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에 해당되는 글 1550건

  1. 2015.12.27 [사설] 죽음의 공장 한국타이어에서 38살 노동자 또 죽었다
  2. 2015.12.22 [사설]서울시 유치원 예산 삭감, 정부는 구경만 할 건가
  3. 2015.12.20 [사설] 평화적 3차 민중대회 처벌, 누굴 위한 공권력인가
  4. 2015.12.18 [사설]노동5법 없어도 이미 노동자의 권리가 무너지고 있다
  5. 2015.12.17 [정동칼럼] 삼성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6. 2015.12.16 [사설]23세 청년도 희망퇴직 대상이 되는 노동 현실
  7. 2015.12.16 [기고]미래산업, 재생가능에너지가 답이다
  8. 2015.12.15 [기고] 교육부는 국립대 교수를 욕보이지 말라
  9. 2015.12.14 [기고] 유아·초등생 ‘융합창의교구’ 인프라에 관심을
  10. 2015.12.14 [사설] 쌍용차 7년 만의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를 환영한다
  11. 2015.12.13 [사설] 첫 기후대응체제 출범, 파리회의 절반의 성공
  12. 2015.12.11 [사설]저성과해고 연내 강행 저의가 의심스럽다
  13. 2015.12.11 [시론]박 대통령 공약대로 하자
  14. 2015.12.11 [시대의 창]노동법, 개혁이냐 개악이냐?
  15. 2015.12.10 [사설]한상균 위원장 체포했다고 노동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16. 2015.12.09 [최희원의 보안세상] 보이지 않는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협
  17. 2015.12.08 [사설] 노동5법 연내 통과야말로 ‘노동재앙’이다
  18. 2015.12.07 [사설] 폭스바겐이 미국선 21조원, 한국선 141억원만 무는 이유
  19. 2015.12.07 [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은퇴에 대처하는 선수들의 자세
  20. 2015.12.04 [사설]사시 존폐 갈등에 불붙인 법무부의 갈지자 행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38살 노동자 박모씨가 직업성 질환으로 의심되는 병으로 숨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정부도 사측도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14년간 타이어 생산라인에서 일한 박씨는 혈액암 판정을 받은 지 두달 만인 지난 16일 미처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그에게는 출산을 한달 정도 앞둔 만삭의 부인이 있었다. 평소 건강했던 박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국타이어는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한국타이어는 2007년 한해에만 15명의 노동자가 각종 사고와 질환으로 사망한 바 있다. 2008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는 1996~2007년 사망한 노동자가 93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온 바 있다. 한국타이어는 2008년 이후에도 해마다 1~2명씩 박씨와 같은 원인불명의 돌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총 1394건의 위반사항을 지적했고 한국타이어는 500억원을 투입해 작업공정을 개선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사망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박씨의 죽음은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유해물질 취급 노동자들의 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위험공정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화학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물질과 그 구성성분이 뭔지 모른 채 무방비로 근무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물질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기업이 ‘영업비밀’로 분류해 공개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한국타이어도 문제가 된 유기용제를 다른 제품으로 바꿨다고 할 뿐 여전히 성분 자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해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산재는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한국타이어의 '거짓 산업재해 발생률'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_경향DB


박씨의 경우 고무 원료에 압력과 열을 가하는 성형공정에 근무하면서 유해화학물질에 장기 노출된 것이 사망원인으로 추정되지만 한국타이어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부의 면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이미 지난 10월 150여건의 산재 은폐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전·충북지역 3개 시민단체는 지난 26일 책임을 지는 이도, 묻는 이도 없는 이 상황을 ‘야만적 사태’로 규정했다. 노동부는 ‘노동개혁’을 말하기에 앞서 이 야만의 시대부터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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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어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521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모든 서울시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은 정부가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의회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할 계획이다. 전남은 이미 삭감했다. 다른 시·도 교육청들의 경우 유치원 예산은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예산은 짜지 않았다.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불거진 보육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시·도 의회는 어린이집 운영이 파행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유치원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실 똑같이 영·유아를 돌보는 두 시설 가운데 한쪽만 지원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영·유아 탁아 수요를 유치원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정부가 시·도 교육청을 윽박지르는 것을 보다 못해 지방의원들이 지원에 나선 측면도 있다. 그런 압박과 시위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영·유아들을 볼모로 삼는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수단이 정당해야 목적이 정당성을 갖는 법이다.


서울지역 공립유치원 신입생 추첨이 이뤄진 2일 서울 성동광진교육청 관내 경동유치원에 지원한 한 어린이가 추첨함을 흔들고 있다._경향DB

그러나 이번 사태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박근혜 정부에 있다. 중앙정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대선 공약을 깬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육정책은 정부의 ‘억지 행정’의 표본이나 다름없다. 그간 정부가 부담하던 어린이집 보육료를 갑자기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아예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소요 예산 2조1000억원 가운데 겨우 3000억원만 책정했다. 이뿐 아니다. 시행령을 상위법과 충돌하는 내용으로 개정해 시·도 교육감들이 법률을 위반하도록 유도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시행령 개정이 불법이라고 판정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 예산 적자라는 이유를 들지만 하필 어린이집 예산을 시·도 부담의 대상으로 삼은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돈은 교육청이 내라고 하면서 어린이집 관리·감독권은 보건복지부가 계속 쥐고 있는 모순된 현실을 개선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는 행위는 법률 위반이자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조치이다. 10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는 교육청들로서는 추가로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없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언제까지 구경만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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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그제 열린 제3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됐음에도 경찰이 주최 측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섰다. ‘과격 폭력시위’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히지 말아야 한다며 서로를 독려하면서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평화적으로 마친 참가자들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경찰의 설명은 행사장에서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피켓을 사용하고 정치적 발언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로 변질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온갖 험한 발언으로 공안정국 조성에 안간힘을 쏟던 경찰이 이제 평화집회까지 사법처리 칼날을 들이댄 진짜 이유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행사장에 나온 대부분의 구호는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공안탄압, 노동개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경찰청장 퇴진하라’ 등 거북한 구호를 그대로 넘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회 참가자들은 발언이 끝날 때마다 부부젤라, 호루라기, 막대풍선, 북 등을 치며 시끄러운 소리로 호응했다. 그 소음이 29년 만에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한 공권력에 대한 조롱임을 잘 알고 있는 경찰 입장에서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공 권력의 정당성은 법집행의 근거를 따지기에 앞서 그 공권력이 과연 정의를 대변하고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할 것이다. 3차 대회가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로 치러진 것이 문제라면 그 책임은 우선 경찰에 있다. 주최 측은 당초 서울역 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보수단체에서 이미 집회 신고가 들어와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금지 통고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 보수단체에서 집회 신고한 장소는 텅 비어 있었다. 보수단체들이 일명 ‘알박기 집회 신고’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3년부터 올 8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집회 신고 106만건 중 실제 열린 것은 3만건에 불과하다. 경찰이 보수단체가 집회 부도를 낼 것을 모르고 3차 집회 신고를 금지 통고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공권력은 더 많은 시민의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정권에 불편한 집회를 막는 데 동원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은 치졸한 법논리를 들먹이기에 앞서 왜 자신들이 복종과 존경 대신에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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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인력채용 부담을 줄여줘야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5법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쉬운 해고와 저임금 등 정부의 고용유연화 방침이 확정이라도 된 듯이 퇴사 압박, 임금 삭감, 외주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노동계와 야당을 무시하고 노동5법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변칙 처리하려는 데 따른 결과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사원들에게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강요해 물의를 빚은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자 173명을 12월 한 달간 기간제로 재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용 절감만을 노리고 필요 이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이미 회사를 떠난 사원을 한 달짜리 계약직으로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희망퇴직자들이 담당하던 일부 공정의 경우 아예 외주를 준 뒤 빈 일자리를 용역사원으로 채우고 있다. 정부가 쉬운 해고와 함께 기간제와 파견제를 확대할 경우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노동5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고용노동부 주최 토론회 참석이 저지되자 시위를 하고 있다_경향DB


그나마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위기라는 핑계라도 있으나 울산의 KPX케미칼은 41년 연속 흑자에 최근 3년 평균 3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사실상의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가 5%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임금 동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일부 공정을 외주화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사측은 외주화에 따라 인력이 남아돌 경우에 대비해 일정 인원을 2개월간 교육발령 내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행정지침을 ‘근로계약 해지 요건 명확화’로 부르고 기간제·파견법 개정안을 ‘비정규직 보호법’이라 해도 실제 현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일체의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노사정위원회 조정 대상에서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행정지침으로 헌법상 노동3권까지 부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에 이어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손과 발까지 묶겠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노동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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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보내며 마음이 스산하다. 이 땅에서 한해가 정말 힘들었던 이들을 손꼽아 세기 어렵다. 남북의 이산가족,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자리 없는 청년, 메르스 피해자,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 예술가와 시민,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 생존한 학생과 승객, 심신의 상처가 깊은 민간잠수사들…. 이들 중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10월부터 농성 중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의 희생을 상징하는 중대사이며,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출간된 삼성전자 40년사에 한 이사가 중국 공장을 방문한 일화가 나온다. 그는 이 공장의 높은 불량률을 고민하며 추석 연휴에 텅 빈 공장을 돌아보다가 더러운 화장실에 놀라 혼자 소매를 걷어붙이고 청소에 나선다. 나중에 노동자들이 이 소식에 감화되어 불량률이 8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세계적 기업의 공식 역사에 담긴 미담치고는 인용하기가 민망하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공담을 다룬 책들이 노동자의 기여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병철-이건희 부자의 탁월한 비전과 결단, 그들을 뒷받침한 임원과 기술진의 헌신적 노력을 자랑하는 무용담만 화려하다. 우수하고 성실한 고교 졸업생들이 입사하여 자부심과 희생정신으로 땀 흘려 이룩한 공헌은 자취도 찾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역사에 밝은 분에게 들었다. 삼성전자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다. 삼사십년 전 미국과 일본이 선도하던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따라갈 엄두도 내기 어려웠는데, 미래를 내다본 삼성 수뇌부는 이 유망한 산업을 포기할 수 없어 절치부심하며 뛰어들 방안을 찾았다. 미국을 능가하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력이 노쇠 기미를 보이는 데 비해 우리는 훨씬 젊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정확히 판단했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노동자의 질이었다. 기술력을 포함한 모든 여건이 뒤졌음에도 우리 노동자가 미국이나 일본 노동자보다 뛰어나고 적극적이어서 현장에서 불량 등의 문제가 생기면 수동적 대처가 아닌 창의적 해결책을 내놓곤 했다. 따라서 저임금과 높은 생산성이 가져다준 원가 경쟁력으로 투자 초기에 다년간 겪었던 엄청난 적자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반도체 LCD직업병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 질환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이 164명이라고 주장했다. _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 평가의 타당성을 문외한인 내가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심도 있는 취재를 통해 출간된 김성희의 <먼지없는 방>, 김수박의 <사람 냄새>를 읽어보라. 회사가 이윤 추구에만 바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했지만, 그들이 인체에 유해한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는 현장에서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했는지 알 수 있다. 그 결과 악성 직업병에 걸렸다고 의심되는 이는 반올림이 받은 제보에 따를 때 삼성 계열사만 300명(사망 100여명 포함)에 가깝다.

2007년부터 터져 나온 문제를 덮으려고만 들던 삼성은 작년 12월에 제3의 기구인 ‘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반년 만인 지난 7월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오자 삼성은 1000억원의 기금을 약속하며 권고안을 따르는 듯했지만, 곧 ‘보상위원회’를 통한 해결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문제의 당사자인 삼성이 주도하여 피해자를 심사하고 보상액을 결정하는 보상위원회 방식은 반올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었다.

반올림은 ‘배제 없는 보상, 내용 있는 사과, 실효 있는 예방대책’의 원칙 위에 활동해왔지만, 배제 없는 보상의 절실한 필요 때문에 거듭 양보해왔다. 반면에 삼성은 신속한 피해자 구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사회적 해결이 아닌 불투명한 길을 고집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상신청을 올해 말로 마감할 예정이며 총 보상인원은 90여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동일한 문제를 독립적인 산업보건검증위원회에 맡기고 지난 11월의 위원회 보고서 발표를 수용함으로써 반올림의 환영을 받은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주인공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수많은 반올림 식구는 또 해를 넘겨 거리에서 싸우게 되었다. 공장에서 몸 바쳐 일한 노동자가 없었다면 삼성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기 어려웠다. 이 엄연한 사실을 끝내 외면하면서 내일도 최고의 기업으로 번영할 수 있을까?

사실상 그룹을 승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시대를 열고 싶다면 어서 결단해야 한다.


김명환 | 서울대 교수·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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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재벌기업의 ‘두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부터 전체 사무직 3000여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20, 30대에게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다른 선택이 없는 노동자에게는 절망퇴직에 다름 아니다. 40, 50대나 하던 명예퇴직이 20대와 30대까지 내려오게 된 것은 회사가 부서별로 25~80%까지 인력감축 할당량을 세워 놓고 연령제한 없이 희망퇴직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입사한 지 1년도 안되는 23살 여직원도 퇴사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의 ‘사람이 미래다’ 기업광고(왼쪽)와 최근 회사별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두산인프라코어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두산인프라코어가 이처럼 비정한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올해 3분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경영상 위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경영위기는 2007년 무리하게 미국 기업 밥켓을 인수한 이후 과도한 금융비용 발생과 최근 중국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겹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경영상 위기에 닥치면 어쩔 수 없이 인력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문제는 재벌기업 오너나 경영자들이 과연 인력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올해만 벌써 4번째로 800명이 넘는 사원들이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두산은 인력조정에만 집착하고 있다.

특히 과거 세차례 희망퇴직이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주로 5년차 이하 사원·대리급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대, 30대 청년사원들을 잘라서 얼마나 비용을 절감할지 모르지만 올해 1분기말 현재 두산그룹 9개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8조9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평생직장의 꿈을 안고 어렵게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실업의 고통으로 내몰면서도 올해 36살 장남을 면세점 사업의 전무로 임명했다. 청년실업 해소는 말로만 할 뿐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외면하는 재벌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파견 확대와 쉬운 해고 등 ‘노동개혁’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들에 더 많은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확대 권한을 주는 것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어렵게 정규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까지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게 할 뿐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들이 경영상 위기를 손쉽게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는 재벌개혁이 절실하다. 손쉬운 해고를 위한 노동개혁은 결코 해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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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끝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됐다. 우리의 경제 규모 및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보면 이제 우리도 적극적으로 국제 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일 중 하나는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사국총회 기조연설에서 누구나 신재생 설비와 에너지 저장 장치, 전기차 등을 생산하고 저장한 전력을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전력 프로슈머 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프로슈머’ 시장에 관한 언급은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낮은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에 정책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달 발표 예정인 시행령에 재생가능에너지 생산과 구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제안했다. 그 핵심은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전력 생산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국내 IT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와 접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그린피스의 캠페인을 통해 20개 가까운 유수의 IT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IT분야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이들 기업을 선두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이다.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과 올랑드 대통령이 축하하고 있다._AP연합뉴스


이런 기업들이 단순히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으로 인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이제 또 다른 기회라는 인식이 있기에 가능한 변화이다. 한발 더 나아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중국 IT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28명의 세계 주요 기업 CEO들은 얼마 전 깨끗한 전력에 대한 투자를 확산시키기 위해 ‘에너지 혁신 연맹’을 조직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연구와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12개국과 함께 공동으로 200억달러(약 23조16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IT기업들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자체적 노력만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 정부는 IT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국을 동아시아 IT 허브로 만들겠다는 큰 야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계획이 단순히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의미는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기도 한 동시에,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 한국과 한국 기업이 국제 사회와 국제 시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는 지금 어떤 정책으로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현숙 | 그린피스 재생가능 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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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교육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손을 댔다. 15일 교육부는 정체가 불분명한 자문위원회의를 만들어 거기서 나온 건의를 받아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및 간선제로의 법령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여태껏 교육부가 국립대학에 간선제를 몰아 댄 것은 도대체 뭔가? 당연히 현행법을 무시한 처사다. 왜 법을 무시하고 교육부가 간선제를 밀어붙이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뻔하다. 교육부는 그것과 관련해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것, 즉 전형적인 오리발 내밀기였다. 물론 간선제를 받아들이게끔 연구비를 포함한 각종 정부 재정지원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사실은 극구 부인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돈줄을 쥐고 국립대학을 쥐락펴락했던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쉬쉬하고 벌이던 일을 이제부터는 아예 대놓고 노골적으로 법을 고쳐서 대못을 박겠단다. 물론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보기에 직선제가 학내 파벌형성과 갈등의 원흉이라 폐지하고 간선제로 법령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의 소지를 애초에 없애고 대학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과연 사실일까? 절대 아니다. 교육부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 정권과 교육부의 구미에 맞는 꼭두각시 인사를 총장으로 앉혀서 대학과 지성인들을 길들이겠다는 꿍꿍이다. 혹은 교육부 고위직 인사의 낙하산 이동도 염두에 둔 혐의도 짙다. 직선제로는 이게 어렵다.



이것은 바로 교육부가 하라는 대로 간선제로 총장을 뽑았으나 임명을 거부해서 총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몇몇 국립대학의 사례가 여실히 증명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임용을 거부하니 당선자가 교육부나 청와대의 구미에 안 맞아서 그런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경북대는 총장 공석 사태가 이미 1년 반이 되어간다. 기관에 장이 없으니 학교는 거의 개판 일보 직전이다. 교직원들의 기강해이, 입시를 비롯한 학사 및 학교 운영의 차질, 나아가 각종 평가에서 납득할 수 없는 행·재정적 불이익을 당해도 찍소리도 못하는 통에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학교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총장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난 8월 고현철 부산대 교수는 교육부의 무언의 압력에 맞서 아까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직선제 고수를 부르짖으며 항거했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그까짓 총장 직선제가 뭐라고 목숨까지 버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일견 맞는 말 같아 보인다. 그러나 고귀한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고 교수가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뜻을 헤아려 본다면 그런 말이 쉽사리 나오기는 어렵다. 그것은 학자로서 학문의 자유와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교수들의 외침을 정부가 말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직선제가 그것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직선제가 이러저러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그나마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지키길 원하는 민주주의를 담보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일방이 아닌 쌍방적이며, 위로부터 아래로가 아닌 그 반대가 바로 생명이다. 공공성이 존재 이유인 국립대의 총장 간선제가 법령화된다면, 향후 총장이 되길 원하는 이들은 죄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눈에 들고 싶어 안달하는 영혼 없는 딸랑이들로 채워질 것이다. 더불어 지성인들은 굴종의 울타리 안에서 비판정신을 거세당한 불구자, 곧 단순 지식기술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는 분명코 민주주의의 쇠퇴를 의미한다. 비판정신은 민주주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서, 교육부는 직선제 폐지 법령화 추진을 당장에 멈추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지성인들을 옥죄고 목줄을 매려는 그 어떠한 시도에서도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이 선출된 경북대와 순천대, 그리고 부산대 등 각 대학의 총장 임용을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이다. 후진국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교육부는 더 이상 국립대 교수들을 욕보이지 말라.


김광기 |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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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달과 국제화의 경향에 따라 지식정보화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이제 사회가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능력, 문제 해결력 및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요구함에 따라, 이러한 융합적 창의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매체의 개발에 따른 새로운 교육형태가 출현하고, 스마트 교육의 확대 등이 나타나게 되었다.

놀이 및 놀잇감은 유아기에서 아동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심리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며 매체이다. 따라서 발달심리학적 측면에서 유아동의 인지 및 정서, 사회성 발달에 따라 적합한 창의적 놀이와 체험활동을 적용하고 이에 따른 다양하고 적절한 교구의 개발과 제공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 초등 창의교구 개발을 위한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국내 유아 및 초등학생들을 위한 창의교구 시장은 인프라와 콘텐츠, 교구들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완구 중심의 외국 브랜드들이 아직도 국내 창의교구 시장을 독과점하고,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PC-모바일-학교 스크린을 넘나드는 유기적 학습시스템 개발’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음은 시의적절하다. 최근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카이스트 등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사물인터넷과 블록을 결합한 ‘모블로’라는 스마트블록을 개발해 일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상용화했다는 소식이 들려 매우 반갑다. 현재 완구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개발하는 교육용 완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완구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시장 장악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창의, 인지역량 강화를 연계해 가상현실에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형식의 놀이학습 시스템 개발, 놀면서 창의력과 공간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인 블록을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의 확장을 통해 여러 연령대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유아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다양한 교구로 창의성을 기르는 놀이를 배우고 있다._경향DB


이제 교구가 단순히 학습을 위한 보조수단에 불과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게임시장 위주로 기능성 콘텐츠가 개발·제공되고 있다. 교구를 활용한 협력적 창의활동이 유아, 아동의 창의력 증진에 미치는 영향, 가상과 현실을 오고가며 플레이하는 신개념의 창의교구가 아동들의 창의적 아이디어 발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첨단교육용 교구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의 제품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미래형 지식 서비스 창출과 기술을 선도하는 일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정보화 마인드, 창의적 발상’ 등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의 근간과 출발은 교육이며, 그 교육의 원동력은 창의교육이다. 따라서 창의교육을 위한 한국형 창의교구의 개발을 장려하고,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이경화 | 숭실대 교육대학원장 영재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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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사가 정리해고 사태 이후 7년 만에 해고자 복직문제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사 양측 모두 아쉬움도 많고 ‘원칙을 벗어난 합의’라는 비판도 가능하겠으나 극한대결로만 치닫던 쌍용차 사태가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은 것은 그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

물론 큰 방향과 원칙에 대한 합의만 이룬 상태로 최종 합의까지 속단은 이르다. 잠정 합의안도 ‘2017년까지 해고자가 복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정도여서 해고자 복직을 완전히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향후 인력충원 비율도 해고자, 희망퇴직자, 신규 채용자 비율을 각각 30%, 30%, 40%로 함으로써 해고자 우선 복직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노조로서는 47억원 손해배상과 가압류 취하를 받아냈지만 해고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합의라 할 수 있다. 조합원총회에서 잠정 합의안이 58 대 53으로 통과된 것은 내부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사측 입장에서는 경총 등 사용자단체로부터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대법원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음에도 복직에 너무 쉽게 합의했다는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단식투쟁 중 아픈 몸을 이끌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득중 지부장._경향DB


하지만 이번 잠정 합의는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발점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노사 양측은 해고자 복직문제에서 지나치게 문구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상호 간 신뢰에 기초해 ‘합의 정신’을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측이 해고자 복직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단지 ‘노력’의 대상일 뿐이라고 나오는 순간 합의를 배반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후 28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유명을 달리한 쌍용차 사태는 사회적으로도 ‘해고는 곧 살인’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부여한 바 있다. 쌍용차 노사가 어렵게 이룬 잠정 합의가 별 탈 없이 최종 합의에까지 이르고 내부 구성원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공장이 정상가동될 수 있도록 주변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쌍용차 사태가 주는 최대의 교훈은 해고가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돼야지 가장 손쉬운 방법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최근 하이텍알씨디 코리아 공장폐쇄, 한국지엠,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등이 말해주듯 기업들이 손쉬운 해고를 통해 경영상 어려움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경우 비정규직법 개악도 모자라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는 것은 쌍용차 사태를 통해 얻은 값비싼 교훈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쉬운 해고가 아니라 기업들의 해고 남용을 막을 노동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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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진통 끝에 신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마련한 ‘파리기후협정’에 합의했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의 의무만을 강조했던 1997년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 지켜야 할 약속을 이끌어냈다. 산업화 이전(1850년대) 대비 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금세기 후반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진전이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각국이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년마다 검토하는 검증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협정문을 보면 법적 구속력이 거의 없다. 우선 당사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감축안 제출 뒤 검증을 받지만 당사국이 정한 감축 목표는 개입할 수 없다. 그러니 각국이 임의로 감축 목표를 바꿔도 제재할 법적인 장치가 없다. 지금까지 세계 187개국이 제출한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량만으로는 지구의 평균온도를 2.7도 상승으로 묶을 수 있을 뿐이다. 국가별 감축 목표를 강제하지 못하면 이번 협정의 최종 목표인 1.5도 이하는커녕 2도 이하 목표도 구두선에 불과할 것이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고 있는 지난 6일 ‘지금 행동하라(Action Now)’는 슬로건이 걸린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조명이 켜져 있다._AP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협정은 공멸의 위기감을 느낀 국제사회가 총회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얻어낸 첫 성과다. “인류가 생명줄을 얻었다”(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는 안도가 터져나온 이유다. 이제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인류의 생명줄’을 어떻게 운영할지 출발선에 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멸을 앞두고 개개인과 개별 국가의 이익만 탐할 수는 없다. 한국도 거스를 수 없는 신기후체제의 틀에 적극 동참할 일이다. 비용 타령이나 하면서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환경친화적 저탄소경제 부문에 진출해 성장동력을 찾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실리에도 부합되고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한국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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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어제 양대 노총의 반발 속에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강행했다. 말이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방안이지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저성과해고와 관련한 논의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주 중에는 노동계의 참석의사와 상관없이 공청회까지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사실상 연내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일반해고는 노동계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을 포함해 전문가들도 연내 도입은 사실상 무리로 보고 장기과제로 미뤄온 사항이다.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도 법률이 아닌 저성과해고 지침은 그대로 믿고 따르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지침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이미 엄청난 혼란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동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해고기준을 노동계의 참여를 배제한 채 행정지침으로 만든다는 것은 노동법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또한 행정지침은 국회나 정치 일정과 상관없이 정부가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구태여 시한에 쫓겨가며 졸속 추진할 이유도 없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과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이인제 위원장이 노동개혁 5대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_경향DB

누구보다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을 정부가 갑작스럽게 연내 도입 의사를 밝히는 그 저의까지 의심된다. 즉 양대 노총의 거센 반발을 유도해 정규직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김으로써 노동5법 통과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어보려는 속셈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5법은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문제가 주요 쟁점일 뿐 정규직 과보호 해소와는 별 상관이 없다. 반면 정부가 쉬운 해고 카드를 조기에 꺼내들 경우 자연스럽게 쟁점이 정규직 과보호로 옮아가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이 가능하다. 정부의 실제 의도가 정규직노조에 대한 여론몰이가 아니라면 저성과해고의 연내 졸속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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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날씨는 포근한데 사회정치적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노동법 파동이다. 노·정 간의 대치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 구금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1라운드이다. 12월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이후 국회 내 노동법 공방이 2라운드로 전개될 것이다. 노동법 파동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누구도 예단하기 힘든 정국이다. 청와대는 야당의 반대로 연말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되면 대통령이 입법권을 발동시킬 수 있는 ‘긴급재정·경제명령’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팽팽한 기 싸움은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 노·정 모두 물러섬 없는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노동법 공방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집단은 재계이다. 노동법 개정에 대해 정부와 재계 입장이 다르지 않다 보니 특별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5대 노동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좋고, 안되더라도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으니 밑지지 않는 장사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니 얼마나 좋겠는가.

재계는 뒷짐 지고 정부를 응원하면서 가끔 점잖게 노동계를 꾸짖을 뿐이다. 과격시위와 총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이것이 노동법 공방을 둘러싼 정치 현실이다. 새누리당의 5대 법안이 누구에게 불리하고 유리한가 따질 필요도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느끼는 세상사 이치다.

그래도 따질 것은 따져보자. 쟁점은 두 가지이다. 먼저 새누리당의 5대 노동법안은 노사정 합의이므로 논의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사회적 대화가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인 참여의 대표성, 논의의 투명성, 절차의 민주성을 결여한 합의이다. 노동계에서 민주노총이 빠졌고,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배제됐다. 비정규직, 청년대표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논의가 진행됐고, 청년실업 해소 방안이 결정됐다. 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노동법안에 반대해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설 정도이다. 이번 합의를 온전한 합의로 볼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 5대 노동 입법 주요 내용_경향DB


더 큰 문제는 노동법 개정의 세부 내용이다. 법안 내용은 복잡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본질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이중구조의 해결방안이 윗돌 빼서 아랫돌 고인 방식이다. 정규직 과보호의 프레임으로 노동조합을 몰아치면서 해고와 임금의 유연성만을 강요한다. 임금·고용 등 노동의 양보를 강제하지만 기업의 책임은 빠져있다. 5대 법안의 핵심사항들은 경영단체들의 민원사항을 수용한 청부입법이다.

‘2014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 과제접수 목록’을 보면 5개 법안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기간제법(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현행 최대 2년에서 4년까지 연장) 및 파견법(고소득 전문직과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 금형·주조·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파견을 확대 적용) 개정 법률은 전경련의 민원사항이었고, 근로기준법(통상임금 부담완화)은 중견기업연합회의 민원사항이었다. 또한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발표하려고 하는 일반해고 요건완화는 경총의 요구사항이다. 노동법 공방의 핵심인 3가지 법안(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과 2대 지침(일반해고, 취업규칙변경) 모두 사용자단체의 민원사항에 뿌리를 두고 있다.

5대 노동법안은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고착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뿐이다. 노동개혁의 목표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완화를 위한 방안이 아니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노동개혁을 위한 논의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 극한으로 치닫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야 한다. 노동개혁의 목표는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 해결책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노동 공약에 녹아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일자리를 늘리고(늘)·지키고(지)·질을 올리는(오)이라는 ‘늘지오 공약’은 노동개혁의 기준이 돼야 한다. 노동개혁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령이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대선공약과 5대 노동법안은 동일한가.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노광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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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노동법 개악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법을 ‘고용안정법’, 뿌리산업에서 55세 이상 노동자의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법을 ‘중·장년일자리법’이라 미화했는데, 이는 ‘지록위마’ 어법이라 부를 만하다.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노동법 연내 처리를 강력 요구했다. 대통령은 “참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고,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는 강한 표현을 썼다. 여당 재촉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대통령은 8일 야당을 가리켜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 ‘청년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라며 맹비난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노동개혁을 하지 못하게 막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했는데, 이는 얼마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막말에 필적한다. 꼭대기에 있는 한 사람한테만 잘 보이면 되고 다른 사람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이런 천박과 독선이 새누리당을 망치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가운데)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 최고위원, 김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_연합뉴스


노동법 개정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6일 “새누리당의 법안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더 늘리려는 거꾸로 가는 방안”이며 “노동법안 가운데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비정규직을 줄이지 못할망정 거꾸로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안을 용인한다면 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날 야당의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는 ‘박근혜 노동법’에 대항하는 ‘비정규직 4대 개혁’을 발표했는데, 첫째, 불합리한 비정규직 차별철폐. 둘째, 파견과 하청에서 사용주 및 원청자의 노사관계 공동책임. 셋째, 비정규직 해고 시 총임금 10%의 구직수당 지급. 넷째, 비정규직 고용을 현재의 기간 제한에서 사유 제한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가 있을까? 자연과학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지만 사회과학, 특히 경제학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가? 정부, 여당은 명백히 틀렸다.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넘쳐흐른다. 비정규직이 한국만큼 많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노동자의 50%로서 세계 1위다. 아마 2위는 최근 40%를 넘은 일본일 것이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이 30%를 넘는 것으로 악명 높다. 다른 나라들은 이 비율이 10~20%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비정규직은 주로 스스로 원해서 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이니 비정규직이라도 별로 불만이 없다.

반대로 한국의 비정규직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타의의 비정규직으로서 이들에게 정규직은 꿈속의 소원이다. 게다가 한국 비정규직의 월급은 정규직의 60%밖에 안되는데, 이렇게 큰 차별을 받는 나라도 별로 없다. 현실이 이럴진대 당연히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국 노동시장은 비정규직 범람에서 보듯 너무 유연해서 문제인데 정부, 여당은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려고 하니 잘못이고, 야당의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의 개혁안이 옳은 방향이다.

정부, 여당이 노동시장을 망칠 엄청난 악수를 두고 있는데, 제1야당은 그걸 막는 것보다는 집안싸움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6일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낡은 세력들이 나라를 침몰시키는 것을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며 칩거에 들어갔다. 지금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차 나라를 침몰시키는 낡은 세력’은 명백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인데, 안 의원의 공격은 뜻밖에도 문재인 대표를 향하고 있다. 전에도 사퇴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또 사표를 던졌고, 위대한 독립투사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원내대표도 최고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무능과 독선이 도가 지나쳐 바야흐로 국가존망의 위기 상황인데, 제1야당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야당은 여당 견제가 사명이거늘 야당 안에는 본래의 임무는 팽개친 채 오로지 분열과 와해가 정치활동의 목표인 양 행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노동법을 통과시키면 비정규직은 더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것이다. ‘박근혜 노동법’이라는 괴물이 문을 두드리는데 집안싸움만 하는 야당은 정녕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내년 총선에서는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무능하고 독선적인 새누리당이 물론 심판 대상이지만, 사적 감정에 치우쳐 대의를 무시하고 집안 총질하는 사이비 야당도 심판을 면할 수 없다.


이정우 |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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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어제 조계사에서 나와 경찰에 체포됨으로써 종교시설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범법자를 언제까지 보호할 거냐’는 경찰과 종단 안팎 보수세력의 압박 속에서도 최대한 인내하며 절충안을 마련한 조계종 지도자들의 평화적 중재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 체포로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5월 세월호 추모집회, 올해 4월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등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한 위원장의 검거로 노동5법 통과의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등 우려되는 노동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한 우리 사회 대립과 갈등의 해결은 요원하다.

당장 민주노총은 오는 16일부터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총파업 돌입을 다짐하고 있고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예정돼 있다. 물론 민주노총의 강한 반발과 파업이 노동5법 입법 반대를 ‘정규직 노조 이기주의’로 비판해온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안 몰이의 기회일 수도 있다. 민주노총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고 2차 민중총궐기 이후 고조되는 시민들의 평화적 저항의지도 퇴색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당장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민주노총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귀족노조 대 비정규직 갈등’ 프레임을 강조한다 해도 공안탄압만으로 정당한 시민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는 없다. 비정규직 사용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중간 착취를 정당화하는 파견업종 확대 법안을 ‘아들딸들을 위한 법안’으로 왜곡 선전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 정부·여당은 노동5법의 일괄처리만을 고집하기보다 노동시간 단축, 실업급여 개선 등 야당이 동의가능한 법안부터 분리 처리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은 기간제·파견법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3법에 대해서는 일단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대의도 중요하지만 공안탄압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개악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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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회의원은 랜섬웨어의 인질이 된 컴퓨터를 보고, 사색이 됐다. 기밀파일을 더 이상 열어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혼 9년 만에 시험관을 통해 딸을 가진 부부는 컴퓨터에 나타난 “모든 파일을 Crypt0L0cker 바이러스로 코딩했습니다. 파일복원 지불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라는 랜섬웨어 알림글을 확인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태어나서 7세까지 병원, 집, 여행지 등에서 부부와 함께 찍은 모든 사진을 잃게 될 판이다.

메인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한 영세공장은 모든 기계들의 작동이 멈추었다. 사장은 900만원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해야 복구시켜 준다는 랜섬웨어의 협박 문구를 읽고 주저앉아 버렸다.

랜섬웨어는 사용자의 컴퓨터에 침투해 각종 파일들을 암호화시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후, 돈을 요구하는 바이러스이다. 말 그대로 파일 등을 볼모로 잡고 비트코인을 요구한다. 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에는 하루 50건 이상 문의가 온다고 한다. 지난 4월 랜섬웨어 한글판이 상륙한 이래 현재 총 2000여건에 달하는데 이 중 1600여건이 10월, 11월에 집중돼 있다. 이전까지 한 달에 100건도 안되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 추세다. 해커가 감염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있고, 비트코인으로 돈을 받아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최근 확산의 가장 큰 이유다.

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는 현재까지 랜섬웨어로 인한 피해규모가 총 10만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돈을 지불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이버수사대 등에서는 돈을 절대로 지불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때로는 같은 회사 컴퓨터에 최고 3차례까지 랜섬웨어를 감염시켜, 고스란히 3번의 몸값을 받아간 악질들도 있기 때문이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한 남성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풍등을 날리고 있다._경향DB


이슬람국가(IS)가 파리에서 테러를 저지르고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즈음에 사이버범죄자들은 인터넷에서 랜섬웨어로 파일 등을 볼모로 잡고 돈을 요구한다. 사이버 데자뷰일까.

랜섬웨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PC 외부 공간에 실시간으로 백업해 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랜섬웨어에 대항할 수 있는 뚜렷한 백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발신자 불명의 e메일, 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첨부파일은 열지 말고, 보안이 취약한 웹사이트는 클릭하지 말도록 하는 기존 최소한의 보안규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유명 백신업체 카스퍼스키에 따르면 크립토라커를 활용한 범죄조직은 단 100일 만에 300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랜섬웨어의 변종인 ‘크립토월’을 통해 3300억원의 수입을 챙겼다. 예브게니 보가체프라는 해커는 랜섬웨어를 통해 2500여억원을 챙겨 FBI 수배를 받고 있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생물학적인 독감 바이러스는 한때 50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물리학적인 컴퓨터 바이러스는 1985년 첫선을 보인 이래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위협이나 파괴력 면에서는 그에 못지않다.

21세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주로 생물학적 바이러스에만 집착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이 되고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달라졌다. 해커들은 필요한 시스템에 들어가 바이러스를 심었고, 원하는 컴퓨터들을 좀비PC로 만들어 디도스 공격의 노예(?)로 삼고 있다. 핵시설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스턱스넷과 같은 바이러스의 등장은 독보적이다. 컴퓨터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네트워크를 타고 기반시설들을 감염시키면 어떤 위기를 맞을지 알 수 없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 최고의 돈벌이 도구가 된 랜섬웨어를 유포하는 해커처럼 의도적으로 바이러스 전달자 역할을 하는 이들이 속출한다면 사회는 한층 더 위험해질 것이다. 어찌 됐든 바이러스는 소리 없이 나타나 치명적인 공격을 계속 감행할 것이다.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아야 한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혼란케 하며 어지럽히고, 파괴하기도 한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없는 환경과 여건을 유지해야 할뿐더러 그 싸움도 준비해야 한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사회, 그리고 첨단기계 문명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미래. 아이러니하게도 그 세계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것은 쪼갤 수도 볼 수도 없는 바이러스이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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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노동 관련 5개 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연일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최대 압박카드는 청년실업 문제다. 내년 1월1일부터 정년 60세 법안이 시행되면 청년고용 절벽이 예상되는데도 야당이 노동계 눈치만 보며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경제살리기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경제가 다 죽고 난 다음에 살리면 뭐하냐”며 강한 어조로 연내 임시국회 처리를 주문했다.

굳이 대통령이 말하지 않아도 국가재앙 수준이 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올해를 그냥 넘기면 청년고용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하지만 정작 5대 법안 어디에도 제대로 된 청년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을 확대하는 것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뿐 아니라 청년들의 노동 의욕을 꺾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실업자·실업률 추이_경향DB


또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고 하면서도 새누리당 법안은 주 52시간에 8시간의 휴일특별근로를 허용하고 휴일근로 8시간은 연장수당 지급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 현재의 잔업·특근을 줄여 신입사원 채용을 늘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재직 기간도 180일에서 240일로 늘어나 단기간 알바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들의 실업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청년들 사이에서 5대 법안의 통과는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재앙’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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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배출가스 발생량을 조작한 폭스바겐에 지난달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했다. 반면 미국에서 폭스바겐은 벌금 180억달러(약 21조원)를 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과징금과 법원 판결에 따라 내는 벌금은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같은 위법행위에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가 15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 배출가스를 조작해 판매한 차량이 미국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의 제재는 가벼운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현행 환경위반 처벌 규정은 미국에 비해 느슨하다. 미국 ‘청정대기법’은 위반차량 한 대당 최대 3만7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한국 ‘대기환경보전법’은 차종별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상한액을 10억원으로 제한했다. 폭스바겐의 국내 위반 차종은 15개인데, 일부 판매량이 적은 차종이 있어 141억원으로 낮아졌다. 만약 미국 법을 한국에서 적용한다면 폭스바겐은 벌금 5조5000억원을 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_연합뉴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차량은 주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보다 9배나 많았다. 질소산화물 가운데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는 특히 폐암 유발 가능성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발암물질이 포함된 배출가스는 차량 소유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들이마신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처럼 형법으로 위반 자동차회사를 처벌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없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약 200개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주범 중 하나인 자동차산업은 여전히 호황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대폭 할인과 장기 무이자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여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큰 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이 가벼우니 진정성 있게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매출 증대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미국만큼은 못하더라도 현행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과징금 상한액을 100억원으로 높이는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과도한 규제’라며 처리를 꺼린다면 제2, 제3의 폭스바겐 사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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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하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막막하더라고요. 구단에 유니폼을 반납하고 나오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어느 무명 선수의 절박함인가. 그렇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2010년 9월 은퇴한 양준혁 선수의 말이다. 작년 8월, 어느 방송에서 양준혁은 이렇게 덧붙였다. “맨날 야구장에 가고 그랬는데, 이젠 뭘 해야 되는지 막막하고 계속 쉬어야 되는데 어떻게 쉬냐 이 말이죠.”

양준혁 선수의 이 말은 실제로 먹고살기 막막하다기보다는 더 이상 현역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된 노장 선수의 회한에 가깝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넉넉한 연봉을 받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야구와 관련된 여러 직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은 된다. 그럼에도 말 못할 답답함과 회한에 사무치는데 여느 선수들이라면, 무명 선수라면 이 감정이 매우 싸늘한 현실과 직면할 것이다.

어느 분야든 정년이 있고 은퇴가 있다. 때가 되면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고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가 은퇴자까지 받아줄 만큼 넉넉지는 않다. 선수들은 더 절박하다. 사회 일반의 정년이나 은퇴 상황을 적용할 수가 없다. 30대 중반이면 대개들 은퇴한다. 체조나 수영은 20대 초반을 최전성기로 잡고 그 이후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프로 스포츠의 스타라면 이 나이에 적지 않은 돈을 모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삶이란 돈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운동장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운동장 바깥의 규칙과 태도와 관계들에 대해 서툰 경우가 많다. 경험 있는 은퇴자들이 씁쓸하게 말한다. 제일 먼저 다가와 친절하게 웃으며 뭐라도 해보자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말이다.

무명 선수들은 사기를 당할 기회가 없다는 점에 안도해야 할까.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들 가운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선수는 0.0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저임금의 지도자 자리조차 귀하다. 그 자리를 얻기 위해 따로 돈을 마련해야 하고 겨우 마련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폭력적인 위계질서의 행동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래도 몇 가지 제도가 구비되었고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은퇴 선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에서 코치를 지냈던 이환우씨는 은퇴 선수들을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누구라도 은퇴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은퇴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그 시기가 빨리 올 수 있으며 부상이나 슬럼프로 인해 갑자기 닥쳐올 수 있다는 점을 운동에 관여하는 사람 모두가 철저히 인식해야만 한다. 아프면 쉬게 해야 하고 부상을 입었으면 치료를 하고 재활을 시켜야 한다. 악으로 깡으로 할 일이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는 중·고교 시절부터 은퇴에 대한 준비를 더불어 해야 한다. 이제 막 운동 시작했는데 벌써 은퇴 걱정이냐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겠는데, 바로 그게 문제다. 선수들에게 은퇴는 내일이라도 당장 닥칠 문제다. 그렇지 않다 해도 젊은 나이에, 결혼도 하기 전에, 사회로 방출되는 현실 아닌가.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운영하는 유스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우리의 이승우나 장결희 같은 유망주가 뛰고 있는데, 그들이 그곳에서 겪은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은 훈련 시간은 너무 적고 공부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초·중·고 과정에서 유급하면 프로 진출이 더뎌지거나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 아니 공부한다. 복잡한 일정 때문에 수업을 듣지 못하면 교사들이 반드시 보충수업을 한다. 다른 나라의 다른 팀으로 잠시 임대를 간 선수들도 인터넷 수업을 통해서라도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중등교육은 물론이고 대학에 진학하는 선수들까지 뒷받침해준다. 유스 출신으로 1군에까지 진출한 세르지 로베르토 선수는 바르셀로나 지역의 명문 라몬룰대학교의 경영대학에 다닌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선수들은 언제든지 은퇴할 수 있다. 부상 때문에 일찍 하는 수도 있고 서른 넘어 은퇴할 수도 있다. 그 이후 기나긴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유소년기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인류의 지식을 공부함으로써 선수의 지적, 감성적, 심리적 능력이 풍부해지고 이로써 경기력도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공부를 병행함으로써 은퇴한 뒤에도 축구 행정, 산업, 지도 등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할 수가 있다.

물론 은퇴 후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보 제공과 상담을 통해 사회화 과정을 지원하는 호주의 ‘에이스 프로그램’이나 일본 J리그의 경력 지원 센터 같은 게 당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고교 시절부터, 인생 전체를 함께 구상하고 준비하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부를 시키자는 것이다. 공부를 시키자는 것은, 부상당하면 다른 직업을 알아볼 수 있게 하자는 방어적 개념이 아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심리적 능력이 담대해지고 경기력도 향상된다. 더불어 인생의 다양한 기회를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즐겁게 운동을 할 수가 있다. 이것이 실질적인 은퇴 프로그램이다.


정윤수 | 스포츠평론가·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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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던 법무부가 하루 만에 “최종 입장이 아니다”라며 물러섰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집단 자퇴 결의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시 존치론자들이 반발하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의 갈지자 행보가 국가 정책의 신뢰성을 흔들며 소모적 논란을 확산시키는 형국이다.

봉욱 법무부 법무실장은 어제 “사시 폐지 4년 유예가 법무부 의견인 것은 맞다”면서도 “최종 입장은 여러 기관·단체 의견을 검토한 뒤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밝힌 ‘폐지 유예’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최종 입장은 나중에 정하겠다는 말이다. 무책임하고 비논리적인 궤변이다. 법무부는 4년 유예기간에 추가로 배출될 법조인력 규모에 대해서도 “사법시험관리위원회와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는 사시 폐지를 유예한다면 마땅히 사전에 계획했어야 할 사안이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법무부 발표는 졸속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2021년까지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한다고 밝히고 있다._경향DB


법무부는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에서 사시 존치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 측 진술인들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런 법무부가 보름 만에 폐지 유예 방침을 내놓았다. 대법원조차 “사전에 설명을 듣거나 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고 할 만큼 전격적이었다. 더구나 사시 폐지 시점을 미루는 일은 법 개정 사안이다.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가 폐지 유예를 발표한 것은 국회 입법권 침해에 해당한다. 도대체 보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을 법무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는 믿기 어렵다. 청와대 등 윗선의 ‘오더’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졸속 발표의 경위는 규명돼야 한다.

대법원이 밝혔듯이, 법조인 양성 시스템 문제는 어느 일방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또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법적 안정성은 존중돼야 한다. 국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사회적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로스쿨 체제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시 폐지 유예가 근본적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로스쿨 제도의 보완·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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