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한국, 소통합시다'에 해당되는 글 79건

  1. 2009.08.07 [한국, 소통합시다⑩]실험! 소통(2) 10년만의 만남에 “그렇군요” “맞습니다”
  2. 2009.08.02 [한국, 소통합시다⑩]실험! 소통(2) 공병호 - 김상조
  3. 2009.08.02 [한국, 소통합시다⑩]실험! 소통(1) 이종석, 대북 포용정책 상징적 인물 꼽혀
  4. 2009.08.02 [한국, 소통합시다⑩]실험! 소통(1) 서재진, ‘비핵·개방·3000’ 이론적 토대 제공
  5. 2009.08.02 [한국, 소통합시다⑩]실험! 소통(1) 서재진-이종석 대담 어땠나
  6. 2009.08.02 [한국, 소통합시다⑩]실험! 소통(1) 서재진-이종석
  7. 2009.07.27 [한국, 소통합시다⑨]TV, 찬성 아니면 반대 … 싸움만 있고 토론은 없다
  8. 2009.07.27 [한국, 소통합시다⑨]그들만의 공청회
  9. 2009.07.27 [한국, 소통합시다⑨]12년간 KBS토론 진행 정관용씨
  10. 2009.07.27 [한국, 소통합시다⑨]‘토론능력인증제’ 주장하는 강치원교수 (1)
  11. 2009.07.24 [한국, 소통합시다⑧](8)우리의 언어는 소통 친화적인가 (2)
  12. 2009.07.24 [한국, 소통합시다⑧]경청않는 권력자, 일방적 대화로 위기초래
  13. 2009.07.24 [한국, 소통합시다⑧]정부·여당 언어는 ‘악마화’ 하는 언어
  14. 2009.07.19 [한국, 소통합시다⑦](7)보수는 왜 소통에 실패하고 있나 (2)
  15. 2009.07.19 [한국, 소통합시다⑦]한나라 국민소통위원회 유명무실 (2)
  16. 2009.07.19 [한국, 소통합시다⑦]“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족, 견해 다르면 ‘빨갱이’ 낙인” (2)
  17. 2009.07.19 [한국, 소통합시다⑦]“한국의 보수는 원칙·도덕성·일관성을 잃었다” (15)
  18. 2009.07.19 [한국, 소통합시다⑦]공동체 가치보다 기득권에 안주 낡은 이념 덫에서 헤어나지 못해
  19. 2009.07.19 [한국, 소통합시다⑦]“과격한 언행은 비난받아 마땅” (2)
  20. 2009.07.19 [한국, 소통합시다⑦]“개인 영달 위한 사고방식 지양을” (2)
김종목·이청솔기자 jomo@kyunghyang.com


ㆍ공병호 - 김상조 대담 어땠나

공병호 소장과 김상조 교수는 1999년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맞붙은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대담은 지난달 21일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신자유주의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로서 경제부문의 진보·보수 담론을 만드는 데 일조한 이들의 토론은 격렬한 충돌로 일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밖으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대담 진행자를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군요” “맞습니다” 같은 동감과 이해의 표현들이 수시로 나왔다. 공 소장이 먼저 덕담을 건넸다. 공 소장은 “김 교수님께 경상도 말로 고생한다는 뜻인 ‘욕 본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공 소장은 “김 선생님이 이끈 경제개혁연대가 대기업 기업지배구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메기가 연못의 봉어에게 자극과 스트레스를 주며 붕어의 활동량을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김 교수의 활동을 ‘메기론’에 비유하기도 했다.



삼성 문제에 관해서는 김 교수가 억하심정을 토로했다. 공 소장이 “연간 250~260회의 대중 강연을 하다보니 전국의 거의 모든 형태의 조직에 가보는데, (여러 조직을 비교하면) 삼성이 참 야무지게 잘한다. (삼성 문제에 대해서) 좀더 이해를 하면서 밀어붙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정말 칭찬해야 한다. 외국인들 만나면 최고 기업이 삼성전자라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며 “다만 제가 제일 억울하게 생각하는 표현이 ‘삼성 저격수’다. 100개 기업을 모니터링해 문제 제기를 하는데 삼성만 반응이 없어 형사고발, 주주대표소송까지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 소장은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벌 및 노사 문제 등 여러 한국 경제 현안에 의견을 나누었다. 몇차례 맞장구도 치며 쟁점 사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모색했다. 김 교수는 “서구적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구자유주의적 과제를 대중의 힘으로 만들어가자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게 진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공 소장은 “배려하는 자본주의와 보수 진영의 자기 정화가 필요할 때”라고 맞장구를 쳤다.

공 소장은 “김 교수하고 대화해보니까 외연의 차이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했다”며 “(진보와 보수가) 만나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99년 토론을 하고 나서 공 박사님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글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말씀하시는 걸 자주 접했다”며 “(나와 의견이)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공병호 - 시장자유주의자 보수담론의 전도사

대표적인 시장자유주의자로 알려진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은 ‘보수 담론의 전도사’로 통한다. 1년에 300회에 달하는 외부 강연, 매년 평균 10여권의 저술 활동, 매달 30회가량의 신문·잡지 기고 등을 통해 ‘경쟁에 기반한 시장 논리’를 펴고 있다. 그의 강연을 듣는 청중이 평균 100명이고, 그의 책이 연간 1만권 정도 팔린다고 가정하면 공 소장은 1년에 최소한 13만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는 셈이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공 소장은 “멸치잡이를 하던 아버지 덕분에 일찍이 자본주의의 치열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 초대 원장을 지낸 그는 2001년 공병호 경영연구소를 세워 ‘한국을 대표하는 1인 지식기업가’로 유명세를 얻었다.








김상조 - ‘삼성 소송’ 제기경제개혁연대 소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거쳐 현재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의혹을 제기하며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삼성 측의 사과와 8000억원의 사회 환원을 이끌어냈다. 김 교수는 또 ‘삼성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측의 ‘유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력으로 인해 ‘삼성 저격수’로 통하지만 본인은 동의하지 않는다. “건전한 자본주의를 실천하자는 것인데 ‘저격수’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은 언어폭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2004년 미국 예일대의 국제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인 ‘월드 펠로’(세계 명예교우)에 선정돼 6개월간 미국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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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청솔기자

ㆍ“진보도 개방정책을 인정할 필요 있습니다” 김상조
ㆍ공병호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바람직하죠”


공병호 경영연구소장(이하 공병호) =
한국 사람들은 자기 주장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비용히 굉장히 많이 듭니다. 이렇게 소통 부재나 갈등 해소 능력 부족의 문제들이 선진화 사회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행복지수에도 영향을 많이 줍니다.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사회 같아요. 



 공병호 소장(왼쪽)과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달 21일 오전 경향신문에서 대담을 갖기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 김세구기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이하 김상조) = 공 박사님이나 저나 대중적으로 낙인된 이미지가 있어요. 외부에서 주어진 이미지에 의해 자기검열을 한다고 할까요. 기존 이미지대로 양극단의 얘기만을 하는 소통 불능의 토론을 계속 해왔던 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어요. 진보든 보수든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중간 영역으로 모으기보다는 양극단만 제시하는 우리 사회의 토론 구조에 대해 책임을 좀더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공병호 = 외연을 확대하면 공감대를 훨씬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도 그렇지만 ‘공감능력’이에요. ‘저 양반 입장이면 이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정도의 배려가 조금 더 있으면 소통 능력을 강화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김상조 = 소통 불능의 책임을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요.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정치구조·권력구조가 5년 단임제로 돼 있으니까, 딱 한번 주어진 기회에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조급증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도 조급한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어요. 리더도 팔로도 인내심을 가지고 좀더 멀리 보면서 조급증을 누그러뜨려야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공병호 = 이명박 대통령은 화려했던 날들 대부분을 ‘돌격 앞으로’로 살아 왔을 것입니다. 그때는 다 따라왔잖습니까. 그런데 이제 그런 게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거죠. CEO와 대통령, 수직적 리더십과 수평적 리더십은 다르니까요.


김상조 = 해방 이후 발전을 압축비약의 역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서구사회가 수백년 경험한 것을 경제적으로 보면 30년 안에 했지요. 이렇게 경제적 압축비약 성장을 하다보니 다른 사회제도의 동반 성숙을 못한 것이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괴리가 발생한 거죠.


공병호 =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제권력은 굉장히 힘이 세다는 겁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기업국가로 갑니다. 그러면 경제권력이 합리적인 순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정책조율을 해나갈 필요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사기업의 논리는 이익이 되면 밀어붙이는 거죠. 정권교체가 되면 사기업들은 단체나 협회를 통해 바라는 바를 마음껏 개진할 수 있죠. 그러나 이익단체 주장 가운데 독소 조항이 뭔지, 장단기 파급효과가 뭔지를 변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관료와 정치인의 몫입니다. 그런데 관료, 정치인은 물론 학자도 자칫 잘못하면 재계에 포획될 가능성이 높아요.




김상조 = 공 소장님이 경제권력 과잉 우려나 기업사회, 기업국가라는 표현을 쓰시니 반가운데요.(웃음) 사회는 상호연관성을 맺으면서 돌아가는 건데, 어떤 시스템의 다른 부분과 보완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매우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포이즌필이 대표적인 예인데, 미국식 포이즌필의 특징은 이사회 결의로 발동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독립적인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나 경영진의 이익에 경도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도 굉장히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해요. 미국처럼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조건이 있느냐라는 현실적 판단이 전제돼야 되는데, 미국도 도입했고 일본도 도입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도입하자고 하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진보 쪽도 마찬가진데, 비정규직이나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여러 주장들은 내용만 보면 너무나 바람직해요. 그런데 그 주장들을 다 모아놨을 때 과연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될 거냐는 거죠.


공병호 = 각 단체나 개인은 자신의 이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각자 합리적인 주장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가 있어요. 문제는 이런 것들을 사회적 문맥 속에서 정합성을 갖게 해주는 게 중요한데 이것을 정치하고 행정이 담당하고 있다고 봐야죠. 이게 잘못되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으로 입신하셨기 때문에 쉽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사회는 공정성이나 통합 같은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잖아요. 대통령의 첫번째 구호로 나올 수 없는 거예요. 특정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다른 구성원들은 섭섭해하거든요. 발언의 2차, 3차 파급 효과를 계산해야 합니다.


김상조 =
지금 한국사회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과잉과 구자유주의의 결핍이거든요. 20 대 80의 사회라든지 또는 기업국가 같은, 시장의 절제 없는 경쟁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조절하는 사회제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구자유주의적 질서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법치주의입니다. 보수진영이 수구꼴통이라는 표현을 듣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법치주의를 비롯한 구자유주의적 질서를 만드는 책무를 방기하거나 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병호 =
MB정부가 등장했을 때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 법치주의의 확립, 이런 것을 몇대 과제라 해서 나왔죠. 그런데 사면권을 행사하는 걸 보고 저는 완전히 접었어요. 비자금이 축적되고 분식이 행해진 상태에서 정권이 등장하자마자 사면권을 남용하는 게 있을 수 있느냐는 거죠. 성탄절 사면도 충분히 가능했거든요. 사회적 약자에게 뭔가를 요구하려면, (권력이) 10~20배 정도의 정당성이 있을 때 공권력도 투입할 수 있고 밀어붙일 수 있는 거예요. 세상의 다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늘 만나서 밥먹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훨씬 힘이 없고 보통사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그런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말이죠. 자정능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수구라는 이야기를 듣는 거죠. 굉장히 억울한 건데, 조금 더 명심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김상조 =
우리 사회는 내부고발자가 전달한 내용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메신저가 누구냐는 식으로 내용을 왜곡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죠. 삼성 사안이 아니라 다른 기업 사안이었으면 이렇게 판결이 났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게 계속 이어졌습니다. 법치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엄정한 법의 집행이어야 하는데, 제일 안 됐습니다. 진보진영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봐요.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해온 이해관계 조정 메커니즘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시장이라고 본다면, 시장을 좀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도 진보의 중요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병호 = 지금 문제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같은 건 불가피하죠. 구멍가게가 패미리마트나 GS마트로 바뀌는 것과 같아요. 효율성 관점에서는 홈에버, 홈플러스, 이마트가 그냥 무제한적으로 들어와야 됩니다. 그때 정부가 조정 기능을 발휘해서 효율성 외에 단기적으로라도 보통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알파, 즉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면 굉장히 성숙된 자본주의입니다. 내가 협회장 정도의 위치에 앉았다면 총 매점 수의 100개 정도 중 20%를 자영업계에 프랜차이즈를 주겠습니다. 배려하는 자본주의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 등 여러 요소들과 다 연결돼 있습니다.


김상조 =
최근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한 돌발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가게 주인이 대형 할인점 때문에 어렵다고 하니까 대통령이 ‘정부도 고민하고 있지만 규제했을 때 업계에서 헌소를 내면 우리가 질 거다, 그래서 못한다’는 식으로 답했어요. 국정책임자가 그렇게 얘기하면, 밑에 있는 공무원들은 아무도 그 일을 안하죠.


공병호 =
쌍용자동차 문제도 좀 보죠.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진 거 아닙니까. 경영진들이 과도하게 스프츠 유틸리티(SUV) 차를 밀어붙인 면도 있고요. 생산성이 3분의 1 정도니까 구조조정을 통해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재건을 도모해야 될 입장이죠. 그러나 저렇게 노노 간의 계속적인 갈등을 하면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시장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살고 죽는 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체제 아니에요. 나는 혈액순환처럼 유통이 원활해지면 잘산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공장을 점거하고 그냥 너트·볼트 날리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는 공장 점거에 대해 대안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아요. 앞으로 3년 정도는 저렇게 (갈등하면서) 갈 것 같아요.


김상조 =
쌍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는 국내적·국제적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차원에서 진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파산법과 파산법원에 의해서 해결하겠다는 건데, 결국은 문을 닫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게 아닌가요. 그러니 노조는 가장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사정의 대화구조의 한계로부터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병호 =
전체적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인데, 윤증현 경제내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을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국정이 난마처럼 많이 꼬였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겸허하게 내부에서 원인을 찾느냐 아니면 바깥에서 찾느냐 하는 문제가 향후 3년 정권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언행을 좀더 신중히 하고, 향후 정국운영 방향 설정에 관한 문제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정치를 해야죠.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거 아니잖습니까. 대통령이 바쁜데 왜 유아원에 가서 책을 읽어주느냐는 거예요. 또 정치인이라는 것은 공감·소통능력, 매력 이런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조금 더 관대하고 포용력을 가져야죠. 버락 오바마를 보시기 바랍니다. 어제까지 피 튀기게 싸운 사람을 국무장관에 임명하잖습니까. 우리 국무위원들 한번 보세요. 잘 아는 사람, 편한 사람, 나이 비슷한 사람만 죄다 앉힌 거 아니에요. 인선을 보면 전혀 감동이 없어요.


김상조 =
대통령께서 취임하자마자 촛불집회라는 큰 위기를 당면하고 난 다음에 다시는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어요. 촛불집회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 자세가 용산사태를 푸는 것을 막는 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어요. 대통령이 충분히 대중들의 마음을 위무할 수 있는데도 그런 활동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공병호 =
시위집단에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겠다 하면 보수 스스로 엄정해져야 합니다. 스스로 대우받을 수 있을 정도의 좀더 신뢰받는 보수, 좀더 정직한 보수, 자정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보수가 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또 외연을 확장해야 합니다. 감세논쟁은, 원칙적으로 감세가 올바르죠.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문제가 발생했는데 도그마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죠.


김상조 =
감세·증세 문제는 어느 쪽이 옳으냐를 합의하기 굉장히 어려운 정치적·이념적 이슈가 됐어요. 이 대통령께서 2007년도에 대선 캠페인을 하면서 감세를 내세웠고 유권자 선택을 받았지만 이후에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진행되면서 2007년과는 다른 상황이 왔습니다. 계속 감세를 고집하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길이라고 봅니다. 보수로서 감세 이슈를 포기하지 못하겠지만 정책 우선 순위를 보면 밀고갈 과제는 아닙니다.


공병호 =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국가부채도 증가하겠지만 근로빈곤층도 증가할 것입니다. 사회적 갈등도 좀더 커질 것입니다. 그때는 작전상 퇴각이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증세 논의에서 억울한 부분은 기존 비용에 대한 감축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복지비 지출을 하니 생기는 겁니다. 예를 들면 보수진영이 내놓을 카드라는 것은 기존의 간접비 성격을 좀더 다이어트하면서 세금을 약간 증액시켜 나눠주는 부분에 대해 오케이하겠다 정도의 합의는 있어야겠죠. 녹색성장이니 이런 걸 보면 참 거품이 많을 것 같아요. 4대강 운하도 건설업자들만 배불려주는 게 아닌지….


김상조 =
진보·보수의 쟁점으로 개방 이슈가 있어요. 한국만큼 개방을 통한 잠재성을 현실화한 나라가 없다고 생각해요. 1960년대 이래 한국의 경제성장은 개방을 선택한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진보진영이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의 민족경제론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개방을 반대하는 태도로는 국민 마음을 얻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개방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의 하나라는 것은 진보진영도 일정 정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농산물이나 금융서비스쪽 개방은 제도 변화가 있거든요. 그 충격을 얼마만큼 공정·공평하게 집행할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요소가 남아있다는 거죠. 두번째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려는 파트너인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우리와의 FTA 체결에 여유를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거예요. 자국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개방 기조에 대해 동의하지만 이렇게 성급히 추진하고 갈 일이 아니라고 봐요.


공병호 =
김 선생님 말씀하신 부분에서 저는 약간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97년도에 금융자유화를 통해서 비용을 많이 지불했죠. 상당부분 내성이 좀 돼 있어요. 개방을 수용할 수 있는 관리능력이 있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실물 외의 금융파트나 교역 모든 파트에서 개방의 순기능을 충분하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성장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판단해요. 좀더 적극적으로 현 개방 노선을 세게 밀어붙여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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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이 전 장관은 재임 기간 내내 “미국 등 동맹국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주 국방력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 등의 주장을 펼치면서 보수 세력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손꼽히지만 북한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다. 관심을 모았던 ‘경의선·동해선 철도시험’은 운행을 하루 앞두고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좌절됐으며, 이 전 장관 본인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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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진 통일연구원 원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연구실장, 통일정책연구실장, 북한사회·인권연구센터소장, 북한인권연구센터소장 등을 역임하며 대북정책과 관련된 대표적인 보수주의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과외교사’로 활동했고,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안보·통일분과 자문위원을 지내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서 원장은 “(북한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정권으로 아무리 대화해 봐야 소용이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등의 강경발언으로 인해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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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ㆍ‘남북경색 책임’ 반박·재반박…간극은 멀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비핵·개방 3000’의 이론 작업을 한 서재진 통일연구원 원장의 대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의례적인 인사말조차 생략한 두 사람은 본론으로 곧장 직행했다. 대담은 지난달 21일 오후 경향신문사 인터뷰실에서 2시간가량 이어졌다.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서재진 원장. 서 원장은 “처음부터 센 이야기를 좀 하겠다”며 작심한 듯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통(不通) 정부 딱지붙이기”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 전 장관은 처음에는 서 원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견해가 엇갈리는 지점을 우회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촛불시위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엇갈리면서부터는 양측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붙었다. 대담의 열기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옮아가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서 원장이 “ ‘비핵·개방 3000’이라는 새정부의 대북정책을 써보기도 전에 북한이 먼저 문을 닫았다”며 북한의 내부문제에서 남북경색의 원인을 찾자, 이 전 장관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만큼 전략이 부재했던 것”이라는 말로 맞받았고, 두 사람은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하며 치열하게 논쟁했다. 열기가 뜨거워질 무렵에는 양복 상의를 벗고 편하게 이야기하자는 제안도 듣지 못할 만큼 양측 모두 토론에 몰입했다.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 같았던 대담은 서 원장이 이 전 장관의 주장에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이 전 장관 역시 서 원장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 접점을 찾는 듯한 모습을 간간이 보이기도 했다.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이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종석)는 분석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은 안 그런데 역시 장관님을 만나니 소통이 좀 되는 것 같다”며 서 원장이 반색했고, 서 원장 역시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절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 전 장관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대담의 말미에 가서 양측은 다시 원래 주장을 반복하며 원점으로 회귀했다. 두 사람은 “통일문제 연구자로서 서로 책을 보내고 (장관님 책을) 책꽂이에 놓고 참고할 정도”(서재진)로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같은 대북문제 전문가인데도 (정세분석에서) 이만큼 일치가 안 된다”(이종석)고 할 정도로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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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기자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통미봉남’은 북의 전략적 결정 ‘불통정권’ 이념적 딱지만 붙여”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남북관계 악화 북 책임 있지만 기존합의 부정·언어도발 잘못”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하 서재진) = 소통이라는 화두가 제기된 게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작년 5월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소통이 안된다고 딱지를 붙이면서 정치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취임 두세달 만에 소통문제가 제기될 만큼 국민의 소리를 정말 안 들었던가에 의문이 듭니다. 최근의 소통 개념 자체가 불통정권이라는 이념적 딱지를 붙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경향신문사에서 ‘남북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환담하고 있다. <남호진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하 이종석) = 국민들이 정부 내부에서 또 여러 이해집단이나 각각의 주체들 사이에서 잘 통하지 않고 있다는 갑갑증을 느끼는 것은 명확합니다. 소통이 안되면 결국은 일방주의와 독주, 민주주의 유린과 후퇴를 낳습니다. 소통의 핵심은 역지사지일 것인데, 나를 뽑아준 국민이 어디에 서 있는가 보는 게 잘 안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에 따른 이념갈등이 심화돼 있고, 소통 부재로 갈등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분단문제에서 출발하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좌우의 문제로 존재합니다. 이념갈등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친북좌파, 빨갱이, 좌파적출이라는 용어도 사용합니다. 상대방을 공존의 공간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고 같이 살지 않겠다는 언어입니다.




서재진 = 본질은 이념갈등이 아니라 영·호남간,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권력갈등입니다. 대북정책과 관련, 국민들의 이념적 편차는 크지 않습니다. 불만·비난은 선거가 끝났는데 정권을 빼앗겼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쇠고기파동 데모진에 야당 지도부가 있었어요.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미국하고 어떻게 외교를 할 것인지 염두에 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통하기가 어렵고 가슴이 답답한 거예요. 반미 데모 중앙에 헤드캠프를 세워놓고, 대북정책 비난도 나왔거든요. 정권이 바뀌었으면 새 정권이 새로운 대북 정책을 하도록 지켜봐야죠. 그런데 집권하자마자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하라는 것은 너무 답답한 거예요. 왜 소통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이면 정권교체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10·4 계승” 한마디 하고 협상하면 될 것을 일방적 정책 밀어붙여

이종석 = 정권을 잡고 좌파적출을 공공연히 내세우면서 연구자들까지 직장에서 내몬 문제나 최근의 미디어법 사태를 보면 이념적인 골이 있습니다. 쇠고기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촛불시위에서 반미가 나왔습니까. 반미를 외치려 하면 시민들이 못 외치게 제어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스탠퍼드대학 강의에서 ‘반미랑 상관없다.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못졌기 때문에 발생한 거다’라고 끊었겠어요. 대북정책도 바뀌었으면 자기 브랜드를 설명해야 하는데 왜곡된 숫자를 동원하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공연히 하면서 남북관계 악화를 과거정부 탓으로 돌리는 행동을 계속하니까 말을 안 할 수 없는 거죠.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지지결의된 게 6·15선언이고 10·4선언인데, 이 정부는 부정하고 있습니다. 영속성을 가진 대한민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맺은 조약들, 국민들이 지지하고 전세계가 보증한 거라면 그것을 당연히 그 다음 사람이 받아들이고 원하는 만큼 고쳐나가야죠. 통일부 장관이나 중요 인사가 비핵·개방·3000이 뭐다, 어떻다고 국민들 앞에 토론해본 적 있습니까. 왜 못합니까.



정권이 바뀌었으면새 대북정책 지켜봐야지또다른 갈등 부추겨

서재진 = 비핵·개방·3000 이론화 작업을 제가 했어요.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참여하게 해서 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정책이죠. 과거 사회주의 나라들은 경제난을 해결하는 돌파구로써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하는 방식을 걸어왔는데, 유독 북한만 그 길을 못 왔다 이거죠. 북한이 그 길을 갈 거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보고서를 썼고, 자기 브랜드를 내놨어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일부 대북정책이 수정보완되는 시점과 때를 같이 해서 북한이 대남정책을 대폭 바꿨어요. 우리 국민들한테 잘 알려져 있지 않죠. 그리고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정책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문을 닫는다면서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부 남한으로 돌렸고, 10년간 진행되던 남북대화 문들을 모두 닫았어요. 대통령 취임 한달 남짓되는 3월말에 개성공단에서 우리 당국자들을 내보냈어요. 북한 내부 기강이 허물어지고, 군경제·내각경제·김정일경제·가가호호하우스경제로 가면서 정권의 위기의식을 느낀 거예요. 남한과 거래를 계속하면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폐쇄주의 정책으로 돌아간 거예요. 북한 내부 이유로 남북관계 문을 닫았는데, 우리 일부 언론과 진보쪽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경색시켰다고 매도해요. 이게 소통이 안되는 거고 답답한 거예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시도해보지도 못했어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6·15, 10·4선언 말씀하셨는데, 6·15공동선언 때는 핵실험을 하지 않았어요. 2006년에 실제로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이종석 = 비핵·개방·3000이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건지요. 남북관계 악화는 북한도 이명박 정부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소통의 핵심 중 하나가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쓰는 것인데, 남북관계에서는 상대가 불필요하게 자극받거나 도발할 수 있는 언사를 자제하는 게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떼쓰고 그러는데 밀려서 하지는 않겠다’, 그 다음 합참의장이 선제타격 오해를 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김하중 장관도 개성 공단 확장이 어렵다 같은 발언을 했어요. 북한은 3개월간 아무런 반응도 안하고 지켜보다가 3월말, 4월초부터 판단하고 공격해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책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남북관계가 악화됐다는 말은 맞습니다. 기초적·전략적 언사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전략부재의 마인드와 언어가 망가뜨린 거예요. 남북관계는 길항관계인데, 우리는 열심히 하려는데 북한이 도발을 걸고 안하려고 했다 하면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는 거죠. 이명박 정부는 북한하고 같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끊임없이 악화되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우리 때 퍼주기라는 부당한 비난을 받았지만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 때 절대로 북한한테 먼저 주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북한이 도와달라는 말을 하게끔 해서 줬죠. 그렇게 해서 상대방이 고맙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게 소통 전략이죠.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0~80%가 남북관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잘하고 있다고 하면 지금과 똑같이 하겠다는 뜻인데, 과연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서재진 = 남북관계 경색 책임의 절반이 북한에도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 상당히 소통이 됐습니다. (웃음) 진보쪽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분은 이 전 장관님이 처음입니다. 첨언을 드리자면 북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남한의 <천국의 계단> <태극기휘날리며>를 다 봤다고 해요. DVD로 구워서도 보고, USB가 요즘 제일 좋은 선물이라고 합니다. 김정일 정부에서 보기에 위험수위에 달한 것입니다.

그래서 2007년 말,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무렵에 남북관계 문을 닫아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정상선언 하루 앞서 10·3 6자회담 합의가 있었습니다. 북한 김계관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앞에 와서 6자회담 합의를 보고할 정도로 북한은 고무됐습니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50만t 식량 지원이 어느 정도 합의된 걸로 알려졌죠.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서 생존의 돌파구가 생겼다고 판단했어요. 우리 속담에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갓집 신세 안진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미국 쌀 50만t이 들어오게 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통미봉남이라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만들게 된 거예요. 그때부터 남한과의 관계를 끊는 수순을 밟았고요. 남한쪽과 거래하던 사람들을 숙청하고, 전적인 책임을 남한에 넘기기 위해 일절 말을 안한 겁니다. 그에 따라 합참의장과 통일부 장관의 발언 한 마디를 토대로 개성공단에서 우리 당국자를 추방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을 하는 수순으로 간 겁니다. 국민과 이 전 장관님 같은 통일전문가들까지 이용되는 그런 통일전선전술을 한거예요.


이종석 = 2007년 말 50만t을 받기로 했다든가 10·3 합의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 동안 북핵문제 합의를 고려하면,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제가 거꾸로 이런 얘기들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요. 그리고 제가 (지금) 여권 인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북한이 여러 방면으로 이명박 당선자 시절에 시그널을 보냈고, 취임식에 사람을 보낼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이쪽에서 사실 거부를 해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원장님 가설은 입증이 안된 상태에서 반증들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서재진 = 가설이 아니라 여러 정보채널을 종합해서 그렇게 확신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고위급으로 계시다가 지금 한국으로 오신 분 말씀이 김정일 위원장이 2007년 그 무렵부터 개성공단을 닫으라고 지시한 게 세 번이었다고 합니다. 북한정권에서 김 위원장이 세번이나 지시한 것이 먹히지 않은 게 북한 역사에 없었다는 거예요.

이종석 = 원장님이 하시는 그런 말씀은 굉장히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세번씩이나 개성공단을 닫으라 하는데 닫지 않았다는 것은 개성공단 운명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씀은 정제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 북한 상식으로 미루어 볼 때 믿기 어렵습니다.

서재진 = 출처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사실입니다. 2007년에 정부에 안 계셨잖습니까. 남북관계를 이해하려면 북한이 최근 미국에 행한 조치들 내부에 어떤 다이내믹스가 있는지 봐야 한다는 거예요.

이종석 = 미국의 대부분 전문가는 북한이 도발적으로 세게 나오는 이유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와 후계 체제 확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건강악화는 2008년 8월 이후고, 북한내 사회적 다이내믹스는 1990년대 말부터 지속돼왔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2007년말에 발생한 사태가 (핵실험 및 비핵화 포기 등) 최근 북한정권의 결단과 연결됐다는 말씀은 미국 전문가들의 주류가 보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거죠.

서재진 = 북한이 생존의 큰 전략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뒀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북한이 10·4 정상선언 실행에 큰 비중을 두고 생존 도모와 경제발전 전략으로 했다고 (참여정부는) 분석하지만 북한의 마음은 딴 데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이종석 = 참여정부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북한이 10·4선언을 통해 생존전략의 상당히 중요한 핵심을 추구했다고는 보지않죠. 북한에 북·미관계가 최대 현안이라는 거는 항상 느끼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북·미관계 진전과 함께 남북관계를 병행하면서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 원장님이 말씀대로 10·4선언이 북한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라는 평가는 하지 않죠.

서재진 = 북한 대남방송 같은 걸 보면 10·4정상선언을 이명박 정부를 몰아붙이는 명분으로 사용하거든요.

이종석 =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계승한다는 말 한마디 하면 되는 거죠. 계승한다고 해서 다하는 거 아니잖습니까. 북한하고 협상하면 되는 거죠.

서재진 = 만나서 협의하자고 했어요. 북한이 통일전선 차원으로 이용하려 했던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얘깁니다.

이종석 =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대한민국과 주변 4개국 간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자회담이란 것을 내놨는데 사실상 제대로 되지 않아서 5자 협의로 떨어지고 지금도 고생을 많이 하잖습니까. 그것도 성사시키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성사되더라도 중국하고는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실천하는 여러 단체들과의 소통 문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부내 소통도 잘 안되고 있어요. 이렇게 소통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원활하게 되지 못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오늘날 한반도가 처한 위험한 현실에 반영되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재진 = 지금 어느덧 저 사람은 소통이 안되는 사람이다, 저 정부는 소통이 안되는 정부다 이렇게 딱지를 붙여서 또 하나의 갈등의 축을 만들고 있어요. 소통을 이데올로기화해서 갈등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거지요. 그래서 이명박 정부를 매도하는 수준으로 비판했기 때문에 비핵·개방·3000, 상생공영 정책을 국민들한테 설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이 안되는 상태로 갔습니다. 통일부 장관이 국민 앞에 나서 설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됐어요. 일방적으로 매도하니까 황당하단 말이에요. 소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진짜 취지와 목적이 뭔지를 들으려 하는 마음의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석 = 대통령이나 장관이 나와서 말을 못하고, 설명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얘기할 정도라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재진 = 소통을 잘 발전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해 대담에 나왔습니다. 국민들한테 대북정책을 설명해야겠다고 해서 나온 겁니다. 대북정책이 권력투쟁의 무기로 이념적인 색깔까지 덧칠해서 나가는 것은 우리사회의 불행이고 극복돼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내부에서 갈라지고, 주변 국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은 너무나 불행한 것이죠. 야당에서는 좀더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석 = 남북간계가 완벽하게 악화돼서 파탄지경에 이른 상태면 당연히 다시 돌아가야죠. 궁극적으로 남북간 소통의 핵심은 평화공존이고, 국민과의 소통 핵심은 민주주의입니다. 국민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서재진 = 남북관계가 파탄났다는 말씀은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봐요.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것이고 조정 단계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위해 서로 상대방의 내부적 입장을 고려해서 조정하고 있지요. 과거 10년 동안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는 물길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가 새롭게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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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근형·이호준·이청솔기자 ssun@kyunghyang.com

ㆍ(9) 토론을 막는 토론들
ㆍ중립성에 집착한 진행… 결론없이 갈등만 증폭… 시청자는 ‘불통’구경만

 

방송 3사의 대표적인 토론 프로인 KBS의 <심야토론>, MBC <100분 토론>, SBS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TV 토론은 시청자들이 현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계적인 찬반대립, 설득과 타협이 없는 설전과 말싸움으로 인해 언변 자랑의 볼거리로 전락해 사회적 소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C <100분 토론>, KBS <심야토론>, SBS <시사토론> 등 TV 토론 프로그램은 ‘과감하고 진솔하며 역동적인 토론’을 통해 원활한 소통을 모색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 반영하듯 TV 토론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진실한 토론’ ‘고급스러운 토론’ 등을 내세우며 국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TV 토론이 의도적인 편가르기에 집착하며 소통이 아닌 불통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패널들은 주제의 본질에 천착하기보다 상대 의견에 대해 반박을 위한 반박을 하거나 말꼬리 잡기에 급급해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싸움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방송 3사의 대표적인 토론 프로인 KBS의 <심야토론>, MBC <100분 토론>, SBS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TV 토론은 시청자들이 현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계적인 찬반대립, 설득과 타협이 없는 설전과 말싸움으로 인해 언변 자랑의 볼거리로 전락해 사회적 소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TV 토론의 문제점으로 ‘기계적 중립성에 집착’ ‘상대방의 의견은 무시하는 패널들의 일방향적인 토론 태도’ ‘원론적이며 거시적인 토론 주제’ ‘방송사의 시청률을 의식한 진행’ 등이 꼽히고 있다. TV 토론이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해 접점을 찾는 생산적인 토론이 되기보다는 ‘토론을 위한 토론’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오미영 경원대 교수는 TV 토론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형식에만 얽매여 내용이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패널 선정, 발언 순서·시간, 패널들의 화면노출 시간 등이 중립성 보장이라는 명분 아래 사전에 대부분 짜여져 사실상 각본에 의한 토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진정한 소통을 위한 토론이라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TV 자체의 속성으로 인해 토론다운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TV 토론이 패널들의 같은 주장만 반복하다 끝난다는 점에서 비생산적이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말하며 서로 논의한다”는 토론의 사전적 정의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TV 토론에 출연해보면 상대방이 말하는 것과 관계 없이 ‘나는 이 얘기는 반드시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먹고 나오는 패널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차이를 발견해 대안을 찾자는 토론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을 재확인하는 토론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현주 광운대 교수도 “토론의 핵심은 자기 주장에 앞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인데도 패널들은 준비해 온 자신의 얘기에 맞춰서만 논리를 펴다보니 논리의 근거가 빈약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비판했다.



토론 주제 선정과 관련된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주제가 너무 거창해서 토론 내용이 시청자들의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를테면 ‘정치 개혁’ ‘진보·보수 상생의 길’ 등과 같은 거대 담론에 대한 토론은 대안을 찾아나가는 합리적인 토론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현주 교수는 “교통문제와 같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슈들도 충분히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고, 실용적인 얘기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데 우리나라 토론 문화에서는 ‘별 것 아닌 문제’로 치부된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도 소통을 위한 토론을 막는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패널이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방송사에서는 토론능력과는 무관하게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인물을 섭외하려고 든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방송사에서 시청자들이 ‘싸움구경’을 즐기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격렬한 싸움이 될 만한 주제를 선정하는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변철환 자유주의진보연합 공동대표는 “패널들의 배치를 원탁형식이 아닌 편을 나눠 자리에 앉힌다”며 “대립구도를 보여줘 시청자들이 싸움을 즐기게 하자는 게 방송사의 의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 “실제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닌 교수 위주로 패널이 구성된다”(변철환 대표), “패널들 자기 과시의 장으로 TV 토론이 이용되고 있다”(김종석 홍익대 교수) 등의 견해도 나왔다.



시청자들도 TV 토론 평가에 인색했다. 회사원 강선규씨(31·여)는 “TV 토론을 하면 접점이 찾아지는 게 아니라 갈등이 더 증폭되는 것 같다”며 “TV 토론에 별도 시간을 할애해서 상대방 주장의 수용 가능 여부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성호씨(23)도 “대부분의 TV 토론은 결론 없이 끝난다”며 “현실에 미치는 파급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TV 토론을 제작하는 방송사 PD들도 한계를 일부 인정했다. <100분 토론>의 이영배 PD는 “토론 주제가 광범위하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를 하지만 지나치게 미시적인 것도 문제”라며 “이를 기술적으로 적절히 안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치인들이 패널로 나올 경우 자신이 속한 정당의 당론도 있기 때문에 본인의 주장 위주로 토론을 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야토론>의 최병찬 PD는 “방송사가 중립성을 기계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은 없는데 사회자들이 공정성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토론문화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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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형·이호준기자 ssun@kyunghyang.com


ㆍ주최측 입맛대로 ‘찬성’만 있는 요식행사 전락

#1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청회 자료를 미리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날 토론자로 초청된 전문가들에게조차 자료를 사전에 배포하지 않았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리 자료를 배포해 자료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날 공청회는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2 한나라당은 지난 1월 국회도서관에서 ‘디지털 방통융합시대의 미디어산업 활성화’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공청회는 찬성 발언 위주로 진행되었다. 당내에서조차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3 참여연대는 지난 16일 서울 느티나무홀에서 ‘광장을 열어라-서울광장 조례개정의 헌법적 근거와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사회자부터 토론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참석자들은 서울광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집회나 시위를 목적으로 서울광장을 개방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반대쪽 의견은 찾기 힘들었다.



‘공청회’(公聽會)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사회 일반에 영향력이 큰 안건을 심의하기 전에 국회나 행정 기관이 학자·경험자 또는 이해관계자를 참석하게 하여 의견을 듣는 공개 회의’이다. ‘토론회’(討論會)의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양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논의하는 집단 토의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최되는 공청회나 토론회 중 상당수는 주최 측의 입맛에 맞게 선정된 패널들이 나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종료되는 ‘그들만의 행사’이다. 처음부터 상대방의 의견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판단하에 결론이 미리 정해진 각본에 의해 공청회·토론회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요식행위로 전락한 공청회와 토론회가 소통에 기여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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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승찬·사진 정지윤기자


ㆍ“편가르기식 방송토론 문화 소통 관점에선 폐해일 수도


12년간 KBS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물러난 정관용씨는 “현재 방송 토론은 찬반의 평행선을 달리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토론 문화, 소통 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폐해일 수도 있다”며 “방송 토론의 형식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의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왜 그런가.

“보통 토론은 서로 마주 앉은 사람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토론에 나온 6명은 서로를 향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자기를 지켜볼 국민에게 말한다. 방송 토론은 보여주기 위한 토론이다. 따라서 방송 토론을 토론의 대표 자리에서 지워야 한다. 방송 토론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회적 쟁점에 대해 찬반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여론의 1%라도 자기 편으로 끌어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 방송 토론은 협상, 절충의 자리가 아니다.”


-
그래서 ‘방송 토론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방송 토론에서 매일 싸우기만 하고 결론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방송 토론은 절충을 해 결론을 내는 자리가 아니기에, 애초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대하고 비판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방송 토론의 1차 기능은 무엇인가. 방송 토론은 가장 많은 정보를 일반 국민에게 한꺼번에 전해주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쟁점, 배경, 전개과정 등을 2~3시간 동안 설명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방송 토론밖에 없다.”


-양극단에 있는 사람을 패널로 선정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운데 있는 사람은 나오기 힘들다. 양쪽에서도 주장을 선명히 해온 사람이 나온다. 3 대 3으로 섭외한다고 했을 때, 이 사람들은 자기말고 누가 나오는지에도 신경을 쓴다. 그중 1명이라도 절충적인 주장을 하면 2 대 4가 되는 것처럼 보여 방송사가 편파적으로 섭외했다는 말이 나온다. 너무 극단적인 사람은 부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편파 섭외 부담을 덜기 위해 선명한 주장을 펴는 사람을 섭외하는 건 사실이다.”


-텔레비전 토론은 시청률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상황이 뜨거울수록 시청률도 높다. 연사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러니하지만, 토론에서 매일 싸워서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싸울수록 더 본다.”


-꼭 편을 가르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가.

“방송 토론의 형식은 다양해져야 한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히 찬반 형식의 토론을 한다. 이 방식이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일 편하다.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기 제일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찬반 토론보다는 사회자와 1 대 1로 마주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찬반의 연사와 중립적인 평론가가 함께 나온다. KBS에서 전문가 없이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 토론하는 실험을 한 적도 있다. 지금 같은 찬반 형식 토론에서는 정치인,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끼어들기 힘들다. 방송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이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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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ㆍ“약자의 연대·강자와 협상…소통엔 토론만한 게 없죠”


바른 토론 문화의 정착을 위해 1993년 ‘원탁토론 아카데미’를 설립한 강치원 강원대 교수(사학과·사진)는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토론능력인증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토론능력인증제’란 원탁 토론 방식으로 10명이 토론해 3명을 뽑고, 여기서 뽑힌 사람들이 다시 토론을 해 등급을 올리는 방식이다. 그는 토론인증제가 “주관식으로 평가하면서 객관식을 담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 등 옛 성인은 말을 잘했습니다. 답안 고르기로 학생을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방식은 틀렸습니다. 교사가 아니라 문제은행이 학생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데 일제고사는 적절한 방식이 아닙니다.”


강 교수는 조선시대의 과거제도 역시 글을 통한 토론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우수한 토론의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의 이념적 대치, ‘빨리빨리 문화’가 토론 문화의 성숙을 가로막았다. ‘이적 행위’라고 낙인찍는 순간 더 이상의 토론은 없었고, 빠른 정답을 내놓아야 하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여유있는 토론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선거방송 토론은 “토론을 가장한 연설”로서 재미없는 토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토론은 약자의 연대, 강자와의 협상을 위한 것입니다. 소통의 공간을 만드는 데는 토론만한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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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jomo@kyunghyang.com


ㆍ인신공격·조롱·낙인찍기 논평… ‘섬뜩한 적의’ 드러내
ㆍ독설 넘쳐나는 공론장

한국 사회 공론장은 정제되지 않은 독설의 언어로 넘쳐난 지 오래다. 비아냥·조롱은 익살과 풍자의 범위를 벗어나 섬뜩한 적의를 드러낸다. 모든 사안을 한두 개의 비합리적·불공정한 언어로 규정하는 낙인찍기가 횡행한다. 의견·입장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불통의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정당의 언어는 다른 정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기 일색이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미디어법 관련 논평을 분석한 결과 상대비난·비아냥·책임전가·낙인찍기·인신공격·색깔론을 벗어난 논평은 없었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독재 탐욕’ ‘완장놀이 세력의 후예 민주당’ ‘좌파들의 방송채널 독점’으로 공격했고, 야당은 ‘기만술의 대가 홍 반장(홍준표 원내대표)’ ‘한나라당은 조작대왕’ ‘한나라당 언론 5적’으로 맞받아쳤다.

인터넷 공론장인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도 낙인찍기가 난무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7월 셋째주 네이버·다음의 최다 댓글 기사 4건에 달린 1876개 댓글을 조사한 결과 ‘빨갱이’라는 단어는 220개였다. ‘전라디언’ ‘개상도’ 등 지역감정 조장 표현은 132개, ‘좌파빨갱이’를 뜻하는 ‘좌빨’은 102개, ‘딴나라당’ ‘왜나라당’ 등 한나라당 비하 표현은 100개였다. 전·현직 대통령을 비하·조롱하는 표현은 219번 나왔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핵)펭귄’ ‘슨상님’ 등이 116개였고, 이명박 대통령을 일컫는 ‘쥐박이’ ‘이메가’ 등이 83개 댓글에 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중환자실 이송’ 기사를 두고는 “(서거하면) 전라도민장으로 해야 한다”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표현도 모두 85개의 댓글에서 발견되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빨갱이와 좌파라고 모는 것은 곧 죽여 없애겠다는 공포와 협박을 수반했고, 실행으로 나타났다”며 “지금도 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함부로, 매우 적대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론장에 자주 등장하는 진보와 보수 지식인·논객들은 낙인찍기와 불통의 언어로 상처받은 경험을 털어놨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협박 전화와 e메일에 쓰인 언어 때문에 상처받을 때가 많다”며 “자기하고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모독하는 걸 보면 공존의 지혜가 없는 것 같다.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은 소모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 단체(경제개혁시민연대)는 소액주주운동 같은 건전한 자본주의를 하는 단체인데, 보수언론에서는 나를 두고 ‘삼성저격수’라고 부른다”며 “저격수라는 부정적 인식·이미지가 단체 이미지로 고착됐다는 게 가슴 아프고 언어 폭력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심광현 한예종 교수는 “보수 언론과 논객이 한예종을 ‘좌파의 온상’이라고 부르는 순간 다른 논의·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논지를 흐리는 ‘좌파’라는 일방적 공격에 반론을 하면 ‘실력 없다’ ‘예산을 낭비했다’는 식으로 다중초점을 만들며 논쟁을 피했다”고 말했다.

한재갑 한국교총 본부장은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예를 들어 ‘미친교육’ ‘돈교육’ ‘평둔화교육’ 같은 언어는 상대를 낙인찍고 소통이 아닌 불통을 강화시키는 결과만 빚을 뿐”이라며 “교육 분야만큼은 언어의 선택, 사용에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념·사상 전향자에게는 ‘변절자’라는 딱지가 붙는다. 최진학 자유주의진보연합 사무국장도 “좌파 사상에 빠져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다 전향했는데, 당시 동료들이 ‘변절자’라 낙인을 찍으며 멀리하는 것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불통의 언어가 넘쳐나는 현상에 대해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언어를 통한 낙인찍기는 제대로 된 이념·노선 투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권력 투쟁을 벌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매도해서 사회적 쓰레기로 만들고 승리하면 그뿐”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내용·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한 사회가 되었다”며 “상대를 인정치 않고 역지사지가 안되는 분위기 때문에 자극적인 표현에만 반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낙인찍기와 선정적·자극적 조어·구호에 반응하는 언론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정치인 등 자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대중한테 다가가는 말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 일종의 능력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보다는 단순 반복적인 언어가 난무하는 것은 문제다”라면서 “그런 말을 언론이 많이 다룬다는 점이 문제다. 오히려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약자의 입장에서 ‘이명박의 졸개’니 ‘MB 인플루엔자’니, ‘쿠데타’니 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언론도 안 다뤄주고, 국민 감수성도 무뎌져 자극적으로 날선 언어를 구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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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근형·백승찬기자 ssun@kyunghyang.com

ㆍ이명박 자기 주장만 펼치는 라디오 연설  
ㆍ노무현 폄훼·모욕 등 직설화법으로 구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스벨트는 ‘대공황’이라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효수요 창출을 뼈대로 하는 ‘뉴딜정책’을 실시하면서 수시로 국민의 동의를 구했으며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했다. 또 공공부문 개혁이나 노사갈등 등 이해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에도 루스벨트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소통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은 정설이다.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최진 소장은 “국민과의 쌍방향 의사소통을 소홀히 하는 대통령은 외면당할 뿐만 아니라 리더십의 부재와 국정운영의 미숙함으로 연결돼 국가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들 화법의 공통점은 ‘일방향 대화’라는 게 대다수 평가다. 상대방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펼치면서 ‘남의 탓’만 앞세우는 책임전가 방식의 일방향 화법은 대통령이 가져서는 안 될 가장 부적절한 언어유형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루스벨트의 ‘노변정담’을 모델로 삼은 라디오 연설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다보니 오히려 ‘불통’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4대강 사업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 및 정책의 장점만을 알리는 수단으로 라디오를 활용하고 있을 뿐, 루스벨트의 쌍방향 소통 방식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촉발된 촛불정국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산 쇠고기가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 개방하면 (구매 여부는)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파악해 보고하라” “그때(노무현 정부 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을 것” 등의 발언은 국민들의 인식과 180도 다른 이 대통령 본인의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라고 스스로를 지칭한 이 대통령이 기업 최고경영자 시절 자신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떠받들던 부하 직원과 우리 국민들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비판은 설득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나는 나를 내리누르는 어떠한 힘 앞에서도 굴복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 소장은 “ ‘나만 옳다’는 불도저식 정면돌파 방식은 국가경영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어도 이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노 전 대통령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본인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화법을 구사했다. “합리적 보수니, 따뜻한 보수니, 별놈의 보수를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2004년 5월) “내가 뭘 잘못했는지 꼽아보라”(2006년 8월)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2006년 12월) 등의 식으로 상대방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최진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일방향 소통은 국정운영의 미숙함으로 치부되면서 참여정부 전체를 공격하는 최대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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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아이들한테서 어른이 배울 때가 많다. 때론 낯이 화끈거릴 정도로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네 살 먹은 딸이 주인공 강마에를 두고 한 마디 던진다. “저 아저씨는 나쁜 말 한 거 사과해놓고선, 또 나쁜 말 하고, 또 사과하고, 또 나쁜 말하고, 그럼 어떡해. 사과를 했으면 그 담부턴 좋은 말만 해야지.” 말에 상응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뢰가 형성될 수 없다. 소통은 귀에 즐거운 말 몇 마디를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담은 관계의 총체 안에서 비로소 성립된다.
 


정부와 여당은 계속해서 ‘소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성한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국민소통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언론에선 통합과 소통을 주제로 한 특집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반성 뒤에는 곤봉과 처벌이 뒤따랐고, 여당이 말하는 소통은 홍보와 같은 뜻으로 들린다. 듣기 좋은 얘기만 주고받는 TV의 소통 특집은 시청자의 분통만 터뜨리게 할 뿐이다. 불통이다.

불통의 챔피언은 먹통이다. 최악의 불통 언어는 바로 무반응이기 때문이다. “벽에다 말하는 것 같은” 느낌만큼이나 소통의 장벽을 분명히 체감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 불통의 상징은 단연 ‘명박산성’이다. 지난해 촛불시위에서 수십만 시민을 가로막은 초대형 컨테이너는 현 정부가 불통 정부라는 것을 다른 어떤 극단적인 불통의 언어보다도 더 강력한 울림으로 전달했다.

현 정부와 여당은 시민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신하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막고 가두려 한다. 광장을 경찰버스로 봉쇄하고, 흐르는 강물을 보로 막고, 인터넷 여론을 각종 죄목으로 틀어막는다. 먹통 정부의 차벽이고, 강벽이고, 법벽이다. 그 벽 너머에 있는 권력자들은 낮은 목소리는 아예 들은 걸로 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국민들은 점점 더 큰 소리로 외쳐야만 하게 됐다. 그러자 비로소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파괴와 폭력의 언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불통의 언어는 불통의 원인이 아니다. 그것은 더 큰 불통의 체제, 침묵 속에서 권력의 무기를 휘두르는 권위주의 체제를 반영하고 강화하는 구성요소다.

언어의 폭력성은 단지 얼마나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했는지만을 보고 가늠할 수 없다. 정말 폭력적인 언어는 한 인간, 집단, 혹은 사회세력들의 존엄과 인권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언어, 그런 파괴 행위를 고무하는 언어, 그런 파괴가 구조화되어 있는 사회질서를 정당화하고 심화시키는 언어다. 현 정부와 여당, 보수언론이 내뱉고 퍼뜨리는 폭력적 언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막힌 곳을 뚫으려 하는 모든 힘, 권력자들에게 항의하는 모든 몸짓과 목소리를 악마화하는 언어다.

불통의 언어는 한때 매우 직설적이기도 했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일부 정부 각료와 보수개신교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영(靈)에 ‘악마’ ‘마귀’ ‘사탄’이 들어앉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익숙한 세속적 언어들이 덜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떼법’ ‘과격분자’ ‘불법폭력’ ‘전문시위꾼’ ‘극렬좌파’ ‘친북세력’ ‘테러리즘’ 등과 같은 통치의 어휘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정당한 기본권 행사를 범죄적이고 위험한 행위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낙인이 단지 시위·파업 등 어떤 ‘행동’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집단의 ‘존재‘ 자체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을 때, 그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인 전체주의의 언어가 된다.


폭넓은 정당성을 갖는 큰 정치는 오직 대화와 조정, 포용을 통해 가능해진다. 그래서 정당성의 정치를 포기한 자폐적 권력에 소통은 소음이자 도박일 뿐이며, 따라서 소음을 틀어막는 것은 통치의 제1의 과제가 된다. 바로 그 억압의 정치가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적 정체성,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에게서 오직 악마와 범죄자, 떼쓰는 아이의 모습밖에 보지 못하는 권력이 민주공화국의 정체(政體)와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둘 중 하나가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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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ㆍ공직윤리에 둔감·약자 외면… ‘보수적 가치’ 취약

보수세력의 불통 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보수단체는 정권 교체에 일익을 담당하며 한국 정치·사회의 신주류로 떠오르는 듯했지만 그 위상이 2007 대선 이전 같지는 않다. 현 정권과 동일시되면서 대통령 지지율 등락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합리적 보수 세력은 부상하지 못하고 오히려 보수와 극우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게다가 보수적 가치를 정립하지 못한 채 권위주의에 기대 자리 다툼까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단체들이 자신들의 ‘잃어버린 10년’간 꾸준히 비판했던 진보단체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수 단체들은 우선 ‘보수의 가치’에서 취약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보수의 전통 덕목인 ‘윤리’에 관한 한 보수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찾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를 제대로 비판한 보수 단체는 거의 없었다. 물론 보수 단체들이 고위 공직자 의혹 문제에 항상 침묵했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는 엄정한 잣대로 공직자들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진보·보수 시민단체들이 대부분 성명을 내며 비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고소영·강부자 내각 논란에 휩싸이며 여러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이를 앞서 제때 비판한 보수단체는 없었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바른사회시민회의’만 인사 편중 문제, 도덕성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잇단 도덕성 의혹과 자리다툼

지난달 10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법질서 수호, 한·미 FTA 비준 촉구 대회를 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위 공직자의 윤리에 무감각한 보수단체들의 태도에서 시민들은 ‘보수는 곧 기득권’으로 받아들인다. 곽정환씨(33)는 “보수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돈 많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신경 쓰는 게 보수적 가치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명숙씨(49·주부)도 “보수진영은 서민들의 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심정을 잘 모른다. 시민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한규씨는 “자신들의 지지세력과 자본가를 위한 입법이 분명한데도 서민과 빈곤계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선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선전이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 변호사는 “우파 세력을 형성하는, 가진 자들의 문제는 본인들이 일반 국민들로부터 욕을 얻어먹는 잘못된 부분을 고칠 생각을 기본적으로 안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소통 특집기획 설문에서 ‘소통을 위해 보수 진영이 버려야 할 것’으로 지목된 것은 ‘인권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이었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잘살게 하고,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할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하며, 진보가 주장하는 인권, 사회적 약자 배려도 약간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 내부에서도 서민·중산층 회복에 대한 촉구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석 교수는 “외국에도 자유주의적 우파 보수 정책이 국민들의 정서와 부합해서 성공한 예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라며 “우파적 가치와 정책 노선도 얼마든지 국민의 기대와 정서에 부응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렇게 표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철환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이사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통은 이념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대선 때 제시한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이 소통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라며 “오해를 살 만한 정책을 많이 편 데다 이 점에 대한 설명·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용갑 전 의원은 “보수 진영이 남북문제나 대북문제에서는 양보할 것과 안될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는 무조건 양보하다 보니 결국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사회 여러 가지 제도나 일반 정책에서 보수가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갈 수는 없지 않으냐. 보수정당은 원래 중산층을 50~60%로 키워야 하며 그게 바로 보수정권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보수의 가치는 경제 문제에서는 ‘시장의 자유’나 ‘재산권 보호’, 이념 문제에서는 ‘친북·좌파’ 낙인찍기에 머물러 있다. 상대 이념을 존중치 않는 극단의 언어를 구사하고, 행동해온 것이다. 이재교 변호사는 상대 진영을 타도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에 대해서 “전통적 우파 시민사회단체들은 남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부족하다”며 “좌파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정책의 차이에 불과한 것을 기본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연결시켜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극우 단체뿐만 아니라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단체에서도 친북이나 빨갱이 같은 언어 구사는 곧잘 나온다. 한 대학 교수의 전언은 시사적이다. 그는 “최근 뉴라이트쪽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한 인사가 경향신문, MBC에 간첩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조선일보에도 간첩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듣고 무척 놀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남세현씨(46)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보수 세력은 여전히 진보 진영을 ‘좌빨’ ‘친북’ 등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보수나 진보 양 진영 모두 다른 세력을 배제하면서 진영 논리에만 매몰돼 있다. 또 상대방의 주장이나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알려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일단 불순하게 보기 때문에 논의 진행 없이 빨갱이, 친일파 등의 낙인찍기가 판친다”고 말했다. 그는 “선명한 주장과 상대에 대한 공격이 정통성을 갖고 자기 진영을 이끌어나가는 것처럼 생각한다. 소통을 추구하면 기회주의자로 몬다”고 전했다.


민생 회복 외치면서 기득권 수호

‘친북·좌파의 낙인찍기’는 보수의 민족주의는 무엇인가를 되묻게 된다. 공무원 전모씨는 “보수의 가치 중 하나가 민족주의인데, 한국의 보수진영은 민족주의를 말하지 않는다. 친재벌, 근시장, 애자본 아니냐. 일부 국민을 용공세력으로 몰고가려는 행동은 ‘우리가 진정한 꼴보수요’ 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보수 가치의 부재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감시·비판 기능을 외면한 결과, 친정권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최민정씨(25)는 “뉴라이트는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주장하는 이념적 운동에서 벗어나 무조건 정권을 옹호하는 친위부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홍위병 비난을 듣던 진보진영의 몇몇 단체의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정권교체 이후 보수진영이 새로운 혁신 의제를 내놓지 못한 채 퇴보하거나 안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뉴라이트, 정권 친위부대로 전락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진영 인사들의 입신출세에 대한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변철환 상임이사는 “사회 전체보다 개인의 출세·입신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진보진영이 10년 동안 권력을 독점했으니 이제 보수세력에게 권력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욕심이 지나치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정권교체 이후 보수진영의 신뢰는 급격히 떨어졌다. 대표격인 뉴라이트는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소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파워조직 조사에서 2007년 신뢰도 10위에 올랐지만 다음해 23위로 급락했다. 최재규 자율교육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지 않았을 때는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며 단합도 잘했지만 정권을 잡고 나서는 고압적 자세로 돌아가 밀어붙이기만 한다”며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허현준 사무국장은 “지난해 광우병 파동과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을 거치면서 국민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정책에 따라 진보진영과 협력도 하면서 통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이재국 미디어팀장, 정유미 산업부 기자, 김종목 문화1부 기자, 백승찬 문화2부 기자, 선근형 사회부 기자, 이호준 정치부 기자, 이청솔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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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이청솔기자 hjlee@kyunghyang.com 

 ㆍ당원 70% “밀어붙이기 국정”일방적 계몽을 소통이라 착각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은 ‘국민소통위원회’를 설치했다. 촛불정국 이후 흩어진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위원장을 맡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국민과 한나라당, 정부를 잇는 소통의 창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한나라당의 소통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촛불정국과 조문정국을 지나면서 폭락한 지지율은 야당과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고, 지난 4·29 재·보선에서는 전패의 수모를 겪으며 쇄신특위까지 꾸리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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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만의 정권 재창출에 이어 18대 총선에서 172석이라는 초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지 불과 1년여 만이다.


지난달 한나라당이 책임당원 64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조차 당원의 70.4%가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한다’고 답했고, ‘부유층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응답도 63.3%나 됐다.

회사원 조모씨(33)는 “쇠고기협상, 미디어법, 대운하, 부자감세 등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더라도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 아니냐”라면서 “민심이다 뭐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보수정당은 소통이 필요한 게 아니고 소통을 하고 있다는 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철환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상임이사도 “국민들이 대선 때 민생을 살려달라고 했고, 대통령도 대선 내내 경제만은 살리겠다 했다. 그러나 갑자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볼 생각은 않고 이해가 안되는 정책들이 많이 나왔다”면서 “한나라당이 주도가 돼서 강남 3구의 규제를 푼다, 전반적인 대책없이 종부세를 푼다든가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때 부자정부가 아니냐는 오해를 할 만했다”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소통은 작용·반작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우리사회 보수정당이 생각하는 소통은 계몽이고, 일방적인 계몽을 잘 따르는 게 소통이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을 어리석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미디어법 같은 중요사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고 ‘전문가들도 모르는데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알겠느냐’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을 정책에 반영해 현실적인 삶과 접목시켜야 하는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우리사회의 제도권 정치세력들은 이 대의기능이 굉장히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여당의 경우 정책들을 끌고 나가는데 있어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바가 아닌 것들을 억지에 가깝게 설정해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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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

ㆍ진보가 본 보수의 문제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꼽은 보수 세력 소통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보수 진영이 ‘강자 논리’로만 무장한 채 기득 세력의 특권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장애인·노동자·빈곤층 등 취약 계층을 포용해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소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가장 큰 문제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보수 세력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한 마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나 약자에 대한 온정주의는 보수 진영의 소통 방식에서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도 “상속·증여세 폐지 등을 강조하는 부유층의 주장은 결국 자신들만 살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다수는 ‘사회적 약자’인데 다수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빈곤층 등 소외계층도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일정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라며 “보수 세력의 ‘이기주의’는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낙인찍기’ ‘진정성 부족’ 등도 보수 진영 소통 방식의 맹점으로 지적됐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은 “보수 세력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빨갱이’로 몰아 사회적 낙인을 찍고 국가보안법을 동원해 처벌하려 든다”며 “일상의 공포를 제도화하려는 보수 세력이 과연 어떻게 대중과 소통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만중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뻥튀기 해프닝’에서 알 수 있듯이 보수세력은 국민과의 소통을 일종의 이벤트로 여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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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



ㆍ보수의 보수 비판 이상돈 인터뷰

보수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는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한국의 보수는 원칙, 도덕성, 그리고 일관성을 잃어버려 국민들과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5년 이후 조선일보 비상임논설위원을 지냈으며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개정 시도 등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현 정권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수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지난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한국의 보수는 원칙, 도덕성, 그리고 일관성을 잃어버려 국민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기자



이 교수는 “보수정권이 탄생했다고 하지만 현 정권이 보수로서 엄청난 모순을 초래하면서 보수는 오히려 국민 대다수로부터 버림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수도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이 무모한 토목공사라고 비판했던 보수 경제학자들이 대운하와 4대강사업에 침묵하고,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을 이유로 총리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보다 열배 백배 하자가 많은 현 정권의 고위 공직자를 옹호하는 한 보수가 ‘소통’을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비리백화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자진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후보로 거론될 수도 없는 사람을 지명했던 것”이라며 “현 정권은 끼리끼리의 집단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보수에게는 원칙과 도덕성, 그리고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진보에 비해 ‘항구적 가치’를 존중하는 보수는 도덕적 원칙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서에 호소하는 진보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성에 호소하는 보수는 ‘철(鐵)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도덕성에 근거해 자신의 아젠다를 더 쉽게 설명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보수는 야인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며 국민과의 소통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의 보수는 도덕과 윤리 측면에서 본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권위주의적 정부와 정경유착의 그림자 속에서 안주해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에 대해 “사실상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한나라당이 청와대에 예속돼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참여정부의 수도 이전에는 반대했지만 현 정권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었다”며 “항상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뉴라이트는 정권에 편승해 있고 ‘가스통 시위’를 하는 세력은 보수와는 구분되어야 한다”며 “보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들의 대표성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며 “독재정권은 국민들을 강제로 따라오게 해야 하는데 현 정권은 국민을 무시하고 혼자 가므로 ‘독주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시청 앞 대규모집회 단순 참가자들을 실정법으로 처벌한다든지 에 대해 형사적으로 접근한 것은 치사한 법치주의”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4공, 5공보다 인권이 중시된다고 지금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 발전에 따라 예전에 문제되지 않던 것들도 지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보수가 살 길’로 보수 정치세력의 재편을 주문했다. 그는 “보수를 지지하는 30% 정도의 국민이 보수 정치세력의 주축으로 서야 정권재창출을 바라볼 수 있다”며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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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식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소송위원장


ㆍ진보의 보수 비판 - 장유식 기고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불통’의 대명사이다. 보수 전체의 소통부재 역시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고 있다. 불통의 원인은 ‘엉터리 실용주의’로부터 비롯된다. 결과만 좋으면 됐지, 무슨 말이 많으냐는 것이다. CEO 출신답게 그냥 밀어붙인다. 말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면서 ‘나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우리의 정책은 옳다’는 믿음을 거듭 확인한다.

서민행보를 한다고 하지만, 부자감세를 비롯한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경제정책은 변함이 없다. 이로 인해 기득권은 강화되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들의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아전인수격인 ‘눈가리고 아웅’도 여전하다. 운하포기를 선언하면서 4대강 살리기(혹은 죽이기) 사업을 하겠다는 식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만 하면 4대강은 대운하가 되고 만다. 그렇지 않고서야 땅을 깊이 파내고 보를 만들어 물을 오염시키는 데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 최근의 집중호우를 통해서 보더라도 정작 문제인 것은 4대강이 아니라 도시와 지천에서의 물난리가 아니었던가.

인사정책, 인적쇄신에도 실패하고 있다. 집권초기에는 ‘코드에 맞지 않는다고’ 완장차고 목을 쳤다. 정작 그 자리에는 강부자·고소영 라인을 앉혔다. 최근에는 원칙없는 파격인사로 인해 결국 공안통 천성관은 낙마했고, 인권과 무관한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는 논문자기표절의혹에 친일후손논란까지 겹쳐 취임식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은 표류하고 있고 용산참사의 아픔은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도 사회적 약자는 여전히 찬밥신세고 ‘불순분자’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대통령도 시장도 용산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수가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는 미디어법 강행과 서울광장 폐쇄이다. 아픈 얘기는 듣기 싫어한다. 틈만 나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 반대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광장을 폐쇄하며, 공안통치의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과 질서를 앞세운다. 그러나 소통이 전제되지 않는 한 ‘법과 질서’는 기득권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강요했던 ‘언어의 유희’에 불과했다. 보수의 소통, 특히 보수내의 소통조차 방해하는 또 한 가지 요소는 극단주의자들의 ‘색깔 칠하기’이다. 극우보수들은 소통을 지향하는 보수인사들에게조차 빨간색 칠하기에 급급하고, 이들을 움츠리게 만든다.

최근에는 정통보수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던 박근혜 의원조차 극우보수단체로부터 ‘좌익세력의 세작(간첩)’이라고 공격받았다. 흔히들 좌파의 ‘이념과잉’이 지적되지만, 보수 역시 낡은 이념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소통부재의 배경이 되고 있다.




“권력 위임해도 권력 원천은 국민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 때만 국민을 주인으로 대접한다’는 폐단을 낳는다. ‘소통’에 근본적인 한계를 노출한다. 그래서 이제 국민은 더 이상 대의제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광장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인터넷을 통한 여론형성을 생활화하고 있다. 대중은 변화하고 있다.

대의(代議)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대신’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단지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대신’할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권력을 ‘일상적인 수준’에서 국민에게 되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인증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국민투표,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선출직공무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그 필요성과 가능성을 제고한다. 이제 시민들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다양한 정보를 구하여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고,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고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사회는 더욱더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대의민주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대한민국 헌법에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대의제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대의제’를 절대시하면 ‘다수의 횡포’가 발생하기 쉽다.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 개헌정족수에 육박하는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 그리고 원래 보수적 성향이었던 사법부까지 이렇게 3권을 모두 장악하고도 ‘보수’가 여전히 ‘헤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명확하다. 선거에 의해 권력은 위임되지만, 그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며 위임의 시기와 형식, 내용은 계속 변화한다. 대의제는 주권자의 직접민주주의적 요구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통을 통해 그 간극을 메우지 않고서는 수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보수가 국민의 ‘직접민주주의’의 요구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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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기자

ㆍ보수, 극우와 선긋기

지난달 24일 새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에 애국기동단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전리품’처럼 가져갔다. ‘작전’을 주도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쓰레기를 청소한 거지, 공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통일은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킬 때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라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북한에) 돈을 가져다 준 사람(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땅히 뒷산에 올라가 투신자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 속 이른바 ‘극우’의 단면이다. 서정갑씨는 가스총을 휴대하고, 조갑제씨는 침대맡에 야구 방망이를 두고 잠들 정도로 신변에 불안을 느끼고 있지만 이들의 행동은 확신에 차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여론이 이들의 ‘신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회사원 김윤수씨(32)는 “솔직히 보수가 더 막나갔으면 좋겠다. 더 때려부수고 더 핍박하고 더 막말해서 소위 중도라고 자부했던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념과 다르면 ‘용공’ ‘친북’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대학생 전성호씨(23)는 “반핵반김, 해병대전우회, 고엽제전우회, 보수적 기독교 세력 등 올드라이트는 대중과의 소통에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데올로기 냉전이 끝난 게 언젠데 여전히 빨갱이 규탄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극우와는 선을 그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변철환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상임이사는 “ ‘수구꼴통’이라는 단어는 군복, 가스통 들고 나오는 분들한테 쓰는 단어인데, 그런 건 우리가 봐도 바람직하지 못하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통은 목적이 아니라 더 높은 가치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기에, 극우라는 분들과도 최대한 소통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대한문 분향소 철거 같은 과격한 행동을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손해라는 교훈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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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근형·이청솔기자

ㆍ보수의 대안찾기… 색깔론 구시대 악습 탈피 사회적 약자 존중해야



보수 세력이 대중과의 막힘 없는 소통을 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은 ‘반공 이념 집착에서 탈피’ ‘보수 언론과의 유착 근절’ ‘합리성 제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확대’ 등을 꼽았다. 보수 지식인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사고방식 지양’ ‘권위주의적 자세 변화’ 등을 강조했다. 일반 시민들은 ‘보수의 정체성 확립’과 ‘높은 수준의 도덕성’ 등을 요구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보수 진영은 북한과 전혀 연관이 없는 현안에 대해서도 색깔론으로 몰고가는 구시대적 악습은 이제 버려야 한다”면서 “미국·중국·일본 등 대외 관계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찬반으로 몰아가는 습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필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보수 세력은 시민들이나 진보 세력과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만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며 “그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세력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소통방법”이라고 말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보수 진영은 걸핏하면 전교조를 반국가단체로 매도한다”며 “합리성을 잃은 이 같은 주장은 소통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인 보수층이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을 존중하는 풍토를 세우기 위해 앞장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소통의 희망이 싹틀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철환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입신양명에만 관심이 있는 보수파들을 겨냥했다. 변 전 대변인은 “정권교체를 기회로 사회 전체보다는 개인의 영달만을 생각하는 보수 진영의 일부 세력은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규 자율교육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교육개혁을 한다면서 경제학을 전공한 인사들이 경제 논리로 교육을 재단한다”며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원 곽정환씨(33)는 “진보는 이뤄야 할 목표가 선명하다는 점에서 보수와 대비된다”며 “그러나 보수의 이념이나 지향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정모씨(52)는 “부정부패로 연루되는 인사들의 대부분은 보수 색채의 인물들”이라며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한 점 부끄럼 없는 도덕적 청렴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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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