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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6 [시론]묻지마 범죄, 피해자에게도 관심을
  2. 2012.04.15 [시론]부끄러운 경찰, 근본적 개혁이 답이다

표창원 | 경찰대 교수


잇따라 발생한 ‘묻지마 범죄’로 우리 사회는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이유 없이, 거리나 집 안에 있는 시민을 흉기로 마구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연속 앞에서 공포심이 확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모색하는 노력은 정상적인 사회의 당연한 반응이다. 


묻지마 범죄의 중심에는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남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범인들의 마음속에 가득 찬 이기심이 직접적 원인이라면, 불우한 환경과 능력 부족으로 적응과 성취에 실패해 성격이 왜곡되고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가는 이웃을 외면한 우리 사회의 이기심은 간접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묻지마 범죄의 대응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이기심이 드러난다. 나와 내 가족이 희생당하면 안되니까 ‘당장 대책을 내놓아라, 불안하다’는 소리만 가득하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의 목소리가 배제된 지나친 자기 걱정은 이기적이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대중의 지지와 그를 통한 권력’이라는 자기 목적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성난 민심을 달래거나 등에 업고 지지를 얻을까에만 골몰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 모두의 이기적 잘못들의 희생자일 수도 있는 묻지마 범죄 피해자들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다가서는, 따뜻한 인간적 모습은 찾기 어렵다. 


피해자들이 마주쳐야 할 상황은 끔찍하다. 우선 다급한 금전적 손실은 국가피해자 보상제도에 의해 어느 정도 보전받을 수 있지만, 검찰청에 직접 신청해야 하고 요건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심의와 심사를 거쳐 결코 충분하지 않은 액수를 지급받는 데 그친다. 더 큰 문제는, 훨씬 크고 깊고 오래 지속될 정신적 상처를 달래고 치유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와 사회는 그들을 잊은 지 오래다. 모두를 분노에 떨게 했던 오원춘 사건 피해자의 언니는 같은 자취방에서 함께 살던 동생의 죽음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헤어나올 수 없는 자책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경찰대 교수 (출처 :경향DB)


지금, 온 국민의 관심이 묻지마 범죄에 집중해 있을 때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피해자학에서는 국가적 피해자 대책의 근거로 ‘국가책임론’과 ‘사회책임론’을 내세운다. 교육·복지·치안 등 국가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범죄가 발생했고, 가정·학교·이웃·관습 등 범죄자가 자라며 부정적 영향을 받고 인성이 왜곡되는 과정에 우리 사회의 역기능이 작용했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는 범죄 피해자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가와 사회의 피해자 대책은 미흡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우롱하고 분노하게 만들어 소위 ‘2차 피해’라고 불리는 추가적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1999년 화성 씨랜드 참사로 소중한 아이를 잃은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가 보상액 흥정이나 하자며 피해자를 우롱하는 저급한 대한민국이 싫어 국적을 포기하고 훈장과 메달을 모두 반납한 채 외국으로 떠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는 대구 어린이 집단 살해사건과 조두순 아동 성폭행 사건 피해자 부모는 억울함과 분노를 참지 못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섣부른 대책 나열이나 어설픈 외국 제도의 모방이 아닌, ‘진심을 담은’ 피해자 지원책을 마련하자. 국가와 사회 각 부문이 책임의식을 느끼며 나서야 한다. 우리 이웃들은 피해와 상처가 전염될까봐 눈과 마음을 닫아거는 지금 모습이 얼마나 치졸한지 되돌아보자. 그리고 ‘어쩌면 나 대신 피해를 입었을’ 피해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자. 우리 아이들에게는, 서로 외면하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삭막한 경제대국보다 서로를 보듬고 살피고 돕는 사회,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건국정신을 잇는 대한민국이 더 자랑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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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표창원 |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


 

우리는 늘 “112는 국민과 3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믿고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과 경찰청장 등 내로라하는 고위인사들은 입만 열면 “대한민국은 누구나 밤거리를 마음놓고 활보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해왔다. 


그 말만 믿고 일요일에도 공장에 나가 일한 뒤 밤길에 홀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폐쇄회로(CC)TV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저 무심하게 녹화만 할 뿐, 누구에게 알리지도, 경보를 울리지도 않았다. 골목길에서 터져나온 여인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이 있었지만, 그도 그저 ‘부부 간 다툼이겠거니,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지 말자’며 외면했다.


 그래도 여인에게 희망은 있었다. 휴대전화, 112 버튼만 누르면 경찰이 3분 안에 와 줄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범인이 여인을 홀로 두고 방을 나갔다. ‘3분’만 막아내면 된다는 생각 하나로 용기를 내 방문을 잠그고 휴대전화로 112 신고를 했다. 마음은 급한데 수화기 너머 경찰관은 “어떤 관계냐, 왜 그러느냐”는 질문만 계속 던졌다. 초조한 마음에 “급하다, 성폭행 당한다, 빨리 와라” 간청하자 주소를 대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그 사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문을 부순 범인은 피해자를 폭행하며, 준비해 온 테이프로 거칠게 결박한다. 여인은 비명과 함께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를 반복하고, 그 소리는 7분 넘게 고스란히 경찰 112센터로 중계되고 있었다.



수원 여성 피살사건 경찰 부실 대응 (경향신문DB)



하지만, 경찰과 112만 믿으며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신고했던 피해자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조각으로 변해 있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유족과 국민은 분노했고, 그 거센 분노 앞에 경찰청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사퇴하는 것으로 사죄의 뜻을 표했다. 이들의 사퇴는 사태의 마무리가 아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잘못한 경찰관들에게 응분의 처벌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 크다. 112 신고 대응체계 개선, 위치정보법 개정과 기술 개발, 경찰의 긴급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불편을 면책하고 보상하는 법제의 마련 모두 시급하다. 허위신고, 주취자 난동, 고소 남발 등 적극적인 법집행을 저해하는 요인의 해결도 필요하다. 하지만 경찰 조직과 운영상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이 가정폭력, 성폭력 등 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짓밟히는 범죄는 집안일로 치부하며 소홀히 여기고, 국제행사나 권력자 관심거리엔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질타를 새겨들어야 한다. 관내 범죄 발생률과 검거율, 실적에 목매 주민 신고와 사건 자체를 기피한다는 비판을 무시해선 안된다. 오직 승진에만 전념해 순찰보다 시험공부, 힘든 형사업무보다 편안한 사무직 근무를 선호하는 풍토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고학력 경찰을 자랑할 게 아니라, 사건 발생 시 체계적 훈련으로 몸에 밴 조치와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말로만 협력치안을 외칠 게 아니라, 용기와 책임감을 가진 시민과 함께 동네를 지킨다는 ‘열린 경찰’을 실현해야 한다. 국민이 경찰을 불신하고 미워한다며 투정할 게 아니라,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추고 보여줘야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구에서도 경찰은 직업이 아닌 ‘소명(calling)’이라고 한다.무나 해선 안되며, 일반인 수준의 성실성과 용기, 사명감으론 부족하다. 국민을 보호하며,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범죄와 불법 앞에 강하고 단호한 경찰로의 환골탈태. 새로 구성될 경찰 지휘부와 국회 그리고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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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