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환경과 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565건

  1. 2017.08.07 [기고]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등돌린 정부
  2. 2017.08.07 [사설]‘원전 환상’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의 진실을 감추고 있다
  3. 2017.08.04 [사설]원전 공론화위 결론 방법 확정, 이젠 시민 참여만 남았다
  4. 2017.08.04 [녹색세상]평평한 공론화의 장
  5. 2017.07.28 [사설]신고리 공론화위 혼선, 원전 안전 대의 잃지 말아야
  6. 2017.07.28 [기고]캘리포니아 원전 폐쇄 결정의 교훈
  7. 2017.07.28 [녹색세상]설악산의 아픔과 케이블카의 오만
  8. 2017.07.27 [경향의 눈]미래에서 온 535조달러 청구서
  9. 2017.07.26 [기고]UAE 원전 수출의 함정
  10. 2017.07.25 [기고]위험관리에 시민 참여가 필요한 이유
  11. 2017.07.25 [사설]신고리 원전 공론화위 출범, 민주적 절차 전범 되기를
  12. 2017.07.24 [기고]핵마피아들의 무책임한 궤변
  13. 2017.07.21 [녹색세상]‘원전 존폐’ 공정한 게임 바란다
  14. 2017.07.21 [편집국에서]탈원전,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
  15. 2017.07.18 [기고]신재생에너지, 투자하고 경영하라
  16. 2017.07.14 [녹색세상]신고리, 제3의 길도 열어둬야
  17. 2017.07.14 [사설]신고리 5·6호기 중단하면 큰일난다는 과장된 목소리들
  18. 2017.07.10 [NGO 발언대]탈핵의 시작,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부터
  19. 2017.07.07 [기고]물관리 일원화, 통합물관리 실현의 첫 단계
  20. 2017.07.07 [녹색세상]원전 건설과 사회적 공론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법적, 사회적, 도의적 책임과 상관없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참사의 재발방지와 제대로 된 수습의 가장 큰 역할은 정부에 있다.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그리고 참사가 발생한 이후 수습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 중 여러 지점에서 국가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다. 이들 중 특히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국가가 이미 운영하고 있던 두 제도, 즉 화학물질관리와 심사등록에 대한 제도 그리고 환경분쟁 조정제도가 방기하였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예방 및 그 수습에 대한 국가책임은 지금에라도 반드시 묻고 지나가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가장 많이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제조와 관련하여 1996년 (주)유공이 제출한 신규물질 등록 신청에 대해 1997년 환경부는 “유독물에 해당 안됨”이라는 화학물질심사결과를 통보하였다. 구체적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지 고분자물질이라는 점에 근거해 크로마토그래프 분석결과와 비점, 용해도, 분자량 1000 이하의 함량, 수평균분자량, 그리고 잔류단량체 함량 자료에 근거하여 위험물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분자량이 크면 세포독성을 일으키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는 일반적인 기준을 따랐다는 것이다.

5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러나 이는 당시 화학물질관리제도를 갖춘 국가들이 적용하고 있던 고분자물질 관리 및 허가 기준과 괘를 달리하는 판단이었다. 특히 1995년 개정된 미국 유해물질관리법상의 고분자물질 유해성심사 면제 기준인 저위험 고분자물질(PLC) 규정과도 맞지 않는 기준이었다. 즉 1995년 미국의 PLC 규정은, PHMG와 같이 용해도가 높으면서 물에 녹아 양이온을 띠면, 고분자물질이더라도 높은 세포독성 가능성 때문에 심사면제에서 제외토록 한 규정이었으나, 1997년 당시 환경부의 판단은 이를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판단이었다.

한편 피해의 수습은 그 완벽함에 따라 크게 배상, 보상, 구제로 나누어지며, 일단 정부가 먼저 수습을 하고, 그 책임자를 찾는 경우 구상을 받아낼 수도 있다. 여기서 환경피해의 배상을 위한 사법제도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분쟁조정과 같이 배상이나 보상이 아닌 구제 수준의 행정적 조치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환경피해는 그 입증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 그리고 피해 입증의 사법적 판단 이전이더라도, 환경피해의 경우 그 광범위함이나 비가역성 등에 비추어 원인판단에 따라 우선적으로 그 피해를 시급히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등에서 사법적 판단과 별도의 행정적 관리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8월9일부터 시행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은 피해에 대해 국가 자신의 책임은 전혀 없으며, 단지 회사와 소비자 간의 문제라는 입장에서, 모든 구제조치는 회사로부터 구상해야 한다는 행정적 단서를 달아, 결과적으로 구제의 범위를 인과관계가 확실한 배상대상만으로 축소시킨 제도이다. 정부는 병원비와 일부 장례비 등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원하면서 그 비용마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로부터 확실히 받아낼 수 있는 피해대상만을 한정함으로써 제대로 된 구제가 아니라 사실상 부분배상을 국가가 대리하는 제도에 불과한 것이다. 즉 피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폐손상 판정의 28%에 불과한 1·2단계만 구제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72%는 구제에서 배제해 버린 것이다.

전문가위원회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구상이 전제되어 있는 국가 지원대상에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인한 천식 피해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일부 환경부 관계자들의 주장 또한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을 단지 사법처리상의 환경피해인정 전단계로만 국한시키려는 매우 부적절한 판단이다. 지금이라도 구상이 전제되지 않은 구제가 되도록 피해구제 특별법의 규정을 개정하여, 3단계(가능성 있음) 환자들을 포함하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의 가능성이 폭넓게 제대로 구제되는 제도를 시행하여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의 보호는 최소한의 국가 책임이다.

백도명 |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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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할 방침을 세우자 원전세력이 똘똘 뭉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수십년간 독점했던 ‘전문가의 식견’을 앞세워 한국 원전의 기술력과 경제성이 세계최고라는 등의 원전지상주의를 원전지식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계의 핵심학맥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자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13년간 근무했던 박종운 교수(동국대)의 ‘원전 비판’이 눈에 띈다. 원자력계는 “세상에 이런 마피아가 없다”는 박 교수의 자아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31일 동국대 경주캠퍼스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 교수는 “좁은 한국 땅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도 원전을 더 지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김창길 기자

박 교수는 “가뜩이나 원전밀집도가 높은 부산·울산·경주 인근에 또다시 신고리 5·6호기를 짓겠다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월성원전 주변엔 150만명, 고리원전 인근엔 400만명이 거주한다. 한국의 원전위험도는 주변인구가 17만명에 불과했던 후쿠시마와 비교할 때 40배나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원전세력은 한국의 원전이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3차례의 사고도 모두 원전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스리마일 사고는 노동자의 실수, 체르노빌은 과학자의 실험,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일어났다. 수십수백만 시민의 생명을 전문가의 보증만으로 보장할 수는 없다. 이런 위험 때문에 원전은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청정에너지’로 공인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원전세력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능이 자연수치로 떨어지는 데는 10만년이 걸린다. 국토가 광활한 미국에서조차 주민 반발 때문에 폐기물 처리장소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좁은 땅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화장실 없는 아파트’의 뒤처리를 후손들에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릴 수는 없다.

연일 폭염이 밀려왔지만 지난 7월 발전 설비예비율이 34%에 달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공급과잉으로 전력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또한 2014년 주민투표 끝에 ‘탈원전’을 선언한 강원 삼척시는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떠올랐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신청을 한 업체가 172곳에 이른다. 예정 발전용량(1916㎿)은 원전 1기의 발전용량(1000~1500㎿)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은 이제 ‘원전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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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3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역할과 결론 도출 방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위원회는 원전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닌 독립적 자문기구로 규정했다. 따라서 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을 관리해 도출된 결론을 정부에 권고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공사 중단 또는 재개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시민배심원단 명칭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 참여단(시민참여단)’으로 바꿨다. 국민의 의견 수렴 방법은 숙의 여론조사 형태인 공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3개월 시한의 공론화위원회가 출범 열흘 만에 답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공론화위의 역할과 결론 도출 방법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다. 공론화위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공론조사와 배심제라는 다른 결론 도출방식을 두고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법적인 최종 결정은 정부가 내린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은 공론화위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이 때문에 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최소한 공론화위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은 끝나야 할 것이다.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3층 브리핑룸에서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붉은계열 넥타이)과 이희진 대변인(단발머리 여성), 이윤석 부대변인(노랑계열 넥타이)이 제 3차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 회의 결과 발표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오른쪽)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공론화위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뒤 퇴장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제 공론화위가 해야 할 일은 공론조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형 조사는 약 2만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 후 최종 350명 내외의 시민참여단을 모집한 뒤 숙의 과정을 거친 다음 최종 조사 순으로 진행된다. 공론화위가 정부에 넘길 최종 권고안에는 건설 중단·재개 의견 비율과 찬반 선택에 대한 다양한 의견, 토론과정에 대한 쟁점과 다양한 대안 등이 담기게 된다. 그 과정이 복잡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찬반 비율의 편차와 그것에 대한 평가와 분석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신고리 5·6호기 원전 인근에 사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주민들의 시민참여단 참여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1차 여론조사 결과를 공론조사가 벌어지는 기간 동안 공표할 것인지 등이다. 하나하나가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사안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로드맵’이 완성된 만큼 누구나 따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중요하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개입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론화 과정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공론조사의 정당성 확보는 물론 결과에 대한 시비를 없애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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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4일 발족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에 대한 논란과 관심이 뜨겁다. 8월1일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핵공학 관련 교수 등은 법적 절차를 문제 삼아 공론화위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같은 날, 공론화 추진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한국갈등학회 주최로 열리는 등 공론화 과정의 설계와 관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었다.

공론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 중의 하나가 중립성이다. 공론화위 위원은 “중립적인 인사”(국무총리훈령 제690호 제3조2항)여야 한다. 7월3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탈핵 정책으로 “전력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고, 전기요금 폭탄도 절대 없다”고 주장하자, 핵발전 찬성 측은 정부의 발언이 공론화 과정의 중립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론화 과정의 중립은 어떤 것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가만히 있는 것이 중립인가? 찬반 양측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공론화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핵발전 관련 정보는 정부와 생산자인 한수원이 일방적으로 제공해왔다. 당연히 핵발전에 유리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원전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원전 신화’가 탄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논의가 시작되자, ‘전기요금 폭탄’과 ‘전력 수급 심각한 차질’ 등의 자극적인 보도가 일부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져 나왔다.

공론화위는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설계, 관리해야 한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종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자신의 특별한 관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통에 대한 방관이나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그것은 무관심 또는 가해자를 편드는 것이다. 불균형 앞에서도 중립은 없다. 불균형 상태를 방치하는 기계적 중립은 중립성을 훼손한다. 중립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론화위의 중립성은 시민들의 숙의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을 요청한다. “국민 이해도 제고”(훈령 제2조3항)라는 공론화위의 기능도 같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 필요한 신고리 5·6호기 관련 정보에는 공학적, 경제적 문제와 함께 인간학적, 윤리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포함된다. 자연의 불확실성과 인간 실존의 한계로 핵발전사고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고가 나면,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교훈이다. 공사 현장에 걸린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지역주민 생계를 보장하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쓴 현수막은 핵발전소 지역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보여준다. 결국, 핵발전소에 예속된, 피폐해진 삶만이 남는다. 아무도 원치 않는 핵발전소 내의 피폭노동은 하청노동자들의 몫이다. “정규직은 사고 현장에 오지 않는다.” 어느 하청노동자의 말이 아직도 아프다. 핵발전소와 송전탑은 쌍둥이다. 밀양과 청도는 송전탑 지역주민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생생히 보여주었다. 핵발전소의 가동으로 사용후핵연료가 쌓여간다. 최소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이 고준위핵폐기물은 오롯이 미래 세대의 부담이다. 누가 핵발전의 안전성을 판단해야 하는가? 예측불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내재된 현실은 공학적 계산으로 얻은 수치보다 언제나 크다. 결국, 안전성 판단은 공학자들의 계산이 아니라 시민들의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공론화위는 핵발전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고, 시민들의 숙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책무를 지고 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촛불과 광장의 참여로 극복한 체험을 간직하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숙의 형태의 참여로 에너지 민주주의 시대를 활짝 열자. 관건은 평평한 공론화장의 확보에 있다. 공론화위의 ‘중립’을 기대한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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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7일 공론조사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8월 중 시민 2만명 내외를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중 350명을 선발해 공론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공론화위원회는 그동안 정부가 밝혀온 공론수렴과 의사결정 절차와는 다른 설명으로 혼선을 초래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공사를 재개할지, 안 할지 조사대상자들이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논란을 일으키자 부랴부랴 “찬반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억측을 낳았다. 이는 지난 24일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정책에 수용할 것”이라고 밝힌 정부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일각에서는 공론화위원회가 민감한 사안인 원전 중단의 찬반을 결정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서울환경연합 탈핵자전거 원정대원들이 원전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를 촉구하며 출발하고 있다. 이들은 9월26일까지 자전거를 타고 서울시내를 돌며 탈핵 선전전을 펼칠 예정이다. 서성일 기자

그러나 이날의 혼선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애초부터 공론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의 개념을 혼동하는 우를 범했다. 사실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는 사회적인 갈등관리 기법의 차원에서 완전히 다른 시민참여형 숙의의 실천방법이다. 시민배심원제는 법원의 국민참여재판처럼 판결의 성향이 강하지만, 공론조사는 참여진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권자인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공론화위원회가 “공론조사는 찬반 의사 결정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의 용어를 혼용하면서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처음부터 이런 문제점을 알았다. 그렇지만 정부가 전통적인 공론조사의 방식에서 벗어나 ‘공론조사 결과-정책 반영’이라는 혁명적인 민의수렴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좋게 해석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가 ‘찬반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공론조사의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공론조사는 한국 사회가 처음 시도하는 숙의 민주주의다. 시민의 손으로 미래세대의 안전 문제를 심도 있게 토론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하지만 원전 백지화는 찬반 양론이 각축하는 갈등 사안임을 잊어선 안된다. 시행착오가 잦아지면 자칫 원전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잃을 수도 있다. 정부는 혼선이 계속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 특히 혼선을 빌미 삼아 공론화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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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회사 PG&E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거진 안전성 논란 끝에 2016년 6월 캘리포니아주의 마지막 원전인 ‘디아블로 캐니언’(이하 디아블로) 1·2호기의 애초 계획된 20년 수명연장을 포기하고 2025년 폐쇄를 결정했다. 

또한 원전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사례는 국내 공론화 방식과 차이가 있으나, 현재 국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에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먼저 지진과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다. 사실 디아블로는 지진으로 인한 건물 충격의 지표인 지반가속도 0.75g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정되어, 세계 최고의 내진설계를 자랑하던 원전이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내진설계(0.3g)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건설비용도 현재 가치로 14조6000억원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비(8조6000억원)의 두 배 가깝게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 시민사회에는 디아블로 주변에서 단층대들이 발견된 만큼 지진으로 인한 사고 위험과 해양환경 피해를 완벽히 방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우려는 원전 폐쇄 결정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

둘째로 전력회사의 전향적인 자세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들 수 있다. 디아블로의 안전성 논란이 수년째 지속되자 PG&E사는 환경단체, 노조, 지역 주민을 동등한 파트너로 초청해 수명연장 여부에 대해 공동의 결정을 했다. 

논의 결과도 원전 폐쇄를 넘어 향후 에너지 대안 수립 방식, 노조와 주민들에 대한 보상 방식을 포괄하는 등 이른바 ‘질서 있는 폐지(orderly phase-out)’가 강조된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줬다.

셋째, 명망가와 대학교수들은 공론화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청와대에 원전 추진 요구서한을 보낸 미국 환경단체 ‘환경진보’와 30여명의 대학교수들은 디아블로 사례에서도 지난해 1월 PG&E사,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에 디아블로 수명연장 요구서한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어느 기관도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이해당사자인 PG&E사와 노조조차 원전 폐쇄 방안에 합의했다. 국내 원자력계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 ‘미국 환경단체’는 정작 미국의 원전 공론화 과정에서 아무런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우리는 과거 압축 경제성장을 하면서 대형 건설사업의 의사결정권을 정부, 국책연구소, 소수 대학교수들에게 부여해왔고 이를 당연시해왔다. 최근 국내 원자력 전공교수들이 신고리 공론화 방침에 대해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원전 추진 여부를 결정해선 안된다”는 성명을 낸 것도 이런 결정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지난 정권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낭비된 ‘4대강’ ‘아라뱃길’ 사업 등을 국책연구소들조차 연구용역 발주자의 입맛에 따라 숫자까지 바꿔가며 합리화시켜준 사례들을 목도했다. 국민들에게 전문가랍시고 ‘호통’치는 원자력과 교수들은 신뢰할 만한 집단이라기보다는 업계의 ‘용역일꾼들’로 비칠 수밖에 없다.

원자력계가 공론화로 인한 공사 일시 중단조차 예산 낭비라고 공격하면서 3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공론화 기간이 설정되었다. 

그러나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사업에서 진정한 주인은 납세자인 만큼 그 어떤 이해당사자도 원전 공론화 자체를 거부할 명분을 갖지 못한다.

원자력계는 공론화 ‘흔들기’를 자제하고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일 것이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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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국면으로 들어갔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다시 환경보전 논란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1호) 내 케이블카 건설과 관련해 ‘문화향유권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문화재위원회의 거부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결정문에는 설악산의 ‘문화향유’ 정도가 제시되지 않아 과연 현재 설악산의 ‘문화향유’ 정도가 어느 수준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예정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어미 산양과 새끼 산양. 박그림 제공

다음은 속초문화원의 설악산 소개글이다.

“설악산의 웅장한 절경은 어느 모로 보나 남한 제1의 명산으로 일찍이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극진한 보호를 받아오고 있는 보호지역이며, 1982년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전 세계가 주시하는 보호구역이 되고 있다.”

이런 자부심 높은 설악산에도 아픔은 있다. 1995년 우리나라는 ‘국격’을 생각하여 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 하였다. 그런데, 참 민망하게도,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 규제가 강화되고, 관광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한 지역민의 반대로 등록에 실패하였다. 이 사건이 우리나라 자연환경보전 정책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컸으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화는 없는 듯하며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후 각종 개발로 설악산의 문화향유는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으며, 2016년에는 총 365만명이 설악산을 ‘직접’ 향유하였다. 과연 매일 1만명씩 관광객이 찾아오는 설악산의 문화향유권은 어느 수준일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호지역 중 하나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과 비교해보자.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직접 향유를 위한 입장객은 최근 10년 간 연평균 약 350만명이며, 2016년에는 426만명을 기록했다. 연간 300만명 초반을 유지하던 관광객이 국립공원청 역사 100년을 기념(미국 공원청은 1916년 설립되었다)한 대대적 홍보로 2014년과 2015년 각각 전년도에 비해 50만명이 증가하여 40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일시적 현상으로 보임에도 급격한 이용객 증가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여 2015년에 20%의 입장료 인상(현재 입장료는 차량 1대당 한화 약 3만4000원)을 단행하여 관광객 제한을 유도하였다. 언뜻 보면, 현 설악산 입장객은 문화향유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옐로스톤국립공원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밀도를 계산하지 않은 결과로 이를 고려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설악산국립공원의 면적은 398㎢로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큰 보호지역 중 하나인데, 1㎢당 연간 관광객 수는 약 9200명에 달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설악산의 22배가 넘는 9000㎢에 육박하는데, 유난히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2016년에도 1㎢당 연간 관광객 수는 고작 474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설악산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관광객 밀도를 우려하여 입장료를 과감하게 올리는 반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으로 “극진하게 보호하는” 설악산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호지역에 비해 단위면적당 20배나 많은 관광객이 찾음에도 문화향유 권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여기에도 들이댈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자. 미국의 동물이나 한국의 동물이나 국토의 면적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동일 관점에서 해당 국가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외국에는 케이블카가 많다는 논리를 펴는 주장은 하지말길 바란다. 케이블카의 건설 당위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국가인 스위스에도 최소한 국립공원만큼은 케이블카를 건설하지 않는다.

문화재위원회의 결정논리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논리 중 어느 쪽이 보다 합리적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뻔한 것이다. 행심위의 결정은 자신들을 제외한 국가의 모든 전문위원회가 필요없다고 얘기하는 오만으로 비춰진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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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그 크기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같은 숫자도 단위에 따라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숫자 535 뒤에 조 단위가 붙고, 또 그 뒤에 달러가 붙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가 된다. 535조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경원이다. 경은 조보다 1만배나 크다. 0의 개수만 16개나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결코 마주칠 수 없는 숫자다.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비교를 하면 피부에 와닿을지 모르겠다. 1400조원대인 한국 가계부채보다 429배나 많은 액수다. 18조1247억달러(2015년 기준)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해도 약 30년치에 해당하는 돈이다. 어쨌든 이 천문학적인 535조달러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가.

현재 인류가 처한 문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다. 그 심각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농도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구의 CO2 농도는 280PPM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5년, 400PPM을 돌파했다. 400PPM은 흔히 지구온난화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린다. 끔찍한 대재앙의 전조다. 그래서 기후과학자들은 400PPM 수준인 CO2 농도를 350PPM 아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3도 높았다. 기후과학자들은 350PPM 아래로 낮춰야만 금세기 후반에 기온 상승폭을 1도로 묶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2015년 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기준 2도 이내로 묶는 것이 목표다. 이 추세로도 지구 기온은 엠 간빙기 때만큼이나 높아질 수 있다고 기후과학자들은 우려한다. 엠 간빙기는 13만~11만5000년 전 지구가 뜨거웠던 시기다. 지금보다 빙하가 훨씬 적고 해수면은 6~9m나 높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재앙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CO2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줄이지 않고 CO2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이론적으로는 CO2를 제거하면 된다. 즉 대기 중에서 CO2만 추출해 밀폐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CO2 포집·저장 기술이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고, 그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프랑스·중국·영국·호주의 기후과학자들이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2100년까지 대기 중 CO2 1조t을 추출해 저장하려면 535조달러가 든다는 내용이다. 논문은 유럽지구과학협회가 지난 18일 펴낸 ‘지구시스템다이내믹스’ 최신호에 실려 있다. 연구자들은 이 비용을 ‘미래세대의 부담’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535조달러는 우리가 CO2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후손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인 것이다. 현재 전 세계인구를 75억명으로 추산하면 1인당 부담액은 8억원이나 된다. 미래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다.

어떻게 535조달러가 나왔을까. 계산법은 이렇다. CO2 배출량 증가율을 현 추세인 2%로 가정했을 때 금세기 말까지 대기 중에서 추출해야 할 CO2 양은 1조t에 이른다. 이를 모아서 지층 아래에 저장할 경우 드는 비용이 535조달러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CO2 배출량을 2021년부터 매년 6%씩 줄인다면 2100년까지 추출할 CO2 양은 1500억t으로 줄어든다. 이 가운데 1000억t은 농업과 산림정책 개선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 경우 비용은 최대치의 6분의 1 수준인 89조달러로 떨어진다. 하지만 연구팀은 CO2 포집·저장 기술은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펜스테이트대학이 지난해 한 실험을 보면 추출한 CO2를 저장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연구팀은 지층에서 자주 발견되는 사암과 석회암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암석에는 구멍이 많고, 지하수는 소금을 용해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곧 물과 CO2가 만나면 소금물의 산성이 더 강해지고, 그 물은 바위를 녹인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CO2를 지층에 저장하는 방법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35조달러는 너무나 큰 액수이다 보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당장 나와 무관하다고 여길 수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숫자가 아니다. 무시해서도 안된다. 우리 자식들과 후손, 인류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어쩌면 535조달러는 미래가 인류에게 미리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535조달러짜리 청구서를 받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명하다. 미래세대로부터 지구를 파괴한 세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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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내 원자력계, 일부 언론 및 야당 정치인들의 반발이 필사적이다. 이들의 주장 중 하나가 원자력은 수출산업이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현재 추진 중인 원전 수출사업을 막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9년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경수로 4기 원전을 수주한 것을 들먹이며, 원자력이 미래 먹거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UAE 사업으로 4기 원전 건설 수주액 약 21조원에다 60년간 원전 위탁운영 계약액 약 56조원을 벌어들인다고 자랑하고 있다. 과연 UAE 원전 수출은 한전이 자랑하듯 장밋빛 전망만 있는 꿈의 사업일까?

2017년 7월12일자 뉴스1에 의하면 올해 5월 준공 예정이었던 UAE 1호기의 운전이 연기되면서, 이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한전을 상대로 소송액 약 5000억원의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원전 건설 공기 연장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재난의 결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140만㎾급 경수로 4기가 전부 완공되는 2020년 UAE 원전은 이 나라 총 전력공급의 25%를 차지할 예정이다. 1기 원전이 UAE 전력생산의 약 6%를 담당하는 꼴이다. 경수로 원전은 핵연료 교체, 주요 기기와 계통에 대한 점검 및 정비 수행을 위해 보통 1년 반 운전 후 약 2개월간 정지한다.

그런데 멀쩡히 운전되던 원전이 갑자기 정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5일 울진의 한울원전 5호기가 냉각 계통 이상으로 가동이 정지되었다.       

SBS 뉴스에 의하면 “원자로 안에 설치된 원자로 냉각재 펌프 4대 가운데 2대가 멈춰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한다. 이러한 원자로 불시 정지 현상을 ‘트립’이라고 하며, 이는 원자로 보호 차원에서 냉각수 계통의 압력 및 온도 변화, 펌프의 오동작 신호,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 신호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UAE 원전 1기가 정기점검을 받는 중 사이버 범죄를 포함하여 원인 모를 이유로 나머지 2~3기의 원전이 비슷한 시간대에 트립되었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불시 정지한 원자로는 노심 특성과 안전점검 문제로 수일간 재가동을 못한다. 원전 3~4기의 발전용량, 즉 UAE 총 전력의 18~25%가 사라진 아부다비 서쪽 약 270㎞ 바라카(Barakah) 지역을 중심으로 정전이 도미노로 UAE 전국에 퍼져, 국가적 대정전(블랙아웃·blackout)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주변 국가들과 전력망이 연계되었을 경우, 이웃 국가의 전력망에도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2003년 8월 뉴욕 등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 발생한 블랙아웃은 5000만명 이상을 3일간 암흑 속에 살게 했고, 7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혔다. 주변에서 전력공급이 가능했던 2003년 미 동북부의 블랙아웃은 다행히 3일 만에 해결되었지만, 주변에서 전력공급을 받을 수 없으면 블랙아웃은 일주일 이상도 갈 수 있다 한다.

일일 국내 총생산이 1조원이 넘는 UAE가 3~4기 원전 트립으로 발생한 블랙아웃으로 겪을 국가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누구 책임인가?       

만약 60년의 원전 위탁운영 기간 중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 또는 그와 다른 형태의 원전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한전은 절대 아니길 바란다.

강정민 | 미국 천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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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대체로 정부의 공론화 방침을 받아들이면서 공론화위원회의 구성, 공론화의 세부 절차 마련 등 후속 조치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정부 방침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쪽은 원자력 분야 교수와 전문가이다. 이들은 두 차례에 걸쳐 입장을 밝혔는데, 두 번 모두 정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공론화 방침을 발표하기 전에는 탈원전 정책을 “소수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하는 제왕적 조치”라고 비난한 바 있다. 공론화 방침이 발표된 후에는 더 많은 인사들이 참여한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공론화 방침을 “비전문가이면서 향후 책임도 질 수 없는 소수 배심원단”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무릇 정책이라는 것은 전문가 중심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자력 분야 인사들의 생각인 듯하다.

원자력 분야 교수와 전문가들이 낸 성명서를 읽어내려 가다 보면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우선 이분들은 한편으로 전문가 중심의 결정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면서도 정책결정 방법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비전문적인’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공론화를 통한 정책결정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것을 ‘책임질 수 없는 소수’에 의한 결정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이분들은 전문가나 정부 당국자가 아닌 이해당사자나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정책결정 방법이 공공정책 분야나 갈등관리 분야에서 하나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공론화는 곧 시민 참여적 공공정책 결정이다. 이러한 공공정책 결정 방식은 과거 한때 유행했던 관료 중심적 정책 결정이나 전문가 중심적 정책 결정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소수의’ 관료나 전문가가 주도하는 정책결정은 그 과정에서 소외된 이해당사자 또는 공중의 반발을 야기하기 쉬웠고, 이러한 반발이 조직화되어 공공갈등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밀실’에서의 결정이 주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아 취소된 경우가 허다하다. 안면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 계획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공공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초기 단계에서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방안이 바로 시민 참여적 공공정책 결정이다. 이를 참여적 의사결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공정책의 이해당사자인 공중이 직접 정책결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결정이라고 해서 전문가의 역할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의존하게 되는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일은 결국 전문가들에게 맡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이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때 ‘숙의’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문가 집단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래서 합의회의,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등에서는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여 운영하게 된다. 정보는 전문가가 제공하고 결정은 시민이 하는 방식이다.

공공정책 중에서도 공중의 참여가 가장 강조되는 분야는 위험관리이다. 위험관리에서 공중의 참여가 강조되는 까닭은 위험에 내재하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과학적·기술적 지식의 명료성이 부족한 상황을 의미한다. 원자력 분야 인사들은 원전의 운전과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처분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원전 사고는 대형사고만 해도 이미 세 차례 발생했고, 아직도 제대로 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갖고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없다. 우리와 미래세대가 과연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정답이 있다면 의사결정을 과학자에게 맡겨도 되겠지만,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시민의 자기 결정만이 의미가 있다. 위험을 무릅쓰면서 이대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대안을 찾아야 할지를 선택하는 일은 시민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시민 참여와 숙의의 요건을 균형 있게 충족시킬 수 있는 공론화가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서 이번 공론화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숙의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묵 |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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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원전의 공사중단 여부를 다룰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공사중단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공사중단 여부는 전화표본 조사 등을 통해 구성될 시민배심원단이 3개월간의 숙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의 역할은 시민배심원단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공론화의 전 과정을 설계 및 관리하는 것이다. “공정성이 큰 숙제일 것 같다”는 김지형 위원장(전 대법관)의 취임 일성처럼 공론화위원회의 성패는 철저히 ‘공정성 관리’에 달려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자료를 시민배심원단에 제공해야 하며,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TV 생중계 등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워낙 논쟁적인 사안을 다루는 만큼 추호도 오해받지 않도록 ‘절차적인 정의’를 지켜나가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4일 열린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이날 구성됐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공론조사를 앞두고 원전 중단처럼 전문가 토론이 필요한 ‘전문 분야’를 시민들에게 맡기는 게 옳은 것이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주도’로 결정된 원전정책의 결과는 어떤가. 약 320만명이 거주하는 부산·울산 지역에서는 9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거나 시운전 또는 건설예정 중이다. 세계 최대의 원전밀집지대이다. 원전의 위험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고, 전력을 소비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주체인 시민은 ‘비전문가’로 치부됐다. 2011년 독일의 에너지윤리위원회가 탈원전을 결정한 핵심 이유는 한 가지, ‘삶의 가치’였다. 윤리위원회는 ‘인간과 원전의 공존은 가능한가’라는 화두로 고심한 끝에 ‘원전은 안전할 때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전 문제는 기술·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라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웅변해준다. 이번 공론화 결과 신고리 5·6호기의 공사가 완전 중단될 수도, 재개될 수도 있다. 공론화의 과정에서 다른 견해를 듣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받아 시민 스스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이야말로 참여민주주의의 소중한 경험이다. 결과가 어떻든 승복해야 한다. 정부도 행여 공정성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집단의 이기주의로 공론화 과정을 사사건건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다.

이번 공론화 작업은 앞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와 같은 국가적 갈등사안을 풀 수 있는 해법으로 유용할지 알아보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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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탈핵방침에 대한 핵마피아의 저항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최근 2차례에 걸친 관련 교수들의 ‘봉기문’과 함께 그동안 광고비 획득에 혈안이 되어 핵마피아의 홍보기관으로서 충실히 기능해 온 보수언론들의 집중적인 비판도 볼썽사납다. 특히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의 417명이 탈핵방침의 재검토를 요구한 봉기문의 경우 필자도 같은 직업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로 자의적 해석으로 가득 차있다. 아래에서 이들의 무책임한 주장을 몇 가지 짚어본다.

첫째,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에 따른 매몰비용 및 배상비용을 고려하여, 대통령은 독단적인 결정 즉 “제왕적 조치”를 취소하라는 주장이다. 이는 오직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전문가의 본질적인 책무를 망각한 본말전도의 궤변에 불과하다. 전문가의 책무는 학문의 세분화로 부분적인 지식의 소유자인 만큼, 종합적 정책의 수립을 위해 관련자료 및 정보의 제공에 충실하는 것이다.

1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던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에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석우 기자

막대한 연구비 획득이라는 ‘기득권 유지’만을 위해, 한정된 지식의 전문가가 단락적 주장을 강변하면 사회의 올바른 정책판단 및 합의형성을 왜곡하게 된다.

둘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건설 중인 핵발전소(APR)의 수주원인은 세계최고의 기술수준이 아니라 수익을 무시한 낮은 가격 때문이라는 것은 국제적 상식이다. 만약 핵마피아가 기술수준을 주장하려면, APR1400모델이 아직도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승인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셋째, 후쿠시마의 비등 경수로(BWR)보다 국내 가압 경수로(PWR)의 격납용기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여, 국내에서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방사능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같은 전원상실로 인한 긴급정지 시에는 국내의 PWR이 BWR보다 오히려 사고 리스크가 더 높은 구조라는 점은 감추고 있다. 즉 BWR과는 달리 PWR은 교류전원을 상실하면, 비상노심냉각장치(ECCS)가 즉각 정지되어, 원자로 내의 직접 냉각이 불가능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PWR도 전원상실에 대비한 증기구동의 ‘보조급수펌프’를 갖고는 있지만, 직접 원자로 내에 냉각재를 주입하는 기능은 없다. 게다가 원자로노심이 용융상태의 고온이 되면, 고온의 수증기가 증기발생기의 세관 접속부를 녹여 보조급수펌프의 냉각기능도 상실된다.

넷째, 체르노빌 사고원인의 하나로서 격납용기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 같은 폭발력에는 국내 PWR의 격납용기도 견딜 수 없다는 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다섯째, 핵마피아는 석유 또는 가스와는 달리 원자력은 국가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준(準) 국산에너지”라는 황당무계한 궤변을 펼친다. 준 국산에너지라는 용어는 일본의 재처리 및 고속로 추진파가 만든 조어(造語)로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에서 나온 플루토늄 등의 재이용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국내 핵마피아는 용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모른 채 인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핵연료 역시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와 마찬가지로 전량 수입해야 하는 ‘외국산’이라는 기본적 지식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여섯째, 원자력산업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경쟁시장(에너지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은 경제학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정부의 보호로 비효율적인 사양산업인 원자력산업이 경쟁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갖춘 신규 산업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즉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중장기적으로는 국민복지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일곱째, 핵마피아의 안전 신화와는 달리, 미완성기술의 이용에 따른 핵발전소의 사고 리스크를 스스로 인정하는 국내법도 존재한다. 현행의 원자력손해 배상보상계약법 제4조 제1호에 “대통령이 정하는 정상운전 등으로 인하여 생긴 원자력 손해”의 규정이 그것이다. 이 조항은 법에 근거한 가동규칙(매뉴얼)을 충실히 지켜도 핵발전소 등의 원자력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즉 원자로의 손상·천재지변·제3자의 행위 같은 원인조차 없는, ‘정상운전’에서 일어나는 원자력손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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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이 길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만들어낸 촛불시민이 이뤄낸 길과 연결되어 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제. 어쩌면 다수 시민에겐 낯선 절차일 수 있다. 우리 에너지 정책사에서 공식적으로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껏 에너지정책 결정에 있어 시민에게 의견을 물은 적이 없었기에, 이 새로운 시도는 그 자체로 역사적 사건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숙의적 의사결정에 대한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언론 보도를 보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흔들기 위한 것인지, 우려스러운 논조가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원전정책이라는 전문 영역을 비전문가인 대중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대중은 논리보다 감성에 반응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원자력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논조가 여러 언론의 사설과 칼럼, 기사에 넘쳐나고 있다. 시민이 이런 절차에 참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 누가 에너지정책, 원전정책을 결정해야 할까? 그들이 염두에 둔 결정권자는 바로 전문가들과 국회의원들이다.

전문가들은 이제껏 주요 정책결정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다. 전문가들과 관료, 국회의원들이 ‘그들만의 리그’로 정책결정 과정을 사실상 독점해오다시피 했다. 바로 그 결과가 오늘날의 에너지정책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란 원전정책과 관련해서는 원자핵공학자들을 비롯한 찬원전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다시 찬원전 전문가들에게 원자력정책을 맡겨야 한다? 왜 우리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일부 극소수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걸까? 그들이 일반시민보다 더 많이 알기 때문에?

현대 산업사회의 많은 과학기술들, 가장 대표적으로 원자력발전 기술은 ‘탈정상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펀토비츠와 라베츠에 따르면 탈정상과학이란 위험부담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 그래서 “사실이 불확실해지고 가치가 논쟁에 휩싸이며 여파가 크지만 판단이 시급한 상황”에 적용되는 과학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가주의에 입각한 과학자들의 주장이 답이 될 수 없다. 그들이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제거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어떤 가치를 택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위험과 비용을 감내할 것인지는 결국 그 위험과 비용을 감내하거나 지불할 당사자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들이 바로 시민이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과학기술로 야기되는 위험에 노출되고 위험이 사고로 변했을 때 피해와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하는 당사자들도 시민이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의 운영을 두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전문가를 배제한다는 비판도 온당치 않다. 전문가들도 이 과정에 중요한 당사자, 증인으로 참여한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찬원전과 탈원전 두 진영이 일반 시민 앞에서 공정한 게임의 규칙 아래 증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자기 주장을 알릴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 찬원전 진영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홍보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시민배심원과 공론조사 방식에서는 양측 전문가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면서 공정하게 자기주장을 발표하고 설득할 기회를 동등하게 갖는다. 배심원들은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듣고 상식과 통찰에 근거해서 숙의를 거쳐 판단을 내리게 된다. 전문가들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이런 절차에 대해 알고도 전문가 배제를 운운했다면 왜곡과 호도요, 이런 내용을 모르고 말했다면 제안된 제도에 대해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윤순진 |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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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시민 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을 비전문가들이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일까?

우리 시대의 과학은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과학은 중세 이후 온갖 그릇된 믿음을 격파해오며, 종교가 차지하는 위상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랐다. 왕이 스스로 신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는 왕의 권리는 과학적 사실 앞에 상처를 입었다. 우리가 과학적이라고 말할 때, 이는 믿을 만하다, 신뢰할 만하다고 해석된다.

과학의 위상은 올라갔지만 사회는 과학적으로 굴러가지 않고, 인간도 과학적으로 살지 않는다. 이는 과학이 가치에 대해 말하지 않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은 어떤 사실이 있고 없음, 많고 적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좋다 나쁘다,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종교가 아직도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천국이 있고 없음이 아니라, 돈·명예·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자비·헌신·봉사·희생이라는 가치를 설파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과학자들도 종교를 믿는다.

14일 한수원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기습 결정한 가운데 한수원 경주 본사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은 숫자나 확률 같은 ‘정해진’ 용어로 말한다. 가치가 아닌 관리를 중시한 용어다. 지난달 18일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했을 때, 언론은 원전업계의 표현을 빌려 원자로가 식었다고 표현했다. 핵물리학자들이 정해놓은 식었다는 온도는 93도였다. 환경론자는 그래서 원전을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한다.

세상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 과학적 합리성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합리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나는 원전 유지론자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대체 에너지 개발에 어려움이 있고, 향후 전기료 인상 가능성도 있다. 3개월이란 시한도 문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이걸 감안하더라도 원전 유지는 과학적 합리성마저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원전 유지론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원전을 돌리니까 그나마 싸게 전기를 이용해왔다는 것이고, 대체로 안전하며, 대체 에너지가 부족해 원전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동한 지 40년 만에 폐쇄된 고리 1호기는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공급했다. 하지만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 관리해야 하는 큰 숙제를 남겼다. 핵쓰레기, 즉 핵폐기물은 방사능에 따라 중·저준위와 고준위 핵폐기물로 나뉜다. 문제는 고준위 핵폐기물인데 이건 오래 보관해야 한다. 보통 10만년, 독일은 100만년으로 잡고 있다. 기성세대는 그동안 원전을 잘 써먹었는데, 후손들은 부서지지 않고, 녹슬지 않고 새지 않는 창고를 지어 10만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후대의 미래를 저당 잡은 셈이다. 이게 정당한가. 10만년을 비용으로 계산이나 할 수 있을까?

원전은 단 한 번 사고로 절멸에 가까운 재앙을 입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원전 밀집도가 높은 부산·울산에서 사고가 나면 수백만명이 위험하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도시와 지역사회가 초토화된다. 원전사고는 교통 사고가 아니다. 확률로 얘기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신화는 과장되고 미화됐다.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사상으로서의 3·11>에서 각국의 원전사고를 낱낱이 열거했다. 1957년 영국의 셀라필드 원전사고는 30년이 지나서야 공표됐고, 1961년 미국 해군의 SL-1이라는 군사용 시험 원자로에서 난 사고는 규모조차 밝혀지지 않았으며, 1963년 프랑스 생로망 데조 원전은 연료 용해사고를 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참사, 2008년에는 프랑스의 트라카스탱 원전에서 방사선 누출사고가 터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스무차례 이상 핵잠수함의 침몰과 노심용해를 공표했다. 군의 핵사고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특성상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사키는 “이게 전부라는 보증은 없다”며 “어느 나라든 숨기느라 애쓰고 있다”고 했다. 쓰나미 같은 천재지변뿐 아니라 실수나 실험 도중 사고가 나기도 한다. 체르노빌이 그랬다.

게다가 원전은 사양산업이다. 핵발전 비율이 7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프랑스도 2020년까지 50%로 감축하기로 했다. 독일과 대만 등은 원전 폐지를 결정했다. 핵물리학계와 원전산업은 함께 성장해온 동반자적 관계다. 핵물리학이 원전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원전산업은 그들의 연구를 지원해왔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 결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과 미래를 위해 사회적,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병준 문화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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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결속은 흔들림이 없다.

파리협정의 발효로 돌입한 신기후체제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절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수단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생산·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2013년 이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건설된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전체 발전설비 규모(259GW)의 약 60%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그 비중이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의 흐름에 따라 현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2030년 20%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공급을 의무화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그 의무량을 상향조정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가정이나 산업체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면 보조금, 저리 융자 등 투자비를 지원하여 신재생에너지 기술 혁신과 비용 하락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스스로 신재생에너지 확산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GM 등 7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구매자연합’(REBA)은 2025년까지 원전 60개 규모에 해당하는 60GW의 신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구글은 2010년부터 태양광, 풍력 등 17개 신재생에너지 보급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약 18억달러를 투자하였고, 2015년부터는 태양광 설치 희망자가 건물 주소만 입력하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선루프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페이스북도 최근 약 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아이오와주 데이터센터에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독일 BMW그룹은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BMW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에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할 것을 요청하였다. BMW의 이러한 시도는 2014년 시작된 친환경사업 프로그램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의 일환으로, 중장기적으로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에서 비롯되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이케아, 나이키 등 9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 무역이나 거래에도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여부가 중요한 비즈니스 결정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기업들의 자발적 신재생에너지 확산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녹색요금제, 에너지 프로슈머 등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한 손으로는 단추를 끼울 수 없다’는 몽골 속담이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추진은 정부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력 다소비 업체들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 선두에 서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단추를 차근차근 끼워 나가야 할 때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협력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강남훈 |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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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중단한다고 해서 원전 제로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계속한다 해도 원전 제로가 실현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건설중단이냐 계속이냐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원자력계와 반핵진영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상징성을 가질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이정표가 되는 것도 아닌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중단을 둘러싼 대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3월 문재인 후보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후 이미 4개월이 지났고, 그사이에 공정이 상당히 진행되었다. 공사비, 설계비, 보상비 등으로 모두 2조6000억원의 돈이 투입되었다. 공사를 완전히 중단할 경우에는 손실이 10조원으로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자력계와 야당에서는 이를 근거로 건설중단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고, 원전 제로까지도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린 결론은 공론화를 거쳐 시민 배심원단이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약속했을 때에 비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약이기 때문에 건설을 중단한다거나, 그동안 들어간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계속 건설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보다, 시민들에게 맡겨 공부와 토론을 거쳐서 결정하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더 부합하지 않겠는가. 이 과정이 숙의 민주주의의 중요한 사례가 되어,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원자력계와 반핵진영에서는 오직 공론화 과정에서 나올 결론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기대하는 결론을 가지고 있으니, 자기들 편이 아닐 것 같은 공론화 위원이나 시민 배심원단이 선정되면 불만을 쏟아낼 것이다. 이미 국가의 중대사를 어떻게 비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가, 공론화 설계가 원자력계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가 아니다. 그것과 상관없이 이 중대사를 처음으로 공론화를 통해서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고 성과도 거두었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중 하나는 결론 도출에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수용성은 높아진다. 이번 공론화를 위해서도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되고, 1000억원의 돈이 투입된다. 아주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공론화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준비와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원자력계와 반핵진영은 공론조사를 지켜보며 이 과정이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민배심원단이 건설중단과 계속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지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결론에 조건을 붙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고리 5, 6호기는 계속 건설하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발전용량이 작은 고리 2, 3, 4호기 폐쇄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는 건설을 계속하면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수조원의 손해를 면할 수 있으니, 그 추정 손해액 수조원을 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투입한다는 결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정도 돈이면 원전 한 개와 맞먹는 해상 풍력단지를 건설할 수 있다.

공론화를 결정한 국정기획위의 발표와 달리 정부에서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 시민 배심원단의 결정에 반드시 따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을 중단이나 계속으로 한정하는 것보다 다른 선택도 가능하도록 열어두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결론에 대한 설계까지 공론화위원회에 맡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필렬 |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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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여부를 의결할 예정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가 공사강행을 주장하는 노조의 반발로 일단 무산됐다. 이는 지난달 국무회의의 공사중단 의결 이후 공사강행은 물론이고, 정부의 탈원전 원칙마저 무산시키려는 원자력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의 집요한 ‘흔들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일방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요금폭탄의 공포를 조장하고, 공론화위원회를 백안시해왔다.

그러나 이날 민간 자문 그룹인 ‘전력수요 전망 워킹그룹’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의 2030년 전력수요 전망치가 7차 계획 대비 11.3GW 정도로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력수요 전망치가 감소하게 되면 전력설비를 확충할 필요가 적어진다. 신고리 5호기 용량이 1.4GW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8기 용량의 예상 전력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어느 정도 힘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때 원가상승요인이 9조원에 달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과장된 것임이 드러났다.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19대 대선에 나선 후보 다수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심지어 보수후보들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재검토(유승민) 혹은 지질조사 결과의 반영 후 결정(홍준표)을 공약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탈원전의 흐름엔 사회적인 합의가 녹아있다. 경제논리로 결정됐던 정책이 시민의 안전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당장 지금은 값싼 에너지를 써서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명이 다된 원전을 폐기하고,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이들은 우리의 후손이다. 그건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리는 격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은 탈원전을 향한 첫걸음일 뿐이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고, 그 토대 위에서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절차가 남아있다. 공론화위원회를 비전문가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최근 탈원전 반대성명에 나선 전문가 가운데 정부의 원자력연구 개발비를 받은 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에게 중립적인 결정을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최종 결정은 전문가가 아니라 전기를 쓰고, 세금을 내야 하는 시민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더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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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고리에는 7기의 핵발전소가 몰려 있다.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도다. 단위면적당 핵발전 설비용량도 세계 최고다. 고리 핵발전소 인근 30㎞ 이내의 인구는 400만명에 육박한다. 핵발전소 입지로는 최악이다. 핵산업계는 이곳에 신고리 4·5·6호기 등 3기의 핵발전소를 추가 가동하려고 한다. 인간은 ‘불의 위력’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과학기술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지속가능한 발전(發電) 대안은 없는가. 

논리적이든 즉각적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해보자. 고리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핵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부산, 울산, 양산, 정관의 400만 주민들은 핵 사고를 피할 수 있을까. 방재시스템은 무리 없이 작동할까. 국가는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할까. 복구는 가능할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고리 핵 사고는 여타의 사태와 다른 상황으로 퍼질 여지가 높다. 교통사고 같은 사건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갯벌 매립과 산지 난개발, 댐 건설과도 다른 차원이다. 고리 주변의 400만 주민들은 국가와 함께 ‘멜트다운’할 가능성이 높다. 회복할 수 없는 국가 불능 상태로 들어가며, 국가 시스템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다.

원전 건설 공사가 일시 중단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 건설 중단에 따른 보상 등 정부와 한수원이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9년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의 돌이킬 수 없는 핵 사고는 모두 핵발전소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소련, 일본은 당시 핵발전소 안전성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거나 기초과학을 선도한 나라들이다. 과학기술은 미래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를 확신하지는 못한다. 핵발전은 원자력문화재단의 광고처럼 ‘꿈을 키우는 에너지’가 아니다. 오히려 정의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걱정 많은 에너지다. 대통령의 말처럼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에너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핵산업계와 관련 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에너지는 현 정권을 넘은 국가의 문제다’ ‘제왕적 판단이다’ ‘수십년간 탈핵팔이를 해온 환경단체에 넘어갔다’는 비평을 지금도 쏟아내고 있다.

핵 사고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했다. 스리마일은 노동자 한 사람의 실수, 체르노빌은 과학자들의 실험,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일어났다. 어디서 어떻게 튈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의 혁명적 진보는 정의, 윤리, 아름다움의 관점과 함께 가야 한다. 기술의 올바른 사용은 과학만이 아니라 철학, 윤리학, 미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대한 겸손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핵산업계가 쌓아올린 핵발전소 물량과 안전 신화에 감탄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 존립과 인간성 회복, 탈핵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 시작은 공론화 마당에 펼쳐진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 여부일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시작으로 ‘불의 위력’을 다시 살펴보자. 할매들의 눈물을 타고 흐른 밀양송전선로를 걷어낼 수 있다. 가동을 앞둔 신울진 1·2호기와 신고리 4호기는 반드시 필요한지 다시 평가하자. 핵발전과 석탄화력 대신에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며 생존의 조건이다. 나아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제 모습을 갖추면 ‘탈핵 한국’의 길이 보일 것이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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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를 담당하는 공기업인 K-water에 30년간 재직하면서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물관리 기능 일원화가 추진되었다. 2006년 8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환경부와 건설교통부가 공동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물관리기본법을 입법예고하였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물관리에서 잃어버린 10년인 셈이다.

다시 새 정부 들어 물관리 일원화 추진이 결정되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분산되어 있는 수량과 수질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여 일관된 체계 내에서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일원화 정책결정 과정과 내용에 대해 일각에서 논란이 있다.

먼저, 정책결정 과정의 타당성에 대한 것이다. 일부에서 일원화가 전격적으로 결정돼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였다고 주장한다.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켜야 할 가치로서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물관리 일원화는 지난 30년간 정부·학계·전문가를 비롯한 시민사회 모두가 한결같이 제기한 문제로, 수많은 논의를 통해 ‘정책결정자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이제 정부가 의지를 보여줬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동일한 내용의 공약을 제시하였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니 실천에 옮길 때라고 본다.

다음으로, 규제기능과 개발기능의 분리와 견제에 대한 것이다. 심판(규제)이 선수(개발) 역할까지 병행하는 것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부처는 물 관련 20여개의 개별 법률에서 정한 바에 의해 규제와 개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각각 기능과 업무영역이 분할되어 있다.        

즉,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물관리 기능과 업무의 통합 이후에 제도화해야 규제와 개발의 역할 분담은 실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오히려 국민적 입장에서 볼 때 선행되어야 할 견제 방법은, 우리가 쓰는 물에 대한 각 기관의 물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이다.

마지막으로 기능 통합의 범위에 대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생활용수, 공업용수와 더불어 농업용수 기능도 같이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용수에 대해서는 국가보조 형태의 농업 기반시설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어, 물관리의 수익자부담·원인자부담 원칙 적용의 어려움 등 단기적 통합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 이용량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용수 비중을 고려하면 물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추진해 가야 할 과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물관리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국민의 3.5%인 186만명이 상수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농어촌과 도서지역은 물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매년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으나 물관리의 성과 측정이 되지 않아 부처 간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가뭄·홍수·수질오염·생태계 악화 등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지역 간 물 격차로 인한 갈등이 대립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물 서비스와 관련한 중소기업과 공생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렇듯 복잡·다양해지고 있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물관리 컨트롤타워에 의해 수량과 수질·재해예방, 물산업이 일관된 체계 내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기존 수자원 시설의 효율적 활용과 합리적 물 배분을 통한 물 이용과 수질·생태환경의 조화, 영세한 국내 물기업 육성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통합체계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울러 물관리 비용부담체계의 정비를 통해 상류와 하류, 도시와 농어촌지역, 중앙과 지방 간 균형서비스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환경성과 평가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수량과 수질에 대한 정책기능을 통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우리의 물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이학수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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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7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공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설계, 관리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시민배심원단이 맡는 방식이다. 핵발전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가 배제된 채,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요구한다.

첫째,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 민주사회에서 사회적 의제의 논의와 결정 과정에 시민대표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최종결정권은 소수의 전문가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핵발전 논의의 핵심 요소인 ‘안전’은 돈으로 환산하여 다른 경제적 요소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의 문제다. 신고리 5·6호기는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복잡한 계산식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숙의, 선택할 문제라는 뜻이다. 둘째, 전문가 참여. 전문가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논의와 결정을 제대로 하도록 돕는 막중한 역할로 공론화에 참여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론화위원회는 이번 논의가 ‘사회적’ 공론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론화의 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시민배심원단의 논의 과정을 TV 생중계 등으로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핵발전에 관한 기본적인 물음에 충실히 답하도록 하고, 사실관계를 다툴 땐, 이견들을 가감 없이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통해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을 하여, 그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핵산업계의 일방적인 홍보로 핵발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만연해 있고, 핵발전 정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었다. 한동안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원자력 신화’가 우리를 지배했다. 후쿠시마 사고로 안전 신화가 깨지자, 안정적 전력수급과 값싼 전기요금을 위해선 핵발전 외에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해왔다.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한국에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핵발전소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제로’인가? 그렇지 않다면, 사고가 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원상회복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언제쯤인가? 고리의 경우, 핵발전소 반경 30㎞ 내의 지역주민 382만명의 대피 방안이 있는가? 제한된 시간 내에, 그 많은 사람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가? 핵발전소 내 임시저장소는 곧 포화상태가 되는데,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은 무엇인가? 10만년 동안 완벽한 분리와 차폐를 요구하는 영구처분장 건설이 가능한가? 언제 가능한가?

에너지전환을 하면 전력의 안정적 수급이 어렵다는데, 전력수요 예측과 전력수요 관리는 합리적으로 해왔는가? 전기요금은 얼마나 인상되나? 안전 확보의 비용으로도 수용할 수 없는, ‘폭탄’ 수준인가? 핵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는데, 발전원별 단가 책정은 합리적인가? 발전소 설계에서 건설·운영·폐기 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사고의 사회적 비용까지 반영하면, 핵발전 단가는 어떻게 되는가?

시대는 변했다. 위험을 무릅쓴 값싼 에너지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바람이 커졌다. 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공약은 이런 시대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고, 대선에서 국민의 승인을 받았다. “어떤 것이 생명 공동체의 온전함, 안정성, 아름다움의 보존에 이바지한다면 그것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알도 레오폴드). 핵발전으로 생겨나는 방사성물질들은 “생명 공동체의 온전함, 안정성,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생명 공동체에 맞는 에너지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해와 바람, 바로 거기에 있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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