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어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18학년도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계열 구분 없이 1학년 때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한국사를 공통과목으로 가르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통과목을 끝낸 2학년부터는 문·이과 진학 등 각자 필요에 따라 고교 단계의 기본적인 교과인 ‘일반선택’과 심화·융합 학습을 위한 ‘진로선택’ 등의 선택과목을 배우도록 했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교육현장의 목소리와는 동떨어져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교육과정 개정이 너무 잦다. 1997년 제7차 교육과정 이후 2007년 개정부터는 한 해를 걸러 한 번씩 크고 작은 개정이 이루어지는 꼴이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생은 중3까지는 2009와 2011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다가 고1 때부터는 2015 교육과정으로 교육받게 된다. 이래서야 교육현장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백년대계는커녕 당장 내일조차 기약하기 어려운 판이다. 여러 교원단체가 지적하듯이 ‘문·이과 통합’이라는 용어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대학에 지원한다는 뜻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등 부적절하다.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출처 : 경향DB)


새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과 관련해서도 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고교 공통과목인 사회·과학의 경우 각 과목의 기본적인 내용을 ‘대주제’(Big Idea)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개발한다고 하면서다. “새로 생기는 과목인 만큼 처음에는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이라는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시대착오적이고 국제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는 처사임은 물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통합사회·과학의 국정 발행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졸속정책임을 자복한 셈이다.

정책의 실효성도 문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그와 짝을 이룰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함께 내놓지 않았다.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수능제도 3년 예고제에 따라 2017년 발표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대입전형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초·중등 교육과정은 수능을 포함한 대입과 대학교육 과정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졸속이고 실효성도 의심되는 것이 드러난 이상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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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환경경영에서 첨단을 달린다. 철강 생산을 위한 에너지 사용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한다. 부산물도 98% 이상 자원화하여 재활용한다. 포스코정암재단에서는 얼마 전까지 환경운동가의 재충전을 지원하는 일도 했다. 이러한 경영을 통해 포스코는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시민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포스코의 환경경영 방침은 이 기업이 얼마나 환경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지 보여준다. 특히 “청정 생산공정 도입과 최적방지기술 적용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문장이 있다. 이런 지침에 따르는 포스코에서 재작년부터 마그네슘 생산을 시작했다. 강릉시 옥계면에 있는 공장에서는 강원도에서 나오는 돌로마이트를 태우고 환원하여 금속 마그네슘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공정이 친환경적 청정 생산기술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생산과정에서 아주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마그네슘 1㎏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30㎏ 이상 나온다. 강철 생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1㎏당 2㎏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두 번째 문제는 돌로마이트를 태우고 환원하는 데 필요한 석탄가공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페놀 같은 방향족 화합물이 다량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물질들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회수하여 재활용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공장 밖으로 아주 많은 페놀이 흘러나와 주변 토양을 오염시켰고, 마을 주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마그네슘의 최대 생산국은 중국이다. 소비량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곳에서는 돌로마이트 같은 원광을 태우고 환원해서 마그네슘을 만든다. 중국에서 대체로 그렇듯이 생산공장들은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크게 유념하지 않는다. 생산 장비도 이런 물질을 세심하게 분리하거나 회수하도록 제조되지 않았을 것이다.

포스코의 산업현장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광양제철소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포스코 마그네슘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중국산이다. “국내에 마그네슘 제련 설비가 없어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부실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주변 마을에 페놀 오염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포스코가 왜 부실한 기술을 들여와서 마그네슘을 생산하게 되었나’이다. 우리 사회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서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도달한 때는 1990년대이다. 그 후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다음부터는 4대강 사업 같은 큰 이슈 정도만 주목을 받았다. 현 정권에서는 너무 큰 일들이 지속적으로 터지는 탓에 관심을 보일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도 사회적 무관심에 일조하는 것 같다. 근절되어야 할 것으로 꼽은 폭력 중심의 4대 사회악에는 어디에도 환경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환경에 가하는 폭력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폭력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이 전혀 없기에 그럴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렇다 해도 포스코에서 유발한 강릉 옥계면의 페놀 오염사태와 포스코의 대응,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은 너무 어처구니없다.

마그네슘 제조공법은 중국과 미국에서 사용하는 2가지가 있다.미국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유해물질을 훨씬 적게 내놓는다.포스코는 중국 기술로 돌로마이트를 이용해서 제조하는 것이 더 값싸기 때문에 이 기술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페놀 오염이라는 환경에 가한 폭력으로 치러야 할 대가를 고려하면 이런 기술을 이용한 마그네슘 생산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 기술은 포스코의 환경경영 철학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포스코의 이미지만 훼손할 뿐이다.


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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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9일 강원도 삼척에서는 원전 유치 찬반을 놓고 민간 차원의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본래는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중앙정부가 방해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민간 차원의 주민투표로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주민투표의 의미는 매우 크다.

과거에 전북 부안에서 핵폐기장 유치 여부를 놓고 민간차원의 주민투표를 한 적은 있지만, 원전을 둘러싸고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여러 차례 원전을 둘러싼 주민투표가 있었고, 투표 결과에 따라 원전이 백지화된 사례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원전 확대 정책을 계속 펴면서, 단 한번도 민주적인 의견수렴과정을 밟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민투표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원전도 민주주의의 사각지대였지만, 송전탑 문제도 그렇다. 최근 경남 밀양, 경북 청도 등지에서 ‘돈봉투’ 사건이 논란이 되었다.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서 한전이 ‘검은돈’을 뿌려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출처 불명의 돈이 주민들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뿌려졌다. 심지어 경찰서장이 돈봉투를 전달하는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 하나만 보더라도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민주주의란 없었다. 한전은 오로지 경찰력과 돈에 의존해 송전탑 건설을 밀어붙이기만 했다. 그래서 밀양, 청도 등지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국가적인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막무가내식의 송전탑 건설을 가능하게 한 ‘전원개발촉진법’ 등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건물외벽에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원전의 폐쇄를 주장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1978년 제정된 ‘전원개발촉진법’은 일방적인 송전탑 사업을 뒷받침하는 법이다. 주민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경우에는 토지를 강제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밀양, 청도 등지의 주민들은 이 법을 개정해 제2, 제3의 밀양과 청도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송전탑 문제는 밀양, 청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경기 양평, 여주, 이천, 광주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전력이 신경기변전소 후보지로 발표한 다섯 군데가 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신경기변전소’는 동해안의 신울진 원전에서 출발한 76만5000V 송전선이 도착하는 곳이다. 한국전력은 이 변전소까지 230㎞의 송전선을 건설하려 한다.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르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유사한 초고압 송전선이 또 한 가닥 추진될지도 모른다. 동해안에 워낙 많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발전소들은 수도권의 대공장, 대도시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전기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발전소와 송전선을 계속 지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된 이야기다. 지금 웬만큼 산다고 하는 나라들 중에 대한민국처럼 전기소비량이 급증하는 국가가 없다.

2011년 말 기준으로 국내 총 전력소비량은 45만5070GWh로 2002년에 비해 63%나 증가했다. 연 평균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5.6%에 달한다.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유럽의 선진국들과 일본은 오히려 전기소비를 줄이는 추세다. 미국조차도 전력소비량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의 전력소비만 이렇게 급증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잘못된 전기요금 정책에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너무 싸게 해 주다보니 전체 전기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소비가 계속 늘어나 왔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며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이렇게 전력소비 증가를 부추기는 전기요금 정책을 펴면서 원전과 송전탑을 계속 지으려 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소 50% 이상 인상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이렇게 전기요금을 올려도 기업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동안 싼 전기요금으로 산업용 전기를 공급해 온 것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줘 온 것이다. 이제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


하승수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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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너지 및 전력 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으며,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기반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안정적으로 해왔다. 최근 몇 년간 전력난으로 온 국민이 불편을 느끼기도 했지만 전기 에너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이기도 했다. 공장과 빌딩, 일반 국민의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값싼 원자력 발전소와 석탄화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기저 발전기를 대규모로 건설하였으며 대형 발전단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대형 송전망도 건설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의 원전수용성 하락, 송전망 건설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 부지 확보난 등에 따른 설비건설의 지연 및 취소 등에 기인한다. 한편 전력수요는 연평균 6%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전력수급 불안정 문제가 또다시 대두될 수 있다. 최근 한 민간발전사업자의 신규 발전소 인수 포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대규모 설비 중심의 에너지 체제는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비용 발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는 개도국 중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등 국내 에너지산업은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도전과 위기에 직면하였다.

서적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 (출처 : 경향DB)


위기가 기회이듯 이러한 문제는 오히려 창조적인 발상을 통해 에너지분야에 새로운 산업창출의 모멘텀으로 전환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그간 지속되어 온 대규모 설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ICT 및 혁신기술과 에너지시장의 효율적인 융합을 통한 수요관리 위주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값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나 석탄발전, 신재생발전이 아니라 에너지소비를 효율화하고 기술과 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수요를 적절히 조절하는 수요관리 자원이라는 인식을 실제 시장에서 구현해야 할 때이다. 우선 효율적인 에너지시장 즉, 가격과 요금이 자원의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전력시장 및 수요관리시장이 설계되어야 한다. 혁신기술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민간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에너지 분야의 신산업 출현은 더욱 더딜 것이다.

둘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분산전원을 확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에너지기술과 산업의 출현이 기대된다. 분산전원의 확대를 위해 에너지가격의 지역별 체계, 송전망 요금의 지역별 차등, 권역별 독립적인 수급체제 등 정부 차원의 정책 도입을 검토하여 분산전원 시장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서도 관련기술 혁신과 이를 지원하는 효율적인 시장체제 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평적이고 분산화된 새로운 에너지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기존의 전통적인 에너지 시스템에 연결하면 지역별, 시간별로 자유롭게 에너지를 생산 또는 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의 등장을 촉진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새로운 에너지 산업과 일자리들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혁신기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시장과 가격체제의 미비는 매우 큰 장애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전통적인 에너지가격체제나 요금설계에 혁신기술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에너지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새로운 에너지체제 및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수준을 결정하여 적절한 시장신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혁신기술과 가격체제의 융합을 도모해야 한다.


김진호 |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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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까이 끌어온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소송에서 법원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어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175명이 현대차 등을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소송을 취하한 181명을 뺀 994명 전원에 대해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로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공정을 따지지 않고 2차 하청까지도 모두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노동계가 10년여 동안 제기해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법적 판단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2004년 노동부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데서 시작해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 최병승씨가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최종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그동안 불법파견과 관련한 여러 차례의 법적·행정적 판단이 “개인에 대한 것일 뿐” “일부 공정에만 적용될 뿐” 등의 이유로 사측에 의해 번번이 무시돼왔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불법파견 소송 가운데 단일 사건으로 최대 규모로 불리는 이번 소송의 판결로 더 이상 그런 논란이 발붙이기 어렵게 된 것이다.

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온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판결 내용은 한마디로 현대차의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구호가 정당함을 인정하고 있다. 기아차·한국지엠·쌍용차·삼성전자서비스 등 현재 하청 노동자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업체는 물론 꼭 소송이 아니더라도 자동차·조선·철강 등 하청 노동자 비중이 높은 사업장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금속노조가 현대차 주요 임원과 정몽구 회장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고발한 사건을 4년째 결론내리지 않고 있는 검찰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동안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대응하면서 노사합의를 통해 특별채용하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왔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그와 별개로 지난 8월에 합의한 특별고용합의를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사내하도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더 이상 소모적인 소송전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무리일뿐더러 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음을 알 것이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해소하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계 또한 이번 판결이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을 남용해온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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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고 보니 시골에서는 추수일로 바쁘다. 쾌청한 요즘 날씨는 하루 햇살이 100만원짜리라는 말도 나오고, 요대로만 가면 벼농사는 대풍이 될 거라는 예측도 한다. 그만큼 가을걷이 때는 한나절 햇살이 수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날씨에 따라 작물별로 희비가 엇갈리는데 벼농사는 대풍이 예상되지만 고추는 여름철 잦은 비로 작황이 별로 안 좋다. 그래서 작년에는 말린 고추 한 근을 4500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1만2000~1만3000원에 거래된다.

어느 자리에선가 내가 작년에 농약을 전혀 안 쳤지만 고추를 다섯 번 딸 때까지 병이 없었다고 했더니 못 믿기는지 하루 동안에 다섯 번 밭에 나가서 딴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묻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 밭 고추가 다섯 번 따고도 서리가 내릴 때까지 병이 들지 않고 싱싱할 수 있던 것에는 몇 가지 비밀이 있다. 유난히 고추 키가 작다든가 고추를 지지대에 심하게 묶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잡초가 같이 자란다든가 곁 이랑에 들깨가 심어져 있다는 것도 고추가 병들지 않는 비밀에 속한다. 자연재배 농부들의 고추밭이 다 이렇다고 보면 된다.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고추는 사람 키만 한 것도 있지만 우리 집 고추는 큰 놈이 한 자 반(45㎝) 정도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종자가 난쟁이 고추인 것은 아니다. 그냥 땅의 영양이나 뿌리의 발육 상태에 알맞은 크기가 되다보니 그럴 뿐이다. 한마디로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깝게 고추를 키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 작물은 병이 없다. 들풀이나 들꽃에 병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농부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과잉 성장을 조장하지 않는 농사. 키가 작고 조그마한 고추, 많이 달리지도 않고 한꺼번에 붉지도 않는 고추. 농부의 신념에 소비자의 취향이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 겨울 경남 산청군 오부면 중방마을 딸기농장에서 비닐하우스 재배 농민들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산청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올 추석은 40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었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제상에 오를 사과나 배, 포도에 비상이 걸렸다. 극조생종이 아닌 이상 9월 중순이 되어야 제대로 익는데 9월 초가 추석이고 보니 대부분의 농가에서 6월부터 성장호르몬과 착색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과일의 덩치를 키우고 색깔을 빨갛게 물들이기 위한 농약들이다.

올 추석에 산 사과나 배들은 상온에 오래 보관이 안되고 쉬이 물러버릴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과도하게 성장하면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과육은 정상적으로 자란 과일과 달리 수분함량도 많고 부패도 빨리 진행되고 과일이 맛도 없이 푸석푸석하기 때문이다. 성장촉진제는 옥신계와 지베렐린계 등이 있는데 원래 벼 키다리병 병원균이다. 식물생장조정제라 하여 셀 수도 없이 많은 농약들이 팔리는데 이름마저 속임수가 넘친다. 진상품, 안티폴, 포미나(폼이 나), 쑥쑥, 도레미, 애플빅(큰 사과), 다조아(다 좋아), 더크리(더 커겠다) 등등. 과수 농장에서 애용되고 있는 카바이트 성분인 에틸렌 계열의 농약은 성장제의 특징상 성인의 노화를 촉진하고 아이들의 성 조숙증을 유발한다. 성 조숙증은 어린이의 성장판을 닫아버린다. 더 이상 몸이 자라지 않는 것이다. 농약의 ‘기준치’라는 말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게 현실이다. 기준치대로 농약을 치는 농부는 없다. 하루라도 빨리 수확하여 비싸게 팔겠다는 성급한 마음에 인심 좋게도 농약을 듬뿍듬뿍 더 뿌린다.

경제의 성장주의가 사회적 약자를 자꾸 위축시키고 격리의 대상으로 여기듯이 농산물의 성장촉진 농약제는 못생기고 작고 때깔이 좋지 않은 진짜 농산물을 다 몰아내고 있다. 키가 작고 적게 열린 우리 집 고추가 더 귀한 이유다.


전희식 | 농부 ‘아름다운 후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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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전업체들의 각축장인 가전박람회(IFA) 2014가 막을 내렸다. 올해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스마트홈’이었다. 삼성은 ‘미래의 집을 현실로’라는 주제로 스마트홈을 제시했고, LG ‘홈챗’이라는 기술을 공개했다. 또한 가전시장의 전통적 강자였던 파나소닉과 밀레뿐만 아니라 여러 중국 업체들 또한 일제히 새로운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쯤 되면 스마트홈이라는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전 세계의 모든 가전업체들이 뛰어드는 상황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스마트홈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홈’이라는 주제로 지난 2년여를 넘게 연구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스마트홈은 주거환경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국민의 편익과 복지증진, 안전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간 중심적인 스마트 라이프 환경이라고 한다. ‘융합’, ‘인간 중심적’ 그리고 ‘스마트 라이프’가 주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융합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물리적 거주 공간인 집과 정보통신기술이 조화롭게 어울려 삶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집은 재산 형성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으며 주거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다. 따라서 집의 자산 가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변화에는 우리 사회가 매우 인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는 대부분 집의 가치가 높아 보이도록 하기 위한 신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집과 정보통신기술의 제대로 된 ‘융합’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건설업체들에 스마트홈이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광고 수단에 불과했으며, 실질적인 인간 중심적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인간’이 중심에 놓여 있지 않은 스마트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신기술로 무장한 이 거주공간을 낯설고 불편하게 느낄 뿐이었다.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14(4월)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홈 서비스를 모델이 시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스마트홈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비스들이 진짜로 ‘스마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라이프를 파악해 인간 행동과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암묵적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공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들을 보면 고객에게 스마트하게 서비스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스마트하게 써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즉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스마트’가 매우 부족해 보인다.

국내 기업들과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스마트홈을 포함한 유시티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그 결과 어느덧 버스정류장에서 자연스럽게 예상 버스 대기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홈에서는 아직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앞서나간다고 했던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IFA 2014’에서 보았듯이 전 세계의 기업들이 이제는 거의 대등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다시 한번 ‘융합’, ‘인간 중심적’ 그리고 ‘스마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서 고객 중심적으로 스마트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독일 밀레의 스마트홈 시작 동기가 고령자들의 스마트라이프의 변화라고 언급했듯이, 고객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최종적 승패가 결정될 것 같다.


지용구 | 연세대 교수·정보산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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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정가에서는 ‘무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를 따르는 자들이 ‘무성 대장’이라고 무슨 조폭들처럼 불러왔는데 이를 줄여 부르다보니 ‘무대’라는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한번 결심하면 밀어붙인다고 해서 ‘무대뽀’의 무대라는 얘기도 있다. <수호지>에 나오는, 어리숙하고 실속 없는 무대라는 인물을 빗댄 말이라고도 하는데 그동안의 정치 이력으로 볼 때 김 대표가 제 잇속도 챙기지 못하는 어리숙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방송 카메라가 즐비한 가운데 일국의 국방부 장관에게 책상을 두드려가며 모욕을 준 인물 아니던가. 특히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발언을 보면, 별칭대로 김 대표가 ‘무대뽀’이거나 아니면 늘 세상을 아래로 굽어보는 ‘대장 놀이’에 익숙한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방안 1차 포럼’이 열렸다. 여기에 김 대표가 축사를 하러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승한 대한씨름협회장이 “입씨름 많이 하시는 것보다는 씨름대회를 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어떤가. 대한씨름협회에서 심판을 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에 김 대표가 발끈해 “씨름인 여러분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참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이 보도를 접하고 나는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씨름협회장의 발언은 ‘조롱’은커녕 그저 인사치레에 불과했다. 농구협회장이라면 “어려운 문제, 3점슛으로 해결합시다”라고 할 수도 있고, 바둑협회장이었다면 “서로들 바쁜데, 알까기라도 해서 결론냅시다”라고 할 수도 있다. 파벌 싸움과 금품 비리로 얼룩졌던 그동안의 씨름협회 사정을 돌이켜보건대 씨름인들이 성난 민심을 전달해야 되겠다고 결심할 만한 근거도 희박하다. 내가 만약 김 대표라면 “내 몸집도 여기 계신 왕년의 천하장사 분들 못지않은데, 이 세미나실에는 모래가 안 깔려 있으니 다음에 한번 합시다” 하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왜 김 대표는 발끈했던 것일까. 게다가 “중국한테 (씨름의) 유네스코 등재를 뺏기는 상황에 오는 동안 여러분들은 뭐 하셨느냐”라고 질타까지 했다. 과연 씨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유네스코 등재 실패의 위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진실로 표현한 것일까.

나는 ‘감히 씨름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권위주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짐작이 아니라 그의 말에 들어 있다. 현장 기자의 꼼꼼한 메모에 따르면, 김 대표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우리 국회 회의장에서 씨름인 여러분들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여기서 ‘우리’라는 단어는 40대 이상의 한국 남성들이 흔히 쓰는 동류의식의 강한 표현이다. 직장인들이 점심 때, 메뉴를 고르다보면, 40대 이상의 과장·부장들 입에서 ‘우린 그런 거 잘 안 먹지’ 하는 표현이 어김없이 나온다.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말은, 남성들, 특히 남성 정치인들이 선호한다. 1997년 대통령 후보 토론 때 이회창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 대해서까지 ‘에, 존경하는, 우리 김대중 후보는…’이라는 식의 표현까지 쓴 적 있다. 남성 정치인들의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이 단적으로 드러난 예다. 더욱이 김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회의장에서’ 조롱거리가 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아마 국회 바깥이었다면 뒤틀린 심사를 이런 식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우리 국회 회의장에서 조롱을 받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이 순간 국회라는 공간은 민심이 수렴되는 곳이 아니라 전업 정치인들의 개인 사무실로 전락한다.


▲ 씨름협회장의 인사치레에
‘감히 씨름하는 사람들이’라며
발끈한 새누리 김무성 대표
권위적인 ‘무대뽀’가 아닐까


정치인들은 그동안 씨름인을 포함해 수많은 스포츠 종목 종사자들을 손안의 공깃돌처럼 여겨왔다. 축구나 야구 같은 유력한 인기 종목은 물론이고 이른바 비인기 종목까지 정치인들의 위세가 실핏줄처럼 퍼져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비인기 종목 단체들은 대기업 회장이나 유력 정치인을 회장으로 ‘모시는’ 것에 사활을 걸기도 했다. 협회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이나 제도 개선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러나 협회 임원들의 노골적인 권력지향성이 더 컸다. 유력 정치인들에게 줄을 대서 협회 안팎에서 자신의 권력 행사를 용이하게 하려는 작태도 많았다. 정치인들 역시 경기단체 회장을 맡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일삼아왔다. 상시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을뿐더러 이를 파이프라인으로 해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유력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스포츠 스타들을 병풍처럼 세웠고 이에 체육인들은 그런 행태가 비굴한 것인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우루루 몰려다니며 권력의 한 터럭에라도 연줄을 대려고 해왔다.

물론 김 대표와 현 씨름협회 집행부의 관계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수십년 동안 한국 스포츠가 존립해오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체육단체와 유력 정치인들의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생각하건대, 김 대표로서는 ‘감히 우리 국회에서 씨름인한테 조롱을 받다니’ 하고 발끈한 것이다. 정치와 체육의 심각한 불평등 관계에 더하여 김 대표 본인의 강한 권위의식이 합쳐져 이 같은 발언이 터져나온 것이다.

김 대표는 문제의 발언을 행한 지 이틀 뒤 마포구 상암동 한강공원에서 열린 ‘희망나눔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참석했다. 사전에 약속된 일정이겠지만, 자신의 발언에 대한 체육계 안팎의 여론을 무마하는 데는 썩 절묘한 정치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무대’라는 별칭이 <수호지>의 어리숙한 인물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얘기다.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친 ‘무대뽀’의 ‘무대’라면 모를까.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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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인간의 조작 없이 정보를 주고받게끔 하는 시스템을 사물인터넷 또는 만물인터넷이라 일컫는다고 한다. 처음에 사물인터넷의 정의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말해 무슨 뜻인지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도대체 전자동화(automation)라는 의미 이상의 것이 사물인터넷에 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언어의 유희라는 나름의 섣부른 판정까지 내리기도 했다.

사물들이 인터넷을 하면 앞으로 인터넷을 사물들에 판매한다는 것인가. 즉 시장의 주체가 인간이 아닌 사물들이란 것인가. 공학적 마인드가 부족해서인가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름 인간과 과학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지 어언 20년에 접어든 중견학자가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면 그 명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아니면 인터넷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코드가 달라서일까.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뒤진 사물인터넷 정의 글귀를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물인터넷의 실체는 없다는 것이다. 테크놀로지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제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 할지라도 선형적 발전을 거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테크놀로지의 원형을 추적해 들어가면 현 단계의 발명품은 반드시 그 전조 내지 모태를 품고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그렇고, 세탁기가 그렇고, 냉장고가 그렇다. 모터와 프레온가스라는 촉매제가 있어서 발명이 가능해졌을지라도 필자가 보기에 이들 발명품은 그다지 혁명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만큼은 달랐다. 소통의 관점에서 보자면 혹자는 구텐베르크에 의해 이룩된 인쇄술이 종이 매체를 낳았고, 그것이 점차 전자화된 것이 인터넷이라고 ‘격하’시킬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이 인간 사회에 던진 충격적 여파는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기에 그러한 주장은 곧 설득력을 잃는다.

인터넷이 혁명적인 이유를 좀 다른 각도에서 보고자 한다. 인터넷이 앞서 말한 자동차·세탁기·냉장고와 다른 이유는, 전자가 소프트웨어 기반이고 후자가 하드웨어의 대명사들이라는 구분을 떠나서라도, 전형적인 인간 주도형의 테크놀로지라는 점이다. 물론 요즈음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적 기술 없이는 작동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 주도형의 과학적 산물은 아니라는 데서 인터넷과 운명을 달리한다. 아마도 수년 내에 우리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가 대중화되리라 전망한다. 이같이 전자동화된 자동차가 사물인터넷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우선 앞서기도 하는 이유이다.

SK텔레콤이 전북 고창군 한 민물장어 양식장에 구축한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 양식장’ 시스템을 양식장 관리자들이 시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앞서 말한 인간 주도형의 테크놀로지를 달리 표현하면 소비자 주도형의 테크놀로지다. 인터넷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이유를 필자는 바로 이 점에서 찾는다. 인터넷의 주도권은 언제나 소비자에게 있었다. 소비자가 이용하고, 소통하고, 창조하는 무한공간이 바로 인터넷인 것이다. 인터넷이 무궁무진한 편리와 찰나의 속도를 가능하게 한 점에서는 다른 하드웨어적 기술과 다름이 없지만 인터넷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였던 것이다. 사물이 이러한 인터넷의 주체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마도 쉽사리 이해를 못했던 이유는 소비자들이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지 싶다.

센서가 부착되어 사물들 간에 정보가 교환된다는 것을 두고 사물인터넷으로 포장하는 것은 마케팅의 일환일 뿐 테크놀로지의 진정성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위해 테크놀로지를 발전시키고 있는지의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무조건 앞선 편리와 속도를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기보다는, 그간 호응을 받았던 테크놀로지는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기술’로 존재해왔다는 철학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각인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창조하는 공간인 인터넷을 자동화 시스템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휴머니즘이 결합된 IT라는 철학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오류이지 싶다.


김민하 |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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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에는 늘 모순이 있고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그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서 노사분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갈등과 분규가 우리 사회의 기본 상식과 배치된 채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경우다. 이 경우 우리는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라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 온 경험이 있다.

기륭전자 문제도 그런 것이었다. 대부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저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지가 날라 온 것이 지금부터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2005년이었다.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는 잡담 등이 이유였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저버린 사측에 노동자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후 1895일간의 지난한 복직 투쟁이 시작됐다. 공장 점거, 삭발, 고공 농성, 94일간의 단식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안 해본 것이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치열한 싸움이었다.

이런 노동자들의 눈물 어린 투쟁으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이 사회에 생생히 알려지게 되었고 더 이상 기륭전자의 갈등을 방치하는 것은 단지 노사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마침내 2010년 11월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여야 국회의원 그리고 많은 종교인들과 사회단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노사는 함께 ‘사회적 합의’에 서명할 수 있었다.

그날 노사는 그간의 주장을 한발씩 양보해 사측은 ‘직접고용 절대 불가’를 철회하고, 노조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사정을 고려해 고용 시점을 1년6개월 늦출 수 있도록 양보했다. 이후 노조는 다시 고용 시점을 1년 더 양보해 2년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곡절이 있었지만, 그날의 사회적 합의는 큰 숙제 하나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함께 풀어냈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그날 사측의 최동열 회장도 “지난 6년간 서로 큰 고통을 겪었으나 사회통합과 노사상생을 바탕으로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그 자리에 함께했던 모든 이들, 그리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너무 큰 짐을 지워놓고 있다는 자괴감에 마음이 아팠던 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날의 합의는 그렇게 우리 사회의 상식적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함으로써 작은 정의나마 이루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단지 거기까지였다. 그날의 합의에 따라 노조는 2013년 5월1일 사업장으로 복직했지만 장장 8개월간 업무 대기가 지속됐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월급, 4대 보험 등을 지급하지 않아 8개월간 임금이 체불되기도 했다. 급기야 회사는 지난해 12월30일, 조합원들 몰래 사무실을 이전하는 야반도주의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면서 모든 사회적 합의는 휴짓조각이 됐다. 현재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사측이 도망가버린 빈 사무실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최동렬 회장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는 등의 수모를 겪고 있다.

한진중공업,기륭전자,쌍용자동차,전교조,공무원노조의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사회적 합의,정치적 약속 불이행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문화제를 열었다. 기륭전자 유흥희 분회장이 정부및 사측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함께 만든 약속을 스스로 부정하는 측과 그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측의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기륭노조 분회장인 유흥희씨는 이렇게 묻고 있다. “누구도 이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는 많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한 사회적 합의조차 그냥 종이쪼가리로 취급하며, 최소한의 신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노동자들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기륭전자 노조는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지속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사회적 합의조차 불이행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묻고자 최동렬 회장을 사기죄로 고발하는 사회적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참 안타깝고 치사스러운 시절이다.


정진우 |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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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를 계기로 일어났다. 하지만 스리마일이나 체르노빌 사고처럼 그 이외의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원자로 내에는 막대한 양의 방사성물질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규모 방사능 피해가 장기간에 걸쳐 초래된다. 원전은 본질적으로 위험한 존재여서 이를 가동하는 데에는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원자력사업자와 정부가 절대 안전하다고 선전하던 원전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났으니 일본에서는 이제 원전 추진을 외쳐온 사람들조차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은 일본의 모든 원전이 멈춰 있고 안전심사를 다시 하고 있다. 어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일본인 3명 중 2명은 탈원전을 지지하며,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엄격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험한 일본인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고리원전을 둘러싼 안전성 시비는 한가롭게까지 느껴진다.

원전에서 핵반응을 일으켜 고온·고압 상태인 노심을 감싸고 있는 압력용기 본체가 파열된다는 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가장 무서운 사고이다. 고리원전 1호기에서는 압력용기의 중성자 조사 취화 수준을 나타내는 취성천이온도의 관측 수치가 107도라는 위험수역에 달한 바 있다. 게다가 이는 15년 전인 1999년의 데이터이다.

얼마 전 있었던 고리원전 침수 과정 (출처 : 경향DB)


필자는 2012년 9월 한국 부산의 법원에서 고리1호기의 중성자 조사 취화에 대해 증언을 했다. 취성천이온도의 측정 데이터가 15년 전 것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사업자가 실시한 취화 예측은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취성천이온도를 예측하는 데 있어 눈가림식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샤르피 시험에 근거한 예측식을 사용해 취성천이온도를 구하게 되는데, 그 방법으로는 고리1호기가 운전을 개시한 지 40년이 되는 2017년에는 취성천이온도의 평가치가 151도가 되어 가압충격을 회피하기 위한 규정치인 149도를 넘게 된다. 이 때문에 본래는 파괴인성을 구할 때 쓰는 방법인 마스터커브(Master Curve)법을 원용해 취성천이온도를 계산함으로써 127도라는 결과를 끌어내 안전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필자는 이러한 의견을 부산의 법정에서도 진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원은 정부와 사업자의 주장만을 권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고리1호기의 가동정지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이처럼 사법부가 국책사업인 원전 추진을 거스르는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은 일본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상황이 크게 변했다. 2014년 5월 후쿠이 지방재판소는 오이(大飯)원전 가동정지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주민의 ‘생존권’이 첫째로 중시돼야 하며 발전을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은 하위 권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만에 하나라도 구체적인 위험성’이 존재한다면 운전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시민의 눈높이에 선 획기적 판결이었다.

1970~1980년대에 만들어진 낡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벨기에의 도엘 원전 3호기(1982년 10월 운전 개시)와 티앙주 원전 2호기(1983년 6월 운전 개시)의 압력용기 노심 중앙부 안쪽에서 제조 당시의 잔류수소에 기인하는 파편과 안쪽 표면으로 이어지는 균열이 발견됐다. 벨기에 규제당국은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이들 두 원전의 운전을 정지시켰다.

원전의 안전성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판단을 전적으로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편향된 입장인 전문가의 판정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커다란 희생을 치르고서야 사람들이 이 점을 깨달았다. 시민과 지역주민은 원전 추진 입장과 비판 입장 쌍방의 의견을 듣고 어느 주장이 타당한지 잘 검토해 원전의 안전성과 운전의 시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는 이를 돕는 역할에 철저해야 한다. 지역 자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노 히로미쓰 | 도쿄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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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이 14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유치원, 초·중·고교 및 대학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무겁다는 뜻이다. ‘부끄러운 1위’를 언제까지 두고 보기만 할 텐가. 시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할 때다.

최근 공개된 ‘2014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은 OECD 평균(0.9%)보다 3배 이상 높은 2.8%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 이상 고등교육의 민간 부담률은 평균의 4배가량이나 됐다. 반면 공교육비 가운데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은 평균보다 낮았다. 공교육의 민간 의존도가 높고 그중에서도 대학 등록금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가 공교육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떠넘긴 결과다. 사교육비까지 감안하면 각 가계에서 체감하는 지출은 더 커질 것이다. 실제 학부모들은 자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등골이 휘고, 대학생들은 학자금대출 상환에 쫓겨 공부보다 ‘알바’에 매달리는 지경 아닌가.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 (출처 : 교육부)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계층이동의 중요한 통로로 기능해왔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화가 단순히 신화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과외금지 조치 해제 이후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의 출현으로 고교 평준화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외려 교육이 부와 빈곤을 대물림해 계층구조를 고착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교육이 서민에게 ‘희망의 사다리’로 남으려면 우선 공교육의 민간 부담부터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8월 “대학 등록금 부담을 분명하게 반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선공약에선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다. 시행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2015년으로 미뤄 논란이 됐지만, 제대로 시행된다 해도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교육재정 지원을 과감히 확충함으로써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금액(명목등록금) 자체를 낮춰야 한다. 최근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명목등록금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정부는 사립대 재단의 과도한 적립금 누적을 규제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장학금 확대나 교육여건 개선은 등한시하면서 적립금 쌓기에만 골몰하는 사학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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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교육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그것도 역주행이다. 당장은 아닐지 모르지만 사고는 반드시 나게 돼있다. 차를 세우거나 방향을 돌리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브레이크도 말을 듣지 않고 운전자의 인지 능력도 형편없이 망가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제 피해를 줄이려면 도로를 통제하고 방어벽을 치는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장관들은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은 미루고 탄소 배출권거래제의 감축률과 부담금은 대폭 줄여주기로 했다고 한다. 둘 다 사회적 합의를 뒤집고 법을 어겨가면서 내린 결정이다. 이들의 뜻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분명해진 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들이 ‘갑’이고, 관료들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을’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자동차 부문은 올해 1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2020년까지 1780만t을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물 건너가게 되면 이 중 10% 정도는 줄일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 온실가스와 연비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 보완한다지만, 특정 기업의 뒤를 봐주려고 법질서마저 무너뜨리는 정부의 ‘백지 어음’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연비 규제보다 훨씬 약한 제도다. 약한 제도는 내팽개치면서 나중에 강한 규제를 펴겠다는 것은,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출처 : 경향DB)


배출권거래제는 더 심각하다. 이 제도 역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시행을 2년 연기했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산업계의 단골 레퍼토리에 정부가 굴복했기 때문이다. 법률에는 수출주력업종과 에너지집약업종은 배출권을 계획기간에 관계없이 100% 공짜 할당한다는 특혜조항까지 포함돼 있다. 행여나 기업들에 무리한 부담이 갈까봐 이중 삼중의 보호 장치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감축률을 대폭 줄여 향후 3년간 감축 로드맵에 따른 기준보다 5800만t을 더 할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배출권 가격이 1만원이 넘을 경우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5800만t은 2017년까지 산업계 전체가 감축하기로 한 양의 48%이고, 가정과 상업 부문 감축량의 80%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배출권 가격이 1만원 선에서 유지되면, 배출권 구입비용이 감축비용보다 더 싸기 때문에 기업들은 감축 부담을 별로 느끼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배출권 퍼주기’가 정부의 자기 부정과 신뢰성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배출권 기준가격 1만원 운운하는 건 말할 가치도 없다. 가격변동이 기본인 제도의 기본 성격조차 이해하지 못한 무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법률과 제도는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취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있음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들이 내뿜는 양은 국가 배출량의 82%나 된다. 그런 점에서 배출권 할당 실패는 곧 국가 감축목표 달성의 실패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다. 가정과 상업 부문에 부담을 지우거나, 산업계의 감축부담을 다음 정부로 대폭 떠넘기거나. 어떤 선택을 하든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정부라는 비난은 불가피하다.

오는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대폭 후퇴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들고 갈 생각이라면, 다른 국가 정상들로부터 받게 될 따가운 시선은 감수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브레이크도 없이 역주행하는 자동차에 몸을 실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선택은 순전히 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안병옥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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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배출권 할당 계획과 저탄소차협력금제 대응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실시하되 감축률 완화 등으로 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고,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시행 시기를 2020년 말까지 연기하는 대신 친환경차에 세금감면 연장과 보조금 추가 지급 등 지원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대상 업체에 할당한 배출량이 많은 데다 감축률도 줄이고 t당 기준가격마저 지나치게 낮게 책정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산업계의 요구에 휘둘려 당초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누더기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발표될 당시에 이미 시행이 예고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는 더하다. 이 제도를 도입한 2013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그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해 당사자 간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게다가 한국의 승용차 소비구조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중·대형차 비중이 70%를 넘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정부는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유예한 바 있다.

'지구를 위한 한시간. 어스 아워 지구촌 전등끄기' 행사가 열린 29일 저녁 서울 시청과 주변 건물들이 8시반부터 한시간 동안 불을 끄기 캠페인에 참여 했다. 어스 아워 캠페인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세계자연기금의 주도로 지난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시작한 행사다. (출처 : 경향DB)


그런데 정부가 5년 전부터 예고된 제도를 다시 6년 후로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제도 시행을 불과 4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고 내린 판단이다. 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크지 않고 소비자와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며 6년 추가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결정된 제도를 특정 업계의 입김에 휘둘려 무산시킨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정부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결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대형차 위주로 돼 있는 현 승용차 시장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도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저탄소·친환경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하루라도 빨리 상황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해야지 준비 부족 타령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추가 연기는 환경을 보호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실망스러운 조치이다. 자동차업계는 대책 없는 연기가 대안이 아니란 걸 깨달아야 한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옳다. 정부가 진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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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를 지금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큰 방향은 이미 잡혀 있고 마지막 단계로 더 논의해 발표하는 수순만 남은 듯하다. 2017년이나 2018년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그 전에라도 수험생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황 장관의 말이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은 수험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올해 들어 유력하게 논의됐던 사안이다. 영역별로 석차를 매겨 9등급으로 나누는 현행 상대평가는 학생을 서열화시키고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1등급(4%)을 변별하기 위해 난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사교육 수요 증대의 중요한 요인이 돼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를 쉽게 낸다고 해서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실수 하나로 등급이 갈리는 구조에서 수험생의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만점자가 많이 나와도 상관없는 절대평가는 이런 문제점을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긍정론의 큰 줄기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5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12일 서울 배화여고 학생들이 시험 직전 교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


부정적인 의견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입 제도와 열기가 지속되는 한 영어 사교육과 학습 부담이 국어·수학 등 다른 영역으로 전가되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그 하나다. 영어 학습 부담이 경감되면 창의·인성·협동·탐구 수업이 가능하다는 기대와 달리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영어 실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어 변별력 약화를 핑계로 대학이 별도의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영어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안이 하나의 대안일 수는 있지만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쉬운 수능 기조와 절대평가 도입을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 큰 틀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단지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을 대폭 경감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 취지를 백분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능제도와 대입전형 전반을 그런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과 비전을 함께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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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해가 좋아서 지붕 위 태양광발전소에서 전기가 많이 생산되었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모두 자가소비하고, 남으면 버린다. 정확하게는 쓰지 않으면 생산되지 않는다. 발전소 가동정지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한국전력에 팔면 버리는 걸 피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내가 생산한 깨끗한 전기를 원자력 전기와 섞어서 아무 표시도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한국전력을 경유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전소를 놀리는 것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기독점 권력을 쥔 한국전력을 통하지 않으면서 해가 좋을 때 발전소를 계속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생산된 전기를 농산물처럼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것이다. 농산물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거래가 활발하다. 공정한 직거래가 성립하려면 생산자와 소비자 수가 많아야 한다. 거래되는 액수도 크지 않아야 직거래가 성사되기 쉽다. 농산물의 경우 소비자는 물론이고, 소규모 생산자가 많다. 거래액도 크지 않고 수송과 배달 시스템도 발달해 있으니 직거래에 걸림돌은 없다. 소비자는 깨끗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나 값싼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생산자를 찾아서 주문하기만 하면 된다. 공급받은 농산물에는 생산자의 이름이 들어가고 유기농인지 아닌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농산물과 구별된다.

우리 지붕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기도 직거래되는 농산물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깨끗하고, 친환경이고, 거래 액수가 크지 않다. 이 전기를 사용하고 싶다는 소비 희망자도 적지 않다. 게다가 전국에 깔린 전력망이라는 효율적 배달 시스템도 확립되어 있다. 소비자는 생산된 전기의 품질을 사진이나 현장 방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직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이유는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정부에서 한국전력에 전국의 전기판매 독점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옆집에도 전기를 팔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우리 전기시장의 현실이다.

전남 고흥군이 10일 준공한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전경. 축구장 80개 크기인 55만8000여㎡ 부지에 태양광을 전력화하는 대형 모듈 4900여장을 설치해 두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에서는 재생가능 전기의 직거래는 규제하면서 생산은 꽤 지원한다. 덕분에 지붕뿐만 아니라 산과 들에도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여기서 나온 전기는 전력거래소를 거쳐서 한국전력이나 그 자회사에 판매된다. 한국전력에서는 이 전기를 받아 원자력 전기나 화석연료 전기와 섞어서 소비자에게 판다. 소비자는 우리가 음식점에서 먹는 밥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쌀로 만든 것인지 모르는 채 먹기만 하듯 이 전기를 소비한다.

정부가 재생가능 전기를 정말 우대하고 지원한다면 직거래를 규제할 이유가 없다. 직거래는 전력시장을 자유화해서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전력을 민영화하는 것과도 전혀 상관없다. 소규모 태양광 전기 생산자와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전기를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이다. 전력기술자들은 기술상의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로 반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태양광발전소에 계량기를 달아서 전력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기의 양을 재고, 소비자는 직거래 계약 때 약속한 돈을 생산자에게 지불하면 된다. 한국전력에서는 전달이 가능하도록 전력망을 생산자들에게 개방하고, 적정한 사용료를 받으면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태양광 전기의 직거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재생가능 에너지를 우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다. 게다가 소규모 전기 생산자 겸 판매자들이 지역에서 직거래를 성사시키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농산물 직거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태양광 전기 직거래, 이런 창조적 경제행위에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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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전 하나 줄이기’ 2단계 계획을 통해 현재 4.2%인 서울의 전력자립도를 202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2012년에 발표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앞으로 4년 동안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년, 서울에서 실제 원전 하나만큼의 에너지를 줄였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며 원전을 확대해갈 때, 서울시는 에너지소비 절감과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으로 원전 1기에 해당하는 200만TOE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에너지소비의 60%를 차지하는 가정과 상업부문 대책을 중심으로 10대 정책을 마련하고, 녹색에너지과, 에너지시민협력반을 신설했다. 상반기, 하반기 정책평가에서 시장이 직접 ‘원전 하나 줄이기’ 성과를 챙겼고, 민관거버넌스 기구로 실행위원회를 운영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에서는 냉난방 부하를 줄이는 건물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2만건 진행되었고, LED전구가 679만개 보급되었으며, 태양광발전기는 3756곳에 설치되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에너지공모사업도 늘었고, 시에서 에너지설계사를 직접 고용해 중소형건물에 대한 에너지 진단에 나섰다. 서울시는 6월 말을 기준으로 200만TOE 감축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에코마일리지를 통한 시민에너지 절감량과 서울시가 벌인 사업에 따른 절감효과를 총합해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총량달성만큼 중요한 성과는 2013년 기준 서울시의 전력, 가스, 석유 소비량이 1년 전에 비해 모두 줄었다는 점이다. 전국 평균 전력소비량은 1.76% 증가했는데 서울시는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유일하게 모든 에너지 분야에서 절감에 성공했다. 지자체 차원의 에너지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신규 상업건물이 여전히 통유리로 된 커튼월 방식으로 건설되고, LED 보급은 늘었지만 과도한 조명은 여전하다. 주택단열개선 사업도 90%가 창호교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바이오디젤 주유소 폐쇄도 신중했어야 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도 변수다. 완공되면 서울시내 단일건축물 중 에너지소비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2단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에너지복지와 녹색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겠다고 한다. 문제는 서울시의 정책만으로 2020년까지 전력자립도 20%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차원에서 네가와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 개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개선, 에너지원별 상대가격 조정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원전건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러한 정책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박원순 시장의 '원전 하나 줄이기' 계획 프레젠테이션 _ 뉴스원


원전 추가 건설과 밀양과 청도에서 벌어지는 송전탑 갈등이 심화될수록 수도권의 전력소비에 대한 책임은 무거워진다. 인구 1000만 도시 서울은 그 자체로 지역의 엄청난 자원과 자본을 끌어다 쓰는 도시이다. 서울에서 지역의 원전과 송전탑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이참에 서울뿐 아니라 전력자립도가 낮은 광역지자체들이 각각 ‘원전 하나 줄이기’ 아니면 절반이라도 줄이는 정책을 세워보면 어떨까? 특히 경기도는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데다 신경기-신울진 765㎸변전소 건설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전력소비 증가의 원인이 되는 지역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서울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에 필적하는 지역에너지 정책을 수립해 집행하는 날을 고대해본다.


이유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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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제야. 올해 첫 벼 수확을 했다더군. 그게 무슨 잔칫날이라도 되는지 신문이나 TV에 떠들썩하더군.

4월에 모를 심었대. 미쳤어. 4월이면 늦서리도 오는데 그때 심었다니 도대체 그럼 언제 우리를 싹 틔우기(침종)한 거지? 올해는 추석이 빨라서 그때 팔아먹으려고 일찍 심었대. 아이고 내 신세야. 제철을 잊고 산 지가 몇 년이나 되었는지 모르겠네. 저 인간들 때문에.

그나저나 우린 이제 완전히 한국 땅에서 사라지는 거 아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에 여자 대통령이 되면 부엌살림을 아니까 쌀이 좀 대접받게 되나 했더니 말짱 도루묵이야. 내년부터는 쌀을 마구잡이로 수입해 들인대. 쌀 관세화를 한대요 글쎄.

값싸고 질 좋은 수입 쌀을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는 줄 아나 봐. 돈만 있으면 쌀은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다고? 그게 한순간인 걸 모르나 봐. 신기루라는 걸 왜 모를까? 우리가 논에서 살아가는 덕분에 대한민국에 춘천 소양강 다목적댐 스물여덟 개가 거저 생긴다는 걸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자동차 팔고 통신장비 팔고 휴대폰 팔아서 쌀 사먹는 짓은 소양강 다목적댐을 하나씩 폭파시키는 거야 이 바보들아. 피 뽑아 팔아서 술 사먹는 짓이야 이 얼간이들아.

요즘은 우리에 대한 상시적인 학대, 가혹행위가 도를 넘었어. 고문이야 고문. 우린 알아. 할아버지대에는 못자리에서 최소한 45일에서 50일을 자랐어. 향긋한 흙냄새를 맡고 짧디짧은 한낮의 땡볕을 흠뻑 쬐었어. 얼음장 같은 새벽 찬 공기에 온몸을 떨면서도 우리 볍씨들은 야물게 뿌리를 내렸어. 1주일 침종기간 합치고 안방 구들장에 2~3일 촉 틔우기까지 합치면 두 달 만에 모내기를 했어.

요새는 어떤 줄 알아? 단 15일 만에 모내기를 해. 침종, 소독, 최아, 다 합쳐서 보름이야 보름. 끔찍해. 고문이야. 옛날에는 3개월은 자라야 삼계탕을 해 먹던 닭도 지금은 딱 27일 만에 키워낸다니 우리가 그 꼴이야. 갓 부화한 병아리 40g짜리가 딱 27일 만에 몸집을 37배나 불려 1.5㎏ 삼계탕이 된다고 하니 도대체 그게 인간이 할 짓이냐고! 아니지. 인간이니까 그런 짓 하지 그런 몹쓸 짓 하는 존재가 또 있으면 말해 봐!

우리는 논에 물을 대서 키우는 작물이야. 그런데 9층, 10층 서랍장 같은 컨테이너에 얹혀서 허공에 뜬 채 안개비처럼 뿌려대는 비료물을 먹고 키우니 병에 안 걸리겠어? 문고병에 도열병에 백엽고병, 잎집무늬마름병. 비닐하우스 속에 가둬 놓고 햇볕 한 줄기 구경도 못하고 밤낮으로 비료물만 뿌려대니 온몸에 병을 키우지 병을 키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 300여명이 쌀시장 개방 반대를 주장하며 콤바인으로 논을 갈아엎고 있다. _ 연합뉴스


멸구나 노린재보다도 농약이 더 무서워. 홍명나방이나 이화명충보다 더. 비 오는 날이 얼마 전만 해도 한숨 돌리는 날이었어. 이제는 점착제를 섞어 뿌려서 비가 오는 날에도 농약이 안 씻겨내리고 우리 살 속으로 파고들어. 그러고는 영양제를 뿌려요. 쌀 영글라고. 낟알이 튼튼하고 수확량 많으라고. 완전 억지춘향이야.

다 자란 우릴 불태우는 건 또 뭐야. 쌀은 민족의 생명이니 뭐니 하면서 멀쩡한 나락 논을 갈아엎는 건 무슨 짓이냐고? 농민들이 오죽하면 자식 같은 나락 논을 갈아엎겠느냐고 둘러대지만 우리는 나락이 막 팰락 말락 하는 임신부야 임신부! 인간들은 지하철에도 임신부 자리를 따로 만들어 놨다며?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아스팔트 경찰 방패막이 앞에서 쌀을 뿌려대고 짓밟느냐고! 쌀 개방은 인간들이 하면서.

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농지이용률이 240%였어. 100평 땅을 가지고 1년에 240평 농사를 지었다고. 지금은 105%야. 왜 그런 줄 알아? 논에다가 돈 된다고 포도 심고 감 심고 사과 심고 오미자 심고, 그러니까 농지이용률이 곤두박질친 거야.

잘 기억해. 우리가 죽기 전에 너희들이 먼저 죽을지도 몰라.


전희식 | 농부 · ‘똥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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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을 절감하겠다는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그제 기자설명회를 열어 2012년 5월부터 시작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결산했다. 2014년 12월까지 200만TOE(석유환산톤)를 절감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6개월 앞당겨 달성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업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13년 전국 평균 전력사용량은 1.76% 증가했으나 서울은 1.4% 감소하는 등 정책 효과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서울과 같은 거대도시가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경제·기후·인구 등 별다른 감소 요인이 없었던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에너지 생산·효율화·절약의 세 부분 가운데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절약 분야(약 91만TOE)가 가장 눈에 띄는 기여와 성과를 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70만명에 이르는 에코마일리지 회원, 가정 에너지 무료 진단 프로그램인 에너지클리닉, 학교·가정의 에너지수호천사단, 상업 부문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는 착한가게 등은 새로운 시민 참여형 에너지 문화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착한 에너지 광고 (출처 : 경향DB)


박원순 서울시장은 1단계 ‘원전 하나 줄이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2단계 ‘에너지 살림 도시’ 구상을 밝혔다. 1단계에서 신재생에너지 생산 기반과 시민 참여 에너지 문화 기반을 마련했다면 2단계에서는 제도 개선과 사회구조 혁신을 통해 에너지 자립과 나눔, 참여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2013년 기준 4.2%인 서울의 전력 자립률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고 온실가스 1000만t 감축, 총에너지 400만TOE를 절감한다는 기본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녹색일자리 창출, 에너지 빈곤층과의 나눔 등으로 개념을 넓힌 것이다.

‘원전 하나 줄이기’와 ‘에너지 살림 도시’로 표현되는 서울의 에너지 비전은 에너지 정책 당국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방향이다. 무엇보다 경제에 충격이나 부작용을 주는 일 없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실질적인 의지를 가지고 전력 소비를 줄여나간다면 발전소 및 송전탑을 무한정 지을 필요도, 그로 인한 갈등도 훨씬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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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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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일제히 개막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 있었다. 뉴캐슬 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가 열린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파크 경기장. 수많은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먼저 흘렀다. 뉴캐슬의 열혈 팬 두 명을 추모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지난 7월18일,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을 맞고 격추당한 사건이 있었다. 죽음이 일상화된 이 살벌한 세계적 상황에서도 이 사건은 내전 와중에 벌어진 정교한 조준 타격이었다는 점에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그 비행기에 뉴캐슬의 팬 두 명이 타고 있었다. 뉴캐슬의 1군 경기는 물론 유스팀 경기까지 찾아다니며 응원해 온 존 알더(63)와 리암 스위니(28)는 뉴캐슬 선수들의 프리시즌 투어를 보기 위해 탑승했다가 사망하고 말았다.

경기장의 팬들은 두 차례에 걸쳐 그들을 추모했다. 우선 경기 전에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그라운드 중앙으로 초빙하여 추모의 화환을 고이 눕힌 채 침묵의 1분을 가졌다. 그리고 전반전 17분경, 모두가 1분여 동안 추모의 박수를 쳤다. 17분은 항공기가 격추된 7월의 그 비통한 시각이었다.

이 추모에 앞서, 뉴캐슬의 숙적인 선덜랜드 팬들도 두 명을 위한 모금에 적극 나섰다. 우리의 태백산맥처럼, 잉글랜드의 척추로 불리는 페나인산맥의 북쪽에 타인강이 흐르고 남쪽에 위어강이 흐른다. 타인강이 흐르는 곳에 뉴캐슬이 있고 위어강이 흐르는 곳에 선덜랜드가 있다. 영국 산업혁명기를 대표하는 탄광 도시들이다. 이 두 팀이 맞붙는 ‘타인위어 더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수많은 더비 매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충돌로 유명하다.

그랬는데, 뉴캐슬 구단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두 명의 팬을 추모하기 시작하자 곧장 선덜랜드 팬들이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선덜랜드와 뉴캐슬은 아주 깊은 라이벌이지만 세상에는 축구 경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게 선덜랜드 팬들의 호소였다.

고국 독일에서 히틀러 파시즘을 잔혹하게 겪었고 망명지 미국에서 할리우드 상업 문화를 목격한 사상가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 <프리즘> 등의 저작에서 현대를 ‘총체적 기만’이라고 정의하면서 스포츠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독일의 파시즘이나 미국의 거대한 문화산업이나 대중의 욕망을 통제하여 특정한 감정과 행동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한 원리를 갖는다고 그는 보았다. “스포츠는 파시즘 대중 집회의 모델이다. 잔혹함과 공격성을 권위주의적으로 훈련된 경기 규칙과 결합시켰다”고 아도르노는 비판했다.

아도르노가 날카롭게 비판한 상황은 가난과 독재의 시련을 겪은 제3세계의 현대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1978년의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독재자가 축구를 어떻게 효과적인 통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대회였다. 사실 남의 일이 아니다. 전쟁 이후, 가난을 견디고 독재를 이겨내야 했던 우리로서는 축구를 포함한 많은 스포츠 행사에서 ‘욕망의 통제와 특정한 감정 생산’, 즉 국가주의의 섬뜩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뚜렷한 가르침을
잉글랜드 축구장서 팬들은 실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특히 축구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몰입하는 경기에서는 반드시 ‘감정의 파시즘적 통제’만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1950년대 이후 영국의 버밍엄 학파가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연구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리처드 호가트, 레이먼드 윌리엄스, 스튜어트 홀 등은 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 혹은 프랭크 리비스로 대표되는 전통주의자에 맞서 스포츠를 비롯한 대중문화를 통해 분출되는 하위 계층의 격렬한 감정 표출을 옹호했다. 이를테면 축구장에서 나타나는 남성 팬들의 ‘형제애’는, 훌리건으로 매도될 만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근현대사를 지탱해온 억압에 대한 저항과 끈끈한 공동체 정신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 켄 로치의 2009년 작 <에릭을 찾아서>는 이들의 분석과 옹호가 틀리지 않았음을 영상으로 입증한다. 고용 불안과 가족 관계의 파탄에 처한 주인공 에릭이 자신이 열렬히 흠모하는 또 다른 에릭, 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빅스타 에릭 칸토나와 정신적으로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이때 같은 직장의 동료들이 끈끈한 우애와 연대를 보여준다.

잉글랜드 명문 클럽 아스널의 골수팬이자 소설가로 유명한 닉 혼비는 <피버 피치>에서 이렇게 쓴다. “팬이 된다는 것은 대리만족이 아니다. 축구를 보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며 실제로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은 남의 행운을 축하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운을 자축하는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 흠모하는 선수가 실수했을 때나 성원하는 팀이 패배했을 때, 그 외로움과 허탈함을 함께 나누는 것도 팬의 일이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 당신은 혼자 있지 않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 잊지 않겠노라고 말해주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뚜렷한 가르침을 저 멀리 잉글랜드의 뉴캐슬과 맨시티와 선덜랜드의 팬들도 축구장에서 실천했다.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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