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시민소송이 제기됐다. 에코델타시티 시민대책위원회는 어제 서울행정법원에 낸 소장을 통해 지난해 말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시한 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지정이 국가재정법 위반, 부산시 도시기본계획 역행, 경제적 타당성 부족, 수질 악화를 비롯한 부정적 영향 초래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4대강 사업도 모자라 수변구역 난개발을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친수구역 사업이 이런 모습으로 다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경향신문DB)


거듭 강조하거니와 2010년 말 예산 날치기 과정에서 함께 통과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은 정당성도 타당성도 결여된 폐기해야 할 법이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한국수자원공사에 맡겨서 발생한 약 8조원의 빚을 보전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밀어붙인 ‘4대강 주변 개발법’으로 ‘수자원공사 특별법’ ‘MB 욕망법’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형편이다. 에코델타시티는 바로 이 친수법에 의해 지정된 첫 사례다. 사업비 5조4386억원을 투입해 부산시 강서구 강동동 일대 낙동강변 1188만5000㎡(약 360만평) 부지에 2만9000가구(계획인구 7만8000명)와 첨단산업, 국제물류, R&D 단지 등을 조성해 6000억원가량의 개발이익을 올리겠다는 게 수공과 부산시의 구상이다. 최근 수공은 설계업체 4곳 선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라는 용산개발사업이 표류하다 부도를 내던 시점이다. 에코델타시티 사업도 보상설명회가 주민 반발로 5분 만에 중단되는 등 온갖 잡음을 내고 있고, 건설시장 침체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등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대상지는 생태적으로 매우 민감한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에 위치해 있다. 대부분 표고 0.4~4m의 평탄지로서 홍수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 인구 약 8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를 조성하고 콘크리트 건축물과 포장 도로로 도배한다는 것이다. 환경생태도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가장 기본적인 수질 악화조차 막을 수 없다. 대형 토목 개발, 밀어붙이기와 속도전, 주민·전문가·시민단체와의 불통, 밀실행정 등 추진 과정의 졸속·부실은 말할 것도 없다.


친수구역 사업은 전국의 난개발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용산과 같은 ‘괴물 사업장’이 나올 우려도 있다. 이미 대전 갑천지구, 나주 노안지구, 부여 규암지구 등이 시범단지 지정 신청을 한 상태다. 4대강 사업이 강과 자연의 훼손을 가져왔다면 그 후속 친수구역 사업은 인간과 공동체까지 황폐화하는 ‘난개발 폭탄’이 될 공산이 크다. 추진을 중단하고 재고해야 한다. 친수법도 폐기해야 한다. 정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면 특별법이 아니라 국가재정법·하천법·자연환경보전법 등 일반법의 범위에서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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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 변호사



경북 영양군으로 가는 길은 멀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반이 걸린다. 그나마 하루에 5번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양군을 ‘오지’라고 부른다. 서울의 1.4배 면적에 1만8000여명의 인구가 사는 곳이다. 그리고 영양읍내에서 다시 차를 타고 20분을 더 가면 수비면이 나온다. 그곳에 장파천이라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다. 산골짜기를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그런데 이 조용한 골짜기의 평화가 깨졌다. 장파천을 막아 높이 76미터, 길이 480미터의 거대한 댐을 짓겠다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영양댐’ 사업이다.


아마 누군가가 반대하지 않았다면 영양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을지도 모른다. 작은 지역에서는 ‘제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영양군수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거리가 필요한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아마 ‘이 시골에서 감히 누가 우리 일에 반대하랴’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지역과 중앙의 토건세력이 손을 잡았는데, 시골에 댐 하나 짓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섰다. 수몰지역의 주민들, 인근 마을의 주민들, 귀농을 한 사람들이 댐의 문제점에 대해 조사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댐이 들어선 다른 지역에 가보고, ‘댐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허구라는 것을 확인했다. 댐이 만들어지면 농사에도 막대한 피해가 생기고 마을과 생태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호주머니를 털어 버스를 대절해 서울까지 다니면서 부당함을 호소했다. 사실 보상을 바란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농사를 계속 짓는 것이고,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주민들이 확인한 영양댐의 문제는 수없이 많다. 한마디로 영양댐은 ‘막장’ 토건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성과 타당성 자체가 없는 사업이다. 오죽했으면 환경부가 댐건설계획에서 영양댐은 제외하라고 얘기했을까?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영양댐을 만들어 180킬로미터나 떨어진 경북 경산시로 산업용수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경산시에 필요한 물은 가까운 낙동강이나 대구에서 공급받으면 된다. 국토해양부는 영양군에 물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인구가 줄고 있는 영양군에 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설사 물이 필요하더라도 댐을 짓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의 얘기와 주민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영양댐은 ‘댐을 위한 댐’에 불과하다.


이 사업이 추진된 과정도 수상하다. 영양댐은 영양군수가 건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양군수는 지역건설업체 대표 출신이다. 그리고 영양군수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건설업체에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준 것이 감사원에 적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토건사업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3139억원이면 영양주민 1인당 1700만원이 넘는 엄청난 돈이다. 이런 돈을 불필요한 토건사업에 쏟아붓는 것은 4대강 사업 못지 않은 혈세 낭비이다.


그런데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24억원을 주고 용역업체를 고용해 측량과 보상을 위한 조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용역업체는 시골의 힘없는 주민 10명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했다. 노동 사안에서 악용되던 고소·고발과 손배소송이 시골농민들에게도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법 없이도 잘살아온 농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


(경향신문DB)


이제 봄이다. 봄이 되면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제발 영양군 수비면의 농민들이 농사지을 수 있게 하자. 쓸데없는 공사는 그만하자. 박근혜 정부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4대강 사업과 본질이 동일한 영양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 토건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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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발생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있고 언제 수습이 완료될 지 알 수 없으며 또 언제 상황이 더 악화될 지 종잡을 수 없다. 녹아내린 핵연료봉을 원자로에서 꺼내는 데만도 30년에서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일 매일 평균 400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고 있지만 처리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기준치의 1억3000만배에 이르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 후쿠시마 앞바다는 이미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오염된 바닷물은 농도가 묽어진다 해도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전 4기에서 노심용융과 수소폭발이 일어나 원전재앙의 상징이 되어 버린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남긴 걸까? 사고 당사국인 일본에서는 여전히 탈핵으로의 길이 순조롭지 않다. 사고 이후 사고 원전 4기 외 나머지 50기 원전이 이듬해 5월5일 모두 멈췄다. 하지만 두 달 후인 7월에 오이원전 3, 4호기를 재가동하기 시작했고, 12월 총선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 원전 폐기를 약속했던 민주당이 참패하고 “3년 안에 원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고 원전 철폐 여부는 향후 10년간 검토하겠다”는 자민당이 압승했다. 자민당의 압승이 국민 다수가 원전 재가동에 찬성하거나 원전 폐쇄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끔찍한 원전 재난을 겪고 있는 그 사회에서 원전정책이 투표의 주요 결정 기준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탈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식지 않았지만 원전재난을 겪은 바로 그 사회에서조차 다수가 탈핵을 원한다 해도 탈핵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일에서는 에너지혁명이란 의미의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가 진행 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1년 5월 말 원자력으로부터 ‘단계적 탈출’을 선언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재생에너지 시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독일의 탈핵 결정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사회민주당 정부가 원자력법을 개정해 가동 중인 원전에 평균 수명 32년을 적용, 독일 내 17개 원전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전 폐쇄하기로 했으나 보수 연정을 통해 집권한 현 정부는 그 결정을 번복하려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 17인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 폐쇄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후 노후 원전 8기를 즉각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독일에서는 원전으로 생산된 전력량보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량이 더 많아졌고 전력을 수입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전력을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물론 이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다. 전기요금이 올랐고 풍력이 풍부한 북부로부터 산업시설이 주로 입지해 있는 남부지역으로의 송전선 건설도 쉽지 않은 상태이며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전력 저장기술도 온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독일에서는 다양한 에너지 효율 향상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이나 전력 저장 기술이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초록투표하세요 캠페인 (경향신문DB)


그렇다면 우린 어떤가? 지난달에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원전 건설 확대계획을 잠시 미루고 대신 총 10.7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12기를 건설하도록 허용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시각이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과 확대엔 여전히 미온적이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쓰는 산업부문에 대한 전력요금 저가 정책을 고수하고 원자력과 석탄으로 전력을 계속 공급하는 나라에 독일과 같은 혁신이 가능할까?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도 현재의 길을 갈 수 있는 이유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있고, 그 시민들이 원전정책을 중요한 투표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된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그 사회를 우린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과 열쇠는 우리 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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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논설위원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을 추진한 지 1년이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년을 맞은 어제 하루 종일 우울하고 답답한 상태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다.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했던 것은 후쿠시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우리가 그 단어에 너무 익숙해져서 식상한 주제가 돼버린 듯해서다.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대책’이 떠오른 것은 거기에 식상함을 상쇄할 뭔가가 있어 보일 것 같아서였다.


2011년 3월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사태는 인류 문명사에서 매우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현대를 3·11 이전과 이후로 양분할 정도로 문명에 대한 인식 체계와 삶의 방식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삼으려는 관점마저 있다. 비록 이런 관점에 동의할 의사가 없거나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핵에너지의 공포에서 자유롭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 수학자 존 캐스티는 <X이벤트>라는 저서에서 고도로 복잡하고 기술 의존적인 현대사회에 닥칠 치명적인 재난들을 언급했다. 그는 이런 드물고 놀라운 ‘X사건’이 복잡성의 불균형 내지 과부하에 따른 드물지도 놀랍지도 않은 현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후쿠시마 사태를 대표적인 예의 하나로 들었다.


후쿠시마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이들에게 X사건은 그리 두려울 것 없다. 어느 탈핵운동가가 부산 기장에서 택시를 탔다가 기사에게 후쿠시마 사태와 원전 문제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고 한다. 고리원전 인근에는 후쿠시마 주민 대피권역인 반경 30㎞ 안에 320만명이 살고 있다. 묵묵히 얘기를 듣던 택시기사가 던진 한마디에 그는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터져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물론 틀린 얘기다. 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핵(원자력)에너지다. 인간이 유발한 사고나 전쟁은 노력에 의해 멈출 수 있다. 홍수·폭풍·지진·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고 인간의 노력으로 복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전 사고와 방사성폐기물은 문명이 끝날 때까지 멈추게 할 방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눈을 막고 귀를 닫은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더 해서 무엇하랴.


그래서 역발상을 한 서울시의 시도에 새삼 눈길이 갔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후쿠시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포스트 3·11 시대’를 지향하는 실천적 종합대책이라고 할 만하다. 서울은 전국 전력 소비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전력 자급률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력 소비도시다. 전력 생산을 늘리기 위해 추진하는 원전과 전기를 서울로 끌어오기 위해 건설하는 송전탑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 서울시가 반원전 정책을 펼치기는 궁색하게 돼 있다. 국가의 원자력 진흥 정책이 있고 에너지 시장의 왜곡이 존재하고 거액이 투입돼 원자력 홍보가 이루어지는 마당에 현실도 척박하다. 스스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으로 원전 1기분을 감당하겠다는 정책은 그래서 돋보일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 하나 줄이기 시민 실천 쿨비즈’ 패션쇼에 참석해 모델들과 함께 워킹 (경향신문DB)


지난해 4월 박원순 시장이 직접 발표한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은 서울시 전력 자급률을 2014년까지 8%,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서울시는 2014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광원전 5호기의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 91억4200만㎾h를 절약·생산하고 121만TOE(석유환산톤)에 해당하는 석유·도시가스를 절감하게 된다. 지난해 서울시는 태양광·하수열·소각열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분야, BRP·LED 등 에너지 효율화 분야, 에코마일리지·에너지클리닉서비스·자율실천운동 등 에너지 절약 분야 등에서 80% 이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 부진과 태양광 전력 거래 가격의 지속적 하락 등 악조건하에서 올린 성과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바로 다음해인 2010년 무려 9.8%의 배출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새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기존의 정책을 답습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돼 부처끼리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그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왜곡은 끔찍할 지경이다. 시스템에어컨(EHP)에 이어 요즘 전기조리기구(인덕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업체와 음식점에서 인덕션을 사용하면 LPG보다 71%, LNG보다 31% 비용이 절감된다고 마케팅하고 있다. ‘터져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는 마당에 생수로 빨래하는 것이 더 싸고 편리하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한쪽에서는 대기전력 하나라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다른쪽에서는 전전기(全電氣) 방식의 생활을 추구하는, 후쿠시마 사태 2주년 대한민국의 두 얼굴이 괴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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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 영화감독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황윤이라고 합니다. 최근 경남 거제시가 대형 수족관과 돌고래 쇼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던 <코브>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혹시 보셨는지요? 못 보셨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릭 오배리는 1960년대에 돌고래 조련사로 세계적 명성을 떨칩니다. 계기는 TV시리즈 <플리퍼>였습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할 돌고래들을 야생에서 직접 잡아와 훈련시켰습니다. 오배리는 이 방송물로 돌고래 조련의 대부가 되었지만, 자신이 훈련시켰던 돌고래 캐시의 죽음 이후 쇼를 그만둡니다. 그때부터 그는 40년째 돌고래 보호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쇼를 그만두었던 걸까요?


돌고래는 야생에서 하루 65㎞를 여행하는 행동반경이 넓은 동물입니다. 또 청각이 고도로 발달된 동물입니다. 음향을 이용해 환경을 이해하는 그들의 감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누군가의 심장이 뛰는 것도 알 수 있고, 임신을 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족관과 쇼 장에 존재하는 소리들(기계 소리, 관중의 환호, 음악, 호루라기 소리, 이 모든 소음들이 실내의 벽에 닿았다가 반사되는 반향음)이 돌고래들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 개장 당시 돌고래들이 연이어 죽었는데, 원인을 알고 보니 정수장치의 소음 때문이었습니다.


돌고래는 자의식이 있는 동물이라고 학계는 보고합니다. <플리퍼>가 방영될 당시, 5마리의 돌고래가 돌아가면서 ‘플리퍼’ 역할을 했는데, 캐시는 작은 TV 화면에 비친 5마리 돌고래 중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구분했다고 합니다. 돌고래는 인간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지능이 높을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의식’을 가진 존재라고 합니다. 그들은 전혀 다른 종의 이웃도 적극 도와줍니다.


캐나다의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위험에 처한 새끼 바다표범을 구출하는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했습니다. 바다에서 죽을 위험에 처한 인간을 돌고래들이 살려준 일화는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돌고래를 좁은 콘크리트 수조에 가두고 모진 훈련을 시켜 죽음으로 이르게 한 죄책감을 오배리는 견디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많은 돌고래 쇼장에는 위장약이 상비돼 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로 위궤양을 앓는 돌고래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야생 돌고래는 평균 40년을 살지만, 갇혀 있는 돌고래는 평균 5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좁은 공간, 관계의 단절, 단조로운 환경, 좋지 않은 물 상태,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울산 고래수족관, 제주 퍼시픽랜드와 아쿠아랜드, 서울대공원을 포함해 전 세계 수족관과 쇼장에서 수많은 돌고래들이 죽어갔고,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야생 돌고래들이 포획되며 멸종위기로 몰리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들이 마지막 쇼를 펼치고 있다. (경향신문DB)


1970년대 영국에는 30개도 넘는 돌고래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9년에는 3개로 줄어들었고,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은 해양포유류를 수족관에 전시하는 것을 금하거나 수족관이 아예 없습니다.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이용됐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서울시가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흐름에 따른 결정입니다. 콘크리트 수족관에 야생 돌고래를 가둬놓고 쇼를 하는 것은 더 이상 문화 선진국에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동물쇼는 반생명적인 동물학대로 인식돼 세계적으로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거제시장님, 돌고래 쇼장 건설계획을 지금이라도 철회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신 푸른 바다에서 야생 돌고래가 뛰놀게 해 주신다면, 거제는 생태 선진도시로 이름날 것이고, 저는 거제시장님의 열렬한 팬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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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측에 2014년의 한·미원자력협정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및 농축우라늄의 승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및 저장시설의 포화문제가 요청의 주요한 원인으로서 짐작된다. 그런데 당선인은 재처리가 경제적, 과학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에너지정책은 국가의 기본정책인 만큼 당선인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정확한 자료 및 정보가 보고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1만2000t이 넘는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다. 또 매년 약 800t씩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핵발전소 내의 저장시설인 수조가 2023년의 영광핵발전소를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원자로에서 막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20초의 피폭으로도 치사량이 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기 때문에 냉각 및 재임계 방지 등을 위해 핵발전소 내의 수조에 최소 5년 정도는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수조의 포화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추진파들은 건식 재처리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의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방법 중에서도 ‘재처리’는 최악의 방법이다. 그 이유는 첫째, 추진파들은 재처리를 통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량을 10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게다가 폐기물의 감량을 판단할 핵종의 발열량 등에 관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과학기술 또는 이론적으로도 방사성물질의 안전한 처분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핵발전소는 치명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그저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과학기술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둘째, 고속로의 상용화는 적어도 100년 이내에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방사능의 반감기가 수십만년 이상인 장수명 핵종들을, 고속로 내의 핵분열을 통해 1000년 이하의 단수명 핵종으로 바꾸어, 결과적으로 영구 처분장의 규모와 관리기간을 줄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재처리공장에서 분리하는 핵종수는 사용후핵연료의 약 400종 중에서 겨우 10종 이하로서 최종적인 핵종의 완전분리는 몇백년 후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핵심시설인 고속로의 개발은 60년이 흘렀으나 선진국들도 상용화에 실패한 상황이다. 만에 하나 고속로가 상용화돼도 일반 핵발전소(경수로)보다도 사고 시의 높은 핵폭발 가능성과 훨씬 넓은 피해범위를 갖는다. 


셋째, 추진파들은 재처리로 사용후핵연료 속의 우라늄 및 플루토늄 등의 재활용률이 94~96%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 우라늄 중 92%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은 불순물이 많아서 오히려 핵분열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현재 산화혼합물(MOX) 연료를 만들 때는 농축공장에서 나온 우라늄238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농축공장의 우라늄238의 배출량이 재처리공장보다 약 7.8배나 많고, 열화우라늄탄 이외에는 별다른 용도도 없어 그냥 쌓여 있다. 따라서 핵발전소에서의 재활용률은 플루토늄만의 이용의 1% 이하이며, 재처리공장 및 핵연료 가공공장 등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의 재활용률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3조원의 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재처리를 추진할 것인가? 게다가 재처리를 해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최소 10만년간 보관할 영구처분장의 확보는 불가능하다.


원전반대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페센하임 핵발전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당선인이 원자력 및 재처리에 관한 원리를 전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곤란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재처리 및 고속로를 포함한 원자력클러스터 등을 추진하려는 일부집단의 무리수를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정책은 핵발전소의 안전향상을 최대한 꾀하면서 단계적인 축소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특히 핵발전소 폐로산업에의 집중적인 투자는 미래의 성장동력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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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 |‘야생초 편지’ 저자


 

우리처럼 속도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안전’이다. 어찌되었건 남보다 빨리 해치워야 하니 불법, 편법은 물론 잘못되면 재앙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경우에도 무모한 운행을 일삼곤 한다. 그렇게 해서 세계가 경악할 만한 경제기적을 이루어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 사이 우리 국민들 뇌리에 뿌리 깊이 각인된 안전불감증은 참으로 골칫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하긴 가슴 철렁한 사건·사고를 하도 겪다보니 이젠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작하지 않는다. 10년 동안이나 핵발전소에 짝퉁 부품을 납품하고 잦은 고장으로 발전소가 멈춰서는 사태가 벌어져도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사건·사고로 기억하는 모양이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항의를 해보지만 정부와 언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심지어 일부는 어떤 보상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한동안은 시끄럽겠군 하는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 이 시각 지구상에서 핵에 관한 한 가장 부러운 나라는 독일이다. 작년 3월12일에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원전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지구 반대쪽에 있는 독일에서는 거센 탈핵운동이 벌어졌고, 이에 독일 총리 메르켈은 즉시 ‘원자로안전위원회’와 ‘안전한 미래에너지를 위한 윤리위원회’를 발족시켜 독일 핵발전소의 실태를 조사해 보고토록 했다. 두 위원회는 집중적인 조사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두 달이 채 지나기 전에 결과를 보고했다. 


독일 환경단체들이 “원전 즉각 폐기”를 요구하며 연방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DB)


‘원자로안전위원회’는 독일 원전시설의 안전성은 대단히 높은 편이나 초기에 지은 7개의 원자로는 비행기 충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쇄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윤리위원회’는 사고로 인해 유출될 수 있는 방사능과 처치 곤란한 핵폐기물의 누적은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두 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독일 의회는 2011년 7월 압도적 다수표결에 의해 문제가 된 원전의 즉각 폐쇄와 함께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명령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지난 세기에 미증유의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의 적이 되었던 독일이 거꾸로 핵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대세계의 구원자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결정을 이끌어낸 메르켈 총리는 사실 핵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이었으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고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2년까지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합의 보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향신문DB)


참고로 역사적 결정이 이루어지던 당시 독일의 전력구성비는 원자력 22%, 재생에너지 16%였으나 1년 후엔 원자력 11%, 재생에너지 25%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웃 나라 일본은 전력의 30%를 차지하던 원전을 모두 껐음에도 지난 1년을 멀쩡하게 버텨왔다. 반면에 한국은 이때야말로 핵산업계의 선두로 치고나갈 기회라며 신규 원전의 건설과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전성과 윤리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한 이 무모함과 영악함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후발주자로서 우위에 서기 위해 벌이는 어떤 무리수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핵관련 산업에 있어서만은 안된다. 단 한번의 사고로 모든 것이 제로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활성대에 있는 일본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1000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안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두가 핵폐기물을 재처리해 얻은 것이다. 핵무기를 만들자니 평화헌법에 걸리고, 핵발전소 연료로 쓰자니 국민들이 반대한다. 똥은 싸질러 놨는데 치울 길이 없는 것이다. 이미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일본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지만 이후 비슷한 지진이 특정 장소에 한 번만 더 온다면 그것으로 일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우리 앞에 일본과 독일이라는 두 개의 길이 놓여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한반도, 나아가 지구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때마침 선거판인데 이참에 친일파가 아닌 친독파 정권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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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1970년대에 독일에서는 원전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도 이 운동에 꽤 많이 참여했다. 그들 중에는 하노버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반대시위에 적극 가담하면서 동시에 원전의 위험을 알리는 시민계몽 운동을 벌였다. 그 다음에는 구체적인 대항 운동으로 태양열 온수장치를 만들어 설치하는 일을 시작했다. 첫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에 고무되어 1979년에 아예 원자력을 몰아내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은 태양에너지 기업을 설립했다. 여덟 명의 친구들이 설립자이자 직원이 되어 출발한 이 기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공동소유, 공동운영, 공동 수익분배가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고, 수익이 조금 나더라도 재투자를 했다.


이 회사가 설립된 지 33년이 되었다. 규모는 커졌지만 원자력을 몰아내고 지속가능한 사회의 건설에 기여한다는 설립 초기의 정신과 운영 원칙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설립자 여덟 명도 한 명만 빼고 모두 남았다. 직원은 350명, 매출액은 3600억원으로 늘어났고 유럽 전역, 북미, 북아프리카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여전히 회사는 100% 직원 소유이고 공동운영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신입직원은 일한 지 2년이 되면 회사의 지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경영진은 2년마다 전 직원이 선출한다. 경영자로 선출되었다가 2년 후에 선거에서 지면 다시 평직원으로 돌아간다. 평등한 수익분배의 원칙은 조금 바뀌었다. 얼마 전부터 급여에 약간의 차등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태양에너지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서도 원자력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사무실과 공장 건물에서는 난방에너지를 보통 건물의 10%도 안 쓰고, 이것조차도 재생가능 에너지를 쓴다. 1998년에는 독일 최초의 파시브하우스 에너지 자급 사무실 건물을 완공했고, 그후 에너지 100% 자급 공장도 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 반대 정서가 꽤 퍼져 있다. 그러나 아직은 주로 반대의견의 표출에 머물러 있고 정부와 정치인에게 원전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간간이 일어나는 시민참여 태양광발전소 건설 운동이 참신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생산한 전기를 원전 위주 독점기업인 한국전력에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신선하지는 않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기 전 일본에서 재생가능 전기 보급에 열심이던 어느 시민단체에서는 10년쯤 전 그 전기를 도쿄전력에 판매하는 게 가능하도록 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에 대해 약간의 비판과 논쟁이 있었는데, 이것이 옳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내려주었다. 원자력을 모시는 도쿄전력을 인정하면서 원자력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이 틀렸던 것이다. 비판 측에서 내놓은 대안은 도쿄전력에서 받는 전기를 끊고 전기 자급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느리고 아주 어렵지만 시민단체에서 이 길을 선택했다면, 전기 독립 주택이 많이 생겨났을 것이고,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제한송전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의 생산과 공급을 한전과 그 자회사가 거의 독점한다. 이들이 공급하는 전기의 40%는 원자력에서 나온다. 원전 1기를 줄이기 위해 재생가능 전기를 생산하고 에너지 절약을 열심히 하더라도, 이 독점을 깨지 않으면 원자력을 몰아낼 수 없다. 지금의 정치·경제 상황에서 한전의 독점을 깨기 위한 첫걸음은 전기 독립이다. 한전에의 종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1979년에 설립된 독일의 에너지 독립 기업은 지금도 묵묵히 원자력 없는 지속가능 사회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설립자들은 젊은 시절의 꿈과 비전이 실현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젊은이와 기업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나 수십년 후에도 꾸준히 자기 길을 가고 있어야만 원자력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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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나가는 무렵에야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를 두고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엊그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지식경제부 및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내년 4월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2014년까지 저장고 건설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다. 2009년 7월 공론화 위원장으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내정까지 해놓고 유야무야하더니, 골치 아픈 공론화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떠맡으라는 주문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인체에 무해하게 되기까지 10만년이 걸리는 고준위 폐기물이다. 국내 23개 원전에서 해마다 1만7000다발(1다발=핵연료봉 256~289개 묶음)이 배출된다. 현재 원전 내 임시저장소에 보관하고 있지만 수용능력이 벌써 70%를 넘었다.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처리 또는 저장 문제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과소비해온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 방식은 앞뒤가 뒤바뀌었다. 2024년이면 모든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논리만 집중 강조하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영광군 주민들의 시위 (경향신문DB)



한국사회는 1990년대 이후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마련하는 데만도 심각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폐기물 처리시설 후보지 선정을 놓고 1990년 안면도에서 시작돼 굴업도와 부안을 거치면서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번엔 더욱 시간적 여유를 두고 후보지역의 지질학적 안정성 및 환경영향 평가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투명하게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 차원에서 50년, 100년 뒤를 내다보는 에너지 대계를 새로 작성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하고 그 토대 위에서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 문제를 고민하자고 나서야 비로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쉬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잠정 확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탈원전에 국가적 역량을 쏟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원전장사’에 몰입해왔다. 차기 정부는 지난 5년간 상업적인 가치관에 매몰됐던 원전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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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원영 |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


 

영광 3호기 제어봉 균열 등 원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문제가 발생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불안한 원전 가동 중단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논하기보다 전력대란을 운운하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아쉽다. 전기가 부족하니 위조 부품을 끼우고서라도 원전 가동을 강행해야 한다는 말인가.


전력난은 최대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이지, 원전이 감당할 일이 아니다. 원전은 최저전력소비를 담당한다. 전력소비량은 최대, 평균, 최저전력소비가 다르다. 24시간 중 시간대별로 다르고 날마다 다르다. 전력난은 그중 전력소비가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전력난을 우려할 만큼의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하는 날은 1년 중에 며칠이다. 이런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되는 시간에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전기냉난방기 대신 가스냉난방기를 써도 된다.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될 때 소규모 가스발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형건물에 있는 자가발전설비도 활용할 수 있다. 작년 최대전력소비에서 전기난방 비중이 25%였다. 난방기 온도를 1도만 조정해도 원전 1기 분량을 절감할 수 있다.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되는 그 시간에 잠깐 전력소비를 분산시키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올 들어 정지된 원전과 고장 원인 (경향신문DB)


일본 도쿄전력의 사례를 교훈삼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은 이미 10년 전에 원자로 균열을 은폐한 것 때문에 문제가 됐다. 2002년 8월30일 도쿄전력은 20여년간 핵발전소 주요 부위의 균열사고를 은폐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알려진 이 사건은 추가 조사를 통해서 29건의 균열 등 은폐 건이 더 발견됐다. 결국 도쿄전력은 회장 등 책임자 5명이 사임하고 도쿄전력 소속 원전 외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예상되는 타 전력회사의 원전까지 17개의 핵발전소가 장기검사를 위해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도쿄전력의 원전 중에서 50%가 가동 중단됐지만 전력공급에는 차질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원전이 필수적인 것인가라는 의구심에 대한 공감대가 이때부터 형성됐다.


지금 우리는 전력난을 핑계로 위험한 원전을 가동하거나 안전점검을 미뤄서는 안된다. 전력난을 이유로 안전점검에 소홀하면서 가동을 강행한다면 언제 또다시 원전이 갑자기 중단될지 알 수가 없다. 이 불확실성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수요를 줄이는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대규모 용량의 원전이 갑자기 전력계통망에서 탈락하는 것은 정전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기사용을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원전의 안전조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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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


 

지난 7월, 파나마에서 열린 제64회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과학포경 개시를 선언하자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다. 미 국무부가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호주 총리, 뉴질랜드 외무장관까지 나서 외교적 압박을 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인과 환경단체, 국내외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친 뒤 과학포경 계획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11월1일에 열린 환경단체 의견수렴 회의에서 농수산부는 애매한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과학포경 금지와 모든 고래종 보호를 위해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마저 지난 14일 국토해양부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원회 심사에서 찬반논쟁 끝에 계류되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바다에 서식하는 고래의 운명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밍크고래 포경반대 (경향신문DB)


 정부가 과학포경 대상으로 지목한 한국연근해 밍크고래 개체군은 이미 과도한 포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국제포경위원회가 보호 개체군으로 지정했다. 이들의 개체수가 최근 늘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해마다 5~7%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부가 굳이 밍크고래를 살상하면서까지 파악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들의 먹이습성이다. 고래가 상업어종을 다 잡아먹어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먹이습성 연구는 조직 샘플을 통한 지방산 분석이나 배설물 분석 등 비살상적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상업어종의 감소는 고래가 아닌 인간의 과도한 어업활동의 결과다. 세계식량기구는 세계 어족자원의 80% 이상이 과도한 착취로 인해 심각한 고갈 상태에 있다고 보고한다.


지금 한국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다음달 국제포경위원회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과학포경을 진행한다면, 과학을 위장한 상업포경으로 전 세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일본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과학포경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전 세계인의 목소리를 한국 정부에 전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95개국에서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에 동참했다. 정부가 이러한 세계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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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11월11일, 지난해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창립한 지 꼭 한 해가 된 날이었다. 국내외 1052명의 교수들은 ‘탈핵선언문’을 통해 원자력 발전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통제한다”는 모순된 논리에 기초해 있으며 “미래세대, 미래의 생명을 죽음과 파멸로 몰아가는 폭력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진 그린피스의 인터넷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남아공을 제외한 대다수 원전 운영국들이 원전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가운데 다수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가면서 탈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험하고 폭력적인 에너지 너머’, 그것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다.


원전 미검증품 설치 현황 (경향신문DB)


 하지만 우리 사회는 탈핵과 에너지 전환 행보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정부는 원전 확대정책 유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분명하지 않은데다 최근 들어 원전들의 잦은 고장과 납품 비리, 불시 정지 사태가 이어지고 최근 영광3호기에서는 국내 원전 사상 처음으로 노심과 연결된 제어봉 안내관이라는 핵심 시설에 균열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는 하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지금의 사회적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이런 반응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최근의 원전 관련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이런 일들로 원전사고가 일어나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뻔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보다 가동 중단으로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원전은 한 기당 200만개에서 250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전은 너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이들 부품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한 군데서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어마어마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페로라는 사회학자는 사고 원인이 이런 복잡하고 꽉 짜인 체계 자체에 내재해 있다고 해서 이런 사고를 ‘체계사고’라고 부르기도 하고 복잡한 체계의 일상적인 작동 과정에서 이런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정상사고’라 부르기도 한다. 즉, 원전사고는 원전을 가동하는 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페로는 이런 특성을 지닌 기술은 폐기만이 해답이라고 단언했다. 


그동안 심각한 원전사고가 일어난 미국, 구소련, 일본이 원전기술 선진국이란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현재 세계 5대 원전대국 중 중대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나라는 이들 3개국을 제외한 프랑스와 한국뿐이다. 사고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잠재해 있는 원전에 대해 짝퉁 부품을 쓰고 점검까지 소홀히 하며 정보공개도 하지 않고 있으니, 한국이 그 다음 사고국이 되지나 않을까 불안할 따름이다.


원전은 우리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에너지다. 미래세대도 문제지만 일상적인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현 세대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어떤 삶을 원하는가? 안전을 담보로 위험을 감내하며 편리함만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의 불편을 감내하더라도 안전하고 윤리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 


에너지 전환은 가능하다.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제도를 바꿔 나가면 소망은 현실이 된다. 12월19일, 우린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뽑는다. 국가 지도자가 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원전을 넘어 어떤 에너지 미래를 열어가려 하는지, 꼭 살펴볼 일이다. 


우리의 귀한 한 표, 환경을 살리고 안전하며 평화로운 에너지를 지향하는 후보에게 던져야 하지 않을까? 나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가 내 한 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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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림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변화 캠페이너


 

지난 5일 지식경제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부품 납품업체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검증기관의 10년치 검증서를 조사한 결과 총 60건의 검증서가 위조됐다고 밝혔다. 또한 위조된 부품 7682개 중 5233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영광 5, 6호기는 부품교체가 완료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번에 확인된 부품은 핵심 설비에 사용될 수 없는 부품”이라며 원전 안전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작은 실수와 부품의 오작동 등이 맞물려 대형 원전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원전 반경 30㎞ 내 거주 인구수가 402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허술한 원전관리는 국민을 더욱더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럼에도 지경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보다는 갑작스러운 영광 5, 6호기의 가동 중단이 가져올 수 있는 전력수급 대란에 더 큰 우려를 표했다. ‘전력난’을 핑계로 원전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원전 확대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원전 반대 신문고 (경향신문DB)


현재 문제가 되는 두 원자로의 전력생산량은 총 200만㎾로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량의 3~4%에 이른다. 물론 예비전력량이 크게 부족한 한국의 경우, 갑작스러운 대형 발전소 2기의 중단은 정전대란(블랙아웃)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전대란은 정부의 전력공급 유연성의 부족과 시스템 관리의 미흡함에 더 많은 이유를 둔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력공급 효율성을 강화하고, 유동적인 예비 발전설비를 갖추는 대신, 전력공급 유연성이 떨어지는 원자력, 화력과 같은 대형 발전소 등의 확대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전력난 우려는 그동안 정부가 내세우던 “원자력발전은 안정적 전력공급원이다”는 주장과도 상충된다. 정부는 서둘러 원전을 재가동하는 대신, 일본의 선례를 따라 국민의식 교육, 대기업 에너지 사용의 관리 등을 통해 전력난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위험하고 비경제적이고 불안정한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전력공급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 고효율 에너지 제품 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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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원자력발전소 5·6호기가 어제부터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원전부품 공급업체 8개사가 미국 품질검증기관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공급한 부품이 영광 원전에 집중적으로 들어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부품을 진짜 부품으로 바꾸기 위해 연말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품질보증을 받지 않은 부품을 공급받아 원전을 가동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경향신문DB)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실 조사 결과 이들 납품업체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9년 동안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000만원어치를 공급하면서 60건의 품질검증서를 가짜로 만들어 제출했다. 외부 제보가 없었더라면 원전은 계속 가짜 부품을 공급받아 가동할 뻔했다. 한수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이 퓨즈, 스위치와 같은 일반 범용제품이어서 원전 안전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올 들어 원전 고장을 일으킨 95개 부품 가운데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원전 불신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수원은 납품업체가 가짜 품질검증서를 내도 육안으로 식별할 길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원전 부품 관리가 너무나 허술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건당 300만원씩인 품질검증서 신청 대금을 아끼려고 눈속임을 한 납품업체들에 있지만, 가짜 부품을 공급받아도 까맣게 몰랐던 한수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제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한수원 직원들이 품질검증서가 가짜임을 알고도 일부러 눈을 감았는지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한수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지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원전 가동 중단이 예고하고 있는 전력난이다. 영광 원전 2기가 제때 재가동을 못하면 우리 예비전력은 30만㎾로 떨어진다. 지난해 9월15일 전국적인 블랙아웃(대정전)이 일어날 당시와 비슷한 예비전력 수준이다. 더욱이 올겨울은 유난히 예년보다 춥고, 추위가 길다고 한다. 전력대란이 걱정스러운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원전가동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고충도 이해된다. 하지만 문제가 된 부품을 서둘러 교체해야 한다. 현재 한수원은 본부장급 간부를 미국에 보내 교체할 부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부품을 사서, 이것을 품질보증기관에서 보증받는 데만 1개월에서 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최악의 사태만은 막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원전은 부품이 10만개가 넘는 만큼 언제든 고장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원전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한수원과 지경부는 지금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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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20기 이상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국가 가운데 원전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연료봉 재활용 권한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14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서 한국의 안정적인 핵연료 확보를 위해 농축 및 재활용 권한을 되찾는 문제가 양대 쟁점이 된 까닭이다. 양국이 2년째 머리를 맞대고 있는 개정협상에서는 한국이 농축·재활용 권한을 되찾되 핵 비확산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다. 한국이 다국적 기업이 미국 내에 보유한 상업용 농축우라늄 시설의 투자지분을 확보함으로써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원자력협정 개정은 올해 말 등장할 한·미 양국의 새 정권이 내년 벽두부터 떠안아야 할 최대 현안인 만큼 큰 틀에서나마 합의를 찾아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연료봉 재활용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개정협상 초기에 이미 잠정적인 해법에 뜻을 모은 바 있다.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고, 원전용 핵연료만 얻을 수도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 건식처리) 기법을 향후 10년간 공동연구하면서 그 결과를 협정문에 반영키로 했다.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 임하는 양국 대표들은 한국이 권한은 되찾되, 그 행사는 잠정적으로 유보하는 방식에 공감대를 모으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핵확산금지조약이 이미 허용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권’을 협정문에 명시하되, 그 완전한 권리행사는 유예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은 주권과 현실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과 맥을 같이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미사일 능력과 핵 능력이 현실 국제정치에서 갖는 함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라늄 농축 및 연료봉 재활용 기술은 원전의 핵연료는 물론, 핵무기 제조에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핵주권을 확보하되, 잠정적으로 영토 밖에 두는 것은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이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국마저 핵무기 개발능력을 국내에 둔다면 평화로운 해법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우라늄의 농축·사용·재활용 등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 주권과 평화적 핵이용권에 기대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대표적인 나라가 북한과 이란이다. 반면교사로 삼아도 부족할 상황에 이들 국가를 모델로 삼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이란 경찰이 폭탄테러로 숨진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부소장 무스타파 아마디 로샨의 자동차를 견인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우리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물론, 궁극적으로 ‘핵에너지 없는 한반도’ 역시 실현가능하다고 믿는다. 단계적인 원전 폐쇄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의 6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는 합리적 분석까지 나와 있다. 그때까지 원전에 쓰이는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할 뿐이다.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이 ‘선’을 넘지 않으면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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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올 들어 부쩍 늘어난 원자력추진파의 모임들이 국민 혈세와 전기요금으로 벌이는 일방적인 홍보활동을 보고 있자니 이들이 과연 ‘국민을 위한 과학’의 기본자세를 견지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추진파들은 국민을 과학에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보고 그저 계몽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절대적인 안전성을 보장하는 기술은 없다’. 인류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이런 보편적 인식이 과학실험보다 실증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도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1953년 말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엔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을 제창한 후, 금융자본을 앞세운 미국은 세계전략 속에서 동맹국의 젊은 과학자들을 초청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원자력 교육을 실시했다. 전략의 주요 목표는 핵산업의 확대·육성뿐만 아니라 당시에 이뤄진 대기권 핵실험의 방사능 피해에 대한 반발을 완화시키려는 데도 있었다. 


얼굴에 원자력 로고와 원전 반대 구호를 적은 일본 여성 (경향신문DB)


처음 원자력을 접한 동맹국 과학자들은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과 핵분열 에너지 밀도를 마치 절대적인 힘의 원천으로 오인했다. 그래서 원자력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미신에 빠지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이 미신은 원자력추진파들 안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원자력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한 학문처럼 주장하는 관련학자 중에는 원자력이 응용과학으로서 순수과학의 발전에 의지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자신들이 좁은 실험실에서 행한 매우 단편적인 결과를 근거로 원자력의 모든 것에 통달한 전문가의 얼굴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원전은 100만여개의 부품을 사용하는 복잡한 시스템인 만큼, 전기·금속·기계 등 여러 분야의 기술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일·독을 비롯한 전쟁 당사국에서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논쟁이 오랫동안 계속됐다. 과학이 인류의 행복과 발전을 위하기보다는 전쟁 수행을 위한 도구로써, 결과적으로는 원자폭탄 형태로 시민의 대량학살을 가져온 점에 대한 반성이 주요 계기였다. 세계대전 동안, 1942년 말 페르미가 개발한 원자로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의 생산장치로 이용되는 등 과학의 군사적인 이용으로 잃어버렸던 ‘과학의 투명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었다.


학문의 근본적인 정신은 ‘자유’라고 한다. 학자는 오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어떠한 이념이나 물질적인 유혹에도 타협하지 않는 연구자세가 불가결하다. 어떤 이해관계에 얽매여 학문의 자유를 잃는다면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최근 막대한 연구비 확보 또는 사회적 지위의 획득 등을 이유로 학문의 자유를 버린 채, 기업논리에서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가 부쩍 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이들은 원전의 안전성같이 사회적 대립이 심한 논쟁이 벌어지면 과학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반대파를 과학의 문외한으로 몰아세우는 작태까지 보인다. 반대로, 원전사고로 방사능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단지 과학의 진화 과정의 시행착오로 돌리면서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에는 문제가 없고, 현장기술자의 잘못만으로 돌린다.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한, 수은 중독 미나마타병의 세계적 권위자인 하라다 마사쓰미 교수는 대학원생 시절부터 50년을 오직 피해자 구제에 바친 의학자로서 일본 과학자의 양심으로 불렸다. 그는 전문학자가 열악한 입장의 피해자 편에 서 있을 때야말로 ‘학문의 중립’이 가능하다는 지론을 펼쳤다. 지금이야말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및 학문의 중립성을 성찰하는 이성의 회복이 필요할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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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화 논설위원



중국 후한시대를 담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의 등장인물 가운데 최고령은 105세에 조비에 의해 처형된 장천이라고 한다. 그 다음은 90대인 내민과 여대의 순이다. 그들은 노령에도 명을 다할 때까지 전장을 누빈 명장들이었다. 


어느 시대건 노장의 투혼은 아름답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령 감독은 1956년 94세의 나이로 작고한 코니 맥이다. 50년 동안 지휘봉을 잡은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를 떠날 때 그는 88세였다. 맥 감독은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인 3731승을 이루었다. 두번째 고령인 잭 매키언은 지난해 만 81세에 플로리다 말린스 사령탑을 맡았다.  


명장 김응용 감독(71)이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최고령 거물 감독의 귀환은 40대의 젊은 감독이 대세인 우리 야구계에 화제가 아닐 수 없다. 2004년 삼성 감독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던 김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구단 사장 역임 후 2년 만에 한화이글스 감독으로 귀환했다. 


프로야구 삼성 선동열 감독과 김응용 사장 (경향신문DB)


키 185㎝, 체중 95㎏에 300㎜의 신발을 신는 등 큰 체격으로 ‘코감독(코끼리 감독)’이란 애칭이 붙은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10번의 우승을 기록한 백전노장이다. 김 감독이 22번의 프로야구 시즌 동안 기록한 통산 2653경기 출장과 1463승은 역대 감독 최다 출장과 역대 감독 최다승이다. 1983~2000년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며 한국시리즈에서 9차례 우승했고, 2001년 삼성 감독이 된 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1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 번번이 패했던 삼성이 천적의 두목을 영입한 결단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김 감독의 특기는 무뚝뚝한 리더십이다. 경기장에서 침묵을 지키다가도 선수가 실수하면 아무리 스타 선수여도 거칠게 꾸짖고, 훈련중에 선수들의 연습이 부진하면 야구방망이나 발로 벽을 때리고 사라진 뒤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전략으로 ‘우승 청부사’가 됐다. 김봉연·선동열·이종범 등 스타 선수들을 휘어잡은 냉정과 열정의 ‘코끼리’는 선수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읽어내는 ‘여우’이기도 했다. 


‘훈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선수들에게 ‘자율 야구’를 외치던 노장. 얼마 전까지 “늙은 나를 누가 찾겠냐”며 뒷전에 있던 그가 나섰다. 만년 하위 구단 한화를 “최강으로 만들겠다”는 ‘김응용의 묘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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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또다시 발칵 뒤집히는 일이 일어났다. 원전 안전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마약을 한 혐의가 발각된 것이다. 부산지검 강력부는 어제 고리원전 재난안전팀 소속 직원 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된 두 사람은 고리원전 주변을 무대로 활동하는 폭력조직으로부터 ‘필로폰’을 입수해 사무실 등지에서 이를 상습적으로 투약해왔다고 한다.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기 이전에 소름부터 돋는다. 고리원전은 이미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가 가동되고 있어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는 곳이다. 지난 2월의 정전사태와 이를 한 달 동안이나 은폐한 사건만으로 국민은 충분히 놀랄 만큼 놀랐다. 이로 인해 김종신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7월에는 대규모 납품비리 사건이 터져 직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당시 한수원은 임직원 일동 명의로 신문 광고를 통해 환골탈태를 다짐했고, 그런 각오를 담아 지난 5일 김균섭 사장이 강도 높은 쇄신책으로 ‘국민 불신 해소 및 경영난국 타개를 위한 경영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고리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원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안전 불감증과 근무기강 해이가 이렇게 바닥도 없이 꼬리를 물고 드러나는데 어떻게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민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고리원전 반경 30㎞ 이내 주민의 74%가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먹이는 것조차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원전이 터져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고 했다던 주민의 말이 오히려 더 실감나게 들릴 지경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안전 문제를 책임질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다시 한번 의심케 했다. 우리가 수없이 지적했듯이 원전의 안전과 그에 대한 신뢰는 투명한 운영과 주민 참여,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백번의 다짐과 환골탈태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국회·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라든가 지방자치단체가 원전 건설과 가동, 수명 연장 등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법, 원자력안전위원회설치법, 원자력손해배상법, 방사성폐기물관리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국회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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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발전소’라는 신개념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에게 절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발전소란 국민이 전기절약을 하면 발전소 하나를 짓는 것과 맞먹는 효과는 갖는다는 개념의 전기절약 캠페인이다. 지식경제부는 6월부터 매달 한 주씩 국민발전소 주간을 진행하고 있다.


플러글 뽑아 전기를 아끼자 (경향신문DB)


금년 여름의 전력수급 위기상황은 지나갔지만, 그렇다고 전력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발전설비의 예기치 못한 고장이나 이상기후 등으로 계절에 무관하게 전기 부족사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할 때 전기에너지 과소비에 대한 주의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기 절약 실천이 부족하다는 것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나라 전력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97.4%가 전기절약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전기절약을 실천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5.4%에 달했다. 국민들은 전기절약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부분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공급위주의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사용자인 소비자를 소외시켰다. 전기는 당연히 정부가 공급해주는 것으로만 생각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력수급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행동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소비자의 전기절약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기의 효율, 사용방법, 생활습관이나 에너지절약 의식 등에 따라 그 성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절약은 특정한 날에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실천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전기를 절약하려면 일상생활의 편안함을 조금씩 포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귀찮다고 컴퓨터의 플러그를 뽑지 않는 것,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1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은 전기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효율이 낮은 오래된 가전제품을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전기를 절약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전기에너지 사용에 있어 제5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에너지절약이 절실한 때이다. 대한민국 곳곳에 국민발전소가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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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참으로 답답하고 우울하다. 지난달 이곳 칼럼 ‘녹색세상’에서 원전민간감시기구가 ‘무늬만 민간기구’라며 위원장만이라도 민간인으로 바꾸자는 글을 썼다. 그 뒤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다가 어제 지역의 탈핵운동가들과 원전민간감시기구의 운영위원들이 조촐한 간담회를 가졌다. 영광지역에 감시기구가 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어색하고 긴장된 초반이 지나자 슬슬 입이 풀린 운영위원들이 자기 변호인지 아니면 자탄인지 모를 고백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내가 10년 넘게 감시위원으로 있지만 어떤 때는 정부의 홍보위원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모든 정보를 저쪽에서 틀어쥐고 사고가 난 후에야 통보해주는 식이니. 그것도 뉴스에 공개되는 정보에 한해서 알려줍니다. 그러니 사고가 나더라도 지역주민에게 먼저 통보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겁니다. 초창기엔 감시위원들조차 사고현장에 접근도 못했어요. 원전 관련 법규를 고치지 않는 한 이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사실 그동안에 문제가 되었던 원전사고들은 거의가 뉴스를 통하거나 아니면 원전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사적 접촉을 통해 밖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렇게 원천적으로 감시기능이 마비되어 있는 원전감시기구를 왜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10여년 전 치열한 반핵투쟁의 성과물이자 타협물로 얻어낸 민간감시기구건만 당시의 반핵진영에서 감시기구의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탓이 크다. 물론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부 활동가들이 내부에 들어가 나름 치열하게 싸웠으나 자금과 행정력을 쥐고 있는 정부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고착되고 말았다. 


(경향신문DB)


지금도 아쉬운 것은 그때에 왜 반핵진영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는가이다. 영광에 민간감시기구가 만들어지고 나서 원전이 있는 다른 4곳의 지역에도 영광을 모델로 하여 감시기구가 속속 들어서고 이들 사이에 협의체도 만들어졌다. 이렇듯 민간감시기구가 만들어진 과정이나 운영방식을 보면 전형적인 정부 기구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원래 민간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나 그것의 대중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정부에 의해 제도화된 기구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자활센터 등이 그렇다. 그러나 원전민간감시기구의 경우는 성격이 아주 고약하다. 군사시설 이상으로 엄격히 보안화되어 있는 원전시설에 민간인이 들어가서 마음대로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불가능한데도 이를 투쟁의 성과물로 제시하고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지나간 일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제한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주어진 조건과 역량 안에서 최대한 노력하여 주민의 입장에서 원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과 방법을 개발해 끊임없이 정부를 자극하고 압박해야 한다.


간담회를 마치고 행여 탈핵활동가나 주민들이 감시위원회를 정부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백안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분들은 어쩔 수 없는 틀에 갇혀 있을 뿐이지 탈핵과 핵 안전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향후 잦은 만남과 교류를 통해 주민 입장에서 감시기구의 위상을 높이고 그 역할을 규정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입을 모았다.


대체로 개성이 강한 활동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중이 절을 떠나듯’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결국 주민들을 위한 기구는 온전히 정부 몫이 되고, 주민과 정부 사이에 제도적인 소통구조가 없어지고 만다. 독립성이 요구되지만 태생적 한계로 인해 어정쩡한 중간지대에 있는 정부 기구들을 민간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원전민간감시기구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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