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필수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한국사를 수능에 필수화하자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고,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수능 필수화에 찬성하는 쪽은 입시와 연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수능의 전체 틀을 흔들 문제이고, 현재도 교육시수가 적지 않은 국사교육이 파행을 겪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수능 필수화보다는 한국사에 흥미를 갖게 하는 수업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역사 교육의 내실화 위해 대학 입시와 연결돼야


최근 학생들의 역사의식 부재와 관련하여 역사 교육 강화의 필요성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일본역사교과서 왜곡 및 독도 문제, 동북공정 등 특정 사안이 이슈화될 때만 잠깐 부각되고 실제로 학교교육에서는 점차 약화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역사에 대한 인식과 해석은 고사하고 사실적 지식조차 모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인식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교육 중요성 강조, 여야 의원의 한국사 수능 필수 법안 발의, 시민사회단체의 100만인 서명운동 등 역사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역사교육 강화는 이제 시대적 요청을 넘어 의무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좀 더 공용되고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적 지식 중심의 역사교육을 제대로 실현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실적 지식이란 그야말로 팩트(fact), 즉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고 모두가 인정하는 기초가 되는 지식이다. 반면 해석적 지식이란, 사실적 지식에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지식이다. 사실적 지식 중심의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석적 지식의 부재로 다양한 해석은커녕, 역사의식이 아예 부재하거나 왜곡된 역사관을 갖게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수능필수 과목 채택, 역사수업의 내실화, 내신반영 확대, 한국사능력시험을 통한 한국사 인증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각각의 방안이 갖는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한국사의 수능 필수 과목 채택’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판단된다. 


그 이유로는 첫째, 2005년부터 한국사가 수능 선택과목으로 변경된 이후 채택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3학년도 전체 수능응시자 대비 국사 채택률이 7.1%에 불과하고(한국근현대사 25.5%), 최대 3과목 선택이 가능한 사회탐구 응시자 대비 과목별 선택비율을 살펴보면 국사가 12.8%로 나타나 여타 사회탐구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응시비율이 낮은 실정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사회탐구 중 선택과목도 2개로 줄어들어 한국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한국사 교육의 시급성과 현재의 대학입시 체제하에서는 입시와 연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려할 때, 한국사 교육 내실화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 판단된다.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채택’과 관련하여 반론으로 학생부담 가중 및 사교육 팽창, 사회탐구영역의 다른 사회교과들은 수능과목으로서의 존립기반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수능필수 과목이 늘어남에 따라 학생들의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더불어 매 학년 꾸준히 배우게 하고 출제문항수 적정성 조정을 통해 학습 부담을 완화하면 될 것이다. 또한 사교육 부담도 올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교육 과목별 참여율을 보면 수학 41.6%, 영어 33.5%, 국어 11.9%에 비해 사회 및 과학은 5.9%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는 사회탐구 영역 선택 2과목 중 하나를 한국사 필수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탐구에서 분리해 필수로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회탐구 선택과목은 수능 과목으로서의 존립 기반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없다. 


이제는 국·영·수 등 주지과목이나 도구적 교과목들의 지나친 강조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과목을 중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교육패러다임을 바꿔 제2의 교육개혁을 도모할 때가 되었다. 사유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 내용의 핵심이 되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본적으로 함양하면서 창조적인 통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 인재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적 토대는 무엇인가? 드넓은 인문의 바다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존재는 바로 ‘역사’이다.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귀중한 유산은 선조들의 지혜이며, 선조들의 발자취는 창조의 뿌리이자 상상력의 샘이 된다. 영국의 대역사가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라는 말로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까지 했다. 


이번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통한 실질적인 역사교육 강화는 현재 초·중등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한국사뿐만 아니라 각 교과의 특성 및 학습효과상 문제가 있다면 집중이수제를 개선하여 교육과정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과도하게 지식의 총체를 담아내기보다는 고교수업 내용 기반의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고교교육 정상화를 통해 공교육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 학습 강제는 교육효과 낮아… 주입식 교육 반성부터


프랑스의 유명한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가 말했다. 역사 그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역사가란 역사가에게 모욕적인 말이라고. 이런 역사가는 오늘날 유행어로는 역사 폐인, 역사 오타쿠쯤 될 듯하다. 현실과 유리되어 오직 역사 속에 매몰되어 있는 역사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국사학계는 학생들의 한국사 지식과 인식이 부족하므로 한국사 수업시수를 늘리고 수능 필수 과목으로 만들어 공부를 더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 주장의 근거란 표본의 구성, 설문 내용, 조사의 통계적 신뢰성이 밝혀져 있지 않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와 몇 가지 에피소드뿐이다.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11개 사회탐구 과목군 중에서 한국사 과목만이 유일하게 필수 이수과목이다. 중·고등학교 6년 과정 동안에 학생들은 한국사와 역사를 255시간이나 필수로 공부한다. 경제나 정치 등을 겨우 20시간 공부하고 마는 데 비하면 국사 교육에 대한 엄청난 배려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는데도 학생들의 국사 지식과 역사인식이 낮다면 도대체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길래 이 모양이 되었는지를 점검하고, 국사학계와 역사 교사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따라야 한다. 


국사는 학생들이 가장 공부하기 지겨워하는 과목의 하나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고 시험에 나오니 다 암기해라 이런 주입식 교육이 역사 교실의 수업 모습이다. 


이런 마당에 수업시간만 늘리려 한다면 오히려 국사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짜증과 기피 심정만 더 커질 것이다.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으면서 더 큰 밥상을 차려 달라, 이런 주장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의아스럽다. 문제는 수업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한국사에 흥미를 갖게 하고 그를 통해서 역사 인식의 형성이 이루어지는 그런 교육 내용의 구성과 교수학습 방법의 개발 노력이 국사학계가 먼저 할 일이다. 


국사학계는 또한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하여 강제로라도 국사 공부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국사 교사로서 좋은 국사 교육을 해야 할 자기 책무를 수능 필수화에 맡겨버리고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부끄러운 일임을 자각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하는 것은 수능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일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글자 그대로 대학 입학 후의 수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수학능력의 기본이 되는 과목조차도 대학에 따라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한국사가 도대체 어떤 수학 능력과 관련이 있기에 수능 필수 과목으로 만들어 모든 대학 전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인가. 한마디로 난센스 발상이고 주장이다. 차라리 체력장을 필수로 하는 게 수능 취지에 훨씬 부합할 것이다. 



지금 고교생들은 사회탐구 10개 과목 가운데 2개를 선택해 수능 시험을 치른다. 그 가운데 한국사가 수능 필수가 되면 나머지 과목들의 선택 기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또한 한국사 수업시간이 255시간에서 더 늘어날 때 추가되는 시간의 교육 효과는 의문시된다. 반면에 그 영향으로 경제, 정치 등 기타 사회과학 분야의 수업이 몇 시간 줄어든다면 그 부정적 영향은 확실할 것이다.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기회비용이 따른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때 그런 선택은 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고도 산업사회이다. 다양한 이해가 병존하고 사회적 갈등이 대립한다. 또한 고도로 개방되어 세계경제 속에 편입된 채 세계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사 교육을 통해 민족주의를 강화해서 사회 갈등의 해결을 시도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 시대착오다. 학생 자신의 적성과 진로 선택에 근거해 전공 분야에서 지식을 깊이 있게 축적하고 이들이 사회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2011년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2090시간으로 OECD 평균에 비해 20%나 더 길다. 그러나 생산성은 28위로 하위권이다. 일은 많이 하는데 시간당 생산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의 경제발전 해법은 생산성 향상에 있지 노동시간 연장에 있지 않다. 노동시간 연장은 오히려 몸과 마음을 피곤에 찌들게 해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국사 교육도 마찬가지다. 공부 시간 연장과 수능 필수화를 통한 학습 강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타율적 강제가 아니라 자율과 선택, 암기 주입이 아니라 흥미 유발,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이용하는 학습, 이것이 가야 할 방향이다. 국사학계는 시대의 과제, 시대의 흐름과 유리된 역사 폐인의 길을 가려 해서는 안 된다.


<이윤호 | 순천대 교수·한국사회과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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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비큐 시설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근 정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앞세워 도시공원에 바비큐 시설 확대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도시민들에게 편리한 레저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찬성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주변 환경훼손과 교통, 화재, 과도한 음주로 인한 고성방가, 안전상의 이유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공익적 가치, 행정력 투입 문제 등 바비큐 시설 확대에 대한 팽팽한 의견을 들어본다. 


■ 음식쓰레기·냄새 등 환경훼손 불가피… 졸속 발표도 문제


최근 정부가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발표하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알맹이가 없는데다 도시공원에 바비큐 시설을 확대한다는 것이 원인이 됐다. 정부는 발표 직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이 실패작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이벤트는 성공한 셈이다. 일각에선 이번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은 ‘바비큐 대책’이라고 회자될 만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비큐 논란은 매듭을 지어야 한다. 끼워넣기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확실히 설치 근거를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신규 조항까지 만들어 규제를 완화하지 않더라도 현재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바비큐 시설을 할 수가 있다. 서울 양재시민의 숲이나 대전 가양비래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비큐 시설 설치가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가능한 일인데도 연관성이 크게 없어 보이는 서비스 산업까지 거론하며 정부가 나서서 종용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또 환경훼손이 불가피한 장소에 오염이 우려되는 시설을 충분한 검증도 없이 상위법으로 제도화할 이유가 없다. 한두 개 시범사업도 아니고 정부가 앞장서 환경규제를 풀고 공식적으로 훼손의 빌미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설익은 정책으로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운영상의 문제를 파악해 지자체와 서비스산업에 실질적으로 보탬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기여해야 할 것이다.


정작 필요하다면, 바비큐 시설 설치가 장소에 따라 공공의 목적에 부합한지,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일선 지자체 차원에서 충분히 검증되어야 한다. 성급한 제도화 이전에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 먼저라는 얘기다.


(경향DB)


게다가 시민의식도 과거보다 성숙했다, 서비스산업이 발전한다는 듣기 좋은 말로 일부 주장을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도 환경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존중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할 때 의미가 있고 발전이 있다. 정부 주도의 발상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와 문제를 되풀이하지 말고 사후관리 책임을 져야 하는 지자체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책임행정이 필요하다.


사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일부 지역의 민원성 요구를 서비스산업이라는 명목으로 과대포장해 수용한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민원을 제기한 일부 지자체는 좋아할지 모르나 실제 설치과정에서 선심성 행정이라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서비스산업 발전에 바비큐 시설이 필요하다고 제도화를 외치면서 이에 상응하는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가족 나들이객이 늘어난다, 레저가 활성화된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정부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익적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제도화가 아니라 현재의 여가문화 수준과 시민참여정도, 환경적인 여건 등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확장가능한지 진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따라 바비큐장이 실제 허용되면 환경오염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한 쓰레기문제, 수질, 교통, 주변 환경훼손 등이 나타날 것이다. 냄새와 소음, 화재, 과도한 음주에 의한 고성방가, 싸움, 안전 등의 문제도 우려된다. 현재 난지캠핑장을 제외하고 한강 전역이 취사 야영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바비큐 시설은 업종상 음주문화와 관련이 있어 더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가 해명자료를 내며 바비큐 시설 이용 시 음주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술을 마시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바비큐 시설 설치로 공원이 수질, 환경오염, 교통체증 등이 유발되지 않는 장소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공원관리 전담인력 배치 등 공원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덧붙인 것도 상황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민 불편이 불가피하고 예산이 필요하고 또 다른 규제가 필요한 ‘규제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논란이 일자 정부가 도시공원지역에 한해서 바비큐 시설을 제도화한다고 해명을 했지만, 공원이든 둔치이든 바비큐 시설이 가져오는 환경적인 문제는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강이 아니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개방된 한강보다 오히려 폐쇄적인 공원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환경오염이 불가피하고 모든 책임을 지자체가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산도 부족한데 전담인력까지 배치하면서까지 바비큐 시설 설치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환경을 위해서도, 지방재정을 위해서도,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정부의 이번 바비큐 대책은 재검토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이세걸 |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 저비용 레저문화 정착 계기될 것… 무질서는 기우에 불과


바비큐·스테이크·불고기·숯불갈비·육전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고기 먹는 것을 즐긴다. 조상들도 고구려 시대에는 ‘맥적(貊炙)’이라는 불고기를 먹었으며, 조선시대에는 눈 내리는 날 밤에 ‘설야멱(雪夜覓)’이라는 낭만적인 불고기 파티도 했다고 한다. 현대에도 고기 굽는 것은 고급스러운 음식문화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정부에서 지난 4일 도시공원 내 바비큐 시설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공원에서 가족단위로 바비큐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시설 중 휴양시설에 바비큐 시설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가족단위 공원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바비큐 시설을 갖춘 공원이 부족해 공원 방문객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현행 도시공원법 시행규칙에는 공원시설의 종류에 조경시설, 휴양시설, 운동시설, 공원관리시설 등만 열거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조성 계획에 바비큐 시설을 포함시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자체는 앞으로 근린·수변·체육공원 등 적합한 지역에 바비큐 시설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군산지역에 있는 135개 공원 중 취사가 가능한 지역은 금강공원 한 곳에 불과하고 바비큐 시설이 설치된 공원은 전무하다. 금강공원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자연경관 속에서 준비해 온 취사도구를 이용해 요리를 하면서 군산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만일 금강공원에 깔끔한 고정식 바비큐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면 시민들에게 취사도구를 가져오는 불편함을 덜어주고 더 좋은 환경에서 바비큐를 즐길 것으로 확신한다. 


경남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의 방강로 앞에서 바비큐구이를 하는 사람들 (경향DB)


필자는 최근 군산시의회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군산시내 미장지구 공원 등에 바비큐 시설을 설치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발품을 팔아서라도 바비큐 시설 설치가 적합한 공원지역을 찾아다니고 관련 예산을 적극 반영토록 할 생각이다. 공원 내 바비큐 시설 설치로 쓰레기가 넘쳐나고 음주와 고성방가가 생길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는 속담처럼 기우(杞憂)에 불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질서와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가질 만큼 성숙해졌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양재시민의 숲’과 같이 쓰레기 수거의무를 부과하고 자원봉사자나 관리요원을 둔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대전 가양비래공원도 고정식 전기 바비큐 시설을 설치했는데 과거에 무분별하게 숯불을 피우던 모습이 사라져 추가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주로 공휴일 낮시간 동안 가족단위로 이용할 것인데,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면서 살아 있는 자녀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소공원이나 보존가치가 있는 역사공원, 문화공원, 묘지공원 등은 시설 설치 유도 대상에서 제외하면 된다.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주류는 일절 반입을 금지할 수 있고, 소정의 시설 이용료를 받아 직원들을 두고 관리를 할 수도 있다. 정부도 “수질, 환경오염, 교통체증 등이 유발되지 않는 장소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음주금지 근거 마련, 공원관리 전담인력 배치 등 공원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비큐 시설이 확대되면 돼지고기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 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한돈산업은 구제역 파동과 경기침체로 극심한 소비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돼지 가격은 2012년 9월 이후 생산비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이번 조치가 알뜰한 레저산업의 활성화로 서민경제를 돕고, 한돈 소비촉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돈농가에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녀 생일을 축하하는 젊은 부부 가족들이나 오랜만에 서울에서 찾아온 자식, 손자들과 함께 대가족이 공원에서 바비큐파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나만의 착각일까? 아버지가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손수 고기를 굽는 모습은 오랜 기간 가족들 가슴속에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공원에서의 바비큐 문화는 술이 넘쳐나는 회식문화, 값비싼 외식관행을 건전한 가족친화적 레저문화로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바비큐 파티문화는 공동주택 콘크리트 벽 속에서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웃과의 대화의 장,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리라 생각한다.


버스전용차로제나 쓰레기 종량제같이 초기에는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을 시행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공원 내 바비큐 시설을 확대하는 정책이야말로 적은 비용으로 지역과 농촌 경제에 보탬을 주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착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반대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종숙 | 군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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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초등학교 한자교육 강화 방침을 놓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한자교육추진단을 만들어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 속 단어들을 중심으로 한자교육을 강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교재 개발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글학회·한글문화연대 등 한글단체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 36곳은 “한자교육 강화가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국어교육을 무너뜨린다”며 한자교육 강화 정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의 한자 과제 노트


■초등생들 어휘력 향상·낱말의 정확한 이해 도움


얼마 전 교실에서 ‘재해의 뜻과 종류’를 주제로 수업을 하다가 교과서에 ‘오늘날은 교통사고, 화재, 폭발, 붕괴 등 인위적인 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가르치게 되었다. 이 글에 대해 조금 설명하려고 하는데 어떤 학생이 ‘인위적’이 무슨 뜻이냐고 질문을 하였다. 이 질문을 받고 나는 칠판에 ‘인위’라고 쓰고 아이들에게 되물었다. “인위에서 인은 무얼까?”라는 질문을 던지니 아이들 중 여러 명이 곧바로 “사람 인”이라고 답을 하였다. “그래? 그럼 ‘위’는 무얼까”라고 물었더니 대답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그래서 ‘위’는 ‘할 위(爲)’이고 ‘하다, 만들다라는 뜻이 있다’라고 조금 보탰더니, 아이들이 금방 ‘아~, 사람이 하는 거, 사람이 만드는 거’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묻는 질문 중에 낱말 뜻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우리 어른들은 너무도 쉽게 생각하고 있는 낱말들을, 또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낱말들을 아이들은 곧잘 질문한다. 그럴 때면 어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아이들은 낱말의 뜻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낱말의 뜻을 가르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업의 진도를 나가고 있는 중에 낱말의 뜻을 가르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는 상황 속에서 때로는 낱말의 뜻을 한자로 풀어서 설명하거나, 아이들 스스로 그 뜻을 유추해보게 하는 방법은 교실 수업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요즈음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활성화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는 반가운 일이며 필자는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찬성한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아이들이 낱말의 뜻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경향DB)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다. 한자 낱자를 익히는 데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한자를 통해 국어의 낱말을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한문 문장을 지도하면서 인성교육을 함양하는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자 급수 시험을 위해 한자 낱글자를 중심으로 한자 공부를 시키는 추세가 많았고, 일부 관심 있는 교사들도 한자 낱글자를 중심으로 지도하는 경향이 많았다. 또한 사회 일각에서는 초등학교 한자교육이라고 하면 옛날 서당교육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문 문장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한자 낱글자나 문장을 가르친다는 차원에서 국어 어휘 교육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지향점과 방향이 낱말의 정확한 이해, 즉 국어 어휘의 올바른 이해와 사용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초등학교 학생들의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휘력은 보통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양적인 개념에서 어휘력은 아이들이 알고 있는 어휘의 수 즉, 어휘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의 측면이고, 질적인 개념에서 어휘력은 낱말의 뜻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흔히 우리 어른들은 어휘력을 양적인 개념에서만 생각하여, 아이들은 국어의 낱말을 충분히 알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이 생각보다는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자에 대한 지식은 아이들이 낱말의 뜻을 이해하고 유추하는 데에, 그리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강화는 국어 어휘력 향상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어휘들을 한자로 변환해서 가르치거나,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한자를 가르칠 필요는 없겠다.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들 중에서, 교과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어와 각 학년에서 아이들의 수준에 적합한 낱말, 한자의 뜻으로 낱말의 뜻을 유추하기 쉬운 낱말들을 중심으로 어휘를 추출하여 한자교육을 실시한다면, 아이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타인’의 뜻을 그냥 ‘다른 사람’이라고 가르치기보다 ‘다를 타, 사람 인, 그러면 무슨 뜻일까?’라고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 한자 지식이 있는 아이들은 국어 낱말의 뜻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보다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진철용|서울송화초등학교 교사>


■학습부담 가중…또 다른 사교육 수요 부추길 우려


서울시교육청은 올 2학기부터 방과후에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강사를 모아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교육을 시키겠다고 합니다. 국어 능력 향상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하여 서울한자교육추진단을 꾸리고, 한자교육 실태와 수요도 조사하겠다고 합니다. 그 결과 한자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내년 1학기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수업을 늘리도록 권장하겠다고 합니다. 강제 사항은 아니고 자율적으로 학교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 어떤 정책이나 목표도 그것이 실제로 진행되는 우리 교육 현장의 문화, 다시 말하면 영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입시전략에 어쩔 수 없이 끼어들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검토하지 않으면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합니다. 그동안 우리 교육 개혁을 지향한다며 시행한 수많은 사업이 국가적으로는 물론 가정과 학생들에게도 부정적 결과만을 안겨주었을 뿐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가 교과과정에 들어가 있습니다만, 우리 학부모들은 재정적 부담이 가능할 경우 영유아기부터 그 사교육에 온 힘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교육을 시키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의도가 알려지면, 일부 교장을 중심으로 한자교육 수요를 키우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입 결과가 교육의 주요 성과로 평가되는 이 마당에서 다른 지역 교육청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입시 결과를 좌우하는 이 마당에서 사교육시장은 다시 새로운 상품을 하나 내놓을 것입니다. 목표로 하는 사교육비 부담 완화는커녕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불러내는 창조경제 효과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영어, 한자는 물론 거의 모든 과목 학습을 학생 자신이 좋아서 즐기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관리를 위한 ‘학습노동’ 수준에 빠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한참 성장기에 들어선 초등학생들조차 밤 9시 이후에나 텔레비전을 좀 볼 수 있으며, 밥상머리 교육은커녕 일상적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렇게 일찍부터 점수 경쟁에 매달리다 보니 우리 중등교육 수준은 항상 세계 최상위권에 이르고 있습니다. PISA 평가 결과에서 그 모습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경제사회에서 정작 중요한 고등교육 경쟁력은 정말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21세기위원회가 지구촌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협동심과 소통력 그리고 자발성’에서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학 취업지원실조차 그 부분이 자대 졸업생의 가장 부족한 능력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입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2012년 7월부터 4개월간 청소년(15~30세) 1031명과 성인(31세 이상) 9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렴성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은 부패를 인지하고서도 41%는 신고를 꺼리고 있으며, 신고하지 않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신고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78%나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에 이르면 그 심각성은 훨씬 더합니다.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는 거짓말을 하거나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청소년은 40.1%로 성인(31.0%)보다 훨씬 높습니다. 


어린이든 성인이든 모든 사람은 결국 일상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삶의 가치를 키워갑니다. 수업시간이나 조회시간에 선생님 말씀이나 교과서에 써 있는 대로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의 뒷모습과 우리 일상생활 문화 그리고 소위 지도자급이라고 하는 저명인사들의 행태를 보면서 자신을 키워가게 됩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의 부재 속에서 생존 자체에 불안감을 절감하는 우리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자녀들을 그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백년지대계라며 언제나 허우적대는 우리 교육의 이 근본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풀릴 때까지 우리 아이들을 무작정 그 마당에 들어서게 해서는 안됩니다. 최소한 초등학교 과정까지만이라도 아이들이 재미있어서 스스로 빠져든 분야에서 그 배움을 즐기면서 익히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며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평생교육과 창의성이 논해지는 이 마당에 주입식 억지교육은 이제 더 이상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만은 아무리 힘들어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즐거움을 느끼는 분야에서만 문화가 살아있는 생생한 창의성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공: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우리의 미래, 이 땅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그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아이들의 행복은 물론 우리 가정과 사회의 행복, 나아가 국가의 행복을 이룰 것이며 그때 비로소 우리 행복교육은 그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송환웅|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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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최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는 폭력성, 직계 간 성관계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 표현이 들어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게 되면 전용 극장이 없는 국내에서는 사실상 상영이 불가능하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개봉하지 못하면 배우, 스태프들의 지분만 잃게 된다며 결국 지적받은 장면 21곳을 자른 뒤 재분류 심사를 신청했다. 영화인들은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판정이 사실상 검열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영등위의 이런 판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청소년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 ‘뫼비우스’


■ 성인이 보는 것도 제한… 영화산업을 법으로 부정은 비상식적


영화 제한상영가 등급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성인들은 보고 미성년자들은 볼 수 없게 하면 되는 등급으로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 ‘청소년관람불가’ 즉 성인전용등급은 바로 아래에 따로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성인전용등급’보다 더 높아 성인이 보는 것도 제한적이다. 이런 등급의 존재는 비상식적이다. 한 블로거의 말을 빌리자면 도대체 “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상영하지 못할 영화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음란물은 불법이지만, 상영이 시작된 후에 음란물배포로 처벌받는 것은 별개이다. 2000년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은 등급 잘 받고도 음란물 여부 조사를 받았듯이 정말 불법이라면 그때 처벌받으면 된다. 등급제는 상영도 되기 전에 국가기관에 작품을 제출하여 상영의 범위를 미리 허가받는 것인데 과연 “성인에게만 보여주겠다. 음란하다면 검찰처벌도 감수하겠다”고 하는데도 사전에 상영이 제한되어야 할 영화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우리 법은 그런 영화들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고 이 영화들은 성인들도 ‘제한상영관’이라고 지정된 극장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인전용등급’ 위에다가 ‘둔감한 성적 감수성을 소유한 성인전용등급’ 같은 것을 만들 수는 없으니 장소만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소를 한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나 제한상영관 영화나 성인만 볼 수 있기는 마찬가지라서 청소년보호라는 목적은 똑같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중 심한 것들은 극장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고 그런 극장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다.


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 즉 게임, 인터넷, 방송, 서적 등등에서도 청소년유해물등급보다 높은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 영화처럼 관람장소가 한정되어 있지 않으니 영화식으로 더 높은 등급을 만들 수도 없다(비디오의 경우 제한관람가 비디오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사전심사를 한 후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성이 농후하여 별도로 다룬다). 청소년보호법상의 심의는 심의 결과가 너무 심하다고 나온 경우 유통을 금지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은 사전심의가 아니라 유통 후에 적용되는 것이라서 헌법적인 문제가 없다.


결국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전심의를 통해 그 존재를 알게 된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고 싶어하는 규제주의자들이, 헌법재판소결정 때문에 그렇게는 못하고 결국 영화상영에 재를 뿌린 것밖에 되지 않는다. 사형으로도 분이 안 풀려 부관참시를 하는 것이지 전혀 차분한 법적인 제재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엔 제한상영관이 전무하여 실질적으로는 제한상영가등급은 상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산업의 문제이지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들이 있는데, 법률상 제한상영관의 선전물이나 광고는 제한상영관 밖에 보이게 하면 안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한상영관의 선전물이나 광고 자체는 노출수위가 아무리 낮고 예의범절을 지켜도 외부에 보이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낮은 등급의 영화를 보여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한상영관이 존재할 수 있는가.


2008년 7월31일의 헌법불합치 결정(2007헌가4)도 사실 이래서 나오게 된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제한상영가의 원래 등급 정의가 ‘제한이 필요한 경우’라는 무의미하게 불명확한 기준이라서 내려진 것이고 지금은 그 기준이 바뀐 것은 맞다. 그런데 바뀐 기준은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이다. 이 기준도 불명확한지는 차치하고라도, 그러한 영화는 ‘극장의 존재 자체를 외부에 알릴 수 없는 극장에서만 보아야 한다’는 법체계 전체가 과연 헌법에 부합하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옹호하는 변호사마저도 이런 황당한 상황에 대해 “일반 영화관에서 한시적으로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영비법의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면 어땠을까 하는 타협책을 제시하지만 이 타협책은 사실 제한상영가 등급의 폐지를 의미한다. 일반영화관에 제한상영가를 걸어놓으면 극장관리에 있어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과 비교해 성인만 입장을 허용한다는 것 외에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영등위는 28명으로 구성되는데 18~24세의 청년들이 많이 참여한다. 프랑스에서 배우고 싶다면 제한상영관 말고 이런 것도 한번 배웠으면 좋겠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전심의를 하고 싶으면 상영을 막지는 말라는 헌법결정을 피해 어떻게든 상영을 막으려는 욕망의 표출로 보인다.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 비윤리적·반사회적 장면 막아야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에 대해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렸다.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계에서는 “영등위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잣대”, “제한상영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가 결정은 사형선고”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영화 표현수위에 대한 판단여부를 시민들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등급분류 제도를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는 매체 특성상 파급력과 영향력이 높은 매체이기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이 청소년 보호와 국민정서 보호 등을 위해 등급분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와 관련하여 심의제 및 등급 보류 제도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미리 등급을 부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사전 검열에 해당하지 않아, 현재 한국은 등급 거부 혹은 삭제 없이 모든 영화에 대해 상영 등급을 부여하는 합헌적인 완전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선정성, 폭력성, 사회적 행위 등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에 적용하는 등급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보기에도 혐오스럽거나 자극적인 영상물에 대해서는 해당 영화가 일반적인 사회 윤리나 국민 정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여 일반 영화관이 아닌 ‘제한된 공간’에서 상영하라는 취지이다.


2008년에 제한상영가 등급 일부 규정이 ‘모호하다’고 하여 헌법불합치(해당 법률이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 판정이 있었다. 하지만 제한상영가 등급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법률에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돼 현재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등급 분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영화 제작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하지만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하고 공공적인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떤 조건 속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 헌법 제21조에서는 직접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은 헌법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무제한적인 절대적 자유가 아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영화 제작업자는 영리를 위하여 영화 제작을 업으로 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다. 상업적으로 영상물을 상영하는 데는 등급 분류가 요구되나, 소규모 영화 상영이나 영화제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는 데는 등급 분류가 면제되어 영화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은 없는 것이다.


제한상영가 제도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전용 극장에서만 상영 가능한 R18(Restricted·제한 상영가) 등급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허용치 않은 등급 거부(Rejects)나 컷(Cut) 제도가 있다. 일부 영화는 등급 분류가 거부되기도 하고 각 연령별 등급에 적절하지 않은 장면은 삭제할 수도 있다. 호주,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도 제한상영가 등급을 두어 일반적인 사회윤리, 국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를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만일 위헌성을 가지고 있다면 영국과 호주 등 문화선진국에서 이러한 등급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영화 <뫼비우스>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엄마와 아들간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근친상간 장면인데, 이러한 표현이 현재의 한국 국민 정서상 널리 공개될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이 영화를 비록 성인일지라도 일정한 장소적 제한이 있는 곳에서만 관람할 수 있도록 제한상영가 결정을 한 것은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다만,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이 영화 제작자의 영화 제작 욕구를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영화의 상업적 사용에 대한 수요와 공급 측면도 고려하여야 한다. 영화진흥을 위하여 영화인들이 십시일반하여 제한상영관을 설립하는 자체적 노력을 할 것인지 또는 관련법 개정 등 정부의 역할이나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일반 상영관에서는 제한상영관을 운영할 수 없고 광고를 할 수 없는 지나친 제한 규정들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문제점이 하루 빨리 개선되어 일반 국민정서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와 표현의 자유가 조화롭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반형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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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구조변경(튜닝)에 대한 기준을 담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구조·장치 변경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두고 찬반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 측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무분별한 자동차 불법개조를 막고, 튜닝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계 등 반대론자는 지금까지 규제 일변도였던 튜닝 규제를 더욱 강화하게 될 개정안은 튜닝산업과 관련된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확정되면 9월부터 시행된다. 


■ 국민 안전 위협하는 ‘불법 튜닝’ 철저히 근절해야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1997년 7월 1000만대 시대를 열었고, 2013년 3월 말 현재 1900만대에 이른다. 2015년 상반기에는 2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증가에 따라 자동차는 생활 필수품이며, 또한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안전성, 편리성과 안락성 등이 고려된 쾌적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화, 개성화된 소비자는 자동차 메이커에서 양산된 자동차에 만족하지 않고 튜닝(Tuning)을 통하여 그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자동차 튜닝이란 자신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자동차 성능을 합법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구조 및 장치를 개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숨어있는 성능을 찾아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 내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튜닝의 기본적인 취지와는 다르게 “보여주기” “자랑하기” 튜닝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는 시선 또한 곱지 못하고, 대부분의 튜너(Tuner)를 범법자로 보는 경향이 많다.


운전자들이 도로상에서 느끼는 자동차 튜닝은 듣기 싫은 굉음을 내며 과속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나 화려한 조명 같은 불빛을 비추며 운전자를 위협하는 자동차 등으로 생각하고 있어 국민 정서상 매우 부정적이다. 이러한 행위는 자동차 튜닝이 아니고 불법적인 구조변경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튜닝은 구조, 장치 변경이라는 제도를 통해 허용하고 있다. 즉 자동차의 구조, 장치를 법 테두리 내에서 자율적으로 튜닝할 수 있는 법령이 운영되고 있다(자동차관리법 제34조, 동법 시행령 8조, 동법 시행규칙 제55조와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0-539호 자동차 구조·장치 변경에 관한 규정).


그러나 튜닝 전문가와 튜너들은 현재의 제도가 튜닝을 활성화하는데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즉 튜닝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살펴보면 현 제도의 홍보 부족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튜닝부품이 제작, 판매되도록 튜닝부품 인증제 도입 등 제도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합법 부품과 불법 부품의 구분을 명확히 하여 소비자 보호뿐만 아니라 일선 불법 부착물 단속기관의 업무도 용이하게 활용되리라 판단된다. 


튜닝한 자동차 (경향DB)


해외에서 자동차 튜닝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나라와는 약간 다르다. 독일, 일본,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기준과 더불어 튜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활성화시키고 있다.


특히 독일은 유효한 인증서가 없는 튜닝부품은 불법으로 간주되며 교통경찰 또는 정기검사에서 적발될 경우 벌금과 함께 일정기간 내에 원상복귀해 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튜닝부품 인증서류는 차량등록증과 함께 항상 소지해야 하며 튜닝 사실을 보험회사에 통보해 문제 발생 시 인증부품은 소비자가 제조사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독일의 튜닝제도는 튜닝업체에 기회가 보장되어 있는 국가로 인식되지만 규제 또한 강력하여 사전 승인된 제품만 소비자에게 판매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험기관에서 발행하는 시험보고서만으로도 부품인증을 받을 수 있고 2~3주 정도가 지나면 판매가 가능해 신차 출시 즉시 튜닝부품 개발 및 판매가 가능토록 제도화돼 있다.


튜닝이 활성화된 국가는 대부분 자동차 생산 강국이다. 튜닝에서 얻어진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해 신개념의 조립, 생산, 정비기술로 연계하기 때문이다.


BRABUS(벤츠), AMG(벤츠), TRD(도요타), NISMO(닛산), MUGEN(혼다) 등은 자동차 메이커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면서 튜닝부품 개발 및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라 볼 수 있다. 자동차 메이커에서도 탐을 낼 정도의 튜닝기술을 확보한 중소기업도 많다. 자동차 메이커와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해외의 튜닝시장은 큰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튜닝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대부분 튜닝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유럽,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튜닝에 대한 제도개선을 통해 활성화되면 약 5000억~3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예측은 튜닝이 활성화된 국가의 시장규모를 감안한 추정치이지만, 튜닝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분별한 튜닝이 아닌 합법적인 제도적 장치 내에서 자신의 개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튜닝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만, 제도적 장치를 벗어난 경우, 도로사용자에게 불편을 제공하는 경우,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는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튜닝 활성화에 필요한 제도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튜닝으로 국민 공감형 자동차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강병도 | 교통안전공단 성능평가실장>


■ 자동차 튜닝, 무조건 규제보다 ‘선진형 산업’으로 키우자


최근 필자는 경찰청 불법 튜닝 단속을 돕고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불법 튜닝’이 아닌 ‘불법 부착물’ 단속이다. 자동차 튜닝이 아닌 안전에 영향을 주는 불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튜닝은 일반 양산차에 숨어 있는 기능을 올려 안전과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뜻하는 긍정적인 용어이나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용어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용어의 오용뿐만 아니라 제도적 기반이나 시장의 인식 모두 후진적이고 영세적이다. 작금의 세계 자동차 생산 5위라는 기술적 수준과는 동떨어진, 수준 낮은 자동차 문화와 제도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미 지난 40여년 동안 자동차 튜닝은 튜닝도 아니면서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규제를 받아왔고 지금은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이 엔진과 변속기를 구해 직접 섀시를 만들어 제작한 완성차로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다. 


우리는 도저히 꿈을 꿀 수 없다. 자동차 산업규모에 비해 튜닝이라는 자동차 문화는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한 기형적 구조라 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튜닝산업은 지하경제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밟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예 제대로 된 부품 인증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모델 정립을 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튜닝산업 규모는 약 3000억~5000억원 규모다. 이웃 일본의 경우 20조원이 넘는다. 우리 자동차산업 규모가 일본의 약 20%라 볼 때 4조~5조원 시장 창출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모터스포츠 분야도 2조원 시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고용창출 1만명 이상이 되면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현 정부가 항상 일컫는 ‘창조경제’는 바로 이 같은 산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구현할 수 있다.


문제는 하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선진형 튜닝제도 정착과 튜닝산업 활성화를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튜닝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고 중소·중견 전문기업을 양성해야 한다. 여기서 고용이 새롭게 창출되고 현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가 만들어진다.


물론 자동차 안전, 소음, 배기가스 등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사례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소비자 중심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안전에 직결되지 않는 단순 튜닝 부품은 인증제를 통해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일부 부품 인증제만 해도 당장 1조~2조원 규모의 시장 형성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부품 인증제가 없다. 예를 들어 타이어 휠을 불법 복제를 통해 판매해도 단속할 근거도 없고 양질의 부품을 선택할 기준도 없다. 어느 것이 진품인지 모른다.


자동차 부품 인증제는 약 7년 전 국토교통부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관해 온 분야이다. 그때만 해도 국토부는 자신 있게 부품 인증제를 실시한다고 했으나 5년 이상을 잠재우다가 최근에야 다시 한다고 나섰다. 자동차 부품이 이럴진대 그 속에 포함된 튜닝 부품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부품 인증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으나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는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와 선진형 제도 정착이라는 양면적 특성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창조경제를 만들 수 있다. 필요하면 관련 협회를 만들어 위임해도 되고 관련 부처의 도움을 받아 공유해도 된다. 언제까지 튜닝 분야에서 현재와 같은 ‘네거티브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인지 답답하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 방향은 너무 아쉽기만 하다. 지금까지 규제 일변도로 진행해 왔는데도 더욱 강화된 규제만을 사용한다고 하니 말이다.


방송인 노홍철의 튜닝 자동차 ‘홍카’


이미 완성차 메이커는 튜닝을 가미하여 새로운 프리미엄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자동차 애프터 마켓에서 규제를 강화함으로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없애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현 정부에서 언급하는 창조경제는 고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는 거리가 먼 대기업 편들기의 또 한 사례가 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부는 세계의 흐름을 읽고 선진형 튜닝산업 구축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줄 것과 정책적인 측면에서 ‘포지티브’로 전환해주기를 바란다. 이제는 소비자의 편의, 기업 상생 측면에서라도 자동차 튜닝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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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괄수가제’가 7월부터 대학병원 등의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된다. 포괄수가제는 의료행위별로 의료비가 매겨지는 현행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질병 유형과 중증도 등에 따라 의료비를 평균화해 비용을 미리 정해두는 제도이다. 1년간 시행을 유예받았던 대학병원의 유예 만료 시점에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달 초 대학산부인과학회는 “고난도 수술을 피하게 되고 의료기술 발전은 느려질 것”이라면서 복강경 수술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술거부 선언은 거둬들였지만 포괄수가제 반대 입장은 견지해 정부와 포괄수가제를 찬성하는 학자·시민단체들과 대립하고 있다.


■ 선진국선 ‘의료 질 저하’ 없어… 의료계 노력이 중요


올해도 포괄수가제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 올 7월부터는 병의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포괄수가제 적용을 종합병원으로 확대 실시하기 때문에 국민선택권 제약과 의료 질 저하를 명분으로 내걸고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포괄수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대상 환자가 많은 산부인과의 경우 철회하기는 했지만 수술거부 같은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해 포괄수가제를 반대했다. 


포괄수가제 강제시행 반대 기자회견 (경향DB)


포괄수가제가 어떤 제도이기에 의사들이 이렇게 반대하는지, 이렇게 반대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포괄수가제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그리고 수술을 받지 않고 내과적 치료만 받은 환자들은 어떤 질병으로 입원했는지에 따라서 일정 금액을 정해 보상하는 일종의 정액제이다. 이때 수술별, 질병별 정액은 해당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드는 평균 진료비를 이용해서 정해진다. 의사들은 이런 정액제하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진료인력을 감축하고, 값싼 재료와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액제는 획일적 저질 의료를 강요할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물론 의사들의 주장대로 포괄수가제하에서 의료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선진국들의 경험을 보면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하여 제도 운영에 실패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이처럼 현저한 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의료기관 사이의 경쟁 때문이다. 의료의 질이 떨어져서 평판이 나빠진 의료기관에는 환자들이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의료의 질을 지나치게 떨어뜨리는 기관은 생존할 수 없다. 


또한 의료의 질 하락에 대비한 모니터링을 통해 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의료의 질이 하락하지 않겠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의료기관이 의료의 질을 지나치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의료의 질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되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심사기관에서 이러한 기법들을 적용해 의료의 질을 모니터한다면 일부 비양심적인 의료기관의 부정적 행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전문가에 의한 의료의 질 향상 노력도 질 저하를 막는 중요한 기전 중의 하나이다. 미국 등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의료의 질 하락을 막기 위해 의료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질 향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처럼 의료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고 질 향상 노력을 기울인 것이 의료의 질 저하를 막는 데 일정부분 기여를 했다. 만약 의사들이 포괄수가제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를 정말로 우려한다면 포괄수가제 도입이 불가하다는 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일 것이다.


포괄수가제하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의료 질 하락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일부 고가진료나 당장 급하지 않은 선택진료가 제한될 수는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의사나 환자들의 선택권이 제약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고가진료가 항상 더 나은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며,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보이더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료부문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의료는 최고급 의료가 아니라 국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상의 질을 보장하는 적정 의료이다. 


국민의 부담 능력을 넘어서는 과다 지출은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킬 것이고 국민들이 누리는 보편적 의료보장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최고급 진료를 유도하는 행위별수가제와는 달리 포괄수가제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적정 수준의 의료 질을 유지하는 제도적 장치다.


7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한 포괄수가제는 15년이 넘는 경험을 가진 제도로 그 타당성이 증명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대로 최근까지 의료기관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제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선택제하에서는 포괄수가제를 통해 진료행태 개선이 필요한 기관들은 포괄수가제에 참여하지 않고 반대로 포괄수가제가 유리한 기관들만 이 제도에 참여하여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의료비 지출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포괄수가제를 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는 일이 될 것이다. 


<강길원 | 충북대 의대 교수>


■ 환자마다 병증 달라… 병원, 비급여 시술 기피 가능성


7월부터 전국 종합병원, 대학병원들도 포괄수가제를 해야 한다. 그중 산부인과의 암을 제외한 질환 중 대부분이 이에 해당돼 산부인과학회와 관련 학회들이 반발하고 있다. 소규모 병원들과 개인 병원들에서 몇 년 전부터 포괄수가제를 해 오고 있었으나 그리 이슈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작은 병원들은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운 환자는 큰 병원으로 전원시키면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는 그런 중증환자, 복잡한 증례의 환자들을 받아서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 왔다. 그래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도 암을 제외한 자궁 수술, 난소 수술, 제왕절개 등 산부인과 양성 질환의 대부분을 포괄수가제라는 ‘정찰제’ 시스템으로 가라고 한다. 


현재 산부인과 포괄수가제 대상 중 복강경 수술을 이야기해보자. 개복하는 대신 0.5~1.5㎝ 크기의 구멍만을 내서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이후 활발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의학 기술의 발전은 환자들의 유익을 위해서라는 명제를 증명하듯이 이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환자들이 통증을 덜 느끼고, 흉터를 크게 내지 않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요즘은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수술도 복강경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복강경 수술에는 트로카(배에 구멍을 내는 기구), 각종 기구와 카메라, 이산화탄소 가스 주입기, 모니터, 조명장치, 흡입 및 세척 장치 등 복잡하고 고가의 장비를 동원해야 한다. 당연히 비용은 기존 개복 수술보다 증가하게 되지만 환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한 것들이다.


그런데 포괄수가제라는 정찰제는 미래의 의학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암초이다. 자궁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은 얼마, 난소를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은 얼마, 몇 가지 분류로 나눠서 정찰제 가격을 정해 놓고 병원은 그 비용만 받고 모든 수술을 하라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서 100명의 환자가 복강경 수술을 했다고 하자. 50명이 합병증이 없고 수술이 잘되어서 퇴원하는 환자라면 포괄수가제가 소액의 이득이 있을 수 있다. 다른 50명은 복잡 증례나 중증환자의 경우라면 당연히 정한 가격만으로는 병원 비용에 턱없이 못 미치게 된다. 전체로 보면 경증환자의 남는 액수로 중증환자의 모자란 비용을 ‘퉁 치라’는 것이 포괄수가제다. 즉 별문제 없이 퇴원해 저렴한 비용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나, 합병증 등으로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치료 약물이 많아진 환자들이나 똑같은 돈을 내라는 정책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중증환자가 많이 가게 되는 2차, 3차 병원들은 손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산부인과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하려 하고 있다.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악법 규탄대회’에 참가한 의사들 (경향DB)


만일 복지부의 현안대로 강행이 된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각 병원들은 나름대로 생존해야 하므로 일종의 지침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즉 현재 유착방지제(현재는 인정 비급여 항목, 약 20만원 환자 부담)는 가임기 여성의 자궁이나 난소, 나팔관 수술을 하고 나서 향후 유착(장기가 들러붙는 것)이 생겨서 불임이나 합병증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이 나올 수도 있다. 또 복강경 수술한 구멍을 과거에는 나일론 실로 봉합했으나 요즘은 히스토아크릴(접착제의 일종)을 사용해서 봉합 없이 상처를 치료하지만, 이 역시 인정 비급여이므로 포괄수가제하에서는 받을 수 없는 항목이다. 따라서 사용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의사들도 피고용인이므로 고용자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는 젊은 가임기 여성의 자궁내막증, 난소 낭종, 자궁근종제거술 등의 시술 후 유착 방지를 위한 치료를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일주일 후 봉합사 제거를 위해서 한 번 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움직임을 비난할 수 있을까? 엄연히 대한민국 의료의 대부분은 민간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비난하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고령화 사회로 가는 현실 속에서 의료비 급증을 막기 위해서 도입한다는 포괄수가제가 동의를 얻으려면 젊은 가임기 여성에게 가장 불리한 산부인과 수술의 대부분을 포괄수가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부터 재고가 필요하다. 산부인과학회가 건의하고 있는 대로 합병증 없는 산모의 제왕절개와 개복에 의한 전자궁절제술에 한하여 포괄수가제 대상으로 삼고 향후 시행을 거쳐서 조금씩 보완해 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김선행 |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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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을 둘러싼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의 하나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TPP를 미국의 포위망으로 인식하던 중국이 최근 TPP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주변국들은 진의 파악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의 TPP 참여를 둘러싸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과 “그렇게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005년 싱가포르 등 4개국 체제로 출범한 이후 2008년 미국의 참여로 주목받기 시작한 TPP는 현재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협상의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다.


■ 경제적 실익 확보·부작용 대비 후 체결해도 늦지 않아


최근 중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도 TPP 추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TPP는 세계 1, 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점하는 아시아·태평양 12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기 때문이다. 이는 TPP에서 제정할 제반 무역규범이 역내 무역질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유럽연합(EU) FTA(TTIP)와 더불어 세계 무역질서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TPP 가입은 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할까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TPP 가입은 빠를수록 좋다는 성급한 결론에 이르기 전에, 짚어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TPP 가입의 이중적 의미를 복기해 보자. TPP 가입은 우리가 이미 양자 간 FTA를 체결한 7개국과 재차 FTA를 맺는 것만이 아니라 아직 FTA를 맺지 않은 5개국(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과의 새로운 FTA 체결도 의미한다. 이들과의 FTA에서 충분히 경제적 실익 확보가 가능한지, 또 부작용 대비책은 마련돼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둘째, TPP는 각국 간 이해조정이 어려워 최종 타결까지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TPP를 주도하는 미국조차 자동차, 유제품, 설탕, 섬유제품 시장 개방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일본은 농수산물 5개 품목 제외를 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우대정책과 국민자동차 정책, 호주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제외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우리에게 그렇게 시간이 촉박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TPP는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점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중 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TPP에 가입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핵문제, 개성공단 잠정 폐쇄 등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푸는 데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FTA의 외교안보적 측면을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다.


한중FTA 협상 개시 규탄한다 (경향DB)


TPP 비가입의 비용이 클 것이란 주장도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먼저, 우리는 한·미 FTA와 한·EU FTA의 서비스 및 투자 분야에서 당사국 간 FTA 체결 이후 당사국이 제3국과의 새로운 FTA에서 후자에 더 나은 혜택을 줄 경우 이를 전자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미래 최혜국대우’ 조항을 포함시켰다. 즉 미국이나 EU가 한국과의 FTA 이후 제3국과 체결하는 TPP, TTIP, 일·EU FTA에서 만일 한국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방할 경우 한국에도 함께 적용되므로 미국이나 EU 시장에서 입는 손실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둘째, TPP의 협상틀이 한·미 FTA란 점도 우리에겐 여유를 갖게 한다. 한·미 FTA는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래 체결한, 가장 경제적 의의가 큰 동시에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FTA다. TPP로 동아시아 FTA의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미국 입장에서 한·미 FTA를 TPP의 표준으로 삼으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12개국 간의 FTA인 TPP가 한·미 FTA보다 높은 수준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렇게 보면 TPP의 무역규범이 우리가 체결한 한·미 FTA의 유사품이되 다소 낮은 수준이 되리라고 볼 수 있다. 


셋째, 그간 체결한 거대 FTA의 국내 이행기반 마련, 한·미 FTA와 충돌하는 국내 지자체 법규의 정비 등 FTA 내실화는 어떤지도 돌아볼 일이다. 대기업과 달리 취약한 중소기업의 원산지 증명 관련 인프라 구축은 어디까지 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우리의 FTA 정책의 목표는 무엇이고, 그것은 우리의 대내정책과 정합적인가. TPP 가입 여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이에 대한 답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 아닐까. 정부가 내세운 ‘FTA를 통한 선진통상국가 구현’이 고용 없는 성장과 수출, 양극화, 내수부진, 고령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현안 해소에 얼마나 기여하는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단칼로 베어버릴 만한 부질없는 질문인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국가를 말하면서도 FTA 허브를 강조하며 모든 FTA를 주도하겠다는 허세는 모순이거니와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 필자는 TPP 가입을 반대하는 쇄국주의자도, 중국 눈치를 살피자는 사대주의자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더 좋다는 식의 편협한 반미주의자도 아니다. 어떤 개방이든 그에 따른 편익을 제대로 따져 건수 늘리기식의 FTA 체결을 지양하고자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통상기능을 이관한 현 정부의 취지에도 부합하도록 내실을 기하는 FTA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김양희 |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 일본 등 5개국과 FTA 동시 타결 효과… 늦을수록 손해


한국은 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되는가. 그 핵심에는 최근 TPP 참여를 결정한 일본이 있다. 그동안 한국은 전략적, 적극적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을 추진한 반면, 일본은 국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족으로 우호적인 통상환경 조성경쟁에서 한국에 한참 뒤졌다. 한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체결했고, 일본은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제 무기력에서 깨어났다. 일반의 예상보다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TPP 참여를 결정했고, 여세를 몰아 EU와의 FTA 협상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그간의 성과에 도취해 있기엔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한국은 일본의 TPP 참여에 따라 예상되는 무역이익의 잠식을 상쇄해야 한다. 수수방관하고 있다간 그간 우리가 애써 쌓아놓은 한·미 FTA 특혜가 날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아직 한국이 FTA를 체결하지 못한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캐나다와 일본이 한국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무역과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 한국 기업과 소비자는 고스란히 그 불리함을 뒤집어 쓸 판이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 (AFP연합)


한국이 TPP에 참여해 협상이 타결되면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캐나다 5개국과의 FTA를 한꺼번에 타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들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10조달러(세계 GDP의 12%)를 넘고 한국과의 무역규모는 1600억달러(한국 전체무역의 15%)를 웃돈다. 미국과 중남미의 교두보로서 세계의 투자가 몰려드는 멕시코, 자원부국인 캐나다, 호주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참여한다면 한·중 관계가 껄끄러워질 거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국제관계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단견이며, 우리의 역량과 의지를 스스로 폄하하는 셈이다. 한·중 FTA나 한·중·일 FTA가 서비스, 투자, 규범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나, 중국은 이들 분야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경우, 중국이 그 입장을 고수하기 쉽지 않을 것은 협상론의 기본이다.


TPP 참여는 박근혜 정부가 내건 무역과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는 쌍끌이 경제로의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발생 이후 가라앉은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과 해외 인력, 외국 소비자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서비스나 투자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목표로 하는 TPP를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 촉진, 투자 유발, 고용 증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 쓰는 지혜가 요구된다.


TPP 참여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참가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RCEP에만 목매고 있기엔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RCEP는 이제 막 협상을 개시하는 단계에 있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국가가 없어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TPP는 미국이라는 강력한 추진체가 있고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다. RCEP와 TPP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100%를 넘는 세계 8대 통상대국 한국은 광역 FTA인 둘 다 추진하는 것이 합당하다. 광역 FTA의 실현은 양자 FTA마다 서로 다른 원산지 규정 때문에 저조했던 특혜관세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내 여러 국가에 분산된 생산과정을 통합하는 효과를 통해 한국의 부품소재 산업 발전,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 내수기반의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TPP가 완전히 타결된 이후에 한국이 참여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괜한 개방논쟁에 휘말리는 정치적 부담을 지고 싶지 않다는 고려도 한 몫하는 듯하다. 그러나 개방 충격만을 놓고 본다면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가 TPP를 능가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한국은 현재 TPP 참가 12개국 가운데, 미국 등 7개국과 양자 FTA를 체결했다). 더 중요한 것은 TPP의 협상 의제인 지적재산권, 경쟁정책, 환경 및 노동 등 규범이 새 정부의 화두인 창조경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창조경제 생태계와 연결되는 규범을 남들이 만들어 낸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상황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인가 중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TPP 참여를 미루자거나 하지 말자는 것은 신중론이 아니라 전략 부재이다. 삼각파도가 몰아치는 거친 망망대해에서 엔진이 서서히 꺼져가는 한국호의 진로에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TPP, 언제까지 강 건너 불 보듯 할 것인가.


<최병일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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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메디텔(의료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은 병원이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돕자는 취지다. 메디텔 설립을 추진 중인 병원들은 “메디텔은 환자와 보호자를 배려하는 숙소”라면서 “(입법예고안의)설립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는 “메디텔은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에 다름 아니며 궁극적으로 전국민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 사실상 ‘영리 병원’ 허용… 의료·건보체계 붕괴 불보듯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과 유치업자에게 메디텔(의료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시대에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메디텔이 허용되면 일부 의료목적으로 입국하는 관광객들의 편의가 약간 증대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디텔은 의료관광객의 편의 증대 외에 우리의 의료체계에 끼치는 부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메디텔은 영리병원의 허용과 의료체계의 상업화를 가속화시켜 궁극적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첫째, 의료기관이 숙박업에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은 한국 의료기관들의 영리추구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의료기관들은 고유의 역할인 환자진료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익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장례식장, 주차장, 시설임대업, 종합검진 등의 부대사업이 그렇다. 물론 정상적인 진료만을 통해서는 경영수지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기에 높은 이익을 갖다주는 부대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의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진료에 매진해야 할 대학병원마저 메디텔이라는 숙박업에까지 진출하여 돈벌이에 나서는 꼴이 반갑지 않다.



둘째, 메디텔 설립을 의료기관 외에 유치업자에게도 허용하겠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유치업자는 의료기관이 아닌 영리목적의 사업체이다. 이들이 건물(메디텔)을 짓고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의료인을 고용하여 진료기능만 갖추게 된다면 그대로 영리병원이 되는 셈이다. 지금도 유명 호텔 내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입주해 피부·미용 중심의 고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치업자에게 메디텔을 허용하는 것은 숙박업체가 건물을 임대하던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료기관 운영에 필요한 숙박·의료시설·의료장비를 모두 갖추고 여기에 의료진만 고용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실상 진료만 의사가 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수익은 합법적으로 유치업자가 외부로 가져갈 수 있는 영리병원과 다름없어진다.


셋째, 보험회사에도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는 유치업자 자격을 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에 메디텔을 허용하면 국민건강보험제도조차 흔들 수 있는 무기를 보험사에 쥐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정부는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에 대해 유인알선을 할 수 있도록 유치업을 허용해주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가 메디텔을 짓고 병원과 계약을 맺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영리보험사는 환자-건강보험-의료기관으로 이루어진 의료체계에서 비켜나 있다. 영리보험사는 공적 건강보험이 아니라 보험사가 의료공급체계를 주도하는 미국식 영리 의료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메디텔은 보험사의 병원 소유를 우회적 방법으로 허용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몰여오는 외국인 관광객 (경향DB)


이런 우려 때문에 메디텔 허용에 대해 반대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우려는 우려일 뿐 메디텔은 외국인 환자로만 제한되므로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 주장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의 허용 과정을 보면 이런 우려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단체는 10여년 전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추진한 외국인 영리병원에 대해 결국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의료비를 폭등시킬 뿐 아니라 건강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외국인 전용병원이라더니 몇 년 후에는 외국인만으로는 병원 운영이 안된다며 내국인도 이용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메디텔 역시 마찬가지다. 메디텔이 외국인 환자만을 수용해서는 수익이 나기 어렵다. 2011년 기준 유치업자에 의한 의료관광목적의 외국인 입원환자수는 겨우 429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결국엔 외국인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으므로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로 나아갈 것이다. 이리되면 병원들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보험 적용이 안되는 메디텔에 입원하도록 종용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의료관광업에 대해 언급만 하자. 매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12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와 자연유산,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보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것은 관광수입 여부를 떠나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심은 오직 이들 외국인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어떻게 좀 더 털어볼까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다보면 불행하게도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메디텔로 돈을 벌어볼까보다는 건강보험의 보장을 튼튼하게 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진료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여행 중 불의의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외국인들에게 좋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 진정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종명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의료팀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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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간호사·간호조무사로 나뉘어 있는 간호인력 양성 및 운영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발화된 논쟁이 3개월째 확산되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이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간호계는 간호사·간호조무사 사이 업무영역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간호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40여년 전에 도입된 간호조무사 제도 전반을 손질할 필요가 있으며 환자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간호인력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간호사는 의료인… 조무사와 통합 땐 전문성 저하 초래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14일 ‘간호인력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간호인력 개편 방향은 복지부가 지난해에 추진한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조무사 규칙) 개정의 원인이자 결과물이다.


조무사 규칙 개정은 2012년 평택에 있는 전문대학인 국제대학이 2011년 법제처 유권해석을 근거로 간호조무 전공을 신설하고 신입생을 모집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복지부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역할과 기능, 양성체계 및 면허(간호사)·자격(간호조무사) 관리체계 등이 서로 다르므로 중등교육 중심의 양성체계를 유지하려는 기존의 원칙대로 ‘조무사 규칙’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심사 단계에서 전문대학 간호조무학과의 조무사시험 응시자격 배제 조항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조무사 규칙이 2017년 12월31일까지만 효력을 갖도록 의결했다. 규개위가 조무사 규칙에 조건부 동의를 한 것이다. 이는 간호사·간호조무사 양 협회와의 원만한 합의를 바탕으로 복지부의 책임하에 간호인력 개편 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결국 조무사 규칙 개정안은 2013년 4월1일 최종 공포됐다.


따라서 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개편 방향은 고등교육과정(대학 및 전문대학)에 간호조무사 양성이 허용될 경우 발생되는 간호인력 양성 및 면허(자격) 체계의 혼선을 막고자 하는 문제의식 속에서 논의 ‘방향’을 마련한 것이었으며, 확정된 ‘방안’으로서의 접근은 아니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와 같은 배경 아래 간호인력의 질적 관리와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지난 4월15일 대표자회의 의결을 거쳐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 방향에 관한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첫째, 대한간호협회는 2018년부터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것에 대해 전면 반대한다. 개정된 조무사 규칙에 따르면 2018년부터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서도 간호조무사의 양성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3년제·4년제 대학을 졸업한 간호사와 2년제·4년제 대학을 졸업한 간호조무사가 혼재하게 되면서 간호인력 간 역할 분담에 혼란이 발생한다. 또한 ‘면허’제인 간호사와 ‘자격’제인 간호조무사 체계의 혼란 및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의료인인 간호사는 정원 배정 및 교육과정 평가를 통해 적정인력 수급 및 질 관리가 가능하지만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정인력 수급 및 질을 관리하기도 어렵다. 간호조무사 고등교육 양성 시 자원낭비 및 학력 인플레 조장, 간호조무사의 병원급 의료기관 확대 배치(현재 의원급 및 요양병원 배치) 및 간호등급제 포함 요구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간호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고 환자에게 위해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복지부는 간호인력을 ‘간호사(4년)-가칭 1급 실무간호인력(2년)-가칭 2급 실무간호인력(미정)’이라는 3단계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간호협회는 위에 서술한 문제점을 고려할 때 대학 및 전문대학에서의 간호조무사 양성이 2년 과정 양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으므로 2년 과정인 가칭 1급 실무간호인력에 대한 재검토 및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복지부는 간호인력을 위와 같은 3단계 체계로 개편하고 ‘교육+경력+시험’을 통한 간호인력 간 상승체계를 설계하고 있으나, 대한간호협회는 이를 전면 반대한다. 간호사는 반드시 현행법에 규정된 교육과 시험을 통해서만 양성되어야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전문성과 질적 격차는 매우 크다.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인 간호사의 간호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다. 의료기관의 의사보조인력에게 상승경로를 두는 것과 약국의 약사보조원에게 상승경로를 두는 것이 타당치 않듯이 간호보조인력에게 상승체계를 두는 것은 타당치 않다.


복지부는 간호인력 개편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에서 간호사 인력 양성 체계 제도화, 간호인력의 업무 구분 정립 및 법제화, 간호인력 양성 관련 수급 관리, 평가·인증 시스템 확립 및 제도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 간호인력 배치 및 간호사 비중 확대 등의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스스로 밝힌 원칙을 실현함으로써 40년 넘게 지속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법체계 혼란 및 갈등을 원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간호사 근무시간(8시간)당 담당 환자 수는 8.8명이다. 한국도 간호사당 담당 환자 수가 최소한 8.8명이 되도록 법정인력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OECD 평균 정규 간호사 대 간호보조인력 비율이 65% 대 35%이므로, 우리도 현재 50%인 간호사 비율이 65% 이상이 될 수 있도록 공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간호인력 개편 방향은 간호사의 노동강도 및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간호의 질 향상 및 대국민 서비스 개선에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양수 | 대한간호사협회 부회장>


간호사 (경향DB)


■ 고령화 시대 ‘간호서비스’ 다변화… 체계적 육성 필요


1967년 간호조무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 간호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나라 보건의료 환경은 매우 크게 변했다. 우선 양적으로 크게 팽창하였다. 인구 고령화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국민이 병원을 찾은 횟수는 10년 전에 비해 약 50%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입원일수만 보면 두 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노인 인구는 3% 정도 증가한 데 비해 이들의 의료 이용량은 74%가량 증가하여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국민 전체 의료 이용량이 더욱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리고 질적으로도 간호서비스가 다변화되었다.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확대, 노인환자의 증가와 핵가족화 등으로 단순 간병에서 전문적인 치료보조까지 질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간호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행위의 중증도·난이도에 따라 의료기관도 다양화되고 간호서비스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간호사 배출인력을 큰 폭으로 확대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교육과정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한 자에 한해 간호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간호대학 4년제 일원화를 추진하는 등 우수한 간호사 배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현재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인력의 84%를 차지할 만큼 전체 간호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교육기관 설치 기준이나 교과 과정에 대한 관리체계가 간호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간호 인력의 역할 구분과 그에 맞는 교육과정의 설계, 교육기관에 대한 전면적 평가·인증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간호인력 간 역할 구분이다. 현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교육기간, 교육 내용 및 과정 등 양성과정에 차이가 있으나 실제 의료기관 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차이는 없다. 대신 의료기관 종류별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만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수준의 간호서비스가 함께 요구되는 상황에서 불명확한 역할 범위를 그대로 둔 채 의료기관 별 인력을 제한하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며,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간호조무사 간 역할 갈등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이다. 


그 결과 간호인력에 대한 보다 분명한 역할범위 설정과 그 역할에 맞게 교육하고 면허를 부여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2년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2018년이면 전문대학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간호조무사의 역할설정·수급 체계 등 관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전문대학 간호사와 전문대학 간호조무사 간 양성과정이 혼재된다면 간호인력 간 역할과 기능 설정 및 관리체계에 혼란이 발생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고등학교 수준의 간호인력과 대학 2년제 간호인력, 그리고 4년제 간호사의 역할 및 교육체계, 수급관리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명확히 정립되어야 한다. 또한 간호 인력으로서 경력·교육·시험을 통해 그에 합당한 능력을 갖추었음이 입증된다면 그에 맞는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를 위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 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간호 인력이 많은 환자를 돌보는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간호조무사를 포함하더라도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가 4.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3명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는 간호 인력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까지도 간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또는 사설 간병인에게 옮겨지면서 일부 간호서비스의 책임도 병원이 아닌 환자나 가족에게 전가되고 그로 인해 의료사고 위험 및 책임 논란, 병원 내 감염 우려 등 환자 안전 문제는 물론 간병비 부담 등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환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다양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서비스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간호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더 많은 간호인력이 의료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인력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제 간호인력 개편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간호인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의견수렴을 거쳐 2017년까지 구체적인 사항들을 준비해 나갈 것이다. 현재 간호인력 개편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으며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 간호체계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것이다.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점을 미리 밝혀두며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국민이 행복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남후희 |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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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민주당 최원식 의원 등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 논란이 동성애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법안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반대로 철회됐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가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성 결혼 허용 문제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동성애가 교리에 위반된다는 기독교계, 성소수자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는 활동가, 동성애를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 ‘이성애자’와 똑같이 시민기본권 향유할 권리 있다


민주당 최원식 의원 등이 제출했다 철회한 차별금지법안을 둘러싼 논란과 소동의 한가운데 동성애자 문제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동성애 혹은 동성애자에 대한 기독교계의 극단적인 혐오와 반감이 차별금지법안의 철회를 야기한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 차별금지법안의 입법취지가 동성애 합법화나 동성애 교육 의무화 등이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확실히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오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동성애 및 동성애자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감과 혐오는 차별금지법안과는 무관하게 온존할 것이다. 기독교계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관점이 성경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는 대한민국에서 기독교인들의 믿음은 존중받아야 한다. 단 기독교인들의 믿음과 종교활동의 자유는 다른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혐오할 수 있고 동성애를 비정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헌법상 보장되는 동성애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동성애자들을 법률적·제도적으로 부당하게 차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들과 동등하게 기본권을 향유할 천부의 권리가 있으며,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종교의 자유가 소중한 것처럼 동성애자들의 헌법상·법률상 권리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노예제도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래 전에 유럽인들은 유색인들이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논쟁했다. 여성에게 보통선거권이 인정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오늘날의 관점과 기준으로 보면 노예와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제도적 차별과 배제는 전적으로 터무니 없고 부정의하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을 과거의 노예, 유색인종, 여성의 자리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경향신문 곽희양 기자가 동성애 차별 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경향DB)


물론 오늘날의 동성애자들이 과거의 노예, 유색인종, 여성처럼 헌법이나 법률의 보호 밖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화적, 상징적, 일상적, 의식적, 사회관계적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이 과거의 노예, 유색인종,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라고 말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한편 문화적, 상징적, 일상적, 의식적, 사회관계적 층위에서 작동되는 기제들은 실존적 개인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며, 변화나 개선이 어렵고 더디다.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 등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하는 것은 때로 혹은 자주 진전된 제도나 법률이 구성원들의 의식과 관습의 변화를 견인하는 까닭이다. 관용과 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관용이 넘치는 사회가 불관용한 사회보다 평등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동성애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과 태도는 아직도 한국사회에 더 많은 관용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동성애자들도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아닌 인격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태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선천적 성향 인정하지만 ‘성적 무질서’ 불러 허용 안 돼


지난달 중남미 국가인 우루과이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중남미에서 2번째, 전 세계적으로는 12번째 동성결혼 합법 국가가 됐다. 그리고 최근 프랑스 하원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역사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하게 하고 있으며 가톨릭교회의 쇄신과 개혁을 강조한 새 교황 프란치스코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동성결혼 합법화 방안 반대 시위에 참석한 프랑스 여성 (경향DB)


가톨릭교회가 동성애를 금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이성에게 향하고 이성과 결합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동성애는 동성 간에 성적 욕구를 충족하려 하는 성욕도착증의 일종으로 잘못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동성애가 선천적 경향이라고 보는 이론이 있지만 이는 생물학적인 이유보다는 심리학적 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성적 관계로부터의 이탈은 다른 무의식적 공포나 억압과 똑같은 방법으로 생겨나는 하나의 신경증세로 간주될 수 있다. 


윤리적으로 볼 때 성서는 동성애적 행위를 단적으로 죄라고 본다. 레위기 18, 22에서 “여자와 동침하듯이 남자와 동침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역겨운 짓이다”라고 했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모두 사형에 처하였다(레위 20, 13). 


그리고 로마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동성애자 사목에 관하여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체질화된 동성애자들에 대해 이해심을 갖고 대하기를 바라지만, 동성애는 내재적으로 병든 것으로 결코 인정될 수 없다고 밝히고, 또한 동성애는 성적인 무질서로서, 즉 성의 목적을 파괴하는 것이고, 생명의 전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며 동시에 부부 상호애의 표현으로서 성행위를 이루지 못하는 무질서임을 밝힌다(1975, 12, 29, 8항).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반발하여 동성애 지지자들은 성적 행위도 동성의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성적 행위의 궁극적 목적인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에 바탕을 둔 사랑과 존경의 표현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남녀가 동성애적 성향을 타고 태어났음을 교회는 인정한다. 그들의 경우는 스스로 동성애의 처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그들에게는 하나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하고 어떠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58항). 그들도 자신들의 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으며, 그들도 정결을 지키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성애는 일종의 신경증적 무질서이므로 가능한 치료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고 건전한 생활의 가능성을 지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동성애가 애정과 성의 진정한 보완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동성애를 인정할 수 없다. 


<김정우 | 신부·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장>


■ 편견·차별의식 버리고 ‘성소수자’로 인정해야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성적지향’은 가장 민감한 화두였다. 이성을 좋아하든, 동성을 좋아하든, 둘 다 좋아하든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고, 에이즈가 창궐할 것이며, 학교에서는 항문성교를 교육하게 되고, 설교시간에 동성애가 죄라는 말을 하게 되면 벌금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말로 바뀌어버렸다. 말도 안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보수 기독교의 압력에 굴복해 결국 법안을 자진 철회했다.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의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다.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서울학생인권조례와 국가인권위원회법마저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며 “내 주변에는 없는 것 같은데 동성애자들이 직장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나를 비롯해 차별의 경험을 한두 가지씩 안고 살아가는 성소수자들과 만나면서도 이 질문들을 받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난감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대개 보이는 차별에 집중하고 판단한다. 


차별금지법안 철회의 이유를 보수교계의 책임만으로 떠넘길 수는 없다.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문제쯤으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로 인식되기 때문에 내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동성애자들은 영원히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최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들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권리를 가졌습니다. 성소수자들 역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 위에서 번창합니다. 정부는 편견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과 맞서 싸울 의무가 있습니다.”(2012년 12월11일 유엔 뉴욕본부에서 열린 ‘호모포비아에 대한 투쟁에서 지도력’에 관한 행사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동성애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왜”라는 궁금증에 “혹시”라는 가정을 더하고 “그래도”라는 단서를 두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왜 이성애자가 되었는지, 혹시 이성애를 바꿀 수 없는지, 노력하면 동성애자가 될 수 있는 건지 묻지 않으면서 동성애자들에게 던지는 수많은 물음들, 그것은 곧 편견이고 침묵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향DB)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 편견의 이유를 따져 묻는 것. 동성애자 차별을 반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 이런 행동들이 쌓이고 쌓였을 때 차별금지법 제정은 물론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의 구름도 조금씩 걷힐 것이다.


<정민석 |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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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대체휴일제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재계와 노동계 등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체휴일제는 법정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평일에 하루를 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재계는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늘어나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노동계에서는 “대체휴일제는 이미 사회적 합의를 거친 사항이며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돼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맞서고 있다.


■ 노동자 법정 휴식권 보장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청


 다음해 달력을 들추며 소박한 기대감으로 연휴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공휴일이 주말과 이어지는 연휴는 직장인들의 가슴마저 들뜨게 한다. 달콤한 휴식이 주는 행복감은 지친 삶을 지탱해주는 큰 위안이자 필수적인 시간이다. 창조경제를 앞세운 정부가 강조하는 창의성이란 것도 결국은 휴식과 놀이를 통해 발현되는 잠재력인 만큼, 대체휴일제는 보통 시민들의 소박한 행복을 찾아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이점도 적지 않은 제도다. 


대체휴일은 깨알 같은 휴일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얼마 없는 휴일, 이미 정해놓은 공휴일이라도 제대로 지키자는 최소한의 요청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최장인 국가 한국, 길게는 1년에 두 달이나 더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단 며칠조차 간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영자단체들은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지어내 대체휴일을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또 미뤄진 대체휴일은 토요일과 겹치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라, 길어야 하루이틀 늘어날 부스러기 휴일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마치 엄청난 사회적 부담이 초래될 듯 과민반응하는 경영자단체의 모습은 어처구니없다. 단 1~2일의 휴일 때문에 경쟁력이 사라질 기업이라면 그 기업은 원래 경쟁력이 없는 것 아닌가. 


경총은 주말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공휴일 또는 국경일 수인 16일이 선진국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얄팍한 계산이고 엄살이다. 미국 연방의 국경일은 10일이지만, 각 주별로 추가 공휴일이 지정돼 뉴욕은 17일의 휴일을 가지고 있는데도 경총은 이를 무시한다. 또한 대만은 16일이며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낮은 중국도 16일의 국경일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휴일 비교를 하려면 여기에 연차 휴가와 노사의 단체협상에 주어진 휴일까지 계산해야만 대략적인 사실이라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휴일은 선진국에 비해 최대 30일 가까이 적다. 이는 경총을 제외한 정치권이나 모든 전문가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관공서에만 법적으로 강제된다. 관행적으로 민간기업도 쉬어왔지만, 엄밀히 말해 민간기업은 그러한 공휴일을 지킬 법적 의무가 없다. 때문에 실제로 필자가 일했던 모 제과기업은 공휴일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고, 심하게는 30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시킨 적도 있다. 법으로 민간기업의 유급휴일을 규율한 단 하루 유일한 날인 노동절조차 다수 기업들은 일을 시키고 있다. 또한 연차휴가는 휴일 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나라는 근속기간이 짧은 임시직 비중이 높은 탓에 외국에 비해 충분한 연차를 가져보지도 못했다. 또 노동기본권이 취약한 상황에서 노조 조직률이 10%를 밑돌고 있어, 단협에 따라 별도로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훨씬 많다. 현실이 이런데도 기업들은 지키지도 않을 노사자율을 운운하며 대체휴일을 반대한다. 반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선진국과 싱가포르와 중국까지 이미 대체휴일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노동절 등의 공휴일을 아예 일요일을 피해 정했다. 선진국들은 높은 노조 조직률과 단협 적용률로 추가적인 휴가를 보장받는가 하면, 연차 규정도 우리나라 15일보다 6~17일까지 많고, 유럽연합(EU)은 최소 4주 이상 연차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외국에 비해 낮다며 “뭘 더 놀려고 하냐!”는 식의 주장도 엉뚱한 글짓기에 불과하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의 높고 낮음은 설비 노후나 시설투자의 미비, 업무집중도나 숙련도 등 생산기술 전반에 따른 업무효율을 따지는 기준이지 휴식권의 많고 적음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대체휴일로 최대 수십조원의 비용부담이 생긴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 오히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처럼 대체휴일의 경제적 효과가 35조원에 달하고 일자리도 11만개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국회가 입법을 유보한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다. 국회 스스로 사용자들에게 근거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압박에 굴복한 것은, 국회의 주인이 시민인지 기업인지 의심케 한다. 골목상권까지 빼앗고, 비정규직을 양산한 장본인들이 대체휴일을 반대하기 위해 자영업자와 임시직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것은 고양이가 쥐를 생각하듯 치졸하다. 


우리 경제는 장기적인 내수 부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대체휴일로 늘어날 소비는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생산량이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 생산된 상품이 소비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체휴일은 4년을 넘게 끌어왔다. 장시간 노동 개선과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 등의 긍정성만 보더라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한 취업포털 업체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94.1%가 ‘찬성’이라고 답했다. 현대차·LG전자·롯데백화점 등 일부 대기업은 징검다리 휴일까지 포함해 몇 년 전 제도를 도입했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체휴일은 사실상 국민적 합의를 이뤘다고 봐야 할 사안이다. 그동안 도입되지 못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찬반이 팽팽해서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정치적 압박과 로비의 힘이 밀린 측면이 크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는 사용자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돼야 하는가.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할 것인데,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기업을 위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 


<박성식 | 민주노총 부대변인>


■ 영세·중소기업엔 인력난·인건비 상승 이중고 될 것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대체휴일제 도입 때문이다. 야당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국민의 휴식권 확보와 내수 진작을 위해 대체휴일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여기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국민의 휴식권 확보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공휴일을 법제화하고, 대체휴일제를 도입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공휴일법’이 제정된다면 입법 취지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일은 기존과 똑같이 하고 임금만 더 많이 받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DB)


우선 공휴일을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호주뿐이다. 특히 일본과 호주에서도 일요일을 휴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이는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만약 공휴일법이 통과된다면 연간 52일의 일요일이 주휴일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휴일로 지정되어, 백화점 등 일요일 근무가 필수적인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게 된다. 또한 주40시간제가 5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영세·중소기업에는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의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나라의 공휴일 수도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은 편이다. 올해부터 한글날이 추가됨으로써 근로자의 날을 포함한 공휴일은 16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 6개국 평균 11일보다 많다. 중복되는 공휴일을 감안하더라도 3일가량 많아 휴식권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휴일법이 통과된다면 향후 10년간 평균 1.9일의 휴일이 증가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가 넘는 선진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절반 수준인데 휴일 수는 더 많은 국가가 되는 것이다. 쉬는 날이 늘어나는 건 공장이 그만큼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 경우 생산량 대비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물론 휴일이 증가하면 일부 계층은 지금보다 더 많은 휴식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등 지금도 근로조건이 좋은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오히려 일용직,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휴일 증가에 따른 소득 감소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체휴일제 도입 반대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임금, 복리후생 격차도 모자라 휴일 격차까지 더해 사회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


휴일을 늘려서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국민들의 지갑이 두둑할 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당장 공장의 기계들이 쉬는 날이 많아지면 결국 근로자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내수를 위축시킬 것이 자명하다. 


쉬는 날이 많아지는 걸 마다할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다만 전 세계가 불황으로 경제 살리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 우리만 유난히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김판중 |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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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핵심은 ‘엄마가산점제’다. 이 제도는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이 국가 및 공공기관,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할 때 시험과목별로 득점의 2% 내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찬성 목소리와 “열악한 직종의 여성에게는 역차별이 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다.


■ 경력 단절 겪는 여성에게 ‘사회적 배려’ 하자는 것


지난해 12월 필자가 대표 발의한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재취업을 할 때 가산점을 주는 법안(엄마가산점제)이 지난주 내내 논란이 되었다. 


엄마가산점 제도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역차별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특히 불임여성·비정규직·미혼여성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두번째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수혜자 선정 등 수없이 많은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해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일과 가정의 조화’ 같은 근본적인 고민 없는 임시방편적인 데다 인기 좀 얻으려고 낸 복지정책이라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필자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어린 두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수많은 여성들에게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책이 그렇게 심한 역차별을 가져오느냐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열악한 여성의 근로 문제 개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경력을 단절해야만 했던 여성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도 매우 중요하고 또한 필요하다. 이 법안에 동의하는 많은 여성들은 지금도 생업에 몰두하고 가계를 이끌어나가느라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런 논쟁에 공개적으로 끼어들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경향DB)


둘째, 수혜 대상을 선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우려도 필자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인정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구성해 그 대상을 선정하게 되면 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수많은 복지제도들은 ‘부정 수급자 때문에 시행하기 곤란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대상을 배려하고 혜택을 주었으면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을 사회 구성원들이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과 가정의 조화’와 양성평등 문화의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는 단편적이고 전시성 정책이라는 비판 역시 법안 발의 뜻과 논점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일과 가정의 조화’와 ‘양성평등 문화 개선’ 등 여성의 경력 단절을 야기하는 보편적·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산점제’를 도입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경력단절 여성들의 규모와 그 특수성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4분기 현재 결혼과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둔 여성은 190만명에 이른다. 사유별로 보면 육아가 28%(54만명)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임신·출산이 20%(38만명) 정도를 차지한다. 이처럼 임신·출산·육아가 여성의 경력단절에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구직 활동을 할 때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일자리를 그만둔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들은 가장 심각하게 차별받는 계층 중 하나다. 대다수 기업들이 기혼 여성들의 경력직 채용을 기피한다. 또 엄마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자기 계발 기회를 박탈당하고 직업훈련이나 교육 기회도 부족하다보니 취업자로서 경쟁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자리를 갖고 싶어하는 우리의 엄마들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배려하지 않으면 다시 직장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누구도 관심있게 지켜봐주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존재가 바로 엄마들인 것이다. 


‘양성평등문화’ ‘일과 가정의 조화’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분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것이 이 법안의 근본 취지인 것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수인종에 대한 쿼터제’ 같은 정책과 도입 취지가 비슷하다. 


얼마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1.3%가 찬성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많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점이 없는 무결점 제도는 없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제도의 도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여성 고용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차별없이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여성의 취업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 ‘엄마가산점제’가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필자도 기대한다. 그런 날을 더욱 앞당기기 위해서 많은 분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신의진 | 국회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


■ ‘군가산점제’처럼 혜택 못 받는 이들에겐 되레 차별


소위 말하는 ‘엄마가산점제’ 논란이 불편하다. 이것저것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반대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얼마 전 이 말이 나오자마자 공동 명의로 즉각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성단체가 엄마가산점제에 반대하는 것을 의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엄마가산점제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임신·출산 여성에게 혜택을 줄 경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군가산점제’를 반대하는 이유와 똑같다. 신의진 의원이 군가산점제의 대항마로 엄마가산점제를 제안했다. 여기엔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간 데 없어지고 ‘성대결’ 논쟁만 남아 있다. 우리는 전체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 보상정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제대군인만 혜택을 보게 되는 군가산점제는 특정 성과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차별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엄마가산점제도 마찬가지다. 임신·출산 여성에게 사회적 혜택을 주고 싶다면 차별적 제도가 아니더라도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있다. 2007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엄마채용 장려금’(경력단절 여성을 신규채용한 기업에 장려금 지급)이라는 제도가 도입됐으나 유명무실해지면서 현재는 제도 자체가 없어진 상태다.


엄마가산점제의 혜택을 받게 될 이들은 전체 여성노동자 중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싶거나 일할 수 있는 극히 일부다. 경력단절 여성 대부분이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부문에서 일하려는’ 경력단절 여성에게만 가산점을 준다면, 이 정책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이들이 생겨난다. 결론적으로 190만명으로 추산되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엄마가산점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아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임신·출산으로 경력단절이 된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상황부터가 모순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에서 진행한 작년 상담사례를 보면 ‘임신·출산과 관련해서 불이익을 당했다’,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한다’는 등의 상담이 약 40%에 이른다.


실제로 24일 감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출산휴가 기간 중 해고를 당한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2009∼2012년 약 4년간 700여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고용보험시스템으로 확인한 것이기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여성노동자 중 61.8%는 비정규직 노동자며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0%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출산휴가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모든 직장인 산모는 총 90일(산후 45일)의 출산휴가가 보장되며 출산휴가 기간 및 그 후 30일 동안은 기업이 이들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 기업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임신·출산으로 부당하게 해고되는 상황을 내버려둔 채, 해고된 이후 재취업할 때 혜택을 주겠다는 생각이 어불성설이다.


남녀가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를 무시한 처우는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여성에게 특별한 대우를 할 경우 또 다른 차별을 낳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그래서 이런 정책은 사회구조적으로 고민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82.4%로 남성(81.6%)을 앞질렀다. 그러나 2010년 우리나라 대졸 이상 여성의 고용률은 60.1%로 중졸 이하 여성(57.1%)과 별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OECD 평균 대졸 이상 여성 고용률 78.7%에 비교하면 심각하게 낮다. 이 통계는 단순히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노동시장과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경향DB)


‘남성=생계부양자, 여성=가사·양육 전담자’라는 과거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남성은 가족 부양책임으로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감수하고 여성은 임신·출산의 ‘가능성’ 때문에 비정규직, 저임금 차별에 경력단절까지 반복해 겪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모두들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정작 가족과 함께할 시간조차 없이 가족 수입은 줄어들고 삶의 질은 하락한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대책은 정부가 말하는 ‘저출산 해소’나 ‘여성인력 활용’ 차원의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시혜적인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 벌어진 논쟁을 바탕으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진정성 있는 대책을 모색했으면 한다.


<송은정 |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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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1년부터 유전자변형작물(GMO)을 원료나 첨가물로 사용하면 제품에 성분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GMO가 포함된 식품의 성분표시 확대를 놓고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 일부에선 “GMO 주요 수입국인 한국이 GMO 표시를 강화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식품업계는 “GMO 수출국이 GMO 표시제를 한국과 같이 운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 안전성 검증 안된 식품 정보, 소비자에 더 자세히 알려야


우리는 거의 대부분 매일 식탁에서 유전자변형작물(GMO)과 관련이 있는 식품을 대한다. GMO농산물이 포함된 배합사료로 사육된 닭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를 비롯하여, GMO콩으로 제조·가공된 간장, 된장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하여 양식한 연어의 식용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이렇듯 이제 우리 식탁에서 GMO식품을 배제하고는 식단을 꾸릴 수 없게 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GMO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유전적 형질(DNA)을 인위적으로 변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생산한 생물체로 정의할 수 있다. GMO는 농산물을 병충해에 더 강하게 하거나, 제초제에 내성 등을 증가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기존 농산물을 보호하고, 이를 통하여 당해 농산물의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생산농가 입장에서 GMO는 매우 반가운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의 안전성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우리는 한평생 식품을 섭취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식품 섭취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평생 동안 언제,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식품안전정책은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위험요인을 관리하여야 하며, 식품위해로 인한 건강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하여야 하며, 재배·사육에서부터 제조·가공을 거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일관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것이 식품안전정책의 3대 기본원칙이다. 지금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의 대부분은 우리 선조들의 실제 섭취로 안전성이 인정된 것이다. 


GMO의 효시는 1994년 미국 칼젠사가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람들의 실제 섭취로 GMO의 안전성을 검증받을 수 없다. 과학적으로 GMO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부작용 사례로는 1996년 GMO콩 섭취 후 알레르기가 발생하여 제품 개발을 중단한 사례, 2000년 GMO옥수수를 먹인 닭이 보통옥수수를 먹인 닭보다 폐사가 2배 많았다는 사례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 사례만 가지고 GMO의 안전성을 부정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GMO식품의 생산을 중단시킬 수 없다.


그러나 GMO식품을 구입하여 섭취하는 소비자는 물품 및 용역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를 소비자의 ‘알권리’ 또는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라고 한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에 대해서는 표시기준 제정의무를, 사업자에 대해서는 적정표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식품분야의 표시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식품 내용물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식품 내용물 중에서 ‘안전성 여부’가 과학적으로 확증되지 않은 경우 이의 안전성 여부는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못하겠지만, 안전성이 확증되지 않은 내용물이 당해 식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정보제공정책에서 기본적인 사항이다. 


GMO는 안전성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식품 내용물에 GMO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러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GMO식품의 경우 표시제도를 통하여 GMO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부터 GMO식품 관련 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표시제도로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식품에 GMO가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아는 데 한계가 있다. GMO농산물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이라도 GMO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GMO가 식품 원료함량 5순위 이내에만 포함되지 않거나, 비의도적 혼입치가 3% 미만이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GMO의 법령 간 용어가 유전자변형, 유전자재조합 등으로 달라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으며 GMO농산물의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78.9%가 GMO를 반드시 표시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대에는 소비자 의향이 정부 정책이나 기업 경영활동에 잘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기업은 오래 존속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루빨리 GMO식품 표시제도가 보다 강화되어 소비자의 알권리가 실제 소비생활에서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성용 | 한양여대 경영학과 교수>


■ GMO 원료 안 쓰는 식품, 가격 올라 서민들에겐 부담


유전자변형작물(GMO) 표시 확대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GMO 표시 확대와 소비자 알권리라는 내용도 수년째 논의되고 있지만,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왜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으며 자신들의 주장만 하는 것일까? 서로 깊이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GMO 표시 제도는 가공식품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높아 가장 엄격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보다는 완화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식량자급이 부족한 국가인 일본·대만보다는 강화된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GMO 표시제는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국민의 대부분은 정부가 안전성 평가 심사결과 식용으로 승인한 식품인데도 불구하고, GMO 표시제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에 대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GMO 표시 확대에 앞서 예상 가능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제안코자 한다.


유전자변형(GMO)콩을 아기모형에게 먹이고있는 부시미국대통령으로 분장한 그린피의원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GMO 검사방법은 현재 과학기술로는 정성분석만 가능하고, GMO DNA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 식품의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식품들이 non-GMO 식품으로 수입되어도 확인할 수 없어 사후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내 식품산업의 경우 식품 원재료의 8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고려할 때 수입원료, 특히 복합원재료의 GMO DNA 존재 여부를 서류증명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은 해당 수출국이 GMO 표시제를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이력추적관리제도 등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새 정부 들어 5개년 계획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이력추적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올해 영유아 식품을 시작으로 이력추적제도가 전 식품으로 확대 정착된 후 GMO 표시 확대가 시행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GMO 표시제 확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GMO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의 경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어 식품소비의 계층화가 우려되고, 이러한 상황이 심화될 경우 서민층의 식품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서민계층의 선택권 문제는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또 GMO 표시제 강화에 따른 식품기업의 추가비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농산물-식료품 가격지수로 따질 때, 소비자 부담이 1.65%에서 3.6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생활물가지수의 상승은 물가 상승과 맞물려 나타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은 소득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소득 하위계층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이를 수용하는 사회적 비용이 다시 증대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GMO 표시 확대는 국가정책과 식량안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6위이며, 식량의 3분의 2를 수입해야만 하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가다. 더욱이 쌀을 제외한 옥수수, 콩, 밀 등의 자급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EU는 식량을 100% 자급자족하면서도 세계 곡물교역량의 25%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EU가 GMO 표시를 가장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은 이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국익 중시의 식량안보 전략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의 한 지하철역에 걸린 유전자조작(GMO) 식품에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판 (AFP연합뉴스)


EU는 가공식품에는 가장 엄격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반면 GMO 사료를 먹인 육류나 계란, 유제품에 대해서는 GMO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EU의 축산농가들이 비교적 값이 싼 수입 GMO 사료를 먹여 높은 가격의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면서, 미국의 GMO 곡물이나 이를 원료로 사용한 식품이 수입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치밀한 식량안보 전략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GMO 표시 확대는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시스템을 먼저 보완하고 소비자·학계·산업계 등의 합리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실현가능한 단계적 접근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며, 과학적 방법에 근거해 국민에게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게 추진해야 한다.


<김정년 | 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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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행정부가 올해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범죄·사고 다발 지역을 표기한 ‘국민생활안전지도’(안전지도)를 제작해 국민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범죄·사고 다발 지역을 국민들이 손쉽게 파악해 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나 위화감 조성, 부동산가격 하락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안전행정부 여운광 국립 재난안전연구원장과 참여연대 장정욱 시민감시2팀장이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 지역안전 지키기 자발적 참여 취지… 범죄율 낮아질 것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민의 안전 없이 국민의 행복이 있을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에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생활안전지도”의 도입이다. 생활안전지도는 국민생활 전반의 위험요인, 즉 교통사고, 학교폭력, 성폭력 등 각종 사고와 범죄 정보를 지도 형태로 제작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재난·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이다. 지도는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가 잦은 곳, 학교폭력·성폭력 등 범죄 다발 지역, 침수·붕괴 등 상습적으로 재난이 발생하는 구역 등에 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게 되며, 지역사회와 자치단체가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지역안전 확보에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범죄발생지도를 구축하여 범죄발생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지난 8년간 범죄가 발생했던 지역과 유형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후속 범죄 가능성을 예측, 사전예보까지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본은 2003년 도쿄 경시청에서부터 시작해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범죄지도를 공개하여 서비스하고 있고, 영국 런던 경찰국은 주민들이 거주지역별 최신범죄 정보, 범죄유형, 범죄율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범죄지도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여, 2008년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범죄지도를 전면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범적으로 도입, 운영되던 범죄지도의 공개제도가 점차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은 역기능보다는 안전확보라는 순기능에 대한 주민적 기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생활안전지도를 도입하게 되면, 특정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화감이나 주민반발 문제,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침해 등 각종 인권침해 문제, 지역 간의 갈등 유발이나 집값 하락,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반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안전행정부에서는 생활안전지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쟁점을 사전에 예측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토대로 심층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국민생활안전지도의 기본 틀이 정립되고 나면 향후에는 공공참여형 커뮤니티 맵핑(community mapping) 개념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잦은 교통사고 유발 지점은 어디인지, 범죄로 이용되는 폐가·사각지대는 어디인지, 귀갓길에 가로등이 없어 불안감과 두려움이 높아지는 길목은 어디인지, 학생들 입장에서 폭력을 당하고 돈을 빼기는 지역 등을 지역주민이 직접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지도정보의 생성에 참여하게 하고, 이와 같이 만들어진 지도정보를 활용하여 지역안전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 등에도 주민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국민 스스로 자기가 주로 생활하는 지역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발견하여 해소책을 제안하고, 개선함으로써 이웃주민의 안전에 기여하게 된다면 본인의 체감 안전도는 훨씬 상승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궁극적으로는 주민이 함께하는 안전 복지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사회의 효율성을 강조하여 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해서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사회 각 분야에 대해 효율과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복지의 기초이자 국민행복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는 나라에 행복한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범죄와 각종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한 “생활안전지도”의 구축이 바로 우리나라가 안전 대한민국(Safety Korea)으로 널리 불리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여운광 | 안전행정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안전' 든 박근혜 후보 (경향DB)



■ 특정지역 ‘치안 불안’ 낙인 우려… 범죄율 감소할지 의문


정부가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하기에 앞서 국민생활과 관련한 내용을 미리 공개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안전행정부에서 말한 것처럼 국민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부처별로 있으니 모아서 한꺼번에 공개하면 효과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까지 폐쇄적인 정보공개로 비판받던 정부가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겠다는데 왜 반대할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범죄정보를 지도로 보여줬을 때 특정지역에 대한 낙인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지역이 슬럼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범죄지도를 만드는 방식에 따라 피해자의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치안불안지역에서는 지역 간 갈등, 학교의 학생 유치가 어려워지는 문제와 집값 하락의 가능성도 반대 이유로 뽑고 있다. 물론 찬성 의견도 있다. 정책에 찬반 여론이 있고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정책의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범죄지도 제작의 성공적인 외국 사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과거 8년간 범죄가 발생했던 지역과 유형을 분석해 범죄 가능성을 예보하는 범죄지도를 제작해 테스트한 결과, 범죄 예보 정확도가 71%에 달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범죄지도를 만드는 이유는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예상되는 범죄를 막았어야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예상되는 범죄가 71%나 일어난 것이 왜 성과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범죄를 연구하는 학자나 경찰 당국에는 성과일 수 있겠으나 국민들에게는 의미 있는 성과로 보기 어렵다. 또 정부는 예상되는 범죄율 감소치도 발표하지 않았다. 심리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섣불리 범죄 감소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통계도 금방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의 범죄는 줄어들었다. 미국의 도시정보를 제공하는 www.Cityrating.com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2006년 이후 재산범죄와 폭력범죄율 두 가지가 모두 감소했다. 그럼 이것이 범죄지도에 의한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선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범죄율이 감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의 범죄율도 물론 감소하고 있다.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율 자체는 미국 평균이나 캘리포니아 평균에 비해서 높다. 정부에서 뽑은 성공사례인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지도가 성공적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


다음으로 범죄지도에 대한 우려를 살펴보자. 우선 범죄가 많은 곳으로 뽑힌 지역의 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학교폭력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 학교 출신에 대한 선입견도 있을 수 있다.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사업장이 있는 지역이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확인된 경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자들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이사를 가거나 사업장의 장소를 옮기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쉽게 이사나 직장을 옮기기 어려울 것이다. 소극적인 대처로 문단속을 강화하거나 귀가시간을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다. 위험지역으로 뽑힌 곳은 치안공백 상태로 이해되어 오히려 더 많은 범죄를 불러올 수도 있다. 결국 이사 갈 수 있는 사람은 이사를 가면 되겠지만 남아야 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회적 조건들로 인해 그곳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사회적 약자가 위험한 지역에 살도록 강제당할 가능성이 높다. 범죄지도의 작성과 공개로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도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정책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피해가 커지는 방향으로 정해져서는 안될 것이다.


안전행정부는 안전에 대한 지역 주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자연스러운 지역 간 비교로 안전 확보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불안감이 커지고, 지역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일부러 위험을 강조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통해 경찰권을 비롯한 공권력의 확대를 꾀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범죄지도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는 벌써 상당 기간 되었지만 아직 충분히 검토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 샌프란시스코 사례도 찬성을 위해 검토를 하다보니 실제와 맞지 않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는 효과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반대 주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책임지는 정부라면 반대 주장에 대해서 “범죄율 낮추기에 협조해야지 집값이 내려갈까 걱정해서 되겠느냐”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생활안전지도 도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분석하고 시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충분한 검토 끝에 시행하더라도 교통사고지도와 같은 사고예방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료가 무엇인지 선별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장정욱 |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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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가 103년 된 진주의료원의 폐업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논쟁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공공의료 확대 정책도 첫 분기점을 맞는 셈이다. 경남도는 “적자가 쌓이는 공공의료기관의 존재 의미가 약해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인 공공의료를 수익성만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폐업 반대 목소리도 높다. 경남도 윤성혜 복지보건국장과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4일 진단과 처방이 180도 다른 ‘진주의료원 논쟁’에 나섰다. 

■ 공공병원, 최소한 사회안전망… 적자 탓 폐쇄 안돼


2009년 신종플루가 처음 유행해 아직 그 위험성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 한국에서 어떤 병원이 신종플루 환자를 봤을까? 바로 지방의료원과 시립병원, 보건소, 즉 공공병원들이었다. 당시 사립병원들은 다른 환자들이 떨어져나간다고 신종플루 환자들을 기피했다. 공공병원으로는 모자라 사립병원들을 신종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했을 때 처음 모인 사립병원장들의 모임에서는 ‘손실을 보전해달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지만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발언은 ‘아예 거점병원 지정을 철회해주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10년 주기, 혹은 50년, 100년 주기 홍수에 대비한 댐을 평소에는 쓸 일이 없으니 철거하자고 하지는 않는다. 특히 조류독감과 같은 전 지구적 질병이 언제 유행할지 모르는 시기에 공공병원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이런 환경성 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혀 돈이 안되는 이 병실을 어떤 사립병원도 갖추려 하지 않는다. 공공병원은 사실상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 지방의료원 34곳 중 7곳 외에는 모두 적자경영을 하고 있지만 85%가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한다. 사립병원들은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32%밖에 운영하지 않는 시설이다. 이윤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이다. 정부가 투자하지 않는다면 재정적자는 불가피하다.


공공병원들이 돈 안되는 진료를 도맡아 하는 것은 응급의료센터만이 아니다. 지금 진주의료원에는 아직도 40여명의 환자들이 남아있다. 2월 말 폐업선언을 하고 약품 공급까지 끊어진다는 병원에 누가 남아있고 싶겠는가. 그런데도 200여명의 입원환자 중 5분의 1의 환자들이 퇴원하라는 종용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다. 갈 곳이 없는 가난한 환자들인 것이다. 바로 사립병원에서 기피하는 ‘돈 안되는’ 환자들이다. 강제폐쇄를 당하고 있는 진주의료원의 입원환자 중 40%가 바로 이런 의료급여 환자들이었다.


지방의료원들은 사립병원들과 비교했을 때 입원환자는 71%, 외래환자는 74%의 진료비밖에 안 받는다. 가난한 환자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많은 사립병원들이 행하는 과잉진료를 공립병원에서는 안 하기 때문이다.


94%가 사립병원인 한국에서 과잉진료는 이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갑상선암 환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배다. 어느 나라에서도 하지 않는 갑상선 초음파를 일상적으로 하고 교과서에서 불필요하다고 하는 수술을 시행해서 그렇다. 불필요한 척추수술이나 무릎수술이 너무 많아 의사들 사이에서는 친척이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다고 하면 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진료받으라고 하는 게 일이 될 정도다. 건강검진? 병을 찾아내기도 하겠지만 지금 많은 병원들의 비싼 건강검진은 불필요한 전신 CT 등 오히려 방사선 위험에 노출되는 더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공립병원은 이러한 돈 되는 과잉진료가 없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OECD의 공공병상 비중은 평균 70%가 넘는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에서는 거의 모든 병원이 공공병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서 공공병원은 표준적 의료지침을 세우는 병원이고 사립병원들이 이를 따른다. 그러나 공공병원이 6%밖에 안되는 한국에서는 거꾸로다. 과잉진료가 일상화된 사립병원이 표준이 되고 여기서 떠넘기는 돈 안되는 환자들, 돈 안되는 필수의료, 적정진료 때문에 공공병원이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 이 재정적자 때문에 공공병원 문을 닫으라고? 공공병원을 더 지어도 모자를 판에 이미 산으로 가고 있는 한국의 의료를 아예 끝장내자는 이야기다.


지금 진주의료원의 문제는 더욱더 황당하다. 시내 한복판에 있던 병원을 경상남도가 혁신도시가 생긴다고 허허벌판인 시 외곽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병원을 새로 지은 지 5년 만에 적자로 문을 닫겠다고 한다. 또 입원환자를 강압적으로 쫓아내다시피 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인 논의절차는 아예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은 찾아볼 수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제 진주의료원을 ‘강성 귀족노조의 해방구’라고 부른다. 몇 년째 임금동결에 임금체불까지 일상화된 병원의 노조가 무슨 귀족노조일까. 또 박근혜 대통령도 지방 공공의료의 확충을 공약했다. 보건복지부도 진주의료원을 폐원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이 공천한 도지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남도는 그야말로 ‘홍준표 도지사의 해방구’가 됐다. 홍준표 지사는 “어떤 잡음이 있어도 기차는 달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언제부터 이 나라가 ‘이 병원에서 나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갈 곳 없는 가난한 환자들의 호소가 ‘잡음’으로 들리는 나라가 된 것인가.


<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사>


진주의료원 폐업 (경향DB)


■ 의료기관의 기능 약화·도덕적 해이… 구조조정 필요


진주의료원의 모태는 1910년 자혜의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총독부에 의해 전국에 10개의 병원이 설치됐다가 이후 운영권이 시·도로 이관됐으며 1930년대를 전후해서는 전국에 약 30개까지 늘어났다. 의료시설이 불충분했던 당시 도립병원은 국민보건을 위해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민간의료기관의 급증으로 도립병원의 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은 점차 약화되어 왔으며 진주의료원 역시 이러한 쇠퇴 흐름을 따라 존재의미가 옅어져 왔다고 봐야 한다. 진주의료원은 여기에 더해 강성노조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무사안일이 겹쳐지면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 진주의료원의 노조가 어떤 행태를 보여 왔는지 살펴보자.


먼저 구조조정과 관련한 부분이다. 2008년 이후 경남도에서 36번, 도의회에서 11번, 경영진단 2번,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의료원 측에 경영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 측에서는 노동자의 노동권을 이유로 단 한번도 이에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정원 외로 채용했다가 훗날 정규직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직원수를 148명에서 250명까지 증가시켜 버렸다. 


또 기존의 경영진단은 경남도가 주관한 것이므로 믿을 수 없다고 해서 노조 주관으로 경영진단을 하고 그 결과를 따른다면 진단용역비는 물론 부채탕감을 위한 예산 110억원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경영진단을 하면 필연적으로 구조조정과 연결될 것이므로 노조원들의 투표를 통해 경영진단도 거부해 버렸다. 


그러면 왜 경남도와 도의회 경영진단 등에서는 그렇게 구조조정을 요구했을까? 2012년 기준 진주의료원의 순수의료수익, 즉 장례식장이나 건강검진을 통한 수입을 제외한 환자 치료를 통해서만 얻는 수입은 136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인건비는 135억원이었다. 즉 진주의료원은 환자를 치료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환자들의 주사기나 약도 살 수 없고 환자들의 위생을 위한 청소용역도 할 수 없다. 그 수입은 전부 노조원들의 인건비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요구는 당연하지 않은가?


두 번째로 단체협약 부분이다. 진료비 감면 관련 협약 중에는 직원과 부모, 자녀, 배우자의 부모에게 입원진료 시 상급병실료 차액을 100% 감면하게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직원들은 9만원의 1인실을 8000원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파견공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1인실의 상당수를 직원 가족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 기타 진료비 감면 협약조항에 따라 어떤 직원은 2010년에 1470만원의 병원비가 나왔지만 1257만원을 감면받아 213만원만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 10년을 진주의료원에 근무하고 퇴직해도 동일한 혜택이 평생 부여된다. 이러한 단체협약이 법과 규정을 뛰어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세 번째로 도가 임명한 원장을 10~30년간 근무한 강성노조가 인사권, 경영권에까지 관여하면서 방해했기 때문에 두 명의 원장이 임기 3년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했다. 의료원의 실질적인 운영권이 원장에게 있었는지, 노조에게 있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해 외래 환자 수는 하루 평균 200여명이었다고 한다. 도가 폐업방침을 발표할 당시 의사 수가 18명이었으므로 환자 수를 250명으로 추정해도 진료과 하나당 환자 수는 14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44명의 직원이 있던 진주의료원에서 하루 평균 200여명의 외래환자만 진료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조원들은 대체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 진주지역에서 의료원이 가히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2012년 말 기준 진주의료원의 누적부채는 279억원이고 손실은 70억원 가까이 발생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수입은 거의 직원들의 인건비로 들어가는 비정상적인 경영구조를 띠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파산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노조 측에서는 감가상각이 포함된 당기손실은 과장된 것이고, 의료원의 자산가치도 평가절하되었다고 경남도를 비판한다. 따라서 경영위기설은 조작이라는 것이다. 파산이 눈에 보이긴 하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벌어질 일이니 가만 내버려둬 달라는 의미인가.


경남도는 민간을 포함한 공공의료 수행기관의 하나에 불과한 진주의료원은 폐업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노조원들의 인건비로 들어갈 70억원의 손실을 도민에게 직접 혜택 드리는 방향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공공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보았다. 서부 경남의 의료낙후지역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도민들의 귀한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진정한 공공의료를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도민들의 혜량을 부탁해본다.


<윤성혜 |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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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판매품목 조정을 놓고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들은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전통시장상인 등 소상공인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서울시는 전통시장상권 보호를 위해서는 대형마트 판매품목 조정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제화보다는 이해 당사자들이 자율적 협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상생 위한 최소 장치… 지역 사정 따라 품목 조정은 가능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가 역동적인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윤리·도덕·협동심 같은 사회적 자본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 사회적 자본의 뼈대를 이루는 것이 트러스트(신뢰)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은 그리 높지 못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낮은 신뢰성은 각 분야에서 사회적 합의라는 큰 틀의 합의보다는 단기적 이해득실에 따라 갈등과 조정의 형태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특히 유통분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2009년 7월 이후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상공인 간 사업조정 건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 424건, 대형유통점이 57건으로 무려 481건에 달한다. 그간 사업조정에 소요된 사회적 비용과 자원의 낭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가늠할 수조차 없다.


정기휴무 알리는 대형마트 입간판 (경향신문DB)


최근 대형유통기업의 의무 휴업일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합의보다는 이내 갈등의 과정을 거쳐 법제화라는 형태로 강제되고서야 결말을 보았다. 동일한 상권에서 동일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대규모점포와 중소점포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판매품목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달 1년여를 끌던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 홈플러스 사업조정 건이 밤, 오징어, 총각무 등 16개 품목의 판매조정으로 합의되었으며, 2012년 11월 코스트코가 광명시에 출점하면서 골목상권 보호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부 품목의 판매를 제한하는 ‘중소상인 보호협약’을 광명시와 체결한 사례 등 대규모점포와 중소점포 간 갈등의 상당 부분이 서로 중첩되는 판매품목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사업조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서울시에서는 갈등의 악순환 구조를 끊고 상생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51개 판매 품목조정안을 발표하였다. 대형유통기업의 판매품목 조정은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안으로 입법발의가 되어 있는 사안이며, 서울시에서도 조례를 통해 품목조정의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하여 시장 특성을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대형유통기업에 대해 판매품목을 제한하는 것은 상생과 합의라는 동반성장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자칫 또 다른 갈등만을 양산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서울시에서 제안한 51개 품목은 대형 유통업체에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소상공인의 입장에서는 매출 비중이 크고 관련 사업체가 많은 품목으로써 소비자에게 불편을 최소화하는 품목이다.


현재 일부 언론에서는 판매품목 조정의 이익은 외면한 채, 모든 지역의 대형마트에서 51개 품목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오도하고 있다. 그러나 품목조정의 취지는 서울시에 한정하여 지역의 사정에 따라 51개 품목 중에서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상인이 합의하여 품목을 선정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는 것이다.


실제 대형점포의 판매가 제한되는 품목은 그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이처럼 서로 양보할 수 있는 품목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은 중소상인뿐 아니라 대형점포에도 도움이 된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더 많은 품목을 추가하려는 중소상인의 욕심과 하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대형유통기업의 이기심 간의 소모적인 논쟁과 첨예한 갈등을 되풀이하기보다는 서로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타협안을 찾는 출발점으로 51개 품목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제안된 품목에 대해 법제화하여 강제해야 한다거나 새로운 규제의 신설이라는 부정적 인식보다는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상인 간 자율적인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품목을 정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향후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상공인이 지혜를 모아 품목조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경우 사회경제적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사회 전체의 후생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있다.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상공인은 이번 품목조정 권고안을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의 계기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여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조유현 |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


■ 규제한다고 전통상권 살지 않아… 고객선택권 강제 못 해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이 대형할인점에서 생필품을 사는 데 익숙해져 있다. 대도시나 중소도시는 물론 읍·면 지역에 이르기까지 현대식 판매장을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도시의 주택가에서는 예전의 구멍가게보다 대형 기업의 상호를 가지는 편의점이나 소위 SSM이라는 판매점이 눈에 더 많이 띈다. 거기에다 홈쇼핑이며 모바일 쇼핑몰이다 해서 소비자가 접하는 구매방식이 계속해서 새롭게 다양화되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인터넷이나 편의점의 판매액이 다른 판매방식의 그것보다 더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치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와 함께 소매시장에서 공존하고 있는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의 전통상권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여러 대안들이 각계에서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서울시에서 제안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대형마트와 SSM의 판매품목 제한방식이다. 이 방식은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의무휴업을 진행한 데 이어 전통상권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대형마트와 SSM에서의 판매를 제한할 수 있는 조정가능 품목 51개를 선정한 것이다.


서울시의 판매품목 제한 방식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해당사자들이 참가하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행정기관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영향력을 가지므로 보다 분석적이며 신중해야 한다. 또한 대중의 참여와 지지가 해당 정책의 성공 여부에 커다란 변수가 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서울시의 판매품목 제한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기를 바라며 몇 가지를 지적한다.


먼저 전통상권이나 대형할인점, SSM 등이 속하는 전체 유통산업에 대한 통찰력이 정책의 수립이나 발표에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면이 전통상권의 보호라는 명분에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판매품목의 제한으로 인한 여러 업계의 득실관계, 특히 전통상권의 이득과 대형할인점 및 SSM의 1차, 2차 협력업체에 속하는 보호대상 중소업체의 손실 등이 비교되어 충분히 검토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번 조치로 인한 인터넷 쇼핑몰(대형마트의 인터넷 판매 포함), 편의점, 홈쇼핑 등으로의 구매쏠림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조치에 대해 소비대중에 속하는 일반 시민들이 가지는 참여와 지지를 먼저 확인하는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자율과 개방의 환경에서 고객의 선택권은 보다 유동적이다. 이와 같은 고객유동성은 정책적 조치로 강제하기도 어렵고, 지속성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정책의 성공 여부에 필수적인 일반 시민들의 선호도와 참여도 등을 미리 조사하고 정책효과의 실현에 대한 기대수준을 확인하였는지 궁금하다.


또한 협력적 문제 해결의 방안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판매품목 제한 방식은 상호경쟁의 제로섬이 아니라 중소상인-대기업-소비자가 서로 번영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생의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적 의견이 있다. 즉 딱딱한 정책이나 법률의 추진보다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상생을 위한 자발적 접근방안을 먼저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우선돼야 한다. 중곡 제일시장, 군산 공설시장 등의 사례와 같이 내부의 자발적인 협력 추진 또는 대기업, 인터넷 쇼핑몰 등 외부와의 협업적 협력관계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공공단체가 구매자로서 전통상권을 지원할 수도 있다.


사회발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구매문화는 소비대중들이 접하거나 선택하는 판매방식의 다양한 변화를 유도한다.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의 확대가 현대인의 구매문화 변화에 따라 유통산업이 적응한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서울시의 판매품목 제한 방식이 변화하는 구매문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전통상권의 보호는 우리 사회가 공감해야 하는 영역에 있기도 하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산업의 특성에 비추어 처음부터 전통상권의 정책적 보호를 고려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단지, 영업제한이나 판매품목 제한 등과 같이 네거티브한 규제적 정책보다 전통상권의 질적 개선이 자체적으로 또는 다른 이해관계자와 보완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들을 통해 시민들이 전통시장에서 가지는 넉넉함과 향수가 계속 존재하고 발전되기를 바란다.


<윤한성 | 경상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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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올려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자는 안에 대한 찬반 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인상론자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고 재원도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담뱃값 인상은 결국 담배세 인상이며, 결국 서민에게 더욱 큰 타격을 줄 뿐이라고 맞선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의 세금·부담금 비중은 63%다. 


■ 흡연율 감소 주장 설득력 없고, ‘증세 없는 복지’ 노린 꼼수


나는 흡연이 건강에 상당히 해롭다고 믿는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주위의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권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는 흡연율을 떨어트리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자는 방안에는 강력히 반대한다. 이는 과학적 근거와 정치적 정당성을 결여한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이 과연 흡연율을 낮출 것인가? 무릇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임에 틀림없다. 담배도 예외가 아니어서 가격인상이 수요 감소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그러나 소비행태를 결정하는 데는 많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수요 변동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담배의 가격뿐만 아니라 담배 관련 규제, 소득수준, 그리고 담배의 해악에 관한 정보 등이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추정된다. 또한 담배의 경우 중독성이 강해서 좀처럼 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엊그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및 외국의 담배가격정책 비교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교 가능한 2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대해 담배가격과 규제를 기준으로 금연정책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가 꼴찌에서 두 번째인 24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OECD 흡연율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OECD 34개국 중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흡연율이 높다고 한다. 결론은 담뱃값이 싸서 흡연율이 높으니, 값을 올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남성들에 한해 해당되는 말이다. 2012년 기준 최신 통계에 의하면 남성흡연율은 40.8%로서 OECD 최고였다. 그러나 여성흡연율은 5.2%에 불과해서 압도적인 최하였으며, 성인 전체 기준으로는 22.9%로서 OECD 평균 21.1%보다 조금 높을 따름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흡연율 감소 추세다. 지난 20년간 모든 OECD 국가들에서 흡연율이 감소하였는데, 덴마크처럼 흡연율이 반 이상 감소한 나라도 있고 아일랜드처럼 불과 3% 감소에 그친 경우도 있다. 한국은 34%가 감소하여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담뱃값은 싸지만 흡연율 감소 성과는 매우 컸다는 말이다.


담뱃값과 흡연율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흡연율 저하가 가장 미흡했던 아일랜드가 위에서 언급한 보건사회연구원의 금연정책 평가에서는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또한 꼴찌에서 두 번째인 23위를 차지한 미국에서는 흡연율 감소나 현재의 흡연율 수준에서 모두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한두 나라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담배가격과 흡연율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희박하다.


(경향신문DB)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커틀러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왜 유럽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흡연을 많이 하는가?”라는 논문에서 미국이 유럽보다 담뱃값이 싸고 규제도 적은데 왜 흡연율이 더 낮은지 논하고 있다. 그들은 담배소비에 가격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미국의 낮은 흡연율은 흡연반대론자들과 정부의 효과적인 캠페인에 의해 담배의 해악에 관한 정보가 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위해서 흡연율을 낮추고자 한다면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효과적인 금연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할 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OECD 국가들의 흡연율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요한 이유는 소득의 증가다. 소득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소득의 증가가 소비여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보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악화의 기회비용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커져서 담배소비를 감소시킨다. 그러니 계층별로 흡연율이 달라진다. 서민층은 건강을 챙겨봤자 별 볼일이 없으니 건강에 상대적으로 무심한 반면, 부유층일수록 건강을 더 챙긴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흡연율의 사회 계층별 불평등과 변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소득수준 1분위(상위 20%)의 흡연율은 47.8%였으나 소득이 최하위인 5분위는 무려 64.6%나 됐다.


계층별 흡연율이 동일해도 담뱃값 인상은 서민에게 더욱 큰 타격일 텐데 이렇게 서민층일수록 흡연율이 높으니 그 역진적 효과는 정말 심각하다. 안 그래도 지금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담뱃값 인상이라는 꼼수로 이루려는 것은 서민들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다. 부자증세만이 해답이다.


<유종일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찔끔 인상’ 효과 적고, 대폭 올리면 청소년 흡연율 급감


흡연은 우리 국민 사망원인의 1, 2, 3위인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의 공통적인 위험인자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3만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5229명)보다 6배나 많다. 200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직접 의료비용은 연간 1조6000억원이나 조기 사망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까지 합하면 5조6000억원에 달하며, 2012년은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흡연자들 역시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흡연율 감소를 위한 담뱃값 인상 자체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흡연자단체 ‘아이러브스모킹’조차 흡연자가 수용 가능한 담뱃값 인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이니 말이다.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은 분명 떨어진다. 문제는 담뱃값 인상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는 담뱃값이 가장 낮은 반면 흡연율은 가장 높아서 담뱃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올리는 방안 또는 1차로 500원을 인상한 뒤 단계별로 올리자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담뱃값을 조금씩 지속적으로 올리는 정책은 흡연자들에게 흡연을 포기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흡연자들의 담배 의존성을 유지시켜 흡연율도 줄이지 못하고 흡연으로 인한 재정손실만 더욱 증대시킬 것이다. 한편 담배 제조·유통 관련자들의 이윤 증대에만 기여할 공산이 높다. 따라서 정말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고자 한다면, 최소 2000원은 인상해야 담배를 끊는 유인이 될 수 있다.


담뱃값 인상 효과는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세계은행 조사 결과 담뱃값이 10% 오를 때 담배소비가 4∼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담뱃값 인상으로 1995년 36%였던 고교생 흡연율이 2001년 25%까지 줄었고, 캐나다는 1971년부터 1991년까지 청소년 흡연율을 47%에서 16%로 줄였다. 우리나라도 2004년 말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여 흡연율이 6개월 후 7% 정도 감소한 바 있다.


담뱃값 인상은 국가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해 꼭 필요하고 효과적인 금연수단이다. 세계은행의 200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담뱃값에 3배나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때 흡연을 시작하면 성인이 돼서도 담배를 피울 확률이 높기 때문에, 흡연율 감소를 위해서는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을 더 많이 하고, 담배 제세부담금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부과되는 종량세이므로, 담뱃값을 많이 올리면 서민 부담만 가중된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담뱃값 부담 때문에 금연을 하게 되면 담배지출액은 물론 흡연으로 발생하는 의료비 지출도 줄어들어 오히려 가계에 도움이 된다. 담배가격을 100% 올리면 고소득 흡연가구는 담배소비량을 20% 정도만 줄이지만 저소득 흡연가구는 절반으로 줄인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가격정책만이 흡연으로 인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 담뱃값 인상 법안에는 금연사업비 규모를 200억원에서 3600억원 규모로 증가시키는 내용도 있다. 추가로 담뱃갑 포장지에 경고 사진 표기를 도입하고, ‘마일드’ ‘라이트’ ‘순’ 등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문구를 금지하는 한편 흡연을 질병으로 보고 금연치료 비용을 보험급여화하는 내용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금연치료를 보험급여화해 흡연율을 낮춘 사례가 많다.


일부 흡연자들은 흡연에 대한 규제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한다. 이도 일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흡연권보다는 헌법상 권리인 보건권이 우선되어야 하고, 국가는 국민의 보건권을 보장해야 한다. 솔직히 그동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는 담배장사로 재정수입을 올리면서 흡연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흡연을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니코틴 의존성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흡연권 보장보다 우선해야 할 국가의 책무다.


이제 오피니언 리더들이 금연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해 학부모단체, 교원단체를 비롯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단체나 노동계에서도 금연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담뱃값을 제대로 올리고 청소년을 포함한 흡연자들이 금연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금연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김재원 | 새누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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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다음달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일부와 진보정의당 쪽에서는 안 전 교수가 야권의 외연 확대를 위해 다른 곳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전 교수 측은 새 정치를 위해서는 노원병 출마가 최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의 출마가 야권의 재편 구도에 영향을 줄 중요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다.


안철수 전 교수 보궐선거 출마 (경향신문DB)



■ 1개 의석 아닌 ‘부정의’ 바로잡는 노회찬 뜻 담긴 자리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는 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로 인한 통상의 보궐선거가 아니다. 다수 국민의 상식에 위배되는 대법원의 삼성 X파일 유죄 판결로 발생한 선거이다. 


노원병 유권자들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노회찬 대표를 서울에서 가장 커다란 표 차로 당선시키면서 정치적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납득할 수 없는 X파일 유죄 판결로 상식과 정의는 무너지고, 좌·우, 진보·보수를 넘어선 공분을 불러왔다. 152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문제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정치인 개인의 사면을 요구하는 서명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노회찬 대표 사면운동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진보정의당은 노원병이 자신의 사유지임을 주장하지 않는다. 선거 발생 사유를 볼 때 이 보궐선거는 각 정치세력이 1개 의석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 ‘부정의’를 바로잡고, 사법정의와 경제정의로 나아가는 것이 이 보궐선거가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경제민주화가 이미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시대 화두로 확고히 자리잡은 상황이다. 4·24 보궐선거는 시대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초거대기업 삼성과 권력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로 인해 치러지는 이 독특한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는 것인가라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 사회 발전 방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본질적인 사회정의에 관한 것이다.


불행히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출마는 이런 과제와 무관한 듯하다.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 자체는 비판할 일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빈자리가 생겼으니 내가 들어가 새 정치를 시작할 것이고, 노원병은 그 발판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접하지 못했다. 새 정치를 말하는 안 전 교수는 거대 재벌의 횡포에 외롭게 저항한 진보정치의 노력에 공감할 여지가 없다는 것인가? 안 전 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노회찬과 진보정의당쯤이야 무시하고 갈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을 비추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그러한 배려 속에 서로를 존중하는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 이는 다른 정치세력에도 마찬가지 문제이다.


진보정의당은 공당으로서 책임있게 이번 선거에 임할 것이다. 삼성 X파일 문제를 세상에 용기 있게 꺼내, 그 누구보다 경제정의와 사법정의 수호에 앞장서온 진보정의당 대표 노회찬의 뜻을 계승할 것이다.


노회찬의 뜻을 다른 정당의 누가 대신 계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보정의당은 후보를 내어 노원 주민의 판단을 다시 구하고자 한다. 삼성 X파일에 대한 국민 법정이나 다름없는 보궐선거에서 누가 과연 유죄인지를 입증받고, 정의를 세우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권태홍 | 진보정의당 사무총장>



국회 떠납니다 (경향신문DB)



■ 안의 출마 이유는 ‘새 정치’인데 왜 지역구도만 말하나


기대가 많아서 그럴까? 안철수 전 교수의 출마 지역구 논란이 계속되는 현상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법적 하자가 없다면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후보자는 출마할 수 있고, 당선 여부는 해당 지역구 유권자가 결정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에게 노원병 지역구에 나오지 말라는 목소리의 출처는 대략 두 정파로 요약된다. 먼저 민주통합당 주류와 강단 좌파다. 이들은 안철수가 ‘쉬운 승부’가 예상되는 서울 노원병이 아니라 부산 영도에 가서 현 정부 실세를 꺾고 지역주의 청산에 기여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안철수답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많은 오류가 있지만,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안철수는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좌파 진영을 위하여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 늘 그랬듯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결국 기득권 정치세력의 적대적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의 실패는 야권 단일화의 최종 내용, 즉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 주류 세력이 국민이 신뢰할 만한 미래 대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이번 출마 이유는 바로 그들과 다른 정치, 진심과 상식의 정치, 그리고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새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만일 안철수가 부산 영도에 출마한다면 그것은 지역주의 극복보다는, 민주당과의 연대 선거가 될 수밖에 없고, 대선 패배 분풀이 선거가 된다. 지역주의 극복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는 아니다.


두번째 오류는 노원병 선거 의미를 의석 하나로 축소하고, 이미 실패한 바 있는 ‘야권연대’ 모델의 선거로 재추진하려는 것이다. 노회찬의 의원직 상실은 검찰·사법 개혁 및 재벌 개혁이라는 과제를 다시 각인시켜준다. 이 과제를 실제로 누가 추진할 수 있을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일하게 삼성 반올림 노동자 현장에 갔었으며 기득권에 본질적으로 도전한 유력 후보가 안철수였음을 상기하고 싶다. 게다가 만일 안철수가 노원병에 출마하지 않으면 민주통합당 혹은 진보정의당이 승리할 수 있는가?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 반대의 다른 주역은 노회찬 및 진보정의당이다. 그들은 이 지역구가 마치 독점 상권인 것처럼 주장하며 안철수는 다른 동네로 가라고 비난하고 있다. 작년에 겪었던 진보 정당의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이념은 진보일지 몰라도 문화와 행태는 봉건이고 꼼수였던 그 상황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평가가 결국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조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보세력이 국민 앞에 더 겸손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나 혼자뿐일까? 


안철수의 출마 선거구 논쟁은 이제 접었으면 한다. 대신에 안철수가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선거 과정에서 기대해보고 평가해 보자. 


<조정관 |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부산 영도 선택하면 여권 지형 바꿔 보수 편향 개선할 것


2017년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변함이 없을까? 그렇다. 이념적으로도 보수 우위 구도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힘들다. 또한 지역구도도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전 교수의 귀환을 보는 시각을 단순한 야권의 재편을 넘어서 보수정권 교체라는 긴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실망이 있고, 안철수 현상을 ‘의석’으로 가시화해야 하는 바람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래서 4월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라는 조기등판론의 도출은 일견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음 대선을 생각해보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안 전 교수가 만약 부산 영도를 선택한다면 어떤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1991년 3당 합당 이후 고착되었던 지역구도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지난 총선·대선에서 범야권이 PK(부산·경남)에서 얻은 최고 득표율은 40%였다. 최고 득표율을 돌파하지 않고는 수도권에서 5~10%포인트를 이겨야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안 전 교수의 신당이 부산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킨다면 상대방 근거지가 흔들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노원병 출마는 야권의 정치지형을 흔드는 효과에 국한하지만 부산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과 싸워 승리하면 여권의 지형도 바꿀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 중간자라는 안 전 교수의 독특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궁극적으로 통합하거나 연대한다고 할 때 규모의 승수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역사에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지역기반과 감동, 스토리 등 여러 가지를 구비했다. 노원병 출마는 지역기반도 감동도 없다. 또 부산 출마는 ‘노무현의 길’을 따라 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따지고 이런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을 협력자에게 정중히 요구하는 것이다. 안 전 교수 측에서는 정치공학적 계산이야말로 지역주의에 함몰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지역구도는 현실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이 지역주의적 사고에 매몰된 것이라는 비판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문재인 의원과 함께 동거하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부담도 부차적이다. 부산 국회의원으로 규정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호남표를 얻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도 호남의 역사적 선택과 지혜를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안 전 교수가 어디를 선택하든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진 빚이 있기 때문에 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는 꿈이고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 전 교수가 운동장을 바꾸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민병두 | 민주통합당 전략홍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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