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활용처가 늘어나고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점이 나왔다. 새로운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폭락한 것처럼 자칫 거품이 꺼질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새로운 고효율의 글로벌 금융네트워크인 비트코인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최근 가격급등으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비트코인은 투기와 범죄에 악용될 수 있고, 이를 구제할 법률이나 기관도 없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미국·유럽선 이미 수용… 새로운 전자금융 패러다임 제시

2013년 비트코인처럼 많은 논쟁과 화제를 이끈 주제도 별로 없을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 선정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꼽히는가 하면 미국 상원에서 두 차례 관련 청문회가 열렸고 중국 대륙이 들썩일 정도로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하루아침에 월드스타급 유명세와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긍정과 부정이 극단적으로 교차하고 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세간의 인식에 비쳐보면 그리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악플 자체가 아니라 악플의 내용을 구성하는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때아닌 ‘화폐 자격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격증과 스펙 만능주의가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논쟁에서까지 위력적인 프레임으로 작용하게 될 줄이야.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자격을 중앙은행이 인정하고 말고가 갑자기 모든 논의의 핵심이 됐다.

각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실제로 한두 해 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돼 온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로만 바라보면서, 화폐로서의 자격 여부를 갖느냐 마느냐를 금융당국이 규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사회적으로 논의해 온 과정에서 이런 ‘자격 논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러 갈래의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 핵심은 언제나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와 그것에 쏠린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사회적 혁신의 기회로 만들 것인가였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말고는 전혀 논의의 중심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으며 점점 그 쓰임이 늘고 있는데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화폐로서의 자격을 부여하고 말고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비트코인을 화폐 또는 투기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비트코인은 전자적 화폐이기에 앞서 글로벌 전자지불 네트워크이자 새로운 유형의 금융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플랫폼이다. 중앙 통제적인 금융기관의 개입을 배제했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이다.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참여자 모두에 의해 관리와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도 그렇다. 중앙 관리기관 없이 사람들의 컴퓨터와 컴퓨터를 이어 직접 거래하도록 하는 ‘P2P’(peer-to-peer) 방식의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포함한 모든 활동이 이뤄진다. 비트코인은 발행부터 네트워크의 관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진다. 사람의 손길 또는 정치 따위가 이 규칙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

비트코인 거래는 e메일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사이에 돈이 오가는 P2P 방식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전혀 새로운 전자 금융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것을 낡은 프레임 속에 가두려고 하는데서 오해는 발생한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신기루 또는 튤립버블처럼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금융에 대한 수요를, 저비용 고효율의 방식으로 네트워킹한 것의 가치 역시 거품에 불과할까? 비트코인의 화폐적 가치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런 네트워크적이고 플랫폼적인 성격에서 비롯되는 고유의 ‘내재가치’ 때문 아닐까?

비트코인에 화폐의 자격을 운운하거나, 오해에 기반을 둬서 그 가치가 거품이라는 주장을 대하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테스가 생각난다. 사람을 침대 길이에 맞춰 죽이는 것처럼 비트코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 역시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존 화폐와 금융시스템에 끼워 맞추려고만 든다. 자신의 사고를 새로운 대상에 맞추는 게 아니라 대상을 사고에 맞춰 이리저리 뒤바꾼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태생과 목적이 다른 새로운 금융 기술을 놓고 기존의 법정화폐와 달라서 자격이 없다고 말하다니! 비트코인은 단지 디지털 골드가 아니다. 화폐도 아니다. 투기수단으로 개발된 건 더더욱 아니다. 비트코인은 이 모든 것의 중층적인 조합이다.

2014년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비트코인이 가져올 혁신이 조금씩 현실화하리라는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2014년에는 보다 많은 비트코인 관련 응용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이들이 낯섦과의 간극을 메꿔주며 비트코인은 더 친숙해지고 생태계는 더 견고해질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파른 가치상승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전 세계적으로 참여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인프라를 이루고 있는 마이너(채굴자)의 집합적 컴퓨팅 파워가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2014년엔 이 흐름이 더 가속될 것이다. 중국에서의 투기 열풍도 중앙은행들의 입장발표도 그냥 참고만 하라.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비트코인이 현실에서 어떻게 채택되고 쓰이는가이다.

<김진화 |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Korbit) 이사·<넥스트머니 비트코인> 저자>

 

(경향DB)

 

■ 해킹 위험에 관리 감독 기관 없어 범죄에 악용 여지

최근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디지털 시대가 낳은 신개념의 결제수단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비트코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네이버 캐시’와 같이 실제 돈은 아니지만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 결제수단 중 하나이다. 이러한 비트코인이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유럽연합이 키프로스에 구제금융을 주는 조건으로 예금에 세금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해 많은 예금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예금을 옮겨갔고 이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유발시켰다. 이후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발표를 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거기에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더해지면서 시장은 점차 과열양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과열양상은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첫선을 보였을 때 5센트 수준이었던 가격이 4년10개월 만에 그 가치가 2만배 이상 높아지면서 1000달러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는 사람들에게 황금빛 투기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비트코인은 2009년도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 2145년까지 총 2100만 비트코인을 발행하도록 설계했고, 비트코인의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10분 단위로 거래기록을 암호화하는 과정을 ‘채굴(Mining)’이란 용어로 실시해 가장 빠르게 암호화한 사람에게 25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주고 있다. 이러한 ‘채굴’을 하는데 복잡한 수학풀이 과정이 많아 고성능 컴퓨터가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채굴을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은 거래소를 통해 1%의 수수료를 내고 거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이 큰 폭으로 이루어진다면 해킹을 어렵게 하는 ‘채굴’ 과정 대신에 해킹을 시도하여 큰 이익을 내려는 세력이 생겨날 것이다. 이미 덴마크 및 호주의 비트코인 거래소는 해킹의 공격을 받아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도난 당하는 등 해킹의 위험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해킹의 공격으로 인한 위험성뿐 아니라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트코인은 관리, 감독을 하는 기구나 기관이 없기 때문에 보유자의 개인정보가 기록되지 않아 거래의 익명성이 있다. 이는 비트코인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특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익명성은 탈세, 돈세탁, 마약거래, 도박 등의 범죄에 활용될 여지가 많으며 시장이 더욱 커질 경우 지하경제 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해킹공격을 받아 5400 비트코인을 분실했다는 ‘시프마켓플레이스’도 불법무기, 마약 및 불법 약물을 판매하던 불법적인 사이트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음성적인 부분에서 비트코인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투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총 발행량을 2145년까지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한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실물이 없는 인터넷 코드로 구성된 비트코인을 어느 누군가가 복제를 한다거나 불법적인 발행을 한다거나 하는 신뢰성의 문제가 발생해 가치에 대한 불안이 싹트는 순간 급등한 가격 거품은 한순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람들 중 일부는 투자금을 쉽게 현금으로 교환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이중의 가격하락을 겪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구제할 법률 또한 미비하고 중앙통제기관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및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에서 규제가 확대되면서 유통의 자율성도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특징이기도 한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점차 국가들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결제수단으로서 각광받았던 가치도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에서 개인간, 상호간의 판매가 된다면 국가의 규제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만약 이와 같은 거래가 늘어날 경우 세금 및 불법여부의 문제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는 위축될 것이다.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인터넷과 모바일기기에 익숙한 대중들 사이에서 성장한 비트코인은 분명히 앞으로 가상화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첨가된다면 새로운 미래의 결제수단의 탄생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예측해본다.

<김홍년 |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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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대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인문계열 학생들도 의대와 치대, 수의대 등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서울대에 문·이과 교차지원안 재검토를 요청해 결론이 주목되고 있다. 교차지원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창의적·융합적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문·이과에 상관없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쪽에선 교육과정과 수능체제의 개선 없이, 입시를 1년도 남기지 않은 학생들에게 교차지원을 적용한다면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수험생들의 혼란만 부를 것이라며 점진적 추진을 주문하고 있다.


■ 창의·융합형 인재 선발 위한 당연한 변화…선진국도 구분 안 해

2015년부터 서울대 의대에서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한다는 입장은 문·이과라는 배경의 구분에 상관없이 우수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서울대학교 의대 자체의 자율권을 표현한 것이므로 논의의 주제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많은 교육 단체에서 이 정책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으므로 이 정책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나열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 그 어떤 선진국도 문·이과를 나누어서 대학지원을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것은 일제시대의 잔재이며 현재 문·이과 구분을 하는 나라는 일본과 그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뿐이다. 그러므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문·이과 구분으로 대학 전공 진학 자체를 제한하는 입시방식은 결국은 철폐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 의대는 좀 더 앞서서 그런 선진국적인 관행을 도입한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방향이지 비판받아야 할 정책은 결코 아니다.

둘째, 한국의 대표 국립대로서 서울대는 보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미래형 인재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려면 문과나 이과의 배경에 상관없이 학생 선발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특히 수학과 물리학의 법칙이 늘 적용되는 물체를 다루는 공대와 달리 의과대학은 유기체인 인간의 신체를 다루는 분야이므로 논리적인 지식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정신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다분히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자연과학 분야이다. 따라서 문과 출신이라도 의학수업에 필요한 수리 및 자연과학수업을 보강한다면 충분히 수업을 따라갈 수 있으므로 의대의 문·이과 교차지원은 융합인재를 키워내고자 하는 학교의 노력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학합격전략 설명회 (경향DB)

 

셋째, 서울대 의대 문·이과 교차지원은 선택의 폭은 열어두되 선택 후에 따르는 책임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학생들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선진국식의 자기주도적 교육 철학을 적용한 사례라서 이 또한 매우 바람직하다. 미국에서는 의과대학이 학부를 졸업한 후에 지원하는 전문대학원이다. 학부전공을 문·이과로 나눠서 지원을 제한하는 의대는 없다. 다만 의대 수업을 따라가려면 생물학, 화학, 심리학, 병리학 등 학부 때 관련성이 높은 수업을 들어둬야 진학해서 따라가기에 유리할 뿐이지, 지원자격 자체를 문·이과나 특정 학부전공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진학 후에는 미리 관련과목을 들었던 학생들이 더 유리하므로 의학과 거리가 먼 학생이 의대에 지원할 경우 추가적으로 해야 할 공부나 실패의 리스크도 크고 그 리스크는 학생 자신이 부담한다.

즉 규제는 줄고 선택의 폭은 늘되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학생 스스로가 부담하는 자기주도적 인재관에 의거한 교육시스템이 선진국형 교육시스템이다. 이번 서울대 의대의 경우도 입학 후에는 이과 출신이 수업을 따라가기 유리할 가능성이 높고 문과생은 추가적으로 생물과 화학 등을 보완해야 할 것이므로 진학 후 학업이 더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학생 자신이 감수하고 내리는 선택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서도 학생 자신이 책임지면 된다. 대학은 지원자격에서 문·이과라는 인위적인 벽은 허물되 우수성과 자기주도성을 강조해서 선발된 학생들이 문·이과에 상관없이 필요한 배경지식을 습득하게 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 의대의 문·이과 교차지원은 선택의 폭은 넓히되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은 학생이 부담하는 자기주도적 인재양성이라는 교육철학에 잘 부합되는 선진국형 입시정책이다.

넷째, 인재선발에서 명문대의 자율성을 보장해야만 한국의 명문대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명문대가 없는 독일의 대학시스템과 다양한 명문대들이 공존하는 미국식 대학시스템, 한국처럼 대학별 서열이 확실한 영국과 프랑스식 대학 제도 중에서 한국에서는 독일보다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식 명문대학 제도가 더 적합하다. 그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과거제도를 통해 출세가 보장되던 유교적 역사 때문이다. 시험을 통한 대학입시 당락이 문화적으로 더 익숙하고, 개인의 탁월성보다는 속한 조직의 브랜드가 더 중시되는 집단문화와 소속 대학의 브랜드를 더 중요시 여기는 아시아권 문화 때문에 한국에서는 명문대 시스템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명문대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 그 명문대들의 인재 선발기준을 다원화하도록 대학에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대학 영어 본고사 에세이 시험은 안 된다거나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규제는 한국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확실한 방법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처럼 우수학생들이 모이는 명문대학들에는 학생선발의 자유가 보장된다. 한국의 명문대들도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선진국에서처럼 대학에 인재선발의 자율성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서울대 의대의 문·이과 교차지원은 매우 바람직한 입시정책이며 존중되어야 할 미래지향적 인재 선발 방식이다.

<정효경 |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교육제도 개선 없이 입시 10개월 남기고 바꾸면 수험생 혼란

지난달 14일 서울대는 2015학년도 대입전형에서 문과생의 의예과, 치의학과, 수의예과 지원을 허용했다. 2015학년도 대입전형이 적용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시전형을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서울대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융합학문의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지만, 왜 융합학문의 시대정신이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수능체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대 입시전형, 특히 입시를 1년도 남기지 않은 학생들에게 갑자기 적용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고교체제 서열화 문제가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이 방안에 대해 세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융합학문의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약하다. 융합형 인재와 관련된 논의는 교육부가 지난 8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시안)에서 융합형 수능체제를 제시하면서 촉발되었다. 2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2018학년도에 고등학교 융합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2021학년도에 수능체제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이제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서울대가 갑자기 이번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교육부조차도 융합형 인재의 개념이 무엇인지, 지금까지의 교육과정과 수능이 왜 융합형 인재를 만들어내지 못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융합형 수능체제 문제를 제기해서 사회적 혼란이 컸는데, 서울대도 이번 방안에서 왜 이과전공 중 기존의 건축학과와 이번에 추가적으로 의예과·치의학과·수의예과에만 적용하는 것인지, 교차지원만으로 충분히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지, 대학 교육을 통해 융합형 인재를 기를 수는 없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둘째, 고교체제 서열화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방안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의미의 변화라고 해도, 서울대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야 한다. 이 방안이 발표되고 보름도 지나지 않아 실시된 외고 신입생 모집을 보면 2011학년도부터 3년 연속 감소세였던 외고 입시 경쟁률이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외국어에 뛰어난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을 뽑아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외고의 입학경쟁률이 서울대 의예과, 치의학과에 문과생 지원을 허용하는 정책 때문에 올라갈 정도로 우리 고교체제는 입학생의 성적, 졸업생의 상위권 대학 진학 결과로 서열화되어 있다. 이 방안으로 외고, 국제고는 불법적인 이과 교육과정 운영과 방과후 과정이 아닌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만으로도 서울대 의예과, 치의학과, 수의예과에 진학할 수 있음을 강조할 것이며, 이로 인해 서열체제의 상층부에 있는 외고와 국제고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의대에 진학하는 인문계 학생이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서울대가 가진 상징성,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결코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님을 서울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DB)

 

셋째, 갑작스러운 입시전형 변화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겪는 혼란이 크다. 이번 방안이 적용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이제 수시 전형을 10개월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이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예년의 입시 결과는 의미가 없어지고, 이과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학과 탐구 영역에서 유리한 문과생과 어떻게 비교될지 불안하다. 서울대는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해 차이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1994학년도 수능체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이번 변화에 대해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어 혼란이 클 것이다. 이렇듯 대학은 매년 예고 없이 갑자기 바뀌는 대입전형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대학은 이런 고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대입전형을 바꿀 때는 사전 예고를 통해 학생, 학부모가 예측과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이번에 서울대와 이화여대만 문과생의 의대 교차지원을 허용해 의예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입전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한두 대학만 독자적인 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대학들이 관련 문제들을 같이 논의해 최대한 많은 대학들이 함께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관련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서울대 교차지원 방안이 외고에 유리하고 일반고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대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서울대에 재검토 요구를 했다. 이 요구가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되기 전에 이루어졌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대교협이 이런 요구를 한 것은 매우 필요한 조치였다고 본다. 서울대가 논의를 거쳐 하루라도 빨리 이번 방안을 유보해야 한다. 그리고 융합형 인재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갖고 그 실현 방향을 정리한 후, 관련 방안이 고교체제 서열화 심화와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가운데 고교 교육과정과 수능체제의 변화를 반영해 많은 대학이 점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상진 |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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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내년부터 일선 고교에서 논술을 정규과목으로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입 논술을 학교에서 배울 수 없어, 사교육으로 몰린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내놓은 조치다. 찬성하는 쪽에선 논술이 논술고사를 보는 일부 학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양 교과로 채택돼 모든 학생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정규과목에 있는 ‘작문’과 ‘독서’도 제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논술 과목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회피로, 실효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입 논술고사 대비 이전에 창의성·논리력 향상에 필요

최근 교육부의 논술 교과 개설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데 혹시 많은 사람들이 ‘논술’ 하면 모두 ‘논술 고사’만을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논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관하여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함’이다. 그리고 ‘논술 고사’는 대학에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논술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논술’의 본래적 의미와 ‘논술 고사’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논술 능력이 뛰어나면 논술 고사도 잘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교육부의 논술 교과 개설 의지는 ‘논술’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지 ‘논술 고사’만을 겨냥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며 관계를 맺고 산다. 만약 의사소통 과정에서 내 생각이 상대방의 주장과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힘의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해야 하는가?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 적절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구성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반박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대화를 통한 설득과 타협, 이것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합리성의 한 모습이며, 민주 시민 의식의 핵심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논술 능력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논술 능력이 논술 고사를 보는 일부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교양 교과로 채택되어 모든 학생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어쩌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논술 교육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여러 대학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글쓰기 프로그램과 의사소통 능력 과정 등을 통해 논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은 어쩌면 객관식 문제 풀이에 더 익숙해서 사회로 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경향DB)

 

그리고 성공적인 논술 교육은 모든 교과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논술 교과는 수학, 사회, 과학과 같은 지식을 가르치는 ‘내용 교과’의 성격보다는 이러한 교과 학습을 위한 ‘도구적 성격’이 강한 교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 교육의 효과가 다른 교과를 위한 도구적 측면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즉 논술 교육의 효과가 개별 교과 내용의 효과적인 전달과 수용이라는 측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자 매체에 의한 소통 과정, 즉 글을 쓰고 읽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사고의 변화’라는 과정적 측면도 중요하다.

앞에서 어눌하게 제시한 논술 교육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누가’ 그리고 ‘어떻게’ 논술 교육을 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의미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장 이상적인 논술 교육 방법과 교재는 이미 있다. 개별 교과의 교사들이 자신이 맡은 각각의 교과에서 교과서를 활용해 논술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사회 관련 과목의 교과서에 있는 ‘탐구활동’과 같은 유형의 문제는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적용해 평가하거나 대안을 제시해보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객관식 문제가 절대 아니며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내신 평가에 서술형 및 논술형 문항 출제를 권장하고 있는 정책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능이라는 객관식 시험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쓰는 것은 시간적인 사치라는 생각이 만연한 교육 현실에서 개별 교과를 통한 글쓰기는 요원한 일이다. 심지어 국어교과 중에 ‘화법과 작문’이 있지만, 수능의 객관식 문제에 맞춰 가르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논술 교과의 도입은 논술 능력 함양을 위한 차선책이라고 생각한다. 과도기적 교과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논술을 가르쳐야 하지만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교사, 교수, 정책 입안자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함께 찾아 나아가면 된다. 다행히 논술 과목이 교양 교과(군)에 속해 있어 논술 수업이 가능한 교사는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생활기록부에 이수 여부를 기록하게 되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부담이나 사교육 부담도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논술 교과의 도입을 단지 대학 논술 고사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논술 교과의 도입으로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이 향상된다면, 당연히 수능시험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대학 입시 논술 고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이 대학 입시에만 경도되면 논술 교육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문·이과를 망라하는 다양한 학문적 기반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지식 정보사회에서 논술 교육의 주된 목표는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사고 내용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좋은 표현력을 얹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윤상철 | 경희여자고등학교 수석교사>

 

■‘논술’ 과목 없어서 못했나…‘독서’와 ‘작문’ 활용이 효과적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된 지 열여덟 해째다. 내가 처음 교사가 된 때부터 ‘작문’과 ‘독서’ 과목이 고등학교에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작문 시간에 글쓰고, 독서 시간에 책읽는 학교를 별로 보지 못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독서와 작문 교육과정은 교사와 학생이 도서관에 자주 가서 책을 찾아 읽도록 안내하지 않는다. 독서와 작문마저 대체로 교과서 안에 있는 자료를 보고 활동하게 되어 있다. 교과서에는 개념 설명이 나오고 짧은 실습 과제가 나열되어 있는데, 그 교과서대로 가르치면 수업이 매우 지루해진다. 고만고만한 활동이 깊이 없이 되풀이되기에 학생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독서와 작문에 대해 지식을 얻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을 더 잘 쓰지는 못한다. 글쓰기가 어디 개념 몇 개 알았다고 눈에 띄게 실력이 느는가. 실제로 책읽고 친구와 대화하고 글쓰고 교사에게 고쳐쓰기를 배워야 글 솜씨는 는다.

정규수업시간에 논술을 배우게 하려고 교육부에서 고등학교에 ‘논술’ 과목을 만든다고 한다. 이미 있는 과목도 제구실을 못하는데, 새 과목을 만들어 넣는다고 일이 될까 싶다. 많은 교사들이 독서와 작문 시간에 교육방송(EBS) 입시문제집을 푼다. 독서와 작문 과목에서조차 독서와 작문이 드물게 이루어진다. 이 두 과목은 공식적인 국가교육과정이 있고, 교과서까지 있는데도 학교에서는 이름만 있고 실행이 별로 없다.

교육부는 이 상황을 내버려둔 지가 거의 20년이 다 돼 간다. 그러고는 새로 ‘논술’ 과목을 만든다니, 그동안 어디 교과목이 없어서 논술 교육을 못했는가. 그보다는 작문 시간에 글쓰기 실습 평가를 50% 이상 하게 하고, 그 50%에서 20% 정도는 논술로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이미 있는 독서 과목에서 책을 학기에 한 권 정도 읽히는 쪽으로 개혁하는 게 더 효과가 높다.

 

(경향DB)

글쓰기는 각 교과수업시간에 실습을 하면서 배워야 한다. 국어나 사회 시간에 책을 학기에 한 권 정도씩 읽고, 책 내용과 연관된 세상일을 찾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글쓰기를 직접 해봐야 한다. 과학 시간에 과학 책을 일 년에 한 권이라도 읽고 과학자들이 탐구에서 얻어낸 지식을 요약되지 않은 날것으로 맛봐야 한다. 그리고 학생 자신도 ‘시튼 동물기’처럼 대상을 정해 글을 써봐야 한다. 글읽기와 글쓰기는 어느 한 교과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부를 하는 데 두루 쓰이는 방법이다.

따로 ‘논술’ 교과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한 반에 30~40명인 교실에서 논술 과목 교사가 학생들이 쓴 글을 학기에 두 번 정도 봐줄 수 있다. 그 이상은 힘이 들어 못할 것이다. 교사가 혼자 한 과목에서 가르치는 양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논술 교과는 학기에 두 번 정도 글쓰기를 연습시키는 정도로 의미가 있다. 논술을 선택하는 학교에서는 보통 일주일에 한두 시간을 배정할 테니, 일주일에 한두 시간 정도 인문학 교육을 하는 의미가 있다. 주당 학생들이 수업하는 시간은 30~35시간인데, 이 가운데 2시간을 개혁하는 일이다. 의미가 있지만 제한적이다.

지금 이미 있는 여러 교과에서 책읽기와 글쓰기가 조금씩 되게 하고, 그러면서 ‘논술’ 교과가 들어온다면 괜찮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정규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논술을 배우기를 바란다면, 중간고사를 지필시험으로 보지 말고, 책을 읽고 쓴 글로 지필시험을 대체해도 된다고 안내해야 한다.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학기에 지필시험을 한 번만 봐도 된다.

이미 지필시험을 글쓰기 수행평가로 대체해서 실천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 사례를 널리 알리고, 교육부는 그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런 교사공부모임들과 협력해서 수업과 평가를 바꾸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각 교과의 수업이 정상화되어 정규수업시간에 독서와 글쓰기를 조금씩 해나갈 때 그 안에서 논술 교육도 제대로 된다.

갑자기 교육부가 ‘논술’ 과목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정부가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학교에는 ‘논술’ 교과서가 7년 전에 나와 있었다. 검인정교과서에 속하는 인정교과서로 2006년부터 13종이나 나왔다. 그러나 그 교과서를 누가 쓰는가. 존재감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교육부는 논술 교과의 내용을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알아서 만들게 해두었다. 논술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새로 만들겠다고 했으면 분명히 더 일이 안 좋아졌다. 우리나라 교과서 집필 교수들은 학교 수업을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호응받으며 실습하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몹시 서툴기에 그렇다.

단지 ‘논술’ 과목만 하나 더 만들면, 그것은 책임 회피용이다. 이미 있는 것도 안 하는데, 새로 하나를 만든다고 학교에서 무슨 변화가 있으랴. 다 하는 척하는 일일 뿐이다. 다른 과목들이 왜곡된 채로 가르쳐지는 문제를 고쳐야 한다.

<송승훈 | 경기 광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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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LPG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택시업계가 다양한 연료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경유 택시가 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경유는 LPG에 비해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우려한다. 반면 경유 택시 찬성론자들은 경유 엔진의 발전으로 유해물질 배출이 많지 않다고 맞선다. 또 LPG에 비해 연비가 높아 경제적이어서 에너지 절약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볼 과학적 근거 빈약

30년 이상 LPG 택시로 독점해 온 국내 택시시장에 최근 택시 연료의 다양화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LPG 가격 상승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은 택시 업계 스스로 약 2년 이상 LPG 외에 CNG와 경유를 대상으로 택시연료 다양화를 시도해 왔다. 업계는 그동안 직접 체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택시 연료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고, 그 중심에 경유택시를 우선적으로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업계와 자동차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선진국의 보급사례와 환경성 기술자료를 분석 검토해 향후 경유택시와 CNG 택시도 기존 LPG 택시와 함께 보급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기존 기득권을 갖고 있는 LPG 자동차 관련 업계와 환경부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반발하는 이유는 경유자동차의 환경성이 유로5 환경기준 적용 이후 대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LPG 자동차에 비해 대기환경을 많이 오염시켜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근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시의 경우 미세먼지 발생의 60% 이상이 경유차에서 발생한다. 둘째, WTO에서 경유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셋째, 경유차 질소산화물이 공인 인증시험 대비 실제 도로상 운전 시 50배 많이 배출된다. 넷째, 신형 경유택시의 후처리장치 내구성이 약해 택시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이러한 내용은 과학적인 근거가 약하거나 적절하지 않게 인용한 것으로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시의 경우 미세먼지 발생의 60% 이상이 경유차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2001년 환경과학원 자료에서는 각종 먼지가 도로에 깔려 있다가 차량 통행 시 다시 날리는 것이 85%, 경유차 원인은 9% 정도였다. 도로 먼지는 출처가 애매해 제외하고 나머지로 계산하다 보니 경유차 원인이 60%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는 2008년 감사원에서 시정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06년 환경부의 용역사업으로 대기환경학회가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경유차 원인이 10% 미만으로 발표됐고, 지금은 유로5 신기술이 적용돼 5% 이하 수준이라는 것이 과학적인 근거이다.

사실 폐암의 원인이 되는 초미세먼지는 LPG차가 경유차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국내외 연구자료가 많이 있음에도 환경부는 아예 측정항목도 설정하지 않았으며, 측정도 하지 않고 배출이 전혀 없다고 발표해 왔다.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에서는 최근 자동차 타이어의 마모로 발생한 분진이 경유차의 배출 미세먼지보다 200배 많다고 발표했다. 도심지의 미세먼지 주범을 경유차로 몰아가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억지임에 틀림없다.

둘째, WTO에서 경유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는 것은 40년 전 탄광에서 사용한 건설기계용 경유엔진에서 배출되는 매연의 유해성을 경고한 것이다. 당시는 경유자동차에서도 매연이 많이 배출됐고 지금도 탄광 건설장비용 경유엔진은 매연 배출이 많아 위험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세계 최상급 수준인 유로5급 환경기준을 만족하고 있는 경유자동차는 매연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므로 자동차에는 해당되지 않는데, 잘못 인용한 사례이다.

셋째, 경유차 질소산화물이 공인 인증시험 대비 실제 도로상 운전 시 50배나 많이 배출된다는 것은 실험 차종 1대를 대상으로 선정한 보편성 없는 조작성의 실험결과이다. 유럽에서 발표한 연구논문 자료를 참고해 보면 약 5%의 측정오차 범위로 문제없음을 알 수 있다.(폴란드 포즈난 공대, 유로5 디젤승용차의 실도로 운행시 환경 성능 연구 결과, 2011년)

넷째, 신형 유로6급 경유택시의 후처리장치가 내구성이 약해 약 2년 내에 망가질 확률이 높다고 아직 출고도 안된 자동차를 대상으로 지레짐작하는 것은 편견에서 비롯된 상식 이하의 주장이다.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억지 부리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는 환경부의 수도권 대기질 개선사업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10년간 수조원을 집행해 왔으나 대기질 개선에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가스차량에 대한 예산 축소를 예고했다.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 선진국은 대부분 경유택시, 경유 시내버스를 보급하고 있는데도 서울보다 대기질이 훨씬 좋다. 기득권과 이해관계에 얽혀 편협된 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이번 택시연료 다변화를 기점으로 선진국처럼 국내 시내버스와 택시 시장에도 환경성이 우수하면서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경유자동차에도 동등한 기회를 주어 소비자가 시장에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정동수 |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일부 택시업자들 이익 위해 국민 건강권 위협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로 국민들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 근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국민 혈세가 낭비될 것이 우려되는 경유택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경유택시 도입의 근거로 택시 연료의 다변화와 경영난을 겪고 있는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택시업계의 대중교통화 요구를 무마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정부 여당의 정치적 목적과 일부 택시업계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근래 판매되는 경유차는 이전 경유차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타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 배기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오존과 초미세먼지 발생에 기여하는 질소산화물도 경유차가 더 많이 배출한다. 이는 신차에 적용하는 배출가스 기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고 2014년 이후부터 우리나라에 적용될 예정인 차기 경유차 배출가스(EURO6) 규제는 미세먼지의 배출농도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개수까지도 규제하도록 되어 있다. 질소산화물 기준도 현재보다 절반 이상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절반 이상 줄인다고 하지만 휘발유나 가스 차에 비해서는 기준 자체가 2배 이상 높다. 일반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36.1㎞인 데 반해 택시는 하루 평균 203.5㎞(법인택시 292.2㎞, 개인택시 155.7㎞)로 주행거리가 일반 승용차에 비해 5~8배나 많다. 약 25만대의 택시가 모두 경유를 사용한다면 일반 경유 승용차가 200만대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상 자동차 제작사가 배출가스 품질을 보장하는 수준은 16만㎞이지만 택시는 총 사용가능 기한 6년 중 2년이면 이를 다 채우게 된다. 택시가 나머지 4년 동안 배출가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경유택시, 건강피해 혈세낭비 (경향DB)

현재 수준의 수도권 대기질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경유차 배출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매연후처리장치 부착, CNG 차량 대체보급, LPG 엔진으로의 교체, 노후차 조기 폐차 등 특단의 대기오염 개선 대책을 추진해왔고 수조원의 예산을 투자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나마 미세먼지(PM10) 오염도는 개선 대책 실시 이전보다 60% 정도 수준으로 개선되었지만 질소산화물(NOX)은 아직도 정부가 제시한 목표(22ppb)나 WHO 권고기준(20ppb)에 못 미치고 있다. 경유택시 도입은 그나마 이렇게 어렵게 거둔 성과마저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이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일부 경유택시 도입에 찬성하는 측에서 WHO의 1급 발암물질 지정은 과장된 것이고, 유럽에서 경유 승용차가 많이 보급되고 있음에도 대기오염도가 우리나라 도시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은 대기오염의 특성과 현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WHO의 발표는 50년간 추적조사를 통해 디젤배기가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광부들이 다른 비교 조건이 같은 일반 시민들보다 7배 높게 암이 발생되었다는 의학적 증명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평지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과 같은 분지 지형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도시들보다 대기오염의 확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해 같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더라도 평균적인 대기오염도에 덜 영향을 주게 된다. 경유차에 대한 배출허용기준 강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유럽에서도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까지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택시업계와 국토교통부는 경유택시가 LPG택시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연료가격이 더 비싸서 현재 LPG택시에 지급하고 있는 유가보조금(ℓ당 약 220원) 수준으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추가로 유가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유차가 LPG차에 비해 차량가격이 비싸고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고가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할 수밖에 없어서 부품비용도 더 많이 든다. 택시노동자의 92%가 경유택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도 결국 경유택시를 운영하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유지비 부담을 택시업계가 노동자들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이다.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경유택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2005년 경유 승용차 국내 시판 허용 이후 경유 승용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재 전체 승용차의 24.1%(약 348만대)나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 입장에서는 유럽 등 세계 경유차 판매시장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굳이 국내 택시시장을 고집할 이유와 명분도 없다.

경유택시 도입에 대한 문제는 2005년 경유 승용차 국내 시판 이후 수차례 사회적 논쟁이 있어왔다. 이러한 사회적 논란은 경유택시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 결론은 환경·건강피해, 경제성 문제, 세금 낭비 등의 이유로 경유택시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혈세낭비가 우려되는 경유택시 도입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송상석 |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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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PC방에 이어 길거리에서도 흡연을 규제토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정 기준에 따라 금연구역을 의무지정한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길거리에서 흡연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흡연으로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법안 발의 사유를 밝혔다.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은 “1000만명에 가까운 흡연자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 ‘거리’는 가장 포괄적 공간… 흡연 자체를 범죄시 하는 셈

담배 연기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길거리 금연을 추진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 인해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높아진다기보다는,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과도한 규제로 1000만명에 가까운 흡연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흡연 역시 기호에 대한 권리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 발의된 법안은 흡연자들의 권리에 대한 배려도 결여돼 있다.

먼저 이 법안을 통해 실제 길거리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2010년부터 전국 지자체에서 금연거리 지정이 확산돼왔다. 법안이 제출된 것은 금연거리가 조례로 규정돼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이는 법률이냐 조례냐의 문제가 아니다. 길거리 흡연금지 정책을 실시하려면 단순히 흡연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길거리에 이를 표시하는 일로 끝나서는 안된다. 누군가 끊임없이 거리에서의 흡연 행위를 감시하고 단속해야 한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도 단속 공무원이 부족해 폐쇄회로(CC)TV로 겨우 단속의 명분만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움직이는 사람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규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CCTV를 통해 단속한다고 해도 CCTV를 감독할 인원이 필요하다. 금연거리 경계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규정도 부족하다. 결국 이 법안은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부담과 전시행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흡연자 가운데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의 이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각종 단속의 대상이 돼 이중의 부담을 진다는 점도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역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실내 건물·PC방·음식점·주점에 이어 야외 공간인 길거리에서마저 금연이 추진되고 있다. 흡연 자체가 불법이 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거리’는 흡연이 불법이 되는 공간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이다. 결국 흡연을 불법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담배 판매를 허가하고 흡연자들로부터 2조원 가까운 ‘세금’을 걷으면서 흡연을 불법화하는 듯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모순이다. 흡연자들은 매년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1조9000억원을 조성해왔다. 그러나 8년 동안 복지당국은 흡연자를 위한 시설이나 보호를 위해 기금을 사용한 적이 없다. 흡연자들은 국민 건강을 위한 부담은 지는 반면 행복추구권마저 박탈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양주시청 앞에 설치된 흡연부스 (경향DB)

 

금연거리 선정이 시급한 과제인지도 의문이다. 요즘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 중 흡연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각종 금연규제와 담배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흡연자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흡연율 통계(15세 이상 성인 남성, 2009년)를 보면 한국(44.3%)은 34개 회원국 중 그리스(46.3%)에 이어 두 번째로 흡연율이 높다고 하지만 젊은층의 흡연율은 수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추세로 본다면 흡연자들이 소수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흡연을 불법화하고 흡연자들을 범죄시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중 일부에게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흡연의 범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소수자에게 낙인을 찍어 건강 문제의 책임을 돌리고 그들의 권리를 원천 박탈하는 것 역시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흡연권보다 비흡연자의 건강권이 우선한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흡연자들도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을 자제해야 한다. 다만 흡연자에게 낙인 찍는 방식이 아니라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책을 유도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긴자 등 번화가에 흡연방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흡연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거리금연 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또 흡연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흡연자들의 행복추구권을 최대한으로 보살피면서 규제를 하고 있다. 강기윤 의원의 발의 내용을 보면 각 건물 내부에 흡연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것과 길거리에도 흡연장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이 점은 바람직한 일이나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다.

끝으로 국가의 일방적 계도를 통해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취지가 바람직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민 삶에 대한 간섭과 억압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한 끝에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거칠 때 의미가 있다. 담배가 백해무익이라고 하지만 300년 가까이 생활문화로 정착된 것을 보면 담배만이 줄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흡연 역시 국민 개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계속되는 위로부터의 금연규제는 국가가 위계적으로 국민의 삶에 간섭하는 또 다른 현상일 수 있다. 금연규제를 법령을 만들어 해결하려 들지 말고 올바른 흡연문화가 정착되도록 정책을 수행하는 것만이 발전된 민주사회에 더 부합한다.

정치권이 나서 혐연권과 흡연권의 갈등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에 기름을 붓듯 사회갈등을 심화시키는 길거리 금연규제만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은 아닐 것이다.

<정경수 | 한국담배소비자협회장>

■ 간접흡연 피해 막자는 것…‘혐연권’도 보장돼야 할 권리

비흡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앞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피하려 숨을 멈추고 걸음을 재촉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이나 사람이 많은 인도에서는 그마저도 어려워 매캐한 담배 연기를 하릴없이 들이마셔야 한다. 비흡연자들의 고충을 모르는 흡연자들은 세금을 내고 흡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결국 2004년 헌법재판소는 비흡연자의 혐연권과 흡연자의 흡연권을 두고 헌법소원 심판을 다뤘다. 헌재는 건강권과 결합된 혐연권이 더 상위의 기본권이라는 이유로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흡연권을 인정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흡연자 본인들에게도 흡연은 더 이상 간과할 문제가 아니게 됐다. 보건복지부 암 등록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폐암환자 수는 2만711명으로 2000년 1만3390명보다 1.5배나 증가했다. 이는 흡연으로 인해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의료비 증가, 사망으로 인한 소득 손실, 간접흡연 등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적게는 5조원에서 많게는 9조원까지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헌재의 결정과 각종 통계, 연구결과를 보듯이, 이제 흡연 문제는 개인적 차원을 떠나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금연정책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는 담뱃값 인상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에 필자가 대표발의한 길거리 금연법안 또한 금연정책 확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각 지자체가 조례로 길거리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임의조항이라 전적으로 지자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실제 길거리 흡연을 규제하고 있는 지자체는 전체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5%에 불과한 12곳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길거리 흡연을 규제할 명확한 근거는 없이 한 사람의 담배 연기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거리까지 담배꽁초로 더럽혀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 막아달라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길거리 금연구역 지정을 지자체 자율이 아닌 법률에 의해 강제하도록 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경향DB)

그렇다고 모든 길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여 흡연을 규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법안 내용상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길거리 금연구역의 지정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해 놓았다. 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유동인구가 많은 길거리와 어린이보호구역,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교 근처나 재래시장 주변 길거리 등이 그 지정기준에 포함될 것이다.

법안 발의 소식을 들은 흡연자들은 “금연구역만 확대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연히 흡연자들의 흡연권도 헌법상 자유의지에 따른 기본권이기 때문에 보장돼야 마땅하다.

그래서 필자는 길거리 금연구역 확대와 더불어 각 건물 내부에 흡연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길거리에도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각 지자체 및 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생각이다.

길거리 금연법안 발의 이후 지난 한 주간 법안 주요내용은 물론, 흡연자들을 위한 길거리 흡연부스 설치 등 향후 계획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혹자는 “길거리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려면 담배를 아예 팔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담배를 마약으로 지정하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연정책 확대는 철저히 이성적인 논리로 접근해야 하고, 이를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길거리 금연이 향후 다가오는 시대의 당면 과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는 길거리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그리고 금연 필요성에 대한 흡연자들의 인식도 계속 제고되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복지 확대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할 것이며 복지의 기본은 개인 건강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개인이 건강하고, 더 나아가 나라가 건강할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 보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아무쪼록 국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 거리가 깨끗한 대한민국,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클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필자가 대표발의한 길거리 금연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대한다.

<강기윤 | 국회의원·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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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100% 공영개발’에서 ‘일부 환지(換地) 방식’으로 바꾸면서 토지주들에게 수천억원의 특혜를 줬다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박원순 게이트”라며 4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인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의혹의 대부분은 심각한 오류”라며 ‘일부 환지 방식’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 토지주에 수천억원 특혜 돌아가는 ‘일부 환지방식’에 의구심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천혜의 자연적인 입지와 대규모 무허가 판자촌이라는 지역적 조건 때문에 그동안 민간개발업자가 수차례 민영개발을 제안했지만 민간이 개발하면 개발이익이 사유화되어 제2의 수서사건과 같은 엄청난 특혜 시비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서울시와 강남구가 계속 개발을 미뤄왔던 지역이다.

그러한 가운데 2011년 4월28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 구룡마을 정비계획이 확정 발표되고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었는데 2012년 8월2일 서울시가 사업 시행방식을 강남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혼용방식으로 변경 결정하고 고시한 이후 더 이상 진척이 없다. 그간 서울시가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무리한 법적용으로 인한 법률적 하자 부분과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룡마을 질타하는 이노근 의원 (경향DB)

 

첫째, 일부 환지는 법적인 요건을 갖추진 못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결정이다. 현행 도시개발법 제43조에 따르면 도시개발사업 시행방식을 결정할 때 환지방식은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될 때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첫째는 대지로서의 효용 증진과 공공시설의 정비를 위하여 토지의 교환, 그 밖의 구획변경, 지목 또는 형질 변경이나 공공시설의 설치·변경이 필요한 경우이다. 둘째는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지역의 지가가 인근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현저히 높아 수용 또는 사용 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구룡마을은 개발 목적이 주택정비사업이고, 지역 지가가 주변 지역보다 높기는커녕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환지방식을 결정할 법적인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소관부서에서 환지방식 결정이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확인해주었다.

둘째,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모든 문제가 시작된 의혹이 있다. 전 서울시 간부들에 따르면 오세훈 전 시장도 민영개발로 해달라는 압력과 부탁을 많이 받아왔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이 특혜요인들 때문에 공영개발을 발표했다. 김병하 서울시 부시장은 당시 오 전 시장과 함께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공영개발을 발표했던 장본인인 도시계획국장이었다. 그리고 현재 도시계획국장인 이제원 국장도 오 전 시장 시절 공영개발에 직접 관계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서울시장이 박원순 시장으로 바뀌면서 정책방향을 바꾸게 된 것이다. 더 이상한 점은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이제원 국장은 환지방식을 결정하면서 시장에게 보고한 문건도 없고 시장이 결재한 자료도 없다고 증언했다. 수천억원이 왔다갔다하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시장과 부시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면 말이 안되는 것이고,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보고를 생략한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선 범죄에 해당한다. 박원순 시장의 이미지는 항상 없는 사람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는 식으로 비쳐 왔는데, 환지를 해야 한다고 토지주의 편을 드는 것은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

셋째, 서울시가 입안권자인 강남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한 의혹도 문제다. 도시개발법 제8조에 의하면 ‘지정권자는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하려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서울시 사업 시행방식 변경이라는 중요한 사항을 변경했음에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확정 전에 강남구청장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제8차 시도시계획위원회(5월2일 개최) 및 제12차 시도시계획위원회(6월20일 개최) 심의결과를 통보할 때 사업 시행방식 변경 등 환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음에도 강남구청과 사전협의를 이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넷째, 서울시의 사업 시행방식 변경 과정에서 대토지주의 로비 의혹이 짙다.

서울시 주장대로 약 9% 환지 시에도 토지매입비 등을 제외하고 최대 수천억원의 특혜가 토지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토지주는 2010년 6월2일 제5회 지방선거에 강남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현 구청장을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매수하려 한 적이 있다. 후보자가 거절하자 대리인 등 10명을 시켜 후보자 후원계좌에 각각 300만원씩 합계 3000만원을 송금했다가 이를 의심한 후보자 측에서 검찰에 고발해 검찰로부터 형사처벌된 전력이 있다. 그간의 대토지주 로비 행태로 보아 사업 시행방식 변경 과정에서 로비를 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바 신뢰를 훼손하는 유착이 있었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 4가지 의혹 외에도 대토지주 토지 매입 과정에서 투기 의혹, 대토지주 소유의 토지를 400여명에게 불법 명의신탁한 의혹 등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로는 민간인의 로비 시도를 밝히기 위한 계좌추적과 관계자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법률적 하자와 제반 의혹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힘으로써 모든 의혹을 해소시키고 하루빨리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노근 | 국회의원>

 

■ 공익 빌미로 사유재산 뺏는 ‘수용’ 대신 택한게 지금의 ‘혼용방식’

이번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감자는 ‘서울 강남 구룡마을 개발 건’이었다. ‘개발 후 땅을 돌려주는(환지)’ 방식으로 바꾸는 바람에 토지주들에게 4000억원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강남구가 제기한 의혹이 급기야 정치권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환지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4000억원 특혜’ 주장은 도시계획을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할 때만 가능하다.

강남구가 주장하는 ‘토지주에게 돌아갈 수천억원’은 환지계획 수립 책무가 있는 구청장(환지인가권자)이 이를 허용할 때 가능하겠지만, 승인권자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러한 환지계획을 결코 ‘원안가결’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4000억원의 개발이익’을 누가 허용하는가? 그간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이렇듯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토지를 전면 수용하면 개발이익 100%를 환수할 수 있다’는 믿음의 오류다. 수용방식은 공익을 빌미삼아 사유재산권을 뺏는 것으로 선진국 도시계획에서는 실시하지 않는 추세다. 수용권을 남용해 개발공사들이 땅장사, 집장사했던 게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수용하면 100% 개발이익 환수된다고? 현실은 그 반대다. 수용권을 발동해 저가로 매입한 땅을 저가로 민간개발업자에게 분양하고 여기에 건설된 저가의 주택을 분양받게 되면 민간개발업자와 수분양자들은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겨간다. 구룡마을에서 ‘환지방식’으로 4000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한다면, ‘수용방식’에 의해서는 그 이상으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4000억원의 실체도 문제지만, 설혹 발생했을 때, 주민들에게 ‘적절하게’ 돌아가선 안되고 불특정 외지인한테는 ‘몽땅’ 돌아가도록 하는 것(수용방식)이 사회정의상 옳은가?

 

구룡마을 개발방식 놓고 서울시-강남구 대립 (경향DB)

도시계획위원회가 ‘수용방식’의 원안을 ‘일부환지방식 포함’으로 수정 가결한 결정적인 이유는 ‘수용방식의 한계’를 ‘혼용방식의 장점’으로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2012년 3월26일 도시개발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구역 미분할 혼용방식’이 시행되었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2012년 3월19일)를 통해 공공이 시행하는 환지방식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위원회도 부분환지방식을 결합시키면 수용방식 때보다 주민 재정착에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가령, 혼용방식의 경우 임대주택 건축비를 사업비에 포함시킬 수 있어 수용방식에 비해 임대료를 40~50% 낮출 수 있다. 수용에 의해 조성되는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저소득층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룡마을의 ‘가난한 토지주들’도 비슷한 하소연을 토로한다. 할 수 있다면 임대주택보다 ‘적정 주택을 갖도록 하는 게’ 그들의 주거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

국토부 지침에 의하면 ‘1가구당 1필지, 660㎡ 이하’로만 환지하도록 되어 있다. 전체 토지의 44%를 가진 대토지주도 한 가구로만 취급된다. 또한 지침에 의하면 공동지분은 1명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토지주가 명의신탁해 공동지분을 갖고 있는 402명도 한 가구일 뿐이다. 여당 국회의원은 그렇게 해도 660㎡에서 137억원의 개발이익이 가능하다고 한다. 환지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아 ‘137억원’은 그냥 소설일 뿐이다. 환지계획의 승인권자인 서울시는 ‘1가구 1필지 1주택 원칙’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주택도 ‘국민주택’ 규모를 고려하고 있다. 개발이익 규모를 좌우할 ‘비례율’(개발 전 토지가 대비 개발 후 토지가 비율)은 1.1~1.2 정도 허용할 참이다. 도시개발사업(환지방식)에서 전국평균 비례율은 1.20이다. 이렇게 해서 환지적용률을 도출해 적용하면 토지주는 ‘660㎡의 10분의 1에서 3분의 1’ 규모의 단독주택용지나 연립주택용지 중 하나를 선택받게 된다. 조합을 결성해 건설되는 공동주택용지의 공급은 과도한 개발이익이 우려되어 ‘1주택 원칙’에 따라 ‘입체환지’, 즉 ‘토지지분이 있는 공동주택 1채’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체될 것 같다. 이렇게 ‘1가구 1필지 1주택’ 원칙으로 환지계획이 수립되면 도대체 어디에서 137억원, 4000억원이 발생하는가?

우려되는 모든 것은 이렇듯 합리적인 도시계획으로 풀 수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부분환지방식을 끌어들이면서 끝으로 강조했던 것은 구룡마을을 ‘사람 냄새 나는 공동체 마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의료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공동체 시설과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민들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건너편 강남 사람들도 건너와 어울릴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구룡마을 개발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은 ‘강제수용에 의해 외지인이 가져가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데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혹 투기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빚진 가난한 토지주들’이 이렇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부분환지’는 이의 유인책으로 도시계획위원회가 제안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서울시가 토지주와 유착했다고 한다면 그 유착은 앞으로 더 권장해야 할 것이다.

<조명래 |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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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에 이은 ‘4대 중독’으로 규정하고, 정부에서 이를 관리하도록 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등 게임규제 관련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의 반발을 넘어서 이제는 정치권의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4월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게임에 중독되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까지 피폐해진다. 중독으로 고통받는 분들과 가족들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 효자산업”이라며 반대했다.

 

■ ‘4대 중독’ 종합관리 법안… 게임산업 규제와 관계없어

지난해 이맘때쯤 인터넷 게임에 빠져있던 40대 남성이 생활비가 떨어져 청주의 한 식당에서 60대 여종업원을 피살했다는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교류 없이 게임에만 매달리던 남성이었다. 또 2010년에는 집에 있던 20대 청년이 “제일 처음 본 사람을 죽이겠다”며 흉기를 들고 나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는 미국 유학 중 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해 두문불출하며 게임에 심취했다. 게임을 하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거리로 나왔던 것이다.

이처럼 게임 중독으로 인한 폐해가 커지면서 국가가 나서 치료하고 예방할 필요가 생겼다.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게 됐다. 이 법은 단순히 게임 중독뿐만 아니라 알코올, 마약, 도박 등과 같은 중독에 빠졌을 경우 중독자들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법안이다.

 

(경향DB)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여러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독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하기 위해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위원회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분산돼 있는 중독 관리 업무를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다.

게임 중독과 관련된 예방과 치유를 담당하는 업무는 현재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인터넷중독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Wee센터에서 게임 과몰입 상담 시 지원을 돕는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게임 중독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정신보건센터 및 사회서비스기관에서 중독자 치료를 돕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무도 중복되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통합과 조정을 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둘째, 국가가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관리하자는 것이다. 중독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결국 나타나는 현상은 ‘중독’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법에 의거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함으로써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를 돕는다.

셋째, 중독예방·치료, 중독 폐해 방지 정책을 세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중독관리센터를 설치해 제대로 예방·치료활동을 하게 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법안이 마련되면 국가가 나서서 중독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와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게임산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건전한 게임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본 법안의 발의 이유가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계 및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게임을 규제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법조문 어디에도 게임을 규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게임사 수익금 중 일부를 국가가 강제징수하는 내용은 없다. 또한 게임 사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취급하는 조항도 없다.

게임으로 중독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자는 법이 왜 게임산업을 진흥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인가. 한 예로 교통사고가 난다고 해서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에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오히려 큰 틀에서 볼 때 게임 중독자의 폐해를 줄여준다면 게임 산업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융성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중독이라는 개념을 놓고 법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게임 중독과 마약 중독을 동급으로 취급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중독예방치료법이 마약과 게임을 동일시해 규제하는 법이라면 마약을 제조·유통·복용하는 자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처럼 처벌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본 법 어디에도 게임개발자 및 이용자를 제재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아울러 게임은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회 진출 전 진료 현장에 있을 때 이미 ‘게임으로 인한 중독’ 사례를 수없이 접한 바 있다. 특히 청소년 환자들을 많이 치료했는데, 가장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가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진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두고 “중독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위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중독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한 것이다. 그 결과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부처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바람에 중복되는 해결 방안이 나왔다. 지금은 중독으로 인한 개인 건강상 문제뿐 아니라 범죄 등의 발생으로 사회적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의 적극적인 중독 예방이 필요하다.

특히 중독문제는 아동 및 청소년과 같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에 특히 취약한 문제다. 국가가 중독으로부터 우리 가족과 아동·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의진 | 새누리당 국회의원>

 

■ ‘게임 중독’ 현황 파악없이 발의… 업체·사용자에 책임 전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관련 법안은 3개다. 지난 1월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 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 4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6월 박성호 의원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그것이다. 신의진 의원 법안의 핵심은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보건복지부로 하여금 통합관리케 하자는 것이다. 손인춘 의원 법안에는 게임업체 매출액 1%를 게임 중독 치료부담금으로 강제징수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박성호 의원 법안은 콘텐츠 유통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 5%를 부담금으로 징수하자는 제안이 들어 있다.

그러나 세 법안은 현재 게임업계와 게임유저들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지난 한 달간 게임 관련 주식의 시가총액이 2200억원 이상 증발했다. 신의진 의원 발의 법안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한 사람이 2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정부·여당의 관련 법 추진 과정이다. 그리고 잘못된 상황의 일차적 책임 역시 정부·여당 특히, 황우여 대표에게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홈페이지에 내걸린 조기(경향DB)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창조경제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게임을 5대 킬러 콘텐츠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황우여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으로 묶고 “이런 악으로부터 고통받는 분들”이라는 발언을 했다. 졸지에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4대 중독물질을 생산하는 ‘악한 업체’로 전락했고 게임유저들은 ‘악한 행위자’에 묶여버렸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미래부 장관은 게임을 4대 중독에 묶는 것과 게임 부담금 1% 징수가 게임 진흥에 맞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과 사업자들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가장 많은 토론이 필요한 부분은 과연 게임을 4대 중독물질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 신의진 의원 법안 제2조 정의 (라)항은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중독물질 혹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합법화되어 있는 산업이고 청소년들에게도 허용돼 있는 대중적 놀이문화의 하나다. 심지어 케이블에는 게임 채널이 있다.

게임을 즐기는 것과 과몰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게임 과몰입과 게임 중독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게임 중독자 수는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신뢰할 만한 연구자료나 통계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묶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다음으로 게임업체에 매출액 대비 1%의 게임 중독 치료부담금을 강제하고 5%의 상상콘텐츠 기금의 일부 역시 강제징수하게 하는 법안 내용에 대해 분명한 반대 뜻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관련 법령에 사행산업 부담금이 0.35%로 명시돼 있는 마당에 게임업체들에만 최하 1~5%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게임 규제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외국 게임의 국내 점유율이 10%가량 올랐다는 통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은 미국, 일본과 함께 최상위권에 속해 있고 인터넷게임의 경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해 있다. 게임은 조용한 효자산업이다.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 70%를 게임산업이 담당한다. 올 상반기 우리는 게임 수출로 1조5000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2017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9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 뒤 각국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게임에 뭘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규제가 능사일까. 1997년 학교폭력 원인으로 폭력만화가 지목되자 우리는 폭력만화 규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학교폭력은 더욱 심해졌고 만화산업만 크게 위축됐다.

과연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만든다고 게임 중독이 해결될까. 기존 게임 중독 관리시스템이 잘못되었다면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게 먼저다. 결국 국가중독관리위원회는 ‘옥상옥’ 위원회가 되지 않겠는가. 정부기구 교체로 게임 중독에 대처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게임문화나 게임산업 그리고 게임 중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최근 모바일게임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핀란드의 경우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묻기보다 정부와 기업, 교육 당국과 학교, 교원과 학부모가 협력해 게임산업이 발전하는 속도에 맞춰 게임 중독 예방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게임 중독을 예방하자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사회적 합의에 바탕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게임유저나 게임업체에만 책임을 돌려 상처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민희 |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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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한 이익을 얻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부과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처음 시행한 올해 1만324명이 증여세 1859억원을 자진 신고했다. 과세 대상과 신고액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이 177개 801억원, 일반법인 1507개 776억원, 중소기업법인 4405개 282억원 등이었다.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중견·중소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할 수 있고, 소득세 대신 고율의 증여세를 과세하는 등 문제가 많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일감 몰아주기가 창의로운 경제활동을 해치고, 부와 신분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는 만큼 과세를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세금 없는 부와 신분 대물림 수단 악용…여전히 미흡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시가총액이 10조원인 자동차제조 상장회사(갑)가 있고, 지배주주인 아버지는 지분 30%(3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는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경영권의 원천이 되는 주식을 상속해야 한다. 아버지가 주식을 상속하면 약 50%의 상속세를 내야 하므로, 아들의 지분은 15%로 줄고,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버지는 상속세 없이 부를 대물림할 방법을 찾는다. 아들은 자동차부품 유통회사(을)를 차린다. 을은 원래 100만원에 거래되던 부품을 110만원에 판매해 중간에 10만원을 남긴다. 을은 100% 갑과의 매출거래만으로 이익을 얻어 1조5000억원을 모아 아버지로부터 갑의 지분 15%를 매입한다. 아버지는 주식매각대금 1조5000억원, 갑의 지분 1조5000억원을 보유하게 되고, 이를 상속한다. 아들은 현금과 주식 3조원어치를 상속받아 현금 1조5000억원으로 상속세를 납부한다. 그 결과 아들은 갑의 지분을 직접 15%, 을을 통해 15%를 보유하여 갑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한다.

아들이 세금 1조5000억원을 냈는데, 이 돈은 누구 돈인가. 이 돈을 상속받은 돈으로 생각한다면, 속임수에 빠진 것이다. 처음부터 아들은 자기 돈은 하나도 없었고, 세금도 자기 돈으로 낸 것이 아니다. 아들이 낸 1조5000억원의 세금은 100만원짜리 부품을 110만원에 산 갑이 아들에게 준 것이다.

아들은 또 자기 아들에게 이런 식으로 상속을 하면 자기 돈으로 상속세는 영영 내지 않는다. 이게 일감 몰아주기나 회사기회유용(회사의 사업기회를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빼앗아 간 행위)의 폐해이다. 상장회사인 갑의 손실은 갑의 주주들 손실이 되고, 반대로 아들은 그만큼의 이익을 얻은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업을 통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가능하게 하는 일감 몰아주기에 조세형평 원칙과 증여세 포괄주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증여이익을 ‘영업이익×(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거래비율-30%)×(지분율-3%)’로 계산한다. 이 계산식의 문제는 을이 100% 갑과 거래하는데 매출거래비율에서 30%(정상거래비율)를 차감해 주고, 아들의 지분율도 100%인데 3%(한계지분율)를 차감해 실제 이익보다 세법상 이익이 적게 계산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 아들은 1조5000억원에 대해서 과세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약 1조원에 대해서만 과세를 당하는데, 세율을 50% 적용할 경우 5000억원의 증여세(실효세율 33%)를 납부하게 된다. 실제 사례에서는 더 낮은 실효세율을 부담한다. 따라서 1조5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는데, 5000억원만 세금을 내고 1조원은 여전히 이익이 된다.

 

(경향DB)

 

이렇다면 아들은 일감 몰아주기를 계속할까, 그만둘까. 아무리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남는 장사면, 그만둘 이유가 없다. 한편 최근에서는 을이 거래비율 30%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으므로, 갑과 거래관계가 없는 회사, 즉 자동차와 무관한 의류 제조회사와 합병해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거래비율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과세를 회피하기도 한다.

또한 현행 제도는 다음의 경우 과세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들이 차린 회사가 만일 부품 유통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판매회사라고 해보자. 을은 갑에게 매출하는 것이 아니라 매입하는 경우로,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거래비율은 0%여서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는 만일 갑이 전국에 백화점을 운영하는 회사인데, 을이 특정지역에 백화점을 설립해 갑이 그 지역에 백화점을 내지 못하도록 했다면, 즉 을이 갑의 사업기회를 빼앗아 돈을 벌고 있으나 두 회사는 거래관계가 없으므로 과세대상이 아니다.

이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돼 국세청이 첫 과세 실적을 발표했는데,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만연해 있다.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고 싶은 욕심은 재벌 회장이든, 중소기업 사장이든 다 마찬가지인 것이다.

재계는 이를 두고 일감 몰아주기가 일어나는 이유가 상속세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수십년간 상속세율을 높게 유지하고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은 신분의 대물림이고, 이는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와 창의로운 경제활동의 자본주의를 해치는 행위이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 중에 하나가 높은 상속세율이다. 그런데 얼마 안되는 기업 지배주주들의 부와 경영권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이런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더욱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공인회계사)


중견·중소기업 경영활동 위축…전반적인 재검토 필요

상증세법상 일감주기 과세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조세법상의 과세로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이자 경제민주화 입법의 일환으로 2011년 말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특수관계법인 간 일감주기에 따른 이익을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제도로 2013년 7월 처음으로 신고·납부되었다.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친족으로서 수혜법인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 수혜법인 사업연도별 매출 중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 30% 초과분에 대하여 3% 초과 주식보유비율만큼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일감과세는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변칙 상속에 대해 과세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올해 첫 신고결과 대상 기업의 1.5%만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해당되고, 나머지 대다수는 중견·중소기업의 대주주에게 과세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예상과 다르게 대기업보다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이 일감과세에 해당하는 내부거래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 여러 원인으로 내부거래가 많으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것이 우리 기업 현실에 맞는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실제 일감주기 과세에 따라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비현실적 조항들이 많다는 것도 기업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상거래비율 규제이다. 정상거래비율이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중 일감주기 거래로 보지 않는 비율을 말하는데, 상증세법 시행령에는 30%로 일률 규정되어 있다. 더구나 2013년 거래분부터는 30%의 2분의 1 초과분을 기준으로 증여의제이익을 계산하도록 되어 있어 기업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 특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증세법에서도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여 정상거래비율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행령에서는 별도의 아무런 규정 없이 업종과 관련없이 정상거래비율을 30%로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다.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감과세 문제점 조사에서도 업종별 특성 미반영(42.3%)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우선적 개선 과제로도 정상거래비율 상향 조정(33.4%)이 가장 많이 제시되었다. 향후 제도 시행 과정에서 이 비율을 업종별로 현실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제품·상품 수출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용역 수출은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점이다. 제품·상품 수출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서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것인데, 동일한 목적이라면 용역 수출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용역 수출도 일감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셋째, 같은 수출이라도 해외 소재 현지법인을 통하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나, 국내 소재 법인을 통하면 과세 대상이 되는 점 또한 불합리하다. 기업들은 해외 판매법인뿐만 아니라 업무 편의와 효율을 위해 국내 소재 판매법인을 통해서도 수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인의 소재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밖에 세후영업이익이 발생한 경우 증여의제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면서 세후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공제하는 조항이 없는 점, 동일한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자회사 간 거래인지, 법인 내 사업부 간 거래인지에 따라 지배주주의 세부담이 달라지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다행히 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납세과정에서 제기된 몇 가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회사 매출, 형제회사 매출 등 자기증여성 내부거래에 대한 과세 제외 범위를 확대하고,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를 조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당국의 이러한 개선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지배주주 지분율 인정 범위와 정상거래비율을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완화하는 개정안은 대기업에도 동일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적용 대상을 대기업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감주기 과세는 도입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고, 제도 시행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현행 상증세법상 일감주기 과세는 소득세가 부과되어야 할 이익에 대해 증여의제라는 형식을 통해 고율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으로 조세제도를 제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시행 2년차를 맞는 일감주기 과세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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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 있는 인천 중구 영종도에 카지노를 설립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카지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그룹은 최근 영종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심의 대형 복합리조트를 2017년 개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계 카지노 업체가 사전심사를 다시 요청하면 적합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했다. 인천시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를 꾀할 수 있다며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 측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계속 영업망을 확장할수록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재외 동포들도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할 수 있다며 카지노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 외국계 자본 카지노 사업 ‘국부 유출·도박 공화국’ 폐해 부를 것

카지노는 도박이다. 그것도 중독성 강한 도박이다. 카지노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우선 카지노는 한번 손을 대면, 이를 끊기 어렵다. 한번 빠지면, 카지노를 즐기느라 인간성은 황폐화되고, 인간관계는 완전히 무너진다.

한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면 그가 포함된 가정은 곧바로 파탄에 이르게 된다.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과 거리를 두면서 완전한 고립에 이르게 된다.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들도 파탄에 이르게 한다. 카지노는 결국 사람들의 영혼과 사회를 병들게 하면서 이익을 챙기는 ‘있어서는 안될 산업’인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이처럼 이익을 내는 도박 산업을 한 차원 높은 산업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마카오는 이미 아시아 최고의 도박 도시로 악명을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인천공항여객터미널에서 직선거리로 1.1㎞에 위치한 인천 영종도에 국내 파라다이스그룹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심의 대형 복합리조트를 2017년 1월 개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계인 리포앤 시저스,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카지노 “사전심사 재청구를 하면 적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영종도 개발은 카지노 없이는 안된다는 말인가.

 

미국계 카지노재벌 시저스가 투자예정인 영종도 경제자유구역 부지. (경향DB)

 

한국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서울 3곳, 부산 2곳, 인천 1곳, 강원 평창 1곳, 대구 1곳, 제주 8곳 등 16곳이 산재해 있다. 그중 서울의 ‘파라다이스워커힐카지노’, 부산의 ‘파라다이스카지노부산’, 인천의 ‘인천카지노’, 제주의 ‘파라다이스그랜드카지노’ 등 4곳은 파라다이스라는 명칭이 들어 있는 법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천에는 (주)파라다이스글로벌에서 운영하는 인천카지노가 있기 때문에 영종도에 카지노를 더 세울 필요가 없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내국인은 출입할 수 없으므로 우리에게는 피해가 없고 나쁜 영향도 끼치지 않으며 외화벌이로 국익에 기여한다고 한다. 하지만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2013년도 벌어들인 순매출액은 1조1256억원에 이른다. 그 돈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만 벌어들인 돈일까. 아니다.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재외 동포들이 한국의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하고 비참하게 된 사람들의 돈이다. 또 코리안드림을 좇아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 특히 많은 중국 동포들이 피땀 흘려 번, 한이 서린 돈이기도 하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고 사회와 국가는 그들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 않은가. 내 자녀, 부모, 형제자매가 카지노에 빠져 병들어가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국민 정서를 해치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키며, 개인과 사회, 국가를 병들게 하는 카지노에 관해 파라다이스그룹, 인천시와 문화부에 다음을 제안한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카지노 산업으로 카지노 이용자의 재산, 가정 파탄과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었다면 지금이 사회에 환원할 기회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17년 외국인 카지노 중심의 복합리조트 개장 계획’의 카지노 중심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인간 중심’으로 바꾸어 전 세계 관광객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마음 놓고 찾아와 즐기고 쉬어 갈 수 있는 우리 문화 고유의 특색을 살린 선망의 ‘인간 중심 복합리조트’를 개장해 자랑스러운 파라다이스그룹으로 거듭나주기를 제언한다.

인천시는 송도에서 출범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관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에 걸맞게 인천시 어느 곳에도 녹색기후기금 정신에 배치되는 카지노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부는 외국계 자본의 카지노 재벌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계적으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언젠가는 국제적인 압력에 밀려 한국 역시 내국인에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막대한 국부 유출을 가져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현재의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내국인에게 개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국에 가서는 전국이 카지노 도박장화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두고만 볼 것인가.

그러므로 정부와 지자체, 관련 국내 업체는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카지노 사업을 과감히 포기해 도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려야 한다. 관광과 경제 강국으로서의 국격을 높여, 한국이 ‘도박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도박 청정국가’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권병휘 | 도박산업 규제 및 개선을 위한전국 네트워크 공동 대표>

 

■ 일자리 창출·서비스 산업 육성 위한 복합리조트 건설 필요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는 현 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삼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경기회복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최근 중국 정부의 ‘상하이자유무역지대’ 출범은 중국의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위한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것 자체가 중국 제2개혁개방의 확대가 중국의 정책기조임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가 동북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고삐를 조여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는 세계적인 인천공항과 연계한 공항복합도시로 국제적인 관광메카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 악화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계획된 외국인 투자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투자도 그 실현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증대함으로써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자본축적 및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 등 다목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경향DB)

인천시는 2010년 이후 영종지역에 복합리조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영종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숙제이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행복시대를 구현할 핵심과제인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나라의 취약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 국제동향을 보면, 싱가포르는 침체된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도시로의 변환을 위해 복합리조트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으며 인도네시아,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 등 싱가포르 인근 5개 국가에서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였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률 14.8%, 고용창출 5만명 달성, 전년 대비 관광객 20%, 관광수입 48% 증가 등 각종 경제지표가 급속히 호전되고 있으며, 마카오, 필리핀, 대만에 이어 일본도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복합리조트를 경쟁적으로 유치 중에 있다.

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복합리조트 사업자들인 미국의 샌즈, MGM, 윈 리조트 등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하는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협의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하는 복합리조트 사업은 사업성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직접투자를 회피하여 왔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하는 복합리조트 사업은 내국인 대상이 아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및 세계 각국으로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서 외국관광객 유치가 사업 성공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세계적 복합리조트 개발 및 운영사인 미국의 시저스 팰리스 등을 포함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국관광객 유치를 통한 복합리조트 개발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하는 복합리조트 사업 투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역에 계획 중인 복합리조트의 조성이 완료되면 직간접적으로 약 82만명의 대규모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고, 약 13조원의 관광수입이 예상된다. 또한 시장선점, 관광인프라 확충, 관광수지 개선에 따른 서비스 산업 선진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그 밖에 앵커프로젝트 유치로 인한 연관업체 입주 등 경제자유구역 전반의 투자 유치 활성화와 세수 증대 및 지역경제 발전 도모 등 다양한 분야의 연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조성 성공에서 보듯 복합리조트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한류와 K팝이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에 복합리조트가 건설되면 관광산업이 지금보다 더욱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시장 중국이 가까이에 있고, 인천국제공항이나 서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천 영종지구는 복합리조트 개발입지로 성장성이 매우 높다. 대규모의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위한 복합리조트 사업이 성공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이승주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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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대신 제도의 안착을 위해 2년의 유예기간과 기업 규모에 따른 단계별 시행, 노사 합의에 따른 예외 규정 등 조건을 걸었다. 노동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말고 제도를 즉각 전면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과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 기업 운명 좌우할 근로조건 결정은 노사 자율로 풀어야

정부와 새누리당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0월7일 당정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허용되는 근로시간을 2016년부터 3년에 걸쳐 주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당정의 이러한 움직임은 ‘장시간근로 개선’과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대선공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은 주 40시간에 법이 허용한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숫자이다. 지금까지 별도로 계산한 휴일근로 16시간은 법이 개정된다면 연장근로에 포함된다. 사실상 휴일근로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긴 편에 속한다. 이로 인해 노사가 모두 장시간근로 개선의 당위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전혀 다르다. 기업이 생산차질, 인건비 증가, 유연성 감소를 걱정하는 반면, 근로자는 소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휴일근로는 노사 간 이해가 일치해서 형성된 현장의 관행이다. 기업은 휴일근로로 생산물량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근로자는 추가소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갑자기 휴일근로를 제한하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가뜩이나 정규직 과보호에다 148개국 중 130위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유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규제를 통한 인위적 근로시간 단축은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호경기에는 공장 가동을 늘리고, 불경기에는 줄여서 대응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고용유연성 아래서는 경기변동에 따른 적정인원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앞으로는 60세까지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면 적기에 필요인력을 고용할 수 있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초과근로를 통해 경기변동에 대응해 온 것이다. 즉 초과근로가 경기변동에 대비해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위적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비용 증가와 생산차질을 초래해 경쟁력을 하락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은 기존 물량대비 20%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고용경직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은 부담스러운 인력 충원보다 설비 자동화나, 공장 해외이전 등을 통해 기존 생산수준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정치권의 바람대로 초과근로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초과근로 단축으로 일자리를 만들 경우, 불경기 시 기업에 잉여인력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해고유연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임금이 줄어들더라도 사회보험 등 간접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이렇게 증가된 노동비용은 기업의 노동수요를 감소시킨다. 특히 중소기업의 현실은 더욱 어렵다. 채용을 하고 싶어도 취업하려는 사람이 없어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라도 더 쓰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줄어든 초과근로시간이 더 많은 근로자 채용으로 대체될 것 같지는 않다.

근로시간 단축의 또 다른 쟁점은 근로자 소득 감소와 이에 따른 노사갈등이다. 고용부가 발표한 휴일근로시간은 주당 7시간이다. 당정협의대로 휴일근로가 제한될 경우 현재 휴일에 일하는 근로자는 약 20% 이상의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 사교육비, 집값, 노후대책 불안 등으로 우리나라 대다수 근로자는 초과근로를 해서라도 소득을 높이려는 선호가 강하다.

일례로 초과근로가 적은 부서로 배치될 경우, 부당한 전보라고 분쟁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양대 노총도 공공연히 임금삭감에 반대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어, 임금보전을 둘러싼 노사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경제와 산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업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당정이 이를 위해 노사가 합의한 경우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한다고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 등에 관한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떠한 보완책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 또한 노사정은 지난 2010년 오랜 논의 끝에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경제와 산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법 개정보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개별기업의 사정은 해당 노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근로조건 결정은 해당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어야 한다. 기업여건과 상황이 천차만별인데도 획일적 규제 중심의 법과 제도를 강요한다면, 국민의 복지, 후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이 점을 심사숙고해 주길 바란다.

<김판중 |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

 

■ 저임금·초과근로 의존하는 경영계 잘못된 행태 바꿔야

10월7일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과 노동부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으나, 2016년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현행 3개월로 규정되어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의 운영을 ‘최소 6개월 이상, 최대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는 연장근로를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법률의 근거 없이 자의적 행정해석으로 휴일근로가 12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장시간 노동을 조장해왔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규율하는 문제는 노동부가 자의적인 행정해석을 변경해 즉시 시정해야 할 문제이지, 굳이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문제도 아니고 경과규정을 통해 기업들에 시간을 벌어줄 문제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상정한 개정안에 의하면, 노사가 합의하면 3~6개월간 최대 60시간까지 연장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게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독소조항이다.

 

경총은 당정의 인위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반발하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한국이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초과근로가 기업이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부 통계에 따르더라도 비정규직이 전체 1773만명의 임금근로자 중 33% 정도인 591만명이다. 노동계는 정부 통계에서 누락돼 있는 이들을 포함시킬 경우 비정규직 규모가 900만명에 육박해 50%를 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전체 비정규직 규모로 보면 충분히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어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40~60% 수준, 상시적 고용불안, 4대 보험 다수 미적용, 상여금이나 퇴직금, 유급휴가, 연월차 혜택 다수 배제 등으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이다. 기업들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상시, 지속적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불법, 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

또한 경총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낮은 생산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초과근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낮은 생산성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무색하게 자의적, 탈법적으로 초과근로에 의존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정비와 사회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 한국 사회는 수출-재벌 중심으로 수직, 하청 계열화된 산업구조 속에서 하위 부품사, 중소·영세기업이 재벌 대기업의 단가 인하, 비용 절감의 압박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통해 해결하는 구조와 관행이 만연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벌 대기업의 이윤 독식과 하위 부품사에 대한 단가 인하 등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임금 보장과 초과근로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경총이 주장하는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 가중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하에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재벌 대기업의 이윤 독식 구조를 규제하고 정당한 납품단가를 보장토록 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 개선을 유도하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근본적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기인한다. 적정한 임금과 적절한 노동시간 보장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의 핵심이다.

또한 경총은 초과근로 감소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노동자들이 임금 감소로 인해 초과근로 규제를 원치 않는다는 주장들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들이 초과근로를 원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낮은 저임금 구조에서 발생한다. 한국의 저임금 구조는 정부 공식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노동소득 분배율이 2000년 초반 증가하다가 2006년 61.3%로 정점을 찍고 2012년 59.7%로 감소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0%인 데 반해,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서 1인당 피용자 보수총액 인상률은 1.3%이다.

매년 2.7%만큼 경제성장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최근 통상임금 논란에서 보이듯 그동안 기업들은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과근로에 의존하면서 낮은 기본급 비중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러한 탈법적인 관행을 개선해 최저임금-기본급을 적절히 인상하고 초과근로 감소에 따라 실질적인 임금삭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현대 |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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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삼성그룹의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10만명이나 몰렸다. 올 상반기까지 더하면 총 18만명이나 된다. 25만원짜리 SSAT 대비 사설학원 강의가 생기고 심지어 일부 대학은 특강을 하거나 모의시험까지 본다. 세간에 ‘삼성고시’로 불릴 만하다. 그룹들이 이런 대규모 공채를 유지하는 게 맞을까. 애플, 구글처럼 경력자를 수시로 뽑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반면 현행 공채는 청년들을 대거 흡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편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저소득층이나 지방대 출신, 여성 등 상대적 취약층에게 기회를 주면서도 선진적인 채용 방식을 어떻게 접목할지 해법을 모색할 때가 됐다.

 

■ 스펙만 보는 ‘닫힌 채용’서 열정·잠재력 보는 ‘열린 채용’을

최근 삼성그룹에서 공채 과정에 변화를 주었다. 기존에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에게 인·적성검사를 진행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하반기부터는 적성검사를 우선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인원만 서류전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스펙 타파, 열린채용 등의 분위기를 반영해 구직자로 하여금 서류전형과 적성검사의 부담을 줄이고,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우선 선발하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변화는 구직자들이 삼성에 대거 몰리는 현상을 불러왔다. 지난주 진행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무려 10만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우선 적성검사만 통과하자’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삼성그룹 등을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채’ 형태의 채용 문화가 지배적이다. 구직자들도 상·하반기에 나눠진 대규모 공채를 대비하며 스펙을 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구직자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는 공채는 과연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면접을 기다리는 구직자들 (경향DB)

 

이런 공채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업의 채용 트렌드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대는 기업에서 인재를 마음대로 채용하는 ‘내 맘대로 형’이 주를 이뤘다. 일자리는 적은데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은 넘쳐나니 당연히 기업 위주의 채용이 진행됐다. 그러다가 1980년대는 학벌과 시험 통과가 주를 이루는 공채 위주의 채용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1990년대에 학벌이나 시험보다는 어학 특기자, 이공계 특기자, 상경계 특기자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눠 인재를 선발하기 시작했다. 스펙을 중시하는 당시의 공채 시스템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채는 몇 가지 필요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사회적 기대감에 대한 부응이다. 매년 구직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기업에 대한 어느 정도 수준의 취업 확대를 기대하게 된다. 특히 대기업 중심으로 이러한 기대감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공채가 이어져오고 있다. 공채가 사라지면 신입에 대한 기업의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염려 또한 여기에서 나온다. 또한 채용 기준을 공개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공정한 채용의 근간이 된다. 지방대생 채용 등 기회의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공채 시스템의 부작용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포화 수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고스펙 구직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채를 통해 채용하는 인원의 수는 매년 큰 차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매년 신규 대졸 구직자 수는 40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공채를 통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 보니 취업재수생이라는 말이 나오고, 대기업의 경우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1~2년 정도는 취업재수를 한 사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채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기에, 지금의 공채는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공채의 핵심으로 작용했던 어학, 자격증 등의 ‘스펙’이 더 이상 위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기업은 고스펙의 구직자가 조직에 적합하고 성과를 내는 인재라는 공식을 거부하기 시작했으며, 구직자 역시 획일화된 스펙을 쌓기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진정한 스펙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KT의 ‘올레 오디션’의 경우 국내 기업 최초로 오디션 방식의 공채를 도입, 스펙이 아닌 구직자의 열정, 잠재력을 더욱 높이 사는 채용을 진행했다. SK의 ‘바이킹 챌린지’ 등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공기업에 도입되는 스펙초월 소셜 리쿠르팅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지금의 공채 역시 또 다른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단순히 학교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의무적으로 치르는 형태로는 지금의 구직자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 무엇보다 진정 기업의 필요에 따른 채용이 진행돼야 한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에는 공채라는 단어가 없다. 구직자가 자신의 비전을 이뤄나갈 수 있는 기업, 직종을 우선 모색하고, 그에 맞는 기업을 찾아 이력서를 보낸다. 추후 채용이 필요할 경우 기업은 수집된 이력서 중에서 인재를 고르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의 공채 시스템도 이러한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단지 갑작스러운 변화는 구직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열린채용 문화를 어려워하고 있다.

더구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인턴십, 경력과 연관된 아르바이트 등 실무적인 경험 위주의 스펙을 중요시 여기는 반면, 구직자들은 여전히 어학점수, 자격증 등의 스펙을 중요시하고 있다. 지금의 공채가 가진 장점은 이어가되, 획일화된 채용이 아닌 진정한 필요에 따른 공채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서미영 | 인크루트 총괄상무>

 

■ 직무맞춤형 수시 채용에 드는 비용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

삼성그룹의 하반기 신입사원 정기 공채시험에 대거 지원하여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전국 200곳 고사장에서 치러져 기업과 개인이 지불하는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교재구입비·수강비는 물론 지방학생의 경우 해당지역 고사장이 수용가능한 인원을 초과하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 SSAT를 치르는 데 취업준비생이 지불하는 비용이 100억원 이상이라는 지적에 해당기업도 현행 신입사원 공채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인재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일찌감치 ‘역량’에 포커스를 맞추어 기본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SSAT 응시 기회를 모두에게 준 결과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대규모 정기채용 대신 미국·독일식의 직무맞춤형 수시채용을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대부분의 해외 글로벌기업들은 채용시즌을 따로 두지 않고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충원하는 직무맞춤형 수시채용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채용공고 시 입사 후 맡게 될 업무와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직무능력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해 직원을 뽑는다.

이에 반해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정기공채를 통해 신입직원을 선발하고 있는데 이런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선 비용 측면에서 정기공채 방식이 수시채용보다 부담이 적다. 다수를 한꺼번에 뽑는 방법이 소수를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뽑는 방식보다 기본 경상비용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준비생들에게 기회의 균등성을 부여하는 측면도 있다. SSAT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취업지원자들의 ‘역량’에 포커스를 맞춰 기본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 최근에는 고졸 공채도 느는 등 지원 문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SSAT의 경우 서류전형 없이 자신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를 누구에게나 주고 있는데 이는 대다수 취업준비생들이 원하는 방식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서류전형을 실시하고 있는데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지원자는 학벌이나 어학성적 등 소위 스펙이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여기고 있고, 이는 과도한 스펙을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기공채는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도 크다. 기업들은 중장기 성장전망에 따라 인력수요를 세우기 때문에 대규모로 신입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대학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의 희망이 되고 있고 청년취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시채용은 주로 경력직을 선발하므로 대졸예정자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도 정기공채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수시채용의 이점도 많아 최근 들어 수시채용 비중을 늘려가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정기공채로 신입직원을 선발한 후 각종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인재를 육성하기보다는 당장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수시로 채용하는 것이 업무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인턴사원으로 검증해서 채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수시채용은 결국 비용 문제와 경력직 채용으로 흐를 수 있는 부분이 현재로서는 걸림돌이라 하겠다.

 

(경향DB)

일부에서는 최근의 부진한 청년고용을 경력직 위주의 수시채용 확산과 연관짓기도 한다.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2002년 45.1%에서 2012년 40.4%로 10년 동안 무려 4.7%포인트나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39.5%로 40%선이 무너졌다. 전체(15~64세) 고용률 64.7%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환경의 변화가 주원인이겠지만 신입직원 정기공채 규모가 축소되고 경력직 위주의 수시채용 확산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기공채가 지나친 스펙경쟁을 부르고 창의성·전문성 검증에 미비하다는 논리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직무분석이나 직무급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 평생직업보다 평생직장이 익숙한 문화 등을 고려할 때 현행 대규모 공채 방식을 직무맞춤식 채용으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인재채용에 들이는 비용 지불에 다소 인색한 편이다. 신입직원 한 명이 20년 이상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20억원 이상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재선발에 일정 부분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채용 방식에 대한 고민보다는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스펙과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삼성과 같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대규모 신입직원 정기공채 기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경천 | 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서비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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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합법화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다시 ‘법외 노조’로 전락할 기로에 서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3일까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없애지 않으면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외 노조가 되면 사실상 단체협약 체결권을 포함한 노조법상 권리를 잃게 된다. 정부는 “위법적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며 현행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전교조는 국제 규정에도 어긋나고 위헌소지가 있는 사문화된 법령을 근거로 한 부당한 요구이자 정권 차원의 공안 탄압이라고 맞서고 있다.

 

■ 위헌소지 사문화된 법령 근거한 정권 차원의 공안 탄압

지난 9월23일 월요일 10시30분 전교조 본부사무실을 방문한 송문현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공문을 건네며 “10월 23일까지 해직조합원 9명을 노동조합에서 탈퇴시키지 않으면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우리는 정부의 ‘해직조합원 배제명령’의 진짜 목표가 전교조 탄압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교조는 여러 이유를 들어 부당함을 지적했지만 노동부는 지금까지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답변을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조치는 최소한의 형평성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교육부에 낸 회원자격을 묻는 민원(2013.2.21)에 대해 교육부는 회신을 통해 ‘회원 자격은 그 단체가 스스로 정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 온 뉴라이트 성향의 자유교원조합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 법적으로 해고자 가입이 금지돼 있는 기업별노조를 봐도 한국노총 소속 3302개, 민주노총 소속 2032개 노조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유독 전교조에 대해서만 해직자의 가입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모든 노조를 법 밖으로 내몰 작정인가?

둘째, 정부가 전교조 설립취소의 근거로 삼고 있는 노조법시행령 9조2항은 위헌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이재갑 노동부차관은 전교조 설립취소를 요구하는 보수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률검토결과, 법외노조 통보조항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있어서 근거가 약하고, 헌법상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해 위헌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해고조합원 배제와 노조 설립취소를 규정한 시행령은 위헌이므로 개정하라고 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위헌소지 때문에, 단 한 차례도 적용된 적 없는 사실상 사문화된 시행령이다. 그런데도 노동부가 종전 입장을 뒤집어 모법에도 없는 미약한 시행령을 무기로 전교조 설립취소를 밀어붙이는 것은 법과 질서를 핑계로 헌법과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전교조 탄압 중단 요구하는 김정훈위원장 (경향DB)

 

셋째, 현행법에 따르면 해직교원과 비정규직 교원, 유치원 교사들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다. 노조의 원래 목적 가운데 하나는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뿐 아니라 해고된 노동자도 보호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시키고, 부당해직자들의 노조 가입조차 막는다면, 이는 사용자에 순종하는 어용노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폐지와 해직자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2004년 여성노조 판례와 지난 9월27일 발전노조의 ‘해직자 조합자격 유지’ 대법원 판결로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막을 명분이 없다. 또한, 현행 법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가 교원노조 활동을 하려면, 근무기간에 따라 가입 탈퇴를 매년 반복해야 한다. 가장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비정규직 교사와 해직교사의 노동기본권은 어디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

현행 교원노조법은 ‘교원’의 범위를 초중등교사에 한정하고 있어 유치원교사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노조에 가입한 1100여명의 유치원교사들은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 법조항을 들이대며 전교조를 표적 삼아 설립취소 협박을 할 게 아니라, 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정답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법 개정 노력을 게을리 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넷째,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 권고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 해직조합원 자격유지와 관련된 국제노동기구 ILO 권고만도 13차례 있었다. 10월1일, ILO는 또 다시 한국정부에 해직자 자격 유지와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며 긴급개입을 했다. 박근혜 정부 취임 7개월 만에 동일사안으로 3번째다. ILO 사무총장이 보낸 긴급개입 서면을 보면, ILO 권고를 지키지 않는 한국정부에 대해 “꼭 상기시켜준다”며 비난에 가깝게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의견조회’라며 의도적으로 깍아 내리고, 지난 3월 1차 ILO 긴급개입에 대해 한국의 노동법을 안내하는 등 엉뚱한 답변으로 본질을 회피하는 꼼수를 계속 쓰고 있다. 노조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인권유린적 조치를 해놓고,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우는 것은 국제사회의 비웃음만 불러올 뿐이다.

법은 정의와 인권을 목표로 존재한다. 우리 교사들은 박정희 유신헌법과 나치의 유태인차별법처럼 정의와 인권을 무시한 형식적 법치주의는 폭력이라고 가르친다. 부당해직교사를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인권유린적 시행령은 온전한 법치주의 국가와 어울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정부 수장으로서 고용노동부의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를 철회하도록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청와대야말로 노동탄압과 민주주의 훼손의 배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하병수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 전교조 규약 시정 요구는 법치주의 확립 위해 반드시 필요

노동부는 지난 9월23일 전교조에 대하여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고, 법상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면서 10월23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이후 두 차례의 규약 시정 명령과 여러 차례 자율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3년 넘게 지속되어온 전교조의 위법 상태를 해소함으로써 법치주의를 확립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노동부의 시정 요구에 대하여 전교조는 정부가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리한 법 집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교조의 주장은 현행법과 정부 조치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몇 가지 사항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은 현행법에 어긋나는 것이며, 이는 대법원에서도 확인된 사항이라는 점이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은 1998년 2월 노·사·정 합의에 따라 1999년 1월에 제정되어 같은 해 7월1일부터 시행된 법이다.

 

전교조 "해고자 조합원 인정하라" (경향DB)

이 법에서는 ‘교원’의 정의에 대해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 즉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공민학교·고등공민학교 등에 두는 교장, 교감, 수석교사 및 교사로 하고 있다. 이는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원으로 분명히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해고된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한 사람은 노동위원회법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있을 때까지로 한정하였다.

2010년 3월 노동부는 교원노조법에 어긋나는 전교조의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령하였다. 하지만 전교조는 이에 불응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법원은 교원의 노조 활동에 대하여 특별법으로 정하는 이유를 “교원 직무의 공공성·전문성·자주성,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전통과 국민의식 및 교육현장의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교원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하여 일반 근로자들과 다른 규율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직 교원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여부를 묻지 않고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은 강행 규정인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되며, 규약으로 교원노조법 제2조와 다르게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둘째, 위법 규약과 해직자의 노조 가입·활동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하는 것은 행정처분의 일반법리상 당연한 조치라는 점이다. 현행법은 법적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설립신고증을 교부하여 합법적인 노조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의 취지상 설립 신고 단계에서 법적 요건에 맞지 않으면 설립 신고를 반려하고 노조 설립 후에도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설립신고증 교부를 철회하는 것은 행정처분의 일반원리상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법리는 행정행위의 취소 및 철회와 관련된 판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셋째, 조합원 중 해직자의 숫자가 많지 않다 하더라도 위법상태는 시정하도록 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점이다. 전교조는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위법 규약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므로 해직자 수는 향후 상황에 따라서는 현재의 9명에 그치지 않을 수 있고, 해직자의 숫자가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법 위반이 명확한 사항을 시정할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넷째, 현행법을 지키는 문제와 제도를 개선하는 문제는 분명히 분리해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 현행법은 제정 당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어 제정된 것으로,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준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폭넓은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현행법을 준수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러한 노력 없이 법 개정만을 주장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누구든지 자신에게 불리한 규범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관례를 만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노동부의 시정 요구는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따라서 전교조는 지금이라도 노동부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여 합법적인 요건을 갖춘 노조로서 활동해주기를 바란다.

<김경윤 | 고용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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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통합시의 새 야구장 건설 부지 선정을 두고 야구계와 창원시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다. 지난 1월 창원시가 진해 육군대학 부지에 새 야구장 건설 강행 의지를 밝히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접근성과 경제성이 모두 떨어지는 입지 조건”이라고 반대했다. 최근 KBO는 창원시가 진해 야구장 부지 선정 과정에 심각한 잘못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새 구장을 사용하게 될 신생구단 NC 다이노스 또한 창원시에 대해 새 야구장의 입지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여전히 문제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금액이 투입됐고, 접근성과 경제성 또한 야구계의 우려와 달리 여러 가지 보완책을 통해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 시민 접근성 낮은 진해 부지 강행… 흑자 약속 어디로


2011년 3월28일,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 승인 당시 창원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분명히 약속했다. 창원시가 제출한 ‘창원시의 프로야구단 지원 계획’에는 ‘2015년 2월까지 3만석 규모의 신규 야구장 완공’ ‘전문가 및 시민의 다양한 여론 수렴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최적의 입지에 신개념 구장 건설’ ‘신규 야구장 시설 투자비 엔씨소프트 미부담’ 등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창원시는 지난 1월30일, KBO와 NC, 야구 전문가 등의 의견이나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창원시민 다수의 뜻과도 배치되는 진해 구 육군대학 부지를 신규 야구장 부지로 확정해 발표했다. 발표 당시 창원시는 ‘3단계에 걸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타당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는데 창원시가 실시한 1·2차 조사 결과에서는 현 진해 부지가 11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3차 조사에서는 갑자기 1위로 뒤바뀌어 있었다.

KBO는 창원시에 ‘3차 보고서’의 결과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창원시는 이를 끝내 거절했으며, 이윽고 행정소송까지 가는 진통 끝에 어렵게 창원시로부터 ‘3차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창원시가 끝까지 감추려고 했던 ‘3차 용역보고서’에 대한 스포츠산업경영학회의 분석 결과를 보면 창원시의 3차 보고서는 타당성, 공정성, 신뢰성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한마디로 총체적으로 잘못된 보고서라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이 창원 신축야구장 입지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향DB)

 

창원시는 여전히 ‘입지 변경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만 늘어놓을 뿐, 해당 용역 평가가 어떻게 뒤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창원시가 3차 보고서의 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누가, 몇 명이 평가를 했는지, 설문조사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평가지표의 산정 및 평가항목의 점수 부여에 있어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된 부분들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놓기 바란다.

그리고 KBO와 야구계는 창원시에 묻고 싶다. ‘야구장 문제만 하더라도 야구장을 지어주겠다는 약속만 했지 야구장 입지 결정에 대해서는 NC나 KBO에 약속한 적이 없다’는 창원시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NC 창단 승인을 위해 창원시가 시장의 친필 서명을 담아 제출한 ‘창원시의 프로야구단 지원 계획’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진해 쪽에 야구장을 지을 생각으로 야구단 유치를 꾀했다’면 애초 KBO에 시민들과 전문가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최적의 입지에 야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은 왜 한 것인가. 만약 창원시가 처음부터 인구 18만명의 진해에 야구장을 짓겠다고 했다면 KBO는 창단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KBO가 정해둔 프로야구단이 들어설 수 있는 연고도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인구수 조건은 100만명이었으며, 창원시 인구의 대부분은 창원과 마산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창원시가 현 진해 부지를 ‘지역균형발전 가치를 고려해서 선정했다’면 ‘야구장은 관중 접근성이 우선, 교통과 시민 접근성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 ‘창원 연고 프로야구단이 가장 먼저 흑자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전 발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했던 것인가.

더구나 창원시는 NC가 진해구장을 쓰게 되면서 손실을 입으면 그 적자를 창원시가 보전하겠다는 제안도 했는데 이는 프로야구의 산업적인 측면에 대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진해구장을 쓰게 되면서 손실을 입는 당사자는 NC 구단 1개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리그의 균형발전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구단 1개의 문제는 전 구단으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해당 구장에 원정경기를 오는 팀들의 수익 보전도 문제가 된다. 나아가 그로 인해 입게 될 한국 프로야구 리그 전체의 가치 하락에 대한 책임은 어찌할 것인가. 그 가치 하락에 대한 보전까지 모두 해주겠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창원시는 KBO와 야구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로야구는 연간 600만명 이상이 직접 관람하며, 매년 누적 시청자 수가 약 1억4000만명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국민스포츠이며,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경제효과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리그라는 점을 혹시 창원시가 몰랐다면 꼭 기억하길 바란다.

창원시는 또 ‘새 야구장 건립과 관련해서 행정적인 절차 등으로 인해 이미 17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이제 와서 부지를 변경하는 것은 예산 낭비와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이미 투입한 17억원의 비용이 아까운가? 아니면 잘못된 부지에 건설하게 되면서 낭비될 수 있는 1000억원의 시민 혈세가 아까운가? 계산은 어렵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정치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약속’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양해영 | KBO 사무총장>

 

■ 통합 창원시 균형발전 고려… 교통 인프라는 개선될 것

창원시는 통합시민의 결속과 화합의 구심점 역할을 목적으로 창원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게 됐다. 2011년 3월29일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승인받은 NC는 창원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창원시는 협약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2012년 100억원을 투입해 마산야구장을 전국 4번째 규모인 1만4000석으로 리모델링했다. 또 5년 이내에 2만2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건립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도시개발 인가, 새 야구장 기본계획 용역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올해 마지막 기회인 안전행정부 투·융자 심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KBO와 NC는 협약에 규정한 새 야구장 건축에 있어서 입지문제를 두고 신뢰와 입지변경 카드를 꺼내고, 창원시가 수용하기 불가능한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야구장 입지변경의 핵심은 현재 신야구장으로 건립을 추진 중인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부지’가 접근성이 열악해 흥행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KBO가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에 의뢰한 용역 연구결과물을 바탕으로 진해구 육군대학 부지보다 창원 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이 경제성과 흥행성, 접근성이 더 높다며 입지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 입지로 선정한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 전경. (경향DB)

그렇지만 KBO나 NC가 현 시점에서 진해 야구장을 접근성이나 흥행성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KBO와 NC가 접근성, 흥행성을 두고 걱정하는 부분은 잘 알고 있지만 창원시가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입지선정에 대한 절차도 1·2·3차에 걸친 시민여론 수렴과 용역기관 타당성 조사, 그리고 창원시의회의 동의를 얻는 등 법적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3차 용역에서는 무엇보다도 창원시가 기존의 마·창·진 3개시가 통합도시로 출범하는 특수한 지역 환경을 갖고 있고, 도시의 균형발전 또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뿐만 아니라, 성장 잠재력, 지역발전 기여도 등 종합적인 평가에서도 신야구장 건립 최적지로는 옛 진해 육군대학 부지가 적정하다고 판단됐다.

그러므로 NC와 야구계가 주장하는 접근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현 시점에서도 야구계가 우려하는 만큼 접근성이 열악한 것만은 아니다. 터널로 왕복 4차선인 안민터널과 장복터널이 있고 보조 노선으로는 마진터널과 안민고갯길이 있다. 또 오는 연말에 완공되는 창원시 진해구 완암과 양곡 간 터널이 준공될 경우 도심 접근보다 훨씬 쉽다. 장기적으로는 제2 안민터널과 국도 2호선 대체 터널(제2 장복터널)도 개설될 예정이다.

NC에서는 단지 야구의 흥행성만을 강조하겠지만, 창원시의 입장으로서는 그 요소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균형발전과 성장 잠재력, 지역발전 기여도 등 종합적인 평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KBO와 NC는 이 점을 이해해줘야 한다. 입지 결정은 지역사정을 잘 알고 있는 창원시에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점도 알아줬으면 한다.

NC가 오직 KBO의 입지 재조사 용역의 결과와 중앙 언론, 야구팬을 동원한 여론몰이를 앞세워 창원시를 압박하는 것은 사업 파트너로서의 예의와 상식에 어긋난다. 또 야구장 입지 결정은 창원시가 KBO, NC 등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협약 체결에는 없다. 입지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과 책임으로 불만과 입지 변경 요구는 월권행위다.

결론적으로 새 야구장 입지는 가장 큰 가치인 지역균형발전과 통합 창원시의 결속을 위한 이해당사자의 합의 등이 전제돼야 결정 가능한 것이다.

창원시의 새 야구장 입지 발표로 통합에 따른 진통을 겪어왔던 창원시가 그나마 안정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NC 측에서 입지를 변경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면 이후에 파생되는 진해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 갈등과 그동안 투입된 모든 예산은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KBO의 주장과 같이 접근성과 흥행성만 고려한다면 창원은 창원광장, 서울은 광화문 같은 입지에 야구장을 지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KBO와 NC는 연고지 지자체와의 파트너로서 창원시를 이해하고, 지역사회 발전과 갈등 해소 등 공익적 역할과 프로야구의 실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다하는 게 의무이다.

그리고 현 부지가 접근성과 흥행성이 떨어진다면 여기에 대한 논의를 해야 접점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입지에 대한 재론은 소모전이자 다른 지역 갈등만 유발할 뿐이고, 프로야구 발전과 통합 창원시의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용암 | 창원시 새야구장 건립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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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영·유아보육료 국고보조율을 현행 서울 20%, 지방 50%에서 각각 10%포인트씩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20% 인상안’에서 후퇴한 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이 다른 복지사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 인상’은 최소로 필요한 국고보조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학계 일부에선 무상보육 재원을 중앙정부가 책임질 경우 세 부담 증가나 다른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복지재원과 지방재정 문제에 대한 전반적 개편 속에 결정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경향DB)

 

■ 국고보조율 상향은 사회적 합의이자 대통령의 약속

지난 2010년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민주당은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 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확인했다. 민주당은 시대정신에 부응해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도 의제화하여 여론의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다급해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전까지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를 포퓰리즘이라 주장하던 기조와는 반대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무상보육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 승리의 주요한 동력으로 삼았다.

이처럼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무상보육을 의제화한 이래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에 대해 여야, 국민의 의견이 합치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무상보육과 관련하여 지방정부의 과도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여야의 일치된 의견에 기초하여, 지난해 11월 영·유아 보육료 및 양육수당의 국고보조율을 서울시는 100분의 40(현재 100분의 20)으로, 그 밖의 지역은 100분의 70(현재 100분의 50)으로 20% 인상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의식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후보 시절 “국가 책임보육을 위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 “복지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인상으로 지자체 매칭비 부담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또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31일에는 전국 광역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면서 보육 재정에 대한 중앙정부 책임 강화를 약속하였다.

이와 같이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회적 합의이자,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공약, 당선인 시절에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를 무시하고, 기획재정부 등을 앞세워 국고보조율 20% 인상에 관한 법안을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강제로 계류시키고, 종합적인 재정체계 검토와 실제 국고보조율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종합적 재정체계 검토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입장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올 초부터 정부에서 종합 해결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여 지금까지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안 제시가 없는 것으로 봐서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

둘째, 박근혜 정부는 서울시 무상보육사업에 대한 실제 국고지원율은 28.8%로 이미 30%에 달하므로 10% 정도만 상향하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증한 지자체 보육재정 보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여야, 정부가 기준보조율 20% 인상에 대해 합의할 당시, 단순한 수치에 의해서가 아닌 종합적 판단을 통해 실제보조율을 감안한 것이었다.

또한 무상보육과 함께 재정규모가 가장 큰 복지사업인 기초생활보장과 기초노령연금은 실제보조율이 각각 79.4%와 74.4%로, 이에 비해 무상보육 실제보조율은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실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사무는 국가사무이므로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당장은 부담이 되겠지만 현재 지자체가 최소로 필요한 국고보조율 20%는 즉시 인상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국민 앞에서 했던 간절한 약속과는 다르게 이제 와서 ‘공약 파기’를 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보육대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2300억여원의 빚을 내 무상보육 재원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까지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에 대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리당략을 떠나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무상보육의 연장선상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및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도 함께 힘을 써야 한다. 특히 재정 확보에서 우려가 된다면 지난 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온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된다. 2008~2012년까지, 지난 5년간 세금 감면에 의한 세수 감소가 약 82조2000억원, 그중 부자감세(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가 약 7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보육지원 1년 국비(3조4792억원·2013년 기준)의 20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증세할 것도 없이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무상보육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 약속은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 태도와는 배치된다. 무상보육은 이 시대가 책임져야 할 국민과의 약속이자 국민적 합의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 준수를 촉구한다.

<이목희 |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서울·인천·경기, 무상보육 국고보조 확대 거듭 촉구 (경향DB)

 

■ 재원 분담, 중앙·지방정부 간 재정제도 개편이 먼저

2012년과 2013년 영·유아 보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강화되었다. 특히 2012년 말 대선을 앞두고 만 0∼5세 무상보육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추가적 예산을 확보해야 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추경을 전제로, 목적예비비와 특별교부세를 통해 지방정부 추가 부담을 상당부분 메워 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추경 편성에 소극적이었던 서울시는 영·유아 보육 예산이 7∼8월에 이미 바닥나자, 대국민 홍보를 통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촉구하였다. 복지부로 대변되는 중앙정부와 여당은 서울시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하였고, 양측 간 갈등은 급기야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결국 서울시가 20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결정하면서 보육대란은 일단 피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무상보육의 지방과 중앙정부 간 재원분담이 큰 이슈가 되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무상보육이 국가가 주도하는 전국적 사업이므로 중앙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중앙정부의 보조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국가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업이면 중앙정부가, 지역에만 혜택을 주는 지역공공재 사업이면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맞기 때문이다. 또 최근의 보육 지원 확대가 국회를 비롯한 중앙정치의 산물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한국의 특수성과 이에 따른 재정형평화제도의 중요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수도권과 그 이외 지역의 재정여건에 큰 차이가 있다. 만약 전국적 사업만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지역사업은 모두 지방정부가 책임진다고 해보자. 그러면 수도권을 비롯하여 재정여건이 좋은 지역만 높은 수준의 정부서비스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국토가 좁고 인구이동이 자유로우며 형평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국민들의 정서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차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중앙에서 재원을 많이 마련하고 이를 각 지방에 이전시키는 형평화 제도-각종 교부금과 국고보조금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미 지방의 많은 사업들이 지방정부 재원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형평화 지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 단위 사업이므로 무상보육은 중앙정부가 모두 책임지라는 것은 일부분만 보는 해석이다. 국세의 지방세 전환과 같은 지방정부 자체 재원을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그 책임성을 강화해서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장기적으로 타당한 방향이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 간 불평등을 받아들일 자세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확보 노력과 이로 인한 국민의 후생 변화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동의하지 않지만 현재의 무상보육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면, 추가적 재원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중앙정부가 이를 책임진다면 국세의 세부담 증가나 다른 중앙정부 사업 축소는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지방정부가 이를 책임진다면 지방세 세부담 인상이나 지방정부 사업의 축소를 야기하게 된다. 즉 어느 쪽 증세 혹은 지출축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주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는 다시 어느 쪽이 지금까지 이를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여 왔느냐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 추가적 노력으로부터 비용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방정부에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에 직면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예산 조정 등 중앙정부의 대응과 노력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대한 지원 요청 외에 어떤 자체 재원 확보 노력과 세출 삭감 의지를 보였는지 의문이다.


셋째, 보육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이를 ‘영유아보육법’에 명시한다는 것은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는 일이다. 국고보조사업의 기준보조율과 차등보조율은 지역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통해 일괄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보조사업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재정여건에 따라 보조금 사업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당장 필요하다고 보육료와 양육수당 분담비율만 개별법에 명시하고 그 비율을 확대한다면, 큰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 유사한 경우마다 동일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고 결국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무상보육의 재원 분담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제도의 전체 틀 속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지방재정지원제도는 최근 지방소비세 신설, 분권교부세 도입과 연장 등의 변화를 겪어 왔다. 또한 분권교부세의 전환, 보통교부세와 특별교부세 제도 개선, 부동산 세제를 비롯한 지방세 개편 등의 논의가 향후 계속될 것이다. 복지재원의 확보와 지방재정의 문제에 대한 이러한 전반적 개편 속에서 무상보육의 재원 분담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박상원 | 한국외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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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전국 철도와 도로, 지하철, 버스 등을 한 장의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전국호환 교통카드 서비스를 올해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1996년부터 자체 교통카드를 도입한 서울시와는 표준기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서울지역은 제외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새 국가표준에 따라 도입할 전국호환 교통카드는 기존 교통카드의 사용을 제한해 매몰 비용이 막대하고, 이용자도 불편해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전국호환 교통카드가 나와도 기존 교통카드를 종전처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소수의 독과점 카드 사업자가 누리던 시장 진입장벽도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전국 7개 시·도 교통카드 호환 협약식 (경향DB)

■ 기존 카드, 철도·고속도로에 개방하면 추가 비용 없이 해결


서울시는 1996년부터 교통카드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 국가표준(KSX 6924)의 선불교통카드 4000만장이 전국 98% 지역의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에서 불편 없이 호환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교통카드의 사용 영역을 고속도로·KTX까지 확대하는 소위 ‘전국호환 교통카드’ 사업을 통해 국토부에서 제정한 방식에 따라 발행된 교통카드만 호환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마치 국토부가 지역 간 호환이 되지 않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처음 전국호환을 추진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교통카드 사용영역을 확대하는 방향 자체는 찬성한다. 다만 국가표준에 따라 이미 발행된 교통카드의 사용을 제한하면 큰 규모의 매몰 비용이 발생해 카드 소유자에게 불편이 생기는 등 국토부 방식에는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보완장치를 먼저 마련해 줄 것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국토부는 국토부 방식의 전국호환을 고집하는 이유로 국가표준(KSX 6924)에 따라 발행돼 이미 사용되고 있는 선불교통카드는 비경제적이고 공공재가 아니며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단순통합형’은 기존의 메모리 방식(mifare) 교통카드를 위한 사업자별 보안응용모듈(SAM·교통카드를 단말기에서 읽고 인식하는 장치)을 장착하는 방식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현재 호환 사용되고 있는 교통카드를 위한 SAM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비교하여 비경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현재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통카드는 기술표준원에서 정의한 국가표준인 지불 SAM을 사용하고 있고 국토부가 사용하려고 하는 지불 SAM과 동일한 규격이기 때문에 특정회사의 독점 및 유료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국토부의 주장처럼 전국호환 교통카드용 단말기가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려면 기존에 사용되는 교통카드에 대해서도 철도나 도로공사의 단말기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오히려 국토부 방식의 교통카드를 출시하기 위해 적용되는 국토부 고시(교통카드 관련 장비의 전국호환성 인증요령)에는 해결돼야 할 상당수 기술적·운영적인 문제점들이 있으므로 본격 발급 전에 보완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서울시가 국토부 고시에 존재하는 ‘카드소지자 정보’와 ‘부가정보 파일’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국토부는 일부 보완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고시에는 한국도로공사의 예외 및 특혜 인증에 대한 독소조항 등과 같이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특히 호환사용 대상인 하이패스와 관련 카드규격의 상세 정보 공개, 부가정보 파일의 파일식별자 임의지정 허용, 도로공사의 이중 인증절차 생략과 인증기관의 일원화 등이 보완돼야만 국토부가 우려하는 특정회사의 독점 및 유료기술이 사라지게 되며 모든 참여자에게 공정하고 동일한 조건이 부여될 수 있다.

국토부는 기존 교통카드 소지자는 기존 사용처에서 계속 사용이 가능하고 전국의 철도·고속도로까지 이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전국호환 교통카드를 구입·사용하기 때문에 매몰비용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카드 방식이나 국토부 방식은 모두 국가표준의 규격을 따르기 때문에 기술에 별 차이가 없어 추가 비용 없이도 국토부가 인정만 하면 전국의 철도·고속도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전국의 철도·고속도로는 반드시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이며 기존의 카드를 못 쓰게 만들어 매몰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총 발행량 2억장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최대 60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토부는 전국호환 교통카드 사업이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추진되기 때문에 사업 내용의 적정성 여부에 관계없이 국토부 고시를 서울시가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국토부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국토부가 운용하는 2000여억원의 분권교부세 교부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공문도 시달했다.

그러나 대중교통법에서 정한 전국호환정책은 국가표준을 준수한 모든 교통카드에 대해서 지역적 호환뿐만 아니라 부분별 호환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률의 취지가 국토부 고시에서 왜곡되었다면 이를 바로잡아 제대로 시행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서울시의 당연한 의무이다.

국가 표준규격에 따라 발행되어 사용 중인 교통카드를 국토부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국의 철도·고속도로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해 카드 교환에 따른 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교통카드 사용 권리를 침해하는 정책이다. 국토부 방식의 교통카드 발급비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현재 사용 중인 국가표준 교통카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과규정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윤준병 |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 지역·교통수단 장벽 없앤 표준 교통카드, 국민·중기에 유익

전국의 철도, 도로, 지하철,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한 장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전국호환 교통카드 서비스(One Card All Pass)가 금년 말 시작될 예정이다. 전국호환 교통카드는 교통카드 사용이 보편화했지만 지역·사업자 간 상호 호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약 6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그동안 정부는 전국호환 표준기술개발(2007~2009), 이해 관계자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입법(2008), 교통카드 단말기 및 시스템 개선, 테스트 베드 및 상용화(광주)를 거쳤다. 향후 전국의 공영주차장, 선박, 택시, 공공자전거 등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호환 교통카드 정책의 필요성을 소개해본다.

첫째, 전국호환 교통카드 정책을 시작할 당시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기존 카드사의 기술을 전국호환 표준으로 인정할지, 국가 표준을 새로 만들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심 끝에 국가가 공공재적 성격의 표준기술을 새로 만들어 사업자에 무료로 보급·장려하는 방식(표준제정형)을 선택했다. 기존 기술은 특정회사의 공개되지 않은 유료·독점기술로서 전국호환의 핵심사항인 사업자 간 호환성이 결여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을 고려할 때, 이제 와서 다시 기존 카드로 전국표준화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무리한 주장은 6년 전으로 회귀하는 매우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지금은 과거에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어렵게 결정된 방식을 따르고, 어떻게 완성할지에 대한 고민과 협력이 필요할 때다.

둘째, 이러한 국가 표준화 방식이 얼마나 국민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이다. 우선 이 방식은 종전까지 휴대폰 충전기가 사업자별로 다 달랐던 것을 최근 공통으로 사용하는 마이크로5핀으로 단일화한 사례와 유사하다. 즉, 하나의 표준단말기(SAM)가 모든 사업자의 표준 교통카드를 수용해 인식하는 방식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이러한 표준화 방식은 매우 효율적이다. 심지어 우리의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재할 경우 해외 호환도 기대할 수 있다. 무료 표준기술 사용이 일반화되면 기존 소수의 독과점 카드 사업자가 누리던 시장진입장벽(기술사용료, 수수료 등)이 사라진다. 다수의 새로운 중소기업들이 교통카드 시장에 쉽게 진출해 다양한 사업자 간 상품 및 서비스 경쟁을 유발하고, 결국 국민이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 교통 서비스를 제공받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 구조가 교통카드 산업에도 촉진될 것이다.

셋째, 이 같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전국호환 교통카드가 발행되면 기존의 교통카드가 불편해지거나 심지어 기존의 카드가 모두 사장돼 60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 전국호환 교통카드가 발행돼도 기존의 교통카드는 종전처럼 그대로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보다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에 한해 선택적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강조하건대, 매몰비용을 주장하면서 전국호환 카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TV산업에서 디지털 TV가 출현하면 기존의 아날로그 TV는 쓸 수 없어진다면서 디지털 TV를 만들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전환기에 디지털과 아날로그 신호를 동시에 송출해 국민의 불편을 줄이듯 교통카드 부문에서도 기존카드와 전국호환카드의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대중교통법에서는 전국호환 교통카드 관련 장치를 설치·운용·정산토록 국가, 지자체, 운송기관에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 16개 광역지자체, 운송기관이 11월 말까지 전국호환을 마무리할 것을 협약했고, 현재 서울시와는 마무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또한 전국호환과 관련된 단말기 개선, 교통카드 개발과 인증 등 실질적인 준비를 완료했다. 최근 서울시는 철도·도로 등에도 기존 카드가 쓰일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엄밀히 따져보면 서울시와 관련된 특정회사의 영업구역 확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관련 사업자 간 협상으로 풀 문제이지 법에서 규정하고 보장할 내용은 아닌 것이다.

전국호환 정책은 국민·기업·정부 모두에 유익한 정책임을 다시 강조한다. 전국호환 교통카드가 생활화되면, 국민의 발이 편해지고 특히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된 교통약자(학생, 외국인, 노약자, 저신용자 등)의 교통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또한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으로 국민들은 합리적 가격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선진화된 정책으로 우리 기업의 활발한 해외 진출도 기대된다. 나아가 전국호환 교통카드 정책에 의해 생성되는 교통카드 정보(Big Data)는 주민 맞춤형 교통정책 수립의 토대가 되고, 국민에게는 유용한 생활경제 정보로 제공되고 활용될 것이다.

<안석환 | 국토교통부 도시광역교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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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28일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다면서 발표한 전·월세대책에 대한 정치권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취득세율 인하, 월세 소득공제 등 핵심 대책을 호평하면서 전·월세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민주당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전·월세 상한제’를 놓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전셋값이 단기 폭등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전·월세 폭등을 막고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려면 국회 심사과정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전·월세 상한제가 되레 주거부담 심화시킬 수도

최근 언론은 전·월세 상한제 논의로 뜨겁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무엇보다 그 정책전제(policy premise)와 정책효과(policy impacts)가 너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2003년 5월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당시 2002년부터 급등하던 전세가가 2003년 5월에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63.7%를 기록하는 등 이상징후의 대책으로 제안한 것이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5%) 설정과 함께 3회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허용(최대 8년 임대기한 보장)하자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10년부터 2011년 초에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다시 58.9%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2011년 4월 조사에 따르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46.8%와 49.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6개 광역시 및 기타 지방은 각각 66.3%와 66.7%로 높았다. 가장 높았던 곳은 광주광역시로 74.9%였고, 울산 72.9%, 대전 70.7%, 대구 70.5%, 부산 67.9%, 인천 48.8%의 순이었다.

 

전월세대책 당정협의 (경향DB)

그러자 민주당이 다시금 전·월세 상한제를 제안했다. 당시 여야가 ‘민생대책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법사위에서 관련법을 논의했지만 결론 도출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 5월 현재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또 63.5%로 치솟았다. 2000년 이후 최고치는 2001년 10월의 69.5%였으며, 최근 수치는 2003년 5월 63.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가 다시금 언론과 국민들 관심사로 떠오른 배경이다.

전·월세 상한제 논의가 촉발된 시기의 공통점은 전세가격의 급격한 상승인 만큼 전·월세 상한제라는 ‘극약 처방’이 폭등하는 전세가를 잠재우는 ‘누름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고 활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서민 주거부담 완화 내지 해소’라는 정책전제가 오히려 ‘서민 주거부담 심화’라는 정반대의 정책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의 수급현황 등 불안 요인을 면밀히 분석·검토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는 인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전·월세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임차인에게 주자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은 정당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2년 계약만기 후 1회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주어 최대 4년의 임대기한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은 연간 5%로 2년에 최대 10%로 제한하는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으나, 2011년의 한나라당 안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주택임대차관리지역 및 주택임대차신고지역 지정과 공정 시장임대료제도가 그것이다. 규제가 필요한 지역을 지정해 보증금 및 월세의 최고가격이나 권장가격을 고시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기적으로 지역별 적정 임대료를 산정해 고시하게 하는 것 등이다.

2011년 2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같은 해 3월 민주당 관료 및 정책통 출신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정책포럼’은 ‘보조적 정책’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지난 8월22일 강봉균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측도 적지 않다. 2011년 3월 야5당(민주, 민노, 창조한국, 국민참여, 진보신당)과 참여연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8%가 전·월세 상한제에 찬성했다. 또 지난 9월2일 내일신문이 발표한 조사결과도 72.5%가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의 전직 고위인사까지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본래 정책효과를 발휘하기에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제도 시행 직전의 전·월세금 급등을 막을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1989년 임대차 기간 연장(1년→2년)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당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미리 올려 서울의 전세금 상승률이 23.7%나 됐던 사례가 재발될 수 있다.

둘째,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연 5%)할 경우에 나타날 이면계약을 금지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임대료 규제의 결과로 초래될 전세물량 공급 부족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급 감소에 따른 전세가 급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넷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4년 후에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선호함에 따라 나타날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월세 상한제의 도입 여부보다는 상한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먼저 여야가 신중하게 고민해 그 해결 방안을 찾은 후에 논의해야 할 것이다.

<강석호 | 새누리당 의원·국회국토교통위원회 간사>

 

 

■ ‘빚내 집 사라’는 다주택자 위한 것, 서민정책 아니다

맹자의 말씀 중에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말이 있다.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이다.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을 굳이 시도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가로 가야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니 얻을 수가 있겠는가? 정부의 8·28 전·월세시장 안정방안이 바로 연목구어와 같다. 전·월세 폭등을 잡는 것이 목적이면 전·월세 저감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정부는 엉뚱하게도 주택매수유도대책을 1번으로 내놨다. “대출 늘려줄 테니 집을 사라”는 것이다. 전·월세 저감대책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양두구육(羊頭狗肉), 즉,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전·월세 폭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8·28대책에서 밝힌 올해 하반기에 공급할 공공임대주택은 2만3000가구에 불과하다. 정부는 토지주택공사나 민간 건설사가 보유한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 정도 공급계획으로 민간임대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8·28대책의 전세금 대출 확대 정책도 서민들 현실과 동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지금 전세대란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서민들이 주거비 대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전세금을 올려주라는 정책은 서민들에게 독이 든 사과를 권하는 것과 같다. 건설사와 금융사, 다주택자에겐 이익이 되지만, 서민들에게는 빚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청년단체 "전월세상한제 도입하라" (경향DB)

 

전·월세 폭등을 막고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려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도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양을 늘리기 어렵고,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난다고 해서 민간주택 임대료가 저절로 조정되는 것도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이 10%가 넘는 선진국들도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임대료 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민간임대주택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3년간 20%로 민법에 못 박고 있다. 영국도 임대료 조정관이 정하는 ‘공정임대료(Fair Rent)’를 기준으로 민간임대주택 임대료를 규제한다. 프랑스도 건축비 상승률의 80%를 상한선으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도 ‘임대료안정위원회’가 임대료 상한선을 정해 임대료를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경제 선두주자인 OECD 선진국 대부분이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주택자 입장만 생각해서 전·월세를 지나치게 인상하면 가계부채 증가, 임금인상, 물가상승 압박이란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이는 서민주거를 불안하게 만들고, 국민경제를 어렵게 만든다. 사회통합과 국민경제를 위해 재산권자의 이익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료 상한제와 더불어 임대차 기간 안정화도 중요하다. 임차기간이 짧으면 임차인은 끊임없이 새로 이사 갈 집을 구해야 하는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적절한 임대료의 임대주택을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거주지가 자주 바뀌면 아이들 교육 문제, 직장 통근 문제, 이사비용 문제 등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독일, 프랑스, 영국 등 OECD 선진국 대부분은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임대료 상한제와 더불어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 장기임대차를 유도하고 있다. 이들 제도에 힘입어 독일은 평균 주택임대차 기간이 13년이고, 25%가 20년 이상 장기임대차다. 반면 우리나라 주택임대차 기간은 절반이 2년이고 80%가 5년 미만에 불과하다.

이처럼 OECD 선진국들은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서민들이 적정한 임대료로 필요한 기간만큼 걱정 없이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임대료도 지원해준다. 우리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임대료 상한제와 더불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


지금 정부와 새누리당은 전·월세 폭등이 염려된다는 논리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1989년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때도 정부는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면 임대료가 폭등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폭등하지 않았다. 2001년도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만들 때도 정부는 임대료가 폭등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은 속 빈 강정이다. 정작 서민들에게 필요한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이지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진정 전·월세 폭등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수용해야 한다.

<문병호 | 민주당 의원·전월세TF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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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서해상에서 유례없이 지진이 잦아지면서 대지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지켜본 뒤라 지진에 대한 공포심도 한껏 높아져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더 이상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작은 지진이 늘어날수록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상청은 “최근 늘어난 지진 발생 빈도만으로는 대지진의 전조라고 할 수 없다”며 “보다 면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해에서는 아직 대지진의 전조가 될 만한 단층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잦은 미소지진이 대지진 전조현상인 사례 많아… 원인분석 시급


지진 횟수가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해 8월28일까지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수는 총 72회에 이른다. 이 횟수는 예년 지진 발생빈도의 150%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총 100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지진은 백령도와 보령 앞바다 등 서해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급증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보령 앞바다는 지난 5년 동안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이어서, 짧은 기간에 집중 발생하는 지진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지진 발생의 빈도 변화는 일시적으로 막대한 힘이 축적되었음을 의미하며, 주변의 판 움직임이 일정함을 고려해 볼 때 한반도를 일본열도 방향으로 2~5㎝가량 이동시켰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작은 지진의 발생 횟수가 증가할수록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작은 지진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단층대에 쌓인 힘이 지진을 유발할 만큼 충분히 쌓였음을 의미하며, 연속된 작은 지진으로 단층이 약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약화된 단층은 지각 내에 축적된 힘에 의해 일시에 크게 부서지며, 큰 지진이 유발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작은 지진이 많아지는 것은 지진 재해적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서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빈도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이 현상을 통해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나무에 존재하는 옹이와 같이 단층면에도 강도가 높은 물질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일시적으로 지진 발생 빈도가 줄어들기도 한다. 이때, 단층면에 보다 많은 힘이 축적되면 일시에 부서지고, 더 큰 지진으로 발달하게 된다.


작은 지진이 큰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나타나는 예는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2009년 4월6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3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건물이 붕괴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지진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부터 작은 지진들이 수백여회 발생했으나, 당시 국립재난예측·대책위원회에서는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지진 발생 후 이탈리아 정부는 적절한 예측 정보 제공 실패의 책임을 물어 당시 위원회 소속이던 과학자와 공무원들을 기소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황폐화된 시가지 모습 (AP연합)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 피해 여성이 임시거주지에서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다. (AP연합)


이렇듯 작은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해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1978년 이후 시작된 한국의 공식 지진계측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 규모는 5.3이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판의 내부 환경에서는 지진의 재래주기가 길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30여년간의 지진계측 자료가 한국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의 규모를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깝게는 1952년 평양 서쪽 강서지방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지진은 러시아, 중국, 일본의 지진관측소에 기록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이뿐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한국의 여러 역사기록물에는 크고 작은 지진에 의한 피해가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이들 지진은 최근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규모 7에 육박하는 것들로 평가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의 수도권 일원에도 큰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0년 1월 22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아이티 지진의 규모가 7.0이었음을 고려해 볼 때, 얕은 지각에서 발생하는 특징을 보이는 한반도 지진이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비교적 내진 설비가 잘 이루어졌다고 평가되는 서울시의 경우에도 전체 학교 건물 가운데 약 20%만이 내진 성능이 확보되어 있는 등 지진에 대한 준비가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발생하는 지진에 대한 원인 분석과 발생 가능한 지진의 크기가 얼마일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미소 지진들의 정밀 분석이 필요하며, 이 지역 단층 분포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서해지역을 비롯한 지진 예상지역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기상청이 서해 지진 빈발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천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길 기대한다.


<홍태경 |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 지진횟수 증가는 관측장비 현대화 탓도… 심층조사 전 판단 말길


올해는 지진관측 사상 가장 이례적인 지진활동을 보인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은 1978년부터 지진계에 의한 관측을 수행해 왔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유감지진을 비롯해 사람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규모 2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진관측소 수가 적었던 1990년대 이전에는 규모 2 이상 지진이 연평균 약 19회 발생하였지만 최근에는 연평균 약 45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진관측장비 현대화와 함께 지진관측망이 확충돼 그전에 관측하지 못한 작은 규모의 지진도 충분히 관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기상청이 발표한 규모 2 이상 지진은 이미 연평균 지진횟수를 훌쩍 넘어 8월28일 현재 총 72회에 이른다. 지난 4월21일 흑산도 북서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9의 지진(흑산도 해역 지진)을 시작으로, 5월에는 백령도 남쪽 해역에서 수차례 지진이 이어졌다. 6월부터는 보령 서쪽 해역에서 100회 이상의 작은 규모 지진이 두 달 이상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지진활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향후 한반도에 피해를 일으킬 대지진의 전조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지진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흑산도 북서 해역 지진은 규모 4.9로 흑산도 북서쪽 약 100㎞ 해역에서 발생하였다. 이 해역에서는 2003년 3월23일 규모 4.9의 홍도 북서 해역 지진이 발생한 바 있으며, 1994년 7월26일에도 부근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약 10년 간격으로 규모 약 5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백령도 남쪽 해역에서도 5월18일 규모 4.9의 백령도 해역 지진이 발생하였는데, 인근 해역에서는 2003년 3월30일에도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백령도 부근 해역과 흑산도 서쪽 해역에서 규모 5 전후의 지진 발생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며, 어느 일정한 기간 동안 에너지가 축적되었다가 그 에너지가 지진의 형태로 해소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작은 규모의 지진은 에너지가 조금만 축적되어도 발생할 수 있지만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축적되어야 한다. 큰 규모의 지진으로 에너지가 많이 방출되면 지각도 크게 움직이게 되므로 큰 규모의 지진은 대규모의 단층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서해에서 발생하는 규모 5 전후의 지진이 만약 대규모 지진의 전조라면 서해 해저에 그만큼 큰 단층이나 지질학적 구조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겠으나, 아직까지 서해에서 대규모 활성단층의 존재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따라서 서해의 향후 지진활동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 해역의 단층활동이나 지질구조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보령 서쪽 해역에서는 규모가 작지만 짧은 기간 동안 100회 이상의 많은 지진이 발생하는 이례적인 지진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진 중 최대 규모는 3.5이며, 큰 지진이 발생한 후 주변에서 작은 지진이 뒤따르는 일반적인 지진 발생 형태를 보이지 않고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이어지는 형태(보령 해역 지진군)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관측된 지진 중에는 경상도 동쪽 해역의 몇몇 지점에서 이 같은 형태의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 보령 해역 지진군의 경우 두 달 이상 지속되었을 뿐 아니라 과거에 지진활동이 많지 않았던 해역이기 때문에 관심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8월 들어 이 해역의 지진 발생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앞으로의 지진 발생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다시 이 지진들이 대지진의 전조가 될 것인가라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필리핀해판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에너지가 축적되어 단층과 같은 지각 내부의 약한 부분이 파괴되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생한 지진들이 더 큰 규모의 지진을 유발할 것인지, 서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는 얼마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진학적 분석뿐 아니라 서해상에 존재하는 단층의 특성이나 지질구조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조사·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채 현시점에서 서해의 지진활동이 대지진의 전조일 것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백령도 해역 지진과 보령 해역 지진 발생 후 기상청이 실시한 관계기관 자문회의를 통해서도 지진전문가들은 올해 서해의 지진활동이 대규모 지진을 유발하는 전조현상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바 있다.


기상청은 한반도 주변 해역 지진에 대한 관측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서해 도서지역 5개소에 지진관측소를 신설하고, ‘서해 해역의 지진지체구조 및 단층활동 특성 조사’에 관한 기획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양진관 | 기상청 지진관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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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년간 미뤘던 쌀 시장 개방이 2014년 말로 끝나 2015년부터는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그러나 농민단체 등 개방 반대론자들은 개발도상국 특혜 원칙에 따라 ‘현상유지’ 정책을 선택해 쌀 시장을 개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상유지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인 한국이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라는 것이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현상유지를 선택할 경우 쌀 의무수입 물량이 크게 늘어나 국내 쌀 농가가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약속했던 쌀 관세화를 이행하지 않으면 한국의 국제 위상이 추락하고, 주력 수출품에 대한 무역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 내년 말 쌀 시장 개방은 ‘필연적’… 국내 보완책 서둘러야


박근혜 정부가 처리해야 할 최대 통상현안이 코앞에 닥쳤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20년간 미룬 쌀 시장 개방의 유예기간이 2014년 말로 종료된다. 시장 개방을 위한 사전 준비에 1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지금 시점에서는 정책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개방 반대론자 논리의 핵심은 개도국 특혜원칙에 따라 우리 정부가 ‘현상유지(stand still)’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국제법적인 권리인데도 이를 포기하고 개방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패배주의라는 것이다.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모든 WTO 회원국들이 추가 개방을 진행하지 않고 있으니 우리도 현상유지를 고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것은 왜곡된 논리에 기초한 무책임한 주장이다.


국제 농산물 교역은 ‘모든 농산물의 관세화’ 원칙(WTO 농업협정 4조)에 기초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쌀에 대해 최초 10년, 추가적으로 10년의 관세화 유예를 인정한 것은 이런 원칙에 대한 기한부 예외조치다. WTO가 개도국 특혜조치 차원에서 쌀 관세화 유예를 예외가 아닌 원칙으로 인정했다는 반대론자의 주장은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의 진행과정을 전적으로 무시한 해석이다. WTO 협정 자체가 “관세화 유예의 연장은 국제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고, 합의가 성립되지 못하면 관세화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농업협정 5부속서 9, 10항)에도 반한다. 관세화 유예의 연장에 관한 합의는 “2004년 말 이전에 타결하는 협상에서” 합의해야 한다(부속서 8항). 우리는 2004년 말에 바로 이 권리를 행사하여 2014년 말까지 쌀 관세화를 추가적으로 유예하는 합의에 성공했다. 이러한 합의 시 2014년 이후에도 재차 유예할 수 있는 협의의 근거조항을 규정에 넣지 못했으므로, 이제 더는 유예가 불가능하고, 2015년이 도래하면 모든 농산물의 관세화 원칙에 따라 시장개방을 하는 수밖에 없다. 


DDA협상에서 추가 자유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쌀 관세화 유예와는 무관한 이슈다. DDA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WTO각료회의 결정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WTO 농업협정상 명백한 기한이 정해진 쌀 시장개방의 시한을 연기해주지는 못한다. DDA란 현행 WTO협정상의 시장개방 의무를 추가적으로 확대해나가는 협의를 하는 것이지 기존의 의무를 면제하기 위한 것이 아님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2015년 이후로 쌀 시장 개방을 연기할 수 있는 길은 이론적으로는 있다. WTO 전 회원국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무면제(waiver)를 획득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다. 국제사회가 한국과 같은 통상대국의 주요 농산물 시장개방 재유예를 위해 의무면제를 부여할 것을 기대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 대가가 혹독하다. 쌀 수출국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의무 수입물량을 대폭 늘려주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그 결과 5%의 관세만 지불하고 들어오는 수입쌀의 비중이 국내 쌀 소비량의 12% 이상 육박하고 직접 시중에 유통되면, 국내 쌀농업은 초토화될 것이 자명하다. 더구나 의무면제는 매년 그 지속 여부를 재검토받게 되어 있다.


결국 쌀 개방 문제는 관세화 여부가 아니라 관세화 의무 이행여부의 선택문제인 셈이다. 쌀 개방 반대론에 빠져 관세화를 진행하지 않게 되면,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등 쌀 수출국들이 제소한 WTO 패널에서 패소판정을 받을 것은 뻔하다. 판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 주력 수출품에 무역보복이 취해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보복관세를 당하는 우리 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버티지 못하고 쌀 관세를 단행하게 될 것이다. 남는 것은 막대한 거래비용과 무너진 국제 위상이다.


쌀 시장 관세화는 국제적으로 타당함은 물론, 의무수입물량의 증가를 막아 국내 쌀값의 하락폭을 감소시키므로 국내 쌀 농업의 붕괴를 막고, 그 결과 빈부격차와 실업문제의 악화방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정책 방향이다. 어차피 현 정부 임기와 국회 회기 내에 치러내야 하므로 결코 정치적 타이밍상 문제가 아님도 정치권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2014년 말 개방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관세화 수순을 서둘러 밟아나가는 한편, 개방에 따른 국내 보완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우리와 유사한 처지에 있음에도 1999년 일찌감치 쌀 시장을 개방하고 고율관세를 부과토록 한 후, 시장원리에 따른 품질차별화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한 것은 참조할 만하다. 


산지 쌀값 폭락에 한숨짓는 연천지역, 농부 황순구씨.


우리도 관세상당치 설정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 수입쌀과의 시장차별화를 철저히 이룰 수 있도록 국내 생산조건을 조정하여 수입쌀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품질 국산 쌀의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지금은 관세화 반대라는 낙관적 허위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라, 이러한 산적한 과제들을 모두가 논의할 때다.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WTO 회원국들 추가 개방 안 해… 현상유지가 최선의 선택


지난주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가 77.7%가 쌀 관세화에 찬성’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꼼수라는 지적에서부터 여론호도 내지는 여론조작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행 쌀 시장의 관세화 유예 기간이 2014년으로 끝나기 때문에 2015년 이후에 쌀 개방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모아보면 우리 정부에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개이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스스로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매년 약 40만8000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것과 아울러 그 외 나머지 외국쌀도 누구나 관세만 부담하면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세화 유예를 추가로 연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행과 같이 쌀 시장을 부분 개방으로 유지하되 의무수입 물량을 매년 추가로 늘려야 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의무수입 물량이 대체적으로는 지금보다 1.5~2배 정도 많은 약 60만~8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매년 약 40만8000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되, 관세화로 전환하지 않고 현재의 부분 개방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이는 2014년 현재 수준의 개방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현상유지(standing still)라고 부르는 선택이다.


이 세 가지 선택지 가운데 국내 쌀농업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세 번째의 경우이다. 세 가지 경우를 놓고 비교해 보면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 측은 세 번째 선택지는 배제하고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농민들에게 홍보해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가 설문조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여론조작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이다. 농민들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최선의 경우를 제외하고 최악과 차악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정부 측은 두 가지 가운데 관세화로 전환하면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서 약 40만8000t의 의무수입 물량 이외에는 쌀이 수입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홍보하면서 사실상 관세화 전환으로 여론몰이를 해왔다. 그러나 관세화 전환에 따른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던 점도 문제이다. 우선, 대부분의 농민은 물론 전문가들도 약 400%에 달하는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최고 관세율이 250% 정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점은 정부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관세화로 전환한 이후 미국 혹은 중국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해 더 낮은 우대관세를 요구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경향DB)


사실상 국내에 수입 가능한 밥쌀용 쌀의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이 수출하고 있고, 지금도 의무수입 물량의 65~70%를 두 나라가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에 낮은 우대관세를 부과할 경우 사실상 고율관세라는 것은 허울 좋은 빈껍데기로만 남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최악과 차악 가운데 양자택일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현상유지’라는 최선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상유지를 선택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 한국이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쌀 관세화 문제는 WTO 농산물협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농산물협정은 1993년 12월에 타결돼 각국의 비준을 거쳐 1995년 1월1일부터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1995~2000년까지 6년간 약속한 의무를 이행했고, 개발도상국은 1995~2004년까지 10년간 약속한 의무를 이행했다. 한국은 농업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10년간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런데 WTO 회원국들은 각각 2000년과 2004년 이후에는 추가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지금까지 현상유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은 2000년 12월31일 수준의 개방상태를, 개발도상국은 2004년 12월31일 수준의 개방상태를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쌀 이외에 나머지는 모두 현상유지를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농업협정문이 규정한 의무이행 기간 이후에 새로운 추가 의무를 약속하는 후속 협정, 즉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잠정 중단상태에 있고 언제 타결될지조차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한국도 당연히 다른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현상유지를 선택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의무수입 물량은 2014년의 40만8000t에서 고정시키고, 관세화로 전환하지도 않고,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남은 것은 정부의 실행의지뿐이다.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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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년 초에 금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금 현물시장을 설립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한국거래소는 연내에 금 거래 모의시장을 발족할 예정이다. 금 거래소는 지난 7년간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하나로 논의가 급진전됐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금 거래를 양성화해 탈세를 막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귀금속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금 거래소에 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는 최소 자본금이 억대를 넘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가 참여하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탈세를 막으려면 금 거래에 대한 세제 혜택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 지하경제 양성화 유도·국내 귀금속산업 발전에 기여


 “금쪽같은 내 새끼” “시간은 금” “올해 배추 값이 금값” 등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서 보듯이 금은 우리 생활 속에서 ‘소중한 존재’의 대명사로 친근히 자리 잡고 있다. 국가의 금 보유량은 지급능력의 척도나 국부의 크기를 표상하기도 하고, 환율 방어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금 보유량이나 연간 거래량은 얼마나 될까? 유감스럽게도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이는 없다. 무자료 음성거래 비중이 워낙 높은 탓이다. 몰래 오가는 금 총량에 비례해 소중한 나랏일에 쓰여야 할 세금도 오롯이 새나가고 있다.


그간 정부는 금 유통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금거래 전용계좌를 도입하고 ‘고금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금 판매상이 14K 이상 고금 취득 시 세금의 일부를 감면해 주는 제도)를 실시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정점은 ‘금 현물시장의 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산고를 겪은 금 현물시장이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7년 7월, 정부의 ‘귀금속·보석 산업 발전방안’ 발표 이후 2010년 6월 ‘상품(금)거래소 도입방안’ 발표를 거쳐 올해 7월22일 ‘금 현물거래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거래 양성화 방안’이 당정협의 및 금융위 발표를 통해 확정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5일 금시장 개설 및 활성화를 위한 세부방안을 발표함으로써 금시장 개설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한국거래소는 연내 금거래 모의시장을 발족할 예정이다.


금 현물시장의 개설은 국내 귀금속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금 거래소 개설로 투자 및 산업용으로서의 금괴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서의 귀금속(주얼리)이 구분됨으로써, 귀금속 시장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8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귀금속공예 부문에 출전한 한 참가자 (경향DB)


귀금속의 디자인과 세공기술의 가치를 온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중량으로 거래되는 기형적인 거래관행이 철폐되고, 디자이너의 열정과 장인혼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적 풍토의 초석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도 카르티에나 티파니 같은 해외 유수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한국 공예(K-craft) 브랜드가 탄생한다면, 이는 또 다른 한류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활성화에 대한 회의를 품고, 당초 도입 목적인 지하경제 양성화와는 무관한 금융상품 시장이 개설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금시장 개설은 금 수요의 확대, 금 관련 비즈니스의 성장을 통해 지하경제의 양성화라는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 


엄격한 품질인증을 거친 금이 경쟁매매시스템을 통해 형성된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되므로, 금 현물시장은 가격과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청정시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이 개설됨으로써 투자자는 언제든지 고품질의 금을 정당한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또한, 금시장 개설은 앞으로 금 적립식 상품 및 개인연금, 금 펀드, 금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금 관련 상품의 출시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금에 대한 신규수요가 창출됨으로써 금 실물산업이 금융산업과 동반성장하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금시장에서의 현물인출단위를 1㎏으로 제한함으로써 대규모 사업자와 중소형 실물사업자의 상생을 도모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를 시장운영에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정부는 금 현물시장에서 거래 시 부가세 과세 체계를 정비하고 시장에 공급되는 수입금의 관세를 없애는 한편, 실물사업자들에 법인세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세제지원을 통해 시장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정부차원의 세제지원 이외에, 시장 설계 단계 때부터 실물사업자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면세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실물사업자 회원으로 한정하고, 자기매매전문회원을 도입해 실물사업자의 시장진입 장벽을 완화했다. 오전 단일가 거래 시에는 실물사업자 주문을 우선하여 체결시키는 한편, 시장참여자의 거래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거래수수료를 면제하고 회원의 위탁수수료 최소화를 유도하고 있다. 지역·단체별 방문교육 등 시장참여자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 및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금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금융감독원, 조폐공사, 금융투자협회,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해 금 현물시장의 조기활성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금시장의 성공은 한국거래소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모든 시장참여자와 산업계 및 정부당국 관계자가 금시장 발전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폭넓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줘야 가능할 것이다.


금 현물시장 개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실현하기 위한 지름길이며, 산업과 금융이 융합되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호철 |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 ‘세액공제’가 효과적… 등록장벽 높아 소수 업체만 혜택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22일 정부 관계기관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금 현물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 거래 양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의 추진 배경 이유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정부는 금 거래 양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 시장에 유통되는 금의 절반 이상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 또한 조세포탈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음성적인 금 거래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고품질의 금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없어 귀금속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 현물시장 개설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 거래소’를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과연 금 거래소가 금 현물시장의 음성거래를 양성거래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귀금속시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마디로 오답이다. 


이유는 모든 귀금속사업자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 거래소는 회원의 등록 요건을 충족하고 거래소 회원으로 등록한 회원사 간 장내 거래에 있어서 각종 세제지원이 제공되니 금 거래소를 이용하라는 게 정부의 취지다. 앞으로 금 거래소 활성화를 위해 등록회원 요건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미정이지만 한국거래소 실무진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예상되는 회원등록 법인의 최소 자본금은 5억~1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본금을 충족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중소 귀금속사업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종로3가 귀금속상가 (경향DB)


귀금속시장의 대다수 구성원인 중소 영세사업자의 경제적인 여건과 그 실상에 비춰보면 그 숫자가 극히 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 비춰볼 때, 신설되는 금 거래소가 금 현물시장의 음성적인 거래를 양성화하는 방안으로 설정됐다는 사실에 대해 대다수의 중소 귀금속사업자는 동의할 수 없다. 정부의 지하경제(음성 금거래) 양성화 방안과 금 거래소 개설은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하경제 양성화로 가는 출발점은 금 거래소 설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음성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인 시장 참여자들의 잘못된 거래 관행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양성화로 나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 제시와 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현실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이나 제도를 고민해야 하고, 진정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현실에 맞게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의지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연된 지하경제 시장의 생리를 철저히 분석, 검토하고 어떻게 하면 양성화로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음성거래가 존속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해 그에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음성화한 금 현물시장을 어떻게 하면 양성화할 수 있을까? 현재의 관련 제도를 현실에 맞게 문제점을 보완해 시행한다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원래부터 음성적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는 ‘고금’ 제품, 즉 소비자가 매도하는 K24, K18, K14 주얼리(반지, 목걸이, 귀고리 등 장신구) 제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2008년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 5(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특례) 규정이다. 금 사업자에게 ‘고금’ 매출세액에서 103분의 3을 공제해주는 제도를 시행해 결과적으로 2012년까지 약 2조5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양성화됐다. 


이 제도의 시행 이전에는 귀금속사업자들의 ‘고금’ 거래에 따른 세무신고는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액공제라는 특단의 경제적 유인책이 통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양성화 거래 참여자에게 적정한 보상책을 곁들인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음성적인 금 거래, 즉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현행 시행되고 있는 일몰제도인 ‘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특례’ 제도의 문제점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그에 합당한 당근과 채찍을 잘 쓴다면 그 실효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하면, 신설되는 금 거래소 등록 회원들은 금 거래소가 없는 현재도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다. 그들은 금 거래소가 설립되면서 양성화 거래를 기다리고 있는 사업자가 아님을 거래소는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금 거래소의 신설은 지하경제 양성화의 장이 아닌 정상거래의 장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보이며, 거래소가 목적으로 하는 음성시장을 끌어내 양성화하겠다는 기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정선 | (주)한국귀금속거래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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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새누리당도 대선 공약 사항임을 들어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폐지를 찬성하는 쪽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쥐고 흔드는 공청권, 지역정치의 중앙 예속화, 지방의회의 기능 왜곡 등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정당공천제 폐지로 기득권자인 전·현직 지자체장 등의 권력이 비대해지고, 부패한 토호세력의 발호로 지역주의가 심화될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 공천제도가 폐단 낳아… ‘정당의 족쇄 풀기’ 새 실험


‘기초선거 정당공천 호남 우선 포기’라는 선험적이고 실험적 주장을 피력했던 이유는 지난 대선 당시 대국민 약속이었던 ‘기득권 내려놓기’ 프레임을 민주당이 먼저 선점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민주당 스스로 행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단호한 결정이면 될 일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한다고 하기에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했다. 어찌됐든 당내 객관적 동력은 어느 정도 확보했고, 민주당의 ‘정치적 실험’은 시작됐다. 오랜만에 고무적인 선택이 도출된 셈이다.


절실하고 필요한 것은, 선택의 명분과 해법을 찾는 치열한 논쟁과 ‘실험자’로서의 겸허하고 냉정한 도전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결정에 대한 반론과 우려가 여전하다. ‘위헌 여부’ ‘지역 토호세력의 지방의회 장악’ ‘지역 여당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평등원칙 위배’ 등이 그것이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명분 있는’ 문제제기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총 선거인단 14만7128명 중 7만6370명이 투표하고 67.7%가 찬성함으로써 공천폐지 당론을 확인했다. 정당공천으로 인해 야기돼 온 한국 정치의 난맥상과 부조리라는 큰 그늘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도로써 정당공천은 정당정치라는 교과서의 서문과 같다. 취지는 옳았고, 방법 또한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서문을 접기로 했다. 당 내외는 물론 사회적 설득과 합의라는 지난한 숙제가 코앞에 닥친 셈이다. 불과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이번 ‘실험’의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새로운 실험은 시작됐고, 민주당은 그 길 위에 섰다.


1988년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정, 1990년 동법 개정에 의거해 1991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이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도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혼재돼 22년간 지속돼 왔다. 


풀뿌리 생활정치에 대한 정당의 책임이라는 합헌적 배경과 기회균등의 원칙이 핵심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도는 다수의 폐단을 야기했다. 물론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한국 정치의 그릇된 습성과 부실 때문이라는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쥐고 흔드는 공천권, 지역정치의 중앙 예속화, 지방의회의 기능 왜곡 등 기형적 정치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논의의 폭을 좀 더 확대해 보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담론으로의 확장이다. 


현행 기초선거의 투표행태를 보자. 후보자의 면면은 중요하지 않다. 소속 정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가 일반화돼 있다. 과언이 아니다. 일당일색인 영·호남에서 더더욱 그렇다. 지역공약은 어떤가. 소신보다는 중앙 논리에 입각한 공약이 난무한다. ‘공천권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살 수 있다’는 종속적 습성이 팽배해 있다.


인쇄소에서 찍어낸 듯한 획일화된 공약은 ‘선택의 협소’만을 가져올 뿐이다. 지역 현실이 녹아든 ‘정책 박람회’ 수준의 다양하고 소신 있는 공약이 공유되고 유권자들이 현명하고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하는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 정당공천 폐지의 본질이다.


그래서 그 ‘실험’을 하자는 것이다. 정당의 족쇄를 풀자는 것이다. 그러한 선택은 견제와 균형으로 작동될 수 있다. 즉 자치와 분권이라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질적 가치를 구현해내고 해묵은 지역구도의 이반을 꾀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긍정적 기대만을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제 남은 건 ‘확실한 명분과 해법 찾기’다. 민주당의 이번 실험 역시 무엇이 옳다기보다 선택의 문제였던 만큼, 그 선택에 대한 선명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동전 양면 문제의 종식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연 지방선거가 지방을 위한 선거였을까. 중앙의,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선거는 아니었는지 자문이 필요한 때다. 지방이 주체가 돼 스스로의 운명을 판단하고 길을 결정하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중앙이 관여하고 나서야 한다는 자의적 논리는 접어야 한다. 시대는 힘의 분산을 원하고 있고, 접근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중앙이 해야 할 일, 지방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명료한 구분이 필요하다. 정당공천 폐지는 분권으로 가는 길목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여당에서도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대한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는 9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입장 정리는 불가피해 보인다. 계산기를 너무 두드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제안하고자 한다. ‘새로운 실험’에 발걸음을 맞춰 가자. 함께 내려놓고 함께 고민하자. 합헌과 위헌 사이의 논쟁 역시 타협과 법 개정을 통해 그 틀을 만들어 가보자.


<홍의락 | 민주당 의원>


민주당여성위,'기초선거정당공천제폐지는위헌' (연합)


■ 폐지보다 정당정치 개혁, 드러난 폐해 바로잡아야


얼마 전 민주당에서 당원투표로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동안 국민들이 기성 정당정치에 느꼈을 실망과 분노의 깊이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초단체 정당공천제를 기성 정당정치에 대한 징벌의 수단으로 폐지하기에는 감수해야 할 정치적 손실이 크다. 헌법이 보장한 정당정치의 책임 있는 구현 수단을 제척하기 이전에 보다 정확한 진단과 대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의 배경은 무엇보다 지역밀착형, 생활기반형 정치가 우선되어야 할 시·군·구 단위 기초선거에서마저 권력 줄서기, 지역파벌 만들기, 밀어내기식 공천 강요 등 계파싸움과 권력지향으로 점철된 중앙정치 폐해가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를 폐지하고, 개인의 무한경쟁에 맡겨 버리면 정직하고 좋은 지방자치 정치일꾼들이 다양하게 발굴되고 성장할 수 있는 풀뿌리 정치가 살아날 수 있을까?


근원은 정당민주주의와 책임정치, 공명정치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성 정당과 양당구도에 있는 것이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할 기성 정당의 구습(舊習)은 그대로 둔 채 겨우 첫발을 내디딘 책임정치의 기반을 훼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와 비례대표제, 중선거구제가 시행된 이후 기초의원 여성 당선자가 2002년 2.2%에서 2010년 21%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소수정당의 의석비율이 늘어나는 등 기초의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음이 증명되고 있다. 아울러 2003년 이후 헌법재판소를 통해 수차례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임이 밝혀진 바 있고, 한국정치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도 폐지보다는 지방권력 비리 척결, 선거구 담합 중단 등 정치혁신 과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정당공천제 폐지로 인해 오히려 과거 낡은 정치로 퇴행할까 우려된다. 그나마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던 공천심사가 사라지면서 기득권자라 할 수 있는 전·현직 지자체장 등의 권력이 더욱 비대해질 것이다. 재력과 조직력을 가진 토호세력의 발호로 지역주의는 더 심화될 수 있다. 엄연히 지역에 존재하는 중앙정치의 은밀한 손에 의한 내천(內薦) 비리의 싹도 키울 수 있다. 여성과 청년 정치인, 생명과 사회약자를 대변할 소수정당 등 정치 신인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되고 정치 다원화의 길이 막힐 우려가 있다.


결국 정당공천제의 폐지는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기존 거대 정당의 기득권과 부패한 지방권력을 공고히 하게 될 것이며, 주민의 삶의 현장 속에 뿌리 내린 풀뿌리정치, 생활정치의 안착에는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지방자치·민생정치를 원한다면, 정당공천제의 폐지 논란에 앞서 정당개혁, 정치개혁 과제에 대해 거대 양당의 책임 있는 답변과 사회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


첫째,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시스템 혁신은 물론 상향식 공천 도입 등 지역 당조직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소규모 지역정당의 설립과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현행 정당법의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 둘째, 현재 10%인 기초의회 비례대표를 50%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 직능, 계층의 참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기초의회 구성이 변화돼야 한다. 셋째, 중대선거구제 확대를 통해 현재 2인 선거구를 3~4인 선거구로 개편해야 한다. 그래야만 거대 양당의 지역지배 구도를 깨고, 신선한 정치신인의 발굴과 지역정치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일몰제나 민주당이 보완책으로 내놓은 여성명부제, 정당표방제 등은 또 다른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양당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하는 것은 그동안 지방자치를 훼손해 온 밀실, 부정, 부패 공천에 대한 통렬한 반성문이다. 또한 폐쇄적·중앙집중식으로 유지해 온 정당 혁신 방안이다.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 요구에 담긴 국민의 뜻은 명확하다. 바로 삶의 현장이자 국민의 주권이 시작되는 지역부터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주민의 생활과 민생을 보살피고 살리는 책임 있는 풀뿌리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의 책무이자 존재의 의미다. 정당공천제라는 최소한의 책임정치마저 내던지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진정한 정치의 소명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제남 | 정의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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