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에 해당되는 글 1406건

  1. 2017.09.12 [학교의 안과 밖]일반고 ‘천수답 입시’ 이젠 끊자
  2. 2017.09.11 [기고]노동권 앞에 ‘중립’은 없다
  3. 2017.09.05 [정윤수의 오프사이드]한국 축구, 문제는 코칭스태프다
  4. 2017.09.05 [학교의 안과 밖]무명 교사들에게 박수를
  5. 2017.09.04 [기고]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효과 발표 유감
  6. 2017.09.01 [사설]수능 개편안 1년 유예, 더 이상 혼란·졸속 없게 해야
  7. 2017.09.01 [녹색세상]원전 말고 안전
  8. 2017.09.01 [사설]‘상여금도 통상임금’ 판결, 노동조건 개선 계기돼야
  9. 2017.08.31 [경향의 눈]교원 임용 절벽, 사범대 교수들은 뭐했나
  10. 2017.08.29 [기고]남북 에너지 협력은 통일비용이다
  11. 2017.08.29 [학교의 안과 밖]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12. 2017.08.28 [기고]조선업 산업재해의 이중구조와 해법
  13. 2017.08.25 [사설]수능개편안 미루고, 대입 제도 근본을 손질해야 한다
  14. 2017.08.25 [녹색세상]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정부
  15. 2017.08.21 [학교의 안과 밖]입시 흑역사와 실패의 교훈
  16. 2017.08.21 [기고]초·중·고 교원 성폭력 막으려면
  17. 2017.08.16 [학교의 안과 밖]수능 절대평가제가 불편한 이유
  18. 2017.08.16 [기고]임금은 근로자에게 생존의 조건이다
  19. 2017.08.14 [NGO 발언대]이런 식의 사드 환경평가가 ‘절차적 정당성’인가
  20. 2017.08.11 [녹색세상]핵잠수함 건조는 탈원전 포기

지난해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권 모 여대 인기 학과의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선이 내신 1.4등급이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중 내신 3등급 후반대의 학생이 있었다. 학교 내신 등급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35명 한 학급을 기준으로 한 등수로 변환하자면 학생부 교과전형으로는 1등이 어렵게 합격하는 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0~12등 내외의 학생도 합격했다는 의미다. 이 결과를 두고 3등급대의 학생이 일반고 출신이 아닌 자사고나 특목고의 학생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경기도의 평범한 일반계 고교의 학생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요즘 입시에서는 이런 사례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방의 한 유명 사립대 언론관계 학과에 내신 6등급의 학생이 합격하고, 상위권 명문대 경영학과에 산골마을 고등학교의 3등급 중반의 학생이 합격했다. 이때도 이 학생들의 출신 고등학교가 화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입시 사이트들에서는 특별한 환경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기도 했지만 역시 모두 억측이었다.

최근 들어 지방의 신흥 명문고들이 뜨고 있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수능이 대세를 이루던 때에는 각 지역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싹쓸이했던 지역의 전통 명문고들이 입시에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변변한 사교육 기관도 없는 평범한 변두리 학교들에서 깜짝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만, 과거 명문고들은 서울대의 합격자로 명문대라는 이름을 차지했지만 요즘의 지역 명문고는 중상위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서 신흥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공사례라고 해도 절대 숫자로 따지면 서울 강남지역이나 자사고, 특목고들의 합격자 수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노력해서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니 그 내용적인 가치로는 오히려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지역들에서는 그동안 천수답식 입시를 치러 왔다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하늘이 비를 내려주기만을 바라는 농사처럼 특별한 두뇌를 갖고 있는 인재가 태어나거나, 외지에서 유입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어야 입시 결과가 좋아진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출한 인적자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선생님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직접 이끌어 낼 수 있기에 더 이상은 천수답 방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다수다.

어제부터 2018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각 학교마다 고3 담임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진로지도와 관계있는 선생님들은 모두 출근해서 마치 평일처럼 북적거렸다. 막무가내로 상향지원을 하겠다는 제자를 설득하고, 적성이나 평소의 진로 방향에 맞춘 진학지도를 하느라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휴일은 반납된 지 오래다. 어떤 언론은 지난여름 이후 원서 접수를 앞두고 휴일에도 학교에 몰려와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는 기사를 출고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문제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평범하게 노력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이니 아낌없이 박수를 쳐줘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입시생들과 선생님들의 건투를 빈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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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7년 유엔 특별보고관으로서 집회·결사의 자유 실태 파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그중 한국에서는 역동적인 시민사회와 민주적 가치를 주장하는 대중들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은 저항과 대중행동이라는 활기 넘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거리로, 권력의 중심부로 나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민주적인 의무로 즐겁게 받아들인다.

방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전통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20주가 넘도록 부패한 정권에 맞서 주말마다 수백만명이 거리를 메웠고, 놀랍게도 이로써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세계 각국에서 저항해도 소용없다 절망하는 활동가를 만날 때마다 나는 ‘한국을 보라. 민중이 단결하면 힘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촛불집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많은 나라에서 노조의 힘이 약화하고 있어서 한국 노조의 활약은 특히 인상적이다. 자유시장 근본주의와 함께 가는 세계화는 대기업의 권력을 대폭 확대했고 소수의 손에 부를 집중시켰다. 동시에 기업을 규제하는 국가의 힘과 의지는 훼손되었다. 투자 유치를 명분 삼아 국가가 규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는 노동자들이 집회·결사의 자유 행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방한 당시 법과 관행에 ‘노조 할 권리’가 가로막힌 사례를 여러 차례 청취했다. 노동3권이 명시된 헌법이 있지만 노동자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하청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 그리고 교사, 공무원, 해고자들은 노조하기 매우 어렵다. 법은 이들의 결사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사측이 직접 나서 어용노조가 교섭권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다수노조로서 민주노조를 대체하도록 협동 작전을 펼친 발레오전장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파업권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고용 조건에 대한 사안을 넘어서는 문제로는 파업을 할 수 없고,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고 간주하면 파업 참가자는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배소를 당한다.

경제적 조건 역시 나빠지고 있다. 고용불안과 소득불평등이 큰 문제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이들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62%에 그친다. 정규직 노동자라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임금인상률은 GDP성장률에 못 미쳤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더 악화될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불평등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도구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은 낮아진다. 이것은 고도로 복잡한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집회·결사의 자유는 한국 사람들이 이를 자유롭고, 왕성하게, 아무런 간섭 없이 행사할 수 있을 때만 그 효과를 발휘한다.

반갑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87호, 98호를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방문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처럼 국가는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의 행사를 촉진할 의무가 있다. 노조 할 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중립적”이어서는 안된다. ‘중립’은 초국적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을 관망할 때 정부가 쓰는 단어다. 국가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손쉽고 안전하게 행사할 환경을 조성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짧지만 오늘날 한국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서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나라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세계와 세계 경제가 눈부신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권 보호 수단 역시 그만큼의 속도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앞서 그 길을 이끌기 바란다. 정부가 이 길에서 벗어난다면 한국의 역동적인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마이나 키아이 | 전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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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열광의 경기장이 싸늘한 냉소로 바뀐 지 5일째, 칼럼을 쓰기가 여의치 않은 시점이다. 지난 목요일 밤에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며칠 동안 수많은 언론과 축구팬들이 다해버렸다. 대부분의 비판은 적절했다. ‘악으로 깡으로’ 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축구는 머리로, 그러니까 명석한 판단과 기술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밤, 중앙아시아 최대 공업도시 타슈켄트의 경기장을 우리는 또한 열망한다. 경우의 수? 까짓 거 이기면 되는 거 아닌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어라. 이런 기대들을 누구나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축구는 이처럼 얼핏 보기에 양립하기 어려운 양극단 사이에 있다. 팬들의 함성이나 잔디 상태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영역을 확실히 지켜내되 전술적으로 유의미한 공간을 순간적으로 파악하여 신묘하게 접근해 나가는 기술? 그것을 아쉽게도 우리 대표팀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지치게 된다. 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몸은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여 오히려 둔하게 움직이게 된다.

지난 이란전, 경기 시작하자마자 텔레비전 중계에서는 ‘대표팀이라는 각오와 정신력으로’라는 말이 들려왔는데 스포츠 경기는 무게를 달 수 없는 그 무슨 정신력을 겨루는 행위가 아니다. 이란과의 졸전 후에 김남일 코치가 ‘빠따’(몽둥이)를 쳤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설마 ‘빠따’를 치지도 않겠지만 ‘빠따’를 친다 해서 달라질 게 없는 게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그러나 지금의 대표팀을 살펴보기 위한 열쇠말이다. 지난 7월12일, 코치로 선임되면서 김남일은 “마음 같으면 지금 들어가서 바로 ‘빠따’라도 좀 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김남일 코치는 덧붙였다. “세월도 많이 흐르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 같고요. 어떤 마음을 갖고 경기장에 나가야 되는지를 후배들한테 좀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여 ‘빠따라도 치고 싶다’는 말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나는 해프닝으로 넘기고 싶지 않다. ‘터프’한 성격의 신임 코치가 젊은 선수들에게 뼈있는 덕담을 한 것이라고 넘겨서는 안된다. ‘빠따’는 곧장 ‘애정 어린 질책’으로 해석되면서 여러 언론과 인터넷에서 긍정적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어느 스포츠 뉴스는 “김 코치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부터 했습니다. 이런 걸 ‘사이다 발언’이라고 하나요”라고 보도했다. 어느 스포츠지는 “요즘 젊은 선수들이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승부 근성’과 ‘국위선양’ 정신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빠따’라는 말이 긍정적인 의미의 ‘승부 근성’으로 이어지고 ‘태극마크를 향한 간절함’으로 연결되어 ‘대한건아 국위선양’으로까지 격상되었다. 그리고 이란과의 졸전으로 인하여 이러한 ‘의식의 흐름’은 대표팀의 ‘태도와 자격’을 문제 삼는 식으로 헝클어졌다.

문제는 기술이지 정신력이 아니다. 그 무슨 ‘정신력이 뒷받침된 기술’ 같은 형용모순도 아니며 신태용 감독 개인에게 덮어씌울 문제도 아니다. 지금 대표팀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세계 축구에 간신히 턱걸이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정적인 것은, 현재의 코칭스태프가 장기적인 계획과 안정된 구도 속에 안착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한 지 겨우 두 달이 지났다. 그사이, 유럽의 여러 리그들은 휴식기였고 8월 말에 일제히 개막한 경기들에서 이른바 유럽파들은 부상이나 팀내 경쟁 등으로 밀린 상태다.

선임되자마자 K리그에 방점을 찍었지만 각 포지션에서 한두 명의 획기적인 선택이 있었을 뿐 비교적 많이 선발했다 해서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생기지는 않았다. 기성용의 부상으로 경기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그라운드 안의 조율사가 없었다.

특히 7월 초순의 코칭스태프 구성은 이미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둘이 합쳐 A매치 174경기에 달하는 김남일과 차두리는, 그러나 코치 경험이 짧고 그나마도 지속적이지 못했다. 2016년 4월 선수에서 은퇴한 김남일은 축구협회 미래전략기획단 위원으로 있다가 2017년 2월 중국 장쑤 쑤닝의 코치로 부임하여 4개월 활동했다. 그게 전부다. 차두리는 2016년 10월 전력분석관이라는 ‘위장 보직’으로 사실상 코치 역할을 하다가 A급 자격증 문제 등으로 올해 4월에 자진 사퇴했다가 7월에 복귀했다.

그나마 전경준 수석코치가 이들보다는 경력이 많지만 그래 봐야 2012년부터이며 그것도 프로구단 제주의 짧은 경력을 제외하고 보면 대체로 20세 이하의 성장기 선수들과 생활했다. 전임 코치가 ‘나이, 선후배’ 등을 감안하여 사퇴함으로써 신 감독보다 ‘후배’로 현재 골키퍼 코치를 맡고 있는 김해운 정도가 일정 경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경기 전체를 주도할 만한 포지션은 아니다.

이렇게 구성된 대표팀에 물어보자. 이 중에서 누가 대표팀의 상시적인 전력 향상과 실제 경기 중의 효과적인 전술 구사 및 임기응변을 하는가. 물론 감독이다. 그러나 감독 외에는 누구란 말인가. 언필칭 코칭스태프 아닌가. 급변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은 누가 파악하고 보고하여 토론하는가. 3개 대륙 전역에 나가 있는 해외 선수들의 역량과 컨디션은 누가 분석하는가. 국내 선수들의 심리 상태와 기술 수준은 누가 판단하는가. 어떻게든 이런 과정을 거쳐 집중된 정보들을 어떻게들 토론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가.

‘기술’이 관건이라고 할 때, 바로 이런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사안의 강렬한 실천이 중요하다. 타슈켄트 이후 한국 대표팀은 막연한 기술 보강이나 추상적인 정신력이 아니라, 현재의 코칭스태프에 대한 날카로운 점검부터 해내야 한다. 그 속에 기술이 있고 그 속에 정신력이 있다. 그게 ‘빠따’다.

<정윤수 | 스포츠 평론가·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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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배를 타기 위해 바닷가에 모여 있는 영국군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독일 공군의 폭격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학살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속절없이 당하던 군인이 울분에 차서 말한다. “공군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정말 공군은 독일 폭격기가 아군 머리 위에 폭탄을 쏟아부어대도록 수수방관했을까? 사실 공군 역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문제는 공중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덩케르크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영국 공군이 독일 폭격기를 물리치면, 덩케르크 해안에서는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패하면, 즉 조종사가 목숨을 잃으면 독일 폭격기가 나타나서 폭탄을 쏟아붓는다는 것.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육군은 욕을 한다. 폭격이 없는 것은 공군의 승리 때문이 아니라 그냥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고, 폭격이 있을 때는 공군이 욕을 먹는다. 결국 공군은 욕만 먹는다. 심지어 치열하게 싸우다 간신히 살아남은 조종사에게도 육군들은 “공군은 대체 뭐하는 거야?”라며 욕을 한다. 하지만 의기소침한 그 조종사에게 도슨의 한마디. “괜찮아. 내가 알고 있으니.” 이 말이 훈장보다도 더 귀중한 보상이 되었다.

이 장면에서 학교가 오버랩되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동료 교사들의 신세가 공군 조종사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교육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그런데 교육은 그 과정이 순탄할수록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저절로 성장한 것처럼 느낀다. 마치 평온한 덩케르크의 하늘이 저절로 주어진 것처럼 느껴지듯. 이렇게 교육은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바로 티가 난다. 그래서 교사들은 평소에는 투명인간처럼 무시당하다 문제가 발생할 때만 세상의 관심을 끈다. “선생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철밥통 타령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무명 교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최초의 대통령이지 싶다. 주요 일간지들의 “교사 돌려치기” 연례행사일이 된 스승의날에 세월호에서 순직한 기간제 교사를 기억하며 “스승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하려 한다”고 정중히 말하는 모습에서 의기소침한 파일럿을 위로하던 도슨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 말이 의전 담당관이 짜놓은 각본이 아니라 대통령의 진심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세월호 참사는 보여주었다. 세상은 무슨 일만 생길 때마다 “선생들은 뭐하는 거야?”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래도 학교에는 공치사도 못 받을 “티도 나지 않는 일상의 교육”을 묵묵히 수행하는 교사들이 있음을. 그들 대부분은 참사가 아니었다면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평범한 교사들이었지만, 대통령부터 선사, 해경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져야 할 담당자가 한결같이 썩어 문드러진 적폐의 종합판이었던 세월호 참사에서 자기 본분을 다한 유일한 공직자였음을.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정부만은 이 고마움을 잊지 않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의 개혁은 별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들 교실 안 무명 교사들의 어깨에 신바람을 일으켜 주는 것이다. 최근 교사들을 완전히 배제한 국가교육회의 구성안을 보니 무척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이 걱정이 다만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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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6월 한 달 동안 노후 석탄발전소 중 전국 8기(충남 4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7월25일 충남지역 40개 지점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실측한 결과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5.4% 낮아졌으며(26→22㎍/㎥), 대기 모델링 결과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따른 저감효과는 충남 전역에서 1.1% 낮아지고, 최대 영향지점에서는 3.3% 낮아졌다고 발표했다.예년과 비교해 미세먼지가 15.4% 감소했는데,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만 분석하면 1.1% 감소했고, 최대 3.3% 준 곳도 있다는 사실상 개선효과가 거의 없다는 애매한 발표였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의 주요 정책이고 내년에도 가동중단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번 환경부 발표는 몇 가지 면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충남 지역에서 정밀하게 측정하여 믿을 만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을 것으로 믿었기에 황당하기까지 하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정부의 미세먼지 근본 대책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답변받은 자료에 의하면 겨우 3개 지점을 측정한 결과로 충남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산출했다. 더구나 지난 2년 평균치 산출 시 2015년의 경우는 단 한 곳의 측정자료만 활용하였다.

둘째, 더 놀라운 것은 표본 표집이다. 농도 변화를 산출한 세 지점은 각각 천안시 성황동과 세종시 신흥동, 세종시 아름동이다. 즉 보령화력에서 멀리 떨어진(70㎞ 안팎) 곳으로 가동중단 효과를 가장 적게 받는 세 곳을 선정한 셈이다. 이 세 지점이 충남을 대표한다니. 거리별로 더 많은 지점을 선정했어야 한다.

셋째, 농도 변화 산출이 이렇게 엉성하다면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를 산출해냈다는 모델링 결과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엉터리 자료를 입력했으면 엉터리 자료가 나왔을 것이므로. 비교기간에는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기상 조건도 비슷하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적은 시기이며, 다른 오염원의 배출량이 크게 감소했을 리도 없으므로 15.4% 개선효과 대부분은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는 1.1%에 불과하고 14.3%는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 14.3% 감소 요인을 밝혀야겠지만 환경부는 ‘다른 오염원의 영향 감소, 국지적 기상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너무나 막연한 설명을 내놓았다. 모델링이 엉터리임을 자인한 셈이다.

환경부는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냈어야 정직한 발표가 된다. ‘올해 6월 한 달간 충남 천안과 세종의 세 지점 미세먼지 농도 실측 결과,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5.4% 낮아졌으며,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조건이 예년과 비슷했기 때문에 미세먼지 개선효과의 상당 부분은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번 발전소 가동중단과 관련하여 신뢰도가 떨어지는 연구로 ‘미세먼지가 감소했지만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는 거의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국민은 환경부가 환경 가치를 우선시하고 다른 부처들이 지속가능한 정책을 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길 기대한다.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신뢰도 높은 연구는 필수이다.

<신현기 |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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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3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절대평가 확대를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현행 체제에서 수능을 치르고, 개편된 수능은 중학교 2학년이 응시하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능 개편을 유예하고, 내년 8월까지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교육부는 졸속적인 수능 개편안 발표로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개편안으로 영어와 한국사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 등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2개 안에 대해 “어느 쪽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양비론이 비등했다. 1안은 국어·수학·탐구 등 상대평가 과목으로의 쏠림과 사교육 풍선효과를 막을 수 없고, 2안은 수능 변별력 약화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에서도 “제3의 수정안을 마련하거나 수능 개편을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더 이상의 절충안은 없다”며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게다가 수능 개편안은 수학의 가·나형을 남겨두면서 문·이과 통합이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마저 퇴색시켰다. 고교 체제 개편과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 추진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몸통인 교육과정에 맞춰 꼬리인 수능이 바뀌는 게 아니라 수능이 교육과정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선이란 큰 그림을 제시한 뒤 수능 개편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특히 불공정·깜깜이·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종에 대한 개선책 없이 수능만 절대평가하겠다는 것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항생제만 투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종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려면 학생부에서 경시대회와 소논문, 자격증·인증 기재란을 없애고, 교과영역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도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땜질식 개편이 아닌 교육개혁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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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5일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가 시작되었고, 공사 재개에 대한 찬반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경제성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정당화에 동원되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다. 그러나 경제성은 안전성을 전제로 한다. 생명을 잃는다면 돈이 소용없듯이, 안전성이 없으면 경제성도 의미가 없다. 한데 찬반 양측은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에 대해 입장이 정반대다. 공사 찬성 측은 한국형 3세대 원자로 APR1400을 채택한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특히 방사성물질의 외부 누출을 막아줄 콘크리트 격납건물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디며 손상 확률은 100만년에 1번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공사 중단 측은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원전의 중대 사고는 여전히 발생 가능하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듯이 그 결과는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8월 28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입구에서 서생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현장 방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어떤 주장을 따라야 할까? 먼저, 원전 사고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렇다면,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 예측에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실태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올해 초, 영광의 한빛 1·2호기, 울진의 한울 1호기, 고리 3호기의 격납건물 내벽철판에서 부식이 발견되더니, 한빛 4호기에선 무려 120여곳에서 부식이 발견되었다. 철판 두께가 60%나 줄어든 곳도 있었다. 또한 격납건물 콘크리트 외벽 58곳을 조사했더니, 57곳에서 깊이 18.7㎝, 높이 1~21㎝의 구멍이 확인되었다. 두께 6㎜의 철판과 120㎝의 콘크리트로 만든 격납건물, 보잉 707 항공기가 날아와 충돌해도 끄떡없고, 사고가 나도 방사성물질의 외부 누출을 막아준다던 최후의 방호벽에 녹이 슬고 구멍이 뚫린 것이다.

하지만 부실의 끝은 여기가 아니었다. 이번엔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에서 길이 110㎜, 폭 40㎜의 망치형 금속물질과 길이 10.5㎜, 폭 7㎜의 계란형 금속물질 등 이물질 4개가 발견되었다. 이 쇳덩어리들은 20년간 증기발생기 속 두께 1㎜의 수많은 세관들과 충돌하며 세관에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세관의 파손은 방사성물질의 누출로 이어지는 중대 사고의 원인이다. 이 같은 원전의 현실 앞에서,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 주장은 민망할 뿐이다.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은폐와 조작으로 점철된 한수원의 원전 운영 행태다. 2012년 고리 1호기 전원소실 은폐, 2013년 신월성 1·2호기와 신고리 1·2·3·4호기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 자료 위조, 같은 해 한빛 2호기 증기발생기의 정비서류 조작, 2014년 신고리 1호기 재가동 전 냉각수 누출 사고 은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수원은 이번 한빛 4호기의 금속 이물질도 JTBC의 보도 후에야 시인했다. 한수원의 파행적 운영은 원전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만하고 느슨한 감독과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을 호언장담하던 원자력 전문가들은 한빛 4호기의 실태에 대해선 침묵한다. 콘크리트 방호벽 내부의 철판부식, 외벽의 구멍, 금속 이물질은 자신들의 전문 영역과 상관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해도, 이것들 모두 원전의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한다. “사고가 난다고, 자동차나 비행기를 없애지는 않는다. 원전 사고도 마찬가지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탈원전 주장을 반박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정말 그렇다면, 자동차와 비행기가 대도시를 오가듯,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에도 원전을 짓고 가동해야 맞다. 냉각수야 바다 대신 한강, 금강, 낙동강에서 구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원전 사고는 자동차나 비행기 사고와 전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원전의 현실은 원전에서 안전을 구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원전 말고 안전! 현실이 우리에게 주는 분명하고 상식적인 가르침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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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3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년치 4224억원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왜곡된 임금체계에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기아자동차 노조 관계자들이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통상임금 소송 일부승소 판결이 나오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특근과 야근 수당 산정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이 정기적이고 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줄였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인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한 추가 수당 요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등의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기준을 마련했다. 재판부는 기아차 노동자들의 요구가 회사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주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기업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면적인 판단일 뿐이다. 재계는 노동자의 권익향상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아차는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항소 여부는 당사자의 권리지만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일한 만큼 규정대로 임금을 달라는 상식적인 것이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잔업이나 특근을 시키지 않으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추가 비용은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1인당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5시간이나 많다. 일자리 확충으로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장치이다. 이번 판결이 기업의 그릇된 관행에 쐐기를 박고 노동자가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몫을 인정받는 계기가 돼야 한다. 법원은 향후 노동자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도 기업의 경영난을 엄격하게 판단해 노동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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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생과 교육대생들의 대규모 반발 시위를 부른 ‘교원 임용 절벽 사태’는 교육부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부른 참사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는 국공립이 대부분이라 교육부가 그나마 정원 감축 노력을 해왔지만 중등 교원양성 기관은 사실상 손을 놓았다. 교육부는 중·고교생이 급증하던 1970~1980년대 국립 사범대만으로는 교사 공급이 부족하자 사립 사범대와 일반대학 교직 과정 정원을 대거 늘린 후 지금껏 방치하고 있다.

중등 교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어렵지 않다. 국어의 경우 국·사립을 막론하고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들어가 졸업만 하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는다.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뒤 교직 과목을 이수하는 방법도 있다. 학부 졸업 후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석사 과정을 밟아도 된다. 영어·수학·역사·생물 등의 교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도 같은 식이다. 이렇게 해서 2016년 한 해 동안 배출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2만2000명이다. 부문별로 사범대학 1만1541명, 일반대 교직 과정 5763명, 교육대학원 4065명, 기타 631명 등이다.

교사 자격자가 늘면서 교사 되기는 더 어려워졌다. 공립 중·고교 교사가 되려면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올해 선발 인원은 전국적으로 3000명가량이다. 신규 자격자만 시험을 치른다고 해도 경쟁률이 7 대 1이다. 하지만 임용시험 재수·삼수생 등이 있으므로 실제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이다. 올해 영어 교사 선발 인원은 170여명이지만 영어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67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줄면서 교사를 아예 뽑지 않는 지역도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영어·수학 교사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국어 교사는 1명만 선발한다. 국내 최고 사범대학 중 한 곳인 경북대 국어·수학·영어교육과 학생은 수석 졸업을 해도 고향에서는 교편을 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1990년까지 국립 사범대 출신은 시험 없이 100% 임용됐다. 이들에게는 대학 입학금과 수업료도 면제됐다. 교원대 학생에게는 학비 보조금과 기숙사비까지 지원됐다. 당시 교원 정책은 양질의 예비교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학 입학 단계에서 우수한 교직 희망자들을 뽑아 그들을 훌륭한 교사로 길러내자는 취지였다. 군 장교와 경찰 간부 육성을 위한 사관학교나 경찰대 제도와 비슷했다. 반면 사립 사범대 출신과 교직 과정 이수자는 따로 시험을 쳐서 국립 사범대생들이 발령받고 남은 자리에 임용됐다. 국립 사범대와 비교하면 찬밥 신세였다. 이 같은 국립 사범대 우대 정책은 사립 사범대 학생들과 교직 이수자를 차별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고, 이후 도입된 것이 지금의 임용시험 정책이다.

교원 임용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수급 정책 실패지만 사범대 책임도 있다. 그동안 진전이 있었지만 사범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은 일반 대학과 여전히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범대가 일반대 교직 과정에 비해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교사를 길러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과 교육이 학문적으로 정립되고, 사범대가 명실상부한 교원 양성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면 일반대 교직 과정이나 교육대학원이 지금처럼 난립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범대 교수들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제자들 대다수가 교단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도 교육부를 비판하는 성명서 한 장 없다. 몇 안되는 정규직 교사 자리를 놓고 기간제 교사가 된 제자들과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제자들이 다투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말리려는 시도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제자들 인생이 어떻게 되든 내 밥그릇만 무사하면 된다는 생각을 만에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교원양성 기관 교수로는 특히나 결격이다.

학생 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고 교직 관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올해 846만명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학령 인구는 앞으로 5년간 100만명이 감소한다. 사범대학 정원과 일반대학 교직 과정 인원을 지금처럼 두는 것은 폭탄돌리기나 다름없다. 학교 교육의 성패는 교사에 의해 좌우되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교육계의 공리(公理)다. 고교에서 최상급 성적의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채 사범대에 진학한다. 그러나 사범대를 졸업해도 교사가 될 수 없다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전국적으로 사범대가 45곳이나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원 양성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짜야 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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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발전에 힘입어 에너지 수급체계를 지속적으로 선진화시켜 왔다. 그렇지만 북한은 일제강점기의 전력공급체계를 아직까지 상당 부분 답습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은 에너지 공급의 90% 이상을 수력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송배전 전압이 일제강점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력설비 역시 구 소련의 원조를 받았던 시기와 거의 비슷해 매우 후진적인 구조이다.

발전량이 국가경제의 동력이며 경제성장의 밀접한 요소임을 고려할 때, 중공업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경우 발전량 부족이 경제 악순환을 겪고 주민 삶의 질이 개선되지 못하는 핵심 원인으로 생각된다.

1994년 1차 핵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북·미 제네바 회담’에서 200만㎾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원전사업이 합의되어 착수된 적이 있으며, 2000년 초에는 북한이 ‘단기 50만㎾, 장기 200만㎾’ 규모의 대북 송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렇듯 북한은 심각한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 및 북·미 협상 테이블을 활용해 왔으나, 남북 전력 협력사업은 소규모인 10만㎾ 정도의 개성공단 전력공급에 머물러 있었고 이마저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남북관계가 경색과 해빙을 반복해 온 지난 70년을 돌이켜볼 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경색된 지금이 오히려 새로운 남북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핵동결을 전제로 한 현 정부의 남북한 대화 재개 노력에 따라 남북한 전력 협력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관련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북한은 협상의 대가로 최우선적으로 전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면밀한 대비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남북한 에너지부문 통합에 대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남북한 전력 협력은 사업 측면에서 볼 때 대북 직접 송전, 북한지역 발전소 건설 및 공동 활용, 발전연료 지원, 전력설비 공급과 인력·기술 지원 및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다.        

협력 규모와 투자비 관점에서는 시범사업과 남북 경협사업, 북한 주민 지원사업 및 본격 인프라 투자사업 등이 있으며 장·단기 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민간 차원의 소규모 시범사업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여 북한 주민 생활의 안정에 기여하고, 북한의 기존 수력·화력 발전소 리모델링을 통한 남북한 경제협력 활성화와 북한 에너지 자원 개발 촉진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협력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으며 제각기 중요성을 가지겠지만, 산업의 동력원이자 민생을 안정시키는 존재로서 전기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남북한 전력 협력을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하느냐는 미래 북한의 에너지 공급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의 회생 여부를 좌우하여 향후 통일비용을 절감시키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력 및 에너지 분야의 입지, 환경, 기술 개발, 인력 활용 등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

나아가 남한의 기술과 자본력,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여 동북아 에너지 허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최근 한국·중국, 한국·일본, 한국·러시아 등 남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에너지 연계망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이는 국가 간 전력망뿐만 아니라 가스, 송유 및 철도, 도로 등 모든 네트워크 연계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이므로 남북한 전력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에너지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제정세가 어지럽게 얽혀 있지만, 정부 당국과 관련 공기업, 민간단체가 한반도가 동북아시아 허브국가로 나갈 수 있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실천에 옮긴다면, 남북 긴장을 푸는 동시에 통일을 준비하며 민족의 원대한 미래를 꿈꾸는 일이 될 것이다.

<구자윤 |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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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다시 시작된 개학 후, 매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서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이번 수업시간엔 학생들과 어떤 대화를 할지, 학생들이 잘 배울지 그리며 잠시 긴장을 늦추는 순간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수업은 학급 분위기와 학생들의 구성에 따라 같은 수업디자인도 학급마다 배움의 몰입의 결이 다르다. 여러 학급을 담당하다 보면 유독 수업이 힘든 학급이 있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이다. 또 한 학급에서도 수업시간에 눈에 띄게 무기력하거나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 전자나 후자의 경우 모두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그래서 여러 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려움을 덜어줄 방법이 한결 쉽게 나온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은 학생들 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학급공동체 분위기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인 경우다. 그럼 교과교사는 담임교사와 상의해야 방법이 나온다. 무기력한 학생은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나 일시적 가정불화와 같은 배경적 요인이나 학습부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이 경우도 여러 교과수업마다 수업참여 자세가 다르다. 여러 교과교사가 함께 논의하면 학습자의 특성이 좀 더 잘 보이고 학습자에게 맞는 좀 더 효과적인 교육적 방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의사들은 한 환자를 치료할 최적의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분야 의료진이 모여 숙의한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은 수업 중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함께 논의한다. 이게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이다. 한 달에 한 번 방과후 2시간 동안 학년별 교사들이 모인다. 한 학급의 수업을 1시간 동안 참관하고, 수업시간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 관찰한 것을 나눈다. 담임교사에게는 학급아이들의 관계가 잘 보이고 다른 교과교사들의 눈에는 낯선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가 보인다. 이런 교사들의 배움이 이후 수업디자인이나 아이들을 만나는 마음가짐에 시나브로 녹여난다.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벌일 때도 동료성에 바탕을 둔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한다. 중등에서 한 주제를 정해서 공동의 작업을 하는 교과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국어, 사회, 영어교과가 민주시민을 주제로 연극프로젝트를 할 때, 처음엔 학교예산이 있을 경우 연극강사를 초빙해 수업지원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예산이 없어도 지속가능한 교육과정을 위해 교사가 연극연수를 받고 직접 수업하는 것을 지향한다. 여러 교과가 함께 진도계획을 세우고 국어는 글쓰기, 사회는 민주시민 수업, 영어에서 연극 준비 등을 함께하며 깊이 있고 통합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개혁은 ‘학생교육’을 중심에 두는 학교 만들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교사는 수업을 잘하고 싶다. 수업이 잘되면 행복하다. 교사들이 동료와 함께 교육 전문성을 키우고 나누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수업과 교육과정을 함께 연구하는 문화와 학생상담,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가 같이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과 상담하고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는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과 불필요한 관행 탈피를 시행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주로 무엇에 대해 대화하는 학교인가. 단적으로 교사들의 대화가 ‘공문 제출 마감’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떻게 잘 배울 것인가’와 ‘우리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로 풍성한 학교는 수업이 살아있고 학생들도 잘 배운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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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20일 경남 창원의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지난 근로자의 날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로 인하여 6명이 죽고 25명의 근로자가 크게 다쳤다. 두 사고 모두 변을 당한 것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고, 또 다른 공통점은 수주한 선박의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법정 휴일에 나와 일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7월6일 국내 대형 조선소 10개사의 경영진과 함께 조선업 사망재해 및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조선업 안전보건 리더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 STX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관계자가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이름만 근사한 이런 행사는, 조선업의 제도와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백번을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이나 산재보험 법제는 조선이나 건설 산업같이 동일한 장소에서 모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혼재되어 일할 때의 책임 소재가 기본적으로 갑을관계로 되어 있다. 즉 안전관리와 산재보험 처리를 모회사가 아닌 협력업체가 도맡아 하도록 되어 있다. 도급사업의 안전조치라고 하여 산업안전보건법(29조)에 도급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협력을 규정하고 있으나 하늘과 땅 같은 갑을관계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없는 종이 위의 규정일 따름이다. 요컨대 ‘을’인 협력업체는 ‘갑’인 원청의 납기 독촉과 단가 후려치기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 현장의 모습이다.

정부에서는 사고 원인을 밝힌다고 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사업으로 이익을 챙기는 원청이 아닌 협력업체가 지게 된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하청에 있는 것으로 전제하면서, 예외적으로나 원청의 책임을 묻게 되어 있다. 산재보험법에서도 하수급인 보험가입 인정제도나 별도 가입을 통하여 명문으로 하청업체가 보험가입자가 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 안전관리의 책임에서 원청인 모회사는 빠져나가게 되어 있는 셈이다.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주된 수취자는 원청인데도 말이다. 위험 작업은 외주로 돌리도록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 연유로 조선업 사망 사고의 80% 이상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법을 개정하여 내년 하반기부터 산재 사망사고 때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업체도 하청업체와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 지금의 규정으로도 원청을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규정의 미비로 처벌할 수 없는 예외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일 따름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원청이 지게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법상으로도 하수급인에게 독립적으로 보험에 들 수 있는 길을 열어둘 것이 아니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 몫까지 보험에 들게 하여야 한다.

정부 감독에도 문제가 많다. 안전감독의 본령은 예방감독이다. 사고가 발생한 연후에 요란하게 수사하라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소를 발굴하여 시정하게 하는 것,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자 정부의 역할이다. 서른명 넘는 근로자가 희생된 연후에 야단법석을 떠는 정부의 감독은 희생자에 대한 진혼(鎭魂) 이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욱이 사고에 대한 처벌 강도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근로자가 희생되어도 그때나 요란하지 처벌 내용은 그저 소액의 벌금이나 과태료로 마감된다.

처벌 방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사고의 대가로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부담하게 하여야 하며, 원청의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감독은 사전 예방감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책임을 원청이 지는 것으로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하청 근로자들의 희생은 언제고 다시 발생할 것이다.

<김윤배 |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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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부는 현재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와 한국사를 포함해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 등 4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국어·수학까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방침이다. 또 특목고 입시 등을 고려할 때 개편안은 오는 31일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부담완화 등을 위해 수능 절대평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수능 개편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중3 학생들은 내년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실험탐구 등 7개 과목을 공통으로 배우게 된다.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입 환경에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면 대학들이 변별력 약화를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인원을 늘리거나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일 수 있다. 그렇잖아도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학종이 확대되면 부모 경제력에 의한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내신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0.1점을 놓고 비인간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4과목 절대평가는 문제가 더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과도 거리가 멀다. 절대평가에서 제외된 국어와 수학 과목의 중요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현재의 수능에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수능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수능의 상위 영역인 대입 제도와 수능의 보완재 성격인 학종의 불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수능 개편안은 향후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입안하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수능 개편은 파급력과 휘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수능은 교육이론상 평가의 한 영역에 불과하지만 초·중·고교 교육과정뿐 아니라 한국 교육의 거의 모든 것을 실질적으로 규정한다. 혼란과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교육부가 2개 안 가운데 하나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압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설익은 수능 개편안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1년 미루더라도 국가대계를 바로잡을 대입 제도를 마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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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토지를 포함한 환경은 공공재로서 이것을 이용해 내가 이익을 보려 하면 불특정 다수가 손해를 보게 되며, 반대로 나의 헌신으로 인한 환경 개선은 불특정 다수의 이익으로 보상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얻는 이익보다 불특정 다수가 받는 총손해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크다는 것이며, 반대로 불특정 다수가 얻는 총이익은 내가 감내해야만 하는 손해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핵심인 ‘생태계서비스’ 개념이기도 하다.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으로 특정 기업이 얻은 이익은 수많은 주민이 짊어져야 할 총손해에 비해 형편없이 미미한 것이며, 4대강 사업으로 기업이 얻은 이익에 비해 우리 국민이 평생을 두고 지불해야만 하는 손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반대로 벌거벗은 선산을 힘들게 녹화한 비용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얻는 총이익에 비해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는데, 환경을 오염시킨 악덕기업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것이며, 선산을 복원한 종손은 이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 선진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정부다운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참관 등을 위해 방한한 미국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왼쪽부터),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등이 지난 22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발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뜻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경제학에서 계산하지 못하는 환경비용은 고스란히 개인들이 메워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부자에게 쥐여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각종 개발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만든 장치로 엄격할수록 개발과 관계없는 주변 개인의 손해는 적어진다. 국민이 고르게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책무를 지닌 대한민국 정부가 유독 자연환경 분야만큼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다. 생선을 맡긴 사람은 이미 고양이가 취할 행동을 뻔히 알고 있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준 꼴이다. 현재 이 제도는 은행이 대출 신청자에게 본인의 신용평가를 하라는 것이며, 판사가 재판을 받는 자에게 자신의 죄를 목록별로 정리해서 달라는 격이다. 은행이 파산하고 범죄자가 사회를 활보하게 되는 것이 뻔한 것 아닌가?

환경영향평가는 해당 개발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기관이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환경영향평가를 개발하고자 하는 자가 작성하는 우스꽝스러운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승용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극히 미미하여 없다고 계산하면 그만이고,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어딘지 모를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잘 살 것이라고 기술하면 그만이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4대강이나 케이블카, 최근 불거진 사드 부지와 같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들 또한 이렇게 진행된다. 이미 문제가 없다는 답을 내어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 제도 하나만으로도 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자연환경평가 꼴찌 수준에 맴돌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세먼지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온난화는 지구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한 것이 개인의 잘못이며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문제인가?

환경조사자료는 그 특성상 개발자가 숨기고자 하면 알아내기 매우 어렵다. 4대강 사업과 현재 진행 중인 오색케이블카 사업 등 대표적 정부 사업에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졌다면 대다수 국민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날이 대한민국 ‘환경적폐’ 청산의 시작일 것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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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 시안이 발표되었다. 확정안을 두고 여론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인데 정부가 제시한 두 가지 시안을 둘러싼 논쟁 역시 뜨겁다. 입시 개편안을 두고 이렇게 여론이 끓어오르는 나라도 드문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건설적인 논쟁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 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데다 입시제도의 반복적인 실패로 기대치도 낮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입시 개편안은 급조된 후 실패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정부는 시험의 교육적 가치와 선발 기능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제도화하기보다 가시적 성과를 향해 밀어붙이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속된 표현으로 ‘약빨’이 통하지 않으면 그 정책은 표류하다 파기되었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교육제도를 바라보는 시민의 기대치도 낮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한국 현실에 맞는 입시 모델을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감과 동시에 정부의 방안에 맞게 교육주체를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큰 비극은 ‘열린교육’이었다. 획일적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고자 도입된 혁신적인 방안이었으나 정작 시민사회에 전달된 설득의 논리는 ‘한 과목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였다. 열린교육을 주도한 장관조차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음에도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파급효과는 컸다. 학습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한국의 입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우려가 맞서며 여론은 충돌을 거듭했다. 안타깝지만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자율학습 폐지는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기는커녕 부모의 사교육비만 늘렸고, 쉽게 내겠다던 수능은 해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불신을 심화시켰다.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와 지역 사이 벽을 허물어 교육기회를 확충함으로써 계층 간 차이를 완화하려 했던 취지 역시 사라졌다. 이런 실패가 일부 언론의 가짜 뉴스에 의해 빚어진 것은 아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성과에 집착, 영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교육방법을 한국적 배양 기간 없이 들여온 성급함이 원인이었다.

입시 흑역사에서 입학사정관제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학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한다는 도입 취지는 고액 캠프 활동, 자기소개서 미화를 위한 대필, 미신적인 입시 컨설팅 제도 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대학입시 모델을 단순 번역하다시피 들여온 이 제도는 아직도 학생부 종합 전형 어딘가에 숨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출범 초기, “미국 갔더니 오렌지(orange)를 ‘아륀지’로 읽더라”는 인수위원장의 발언이 구설에 오른 정권다운 제도였다. 유럽식 글쓰기를 교과 과정과 연계 없이 들여와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으로 몰린 논술전형이나, 미국 수능처럼 절대평가를 시도하는 현 정권의 입시 개편 방안 역시 선진국의 제도를 추종하는 퇴행적 사고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큰 차이는 없다.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면서 어른들은 외국 제도를 급하게 베껴온 셈이다.

지난 실패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선진국 입시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열이 높고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상황에 맞는 입시를 위해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현실은 어렵다. 수능 난이도를 높여 변별력을 확보하라는 주장에 국민 70%가 동의한다. 성인교육에서도 성찰의 반례는 존재한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이공계 학부의 의전원화라는 부작용으로 폐지되었고, 사법시험 역시 존치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런 정서를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되 뒤에서 머뭇거리는 다수를 기다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돌아가자는 이들에게 올바른 뜻으로 오라고 설득해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한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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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연이어 터져 나온 고교 교사들의 학생 성추행 소식. 어느 사안에서는 학내 성폭력 예방업무를 담당했던 자가 가해자였다고도 하니, 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둔 격이 아닌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더 클지 모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초·중·고 교원 성폭력을 철저하게 뿌리 뽑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초·중·고 교원에 의해 학생에게 발생하는 성폭력 사안에 관해서는 독특한 점이 있다. 공동체 특성상 그 폐쇄성이 크며, 피해자가 미성년이므로 보호와 조력의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 따라서 적극적 외부 개입과 관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확립된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현행법은 교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형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유죄로 인정되기만 하면 당연 퇴직 사유가 된다.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은 형사범죄가 아니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는 성범죄로 다루어지므로 규율의 공백도 거의 없다.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말라는 이야기다. 법이 미비해서 학생에 대한 교원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고 등 문제제기가 즉각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대처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데에 학내 성폭력이 반복되는 원인이 있는 듯하다. 신고 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은폐 시도나 묵살, 회유나 불이익 조치와 같은 2차 피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피해자 또는 그 피해를 아는 학생이 2차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고 문제제기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갖추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은 2차 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성희롱 은폐 등 2차 피해 발생을 국가인권위원회나 검찰·경찰 등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면 관련자의 징계 등을 관련자 소속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여가부 장관의 요청이 없는 한,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각 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확인한 2차 피해 발생 사실을 여가부 장관에게 꼭 통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사 등 과정에서 2차 피해 발생을 인지했다면 반드시 이를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는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법은 신고가 이미 접수된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발견한 2차 피해만을 통보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2차 피해에 대한 예방적 점검이나 사후적 추적조사 등에 전향적으로 활용한다면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을 더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징계 등 조치 또한 중요하다. 은폐나 묵살, 회유와 불이익 조치 등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2차 피해를 유발한 자에게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어야 한다. 여가부 장관이 관련자 징계를 요청할 수 있으나, 현행 규정상 징계양정 등에 관해서 여가부 장관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적정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법은 침묵한다. ‘솜방망이 징계’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개선이 요구된다. 성폭력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죄악이다. 어느 누구도 ‘성추행을 당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찬성 |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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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의 당위를 생각하면 절대평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입시의 현실을 생각하면 상대평가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당위와 현실의 충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논의 구도 자체가 불만스럽다. 어째서 절대평가 논의의 주된 대상이 수능이란 말인가?

대학입시에는 세 개의 중요한 시험이 있다. 학교시험, 수능시험, 대학별시험이다. 현재로선 세 개의 시험이 모두 상대평가다. 세 시험 모두 당위보다 현실을 우선시했다. 균형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었다. 당위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절대평가제를 도입한다면 어떤 시험에 먼저 적용해야 할까? 전부 도입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 개의 시험에만 도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시험이어야 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대다수 아이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시험이어야 한다.

입시 경쟁 중 어떤 경쟁이 가장 비교육적일까? 학교 친구들 간의 경쟁인 내신 경쟁이다. 그것이 경쟁의 범위가 좁아 가장 고통스럽다. 현재의 상대평가제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경쟁의 범위가 훨씬 더 좁아진다. 동일한 수업을 신청한 더 가까운 친구들이 치열한 경쟁자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실혁명으로 교육혁명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열겠다고 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고교학점제 공약을 시행하면 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점제만이 교실혁명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에 혁명적 공약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고교학점제 공약이다. 교육선진국의 보편적 제도라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대단한 공약이다. 그런데 내신 절대평가제의 전면화 없이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면 어떻게 될까?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해 결국은 시늉만 내다 말 것이다. 그러나 혹시 물정 모르고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교실혁명이 아닌 교실지옥을 이룬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냉혹한 줄세우기는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현실이 그것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실은 현실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그 현실에 저항해야 할 자는 누구인가? 수능 출제자인가? 대학별시험 출제자인가? 아니다, 학교의 교사이다. 그것이 교육의 당위이고 거기에 교육의 살 길이 있다.

물론 입시는 현실이다. 내신 절대평가제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입시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대학입시가 특목고, 자사고, 강남권 학교에 현저히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역시 입시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현실에 저항하고 교육의 당위를 부여잡아야 할 시험은 다른 시험이 아닌 학교시험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것만이 학교교육을 살려 입시불평등을 완화할 올바른 길이다.

수능과 대학별시험 출제자들은 자신이 출제한 시험으로 경쟁하는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시험 출제자인 교사는 자신이 출제한 시험으로 경쟁하는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며 그 아이들을 교육한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쩌면 수능이 했던 줄세우기 역할까지 넘겨받아 아이들을 더 강력하게 줄세워야 할지 모른다. 나에겐 이것이 현실에 가장 강력히 저항해야 할 존재를 현실에 가장 심하게 굴종하는 존재로 만드는 참혹한 일로만 여겨진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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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근로자에게는 생계를 넘어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진정한 건수는 21만 건, 체불액은 1조4000억원을 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향상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비용, 처리절차, 처리기간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근로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행정 업무는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역량과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근로자들의 권리도 원활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근로자의 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의 일반행정직 공무원 중 일부를 사법경찰관 또는 사법경찰리로 임명하여 4주 정도의 교육을 하여 직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근로감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이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최근 보도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제55조의 유급주휴일이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노동행정 현장에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해고예고의 방법을 모른다든지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 범위, 더 나아가서 법원의 판례는 차지하더라도 고용노동부 지침과 행정해석을 모르는 근로감독관을 보면 이 보도가 단순히 일부 근로감독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단순한 임금체불을 해결해 달라는 진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근로감독관도 업무수행에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임금체불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4주 교육을 받고 바로 임명된 근로감독관과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동일한 수준의 임금체불 사건을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경력 근로감독관과 초임 근로감독관과는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필자는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동일한 임금체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근로감독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해결 가능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근로자가 임금체불 진정에서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근로감독관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면 이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용자를 고소하여 검사의 판단을 받는 것인데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의 업무폭주, 노동법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하여 이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근로감독관이 한번 잘못된 결정을 하면 사실상 번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동현실은 날로 급변하고 있고 복잡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요구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근로감독행정은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단순히 근로감독관을 증원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감독관의 양성시스템과 역량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감독행정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하여 억울한 근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근로감독청 신설과 근로감독관 증원 등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안들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만으로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근로자의 요구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 더 이상 억울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역량강화 및 근로감독행정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석진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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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토요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배치된 성주기지에서 전자파, 소음 측정을 강행하였다. 대구지방환경청에 접수된 사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전문가 현장 확인을 위해서였다. 현장 확인 직후, 국방부는 사드 전자파는 인체 허용 기준 200분의 1에도 못 미쳐 안전하다고 발표하였다. 이로써 환경영향평가는 ‘탄력’받고, 사드 배치는 확정적인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해 국내법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절차적 정당성이란 첫째 환경영향평가는 제대로 하고, 둘째 사드 공론화는 충분히 갖는다는 것. 미국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은 4기의 발사대가 비밀리에 추가 반입된 경위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에 대한 국방부 진상조사를 직접 지시하였다. 국민은 국가가 제안한 ‘절차적 정당성’을 믿었다.

잘 지켜지고 있을까. 아니다. 안보 논리에 밀려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실된 듯하다. 대통령이 직접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하였다. 국내에 반입된 사실이 보고되지 않아 격노했던 바로 그 발사대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 외교부장에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미국에도 ‘배치 이상 무’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지금의 정부는 사드 배치는 확정된 것이지만 환경영향평가는 철저히 하겠다고 한다. 이 무슨 궤변인가. ‘선 사드 배치, 후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절차상 불법이다. 환경부 장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행정부 수장이 초법, 불법의 제일 앞줄에 서 있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추진 중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지난 6월 청와대가 확인했듯이, 국방부는 미군에 공여할 부지 70만㎡를 둘로 쪼개면서 1단계 공여 부지는 33만㎡ 미만으로 지정하였다. 이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위한 불법 ‘부지 쪼개기’이다.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드 2기 불법 반입과 가동, 주변 보완공사 등 사전공사 금지를 위반하였다. 이것도 사법 처리의 대상이다.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폐기하고 사드 장비 가동을 중단, 철수한 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게 순서다. 국방부의 불법을 투명하게 조사하는 게 먼저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주적 의사 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사드 배치 과정의 각종 자료는 모두 한·미 2급 비밀로 묶여 있다. 공동실무단 운영결과보고서, 사드 배치 군사적 효용성 근거 자료 등은 확인할 길이 없다. 심지어 사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도 3급 군사비밀 문서로 비공개 사항이다. 이번 전자파, 소음 측정에도 거리 정보 외에는 레이더 출력과 주파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설명회, 공청회도 없다. 절차적 정당성의 두 번째인 ‘사드 공론화’는 어디에도 없다.

공론화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어려운가. 그렇다면 차라리 절차적 정당성을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국방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이 협의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는 게 더 낫다. 치욕의 끝을 보는 것보다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포기하는 것이, 사드 공론화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덜 비참할 것이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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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핵잠수함’은 원자력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잠수함이다. 그 속에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압력용기, 증기터빈, 발전기, 냉각기가 들어 있다. 모두 크기만 작을 뿐 울진이나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있는 것과 똑같은 장치들이다. 그런데 방사능을 내뿜는 물질의 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잠수함의 원자로 속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핵분열 우라늄의 밀도가 육지 원자로의 10배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력 발전소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자력 잠수함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실제 큰 사고가 여러번 있었다. 1985년에는 당시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 근처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잠수함에서 원자로가 폭발하여 10명이 사망하고, 49명이 방사능 피폭으로 부상당하고, 수백명이 상당량의 방사능을 피폭당하는 재난이 발생한 일이 있다. 주변 지역과 바다도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생성되듯이 원자력 잠수함에서도 방사성 폐기물이 만들어진다. 여기에도 치명적인 방사능을 내뿜는 물질들이 가득 들어 있어 안전하게 처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잠수함 속의 원자로도 사용연한이 채워지면 해체해야 하고, 방사능 덩어리이기 때문에 영구히 격리처분해야 한다.

원자력 사용이 위험하고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했고 그 첫걸음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육지에서는 탈원전을 하겠다고 하면서 바다에서 원전을 건설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것은 육지에 지으려던 것을 규모를 줄여 바닷속으로 옮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모순도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정부에서 원자력 잠수함 건조 의지를 드러내자 탈원전을 반대하는 보수진영이 크게 반색하며 기뻐하는 것 같다. 보수언론들은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서로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것이 탈원전과 모순이고, 따라서 탈원전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에 탈원전을 찬성하는 진보진영과 진보언론은 한결같이 침묵으로 일관한다.

탈원전을 무산시키고 한반도 비핵화협정을 폐기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더 멀리 밀어놓을 수도 있는 대단히 중대한 사안인데도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 정부에서 진정으로 탈원전을 하겠다면 원자력 잠수함 건조와 탈원전의 모순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말은 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건조는 어렵다고 하든지, 반대로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해서 건조계획을 추진하려 한다면 탈원전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육지에 더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시행한다 정도에 머무르고,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와 전기소비 감소를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구호가 붙지 않아서 아쉽다면 에너지전환이라는 구호를 붙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앞세우면 된다.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지 않고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60년 이상 걸리는 이 계획의 성공 가능성은 크게 광고한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추진할 때 더 높아질 수 있고, 그래야 탈원전이 잘 안될 때 입게 될 상처도 줄일 수 있다. 60년이란 세월은 세대가 두 번 가까이 바뀌는 긴 시간이다. 그때쯤이면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의 아이들이 사회의 중추가 된다. 그때까지 우리 사회가 어떤 일을 겪을지 어떻게 요동칠지 모른다. 물론 미래세대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일에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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