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건의 소방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43건

  1. 2015.04.06 [이건의 소방이야기30] 이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소방교육
  2. 2015.03.23 [이건의 소방이야기 28] 비리를 극복하는 소방의 힘
  3. 2015.03.15 [이건의 소방이야기 27] 존중의 또 다른 이름 관심과 배려
  4. 2015.03.08 [이건의 소방이야기26] 소방관의 SNS
  5. 2015.03.02 [이건의 소방이야기25]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
  6. 2015.02.23 [이건의 소방이야기 24] 소방관의 영어공부
  7. 2015.02.15 [이건의 소방이야기 23]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 10년
  8. 2015.02.10 [이건의 소방이야기 22]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거는 기대
  9. 2015.02.02 [이건의 소방이야기 21] 위험물 사고에 대처하는 소방의 자세
  10. 2015.01.25 [이건의 소방이야기 20] 나는 누군가의 꿈입니다
  11. 2015.01.19 [이건의 소방이야기 19]소방청사는 안전·보건의 종합체다
  12. 2015.01.11 [이건의 소방이야기18] 소방관의 자원봉사
  13. 2015.01.04 [이건의 소방이야기 17] 골든타임에 대한 올바른 해석
  14. 2014.12.29 [이건의 소방이야기-16] 필리핀 소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15. 2014.12.21 [이건의 소방이야기]⑮ 아주 작은 배려에서부터 안전은 시작됩니다
  16. 2014.12.05 [이건의 소방이야기] ⑭ 현장이 좋아서 현장에서 산다
  17. 2014.12.02 [이건의 소방이야기]⑬ 순환보직에 대해 말한다
  18. 2014.11.23 [이건의 소방이야기⑫]여러분의 소방대원은 안전하십니까?
  19. 2014.11.18 [이건의 소방이야기]⑪ 길 위에서 대한민국 소방을 만나다
  20. 2014.11.10 [이건의 소방이야기⑩]소방관은 출세한 사람입니다

어느 시대나 자신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어 다른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사회지도층’이란 말로 자주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글에서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지도층이란 말은 다분히 권위적일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맞는 적절한 표현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있다. 존경받는 종교인을 비롯해서 국민의 소중한 표가 모여 만들어낸 선출직 공무원, 오지에서 봉사하는 의사,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교수, 사병을 챙기는 군 지휘관, 선한 기업 CEO,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바른 언론인 등 제각각 역할도 다양하다.

대한민국 소방이 정확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표류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진정한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소방교육의 부재라고 나는 믿고 있다.

소화기 사용법과 비상시 대피요령에 대한 교육은 이미 진부하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소방교육에서 과감히 탈피해서 다양한 재난현장에서의 소방의 역할, 소방만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소방의 존재가치와 위상에 관한 내용의 커리큘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 소방인들이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에 시민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어우러진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그래서 살아 움직이는 파급력 있는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소방인들의 땀과 수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정치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소방서를 방문한다. 늘 그렇듯이 줄지어 서있는 소방관들과 악수를 나누고 미리 준비한 방화복을 입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몇 마디의 덕담을 건네고 나면 그것으로 소방서 방문 일정은 마무리된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하지만, 그렇게 그들을 떠나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사실 이 시간만큼 우리 소방에게 소중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그들에게 우리 소방을 제대로 알리고 그들의 이해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들이 우리 소방을 깊이 있게 알아갈수록 우리는 그야말로 든든한 후원자를 얻게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그들과의 지속적이고 진지한 관계 유지가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적으로도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소방교육의 의무화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국민의 투표를 통해서 선출된 사람들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의원 그리고 특별시장이나 도지사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장, 군수 또는 구청장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교육감 등이 있다.

그들로부터 실질적인 지휘 감독을 받는 소방관들은 지휘계통을 중요시하는 공무원이란 신분 때문에 현장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물론, 제도개선, 공무원 연찬대회, 연구논문 발표 등을 통해서 현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건강한 의사통로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해마다 수도 없이 바뀌고 급하게 만들어지는 정책에 일일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방법은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우리 소방은 한마디로 전문성이 생명이다. 그런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연속성이 반드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포퓰리즘의 결과로 만들어진 선심성 정책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소방의 본질이 훼손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아무리 일선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도 조직의 리더가 이런 전문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어 있지 않다면 소방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참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은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들로써 그들의 의견과 가치관은 곧바로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느니만큼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소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에 이르는 심도 깊은 소방정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의 내용도 수박 겉핥기식만으로는 큰 효과가 없으니, 보다 더 현실적이고 심도 깊은 내용의 커리큘럼이 만들어져야 한다.

선출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는 국내 및 해외 자원봉사자,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예비교사, 예비 법조인, 사관학교 생도, 생명을 공부하는 의학도, 예비 종교인, 예비 기자와 방송인, 국회의원 보좌관 등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발굴해서 우리 소방의 역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개인의 사사로운 청탁이 아닌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 진심이 전달된다면 선한 영향력을 갈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들이 결코 우리의 요청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바로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어려서부터 우리 소방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소방서에서는 지역사회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생일축하파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아이들에게 소방대원은 바로 영웅이다. 그들의 영웅이 일하는 곳 그리고 멋진 소방차가 있는 소방서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생일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미국 소방서는 문을 활짝 개방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방서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거기서부터 소방교육은 시작된다.

시대는 이미 바뀌었는데 그저 앉아서만 기다리는 것으로는 우리에게 큰 발전은 없다. 이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찾아나서는 새로운 형태의 소방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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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그동안 많은 소방인들이 크고 작은 사건에 휩쓸려 처벌을 받았다. 이런 부적절한 행위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을 희생하고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많은 소방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우리 동료 소방인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심각한 일탈행위로 볼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면, 1999년 소위 <움직이지 않는 소방차> 사건을 들 수 있다. 전·현직 소방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부실소방차를 구입한 사건으로 소방차 납품비리로 적발된 12명의 소방관 중에서 소방본부장급이 무려 8명이나 되어 소방 전반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2006년에는 22만대에 달하는 불량소화기 유통사건이 불거졌고, 2007년 경기도의 모 소방서장은 유흥주점에서 모욕적인 성적 발언을 하는 등 추태를 부린 혐의로 직위해제 당하기도 했다. 2010년 부산의 한 소방서장은 준공검사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각종 비리를 근절하고 ‘클린소방환경’ 조성을 위한 목적으로 2010년 8월 소방방재청은 전국의 소방본부장을 한자리에 모아 인사, 물품구매, 계약업무 및 민원 부문에 대한 감찰기능을 강화하고, 비리가 적발될 경우에는 관용 없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실시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지방의 한 소방본부장은 설날을 앞두고 부하 직원 3명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심지어는 의용소방대원으로부터도 쇠고기를 받은 것이 적발되어 스스로 사임했다. 2014년 9월에는 불량 불꽃감지기 4641개가 대량으로 시중에 유통되는가 하면, 같은 해 10월에는 모 원자력발전소의 한 소방대장이 소방차의 기름을 빼내 자신의 차량에 넣었다가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또한 경상북도의 한 119 안전센터에서는 2012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가짜 실리콘 손가락’을 만들어 부하직원이 대신 지문인식기에 찍어주는 방법으로 야간수당을 타낸 소방관들이 ‘공전자기록위작’이란 혐의로 지능범죄수사대의 조사를 받았다.

2015년 들어서도 일선 소방관서에서 구입한 특수방화복과 피복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인증을 받지 않은 ‘가짜’로 확인되면서 해당업체는 조사를 받고 있으며, KFI의 다소 의심스러운 인증 체계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벤츠여검사사건, 자원외교 비리, 각종 방산비리 등으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이젠 판단하는 것마저도 무의미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소위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일하는 우리 소방은 건축, 준공검사, 소방검사, 인·허가 업무 및 장비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국스타일의 정과 신뢰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과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 소방은 그 시작점부터 다르다. 따라서 부적절한 청탁을 제안해 오거나 요구하는 사람들은 결코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다. 어쩌면 그들과는 태생부터 악연인 셈이다.

매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기준을 살펴보면 다양한 부패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금품 및 향응제공, 특정인 또는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직위를 이용한 알선 및 압력행사, 부당한 사익 추구, 권한남용, 불투명한 인사, 부당한 업무지시, 위법한 예산집행, 교통 및 숙박시설 제공 등 의심스러운 행사협찬, 담당직원 친인척의 취업알선 및 부동산거래 특혜 등이다.

평상시 자신의 주위를 충분히 살피고 돌아보지 않으면 실수하기 쉬운 부분들이다. 굳이 성선설과 성악설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유혹이 다가오면 의지와 감정의 줄다리기 속에서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소방인들은 매일 아침 “내가 누구인가? 그리고 나의 책무가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되뇌며 하루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세월호의 비극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던 우리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서 모든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안전을 가지고 타협하고 양보하는 순간 소방은 이미 제 역할을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사사로운 것에 마음을 쏟아 일을 그르치기 보다는 인생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소방인으로 남아야 한다.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전문가 정신과 안전을 담보로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지 않는 청렴정신에서 비로소 소방의 힘은 시작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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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지난 2월 인천의 한 소방서에서는 현장 활동 중에 사고를 당할 경우 책임을 물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시달했다가 크게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바로 2년 전 소방방재청에서 추진했던 ‘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와 똑같은 모양새다.

그 당시 소방방재청은 소방관들의 순직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현장 활동 중에 전치 4주 미만의 부상이 발생하면 훈계, 4주 이상 부상이나 사망 사고가 나면 감봉 또는 견책 그리고 세 번 이상 사고가 반복될 경우 파면이나 해임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표적인 탁상행정으로 소방내부에서마저도 큰 반발을 가져왔던 이 정책은 인터넷에서‘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폐지 청원에 수천명의 시민들이 서명으로 참여하면서 결국 시행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현장을 충분히 보듬지 못하는 정책들은 그 생명력이 짧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소방관들이 새로운 정책을 연구하면서 종종 필자에게 미국소방에 관한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받는 질문중 하나는 바로 “미국소방에서는 소방대원이 규정에 따르지 않았을 때 어떤 징계나 조치를 취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면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도 전에 이미 징계부터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소방에서는 징계와 문책에 관한 규정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소방대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너스 또는 휴가와 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서 그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세상의 계산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소방관의 삶을 살아가다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재난 속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그런 실수들을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사람을 살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믿음직스러운 소방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언론과 시민들은 소방의 숭고한 정신을 높이 사서 우리를 영웅이란 이름으로 불러주고 상도 주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에게 비춰진 소방관이란 모습은 어쩌면 그저 연기에 까맣게 그을리고 지쳐서 힘들어하는 안쓰러운 모습만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 전반적으로 소방의 국가직화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드높다. 대학생들부터 시민, 언론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다들 소방의 미래를 염려해 주고 응원하고 있다.

소방 외부에서는 대한민국이 보다 더 안전할 수 있도록 소방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며, 잘못된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징계와 문책이란 달콤함에 현혹되어 잘못을 덮으려고 하기에만 급급하다.

마치 두 개의 상반된 기준을 가진 것처럼, 필요할 때는 소방의 희생정신을 들먹이며 감정에 호소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할 일이 생기면 공무원이란 획일적인 틀에 가두어 소방관들을 가혹하게 내려치기 바쁘다.

조직사회에서 징계와 문책은 어쩌면 사람을 길들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본원칙과 상식을 위반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함이 마땅하겠지만, 누구나가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징계와 문책으로 소방관들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두어 조직 스스로가 발전해 나갈 기회마저 빼앗아 가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결국은 우리에게도 독이 된다.

소방관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매일 기도한다. 하늘에서 내려준 숭고한 소명을 수행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소방관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소방관들이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소방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그저 미워하고 비난하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따뜻한 봄에 땅을 갈아엎어야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맞이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기회에 우리도 소방 내부의 잘못된 생각이나 습관들을 확 갈아엎어 보다 부드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면 좋겠다. 존중의 또 다른 이름은 관심과 배려이지, 징계와 문책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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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트위터와 유튜브를 타고 미국의 빌보드 차트를 강타하면서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싸이월드 그리고 트위터와 같은 다양한 매체의 활용도가 급증하면서 그야말로 SNS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미국의 한 통계자료를 보면 페이스북 모바일 이용자수가 무려 10억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가까스로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필자마저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필리핀,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의 소방대원들과 매일 안부를 전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그리 놀랄만한 숫자도 아니다.

이제 SNS를 통해서 대한민국 소방관들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경계선에 한계가 없어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련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고, 다양한 사건. 사고에 관한 정보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정책과 각종 비리에 대한 소신 있는 글들도 SNS에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SNS를 사용하면서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 못지않게 이에 따른 부작용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잘못된 정보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해서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고, 급기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올려 세상을 한바탕 시끄럽게 만드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14년 서울시 소속의 한 공무원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서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SNS에 수차례 올렸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당한 적이 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인천의 한 소방서에서 하달한 공문서의 일부가 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되어 소방관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이 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와 같은 SNS의 부작용 사례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소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캐나다 토론토의 소방대원 3명은 여성을 원색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을 트위터에 수차례 올렸다가 해고를 당했는가 하면, 미국의 한 소방대원은 교통사고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사고 피해자의 가족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텍사스의 한 소방대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를 집안에서 잘 간수하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와 함께 처참하게 죽은 두 마리의 개 사진을 올려서 많은 동물애호가와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으며, 곧바로 관계당국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은 현장조사 및 증거보전 등을 목적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일이 빈번하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함부로 SNS에 올렸다가는 크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SNS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며, 자신의 생각을 언제 어디서든지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 공이 크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잘못된 정보는 우리에게 혼란만을 가중시켜주며, SNS를 이용하느라 가족, 친구 또는 직장동료의 얼굴을 바라보기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보는데 사용하는 부작용도 있다. 또한, 지나친 SNS 사용으로 업무의 생산성과 집중력이 저하된다고도 하니 이제는 지혜로운 SNS 사용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대한민국 소방관들에게 SNS는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존재다. SNS를 잘 활용하면 소방의 다양한 활동상황과 각종 재난정보를 시민들에게 쉽고 빠르고 폭넓게 제공할 수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정보는 오히려 시민들에게 대한민국 소방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SNS를 사용하는 소방관들은 공직에 근무하는 만큼 직무상 터득한 내용에 관해서 글을 올릴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에도 대한민국 소방관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올려야 할 것이다. 특히나, 사고현장이 상당부분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수사에 혼선을 빚지 않도록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건강하고 행복한 SNS 사용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소방관들이 SNS로 인해 소송과 같은 힘든 일에 휩싸이지 않도록 일선 소방서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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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다보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국소방에 관한 자문을 요청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비록 보잘것없는 소견이지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다. 왜냐하면 <지식과 깨달음은 공유할 때 그 빛을 발한다>라는 개인적 믿음이 있기 때문이고, 거기에 대한민국의 안전에 일조한다는 소소한 개인적 만족도 한 몫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다짜고짜 전화해서는 급하게 자문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주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미국자료를 요청하면서 번역까지 부탁을 받았을 때는 소위 멘탈이 붕괴되는 경험을 맛본 적도 있다.

물질적 보상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보내준 자료는 잘 받았는지 그래서 그 자문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궁금해 하는 필자의 넓은 오지랖에 기인한 서운함이 생기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친구의 숙제를 빌려 약간의 편집을 가한 뒤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제출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친구의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을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대가없이 사용했던 것이다.

가끔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정말 주옥같은 연구 자료들을 볼 때가 있다. 내 것처럼 사용하고 싶은 유혹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필자 역시 2권의 졸저를 세상에 내면서 나름 적지 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으니, 그런 나의 땀과 노력의 결과물을 다른 사람이 마치 자기 것인 냥 허락도 없이 가져다 사용한다면 나 역시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자문이 필요할 때가 있다. 물론, 이런 도움들에 대해서 모두다 물질적으로 보상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 조언을 일일이 값으로 환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자문을 해본 사람들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다. 금전적 보상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진심어린 존중과 인정이 필요하며, 반드시 누구의 것인지 명확한 출처를 밝혀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어느 한 주제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살펴야 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스토리를 만들어서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그저 몇 마디 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몇 마디를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말 한 마디 덕분에 내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경험이 있다. 너무도 소중한 그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오랜 경험과 깊이 있는 성찰에서 우러나온 것이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그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어느 한 주제를 가지고 자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을 고민한 적이 있다. 오랜 시간의 고민을 해결하고 나니 이제는 한 두 마디로 쉽게 정의내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고생한 시간을 생각하면 솔직히 남에게 공짜로 말해주기 아깝기도 하지만, 지식과 깨달음은 서로 공유할 때에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는 나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죽어서 전부다 무덤에 가지고 갈 수도 없으니 평소 줄 수 있을 때 기분 좋게 나눠주면 그뿐이다.

언젠가 한 소방서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내가 만든 자료가 출처도 표시되지 않은 채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물론, 좋은 뜻에서 올린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지만, 그래도 타인의 노력을 인정하는 출처 정도는 밝혀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누군가가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은 아무리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인들과 하는 농담 중에 <인간 모기>라는 말이 있다. 살며시 다가와서 빨대를 꽂고 피를 빨아먹는 모기처럼 살며시 다가와서 본인이 필요한 것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듬뿍 빨아먹는 종족을 일컫는 말이다.

대한민국 소방이라는 좁은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밖에 없다. 그 날에 서로 서먹서먹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다른 이들의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을 기꺼이 존중해 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땀과 노력, 고민, 열정, 꿈과 같은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까지도 이제는 존중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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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간혹 주위의 소방공무원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필자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사람들과 같이 근무한지도 어느새 14년이지만 영어공부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어려운 숙제다.

지구촌이 하루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영어는 전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 2009년 대한민국이 선진국 자격으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지구촌에서의 역할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한민국 소방에 대한 기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소방의 국제화를 위해 대한민국 소방관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영어권의 나라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2년까지 해외연수 또는 국비유학을 떠나고 있다. 중앙정부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부문에서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한다. 미국의 LA 소방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거나 필리핀 소방대원을 초청해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재난으로부터 고통 받는 나라를 돕기 위해서 국제연합(UN)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해외출장이나 다른 나라와 업무를 추진하려면 보통은 영어가 필수다. 그래야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예산을 편성해서 번역이나 통역가를 고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이런 전문가를 고용한다고 해도 소방과 관련된 용어들이 일반인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문적인 것들이 많아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번역하고 통역하려면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소방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는 보통 영어로 홍보자료도 만들어야 한다.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소방을 가장 잘 아는 소방관이 직접 번역을 하고 통역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모든 소방관들이 영어공부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영어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이 있는 소방관들을 정책적으로 적극 발굴 육성해서 대한민국 소방의 해외창구 역할을 맡기는 것이 해외관련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필자 역시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그저 영어에 조금 관심이 있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다보니 영어는 나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도구가 되어버렸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소방관 개인으로 보면 자신의 역량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소방의 입장에서 보면 국제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현재 해외관련 업무를 하고 있거나, 향후 영어를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해외에서 대한민국 소방의 홍보대사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영어공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토익, TEPS 등과 같이 공인된 영어시험을 치러서 영어의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공무원 영어능력경시대회에 참가해서 영어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방안이다. 향후 자신이 세운 목표와 관련된 분야의 해외 사이버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것도 권장한다.

두 번째는, 영어를 잘 듣고 잘 말하려면 적어도 하루에 3시간 30분씩, 3년 반 동안 꾸준히 영어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하므로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을 수 있다.

요즈음 미국 드라마 중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시카고파이어(Chicago Fire)도 좋고, 9·11 테러이후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뉴욕 소방대원들을 다룬 레스큐 미(Rescue Me)도 추천한다. 영화로는 래더49(Ladder 49), 분노의 역류(Backdraft), Fire Proof 등이 미국소방도 경험하면서 영어공부도 하는데 제격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반드시 한글자막을 없애고 시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이외에도 Fire Chief나 Fire Engineering과 같은 미국의 월간 소방전문 잡지를 구독하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앞에서 말한 것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공부 방법일수 있지만 이것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3년 이상 이어간다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결국 영어를 잘하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생이 결코 로또가 아니듯이, 영어도 결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소방관들이 왜 영어를 잘하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한 목표설정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영어 학원을 수강하거나, 값비싼 영어 관련 장비를 사는 것으로 흡족해 하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무작정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어떤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한 목표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목표에 따라서 영어공부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히 관광차원이라면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영어를 공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자 한다면 한번쯤은 영어에 미친 듯이 빠져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요즈음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언제라도 영어의 바다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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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100세 시대가 왔다. 건강하기만 하면 퇴직 후에도 30년 이상의 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직 이후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금 당장의 현실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에게는 정년이 따로 없다. 퇴직 이후에도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서 사회와 행복한 소통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집필을 한다거나, 예비 소방인들을 위해 강단에 설 수도 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시니어 단원으로 해외에 나가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전수할 수도 있으니 퇴직 후에도 쉴 틈이 없는 것이다.

캐나다의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이자 강연자이기도 한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란 책에서는 어느 한 분야에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으로 일만 시간을 제시한다. 일만 시간이라고 하면 하루에 세 시간씩, 일주일에 스무 시간을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다. 어떻게 보면 10년 동안은 어느 한 분야에 흠뻑 빠져있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좋은 점은 이론뿐만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많이 다양한 현장을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준비하고 그 노력을 10년이란 시간동안 꾸준히 이어나가느냐에 따라서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에는 어느 한 분야에 단순히 오래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관련 분야의 학력, 경력 그리고 자격증 이 세 가지가 일치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를 전문가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요즈음 입사하는 소방관들은 학력이나 스펙의 관점에서 보면 예전에 비해 월등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예전의 예리함과 열정은 찾아볼 수 없고 이리저리 흔들려 목표를 잃어버리고 갈팡질팡 하게 된다. 작은 것에 집착해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범한다. 꿈은 사라진지 오래전이고 늘어가는 것은 불평과 뱃살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헛되이 보내는 시간들은 은퇴 이후에 부메랑이 되어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때는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가끔 보면 소방관으로 퇴직 후 경치 좋은 곳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은 모두에게 허락된 삶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소방공무원으로 퇴직 후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길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관내 업체에 취직해서 소방후배들에게 무턱대고 전관예우를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또한 재직 중에 이해관계가 있었던 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공직자 윤리법에도 어긋난다.

세상에 아무리 전문가가 많다고 해도 전문가는 항상 필요한 법이다. 지금부터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10년을 투자해보자. 10년 이란 시간동안 꾸준하게 자신을 갈고 닦으면 비로소 순금과 같이 정제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우리가 10대와 20대에 했던 공부로 30대와 40대를 살았다면, 40대의 공부로 은퇴 이후를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10년 동안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렇게 쌓은 전문성을 이 사회와 공유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인가.

만약 10년을 꾸준히 노력했지만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필자를 찾아와도 좋다. 그러면 필자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식사도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이메일(kon.yi.kor@gmail.com)을 약속의 표시로 공개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퇴직 이후 왕성한 활동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소방인으로 살면서 꿈꾸었던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그동안 게으르고 나태했던 모습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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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구에서는 소방인들을 위한 잔치가 마련된다. 올 해로 1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우리 소방시장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던 소방안전박람회가 올 해는 국제전시협회(UFI)로부터 인증을 받아 국제적 인지도까지 확보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소방안전박람회는 소방방재청(현재 국민안전처)과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치르고 있는 국내 유일의 소방안전 전문박람회다.

이제는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두바이 등에서 개최하는 소방엑스포에도 참가하고 있다. 혹자는 “우리의 소방안전박람회는 미국보다 못하다”라고 말하거나 또는 “우리의 것이 일본보다 낫다”라고들 말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사안이 아니다. 왜냐하면 소방안전박람회는 한 나라의 소방시장 규모 및 수요, 관련 법규, 안전문화, 안전관련 정책, 관련 산업의 유통구조, 건설경기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조만간 개최될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올 해도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희망하며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전시회의 성격을 넘어 재난 및 안전관련 산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의 안전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 소방안전박람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 공공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왔다. 예를 들면, 소방안전박람회를 통해서 ‘생명존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이란 포럼을 진행하는가 하면, 산·관·학이 힘을 모아 청년층 일자리 마련을 위해 ‘소방·안전 전문 인력 취업설명회’도 개최했다. 이렇게 쌓아올린 좋은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와 공공성을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소방관련 업체들은 소방안전박람회에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해야 한다. 소방안전박람회 기간 동안에 기대했던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2014년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그동안 소방안전박람회는 다양한 나라로부터 해외바이어들을 초청해 국내업체가 개별적으로 홍보를 하고 판매를 해야 하는 노력과 시간을 절약해 준 순기능도 있으며, 이런 노력을 통해서 실제로 해외바이어들과 계약으로 연결된 사례도 많다고 한다.

또한, 국민안전처의 협조를 얻어 일선 소방관서의 장비구매담당자를 초청해서 국내구매상담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결국 관련 업체로써는 국내든 해외든 구분할 것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기술력을 가지고 승부해야 할 일이다.

전시회 중심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세미나 중심이다. 미국에서는 소방엑스포를 통해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방엑스포 기간 동안 약 120여개의 세미나를 개최해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특별한 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받는 등 소방인들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그러니 지금 당장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소방안전박람회를 통해서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언젠가 그들이 미래의 구매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서 소방안전박람회를 그야말로 살아있는 학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반시민이나 예비 소방인들을 위한 아주 쉬운 주제에서부터 재난 및 안전관련 분야 공무원 및 학자 등을 위한 전문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자의 관심과 목적을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세미나의 내용을 폭넓게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미국방화협회(NFPA)는 소방엑스포가 시작되기 6개월 전부터 세미나에서 강의할 역량이 있는 전문가를 모집하기 시작한다. 50개의 주에서 참여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의 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주 값진 선물인 셈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참가비용을 지불하는데 인색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로,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대한민국의 소방안전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위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국민안전처, 대구시,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소방관련 언론사 등 관계기관의 보다 큰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소방안전박람회는 모든 소방인들이 모여 한 해를 결산하고 또 다른 한 해를 계획하는 자리이며, 대한민국의 안전전문가들을 한데 아우르고 대한민국 소방의 미래비전도 제시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관계 부처에서도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 나라의 소방안전박람회는 단순히 전시회의 규모로만 그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에 대한 검토와 노력을 통해서 대한민국 소방인들, 나아가 전 세계 소방인들의 축제의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추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온 대한민국 소방안전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들에게도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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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경북 구미 불산사고 이후로 크고 작은 위험물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매번 위험물 사고가 나면 위험물질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과 사고에 대응하는 소방과의 이원화가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예를 들면, 위험물안전관리법은 국민안전처, 화학물질관리법은 환경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노동부, 총포. 도검 및 화약류 단속법은 경찰청, 농약관리법은 농림부,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부처별 개별법에 의한 분산관리로 위험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소방의 입장에서 보면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효과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2013년 3월 국회에서는 ‘화학사고 대응 체계의 입법. 정책적 개선 방안’이란 세미나를 마련했다. 세미나에서는 환경부, 학계, 기업체, 국회사무처, 당시 소방방재청이 자신들만의 논리를 내세우느라 바빠서 정작 사고대응의 최전방에 서 있는 소방관들의 안전과 보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논의되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위험물질은 약 24만600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에는 약 4민1000여종의 위험물질이 유통되고 있으며, 매년 약 400여종의 신규 위험물질이 들어온다고 한다.

위험물질은 우리 실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안전하게 사용하면 여러모로 활용가치가 높지만, 위험물질의 생산, 운송, 사용, 보관 및 폐기에 이르는 라이프 사이클 중에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소홀히 한다면 그 피해는 짐작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도로 위를 질주하는 LPG 차량, 주유소 차량, 각종 위험물질 운송 차량, 심지어는 미사일을 운송하는 군용 차량 등을 목격한다.

우리나라의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는 위험물을 인화성 또는 발화성 등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위험물을 다시 6가지 종류(6류)로 세분해서 관리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과 유엔(UN)에서는 위험물을 9가지 종류(9류)로 보다 더 세분화해서 관리하고 있으며, 위험물도 ‘유출되었을 때 사람, 동물, 환경 그리고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체, 액체 또는 고체’로 폭 넓게 정의 내리고 있다.

미국 소방대원들이 위험물질 대응사고 훈련을 받고 있다.


2012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표한 ‘위험물질 운송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태분석 및 제도정비 방안’ 자료를 살펴보면, 위험물질 관련사고의 약 45%가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특정 소방서 관내에 위험물 관련 시설, 즉 원자력발전소나 산업단지 시설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사안은 아니라는 거다.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어디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옳다.

위험물 사고에 보다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2013년 9월 중앙119구조본부 특수사고대응단 직제가 신설되고, 같은 해 12월 구미 119화학구조센터를 필두로 2014년 1월 서산, 시흥, 여수, 울산, 익산 6개 지역에 화학구조센터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위험물 사고는 화학구조대만의 특화된 업무가 아닌 모든 소방관들의 업무다.

위험물질은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가 심각하며, 어떤 위험물은 유출되어도 색으로나 냄새로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의 안전과 보건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장 소방관을 위한 안전과 보건장비, 구체적인 안전지침과 대응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에서는 위험물 사고에 출동하는 출동대원을 5가지 단계(Awareness, Operations, Technician, Incident Commander, HAZMAT Officer)로 분류해서 각 단계별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상세하게 나열함으로써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의 안전을 고려하며 위험물 사고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갈수록 대형화, 복잡화되어가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물 사고들, 거기에 테러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재난에 초동 대응해야 하는 소방의 자세를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이건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우선은, 위험물 사고의 특성과 실질적인 현장 대응방안을 교육시킬 수 있는 유능한 교수요원의 양성이 절실하다. 모든 소방관이 화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강의실에서 단순히 화학식만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현장에서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별 훈련 프로그램이다. 훈련을 통해서 위험물질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떻게 현장을 지휘하고 통제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안전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등 보다 현장 중심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지만, 이것을 강의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향후 유능한 교수요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해외 파견교육을 통해서 다양한 사고사례를 수집하고, 현지 소방대원들의 안전장비 활용도를 조사하며, 훈련시설과 실질적인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벤치마킹도 병행해서 진행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소방학교는 미국의 한 유명한 소방훈련업체와 합작으로 다양한 위험물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시설을 건립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적 벤치마킹에서 벗어나 그 시설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소프트웨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다.

두 번째로, 현장지휘관부터 위험물질 초동대응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장지휘관은 모든 재난현장의 총괄 책임자다. 현장지휘관은 소방관의 자격, 보유 장비, 훈련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다. 위험물 사고와 같이 변화무쌍하고, 작은 실수도 현장 소방관들의 안전과 보건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현장지휘관들부터 깊이 있는 교육과 강도 높은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로, 소방학교에서는 신임소방관 교육과정에서부터 위험물질의 기본이해와 초동대응에 관한 커리큘럼을 추가해서 교육해야 하고, 점진적으로 교육대상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고작해야 1년에 2회, 그것도 한 회당 40여명이 참여하는 현재의 교육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참고로, 미국 소방대원들은 신임자 기본교육을 받을 때부터 반드시 위험물 인식과정(HAZMAT Awareness)과 위험물 운영과정(HAZMAT Operations)의 자격을 취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위험물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소방관의 전문성을 높여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공무원의 특성상 순환보직을 통해 내근업무를 하다가도 언제든지 외근으로 발령이 나면 바로 그날이 위험물 사고를 위해 출동하는 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유해물질 비상대응 핸드북(Emergency Response Guidebook)’을 철저하게 숙지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mergency Response Guidebook은 1973년 미 교통국에서 처음으로 발간한 책자로 위험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초기 30분 동안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약 170여 가지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방차 1대당 1권씩 비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이 책자는 이미 미국,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등 북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책자를 2012년 환경부와 당시 중앙119구조단이 ‘유해물질 비상대응 핸드북’ 이란 이름으로 번역해서 일선에 배포했지만, 필자가 일선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질문을 해보면 의외로 책자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소방관들이 많다. 소방관 자신들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서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반드시 사용법을 숙달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로, 위험물 사고에 대응하는 전문화된 장비가 더 많이 필요하다. 국내에 보급된 화학보호복의 경우에는 이미 사용연한을 넘긴 것들이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화학보호복 이외에도 제독차, 생화학차, 누출방지장비, 각종 측정 장비, 제독장비 등도 필요하다. 지자체 예산이 허용되고, 원전시설이나 산업단지 시설 인근에 위치한 소방서는 그나마 장비보유상태가 양호하다고 하나, 기타지역에서는 장비가 아예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관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각종 측정 장비의 경우 센서 교체주기(보통 2년)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서, 기기의 성능자체도 의심스럽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위험물 전문가 인력풀을 구성해야 한다. 각종 사고사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모임이 필요하다. 부처별 이기주의나 관피아, 학피아와 같은 어리석은 집착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순수하게 봉사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이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한데 아우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여러 가지 재난 중에서도 특히 위험물 사고는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위험물 사고는 단순히 신속, 열심 또는 열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우수한 교수요원 양성, 실질적인 교육과 훈련프로그램 개발, 다양한 위험물 훈련시설 확보, 전문장비 보유, 유관기관 및 전문가들과의 정보공유 및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누구나 파악하고 있는 문제들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문제점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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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올해로 소방과 인연을 맺은 지도 20년이 되었다. 평생을 소방인으로 살아오신 선배님들의 연륜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지식과 경험이지만, 어느새 내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1995년 서울시 소방공무원으로 임용이 되어 공무원 선서를 하고 소방관으로써의 삶을 시작했다. 지방소방사 시보 시절부터 매일 제복을 입고 출근과 퇴근을 하던 패기 넘치던 20대를 보내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옷이 아닌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서 소방검열관이란 옷을 입고는 있지만 내가 소방관이라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이다.

요즈음 많은 젊은이들이 소방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인터넷에는 소방공무원이 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늘어나고, 소방공무원 입시를 도와주는 학원들도 증가 추세다.

며칠 전 시간을 내서 어느 한 소방입시학원을 방문했다. 자그마한 강의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모두 소방공무원이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선의의 경쟁자이자 대한민국 미래의 안전을 책임질 동료들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우선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고, 소방에서 요구하는 강인함을 보여주기 위한 체력시험을 거쳐, 신체검사를 통과한 뒤 마지막으로 면접까지 가야 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도핑테스트도 실시한다고 하니 소방관이 되는 길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만 비로소 119라는 이름의 옷을 입고 시민들 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소방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을 살펴보면, 2013년 광주의 경우 무려 46.6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2014년의 경우 대전은 무려 35대 1에 달하며, 서울시 구조분야 특채의 경우에도 31.1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소방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일까?

소방입시학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이 되면 퇴직연금 및 퇴직수당을 지급 받아서 노후생활이 보장된다고 하며,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도 있고, 국비로 대학 및 해외유학의 기회도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각종 처우 및 수당이 현실화되어 평생 안정적인 직장으로 사랑받고 있다고도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안정적인 직업만을 원한다면 굳이 힘들고 위험한 소방공무원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시민들의 삶 속 깊은 곳에 들어가 119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하는 것은 안락하고 쾌적한 삶보다는 힘들고 고생스러운 가시밭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마치 홈쇼핑에서 그럴싸한 물건을 보고 지름신의 도움을 받아 충동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평생 소방관으로 살아가는 동안은 끊임없이 고된 훈련도 받아야 하며,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가기 위해서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건 _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렇듯 소방관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참으로 많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더더욱 ‘소방관이 되면 근사한 복지혜택이 주어지고 평생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라는 홍보문구에 현혹될 일은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약 4만여 소방공무원이 있다. 소방에 처음 입문할 때는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안정적인 직장 때문이든지 아니면 사명감이든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오늘 시간을 내어 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서 보자. 언제부터인가 웃음기가 사라진 무표정한 얼굴, 공무원 생활로 인해 단단하게 굳어버린 몸과 마음,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감사함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그렇게 입고 싶었던 119 유니폼은 그냥 작업복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소방관의 맹세는 잊어버리고 그냥 하루하루를 시간만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지금도 숨 막히는 강의실에서 수많은 유혹들을 멀리한 채 소방관이 되기 위해 땀을 흘리며 공부하는 미래의 후배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 그들에게는 우리가 입고 있는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119 유니폼이 세상 어느 비싼 옷보다도 더 간절히 입고 싶은 그것이다.

요즈음 마음속에 감사함이 사라지고 보고 듣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불만이 생긴다면 다시 한 번 정신 차리고 마음속으로 외쳐보자. ‘나는 누군가의 꿈이다’ 라고 …


이 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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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집 한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라고 말한다. 단지 예쁘기만 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만족스러운 집을 짓는다는 것이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집을 짓는 다는 것은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그만큼 고통이 뒤따르는 법이다. 집을 짓는 시기, 예산과 규모 결정, 부지선정, 현장방문, 공적장부 검토 등 어려운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일반주택도 한번 건축하기가 힘든 일인데,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어울리는 소방서를 짓는 일은 당연히 그 고민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세종특별자치시 소방본부, 경남 남해소방서, 경북 경산소방서, 태백소방서 화전119안전센터, 중앙119구조본부 대구청사 등이 신축되었으며, 앞으로도 경기도소방학교 화재종합훈련장, 서울 성동소방서, 서울 은평구 소방행정타운 등이 신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소방서 설계기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소방관들을 위한 구체적인 안전 및 보건기준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2014년 7월에 작성된 서울 성동소방서 신축공사에 따른 설계기준 및 같은 해 10월에 나온 심사결과를 살펴보면 신속한 출동을 위한 공간배치와 출동동선을 강조한 내용이라든지, 소방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가스에 대한 대비책을 설계시 반영하라는 내용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이마저도 야간 당직자를 위한 당직실이 지상 3층에 위치해 있어서 야간에 30초 이내(주간 20초 이내)라는 차고지 탈출기준 시간에 맞추기 위해 뛰어내려오다가 부상을 당할 우려가 높다.

미국에서는 소방관의 안전과 보건을 고려한 소방서 및 훈련센터의 설계기준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방화협회(NFPA) 기준 1402, 1403 그리고 1500이다.

한편, 미국의 <FIREHOUSE>라는 소방잡지사는 매년 소방서 청사를 심사해서 디자인상(Design Award)을 수여하고 있다. 벌써 14년째 해 오고 있는 일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소방서 청사 건축 경험이 있는 전·현직 소방서장 4명과 건축가 2명이 심사의원으로 위촉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단지 외형적으로만 근사한 건물에 높은 점수를 주기보다는, 소방대원들의 보건, 안전 그리고 복지를 위한 따스한 쉼터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심사한다.

2014년 미국에서 건축된 소방서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소방서 청사 내부 어디에서든지 빠르고 효과적인 출동 동선을 구축하기 위한 공간배치, 건축비용이 크게 들지 않으면서도 소방대원들을 위한 다목적 훈련시설을 짓는다든지, 방화복 보관을 위해 통풍이 잘 되는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고, 여성소방대원의 수가 증가함에 따른 숙소 증설도 추세다.

여기에 소방대원의 암을 예방하기 위한 소방차 배기가스 배출시스템 설치, 유해가스로부터 소방대원을 지키기 위해 소방대원 숙소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 출동 후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방화복 전용 세탁기 및 세탁공간 확보, 보안을 위해 소방서 청사 주변 감시카메라 설치, 친환경 소방서를 구현하기 위해 자연 채광을 최대한 반영한 설계 등도 주목할 만하다.

2014년 디자인 금상을 수상한 애리조나 주 Buckeye Valley Fire Station No. 326


미국에서 소방서 청사를 신축할 때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수요조사(Needs Assessment) 단계, 기획(Planning) 단계, 디자인(Design) 단계, 그리고 건축(Construction) 단계다.

수요조사 단계에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지, 장비, 차량, 그리고 인원 등을 파악한 뒤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출동서비스를 갖추기 위해 청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적어도 향후 20년 동안 해당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성장도를 평가하여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기획단계에서는 지역사회 요소요소를 고려하고, 주변 이웃들의 상황 및 각종 제약사항 등을 파악해서 부지를 선정한다. 부지가 선정된 이후에는 환경 및 교통 평가를 실시하고, 추후 도로 증설계획이 있는지 또는 화재취약지구가 있는지를 연구한 뒤, 건축에 따른 예산을 편성한다. 예산 편성 시에는 현장답사비용, 기존 건물 철거비용, 각종 인.허가 비용, 컨설팅 비용 및 건물 표지판 등 세세한 분야까지 챙겨봐야 한다.

다음으로 디자인단계가 참 중요하다. 소방서 청사를 디자인할 때에는 안전, 다목적 훈련, 건물의 견고성, 향후 개보수의 용이성을 고려해서 설계한다.

마지막으로는 건축단계다. 소방서에는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사무용 공간, 소방대원들을 위한 숙소 및 주방, 출동차량 차고, 기타 구급대원들을 위한 위생실(Medical Room)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잘 반영해서 견고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개보수가 용이하게,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지어야 한다.

대한민국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제1조>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보건안전 및 복지 정책의 수립·시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한편, 소방공무원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소방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여 소방서비스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더 많은 소방서, 안전센터, 그리고 소방훈련시설 등을 짓게 될 것이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에너지를 활용하고, 지역사회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친환경적인 소방서를 지어야 한다. 또한 테러나 재해에 대비한 안전한 소방서를 지어 지역주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소방서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을 전적으로 건축 전문가에게 의뢰하기 이전에 소방서의 주인인 소방공무원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소방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과 보건이 최대한 반영된 소방관을 위한 안전 및 보건설계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소방서 청사는 소방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소방관이 보다 더 쾌적하게 근무하고, 안전하게 훈련하고, 건강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과 보건의 종합체>가 되어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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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2014년 겨울, 화상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13명의 서울시 소방관들이 옷을 벗었다.

바로 <2015년 몸짱소방관 달력>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휴일도 반납한 채 평상시 훈련으로 다져진 멋진 몸매를 드러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여기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 전문 사진작가들의 솜씨가 곁들어져 탄생한 달력은 금세 동이 났고, 이렇게 모인 금액은 치료가 필요한 아이에게 전달되었다.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던 2014년의 훈훈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각종 사고현장에서 극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소방관들도 소방관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고를 처리하면서 겪은 일들로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소방관의 삶과 행복은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국가차원에서도 소방관을 위한 <행복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필자는 소방관 스스로도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자원봉사 활동이다.

필자 역시 2011년 모 방송국에서 기획한 <코이카의 꿈>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스리랑카에 2주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생애 첫 봉사활동 치고는 규모나 난이도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봉사활동 중 하나로 기억한다. 하지만, 2주간의 잊지 못할 시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년 2주씩 휴가를 내서 봉사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스리랑카 봉사 이후로 2012년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 2013년 인천아시안실내무도대회, 2013년 충추세계조정선수권대회, 그리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매년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줄 시간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자원봉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소방관들에게 이로운 점이 참 많다. 봉사기간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내 직업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소방관이란 명예로운 직업을 허락해준 내 직장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된다. 결국 자원봉사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를 위한 시간인 셈이다.

소방관으로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고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참혹한 현장의 충격에서 미처 회복할 여유도 없이 또 다른 희생과 봉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내가 어려운 상황만을 찾아다니는 길을 선택했는지 이젠 우리 스스로도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런 노력중의 하나가 바로 업무로써의 봉사가 아닌 한명의 인간으로써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개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공사를 한다든지 목욕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어렵고 힘든 노력봉사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요즈음의 봉사활동은 의무, 통역, 안전 등과 같이 자신이 가진 재능과 전문성을 통해 봉사하는 재능기부가 대세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로 봉사하기 때문에 재미와 보람도 느낄 수 있다.

매년 대한민국은 수도 없이 많은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별로 정기적인 봉사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안전과 의무 분야다. 바로 소방관들을 위한 봉사들이 많이 있다는 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소중한 휴가를 내고 참여하는 봉사활동은 분명 소방관들의 삶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으며, 봉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원봉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소방관은 시민들의 따뜻한 이웃이 된다.

자원봉사는 진정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살펴보고 그동안 상처받았던 내 영혼과 육신이 위로 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바쁜 스케줄로 힘들겠지만 2015년에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과감하게 떠나보자.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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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타임’이란 용어가 부각되었다. 골든타임이란 본래 구급대원이나 의사들이 자주 사용해서 굳어진 말로써, 일반적으로 심폐기능이 정지되었거나 순환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중증응급환자들의 생존 및 예후가 결정되는 소중한 시간을 말한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각종 재난현장에서 인명구조 및 재산피해 방지를 위한 재난유형별 황금시간(골든타임) 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한 안전관리 기본대책중의 하나가 바로 2020년까지 화재현장 5분 이내 도착률을 99%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은 화재대응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며, 빠르고 신속한 출동을 통해서 화재로 인한 피해는 줄이고 응급환자의 소생율은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황금시간 목표제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오히려 일선 소방관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서울시 소재의 일선 소방서에서는 화재, 구조, 구급 차량에 대한 소방서 차고지 탈출 시간을 측정해서 매월 소방서별로 평가를 하고 있다. 소방차량이 차고지를 벗어나면 GPS가 이를 수신해서 소방서를 벗어난 시간을 기록해 주는 것인데, 이렇게 기록된 시간들을 근거로 소방서별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소방관의 안전은 배제된 채로 소방차의 차고지 이탈 시간만을 매월 소방서별 평가 자료로 활용하면서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 과열양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황금시간 목표제는 소방관들처럼 매일 훈련하고 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재난 및 안전관련 일반직 공무원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굳이 황금시간 목표제가 아니더라도 화재 및 각종 재난 현장에 신속히 도착하는 것은 모든 소방관들이 바라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화재는 소방관들의 작업시간을 지체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크게 번진 화재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은 그만큼 소방관 자신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서울 구로소방서에서 6년 1개월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설령 소방차가 아주 빠른 시간에 소방서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화재현장에 5분 이내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많다. 예를 들면, 극심한 교통정체, 소방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 소방차 길 터주기에 협조하지 않는 차량, 좁은 골목 안에 설치된 불법 돌출 간판, 골목길 이면주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경우 각종 재난현장에서의 안전 1순위는 바로 소방관이다. 한 명의 유능한 소방관을 배출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훈련과 경험이 요구되는지 알고 있는가? 소방관은 단순히 몸으로만 때우는 사람들이 아니다. 소방관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공부를 한다. 또한, 소방관은 전투기 조종사와 마찬가지로 비싼 장비를 운용하고 그 장비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도 수행한다.

무조건 빠른 출동만을 강조하다보니 출동 과정에서 많은 소방관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한 소방관은 빠르게 뛰어 나가다가 넘어져서 얼굴을 다치는가 하면, 또 다른 소방관은 자신이 미처 소방차에 탑승하기도 전에 닫힌 문에 손이 끼여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생긴 부상은 고스란히 당사자들의 몫이다. 화재현장에서 뛰지 말라고 하면서 소방서에서는 뛰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방관은 사람을 살리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소중한 국가의 재원들이 단순히 소방서 차고를 빠르게 빠져 나가기 위한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다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황금시간 목표제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재난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소방차 길 터주기, 골목길 이면주차 금지 등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아울러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전반적으로 사회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소방서 차고지만을 신속하게 탈출하여 그 시간을 평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본래의 황금시간 목표제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새롭게 시작된 2015년에는 소방관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황금시간에 대한 올바른 재해석이 필요하다. 또한 소방관들이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가급적 무의미한 평가는 지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관들이 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가족과 시민들 곁에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따뜻하게 봉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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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경기도소방학교와 필리핀 소방국간의 교육업무협약(MOA) 체결이라는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하고자 필리핀을 방문했다. 우리가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태풍이 막 휩쓸고 지나간 다음이었다. 지난 해 슈퍼 태풍 하이옌에 이어서 올 해는 태풍 하구핏이 필리핀 사람들의 마음을 멍들게 만들었다.

올 한해 경기도소방학교는 두 차례에 걸쳐서 필리핀 소방관들을 위한 국제소방관 과정을 지원해 줬다. 그런 경기도소방학교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필리핀 소방국은 우리를 제41주년 필리핀 소방의 날 행사에 초대했다. 행사장 앞에 놓인 빨간 카펫 위로 도열한 필리핀 소방국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순간 600여명의 필리핀 소방관들이 형제의 나라 대한민국의 소방관들을 우렁찬 박수로 맞이한다.

올 해 개최된 필리핀 소방의 날 행사에서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수고한 소방관들의 노고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으며, 필리핀 소방에 공헌이 큰 기업과 개인에 대한 감사패 전달이 이어졌다. 소방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로는 경기도소방학교와의 교육업무협약 체결식이 준비되었다. 이번 교육업무협약을 통해 필리핀은 매년 자국의 소방관들을 경기도소방학교로 보내 양국 간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필리핀의 인구는 약 1억명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지키는 필리핀 소방관의 숫자는 고작 1만7366명이다. 소방차는 총 1990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중 30% 정도는 이미 사용년수가 30년이 훌쩍 넘은 것들이며, 인구수에 비례하여 보면 아직도 1000여의 소방차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구급차는 모두해서 87대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재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기호흡기도 총 752개뿐으로, 현장 활동시 소방관들이 같이 나누어 사용해야만 한다.

소방교육 훈련을 위한 시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는 9개의 잘 갖추어진 소방학교가 있지만, 필리핀에는 비간부를 위한 소방학교가 1개, 소방간부를 위한 4년제 사관학교가 1개 있을 뿐이다.

우리가 방문한 필리핀 소방학교에는 때마침 650여명의 신임 소방관들이 아주 작고 허름한 강의실에 앉아 교육을 받고 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에어컨은 기대할 수도 없다. 그저 작은 선풍기 한 대만이 더운 바람을 내 뿜으며 외롭게 돌고 있다.

필리핀에 머무르는 동안 여러 소방서와 기관들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지금의 필리핀 소방의 모습이 초창기 대한민국 소방의 선배들이 어렵게 고생하던 시절의 모습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는 선진화된 소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리핀 소방은 한국, 싱가포르,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과의 교류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필리핀의 안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그들의 땀과 노력에서 필리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올 한해 대한민국 소방관들은 글로벌 리더인 대한민국 안전의 한축을 담당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조직개편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국가직 전환이란 당면과제 앞에서 다소 의기소침하고 조직에 대한 불평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필리핀 소방을 통해서 초창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이란 꿈을 키워오던 대한민국 소방의 어제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새로운 소방차와 장비는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소방관의 열정과 자부심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마치 누군가가 고급 승용차를 탄다고 그 사람의 인격까지도 반드시 고급이 아닌 것처럼, 비록 소방차와 장비는 낙후되었으나 소방관으로써의 열정과 자존감까지 낮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필리핀 소방관들이 가르쳐 주었다.

지금 내 주위를 살펴보자. 그리고 다가오는 2015년에는 지금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겸손함으로 한 해를 시작해 보자. 왜냐하면 오늘 우리가 자연스럽게 누리는 많은 것들은 누군가가 아주 간절히 원하는 내일이기 때문이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겸손함과 감사함으로 각자가 맡은 소임에 충실할 때 대한민국 소방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반드시 다가올 것이다.

2014년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인 여러분들!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경기도 소방학교가 지난 14일 필리핀 소방국으로 부터 초청을 받아 양국간 교육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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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소방엑스포에는 약 150여개의 안전 관련 세미나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 평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를 듣고자 미국 전역에서 베테랑 소방대원들이 세미나에 참석한다.

소방대원이란 직업특성상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비상구부터 챙겨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텐데, 세미나를 주관하는 모든 강사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소개하기에 앞서 비상구의 위치와 비상전화번호를 안내하는 것으로 세미나를 시작한다.

이것이 미국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속도는 대한민국에 비해 느리지만,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그 의견들로부터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그것이 비록 아주 작은 원칙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말이다. 물론 이런 배경에는 소송이 난무하는 미국 스타일의 법문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2009년부터 필자는 안전에 관한 세미나가 개최된다는 정보를 접하면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서 찾아다니고 있다. 2013년 국회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는 위험물질 사고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다룬 의미 있는 세미나였으나, 정작 세미나 참석자들을 위한 비상구 안내는 없었다.

안전이라는 것을 획일적으로 초급, 중급 그리고 고급레벨로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위험물질에 대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고급안전이라고 말한다면, 비상구에 대한 안내는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이다. 우리는 고급안전을 논하기 이전에 아주 작은 것부터 챙겨서 실천해야 한다. 보잘것없이 작은 안전의 습관들이 실천되어야만 소방관들의 안전이 우선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세미나 마지막에 질문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은 필자는 추후 국회에서 개최되는 모든 세미나에서는 비상구에 대한 안내부터 하는 것이 어떤가 하고 제안했고, 사회를 보았던 분들로부터 추후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2014년 다시 찾은 국회는 여전히 비상구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영화배우 현빈이 정조를 연기해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역린>을 보면 중용 23장이란 명대사가 등장하는데 이 내용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깨달음을 전해주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중용 23장)”


2014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크고 작은 참사를 겪으면서 계속해서 분노하고 좌절했다. 그런 대형 사고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중의 하나는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자 우리가 직접 만든 작은 원칙들조차도 지키기 못한 냉혹한 결과일 것이다.

비상구를 안내하는 일은 지금 내 건물을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정성스러운 배려이자 관심의 표현이다. 비상구를 안내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일도 결코 아니다.

이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소방서를 견학하거나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서 소방서를 방문한다. 또한 유관기관에서도 소방서에서 주최하는 여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소방서를 방문하고 있다. 우리 소방관들은 과연 우리를 찾아주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비상구를 안내하고 있는가? 안전전문가라고 불리는 우리들은 그들을 마음속으로부터 진심으로 배려하고 있는가?

단순히 비상구를 안내하는 것으로만 우리의 소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대한민국 소방관은 안전전문가로써 저마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대한민국 곳곳에 산재한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서 작은 무관심들이 하나 둘 모여서 큰 재난을 초래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수도 없이 목격해왔다. 지금의 모든 안전 관련 법규와 매뉴얼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흘렸던 소중한 피의 결과물이다.

안전이란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작고 세심한 배려에서부터 시작한다. 거창한 것들을 말하기 이전에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가르침이 새삼스레 가슴 속 깊이 다가온다.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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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필자가 근무하는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에서 한 미군 소령이 방화복을 입고 다른 소방대원들과 함께 출동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것도 가장 출동이 많다는 펌프차를 탑승하고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견학을 온 사람이 소방차 탑승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으나, 하루 이틀이 지나고 3개월 내내 그 미군 소령을 계속 보게 되었을 때 무슨 사연이 있겠구나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참고로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의 소방서장은 대한민국 공군의 원사라는 계급에 해당하는 Chief Master Sergeant이다. 하사관 중에서 가장 높지만 초급 장교인 소위보다도 낮은 계급이다. 그러니 소령이 사병들과 같이 훈련받고 심지어는 하사에게 지시받는 것이 필자로써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출동 후 잠시 쉬고 있는 미군 소령에게 다가가 왜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지에 관해 물어보았다. 내용인 즉은, 자신은 현재 헬리콥터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비번일이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소방대원이 되고 싶어서 필자가 근무하는 소방서에 의용소방대원으로 지원해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계급과 권위가 판치는 조직사회에서 살아가는 필자에게는 크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미군 소방대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배워가며 그것도 가장 낮은 모습으로 출동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이건 _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주지하다시피, 미국소방에는 소방간부후보생이라는 제도가 없다. 그래서 소방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현장에서부터 자신의 경력을 차근차근 밟아간다. 그런 점에서는 미국 연방 소속의 미 국방부 소방대원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충분히 장교로 입대할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교로 입대하면 소방대원으로써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일부러 사병을 선택하여 입대하는 것이다. 계급보다는 자신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한번 선택한 결정에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소방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이중에는 정책을 수립하는데 탁월한 사람도 있고, 소방교육에 출중한 능력을 보이는 소방관들도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현장이 좋아서 현장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선택으로 현장에 남기로 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소방을 위해서는 어느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소방이라는 한 가족 내에서 서로 간에 차별이란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요즈음의 대한민국을 비꼬아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이끌어 가는 세상’이라고 말한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현장을 기피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자조 섞인 목소리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소방의 최일선에서 수고하며 소방이 소방다울 수 있도록 자존심을 세워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소방은 현장을 가장 잘 알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열정을 가진 현장전문가들이 이끌어 가야 한다. 소방은 현장대응 및 예방을 위한 조직으로 시민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소방이 현장에 강할 때 소방으로써 존재의미가 있으며,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지식이 대한민국 소방의 미래비전을 제시해 준다.

큰 잔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이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구석에서 잠시 끼니를 때울 때가 많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서 현장에서 수고하는 사람들 또한 이와 마찬가지 입장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는 자신이 하고 싶고 또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 그 미군 소령을 현장에서 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이젠 대한민국도 현장이 좋아서 현장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해 줘야 한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장을 위한 정책과 배려가 결국은 대한민국 소방을 위한 정책이고 배려가 된다. 그런 정책과 배려가 대한민국 소방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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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대한민국 소방은 단순히 화재진압이라는 업무를 훨씬 뛰어 넘어 우리가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다.

우선 화재진압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뒤따르며 때로는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의 목숨까지도 위협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소방정책을 수립할 때 화재 진압활동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화재 및 각종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다각적인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예방활동은 적은 비용으로 피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극적 대민행정이다. 다양한 예방활동을 통해서 우리사회 곳곳에 산재된 위험요소를 찾아내어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예방활동이야말로 소방관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고 업무 연속성이 필요한 분야이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타성에 젖어 관행적으로 되풀이되던 순환보직의 폐해를 눈물겹도록 맛보았다. 정작 시스템과 매뉴얼은 갖추어져 있었으나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무책임함과 어수룩함이 더해져 아무 쓸모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대한민국. 재난에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안전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전관련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잘 만들어진 시스템과 매뉴얼도 그것을 사용하고 운용하고 유지 보수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우수한 안전전문가를 배출해 내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순환보직을 통해서 수없이 많은 아마추어 관료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일반 행정을 폭넓게 이해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는 양산되지만,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 안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2012년 안전행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일반직 전보자 5만2324명의 공무원 중에서 3년 이내에 자리를 옮긴 사람은 무려 87.2%에 달한다고 한다. 순환보직 속의 공무원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현장감이 많이 떨어지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위험조차도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많다. 새로 바뀐 업무를 파악하느라 바쁘다든가 담당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현장을 충분히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무책임한 변명은 이미 구태의연하다. 1995년 대한민국 소방에 입문하여 2001년 주한미군으로 자리를 옮긴 필자의 경우 19년 동안의 소방경력 중에서 화재예방 업무만 약 10년이 넘도록 해 오고 있다. 하지만, 10년이란 화재예방 업무의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으며, 새롭게 바뀐 기준이나 규정을 따라잡는 것에 힘들어 할 때도 많다. 그저 한두 해 업무를 배워서 될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물론, 순환보직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효율적인 인원 재배치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게 해서 궁극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능숙한 관리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순환보직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며 사적 이익을 쫓아서 부적절한 결정을 내릴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회사 내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조직 내적으로 상호 업무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협업에 의한 효과를 극대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난이나 안전 분야에서의 순환보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과 전문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재난상황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 16명 중 재난 전문가는 딱 한 명뿐이라는 사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내용이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대국민 담화에서 “순환보직제를 개선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각 부처별로 직위를 장기 재직이 필요한 분야와 순환보직이 필요한 분야로 구분해 관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어떤 정책도 흠 없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재난 및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순환보직이라는 본래의 제도 취지와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보편적 복지향상이라는 목표와의 상관관계를 잘 연구해서 보다 책임 있고 균형 잡힌 인사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괘씸죄의 결과로 인사발령을 낸다거나 친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인사발령을 내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행정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안전시스템과 매뉴얼의 중심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순환보직 역시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마땅하다.


이 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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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세계 최강국 미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문명화된 국가 중에서 가장 화재에 취약한 나라 중에 하나로 평가 받는다.

미국방화협회(NFPA)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124만건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3240명이며, 1만5925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었다. 재산피해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12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소방대원들은 25초 마다 출동하고 있다. 출동 건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방대원은 그 만큼 더 많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순직하는 소방대원의 수는 평균 100여명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소방대원의 안전을 1순위로 여긴다.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기 이전에 소방대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의미다.

미연방소방국(USFA)을 비롯한 정부기구들과 미국방화협회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소방대원의 안전을 연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양성에 기초를 둔 미국소방은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운영위원회’를 상시 운영해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폭넓은 의견을 청취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 소방서에 설치된 소방차 배기가스 제거시스템


해마다 대한민국에서도 평균 8명의 소방관이 순직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훈련과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재원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안전이 중요하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화재와 각종 사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사람들이 ‘재난의 골든타임’을 잘못 해석해서 소방관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빠른 출동과 빠른 화재진압만을 강조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잘못된 계획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고스란히 현장을 담당하는 소방관들의 몫이 된다.

이밖에도 소방관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소방서 내부에도 많이 있다. 소방관들의 안전과 보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방서 청사 설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단체인 국제 암 연구기구(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소방차에서 배출하는 경유엔진 배기가스(Diesel Engine Exhaust)가 소방관의 암을 유발하는데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 환경청(EPA), 미 연방 산업안전보건청(OSHA), 미국방화협회 등도 소방차 배기가스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소방관 암 예방협회(The Fire Fighter Cancer Foundation)와 일선 소방서는 암을 유발하는 배기가스의 위험성으로부터 소방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방대원이 거주하는 숙소에는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고 있으며, 소방차 배기가스를 제거하기 위한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소방서 차고 바로 옆에 안전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소방차 시동점검시 소방관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장소가 되므로 향후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소방관들은 업무 특성상 여러 가지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미 연방 산업안전보건청에서는 작업 중 발생하는 소음의 수치가 85㏈ 이상이면 소방대원의 청각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귀마개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소방서 내에서 사용하는 각종 위험물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고용주인 소방서장은 종사원인 소방대원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방화복만을 위한 전용세탁기를 독립된 공간에 비치해 소방서에 복귀한 뒤에도 2차 감염에 따른 예방조치까지도 실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소방서의 주인인 소방대원들이 보다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다.

미국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중심에는 안전담당관(Safety Officer)의 역할이 매우 크다. 안전담당관의 직무는 소방서 청사 안전점검, 소방대원의 예방접종과 감염기록 관리, 현장안전, 각종 안전사고보고서 작성, 소방서 안전위원회 운영, 개인보호장구 청소와 청결상태 점검 등이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 바뀐 안전기준과 규정을 연구하고 소방대원을 교육하는 업무를 한다. 이 모든 업무의 든든한 후원자는 바로 소방서장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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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2명과 2박3일간의 ‘소방여행’을 다녀왔다. 소방여행이란 용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소방여행은 기존의 관광지나 맛집을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소방을 아끼고 사랑하는 보석 같은 소방인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소방이란 다양한 분야에서 소방인으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만난다. 그래서 소방여행은 ‘대한민국 소방의 희망 불꽃을 이어 받아 또 다른 곳에 전달하는 소중한 의식’이기도 하다.

우리의 여정은 대전을 기점으로 해서 충북 음성 그리고 진해에서 마무리 되었으며, 길 위에서 만난 소방인들과 기울인 소주병의 수는 우리의 소방사랑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소방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하다. 만나서 조금만 대화를 해보면 금세 같은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소방이라는 유니폼을 입고 어설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곳곳에 이렇게 확고한 의지와 철학을 가진 소방인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의 시간들이었다.

소방의 국가직에 관한 이야기, 국민안전처로의 조직개편 이후의 예상되는 변화들, 앞으로 소방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 소방관의 안전과 교육미래에 관한 이야기로 하루를 꼬박 채우고 보니 아침 8시 반에서 시작된 소방이야기는 정확하게 다음 날 새벽 1시 반에 끝이 났다.

대한민국 소방의 현안들을 살펴보면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안들이 많다. 예를 들면 국가적으로 소방의 정확한 위상을 수립하는 것도 당면과제이고, 재난에 강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유능한 현장지휘관 육성도 시급하다. 또한 10년 남짓 되는 소방방재청을 역사의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넘어 앞으로 소방인들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도 같이 모색해야 한다.

이 모든 책임을 대한민국 소방공무원만이 질 필요는 없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만난 다양한 소방인들 중에는 대한민국 군대의 소방을 책임지는 현장지휘관도 있었으며, 소방제품기준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엔지니어도 있었고, 진해에 위치한 미 해군기지소속의 한국인 소방관들도 만났다. 이렇게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소방인들은 분명 대한민국 소방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성에 기초해서 보다 합리적인 소방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조력자들이 된다.

‘소방여행’을 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 소방에는 다양한 분야의 소방전문가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다양한 분야의 소방인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하면 재난에 강한 소방을 만들어가야 할지 함께 방안을 모색할 의욕적인 소방인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저 자그마한 틀에 갇혀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편협하다. 자칫 대한민국 소방에게 큰 누를 끼칠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소방인들은 자주 만나서 자신이 믿는 가치들이 맞는지 혹은 틀리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승진공부도 해야 하고 자격증 취득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소방인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방의 존재이유와 소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만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내 주위를 안전하게 비추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위험을 무릅쓰고 각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대원들 (출처 : 경향DB)


‘작금의 흔들리는 대한민국 소방의 미래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의 소리에 귀 막고 사무실에서 뚝딱하고 만들어내는 정책들은 오히려 소방관들을 아프게만 할 뿐이다.

내가 소중하게 경험한 ‘소방여행’을 전국의 소방인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며 안전을 책임지는 우리는 이미 큰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아닌가. 서로 자주 만나서 그 희망의 불꽃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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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누군가가 군대에서 별을 달면 동네 마을 입구에는 여지없이 현수막이 내걸린다. 마을은 금세 잔치 분위기가 되고 자식을 잘 키운 부모는 곧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뀐다. 그렇게 그 마을은 또 한 사람의 출세자를 배출한 명소가 되고 한동안 현수막은 마을 입구에서 나부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출세를 원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출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신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가 출세하면 곧바로 돈, 명예 그리고 권력이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주위사람 누군가가 군대에서 장성이 되고, 판사 또는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공무원, 연예인이 되면 그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진정으로 출세한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두루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나를 인정해 주고 보다 더 많은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자신이 선물로 받은 큰 혜택을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출세자로써의 소명의식과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오로지 외형적인 출세만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은 서울구치소이다. 자신이 가진 힘과 돈과 지식을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사용하거나, 또는 자기 주변의 몇몇 특정인들만을 위해서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언론을 통해서 고개 숙인 출세자들을 수도 없이 많이 만나보지 않았는가?

2010년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출세 만세>라는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이 시대의 진정한 출세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진정한 출세란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이 세상이 나를 불러주었을 때 세상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SBS 스페셜' 4부작 다큐 '출세만세'에 출연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출처 : 경향DB)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소방관은 이미 출세한 사람들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충분히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고 있지 않는가. 의사는 치료행위를 통해 사람을 살리고, 소방관은 전문성과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 사람을 살린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관은 아주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한다. 기본적으로 화재, 구조, 구급이 그렇고 그 외에도 전기, 기계, 건축, 위험물, 테러, 교육학, 심리학, 행정법, 소방법 등도 공부해야 한다. 이 모든 공부들이 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친 준비를 마치고 세상이 우리를 불러주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출세자로써 힘든 봉사의 길을 망설임 없이 달려가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소방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조직개편도 그렇고, 소방관의 복지와 처우개선도 그렇다. 하지만 진정으로 출세한 사람에게 반드시 여유로운 연봉과 처우가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방 내부에서 진정한 출세자로써의 소명의식이 결여되면 우리는 금세 타성에 젖어 구태의연한 탁상행정으로 시민을 더 이상 감동시키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봉사가 더 이상 봉사가 아닌 고통과 불만이 된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저 한두 해 공부해서 될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관 개개인이 자신이 가진 능력과 적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소방이란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정하고 그 분야에서 적어도 10년은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순금과 같이 정제된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소방관들은 이미 출세한 사람들이다. 이런 자긍심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소방관들의 노력과 전문성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왜 소방관을 출세자로써 대접하는 일에는 소홀한지 모르겠다.

소위 외형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서 누리는 특권은 상당하지만 그들이 과연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기여한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소방관들은 진정으로 출세했지만 아직 대한민국이 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그들의 봉사가 의미 있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의 전문성이 더욱 빛이 날 수 있도록 정부는 소방관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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