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에 해당되는 글 1622건

  1. 2018.03.22 [사설]빅데이터 시대의 그림자,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2. 2018.03.20 [정윤수의 오프사이드]패럴림픽이 끝이 아니다
  3. 2018.03.20 [학교의 안과 밖]사교육 부추기는 자유학기제
  4. 2018.03.19 [김진경의 교육으로 세상읽기]미투 운동 시선과 닮은 대입제도 개혁
  5. 2018.03.19 [사설]평창 패럴림픽 성공이 의미하는 것
  6. 2018.03.16 [정동칼럼]교육 현안, 공론화 방식을 확 바꿔야
  7. 2018.03.16 [사설]역대 최고 기록한 사교육비, 이대로 방치할 건가
  8. 2018.03.16 [기고]학교폭력,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으로 접근해야
  9. 2018.03.15 [천운영의 명랑한 뒷맛]이 봄, 목욕탕에서
  10. 2018.03.14 [김민아의 후 스토리]⑤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하늘나라 가면 말할 수 있어요. 정말 행복했다고. 두 가지 인생을 살아봤다고”
  11. 2018.03.13 [속담말ㅆ·미]자식 자랑 말고 자식 자랑 돼라
  12. 2018.03.13 [학교의 안과 밖]‘수능·EBS 연계’ 헌재 결정 유감
  13. 2018.03.13 [전우용의 우리시대]현모양처의 시대
  14. 2018.03.09 [기고]미세먼지 무력감 쌓이면 언젠가 터진다
  15. 2018.03.09 [이렇게]패럴림픽에도 관심을
  16. 2018.03.09 [이기호의 미니픽션]생일편지
  17. 2018.03.07 [기고]포항 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 제대로 밝혀져야
  18. 2018.03.07 [기고]일본 논술형 입시 개혁의 실상
  19. 2018.03.06 [학교의 안과 밖]조심해서 써야 할 교육통계
  20. 2018.03.02 [이렇게]노르웨이의 평창 1위 비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런던의 데이터 분석회사는 페이스북에 성격검사 앱을 깐 뒤 이를 내려받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이롭게 하는 정보전의 도구로 사용했다. 이들은 앱을 내려받은 27만명의 정보를 기반으로 친구목록 계정까지 5000만명의 정보를 확보했다. 자신은 물론 친구들의 정보가 털리고,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해커의 공격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많았지만 기업에 돈을 받고 판매한 이용자 정보가 3자에게까지 유통된 것은 처음이다.

출처:경향신문DB

정보를 훔친 회사에 우선 책임이 있지만 돈만 내면 무제한 정보접근이 가능토록 길을 열어주고도 데이터 보안에 소홀한 페이스북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시장이 페이스북 주식을 내던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페이스북을 탈퇴하자(#deletefacebook)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이스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구현하는 도구로 인식되면서 창업 13년 만에 월간 이용자가 21억명이나 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공간을 통해 힘이 결집되면서 중동 민주화 바람에 기폭제가 되는 등 긍정적 역할도 컸지만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보안체제와 윤리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실제 페이스북은 돈을 받고 이용자 정보를 팔면서도 매입처가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기업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때마침 유럽연합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강화한 새로운 정보보호법이 5월부터 발효된다. 개인정보 보호 없는 빅데이터가 빅브러더의 등장을 부른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된다는 전제 아래 엄격한 기준과 잣대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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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가 꺼지고, 열창의 공연이 평창의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가 싶더니 이윽고 축포가 터지면서 패럴림픽이 끝났다. 관객들은, 그러나 간결하게 편곡된 ‘아리랑’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좀 더 머물렀다.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방한 6종 세트’는 봄비 탓에 쌀쌀해진 평창의 밤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해줬다. 지난 2월9일 개막한 동계올림픽까지 다 합하여 한 달 넘게 진행된 평창의 겨울 동화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동계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이번의 패럴림픽! 와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의 순간, 텔레비전 중계로 보면서 나는 감격적인, 아니 가슴이 미어질 듯한 ‘애국가’를 모처럼 격정적으로 들었다. 감독과 선수들과 관중들의 ‘애국가’는 화면 밖으로 넘쳐흘렀다.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인 일로 인하여 ‘애국가’를 부르는 것이 때로는 불편하기까지 한 근래의 상황을 일거에 씻어버리는 장면이었다. 그야말로 목 놓아 부르는 ‘애국가’였으므로 내 마음은 금세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뒤흔들렸다. 그래서 폐막식을 보러 갔고, 와서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신의현 선수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금메달(7.5㎞ 좌식)과 동메달(15㎞ 좌식)을 땄고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동메달을 땄다. 순위를 정하고 메달을 수여하는 경기대회이니만큼 이렇게 명백한 기준으로 뚜렷한 성취를 남긴 사람들은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패럴림픽의 취지는 물론이고, 스포츠에 내재된 일반적 의미에서 볼 때, 메달과 상관없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삶의 메달리스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힘겨운 삶의 조건에서 벗어나 평창으로, 강릉으로, 정선으로 위엄 있게 이동하여 각자의 경기장에 들어섰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00년 8월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이룩한 최고의 업적은,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8년을 더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호킹 박사는 뜨거운 메시지를 전한 셈이니, 겨울과 봄 사이, 찬바람도 불고 간간이 비도 내리는 패럴림픽의 현장으로 들어선 모든 선수들은 그 자체로 이미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잔치는, 그러나 숙제도 남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자료는 패럴림픽이 일시적인 축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문체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전국의 등록 재가 장애인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장애인 생활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이 20.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 이 조사를 처음 실시했는데 그때 조사에서는, 1주일에 2~3회 이상, 1회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장애인 생활체육 인구는 4.4%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2년 만에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건강증진 및 관리’를 위한 체육 활동이 ‘재활 운동’을 상회하는 등의 생활 저변화가 이뤄진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압축하여 말하건대 여전히 5명 중 4명은 생활 체육 자체를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있다. 체육시설과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그마저도 대도시에 몰려 있다. 장애인의 신체와 생활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생활체육 지도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문체부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생활 체육인이 30만명 정도인데 이들과 함께할 지도자는 최대한으로 잡아도 1000명 정도다. 문체부는 일단 현재 450명 정도에서 올해 안에 577명 선으로 확대 배치할 계획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 체육 이전의 상태, 즉 최소한의 이동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2001년 1월, 오이도역 수직형 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의 이동권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이 사건 이후 지하철 선로를 가로막거나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버스를 점거하는 등의 격렬한 저항이 이어졌다. 2003년, 국립국어원은 ‘이동권’이라는 이 절박한 용어를 하나의 의미 있는 사회적 신어로 수록하였고 2005년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만들어졌다.

그 이후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보행환경 개선 등이 일정하게 마련되었으나 이 법의 3조가 규정한 대로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난 3월14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휠체어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고속·시외버스 승강설비 설치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과도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불수용’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영국에서는 22석 이상의 대중교통 수단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로 운행해야 하며 미국은 장애를 가진 승객에 대한 수송을 거절하거나 이행하지 못할 경우 차별로 간주하여 처벌한다. 독일은 장애인의 보행과 교통수단 이용을 위한 편의시설 확보 등을 사법적으로 지원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다.

당장 이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교통업계의 사정이 다르고 재정 형편이 다르다. 그러나 마음마저 달라서는 안 될 일이다. 오이도역 사고 이후 무려 17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제 몸을 쇠사슬로 묶고 눈물의 저항을 해야 한다면, 그것도 명절에 귀성 버스 타겠다고 울부짖는 상황이라면 이젠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패럴림픽 선수들을 위해 보낸 감격의 환호와 박수를 이제는 사회 전반의 상황으로 돌려야 한다. 방금 꺼진 성화는,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보편적 이동권과 보다 많은 생활 체육 활동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그것을 갈망하며 신의현 선수는 이를 악물고 설원을 달렸고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울부짖듯이 ‘애국가’를 불렀다.

<정윤수 |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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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문제가 다시 화제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난다는 보도는 교육정책의 현실성 문제를 환기시킨다. 특히 정권 교체가 시작된 2016년부터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데에는 권력의 이념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 과거 진보정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가 늘어날수록 불안이 증폭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조짐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통계를 보니 중학생 부모가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다. 각종 예체능 활동이 아직 활발하고 교내 자율학습이 없으며, 외고 등 특목고나 과학고와 영재고 등 영재교육 학교 진학을 위해 투자하는 시기다. 여기에 자유학기제의 확산이라는 시사적 원인을 빼놓을 수 없다.

지식 위주 교과형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적 학업 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유학기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자유학년제로 확대되고 있다. 학생 주도형 수업 설계에서 시작해 실험이나 토론, 과제 수행이 중심이 된 교육은 유사한 형식으로 고등학교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다양한 체험을 뒷받침할 사회적 환경이 미흡하면 사교육 의존이 불가피한 데 있다. 앞으로 외고나 자사고는 폐지 수순을 밟더라도 영재 교육 특별법 대상인 과학고나 영재고는 존치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학기제 확대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별도의 지식 습득이나 선행학습을 부채질하고 있다. 의대 입시가 자연계를 넘어 입시 전체를 컨트롤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어 수학이나 과학의 지식 위주 전문 교육에 대한 강력한 욕구는 자유로운 학교에서 채워지지 못한 채 학원에서 해소가 된다. 영재 교육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러한 경향도 심화될 것이다. 그 정도 상위권 학생이 아니더라도 대학 입학은 현실의 문제인 만큼 학교에서 농사를 지어도 수업이 끝나면 국어와 수학을 주입해야 불안에서 벗어난다. 입시라는 상위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학교에서 체험을 늘릴수록 학원에서 객관식 문제를 푸는 역설은 심화될 것이다.

자유학기 내 과제 수행 능력을 위한 사교육 역시 명확히 감지되고 있다. 이는 우선 수업 내용의 질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만족감은 운영주체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즉 실질적인 운영주체인 학교 선생님에 대한 지원 체계가 약한 지역에서는 수업 내용이 부실해 만족도가 떨어진다. 또한 토론이나 실험 역시 기술적인 능력과 물질적 비용이 많이 요구되는 만큼 부실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지점에서 사교육이 자리를 잡는다. 자유학기제에서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의도 역시 사교육 확대로 이어지는데, 여기에는 교육정책 홍보를 위해 우수 과제를 채집하는 교육부(청)의 욕심도 있다. 과정 중심 교육 선전을 위한 그럴싸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런 부분은 자유학기제가 고등학교에서 본격 시행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자유학기제의 과제 수행 능력은 생활기록부에 표기되어 대학 진학의 참고자료가 되므로, 수행평가를 위한 사교육 확대는 뻔히 예상된다. 만약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대학 입학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고등학교 자유학기제는 학교에서 놀다 학원에서 몰입형 수업을 받는 쭉정이 학기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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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변화방향의 시금석이 될 만한 최근의 사건을 들라면 나는 서슴없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과 미투 운동을 들 것이다.

그 급작스러운 구성으로 인해 남측 선수가 팀에서 배제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던 남북 단일팀에 대해 젊은 세대는 갑질이라는 신선한(?) 반응을 보였다. 가부장적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에 젖어있는 우리 기성세대에겐 무척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반응이다.

젊은 세대의 북에 대한 반응은 북을 자신과 똑같은 존재로 보아 다툼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기성세대보다 더 진전된 것일 수도 있다. 혼란의 원인은 젊은 세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는 남북관계를 더 이상 가부장적 국가주의, 민족주의로 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여전히 가부장적 국가주의, 민족주의에 머물러 있는 기성세대의 이중성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신선하다고 느끼면서도 당혹스러워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투 운동은 국가기구에서 비중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나 과거 민주화운동의 명망가 등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미투 운동을 보며 우리는 머리로는 가부장적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와 시스템이 한계에 와서 그 시스템의 가장 큰 희생자였던 여성들에 의해 무너지고 있고, 무너질 만한 때가 되었다고 이해한다. 그러면서도 몸은 여전히 가부장적 국가주의에 많이 머물러있기 때문에 한편으로 불편하다.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구심력 역할을 했던 가부장적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를 대신할 대안, 합리성에 기초한 자유로운 개인의 연대가 어떤 모습일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이러한 이중성이 가부장적 권력에 의해 미투 운동이 폄하되기도 하고 악용되기도 하는 최근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

앞에서 나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 변화의 시금석이 되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 말은 미투 운동의 방향성과 그것이 겪는 혼란이 그 본질에서 개혁 정책들의 방향성과 그것이 겪는 혼란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오늘날 개혁의 큰 방향은 산업화 시대의 중앙집권적 국가주의 권력을 하부를 향해 분산시키는 분권화이다. 논의를 교육으로 국한시켜 살펴보자.

공교육의 근거는 “국민이 자녀교육의 권한을 국가에 위임했다”는 데 있다. 이렇게 자녀교육을 위임한 국민은 주권자로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공교육을 통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방식은 두 가지이다.

그 첫째는 한국교육이 전형적으로 그러했듯이 국민이 국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교육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역 주민이 공교육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이다. 미국 등의 나라처럼 지역주민이 교장을 초빙하고 교장이 교사를 초빙하여 학교를 구성하고 교장이 지역주민과 지자체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도이다. 분권형 교육개혁이란 대략적으로 첫째의 국가기구를 통한 간접적 통제방식에서 두 번째의 주민 직접 통제방식으로의 이행을 뜻할 것이다.

교원들은 자신의 신분과 관련해서는 국가 통제방식을 고수한다. 교총은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교장을 초빙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조직의 명운을 걸고 반대했고, 교원의 지방공무원화는 교원들의 반대 때문에 말도 꺼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교수 학습활동이나 학생에 대한 평가에선 주민 직접통제 방식의 학교에나 허용되는 국가로부터의 자율을 주장한다. 몸은 국가통제 시스템에 있는데 머리는 주민 직접통제의 학교시스템에 있는 것이다.

교원들의 대입제도 개혁에 대한 주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능 같은 국가고사는 국가통제 시스템에서의 대학학생선발 방식이고 학생생활종합기록부 중심의 선발은 주민 직접통제 시스템에서의 대학학생선발 방식이다. 교원들은 수능의 대폭 약화, 학종 중심의 대학학생선발을 주장한다. 장기적으로는 맞는 방향이지만 분권형 교육개혁의 진전 정도가 미미한 현실에 비해 너무 과도한 주장이기 때문에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의 수능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엘리트 교육의 원리이다. 한국은 대학교육까지 진학률이 70%에 이르러 대중교육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것을 잘하라는 엘리트 교육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엎드려 자고 소수만이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번아웃되어버리는 고등학교 교실의 풍경은 그 참담한 결과이다. 일부 계층이 독점하는 사교육 시장은 이 엘리트주의 교육을 타고 번성해 왔다. 특히 고교 교육과정과 괴리된 현행의 수능은 일부 계층이 독점한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 내부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는 통로가 되어 왔다. 현행 수능의 확대 강화는 교육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하고 학교교육을 산업화 시대에 계속 묶어두는 결과를 빚기 쉽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대안은 수능을 철저하게 고교 교육과정과 일치시키는 개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015 교육과정은 문과·이과 통합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자면 수능 과목은 모든 학생이 이수하는 국어, 영어, 수학, 국사, 통합과학, 통합사회로 국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학 2, 물리, 화학, 경제, 사회, 제2외국어 등의 심화 선택과목은 학종 중 교과 내신을 통해, 정의적 영역은 학종과 면접을 통해 평가하면 된다. 그러면 초기엔 수능과 내신, 학종의 비율이 예컨대 ‘5 대 3 대 2’인 수시·정시 통합의 대입이 성립된다. 이후 분권형 교육개혁, 고교학점제의 진전 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내신 비중 확대, 수능 비중 축소 및 자격고사화로 나가면 엘리트주의를 넘어선 미래형 대입개혁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경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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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패럴림픽이 18일 폐회식을 끝으로 10일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를 주제로 진행된 폐회식에선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져 평창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전 세계인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던 평창 패럴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해 각본 없는 열정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선수들의 도전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18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신임 선수위원들이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평창 패럴림픽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특히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20명의 선수단을 꾸려 동계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참가해 ‘평화올림픽’을 구현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회 운영도 나무랄 데 없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저상 셔틀버스와 휠체어리프트 설치 차량을 운행해 장애인 선수와 관중들의 경기장 접근성을 높였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지원과 시각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도 호평을 받았다. 흥행도 큰 성과를 거뒀다. 대회 개막 전에 제기됐던 우려와는 달리 입장권은 34만여장이 판매돼 목표치의 150%를 웃돌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중계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 NBC, 일본 NHK, 영국 채널4가 62~100시간 편성한 데 비해 국내 지상파 3사는 18~32시간을 편성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마지못해 중계시간을 늘렸다.

패럴림픽의 주역인 선수들은 빙판과 설원에서 불굴의 의지와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목표에는 못미쳤지만 최선을 다한 값진 성과다.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한국 노르딕 스키의 간판’ 신의현 선수는 7개 종목에 출전하며 64㎞를 질주했다. 3~4위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동메달을 딴 아이스하키팀과 ‘오벤져스’로 불린 휠체어컬링팀의 선전은 벅찬 감동을 안겨줬다.

평창 패럴림픽이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장의 말처럼 “역대 최대 이벤트”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평창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고양되길 기대한다. 그게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더불어 살기를 모색하는 패럴림픽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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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끌어낸 한반도 평화의 새 기운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한 여성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에서 시작된 거센 물결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갱신으로 가는 거대한 문화적 혁명의 신호탄이다. 촛불시민의 뜻과 힘이 하나하나 법과 제도로 정착되고 상식과 관행으로 녹아들어 일상의 삶 깊숙이 뿌리내려야 한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본격적인 적폐청산과 개혁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해묵은 과제인 교육개혁은 아직 큰 틀의 청사진도 명확히 잡히지 않았다. 초·중등학교든, 대학이든 현장에서는 높은 기대가 점차 실망의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구체적인 개혁정책이 민심에 어긋나기 때문이 아니다. 도대체 개혁정책이 있기는 있느냐는 날선 질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 8월 교육부는 어설픈 수능 절대평가 확대안을 여론의 강한 반발로 1년 유예했고, 지난 12월 현장 실태에 어두운 탓에 영어 사교육과 관련해 말썽이 빚어지는 등 촛불정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입시를 동시에 실시하여 일반고 확대 정책을 풀어가려는 조치는 현행법의 제약에 따른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헌법소원이 제기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개혁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동안 대학을 마구 망가뜨린 대학평가는 대학역량진단사업으로 바꿔 개선했다지만, 근본적 전환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때 수능을 발 빠르게 1주일 연기하여 원만하게 처리한 공이 크지만, 김 장관의 교육부는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과거와 다를 바 없이 대하거나 그저 미루고만 있다는 인상이다.

입장을 바꿔 김 장관과 교육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심하게 뒤엉킨 실타래인지라 어떤 해법이라도 완벽하지 않다. 불법과 비리가 만연한 사학 위주의 대학교육, 전문대학 정책의 부재, 강고한 대학서열구조 등 고질적 문제가 산적한 고등교육의 개혁이 착실하게 동반되지 않으면, 입시 위주의 파행적인 중등교육의 실질적 혁신은 무망하다. 돈만 있다고 개혁이 되지는 않지만, 고등교육은 획기적 예산 증액과 함께 5년, 10년의 일관된 정책이 시행되어야 개혁 성과가 뿌리내릴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예산 타령이나 하며 주저앉거나 이해당사자들의 복잡하게 엇갈리는 주장 뒤에 자신의 직무태만을 숨겨서는 곤란하다. 진행 중인 촛불혁명에 어울리게 교육개혁 현안의 공론화 방식부터 일신해야 한다.

일반고 중심의 고교 체제 개편, 대입제도 개선, 공영형 사학과 국공립대 연합체제, 고등직업교육 정비, 등록금과 국가장학금 문제, 대학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교육부의 정책 수립 절차는 구태의연하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와 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통상적인 방식인데, 물론 과거보다 더 폭넓게 다양한 입장을 수렴 중이다. 그러나 난마처럼 뒤엉킨 교육 현안들을 그런 방법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낡은 방법은 낡은 관료들의 주도권만 강화하고, 양심적이고 능력있는 관료를 소외시킬 뿐이다.

수능 개편 문제만 해도 시민사회와의 폭넓은 소통 없이 특정 그룹의 주장에 기울거나 전문가끼리 연구해서 덜컥 정책을 내놓으면 문재인 정부 개혁 전반의 발목을 잡는 반발과 부작용마저 낳을 수 있다. 그러니 작년의 원전 공론화 경험을 참조하되 더 적극적이고 투명한 공론화 방식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각자의 경험과 주견에 따라 원전 문제보다 훨씬 활발하게 토론할 사안이니 한층 공개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중학교 3학년부터 20대 청년까지 당사자가 가장 큰 비중으로 참여할 방안도 제시하고, EBS 등과 협력하여 주요 토론을 생중계하며 국회가 홈페이지에서 시행 중인 회의 공개 수준과 맞먹게 온라인의 다시 보기 기능과 녹취록도 제공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 몰입하는 정치권의 일정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개헌 논의와 겹치면 오히려 더 바람직할 것이다.

당장 준비하여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논의해도 내년도 예산 편성을 고려하면 시간이 부족하니 주요 현안에 집중하더라도 종합적 개혁 청사진으로 이어지도록 판을 잘 짜야 한다. 힘도 들고 비용도 들겠지만,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은 다수 국민이 지지해줄 것이다. 나아가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과감한 교육투자 확대 결정을 끌어낼 수 있고, 증세라는 민감한 주제 앞에 몸조심하는 취약한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그것이 곧 촛불혁명의 진전이요, 진화이다. 국회의 수구세력 입장에서는 교육개혁에 필수적인 관련 법률 제정과 개정을 덮어놓고 가로막기가, 아뿔싸, 난처해진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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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7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5.9% 늘었다.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8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가계 소득은 별반 나아진 게 없지만 사교육비 지출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223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저출산 여파로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는 전년보다 2.7%(16만명)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난 것은 1인당 지출 금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70.5%로 2011년 이후 6년 만에 70%대로 올라섰다. 초·중·고 학생 10명 중 7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사교육 열풍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월평균 7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비는 45만5000원인 반면 월평균 2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는 9만3000원에 그쳤다. 고소득 가구가 저소득 가구보다 5배가량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면 저소득 가구 학생들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교육기회 불평등이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교육비 절감은 한국사회의 절실한 과제다. 가계 소비를 옥죄는 과도한 사교육비는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젊은 세대의 저출산과 중장년 세대의 노후 불안도 사교육비에 뿌리가 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정책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초·중·고교 학생의 선행학습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해오고 있으나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교육당국은 사교육비 절감을 교육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의지다. 사교육비 절감이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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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캐나다 엘마이라 마을에서 고등학생 2명이 난동을 부린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판사는 피해자들과 가해학생들이 대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호관찰관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가해학생들은 피해자들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합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놀랍게도 피해자인 주민들에게는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었고 가해학생들은 마을의 구성원이 되어 어울려 살아갈 수 있었다.

법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사법적 정의는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받은 만큼의 피해를 입힘으로써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응보적 정의다. 그러한 연유에 오랜 세월 학교 현장에서도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응보적 가치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응보적 생활지도에서 가해자 처벌에 무게를 두면서 피해자는 소외되고 회복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상호 관계 악화로 불필요한 갈등과 분쟁을 야기하는 문제를 떠안았다.

이에 대한 대안적 가치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회복적 정의다. 누가 피해를 입었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중심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학생 생활지도가 징계나 벌로써 죗값을 치르게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면, 회복적 생활교육은 갈등을 오히려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아 당사자와 공동체의 피해와 관계를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실제 영국의 헐시티는 2008년 한 초등학교에서의 회복적 생활교육을 시작으로 시청, 경찰, 사법기관까지 확산되어 도시 전체가 회복적 도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1년 겨울, 대구에서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스스로 생의 끈을 놓아버린 실로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다. 대구시교육청은 어린 생명들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강력한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만들어 시행했다.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는 물론 가해학생에 대한 엄격한 선도 조치 실시와 조치 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정부에 건의하여 관철시켰다. 이후 학교폭력이 각종 지표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성과를 얻었다.

그 후 6년의 시간이 지났고, 학교 현장도 많이 변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피해학생에 대한 진정한 회복보다 가해학생에게 부과되는 조치의 무게를 재심이나 소송과 같은 사법적 저울로 가늠해보려는 갈등과 분쟁이 비등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라는 행정적 조치가 오히려 기재를 막아보려는 각종 민원 제기와 항의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제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회복적 가치에 충실하고 갈등 당사자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피해에 대한 완전하고도 궁극적인 복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상처는 가해학생에 대한 응보적 조치로써 아무는 것이 아니다. 피해의 원천인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관계가 회복될 때에야 비로소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벌보다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춰 학교폭력에 대응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게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진정한 피해가 회복되도록 추구해야 한다.

학교는 학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법도 배우는 곳이다. 학교폭력은 관계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이 서툴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죄는 또 다른 죄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관계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며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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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빨래를 했다. 봄기운이 확연하여. 봄을 맞는 우리의 자세, 소지. 이번 봄엔 유난히 묵은 빨래를 모조리 다 꺼내 빨아 널고 싶어진다. 따스한 기온으로 은근하게 밀려든 봄이 아니라, 저 밑바닥부터 들썩이며 솟구쳐 나온 봄이어서 그럴까? 봄은 도적처럼 당도한다더니, 도처의 도적 떼들이 한꺼번에 봄을 몰고 온 느낌이다. 이불을 널고 또다시 세탁기를 돌리고 겨울옷을 집어넣고 얇은 옷들을 꺼내 걸다 보니, 지난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웠었던가? 그것이 지난해였던가? 언젠가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던 겨울이 있었는데.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겨울은 대부분 추웠던 걸로 뭉뚱그려진다. 그래도 봄은 왔고 묵은 빨래를 했으니 이제 내 몸의 묵은 때도 벗어야지. 소지의 마지막은 목욕탕으로.

유년의 겨울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지금보다 훨씬 추웠었던 것만 같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창문에 맺힌 성에꽃. 코끝을 쌩하게 만드는 냉기에 이불을 바싹 끌어당기고 누워 있던 방. 엄마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세면대로 나오면 밤새 연탄보일러 위에 얹혀 있던 양동이 속 더운물은 식구들이 다 써버리고, 나는 고양이세수만 겨우 한 채 학교에 가곤 했다. 지금이야 언제라도 뜨끈한 물로 목욕하고 세수를 하지만, 그때는 한 달에 두어 번 가는 목욕이 아닌 이상 겨울이면 늘 고양이세수. 뜨거운 물에 손을 오래도록 담그고 있으면, 따뜻한 물이 식으면서 팔뚝부터 전해져오는 쌈박쌈박한 기운. 그것은 이젠 목욕탕에 갈 때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시절의 목욕탕 풍경. 작정하고 모아온 빨랫감들을 풀어놓는 여자들. 그러면 되니 안되니 실랑이를 벌이는 때밀이와 아줌마들. 탕 위를 둥둥 떠다니는 때들과, 옆 사람 엉덩이가 맞닿을 정도로 북적거리는 알몸의 여자들과, 도망치는 아이들하고 실랑이를 벌이는 어머니들의 악다구니, 카랑카랑 울려대는 어린애들의 울음소리, 양손에 때타월을 끼고 때를 밀다가 종종 유난스럽게 손뼉을 치며 텅텅 소리를 내는 때밀이들의 추임새까지.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이제 충분히 깨끗해진 것 같은데, 밀고 닦고 다시 돌려세워 닦는 엄마의 때수건이 참으로 야속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본전을 뽑고 가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경연장, 그 겨울의 목욕탕은 작은 전쟁터 같았었다. 그 전쟁터 한쪽에서 알몸의 엄마 몸에 안겨 머리를 감던 감촉만은 여전히 생생하게 아름답다.

습작 시절, 강원도 어느 즈음을 헤매다 들어갔던 목욕탕도 기억난다. 사나흘 바람이나 쐰다고 나온 걸음이, 어쩌다보니 더 깊은 촌구석으로 향하며 길어졌다. 산 깊숙한 곳 참숯 굽는 공장의 매캐한 연기도 맡았고, 우시장의 북적거림도 보았고, 어획량이 줄어 썰렁한 항구에도 갔다. 그땐 운전을 할 줄도 모르고 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주로 걷거나 가끔 버스를 탔다. 숙박은 민박집에서 해결했다. 여비도 문제였지만 다니는 곳마다 그럴싸한 숙박시설이 없기도 해서였다. 참으로 대책 없이 다닌 여행이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겨울바람에 볼이 터서 쓰라렸고, 사흘 여장을 꾸린 탓에 변변히 갈아입을 옷도 없어 몸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기어이 몸 여기저기 근질근질 각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럴 때는 역시나 목욕탕. 물어물어 목욕탕을 찾아갔다.

먼저 내복을 빨아 사우나실에 널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이미 널려 있던 아줌마들의 펑퍼짐한 속옷들 때문이었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목욕탕 주인의 눈치를 보며 한참을 망설였을 것이다. 탕 안에는 사우나실에 들락거리는 살집 좋은 아줌마들과 할머니 몇이 있었는데, 아줌마들은 소리 높여 서로를 부르기도 하고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어대거나 냉탕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도심의 사우나나 찜질방이었다면 다른 사람들의 언성을 들을 만도 했는데 거기선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사우나실을 들락거리던 거구의 여자가 갑자기 한 할머니에게 다가가더니, 순식간에 때타월을 빼앗아 등과 팔 곳곳을 밀어주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가 연신 고맙다고 하는 걸 보아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닌 듯했다. 비누칠까지 마무리해 준 그 여자가 이번엔 내게로 다가왔다. 아가씨 등 밀 사람 없지, 이리 줘봐. 아까부터 봤는데 그렇게 조물조물해서 때가 밀리겠어? 만류할 틈도 없이 거구의 여인은 다짜고짜 내 등을 밀기 시작했다.

체중을 실어 밀어대는 손매가 맵기도 참 매웠다. 그러다 내 등짝 다 까지겠어요. 말은 못하고 뚝뚝 떨어지는 때가 민망해 고개만 푹 숙이고 등을 맡기고 있다보니 문득, 다음엔 내가 저 거구의 여자 등을 밀어야 한다면 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내 때를 보인 것도 민망한데, 남의 때까지 굳이 볼 필요가 있나. 그런데 그녀는 내 등을 꼼꼼하게 다 밀고 물까지 끼얹어주더니, 자신은 일행이 있으니 괜찮다며 다시 휙, 사우나실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등짝이 아니라 내 속좁음이 쓰라렸다. 목욕탕을 나올 즈음 널어놓은 내복은 바싹 말라 있었고, 나는 훨씬 개운해진 기분으로 다시 배낭을 둘러멨다. 낯선 고장의 낯선 목욕탕에서 나오던 그날 오후, 겨울 볕이 봄인 듯 따사로웠다.

그리고 이 봄날의 목욕탕. 나는 엄마와 함께 나란히 세신사 목욕대 위에 누웠다. 돈을 주고 때를 민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 극구 사양하는 엄마를, 이미 지불한 돈을 돌려받기도 민망하다며 우격다짐으로 눕히고서는, 앞으로 뒤로 옆으로 나란히 같이 움직이며 타인에게 몸을 맡겼다. 마음 같아서는 오래전 엄마가 내 몸을 닦아주던 시절처럼, 알몸의 엄마를 알몸의 내가 품고 때를 밀고 어깨를 주물러 주고 싶었지만, 그냥 그렇게 목욕탕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울컥하고 서글퍼졌다. 목욕탕에서 나와 꿀을 넣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엄마의 어린 시절 얘기를 청해 들었다. 내 어릴 적보다 더 추웠던 내 엄마의 겨울날의 이야기들을.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함께 목욕을 할 수 있을까. 엄마에게는 앞으로 어떤 봄이 도래할까. 그리고 우리의 봄은.

<천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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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 한국 강릉

10일 오후 1시15분.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30명은 돼보이는 사람들이 강릉올림픽파크로 향하는 건널목에 서 있었다. 고요했다. 둘러보았다. 고요하지 않았다. 수어(手語)가 오가고 있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보러 온 청각장애인들이었다. 사람이 모이면 소리가 나야 한다는 고정관념. 부끄러워서 길을 재촉했다.

오후 3시30분. 강릉하키센터 관중석이 가득 찼다. 입장객 6058명. 파라아이스하키(para ice hockey·장애인 아이스하키의 공식 명칭) 예선 한·일전에 나설 양국 대표선수들이 입장했다. 차례로 호명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졌다.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세계적 골잡이 정승환(32)이 소개되자 함성은 더 커졌다.

휘슬이 울렸다. 1피리어드는 잘 풀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구호가 나왔지만 ‘의무방어’처럼 들렸다. 2피리어드. 장동신(42)의 첫 골이 터졌다.

강릉하키센터에서 10일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국과 일본의 예선경기에서 한일 양국의 관중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강릉 _ 강윤중 기자

관중석 온도가 급상승했다. 사내 입장권 추첨에서 당첨돼 왔다는 옆자리의 두 여성도 신나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오기 전에 걱정했다. (너무 힘들게 경기하면) 눈물나는 거 아닐까 하고…. 걱정 괜히 했다. 스피디하고 긴박감 넘친다.”(김슬기씨·32) “몰입도 최고다. 앞으로 방송에서도 중계를 해줬으면 좋겠다.”(서모씨·32)

 3피리어드. 정승환이 단독으로 치고 들어가 두 번째 골을 넣었다. 관중석에선 파도타기가 시작됐다. 대표팀이 파도타기 응원을 보는 건 처음일 터다. 조영재(33)·이해만(46)의 추가 골이 이어졌다. 일본이 한 골 만회했지만 게임 오버. 4-1 승리 후 인사하는 서광석 감독(41)의 얼굴이 환했다.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인 서 감독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후 10여년간 투병하다 작고했다. 모교인 경복고 아이스하키팀을 지도하던 서 감독이 파라아이스하키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패럴림픽 개막 전(6일)과 예선전 2연승 후(11일) 두 차례 서 감독과 전화 통화를 했다.

- 선수들에게 아이스하키의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

“비장애인팀도 지도해봤지만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간절함이 더하다. 대표팀에는 사고로 장애인이 된 중도장애인이 많은데, 이들은 선뜻 밖에 나서지 못했다. 밖에서 생활할 때는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선 다르다.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퍽을 오른쪽으로 보내길 원하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보내길 원하면 왼쪽으로 보낼 수 있다.”

- 선수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국가대표 17명 중 강원도청 소속 13명을 제외하고 4명은 직업이 따로 있다. 이 선수들은 주말에 하루이틀 클럽팀에서 훈련하는 게 전부다. 비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실업팀이 꽤 있는데, 파라아이스하키는 강원도청 한 팀뿐이다. 대표로 소집되면 훈련수당이 나오기는 한다. 패럴림픽은 1년씩 훈련하니 괜찮지만, 다른 대회는 훈련 일수가 적어 수당이 적다. 정말 좋아해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국가대표가 됐으니 휴직계 내겠다’고 직장에 말하기도 어렵다. 실업팀이 늘었으면 한다.”

-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연장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체코전이 특히 화제다.

“체코전에서 조금 긴장하긴 했는데,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대표팀에 운동을 오래 하고 나이 많은 선수들이 여럿이다. 주장 한민수 선수(48)는 패럴림픽 출전이 세 번째다.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이 크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의 한 장면. 태흥영화사 제공

■ 2012년 4월 노르웨이 하마르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파라아이스하키의 옛 명칭)대표팀이 20시간의 비행 끝에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노르웨이 하마르에 도착한다. 관중석에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펼쳐져 있다. 응원단은 없다. 격렬한 경기 중간 휴식시간에 물 따라주는 사람도 없다. 은메달을 따고 개선해도 공항엔 가족뿐이다. 지난 7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가 보여주는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6년 전 모습이다.

영화는 하마르 대회에서 준우승하기까지의 여정을 담담하게 좇아간다. 미화도, 과장도 없다. 비장애인 여자친구 부모의 반대에 부딪힌 유만균 선수(44)는 “솔직히 나도 나중에 딸이 장애인 (신랑감) 데려오면 안 좋아할 것 같다”고 한다. 29세 때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추락사고로 장애인이 된 이종경 선수(45)는 “저 위(하늘나라) 올라가면 말할 수 있어요. 정말 행복했다고. 당신들은 한 가지 인생만 살았지만 저는 두 가지 인생(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살아봤다고.”

3년간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촬영한 김경만 감독을 인터뷰했다.

- 선수들의 밝은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과거형으로 물었다. 사고 전, 다리 있을 때… 이런 답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이 제일 좋다고 했다. 비장애인들은 행복을 위에서부터 시작하니까, 자꾸 밑으로 떨어진다. 이 선수들은 불행의 밑바닥까지 가봤다. 그래선지 위로 올라가는 일밖에 안 남은 것 같다. 만약에 ‘행복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이들은 행복감수성이 강한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하다고 한다.”

- 여자들은 ‘남자들은 왜 우리를 동료로 대하는 게 어려울까’ 생각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맞다. 너무 친절하지도 말고 똑같이 대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함께 지내보고야 알게 됐다. 장애인들의 장애는 모두 다르다. 계단을 못 올라가거나, 높은 데 있는 물건을 잡기 어렵거나, 앞이 안 보이거나…. 그런데 장애인이면 모든 걸 도와주려고 한다. 무릎이 아픈 사람은 무릎과 관련된 것만 도와주면 된다. 저는 선수들과 가까워진 뒤에는 촬영 장비도 들어달라고 했다. 제 팔힘이 더 약하니까….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면 경험이 쌓인다. 옆에 장애인이 있으면 바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에선 어렵다. 교육이 분리되고, 직장에서도 장애인을 만나기 힘들고, 집 근처에 장애인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반대한다. 이번 패럴림픽도 방송 중계가 너무 적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경기인데 재활운동으로 여기는 것 같다.”

- 영화에 나온 선수 대부분이 이번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응원을 들어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마음껏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 다시, 2018년 3월 한국

“다리가 없는 건 최악이다. 학교 가는 30분의 길은 지옥 같았고, 매일 피투성이가 된 내 다리는 후시딘 연고가 마를 날이 없었다. 남들은 내 걸음걸이를 보고 비웃기도 하고 흉내내며 놀리기도 했다. 그런 이들과 싸우는 수가 늘어갔고, 그런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어디론가 숨어야만 했다. 대학에 입학해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시작하기까지 도전이라는 것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불행했던 아이! 그 한 번의 용기있는 시작이 지금의 내가 되었다.”

10일 일본전과 11일 체코전에서 모두 3골을 넣은 정승환이 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다섯 살 때 집 근처 공사장에서 놀다 오른쪽 다리가 쇠파이프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결국 다리 일부를 잃고 의족을 차게 됐다. 고통스러운 유소년 시절을 보내다 대학에 들어간 뒤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167㎝, 53㎏의 작은 체구를 강점으로 만들었다. 몸을 키우는 대신 속도를 높여 상대 수비를 가볍게 제친다. ‘로켓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아이스하키선수’로 불리는 이유다.

“국제대회에서 외국인들이 정 선수를 보면 난리가 난다. 인간이 아니라며 감탄한다. 방금 이쪽에 있었는데, 어느새 저쪽에 가 있으니까.”(김경만 감독)

정승환은 경향신문에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언젠가 은퇴하게 되면 장애인 유소년팀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러했듯이 아이스하키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는 썰매를 탄다>가 개봉한 7일 낮. 서울 용산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 갔다. 156석 규모 상영관이 텅 비어 있었다. 영화를 보러온 관객은 나뿐이었다.

축제는 짧다. 열광과 함성으로 가득 찼던 강릉하키센터는 다시 고요해질 것이다. 그래도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17인의 삶은 계속 시끌벅적하기를 바란다. 박진감 넘치는 그들의 경기를 TV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1박2일>이나 <런닝맨>에 출연하고,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 ‘팀 킴’처럼 광고도 찍었으면 좋겠다. 정승환은 패럴림픽 홍보 영상에서 “가장 힘든 건 무관심”이라고 했다.


파라 아이스하키

아이스 슬레지하키(Ice Sledge hockey)로 불리다 2016년 11월 명칭이 바뀌었다. 하지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고 경기를 펼친다. 선수들이 쓰는 두 개의 스틱 양 끝에는 썰매 추진력을 얻기 위한 스파이크와 퍽을 치는 데 쓰는 블레이드(날)가 달려 있다. 한 경기는 15분씩 3피리어드로 구성되며 필요시 연장전과 슛아웃(승부샷)이 치러진다. 정규 피리어드 사이에는 15분간 휴식한다. 동계패럴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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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서당에 혀 짧은 훈장님이 계셨습니다. “따다해바다, 바담 풍.” “바담 풍!” “내가 언데 바담 풍이대떠! 똑바도 따다해, 바담 풍.” “바담 풍!” “(땅땅) 아니, 이놈드디! 바담 풍이 아니고 바담 풍!” “바담…풍.” 훈장님이 발음을 똑바로 하지 않는 한 학동들은 억울한 호통만 계속 들어야겠지요. 윗사람이 똑바로 하지 않으면 아랫사람이 제대로 본받기 어렵다는 속담이 ‘나는 바담 풍 할 테니 너는 바람 풍 해라’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형 보니 아우인 것처럼, 본이 엉터리면 본뜬 것 역시 엉망이란 것이지요.

또한 늘 그렇지만 부모에게 있어 자식 자랑만 한 즐거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식은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며 부모를 부끄러운 반면교사로 삼고 있을지 모릅니다. 부모가 받는 최고의 영예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부모님이라는 말이라 합니다. 존경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본받아 같은 직업을 갖거나 교사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윗사람이 형편없이 살면 그 지도나 가르침이 귀 아픈 길거리 전도쯤으로 여겨지겠지요.

본받으라 위인전을 사주지만 정작 그 위인과 같은 길을 가겠다 하면 극구 말립니다. 많은 부모와 교사가 미는 방향은 자신들이 살아왔던 무난하고 뻔한 길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데 말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위인전의 시작은 늘 그 부모나 스승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위인 뒤에는 항상 ‘걱정 말고 나아가라, 너는 꼭 해낼 수 있다’ 든든하게 응원해준 이가 있었지요. 그러니 위인을 키우기 위한 위인전은 과연 누가 먼저 읽어야 할까요?

자신들은 텔레비전 보면서 가서 공부해, 책 좀 읽어라 등 떠미는 바람[望] 역시 ‘바담 풍’으로 들릴 것입니다. 바람은 따를 만한 것을 보고 스스로 품는 것입니다. 부모도 자식의 거울입니다. ‘자식 자랑 말고 자식 자랑 돼라’는 요즘 속담이 괜하지 않다 하겠습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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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2일 헌법재판소는 ‘수능시험의 EBS 교재 연계 출제에 관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각하를 선고했다. 문항 수의 70%를 EBS 교재 및 강의와 연계한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출제원칙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선고다.

헌재의 기각 결정 자체는 얼마든지 존중할 수 있다. 타당한 결정이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재의 선고문까지 존중하기는 어렵다. 헌재가 제시한 기각 결정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수능시험과 EBS 교재 연계가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특히 학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다. 수능·EBS 연계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정상화했다. 이전의 학교교육이 정상이라는 게 아니라 비정상이었던 것을 한층 더 비정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사교육 경감 효과가 대단했다면 눈감아 줄 수도 있겠지만 수능·EBS 연계로 인한 사교육 감소 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헌재의 논거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했다.

헌재의 기각 결정에 EBS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헌재의 결정을 반기며 좋아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방송인으로서의 자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돈)의 측면에서 볼 때 EBS는 수능·EBS 연계의 가장 큰 수혜자다. 하지만 공영방송사로서의 자격이란 면에서 볼 때 EBS는 가장 큰 피해자다. 수능·EBS 연계로 인해 EBS방송사는 시청자의 신뢰를 적지 않게 잃게 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 EBS 다큐 &lt;대학입시의 진실&gt;에 사람들이 보였던 반응을 생각해보자. 호응하는 반응이 더 컸지만 분노의 반응도 상당했다. 왜 분노했을까. 수능교재를 팔아 얻는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을 악의적으로 비난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수능·EBS 연계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의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평가원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특히 수능 출제진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평가원이 출제하는 수능시험 문제는 오랫동안 EBS와 출판사들이 만드는 수많은 수능문제집들이 모방하고 추종하던 문제였다.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그러나 수능·EBS 연계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평가원의 출제진이 EBS 수능문제집을 모방하고 추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시중의 문제집 따위를 모방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의 영혼에 최고 수준의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열정과 의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까? 나는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수능·EBS 연계 이후 수능시험의 질이 떨어졌다고 느끼고 있다.

객관식 문제풀이 위주의 수능 공부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악으로 볼 건 아니다. 문제풀이 공부를 통해서도 학생들은 지식을 쌓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다만 그 정도가 우리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칠 뿐이다. 대학 학점에 비유해 말하자면 A나 B에는 못 미치지만 C는 될 수 있는 공부다. 그런데 수능·EBS 연계는 C는 될 수 있는 공부를 D에 불과한 공부로 전락시켰다. 수능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수능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느냐 마느냐가 사회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수능·EBS 연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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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인물은 누구일까? 제 아무리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사람이라도 5만원권 지폐를 두고 1만원짜리를 집지는 않는다. 정답은 신사임당이다. 지폐에 사람 얼굴을 그려 넣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류는 오랜 세월 타인의 표정을 보고 그 마음을 읽는 훈련을 거듭해 왔기 때문에, 인물화에 특히 놀라운 식별력을 얻었다. 사람들은 지폐 속 인물의 얼굴이 익히 보던 것과 조금만 달라도 금세 알아챈다. 둘째 이유는 ‘국민교육’을 위해서다. 화폐의 도상(圖像)이 되는 사람은 국민 대다수가 존경하는 역사 인물 중에서 선정되며, 각각의 인물은 국민이 공유해 마땅한 가치들을 표상한다. 세종대왕의 애민의식, 율곡과 퇴계의 선비정신, 충무공의 위국충정 등. 신사임당은 어떤 가치를 표상하는 인물인가?

10여년 전 5만원권 지폐를 발행할 때, 어떤 인물을 넣을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국의 화폐 속 인물이 전부 남성이니 반드시 여성을 넣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누가 적임자인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여러 의견이 나왔다. 후보로 진지하게 검토된 인물은 신사임당 외에 유관순과 김만덕이었다.

제주도의 기생 출신 거상(巨商)으로서 기근 때에 사재를 털어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김만덕은 지명도가 낮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유관순은 10만원권 화폐에 김구가 들어갈 예정이니 표상하는 가치가 중복되며, 여성적 가치를 표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신사임당에 대해서는 “율곡이 이미 있는데 그 어머니까지 화폐 인물로 선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대가 있었으나, 한국 여성 또는 여성적 가치를 대표할 만한 인물로 그만한 사람이 없다는 주장을 누르지 못했다. 5만원권에 신사임당 초상을 넣기로 결정한 후, 한국은행은 그 이유를 “신사임당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여류 예술가로서, 어진 아내의 소임을 다하고 영재교육에 남다른 성과를 보여준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진 아내이자 현명한 어머니, 현모양처(賢母良妻).

이에 대해 어떤 여성단체는 “신사임당은 유교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이상적 여성의 전형으로 자기 자신이기보다는 이율곡의 어머니요, 이원수의 아내로서 인정받고 있다. 어머니, 아내만이 보편적 여성상으로 자리 잡는 것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으나, 많은 사람들은 현모양처를 모범으로 삼는 것이 왜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사임당은 ‘유교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이상적 여성의 전형’조차 아니다. 신사임당은 결혼 후 20년 동안 주로 친정에서 살며 시집 일은 거의 돌보지 않았다. 4남 3녀를 낳았지만 율곡 말고 특별히 잘된 자식도 없었고 남편을 크게 출세시키지도 못했다. 그는 오히려 그림 그리는 일에 열중했다. 신사임당이 현대에 환생해서 당시 살았던 방식대로 산다면, 결코 현모양처라는 말은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유교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요구한 기본 덕목은 ‘삼종지도(三從之道)’였다.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자식에게 순종하는 것이 여성이 평생 지켜야 할 도리라는 뜻이다. 순종은 자아(自我)를 용납하지 않으며 독립적 사유(思惟)를 배격한다.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은 ‘말 잘 듣는 것’뿐이다.

현모양처론은 유교 가부장제의 덕목이 아니라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창안되어 20세기 초 한국에 유입된 ‘천황제’ 국민국가의 여성관이다. 일본 천황제 국민국가가 여성에게 부여한 역할은 남성이 천황에게만 충성할 수 있도록 가정을 맡아 꾸리며 자식을 충성스러운 신민(臣民)으로 기르는 일이었다. 현모양처라는 용어는 성인 남성을 가정에서 완전히 이탈시켜 천황에 직속된 신민의 일원(一員) 자격만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가정에 생긴 ‘권위(權威)의 공백’을 제국 신민의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책임을 자각한 여성의 자발적 헌신으로 메꾸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을사늑약 직후인 1906년에 양규의숙(養閨義塾)이 ‘현모양처 양성’을 설립 취지로 내세우면서부터 이 단어 사용이 일반화했다. 이후 오랫동안 여성의 자아실현은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라는 담론이 대다수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했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는 법이어서,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는 밖에서 일하면서 ‘가정사’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 남편이자 아버지, 가정 안에 자기 자리를 만들지 않는 남편이자 아버지가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생각을 낳았다. 집 밖에서 일자리를 잃고 집 안에도 발붙일 곳 없어 하루 종일 공원을 배회하는 한국의 노년 남성들 역시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의 피해자인 셈이다.

일본 군국주의가 심어 놓은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민족 고유의 전통’인 양 착각하며 산 지도 한 세기가 넘었다. 의식이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여성과 남성의 공간을 집 안과 집 밖으로 나눌 수 없게 된 지 오래임에도, 집 밖에서 활동하는 여성을 ‘제자리를 잃은 여성’이나 ‘남성의 영역을 침범한 여성’으로 취급하는 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작금의 미투운동은 남성 중심으로 편제된 집 밖 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피해를 입어 왔는지 여실히 폭로하고 있다. 이제는 성인군자니 영웅호걸이니 요조숙녀니 현모양처니 하는 성차별적 가치관을 담은 말들을 박물관 수장고로 보낼 때다. 미투운동은 현재의 성 역할에 관한 가치관을 전면 재구축하는 대각성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애국자’와 ‘현모양처’로 나뉘는 세상보다는 남녀 구별 없이 착한 사람, 성실한 사람, 정직한 사람, 배려하는 사람, 존중하는 사람으로 통합되는 세상이 더 좋고 아름다운 세상일 것이다.

<전우용 |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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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투 운동으로 수많은 ‘권력’이 아우팅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힘깨나 쓰게 되면, 자제력 결함을 더불어 장착하게 되는 것일까? 매일 몇 건씩 터지는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이런 위험한 생각이 절로 든다.

힘 있는 남성을 고발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은 분노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무력감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이 무력감을 자체적으로 해소하기는 힘든 것 같다. 그것은 내면에 침착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몸집을 부풀리다가, 결국 거대한 분노로 분출된다. 특히 집단 무력감의 경우 예외 없이 그랬던 것 같다.

지난달 27일 추위가 물러가자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시내를 배경으로 등산객들이 인왕산을 오르고 있다. 이상훈 기자

미투 운동의 여파는 한 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매일 다른 지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흥행한 <1987>이라는 영화는 독재 앞에 무력했던 시민들이 어떻게 폭발하게 됐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 파급력 있는 사회적 무력감이라는 씨앗을 ‘미세먼지센터 창립식’이라는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했다. 적절히 해결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터질 활화산의 단초를 미리 해결하자는 바람으로 이를 공개한다.

‘미세먼지센터’는 환경재단이 미세먼지 해결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미세먼지 전문 비영리센터이다. 지난 2월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식을 열었으며, 400여명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이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인 그는 미세먼지에 관한 대한민국 국민의 고민과 걱정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해냈다.

그의 분석 결과는 이러하다. 2013년 이후 증가된 공기에 대한 관심은 그 지속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또한 관련 키워드(먼지, 미세먼지, 하늘, 환경, 수치 등)의 개수와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담론은 가장 소중한 존재인 어린 자녀와 직결되어 있었고,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보호할지 몰라 방황한다. 결혼, 취업, 육아와 출산을 포기한 N포세대의 경우 이 모든 포기의 원인 중 하나로 미세먼지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관해서는 중국, 공장과 같은 외부적 요소의 비중을 현저히 높게 보고 있었다. 이로 인해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심리는 강화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무능하다 여기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나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느슨하다고 하니 파란불을 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외 활동 모두에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 대처는 소극적인 방책밖에 없다. 한마디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 주목할 것은 국민감정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는 무섭고 힘들고 아프다. 몸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아프다. 2013년에 비해 2017년,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우울증의 언급이 22배나 증가하였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 김도관 교수 연구팀은 1주일을 기준으로 부유 먼지(PM10)가 37.82㎍/㎥ 늘어날 때마다 국내 전체 자살률이 3.2%씩 늘어난다는 조사를 발표한 바 있는데, 빅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민과 관련한 언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미세먼지 앞에서 사람들은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으로 우리 내면에 침착되어 분노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무력한 상태로 견디고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옆 나라 중국에서 강력한 정책으로 공기질이 변하고 있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언제까지 자구책으로 마스크에 의존하고, 더 비싼 제품을 사들이며, 공기질을 알려주는 앱만 들여다볼 수는 없다.

올봄 우리가 어떤 질의 숨을 쉬게 될지에 따라 커다란 파장이 예고된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어쩔 수 없으니 참고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고 터질 것은 터진다. 정부는 미투 운동을 교훈 삼아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무력감이 확대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사무국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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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이상화 선수를 안아주는 장면이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고의 포옹장면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고다이라 선수의 작은 배려가 우리 국민을 비롯해 친구인 이상화 선수에겐 큰 감동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신의현이 8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평창 _ 연합뉴스

고다이라 선수는 사실 직업 스포츠인이 아니라고 한다. 병원에서 스포츠 장애 예방센터의 직원으로 근무했으며, 이상화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소치 올림픽까지는 늘 벤치를 지키던 무명의 아마추어 선수였다고 한다. 그가 금메달의 기쁨을 뒤로 미루고, 한국인들 앞에서 한국 선수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안아주는 모습과 인터뷰 내내 언니를 대하듯 깍듯이 고맙다고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곧 동계패럴림픽이 개막한다. 그런데, 우리 방송계에서는 정치 및 미투운동 등만을 중점적으로 보도할 뿐 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패럴림픽은 소홀히 다루고 있다. 최근 유럽, 미국, 일본 등은 물론이고 중국의 패럴림픽 방송 중계시간과 비교해서도 우리의 방송 시간이 4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필자는 이번 동계패럴림픽에서도 이상화와 고다이라 선수가 보여준 ‘하나 된 우정’과 같은 패럴림픽 선수들의 또 다른 스포츠맨십, 올림픽 정신이 돋보이는 경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서로에게 용기와 꿈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성공적인 패럴림픽에서 느끼길 기대한다.

<이종률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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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만은 생일날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진만이 보거라. 엄마다.

네 생일인데 전화만 달랑 하기 미안해서 몇 자 적어 보낸다. 네가 군 생활할 땐 그래도 엄마랑 종종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좋은 건지 잘 몰랐단다. 그 시절엔 엄마도 지금보단 젊었으니까.

타지에서 미역국이라도 제대로 끓여 먹었는지 모르겠구나. 엄마가 가서 챙겨주었으면 좋겠는데, 여기 식당일도 그렇고, 내 무릎도 그렇고, 도통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못 되는구나. 무심한 엄마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내 아들 진만아.

네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새 스물일곱 해가 지났구나. 엄마는 말랑말랑했던 네 손과 발을 씻기던 날들을 바로 어제처럼 떠올릴 수 있단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작고 병치레도 잦아서 엄마 속을 많이 애태우곤 했단다. 엄마 혼자 너를 둘러업고 병원을 뛰어갔던 적도 많았어. 펄펄 열이 나는 너를 안고서 병원 복도에 앉아 있는데, 그런데도 자꾸 까무룩 까무룩 졸음이 몰려와서, 너랑 같이 한 사흘 만이라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많았단다.

진만아, 너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따로 살아서 원망이 많겠지만,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단다. 엄마가 예전에도 말했듯이, 너와 꼭 단둘이서만 살고 싶었어. 한데도 네 아빠 그 인간이 그건 안 된다고, 진만이는 장손이라서 죽어도 자기와 살아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내가 한시라도 그 인간하곤 따로 떨어져 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된 거란다. 또 한편 마음속으로 그래도 나보단 잘 키우겠지, 저렇게 장손 장손 해대는데 모자람 없이 가르치겠지, 생각한 것도 사실이란다. 그 인간이 맨날 돈 벌어온답시고 전국 공사현장 떠돌면서 중학생이던 너를 방치하다시피 한 것을 떠올리면, 그때 내가 더 악을 써볼걸, 조금 더 용기를 내 볼걸, 후회가 되는구나. 그게 너한테도 참 많이 미안한 점이고….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네 아빠 그 인간은 젊은 날에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단다. 생활비라곤 단 한 번도 제대로 가져다준 적 없고, 너를 씻겨주거나 네 기저귀를 갈아준 적도 없었단다. 집에 들어오면 그저 자빠져 자거나 어떻게든 나갈 핑계를 만들어서 다시 술이나 퍼마시고 돌아왔지…. 그땐 혼자 된 네 할아버지도 우리가 같이 모시고 살았잖니? 그러니 그 인간이 더 미워지더라. 인간이 미워지니까 그 인간이 풍기는 냄새와 밥 먹는 소리, 하다못해 그 인간이 베고 잔 베개마저도 꼴 보기 싫어지더구나….

진만아, 네 생일 축하한다고 편지를 쓰면서 엄마가 또 괜한 소리를 하는 거 같구나. 엄마가 요새 식당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괜스레 외롭고 쓸쓸한 심정이 되어 공책에 이것저것 끄적거려 보는데, 쓰는 것들이 모두 다 지난날의 후회뿐이야. 그래서 그런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말거라. 네 생일은 너에게만 의미 있는 날은 아니란다. 그날은 엄마 인생이 바뀐 날이기도 하니, 엄마가 구질구질한 말을 써도 용서해주기 바란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하고, 타지에서 몸 성히, 밥 굶지 말고 잘 지내길 바란다.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결혼은 나중에 나중에 신중하게 생각해서 하도록 하렴. 네 아빠 그 인간처럼 할 생각이면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요즘 세상에 네 아빠 그 인간처럼 여자한테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알아서 잘 처신하길 바란다.

진만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받은 다음 날 바로 답장을 썼다.

엄마.

생일 축하해주셔서 고마워요. 오랜만에 엄마 글씨체를 보니까 저도 예전 군대 시절 생각이 나고, 그래서 좋았어요. 제가 군대 있을 때 제게 유일하게 답장을 보내준 사람이 엄마였으니까요.

생일이라고 별다르게 지낸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야간 알바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오니까 같이 사는 친구가 미역국을 끓여줘서 섭섭한 것은 없었어요. 여자친구는 아니고요, 같이 택배 상하차 알바하는 남자 동기예요. 저는 야간반, 그 친구는 오후반. 미역국은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식품이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나쁘지 않았어요. 편의점에서 파는 건 그런 게 좋거든요. 뭐든 나쁘진 않은 거. 깜짝 놀랄 만한 맛은 없지만, 최소한 나쁘진 않은 거. 그러면 된 거지,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엄마.

엄마 편지 읽고 나니까 저도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평소엔 하지 않았는데, 생일날 엄마 아빠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좀 묘하더라구요.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전 정말 엄마나 아빠에게 원망이나 섭섭한 마음 같은 게 없거든요. 어디에서 읽은 적 있는데, 부모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용서하는 거래요. 한데, 저는 그 말도 잘 이해되지 않더라구요. 용서하면 그 뒤엔 어찌해야 하는가? 그러면 그다음에 서로 잘 지내야 하는가? 저는 이해도 싫고 용서도 싫어요. 그냥 지금처럼 나쁘지만 않으면 돼요. 저는 지금 그런 상태거든요. 엄마도 그렇게 되시길 바랄게요. 저에게도, 아빠에게도.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엄마. 그리고 제 여자친구나 결혼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엄마 아빠 때는 그래도 결혼도 해보고 이혼도 해보고 그랬지만, 우리는… 아마 안 될 거예요. 하지만 그래서 엄마 걱정하는 나쁜 일도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된 거죠,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 건강하시고요. 엄마도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요.

진만은 자신이 쓴 답장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진만은 그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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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은 자연재해인가, 인공지진인가. 스위스지진학서비스는 이를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지진이 일어난 위치와 시간, 주요한 메커니즘, 인간 활동과 관련성을 통해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식 사업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와 500m 떨어진 곳, 지하 3.2㎞에서 발생했다. 인근에 설치한 계측기에는 6차례의 전진이 관측됐다. 지열발전소와 200여m 떨어진 곳, 땅밑 4㎞ 부근으로 주입정과 생산정 사이로 추정되는 위치다.

지난해 11월15일 오후 규모 5.4의 본진은 얼었던 땅이 녹을 때 발생했다. 올해 2월11일 발생한 규모 4.6의 지진도 추위가 누그러질 무렵 일어났다. 겨울 동안 발생한 대부분의 여진도 물과 얼음의 상태 변화가 활발한 밤과 오전에 발생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단층 지대로 물을 유입시키면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하여 단층이 쉽게 깨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지질조사국의 과학자들은 빙하가 녹을 때 녹은 얼음의 부피를 측정해 얼음의 감소가 지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할 때마다 지진이 일어났고 지난 2년간 63회의 유발 지진이 관측됐다. 본진 당시 현지 주민은 논밭에서 물이 끓으며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진앙을 중심으로 2~3㎞ 내 100여곳에서 액상화 흔적이 확인됐고 논 흙과 다른 고운 흙이 논바닥 곳곳에 나타났다. 여진이 잦아들던 추세에서 지난해 12월24일 비가 온 다음날 규모 3.5와 2.1로 재발했고 포항 지진으로 동공이 9개가 발견된 이후 40여개가 추가로 발견된 것도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 저수지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민기복 서울대 교수는 주입 기간 동안 지진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대량의 물을 주입한 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입하는 시기보다 닫은 상태에서 미소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암석이 응력을 받아 균열이 발생해 체적이 증가하는 현상을 다일레이턴시라고 한다. 다일레이턴시가 발달할수록 물이 균열을 메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증대한다.

수년간 수천t의 액체를 주입한 후 지진이 발생한 미국과 달리 포항은 적은 양의 물을 넣었기에 연관성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스위스 바젤 사태 이후 심부지열사업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경각심을 갖고 안전규정을 마련했지만 지열발전을 처음 시도한 우리나라는 아무런 규제도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밀조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열발전 측의 협력이 긴요하다.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연관성을 부인했던 넥스지오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책사업 주관 기관의 자료 파기와 예산의 전용이 우려되는 만큼 특별 감사가 시급하다.

<이수열 | 포항장흥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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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 개혁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미래 사회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자기 관리, 지식정보 처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핵심 역량을 적용한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입시제도 개선 요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올해 8월 말까지 발표해야 하는데, 이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의 입시제도 개선을 예로 들며 객관식 시험 폐지, 대입 시험에서 논술형 시험 도입 등 급격한 변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가 살펴본 일본 입시 개혁의 실상은 이와 다르며 일본 교육당국 역시 입시 개혁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고교 교육, 대학 교육,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대학 입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고대접속개혁’을 중앙교육위원회 답신(2014년 12월22일)에서 제언했다. 이 답신에서 2020학년도부터 대학입학센터시험(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 해당)을 폐지하고 새로운 시험을 도입한다고 했다.

이 발표 후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객관식 시험인 센터시험은 완전히 폐지되고 전면적으로 논술형 시험을 도입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험인 ‘대학입학 공통테스트’는 실제로 객관식 문항이 폐지되는 것도 아니고 출제 과목이 완전히 바뀌는 것도 아니며 논술형 시험이 전면 도입되는 것도 아니다. 지식·기능 위주의 문항에서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을 중심으로 평가 내용이 바뀌고, 객관식 문항은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국어와 수학에서만 논술형이 아닌 조건부 서술형 문항이 각각 3개씩 출제될 예정이다.

작년 11월 입시센터가 주관한 예비 시행에서 국어는 25자, 50자, 120자로 기술하는 조건부 서술형 문항이 출제되었다.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을 평가한다는 시행의 목적을 고려할 때 논술형 평가가 적합하나, 국가 단위의 대규모 평가에서 단기간에 50만~60만명의 답안을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채점하기는 쉽지 않아 조건부 서술형 문항을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예비 시행에서는 국어 7만명, 수학 6만명의 서술형 답안 채점에 민간의 전문 채점 업체를 활용했다. 약 1000명의 채점위원이 동원되어 2주일에 걸쳐 채점했다고 한다. 본 시험에서 50만명을 채점하려면 단순히 계산해도 7000명 이상의 채점위원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기술하는 서술형 문항으로 하지 않고 조건부 서술형 문항으로 하는 것은 채점위원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채점을 하게 되면 그룹별로 채점의 차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입학 공통테스트의 두 번째 큰 변화는 영어에서 말하기, 쓰기가 포함된 언어 4기능 시험이 도입된다는 것이다. 2020학년도 시험부터 4년간은 대학입학 공통테스트의 영어 과목을, 언어 4기능을 측정하는 민간 시험과 함께 대입에 반영하며, 그 이후에는 민간 시험으로 전면 전환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학에서 언어 4기능을 포함한 민간 시험을 이용하는 경우 일본영어검정협회에서 실시하는 영검과 TEAP의 시험을 90% 이상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영어 교육을 위해서는 말하기와 쓰기를 포함한 언어 4기능을 측정하는 시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입 시험을 개혁하려 하는 일본에서도 서술형 문항의 도입에 있어 전면적인 논술형이 아닌 조건부 서술형을 도입하려 하며,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 차례의 예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입시 개혁을 기존 입시제도의 전면적 변화, 논술형 시험의 전면적 실시 등으로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입시정책을 바꾸어가고자 한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사회의 인재에게 요구되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논술형 시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대단위 채점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조건부 서술형 문항부터 단계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수능에서 서술형, 논술형 시험 도입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평가 맥락 및 학교 현장 여건을 고려해, 채점의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등 국내 교육 현실에 맞춘 연구를 거쳐 순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용백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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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경제학 우스개 이야기 중에서 이런 것이 있다. 수학자, 회계사, 경제학자를 불러 놓고 채용시험을 보게 되었다. 

먼저 수학자에게 물었다. “2 더하기 2는 얼마입니까?” “4입니다.” “정말 4가 맞습니까?” “당연히 4입니다.” 수학자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음으로 회계사를 불러서 물었더니 역시 4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를 불러서 같은 질문을 했더니 그 경제학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면접실의 문을 닫아걸고, 창문을 블라인드로 가리고 면접관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귓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몇이기를 바라십니까?”

물론 이 우스개는 경제학자들이 미리 만들어진 결론을 통계 수치를 이용해서 합리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통 통계는 어떤 일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또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사람을 속이는 데도 아주 효과적일 수 있다.

얼마 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의 80%가 학생부종합전형을 반대하는데 교사들은 80%가 찬성한다”고 발언해서 논란이 되었다. 

이 발언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국민의당 송기석 전 의원이 지난해 6월19일부터 21일까지 16세부터 69세 이하의 성인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였다. 이 통계자료를 근거로 송 전 의원은 대입제도 개선방향에 교육전문가, 교원, 대학 측의 요구만 반영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일반 국민의 인식과 요구를 더욱 중요하게 반영하여 수능 정시전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 조사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조사 대상이 16세에서 69세까지의 광범위한 연령대의 성인 남녀들이었기 때문에 학종 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경험이나 이해 없이 단순한 인상비평 차원의 답을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결국 수능 확대라는 결론을 위해서 교육전문가들이자 책임자들인 교사들의 80% 찬성 의견을 무시하고 교육정책을 여론에 의존하자는 포퓰리즘 주장을 한 것이었다. 

중병에 걸린 환자를 의사의 판단이 아닌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치료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다른 통계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대입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으로 응답자의 26.7%가 ‘특기·적성’을 꼽았다. 다음으로 인성·봉사활동(25.9%), 수능 성적(24.4%), 고교 내신 성적(13.0%), 글쓰기·논술(4.3%), 면접(2.5%), 동아리활동 등 교내활동(2.5%), 경시대회 등 수상실적(0.5%), 기타(0.5%) 순이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선호한 입시 평가요소 1·2위인 적성과 인성 부분은 학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앞서 조 교육감이 언급했던 국민의 80%가 반대했다는 것은 결국 학종이라는 제도를 잘 모르고 응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 교육감이 교사나 교육전문가들의 논의가 아닌 일반 여론조사에 기반을 둬서 입시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통계를 언급한 것은 아니었기를 바라지만, 조만간 있을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기대어 선거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교육대통령이라고도 하는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을 다루는 자리다. 교육을 저잣거리에 내놓고 흥정해 팔지는 않기를 바란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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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주간지 ‘타임’은 북유럽의 작은 나라 노르웨이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을 누르고 종합 1위의 성과를 거둔 비결을 소개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노르웨이는 24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미국의 절반 수준인 109명의 선수를 파견하고도 미국이 따낸 23개 메달보다 많은 총 3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타임은 노르웨이가 거둔 성과의 비결은 천혜의 자원으로 눈이 많고, 무료로 보편적인 의료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재능을 지닌 어린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13세 미만의 유소년 스포츠팀 선수들에게는 어떠한 점수기록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비결이라고 했다.

노르웨이의 마리트 비에르겐은 2018년 동계 올림픽 알펜시아 크로스 컨트리 여자 30km크로스 컨트리 매스 스타트의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유소년 선수들은 스포츠와 경기를 통해 보다 많은 것을 익히고, 자기개발과 함께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운다. 점수기록이 없으므로 오랜 기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는 12세 이하 유소년에게 챔피언이란 수식어는 따라붙지 않는다. 경쟁이 없으니 스포츠는 당연히 협동심을 배우고, 승부를 떠나 서로를 격려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노르웨이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선영이 속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우리가 실망했던 것도 결국은 경기 결과가 아닌 팀 분위기였다.

한국 사회는 삶의 가치로 경쟁과 성공을 꼽는다. 무한경쟁의 치열함 속으로 아이들을 집어넣고, 자신들도 그 치열함 속으로 뛰어드는 우리의 모습은 불나방 같은 느낌이다. 이제는 경쟁의 피로도를 낮춘, 서로 격려하고 협동하는 문화메달을 목에 걸어보자.

<엄치용 한국기초과학지원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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