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에 해당되는 글 1356건

  1. 2017.07.14 [사설]숭의초 교장·교감이 재벌 손자 폭력 은폐 주도했다니
  2. 2017.07.14 [정윤수의 오프사이드]남북합작 스포츠영화 ‘평창’ 개봉할 수 있을까
  3. 2017.07.14 [학교의 안과 밖]‘교원성과급제’ 소모적 논쟁
  4. 2017.07.14 [사설]최저임금 1만원 달성하기 위한 여건 조성 필요하다
  5. 2017.07.10 [NGO 발언대]탈핵의 시작,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부터
  6. 2017.07.07 [기고]물관리 일원화, 통합물관리 실현의 첫 단계
  7. 2017.07.07 [녹색세상]원전 건설과 사회적 공론화
  8. 2017.07.04 [학교의 안과 밖]함께 가야 할 교실 정상화의 길
  9. 2017.07.03 [기고]저탄소 에너지믹스
  10. 2017.06.29 [여적]0.49초의 차이
  11. 2017.06.29 [사설]질서 있는 외고·자사고 폐지 절차 마련을
  12. 2017.06.29 [사설]탈원전을 위한 시민의 숙의가 필요하다
  13. 2017.06.27 [사설]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 46개국 중 45번째라는 참담함
  14. 2017.06.27 [학교의 안과 밖]‘다양한’ 교사를 증원하라
  15. 2017.06.26 [기고]파리, 2024 올림픽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16. 2017.06.23 [기자메모]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에 빛바랜 ‘국립공원 50주년 기념식’
  17. 2017.06.23 [사설]공교육 정상화 위해 외고·자사고 폐지 필요하다
  18. 2017.06.23 [녹색세상]탈원전, 에너지 전환 출발선
  19. 2017.06.21 [시론]단계적 탈원전, 원자력학계의 기회
  20. 2017.06.20 [학교의 안과 밖]여백이 필요해

- 7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이 연루된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생들의 폭력 사건은 사회에서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교육 공동체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학교폭력 사건도 문제지만 그것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숭의초 교사들의 행태는 과연 이들이 교육자로서 인격과 자질을 갖췄는지 의심을 품게 한다. 숭의초는 사건이 불거지자 학생들 사이의 가벼운 장난이라고 했지만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있는 집’ 자녀의 비행을 감추기 위해 담임교사부터 교장까지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에게 사과는커녕 진술을 강요하고 전학을 권유하는 등 비교육과 몰상식의 극치를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피해 학생 부모는 사건 초기부터 재벌 회장 손자를 가해자로 지목했지만 학교 측은 의도적으로 묵살했다. 담임교사는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도 수련회 때 같은 방을 쓰게 할 정도로 학교폭력에 무신경했다. 교장은 되레 피해 학생에게 전학을 권유하고, 교감은 피해 학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뒤늦게 경위 설명 등을 강요하며 2차·3차 고통을 안겼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참여한 생활지도부장은 조사 자료를 가해 학생 부모에게 무단으로 제공하고, 피해 학생 부모가 “야구방망이로 맞았다”고 진술했음에도 무슨 이유인지 회의록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학폭위 규정도 숭의초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학부모 4명, 교원 2명, 학교전담경찰관 1명 등 총 7명으로 학폭위를 구성해야 하지만 학교전담경찰관은 배제했다. 또 생활지도부장이 위원과 간사를 겸해 애초부터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학교폭력은 교사 책임하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중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숭의초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해 학생 징계가 능사도 아니다. 하지만 이것과 사건을 조작·은폐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교육청은 교장 등 관련 교원 4명을 중징계하라고 숭의초 학교법인에 요구하고, 이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과 부모가 그동안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 어린 학생들이 벌써부터 유전무죄(有錢無罪)의 병폐를 경험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남을 괴롭히고 거짓말을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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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익과 정병호가 함께 쓴 <극장국가 북한>은, 두 사람의 전공이 ‘인류학’이라는 점에서, 그 학문적 방법론의 신선함이 돋보이는 저작이다. 북한은 참여 관찰이라는 인류학의 고전적인 방법론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북한의 내부로 들어가서 ‘참여 관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조건에서 두 사람은, 클리퍼드 기어츠의 ‘극장국가’라는 개념을 적극 활용하여 북한 정권이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과시하는 ‘연출’된 장면들과 서사들을 분석한다.

특히 두 사람은 김정일 시대에 그들이 혁명가극 <피바다>나 <꽃 파는 처녀> 그리고 ‘아리랑 대축전’을 국가사업으로 전개하고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혁명열사릉이나 주체탑 등을 축조하여 북한 전역을 거대한 극장으로 구성해 나가는 맥락을 살펴, 북한이 이 과시적인 스펙터클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어떤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고 그것의 강력한 돌파 의지를 보여왔는가를 분석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북한의 역대 정권이 대내적으로 강력한 통제장치를 구사하고 대외적으로 핵 위기를 주도하여 권력을 유지해왔다는 통념은, 두 학자에 의하면, 부분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안팎으로 강력한 통제나 군사적 위협으로 ‘겨우’ 유지되어온 정권이 아니라, 과시적인 스펙터클 문화 정치의 정교하면서도 지속적인 전략에 의해 북한은 문화적으로 건재해온 것이다. 특히 1995년 이후 북한 정권이 강력하게 천명했던 ‘백두혈통의 선군정치’는 김정은 정권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펙터클 정치의 요체였다. 북한 사회 전체가 극장이 되고 최고 권력자가 주연 배우가 된다.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는 열렬한 관객이 되며 때로는 조연이나 엑스트라가 되어 스펙터클에 참가한다.

이 책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았지만, 북한은 사실 또 하나의 스펙터클, 즉 스포츠를 통한 문화 전략도 다양하게 구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1년 5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의 단일팀(코리아) 구성이다. 이때 단일팀은 남북한이 사이좋게 동수로 하는 식의 비스포츠적인 발상 대신 엄격하게 1, 2차 선발전을 치러 구성했다. 그 덕분에 본선 8강까지 진출했다. 남북한 스포츠 교류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 단일팀 구성은 그해 12월13일 서울에서 타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의 전조였다. 남북한의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담은 이 합의문은 2000년의 ‘6·15 남북 공동선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기본적인 정신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시 북한은 ‘남북 기본합의서’라는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단일팀’이라는 예고편부터 띄운 것이었다.

김일성 사망과 그 이후 권력 조정 과정에서도 북한은 스포츠 교류라는 예고편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북한 전역을 강타한 기근과 핵 문제에 따른 외교 고립 상태 등에도 불구하고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2005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김정은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북한이라는 극장의 최고 배우인 김양건·황병서·최룡해가 과감하게 ‘출연’하기도 했다.

남북한 스포츠 교류가 아직까지는 ‘이벤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남북한 선수가 ‘동시 입장’을 하는 최소 단위에서 아예 단일팀까지 구성하는 최대 단위까지의 교류가 여전히 스포츠 외적인 이벤트 혹은 일회적인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늘 북한이 연출하는 스포츠라는 ‘영화’는 그 줄거리가 무엇이며 누가 주연 배우로 출연하는지, 그리고 연출 의도는 무엇인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강공 일변도였던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과 트럼프 정부의 등장이라는 국면에서 그들은 아예 스포츠 이벤트 자체를 개봉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심스러운 연출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스포츠 교류를 천명했다. 지난 6월24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을 찾은 문 대통령은 내빈석의 본인 좌석을 지나쳐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다가가 환영 인사를 했다. 공식 환영사를 통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이 참가하기를 희망했다. 이에 장웅 위원은 박수를 치는 정도로 제한적인 연기를 했다. 분명한 말로 이에 화답하거나 어떤 조건부의 답례도 하지 않았다. 아직 북한은 스포츠 영화의 본격적인 ‘남북한 공동 제작’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와 협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바흐 위원장은 “평창조직위가 성공적인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연들도 아직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합작하여 공동 제작하게 될 이 영화가 탄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봉 시기는 정해졌다. 내년 2월, 평창이다. 제작자도 정해져 있고 시나리오의 얼개도 짜여 있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은 내용이다. 스포츠 그 자체가 존중되어야 하며 선수들이 표면적으로라도 주인공이어야 한다. ‘한반도기’를 함께 흔드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북 기본합의서 이후의 1990년대 일이다. 스포츠 자체의 내실 있는 교류, 선수와 지도자들의 왕래, 수준 있는 경기의 감각적인 충만 등이 절대적이다. 일회적인 퍼포먼스로는 ‘동북아 평화’가 요원하다. 스포츠에 내재된 비적대적인 경쟁의 신선한 감각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될 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미묘하면서도 경이로운 정서들이 자주 확인되고 두루 확산될 때, 남북한 공동 제작의 스포츠 극장은 만원사례의 풍경이 될 것이다.

정윤수 | 스포츠 평론가·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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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교총과 전교조가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6월22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다. 조선일보가 24일 사설에서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쟁점이 무엇일까? 교원성과급제도다. 교총과 전교조가 폐지를 주장하고 조선일보는 이를 비판했다. 이들이 직접 논쟁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굳이 논쟁이라 부른다면 이 논쟁은 가짜다. 허구 위에서 진행된 논쟁이다.

교총과 전교조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이 교육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조선일보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교사들로 하여금 더 나은 수업을 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이런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에 교총과 전교조가 성과급제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대단하게 대립한 거 같지만 이들의 대립은 가짜다. 성과급제도로 인해 교사들 간에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조금도, 눈곱만큼도 아니다. 진실, 아니 사실은 무엇인가? 그 어떤 경쟁도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경쟁, 즉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경쟁은 더더욱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숫자로 0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급제도가 불러온 것은 무엇인가? 소모적 갈등이다. 이 업무를 맡은 교사의 점수는 몇 점이고, 저 업무를 맡은 교사의 점수는 몇 점이어야 하나? 부장교사의 점수는? 담임교사의 점수는? 이런 것을 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교사들이 심하게 싸운다는 얘기는 아니다. 교사들의 인격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싸워서 얻는 이익에 비해 갈등은 약한 편이다. 물론 교사도 인간인지라 성과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하기는 한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아는 상식적 의미에서의 경쟁이 아니다. 어떤 일을 남보다 더 잘하려고 하는 그런 경쟁이 아니다.

교총·전교조와 조선일보의 대립은 거짓된 사실 위의 대립이다. 그들은 왜 평범한 교사들이 다 아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각자의 익숙한 가치관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교총·전교조는 교사들의 경쟁을 무작정 나쁘게 보려 했고, 조선일보는 무작정 좋게만 보려 했다. 그러한 관점으로 현실을 재단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진실을 드러내긴 했다. 실제로 교육은 다른 분야와는 달라서 함부로 경쟁을 도입하면 큰 일 난다. 하지만 교육 분야도 사람 사는 곳이다. 경쟁이 없으면 썩는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지나치게 얽매였다. 자신들의 가치관에서 자동적,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얘기를 하느라 현실을 있는 대로 보지 못했다. 성과급제도가 그 어떠한 경쟁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 앞에 드러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였다.

국민이 교총과 전교조의 말을 믿으면 어떻게 될까? 똑바로 된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조선일보의 말을 믿으면 어떻게 될까? 교육에 손해만 될 뿐인 최악의 엉터리 제도를 옹호하게 된다. 양쪽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아, 그래도 교총과 전교조의 말을 믿는 게 더 낫나? 경쟁을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교원성과급제도는 폐지해야 마땅하니 말이다. 아니, 조선일보의 말을 믿는 게 더 낫나? 교육을 위한 경쟁이라는 단서를 단다면 어쨌든 교사들 간 경쟁이 더 심해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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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미 법정 시한인 6월29일을 넘겼고 오는 16일이 최종 마지노선이다. 노동계는 시급 기준으로 올해 6470원보다 54.6% 오른 1만원을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 측은 2.4%(155원) 인상한 6625원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 차이가 3375원이나 된다. 게다가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 측 일부 위원들은 PC방·편의점·슈퍼마켓·주유소·이미용업·음식점·택시·경비 등 8개 업종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 참석을 거부,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노동자들도 의식주 걱정에서 벗어나 가끔 영화도 보고 필요할 때는 택시도 탈 수 있어야 한다. 1만원 정도는 돼야 주 40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소득이 209만원에 이르러 1인 가구 노동자의 표준 생계비(월 215만원)에 근접한다. 물론 임금을 주는 쪽도 생각해야 한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을 단번에 1만원으로 올리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1만원(시급 기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건 터라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측은 2.4% 인상안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 차원에서 최저임금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저소득층 소비가 늘면 내수 증가로 연결돼 경제의 선순환도 가능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납품 단가와 최저임금 인상액의 연동,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의 몫을 채가는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기업의 ‘갑질’을 없애야 한다. 자영업자에게 적용하는 카드 수수료도 대폭 낮춰야 한다. 대기업은 1% 안팎인 수수료가 자영업자는 최고 2.5%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청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정페이’로 연명하려는 사업장은 정리하는 편이 낫다. 사회적 안전망을 우선적으로 확충한 뒤 최저임금 1만원을 한국 사회 산업구조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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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고리에는 7기의 핵발전소가 몰려 있다.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도다. 단위면적당 핵발전 설비용량도 세계 최고다. 고리 핵발전소 인근 30㎞ 이내의 인구는 400만명에 육박한다. 핵발전소 입지로는 최악이다. 핵산업계는 이곳에 신고리 4·5·6호기 등 3기의 핵발전소를 추가 가동하려고 한다. 인간은 ‘불의 위력’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과학기술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지속가능한 발전(發電) 대안은 없는가. 

논리적이든 즉각적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해보자. 고리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핵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부산, 울산, 양산, 정관의 400만 주민들은 핵 사고를 피할 수 있을까. 방재시스템은 무리 없이 작동할까. 국가는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할까. 복구는 가능할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고리 핵 사고는 여타의 사태와 다른 상황으로 퍼질 여지가 높다. 교통사고 같은 사건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갯벌 매립과 산지 난개발, 댐 건설과도 다른 차원이다. 고리 주변의 400만 주민들은 국가와 함께 ‘멜트다운’할 가능성이 높다. 회복할 수 없는 국가 불능 상태로 들어가며, 국가 시스템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다.

원전 건설 공사가 일시 중단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 건설 중단에 따른 보상 등 정부와 한수원이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9년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의 돌이킬 수 없는 핵 사고는 모두 핵발전소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소련, 일본은 당시 핵발전소 안전성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거나 기초과학을 선도한 나라들이다. 과학기술은 미래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를 확신하지는 못한다. 핵발전은 원자력문화재단의 광고처럼 ‘꿈을 키우는 에너지’가 아니다. 오히려 정의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걱정 많은 에너지다. 대통령의 말처럼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에너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핵산업계와 관련 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에너지는 현 정권을 넘은 국가의 문제다’ ‘제왕적 판단이다’ ‘수십년간 탈핵팔이를 해온 환경단체에 넘어갔다’는 비평을 지금도 쏟아내고 있다.

핵 사고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했다. 스리마일은 노동자 한 사람의 실수, 체르노빌은 과학자들의 실험,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일어났다. 어디서 어떻게 튈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의 혁명적 진보는 정의, 윤리, 아름다움의 관점과 함께 가야 한다. 기술의 올바른 사용은 과학만이 아니라 철학, 윤리학, 미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대한 겸손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핵산업계가 쌓아올린 핵발전소 물량과 안전 신화에 감탄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 존립과 인간성 회복, 탈핵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 시작은 공론화 마당에 펼쳐진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 여부일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시작으로 ‘불의 위력’을 다시 살펴보자. 할매들의 눈물을 타고 흐른 밀양송전선로를 걷어낼 수 있다. 가동을 앞둔 신울진 1·2호기와 신고리 4호기는 반드시 필요한지 다시 평가하자. 핵발전과 석탄화력 대신에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며 생존의 조건이다. 나아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제 모습을 갖추면 ‘탈핵 한국’의 길이 보일 것이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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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를 담당하는 공기업인 K-water에 30년간 재직하면서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물관리 기능 일원화가 추진되었다. 2006년 8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환경부와 건설교통부가 공동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물관리기본법을 입법예고하였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물관리에서 잃어버린 10년인 셈이다.

다시 새 정부 들어 물관리 일원화 추진이 결정되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분산되어 있는 수량과 수질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여 일관된 체계 내에서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일원화 정책결정 과정과 내용에 대해 일각에서 논란이 있다.

먼저, 정책결정 과정의 타당성에 대한 것이다. 일부에서 일원화가 전격적으로 결정돼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였다고 주장한다.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켜야 할 가치로서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물관리 일원화는 지난 30년간 정부·학계·전문가를 비롯한 시민사회 모두가 한결같이 제기한 문제로, 수많은 논의를 통해 ‘정책결정자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이제 정부가 의지를 보여줬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동일한 내용의 공약을 제시하였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니 실천에 옮길 때라고 본다.

다음으로, 규제기능과 개발기능의 분리와 견제에 대한 것이다. 심판(규제)이 선수(개발) 역할까지 병행하는 것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부처는 물 관련 20여개의 개별 법률에서 정한 바에 의해 규제와 개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각각 기능과 업무영역이 분할되어 있다.        

즉,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물관리 기능과 업무의 통합 이후에 제도화해야 규제와 개발의 역할 분담은 실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오히려 국민적 입장에서 볼 때 선행되어야 할 견제 방법은, 우리가 쓰는 물에 대한 각 기관의 물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이다.

마지막으로 기능 통합의 범위에 대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생활용수, 공업용수와 더불어 농업용수 기능도 같이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용수에 대해서는 국가보조 형태의 농업 기반시설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어, 물관리의 수익자부담·원인자부담 원칙 적용의 어려움 등 단기적 통합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 이용량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용수 비중을 고려하면 물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추진해 가야 할 과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물관리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국민의 3.5%인 186만명이 상수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농어촌과 도서지역은 물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매년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으나 물관리의 성과 측정이 되지 않아 부처 간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가뭄·홍수·수질오염·생태계 악화 등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지역 간 물 격차로 인한 갈등이 대립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물 서비스와 관련한 중소기업과 공생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렇듯 복잡·다양해지고 있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물관리 컨트롤타워에 의해 수량과 수질·재해예방, 물산업이 일관된 체계 내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기존 수자원 시설의 효율적 활용과 합리적 물 배분을 통한 물 이용과 수질·생태환경의 조화, 영세한 국내 물기업 육성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통합체계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울러 물관리 비용부담체계의 정비를 통해 상류와 하류, 도시와 농어촌지역, 중앙과 지방 간 균형서비스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환경성과 평가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수량과 수질에 대한 정책기능을 통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우리의 물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이학수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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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7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공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설계, 관리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시민배심원단이 맡는 방식이다. 핵발전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가 배제된 채,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요구한다.

첫째,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 민주사회에서 사회적 의제의 논의와 결정 과정에 시민대표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최종결정권은 소수의 전문가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핵발전 논의의 핵심 요소인 ‘안전’은 돈으로 환산하여 다른 경제적 요소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의 문제다. 신고리 5·6호기는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복잡한 계산식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숙의, 선택할 문제라는 뜻이다. 둘째, 전문가 참여. 전문가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논의와 결정을 제대로 하도록 돕는 막중한 역할로 공론화에 참여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론화위원회는 이번 논의가 ‘사회적’ 공론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론화의 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시민배심원단의 논의 과정을 TV 생중계 등으로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핵발전에 관한 기본적인 물음에 충실히 답하도록 하고, 사실관계를 다툴 땐, 이견들을 가감 없이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통해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을 하여, 그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핵산업계의 일방적인 홍보로 핵발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만연해 있고, 핵발전 정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었다. 한동안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원자력 신화’가 우리를 지배했다. 후쿠시마 사고로 안전 신화가 깨지자, 안정적 전력수급과 값싼 전기요금을 위해선 핵발전 외에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해왔다.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한국에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핵발전소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제로’인가? 그렇지 않다면, 사고가 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원상회복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언제쯤인가? 고리의 경우, 핵발전소 반경 30㎞ 내의 지역주민 382만명의 대피 방안이 있는가? 제한된 시간 내에, 그 많은 사람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가? 핵발전소 내 임시저장소는 곧 포화상태가 되는데,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은 무엇인가? 10만년 동안 완벽한 분리와 차폐를 요구하는 영구처분장 건설이 가능한가? 언제 가능한가?

에너지전환을 하면 전력의 안정적 수급이 어렵다는데, 전력수요 예측과 전력수요 관리는 합리적으로 해왔는가? 전기요금은 얼마나 인상되나? 안전 확보의 비용으로도 수용할 수 없는, ‘폭탄’ 수준인가? 핵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는데, 발전원별 단가 책정은 합리적인가? 발전소 설계에서 건설·운영·폐기 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사고의 사회적 비용까지 반영하면, 핵발전 단가는 어떻게 되는가?

시대는 변했다. 위험을 무릅쓴 값싼 에너지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바람이 커졌다. 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공약은 이런 시대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고, 대선에서 국민의 승인을 받았다. “어떤 것이 생명 공동체의 온전함, 안정성, 아름다움의 보존에 이바지한다면 그것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알도 레오폴드). 핵발전으로 생겨나는 방사성물질들은 “생명 공동체의 온전함, 안정성,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생명 공동체에 맞는 에너지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해와 바람, 바로 거기에 있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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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와 자사고 폐지와 관련하여 교육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교육을 망치는 주범이 외고와 자사고라는 주장과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을 위한 작은 부분도 용납할 수 없느냐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제34조에는 대학에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으로 일반전형이나 특별전형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시행되는 시험이 수학능력시험이다. 그런데, 제34조의2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시행하는 시험의 성적 외에 국가는 대학의 학생선발이 초·중등교육의 정상적 운영과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의 채용 및 운영을 권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 안에서 초·중등교육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수능시험을 지목하고 있다. 이렇듯 수능시험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면서 근래 들어 수능 정시전형이 축소되고, 수시에서도 외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별전형이었던 특기자전형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외고와 자사고의 인기는 이미 예전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특목고입시 전문 학원들이 대거 문을 닫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이다. 자사고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재학생들 중에서 일반고로의 전학을 고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에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관계자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중학교 졸업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해서 수능점수를 잘 받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내신성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일반고가 나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중학교를 같이 졸업한 친구들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때 비슷한 성적이었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유형의 학교로 진학했는데 대학진학을 이야기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평범한 학교에 추첨배정을 받은 학생은 높은 내신등급에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유도 많아서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자사고와 그 지역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일반고에 배정된 친구는 내신경쟁에 몰두하느라 학생부 관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이란다. 결국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몇몇 학교에 몰려있다 보니 그 외의 학교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내신등급 관리는 물론 각종 교내 활동에도 여유 있게 참여해서 학생부전형에 딱 맞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단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와 관련하여 학부모들이 대규모 시위를 하고, 정부에서는 폐지강행으로 대응할 것 같다. 그러나 폐지강행보다는 입시전형에서 수능과 학생부전형을 보다 조화롭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공부 잘하고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수능의 길을 일부 열어주고, 학생부전형을 통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지금과 같이 고등학교 교실이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입시전형의 개혁에 따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해내지 못했던 교실의 정상화가 학생부전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내신성적과 학교활동이 입시의 중심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상당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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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의 위험관리상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말과 유사하게 에너지 소비에도 ‘에너지믹스’라는 원칙이 있다. 한 나라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어느 하나로 하지 말고 여러 개로 하라는 의미다. 물론 석유가 지천인 나라는 석유로 자동차를 굴리고 난방이나 취사도 하고 심지어 발전도 할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그렇게 했다가 유가가 폭등하거나 석유 수입에 애로가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는 차치하고 나라 전체가 결딴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에너지믹스’의 원칙을 준수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에 다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는 난방에너지를 석유와 가스에서 전기(시스템 냉난방기)로 바꾸었고, 최근에는 전기차와 전기레인지(인덕션)의 등장으로 수송과 취사에도 전기가 사용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 석유나 가스에 추가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다양한 에너지원의 배합이라는 에너지믹스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이런 추세라면 전력이 난방을 넘어 수송이나 취사 등 모든 용도의 에너지 소비를 독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정부 계획에 의하면 이렇게 증가하는 전력이 다양한 발전원 간의 배합이 아닌 원전과 석탄발전으로 대부분 충당된다는 점이다.

에너지 소비의 전력 편중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부가 석유와 가스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원전과 석탄에는 저렴한 전력요금을 위해 세제 우대와 숨은 보조 등 다양한 지원을 한 탓이다. 그 결과 가장 비싸야 할 고급에너지인 전기가 석유나 가스보다 저렴하게 되면서 난방을 비롯하여 모든 에너지가 전력으로 바뀌고, 낮은 요금으로 계속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을 계속 늘리는 것이다.

지난번 경주 지진처럼 큰 지진이 발생하면 대규모로 원전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로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걸려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에 필수적인 송전망 건설도 불안요인이다. 더구나 전력은 대규모 저장이 어렵고,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유사시 전력을 대량으로 수입하기도 어렵다. 에너지믹스는 위험 관리를 넘어 국가안보에 준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에너지믹스를 좀 단순하게 하더라도 경제적 차원에서 저렴한 원전과 석탄 비중을 높여 산업 경쟁력과 경제 성장을 우선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일리가 있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다. 하지만 저렴한 전력요금이 지난 수년간 비효율적인 전력소비를 유발하고, 한국경제를 저부가가치형 전력다소비산업에 안주하게 만든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보다 2~3배 높은 전기요금 하에서 친환경적인 에너지믹스로 제조업의 경쟁력까지 유지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이처럼 현재의 에너지믹스 추세는 환경, 사회갈등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우리나라 에너지수급의 안정성 측면에서 되짚어볼 점이 많다. 조만간 우리나라 에너지믹스를 결정하는 중요 계획들이 수립될 예정이다. 사회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여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에너지믹스에서 안정적이고 다양한 저탄소 에너지믹스로의 방향 전환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조영탁 |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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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경기의 꽃’ 100m 경주는 숫자의 스포츠다. 기록달성의 관건으로 꼽히는 출발 반응속도를 보자. 이론적으로 가능한 인간의 최소 출발 반응속도는 0.1초다. 그래서 경기에서 이보다 빨리 움직이면 부정 출발로 간주한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출발 총성의 청각 신호가 뇌로 전달되고, 뇌가 근육을 움직이도록 지시하는 여러 신체 활동이 이뤄진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출발 반응속도는 0.1~0.2초. 최고기록은 0.110초로, 영국의 린퍼드 크리스티가 갖고 있다. 사상 최고의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의 출발반응속도가 0.178초로 신통치 않다는 게 흥미롭다. 혹자는 그가 키가 커서 소리를 뇌로 보내고, 뇌의 명령을 다리까지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길기 때문이라고 농담 삼아 말한다. 그러나 그는 출발 이후 폭발적인 스피드를 무기로 9초58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보이는 그가 엄청난 보폭을 자랑하며 치타처럼 질주하는 모습은 경탄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이 27일 강원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전에서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국영 선수가 엊그제 국제육상경기에서 100m를 10초07에 주파했다. 공인 한국신기록이다. 국내 1인자인 김 선수는 2010년 10초31의 기록으로 31년 만에 한국기록을 깬 주인공이다. 이후 네차례 더 기록 경신 행진을 하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10초0대에 진입했다. 이로써 오는 8월 열리는 런던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김 선수는 볼트의 기록과는 0.49초 차이가 난다. 중국 쑤빙톈 선수의 아시아기록 9초99와 비교해도 떨어진다. 김 선수의 기록을 거리로 환산하면 볼트와는 4.8m, 쑤빙톈과는 1m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7년간 기록을 0.24초나 단축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가적인 기록 단축을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그는 한국 기록 수립 후 “9초대 진입을 새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100m 경주는 동양인보다 정강이 길이가 긴 흑인과 서양인에게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달리기 잘한다고 인생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스포츠의 본령도 여기에 있다. 김국영 선수의 도전을 응원한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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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기준 미달로 판정했던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 자사고 3곳, 영훈국제중이 기준 점수를 넘은 것으로 평가하고 지정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정부가 애초의 취소 기준 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내려 기본점수만으로도 지정 취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왔던 조 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일괄 폐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교육감 권한으로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법령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로 공을 넘기는 모양새를 취했다. 당장 외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는 “폐지 주체를 교육부로 넘긴 ‘꼼수’ ”라고 비난했다. 폐지에 찬성하는 교육단체는 “고교 서열화가 고착되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란 반응을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서울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2015년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운영성과평가 최종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하지만 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외고와 자사고를 즉각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5년마다 돌아오는 평가 시기에 맞춰 일반고로 전환하는 ‘일몰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고·자사고의 우수학생 독점을 막기 위해 특성화고 전형만 먼저 하고,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전형은 한꺼번에 진행하는 고입 전형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일몰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측면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대개 중장기 과제는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내년에는 교육감 선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외고·자사고 폐지는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공감도가 높은 교육정책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폐지 의견이 52.5%로 유지 의견(27.2%)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학교 선택권 확대와 수월성 교육 강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고, 일반고의 몰락을 가져왔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외고·자사고 폐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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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맡긴다고 했다. 이는 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이 가운데에서 표본추출한 120명으로 시민배심원단을 꾸민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절차는 원전을 둘러싼 논의에서 소외됐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시민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 정부가 중요한 원전 정책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이던 울산 울주군 일대엔 반경 3㎞ 안에 8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5·6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건설이 결정된 원전이었다. 주민 불안은 컸지만 정부와 원자력업계는 건설을 강행했다. 활성단층을 배제한 내진설계와 다수호기 사고의 위험을 경시한 안전성평가 등의 지적에도 오불관언이었다. 그사이 지진이 600차례 이상이나 이어졌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력을 소비하는 것도, 세금을 내는 것도, 원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시민이지만 정작 원전 건설 과정에서는 소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내리는 주체를 시민으로 선정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물론 공론화위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공론화위원회가 토론회를 열어 찬반 양측이 깊이 있고 활발한 논의를 하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개월로 못 박을 필요도 없다. TV 생중계로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이다.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토론한다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서 탈원전 논쟁의 결론을 낸다면 어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이번 공론화를 참여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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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녹색성장지표2017’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5%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과 주요 20개국 등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5번째로,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잠재적인 주요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OECD 지적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1990년 1.1%에서 2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04%에서 1.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을 터이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담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도 후퇴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도, 전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녹색성장을 내걸었으면서도 4대강 개발이란 토건사업에 집중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환경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과 원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시대를 선포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를 지속가능발전위에 통합해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당연하고도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에너지산업 및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OECD 보고서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일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이라는 점이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지원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만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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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교사 증원을 약속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지난 정부들은 늘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미래에 줄어들 학생 수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교사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등교사는 사범대학에 진학한 순간부터 임용시험을 준비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 사범대학이 이 과정을 전혀 준비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천만원을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초등교사는 임용고시 경쟁률이 낮은 대신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이 어렵다. 전국 10개 교육대학교와 교원대 및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지 못하면 아예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교육대학교에 들어가는 일이 무척 어렵고 복잡하다. 사교육비도 다른 명문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적게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늦어도 중학교 고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진로를 정하고 꾸준히 준비하고 자원을 투자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정도 노력과 자원을 자녀에게 투입할 수 있는 계층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소득 기준으로 상위 20% 이내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실제 서울지역 저경력 교사(10년 미만 경력) 중 강남3구 출신의 비율이 30%를 웃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사명감으로 일하는 교사상은 지난 세기의 모습이고, 지금은 공부로나 경제적으로나 상위 10% 이내의 젊은이들이 젊은 교사의 표준적인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미리 짜여진 계획에 따라 철저한 준비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엘리트가 아니면 교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은 비슷한 수준, 비슷한 계층의 동료들과 학창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경험한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의 학생들을 마주해야 한다. 이는 젊은 교사나 학생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관계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서로간의 필요 없는 오해를 누적시킬 수 있다. 학생들은 되도록 다양한 계층의 교사를 만나는 것이 좋으며, 교사 역시 서로 다른 계층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삶과 경험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원만한 교육활동과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정부가 기왕 교사를 더 많이 선발하는 김에, 그 혜택이 가난한 계층의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교육대학, 사범대학 입학전형에서 기회균등 선발을 확대하고, 장학금 혜택을 크게 늘려 능력과 사명감이 있는 젊은이라면 학비 걱정 없이 교대, 사대를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대, 사대 교육과정과 교수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감행해야 한다. 공교육 종사자인 교사가 되기 위해 사교육비를 퍼들이는 상황은 모순적일 뿐 아니라 부끄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도 교사라는 직업이 상위 10% 계층이 자기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독점하는 일자리 자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미 상당히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교사 증원 정책 역시 특별한 조치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이 상위 계층 자녀들의 경쟁을 조금 완화해 주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천에 묻혀 있을지 모르는 페스탈로치들에게 자신만큼 혹은 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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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지를 오는 9월 발표한다. 세계 최대의 이벤트를 개최할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은 IOC에 대단히 어려운 임무다. 파리 2024 유치위원회는 과거 몇 차례 유치 캠페인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와 다짐으로 이번 도전에 임하고 있다.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제창으로 하계올림픽이 프랑스에서 처음 개최된 지 1세기가 지났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에 카누 선수로서 올림픽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 경험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인생의 이정표가 되었고, 경기장을 넘어 인격 형성에도 도움이 되었다. 올림픽에 처음 참가했을 때 목격한 올림픽의 보편성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개회식 행사에서 모든 국가의 참가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대감을 경험했다. 이 시기에 경험한 노력, 존중 그리고 우수함을 추구하려는 의욕 등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다.

IOC 위원이자 파리 2024 유치위원회 공동회장으로서 이러한 열정을 전 세계 젊은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2024 올림픽을 통해 친근하고 신나는 축제를 전 세계에 선보이고 싶다. 2024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프랑스가 선정되면 전 세계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탈바꿈한 파리에서 화려한 축제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앵발리드에서부터 에펠탑, 그랑팔레에서 샹젤리제 거리까지 방문객, 선수, 자원봉사자, 관람객, 언론인, 그리고 올림픽을 체험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올림픽이 될 것이다. 올림픽이 내 인생에 깊은 영향을 준 것처럼 말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은 IOC가 필요로 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자부한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교육, 건강 및 더불어 살기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책임감 있는 올림픽이 될 것이다. 프랑스는 대규모 행사 개최에 필요한 시설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모든 주역들이 국가급 프로젝트를 위해 결속했다. 그간 4차례의 후보지 경험이 있는 파리와 프랑스는 더 단단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결의로 임하고 있다. 프랑스는 역사에 남는 대회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

파리는 IOC와 함께 화려하고 지속가능한 대회의 실현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기준도 만들어낼 것이다. 예산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된 접근을 하고 있으며 사회 및 환경 분야에서도 지속가능한 계획을 세울 것이다. 이를 통해 2024 파리 올림픽은 국제적으로 벤치마킹이 가능한 올림픽이 될 것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은 대회의 테두리를 넘어 더 큰 연대를 하는 올림픽 정신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IOC의 근본 원칙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패럴림픽이 개최 도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올림픽 정신이 전 세계에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IOC 역사에 남을 결정을 앞두고 파리 2024 유치위원회는 ‘이후’와 ‘타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 ‘이후’가 중요한 이유는 올림픽이 프랑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운동에 관심을 갖게 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타자’ 또는 ‘타자들’이 중요한 이유는 올림픽이 전 세계와 더욱 연대하고 공유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에스탕게 | 파리 2024 유치위원회 공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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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세대들도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의 순간을 만날 수 있도록….”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는 국립공원제도 도입 50주년을 자축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1살 때 옐로스톤(미 국립공원)에서 물소와 곰을 처음 만난 순간이 운명을 바꾸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고 소개하며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불과했던 국립공원을 감동과 희망으로 채우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립공원을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15년의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2012년·2013년엔 천연보호구역 등 5중 보호구역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부결시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적극 추진”을 지시하자 사업을 승인해 버렸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국립공원 50주년 행사장 앞에서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올 들어 당시 양양군이 제출한 경제성 보고서(심의자료)가 조작됐다는 판결(4월), 총사업비가 심의 때(460억원)보다 127억원 커졌다는 감사원 감사결과(6월)가 잇따르며, 재심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환경부는 24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22개 국립공원의 절경을 담은 사진전 등 각종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멸종위기종 보호 노력을 소개하는 부스에서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부지 인근에 서식지가 있는 산양도 소개돼 있다. 시민들에게는 ‘보호 중’이라 홍보하면서 뒤로는 훼손을 준비 중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설악산을 비롯한 국립공원 10여곳에 케이블카 사업계획이 수립돼 있다”면서 정부에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 국립공원은 단지 관광 자원에 불과한가”라고. ‘관광’으로는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 “운명을 바꾸는 순간”을 느낄 수 없다.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하는 이유는 꼭 자연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해서다.

정책사회부 송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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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외국어고 및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추진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지역 자사고 관계자들의 모임인 서울자사고연합회가 그제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어제는 서울지역 학부모연합회가 뒤를 이었다. 전국외국어고 교장협의회도 모임을 갖고 폐지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들의 주장과 요구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외고, 자사고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지 않고 고교서열화를 조장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사고, 외고는 일반고교보다 일찍 학생을 선발한다. 이 같은 우선선발제도를 통해 우수학생들을 독점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소위 명문대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자사고, 외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을 번성하게 만든다. 자사고와 외고가 추첨과 인성 면접 등 학생 선발 절차를 일부 개선했지만 우선선발이라는 특권은 온존한다. 이런 특혜를 받지 못하는 일반고는 ‘슬럼화’되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 외고의 폐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자사고는 학비가 일반고의 2배가 넘는 ‘귀족학교’다. 설령 서민 자녀가 사회적 배려 전형을 통해 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해도 졸업 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교야말로 경제적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부조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외고와 자사고를 없앤다고 사교육이 잡히고 공교육이 정상화되느냐는 주장에는 일면의 진실이 있다. 사교육의 원천인 대학입시와 학력사회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외고와 자사고 탓만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와 대학입시, 학력사회 개선 문제는 선후의 문제가 될 수 없다.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며 특권 논란을 낳는다면 그것이 제도든 기관이든 개혁해야 할 적폐일 뿐이다. 이미 오래전에 외고와 자사고는 설립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통로로 전락했다. 학생 우선선발과 턱없이 비싼 학비, 국·영·수 집중 교육 등의 학교 운영은 바로 이 사회의 특권과 반칙이 바로 여기에서도 뿌리내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학교들은 자기 성찰은커녕 교육당국의 잇단 개선 권고도 외면해왔다. 폐지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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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0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원자핵공학을 포함한 일부 에너지 분야 교수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에다 몇몇 언론매체들이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이렇다. “탈원전은 전력수급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이런 문제로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원전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당분간 없다. 고리 1호기 생산 전력은 2016년 총 발전량의 0.85%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역시 발전량 비중이 0.57%로 지금 즉시 닫아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17년 26.3%이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력 설비가 20% 이상 가동되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설비 예비율이 적어도 22%가 되도록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넉넉하게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실제 전력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가 전망처럼 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더라도 전력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차례로 곧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니 오히려 전력공급은 남아돌게 된다. 건설 중단을 고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준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사이 전력 수요관리에 보다 집중한다면 전력공급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전력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급부족으로 요금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력요금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사회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원거리 송전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송전거리가 엄연히 다른데도 전국 단일 요금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배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대안들은 많다. 오히려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전 유지는 우리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살자는 것이자,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온갖 비용을 미래세대로 넘겨 우리 세대 전체를 ‘먹튀’로 만드는 행위다. 원자력학계는 원전을 더 짓자고 할 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폐로 기술에 답을 줘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따진 후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잘해낼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출발선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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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최근 원자력학계 교수들이 ‘정치적 잣대는 안된다’ ‘안정적 전력수급이 안된다’ ‘국민 합의가 없었다’면서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 언제까지 원자력발전을 하려고 했는지 묻고 싶다. 앞으로 100년? 탈원전은 속도가 문제이지 가야 할 길이다. 원전사업자로부터 막대한 용역비를 지원받는 일부 교수들이 이런 성명을 주도해서 내는 것은 원전산업체 이익을 대변하는 데 불과하다. 학계는 단체 행동보다는 과학적인 보고서를 제시하는 게 타당하다. 원전의 많은 미해결 현안을 학계가 어떻게 해결할지 일말의 확신도 없는 한 장의 성명서는 그저 어린아이 불평 수준이다. 국민 합의도 그렇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국민이 합의하고 시작했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충격으로 놀라 다수호기 위험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원자력계는 이미 예측 능력을 상실한 확률론적 안전을 내세우며 자기 방어에 급급했다. 이건 국민 합의인가? 그런데 이제 탈원전한다고 하니 국민 합의를 요구하면 논리적인가?

원자력발전이 화석연료 발전 감소에 기여한 바는 분명하다. 그러나 원자력 확대는 무경쟁의 독점적 국가지원과 과장된 전력수급계획에 기인한다. 값싼 가격도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왔다. 이미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국가가 인구 400만 대도시 부산권에 원전 10기를 배치한 것은 도를 넘은 수준이다. 인천에 단 1기라도 원전을 짓는다면 촛불 시위가 일어날 것이다. 인천은 안되고 부산은 10기라도 괜찮다는 것인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평가산식에 따르면 원전 10기는 10배가 아닌 그 이상의 위험도를 가진다. 그럼에도 설비 규제완화 목적으로 인구중심지 거리 산정에는 적용한 적도 없는 기준을 들여와 거리를 10배 이상 축소했다. 그뿐인가? 월성 1호기는 최신기준을 실질배제한 평가와 불법절차로 허가취소 판결을 받았다. 이를 검토한 전문위원들이 원자력학계이다. 원전 비리,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투기, 핵연료 무단반입, 원자로건물 철판부식 등에 대해서도 원자력학계는 침묵했다. 무엇보다 40년에 걸쳐 포화된 사용후연료 문제를 해결 못한 것에 학계는 책임 없는가? 경제성도, 안전성도, 실현성도 없는 고속로와 재처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허위 과장하며 막대한 국민 돈 낭비를 응원한 주체는 누구인가. 원자력학계는 성명서가 아니라 반성문을 썼어야 했다.

우리나라 초기 원전 8개를 공급한 웨스팅하우스, 아레바 등 세계 굴지 원자력회사는 수출원전 건설비 증가로 도산해 기술지원도 불투명하다. 프랑스 전력공사는 국가 보조로 도산한 아레바를 떠안은 데다가 30기 수명연장을 포함한 58기 안전성 증진에 120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원전 비중 25% 감축법에 따라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포기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빌미로 원전 건설과 수출에 열을 올리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국내 원전 25기는 이미 충분히 많다. 세계적 추세를 무시하고 자기 전공분야 관련 산업만 지키려는 것은 비과학적 수구주의이다. 동남부 원전 지역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은 확실해졌으며, 대형 지진에 대한 주민의 두려움을 불식시킬 과학적 증거가 없는 한 월성의 중수로는 조기에 폐기해야 한다. 러시아조차도 체르노빌 사고 후 1989년에 활성단층이 발견된 크림반도의 원전 1기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물론 급격한 에너지 전환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신규 원전 비용은 계속적으로 상승하는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기술발전과 급격한 비용 하락으로 믿기지 않던 일들이 현실화되었다. 풍력은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 수명주기발전단가(LCOE)가 신규 원전을 앞질렀다. 재생에너지 증대에 따른 각종 기술적 어려움도 영원히 해결 못할 것도 아니다. 지난 4월30일 독일은 화력발전을 거의 중지하고 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했다. 재생에너지가 10%만 넘어도 전력안정성이 없다는 원자력학계 주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원전의 단계적 축소는 어려워도 가야 할 길이다. 원전이 저렴하면 거기서 번 돈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할 국민은 없다. 원전 2기 안 지으면 10조원이 생긴다. 40년 기간을 둔 단계적인 원전 감축은 원자력계에 충분한 시간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향후 자원을 가동원전 안전관리 및 감시기술, 고온고압 공정기술, 해체 안전 및 최적화, 사용후연료 저장·처분 기술, 방사선안전 관리, 장반감기 핵종제거 및 우주전원·난방기술 등 실질적인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럼 인력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기대해 본다.

박종운 | 동국대 에너지 원자력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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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한 학생을 키우려면 온 학교와 사회가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는 자아발견과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적절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다. 즉, 우리 학생들에게 맞는 학교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교육과정의 핵심은 학교비전과 교육목표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고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교사 개인의 교실 단위 실천을 넘어서 학교비전과 교육목표를 함께 만들고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학교 단위 실천이 이뤄졌다. 초·중등교육과정 총론에 따르면 학교는 국가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교실정에 알맞은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한다. 학교교육과정은 우리 학교에 맞는 교수·학습, 교과교육과정, 창의적 체험활동 등 전체 교육과정을 말한다.

학교교육과정 만들기는 질문 나누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첫번째 질문은 공교육기관인 학교가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격차의 영향을 줄이고 있는가이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문화적·정서적 결핍 등 격차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다. 두번째 질문은 학교가 우리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교육을 하고 있는가이다. 수업교재나 자료들은 학생들의 삶과 연결돼 좀 더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끌어야 한다. 세번째 질문은 학교가 학생들의 발달과 배움에 맞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이다. 교육적 환경은 쾌적한 교실이나 학습환경과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학교공동체문화와 교육과정체계를 모두 포함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도시 소재 중학교에 이 질문들을 대입해보자. 학생들은 저소득층 가정이 40% 이상이고 낮은 학습의욕과 자존감을 보인다. 기초기본학습 역량과 문화적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고, 학부모들의 학교참여도는 낮으나 돌봄에 대한 학교의존도는 높다. 학생들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점을 둬야 할 교육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긍정적 자기이해와 타인존중을 위한 활동을 우선해서 넣고, 협력적 활동, 활동중심수업, 문화적 경험 제공, 학습습관 형성활동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 방안들을 교과수업, 학급활동, 생활지도방안에 어디에 세심하게 넣을지 고민해야 한다.

아래에서부터 함께 세워야 한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이 질문들을 나누고 답하는 과정이 학교교육과정 만들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학교교육과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학생의 발달을 위한 교육에 대해 대화하는 학교조직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백이 필요하다. 국가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고 학교에 요구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알맞은 교육과정을 짜놓아도 늘어나는 범교과 필수이수시간을 맞추기 위해 교과수업 및 창의적 체험활동이 어그러지기 일쑤다. 선생님들도 여백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맞는 텍스트를 고르고, 수업을 연구하고, 동료들과 수업을 나누고, 학생들의 배움에 대해 대화하고, 성찰할 여유가 필요하다.

여백을 교육적 상상력으로 채우자. 학생들이 잘 배우려면 무엇을 같이할까,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 대해 무엇을 도와줘야 할까에 대해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있는 수업이 싹튼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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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