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IT 통신'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17.11.13 [여적]킬러로봇
  2. 2017.11.09 [최희원의 IT세상]네이버와 여론조작
  3. 2017.10.31 [기자칼럼]게임판의 농단 ‘확률형 아이템’
  4. 2017.10.12 [최희원의 IT세상]한국형 스턱스넷은커녕 댓글조작하는 사이버사령부
  5. 2017.09.14 [양승훈의 공론 공작소]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교육과 취업
  6. 2017.06.15 [최희원의 IT세상]인공지능 시대의 구글과 소니
  7. 2016.06.16 [최희원의 보안세상]확산되는 생체인증
  8. 2016.05.25 [여적]소물인터넷
  9. 2016.05.25 [최희원의 보안세상]감시권력이 인간을 폐허로 만든다
  10. 2016.05.25 [녹색세상]개혁으로 포장된 ‘규제 완화’
  11. 2016.05.05 [최희원의 보안세상]카드 도난 알려준 빅데이터, 설레지만 두려운 미래
  12. 2016.04.07 [최희원의 보안세상]선거판까지 진출한 해커, 보이는 것만 진실일까
  13. 2016.03.23 [최희원의 보안세상]윌리엄 깁슨과 스티브 잡스의 미래읽기
  14. 2016.03.13 알파고,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각인시키다
  15. 2016.03.10 [기고]인공지능 앞에 무릎 꿇다
  16. 2016.03.06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운데)가 3일 부산여성회관에서 열린 ‘부산을 바꿔! 국민콘서트’에서 야권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7. 2016.03.02 [최희원의 보안세상]애플과 FBI 논쟁과 테러방지법
  18. 2016.02.22 [시론]테러방지법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19. 2016.02.11 [최희원의 보안세상]위치추적기와 프라이버시
  20. 2016.01.31 [여적]IT 권불십년

30년 전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로보캅> 주인공 머피는 일종의 ‘킬러로봇’이다. 치안활동을 벌이다 최악의 경우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그런데 개인적인 감정을 말소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실수로 삽입돼 정체성의 혼돈에 빠진다. 방아쇠를 당길 때 인간처럼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머피가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라는 ‘출생의 비밀’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3년 4월 23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킬러 로봇을 멈춰라’ 캠페인에 등장한 로봇. 출처: Gettyimages이매진

감성(윤리의식)이 거세된 킬러로봇은 이와 다르다. 무고한 인간을 ‘아무런 감정 없이’ 적으로 인식해 공격할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는 묵시론적인 장면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섬뜩하게 그려진 적이 있다. 이를 예견했던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라이어>에서 로봇의 3대 원칙을 만들었다. 요약하면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되고,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이들 두 가지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도 모자랐는지 <로봇제국>에서 ‘로봇은 인류에 해가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추가했다.

킬러로봇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국방부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고위 군 사령관인 카리 야신을 드론 공습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전투용 드론은 원격지에서 조종사들이 조종하는 로봇이다. 또한 미 해병에서는 기관총과 센서를 부착한 무인전투로봇을 실전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AI)의 잠재적인 리스크에 대비하지 않으면 그것은 강력한 자동화 무기나 소수가 다수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13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회의에서 킬러로봇을 주제로 해 논의한다고 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 딥마인드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등 기업인 100여명은 지난 8월 킬러로봇 금지요청 서한을 유엔에 보낸 바 있다. 킬러로봇이 독재자·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거나 해킹을 당하면 대형참사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I가 탑재돼 스스로 움직이는 킬러로봇이 출현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섬뜩할 뿐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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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편집 재배치로 인해 검색 등 네이버 서비스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거의 무너졌다. 네이버가 지금의 네이버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이해진 창업자와 직원들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기여한 수백만명의 사용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네이버 성장의 견인차가 된 지식인 서비스 역시 누리꾼들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기득권이 되면 한순간에 권력과 재벌의 편이 되어 동업자의식을 갖는 우리 사회 추악한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들을 키워준 국민과 누리꾼들을 배신한 것이다. 게다가 기사 재배치 조작이 스포츠에 한정됐다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작태다. 왜 우리는 네이버의 기사 재배치에 이토록 분개하는가. 네이버는 대한민국의 생각과 인식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영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 나는 한 자영업자가 보낸 하소연을 잊지 못한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이트 등록을 했지만 네이버에서 검색이 잘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네이버 고객센터에 수차례 연락과 문의를 했지만 몇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나 답변을 듣지 못해 상심해 있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 것 같아 돈만 내면 초기화면에 실어주는 네이버 파워링크를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무시와 냉대를 받은 것이 너무 억울해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분신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약자에게는 이처럼 무례한 네이버가 권력과 재벌에는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가. 지난 7월 모 신문사가 검찰·특검 수사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삼성이 이재용에게 불리한 기사의 포털 노출을 막았다”는 기사에는 삼성의 한 임원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고 형태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나온다.

“(네이버와 다음) 양쪽 포털사이트에 미리 협조요청을 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고 있지 않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이 퍼지고 있지 않은 추세. 기껏해야 댓글은 10여개.” 이 문자메시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물론 네이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삼성 역시 “담당 임원이 자신이 네이버에 부탁한 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잘못 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우선 삼성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리 협조를 요청해서인지”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또 포털에 노출되지 않을 경우 기사의 가치나 중요성과 상관없이 댓글이 붙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뉴스의 가치나 뉴스를 생산한 신문사나 기자, 칼럼니스트가 누구냐 하는 것과도 상관없다. 오로지 메인화면에 노출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모바일, 즉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소비가 추세인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네이버 초기화면에 뜨는 오로지 5개의 뉴스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네이버 편집자가 메인화면에 뽑은 기사는 대체적으로 이용자들이 많이 본 뉴스가 되며 동시에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기사가 된다. 만일 네이버가 검색조작이나 편향적인 기사편집과 재배치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통제하고 있었더라면 부패한 정권이나 세력들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산처럼 드러나고 있는 적폐 양산의 또 다른 공범자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금의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어떤 면에서 언론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운운하면서 검색과 뉴스 배치에 시스템이 개입돼 있어서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시스템의 오류보다 더 치명적인 인간의 손이 개입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스포츠 기사 재배치 조작 사건이 그저 빙산의 일각이라고 믿고 있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이 만들어준 기사를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면서 권력이나 재벌들과 밀착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냐는 의혹 역시 끊이지 않는다. 뉴스 서비스 외에 검색조작 문제도 네이버가 넘어야 할 산이다. 독재정권은 담론을 만들어, 즉 의미를 생성해내고 그것을 사회구성원들에게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강제로 주입시켜왔다. 실시간검색어의 경우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관심까지 조작할 수 있다. 검색은 인터넷과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인식 범위를 결정하기도 하고,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책이나 영화, 병원, 학교, 디지털기술 등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한 번도 정부당국의 요청으로 실검을 삭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 바닥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곧이 믿는 사람은 없다. 그동안 검색결과나 조작된 실시간검색어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네이버의 이번 기사 재배치는 화면조작을 한 일종의 피싱에 가까운 범죄라 할 수 있다. 정보 교란행위다.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은 한국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고 있다. 서버를 두지 않는다는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초심을 잃은 구글의 철면피 행각. 구글을 떠올리면서 네이버가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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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등장한 아케이드게임 ‘바다이야기’는 독특한 중독성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바다이야기’나 그 아류 게임기가 늘어선 성인오락실이 주택가 곳곳으로 파고들었고, 어느새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들이 오락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상품으로 주어지던 문화상품권이 현금으로 곧장 환금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뒤늦게 단속에 착수했다. 사전 심의를 받았음에도 사행성이 걸러지지 못한 점은 특혜 의혹으로 번졌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거론된 이른바 ‘바다이야기 게이트’로 일파만파 확산됐다.

벌써 10년도 더 된 바다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바다이야기라는 단어가 다시 들려왔기 때문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이었다. 여 위원장은 최근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내놓는 모바일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예고된 바다이야기”라고 했다. 그만큼 도박성과 중독성이 짙고,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확률형 아이템’은 “노력 없이 (좋은 상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돈을 투입하는 뽑기”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러키박스 같은 상품을 구입해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상자를 반복해서 구입하는 게 기본적인 ‘확률형 아이템’의 구조다. 여 위원장은 이를 “완벽한 도박”이라고 했다. 일례로 국감장에서 공개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고급 무기 ‘커츠의 검’ 획득 확률은 0.0001%다. 이는 경마 삼쌍승식(말 10마리가 출전하는 경주에서 1~3등을 한 번에 맞히는 방식) 적중확률 0.139%, 카지노 슬롯머신 잭팟 적중확률 0.0003%보다도 낮은 수준이자 로또 2등에 당첨될 확률과 같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이 뽑기에 한도가 없다는 점이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수백만~수천만원을 써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PC게임의 경우 결제한도가 5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유명무실하다고는 해도 로또와 경마도 게임당 10만원의 구매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게임의 주 소비층은 청소년이다. 현실에서 미성년자는 복권도 마권도 살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확률형 게임을 통해서 도박을 경험한다. 언론에 보도된 1500만원, 4000만원을 날린 초등학생, 중학생처럼 (어린아이들이) 도박에 빠지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는 지적을 지나치기가 어려운 이유다.

게임업체들은 억울해하고 있지만, 인기 있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거래전문 사이트에서 캐릭터나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환금성까지 갖췄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진흥’을 이유로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 규제라는 규제 사각지대로 밀어넣었다. 업계 자율로 게임 내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미준수 게임에 대해 명단을 공개하는 정도다. 강제성도 없고,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미준수 업체 리스트는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표 게임업체들은 전례 없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을 고민하자’는 요청에는 묵묵부답이다.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불응하고, 증인 출석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묻자 여 위원장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의를 할 때마다 공회전이 된다”며 “게임판의 농단이 심각하다”고 했다. 규제를 막으려는 구체적인 움직임과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배를 불리기 위해 청소년을 사행성 중독으로 내모는 세력이라니….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부디 그의 착각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산업부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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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가상세계가 현실세상을 밀어내면서 우리는 긴밀히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 내던져진 채 살아가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그것은 이제 숙명이다. 문제는 글로벌 정보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래문명을 만들어갈 기술기반이 언제라도 붕괴될 위험이 있다.

각국에서 사이버사령부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유는 국가기반시설은 물론 자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킹활동으로 정부, 기업, 군사정보와 관련된 재산권을 침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의 이전을 이룩한 해킹국가(?)다. 여전히 전 세계 사이버 공격 근원지의 40% 이상은 중국이다. 미국 보안업체 맨디언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에 위치한 3500평 규모 12층짜리 빌딩에 있는 61398부대 본부에는 매일 수천명의 직원이 출근해 전 세계 정부, 기업, 개인들을 해킹한다.

이 부대가 중국 사이버사령부 직할부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모든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중동의 골칫거리였던 이란의 핵시설을 목표로 했다. 나탄즈 원전 관제시스템에 스턱스라는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오동작을 유도해 원전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스턱스넷은 부시 대통령하에서 만들어졌고, 물리적인 공격 없이 이란의 핵시설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한 나라의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은 사실 이런 것이다. 사이버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정보전쟁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이버상에서 방어는 물론 공격, 기밀정보 수집 등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적국을 녹다운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교통, 금융, 전력망 그리고 군지휘망까지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이버 역량이 그것이다.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의 컴퓨터에 침투해 사이버 스파이활동을 해온 플레임 같은 악성코드는 이를 수행했던 대표적인 사이버 무기다. 스턱스넷의 20배 용량에 수많은 기능과 그 정교함은 실질적인 사이버전의 서막을 알려주는 무기로 정평이 나 있다. 플레임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처럼 각국은 사이버사령부들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직면할 다음번 진주만 공습이 사이버 공격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10여년 전부터 각국이 사이버전을 준비했고,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은 그때부터 사이버 무기를 개발해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도 이미 정교한 첨단 사이버 공격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사령부는 물론 국가안보국 등이 나서 도·감청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정상들의 통화 내용을 가로챘고, 이를 기반으로 자국민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미국민이 이 같은 불법적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현 정세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처럼 숨막히는 경쟁 속에서 우리의 사이버사령부는 어땠는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정권의 이익을 위해 댓글조작을 통한 여론조작을 한 일 등이 그것이다.

스턱스넷 출현 이후 사이버사령부는 2014년 국회에서 한국형 스턱스넷 개발 계획에 동의했다. 북한의 극도로 고립된 통신네트워크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스턱스넷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핵시설들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한국형 스턱스넷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는 한가. 사이버사령부를 댓글부대로 전락시킨 책임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전쟁을 운운하는 트럼프나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언제까지 움찔해야 하는가.

물론 사이버사령부 전체가 이 일에 전적으로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사이버 테러와 사이버 전쟁 수행을 위해 묵묵히 준비를 하는 사이버 전사들도 있었으리라. 사이버사령부의 주업무는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사령부에서는 댓글부대를 관할하고, 여론조작을 해서 정권유지와 정권의 이익을 위하는 게 우선순위였다.

지난 10여년간 사이버사령부를 댓글부대로 전락시킨 관련자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참담함을 가져다주었다. 21세기 각국이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스파이활동을 하고 기밀정보 수집을 하는 동안 댓글부대 운영과 여론조작을 해왔다는 사실은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과연 그런 과거를 물려받은 우리 아이들이 21세기 4차혁명시대에 우수한 경쟁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폭풍이 몰려오면서 재앙을 알리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이버사령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이버시대 난민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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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고작 가진 언어가 켜짐(1)과 꺼짐(0)만 있었던 컴퓨터가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사람을 닮아간다. 초창기 컴퓨터의 유일한 장기는 사칙연산밖에 없었다. 빠른 연산 실력으로 숫자를 통해 하는 모든 일들을 해냈다. 계산기는 진화해 컴퓨터에 깔려 있는 엑셀이 됐고 직장인들은 엑셀이 없으면 복잡한 계산 자체를 못하게 됐다. 통계학이 발전하고, 컴퓨터가 다루는 정보처리 용량이 늘고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세상의 모든 일을 예측하는 중이다.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하고, 공장에서는 불량이 날 확률을 예측한다.

그럼에도 컴퓨터가 인간을 닮아간다는 게 체감된 순간은 바로 음성인식과 안면인식부터였다. 터치 패드로 스마트폰을 켤 때만 해도 마냥 편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스마트 스피커가 목소리를 알아듣고 노래를 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올려놓은 사진을 통해 주변 친구들 모두의 얼굴을 읽어 이름을 맞혀 보겠다고 제안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를 넘어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컴퓨터가 인간을 닮아가는 건 수많은 잡동사니 데이터를 수집해 컴퓨터의 일처리 방법인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고, 내부적으로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가장 적합한 것’을 통계적으로 찾아내는 과정(기계학습)이다. 끊임없는 시뮬레이션과 시행착오를 통해 근사치에 가까운 99.99999999%에 도전하게 된다. 많은 엔지니어들은 이를 위해 컴퓨터의 정보처리 시스템을 인간의 신경망과 뇌처럼 만들려고 알파고로 유명해진 ‘딥러닝’ 기술이 차용하는 인공신경망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 정착시킨다. 컴퓨터가 사람을 흉내 내는 속도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 점점 빨라질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을 발전시키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들의 일하는 방식이다.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은 오픈소스라는 공개적인 작업 방법으로 수행할 때 더욱 더 빠르고 강력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기본 코드 소스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이 노력해 제작한 프로그래밍 코드를 공개하는 것은, 초창기에는 유료 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반대했기 때문이지만 점차 온라인에 있는 ‘엔지니어 고수’들의 코멘트를 통해 자신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나 데이터 분석 방식을 검증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이 됐다. 개인이 구상을 해서 아무리 탁월한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다른 사람 눈에는 부족한 점이나 오류가 발견될 수 있다는 사소한 진리 때문이다.

오픈소스에 기반을 둔 데이터과학 커뮤니티인 캐글(Kaggle)에서는 초심자부터 고수까지 다양한 데이터 엔지니어들과 사회과학도들이 실력을 뽐내면서 더 효율이 좋은 분석 기법을 공짜로 풀어놓는다. 지구상의 모든 인터넷을 장악한 구글은 이 커뮤니티를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 집단지성을 통해 좀 더 실현 가능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캐글의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작업한 코드를 저장하고 구직을 할 때 여러 명이 동시에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플랫폼인 깃허브(Github)를 활용한다. 자신의 활동이 얼마나 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이 성장하면서 엔지니어들의 일하는 방식 역시 성장한 셈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기계학습을 통해 사람을 닮아가고,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공동작업과 집단지성을 통해 학습과 일을 결합하는 혁신의 과정을 보면서 맘이 편치 않다.

당장 지방대의 인문대생들에게 사회학과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고민이 많아진다. 데이터과학의 쓸모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캐글에서 활약하던 사회학을 배운 데이터 분석가들은 샌프란시스코시 범죄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실제 정책에 도움을 줬다. 선거를 예측하기도 하고, 대학들은 캐글에 지속적으로 공공정책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수리적 판단력과 통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학습자들에게는 분명 이러한 오픈소스 기반의 글로벌 학습망과 캐글 같은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구직과 이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의 MOOC(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들은 능동적으로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컴퓨터공학, 경제학, 경영학, 수학 수업을 개설했다. 공짜로 청강할 수 있되, 수업료를 내고 과정을 이수하면 학위증을 수여하고 이 중 몇몇은 구직을 보장하기도 한다.

영어만 잘한다면 수학 실력은 평생교육 관점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교육 회사 칸 아카데미는 유치원 수준부터 대학 수준까지 이어지는 수학교육의 로드맵을 구축해뒀다. 펜과 종이가 있고 영어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으면 직접 손으로 풀면서 부족한 수학 실력을 높일 수 있다. 글로벌한 데이터과학 학습의 문턱은 낮아진 셈이다. 문제는 영어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만큼이나 많은 ‘영포자’(영어 포기자)들이 있다. 많은 지방대 학생들은 영어 동영상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수업시간마다 캐글도 알려주고 깃허브도 알려주지만 영어 때문에 학생들은 늘 망설인다. 물론 정부 사업으로 개설된 KOCW나 KMOOC 같은 공개강좌가 있지만, 대부분 대학 수업을 녹화했을 뿐 아직 개별 학생이 필요로 하는 ‘수준별 학습’에는 미치지 못한다.

취업난과 인구절벽 앞에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의 복판, 한국 대학교육과 노동의 양상도 더욱 계층화될 것이다. 더불어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일·학습의 병행 체제는 학생과 일하는 사람들의 경계를 흔들 예정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갱신하라는 압박은 점차 심해진다. 그런데 여전히 전공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학생과, 취업에 도움 되는 쪽으로 하라는 학교 사이에서 수업을 새로 짜야 하나 하는 딜레마부터 풀기가 어렵다. 인간의 감각마저 닮아가고 있는 기계문명의 사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취업과는 어느 정도는 동떨어진 전공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일까, 데이터과학과 MOOC 같은 새로운 방식의 학습 모델일까,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공무원 시험 문제집일까, 다른 방향의 삶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대안적인 일자리들일까? 대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한다는 국가는 어떤 미래사회 직업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나? 당장 문과생 채용문 자체가 바늘귀가 된 지금, 학생들에게 어떤 직업 전망을 보여줘야 할지부터 쉽지 않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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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5원소>는 200년 후 고층 빌딩이 즐비한 미국 뉴욕이 배경이다.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하늘을 나는 택시를 몰고 경찰과 추격전을 펼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줄 지어 빌딩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이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지능형 교통 시스템’ 덕분이다. 물론 자동차에는 교통상황과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고성능 센서가 탑재돼 있다.

지난 5월 카네기멜런대학의 연구원들은 ‘복합센서’라고도 불리는 ‘슈퍼센서’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는 작은 센서들이 들어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슈퍼센서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여러 용도의 센서로 활용될 수 있다. 소리와 진동, 빛, 전자기 활동, 온도 등을 감지할 수 있다. 게다가 복합센서는 사람처럼 냄새를 맡지도 못하고, 촉각을 느끼지도 못하는 AI가 냄새나 촉각을 느끼도록 해 주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복합센서 기술의 소유권이 일부 구글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구글이 대부분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신 향후 기술에 대한 적지 않은 권리를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슈퍼센서 개발의 의미는 한편으로는 향후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려는 구글의 개가이기도 하다.

영화 <제5원소> 스틸컷

센서는 사물인터넷이 부상하면서 촉망받는 분야였다. 사실 이미 우리 삶 속에 파고든지 오래고, 보이지 않지만 공기처럼 일상 속에서 흘러다녔다. 홍채, 손목 정맥, 음성, 그리고 안면인식까지 신원을 확인시켜주는 생체인증에도 센서는 활약하고 있었다. 4차산업을 이끄는 로봇이나 드론도 센서에 의해 움직인다. 센서 없는 로봇은 무용지물이다. 로봇에 장착되는 센서는 시각, 청각, 후각 등 오감에 의해 물질이나 외부 상태 변화를 알아차리는 인간의 오감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드론도 GPS 등의 위치측정센서에 의해 목표지점으로 날아간다.

벼랑 끝에서 몰락하던 소니가 재기에 성공한 것도 센서 덕분이었다. 그들은 인공지능 시대의 자율주행차에 집중했다. 자율주행차 한 대에 수 백개의 센서가 탑재된 후에야 비로소 완벽한 무인차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센서는 자율주행차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표정 등 피사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돼 있는 ‘이미지 센서’가 소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소를 지으면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도록 하는 것이 이미지 센서 기술이다. 소니는 2년 전 증시에서 공모로 조달한 5조원 대부분을 이미지 센서에 투자했다. 투자는 성공적이었고 그 분야에서는 세계 제일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센서 기술을 갖춘 업체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인데 말이다. 벼랑 끝에 선 소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IT 흐름을 읽고 있었고, 급소를 공략해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태블릿, 휴대폰을 사용할 때 우리는 직접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술이 발전할수록 손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편리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보 습득을 위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정보에 대한 관점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다. 인간과 사물과의 정보나 데이터를 주고받는 형태가 변화하듯, 사물과 사물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센서에 의해 마침표를 찍는다. 20년 전 테헤란밸리에서 IT신화를 완성하던 한국 IT기업들의 기개는 어디에 갔는가. 구글과 애플, 아마존은 물론 이스라엘, 인도 하다못해 중국의 IT기업들은 창조와 혁신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창조경제라는 허울에 씐 채 시간을 낭비했다. 트럼프는 이제 곧 IT분야에 대해서까지 우리를 압박하고 대미협상을 다시 하자고 할 것이다. 구글은 우리의 시장을 잡아먹을 것이고 클라우드 시장 역시 미국의 내로라하는 IT기업들에 빼앗긴다면 한국 IT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우리는 소니에서 부활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마지막 불씨만 남아있으면 언제라도 재기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우리도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최고의 인터넷인프라나 자랑하거나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자랑하는 데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소니 같은 기업들처럼 틈새 속에서 새로운 기업동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 센서제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카네기멜런대학 연구팀을 동원해 슈퍼센서를 개발한 구글. 한국을 둘러싼 IT 환경과 기술들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다. 우리는 소니로부터 ‘이미지 센서’ 그 자체보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열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의 IT산업도 언제 벼랑 끝의 소니처럼 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소니처럼 20년 만에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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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통해 지문, 얼굴, 목소리 등 생체인증이 작동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플래티나 데이터>는 범죄 방지를 위해 권력이 국민의 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범인을 검거할 목적으로 개발된 DNA 수사시스템에서 권력자들의 자기보호장치도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개발자가 살해되고 권력이 국민의 DNA 정보를 어떤 식으로 남용하면서 관리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은 디지털 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생체정보 관리, 즉 개인정보 문제라는 화두를 던진다.

리서치 전문회사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의 40%가 생체인식센서를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3년 전부터 이를 실행했다. 아이폰5s를 출시하면서 지문인식 시스템을 부착하고 최고의 비밀번호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여전히 구멍은 존재했다. 해커는 지문의 해상도를 높여 촬영한 화면으로 아이폰의 터치 시스템을 해킹했다. 젤리나 실리콘으로 만든 손가락에 지문을 복제한 후 지문인식기를 가뿐하게 통과하는 영화 속의 장면을 보여주었다. 생체인식이 안전하고 편리할뿐더러 기술도 정교해지고 있어 확산되는 추세지만, 해킹, 도난, 유출 시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문이나 홍채 정보가 해킹당했다고 손가락, 눈을 바꿔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밀번호, 암호 패턴을 기억하지 않아도 높은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시스템이라면 빨리 갈아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약점이 존재한다. 생체정보는 비정형 데이터로 상대적으로 암호화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체정보 관리다. 믿을 만한 기관에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와 별 차이 없이 지문 등 생체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되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다.

미국 인사관리처가 자체 서버에서 560만개의 지문 정보를 도난당한 사례가 그것이다. 뚫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곳이 개인정보 유출의 통로가 되고 해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유출된 지문들이 온라인상이나 오프라인에서 범죄자들이나 해커들의 손때를 타고 있다. 지문이 유출된 개인들에게 어떤 비상상황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생체정보는 개인에게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식별정보이며 한 인간의 고유 특성이기도 하다.

해킹 피해자의 경우 본인 아닌 다른 사람이 생체정보를 사용, 피해자의 카드나 통장의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지 모른다. 물론 금융적인 위험은 사소한 사례가 될지 모른다. 평화로운 주말 저녁, 거실에서 가족들과 한가롭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범죄자들이 마음먹고 들이닥칠 수도 있다. 훔친 자들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이는 동안, 피해자는 본인이 하지 않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의 생체 신원을 부인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길가에 설치된 보안카메라를 지나 걸어가기만 해도 신원이 확인되기도 한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같은 안면인식기술은 수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고, 정확도도 매우 높다. 페이스북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다.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은 사람의 뇌보다 정확하며, 미 연방수사국(FBI)보다 정확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나 일리노이주에서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기능을 제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굳이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이나 집의 위치를 자주 노출시키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소설에서처럼 DNA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국가가 관리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DNA야말로 가장 개인적인 정보다. 혹시 어디엔가 우리의 DNA가 수집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찰이 범죄자를 잡기 위해 비공개 DNA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태어나는 신생아들의 경우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의무적으로 중앙데이터시스템에 DNA를 제출하는 것으로 출생신고를 갈음하게 될지 모른다. 물론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DNA 관리 문제다. 생체정보를 분할해 서로 다른 곳에 저장한 후, 인증 시 재결합해 사용하는 분산관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완전한 방법은 아니다.

어쨌든 DNA 분석기업인 앤세스트리(Ancestry)닷컴이나 23andMe 같은 유망 벤처, 그리고 FBI가 생체정보를 제대로 보관할지도 우려스럽다.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영원히 해킹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해킹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생체정보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생체인증이 보안의 새로운 돌파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생체정보의 유출과 해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 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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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장례식장에서는 구두가 뒤바뀌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요즘과 달리 구두 디자인이 다들 비슷해 자신의 낡은 구두를 놔두고 남의 것을 슬쩍 신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대형 식당은 신발 담는 비닐 봉투를 준비하거나, 테이블 밑에 신발 넣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구두 안쪽에 이름을 적어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번 잃어버린 신발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최근에는 자전거 절도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늘고, 고가 자전거가 많아진 탓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 자전거 도난신고는 하루 평균 61대였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절도 건수는 더 많을 것이다. 고가 자전거에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대번호가 있지만, 도둑이 훔쳐간 자전거가 돌아올 가능성은 상하이에서 왕서방 찾기에 비유될 만큼 희박하다.

SK텔레콤이 정부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IoT(사물인터넷) 전국망을 6월까지 구축하겠다고 19일 밝혔다._연합뉴스

통신업체 KT와 자전거업체 알톤 등이 어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을 이용해 자전거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키로 했다. 자전거에 담뱃갑 크기의 단말기를 부착하면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난 사실도 알려준다. 올해 하반기쯤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단말기는 간단한 통신모듈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사물인터넷에 비해 저전력, 저비용, 저용량인 ‘소물인터넷(IoST: Internet of Small Things)’ 전용망을 사용한다.

소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하면 상하이 왕서방은 물론이고 도난당한 자전거가 아프리카로 밀수출되더라도 위치 확인이 가능해진다. 물론 아프리카에 LTE망이 깔려 있고, 단말기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KT는 2018년까지 소물인터넷 연결 사물을 40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배터리를 소형화하면 단말기를 동전보다 작게 만들 수도 있다. 영화 속 첩보원처럼 사람이나 차량 위치추적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사엔 양면이 있는 법. 이 기술은 지구 반대편에서 누구라도 내 동선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편리함인가, 사생활인가. 우리는 곧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안호기 ㅣ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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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에 사는 한 청년은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프로그래머인 그의 휴대폰과 인터넷에 누군가 접근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는 주위에 고충을 토로했다. 문자메시지, 검색기록, e메일, 친구 목록, 위치정보 등이 새고 있고, 통화내역이나 은밀한 사생활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동네 사람들은 멀쩡하던 그가 음모론적 편집증에 빠졌다고 수군댔다. 순식간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놀랄 만한 반전이 일어났다. 양심적인 경찰에 의해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게 밝혀진 것. 청년은 감시당하고 있었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이 지역에 가짜 기지국을 세웠고, 지역 경찰은 그동안 기밀유지서약에 사인을 한 상태였다.

우리는 현실이나 영화 속에서 때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짜라고 의심하면서 살아가는 편집증 환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누군가 자신을 쫓아다니고,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우리는 그들이 일종의 정신병을 앓고 있고, 음모론에 빠져 환상 속에 살아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에 이 같은 편견은 틀렸다. 우리는 함부로 어느 누구를 편집증이나 피해망상증에 빠졌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누군가 가짜 기지국을 만들어 놓거나 혹은 생각지도 못한 첨단도구를 활용해 우리의 일상을 추적하고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미 중국산 TV나 충전기, 스마트폰 등에서는 감시를 가능케 하는 멀웨어가 발견된 사례가 있다. 영화 <트루먼쇼>의 거대한 세트 위에 가짜 세계에서 살아가는 보험회사 직원처럼, 현실이라는 무대에 자연스럽게 놓인 모든 도구들이 감시도구화된다는 상상을 해보시라.

첨단기술로 둘러싼 세상이 결국은 인간을 옭아매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제4혁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시대에 우리들은 거대한 정보수집 세트들에 둘러싸이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혀 온다.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로봇들, 빅데이터 컴퓨터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주변에 있는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고 수집해 나갈 것이다.

국가안보국(NSA)의 감시와 도청은 강박관념처럼 보인다. 디지털혁명이 이끌어 가는 다음 세계에서도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전 세계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강박 말이다. 보안보다는 감시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NSA는 감시프로그램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데이터서버에 접근했다. 그 후 서비스 이용자의 e메일, 여행일정, 신용카드 거래내역, 위치정보 등을 되는 대로 들쑤셔 놓았고,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무차별 접근했다는 것은 전 세계 시민들의 사생활과 신상정보가 그들 손아귀에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상이 그들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듯이 NSA는 이외에도 취약점을 발견하거나 사들여서 표적컴퓨터를 감청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스카이프 같은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백도어를 심기도 한다. 중국도 해킹과 감청소프트웨어, 첨단 도구 등을 통해 미국과 맞서고 있다. 한때 그리스 총리, 국방부 장관, 외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인사 휴대폰 100여개가 도청당했다. 비슷한 일이 이탈리아에서도 벌어졌다. 독일,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경쟁에서 인간은 그저 사이보그나 기계로 인식될 뿐이다. 인간은 그렇게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미래에 인간은 어떤 모습과 마주하게 될까.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스마트폰과 마주한다. 아이가 우는 것을 달래기 위한 가장 좋은 장난감은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저장돼 있다. 스마트폰은 또 다른 뇌이며 휴대 간편한 제2의 기억장치다. 스마트폰은 곧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철학을 뛰어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공각기동대>의 등장인물처럼 우리의 뇌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사이보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이보그에게 사생활 침해나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유가 미덕인 사회가 될 것이고 개인의 가치는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공각기동대>는 대놓고 “자신을 제약하는 인간성과 정체성을 버리라”고 말한다. 영화는 현실의 인간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닮았다, 껍데기가 된 인간들, 인형이 된 인간들, 이미 프로그램화된 인간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고 있는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은 영혼을 상실한 암울한 우리의 미래다. 그것은 인간을 지배하려는 NSA를 비롯한 정보기관들의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 작동으로 인해 폐허가 된 사람들이 군집한 편집증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최희원|‘해커묵시록’ 작가 ,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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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입니다.” 얼마 전부터 거리 전광판마다 일제히 등장한 글귀다. 왠지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규제 개혁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의도와 생존전략이라는 낱말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규제 개혁이라는 말은 중립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시시비비 대상에서 비켜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외치는 규제 개혁은 반쪽짜리다. 규제 강화는 없고 오직 규제 철폐만 있다. ‘규제는 쳐부술 원수이자 암덩어리’이고, ‘규제를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릴 것’이라던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증명한다.

만일 정부가 규제 개혁을 생존전략으로 인식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생존이 ‘돈벌이’만 뜻하는 게 아니라면, 규제 개혁이 가장 합리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할 곳은 생명안전 분야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미세먼지 공포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이 두 가지 사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국민들의 생명을 갉아먹는 암덩어리는 규제가 아니라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규제 완화’였음이 드러난다.

어찌됐든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구제를 주문하고 미세먼지와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이 사태의 심각성과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처럼 정치적 생색내기나 헛다리짚기가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난으로 기록될 것이다. 피해 규모와 범위가 이탈리아의 세베소 사건이나 스위스의 산도즈 사고, 더 나아가 미국의 러브캐널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망자만 266명에 달하는 이 사건을 국제사회는 ‘한국판 미나마타 참사’로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지만 결국 핵심은 책임 규명,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책 마련 세 가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검찰이 수사 범위를 넓혀 공무원들까지 수사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명단은 이미 나와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피해자 판정과 배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잠재적 피해자 수가 약 80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억울한 사람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특히 3·4등급 피해자들의 구제 여부는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재발방지책 마련은 분리돼 있는 공산품 안전관리와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통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경재난 관점에서 보면 미세먼지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천식과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규명된 지 오래다. 국내외에서 나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내뿜는 초미세먼지만으로도 한 해 최소 1000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유차 등 다른 배출원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습기 살균제는 피해가 확인된 이상 회피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미세먼지 공습은 피하려야 피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더더욱 배출원에 대책을 집중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금지한 것처럼 ‘소리 없는 살인자’들의 손발을 묶어 가능한 한 빠르게 퇴출시켜야 한다. 최대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는 그대로 두고 고등어구이로 초점을 흐리는 얄팍한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미세먼지가 상징하는 복합위기는 이렇게 묻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 생명과 기업 이윤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 나라인가.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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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편의점 900원, B편의점 3000원, 유니클로 2만9000원, 나이키 16만원…. 토요일 아침이었다. 카드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이 지금 카드를 사용 중이냐고 물었다. 서둘러 지갑을 꺼냈다. 카드가 없었다. 그제야 카드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카드를 정지시켜줄 것을 부탁했다. 절도범은 정지된 카드로 백화점 컴퓨터매장에서 100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려다, 정지된 사실을 알고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간을 보기 위해’ 두 곳의 편의점에서 소액을 사용했고 옷가게와 신발가게를 거쳐, 백화점으로 향했다. 카드사 빅데이터는 평상시와는 다른 소비패턴을 인지하면서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었으리라. 결국 비상상황을 고지했고, 직원이 내게 연락을 한 것이다.

페이스딜스라는 사이트는 고객이 가게에 도착하면 문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한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이 관심을 보인 제품, 서비스 등을 알려준다.상업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국가나 정보기관, 경찰 등 정부기관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뉴욕 경찰은 곳곳에 설치된 CCTV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가지고 범죄자의 문신인식을 통해 범죄예방률과 검거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원유를 가공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듯, 정보바다에서 건져낸 데이터 역시 무궁무진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빅데이터는 교육, 의료, 범죄 등 미래를 예측함으로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주로 거대 조직이 사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민들의 의사소통을 감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활동은 첨단장치가 그들에 관한 정보를 그들만을 제외시킨 채 주고받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빅데이터가 NSA의 소유이고, 미국민은 빅데이터의 종속물이자, 피해자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주장에 동정론이 일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나 에콰도르 국민들이 겪은 진도 7 이상의 지진만이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기관의 감시, 여론조작, 빅데이터 관련 컴퓨터시스템 오류 및 해킹, 정보유출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이다. 기업은 개인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을 통해 그 정보를 다른 용도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비식별 데이터를 국가나 기업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기변동, 소비심리, 선거결과, 전염병 발생 등을 국내기관이나 연구소, 정부보다 더 빨리 파악,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안전문업체 직원이 악성코드를 이용한 컴퓨터 해킹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_경향DB

미국 정부가 몇 년 전 노후차량 보상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예산 10억달러를 책정, 교체 시 4500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구글은 정부가 예산을 발표하자마자 ‘그 예산은 1주일이면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고, 예측은 정확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조작이나 데이터 오용도 위험을 불러들인다. 아마존의 경우 책을 구입하게 되면 그 밑에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이 다음 책도 구입했다’면서 여러 가지 책을 추천한다. SNS 기능에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명목으로 아는 사람인지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스토커나 특정기호를 지닌 범죄자가 버젓이 연결될 수도 있다.


며칠 전 굴지의 대기업 LG화학이 송금 판매처를 가장한 e메일에 속아 240억원을 해커의 통장에 고스란히 송금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첨단기술과 첨단장치가 쏟아지고 우리의 미래는 안락해지고 있지만 보안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개인정보, 사생활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재벌계열사들은 경품행사에 참여한 고객정보를 수십억원에 팔아버렸다. 그보다 세세한 정보가 담긴 ‘값나가는’ 개인정보가 손아귀에 쥐어진다면 그것 역시 언제 팔아치워버릴지 누가 알겠는가. 개인정보보호법이 감시와 제재를 하고 있지만,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개인정보수집이나 불법유통 활동에 대해서는 시민감시가 필요하다. 권력이나 기업들은 비식별 정보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세세한 정보까지 수집, 정보연동을 통해 개인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암암리에 만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개인의 세세한 질병내역이나 약점을 쥐고 있으면 중요한 순간에 개인의 표현이나 행동의 자유까지 옭아맬 수 있다. 해킹에 속아 240억원을 송금한 LG화학사건은, 누구든지 시공을 초월해 사이버상에서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빅데이터가 미래예측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미래가 마냥 설레기만 하는 건 아니다. 언젠가 빅데이터는 며칠 후, 몇 달 아니 1년 후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까지 예측하게 될 것이다. 순찰 중인 경찰은 한갓진 도로로 들어서는 내가 향후 20분 이내에 신호위반을 할 확률이 80%라고 예측하고 위반지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빅데이터가 가져다줄 또 다른 미래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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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콜롬비아 출신 세풀베다라는 한 해커의 행각이 눈길을 끈다. 그는 멕시코 대선 당시 대통령의 경쟁 후보 2명의 선거본부 컴퓨터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회의 내용, 연설 초안 등 주요 정보를 빼냈다. 도·감청을 통해 약점이나 비리를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3만여개의 가짜 SNS 계정을 운용하면서 여론조작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9개국에서도 경쟁 후보에게 비슷한 방법을 써 의뢰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세플베다의 중개자인 정치컨설턴트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에서 한 주요 대선주자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1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그를 뒤로하고 새로운 해커를 구한 모양이다. 정보와 데이터로 이루어지는 사회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한 해커가 종횡무진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폭로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대규모 내부문건은 대부분 e메일로 구성된 것이었다. 해커가 ‘모색 폰세카’를 노렸고, 결국 해킹된 e메일을 탐사협회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서에는 푸틴, 시진핑, 캐머런 영국 총리는 물론 메시와 청룽 등이 포함돼 있다. 탈세자나 부정축재자들이 드러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킹은 이제 삶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필자는 가끔 해커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의 e메일을 받는다. 하지만 질문과 글의 정서에서 묻어나오는, 해커가 되고 싶은 그들의 의도는 안타깝게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서의 궁금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해커와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가끔씩 자신을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던지는 “해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어딘가 당당하지 못하고 숨겨진 의도가 묻어나오는 질문을 들을 때는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_AP연합뉴스

보안업계에서는 “해킹당한 것을 아는 기업”과 “해킹당한 것을 알지 못하는 기업” 외에 “해킹당한 것을 숨기는 기업” 하나가 더 생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JP모건은 지난해 해킹공격으로 83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고객들에게 이를 숨기기도 했다. 대만의 대형은행 중 한 곳이 수천만달러가 해킹당했음에도 이 사실을 숨겨온 것이 최근에서야 밝혀졌다. 은행만 타깃으로 하는 ‘카바낙’이라는 해커집단이 미국, 영국을 비롯해 유럽 등 전 세계 100여개 은행에서 10억달러를 훔쳤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역시 유명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이 공개한 이후였다. 해킹피해 사실을 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히 은행의 경우 그 자체로 신뢰에 타격을 입고 고객 예치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이 같은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도박이나 마약, 성매매 등 범죄 관련 사이트 등이 주요 타깃이 되는 것도 피해를 당해도 신고할 수 없는 약점 때문이다. 온라인상의 해킹범죄는 초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다크웹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판매되는 해킹툴이 스크립트 키드 수준의 해커도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는 다크웹에서 거래되는 해킹툴은 쇼핑몰의 품목만큼 다양하다. 보안업계에 가장 골칫거리인 랜섬웨어, 그것마저도 초보자들이 다룰 수 있도록 다크웹 암시장에 나온 랜섬웨어 키트는 한 달 렌트비용이 1000달러 정도다. 해킹 문외한이라도 뚝딱 해킹을 해치울 수 있는 해킹툴 ‘익스플로잇 키트’나 도난 신용카드 크리덴셜 등은 10달러에서 100달러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온라인 은행계좌 등은 잔액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도 한번?”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미국, 러시아 등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킹이 체계적으로 비즈니스화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일반 벤처기업처럼 실리콘밸리의 사무실을 빌려 마치 보안솔루션업체나 보안컨설팅업체로 위장, 해킹비즈니스를 하는 해커들이 점차 늘고 있다.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미래가 난감하게 우리를 옥죄어오는 현실이 때로는 영화 <매트릭스> 안에서 꿈을 꾸는 네오를 연상케 한다. 보이는 건 진실이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말이다. 배후에 해커 같은 세력이 언제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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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정보를 훔치는 해커다. 고용인의 정보를 훔치던 그는 배신의 대가로 신경계가 손상된 채 무력한 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에게 아미티지라는 미지의 인물이 나타나 신경접합수술을 지원하고 자신의 명령을 따라줄 것을 요구한다. 그는 새로운 고용관계를 맺고 다시 해커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의문의 고용인이 재벌이 만든 두 개의 인공지능, 뉴로맨서와 윈터뮤트의 명령을 받는 또 다른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윌리엄 깁슨의 21세기 기념비적인 소설 <뉴로맨서> 줄거리의 일부다.

소설에 나오는 두 개의 인공지능, 뉴로맨서와 윈터뮤트는 실재와 가상세계, 영혼과 육체의 총체 등을 상징하는 매트릭스로 완성된다. 최근 인공지능 알파고 열풍은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은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다. 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것은 프로그래밍이며, 이는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어려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즐겼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프로그래머인 동시에 원래 의미로서의 해커였다.

얼마 전 다음카카오에서 김기사라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시장은 언제나 호응한다. 잡스는 “모든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언어를 배워야 한다”면서 “프로그래밍이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전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 같은 사이트는 충분한 저력을 가졌음에도 결국 문을 닫았다. 세계 최초의 사회관계망서비스였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을뿐더러 서버자원 구축 등 서비스의 불안정성이 실패요인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그 어디에도 없는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개발자조차 알지 못했다는 거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잡스가 지적한 사고하는 법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미국, 영국, 핀란드 등 선진국들은 소프트웨어 교육에 미래를 걸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 의무화로 청소년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이행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중요성을 깨닫고 향후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구체적 이행방법에서 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에서 하루빨리 교통정리에 나서 프로그래밍 교육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장시간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관심을 잃었고, 이에 대한 소홀한 정부 대책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가용 인력조차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맥월드 컨퍼런스 엑스포'에서 아이폰을 발표하고 있다._연합뉴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기 시작하면서 프로그래머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음악에서는 아이튠스, 판도라, 심지어는 애니메이션의 픽사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업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났고 그 흐름은 계속됐다.

최근 사람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십년 동안 인공지능은 체스에서 인간에게 패배를 안겨줬고, 심지어 퀴즈쇼에서도 인간에게 승리했다. 이길 수 없다던 바둑에서조차 4승1패로 인간을 넘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가설은 아직 시기상조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노력과 땀이 이룬 성과이지 싸움 상대가 아니다.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삶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전 이후 정부는 향후 5년간 3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공지능 5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내놨다. 잘한 일이지만, 꼭 이벤트가 있어야 이 같은 갑작스러운 투자와 전략을 내놓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일상에 파고들었다. 무인자동차, 로봇청소기, 번역기, 드론 등은 생활용품으로, 로봇인형이나 로봇애완동물 등은 인간의 파트너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의학, 금융, 구조 등에서 10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한 인공지능로봇이 눈앞에 선보일 것이다. 혁신과 창의적 사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전 국민의 프로그래밍 스터디”를 명심해야 한다. 그는 또 죽음을 앞두고 “개발은 머릿속에 담긴 수천가지 개념들을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끼워맞추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삶의 끊임없는 과정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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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성과는 인류의 승리다.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이번 대국 그 자체가 인류 역사에서 커다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인류가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컴퓨터를 발명한 것이 어언 70년. 이후 꾸준히 발전한 컴퓨터과학은 인간 최고수를 능가하는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많은 가능성을 순식간에 검토해 최적의 한 수를 찾아내는 능력은 계산 속도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기보를 통해서 수를 배우고, 프로그램끼리 스스로 두는 바둑에서 좋은 수를 더하는 학습능력이 놀랍지 아니한가? 아, 알파고 프로그램은 예술이다.

컴퓨터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다. 사람의 생각을 옮겨서 자동화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사측계산과 비교하는 능력뿐인 이 기계에 일을 시키는 것은 사람이 작성한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따라 컴퓨터는 빠른 속도로 지시된 작업을 수행한다.

그런데 큰 사건이 일어났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을 인간이 터득한 것이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한 점진적 발전으로 얻어진 것이지만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라는 격언을 실현한 것이다.

컴퓨터는 이제 사람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데이터로부터 학습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겼다. 18년 전 서양 장기에서 인간 고수를 물리친 딥블루도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이 판단은 했었지만, 이번 알파고는 기보로부터 배운 능력과, 또 자기들끼리의 대국에서 스스로 깨우친 능력으로 대국에 임했다. 기계학습의 가공할 능력을 전 세계인이 같이 본 것이다. 개발자들도 그 능력에 놀랐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공상과학영화를 연상하고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은 지시하면 학습하고 사람의 지능을 따라하는 능력은 있으나 의지를 갖고 목표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충실한 하인이 글자를 깨쳐서 더욱 똑똑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아의식이 있고, 사랑이나 증오 등의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의지를 불태우는 인공지능은 지금으로서는 가능하지 않다.

소프트웨어, 특히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는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깊고 광범위할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돼 창조적 혁신이 일상적으로 일어나 풍요롭고, 해결책이 풍부해진다. 또한 많은 사회 기능이 소프트웨어에 의존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가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회에 와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이세돌-알파고 제2 대국._한국기원 제공

인공지능이 확산되면 사람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지금 일자리의 63%가 없어지거나 직업의 내용이 바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다.

지금과 같은 교육 내용과 방법으로는 미래세대를 육성할 수 없다. 이제는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살린다. 지금 세계는 인재전쟁이고 교육전쟁 중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초·중·고 정규교육에 소프트웨어를 포함하기로 했다. 알파고 승리를 보면서 이 정책 결정이 참 잘된 것이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육체노동만이 아니라 정신노동까지 자동화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향상된 생산성으로 전 인류가 풍요를 같이 누릴 수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생겨난 이래 생존하기 위하여 일했다면 이제부터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한 일은 안 해도 된다. 일은 기계에 시키고 인간은 더욱 많은 시간을 인간답게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이 크게 신장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능력을 인류가 공통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만큼의 기본적 복지를 보장하되, 창조적 혁신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역동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자본보다는 지식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지식은 공개, 공유, 협동으로 가치를 더할 수 있다. 알파고를 학습시킨 소프트웨어가 공개 소프트웨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기술 발전에 동참하면서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진입을 알리는 팡파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교육이, 정치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김진형 | 카이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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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9일은 인류사에 ‘기계(인공지능)가 인간을 넘어선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이세돌이 구글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첫 대결에서 패배한 바둑 역사상, 아니 과학 역사상 최대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약 12억원의 상금을 걸고 총 5번기로 벌어지는 이 대국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됐다.

“해는 져서 어두워지는데 갈 길은 멀고 보따리는 무겁기만 하다.” 흔히 바둑을 두다가 비세에 몰렸을 때의 심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인간 대표로 알파고를 마주한 이세돌 바둑기사의 심정이 이러했으리라! 그리고 결국 이세돌은 어두워지는 들판에서 속절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대국 시작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간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형세가 불리해지자 마치 사람처럼 승부수를 던져 판세를 뒤집는 알파고의 응수에 이세돌은 186수 만에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해설자들은 물론 생중계로 세기적 대결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본래 바둑은 가장 창의적이고 직관적이며 심오한 영역으로서 인정돼 왔다. 1997년 IBM이 개발한 컴퓨터 체스프로그램이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길 때도 바둑기사들은 별로 괘념치 않았다. 아무리 컴퓨터 프로그램이 발전한다 해도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바둑판에서 일어나는 천변만화의 복잡성과 의외성을 따라잡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바둑에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만큼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바둑의 승부에는 직관성과 창의성 등 정신적인 요소가 크게 차지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겨왔다. 바둑의 용어를 살펴보면 그 미세함과 복잡성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두텁다’와 ‘무겁다’는 형태적으로 유사하지만, 전자는 긍정적인 의미이고 후자는 부정적인 의미이다. 이에 상응하는 개념으로는 ‘가볍다’와 ‘엷다’가 있다. 마찬가지로 둘 다 형태적으로는 비슷하나 가벼운 돌은 유리하나 엷은 돌은 불리하다. 이러한 가치는 부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의 주변 돌의 배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세돌 알파고와 두번째 대국_구글제공

오래전 ‘돌부처’ 이창호 기사가 십대의 나이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뚜벅뚜벅 돌을 놓으며 강호의 고수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세계 바둑계를 평정했을 때, 일부 애호가들은 바둑에 대한 회의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바둑이란 모름지기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믿어왔는데, 아직 인생을 알지 못하는 홍안의 소년이 바둑의 최고봉에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회의는 다소 낭만적인 투정처럼 느껴진다. 아직 5번기의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수에게 한 판을 빼앗은 것만으로도 그 충격과 함축성은 매우 심오하다.

미래에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시나리오는 SF영화를 통해 많이 알려져 왔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현시점에서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될지, 아니면 기계가 인간을 전쟁과 질병과 노동에서 해방시켜줄지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설령 기계가 인간의 온갖 종류의 오류를 수정해주고 마침내 우리에게 파라다이스를 만들어준다 해도, 과연 그러한 세상이 정말로 인간이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기계에 인간이 패배한 날, 착잡한 심정을 억누를 길 없다. 이미 우리는 거대 자본에 일상을 지배당하고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자본과 결합하는 일은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테러방지법이 시행되면 혹시 국가정보기관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개인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빅 브러더’의 세상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만 하다.


김기석 |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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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 간에 펼쳐지는 바둑 대결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인공지능이 과연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고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을 담는 바둑에서조차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과 싸우는 인류의 마지막 보루로서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나뉜다. 알파고가 아무리 3000만건 이상의 기보를 학습했다고 해도 기상천외한 난전과 수읽기에 강한 이세돌 9단을 능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1000년 걸릴 100만번의 대국을 한 달 안에 학습하는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승패에만 일희일비한다면 이번 대국의 본질을 꿰뚫을 수 없다. 알파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지능계의 최고봉인 이세돌 9단에게 도전했다는 자체가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9단이 5-0 완승을 거둔다 해도 환호할 일이 아니다. 우주의 원자수(10의 80~100제곱)보다 많은 바둑의 ‘경우의 수(10의 170제곱)’를 익혀온 알파고의 진화속도를 감안하면 인류 대표의 패배는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짙다. 이 9단도 “3~5년 뒤에는 바둑에서조차 밀리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알파고의 기보를 본 전문가들은 ‘인간의 느낌’ 영역인 ‘두터움’까지 바둑판에서 표현하고 있는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영역인 마음까지 읽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인공지능과 인간의 생존게임 차원에서 이번 대국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 때문에 2020년까지 인간의 일자리가 510만개나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게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인 인공지능이 인간의 나쁜 감정까지 갖게 된다면 인류에게 크나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앞두고 있는 이세돌 9단은 “‘알파고’는 아직까지 초등학생 바둑실력에 머물러 있다”며 “5차례의 대국 중 한 번이라도 지느냐에 신경이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_경향DB


당연히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동반자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 슈퍼컴퓨터 왓슨이 인간 퀴즈왕을 꺾은 뒤 암치료나 휴머노이드 로봇에 투입된 예가 있다. 로봇과 어드바이저를 합친 개념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와 제무설계 서비스에 나섰다. 알파고의 개발방법론도 기후변화나 질병 치료 등의 분석작업에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번 대국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도전과 응전, 그리고 화합과 공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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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최근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하는 데 협조해달라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애플이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해줄 의무가 없다고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FBI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FBI가 요구하는 것은 테러용의자 아이폰 암호를 해제할 수 있는 툴이나 소프트웨어다. 애플은 하나의 기기를 잠금해제 할 수 있는 키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것은 모든 아이폰의 암호를 풀 수 있는 만능키를 제작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보안업체 맥아피는 자사가 나서 암호를 풀어주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10번의 기회(패스워드를 열 번 틀리면 데이터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밖에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맥아피는 자사를 홍보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맥아피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황은 다른 듯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테러방지법 논쟁으로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이어졌고, 논쟁 또한 뜨겁다. 반대론자들은 테러방지법의 일부 독소조항들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대폰 무한감청과 신상 관련 무차별 정보수집권, 조사권 등이 국가정보원의 광범위한 시민감시나 사찰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사생활침해 남발과 국정원 권한강화가 테러방지법의 제정 목적일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자유와 정의의 수호신 역할을 해낸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미국 정보기관이 같은 방법으로 유럽연합 지도자들을 도청하고 멕시코와 브라질 주민들의 e메일을 훔쳐보고 유엔 본부와 유럽의회 안에서 e메일을 감청한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16일 고객에게 보낸 서한 중_경향DB

시민의 개인정보를 연결한 경찰·검찰의 공유시스템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주민번호와 개인의료 및 범죄정보 등이 공유된 시스템에 개인의 정치성향, 생체정보까지 포함된 국정원 데이터시스템까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이 시스템은 여타 정보들과 상호연동해 개인의 정체성과 어떤 성향의 인간인지 파악해나갈 것이다. 이처럼 구축된 데이터 시스템에 사악한 권력자나 범죄자, 나아가 테러리스트가 침입, 시스템을 탈취하거나 장악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첨단기업들은 사용자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고, 적법한 요청에 바탕을 둔 정보수사기관의 데이터 접근 요청에 따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애플 팀 쿡의 말대로 아이폰의 잠금해제 툴을 요청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다. 첨단기술과 사이버침해, 해킹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FBI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애플은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 소비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FBI에 제공한 만능키가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다. 테러범죄 조직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마스터키를 손에 넣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결국 아이폰 사용자 어느 누구도 감청이나 사찰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 올 것이다.

흔히 테러 공격이나 심각한 범죄를 계획하는 이들만이 자기가 하는 일을 숨기고 사생활에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처럼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집에 와서 가족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이들은 잘못하는 게 없으니 숨길 것도 없고 정부가 우리를 감시하는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휴대폰 비밀번호, e메일이나 페이스북의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 정색을 할 것이다.

바이러스나 랜섬웨어나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결과적으로 컴퓨터가 먹통이 되거나 데이터가 삭제될 경우, 힘들지만 다시 데이터를 만들고, 컴퓨터를 구입하거나 랜섬웨어 해제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한번 잃어버린 프라이버시를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프라이버시는 인간이 누구로부터 구속이나 침해받지 않고 자유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다. 전 세계는 애플과 FBI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이 논쟁은 향후 비슷한 사례에 선례로 남아 판단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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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애플이 미국 샌버나디노 지역 총기살해범의 아이폰에 대한 FBI의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보통 영장은 범죄 발생 및 연관의 개연성이 있으면 발부되는데 이 사건은 이미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고 IS와의 연관성도 밝혀져 이 아이폰에는 앞으로의 미국 내 테러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정보 다수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법원은 이에 따라 당연히 협조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거부하고 있다. 애플에 아이폰 정보를 빼달라는 것도 아니고 FBI가 합법적인 암호 풀기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정도의 협조 명령인데도 애플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만 소송에나 가야 해결될 판국이다. 미국은 9·11을 거치며 테러방지법에 해당하는 애국자법(PATRIOT)을 통과시켰음에도 인권과 테러방지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다른 나라들도 테러방지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테러방지법은 외국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의 문제는, 첫째 대외 정보 수사기관인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이고, 둘째 대테러수사에 대한 인권보호 규제들을 위험한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16일 고객에게 보낸 서한 중_경향DB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은 국정원 산하에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신설하고 이 센터가 국내 정보 수집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테러’는 정의상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인도 항상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국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원이 원활하게 국가안보를 지키는 대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비밀성과 예산을 보장해주었는데 그 비밀성과 예산이 국민을 상대로 남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CIA도 대외정보 수집만을 하도록 돼있고 애국자법이 이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부시정부가 임의로 달라졌다고 해석했다가 2015년 위헌판정을 받았다.) 샌버나디노 수사도 예산과 통제가 불투명한 CIA가 아닌 국내 수사기관인 FBI가 진행하고 있다.

또 애국자법이 프리즘프로그램 등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이 역시 영장주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서 인권보호 절차들이 쉽사리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위헌판정을 받은 무작위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도 형식적으로 외국첩보법원의 승인을 받은 것이었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은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긴급을 요할 때에는 전화 또는 전산망을 통해 약식으로 설명하고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써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절차 등을 밟아 정보수집 및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 뜻은 불분명하지만 현행 통비법의 절차가 엄연히 있는데 테러방지법에서 다시 ‘긴급하면 전화로 설명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정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테러방지법에 끼워서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감청설비의무화법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업체들에도 모두 적용한다는 것인데 세계에서 유일한 법률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감청설비의무는 도로 위 아래의 전봇대 터널 등의 국가기간시설을 직접 이용하고 있는 망사업자들에 반대급부로 부과될 뿐이다. 다양한 통신 SW를 개발해 그 망을 이용하는 인터넷 업체들에는 그런 의무를 부과할 헌법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학교, 교회, 동창회 등에 홈피를 운영한다고 해서 국가감청요원이 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인터넷 업체들에 감청설비의무란 이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암호화 통신을 무력화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결국 수사기관에 복호화키를 주거나 사업자들이 복호화해서 내용을 넘겨주는 수밖에 없는데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 후자의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애플과 미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공방 자체가 나올 수 없게 돼있다.


박경신 |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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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스토커에게 시달렸다. 스토커는 그녀의 전 남자친구로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출몰했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자동차에 GPS추적기를 심어놓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몇 자동차정비업소에 의뢰했지만 GPS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그 분야 전문가를 찾아가서야 GPS를 제거할 수 있었다. 찾아낸 GPS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소형 GPS였다. 영화 <다빈치코드>의 랭던 박사로 나오는 톰 행크스조차도 자신의 재킷에 GPS가 넣어졌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니, 10여년 전 영화 개봉 당시만 해도 그런 유형의 초소형 GPS는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실에서 이미 그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GPS가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프라이버시와 프라이버시의 한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2년 경찰이 용의자의 차량에 GPS를 부착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부당한 수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하지만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나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한목소리로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미 GPS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웨이브버블, 즉 전파거품이라는 도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웨이브버블을 소지할 경우 반경 수㎞ 이내의 전파신호를 방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한계를 넘어서버리는 게 흠이다. 위치추적을 당하고 있는 범죄자가 우연히 웨이브버블을 소지한 사람과 같은 쇼핑몰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갑작스럽게 GPS수신기의 교란으로 경찰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혹은 웨이브버블 소지자가 승선한 거대한 크루즈가 폭풍우와 번개를 맞는 상황이라면, 수백 아니 수천명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GPS 등 각종 항법장치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 런 이유들 때문에 사실상 미국에서는 웨이브버블 소지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위성항법장치(GPS)에 이용되는 항법위성_경향DB


GPS스푸핑이란 방법도 있다. 스푸핑이란 글자 그대로 ‘속인다’는 말이다. 이는 GPS 신호를 조작해서 위치를 위장해, 신호가 유효한 진짜 신호를 납치해서 GPS송신기를 교란시키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해킹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GPS 신호를 변조할 수 있는 도구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GPS스푸핑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항공기·자동차·드론 등에 사용되는 GPS 위치를 가로채서 가짜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면, 심각한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

GPS는 오차범위가 ㎝ 단위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처럼 프라이버시가 큰 이슈가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GPS는 일반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로만 인식됐다. 일상 깊숙이 침투한 GPS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내비게이션 없이도 초행길의 목적지를 잘 찾아가고, 미로 같은 고속도로도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내비게이션 없이는 아는 길도 찾아가기 힘들다.

여전히 GPS는 향후에도 우리의 삶을 안락하고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특히 건망증이 심한 이들은 GPS의 진화를 반길 것이다. 초소형 GPS가 일반화될 경우 스마트폰에 장착한 앱을 통하면 리모컨이나 지갑, 자동차 키 등이 거실 소파나 침대 한 구석에서 대답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GPS는 아니지만 앱을 통해 찾을 수 있는 리모컨도 선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으로 금지됐다 하더라도 웨이브버블을 소지하는 사람이 생겨날 것이고, 범죄자들이나 해커들이 GPS스푸핑을 통해 어떤 위험한 시도를 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2011년 미국의 스텔스 드론 RQ-170기가 이란 상공에서 실종됐다. 실종된 스텔스 드론은 어떤 손상도 없이 이란의 국영방송에 등장했는데, 이란 당국은 GPS스푸핑으로 무인기를 나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GPS스푸핑은 이처럼 위협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열린 국제 해킹보안콘퍼런스(POC 2015)에서는 치후360이라는 중국 IT 보안업체 연구팀이 항공기, 드론 등의 GPS 위치를 가로채는 GPS스푸핑을 시연하기도 했다.

첨단기술은 세계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시대, 그곳에서 시스템들은 너무나 복잡하게 연결된 채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그 속에 내재된 취약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길을 잃은 시대, GPS의 경이로움 뒤에 숨겨진 치명적 위험은 아이러니하게 프라이버시라는 길에서 이탈하고 있는 첨단 디지털시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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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순환 이론에 콘트라티예프 주기란 게 있다. 증기기관이 등장한 1차 산업혁명 이후 기술혁신으로 인한 경기 변동이 50년을 주기로 순환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이론은 요즘 빛의 속도만큼이나 빨라진 기술혁신으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놀라운 기술혁신으로 기업 수명이 급속히 줄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1982년 초우량기업 43곳을 선정해 그들이 잘나가는 원인을 분석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들 중 상당수가 망하거나 그렇고 그런 회사로 전락하면서 머쓱하게 됐다. 매킨지보고서에 따르면 1935년에 90년이었던 기업의 평균 수명이 요즘에는 15년 수준으로 줄었다.

기술혁신의 상징으로 2007년 등장한 이후 글로벌 아이콘이 됐던 애플이 진화의 한계, 중국업체의 도전에 막히면서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생산량 1위인 삼성전자의 호시절도 끝난 분위기다. 정보기술(IT)업계의 권불십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이후 글로벌 주도산업은 뭘까.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렉스, 구글을 뜻하는 팡(FANG)이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에 눈뜬 기업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주가도 폭등했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영속불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이른바 기술융합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술발전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들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진부하지만 바이블인 게 이 때문이다.


아이폰 판매대수·애플 실적 추이_경향DB

걱정되는 것은 이처럼 핑핑 돌아가는 기술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일반인의 삶이다. 그동안 보통 사람들에게 직장 혹은 직업의 최우선 가치는 안정성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밥벌이만 해도 감지덕지하는 시대가 됐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머잖아 매년 다른 직장이나 직업을 찾는 게 일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100세시대, 수명 연장과 반비례하는 직업·직장 수명 단축. 인생에 공짜가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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