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환경과 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604건

  1. 2017.11.22 [기고]원전 내진설계 대폭 강화해야
  2. 2017.11.22 [사설]평창 올림픽 앞두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라니
  3. 2017.11.20 [기고]지진 지대 위의 원전
  4. 2017.11.20 [사설]노후원전 조기 폐쇄하고 내진설계 확대해야
  5. 2017.11.20 [녹색세상]지진의 교훈과 경고
  6. 2017.11.13 [기고]‘화학물질 중독’ 감시 체계 마련 시급
  7. 2017.11.10 [녹색세상]분단과 탈원전 ‘모순의 고리’
  8. 2017.11.03 [녹색세상]밀양·설악산·광화문의 깨달음
  9. 2017.11.01 [기고]수상태양광·해상풍력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박차
  10. 2017.10.27 [녹색세상]‘숲가꾸기’ 사업이 놓친 것
  11. 2017.10.26 [사설]원전 수출 대박론의 허구
  12. 2017.10.20 [이원영의 생명·탈핵 실크로드]원전 해체, 지상명령이자 블루오션
  13. 2017.10.20 [녹색세상]신고리 공론화 참여 소회
  14. 2017.10.20 [사설]신고리 숙의 결과 무엇이든 탈원전의 길 계속 가야
  15. 2017.10.19 [기고]농사꾼 상식으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마땅
  16. 2017.10.16 [기고]원자력은 ‘4차 산업혁명’과 공진화할 수 있을까
  17. 2017.10.16 [기고]신재생에너지, ‘바이오가스’도 있다
  18. 2017.10.16 [사설]끝장 토론 끝낸 원전공론화위, 숙의 민주주의 전범 세우자
  19. 2017.10.12 [녹색세상]원자력연구원의 민간 매각 검토해야
  20. 2017.10.11 [기고]국가안보 첫발은 ‘탈원전’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일반 건축물은 물론 원전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진의 단순 규모만 논란이 됐으나 이번에는 건축물 진동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최대지반가속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의 수준도 진전했다.

최대지반가속도 기준으로 월성원전은 0.18g, 기타 가동 중인 원전은 0.2g, 신고리 3호기부터는 0.3g까지 버티도록 설계됐으나, 포항 지진 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관측소에서 0.58g까지 측정된 만큼 특단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원자력계는 포항의 지반 조건으로 지반가속도의 증폭효과가 컸지만, 암반에 입지한 원전의 경우 증폭효과가 낮으니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원자력계의 주장 중 지반 조건에 따라 증폭효과가 달라진다는 것 자체는 지질학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포항시 북구 장량동 한 빌라에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직원들이 지진 충격으로 철근이 드러난 필로티건물 기둥을 살펴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그러나 문제는 국내 지진 관련 학계나 연구기관들도 국내 원전 부지의 심지층, 부지 주변, 해양단층까지 세부조건이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국내 원자력산업과 지진 연구조사에 대한 투자가 비대칭적으로 이뤄진 결과로, 더 많은 조사·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원자력업계는 원자로 노심과 증기배관의 안전을 전공한 것이지, 지진을 전공한 것이 아니다.

중세의 세계관과 과학의 결정적 차이는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는 데에 있다. 행성들의 운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중세시대 종교학자들이 성경의 권위를 빌려 천동설을 믿도록 강요했지만, 천문학자들이 체계적 관측과 합리적 추론을 통해 거짓이라는 것을 밝혔다. 혹시 국내 원자력계도 박정희 시대 형성된 ‘원자력 신화’의 권위를 빌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모르는 사항이라면 전공학계에 문의해야 하고, 전공자들도 조사를 못해 모른다면 그들이 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원칙일 것이다. 만약 이미 공기업의 투자가 진행돼 기다릴 수 없다면 최소한 사전예방의 원칙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우리와 가장 유사한 해외 사례로 미국의 노스 안나(North Anna) 원전을 보자.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져온 미국 중동부 지역의 암반 부지에 입지한 버지니아주 노스 안나 1·2호기의 경우 최대 규모 6.2, 최대지반가속도 0.12g의 내진설계를 구축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2011년 원전으로부터 18㎞ 떨어진 진앙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 미국 지질조사국 지역측정소에서 최대지반가속도 0.26g(원전 건물 측정치 0.12g)가 측정된 바 있다. 이 지진 이후 미국 지질조사국과 전력연구소는 해당 지역의 예상 최대 지진규모를 평균 기준 7.2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기사업자인 도미니언사도 노스 안나 3호기 신규 원전 건설계획의 허가심사를 받기 위해 내진설계를 기존 원전의 4배가 넘는 0.54g로 상향조정해 신청한 바 있다. 신규 원전이 건설될지 여부는 별개의 이야기다.

미국 지질조사국처럼 체계적 지진 연구기반이 부실한 국내에서 노스 안나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공론화까지 진행한 마당에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조사가 부족한 만큼 원자력계와 규제기관은 신규 원전과 밀집해 가동 중인 원전들에 대해 대폭 강화된 내진설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석광훈 |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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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전북 고창의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H5N6형이 검출된 데 이어 20일에는 전남 순천만의 철새 분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H5N6형으로 확진됐다. 전남도는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순천만을 21일부터 전면 폐쇄하고 습지 관광도 금지하기로 했다. 고병원성 AI 확진으로 지난달 13일 어렵게 회복했던 ‘AI 청정국 지위’를 잃게 돼 가금류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더 큰 걱정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80여일 앞두고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AI가 발생하면 가금류 농가에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고,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는 통제초소가 설치된다. 올림픽 기간에는 80여개국의 선수와 취재진을 포함해 40여만명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농가 피해는 물론이고 올림픽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고병원성 AI는 2014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AI가 전국 50개 시·군으로 번져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농가 900여곳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 3787만마리가 살처분됐다. 피해농가에 지급한 살처분 보상금만 3084억원에 달했고, 계란값 폭등과 관련 산업 위축 등 간접 피해도 컸다.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도 지난해 겨울과 유사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11월11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확진 판정이 났고, 닷새 뒤인 16일 전남과 충북의 가금류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올해도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항원이 잇달아 검출된 데 이어 지난해와 비슷한 시점에 가금류 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I 바이러스 유형도 전염성이 강하고 폐사율이 높은 H5N6형으로 똑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방역당국의 대응이 지난해보다 신속해졌다는 점이다. 올해는 전북 고창의 농가에서 키우던 오리 1만2300마리를 살처분하면서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1783만여마리를 살처분한 뒤에야 ‘심각’으로 격상했다. 지난해 AI 재앙이 초래된 것은 방역당국이 초동대처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탓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초동방역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신속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범정부 AI 수습본부’를 설치한 것은 적절하고도 바람직한 조치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AI 조기 차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허술한 방역체계와 어설픈 대응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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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자 지면기사-

경주지진에 이어 1년여 만에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전국에서 지진동을 느꼈다. 집이 무너지고 길이 갈라지고 자동차가 파손되고 사람들이 다쳤다. 잘 수습되고 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데, 이 일대 활성단층들이 활동기에 들어갔으니 학교 등 다중 이용시설과 주요 산업시설의 안전 점검이 시급하다.

한반도 동남부 양산단층대에는 국내 원전 18기가 운영 중이고 5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인근의 부산, 울산, 대구, 경주 등 주요 대도시에는 수백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지진과 함께 원전사고까지 이어진다면 나라의 운명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양산단층대에는 육지에서만 230㎞에 이르는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월성·신월성 원전 주변에 있는 울산단층, 고리·신고리 원전 주변의 일광단층, 동래단층, 밀양단층 등 발견된 것만 60여개가 넘는 활성단층들이 분포하고 있다. 지난 수천만년 동안 최소 4번의 활동 시기가 있었고 활동 시기에 들어서면 수백년 이상 지각활동이 이어졌다. 작년 경주지진에 이은 640회의 여진 그리고 15일 포항지진과 이후 하루 동안 30회가 넘는 여진은 양산단층대가 다시 활동 시기에 돌입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미 지질학자들은 양산단층대의 재활성을 경고해왔다. 양산단층대 일대에 지진 규모 7.0이 넘는 대규모 지진이 수백년의 주기를 두고 발생했던 기록이 역사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마지막 대규모 지진 발생 후 500여년이 지난 지금이 대규모 지진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 당국은 안일했다.

포항지진은 경주지진보다 규모가 작지만 피해는 더 컸다. 진원지 깊이가 더 낮고 도시 인근이라 피해가 더 컸다. 지진 위험을 단순히 지진 규모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포항지진은 포항분지의 퇴적층과 화강암의 북쪽 경계단층에서 발생했다. 연약지반인 퇴적층은 포항지진을 더 증폭시켰다. 규모 5.4인 포항지진 진앙에서 2.6㎞ 떨어진 가스공사 흥해관리소의 지진계는 0.58g(중력가속도)의 최대지반가속도를 기록했다. 중력가속도 g의 0.58배의 힘으로 좌우로 흔들린 것이다.

이 일대에 운영 중인 원전 17기의 내진설계는 0.2g에 불과하다. 신고리 3호기와 건설 중인 원전 5기의 내진설계 역시 0.3g밖에 되지 않는다. 포항지진으로 0.58g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원전 내진설계는 여기에 한참 낮은 수준이다. 지금은 진앙이 원전에서 떨어져 있어서 안전하지만 다음 지진이 원전 인근에서 일어난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포항분지의 남쪽 경계단층은 월성원전 인근이다.

지진으로 인해 땅이 흔들릴 때 돔 형태의 콘크리트 건물이 지진에 견딘다고 원전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원전은 배관 연결 길이만 170㎞에 달하고, 케이블 연결 길이는 1700㎞이다. 지진이 일어나면 배관이 파손될 수 있고 용접부위가 갈라질 수 있고 밸브가 틀어질 수 있으며 화재가 발생해 케이블이 녹아내릴 수 있다. 17개 원전의 케이블은 내연 케이블이 아니라서 화재가 나면 원전 전체가 먹통이 될 수 있다. 파손된 배관으로 인해 원전 냉각이 실패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진으로 도로가 끊겨서 외부 지원도 불가능해지고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방사성물질이라도 방출되는 날에는 수백만명의 인구가 도대체 어디로 피난을 간다는 말인가.

지금은 전기 공급이 충분해서 봄가을에는 원전 40개, 여름·겨울에는 원전 20개 이상의 발전설비가 남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전기 소비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예측인데 신규 발전소는 늘어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 가동과 건설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설계상 내진설계 강화가 될 수 없는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 1~4호기부터 폐쇄해야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상향된 원전안전기준으로 안전성을 재검증하기 위해 50개의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중단했다.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지진 안전성을 투명하게 확인하기 전까지 원전 가동과 건설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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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자 지면기사-

지난해 9월 경주지진에 이어 1년2개월 만에 포항지진이 일어남으로써 한반도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재확인됐다. 두 번의 강진은 한반도 동남부를 가로지르는 활성단층대를 진앙으로 두고 있다. 이 일대에는 월성 6기, 한울 6기, 고리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5기가 건설 중이다. 원전지뢰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번 지진에도 불구하고 가동 중인 전국의 원전 24기가 모두 정상운영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진 안전지대라던 동남부 지역에서 강진이 단기간에 두 번이나 이어졌다는 것은 이 일대 단층이 본격 활성화 단계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진의 진원지(9㎞)가 지난해 경주지진(11~15㎞)에 비해 얕아져서 체감위험도가 훨씬 커졌다는 사실도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지하의 지질구조를 분석한 ‘단층지도’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 엄습한 수상한 지질현상을 파악할 수 없다. 지진이 잦았던 17세기 이후 400년 동안 지하 어디엔가 축적된 응력이 경주·포항지진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축적 응력이 지하 몇 ㎞ 깊이에서, 혹은 어느 원전 밀집지역에서 지진으로 표출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지진이 일상의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문제는 가동 원전 24기 중 23기의 내진설계가 규모 6.5에 해당되는 최대지반가속도 0.2g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미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21기의 내진보강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설계는 그대로 둔 채 주변 구조물 등을 보강해봐야 한계가 있다. 특히 얇은 압력관이 380개나 설치된 중수로 원전(월성 1~4호기)의 경우 내진보강이 사실상 어렵다. 지진으로 압력관이 터지면 백혈병과 암을 유발하는 삼중수소가 대량으로 유출될 수 있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면 당연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한다. 공포감을 고취하려는 게 아니다. 다가올지 모를 비극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이다. ‘원전사고는 1억년에 한번 나올 법하다’고 큰소리치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원전가동을 중단해서라도 원전구조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기존 원전들의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2년으로 예정된 월성 1호기 폐로를 비롯하여 내진보강이 어려운 노후원전들을 차례로 정리해야 한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딱 하나, 탈원전이다. 한반도를 강타한 지진이 그 사실을 일러주고 있다. 16일 ‘월성 1호기 폐로’를 논의한 한수원 이사회가 탈원전의 본격적인 첫걸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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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자 지면기사-

나라 밖 지진 소식이 들릴 때면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달라지고 있다. 아니, 사실은 오랜 역사 동안 지진이 발생했지만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 지진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경우가 없었기에 우리나라를 지진 안전지대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적어도 작년 9월12일의 경주지진이나 이틀 전인 11월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이전까진 말이다. 한반도에서 얼마나 많은 지진이 발생했는지, 그 지진이 얼마나 강력했는지에 대해선 이미 역사적인 기록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에만 441건이 기록되어 있고 ‘세종실록’에도 심지어 <삼국사기>에도 기록되어 있다. 2012년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을 보면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지진이 총 2161회고, 그중 진도 8~9(규모로는 6.7로 추정)의 강진이 15회(0.7%)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경주와 포항, 울산 인근에는 원전이 입지해 있다. 무려 18기가 가동 중이고 5기가 건설 중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전국 24기 원전엔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다시 더 강력한 지진에 노출될지 알 수 없기에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작년 규모 5.8의 경주지진 발생 후 진원지가 월성원전에서 28㎞ 떨어진 지점이라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 시민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너무나 쉽게 말이다. 이번처럼 또 지진이 발생하면 그제야 다시 원전 안전을 염려하지만 또다시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래서는 안되지 않을까? 안전은 안전할 때 지켜야 한다. 원전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단 한 번의 사고라도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만 잠시 경각심이 살아나선 곤란하다.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원전 위험을 우려하는 필자로선 참 아쉬운 대목이지만 이미 내려진 결정이기에 안전에 만전을 기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자력계도 인정하듯이 신고리 5·6호기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한층 강화된 거라면, 기존 원전은 안전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는 신고리 3호기를 제외하면 모두 규모 6.5까지만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단층구조상 우리나라에선 최대 규모 6.5~7.0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원전의 내진 성능을 7.0까지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미 지어진 구조물의 내진 성능이 정말 안전하게 보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계와 실제 성능은 다를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망치와 환형 구멍이 발견된 한빛 4호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공과 관리 부실은 또 다른 암초다. 충분한 안전 여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 설계수명 이전 폐쇄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고가 난 후는 이미 늦다.

이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다행히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민참여단의 과반수(53.2%)는 원전축소정책을 지지했다.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정책은 재론의 여지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를 고려할 때 탈석탄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이 제대로 가려면 전력 소비에 낭비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위험하고 깨끗하지 않은 발전소를 자꾸 지어서 싸고 풍족하게 전기를 쓸 생각을 이젠 과감히 버려야 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기업 하나하나가 더 이상 소비자로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이제 누구나 전력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이미 기술은 우리 곁에 있다. (미니) 태양광발전부터 시작해보자. 이게 지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에 대한 답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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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자 수가 5000명을 넘었지만 우리나라 공중 보건망은 개선된 것이 없다. 속칭 햄버거병, 계란 살충제 오염, 생리대 화학물질 등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수많은 생활용품과 식료품이 초래하는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계속되지만 (화학)물질 중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거의 없다. 또 다른 특정 제품, 특정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영향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고의 공통점을 보면 정부가 허가한 제품을 소비자가 사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고, 정부가 피해 위험을 먼저 알아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개인이 알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위험들이다. 이들 사고는 제품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 사례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나 조직이 없는 데에서 오는 일련의 사고다.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생리대, 휴대폰 케이스…. 생활 속에서 흔히 먹거나 쓰는 것에 유해한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속속 이어져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화학물질 위험은 표준적인 동물실험만으로 충분히 알아낼 수 없다. 모든 화학물질은 동물실험에서 발견하지 못한 치명적인 건강 영향을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입는다.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DDT의 암과 생식 독성, 탈리도마이드의 태아 기형은 동물실험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PHMG, PGH, CMIT, MIT에 의한 폐 손상, 천식 등도 우리나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대부분의 화학물질 독성은 해당 물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하지 않고는 알아낼 길이 없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을 사용할 때 입은 피해사례를 모으고 감시하는 국가 조직은 물론 감시망이 없다.

미국에는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조직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있다. 이 위원회는 1990년에 가습기 사용으로 인한 호흡기 건강영향 위험을 알렸고, 가습기에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에는 소비자가 입은 작은 사고나 건강영향을 모니터링하는 56개의 물질중독센터(Poison Center)도 있다. 누구나 경제 소비 활동에서 입은 사고, 불편, 중독 경험을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실시간으로 물질중독센터의 자료를 종합, 분석하여 피해 사례의 원인 규명, 추가 확산 차단은 물론 치료에도 활용한다. 예측하지 못한 사고 등을 사용과정에서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공중 보건망이다. OECD 모든 나라와 WHO 회원국의 50%에 달하는 나라에도 이러한 목적의 물질중독센터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물질중독을 감시하는 체계가 없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과학기술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위험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 말은 화학물질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4만종이 넘는 화학물질을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고, 지금도 인공 화학물질이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제품의 위험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으로 하여금 가능하면 안전한 제품을 만들도록 억지하는 것이 화학물질이 야기하는 건강 피해 예방의 첩경이다. (화학)물질이 일으키는 건강영향 사고를 차단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위험을 스스로 관리하게 할 수 있는 정부 감시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국민들이 물질중독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에 퍼진 주요 지역 보건소와 병원을 연결하는 가칭 ‘물질중독정보센터’로 공중 보건망을 짜자. 물질중독정보센터 설립 및 신고된 피해사례 통계만으로도 기업의 악의적인 위험관리 방기를 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에서 발견하지 못한 위험도 알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게 된다.

<박동욱 |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환경보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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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영국과 독일은 여러 면에서 대조되는 나라다. 산업에서 영국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히든 챔피언’이 100개에도 못미치지만, 독일은 1300개에 달한다. 정치에서 영국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지만, 독일은 패자도 종종 꽤 큰 몫을 가져간다. 교육에서도 영국은 엘리트 중심이지만, 독일에선 엘리트라는 말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원자력 정책에서는 두 나라가 유럽의 양극단을 대표한다. 영국은 원자력을 크게 늘리려 하지만, 독일은 없애가고 있다. 20년 후에 영국에서는 지금보다 두 배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5년만 지나면 원전이 모두 사라진다. 영국 정부는 원자력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값이 싸다고 주장한다. 반면 독일 총리는 원전사고는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원전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영국과 독일의 이러한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꽤나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국 서섹스대학 과학정책연구소의 학자들이 두 나라의 차이에 대해 탐구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여기에서 그들은 산업이나 전력수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무게로 볼 때 영국이 독일보다 훨씬 가볍고, 따라서 원전 포기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은데도 원전 확대를 선택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영국은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관심이 강하지만 독일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또 하나는 영국의 민주주의의 질적 수준이 독일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영국은 원자탄과 수소탄을 수백개 보유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도 10개 이상 가지고 있고, 퇴역 핵잠수함 27개의 원자로는 해체를 기다리는 중이다. 영국의 이름난 기업들은 이들 군사적 핵기술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고급 자동차회사로 널리 알려진 롤스로이스는 핵잠수함의 원자로 관련 설계, 제작, 운영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기업이다. 반면에 독일은 원자탄은 물론 핵잠수함도 없다. 원자력 산업 부문에서는 지멘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며 오랫동안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고와 독일의 원자력 포기 결정 후에는 원자력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원자력 대신 해상 풍력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군사적 이용에 대한 강한 관심-원전 확대’ ‘군사적 이용에 대한 관심 없음-원전 포기’라는 명확하고 이해가능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원자력발전을 없애 가겠다면서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행보는 좀처럼 이해가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왔다 간 후 핵잠수함 건조는 거의 기정사실이 되었다. 한·미원자력협정도 핵잠수함 건조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이고, 이에 따라 20%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 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20% 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를 품고 있는 핵잠수함을 제작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과도 모순이지만, 한반도 비핵화정책과도 모순이다. 20% 농축우라늄으로도 원자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탄은 우라늄 농축도가 90% 이상이어야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농축도가 높을수록 우라늄의 양이 적어질 뿐이다. 100%의 농축우라늄은 임계질량이 47.5㎏이고, 20% 농축우라늄의 임계질량은 750㎏이다. 따라서 750㎏이 두 개로 나뉘어 있다가 폭발 순간 합쳐지는 ‘건 타입(Gun Type)’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핵잠수함 제작과 탈원전이 드러내는 모순은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모순에 기인한다. 10월20일 국민 다수가 탈원전을 원한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분단체제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모순도 풀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분단 모순의 극복 없이는 독일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진정한 탈원전은 불가능하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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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사재개’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활짝 웃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혜롭고 현명한 답” “숙의민주주의의 모범” “통합과 상생의 정신”이라는 말로 화답했다. 그러나 닷새째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기원 108배를 마치고 오신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들은 울고 계셨다. 볕에 잔뜩 그을린 피곤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보며, 내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져갔다.

공론화위원회의 보고서를 살펴보면서 밀양 주민들의 눈물이 떠올랐고, 깨달았다. 보고서에 ‘숫자’는 있었지만 ‘사람’이 없었다. 시민참여단에 제공된, 객관성 담보를 위해 최대한 수치화된 자료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핵발전소로 삶이 해체된 사람들, 송전탑으로 삶이 뽑혀버린 사람들, 현장에서 피폭노동을 감내하는 하청업체의 사람들의 아픔과 애환은 숙의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했다. 전력수급 전망과 전기요금 인상분은 열띤 논의 대상이 되지만, 핵발전소의 전기는 피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아픈 진실은 매몰비용이란 거대한 숫자 앞에서 쉽게 매몰된다. 일단 짓기 시작했으니 계속 지어야 한다는 완고한 경제 논리 앞에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고통을 감내해온 사람들의 아픔과 애환에 대한 공감은 감상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효율과 경쟁의 시대, 진실과 공감을 위한 자리는 줄어들고, 구석에서 숨죽여 흐느끼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경제를 앞세운 개발 논리 앞에선 자연도 온전하기 힘들다. 지난 6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문화재현상변경신청을 부결 처리한 것이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문화 향유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난 10월25일, 문화재위원회는 문화 향유권을 포함해 재심의를 했고, 다시 한 번 부결로 처리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문화재청이 행정심판의 기속력을 들먹이며 조건부 허가 처분을 하겠다고 나섰다. 재작년에는 국립공원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국립공원위원회의 거수기 판결을 통해 설악산 개발에 앞장서더니, 이번에는 천연보호구역을 보존해야 할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판결에도 불구하고 설악산을 다시 개발의 늪으로 몰아넣으려 한다.

문화재청의 입장에는 규정은 있지만, 문화재청에 걸맞은 아름다움과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한 공감이 없다. 정당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절차적 정당성은 법대로 했다고 무조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법을 상식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때에만 정당성이 확보된다. 행정심판의 기속력을 들먹일수록, 문화재위원회가 안건을 다시 심의하도록 한 문화재청의 의도는 더욱 알 수 없게 된다. 법(法)의 해석과 적용은 물(水) 흐르듯(去)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재작년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 지난번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결과 이어지는 문화재청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물의 흐름을 거스르려는 보이지 않는, 아니 차마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힘이 작용한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청산에 여념이 없는 ‘적폐’가 여기서 다시 쌓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천주교 사제인 문정현 신부님은 요즘 미 대사관 건너편 광화문광장에서 하루 종일 온몸으로 나무판에 평화를 새기신다.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온몸으로 바치신다. 신부님이 새기고 계신 나무판의 글자에는 ‘사람’이 들어 있다. 국가 안보나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희생과 고통을 강요당한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짙은 공감이 배어 있다.

구원은 어디서 오는가? 힘없는 사람과 말 못하는 자연을 보듬는 것은 결국 힘센 국가가 아니라 함께 처지를 공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밀양과 설악산과 광화문에서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가장 불행한 이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조그만 나라 부탄이 새삼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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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정책(신재생에너지 3020)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전력생산의 1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서부발전은 발전공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3020’ 로드맵을 확정하여 개발 중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많다. 국토의 약 70%가 산지로 구성되어 있는 국내 현실에서는 태양광에너지 확장이 쉽지 않다. 풍력발전 역시 풍황이 우수한 곳은 대부분 생태지역 1등급이거나 백두대간이라서 설치가 어렵다.

그래서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서부발전은 우선 국토의 효율적 개발과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해 지역 맞춤형 대규모 수상태양광과 해상풍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진도군과 100㎿ 수상태양광, 완도군과 150㎿ 해상풍력 개발 MOU를 체결하는 등 여러 지자체와 신재생사업 공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신사업개발 조직과 인력도 기존 화력발전보다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 신재생사업처를 신설하였고 사업소에도 신재생개발 TF를 운영하는 등 신재생 분야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2030년까지 총 6조원 이상을 투자, 4268㎿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보할 예정이다. 매년 약 5000억원 내외의 사업비가 예상되나 회사 내부자금으로 충분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부발전은 본사가 위치한 충남 태안군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태안발전본부 인근 이원호에 45㎿ 수상태양광을, 이원간척지에는 360㎿의 대규모 주민참여형 태양광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이원간척지의 경우 염도가 높아 벼농사가 곤란한 지역으로 태안군과 협력하여 어패류 양식을 병행한 신재생에너지파크로 조성, 태안지역의 관광 랜드마크로 개발할 계획이다.

신기후체제의 등장과 함께 저탄소·고효율 구조로의 에너지전환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3020은 발전공기업만의 노력으로 달성될 순 없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만 확충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분산형 전원 구축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규제완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R&D 확대를 통한 창의적인 에너지 신산업 창출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에너지 신산업이 새로운 국가성장 동력으로, 에너지전환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정영철 | 한국서부발전 사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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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들 즈음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히지만,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우리나라 온도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는 2016년이었다. 작년까지는 2015년이었고, 재작년까지는 2014년이었다. 아마 올해가 지나면 또 기록을 경신하지 않을까 한다. 돈을 조금 더 벌기 위해 갈수록 악화되는 폭염과 각종 기후변화는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일까? 짚어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평균온도 상승이 지구 전체 그것의 두 배나 높다는 것이며, 앞으로도 이 추이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온도상승 억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효과적 방법은 에너지 절약인데, 사회구조적 체질개선이 요구되니 이 주장은 공허할 뿐이리라. 차선으로 온도저감과 동시에 배출된 탄소의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숲의 조성과 보호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후 지금까지 산림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며, 훌륭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전체 국토의 60%를 훌쩍 넘고, ‘숲가꾸기’ 사업에 매년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서 설명한 한반도 온도의 급상승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숲가꾸기’라는 이름의 사업은 대부분 큰 나무를 키우기 위한 솎아베기 사업이 차지한다. 환경적 공익과 공공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효과의 검증 없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최근 국내에서 검증된 모든 결과를 종합하여 솎아베기 이후 탄소저장량의 변화를 분석한 연구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숲을 40% 수준으로 간벌했을 경우 이듬해에는 총 탄소저장기능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다. 간벌의 효과를 홍보하는 측에서는 남겨진 수목들이 훨씬 건강하고 활발하게 생장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연간 탄소저장량이 간벌하지 않은 숲과 같아지기까지 무려 38년이나 걸리며, 이때까지 줄어든 탄소저장량은 연간 흡수량의 650%나 된다. 이 감소된 저장량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시 37년이 필요하다는 예측이다. 즉, 75년 이후에나 조금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또한 남겨놓은 수목이 100살이 넘어서도 젊을 때와 같이 왕성한 생장이 지속된다고 가정해야만 하며, 작업을 위한 탄소소비활동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베어진 나무의 대부분은 숲속에 남겨져 이전까지 열심히 저장한 탄소를 다시 고스란히 배출하게 되는데, 이 또한 계산에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100년이 지나도 한번 솎아베기 한 숲은 전혀 환경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숲가꾸기는 혹여 100년 이후에나 우연히 생길지도 모를 이익을 가정한 정책일까? 과연 나무나이 100년이 넘도록 왕성하게 생장하는 숲은 있는가? 사업 이후 70년 이상 온전히 보전될 숲은 있는가? 현재 제도로는 한번 간벌 후 5년이 지나면 다시 간벌사업을 할 수 있다. 대부분 숲은 70년이 지나기 훨씬 이전 또다시 간벌사업이 진행되거나 모두베기된다. 수많은 숲은 아예 다른 용도로 전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솎아베기로 대표되는 숲가꾸기를 통한 산림관리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숲의 탄소저장기능 감소로 이어졌다고 봐야만 한다. 한반도 온도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우리는 현재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숲의 공익적 기능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 온도상승을 초래하고 있고,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들에 더 큰 직간접적 피해를 주고 있다. 숲가꾸기가 단지 탄소저장만을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님을 항변하지만, 다른 홍보하는 효과들 또한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열대야를 참아내기 어려운, 기후변화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소시민을 위해 숲 관련 공공정책은 새로운 시각에서 완전히 새롭게 전환되어야만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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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이라고 알려진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실제로는 독자적인 수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회조사국(CRS) 에너지 전문가인 마크 홀트 박사는 2010년과 2013년 “미국의 설계에 기반을 둔 한국형 원전은 여전히 웨스팅하우스의 라이선스 제품이라 미국의 수출규제가 적용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만일 수출이 성사되어도 미국 측에 거액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형 원전을 독자수출하면 원천기술을 제공한 미국 측의 소송을 야기할 수도 있다. 원전이 30년간 300조~600조원의 수출을 보장하는 ‘대박 사업’이라는 원전론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출 이후 2012년까지 10기의 추가 원전 수출을 장담했다. 해마다 수십조원의 수출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수출 실적은 ‘0’이었다. ‘탈원전 정책’을 가시화한 이제 와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원전 산업은 한국 측의 입맛대로 수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신규 건설되는 원전의 대다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중국·러시아 등의 물량이다. 굳이 남의 원전을 수입할 필요가 없는 나라들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원전 수출은 정치적인 거래 성격이 강하다. 가령 러시아와 천연가스 공급 문제가 걸려 있는 동구권의 경우 러시아의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원전 수출을 하려면 수입국에 거액의 금융지원까지 해줘야 한다. 한국도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출 때 28년 상환조건의 12조원을 지원해준다는 비공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유력한 수출대상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21조원을 투자한 뒤 60년 운영으로 그 투자금을 회수해가는 지분인수 사업자를 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문제도 이스라엘 등 다른 중동국가들의 견제를 넘어서야 가능하다. ‘한국형 원전’이 파고들 원전시장이 매우 좁다는 얘기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국경은 없다. 무엇보다 원천기술의 이전 같은 골치 아픈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전 세계 재생에너지에 투자된 돈은 2016년 한 해 277조원에 이른다. 원자력의 8배에 해당된다.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기업이 106개나 된다. 이 대열에 한국 기업은 없다. 더 이상 원전론자들의 근거 없는 ‘수출 대박 타령’에 발목 잡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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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4년 가을, 라인강 원전 밀집지역에 있는 칼스루에대학(KIT)의 젊은 연구원 마틴 브란다우어는 대형 실험실의 육중한 대문을 열고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원격장치가 대형 금속체의 껍질을 얇게 벗겨내기 시작한다. “원전 해체 시 표면에 집중되어 있는 방사능을 잘 벗기면 고준위폐기물을 소량화할 수 있지요.”

주임교수인 사샤 겐테스는 이 연구실에서 기업도 공동연구와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공학 엔지니어 출신으로, 과거 대만에 가서 고속철도가 지진에 견디는 안전장치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독일은 안전공학 기술자가 원전 해체에서도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3년 전 지진 이야기를, 지난 7월 생명·탈핵실크로드(생명로드) 대만 순례 때 실감했다. 대만은 1999년 진도 7.6의 큰 지진으로 수천명이 희생됐고, 작년에도 진도 6.4의 지진이 발생해 14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런 지진 때문에 대만의 탈원전 결정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5월에도 진도 5.0의 큰 지진이 있었던 남부지역을 걸으면서 겐테스 교수를 떠올렸다. 우리도 지난해 진도 5.8의 경주 지진 위력을 온 국민이 체험한 터이다.

지난달 라오스에서 만난 학생들 질문에 답한 기억이 난다. “핵무기는 사람이 통제할 수 있지만, 핵발전소는 통제할 수 없다”고. ‘지진이나 테러에 속수무책’이라고. 더 이상 짓지 말고, 해체하고 폐기하는 일은 이제 지상명령이다. 그리고 엄청난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세계적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재작년에 “현재 전 세계 588개 원전 중 영구정지된 것은 150기다. 이 중 19기만 해체가 완료되었고,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 등 해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데,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440조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원전 해체 기술은 안전과 안심을 견인하는 사회적 부가가치가 큰 기술이다. 기술의 촘촘한 이행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2013년 불교와 원불교가 공동주최한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 준비세미나’에 왔던 KIT의 얀 브레머 박사는 “첫째, 완전 해체까지는 오래 걸린다. 당장 해체하는 경우와 20년 후 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해체 후에도 핵폐기물의 보관이라는 근본 문제가 남는다. 둘째, 방사능 가득한 현장에서는 로봇공학기술이 중요하다. 셋째, 공정을 세분하고 각 단계마다 숙련 기술자의 처리작업이 진행되어야 하고 뒷받침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에 지난 정부가 큰돈 들여서 원전해체센터를 설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을 따지다가 의사결정을 제때 못하는 바람에 예산 미집행 룰에 걸려서 작년에 무산되었다. 안전 문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셈할 수 없는 법인데, 숫자를 따지는 ‘타당성’을 관료적 면피의 근거로 삼다보니 함정에 빠진 것이다.

방향부터 잘못 잡았다. 해체는 경험이 중요한데 우리는 가르칠 사람이 없다. 원전 해체와 폐기를 제대로 해 본 나라는 미국, 독일에 불과하다. 제대로 하자면 기술자를 모셔와야 한다. 그리고 가르쳐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국내 원자력 관련 학과는 안전과 해체 부문이 미약하다. 9개 대학 모두 전공교수도 없고 교과과정도 빈약하다. 바꾸어야 한다. KIT는 본보기 교사다. 매년 배출되는 500여명의 원전공학도는 자산이다. 원전산업 종사자 3만5000명과 관련 업종 종사자까지. 탈원전은 이들 고용구조 전환까지 포함한다.

국가 원전 해체 기본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세워야 노후원전에 대한 안심도 확보할 수 있다. 계획은 전후방 경제효과나 안보정책과 직결된다. 세계시장에서 통하려면 장기 프로그램이 가동되어야 한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처럼.

라오스 학생들에게 말했다. “시작은 우리가 하지만 마무리는 여러분 일이다. 100년 동안 해 나가야 할 일이니까.”

<이원영 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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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다. 지난 7월24일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을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3개월간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진행된 공론화 과정은 에너지정책의 역사를 새로 쓴,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제껏 소수의 전문가와 기술관료들에게 맡겨져 있던 원전정책 결정 과정에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창을 열었다.

오리엔테이션 95.6%, 합숙토론회 98.5%란 높은 참석률은 시민참여단의 높은 사명의식과 참여의지를 보여준다. 언론은 공론조사의 ‘후폭풍’을 우려하지만, 참여자들은 숙의 과정에 상당히 만족하면서 어떤 결론이 나든 치열한 학습과 토론의 결과인 만큼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시민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느낀 것이리라. 참여와 숙의 과정으로 민주의식도 한층 자랐다. 이 공론화 과정은 시민참여단 선발과 숙의, 공론조사를 통해 원전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한 세계 최초 사례라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다.

나는 이 역사적인 사건, 역사적인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9월30일에 열렸던 미래세대 토론회에서 고등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건설 중단 측 전문가로 강의하고 질문에 답했다. 신고리 5·6호기는 설계수명이 무려 60년이고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 이상 관리해야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는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는 물론, 현재를 살고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조차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닫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론화위는 미래세대 토론회를 열어 숙의 과정을 진행하고 의견을 물은 후 시민참여단에 전하기로 했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다는 열망으로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누구보다 신중하고 치열했다.

미래세대 토론회 11개 조 가운데 5개 조가 중단, 또 5개 조가 기타의견, 나머지 1개 조만 재개로, 다수가 중단을 원했다. 기타의견에도 건설 중단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핵폐기물 처리 방법이 없고 한 번의 사고로도 치명적인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제까지 일방적으로 제공되어 온 원전 정보는 신뢰하기 어렵고, 원전 대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더 현명하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위험에 위험을 더할 뿐 아니라 입지지역 주민의 건강과 재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차별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에 보여준 5분짜리 영상에는 건설 중단, 재개, 기타의견이 하나씩 소개되었다. 미래세대 의견이 시민참여단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래세대가 건설 중단을 더 원한다는 사실은 전달되지 않았다. 공론화위의 기계적 중립이 못내 안타까웠다.

이 칼럼을 쓰는 지금, 나는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알지 못한다. 두렵고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참여단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관계없이 말이다. 건설 중단 측은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우리의 선택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자고, 생각의 틀을 바꾸자고, 한국을 넘어 세계적 흐름을 보자고. 중단 측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원자핵공학, 경제학, 정책학 분야의 교수와 의사, 국내외 NGO 활동가, 국내외 민간연구소 연구원, 지역주민, 애널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연령도 30대부터 60대에 이르렀고 여성도 여럿 있었다. 건설 재개 측이 의사 한 명 외에 대부분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 소속된 원전 이해당사자들로 남자 일색이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건설 중단 측의 구성은 다양했지만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건설 중단 선택이 변화를 가져올 출발점이자 씨앗이 될 거라고. 내려진 결론과 상관없이, 공론화 그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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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오늘 원전의 건설 여부를 가를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최종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종종 혼선과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이번 권고안은 사회적인 갈등사안을 두고 전체 시민을 대표한 471명의 참여단이 숙의하고 토론한 뒤에 끌어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어떤 경우든 시민참여단의 권고안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번 공론조사의 목적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탈원전이냐, 원전 유지냐와 같이 한 나라의 원전 정책 일반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구체적인 사안을 따지는 일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공사진척률이 29%에 이르렀고, 비용도 1조6000억원이나 투입됐기 때문에 경제논리가 더 부각될 수 있는 사안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고리 5·6호기의 운명과 탈원전 정책은 별개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은 ‘너무 느린’ 정책이다. 신고리 5·6호기 문제는 차치하고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신규 가동되는 원전이 3기나 된다. 신규 원전의 용량은 고리 1호기의 7배에 이를 정도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완성되는 시점은 2019년 신규 가동 예정인 신한울 2호기의 수명이 끝나는 2079년이다. 2022~2023년 예정대로 신고리 5·6호기가 가동된다면 ‘원전 0’ 시대는 지금부터 65년이나 뒤인 2082년의 일이 된다. 현 로드맵으로도 탈원전은 요원한 이야기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중단되면 원전산업이 당장 몰락할 것처럼 과장하는 원전세력의 억지주장도 문제지만 정부도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미 원전은 채산성도, 안전도 담보할 수 없는 사양산업이 됐다. 최근 일본 오이(大飯) 원전 1, 2호기의 폐로가 결정됐는데, 그 이유가 채산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60%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에서도 1년 사이 태양에너지 공급가격이 30%나 급감했다. 지난해 가동 중인 원전(디아블로)의 폐쇄를 결정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회사 피지앤이(PG&E)는 “원자력은 미래의 역동적인 캘리포니아 전력망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은 제품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이상 싸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구시대의 산물이 된 원전산업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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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인 상동면 여수마을에 사는 61세 김영자입니다. 저는 평생 농사를 지은 농사꾼입니다. 저는 데모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저를 보고 데모꾼이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서명 받는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 앞선 사람들이 물러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맨 앞에 서서 싸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 반대 주민 150가구는 지난 12년 사이에 두 사람이 목숨을 끊고, 수백명이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드나들고 철탑도 다 섰지만, 해야 할 일들이 있어 지금도 합의하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막는 일입니다.

왜냐고 물으면 저는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한국전력 사장님이 ‘신고리 5·6호기가 없으면 밀양에 765㎸ 송전탑은 필요 없다’고 했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지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약과 달리 공론화로 결정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답답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미 국민들이 선택을 했는데, 또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밀양 주민들은 제일 먼저 7월6일 버스 타고 울산시청까지 가서 ‘탈핵탈송전탑 원정대’를 만들어 3개월 동안 열심히 뛰겠다고, 탈핵 사회로 가는 길에 우리 밀양 할매·할배들이 앞장서겠다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70을 넘긴 노인들이 지난 몇 달간 전국을 다니며 정말 고생했습니다. 저도 행사 때마다 연단 위에서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다 알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 수백조원을 들여도 수습을 못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전기가 남아도는 사정을 봐도 그렇고, 대한민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도 아닌데, 지진대 위에 월성 고리 핵발전소들이 늘어서 있고,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10만년이나 보관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문제가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식한 농사꾼이어서 다른 건 잘 모릅니다. 병원에 가니까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이 병에 대한 모든 것을 제게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할지, 안 할지는 제가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 이치가 아닙니까.

이번 공론화위원회를 보니 저쪽 보수언론이나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측은 매번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갖고 하는 이야기니 그 말을 믿고 따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신고리 5·6호기 문제의 당사자 중 한 사람입니다. 저희들은 신고리 1호기부터 반대해왔습니다. 2012년 6월에는 신고리 5·6호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러 서생면까지 갔다가 한수원이 고용한 것 같은 청년들과 몸이 부서져라 싸웠습니다.

10월20일 오전 10시에 어떤 결정이 날 것인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쿵쿵 뜁니다. 저희가 12년간 해온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의 승패가 이 일로 결정나는 것만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낙연 국무총리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님, 국회의원님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로 대한민국의 탈핵 시대를 활짝 열어주세요.

밀양 주민들, 12년 싸움에서 비록 철탑은 다 섰지만, 신고리 5·6호기는 막아냈다는 그 자부심을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데모꾼이 아니라 농사꾼으로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간곡히 호소합니다.

<김영자 밀양시 상동면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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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가 막바지에 들어섰다. 경제성, 안전 문제 등 세계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논란이 되었던 원전 문제를 불과 1~2개월 만에 참여시민들이 판단하기에는 골치 아팠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한국은 농업, 경공업, 중화학공업, 정보통신으로 짧은 기간 끊임없이 성장동력의 변화를 추구해왔다. 만약 우리가 특정시대의 주력산업에 연연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데, 논의에 거품도 많지만 우리 경제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변화라는 관점에서 닥쳐올 4차 산업혁명과 원자력이 기술적으로 궁합이 맞느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 주제는 다시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미래전력망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ICT와 원자력 간 관계를 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ICT혁명을 다른 전통산업부문에 확산시키고 디지털경제의 고도화를 통한 고효율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전력기술은 제약, 광학, 바이오 등 다른 기술에 비해 ICT와 상호보완성이 크고, 둘 간의 융복합 기술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과 ICT는 궁합이 맞을까? 안타깝지만 이 둘은 결합하면 할수록 해킹, 사이버테러, 정전 등 사고위험이 늘어나 상극의 관계이다. 이 때문에 원자력계도 ‘피동형 설계’, 즉 정전에 대비해 ICT설비를 최소화시킨 단순화된 설계를 강조한다.

둘째, 미래전력망과 원자력의 관계는 어떨까?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최대전력회사인 피지앤이(PG&E)는 가동 중이던 원전인 디아블로의 애초 20년 수명연장계획을 포기하고 폐쇄를 결정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다. 당시 PG&E는 “원자력은 미래의 역동적인 캘리포니아 전력망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기술검토결과도 발표했다. 과거 세계 전력업계는 원자력이 공급간헐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해줄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원’이라고 여겨왔는데, 그 정반대의 주장인 것이다.

PG&E는 신재생에너지가 절반을 차지하게 될 캘리포니아의 미래 전력망에서는 나머지 절반의 전원이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변화에 따라 신속한 출력변화가 필요한데 자유로운 출력변화가 안되는 원전은 오히려 ‘아킬레스 힐’이 된다고 검토한 것이다. 특히 태양광이 늘어날수록 낮시간대 전력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빈번해져 전력망의 균형을 맞추려면 나머지 발전기들은 신속한 출력조절, 기동정지가 가능한 기술들이어야 하고, 에너지저장기술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자력과 4차 산업혁명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데이터센터가 늘어나 전력수요가 증가하니 원자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스마트그리드 등 약진하는 전력-ICT를 외면한 피상적 논리다. 원자력은 전력보급률과 생산성이 정비례해 성장했던 제2차 산업혁명 말기나, 중화학공업이 늦게 성장한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던 기술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가치개념과 기술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석광훈 |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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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산업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과거 산업성장을 기반에 두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의 흐름은 신재생에너지와 환경의 어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대폭 확대하고, 저탄소 고효율의 에너지 신산업으로 구조전환을 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하여 RPS(신재생에너지 의무발전비율)의 목표를 20%로 태양광 ‘전체 신재생에너지양 대비 0.4%(2014년)→7.9%(2035년)’, 태양열 ‘4.9%(2014년)→14.1%(2035년)’, 풍력 ‘2.6%(2014년)→18.2%(2035년)’ 등을 집중적으로 증가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주요 신재생에너지원들이 주로 전기발전에 기초를 두고 있어, 수송 연료용이나 도시가스용과 같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제한 가스 자체로 사용가능한 바이오가스는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생물처리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바이오가스에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바이오가스화는 음식물류 폐기물,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등 유기성 폐기물을 메탄가스를 함유한 바이오가스로 재생산하는 기술이다. 유기성 폐기물은 직매립(2005년)과 해양 투기(2013년)가 금지돼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육상처리가 가능하다. 바이오가스는 신재생에너지 생산까지 가능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바이오가스를 정제하여 순수 메탄가스로 전환하고, 수송연료나 도시가스로 이용하면 동시에 이산화탄소까지 분리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도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것이다.

바이오가스에 대한 연구와 활용이 활발한 스웨덴은 우리에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시는 대중교통 버스의 95%가 바이오연료차로 운행되고 있으며, 바이오가스 17.9%, 에탄올 30.8%, 바이오디젤 51.3%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에 만족하지 않고 트럭과 택시에도 수송용 바이오연료를 사용할 예정이다. 스웨덴 정부는 수송용 바이오연료 사용 비율을 2016년 15%에서 2030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바이오연료 사용률이 높은 바탕에는 정부의 정책지원이 있었다.

스웨덴은 바이오연료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저감기금(low emission CO2)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가스 생산 및 이용(주유소 포함) 시설 설치 시에 20~40% 지방정부가 지원하고, 바이오연료에 이산화탄소세로 1ℓ당 2.5크로나(약 348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에서는 유기성 폐기물에만 국한하여 바이오가스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메탄가스의 생산량이 매우 적다. 심지어 이러한 시설이 2015년 현재 88개에 불과하다. 바이오가스를 활발하게 사용 중인 독일의 경우 1만여개의 시설을 보유 중인 것에 비하면 아직 기초단계일 뿐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연간(2015년) 2억8440만㎥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 시설에서는 전기를 생산한다. 수송용 가스연료를 생산하는 시설은 2곳으로, 전체 생산량의 1.9%인 471만㎥에 불과하다. 바이오가스의 고품질화를 통한 수송용 가스연료 및 도시가스 등 고부가가치 사용처로 넓히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하겠다.

먼저 지금껏 유기성 폐기물에만 국한되어 바이오가스화를 할 수 있었던 제재를 풀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폐기물이 아닌 농수산부산물, 도축폐기물, 조류(algae), 바이오작물 등으로 바이오가스화를 확대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둘째, 바이오연료를 일정량 화석연료와 혼합하여 사용할 것을 의무화한 제도인 신재생연료 혼합의무제(RFS·Renewable Fuel Standard)에 바이오가스를 추가시키는 것이다. 셋째, 바이오연료 생산 및 이용 지원책으로 CO2배출저감기금을 조성하여 생산 및 이용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바이오연료에 대한 이산화탄소세를 지원하는 스웨덴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동진 |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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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471명이 15일 2박3일간의 합숙종합토론을 마쳤다. 시민참여단은 마지막 설문조사에 응한 뒤 해산했다. 공론화위원회는 20일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정리해 정부 측에 권고안을 제출한다. 설문조사 결과 어느 한쪽 의견이 표본오차를 벗어날 경우 다수 의견 쪽으로 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그러나 ‘오차범위 이내’라면 1~4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적인 판단에 도움이 될 사항을 반영한 권고안을 작성한다. 이 경우 정부가 원전의 공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공론화 작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전준비작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3개월 만에 결론을 내야 했기 때문에 종종 혼선과 갈등을 빚었다. 단적인 예로 원전 밀집 지역 주민들과, 원전의 사용자이자 폐기물 처리까지 감당해야 할 미래세대를 위한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문가 참여 문제와 팩트 검증 논란 등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그런 만큼 어느 한편이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공론조사는 서툰 점도 있었지만 시도할 가치가 충분한 작업이었다. 원전이라는 첨예한 사회 갈등 사안을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숙의로 결정하는 첫번째 시도였다.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 여부를 시민들에게 물어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촛불정신, 즉 시민주권주의의 실험이었다.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의 갈증은 참여단의 열기로 확인됐다. 참가의향을 밝힌 500명 중 478명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고, 그중 98.5%(471명)가 합숙토론에 참여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소네 야스노리(曾根泰敎) 게이오대(慶應大) 교수는 “일본의 경우 10% 이상이 참석을 당일 취소한다”며 한국 시민참여단의 열기를 높이 평가했다. 시민참여단은 한 달 이상 신고리 5·6호기 관련 찬반 논리를 공부했고, 합숙토론에서도 10시간 이상 숙의와 토론을 거듭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원전 문제는 모든 시민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참여 시민들은 “세대 간 공감의 자리였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즐겁고 행복했다”는 등의 소감을 피력했다. 이것이 숙의 민주주의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계기로 사회적 갈등을 시민들의 논의로 푸는 공론작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 공론화는 의회를 무시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포기’가 아니라 ‘보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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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부에서 만든 연구소 중에서 전자통신연구원에 이어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연구소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의 액수로 따지면 단연 최고 규모이다. 전자통신연구원은 정부 지원금이 1000억원도 안되지만, 원자력연구원은 거의 5000억원에 달한다. 6000억원 남짓한 전체 예산의 80%가 정부지원금으로 충당되니, 연구원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돈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전자통신연구원의 지원금 비중은 15%이다.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가지고 원자력과 관련된 연구는 거의 모두 손대는 것 같다. 소듐냉각고속로, 소형 스마트원자로, 수소생산용 초고온가스로, 파이로프로세싱 방식 재처리, 양성자가속기, 신개념 사고저항성 핵연료 같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연구를 많은 돈을 들여서 수행하고 있다. 단일 연구소로는 아마 전 세계 어떤 나라의 원자력연구소보다 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이 이렇게 막대한 세금을 사용하면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원자력 ‘우대정책’이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이란 이름아래 원자력관련 연구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한 탓에 원자력연구원의 예산은 급속하게 증가하여 2017년에는 전자통신연구원과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우대정책 때문인지 원자력연구원은 보통 사람에게는 오만하게 보이는 행동도 종종 보여왔다. 올해 초의 방사성 폐기물 무단폐기, 감시기록 조작과 누락도 이러한 오만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범법행위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억원 가량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원자력연구원은 이에 대해서도 반발하여 대형 로펌 김앤장을 앞세워 처분취소 소송을 위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국가 기관에서 범법을 저질렀으면 달게 벌을 받고 잘못을 고쳐야 할텐데, 이렇게 적반하장인 것은 정부에서 지금까지 원자력을 최고의 에너지로 대우했고, 따라서 잘못을 저질러도 벌받는 일 없이 항상 대접을 받아온 원자력 연구원들에게 깃들어 있는 우월의식에 기인할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가 탈원전 에너지전환으로 나아가는 마당에 자세히 따져보면, 원자력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대부분 불필요한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차세대 원자로로 선전했던 소듐냉각고속로와 수소생산고온로 같은 것은 원자력발전소를 더는 건설하지 않기로 한 지금 개발해봐야 세금만 잔뜩 삼킨 고철덩어리가 될 뿐이다. 파이로프로세싱 재처리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불순물 섞인 플루토늄이 연료로 투입될 고속로가 건설되지 않으면, 파이로프로세싱은 순도높은 고준위 방사성 물질만 만들어낼 뿐이다.

이렇게 불필요한 연구를,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수행한다면 감사의 마음을 가져도 모자랄 터인데, 잘못을 지적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오만하기 때문 아닌 다른 것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런 오만한 기관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이다. 그리고 이런 기관을 국가소속 연구기관으로 둘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없애기는 어려우니 세금을 가능한 한 적게 지원하거나 조금도 지원하지 않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고속로, 파이로프로세싱, 수소생산 고온로, 신개념 핵연료 등의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고 탈원전 시대에도 필요한 연구만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세금을 적게 쓰는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세금을 조금도 쓰지 않는 방법은 원자력연구원을 민간에 매각하여 스스로 연구비를 수주해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구원은 법에 저촉되지 않고 연구비만 얻을 수 있으면 어떤 연구든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국가에서 만든 기관이 잘못을 지적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국가가 방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참에 원자력연구원의 민간 매각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이필렬 |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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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지난달 3일 북한이 단행한 6차 핵실험 여파로 핵무장에 대한 국내 여론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60%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논리로 자유한국당이 핵무장을 촉구하는 100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핵무장에 부화뇌동하는 국내 원자력 전문가 몇몇과 보수언론들은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독자 핵무장 능력을 훼손시켜 국가안보에 심각하게 해롭다고 질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남북한 자멸의 길을 걷게 만들 남북한 핵무장 주장은 위험하다. 그리고 탈원전 정책은 국내 핵무장 가능성 훼손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국가안보에 이롭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북핵에 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상호공멸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 그사이 기존의 한·미 재래식 전력 및 미국의 핵우산으로 북핵 저지는 충분하다. 북한이 자살의 길을 택하지 않는 한 핵무기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다.

북핵 억지 차원에서 만약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과 대만이 핵무장을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이 핵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냉전시대 미·소 간에는 핵미사일이 발사되어 상대국을 타격하기까지 30분 전후의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그 시간이 5~10분 정도다. 날아오는 미사일이 핵미사일인지 재래식 미사일인지 구분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악한 순간 나도 핵미사일을 그 국가로 발사해야 한다. 상호공멸로 이어진다.

또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경보시스템의 오동작 등에 의한 우발적인 핵전쟁 발생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예로, 1983년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미사일로 오인한 소련의 위성이 미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기를 소련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잘못 해석해 미·소 간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었던 위기를 슬기롭게 방지한 스타니슬로프 페트로프의 이야기는 국내 언론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국내 원전을 모두 정지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발생한 경수로 및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에 사용 가능한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재고 약 8000t 내 플루토늄 양은 약 80t, 현재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재고 약 7000t 내 플루토늄 양은 약 20t이다. 플루토늄 8㎏을 핵무기 1기 분량으로 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근거하면, 1만2500기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경까지 원전 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수십년 걸리는 원전 폐기 기간 등을 고려하면, 국내 원자력 기술 및 전문 인력의 필요성은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탈원전 정책으로 핵무기 만드는 원료가 모자란다거나 관련 인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다.

그리고 사실, 핵물질 생산 이외의 핵무기 제조 분야는 원자력 전공과 아무 관련이 없다. 발파공학 등 화약을 다루는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이다. 원전기술이 세계적이라고 핵무기 제조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원전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급소다. 과거 북한이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관련 배경 사진에서 보여주었듯이 남한 내의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다. 국내의 원전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다. 북한 미사일 공격 등에 의해 격납건물 내 원자로 용기 또는 원자로 냉각장치가 손상받거나, 격납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속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또는 저장조 냉각장치가 손상되면 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어 주변 환경으로 퍼져 나간다. 체르노빌, 후쿠시마보다 훨씬 대규모의 중대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대용량 발전의 다수 원전의 정지는 주변 지역 정전, 나아가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국가 정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탈원전이야말로 국가안보에 이롭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강정민 | 미국 자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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