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중 | 동국대 의대 교수


 

탈 많고 말 많은 고리 1호기가 재가동되었다. 4년 전 수명연장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원자로 건전성에 관한 직접 검사방법인 파괴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았음에도 보조적인 조사방법인 비-파괴검사에서의 합격을 이유로 수명연장이 허가됐다. 또한 수명연장 당시 안전성 조사 보고서가 수년간 공개되지 않아서 비밀주의 논란이 있었다. 결국은 복사도 하지 말고, 노트필기도 하지 말고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그냥 와서 보기만 하라는 방식으로 공개됐다. 이렇게 부당한 방법으로 수명연장이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짝퉁 중고부품 납품문제가 불거졌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것을 국산화라고 미화하여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후 납품비리 사건이 터졌다. 불량한 부품을 뒷돈을 받고 구입해주는 전형적인 비리였다. 결국 한수원 간부 22명을 포함해 총 31명이 구속되고 이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기점검 중이던 지난 2월9일, 고리 1호기의 전원이 상실되어 냉각수 공급이 되지 않아 원자로의 온도가 올라가는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비상발전기도 가동되지 않아 외부에서 전원을 끌어와서 냉각수 펌프에 전원을 연결했던 것이다. 자칫하면 후쿠시마와 같은 노심용융으로 갈 수도 있는 사고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고리본부장과 발전소장들의 공모하에 은폐됐고, 부산시의원의 폭로로 한 달 후인 3월13일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고리원전 본부장과 발전소장 등 5명이 구속됐고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경향신문DB)


이후 한수원은 고리 1호기 재가동의 명분을 얻기 위해서 8명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들을 초청해 고리 1호기 안전점검을 요청했고, 이들은 8일간의 현장조사 끝에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보고서에는 6개의 잘한 점과 6개의 문제점이 적혀 있었다. 한수원은 이 보고서에 적시된 잘한 점 중 하나를 제목으로 뽑아 마치 IAEA 검증단이 고리 1호기가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였다. 완전한 사기극이었다. 


원자로의 건전성과 관련된 이른바 ‘취성천이온도’의 문제가 제기됐다. 원자로의 온도가 급하게 변화될 경우 원자로가 유리처럼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설득력있는 공학적 설명을 하는 대신, 주민들이 추천한 7인의 민간 전문가와 한수원이 추천한 전문가 3인으로 TF를 구성했다. 이들은 4일 동안 원자로의 안전성에 관해 전체적인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사 기간도 너무 짧았을 뿐 아니라 그 과정도 주민추천 전문가들이 한수원 측 전문가의 설명을 듣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한다. 도저히 안전성 조사과정이라고 볼 수 없는 4일간의 일정 이후 이 TF는 고리 1호기의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재가동을 하기 위한 전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 활용방식’이 사용됐다. 소정의 연구비를 받은 민간 전문가들은 며칠 만에 원자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경주에서 있었던 방폐장 안전성에 관한 민간 점검단이 보여준 행태 그대로다. IAEA 전문가들의 안전점검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민간 전문가 활용방식은 핵산업계의 여론무마 방식 중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된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DB)


이와 함께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 ‘보도자료 왜곡’이다. 한수원은 이번에 IAEA 검증단이 내놓은 보고서 중 일부만 선택해 결론을 왜곡한 후 보도자료를 내놓았는데, 이 방식은 방폐장 안전성 점검,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발표에서도 사용됐었다. 그래서 본론과 결론이 서로 다른 괴상한 보고서가 나왔고, IAEA의 경우에는 IAEA 보고서와 한수원의 보도자료 내용이 서로 달랐다. 고리 1호기는 결국 어떤 정당성도 갖추지 않은 채 재가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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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강에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강과 팔당호에 이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전역으로 녹조가 번져 수도권 식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리고 오늘 열기로 한 ‘서울어린이 한강 헤엄쳐 건너기’ 행사가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낙동강에서도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가 경북 구미 인근까지 북상해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의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지오스민으로 인해 일부 수도권 지역의 먹는 물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소동이 일어났으며, 낙동강에서는 환경단체가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 발생 지역에서 간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강 녹조 증식 (출처: 경향DB)


강이 온통 녹조로 뒤덮이고 일부 구간에서는 ‘녹조라떼’니 ‘녹조곤죽’이니 하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환경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기만 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게 어제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환경부는 한강 수계의 흙 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스민은 “인체 건강에 영향은 없고, 3분 정도 끓이면 휘발된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도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있어 괜찮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언론과 환경단체가 녹조의 심각성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환경부는 그때마다 ‘독소물질 불검출’이라고 해명하는 데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던 터다.


이런 안이한 녹조 대책마저 더 이상 탓하기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환경당국과 청와대가 최근 보여준 코미디 같은 4대강 사업 홍보다. 환경부는 이미 녹조 문제가 주요 뉴스로 떠오른 뒤인 지난달 23일 ‘2012년 상반기, 극심한 가뭄에도 4대강 수질은 대폭 개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논란과 망신을 자초한 바 있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녹조 문제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던 지난 6일자로 ‘4대강 새물결 우리 강이 달라졌어요’라는 제목의 정책소식지 특별호를 냈다. ‘2011년 사상 최장의 장마 이겨낸 4대강’ ‘104년 만의 최악 가뭄 이겨낸 4대강’ 등 낯 뜨거운 찬가 일색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녹조는 강에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녹조가 ‘불가피한 현상’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서 강과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고 먹는 물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환경당국은 ‘4대강 사업 정당화’에 집착해 문제를 호도하고 있지나 않은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날씨 탓만 하고 수돗물을 끓여 먹으면 괜찮다고 할 게 아니라 녹조 대책과 함께 4대강 수질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4대강 사업에 따른 유속 저하와 난개발 등으로 예년보다 녹조가 많이 발생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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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폭염이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8월1일 현재 사망 7명을 포함해 41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어제까지 15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폭염의 여파로 한강 본류와 낙동강 중류까지 녹조가 발생해 수원지를 위협하고 전력 과부하로 정전사태도 속출했다. 어패류 폐사와 해파리 피해 등 그 영향이 바다에까지 미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조차 제대로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마당에 간접적인 피해까지 입에 올리는 게 머쓱할 지경이다.


폭염을 비롯한 기상이변은 전 지구적이고 상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저명한 지구온난화 회의론자까지 ‘전향’하게 할 정도로 기후변화의 재앙이 심각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회의론자인 리처드 뮬러 미국 UC 버클리대 교수가 기존의 입장을 180도 뒤집고 지구온난화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그런 흐름이다. 1988년 미국 상원에서 처음 지구온난화 문제를 제기했던 제임스 핸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장도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온난화 예측은 맞았지만 얼마나 빨리 이상기후가 초래될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너무 낙관적이었음을 탓했다.


폭염에 지친 상인들 (출처 :경향DB)


기후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고 범국가적 차원의 대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절실하고 시급한 것은 기후변화 적응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정부 정책은 너무 안이하고 부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폭염사태를 놓고 보더라도 환경부 산하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를 비롯해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농림수산식품부 등 유관기관은 아예 손을 놓고 있거나 즉흥적이고 피상적인 대응책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폭염은 혹한이나 폭우와 같은 다른 기후재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처해온 점이 있다. 피해도 주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나 영세 농·수·축산 농가에 집중됐다. 기후변화 시대에 몇 십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니 폭염이니 하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인식이 정책 수립의 전제가 돼야 한다. 이제라도 폭염 대책을 비롯한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역할을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하기 어렵다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후변화적응위원회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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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1호기가 어제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9일 전원 공급 중단 사고와 관련해 정밀 조사가 실시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지 5개월 만이다. 그동안 고리 1호기는 6월1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점검에서 ‘설비 상태 양호’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4일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역 주민이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한 달가량 재가동을 미뤄왔다. 지식경제부는 지역 주민과 한수원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이 고리 1호기의 안전 점검 결과를 검토한 끝에 안전성을 확인해 재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가동 결정은 지역 주민의 반대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안전 점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가동 결정 무효와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고리원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 (출처: 경향DB)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지역 주민의 불신은 원전 관리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한수원이 자초한 면이 크다. 무엇보다 2007년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 근거인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고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주장하니 지역 주민으로서는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고리 1호기는 평소 고장이 잦을 뿐 아니라 핵심 시설인 원자로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한수원 간부들이 부품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는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져온 것도 불신의 주요 요인이다. 특히 정비 중이었지만,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숨기다가 한 달 뒤에야 원자력안전위에 보고한 것은 불신을 증폭시키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나마 남은 주민 신뢰는 송두리째 날아가고 말았다.


사실 원전의 안전성은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라 비전문가가 접근하기는 어렵다. 그럴수록 한수원은 원전 안전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소상히 공개해야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안전을 점검하는 전문가 집단의 선정 자체도 신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한수원은 고리 1호기 재가동에 앞서 진행된 안전 점검 과정에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재가동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름철 전력난이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고리 1호기를 서둘러 재가동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고리 1호기 재가동과 전력 공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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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극 |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바다는 미래다.’ 21세기 신해양시대를 맞아 자원의 보고라 불리는 바다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 1월, 영국 공영방송 BBC는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과 패트릭 터커의 도움을 받아 ‘향후 100년 동안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20선’을 예측 보도한 바 있다. 방송에는 인류가 해양조류를 활용하여 바이오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낸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40여년간 진행되어온 우리의 해양과학 연구 성과에 비추어 보면 해양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은 그리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바닷말과 같은 해조류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조류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연구는 이미 기초연구를 마치고 실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온실가스와 같은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아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라 불리는 수소를 심해 미생물을 활용하여 생산해내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한국해양연구원은 2002년 국내 최초로 남태평양 심해열수구 탐사를 통해 초고온성미생물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원들이 타고 있던 종합해양연구선 온누리호에서 이름을 따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로 명명된 이 미생물은, 섭씨 80도 이상의 고온에 서식하며 가장 간단한 유기산인 개미산으로부터 바이오수소를 부산물로 만들면서 성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생체 에너지대사와 바이오수소 생산 가능성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러한 해양바이오수소의 상용화 연구를 위한 바이오수소플랜트 시설이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아직 거쳐야 할 단계는 많이 남아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해양바이오수소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와 항공기를 이용하고 수소연료로 쏘아올리는 로켓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10여년 남짓한 기간 동안 심해 탐사를 통한 생물자원 발견과 연구에 이어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수소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우리가 어떠한 관점으로 바다를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시사점을 남긴다.


때마침 한국의 대표 해양연구기관인 해양연구원(KORDI)이 지난 40년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으로 새롭게 확대 개편되었다. 독립적인 해양과학 전문기관의 출범은 ‘2020년 세계 5위 해양강국’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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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강원도가 골프장 건설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운영 중인 골프장만도 50개인데, 21개를 짓고 있고, 앞으로 13개가 더 지어질 계획이다. 골프장 총면적은 여의도의 32배에 달한다. 강원도에 골프장 건설 붐이 시작된 것은 2008년 정부가 골프장 건설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강원~춘천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지고, 경기도 골프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인허가와의 싸움이다. 사업주는 부실덩어리 사전영향평가 보고서를 제출했고, 주민들에게는 금품을 살포하거나 농장을 만든다고 속여 토지를 매수했다. 홍천 어느 마을 이장은 “이 지역에는 희귀 동식물이 있는데, 잘 살펴보면 기린도 있고, 아나콘다도 본 사람이 있다. 제가 직접 조사해보려 했는데 골프장 싸움이 너무 바빠 확인을 못했다”고 말한다.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꼬집은 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단지인 이 마을에서는 지금 2개의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겨울 60세가 넘은 8개 마을 주민들이 강원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273일이 넘었다(8월1일 기준). 매일같이 진행되는 고된 농성 중에 주민 1명이 생명을 잃었다. 골프장 난개발로 고통받는 강원도를 살리기 위한 생명버스는 10차례나 진행됐다. 지난 7~8년 동안 주민들이 강원도청, 지방환경청, 산림청, 국회, 환경부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다녔지만, 단 한 건의 골프장 사업도 취소되지 않았다. 이들의 원래 직업은 농민이었다.


강원 강릉시 구정면 일대에 들어설 골프장의 인허가 취소 요구하는 노숙 농성 (출처 : 경향DB)


이 땅에는 골프장을 반대하는 강원도민들만이 아니라 생업을 내팽개치고 길에서 농성 중인 농민들이 많다. 제주도 강정에서는 감귤 농사를 지어야 하고, 765㎸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들도 논밭으로 돌아가야 하고, 두물머리는 가을에 반드시 유기농산물을 수확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농사짓는’ 이들의 고통과 절규를 문제로 생각조차 안 하는 것 같다. 이들을 투명인간처럼 대한다. 이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의 범주는 골프장 좀 짓고, 해군기지 짓고, 핵발전소 짓고, 송전탑 세우고, 4대강 공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공사하는’ 사람들이다. 또 상위 2~3%로 골프 정도는 쳐서 소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국민이다. 그런 부자들을 위해 골프장 개별소비세 정도는 인하해 주는 것이 정부의 도리라고 여기는 듯하다.


드디어 이 예의 없는 정권을 심판할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 정부가 너무나 혹독했기에 국민으로 대접받지 못한 민초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정권교체는 당연한 수순이겠으나 참여정부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도 있다. 지지했던 권력으로부터 배반당하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강원도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다. ‘골프장 전면 재검토’를 내건 최문순 도지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도지사를 만나러 간 주민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서에 연행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니 더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은 지금 당장 강원도로 가야 한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있는 지역에서, 즉 자신들이 지킬 수 있고 할 수 있는 곳에서조차 변화를 못 이끌어내면, 국민들이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민주당 대권 후보라면 적어도 강원도 최대 현안인 골프장 문제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골프를 꽤나 좋아하는 높은 분들이 계셨고, 경제대책으로 골프장 확대정책을 펼친 과오가 있었다. 전국의 골프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이고, 골프장은 지역 세수나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방세 체납 골프장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강원도의 힘은 7년째 묵묵히 청정자연을 지키며, 농민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골프장 반대 주민들에게 있다. 이제는 제발 ‘골프장’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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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지만 입추가 며칠 안 남았다. 입추가 되면 김장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여름의 복판에서 김장 농사 준비라니

세월유수를 실감한다. 빠른 세월이 야속하지만 맛있는 김장김치를 떠올리면 가을 농사 재미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올해는 겹쳤지만 입추 다음에 꼭 말복이 온다. 가을이 왔는데 그 뒤에 말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밭에 여름 벌레들이 많다는 뜻이다. 벌레들이 도사리고 있는 밭에 배추 씨를 심으면 그놈들 먹으라고 주는 것과 다름없다. 입추 다음 절기는 처서(8월 하순경). 이때가 되면 ‘모기 바늘이 꼬부라지는 찬바람이 분다.’ 바야흐로 여름 벌레들이 물러난다는 뜻이다. 처서 지나 배추 씨를 뿌리면 벌레 피해를 덜 보고 수월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늦게 심기 때문에 배추 속이 덜 찬다. 하지만 속이 덜 찬 배추로 담근 김치가 오래가고 맛이 깊다. 속이 차지 않은 조선 배추의 깊은 맛을 안 다음부터 아내도 더 이상 속 찬 배추를 좋아하지 않는다.

장마철이 지나면 풀밭으로 변한 밭을 보고 아예 농사를 작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뿌려야 거둘 수 있다.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풀 매고 김장 농사를 지으면 된다. 사실 도시농부의 여름 농사는 일은 고되면서 면적이 작은 탓에 군것질 농사가 대부분이다. 반면 김장 농사는 풀이 적은 때라 상대적으로 덜 고되고 작은 면적에서도 가능한 자급농사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배추 농사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벌레들 때문이다. 완전히 삭아서 흙냄새 나는 거름을 주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덜 삭아 냄새가 나는 거름은 벌레를 불러들인다. 흙을 갈 땐 깊이 갈지 않는 것이 좋다. 호미로 풀만 매주고 거름은 흙 속에 묻히지 않도록 땅 위에서 흙과 섞어주기만 한다. 밭을 깊이 갈면 흙이 말라 가뭄을 타고 흙 속의 거름은 벌레를 불러들인다.

어려운 배추 농사지만 밥 먹듯 쉽게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상품성 높은 속이 꽉 찬 배추보다 작고 못 생기고 벌레가 먹은 배추가 더 맛있고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키우면 아주 쉽다. 자급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농부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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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어금니를 치료하느라 지난 열흘간 치과에 다녔다. 그 사이에 치아 X레이 사진을 다섯번이나 찍었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이유없이 감기에 걸린 듯 목이 잠기고 몸이 무거웠다. 화학물질이나 곰팡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몸은 그 미량의 방사능도 견디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치과에서 X선 사진을 찍을 때 쬐는 방사능의 양은 최대 0.01밀리시버트라고 한다. 치과의사들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그게 반드시 필요하고, 미량이므로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한다. 며칠 동안 내가 이를 치료받으면서 쬔 방사능은 0.05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는다. 국제기구나 우리 정부에서 권장하는 일반인 연간 허용치 1밀리시버트의 5%이다. 문제는 이걸 1년에 걸쳐서 조금씩 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쬐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DB)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몇 달 전 예일대학 의사들이 치아 X레이와 뇌종양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은 1년에 한 번 이상 치아 전체의 X레이를 찍는 사람은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1.4~1.9배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10살 이하 아이들은 5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를 치료받으러 가서 치아 X레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X선 사진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방사능에 쪼이지 않으려면 이를 잘 관리해서 치과에 가지 않으면 된다. 사람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래도 개인의 의지와 선택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치과보다 훨씬 많은 방사능이 나오는 원자력발전소는 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고리원전에서 고장과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영광원전이 다시 고장으로 멈춰섰지만, 그리고 언제 또 어떤 사고가 일어나 방사능이 날아올지 모르지만 20여개의 원전은 계속 돌아간다.


원전을 내 힘으로 멈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체념하고 살아갈 수는 없기에, 며칠 전 원전에 대항하기 위한 아주 낮은 수준의 선택을 실행에 옮겼다. 원자력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태양에너지만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이로써 전기 자급을 실현한 셈인데 그게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태양전지판, 전기를 저장하는 축전지,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변환기를 서로 연결해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장치의 발전용량은 약 5㎾다. 축전지의 용량은 이보다 조금 많다. 전기가 1년에 약 6000㎾h 나온다. 이걸로 온수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난방까지 하게 된다. 집도 난방을 최소로 해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수리했다. 원자력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용은 적잖이 들었다. 1300만원가량 투입되었는데, 모두 은행에서 빌렸다. 그래도 몇 년 전에 비해서는 설치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그때 했더라면 두 배 이상 들었을 것이다. 빚이 꽤 늘어났지만 전기요금을 내지 않게 되니 계산을 해보면 크게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1년에 6000㎾h의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으로 나가는 돈이 연간 145만원에 달한다. 이자율을 6%로 하고 간단한 경제성 분석 공식을 이용해 계산하면 13년 후에는 투자비를 다 뽑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장치는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니 긴 시간표 속에서는 상당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며칠 전에 ‘핵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진보당 국회의원이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의회에 나가 원자력을 없애겠다는 아주 높은 수준의 선택을 했지만 예상밖의 행동으로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다. 그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더불어 반원전운동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을 것 같다. 높은 곳에 기대를 걸면 실망도 더 커지는 법이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원자력 전기 벗어나기를 선택하면 실망할 일도 없다. 전기가 99% 이상의 신뢰도로 20년 이상 계속 생산될 것이니까. 그가 원하는 ‘핵없는 세상’은 낮은 곳에서 이런 신뢰할 만한 선택들이 쌓여가야 가능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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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범 | 농협중앙회 중앙교육원 교수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0.74도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2배 가까운 1.5도가 상승했고 열대야 현상은 지난 30년간의 평균 일수보다 1.4일이 증가한 9.2일이라고 한다. 과밀화된 도시는 아스팔트와 건물벽에 포위되어 주변지역의 기온보다 높아지는 열섬화 현상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개발에 의한 녹지는 줄어들고 농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도시숲’의 부활이다. 도시숲은 깊은 산속의 숲과는 어느 정도 의미가 다르다.

급속한 근대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95%가 도시화된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에 비해 도시지역 내 숲은 매년 평균 3.5%씩 감소하는 추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도시지역 내 온도분포를 인공위성사진으로 관찰한 결과 도시숲의 기온은 15~18도 정도이고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은 30~40도를 보였다. 즉 태양열로 덥힌 콘크리트가 원인인 열섬화 현상과 열대야가 도시숲에서는 발생하지 않거나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전남 광양의 길호지구 도시숲 ㅣ 출처:경향DB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외국의 주요 도시들은 도시숲 조성이 한창이다. 일본 도쿄의 경우 도시의 환경문제를 해소하고 자연재해 방재, 도시의 매력증가와 생물의 서식지 확보를 과제로 녹지배증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런던도 생물 종다양성 증진과 환경개선을 목표로 도시숲을 늘리고 연계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러한 도시민들의 수요에 부응해 도시의 내·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산림을 주요 거점으로 하여 도시 내의 공원과 학교숲, 가로수들이 생태적으로 그물처럼 연결되는 녹색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야 한다.

도시 공원이나 숲과 같은 녹지공간은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탄소흡수원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 쾌적한 도시 생활환경 조성과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도시는 생명의 근원인 자연과 너무나 멀어진 듯하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정부, 시민 그리고 기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며 협력해 간다면 앞으로 어디서든 숲과 함께 숨 쉬는 생명의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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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정 |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최근 발생한 ‘통영 사건’에서 보듯이 지역사회 내 위기아동 조기발견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아이의 심각한 상황을 주민들이나 신고의무자들이 관심을 갖고 알렸다면 ‘조기발견체계’는 작동했을 것이다. 이렇게 작동된 체계는 평소 방치되고 있는 아이를 위기상황에서 발견해 내고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 교실 등과 같은 지역사회 보호망 속에 들어가도록 조치했을 것이다.

특히 아동의 생활권 내에 범죄자가 생활하고 있었다면, 어른들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아이를 위해 감시의 눈을 늦추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향한 관심과 신고만큼 효과적인 예방책이 없기 때문이다.

 

아동범죄 예방용 벽화 앞에서 어린이들이 교사로부터 안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또 다른 한 가지는 형량과 제도에 관해서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강화돼 있다. 그럼에도 성범죄자의 53%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는 점과 풀려난 성범죄자 중 절반은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통계가 가슴 아픈 현실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미 마련된 전자발찌 제도, 우범자관리 제도, 성학대행위자 정보공개, 화학적 거세 등 많은 대안과 제도들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무늬만 제도라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 이미 밝혀진 대로 우범자 관리 대상이었던 피의자는 사건 발생 이틀 전 주변 탐문으로 ‘생업인 폐기물 수집이 잘 안되어 표정이 어둡다’는 수준의 첩보만 보고됐으며 이게 우범자 관리의 전부였다. 전자발찌 제도도 다를 바 없다. 발찌의 건전지가 방전되거나 발찌를 끊어내고 또 다른 범행을 저질러도 관리는 허술했다.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예산과 인력 투자, 제대로 된 법이 우선 선행돼야만 한다.

피의자의 범행에 저항하면서 몸부림치며 소리 질렀을 가녀린 아이가 눈앞에 선하다. 간절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을 아이의 죽음에 애통함과 죄스러움을 느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끔찍한 범죄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시작은 아이들을 향한 작은 관심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방치되는 상황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민감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투철한 신고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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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득 | 성동구청장

 

아이들은 한 나라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하지만 출산율 1.24명, 세계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가치관의 차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육아에 대한 큰 부담 때문이다. 워킹맘들이 아침마다 아이와 함께 벌이는 전쟁은 이제 모두의 이야기가 됐다.

사실 보육 문제의 해법은 아이를 낳는 여성들의 시선에서 생각해야 한다. 여성 스스로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먼저다. 정부의 무상보육 문제가 연일 화두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것임은 모든 학부모들과 보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육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100년 대계로 이것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파급효과를 생각해 본다면 공적 영역에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이 보육 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전달체계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구청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1동 2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었다.

 

출처:경향DB

마음 같아선 아이들이 있는 곳곳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어 워킹맘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토지 매입부터 건축비까지 25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어린이집 설치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지난달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75%에 달한다는 스웨덴에 방문했을 때 매우 부러웠다. 최고의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은 국가가 ‘하나의 가정’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이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에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다.

집에서 가깝고 안전하고 수준 높은 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것은 시장 논리로만 해결하기 어렵다. 스웨덴은 이렇게 시장원리가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분야에 국가가 빈틈없이 개입하여 운영한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공보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보육을 내 일이라 생각해야 할 때다.

성동구는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 수가 1만6000명을 넘어섰다. 구립 어린이집이 31곳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그나마 나은 수준이지만 부모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성동구는 향후 3년간 30여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업 추진에 나섰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무상보육 시대의 기반을 다지는 핵심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아이를 키운다는 사명감을 갖고 다 함께 젊은 세대의 육아의 짐을 나누어 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의무이며 젊은 세대가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키울 권리를 보장해주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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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환 | 서울대 명예교수·해양생태학

 

올해는 우리에게 ‘해양의 해’임이 분명하다. 여수에서는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엑스포가 열리고 있고 그 옆 창원에서는 ‘블루이코노미’라는 주제로 동아시아해양회의가 열렸다. 요즘 들어서 부쩍 세계인 모두가 바다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사람들은 보통 바다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세계 어획량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약 1억t까지 계속 증가했으나 이후 지금까지 그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선, 어획 기술이 모두 발달하지만 물고기를 1억t 이상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바다의 속성에 기인한다. 햇빛, 영양소, 식물·동물 플랑크톤, 물고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전달 양이 각 단계 모두 한계 값을 가진다. 바다에 도달하는 햇빛, 영양염, 식물 플랑크톤 광합성이 모두 일정한 범위의 한계 값 내에 있는 것이다. 이들 값은 지구 진화과정에서 만들어진 값이어서 인간이 바꿀 수 없다. 인간의 자연이용은 이들 한계 값을 절대 넘을 수가 없고 그 값 내에서 미래세대와 함께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

지구생태계의 서비스를 시장가치로 환산한 생태경제학자 코스탄자는 지구생태계의 1년 서비스 생산가치를 인간 연 총생산의 약 1.8배로 보았다. 바다생태계 서비스는 지구생태계 서비스의 63%이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열대 홍수림의 약 35%가 파괴되었으며 산호초의 20%가 완전히 사라졌고 연안은 부영양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어종의 약 40%가 남획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양생물관 ㅣ 출처:경향DB

지난번 창원 동아시아해양회의를 주최한 동아시아해양환경협력기구는 1994년 지구환경기금의 재정으로 창립한 자발적 협력체이다.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14개 국가와 유엔개발프로그램, 세계자연보전연맹 아시아사무소 등 19개 협력 파트너기구가 참가하고 있다.

동아시아 해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중국해, 황해에 걸친 약 700만㎦의 바다와 24만㎞의 해안선을 포함한다. 인구 19억명 거주 지역으로 해안도시, 항구, 무역항로가 발달해 있다. 세계 수산양식의 80%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고 세계 산호초의 30%, 홍수림의 30%가 여기에 서식한다. 그러나 해양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서 발해만, 마닐라만, 타이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영양화 해역들이 있다.

동아시아 해역의 해양환경 문제는 부영양화 이외에도 오염물질 관리, 서식지 보호, 수산양식 등 다양하다. 여기서 서식지 보호는 마닐라만의 홍수림 보호, 인도네시아 발리의 산호초 보호, 태국 촌부리 슬리라차만의 바다거북 보호 등의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수산양식 관련 상호협력 역시 인도네시아의 발리, 바탄, 바탕가스, 카비트, 촌부리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양환경 보호 사업들은 가끔은 제각각이어서 효율을 기하기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또 시대정신도 가져야 한다. 지역을 아우르고 시대를 대표하는 개념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동아시아해양환경협력기구는 그 개념을 ‘동아시아 해역 지속가능발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해양과 육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연안통합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을 따라 분포하는 농촌과 도시, 해양의 선박 등 육상과 해양의 인간 활동을 함께 묶어서 해양환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보는 방법이다. 마닐라만, 중국의 샤먼과 발해만, 우리나라의 마산만 모두가 이런 방법으로 해양환경을 관리하는 사례지역으로 선정되어 있다.

해양환경 보전은 원래 쉽지가 않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는 결국 바닷속에 모두 모인다. 배로 그물을 끌어보면 비닐 조각, 플라스틱 병, 스티로폼, 찢어진 그물 등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형상이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이 수마이크론 크기로 바닷속에서 쪼개져서 물고기가 먹고 사람에게까지 전달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바다가 겉은 푸르지만 속까지 푸르지는 않은 것이다. 이런 해양환경 문제들을 경제발전, 사회발전과 함께 해결해가려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은 매우 특별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여수엑스포와 해양, 또 창원의 1000여명이 모인 해양환경회의는 매우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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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선수가 런던올림픽 대회 첫날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땄다. 박 선수는 국제수영연맹 사상 25년 만에 첫 실격 판정 번복이라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그의 투혼은 메달 색깔에 연연할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얼마나 감동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만 얻어도 기쁨에 겨워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달리 우리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원통하다며 통곡을 터뜨리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국민들이 은메달을 딴 박태환에게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것은 실격을 당한 아픔을 딛고 결선에 나가서는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금메달을 따서 올림픽 2연패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것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아니, 장하다. 값진 은메달을 따줘서.

 

박태환 ㅣ 출처:경향DB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의 오심에 대한 발빠른 대응도 돋보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체조의 양태영이 오심으로 금메달을 뺏긴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이다. 수영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 30분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에 맞게 22분 만에 관련 서류를 내는 기민함을 보였다. 결국 국제수영연맹이 실격 판정을 번복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박태환에게 중국 심판이 실격 판정을 내렸다고 잘못 알려져 한때나마 국민들이 흥분했던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진실이 아닌 사안을 놓고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경기에서도 오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에게 첫 금메달의 기쁨을 안겨준 사격 10m 공기권총의 진종오 선수에게도 축하를 보낸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묵묵히 노력한 끝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진종오는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 아울러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단신으로 열심히 노력했던 펜싱의 남현희, 동메달을 딴 남자 양궁 선수들도 눈물을 거두고,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이왕이면 올림픽에 나갔으니 이겼으면, 그리고 금메달을 땄으면 하고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땄다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일은 더 이상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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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논설위원

 

런던올림픽 공식 슬로건은 ‘하나의 삶(Live As One)’, 공식 모토는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이다.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과 국가에서 여성 선수가 참여하는 ‘양성평등 대회’라는 의미와 메달 경쟁보다 창의와 감동의 향연이 되기를 지향하는 주최 측의 희망이 담겨 있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피에르 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과도 잘 부합하는 개념이다.

그렇다고 참여가 결코 간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런던에서 런던으로(From London To London), 1948~2012’라는 한국 선수단의 캐치프레이즈에 숨은 사연만 봐도 그렇다. 64년 전 대한민국은 런던올림픽 참가가 독립운동에 이은 또 하나의 건국운동이었다. 완전한 독립국가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나라의 올림픽 참가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으러 스톡홀름 총회장으로 가던 전경무 올림픽대책위 부위원장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 전까지는 국호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조선이라는 국호를 사용했고, 국기도 4괘의 배열이 지금과 다른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선수단 기수로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던 손기정 선생이 그 감격을 평생 잊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런던에 내린 한국선수단 l 출처:경향DB

오늘 개막식을 가진 런던올림픽에서 64년 전 정부 수립을 앞둔 대한민국의 애환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가 특별히 눈에 띈다.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울지 마 톤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프리카 남수단의 마라토너 구오르 마리알이다. 지난해 7월 수단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남수단은 IOC 규정상 이번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새 회원국이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최소 2년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마리알은 수단 대표로 출전하라는 IOC의 권고를 “내 가족을 죽인 국가를 대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는 ‘올림픽 독립 선수’ 자격으로 오륜기를 가슴에 달고 뛰게 된다. 국력 과시와 상업성의 경연장으로 흐르기 쉬운 올림픽에서 그의 참여는 색다른 감동을 준다. 우리 선수단의 당당한 모습과 함께 그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울지 마, 마리알! 그리고 울지 마,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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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 동화작가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인데도 보충수업을 하느라 학교에 나와서도 마음은 온통 올림픽에 가 있었다. 바야흐로 1988년. 탁구의 현정화 선수를 비롯해 금메달 12개로 종합 4위의 전적을 거둔 한국 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이국 선수들에게 매료되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수영의 비욘디는 단연 스타였다. 요즘이야 한 몸매 하는 남자 연예인들이 흔하고 흔하지만, 그때는 비욘디 같은 몸매를 텔레비전에서 보기 어려웠다.

서울 사람들이 부러웠다. 서울올림픽이니, 서울 사람들은 모두 올림픽의 주인공쯤 되는 줄 알았다. 서울은 아니지만 나도 엄연한 한국 사람이니, 주연은 아니어도 조연쯤은 되는 줄 알았다. 아, 대한민국! 정수라의 그 노래마저도 좋았다.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은 하나인 줄 알았다. 올림픽 때문에 생계 수단인 노점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올림픽을 유치한 대통령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살육을 저질렀다는 것도 몰랐다. 훗날, 많은 것을 알게 된 뒤 올림픽이 싫어졌다. 태극 마크를 달고 겨루는 모든 일이 고까웠다.

그런데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마라톤 선수 구오르 마리알. 그는 수단 난민 출신으로 미국 영주권자인데 시민권자가 아니라서 미국 선수로 뛸 수는 없단다. 남은 방법은 원래 국적이던 수단 대표로 출전하는 것. 하지만 마리알은 IOC의 그 제안을 거절했다. “내 가족을 죽인 국가를 대표할 수는 없다.” 결국 마리알은 올림픽기를 들고 출전하게 되었다.

 

2012 런던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순수한 스포츠 정신이라고들 한다. ‘순수’라, 참으로 교묘한 말이다. 사전적으로만 따지자면 좋은 의미이지만, 얼마나 수많은 의도로 악용되어 왔는가. 현실을 비판하는 예술을 탄압하기 위해 예술의 순수성을 부르짖고, 현실을 바라보는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내세웠다. 1980년 광주의 대학살을 자행한 바로 그 다음해에 제10회 전국소년체전이 광주에서 개최되었다. ‘순수한’ 스포츠 정신에 따라.

그런데 간혹 순수하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축구 선수 지네딘 지단은 2002년 프랑스 대선 당시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 후보 르펜이 당선되면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르펜은 인종차별 행보를 보여 온 사람이었고, 알제리 이민자 출신인 지단은 그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다. 그보다 더 앞선 권투 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느 베트콩도 나를 검둥이라 부르지 않았다.” 또 체코 출신으로 미국 국적을 가지게 된 테니스 선수 나브라틸로바는 대회에 앞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동성애 후진국이라며 부시 행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스페인 축구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전쟁 반대’ 현수막을 경기장에 걸어두고 ‘평화를 위한 바르셀로나’라고 쓰인 유니폼 차림으로 경기를 치렀다.

아! 그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떠올리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이번 런던올림픽에 한국의 무하마드 알리가, 나브라틸로바가 나타나 준다면? 한국 축구 대표팀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유니폼에 써붙이고 뛰어준다면. 박태환 선수가 물살을 헤치고 나와 두 주먹 불끈 쥐며 강정마을을 파괴하지 말라고 포효해준다면! 쌍용차 해고노동자 23명을 비롯한 사회적 타살로 인한 죽음들을 위해 애도의 인사를 건네준다면. 이것이 나의 올림픽에 대한 꿈이다.

무슨 망상이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언젠가 우리의 무하마드 알리가 정말로 순수한 스포츠의 정신으로 강펀치를 날려줄려는지!

그러지 않는다고 선수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최선의 선택’으로 기억된 군부 독재 이래로 스포츠는 순수를 강요받아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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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대선을 소실점 삼아 숨 가쁘게 달아오르고 있다. 장삼이사의 하나로서 나 역시 이런저런 자리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가 고갈되고 나면 자연스레 대선 주자들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 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오직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반드시 당선되어야 할 사람은 누구냐고. 미안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직 없다고 나는 짐짓 아랫입술을 물면서 대답했다. 그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당선되어서는 안될 사람은 누구냐고. 그러자 순식간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났다. 

우선 경기장을 유세장으로 여기는 사람은 곤란하다. 정치인들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잘 찾아간다. 큰 경기가 열리면 어김없이 유력 정치인들을 볼 수 있다. 감독을 만나 악수하고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들이 진실로 대단한 담력의 소유자임을 다음 순간 확인하게 된다. 어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정치 쇼 하지 말라는 관중들의 야유를 향해서도 그들은 손을 흔든다. 2년 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똑똑히 보았던 모습이다.  

2009년 프로야구 개막전 때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구에 나섰다. 그는 시구를 마친 다음에도 양 팀 더그아웃을 ‘격려 방문’하는 바람에 경기가 지연되었다. 국회에서 이같은 ‘관료주의’를 추궁하자 그 장관은 “뒷말이 있고 그래서 쓸데없는 짓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발언하여 정말 그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시즌 개막을 축하하러 간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했다. 동네 경기를 가봐도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밥은 쌀로 짓는다’는 식의 하나 마나 한 얘기를 땡볕에 아이들 세워놓고 떠든다. 이런 관료주의자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선수들을 병풍으로 삼는 정치인들이 있다. 이들은 올림픽이라도 열리면 금쪽같은 시간을 내서 반드시 공항으로 나간다. 선수들과 더불어 ‘파이팅’을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면 그 순간 수십명의 취재진이 일제히 셔터를 누른다. 그 ‘포토타임’의 순서나 위치를 놓고 보좌관들은 막후에서 신경전을 벌인다. 얼마 전에도 인천공항에서 그런 진부한 풍경이 벌어졌다. 더 끔찍한 것은 자신의 선거에 스타 선수들을 반강제로 동원하는 사례다. 선수들도 자존심이 있어서 웬만한 호출에는 끄떡하지 않지만 축구를 비롯한 여러 종목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의 선거에서는 어김없이 스타 선수의 어색한 표정을 볼 수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박태환이 아시안게임 자유형 1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포효하고 있다. l 출처:경향DB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성장이나 생활환경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대통령은커녕 선거에도 나오면 안된다. 그런 사람은 사실상 일반 국민의 성장 환경이나 어려운 일상에도 큰 관심이 없는 수가 많다.

 잠깐 범위를 좁혀 보자. 전국소년체전이 갖가지 부작용이 있어 아예 폐지하거나 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체육계의 오랜 열망이다. 그런데 지지부진하다. 체전 성적이 교감이나 교장의 승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이다. 소속 학교 학생들이 큰 대회에서 입상하면 ‘유공 교원’에게 평점이 부여되거나 승진 등의 인사에 반영이 된다. 학생 선수들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이것이다.

 이 작은 그림을 확대하면 이 나라 체육 정책과 고스란히 겹쳐진다. ‘대한건아’가 ‘국위선양’을 하면 그 순간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정치인은 그 열기를 온전히 자신의 정치력 확장의 도구로 삼는다. 아이들은 교실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합숙소와 경기장을 전전하며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그들 중에 일부가 국가대표가 되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선양’을 한다. 그 성취는 그 자체로 귀하다. 대다수 학교 구성원이나 국민들은 그런 귀한 가치를 추상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유독 학교장이나 단체장이나 유력 대선 후보나 대통령은 그것을 현찰로 바꿔버린다.

 어느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 후보의 됨됨이나 정책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그럼에도, 지지 여부를 떠나서 지금까지 제시된 각 진영의 구호는 물론이려니와 수십년 동안 질리게 봐온 웅변형 구호들에 비하여 ‘저녁이 있는 삶’은 여운이 깊다. 그 여운은 시적인 언어 구사라는 점도 있지만,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던 ‘저녁’이라는 가족 일상이 완전히 파괴되어버린 우리의 삶을 뼈저리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슬프다. 선수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선수들에게도 ‘저녁’이 필요하다. 아, 물론 이것은 비유다. 선수들은 대부분 저녁에 경기한다. 낮에 경기하면 관중석은 텅 빌 것이다. 내 말의 요점은 선수들에게도 휴식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휴식이 필요하고 문화가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하다. 오늘 이 주장은 순전히 스포츠라는 관점에 한정한 것이다. 한계가 없지 않다. 그러나 한줌의 의미는 있다.

 선수들을 인기 관리에 필요한 도구로 삼는 정치인이라면, 사람들 많은 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하는데 필요한 병풍으로만 여기는 유력 후보라면, 그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비록 스포츠에 국한한 얘기지만 선수들을 병풍으로 여기는 후보는 국민들마저 슬쩍 먹잇감을 던져주면 한 표 찍어주는 예속된 존재로 여기기 쉽다. 그래서 나는 이번 올림픽에서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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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모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2동

 

경향신문이 ‘10대가 아프다’ 기획에 이어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이용실태를 다룬 기획을 연재 중이다. 두 기획 모두 우리가 몰랐던 학생들의 생활모습을 알게 해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보수 신문과 달리 경향신문은 약자인 청소년과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런데 이번 기획은 접근 방식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아이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식의 맥락을 가진 것 같아 불편하다.

창의력의 시대, 혁신의 시대라며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강조한 것도 한참 전 일이다. 그러면서도 교육은 늘 낡고 진부했다. 교과서나 매스미디어에선 톡톡 튀는 천재, 과감한 혁신가를 칭찬하지만 그건 거기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정석대로, 판에 박은 듯이 가르친다. 거기서 벗어나는 듯한 행동을 하면 금방 말세니, 요즘 애들 문제니 한다.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살펴보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물론 카톡을 통해 친구를 따돌리고 고통을 주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요즘 아이들만 친구를 왕따시키는지, 카톡과 스마트폰이 없었을 땐 왕따 현상이 없었는지, 스마트폰만 없으면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부모와 대화도 많이 하게 될지 말이다.

문제의 본질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나도 대학 시절 강의 중에 스마트폰을 많이 만졌지만 단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친구들과 카톡을 하는데 마치 친구들과 한자리에서 보는 느낌이라 더 재밌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마트폰을 많이 만지는 것과 어른들이 우려하는 사태는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경향의 기획기사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만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은 없을까 하는 점을 함께 짚었더라면 좋았겠다. 스마트폰의 폐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가정, 학교, 사회가 제공하는 원인보다 크겠는가.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비난을 받으면 화려한 수사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럴 만한 재주가 없다. 경향신문이 이런 아이들을 위한 대변자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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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병충해는 장마철에 많이 발생한다. 탄저병, 역병, 노균병, 배꼽썩음병 등은 고온다습한 장마 날씨 탓이 크다. 병이란 무릇 그 원인을 알고 미리미리 다스리는 예방을 해야지 그 결과를 다스리는 것은 악순환만을 조장한다.

병해충은 배수와 통풍이 잘 안되면 기승을 부린다. 밭의 고랑과 두둑을 잘 만들어 배수와 통풍을 좋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토양 내부의 배수와 통풍이 잘되게 하는 것이다. 지렁이 똥(분변토)처럼 틈새가 많은 떼알구조의 흙이 배수와 통풍이 잘된다. 장마철에 병에 잘 걸리는 원인은 비가 이런 흙의 틈새를 메워버리기 때문이다. 토양 내 배수와 통풍을 나쁘게 하고 병균을 부르는 또 다른 사례는 닭똥, 돼지똥 등 동물성 질소 거름을 많이 주는 경우이다. 식물성으로는 깻묵이 대표적이다. 이런 질소 거름은 당장 작물의 생육을 촉진시키는 데는 좋지만 장기간 주게 되면 토양의 숨구멍을 막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출처:경향DB

반면에 토양의 숨구멍을 잘 뚫어주는 것은 식물성 탄소질(섬유질) 거름이다. 이른바 녹색비료(녹비)라 한다. 썩은 왕겨·톱밥, 부엽토가 그것들이다. 이런 거름들은 작물 생육에 당장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장기간 주면 토양의 배수와 통풍을 좋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작물에 미량 요소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 작물을 건강하게 키운다.

토양을 뒤집는 경우 너무 깊게 하지 말고 얕게 호미로 살짝 하는 게 좋다. 깊게 뒤집으면 토양 구조가 교란되고 숨구멍을 끊는 역효과를 내 가뭄에도 약하고 병해충만 증식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당장 병해충을 예방하는 방법은 목초액이나 액비, 효소액 등을 작물 잎에 직접 뿌려주는 것이다. 목초액 대신 식초, 액비 대신 오줌도 가능하다. 마요네즈를 써도 된다. 효소액으로는 쌀뜨물을 발효시킨 것도 좋고 막걸리 삭은 것도 좋다. 장마 사이사이 비가 오지 않을 때 물로 희석해 3~5회 정도 뿌려주면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앞에서 제시한 근본대책을 잘 지켜야 효과가 배가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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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4개 지역과 신규 원전 후보 지역 2군데를 순회하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원전 홍보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의 협조를 얻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유치해 <명탐정 손오공과 함께 떠나는 원자력 이야기>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무료로 관람케 하고 공연 장소에서 원전을 홍보하는 책자나 만화를 배포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배움의 시작 단계에 있는 어린이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원전을 홍보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동심을 이용한 원자력문화재단의 원전 홍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도깨비 나라의 원자력 방망이>라는 뮤지컬을 공연해 4만3000명이 넘는 어린이에게 관람케 했다. 초·중·고교생이 참가하는 원자력공모전을 21회째 개최하고 있으며, 초등학생 대상 원자력탐구올림피아드와 NIE원자력교육 등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모 일간지 NIE 섹션에 ‘6.5 강진에도 거뜬…UAE에 원자력발전소 수출, 원전 강국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낯뜨거운 원전 홍보 기사를 실어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배포했다. 교과서에 표현된 원자력 관련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는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원자력문화재단의 각종 어린이 공모전 수상작과 교과서의 관련 내용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원전 찬양 일색이다.

 

후쿠시마 어린이들이 19일 도쿄 메이지공원에서 열린 탈원전 집회에 참가한 뒤 ‘원전은 필요없다’는 글귀가 쓰인 펼침막을 들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도쿄 _ 서의동 특파원

굳이 후쿠시마 사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원자력은 명과 암이 극명하고 논란이 많은 에너지원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 면만, 그것도 비판적 사고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세뇌하듯 주입하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왜곡하는 짓이다. 원자력에 대해 왜곡된 선입견을 갖게 함으로써 새롭게 떠오르는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폭넓고 균형 잡힌 에너지 교육을 가로막는 행위이기도 하다.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포함한 원자력문화재단의 활동 재원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의 일부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온 것이다. 오로지 원자력을 위해서만 매년 100억원에 이르는 국민 호주머니 돈을 쏟아붓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런 차에 부산교육청의 승인 없이 어린이 뮤지컬 공동 주최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무리수까지 동원해 가면서 동심을 이용한 원전 홍보를 계속하는 것은 후안무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에게 원자력은 결코 ‘행복에너지’가 아니다. 미래의 에너지는 미래세대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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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 백석예술대학 외래교수

 

0~2세 무상보육에 대해 뇌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생후 0~18개월은 감정 조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우뇌의 골조공사가 이루어진다. 인생의 첫 단추를 꿰는 일과도 같다. 이 시기를 불안하게 보내면 이후에 알 수 없는 불안, 불신, 우울, 두려움 등의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걸어 다닌다. 그러나 인간은 무능력한 상태로 태어나 생존과 성장을 양육자에게 맡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산도는 작은 반면, 상대적으로 머리가 크다. 인간이 다른 동물처럼 태어나려면 적어도 24개월은 엄마 뱃속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아기의 머리가 너무 커져서 산도를 통과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진화는 미숙한 채로 아기를 출산하고 나머지 기간은 외부 자궁(양육자의 품)에서 키우는 것을 선택했다.

0~24개월은 엄마 뱃속에 있어야 하는데 산도가 좁아 미리 나왔으니 인간은 모두 미숙한 채로 태어나는 것이다. 임신기간 9개월을 빼면 생후 15개월까지 아기는 자궁처럼 환경을 만들어주고 돌볼 필요가 있다.

자궁은 춥지도 덥지도 않다. 먹을 것, 마실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다. 엄마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가 들리고 엄마의 두런거리는 목소리도 들리고 가끔은 아빠 목소리도 들린다. 엄마의 기분에 따라 아기도 같은 기분을 느낀다. 엄마가 힘들면 아기도 탯줄을 타고 들어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아기도 힘들어진다. 엄마와 아기는 자궁 속에서 몸이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도 연결되어 있다.

 

서울 서초구가 10일부터 영·유아 무상보육 중단 위기에 처하는 등 보육 대란이 우려되는 3일 서울시청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들이 교사들과 놀고 있다. l 출처:경향DB

출생이란 몸이 엄마와 분리되었을 뿐이지 마음은 아직 심리적 자궁 속에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 생후 15개월까지는 엄마 배 속에 있는 것처럼 아기를 돌봐주어야 한다. 그 전에 아기를 엄마에게 떼어놓으면 심리적 조산이나 사산이 발생한다.

엄마가 집에서 온갖 정성으로 아기를 돌보아도 자궁만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는 깊은 상처를 입는다. 또한 이 시기 경험은 아기 일생의 정신건강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아기가 받는 상처와 부정적인 경험을 줄이기 위해 우리 사회는 아기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 그중 한 가지 방법으로 아기 엄마를 지원하고 아기 아빠가 가정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어야 한다.

뇌과학은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고 싶다면 그리고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예방하고 싶다면 0~2세의 아기 부모를 지원하라고 권한다. 무상보육으로 어린이집이 아기에게 자궁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0~2세 무상보육은 아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사산을 유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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