막하게 재현될 뿐이었다. 


강들은 이제 원형을 잃었고, 실핏줄 같은 지천들은 깊어진 본류를 향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그 참담을 밟고 지천 상류에는 댐이 건설되고 있다. 대한민국 어느 토건 현장에서나 발견되는 ㅅ물산 로고가 내성천 파괴 현장에서도 여전히 위용을 자랑했다. 그들이 외치는 경구의 치밀함이라니!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하라.”


내성천 공사가 이미 엄청나게 진척된 듯 보이지만 실제 공사 진행률은 5%에 불과하다. 공사를 멈추고 기다리면 강은 스스로 제 몸을 회복한다. 100% 진실 앞에, 기다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삶의 터를 잃은 수달, 삵, 먹황새, 원앙, 흰수마자들에게 그 강을 돌려주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하늘에 별이 있는가? 강에는 모래가 있다. 내성천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우주다. 강물에 종아리를 담그고 발가락 사이 간질이는 모래밭을 걸어본 아이는 스스로 땅을 안다. 


“우리가 머 아나. 나가라면 나가야재. 지금은 어른 대접이 없는 시대라….” 


흰 신작로를 걸어온 아들이 들어설 대문에 영산홍 심어둔 노인을 그 집에서 쫓아낼 당위성을 4대강 사업은 갖지 못했다. 이 나라에 국책사업보다 소중하지 않게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성의 시대를 약속했던 현직 대통령이 4대강 공사를 완전히 중단시키면 참 좋겠다. 강의 찢긴 몸을 끌어안고 국민들과 함께 강의 부활을 기다리는 대통령의 모습은 피에타에 버금가는 장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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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시민소송이 제기됐다. 에코델타시티 시민대책위원회는 어제 서울행정법원에 낸 소장을 통해 지난해 말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시한 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지정이 국가재정법 위반, 부산시 도시기본계획 역행, 경제적 타당성 부족, 수질 악화를 비롯한 부정적 영향 초래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4대강 사업도 모자라 수변구역 난개발을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친수구역 사업이 이런 모습으로 다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경향신문DB)


거듭 강조하거니와 2010년 말 예산 날치기 과정에서 함께 통과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은 정당성도 타당성도 결여된 폐기해야 할 법이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한국수자원공사에 맡겨서 발생한 약 8조원의 빚을 보전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밀어붙인 ‘4대강 주변 개발법’으로 ‘수자원공사 특별법’ ‘MB 욕망법’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형편이다. 에코델타시티는 바로 이 친수법에 의해 지정된 첫 사례다. 사업비 5조4386억원을 투입해 부산시 강서구 강동동 일대 낙동강변 1188만5000㎡(약 360만평) 부지에 2만9000가구(계획인구 7만8000명)와 첨단산업, 국제물류, R&D 단지 등을 조성해 6000억원가량의 개발이익을 올리겠다는 게 수공과 부산시의 구상이다. 최근 수공은 설계업체 4곳 선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라는 용산개발사업이 표류하다 부도를 내던 시점이다. 에코델타시티 사업도 보상설명회가 주민 반발로 5분 만에 중단되는 등 온갖 잡음을 내고 있고, 건설시장 침체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등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대상지는 생태적으로 매우 민감한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에 위치해 있다. 대부분 표고 0.4~4m의 평탄지로서 홍수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 인구 약 8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를 조성하고 콘크리트 건축물과 포장 도로로 도배한다는 것이다. 환경생태도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가장 기본적인 수질 악화조차 막을 수 없다. 대형 토목 개발, 밀어붙이기와 속도전, 주민·전문가·시민단체와의 불통, 밀실행정 등 추진 과정의 졸속·부실은 말할 것도 없다.


친수구역 사업은 전국의 난개발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용산과 같은 ‘괴물 사업장’이 나올 우려도 있다. 이미 대전 갑천지구, 나주 노안지구, 부여 규암지구 등이 시범단지 지정 신청을 한 상태다. 4대강 사업이 강과 자연의 훼손을 가져왔다면 그 후속 친수구역 사업은 인간과 공동체까지 황폐화하는 ‘난개발 폭탄’이 될 공산이 크다. 추진을 중단하고 재고해야 한다. 친수법도 폐기해야 한다. 정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면 특별법이 아니라 국가재정법·하천법·자연환경보전법 등 일반법의 범위에서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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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 변호사



경북 영양군으로 가는 길은 멀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반이 걸린다. 그나마 하루에 5번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양군을 ‘오지’라고 부른다. 서울의 1.4배 면적에 1만8000여명의 인구가 사는 곳이다. 그리고 영양읍내에서 다시 차를 타고 20분을 더 가면 수비면이 나온다. 그곳에 장파천이라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다. 산골짜기를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그런데 이 조용한 골짜기의 평화가 깨졌다. 장파천을 막아 높이 76미터, 길이 480미터의 거대한 댐을 짓겠다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영양댐’ 사업이다.


아마 누군가가 반대하지 않았다면 영양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을지도 모른다. 작은 지역에서는 ‘제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영양군수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거리가 필요한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아마 ‘이 시골에서 감히 누가 우리 일에 반대하랴’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지역과 중앙의 토건세력이 손을 잡았는데, 시골에 댐 하나 짓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섰다. 수몰지역의 주민들, 인근 마을의 주민들, 귀농을 한 사람들이 댐의 문제점에 대해 조사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댐이 들어선 다른 지역에 가보고, ‘댐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허구라는 것을 확인했다. 댐이 만들어지면 농사에도 막대한 피해가 생기고 마을과 생태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호주머니를 털어 버스를 대절해 서울까지 다니면서 부당함을 호소했다. 사실 보상을 바란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농사를 계속 짓는 것이고,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주민들이 확인한 영양댐의 문제는 수없이 많다. 한마디로 영양댐은 ‘막장’ 토건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성과 타당성 자체가 없는 사업이다. 오죽했으면 환경부가 댐건설계획에서 영양댐은 제외하라고 얘기했을까?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영양댐을 만들어 180킬로미터나 떨어진 경북 경산시로 산업용수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경산시에 필요한 물은 가까운 낙동강이나 대구에서 공급받으면 된다. 국토해양부는 영양군에 물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인구가 줄고 있는 영양군에 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설사 물이 필요하더라도 댐을 짓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의 얘기와 주민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영양댐은 ‘댐을 위한 댐’에 불과하다.


이 사업이 추진된 과정도 수상하다. 영양댐은 영양군수가 건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양군수는 지역건설업체 대표 출신이다. 그리고 영양군수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건설업체에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준 것이 감사원에 적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토건사업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3139억원이면 영양주민 1인당 1700만원이 넘는 엄청난 돈이다. 이런 돈을 불필요한 토건사업에 쏟아붓는 것은 4대강 사업 못지 않은 혈세 낭비이다.


그런데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24억원을 주고 용역업체를 고용해 측량과 보상을 위한 조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용역업체는 시골의 힘없는 주민 10명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했다. 노동 사안에서 악용되던 고소·고발과 손배소송이 시골농민들에게도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법 없이도 잘살아온 농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


(경향신문DB)


이제 봄이다. 봄이 되면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제발 영양군 수비면의 농민들이 농사지을 수 있게 하자. 쓸데없는 공사는 그만하자. 박근혜 정부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4대강 사업과 본질이 동일한 영양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 토건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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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발생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있고 언제 수습이 완료될 지 알 수 없으며 또 언제 상황이 더 악화될 지 종잡을 수 없다. 녹아내린 핵연료봉을 원자로에서 꺼내는 데만도 30년에서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일 매일 평균 400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고 있지만 처리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기준치의 1억3000만배에 이르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 후쿠시마 앞바다는 이미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오염된 바닷물은 농도가 묽어진다 해도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전 4기에서 노심용융과 수소폭발이 일어나 원전재앙의 상징이 되어 버린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남긴 걸까? 사고 당사국인 일본에서는 여전히 탈핵으로의 길이 순조롭지 않다. 사고 이후 사고 원전 4기 외 나머지 50기 원전이 이듬해 5월5일 모두 멈췄다. 하지만 두 달 후인 7월에 오이원전 3, 4호기를 재가동하기 시작했고, 12월 총선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 원전 폐기를 약속했던 민주당이 참패하고 “3년 안에 원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고 원전 철폐 여부는 향후 10년간 검토하겠다”는 자민당이 압승했다. 자민당의 압승이 국민 다수가 원전 재가동에 찬성하거나 원전 폐쇄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끔찍한 원전 재난을 겪고 있는 그 사회에서 원전정책이 투표의 주요 결정 기준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탈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식지 않았지만 원전재난을 겪은 바로 그 사회에서조차 다수가 탈핵을 원한다 해도 탈핵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일에서는 에너지혁명이란 의미의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가 진행 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1년 5월 말 원자력으로부터 ‘단계적 탈출’을 선언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재생에너지 시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독일의 탈핵 결정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사회민주당 정부가 원자력법을 개정해 가동 중인 원전에 평균 수명 32년을 적용, 독일 내 17개 원전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전 폐쇄하기로 했으나 보수 연정을 통해 집권한 현 정부는 그 결정을 번복하려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 17인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 폐쇄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후 노후 원전 8기를 즉각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독일에서는 원전으로 생산된 전력량보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량이 더 많아졌고 전력을 수입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전력을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물론 이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다. 전기요금이 올랐고 풍력이 풍부한 북부로부터 산업시설이 주로 입지해 있는 남부지역으로의 송전선 건설도 쉽지 않은 상태이며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전력 저장기술도 온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독일에서는 다양한 에너지 효율 향상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이나 전력 저장 기술이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초록투표하세요 캠페인 (경향신문DB)


그렇다면 우린 어떤가? 지난달에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원전 건설 확대계획을 잠시 미루고 대신 총 10.7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12기를 건설하도록 허용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시각이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과 확대엔 여전히 미온적이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쓰는 산업부문에 대한 전력요금 저가 정책을 고수하고 원자력과 석탄으로 전력을 계속 공급하는 나라에 독일과 같은 혁신이 가능할까?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도 현재의 길을 갈 수 있는 이유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있고, 그 시민들이 원전정책을 중요한 투표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된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그 사회를 우린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과 열쇠는 우리 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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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논설위원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을 추진한 지 1년이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년을 맞은 어제 하루 종일 우울하고 답답한 상태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다.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했던 것은 후쿠시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우리가 그 단어에 너무 익숙해져서 식상한 주제가 돼버린 듯해서다.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대책’이 떠오른 것은 거기에 식상함을 상쇄할 뭔가가 있어 보일 것 같아서였다.


2011년 3월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사태는 인류 문명사에서 매우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현대를 3·11 이전과 이후로 양분할 정도로 문명에 대한 인식 체계와 삶의 방식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삼으려는 관점마저 있다. 비록 이런 관점에 동의할 의사가 없거나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핵에너지의 공포에서 자유롭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 수학자 존 캐스티는 <X이벤트>라는 저서에서 고도로 복잡하고 기술 의존적인 현대사회에 닥칠 치명적인 재난들을 언급했다. 그는 이런 드물고 놀라운 ‘X사건’이 복잡성의 불균형 내지 과부하에 따른 드물지도 놀랍지도 않은 현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후쿠시마 사태를 대표적인 예의 하나로 들었다.


후쿠시마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이들에게 X사건은 그리 두려울 것 없다. 어느 탈핵운동가가 부산 기장에서 택시를 탔다가 기사에게 후쿠시마 사태와 원전 문제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고 한다. 고리원전 인근에는 후쿠시마 주민 대피권역인 반경 30㎞ 안에 320만명이 살고 있다. 묵묵히 얘기를 듣던 택시기사가 던진 한마디에 그는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터져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물론 틀린 얘기다. 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핵(원자력)에너지다. 인간이 유발한 사고나 전쟁은 노력에 의해 멈출 수 있다. 홍수·폭풍·지진·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고 인간의 노력으로 복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전 사고와 방사성폐기물은 문명이 끝날 때까지 멈추게 할 방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눈을 막고 귀를 닫은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더 해서 무엇하랴.


그래서 역발상을 한 서울시의 시도에 새삼 눈길이 갔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후쿠시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포스트 3·11 시대’를 지향하는 실천적 종합대책이라고 할 만하다. 서울은 전국 전력 소비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전력 자급률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력 소비도시다. 전력 생산을 늘리기 위해 추진하는 원전과 전기를 서울로 끌어오기 위해 건설하는 송전탑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 서울시가 반원전 정책을 펼치기는 궁색하게 돼 있다. 국가의 원자력 진흥 정책이 있고 에너지 시장의 왜곡이 존재하고 거액이 투입돼 원자력 홍보가 이루어지는 마당에 현실도 척박하다. 스스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으로 원전 1기분을 감당하겠다는 정책은 그래서 돋보일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 하나 줄이기 시민 실천 쿨비즈’ 패션쇼에 참석해 모델들과 함께 워킹 (경향신문DB)


지난해 4월 박원순 시장이 직접 발표한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은 서울시 전력 자급률을 2014년까지 8%,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서울시는 2014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광원전 5호기의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 91억4200만㎾h를 절약·생산하고 121만TOE(석유환산톤)에 해당하는 석유·도시가스를 절감하게 된다. 지난해 서울시는 태양광·하수열·소각열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분야, BRP·LED 등 에너지 효율화 분야, 에코마일리지·에너지클리닉서비스·자율실천운동 등 에너지 절약 분야 등에서 80% 이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 부진과 태양광 전력 거래 가격의 지속적 하락 등 악조건하에서 올린 성과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바로 다음해인 2010년 무려 9.8%의 배출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새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기존의 정책을 답습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돼 부처끼리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그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왜곡은 끔찍할 지경이다. 시스템에어컨(EHP)에 이어 요즘 전기조리기구(인덕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업체와 음식점에서 인덕션을 사용하면 LPG보다 71%, LNG보다 31% 비용이 절감된다고 마케팅하고 있다. ‘터져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는 마당에 생수로 빨래하는 것이 더 싸고 편리하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한쪽에서는 대기전력 하나라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다른쪽에서는 전전기(全電氣) 방식의 생활을 추구하는, 후쿠시마 사태 2주년 대한민국의 두 얼굴이 괴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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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 영화감독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황윤이라고 합니다. 최근 경남 거제시가 대형 수족관과 돌고래 쇼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던 <코브>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혹시 보셨는지요? 못 보셨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릭 오배리는 1960년대에 돌고래 조련사로 세계적 명성을 떨칩니다. 계기는 TV시리즈 <플리퍼>였습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할 돌고래들을 야생에서 직접 잡아와 훈련시켰습니다. 오배리는 이 방송물로 돌고래 조련의 대부가 되었지만, 자신이 훈련시켰던 돌고래 캐시의 죽음 이후 쇼를 그만둡니다. 그때부터 그는 40년째 돌고래 보호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쇼를 그만두었던 걸까요?


돌고래는 야생에서 하루 65㎞를 여행하는 행동반경이 넓은 동물입니다. 또 청각이 고도로 발달된 동물입니다. 음향을 이용해 환경을 이해하는 그들의 감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누군가의 심장이 뛰는 것도 알 수 있고, 임신을 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족관과 쇼 장에 존재하는 소리들(기계 소리, 관중의 환호, 음악, 호루라기 소리, 이 모든 소음들이 실내의 벽에 닿았다가 반사되는 반향음)이 돌고래들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 개장 당시 돌고래들이 연이어 죽었는데, 원인을 알고 보니 정수장치의 소음 때문이었습니다.


돌고래는 자의식이 있는 동물이라고 학계는 보고합니다. <플리퍼>가 방영될 당시, 5마리의 돌고래가 돌아가면서 ‘플리퍼’ 역할을 했는데, 캐시는 작은 TV 화면에 비친 5마리 돌고래 중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구분했다고 합니다. 돌고래는 인간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지능이 높을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의식’을 가진 존재라고 합니다. 그들은 전혀 다른 종의 이웃도 적극 도와줍니다.


캐나다의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위험에 처한 새끼 바다표범을 구출하는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했습니다. 바다에서 죽을 위험에 처한 인간을 돌고래들이 살려준 일화는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돌고래를 좁은 콘크리트 수조에 가두고 모진 훈련을 시켜 죽음으로 이르게 한 죄책감을 오배리는 견디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많은 돌고래 쇼장에는 위장약이 상비돼 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로 위궤양을 앓는 돌고래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야생 돌고래는 평균 40년을 살지만, 갇혀 있는 돌고래는 평균 5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좁은 공간, 관계의 단절, 단조로운 환경, 좋지 않은 물 상태,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울산 고래수족관, 제주 퍼시픽랜드와 아쿠아랜드, 서울대공원을 포함해 전 세계 수족관과 쇼장에서 수많은 돌고래들이 죽어갔고,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야생 돌고래들이 포획되며 멸종위기로 몰리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들이 마지막 쇼를 펼치고 있다. (경향신문DB)


1970년대 영국에는 30개도 넘는 돌고래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9년에는 3개로 줄어들었고,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은 해양포유류를 수족관에 전시하는 것을 금하거나 수족관이 아예 없습니다.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이용됐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서울시가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흐름에 따른 결정입니다. 콘크리트 수족관에 야생 돌고래를 가둬놓고 쇼를 하는 것은 더 이상 문화 선진국에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동물쇼는 반생명적인 동물학대로 인식돼 세계적으로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거제시장님, 돌고래 쇼장 건설계획을 지금이라도 철회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신 푸른 바다에서 야생 돌고래가 뛰놀게 해 주신다면, 거제는 생태 선진도시로 이름날 것이고, 저는 거제시장님의 열렬한 팬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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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측에 2014년의 한·미원자력협정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및 농축우라늄의 승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및 저장시설의 포화문제가 요청의 주요한 원인으로서 짐작된다. 그런데 당선인은 재처리가 경제적, 과학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에너지정책은 국가의 기본정책인 만큼 당선인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정확한 자료 및 정보가 보고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1만2000t이 넘는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다. 또 매년 약 800t씩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핵발전소 내의 저장시설인 수조가 2023년의 영광핵발전소를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원자로에서 막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20초의 피폭으로도 치사량이 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기 때문에 냉각 및 재임계 방지 등을 위해 핵발전소 내의 수조에 최소 5년 정도는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수조의 포화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추진파들은 건식 재처리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의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방법 중에서도 ‘재처리’는 최악의 방법이다. 그 이유는 첫째, 추진파들은 재처리를 통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량을 10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게다가 폐기물의 감량을 판단할 핵종의 발열량 등에 관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과학기술 또는 이론적으로도 방사성물질의 안전한 처분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핵발전소는 치명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그저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과학기술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둘째, 고속로의 상용화는 적어도 100년 이내에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방사능의 반감기가 수십만년 이상인 장수명 핵종들을, 고속로 내의 핵분열을 통해 1000년 이하의 단수명 핵종으로 바꾸어, 결과적으로 영구 처분장의 규모와 관리기간을 줄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재처리공장에서 분리하는 핵종수는 사용후핵연료의 약 400종 중에서 겨우 10종 이하로서 최종적인 핵종의 완전분리는 몇백년 후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핵심시설인 고속로의 개발은 60년이 흘렀으나 선진국들도 상용화에 실패한 상황이다. 만에 하나 고속로가 상용화돼도 일반 핵발전소(경수로)보다도 사고 시의 높은 핵폭발 가능성과 훨씬 넓은 피해범위를 갖는다. 


셋째, 추진파들은 재처리로 사용후핵연료 속의 우라늄 및 플루토늄 등의 재활용률이 94~96%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 우라늄 중 92%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은 불순물이 많아서 오히려 핵분열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현재 산화혼합물(MOX) 연료를 만들 때는 농축공장에서 나온 우라늄238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농축공장의 우라늄238의 배출량이 재처리공장보다 약 7.8배나 많고, 열화우라늄탄 이외에는 별다른 용도도 없어 그냥 쌓여 있다. 따라서 핵발전소에서의 재활용률은 플루토늄만의 이용의 1% 이하이며, 재처리공장 및 핵연료 가공공장 등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의 재활용률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3조원의 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재처리를 추진할 것인가? 게다가 재처리를 해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최소 10만년간 보관할 영구처분장의 확보는 불가능하다.


원전반대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페센하임 핵발전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당선인이 원자력 및 재처리에 관한 원리를 전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곤란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재처리 및 고속로를 포함한 원자력클러스터 등을 추진하려는 일부집단의 무리수를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정책은 핵발전소의 안전향상을 최대한 꾀하면서 단계적인 축소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특히 핵발전소 폐로산업에의 집중적인 투자는 미래의 성장동력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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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 |‘야생초 편지’ 저자


 

우리처럼 속도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안전’이다. 어찌되었건 남보다 빨리 해치워야 하니 불법, 편법은 물론 잘못되면 재앙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경우에도 무모한 운행을 일삼곤 한다. 그렇게 해서 세계가 경악할 만한 경제기적을 이루어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 사이 우리 국민들 뇌리에 뿌리 깊이 각인된 안전불감증은 참으로 골칫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하긴 가슴 철렁한 사건·사고를 하도 겪다보니 이젠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작하지 않는다. 10년 동안이나 핵발전소에 짝퉁 부품을 납품하고 잦은 고장으로 발전소가 멈춰서는 사태가 벌어져도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사건·사고로 기억하는 모양이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항의를 해보지만 정부와 언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심지어 일부는 어떤 보상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한동안은 시끄럽겠군 하는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 이 시각 지구상에서 핵에 관한 한 가장 부러운 나라는 독일이다. 작년 3월12일에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원전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지구 반대쪽에 있는 독일에서는 거센 탈핵운동이 벌어졌고, 이에 독일 총리 메르켈은 즉시 ‘원자로안전위원회’와 ‘안전한 미래에너지를 위한 윤리위원회’를 발족시켜 독일 핵발전소의 실태를 조사해 보고토록 했다. 두 위원회는 집중적인 조사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두 달이 채 지나기 전에 결과를 보고했다. 


독일 환경단체들이 “원전 즉각 폐기”를 요구하며 연방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DB)


‘원자로안전위원회’는 독일 원전시설의 안전성은 대단히 높은 편이나 초기에 지은 7개의 원자로는 비행기 충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쇄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윤리위원회’는 사고로 인해 유출될 수 있는 방사능과 처치 곤란한 핵폐기물의 누적은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두 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독일 의회는 2011년 7월 압도적 다수표결에 의해 문제가 된 원전의 즉각 폐쇄와 함께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명령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지난 세기에 미증유의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의 적이 되었던 독일이 거꾸로 핵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대세계의 구원자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결정을 이끌어낸 메르켈 총리는 사실 핵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이었으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고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2년까지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합의 보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향신문DB)


참고로 역사적 결정이 이루어지던 당시 독일의 전력구성비는 원자력 22%, 재생에너지 16%였으나 1년 후엔 원자력 11%, 재생에너지 25%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웃 나라 일본은 전력의 30%를 차지하던 원전을 모두 껐음에도 지난 1년을 멀쩡하게 버텨왔다. 반면에 한국은 이때야말로 핵산업계의 선두로 치고나갈 기회라며 신규 원전의 건설과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전성과 윤리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한 이 무모함과 영악함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후발주자로서 우위에 서기 위해 벌이는 어떤 무리수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핵관련 산업에 있어서만은 안된다. 단 한번의 사고로 모든 것이 제로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활성대에 있는 일본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1000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안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두가 핵폐기물을 재처리해 얻은 것이다. 핵무기를 만들자니 평화헌법에 걸리고, 핵발전소 연료로 쓰자니 국민들이 반대한다. 똥은 싸질러 놨는데 치울 길이 없는 것이다. 이미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일본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지만 이후 비슷한 지진이 특정 장소에 한 번만 더 온다면 그것으로 일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우리 앞에 일본과 독일이라는 두 개의 길이 놓여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한반도, 나아가 지구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때마침 선거판인데 이참에 친일파가 아닌 친독파 정권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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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1970년대에 독일에서는 원전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도 이 운동에 꽤 많이 참여했다. 그들 중에는 하노버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반대시위에 적극 가담하면서 동시에 원전의 위험을 알리는 시민계몽 운동을 벌였다. 그 다음에는 구체적인 대항 운동으로 태양열 온수장치를 만들어 설치하는 일을 시작했다. 첫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에 고무되어 1979년에 아예 원자력을 몰아내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은 태양에너지 기업을 설립했다. 여덟 명의 친구들이 설립자이자 직원이 되어 출발한 이 기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공동소유, 공동운영, 공동 수익분배가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고, 수익이 조금 나더라도 재투자를 했다.


이 회사가 설립된 지 33년이 되었다. 규모는 커졌지만 원자력을 몰아내고 지속가능한 사회의 건설에 기여한다는 설립 초기의 정신과 운영 원칙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설립자 여덟 명도 한 명만 빼고 모두 남았다. 직원은 350명, 매출액은 3600억원으로 늘어났고 유럽 전역, 북미, 북아프리카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여전히 회사는 100% 직원 소유이고 공동운영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신입직원은 일한 지 2년이 되면 회사의 지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경영진은 2년마다 전 직원이 선출한다. 경영자로 선출되었다가 2년 후에 선거에서 지면 다시 평직원으로 돌아간다. 평등한 수익분배의 원칙은 조금 바뀌었다. 얼마 전부터 급여에 약간의 차등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태양에너지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서도 원자력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사무실과 공장 건물에서는 난방에너지를 보통 건물의 10%도 안 쓰고, 이것조차도 재생가능 에너지를 쓴다. 1998년에는 독일 최초의 파시브하우스 에너지 자급 사무실 건물을 완공했고, 그후 에너지 100% 자급 공장도 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 반대 정서가 꽤 퍼져 있다. 그러나 아직은 주로 반대의견의 표출에 머물러 있고 정부와 정치인에게 원전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간간이 일어나는 시민참여 태양광발전소 건설 운동이 참신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생산한 전기를 원전 위주 독점기업인 한국전력에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신선하지는 않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기 전 일본에서 재생가능 전기 보급에 열심이던 어느 시민단체에서는 10년쯤 전 그 전기를 도쿄전력에 판매하는 게 가능하도록 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에 대해 약간의 비판과 논쟁이 있었는데, 이것이 옳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내려주었다. 원자력을 모시는 도쿄전력을 인정하면서 원자력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이 틀렸던 것이다. 비판 측에서 내놓은 대안은 도쿄전력에서 받는 전기를 끊고 전기 자급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느리고 아주 어렵지만 시민단체에서 이 길을 선택했다면, 전기 독립 주택이 많이 생겨났을 것이고,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제한송전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의 생산과 공급을 한전과 그 자회사가 거의 독점한다. 이들이 공급하는 전기의 40%는 원자력에서 나온다. 원전 1기를 줄이기 위해 재생가능 전기를 생산하고 에너지 절약을 열심히 하더라도, 이 독점을 깨지 않으면 원자력을 몰아낼 수 없다. 지금의 정치·경제 상황에서 한전의 독점을 깨기 위한 첫걸음은 전기 독립이다. 한전에의 종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1979년에 설립된 독일의 에너지 독립 기업은 지금도 묵묵히 원자력 없는 지속가능 사회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설립자들은 젊은 시절의 꿈과 비전이 실현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젊은이와 기업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나 수십년 후에도 꾸준히 자기 길을 가고 있어야만 원자력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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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나가는 무렵에야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를 두고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엊그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지식경제부 및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내년 4월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2014년까지 저장고 건설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다. 2009년 7월 공론화 위원장으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내정까지 해놓고 유야무야하더니, 골치 아픈 공론화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떠맡으라는 주문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인체에 무해하게 되기까지 10만년이 걸리는 고준위 폐기물이다. 국내 23개 원전에서 해마다 1만7000다발(1다발=핵연료봉 256~289개 묶음)이 배출된다. 현재 원전 내 임시저장소에 보관하고 있지만 수용능력이 벌써 70%를 넘었다.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처리 또는 저장 문제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과소비해온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 방식은 앞뒤가 뒤바뀌었다. 2024년이면 모든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논리만 집중 강조하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영광군 주민들의 시위 (경향신문DB)



한국사회는 1990년대 이후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마련하는 데만도 심각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폐기물 처리시설 후보지 선정을 놓고 1990년 안면도에서 시작돼 굴업도와 부안을 거치면서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번엔 더욱 시간적 여유를 두고 후보지역의 지질학적 안정성 및 환경영향 평가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투명하게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 차원에서 50년, 100년 뒤를 내다보는 에너지 대계를 새로 작성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하고 그 토대 위에서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 문제를 고민하자고 나서야 비로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쉬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잠정 확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탈원전에 국가적 역량을 쏟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원전장사’에 몰입해왔다. 차기 정부는 지난 5년간 상업적인 가치관에 매몰됐던 원전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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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원영 |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


 

영광 3호기 제어봉 균열 등 원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문제가 발생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불안한 원전 가동 중단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논하기보다 전력대란을 운운하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아쉽다. 전기가 부족하니 위조 부품을 끼우고서라도 원전 가동을 강행해야 한다는 말인가.


전력난은 최대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이지, 원전이 감당할 일이 아니다. 원전은 최저전력소비를 담당한다. 전력소비량은 최대, 평균, 최저전력소비가 다르다. 24시간 중 시간대별로 다르고 날마다 다르다. 전력난은 그중 전력소비가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전력난을 우려할 만큼의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하는 날은 1년 중에 며칠이다. 이런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되는 시간에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전기냉난방기 대신 가스냉난방기를 써도 된다.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될 때 소규모 가스발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형건물에 있는 자가발전설비도 활용할 수 있다. 작년 최대전력소비에서 전기난방 비중이 25%였다. 난방기 온도를 1도만 조정해도 원전 1기 분량을 절감할 수 있다.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되는 그 시간에 잠깐 전력소비를 분산시키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올 들어 정지된 원전과 고장 원인 (경향신문DB)


일본 도쿄전력의 사례를 교훈삼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은 이미 10년 전에 원자로 균열을 은폐한 것 때문에 문제가 됐다. 2002년 8월30일 도쿄전력은 20여년간 핵발전소 주요 부위의 균열사고를 은폐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알려진 이 사건은 추가 조사를 통해서 29건의 균열 등 은폐 건이 더 발견됐다. 결국 도쿄전력은 회장 등 책임자 5명이 사임하고 도쿄전력 소속 원전 외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예상되는 타 전력회사의 원전까지 17개의 핵발전소가 장기검사를 위해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도쿄전력의 원전 중에서 50%가 가동 중단됐지만 전력공급에는 차질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원전이 필수적인 것인가라는 의구심에 대한 공감대가 이때부터 형성됐다.


지금 우리는 전력난을 핑계로 위험한 원전을 가동하거나 안전점검을 미뤄서는 안된다. 전력난을 이유로 안전점검에 소홀하면서 가동을 강행한다면 언제 또다시 원전이 갑자기 중단될지 알 수가 없다. 이 불확실성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수요를 줄이는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대규모 용량의 원전이 갑자기 전력계통망에서 탈락하는 것은 정전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기사용을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원전의 안전조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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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


 

지난 7월, 파나마에서 열린 제64회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과학포경 개시를 선언하자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다. 미 국무부가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호주 총리, 뉴질랜드 외무장관까지 나서 외교적 압박을 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인과 환경단체, 국내외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친 뒤 과학포경 계획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11월1일에 열린 환경단체 의견수렴 회의에서 농수산부는 애매한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과학포경 금지와 모든 고래종 보호를 위해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마저 지난 14일 국토해양부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원회 심사에서 찬반논쟁 끝에 계류되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바다에 서식하는 고래의 운명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밍크고래 포경반대 (경향신문DB)


 정부가 과학포경 대상으로 지목한 한국연근해 밍크고래 개체군은 이미 과도한 포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국제포경위원회가 보호 개체군으로 지정했다. 이들의 개체수가 최근 늘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해마다 5~7%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부가 굳이 밍크고래를 살상하면서까지 파악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들의 먹이습성이다. 고래가 상업어종을 다 잡아먹어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먹이습성 연구는 조직 샘플을 통한 지방산 분석이나 배설물 분석 등 비살상적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상업어종의 감소는 고래가 아닌 인간의 과도한 어업활동의 결과다. 세계식량기구는 세계 어족자원의 80% 이상이 과도한 착취로 인해 심각한 고갈 상태에 있다고 보고한다.


지금 한국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다음달 국제포경위원회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과학포경을 진행한다면, 과학을 위장한 상업포경으로 전 세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일본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과학포경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전 세계인의 목소리를 한국 정부에 전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95개국에서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에 동참했다. 정부가 이러한 세계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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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11월11일, 지난해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창립한 지 꼭 한 해가 된 날이었다. 국내외 1052명의 교수들은 ‘탈핵선언문’을 통해 원자력 발전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통제한다”는 모순된 논리에 기초해 있으며 “미래세대, 미래의 생명을 죽음과 파멸로 몰아가는 폭력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진 그린피스의 인터넷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남아공을 제외한 대다수 원전 운영국들이 원전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가운데 다수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가면서 탈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험하고 폭력적인 에너지 너머’, 그것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다.


원전 미검증품 설치 현황 (경향신문DB)


 하지만 우리 사회는 탈핵과 에너지 전환 행보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정부는 원전 확대정책 유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분명하지 않은데다 최근 들어 원전들의 잦은 고장과 납품 비리, 불시 정지 사태가 이어지고 최근 영광3호기에서는 국내 원전 사상 처음으로 노심과 연결된 제어봉 안내관이라는 핵심 시설에 균열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는 하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지금의 사회적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이런 반응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최근의 원전 관련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이런 일들로 원전사고가 일어나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뻔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보다 가동 중단으로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원전은 한 기당 200만개에서 250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전은 너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이들 부품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한 군데서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어마어마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페로라는 사회학자는 사고 원인이 이런 복잡하고 꽉 짜인 체계 자체에 내재해 있다고 해서 이런 사고를 ‘체계사고’라고 부르기도 하고 복잡한 체계의 일상적인 작동 과정에서 이런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정상사고’라 부르기도 한다. 즉, 원전사고는 원전을 가동하는 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페로는 이런 특성을 지닌 기술은 폐기만이 해답이라고 단언했다. 


그동안 심각한 원전사고가 일어난 미국, 구소련, 일본이 원전기술 선진국이란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현재 세계 5대 원전대국 중 중대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나라는 이들 3개국을 제외한 프랑스와 한국뿐이다. 사고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잠재해 있는 원전에 대해 짝퉁 부품을 쓰고 점검까지 소홀히 하며 정보공개도 하지 않고 있으니, 한국이 그 다음 사고국이 되지나 않을까 불안할 따름이다.


원전은 우리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에너지다. 미래세대도 문제지만 일상적인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현 세대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어떤 삶을 원하는가? 안전을 담보로 위험을 감내하며 편리함만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의 불편을 감내하더라도 안전하고 윤리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 


에너지 전환은 가능하다.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제도를 바꿔 나가면 소망은 현실이 된다. 12월19일, 우린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뽑는다. 국가 지도자가 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원전을 넘어 어떤 에너지 미래를 열어가려 하는지, 꼭 살펴볼 일이다. 


우리의 귀한 한 표, 환경을 살리고 안전하며 평화로운 에너지를 지향하는 후보에게 던져야 하지 않을까? 나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가 내 한 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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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림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변화 캠페이너


 

지난 5일 지식경제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부품 납품업체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검증기관의 10년치 검증서를 조사한 결과 총 60건의 검증서가 위조됐다고 밝혔다. 또한 위조된 부품 7682개 중 5233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영광 5, 6호기는 부품교체가 완료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번에 확인된 부품은 핵심 설비에 사용될 수 없는 부품”이라며 원전 안전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작은 실수와 부품의 오작동 등이 맞물려 대형 원전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원전 반경 30㎞ 내 거주 인구수가 402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허술한 원전관리는 국민을 더욱더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럼에도 지경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보다는 갑작스러운 영광 5, 6호기의 가동 중단이 가져올 수 있는 전력수급 대란에 더 큰 우려를 표했다. ‘전력난’을 핑계로 원전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원전 확대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원전 반대 신문고 (경향신문DB)


현재 문제가 되는 두 원자로의 전력생산량은 총 200만㎾로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량의 3~4%에 이른다. 물론 예비전력량이 크게 부족한 한국의 경우, 갑작스러운 대형 발전소 2기의 중단은 정전대란(블랙아웃)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전대란은 정부의 전력공급 유연성의 부족과 시스템 관리의 미흡함에 더 많은 이유를 둔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력공급 효율성을 강화하고, 유동적인 예비 발전설비를 갖추는 대신, 전력공급 유연성이 떨어지는 원자력, 화력과 같은 대형 발전소 등의 확대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전력난 우려는 그동안 정부가 내세우던 “원자력발전은 안정적 전력공급원이다”는 주장과도 상충된다. 정부는 서둘러 원전을 재가동하는 대신, 일본의 선례를 따라 국민의식 교육, 대기업 에너지 사용의 관리 등을 통해 전력난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위험하고 비경제적이고 불안정한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전력공급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 고효율 에너지 제품 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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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영광 원자력발전소 5·6호기가 어제부터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원전부품 공급업체 8개사가 미국 품질검증기관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공급한 부품이 영광 원전에 집중적으로 들어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부품을 진짜 부품으로 바꾸기 위해 연말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품질보증을 받지 않은 부품을 공급받아 원전을 가동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경향신문DB)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실 조사 결과 이들 납품업체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9년 동안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000만원어치를 공급하면서 60건의 품질검증서를 가짜로 만들어 제출했다. 외부 제보가 없었더라면 원전은 계속 가짜 부품을 공급받아 가동할 뻔했다. 한수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이 퓨즈, 스위치와 같은 일반 범용제품이어서 원전 안전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올 들어 원전 고장을 일으킨 95개 부품 가운데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원전 불신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수원은 납품업체가 가짜 품질검증서를 내도 육안으로 식별할 길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원전 부품 관리가 너무나 허술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건당 300만원씩인 품질검증서 신청 대금을 아끼려고 눈속임을 한 납품업체들에 있지만, 가짜 부품을 공급받아도 까맣게 몰랐던 한수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제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한수원 직원들이 품질검증서가 가짜임을 알고도 일부러 눈을 감았는지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한수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지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원전 가동 중단이 예고하고 있는 전력난이다. 영광 원전 2기가 제때 재가동을 못하면 우리 예비전력은 30만㎾로 떨어진다. 지난해 9월15일 전국적인 블랙아웃(대정전)이 일어날 당시와 비슷한 예비전력 수준이다. 더욱이 올겨울은 유난히 예년보다 춥고, 추위가 길다고 한다. 전력대란이 걱정스러운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원전가동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고충도 이해된다. 하지만 문제가 된 부품을 서둘러 교체해야 한다. 현재 한수원은 본부장급 간부를 미국에 보내 교체할 부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부품을 사서, 이것을 품질보증기관에서 보증받는 데만 1개월에서 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최악의 사태만은 막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원전은 부품이 10만개가 넘는 만큼 언제든 고장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원전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한수원과 지경부는 지금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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