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에 해당되는 글 1603건

  1. 2016.02.24 [녹색세상]에너지 권력이 문제다
  2. 2016.02.24 [여적]장관의 눈물
  3. 2016.02.22 [정윤수의 오프사이드]반상의 ‘알파고’,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다 (1)
  4. 2016.02.22 [시론]테러방지법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5. 2016.02.22 [사설]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가 폭로한 산재 은폐와 비리
  6. 2016.02.21 [사설]노조 파괴 길 터준 대법원, 인적 구성 다양화해야
  7. 2016.02.19 [사설]쉬운 ‘노조파괴’ 길 터준 대법원 발레오전장 판결 (1)
  8. 2016.02.18 [사설]간접고용 빠진 비정규직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9. 2016.02.17 [기고]수공예업계 현실과 안 맞는 노동법
  10. 2016.02.15 [정동칼럼]총장 잃은 국립대학들
  11. 2016.02.15 [사설]대기업 주도 직업훈련, ‘편법 파견’ 변질 차단 장치가 없다
  12. 2016.02.14 [사설]OECD도 청년층-고령층 일자리 대체효과 없다는데
  13. 2016.02.12 [기자메모]‘친일인명사전’에 제동 그때그때 다른 교육부
  14. 2016.02.11 [시대의 창]에너지 합의가 필요하다
  15. 2016.02.11 [최희원의 보안세상]위치추적기와 프라이버시
  16. 2016.02.11 [사설]개성공단 협력업체 12만 노동자의 피해 사소하지 않다
  17. 2016.02.10 [기고]‘발등에 불’ 사용후핵연료 관리
  18. 2016.02.10 [오민규의 노동과 삶]‘헬 제조업’ 만들 파견법 개악
  19. 2016.02.10 [사설]청년 파견 노동자를 실명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묻는다
  20. 2016.02.03 [녹색세상]환경에서 멀어진 환경부

미국의 에너지 석학 에머리 로빈스가 쓴 책 <불의 재창조>(reinventing fire) 서문에는 이런 글귀가 등장한다. “상상해 보라. 모든 공포에서 해방된 에너지를. 기후변화, 기름유출 사고, 광부들의 죽음, 매캐한 공기, 황무지로 변한 땅, 야생동식물 멸종, 에너지 빈곤, 석유 전쟁, 폭압, 테러리스트,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고갈되거나 차단되지 않는, 그리하여 누구든지 영원히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고 접근 가능한 그런 에너지를.” 로빈스가 말하는 에너지는 아래에서 파낸 과거의 불과 달리, 위에서 흐르며 어디서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새로운 불, 바로 햇빛과 바람이다. 새로운 불에는 효율을 개선해 아낀 에너지도 포함된다.

로빈스의 책이 주목을 받던 2011년, 에너지정책 분야의 한 저명 학술지에는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의 100%를 바람, 물, 햇빛만으로 공급할 수 있음을 논증한 논문 한 편이 실렸다. 논문 저자 스탠퍼드대학 마크 제이콥슨 교수는 장단점이 다른 재생에너지들을 연계해서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석탄과 원자력 없이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그가 발표한 새 논문은 보다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이용은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연간 약 6000억달러의 의료비용과 3조3000억달러의 지구온난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성 면에서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이 금액을 환산하면 미국인 1인당 매년 약 8300달러에 상당하는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100% 재생에너지’ 시나리오의 원조는 유럽이다. 1975년 사이언스지에 이 개념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덴마크의 물리학자 벤트 쇠렌센이었다. 독일에서는 2010년 다큐멘터리영화 <4차 혁명>이 개봉되면서 ‘100% 재생에너지 사회’ 개념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는 무함마드 유누스, 헤르만 셰어 같은 저명인사들이 등장해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역설한다. 영화 <4차 혁명>은 태양광 사업가, 예술서적 출판업자, 발도르프 학교 종사자 등 150여명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비를 마련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과 올랑드 대통령이 축하하고 있다_AP연합뉴스

작년 말 타결된 파리협정은 ‘100% 재생에너지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하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새로 설치되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석탄, 천연가스, 석유를 모두 합친 양을 앞질렀으며 이 추세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부터, 이미 승자와 패자는 가려진 상태였다. 2030년이 되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화석연료 신규 설비용량의 4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는 이미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 재생에너지 기업의 연간 매출은 1300억유로를 넘어섰고 매년 300억유로에 상당하는 화석연료 수입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는 약 100만개,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스페인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3억2600만t이다. 유럽에서 1인당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세계 평균의 3배까지 증가한 데는 ‘시민 중심’과 ‘공동체 기반’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흔들림 없이 추구해온 덕이 컸다.

유럽에서 에너지 권력은 거대 에너지기업에서 시민들이 모인 개미군단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2015년 독일의 에너지협동조합 수는 800여개, 유럽 전역에서는 2400개가 넘는다. 150여개 지역과 도시가 참여하는 독일의 ‘100% 재생에너지 동맹’은 에너지 주권은 시민에게 있다는 ‘시민 에너지’ 개념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100% 재생에너지 사회’의 장애물은 기술과 경제성이 아니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의 결핍, 다시 말해서 화석연료와 원자력산업의 로비를 뚫고 에너지 권력을 시민에게 되돌려주고자 하는 정치세력의 부재에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다시 에너지 민주주의의 의미를 생각하는 이유다.


안병옥 | 기후변화행동연구소·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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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은 위선자의 거짓눈물을 뜻하는 말이다.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 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전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악어는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눈물이 나올 뿐이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임시국회에 꼭 노동개혁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다 눈물을 흘렸다. 그는 “파견직이라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달라는 어려운 분들의 절박한 요구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감정에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눈물을 내비쳤다. 이 장관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노동자들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뿌리산업에까지 파견이 확대되고 55세 이상 노동자들 파견이 전면 허용되면 과연 노동자에게 희망이 열릴까. 이 장관은 불법파견이 합법파견이 되면 3~6개월마다 파견노동자를 교체하던 편법 대신 2년간 안정된 파견 고용이 정착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기업 주문 물량이 하루단위로 달라지는데 파견노동자를 2년간 한자리에 계속 고용할 여력이 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 파견규제가 풀리면 멀쩡한 일자리도 파견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게 기업의 속성이라는 것을 이 장관은 정말 모르고 있을까.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_연합뉴스

2011년 12월 이탈리아의 엘자 포르네로 노동사회정책부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노동자헌장 18조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다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눈물이 나오게 만든 것이다. ‘포르네로법’의 통과로 이탈리아는 지금 부당해고를 해도 복직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해고의 천국’이 됐다. 박근혜 정부가 목매고 있는 파견법은 대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경기변동성 부담을 맨 밑바닥의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법일 뿐이다. 이 장관의 눈물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대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나온 것으로 믿고 싶다. 쉬운 해고를 ‘공정해고’라 하고, 파견법을 ‘중장년일자리 창출법’이라고 속이며 흘리는 눈물이라면 악어의 눈물로 볼 수밖에 없다.


강진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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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터미네이터2>의 첫 장면. 202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폐허가 된 놀이터가 보인다. 아이들이 타고 놀던 미끄럼틀이나 세발자전거는 잔혹하게 일그러져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화면 밖에서 씨익 웃으며, 폐허의 놀이터에서 공허하게 흔들리는 철제 시소의 마찰음을 들려준다. 곧이어 기계 병사가 인간의 해골을 짓밟으며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다. 2029년이 영화의 배경이다. 고작 13년밖에 남지 않았다.

화성 탐사용 기계인간의 복수가 펼쳐지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이 시간적 배경이다, 3년 남았다. 우주선을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가 반란을 일으키는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2001년, 벌써 과거가 되었다.

모든 뛰어난 작품이 그렇듯이, 예술은 <칼의 노래>(김훈)처럼 과거를 다루든 <로드>(코맥 매카시)처럼 근미래를 다루든, 지금 이 순간, 오늘의 우리 삶에 대한 전언이다. 앞서 언급한 SF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로버트 하인라인의 신체 강탈이나 필립 K 딕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은 20세기 초강대국의 문명적 억압에 대한 저항의 상상력이다.

‘알파고’ 또한 그러하다. 오는 3월9일부터 15일까지, 인간계 최고수 이세돌 9단에게 맞서는 구글의 인공지능(AI) 말이다.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을 꺾은 알파고는 이 9단에게 한두 번 지더라도 그 과정의 복합성과 경우의 수를 모조리 계산해 더욱 강성해진 모습으로 도전하는 딥러닝 기술을 갖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이성과 상상력을 배우면서 동시에 뛰어넘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일차적인 감각 반응은 묵시록적 예언이다. 언젠가는 인간의 피조물이 스스로 타락천사가 되어 바벨탑을 거슬러 오른다는 것. 파국은 얼마 남지 않았고, 필멸은 인간의 운명이 되고 마는가?

사실 이런 상상력이란 아주 건강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합적으로는 강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약한 인간은 인류의 시원에서부터 이 같은 상상력의 드라마를 써왔다. 소포클레스는 제 눈을 훼손하며 성 밖으로 걸어나가는 오이디푸스를 통해 무한한 권능과 명예에 자만하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다수의 공학자들은 산업혁명의 기계들이나 20세기 모더니즘의 자동차가 그렇듯이 알파고 같은 기계도 결국 새로운 산업이자 인간의 확장된 능력이며, 심지어는 예술적 상상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 우리 손에 탑재된 스마트폰처럼 말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전이 시사하는 바 역시 그러하다. 인간의 능력이 무한해 결국 기계를 잘 활용할 것이라는 상식 수준의 낙관론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 9단이 알파고를 물리쳤다 해서 과도하게 환호할 일도 아니며, 설령 졌다 해도 그게 무슨 문명의 불안과 위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둘은 이분법의 적대자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19세기 이후 근대 스포츠는 이 모더니즘의 화두,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풀어왔다. 1878년 처음 도입된 심판의 호각 소리를 시작으로 각종 스포츠용품과 스포츠과학이 인간 능력을 극대화했고, 오늘날에는 첨단 소재 유니폼이나 골라인 판독기술 ‘호크아이’가 인간이 벌이는 초월적 욕망의 중요한 보조재로 쓰이고 있다.

녹내장 수술 후 국제축구연맹(FIFA)의 허가를 얻어 고글을 쓰고 뛴 에드가 다비즈, 무려 12년 가까이 첼시에서 뛰는 바람에 아스널로 이적한 후에도 습관처럼 첼시 라커룸에 들어갈 뻔했던 체흐 골키퍼의 헤드기어는 그 선수들의 상징으로 통한다. 아마 지금도 어떤 선수는 콘택트 렌즈를 끼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무릎에 철심을 박아넣기도 했을 것이다.

의지의 화신에서 살인범으로 추락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를 기억해보자.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 1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단에 따라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은 물론 런던 올림픽 때 남아공 1600m 계주팀 명단에 올랐다.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해 400m에서 준결승까지 올랐다.

한편 지난 4일, 독일의 장애인 멀리뛰기 선수 마르쿠스 렘이 8월의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선언했다. 15살 때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고 탄소섬유 의족을 착용한 렘의 기록은 최고 8.40m. 20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마이클 파웰의 1991년 기록 8.95m에는 못 미치지만 그렉 러더퍼드의 런던 올림픽 금메달 기록(8.31m)보다 뛰어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렘 선수의 의족 탄성이 기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 논란은 2019년이나 2029년의 스포츠, 나아가 인류의 물질적 삶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적 능력 및 그 상상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근미래에 부상으로 은퇴했던 선수가 터미네이터처럼 티타늄 합금 수술을 받고 복귀할 때, 그의 콘택트 렌즈는 허용하면서 그 다리는 불허할 것인가,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이 질문에 대한 진공의 답은 없다. 당대 삶의 조건과 문명적 성찰 속에서 인간이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제출된 수많은 답변 중에서 당대의 인류가 승인할 수 있는 것을 채택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근미래의 파국을 다룬 소설 <로드>에서 매카시는 이렇게 썼다. ‘그들은 계속 걸었다. 바퀴를 돌리는 쥐처럼 죽은 세계를 밟고 나아갔다.’ 알파고는 지금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윤수의 오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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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애플이 미국 샌버나디노 지역 총기살해범의 아이폰에 대한 FBI의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보통 영장은 범죄 발생 및 연관의 개연성이 있으면 발부되는데 이 사건은 이미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고 IS와의 연관성도 밝혀져 이 아이폰에는 앞으로의 미국 내 테러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정보 다수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법원은 이에 따라 당연히 협조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거부하고 있다. 애플에 아이폰 정보를 빼달라는 것도 아니고 FBI가 합법적인 암호 풀기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정도의 협조 명령인데도 애플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만 소송에나 가야 해결될 판국이다. 미국은 9·11을 거치며 테러방지법에 해당하는 애국자법(PATRIOT)을 통과시켰음에도 인권과 테러방지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다른 나라들도 테러방지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테러방지법은 외국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의 문제는, 첫째 대외 정보 수사기관인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이고, 둘째 대테러수사에 대한 인권보호 규제들을 위험한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16일 고객에게 보낸 서한 중_경향DB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은 국정원 산하에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신설하고 이 센터가 국내 정보 수집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테러’는 정의상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인도 항상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국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원이 원활하게 국가안보를 지키는 대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비밀성과 예산을 보장해주었는데 그 비밀성과 예산이 국민을 상대로 남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CIA도 대외정보 수집만을 하도록 돼있고 애국자법이 이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부시정부가 임의로 달라졌다고 해석했다가 2015년 위헌판정을 받았다.) 샌버나디노 수사도 예산과 통제가 불투명한 CIA가 아닌 국내 수사기관인 FBI가 진행하고 있다.

또 애국자법이 프리즘프로그램 등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이 역시 영장주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서 인권보호 절차들이 쉽사리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위헌판정을 받은 무작위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도 형식적으로 외국첩보법원의 승인을 받은 것이었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은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긴급을 요할 때에는 전화 또는 전산망을 통해 약식으로 설명하고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써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절차 등을 밟아 정보수집 및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 뜻은 불분명하지만 현행 통비법의 절차가 엄연히 있는데 테러방지법에서 다시 ‘긴급하면 전화로 설명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정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테러방지법에 끼워서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감청설비의무화법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업체들에도 모두 적용한다는 것인데 세계에서 유일한 법률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감청설비의무는 도로 위 아래의 전봇대 터널 등의 국가기간시설을 직접 이용하고 있는 망사업자들에 반대급부로 부과될 뿐이다. 다양한 통신 SW를 개발해 그 망을 이용하는 인터넷 업체들에는 그런 의무를 부과할 헌법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학교, 교회, 동창회 등에 홈피를 운영한다고 해서 국가감청요원이 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인터넷 업체들에 감청설비의무란 이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암호화 통신을 무력화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결국 수사기관에 복호화키를 주거나 사업자들이 복호화해서 내용을 넘겨주는 수밖에 없는데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 후자의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애플과 미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공방 자체가 나올 수 없게 돼있다.


박경신 |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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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로 사내하청업체가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소문만 무성했던 조선업계의 원·하청 간 ‘검은 공생’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어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 임직원들이 폐업한 사내하청업체 사장들에게 보낸 낯 뜨거운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주로 원청업체의 부당한 갑질을 폭로하겠다고 한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한번만 봐 달라’며 읍소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들로부터 문자를 받은 한 사내하청업체 사장은 최근 울산지검에 출두해 원청으로부터 산업재해 은폐를 지시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2012년 대조립부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가 무릎연골 파열로 48주의 큰 부상을 입었는데도 원청에서 담당 상무보의 승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산재 은폐를 제의했다는 것이다. 원청의 눈 밖에 나면 안되는 하청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사고는 산재 대신 일반사고로 처리됐고 병원비는 고스란히 하청업체나 개인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식 등록업체가 아닌 다른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도급비를 받는 ‘물량팀’은 사정이 더 열악했다. 매달 도급비 중 500만~600만원씩을 원청 직원에게 상납하는가 하면 도급비를 정산하면서 작업 1시간당 1만원을 떼이기도 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에 따라 각종 산재 위험에 쉽게 노출되면서도 산재보험의 혜택도 못 받고 원·하청업체 간 중간착취로 인해 정당한 임금도 지급받을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의 산업재해 은폐의혹 106건 유형_경향DB


한국조선해양플랜트산업 협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국내 조선업 종사자 18만3000명 중 하청 소속 노동자는 62%인 11만4000여명에 달한다. 국내 조선업계가 60%가 넘는 하청 노동자의 중층적인 착취구조를 토대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하청업체들은 이 같은 착취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안전관리비용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 노동부의 특별감독에도 불구하고 대형 조선소에서 해마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현 대중은 이번 사건을 추가 보상금을 노린 폐업 업체의 무책임한 폭로로 몰아가거나 일부 임직원들의 비리라고 ‘꼬리 자르기’를 해서는 안된다. 이번에 폭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정부 역시 현대중에서 곪아 터진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착취 비리를 계기로 중소 제조업체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따른 만성적인 인력난에 대해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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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발레오전장 노조 조직형태변경 무효확인소송에서 또다시 1, 2심을 뒤집고 사용자에 유리한 판결을 한 이후 노동계에서는 더 이상 대법원에 기대할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관 인적 구성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원합의체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돼 박근혜 정부 들어 심화된 대법원의 보수화는 이미 친사용자 성향을 넘어 노동법의 정신을 파괴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우월적 힘을 가진 사용자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법규로서 노동법의 특수성에 대한 대법원의 무시는 2013년 12월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대법원 다수의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서 민법상 원리인 ‘신의칙’을 들어 과거 3년치 미지급 통상임금을 떼먹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줬다. 손쉬운 ‘노조 파괴’의 발판을 마련해준 이번 발레오전장 노조 조직형태변경 판결 역시 대법원은 민법의 원리로 노조법의 취지를 뒤흔드는 판결을 했다. 대법관들은 노조로서 지위가 없는 산별노조·지부에까지 조직형태변경권을 인정할 경우 산별노조의 존립근거가 흔들린다는 점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13명의 대법관 중 8명이 ‘노조에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사용자단체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했다.


대법원이 이처럼 사용자에 현격히 기울어진 판결을 내리고 있는 현상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관들이 서울대 법대를 나온 50대 남성 엘리트 경력법관 일색으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비서울대에 여성인 박보영 대법관도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뒤집고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에도 사용자 편을 들어줬다.

통상임금과 발레오전장 사건에서 모두 소수의견을 제시한 이는 이인복·이상훈 대법관뿐이다. 이들은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제청돼 각각 올해 9월과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1년 후면 13명의 대법관 모두 노동계에서 ‘저승사자’로 통하는 양 대법원장이 제청한 인사로 채워지는 것이다. 노동부가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최고 법원마저 노동법을 무시하고 사용자를 대변하는 대법관 일색이라면 이 사회의 건강성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에 절망의 법원이 돼버린 대법원 인적구성의 다양화는 이제 대법원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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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어제 독자적 노사 교섭 권한이 없는 산업별노조의 지부·지회도 어느 정도 독립성만 인정되면 상급단체의 위임 없이도 자유롭게 조직형태를 기업별노조로 바꿀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외형상 단결권의 주체인 노동자의 자율성을 존중한 듯 보이지만 결국 산별노조의 조직기반을 흔들어 노조 단결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별노조는 노동자들의 초기업적 연대를 통해 노동자의 단결권을 강화하는 조직형태이다. 산별노조가 만들어지면 사용자 입장에서 기업별노조에 비해 노조를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군사정권이 산별노조를 법으로 금지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노동조합법 16조는 노조 총회의 결의를 통해 조직력 이탈 없이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로 쉽게 전환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거꾸로 산별노조 지부·지회 자체 결의만으로 기업별노조로 변경할 수 있는 조항으로 변질시켰다. 더구나 노조도 아니고 독자적 교섭 권한이 없는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민법상 비법인 사단의 성격만 가지면 노조의 조직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노조의 실질을 갖추지 못한 산별노조 지부·지회에 조직형태 변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산별노조 지부·지회는 조직형태 변경 권한이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조합원들을 탈퇴시켜 친기업별노조를 다수 노조로 만들더라도 산별노조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지부·지회 조합원들만 매수하거나 회유·협박을 통해 과반을 확보하면 부담스러운 산별노조를 통제가 쉬운 기업별노조로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산별노조가 보유한 재산도 고스란히 기업별노조로 넘어가고 종전 산별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도 개악될 수 있다. 한마디로 쉬운 ‘노조파괴’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발레오전장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 역시 노조파괴와 직결돼 있다. 발레오전장 노조의 경우 2009년 금속노조 지회가 경비노동자 외주화에 반대한 파업으로 지도부 구속 후 조직력이 약화된 사이 한 조합원 모임이 중심이 돼 기업별노조로 변경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노조파괴 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과 자문계약을 맺고 조직형태 변경에 간여한 혐의가 드러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판결은 사용자의 지배·개입하에 있는 노동자단체까지 조직형태 변경 권한을 준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건 대법 판결이 부당노동행위 결과물인 조직형태 변경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에서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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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제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노동자 1만5262명을 내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또 기간제 노동자 규모를 공공기관은 정원의 5%, 지방공기업은 8%를 넘지 못하도록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이 앞장서 구체적으로 시기와 인원까지 못 박아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을 일정 비율로 묶기로 한 것은 잘한 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만 포함되고 용역, 도급, 위탁형식의 간접고용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이 ‘간접고용의 눈물’ 시리즈에서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공공부문 직원 수를 분석한 결과 정규직은 3.4% 증가한 반면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12.4%,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18.7% 증가했다. 공공기관이 정원·인건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신규 고용을 주로 간접고용에 의존해 생긴 결과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 문제의 핵심이 간접고용 해소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직접고용 비정규직만 줄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원의 5~8%로 묶겠다는 목표 역시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빠지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전체 인력의 87%를 용역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좋은 사례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을 목표관리 내로 줄이더라도 공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목표관리비율을 의식해 그나마 직접고용으로 뽑을 수 있는 비정규직을 간접고용으로 대체하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결국 간접고용 문제가 빠진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기간제 등 비정규직 7만4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자랑하지만 간접고용 규모가 2012년 11만641명에서 2014년 11만3890명으로 증가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이제라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간접고용, 직접고용 구분 없이 상시·필요 업무는 모두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성과 효율성 위주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방식은 물론 비현실적인 기관별 정원을 실제 상시 필요 인력에 맞게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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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관련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지연되자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와 국민에게 호소 반, 위협 반 하는 것을 보면서 수공예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수공예업체에는 현행 노동법은 물론 개정 노동법도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화융성, 문화중흥을 국정 지표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융성의 근간이 되고 있는 수공예(가내 수공업 전체가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업계에 대해서는 전혀 그 대책을 세워주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수년 내에 이 땅의 수공예 업체는 거의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현재 수공예 업체는 거의 본인 또는 가족 등 1~3인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비롯해 주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각종 노동 관련 법들은 대·중소기업에나 적용하는 법이지 가내 수공예, 수공업 업체에는 적용키 어렵다. 수공예업의 특성상 이 법에 매이다 보면, 운영 자체가 어렵다. 아예 문을 닫으라는 말과 같다.

우선 법대로 4대 보험 업무처리를 하려면 경리직원을 둬야 하는데, 열악한 환경의 현장에 경리직이 와서 근무해 줄 리 만무하다.

광주요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 전통 생활도자에 현대 작가의 감성과 감각을 더해 만든 수공예 도예 식기_경향DB

또 일의 특성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주문량을 맞추려다 보면 근무 형태가 들쭉날쭉하기 마련이다. 기계적으로 주5일 근무를 고수하다 보면 생산량이 거의 반 토막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 예를 들어 나전칠기, 전통옹기, 도자기, 왕골 등 초고공예, 천연염색 등에서는 작업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좋은 작품이 생산되는데 국경일 빼고 토·일요일 빼고 직원(주로 제자) 개인 사정상 1~2일 빠지고 나면 일하는 시간보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더 많은데 어떻게 수익을 맞출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없고, 노동법 준수를 기피할 수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지경에 빠져 있는 게 오늘의 수공예, 수공업 현장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현장 근무자는 거의 50~60대이고, 젊은이들은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특히 수공예는 대한민국 수천년 역사 속에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민족의 얼과 혼이 가득 담겨 있는 보물이요, 후손에게 남겨줄 문화유산이며 문화재다. 한데 관계기관에선 이러한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정부에서 수공예 분야의 특성을 감안해 특단의 보호 조치를 내려주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그리고 과거 노동법이나 현행 개정 노동법에도 수공예, 공업 분야의 종사자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과 같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칠용 | 한국근대공예문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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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국공립대학의 총장 직선제를 허용한다. 법 제24조 3항에 따라 “1. 추천위원회에서의 선정 2.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 중에 선택하여 총장후보자를 정하며, 후자가 통상 말하는 직선제이다. 대통령은 그동안 대학이 뽑은 1순위 총장후보자를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곧바로 임용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재정 지원 등을 악용해 국공립대의 직선제 포기를 강제했고, 현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경북대·한국방송대·공주대·전주교대 등에서 간선제로 뽑은 총장후보자의 임용추천마저 사유도 없이 거부하고 있다. 공주대는 정부가 1, 2심 재판을 거푸 지고도 버티는가 하면, 순천대는 2순위 후보자가 임용되었고, 충남대는 아예 후보자 2인을 무순위로 올려야 했다. 부산대는 직선제를 지킨 끝에 총장임용이 막막한 상태에서 교수와 동문이 깎인 예산을 위해 모금에 나섰고, 해양대는 직선제를 놓고 정부와 대학 구성원 사이에 낀 총장이 스스로 교육부에 직무정지를 요청해 직무대행 체제가 되는 등 우리의 고등교육이 표류 중이다.

지난해 8월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목숨을 던진 후 국공립대의 직선제를 살리려는 싸움에 직면한 교육부는 12월에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정부는 대통령의 임용권을 앞세워 총장이 선출직 아닌 임용직이라고 강변한다.

교육공무원법의 직선제 허용이 헌법 제31조 4항(“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에 근거함을 까맣게 잊었다. 법률 개정 계획도 밝힘으로써 헌정 질서를 정부가 부정한다.


지난 2월1일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 입법예고로 현실화된 ‘보완 방안’은 낯선 신조어의 기발한 사용이 압권이다. 우선 총장 직선제를 느닷없이 ‘교원합의제’라는 신조어로 부른다. 법조문을 교묘히 왜곡해 직선제가 교수끼리 총장을 뽑는 제도라는 인상을 조장한다. 하지만 국립대학의 직원도 직선제하에서 선거에 참여해왔다. 민주화의 상징인 직선제를 깎아내리자니 신조어가 필요했겠지만, 정부의 한결같은 인식은 직선제가 교수끼리 해먹는 짓이다.

또 총장 간선제에 ‘대학구성원참여제’라는 묘한 명칭을 붙여 ‘교원합의제’보다 민주적 제도인 것처럼 호도하며, 현재 방식을 ‘정부주도 대학구성원참여제’, 새 방안을 ‘대학자율 대학구성원참여제’로 부른다. 명칭과 달리 새 방안도 정부의 자의적 간섭이 넘친다. 가령 총장추천위에 외부 인사를 ‘25% 이상’ 넣는 교육공무원임용령을 ‘10% 이상’으로 바꿔 학내 구성원 참여를 확대한다지만, 특정 구성원이 전체의 80%를 못 넘게 교원 70%, 직원과 학생 20%를 제시한다. 교수의 비중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 반면에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한다며 밀어붙였던 외부 인사(자격 요건 규정도 없었다)의 비율을 갑자기 크게 줄이는 정책 전환의 타당성은 설명하지 못한다.

함정은 또 많다. 교육공무원임용령은 총장추천위 규모를 “해당 대학이 정하는 바에 따라 10명 이상 50명 이하”로 규정한다. 국립대학은 외부 인사, 학생, 직원, 각 단과대학 교수가 고루 참여하도록 추천위를 대개 법정 상한선 50명으로 해왔다. 새 방안은 추천위를 대학 규모에 따라 10~20% 확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첨부자료에서 교육부가 위촉한 자문위원회는 추천위의 적정한 조정을 건의한다. 그런데 2주 앞서 나온 교육부 보도자료는 자문위의 해당 건의가 효율적 활동을 위해 추천위를 “현행보다 축소 조정”함을 친절하게 밑줄까지 사용해 강조한다. 정작 임용령 개정안에는 교육부 장관이 대학 규모를 고려하여 “100분의 20의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해두었다. 수상쩍다.

간선제 방식에서 만약 총장추천위 숫자마저 줄이면 대학 구성원의 의사, 특히 평교수들의 뜻이 왜곡될 위험이 극히 높다. 그 점은 법인화 이후 간선제로 치른 2014년의 서울대 총장 선출과정(추천위 30명)의 심각한 파행이 잘 입증했다. 교육부는 미국 대학의 총장초빙위는 15명 이내라고 우기지만, 의견수렴과 후보 추천을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직접민주주의 방식인 ‘타운홀 미팅’까지 여는 숙의 과정을 싹 빼먹고 있다.

왜 정부는 대학에서 가장 책임과 권한이 큰 교수의 뜻을 한사코 꺾으려들까? 나도 이해당사자이니 말을 삼가야 옳겠지만, 교수사회가 때로 드러내는 미흡한 민주 역량을 핑계로 관료와 정치권력의 전횡을 정당화할 수는 결코 없다.

직선제와 간선제의 피상적 대립을 넘어 개방적인 대학 자치를 향한 자율적 노력이 국공립이건 사립이건 짓밟히고 있다.


김명환 |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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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고용디딤돌’ 사업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고용디딤돌 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불법파견을 우회하는 통로로 변질돼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 간접고용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어제 고용노동부가 밝힌 올해 고용디딤돌 사업계획을 보면 장밋빛 전망만 가득할 뿐 파견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혀 없다. 고용디딤돌 사업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청년들에게 유망 직종을 중심으로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까지 알선해주는 내용이다. 결국 직업훈련을 받은 청년들이 얼마나 양질의 직접고용으로 연결되느냐에 사업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디딤돌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11개 대기업과 17개 공공기관 등 총 28개 기업이다. 노동부는 17일부터 전국을 돌며 현대중공업, 삼성, 발전 4사, 마사회 등 7개 회사 1200명의 훈련생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참여업체가 제시한 조건을 보면 고용디딤돌 사업이 협력업체를 거쳐 원청의 채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육훈련이 용접·전기·도장·기계 등 주로 사내하청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에 집중돼 있는 데다 직접 고용될 것이라는 아무런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취업 희망을 갖고 힘들게 교육받은 청년들이 고작 인턴이나 열악한 조건의 협력업체에 취업한다면 ‘고용디딤돌’이라 하기 어렵다. 원청업체가 자신이 필요한 인력을 뽑아서 직무훈련을 시킨 뒤 하청업체에 보내면서 사용자로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불법파견이나 무분별한 외주화의 디딤돌로 변질될 뿐이다. 국가의 세금으로 보조금까지 지원되는 이 사업이 편법파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정부는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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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담화에서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금년 중 전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고용노동부와 민간 경영자단체 등이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여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 매출액 상위 17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 실시 계획이 없는 곳은 전체의 4분의 1뿐이었다.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일자리를 줄여 청년층에게 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령 노동자는 임금이 깎이는 데다 기존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한직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효과도 크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내놓은 ‘고령화시대 도전 과제’ 보고서에서 고령층 일자리를 줄이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주장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나이 먹을수록 일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은행은 정년 연장으로 고령층 노동공급이 증가해도 청년층과 고령층 간의 고용대체 관계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한국고용정보원도 청년층 선호 일자리와 고령층 일자리는 거의 중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고령층 고용이 줄면 청년층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주요국 장년층 실업률 대비 청년층 실업률_경향DB


그럼에도 정부는 청년 실업의 원인을 고령층의 정년 연장 탓으로 돌리고 있으니 무책임하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경제 규모를 키워 일자리를 늘려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연간 2124시간으로 OECD 2위이다.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로 고령층 일자리를 줄이는 근시안적 정책은 소비 위축과 빈곤화, 불평등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13%인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60년 40%로 급증한다. 급속히 늘어나는 고령층에 대한 대책은 청년 실업 대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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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중·고등학교 583개교에 배포하기로 한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교육부가 12일 예산 사용이 적절한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민간단체를 간접 지원하는 문제가 있어 책을 일괄적으로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은 4389명의 친일행적을 수록하고 있다. 그중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작곡가 안익태 등이 포함돼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일제강점기 공문서, 신문, 잡지 등 3000여종의 문헌자료와 250만건의 인물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만든 ‘사실’ 중심의 인물사전이다. 수록 대상자 유족 및 보수단체들이 ‘발행 또는 게재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0년 대법원은 최종 기각 판결을 내렸고 일부 유족이 제기한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각각 “<친일인명사전>은 특정 개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를 공정하게 기록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 “표현 내용이 진실하고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에서 8일 열린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친일인명사전이 공개되고 있다. 장지연 씨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실려있다._경향DB


교육부 역시 지난해 3월 ‘이달의 스승’을 선정하면서 민족문제연구소에 스승 후보 12명에 대한 행적 조회를 요청했다. 이때 연구소는 최규동의 친일행적 등 다수 인물의 행적에 의문이 있다고 확인해줬고 명단은 보류됐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교육부는 다시 연구소에 새로운 ‘이달의 스승’ 후보 3명에 대한 ‘친일행적 등 역사 및 사회적 논란 여부에 대한 검증’을 요청했다. 연구소는 ‘이달의 스승’ 사업 자체가 문제가 있으니 재고하라고 회신했다. 교육부는 그 ‘특정 단체’에 왜 ‘친일행적 조사’를 요청했나. 그 기관의 자료를 신뢰한다는 뜻 아닌가.

교육부 또한 특정 단체 지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 년 전 교육부가 논란의 한국사 교과서 발행회사인 교학사의 <교육법전> 구매에 억대의 예산을 썼다는 사실과 교육부 전직 고위 관료들의 친목단체가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교학사의 <한국사대사전> 판촉활동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뒷말을 낳기도 했다. 교육부의 앞뒤 안 맞는 행동이야말로 이해하기 어렵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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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는 대책 없이 방치되어 있는 장기 정책 과제들이 수두룩한데,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정책이다. 우리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가 넘고,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중화학공업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발생시키고 있는 온실가스의 약 90%는 에너지 소비로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이고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2위인 14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2월 파리에서 개최한 제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이루어진 파리협약은 화석연료시대의 종언을 알리고 있다.

기후변화당사국 187개국 중에서 160개국 이상이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계획을 이미 유엔에 제출하였으며, 이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8%에 대해서 감축 대상으로 삼겠다고 하는 것으로, 전 세계의 합의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본 총회에서는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낮추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매장된 화석연료의 80%는 지하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한마디로 탄소 시대의 종언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인류가 처한 상황과 국제적 맥락의 변화에 대해서는 생각을 공유하더라도 대안에 이르면 순식간에 첨예한 갈등으로 전환되고, 이것은 수십년 동안 에너지 문제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세우지 못하도록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다. 소위 ‘원자력 딜레마’이다. 원전 추가건설, 노후원전 폐기,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송전선로 건설 등 원자력을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장기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원전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단기적이고 초보적인 인식에 머물러 있다. 원자력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원자력이 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점을 내세운다.

원자력은 정말 항상 싼 에너지인가?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비용과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게 들어가는 온갖 비용을 고려했을 때도 정말 싼 에너지인가? 설사 기술이 안전하더라도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그 기술을 운용하는 사람과 조직이 재난을 불러온다. 걸핏하면 비리가 발견되는 조직과 인력을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원자력이 정말 안전한가? 원자력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지만 그것이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일인가? 독일은 에너지 합의에 도달하는 데 40년이 걸렸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탄소에너지에서 탈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원자력에 대한 찬반과 상관없이, 원자력이 항상 싸거나 안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자력에서 당장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원자력 딜레마’는 가짜 딜레마이다. 탄소에너지에서 탈피하되,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해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번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고, 이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지금 빨리 에너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환경과 안전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난 수십년의 원자력 딜레마가 증언하고 있듯이, 이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밀어붙이기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시민단체의 운동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에너지 합의가 필요하다. 시민단체의 불신과 반대, 갈등 증폭 원인은 에너지 미래의 시나리오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에너지 정책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손에 잡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독일은 에너지 합의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과 전력 도매가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3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석유 및 가스 가격 하락과 경기회복을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저탄소산업은 연 4% 성장해 관련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했다.

2015년 저먼 워치(German Watch)에서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평가대상국 58개국 중 55위에 머물고 있다. 아무 대책이 없다는 말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아직도 우리의 주요 에너지원은 석탄자원이고, 가까운 장래에 그것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다. 에너지 사용의 미래에 대한 선명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환경, 사회, 경제의 미래지향적 발전 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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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스토커에게 시달렸다. 스토커는 그녀의 전 남자친구로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출몰했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자동차에 GPS추적기를 심어놓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몇 자동차정비업소에 의뢰했지만 GPS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그 분야 전문가를 찾아가서야 GPS를 제거할 수 있었다. 찾아낸 GPS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소형 GPS였다. 영화 <다빈치코드>의 랭던 박사로 나오는 톰 행크스조차도 자신의 재킷에 GPS가 넣어졌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니, 10여년 전 영화 개봉 당시만 해도 그런 유형의 초소형 GPS는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실에서 이미 그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GPS가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프라이버시와 프라이버시의 한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2년 경찰이 용의자의 차량에 GPS를 부착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부당한 수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하지만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나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한목소리로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미 GPS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웨이브버블, 즉 전파거품이라는 도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웨이브버블을 소지할 경우 반경 수㎞ 이내의 전파신호를 방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한계를 넘어서버리는 게 흠이다. 위치추적을 당하고 있는 범죄자가 우연히 웨이브버블을 소지한 사람과 같은 쇼핑몰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갑작스럽게 GPS수신기의 교란으로 경찰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혹은 웨이브버블 소지자가 승선한 거대한 크루즈가 폭풍우와 번개를 맞는 상황이라면, 수백 아니 수천명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GPS 등 각종 항법장치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 런 이유들 때문에 사실상 미국에서는 웨이브버블 소지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위성항법장치(GPS)에 이용되는 항법위성_경향DB


GPS스푸핑이란 방법도 있다. 스푸핑이란 글자 그대로 ‘속인다’는 말이다. 이는 GPS 신호를 조작해서 위치를 위장해, 신호가 유효한 진짜 신호를 납치해서 GPS송신기를 교란시키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해킹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GPS 신호를 변조할 수 있는 도구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GPS스푸핑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항공기·자동차·드론 등에 사용되는 GPS 위치를 가로채서 가짜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면, 심각한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

GPS는 오차범위가 ㎝ 단위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처럼 프라이버시가 큰 이슈가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GPS는 일반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로만 인식됐다. 일상 깊숙이 침투한 GPS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내비게이션 없이도 초행길의 목적지를 잘 찾아가고, 미로 같은 고속도로도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내비게이션 없이는 아는 길도 찾아가기 힘들다.

여전히 GPS는 향후에도 우리의 삶을 안락하고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특히 건망증이 심한 이들은 GPS의 진화를 반길 것이다. 초소형 GPS가 일반화될 경우 스마트폰에 장착한 앱을 통하면 리모컨이나 지갑, 자동차 키 등이 거실 소파나 침대 한 구석에서 대답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GPS는 아니지만 앱을 통해 찾을 수 있는 리모컨도 선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으로 금지됐다 하더라도 웨이브버블을 소지하는 사람이 생겨날 것이고, 범죄자들이나 해커들이 GPS스푸핑을 통해 어떤 위험한 시도를 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2011년 미국의 스텔스 드론 RQ-170기가 이란 상공에서 실종됐다. 실종된 스텔스 드론은 어떤 손상도 없이 이란의 국영방송에 등장했는데, 이란 당국은 GPS스푸핑으로 무인기를 나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GPS스푸핑은 이처럼 위협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열린 국제 해킹보안콘퍼런스(POC 2015)에서는 치후360이라는 중국 IT 보안업체 연구팀이 항공기, 드론 등의 GPS 위치를 가로채는 GPS스푸핑을 시연하기도 했다.

첨단기술은 세계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시대, 그곳에서 시스템들은 너무나 복잡하게 연결된 채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그 속에 내재된 취약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길을 잃은 시대, GPS의 경이로움 뒤에 숨겨진 치명적 위험은 아이러니하게 프라이버시라는 길에서 이탈하고 있는 첨단 디지털시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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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으로 당장 124개 입주기업이 생존 터전을 잃게 됐다. 제품을 반출할 여유조차 주지 못할 정도로 정부의 중단 결정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입주기업이 입을 피해와 그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70%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섬유·봉제 업체이다. 봄·여름 의류 신상품을 주로 생산하는 요즘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흘간 철수작업을 하라고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북측이 어제 오후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관계자들을 전원 추방했기 때문이다. 입주기업은 빈손으로 개성공단을 빠져나와야 했다.

입주기업뿐 아니라 5000개 협력업체와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12만4000명도 곤경에 처했다. 전면 중단이 지속되면 입주기업의 60~70%가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주기업이 무너지면 협력업체 상당수도 연쇄 도산하거나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중단이 수만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체 부지를 물색하고, 입주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새로 공장을 지은 뒤 노동자의 기술이 숙련돼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5년가량 걸린다. 그 기간을 버텨낸 뒤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남측 인건비는 개성공단의 10배여서 타산을 맞추기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북측의 자산 동결로 5000억원이 넘는 시설·설비를 옮길 수 없게 됐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이사회가 끝난 뒤 북한의 공단 폐쇄와 자산동결에 낙담하고 있다._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정부가 입주기업에 지급할 보험금은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 기금에서 지출하는 것이어서 결국 쓰지 않아도 될 국민 세금을 쓰는 셈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때 정부의 ‘5·24 조치’로 2013년까지 남측의 직접 피해액이 15조8239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하면 그 피해액은 5·24 조치 피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 부의 섣부른 조치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가족은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 조치로 정부는 그 역할을 포기했다. 사고는 북한이 쳤는데, 왜 남한 입주기업이 처벌받느냐는 비판에 정부는 할 말이 있는가. 정부는 이 실책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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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해온 전기를 생산하고 나온 부산물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대가를 치를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치러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방폐장 입지 선정 과정에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경험한 바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국민적 공감대하에 결정하기로 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도 이러한 경험의 소산이다.

이제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를 과거처럼 ‘뜨거운 감자’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논란만 계속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고 정책을 결정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일부에서는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적 의견수렴이 부족했으므로 공감대를 다시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을 내포한 공공정책의 의견수렴이야 장기간 폭넓을수록 좋은 일이지만, 다수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정책 결정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떠한 결정도 완벽한 합리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고, 지금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경주에 건설된 중·저준위 방폐장의 부지선정과 준공에만 29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책결정을 내린 후의 후속조치, 즉 부지선정 과정과 건설 사업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중·저준위와는 차원이 다른 사용후핵연료의 경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는 처분시설을 선정해야 하고, 2051년까지는 처분시설을 건설·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경우에도 권고안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폐로된 빅락포인트 원전 부지 한쪽에는 원전 해체 과정에서 분리한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사람의 출입을 차단한 채 저장돼 있다._경향DB


일부에서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원전확대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이어가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국민적 의견을 반영하고 전문가들이 견해를 모아 만든 권고안을 정부정책이라고 곡해하고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만일 적절한 정책결정 없이 논란만 지속한다면 우리의 안전과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논란이 지속된다는 핑계로 정책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조속한 정책결정과 후속조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선진국인 핀란드는 1983년 방폐물관리에 대한 정부의 원칙을 결정하고, 전담기관을 설립해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 올킬루오토 처분장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프랑스도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한 결과로 최고 수준의 처분기술을 보유해 세계 각국에 전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관련 기술 개발은커녕 기본적인 관리 청사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상반기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공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적극적이라 다행이다. 그러나 4·13 총선 등 자칫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이 중대한 과제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처분장 건설까지는 수많은 과정이 산적해 있다.

정부는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합리적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중한 모습이 나쁠 것은 없지만,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신중함에 치우쳐 적기를 놓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불을 누가 떨어뜨렸는지, 얼마나 위험할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적극 처리해야 할 때이다. 어떤 정책도 모든 이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차선의 합리성을 확보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주용 | 한국교통대 행정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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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하라.” “정몽구를 구속하라.”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조합원이 옛 국가인권위 건물 광고탑 위에 오른 지 오늘로 246일째. 한여름 50도를 오르내리는 철판 온도와 한겨울 영하 20도의 살인적인 한파를 버텨내고 있다.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 실시해 동일한 불법파견 확인 시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하도록 행정명령을 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렇다면 대기업 불법파견 판결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어땠을까. 박 대통령 취임 사흘 뒤(2013년 2월28일)에 대법원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853명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 원청·하청 사업주 모두에게 유죄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 판결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내하청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해 11월29일에는 쌍용차 평택공장 비정규직도 불법파견이라는 1심 판결이 나왔으며, 2014년에는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공장 비정규직 1179명과 기아차 소하·화성·광주 공장 비정규직 468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전원 불법파견이라 선고한 바 있고, 2015년에는 10년 동안 소송을 벌인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판결이 나왔다.

완성차 대기업의 관련 소송에서 수많은 불법파견 판결이 나왔지만 대통령 공약대로 특별근로감독이 벌어진 곳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유일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이 사건에 대해 “법위반 사항 미발견”이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대기업 봐주기 판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에 대해 창원지방법원(2014년 12월4일)과 부산고등법원(2016년 1월21일)이 재차 불법파견이라 선고했다. 법원은 일관되게 불법파견이라 판결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꼴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장 많은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고 있는 현대차에 대해, 최근 검찰은 무더기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제시한 사유는 “형사사건 불법 판단은 민사·행정 사건보다 훨씬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사·행정소송에서 불법으로 판결된 사건이 형사소송에서는 불법이 아닐 수도 있다니 해괴망측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백보천보 양보해서 이 논리가 옳다손 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국지엠 사건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형사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853명 비정규직 모두 불법파견이라 판결했는데 지금까지 왜 아무런 시정 조치가 없단 말인가. 게다가 민사소송에서도 사실심의 마지막 단계인 고등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 상태인데 말이다.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246일 동안 70m 고공에서 폭염과 한파를 견디며 법원 판결 이행과 불법행위 최고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니 이제 한 술 더 떠서 아예 제조업까지 파견을 확대하자며 재벌 대기업 민원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파견법 개악의 핵심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에도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말이 제조업의 근간이지 사실상 제조업 전반이라 봐도 무방하다. 글자 그대로 제조업의 ‘뿌리’에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이니 말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파견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도급 형태의 불법파견을 합법파견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가 거짓이라는 점은 노동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전국 주요 공단 파견 사용업체 조사 결과를 봐도 분명히 나타난다. 노동부 조사에서 파견근로자 사용 사업체 566개 중 195개에서 무려 3379명의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하고 있음이 적발됐다. 조사대상 업체 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무려 34%가 불법파견을 행하고 있어 불법이 만연돼 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불법파견 유형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일시·간헐적 사유 없이 파견근로자를 상시 사용하는 등 파견대상 업무 위반”으로 무려 152개에 달했다. 불법파견이 적발된 업체를 기준으로 보면 78%, 조사대상 업체 전체를 기준으로 봐도 27%를 차지했다.

제조업의 경우 현재 일시·간헐적 사유에 한해 최장 6개월까지 파견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틈을 비집고 엄청난 불법파견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뿌리산업에 파견이 허용될 경우 그 틈을 비집고 제조업 전반에 얼마나 많은 불법파견이 범람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대기업에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변명은 생일날 잘 먹자는 약속보다도 미덥지 못하다. 대법원 판결이 난 대기업 불법파견도 해결 못하는 정부가 뭘 규제할 수 있을까?

2003년 제조업까지 파견 허용을 확대한 일본의 경우, 이 직장 저 직장 옮겨다녀야 하는 하루살이 파견 인생이 늘어나 거대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말았다. 2008년 6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25세의 파견노동자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두려움과 심한 고립감에 “승자는 모두 죽여버려”라는 글을 인터넷에 남긴 뒤 아키히바라에서 행인들을 닥치는 대로 칼로 찔러 7명이 죽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 이후, 인생을 비관한 파견노동자들의 ‘묻지마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가 줄고 있다. 위기의 징후가 분명해질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정답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산업의 뿌리가 되는 제조업부터 불법파견을 시정하고 정규직 고용 원칙을 세워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 최저임금 1만원을 통해 노동자들의 실소득을 높이는 길이 선순환의 기본 아니던가.


오민규 | 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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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두고 삼성전자 휴대폰 3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 4명이 공업용 ㅊ 중독돼 실명 위기에 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사고 보고서는 다단계 제조공정의 맨 밑바닥에서 위험공정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는 20대 파견 노동자들의 신산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2곳의 휴대폰 부품 제조공장에 불법 파견돼 짧게는 8일, 길게는 3개월 정도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노동부는 사고원인을 알루미늄 절삭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사용한 고농도의 메틸알코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사고 노동자들은 부품 홈에 남아있는 메틸알코올을 에어건으로 날리는 등 위험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런데도 공장 내 취급 물질의 독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단기 알바’로 운영되는 불법파견 속성상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맹독성 물질에 노출됐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부는 유사한 위험이 있는 사업장이 310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특별점검과정에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력파견 업체의 안내문이 7일 안산역 부근 인도에 놓여 있다. 안산·시흥 지역에서는 이런 파견인력 모집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_경향DB


이번 사고의 근본적 책임은 비용 절감에 목을 맨 채 영세 협력 업체의 불법파견을 나 몰라라 하는 대기업과 제대로 된 노동감독을 포기한 정부에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반월·시화공단을 방문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파견 확대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는 연설을 하라’는 주문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노동조건도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파견 노동자의 피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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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서 환경부를 걱정하는 얘기가 들린다. 4대강사업 당시처럼 국토부 2중대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그때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항간에는 윤성규 장관의 임기와 환경부 위신은 반비례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떠돈다. 대통령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윤 장관은 최장수 장관 반열에 올랐지만, 환경부의 존재감은 수장의 임기가 늘어날수록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조만간 배출권거래제 업무와 소속기관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떼어내 타 부처에 넘겨줘야 할 처지다. 예전 같으면 큰소리가 날 법한데 환경부 직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윗선’에서 내려 보냈다는 함구령 탓이다. 사기가 떨어져 어깨를 움츠린 그들의 모습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실감하게 된다. 환경부는 ‘처’에서 ‘부’로 승격된 지 21년을 넘긴 성년(成年)의 정부부처다. 올해 예산은 6조7000억원이 넘는다. 그런 환경부가 어쩌다 차포 다 떼이고 욕만 얻어먹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몇 마디로 재단하긴 어렵지만 원인은 결국 재작년부터 시작된 방향감각 상실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재작년 환경부 연두 업무보고의 화두는 ‘국민’과 ‘환경복지’, 그리고 ‘새로운 가치’였다. 당시 환경부는 ‘국민의 지속가능한 환경복지를 구현’하고 ‘환경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용어들의 조합이 마뜩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 놓이는 구석이 없진 않았다. 미세먼지와 녹조문제를 해결해 ‘건강한 100세시대’를 달성하고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데 환영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거기에 더해 동식물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포부에서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자치구, 법무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국민권익위원회 등 5개 부처로부터의 '국가혁신'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_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실 다른 과제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로 중요한 내용은 전체 7가지 과제 가운데 6번째인 ‘환경규제 개혁’이었다. 당시 환경부는 찾아나서는 규제개혁 시스템을 가동하고 규제일몰제를 확대해 환경규제를 적정 수준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용으로 반짝 등장했던 ‘국민’과 ‘환경복지’는 금세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환경부의 최우선 과제는 기업의 신규진입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손톱 밑 가시’를 찾아 뽑아내는 것이었다.

작년 초 업무보고에서도 ‘국민’은 등장한다. ‘국민행복시대를 앞당기는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때의 유행어는 ‘국민행복’이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와 녹조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환경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이때도 정권의 최우선 관심사는 환경규제를 푸는 데 있었다. 이 사실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나왔던 대통령의 발언과 환경부의 변화된 태도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났다. 지난주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은 사라졌다. ‘자연’이나 ‘생태계’처럼 환경보전 업무를 상징하는 낱말들도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경제’다. 보고 제목부터가 ‘경제와 함께 사는 환경혁신’이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개발부처 흉내를 넘어 개발부처를 자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본업’에 충실하다면 경제 살리기를 거든다 해서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환경부는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의 보전 및 환경오염방지 업무를 잘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규제를 풀기만 하면 기업의 투자가 촉진된다는 믿음은 시대착오적이다. 환경부가 정말 자신 있다면 최근 수년간 규제를 풀어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곧 박근혜 정부 출범 3주년이다. 적절한 규제야말로 기술혁신을 통해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상식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안병옥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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