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방송에서 소방서장의 관용차량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서의 1호차라고 불리는 관용차가 화재나 구조현장에 출동하기보다는 회의나 행사에 참석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내용이다. 거기에다 소방서장을 위해 관용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현직 소방관이라서 더 큰 문제점이란 골자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종 재난현장에서 수백 명의 소방관을 진두지휘하는 소방서장이란 직책은 참으로 영예롭고도 존경받아야 할 자리이다.

관내에 발생한 대형화재나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라면 재난현장의 최종 지휘관으로써 소방서장이 출동함이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현장에 소방서장이 반드시 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소방서장이 아니더라도 사고현장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지휘관은 일선 소방서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필자는 소방서장이 더 많은 회의와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1호차는 소방서장이 직접 운전한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소방서장은 재난현장과 행정을 잘 아는 소방전문가로써 여러 회의와 행사에 참석해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필요하다면 소방서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소방서장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소방서장이 되기 위한 이상적인 자격요건은 화재현장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현장경험이 적은 사람이 소방서장으로 임명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일단 소방서장이 되면 지역사회의 훌륭한 롤모델로써 존경을 받게 된다. 하지만 존경과 더불어 많은 업무량도 요구받게 된다. 예를 들면 예산을 효과적으로 배정해 집행한다든지, 신규 임용된 소방관들을 교육시킨다든지, 소방서의 규정과 절차가 올바르게 집행되는지 관리감독을 하는 것이다.

소방서 내적으로는 소방서장 자신도 한 명의 훌륭한 소방관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교류하고 유관기관들의 역할을 이해하며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역 내의 선출직 공무원, 의회 의원들 그리고 의용소방대원 등 방문할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소방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과의 건강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소방서장이 정치적으로 어느 당을 지지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서장은 소방서의 우선순위를 잘 파악해 시민들의 안전에 사각지대가 없는지 항상 살피고 연구해야 한다. 단순히 인원보충이나 예산 증가를 말하기 보다는 지역사회의 소방안전을 위해 어떤 도전과제를 안고 있는지 지적이면서도 명쾌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는 소방서장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ire Chiefs)가 있다. 미국의 소방서장들은 협회에 가입해서 지역사회의 안전과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움을 받으며 협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왜 소방서장이 안전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면 2014년 9월 8일 미국의 소방서장협회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모금행사에 동참했다. 이렇게 해서 모금된 돈은 환자들을 위해 기부됐다.

또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해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안에 관해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의 역할과 입장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동료 소방관들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소방서장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하면 소방관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효과적으로 지켜내느냐’ 하는 것이다.

소방서장은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료 소방관들과 지역사회의 주민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동료 소방관과 시민 개개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만나는 개인과 단체들에게 안전한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소방서를 포함해 지역사회의 모든 단계에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통해 재난에 강한 소방서를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도 소방서장은 더 많은 회의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역사회를 향한 소방서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소방서장은 앉으나 서나 안전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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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소방학교에서 아주 의미 있는 교육이 개최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지인의 연락에 흔쾌히 휴가를 내고 필리핀 소방관들과 동행했다.

특히 이번 교육에는 필리핀 소방국장을 비롯해 필리핀 소방정책의 핵심인력들이 대거 참여해 필자는 왠지 모를 흥분과 기대감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9월 15일부터 개최된 2주간의 교육. 그들과의 아주 특별했던 동행을 소개한다.

필리핀은 현재 급성장중인 나라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인구는 1억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다. 1만7000여명의 소방관이 필리핀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사고 46%가 수도 마닐라에서 발생한다. 마닐라 외에도 필리핀의 7100여개의 섬에는 태풍을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필리핀에 불어 닥친 한류열풍 때문인지 한국의 음식, 영화, 드라마 그리고 K-POP에 대하여 이해가 깊었다. 그 일례로 필리핀 소방국(Bureau of Fire Protection)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4시에 1층 주차장에서 전 직원이 모여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음악에 체조를 즐긴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기증받은 10여대의 소방차와 국내 모기업에서 제조한 공기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한국 소방제품에 대해서도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많은 수의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필리핀의 소방정책을 담당하는 14명의 고위직 소방관들은 교육기간 내내 소중한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연신 카메라를 터트렸다.

경기도소방학교에서의 2주간의 교육은 개인보호장구, 구급, 산악구조와 자동차구조, 화재조사, 소방시설, 소방관 체력관리, 헬기구조, 본부·소방서 견학, 재난교육시설·산업체 견학으로 구성됐다.

경기도 소방학교를 방문한 필리핀 소방국 간부가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산악구조 훈련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동건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많은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필리핀 신임 소방관의 연봉은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보잘 것 없는 600만원 정도다. 56세에 정년퇴직을 하는 하면서 퇴직후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으로 재취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어린 아이들의 교육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같은 부모로써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모든 과정에 열정과 진지함으로 임하는 그들과의 아주 특별했던 2주간의 동행을 통해서 의미 있는 깨달음을 선물로 받았다.

필리핀 소방관들은 대한민국의 넓게 트인 도로망, 세계 최고수준의 IT강국, 미국의 911 상황실보다 낫다고 평가한 대한민국의 재난종합지휘센터, 소방학교의 최첨단 시설들을 높게 평가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들이다.

우리에게는 부담으로만 다가왔던 소방학교의 각종 교육들이 필리핀 소방관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다른 사람의 실수에 인색하고 빠른 것에만 익숙했던 대한민국과는 달리 타인의 실수를 질책하지 않으며 격려하고 미소 지어주는 낙천적인 성격의 필리핀 소방관들이 한없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들.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것들에 대해 우리는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한다고 불평만을 늘어놓았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7%가 다시 태어난다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하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가 더 이상 감사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필리핀 소방관을 보면서 대한민국 소방인으로써 나는 과연 어떤 덕(德)을 쌓았기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이 소중한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였다.

그들과 헤어지기 바로 전날.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나는 바보처럼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많은 것을 가진 나를 오히려 위로해주는 그들은 내가 평생 소방인으로 살아가는데 아주 큰 의미로 남았다.

나는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인들이 지금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세상을 향해 더 많은 것들을 나누어 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기를 말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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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2014년 9월 어느 날 저녁. 땅거미가 진 경기도소방학교 훈련탑 밑에 한 무리의 새내기 소방관들이 모여 있다. 이미 하루 훈련을 다 소화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쉬운 것이 있나 보다. 그들을 잠시 지켜보면서 1995년 서울 구로소방서에 처음으로 발령받았던 나의 신임 소방관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순수함과 열정으로 가득 찼으며 대한민국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충만하게 무장된 시절이었다.

때로는 출동벨 소리에 식사를 거르기도 하고, 난생 처음으로 죽은 시신을 수습하며 무서워하기도 했다. 화재현장에서 울부짖는 희생자들의 눈물을 보며 나도 마음속으로 울었으며, 대형화재라도 있을라치면 현장에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화재와 싸우기도 했다.

위험물질 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며, 불을 끄고 세수를 하면서 왜 검은 가루가 코에서 나오는지 신기해하는 어리석은 일도 있었다.

먼 지방에서 올라오느라 결혼식장을 찾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구급차로 모셔 간신히 예식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을 때 많은 하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우리 구급차는 또 그렇게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동료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기사를 들으면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생겨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고, 소방서에 찾아와 감사하다고 말하는 시민들을 만나면 어깨가 으쓱하고 올라가기도 했다. 인생이 오욕칠정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면 과연 소방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세월이 흘러 소방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새 19년이 되었다.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을 거쳐 주한미군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뒤 나는 어느새 대한민국 소방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한 명의 소방인이 되었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 내가 바로 그 모양새다.

소방인이란 누구인가? 필자는 소방인을 대한민국 영토 내에 거주하는 사람 (외국인 포함)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소방과 관련된 분야에서 종사하거나, 소방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하거나 또는 교육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많은 소방인들이 소방과 인연을 맺은 데에는 각자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향후 유망한 직업이여서든, 지인의 추천이든 하는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소방인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다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소방인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며칠 전 한 언론자료에서 소방공사 감리업체의 허위 보고서 제출이 만연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또한 4000개가 훨씬 넘는 불량 불꽃감지기가 무려 400개가 넘는 대상물에 설치되었다고도 한다. 중국산 소화기가 국산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전국 100여 곳의 대형빌딩 등에 방염처리가 날림으로 시공되기도 했다.

일부 소방관은 비리에 연루되기도 하고 조직 내에서 직위를 이용한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요즈음 대한민국 소방인들은 소방이라는 옷을 입고 저마다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국가직, 지방직, 조직 이기주의, 출세, 자리보전, 선배와 후배, 자신의 이익추구, 무사안일, 순환보직 ….

세월호 참사에 대응해야 했던 많은 부서들이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역할마저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질타를 받았다. 해경과 해수부는 과연 어떤 꿈들을 꾸었기에 자신들의 역할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내가 소방인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과연 우리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같은 꿈을 꾸고 있는가? 그리고 그 꿈을 위하여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해경과 해수부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한민국 소방인들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라고 묻고 싶다.

늦은 저녁 훈련탑 아래서 훌륭한 소방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새내기들처럼 맨 처음 소방과 만났을 때를 생각해 보자. 순수하고 열정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우리는 소방인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인이 같은 꿈을 꾸며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소방인으로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 하고 나는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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