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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9 [이철희의 정치시평]대통령과 반(半)통령
  2. 2015.02.09 [이철희의 정치시평]유승민 효과

대통령제의 원조국가라서 그런지 미국에는 대통령의 날이라는 게 있다.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처음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생일 2월22일을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했다. 후에 분단의 위기를 막아낸 링컨 대통령도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대두됨에 따라, 링컨 대통령의 생일 2월12일과 워싱턴의 생일 사이 중간 날짜로 정했다. 1971년에 매년 2월의 세 번째 월요일로 고정됐다. 명칭도 대통령들의 날(Presidents’ Day)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날을 지정하자고 하면 진보와 보수 간의 큰 다툼이 쉽게 예상된다. 보수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들을 기준으로 삼자고 하고, 진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을 근간으로 세우려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자 하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날선 공방에 분열만 가중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따라 어떤 대통령을 존경하는지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누구를 좋아하는지가 서로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곧 분열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호오의 감정이 찬반의 대립으로 표출되도록 만드는 건 정치다.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누가 더 잘했다고 강변하고, 누구는 못했다고 매도한다. 과거가 현재의 편 가르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역사가 크로체의 말 그대로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기 때문에 이 또한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잘했는지에 대한 주장을 사실에 입각해 차분하게 펼치는 것이 아니라, 온통 반대편의 우상을 폄훼하고 악마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혐오정치(hate politics)다. 혐오범죄가 그렇듯 혐오정치는 부정과 불신을 부추긴다. 이 혐오정치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서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내 탓이오’가 없다.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는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 모든 것을 진영논리에 입각해 판단하고, 행동한다. 야당 대표일 때는 현직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더니, 대통령이 되어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야당을 힐난한다.

대통령도 정당 공천으로 출마해 당선된 것이니 당파성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에게 초당파성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헌법에는 없는 국가원수 규정을 헌법 66조에 두고 있다. 헌법개정 제안권(128조), 국민투표 부의권(72조) 등도 대통령에게 통합·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권장하기 위한 것들이다.

대통령이란 단어는 그간 쓰이던 통령이란 말에 대(大)자를 붙인 것이다. 일본이 president를 대통령이라고 번역한 데서 비롯됐다. 영어의 어원은 앞(pre)과 자리하다(side)가 결합된 것이다. 앞에 앉아서 사회를 본다는 의미다. 어떤 편이 아니라 서로 다른 편의 논의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한다는 얘기다. 원래 어원도 그렇고, 우리 헌법에도 초당파성을 명시해 놓았다면 대통령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당파성으로부터 늘 초연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때 통합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만큼은 일종의 강제사항이다. 조정자, 통합자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순간 대통령은 반통령(半統領)으로 전락하고 만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6주년 3.1절 기념식장에 입장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지금의 박 대통령은 딱 반통령이다. 40%도 안 되는 지지율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는 건 그가 분열보다는 통합에 충실하다고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통합을 지향하나 그 성과가 미미한 탓에 지지율이 낮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지율은 하나의 척도일 뿐 그것 하나만으로 반통령이라는 건 아니다. 이유는 이렇다.

박 대통령은 인사나 정책에서 야권 또는 진보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적으로 보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하는 때도 있다. 핵심 요직에는 영남이 득세하고, 좋은 자리에는 줄줄이 낙하산이다. 복지나 경제민주화 공약은 수정·파기됐다. 이러한 반통령의 길은 실패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성공의 길도 있다. 명실공히 그 이름과 헌법이 요구하는 대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직에 있다고 곧 대통령은 아니다. 대통령다워야 대통령이다. 무릇 얻으려면 먼저 주라(與之爲取)고 했다. <사기>의 이 충고, 얼마나 유용한가. 혐오정치가 아니라 포용정치로 가야 한다. 그래서 훗날 대통령의 날로 기념되지는 않더라도 그런대로 괜찮았던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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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정치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나의 결과나 현상에 매몰되면 금세 뒤처지거나 길을 잃게 된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건 정치의 숙명이다. 영국의 노동당이 1979년부터 18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할 때 당의 내부에서 10년 넘게 혁신 작업을 주도하던 인물이 필립 굴드다. 그는 원래 여론조사, 홍보 전문가였다. 2011년 61세의 나이에 세상을 뜬 그를 두고 토니 블레어는 ‘길을 찾는 사람(pathfinder)’이라 평했다. 굴드가 노동당 집권의 길을 연 선도자라는 얘기인데, 굴드는 그 여정을 끝없는 혁신의 연속(unfinished revolution)이라고 칭했다. 정치의 핵심을 잘 짚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신년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30%를 못 넘어서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여론이 60%를 넘기고 있으니 여권으로선 심각한 위기다. 집권 2년도 못돼 닥친 대통령의 몰락이니 여권으로선 당황스럽고 허둥댈 수밖에 없다.

어떤 해법을 찾을까 유심히 지켜봤는데, 역시 새누리당은 위기를 다룰 줄 아는 정당이다. 2004년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 아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그들은 신예 박근혜를 얼굴로 내세웠다. 성공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박근혜 카드를 뽑았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당의 다수파이던 친이그룹조차 공천권 등 비상대권을 박근혜에게 맡겼다. 성공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2015년 2월 예기치 않게 엄습한 위기, 새누리당은 위기탈출의 해법으로 유승민 카드를 선택했다. 2004년 17대 총선과 2012년 19대 총선 때의 위기 돌파와 같은 해법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2004년만큼 위기의 강도도 세지 않고, 2011년의 박근혜만큼 대중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은 정당답다.

열린우리당 시절 위기 앞에 남 탓 공방에 당내 갈등만 키워 결국 무너졌던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엄두도 내기 어려운 터닝이고 기율이다. 선당후사를 외치는 건 새정치민주연합인데, 실제 그 정신이 작동하는 건 새누리당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선택에서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은 부차적이다. 본질은 다른 데에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개혁적 스탠스로 승리했다. 그러나 그는 인수위에서부터 보수적 스탠스로 회귀했다. 경제민주화를 버렸고, 복지 공약을 축소했다. 여권 내에서도 낡은 보수들이 득세했고, 개혁파는 위축됐다. 대통령의 몰락이란 상황을 개혁파가 기민하게 기회로 잘 포착해냈다. 유승민 카드의 본질은 비박이 아니라 개혁이다. 현재의 여론지형과 선거에서 개혁적 보수가 아니고선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승리했다는 얘기다. 유 원내대표는 보수의 본거지인 대구 출신임에도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개혁파다. 경제통이기도 하니 2012년 대선 때의 박근혜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존재다.

유 원내대표에게 부족한 건 대중성이다. 낯선 인물이다. 따라서 여권이 위기국면을 수습하고, 야당의 공세를 무디게 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유승민 효과’가 ‘유승민 현상’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초반의 메시지 관리를 보면 시작은 괜찮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벽을 넘어서야 하고, 김무성 대표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당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및 공무원단체 노조대표 간담회에서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 인사를 한 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에게서 개혁 요소를 털어내고 낡은 보수로 돌아가게 한 세력의 공세도 이겨내야 한다. 그들도 당장은 공세를 자제할 것이다.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이고,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총선에서의 패배는 너무도 큰 시련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 참아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그 힘으로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생기면 유승민 효과는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등장이 야당에도 불편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의 박근혜처럼 유 원내대표가 야당 역할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독점이 새정치민주연합이 누리는 엄청난 이점이니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진보진영은 민주 대 반민주의 찬반구도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프레임에서 우열을 다투는 구도로 전환해야 유리하다. 유 원내대표의 등장은 전환의 좋은 계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가 개혁성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어렵지만 그게 결국 이기는 길이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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