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위험관리상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말과 유사하게 에너지 소비에도 ‘에너지믹스’라는 원칙이 있다. 한 나라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어느 하나로 하지 말고 여러 개로 하라는 의미다. 물론 석유가 지천인 나라는 석유로 자동차를 굴리고 난방이나 취사도 하고 심지어 발전도 할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그렇게 했다가 유가가 폭등하거나 석유 수입에 애로가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는 차치하고 나라 전체가 결딴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에너지믹스’의 원칙을 준수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에 다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는 난방에너지를 석유와 가스에서 전기(시스템 냉난방기)로 바꾸었고, 최근에는 전기차와 전기레인지(인덕션)의 등장으로 수송과 취사에도 전기가 사용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 석유나 가스에 추가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다양한 에너지원의 배합이라는 에너지믹스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이런 추세라면 전력이 난방을 넘어 수송이나 취사 등 모든 용도의 에너지 소비를 독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정부 계획에 의하면 이렇게 증가하는 전력이 다양한 발전원 간의 배합이 아닌 원전과 석탄발전으로 대부분 충당된다는 점이다.

에너지 소비의 전력 편중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부가 석유와 가스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원전과 석탄에는 저렴한 전력요금을 위해 세제 우대와 숨은 보조 등 다양한 지원을 한 탓이다. 그 결과 가장 비싸야 할 고급에너지인 전기가 석유나 가스보다 저렴하게 되면서 난방을 비롯하여 모든 에너지가 전력으로 바뀌고, 낮은 요금으로 계속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을 계속 늘리는 것이다.

지난번 경주 지진처럼 큰 지진이 발생하면 대규모로 원전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로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걸려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에 필수적인 송전망 건설도 불안요인이다. 더구나 전력은 대규모 저장이 어렵고,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유사시 전력을 대량으로 수입하기도 어렵다. 에너지믹스는 위험 관리를 넘어 국가안보에 준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에너지믹스를 좀 단순하게 하더라도 경제적 차원에서 저렴한 원전과 석탄 비중을 높여 산업 경쟁력과 경제 성장을 우선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일리가 있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다. 하지만 저렴한 전력요금이 지난 수년간 비효율적인 전력소비를 유발하고, 한국경제를 저부가가치형 전력다소비산업에 안주하게 만든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보다 2~3배 높은 전기요금 하에서 친환경적인 에너지믹스로 제조업의 경쟁력까지 유지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이처럼 현재의 에너지믹스 추세는 환경, 사회갈등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우리나라 에너지수급의 안정성 측면에서 되짚어볼 점이 많다. 조만간 우리나라 에너지믹스를 결정하는 중요 계획들이 수립될 예정이다. 사회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여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에너지믹스에서 안정적이고 다양한 저탄소 에너지믹스로의 방향 전환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조영탁 |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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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맡긴다고 했다. 이는 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이 가운데에서 표본추출한 120명으로 시민배심원단을 꾸민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절차는 원전을 둘러싼 논의에서 소외됐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시민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 정부가 중요한 원전 정책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이던 울산 울주군 일대엔 반경 3㎞ 안에 8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5·6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건설이 결정된 원전이었다. 주민 불안은 컸지만 정부와 원자력업계는 건설을 강행했다. 활성단층을 배제한 내진설계와 다수호기 사고의 위험을 경시한 안전성평가 등의 지적에도 오불관언이었다. 그사이 지진이 600차례 이상이나 이어졌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력을 소비하는 것도, 세금을 내는 것도, 원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시민이지만 정작 원전 건설 과정에서는 소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내리는 주체를 시민으로 선정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물론 공론화위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공론화위원회가 토론회를 열어 찬반 양측이 깊이 있고 활발한 논의를 하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개월로 못 박을 필요도 없다. TV 생중계로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이다.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토론한다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서 탈원전 논쟁의 결론을 낸다면 어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이번 공론화를 참여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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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녹색성장지표2017’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5%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과 주요 20개국 등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5번째로,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잠재적인 주요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OECD 지적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1990년 1.1%에서 2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04%에서 1.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을 터이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담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도 후퇴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도, 전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녹색성장을 내걸었으면서도 4대강 개발이란 토건사업에 집중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환경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과 원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시대를 선포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를 지속가능발전위에 통합해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당연하고도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에너지산업 및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OECD 보고서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일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이라는 점이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지원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만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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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세대들도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의 순간을 만날 수 있도록….”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는 국립공원제도 도입 50주년을 자축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1살 때 옐로스톤(미 국립공원)에서 물소와 곰을 처음 만난 순간이 운명을 바꾸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고 소개하며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불과했던 국립공원을 감동과 희망으로 채우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립공원을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15년의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2012년·2013년엔 천연보호구역 등 5중 보호구역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부결시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적극 추진”을 지시하자 사업을 승인해 버렸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국립공원 50주년 행사장 앞에서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올 들어 당시 양양군이 제출한 경제성 보고서(심의자료)가 조작됐다는 판결(4월), 총사업비가 심의 때(460억원)보다 127억원 커졌다는 감사원 감사결과(6월)가 잇따르며, 재심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환경부는 24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22개 국립공원의 절경을 담은 사진전 등 각종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멸종위기종 보호 노력을 소개하는 부스에서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부지 인근에 서식지가 있는 산양도 소개돼 있다. 시민들에게는 ‘보호 중’이라 홍보하면서 뒤로는 훼손을 준비 중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설악산을 비롯한 국립공원 10여곳에 케이블카 사업계획이 수립돼 있다”면서 정부에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 국립공원은 단지 관광 자원에 불과한가”라고. ‘관광’으로는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 “운명을 바꾸는 순간”을 느낄 수 없다.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하는 이유는 꼭 자연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해서다.

정책사회부 송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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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0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원자핵공학을 포함한 일부 에너지 분야 교수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에다 몇몇 언론매체들이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이렇다. “탈원전은 전력수급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이런 문제로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원전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당분간 없다. 고리 1호기 생산 전력은 2016년 총 발전량의 0.85%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역시 발전량 비중이 0.57%로 지금 즉시 닫아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17년 26.3%이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력 설비가 20% 이상 가동되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설비 예비율이 적어도 22%가 되도록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넉넉하게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실제 전력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가 전망처럼 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더라도 전력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차례로 곧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니 오히려 전력공급은 남아돌게 된다. 건설 중단을 고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준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사이 전력 수요관리에 보다 집중한다면 전력공급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전력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급부족으로 요금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력요금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사회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원거리 송전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송전거리가 엄연히 다른데도 전국 단일 요금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배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대안들은 많다. 오히려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전 유지는 우리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살자는 것이자,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온갖 비용을 미래세대로 넘겨 우리 세대 전체를 ‘먹튀’로 만드는 행위다. 원자력학계는 원전을 더 짓자고 할 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폐로 기술에 답을 줘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따진 후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잘해낼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출발선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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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최근 원자력학계 교수들이 ‘정치적 잣대는 안된다’ ‘안정적 전력수급이 안된다’ ‘국민 합의가 없었다’면서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 언제까지 원자력발전을 하려고 했는지 묻고 싶다. 앞으로 100년? 탈원전은 속도가 문제이지 가야 할 길이다. 원전사업자로부터 막대한 용역비를 지원받는 일부 교수들이 이런 성명을 주도해서 내는 것은 원전산업체 이익을 대변하는 데 불과하다. 학계는 단체 행동보다는 과학적인 보고서를 제시하는 게 타당하다. 원전의 많은 미해결 현안을 학계가 어떻게 해결할지 일말의 확신도 없는 한 장의 성명서는 그저 어린아이 불평 수준이다. 국민 합의도 그렇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국민이 합의하고 시작했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충격으로 놀라 다수호기 위험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원자력계는 이미 예측 능력을 상실한 확률론적 안전을 내세우며 자기 방어에 급급했다. 이건 국민 합의인가? 그런데 이제 탈원전한다고 하니 국민 합의를 요구하면 논리적인가?

원자력발전이 화석연료 발전 감소에 기여한 바는 분명하다. 그러나 원자력 확대는 무경쟁의 독점적 국가지원과 과장된 전력수급계획에 기인한다. 값싼 가격도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왔다. 이미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국가가 인구 400만 대도시 부산권에 원전 10기를 배치한 것은 도를 넘은 수준이다. 인천에 단 1기라도 원전을 짓는다면 촛불 시위가 일어날 것이다. 인천은 안되고 부산은 10기라도 괜찮다는 것인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평가산식에 따르면 원전 10기는 10배가 아닌 그 이상의 위험도를 가진다. 그럼에도 설비 규제완화 목적으로 인구중심지 거리 산정에는 적용한 적도 없는 기준을 들여와 거리를 10배 이상 축소했다. 그뿐인가? 월성 1호기는 최신기준을 실질배제한 평가와 불법절차로 허가취소 판결을 받았다. 이를 검토한 전문위원들이 원자력학계이다. 원전 비리,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투기, 핵연료 무단반입, 원자로건물 철판부식 등에 대해서도 원자력학계는 침묵했다. 무엇보다 40년에 걸쳐 포화된 사용후연료 문제를 해결 못한 것에 학계는 책임 없는가? 경제성도, 안전성도, 실현성도 없는 고속로와 재처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허위 과장하며 막대한 국민 돈 낭비를 응원한 주체는 누구인가. 원자력학계는 성명서가 아니라 반성문을 썼어야 했다.

우리나라 초기 원전 8개를 공급한 웨스팅하우스, 아레바 등 세계 굴지 원자력회사는 수출원전 건설비 증가로 도산해 기술지원도 불투명하다. 프랑스 전력공사는 국가 보조로 도산한 아레바를 떠안은 데다가 30기 수명연장을 포함한 58기 안전성 증진에 120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원전 비중 25% 감축법에 따라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포기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빌미로 원전 건설과 수출에 열을 올리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국내 원전 25기는 이미 충분히 많다. 세계적 추세를 무시하고 자기 전공분야 관련 산업만 지키려는 것은 비과학적 수구주의이다. 동남부 원전 지역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은 확실해졌으며, 대형 지진에 대한 주민의 두려움을 불식시킬 과학적 증거가 없는 한 월성의 중수로는 조기에 폐기해야 한다. 러시아조차도 체르노빌 사고 후 1989년에 활성단층이 발견된 크림반도의 원전 1기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물론 급격한 에너지 전환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신규 원전 비용은 계속적으로 상승하는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기술발전과 급격한 비용 하락으로 믿기지 않던 일들이 현실화되었다. 풍력은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 수명주기발전단가(LCOE)가 신규 원전을 앞질렀다. 재생에너지 증대에 따른 각종 기술적 어려움도 영원히 해결 못할 것도 아니다. 지난 4월30일 독일은 화력발전을 거의 중지하고 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했다. 재생에너지가 10%만 넘어도 전력안정성이 없다는 원자력학계 주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원전의 단계적 축소는 어려워도 가야 할 길이다. 원전이 저렴하면 거기서 번 돈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할 국민은 없다. 원전 2기 안 지으면 10조원이 생긴다. 40년 기간을 둔 단계적인 원전 감축은 원자력계에 충분한 시간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향후 자원을 가동원전 안전관리 및 감시기술, 고온고압 공정기술, 해체 안전 및 최적화, 사용후연료 저장·처분 기술, 방사선안전 관리, 장반감기 핵종제거 및 우주전원·난방기술 등 실질적인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럼 인력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기대해 본다.

박종운 | 동국대 에너지 원자력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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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불과 전기에 이은 ‘제3의 불’로 각광받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력 생산 방식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정부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청사진이 처음 공개된 것은 1968년 10월. ‘원전 후보지로 고리를 최종 낙점했고 발전용량 50만㎾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언론에 발표될 당시 한국 설비용량의 30%에 해당하는 프로젝트였다.

고리 1호기 원전은 언론보도 3년 뒤에 건설에 들어가 1978년 준공됐다. 당시 정부는 “한국이 세계에서 21번째,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력발전소를 갖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고리 1호기 준공식은 고리 5~6호기 기공식도 겸하면서 원전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원자력에 의한 전력보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공공연히 사용됐다. 40년이 흐른 지금 원전은 24기가 가동 중이며 설비용량은 2만1716㎿(전체 전력 생산의 30.0%)에 달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시간인 18일 자정에 맞춰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외벽에 빔을 쏘아 탈핵 등을 촉구하는 카운트다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강윤중 기자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로 설계수명 30년이 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다.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을 계속 가동할 경우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논란 끝에 가동연한은 10년 연장됐다. 이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고장사고가 나면서 ‘고장 원전’이라는 오명을 썼고 2015년 에너지위원회는 영구정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고리 1호기 발전소 전기를 차단한 뒤 원자로의 불을 껐다. 이어 핵연료를 냉각한 뒤 2022년부터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고리 1호기를 필두로 한국에 설치된 원전도 가동 중단 및 해체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는 탈원전에 적극적이다. 신한울원전 3~4호기의 설계용역도 최근 중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탈원전 사회, 원전제로 사회로 가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제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애초 의지와는 다르게 하나둘 원전의 불을 다시 켜고 있다. 경제적 욕구가 안전이나 환경적 우려를 억누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원전제로 사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낮지 않다. 원전에 관한 한 일본을 따라 해서는 안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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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을 앞두고 원자력계의 저항이 거세다. ‘탈핵’ 진영에서는 이에 대해 원자력 이익집단의 ‘몰염치’라고 비난한다. 원자력계에서는 대통령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 제왕적으로 원자력 정책을 세우고, 공정률이 30%나 되는 신고리 원전의 건설을 ‘탈핵’의 본보기로 중단하는 것은 원자력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가 안전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탈핵’ 진영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있더라도 더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사이에서 국정기획위원회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우선 중단 후 검토”에서 출발했지만, “건설중단 재검토”로 선회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탈핵’ 진영이 공약이행을 강하게 요구하자, 다시 건설중단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이행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이렇게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중단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핵심은 건설중단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중요한 상징성이 있지만, 대통령이나 여당이 중단이라는 공약 이행에 매달리는 것은 ‘탈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건설중단을 관철시키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반발을 수습하느라 정작 궁극의 목표인 ‘탈핵’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임기를 마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탈핵’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가동 중인 25기의 원전과 건설 중인 5기의 원전을 없애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큰 갈등과 혼란 없이 풀어나가야만 완수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계는 그동안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매우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정부, 대학, 연구소, 언론, 재벌에 이르기까지 세력의 범위도 대단히 넓다. 이들을 하나하나 어느 정도 부드럽게 에너지전환 쪽으로 유도해 가야만 ‘탈핵’이 완수된다.

‘탈핵’ 진영에서는 독일을 에너지전환의 모범 국가로 꼽는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에너지전환이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어 확고하게 자리잡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30년 이상의 저항 끝에 원전포기를 끌어냈지만, 그 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포기가 ‘폐기’되는 반동이 일어났다가, 후쿠시마 참사 후에야 다시 포기가 확정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발전량도 크게 늘어나자 원자력계에서도 점차 원자력 고수를 포기하고 에너지전환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선 대학의 원자력 학과나 원자력 관련 연구소들이 이름을 바꾸고 재료나 에너지, 또는 원자로안전이나 폐로 연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발전업계에서는 풍력발전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멘스 같은 대표적인 원자로 제조사에서 원자력 사업을 접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고 지금 독일의 에너지전환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생가능 전기의 비중이 30%에 달하지만 지난 10년간 석탄화력 발전의 비중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고, 이로 인해 독일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스마트 그리드와 전기 저장장치 보급도 더디다. 하지만 독일이 다시 원자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종종 장애물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미 재생가능 에너지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고, 미래는 에너지전환에 있다는 인식에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은 ‘탈핵’의 상징적인 신호로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탈핵’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재생가능 에너지가 전력생산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여기에 미래가 있다는 인식이 원자력계와 관련 기업체에 부드럽게 퍼져 나가는 것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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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새 정부 들어 촛불민심이 지적하던 적폐청산의 청신호가 들린다. 환경 분야에서도 그동안 문제가 됐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와 더불어 복원사업 추진 의지가 보인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가 환경부의 위상 제고와 원자력안전위의 개혁을 주문하고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노후원전 폐로를 통한 ‘40년 후 원전제로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 정부의 ‘탈핵에너지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과 소통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첫째, 오는 18일 부산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에 들어가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폐로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과 부산시 등 지자체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 ‘원전지역소통위원회’를 만들어 폐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대선 공약에서와 같이 ‘원자력안전협의회’를 원전입지 지역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 원전당국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 형식적으로 제공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는 첫걸음이다. 이와 함께 이날 부·울·경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지진 및 다수호기(한곳에 원전을 밀집해서 짓는 것) 문제를 무시하고 졸속허가를 받아 강행하고 있는 신고리5, 6호기의 건설 중지 의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매몰비용과 관련해서는 최근 대만의 유사한 탈핵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건설현장을 원자력안전박물관이나 재생가능에너지타운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월성1호기, 고리2~4호기, 한빛1, 2호기, 한울1, 2호기 등 노후원전의 폐로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 해결방안도 찾아야 한다. 진정한 폐로는 지역재생을 통한 지역복원이자 지역경제의 재생에 있다.

둘째, 원전 안전과 관련된 규제기관의 개혁과 원전 안전을 담보할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무엇보다 ‘원자력진흥·홍보위원회’로 전락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원전진흥 전력이 있는 인사는 원안위에서 원천 배제하고, 여야 동수의 상임위원을 배정하며, 원전입지 지자체 추천 비상임위원을 포함하되, 상임위원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안위 사무국도 일본과 같이 환경부 산하의 원자력규제청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함 직하다. 원자력문화재단도 원자력 안전에 대한 홍보·교육을 중시하는 원자력안전문화재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감독부서의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 과거 지식경제부 2차관이 한수원 사장으로 임명된 잘못된 관행을 더 이상 허용해선 안된다. 원전비리에 대한 처벌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방비리 이상으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

셋째,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그간 원전에 올인한 정책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에너지믹스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수치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기후변화, 미세먼지 대응은 물론 지역산업 및 일자리의 종합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RPS)의 문제점을 발전차액지원제(FIT)의 재도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해선 도농복합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농업을 추진하거나 신재생에너지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그린전력증서제도의 도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전력의 불안정성에 따른 질관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단순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역에너지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은 국민과의 소통이 열쇠이다. 에너지절약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요구된다. 산업전기의 낮은 요금제와 가정용 전기의 누진제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해자 및 전문가집단이 분야별 위원회를 만들어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대국민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독일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수개월간 찬반 논의한 것을 TV를 통해 11시간 생중계하고 여론 수렴 후 내각에서 8시간 토의를 거쳐 탈핵을 결정했다. 우리도 이제부터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최근 국민정책제안 플랫폼 ‘광화문 1번가’를 열었다. 단순한 개별의견 수렴이 아니라 분야별 ‘위원회’를 만들어 ‘정반합’을 구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김해창 | 경성대 교수·건설환경도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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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24일 첫 남북 자원개발 협력사업인 북한 정촌흑연광산의 흑연이 인천항을 통해 반입됐다.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 흑연광산에서 2007년 4월부터 생산된 흑연제품 200t이 23일 오후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24일 오후 인천항에 도착했다. 북한산 흑연은 인천항과 남포항을 정기 운항하는 국양해운 소속 트레이드 포춘호 4000t급에 실려 반입됐다. 참여정부 시절 대한광업진흥공사(현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3년부터 추진해온 정촌흑연광산 개발사업을 2007년 4월부터 정상 가동시켜 생산된 양의 일부인 200t을 국내 처음 반입했다.

북한 흑연광산개발은 2003년 7월 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후 이듬해인 2004년 3월 착공을 시작해 2006년 4월 우리 기술로 가공공장을 준공한 후 2007년 4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남북 간 최초 공동개발 광산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분 50%를 취득하는 대가로 60억원을 현물로 출자했다. 이후 생산제품은 2007년 550t, 2010년 300t 등 모두 850t이 인천항을 통해 반입됐다. 남북경제협력은 2007년 10월4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이 시발점이었다. 남북 간 첫 자원협력사업인 흑연광물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금도 중국, 일본 등지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만약 남북 간 합작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북한산 흑연이 국내로 들어오면 국내 인상흑연 수요량의 약 15%를 대체할 수 있다. 흑연제품은 주로 제철, 제강 등의 용광로 부재료로 사용된다.

광물자원공사가 만든 북한 광물자원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 있는 부존광종은 모두 42종이며 이 중 금 2000t(남한 43t), 구리 290만t(남한 5만1000t), 아연 2110만t(남한 51만5000t), 철광석 50억t(남한 4100만t), 마그네사이트 60억t(남한 0) 등 대부분의 광물이 남한을 압도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의 하나로 경직된 북한 태도를 꼽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 지난 우리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관계는 특수한 관계다. 북한은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북한을 압박하더라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 제재가 대북 정책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더라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돌파구는 남북 간 경제협력이다. 5·24 대북제재조치를 당장 풀 수는 없더라도 남북 경제협력사업 승인 등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 광물자원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는 산업원료나 광물의 공급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또 통일을 위해서라도 북한경제가 살아나야 하고 남북 간 산업이 균형을 이루려면 선행돼야 하는 사업이 자원개발이다. 지금 막혀 있는 남북 간 대화를 위해 북측에 자원개발을 얘기해보자. 아마도 예상 밖의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강천구 |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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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공약은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 경주지진 등을 겪으며 안전한 나라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원자력업계를 중심으로 탈핵공약을 흔들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 1일, 원자력 관련 교수 230명은 성명을 내고 “소수 비전문가의 제왕적 조치” “국가안전을 해칠 위험”이라며 새 정부의 탈핵정책을 비판했다. 다음날, 한수원 노조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도를 철회하라”는 결의문을 냈다. 지역 언론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으로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공약은 대선공약집의 10번째 약속 ‘안전한 대한민국’과 11번째 약속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에 있다. 핵발전은 위험하고 지속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볼 수 있다. 원자력업계는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전력수급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을 내세워 핵발전을 옹호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닌 주장일 뿐이다. 공약집으로 살펴본 문 대통령은 핵발전을 경제논리가 아니라 안전과 지속가능성에서 판단하고 있다. 이성적이고 상식적이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볼모로 한 경제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민의 안전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의 검토 요소로 언급했던 매몰비용이나 공정률보다 훨씬 중요하다. 2014년, 대만은 공정률 98%의 제4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지역경제는 중요한 문제지만, 건설 강행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해서 후쿠시마 같은 사고는 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그만하자. 어떤 전문가가 나서도, 그건 억지나 궤변일 뿐이다. 더욱이 2013년의 원전 비리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원자력업계는 안전을 논할 자격도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인간은 실수하고, 인간이 만든 모든 설비는 고장이 난다. 그래서 사고도 난다. 그게 정상이다. 핵발전소도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유용해도, 그 사고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는 설비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설혹 사고가 나지 않는다 치자. 사용후핵연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매년 700t 이상 쏟아져 나오는 이 고준위핵폐기물을 10만년씩 안전하게 보관할 능력이 우리에겐 없다. 후쿠시마도,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도 핵발전소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오는 6월18일,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다. 1978년에 가동되었으니 40년 만이다. 폐로는 그 방법에 따라 대략 20년에서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폐로 중인 영국의 마그녹스 핵발전소는 120년의 기간에 1200억파운드의 비용을 예상한다고 한다. 공장 문을 닫는 데 이렇게 긴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또 있을까? 폐로가 끝난들, 거기서 살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폐로 또한 핵발전소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핵발전은 인간이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선악과다. 안전하게 살려면, 지금이라도 최대한 빨리 손을 떼야 한다. 그런데 법원에서 수명연장 취소 판결을 받은 월성 1호기는 지금도 버젓이 돌아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한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머뭇거리면 새 정부의 탈핵정책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잊지 말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란 틀에서 탈핵·에너지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수의 주권자들은 바로 ‘그런 그’를 지지하고, 선택했다. 지금은 주저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양보나 타협은 포기로 가는 길이다. 공약 그대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원전제로시대’로 성큼 들어서야 한다.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의 문을 굳게 닫고, 탈핵의 문을 활짝 여는 ‘탈핵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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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내가 가 본 세계 여러 곳의 자연사박물관 중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전시를 하고 있다. 입장하면 만나는 대형 홀에 가득한 동물들의 박제는 홍수 앞에서 모든 종의 생명체를 보존하려고 했던 노아의 고민을 웅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물관 전체에 기상 현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끔은 번개도 치고 밝기도 바뀐다. 2015년 12월12일 타결된 파리기후협약을 상징한다. 이 협약은 지금 국가로 인정받는 197개국 중에서 시리아와 니카라과를 제외한 195개국이 서명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 이 협약은 작년 11월4일부터 포괄적인 구속력을 가진 국제법으로 효력이 시작되었다.

파리기후협약이 대체한 이전의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기체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이 빠져 있어서 실효성이 작고 참가하고 있는 당사국들의 불만도 컸다. 하지만, 파리협약은 이런 한계를 넘은, 지구 역사의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류 역사는 다시 크게 후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한 뒤 뒤돌아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 _ 신화연합뉴스

지구온난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심지어 그의 탈퇴 선언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도, 선언만으로도 그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갈등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인류 역사에서 전 인류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기로 한 역사적인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지성이 이루어낸 연구 결과를 이해할 능력은 없고 개인적인 욕심에 눈이 어두운 지도자를 뽑은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다.

지구온난화가 진실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되었다. 40년 전에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라는 책을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지구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주장한 것이다. 러브록이 살아 있는 지구에게 인간은 여드름 같은 존재이고 지구의 자정 능력으로 인간이 훼손한 것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발생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화석 연료의 사용이나 온실 기체의 배출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더 나아가 러브록이 다국적 석유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서 이런 주장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이 논란에 등장하는 다국적 석유기업은 이번에 트럼프가 야기한 소동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가 임명한 미국의 국무장관이 다국적 석유기업 출신이다.

20년 전에 비외른 롬보르가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 통계적 오류를 범하고 있고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이 지구의 여드름 정도가 아니라 암세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배출한 온실기체와 지구 기온이 상승한 것 사이의 관계는 명백하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파국이 온다는 것도 분명하다.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에서 고기후학의 증거들로 과거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 자료를 모아 1도씩 평균 온도가 오를 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었다. 0.7도쯤 오른 지금 당장 북극이 좁아지고 그로 인해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이 요동치고 있다. 2도 오르면 거대 가뭄이 발생하고 밀림의 생물종 중 3분의 1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3도 오르면 더위로 인한 인간 생존의 한계점에 도달한다. 4도 오르면 바다와 면한 모든 지역이 수몰되고 수억 명의 피난민이 발생한다. 5도 오르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분출되고 해양사면이 붕괴해서 쓰나미가 빈발한다. 6도 오르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대멸종이 진행된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금 멈추자는 것도 아니고, 고작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해보자는 정도의 약속이다. 심지어 지구온난화가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롬보르조차도 2.5도를 별문제가 생기지 않을 선으로 잡았다. 급진적이지 않지만 희망을 품었던 이유는 인류 전체가 처음으로 멸망으로 가는 시계를 되돌린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겠다는 탐욕으로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자료들이 사실을 가리켜도 그들의 마음을 돌릴 길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손에 인류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쥐여주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가 속거나 실수했을 때를 대비해서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주일우 | 이음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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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25일이 지났다.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호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구성, 2호 업무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검찰개혁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도 언급했다.

환경정책만 살핀다면, 앞으로 국민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3호 업무지시는 미세먼지 응급 감축이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봄철 미세먼지의 주범을 잡겠다는 의지다. 곧바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6월 한 달간 가동 중단시켰다. 앞으로 30년 이상 된 10기는 조기 폐쇄되고 신규 건설은 중단되며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전력 총발전량의 30% 이내로 하향 조정된다. 친환경차는 판매차량의 10% 이상으로 확대되며, 노후 경유차와 같은 대기가스 다량 배출차량은 운행 금지된다. 충남권, 광양만권, 동남권의 제철·제강, 석유 정제, 시멘트 제조 등 산업단지는 특별 관리된다. 대통령은 ‘미세먼지 특별기구’를 직접 챙길 것이다.

1일 경남 창녕함안보 수문이 열리자 멈춰 있던 낙동강물이 흐르고 있다. 창녕함안보의 수위는 5m에서 4.8m로 낮춘다. 연합뉴스

‘4대강 녹조라떼’도 해결의 실마리가 열린다. 6호 업무지시는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정책감사였다. 지난 2일, 4대강 사업으로 추진된 보 가운데 6개의 수문이 열렸다. 나머지 보 10개는 수질과 운영 평가 후 개방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환경부와 국토부로 각각 나뉜 수질과 수량 등 물관리 기능은 환경부로 이관해 통합된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절차적 문제를 다시 평가한다.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보 해체나 재자연화 여부는 위원회의 종합평가 결과에 달렸다.

‘탈원전’은 현안 중의 현안이다. 한국의 동해안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대로 총 18기가 가동되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원전 중심 발전 정책은 폐기되고 원전 제로시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수립될 것이다. 신규 원전은 전면 중단되고 건설 계획은 백지화된다. 구체적으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중단, 설계 수명 다한 월성 1호기는 즉각 폐쇄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016년 4%에서 2030년 20%로 높인다.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경제성만이 아니라 환경성과 안정성이 반영된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과 원전의 건설 단가는 대폭 상승할 것이다.

또한 사드 배치의 민주적·절차적 정당성도 재검토된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동의가 쟁점이다. 148만㎡인 성주골프장 부지의 사드 배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며, 4계절 조사, 12개월 이상 소요되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은 해당 사업면적을 축소해 6개월 안팎에 끝낼 수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대신했다. 주민 동의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건너뛰었다. 환경영향평가 완료 이전에 사드 핵심시설을 배치한 것은 사전공사 시행금지 위반이다. 불법사항으로 분명히 밝혀야 할 사안이다.

6월5일, 오늘은 환경의날이다. 국민은 신고리 5·6호기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 ‘탈원전 한국 선언’을 기대한다. 사드 대신 ‘동아시아 평화 선언’을 기대한다. ‘녹색성장’ 대신 명실상부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공생 선언’을 기대한다. 경제와 일자리, 노동 존중의 문제가 환경과 생명의 관점에서 경영되는 ‘에코-노믹스(eco-nomics) 선언’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을 절실히 기대한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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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몇 년 치 신문 칼럼들을 간추려 정리한 보잘것없는 단행본인데 출간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지구주의자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지구주의자는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아니다. 영어권에서는 세계화주의자를 말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성장지상주의에 맞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지구주의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은 지구의 일부이며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러므로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임을 자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구주의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자동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자투리땅 텃밭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도시 농부들, 옥상과 아파트 베란다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시민들은 모두 지구주의자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그 또한 지구주의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나무와 반려동물 사랑이 극진하고 들꽃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는 세간의 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 발표와 4대강 정책감사 지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통령 업무지시 세 번째와 여섯 번째를 환경문제가 차지한 것은, 야만의 시대가 가고 생태적 진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4대강 6개 보 수문의 상시 개방을 시작한 1일 대구 달서구 강정고령보 위로 물이 넘쳐 흐르자 시민과 취재진 등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수십년간 굳어온 낡은 에너지체제를 현대화하고 녹조로 뒤범벅이 된 강을 되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이 든다. 강력한 저항도 감수해야 한다. <전환 함정을 경계하라>를 쓴 마르크 작서의 표현을 빌리면, 기득권 동맹 가담자들은 자신이 누려왔던 지위와 특권을 지키려는 엘리트들만이 아니다. 동맹에는 급격한 변화가 자신이 익숙한 세계를 뒤흔들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과장되었음을 밝히고 전환의 열매를 국민들의 손에 쥐여주는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옥중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기란 바로 낡은 것이 죽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것이란 기득권 동맹이 해체되었을 때 빈자리를 채우게 될 ‘이로운 그 무엇’이다. 봄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 등장하게 될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은 트럼프가 폐기한 오바마 정부의 청정전력계획 사례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재작년 ‘석탄과의 전쟁’을 선포한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때 오바마 정부가 제시했던 ‘새로운 것’은 재생에너지 비전과 천식 예방효과였다. 청정전력계획이 실현되면 2030년까지 풍력은 3배, 태양에너지는 20배 늘어나고 신규 일자리가 수십만개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기오염 탓에 발생하는 약 5000명의 조기사망과 9만명이 넘는 어린이의 천식을 예방한다는 분석 결과도 덧붙었다.

4대강 수문 개방과 물관리 일원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를 놓고 기득권 동맹의 저항이 가시화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앞장서는 이들은 개발 패러다임을 만들어 유포하고 그 과실을 취해왔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실세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중립을 가장한 채 과도한 일반화, 부풀리기, 절차에 대한 트집 등을 통해 국면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통제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가 기득권 동맹의 저항을 뚫고 생태적 전환을 밀고 나가려면 그들이 짜놓은 비용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전환이 정당성을 갖는 것은 사회적으로 비용보다는 편익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공약 추진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국민들이 누리게 될 편익 중심으로 다시 짜여야 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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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감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4대강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다수 국민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70% 이상의 국민이 반대했고 해마다 4대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는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절차상 이유를 들며 곧바로 감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하자 24일 한국환경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였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5%가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에 찬성했다. 4대강 사업 재조사는 전 국민적 관심사로, 새로운 정부가 이를 묵과한다면 오히려 국민 뜻에 반하게 된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정의당 94.7%, 더불어민주당 92.5%, 바른정당 71.5%, 국민의당 69.4%, 자유한국당 29.4%가 재조사에 찬성하고 연령별로는 40대 87.1%, 19~29세 86.1%, 30대 83.6%, 50대 78.8%, 60세 이상 66%가 찬성한다. 결국 재조사 없이 그대로 덮어둬야 한다는 의견은 일부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나 60세 이상 노령층 일부에 그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5월 25일 (출처: 경향신문DB)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에서는 재조사 조치에 대해 ‘정치감사’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보복 감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감사와 재판, 평가까지 끝난 전전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내서 정치적 시빗거리로 만들려 한다며, 오히려 후속사업을 완성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해서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변한다. 당시 침묵했거나 비판에 소극적이었던 보수언론지들의 프레임 또한 다르지 않다.

4대강 사업 재조사가 ‘정치보복’인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4대강을 제대로 회복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과 처벌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재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녹조 범벅인 강에 물고기들의 사체가 떠오르고 시궁창이나 하수구에나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강바닥에 우글거리는데도 4대강 사업이 성공한 사업이라고 우기는 그들 말을 과학적 조사 없이 받아들이고 아무런 조치도 처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잘못이 없다면, 떳떳하고 정당하다면, 오히려 이참에 시시비비를 확실하게 가리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들이나 이 사업을 앞장서 옹호했던 소위 전문가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 걸까?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처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했거나 4대강 사업을 앞장서 옹호했던 자신들의 행동과 신념이 옳았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잘 알려진 것처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2011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긍정적 평가를 내린 건 이명박 정권 당시에 이뤄진 1차 감사뿐이었다. ‘셀프감사’를 통한 면죄부 주기였다. 나머지 감사에서는 모두 4대강 사업을 계획부터 재정지원까지 졸속으로 추진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업으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담합에 참여한 건설회사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만 있었을 뿐 책임 있는 정책결정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당성 있는 4대강 재조사를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고 생명의 4대강을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시민적 열망에 대한 모독이다. 이제라도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한다. 혈세 22조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서 강을 파괴한 허무맹랑한 이 사업이 왜 추진되었는지, 어떻게 제대로 된 국민적 동의 없이 추진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책임 있는 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나라다울 수 있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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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상 최초로 ‘탈원전’ ‘탈석탄’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신규원전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약속했고, 지난 15일에는 노후 석탄발전소 일시중단과 조기 폐쇄를 지시하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에 ‘대전환’이 일어날 조짐이다. 2015년 기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70%는 석탄발전소(38.7%)와 원전(31.2%)에서 생산된다. 신재생에너지는 4%, 그나마도 폐기물과 폐목재가 75%를 차지한다. 기존 전력산업 인프라 구성과 산업규모를 감안하면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격렬한 반발도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부터 원전·석탄발전 산업계, 학계, 언론이 나서서 전기요금 상승, 경제 영향, 재생가능에너지 불가론을 펼치며 기존 정책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에너지전환 정책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탈원전과 탈석탄을 목표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누가, 어떤 구조와 방식으로,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4월13일 문재인 후보는 삼척, 영덕, 경주, 부산, 울진, 대전지역 주민들과 “대선 이후 6개월 이내에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탈핵국민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탈핵 로드맵을 논의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을 잘 지키면 좋겠다. 시민들과 함께 탈핵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만들면서 에너지 생산·소비방식, 산업과 경제구조, 에너지가격과 세제개편 정책을 같이 설계해보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효율 개선과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와 LNG 발전을 확대할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바라 본 고리 원전 3호기(왼쪽)와 4호기 냉각재 과다 누설로 28일 일시 정지된 고리원전 4호기. 이상훈 기자

더불어 시민들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자신감’과 ‘상상력’을 갖출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원전과 석탄 중독사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제일 낮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인식도, 신뢰도 바닥이다. 필자도 독일에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보고서야 독일 전체 전력의 33%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자립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올리고, 태양열, 지열, 압전소자,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광화문시대가 열리면 청와대를 에너지효율 건물로 리모델링해 공개해도 되겠다. 효율기술을 적용하면 생산에 필요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용량을 줄일 수 있다. 청와대의 변신은 시민들에게 에너지전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상징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청와대를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이 구현된 전시장이 아니라 계획부터 실행까지 시민이 참여하는 에너지전환의 현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1번가’처럼 ‘청와대 100% 에너지 자립’ 사이트를 열어 시민이나 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제안하고, 토론해서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촉발될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도 설계해보자. 청와대에 올리는 태양광에 출자할 수도 있고, 태양광 기와 모듈은 이름을 달아 기부받아도 좋겠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유럽에서 새로 짓는 발전소의 70% 이상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이다. 중국은 에너지발전전략행동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420조원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한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에너지 분야 일자리가 바로 태양광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80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우리도 바뀔 때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자리와 도시재생 정책도 에너지 전환과 융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원전과 석탄의 양 날개로 날았다. 이제는 과감히 에너지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로 날개를 바꿔보자. 이미 원전과 석탄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있다. 지금까지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청와대 100%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 밀양, 청도, 경주, 영덕, 삼척, 당진, 부산 고리 등 그동안 에너지정책으로 고통받았던 지역 주민들도 모두 초청하면 좋겠다. 새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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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서 유사 이래 가장 심각한 국토유린 사건인 ‘4대강 사업’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돈 버는 데 도가 튼 사람은 날아가는 새가 똥을 내갈겨도 저것이 어떻게 돈이 안 될까 하고 궁리한다고 한다. 건설회사 출신 대통령도 유유히 흐르는 강을 보며 그랬을 것이다. 

“저 물을 바다로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물을 막아 저수지로 만들면 홍수조절은 물론 농업용수도 확보할 수 있으며, 주변을 공원으로 꾸며 관광객을 불러 모으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공사과정에서 막대한 골재도 확보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고…. 한마디로 대박 아닌가!”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그러나 그의 꿈은 재앙이 되고 말았다. 강이 죽어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혼돈이라는 자연을 인간세상처럼 개조하려다 그만 혼돈이 죽어버렸다는 ‘장자’의 우화와 꼭 닮았다. 자연은 자연대로 작동하는 방식이 있는데 인간의 관점에서 마음대로 뜯어고치려다 낭패를 봤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4대강 사업보다 무분별한 도로건설이 더 문제다. 강이 비록 죽었다고 하지만 저 정도에서 그친 것은 주된 교통수단이 배가 아닌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지금 육지는 자동차 도로로 인해 땅이 천조각 만조각으로 갈라져 생태계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도로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공터는 주행로 아니면 주차장이다. 집이나 공원, 숲 등은 도로가 만든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땅값을 따져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도로가 접근할 수 없는 땅은 똥값이니 말이다.

문명의 모태이며 인간의 고향인 자연에 대해 어찌하여 이런 가치전도의 현상이 벌어졌을까? 지나친 인간중심주의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듯 인간이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중심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태곳적 화산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던 지구생태계가 지금처럼 풍요롭게 된 것은 모든 생명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잘 살아주었기 때문이다. 말썽꾸러기 인간도 농업이란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구생태계에 농업이라는 괴이한 관행이 나타나기 전까지 모든 생명들은 철저히 자기 신체에 의존하여 살았다. 개별 생명체의 신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자연의 질서와 통제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말하자면 개별 생명체들은 대자연이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 아래 타고난 생명의 음악을 맘껏 연주하면 되었다. 그러나 생물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난 인간은 농업을 통한 다양한 기술에 힘입어 더 이상 신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 기술은 다름 아닌 ‘착취의 기술’이다. 착취의 기술은 대상에 따라 둘로 나뉜다. 자연에 대한 착취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그리고 인간에 대한 착취는 사회조직의 조작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보통 이 둘은 결합되어 작용한다. 착취의 기술을 통해 인간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지구생태계를 자기 뜻대로 전변시키기 시작했다.

농업 이전에는 신체에너지 1을 투입하면 결과물 1을 얻었으나, 착취의 기술을 익힌 이후에는 신체에너지 1을 투입하여 10 또는 100, 1000의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 이런 인간을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도록 내버려두면 생태계가 위험에 빠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해서 선인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윤리와 도덕을 만들어 사람들이 적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계도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의 도래와 함께 도덕과 윤리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돈 많은 자가 갑질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없으면 생태계의 파괴와 함께 종으로서 인간의 파멸은 피할 수가 없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 인간은 뛰어난 재주 때문에 오히려 명이 짧은 종이 된 것이다. 그 큰 덩치의 공룡조차 몇억 년을 살았는데 인간은 겨우 일만 년도 채 안 되는 문명의 시간으로 인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다시 말하지만 슈퍼파워를 가진 인간의 인간중심주의는 모두에게 재앙이 될 뿐이다. 그런데 슈퍼파워의 근간인 과학기술과 사회조직의 발달은 막을 수가 없다.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마음뿐인데 과연 인간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 성인들이 계도하던 시대는 가고 지금은 오직 돈과 능력이 말을 하는 시대인데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능할까? 서점에 넘쳐나는 처세와 심리 관련 책들은 거의 대부분 성공하기 위해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말하고 있지 욕망 자체를 문제 삼고 있지는 않다. 물론 대부분의 종교가 욕망의 조절을 말하고 있지만 종교의 물질적 토대를 자본주의에 두고 있는 한 사람들은 종교의 제안을 또 하나의 ‘상품’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산업문명이 지구를 덮어버리기 전까지는 아직 지구생태계가 그런대로 작동하고 있었고, 성인에 대한 존경심도 남아있어서 말로만 얘기해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지의 발달로 인해 모두가 지식인이고 모두가 성인이다. 심지어 계도를 혐오하는 문화까지 형성되어 있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한 가지만 말하겠다. “마음은 물질과 함께 갈 때 효과를 발휘한다.” 욕망을 제어할 수밖에 없는 생존시스템을 개발하여 그 안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는 그 생존시스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다스려지는 그런 시스템을 그려본다.

황대권 | 생명평화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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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보 상시 개방, 물 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착수 등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이전에 많은 시민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 할 만하다.

4대강 보 상시 개방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대선후보들이 공약했고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여름철을 앞둔 요즘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녹조라떼’라는 오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 개방은 수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아울러 정부는 보의 유지와 철거를 좌우할 수 있는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의 구성과 그 역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보의 철거 여부도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된 물 관리는 그동안 정책 비효율의 대표 사례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조치로 부처이기주의를 깨는 것은 물론 개발 위주의 정책을 보전과 관리 중심으로 틀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의 주요 강에서는 ‘녹조라떼’란 신조어가 생겼다. 심한 녹조로 2013년부터 조류경보제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 달성군 낙동강 상류 강정고령보 주위에 22일 부유물들이 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녹조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은 6개 보를 오는 6월1일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는 문 대통령의 재평가 약속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이라고 한 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정 사업을 두고 4차례나 감사를 한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기존 3차례 감사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이번 정책감사는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이정표가 되도록 철두철미하게 진행해 시빗거리를 일절 없애기 바란다. 정책 실패에 따른 국론분열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이명박 전 대통령 쪽도 이번 조치를 정치 보복이나 정책 뒤집기라는 편의적 잣대로만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4대강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4대강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하며,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은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물 정책은 정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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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에너지공약에서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원전 수명연장 금지, 월성1호기 폐쇄 등을 약속하였다. 이에 대해 국내 원자력계는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이며, 탈원전의 경우 몇 배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연 원자력은 값싼 전력원인가?

2016년도 국내 발전 정산단가는 원자력 68원/kwh(킬로와트시)로, 석탄 78~89원/kwh, 석유 110원/kwh, 가스 100원/kwh, 풍력 90원/kwh였다. 이 수치만 따지면 원자력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전사고가 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의 원자력발전 단가는 원전사고시 배상을 계산하긴 하지만, 국내 원전에서 후쿠시마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전을 관할하는 발전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최대 5000억원만 보상하고 나머지는 국가의 책임으로 돌린다.

원전사고의 피해규모를 보자. 1986년 1만㎢ 지역에서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피난시켰던 체르노빌 사고는 약 260조원의 손해를 입혔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당시 방출된 총 방사능의 약 3분의 1 이상이 남아서 체르노빌 주변 지역을 방사선 피폭시키고 있다.

방출된 방사능의 90% 이상이 태평양 쪽으로 날아갔지만 나머지 방사능으로 인해 16만명 이상의 주변지역 사람들을 피난시켜야 했던 2011년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방사능 제거 비용으로 약 220조원을 추정하였다. 그런데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 3월 일본 정부의 추정치는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제거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추정치로 약 690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사고 6년이 지난 현재 일본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전체 42기 중 단 3기밖에 없으며, 8만명 이상이 여전히 피난 생활 중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사고와 다른 형태의 원전 중대 사고가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가 그것이다.

원자로에서 방출된 사용후핵연료는 계속해서 뜨거운 열을 방출하므로 최소 5년 이상 저장조 물속에서 식혀야 한다. 저장조 냉각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원자로에서 방출된 지 1년 이내의 뜨거운 사용후핵연료는 물 및 수증기와 반응하여 겉의 피복재가 녹으면서 화재를 일으키고 수소를 발생시켜 수소폭발까지 불러온다. 화재가 전체 사용후핵연료로 퍼지는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속에 들어있는 세슘-137 등 고독성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되어 넓은 지역을 방사능 오염시킨다. 세슘-137은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사고의 주된 방사성물질이다.

이러한 사고의 한 예로, 필자와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NRC)가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HYSPLIT 코드를 사용하여, 약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담겨있는 고리3호기 저장조에 화재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 결과 국내에서 평균 9000㎢, 최대 5만4000㎢ 면적이 피난지역으로 변하고, 평균 약 500만명, 최대 약 2400만명이 피난하여야 하며, 날씨 조건에 따라서는 주변 국가에 더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작년과 올해 발표한 바 있다.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또한 USNRC 보고서에 근거하여 주변 30㎞ 내에 큰 도시가 없는 버지니아주 서리카운티 소재 원전의 약 800t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는 저장조 화재사고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평균 약 5만6000㎢ 지역의 1000만명이 피난해야 하며, 경제적 손실은 약 24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발간된 한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지역 및 인구밀도 사정이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결과와 비슷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원전 저장조 화재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전 중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는 원자력발전의 단가에 근거하여 국내 원자력이 경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강정민 | 미 NRDC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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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이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정권교체의 소망이 이루어졌고, 민주주의 회복의 소원도 성취되었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일관성 있는 삶, 따뜻한 마음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선인은 아마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부드럽게 민주주의의 회복과 정치·경제·사회의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그는 합리적 보수까지 모두 포용하면서 새로운 체제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고, 어쩌면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퇴임하는 최초의 대통령, 퇴임 후에도 사랑받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될 것이다.”

2012년 12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믿고 썼던 녹색세상 칼럼의 일부다. 낙선한 탓에 실리지 못했지만, 4년여 후 그가 대통령이 된 지금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다. 정말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기가 끝날 때에도 박수받고, 퇴임 후에는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기 말에 거의 모든 국민이 등을 돌리고, 그 결과 반민주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왜 반민주 세력의 득세를 막는 데 실패했을까? 참여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유시민 작가는 정권출범 초기부터 진보 지식인이 정권을 흔들어댄 것이 실패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도 그런 식으로 진보 지식인의 공격을 받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99%라고 단언한다. 유시민 작가는 참여정부 초기의 부안 핵폐기장 건설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론하는데,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 정책을 앞장서서 비판한 필자도 참여정부 실패를 거든 셈이 된다.

돌이켜보면 부안 핵폐기장 정책으로 참여정부가 입은 상처는 진보 지식인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미숙함 때문이었다. 나는 이 정책은 김대중 정부가 레임덕에 빠져 경황이 없을 때 기술관료들과 원자력 산업계가 공모하여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참여정부는 별 고민 없이 이 발표를 덥석 받아 매우 ‘성실하게’ 이행하려 했다. 안면도와 굴업도 핵폐기장 계획이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음을 상기하면 마땅히 폐기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기술관료들의 보고만 듣고 핵폐기장 건설을 밀어붙이려 했을 것이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고, 정부는 수천억원을 들여 전혀 시급하지 않은 중저준위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당시 원자력 산업계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가 금방 넘칠 것처럼 이야기하며 핵폐기장을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저장수조가 넘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주장을 사실로 포장했던 그들의 농간에 ‘반듯하게’ 정책수행을 하려 했던 참여정부가 넘어갔던 것이다. 참여정부는 다른 분야는 몰라도 과학기술 정책에서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내놓은 인선과 정책은 준비가 아주 잘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아직 내놓은 게 없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 원자력발전, 사용후 핵연료 처리도 외교·안보나 경제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까다로운 문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술관료들의 이야기만 듣고 정책을 추진하다가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원자력발전을 폐기하자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쪽의 주장만 들어서는 풀기 어렵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를 참여시켜 협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 수립한 에너지 수급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해야만 풀리는 것이다. 핵잠수함 보유 필요성에 대한 후보 시절의 견해도 원자력 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 같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서 정책을 수립하여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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