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한국, 소통합시다'에 해당되는 글 79건

  1. 2009.07.16 [한국, 소통합시다⑥]진보정당의 고민… 한자릿수 지지율
  2. 2009.07.16 [한국, 소통합시다⑥]보수가 본 진보의 문제
  3. 2009.07.16 [한국, 소통합시다⑥]김헌동 “정권따라 잣대 달리하는 이중성이 문제죠”
  4. 2009.07.16 [한국, 소통합시다⑥]시대변화 따르지 못한 ‘무능함’…갈등 유발하는 ‘편가르기’
  5. 2009.07.16 [한국, 소통합시다⑥]탈피해야 할 ‘친북’ 이미지
  6. 2009.07.16 [한국, 소통합시다⑥]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라
  7. 2009.07.16 [한국, 소통합시다⑥](6) 진보는 왜 소통에 실패하고 있나
  8. 2009.07.13 [한국, 소통합시다]최장집 교수 특별기고-소통에 대한 이해와 오해
  9. 2009.07.12 [한국, 소통합시다⑤]청와대 “진짜 모습은 다르다”
  10. 2009.07.12 [한국, 소통합시다⑤]정부 소통대책은 ‘홍보 강화’
  11. 2009.07.12 [한국, 소통합시다⑤]대화·설득·동의의 ‘정치적 과정’ 없는 독주
  12. 2009.07.12 [한국, 소통합시다⑤]기득권 위한 정책 밀어붙여
  13. 2009.07.12 [한국, 소통합시다⑤](5) 이명박정부는 왜 소통을 못하나
  14. 2009.07.09 [한국, 소통합시다⑤]李대통령 상인 5번·농민 2번·장애인 1번 만났다
  15. 2009.07.09 [한국, 소통합시다④] 내가 소통하는 법-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16. 2009.07.08 [한국, 소통합시다④]강준만 ‘성역’깨는 전사에서 ‘소통의 전도사’로
  17. 2009.07.08 [한국, 소통합시다④](4) 한 논객의 도전 강준만
  18.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소통과 불통 사이-나를 말한다
  19.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소통·불통 인물, 이래서 뽑혔다
  20.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이명박 대통령, 왜 ‘불통 1위’ 인가

이호준기자 hjlee@kyunghyang.com

ㆍ“나만 옳다 주장한 탓”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는 “17대 총선 승리를 기반으로 2008년에는 제1야당, 2012년에는 대망의 집권을 이룰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배포가 너무 컸다. 불과 4년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지율은 5.7%로 주저앉았고, 원내 진입도 5석으로 반토막이 났다. 진보신당은 원내 진출에도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소통 부실이 진보 위기의 중요한 배경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진보 진영도 귀를 꽉 막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데만 열심이고, 국민들을 대변하기보다 자신들의 철학과 이념 관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비쳤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지금까지 국민과 대중에게 진보정당의 존재와 이념, 가치관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 기반화, 즉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은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진성당원의 숫자는 민주노동당이 2007년 10만명을 돌파한 이후 분당을 거치며 6만5000명대로 주저앉았고, 진보신당 역시 1만5000명 수준이다.


지식인들은 진보정당이 이런 성적을 벗어나기 위해 대중적이고 근본적인 소통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균관대 박승희 교수는 “진보정당이 ‘네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도식적인 선명성 논쟁에 집중하다보니 시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과격한 말이 아닌 대안 중심의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우선 정당과 운동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당의 큰 목표 중 하나가 집권이고 집권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진보정당은 그 경계가 명확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명성을 유지하려면 대중적 기반이 좁아지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선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유연한 대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인식에 대한 고민은 진보정당 내부에서도 깊다. 우 대변인은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고, 집권 능력을 인정받는 데 있어 핵심은 소통이고,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지지를 받는 변곡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대중적 언어가 아닌 운동권의 언어를 사용해왔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데는 익숙했지만 쌍방향 소통으로 상대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데는 소홀해 고립을 자초했다”면서 “보다 더 대중적 언어로, 생활밀착형의 작은 담론으로 옮겨갈 수 있는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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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

ㆍ“북한·경제문제 등 이념적 잣대로 접근”


보수성향 지식인들의 진보세력 소통방식에 대한 비판은 ‘이념 과잉’으로 집중됐다. 진보진영이 ‘마르크스주의’와 ‘북한 주체사상’ 등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주의’에 몰입한 탓에 대한민국 헌법체계 자체를 부정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지적이다.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진보 측은 이념에 따라 선과 악으로 구분해놓고 ‘진보는 선, 보수는 악’이라는 접근을 하기 때문에 소통을 하는 데 장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진학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정책실장은 진보진영의 이념적 전제를 지적했다. 최 전 실장은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와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세력이 암세포처럼 건재해 있다”며 “이들은 좌파 이념을 토대로 반시장, 반자유민주주의를 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념을 토대로 21세기 현재를 해석하는 진보세력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소통 부재를 뼈저리게 느낀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은 특히 친북을 겨냥했다. 김용갑 한나라당 전 의원은 “과거 10년간 우리가 북을 지원해주고 얻은 것은 북한의 핵개발뿐”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진보진영이 대북문제에 대해서는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도 “진보진영은 북한 문제를 기능주의적으로만 보거나 ‘민족’이라는 혈통 개념에서만 접근한다”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먼저 깨달아야 소통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념 과잉이 결국 경제·교육 등 각종 정부 정책과 관련된 토론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막는 주범이라는 게 보수 진영의 주장이다.

"부유층의 재산을 빈곤층에게 나눠주자는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비현실적이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계기교육이란 명목으로 북한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최재규 자율교육학부모연대 공동대표), “이명박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은 부자를 위한 제도라는 주장만 펼친다”(변철환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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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ㆍ진보의 진보비판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 단장(사진)은 1997년 대기업 건설회사 간부자리를 박차고 나와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분양원가 공개 등 부동산 문제에 집중, 한국 사회에 ‘토건국가’라는 말을 퍼뜨리기도 했다. 부동산·주택 문제에 관한 한 공공성을 가장 강조하는 진보 활동가다.

김 단장은 “정권에 따라 잣대를 달리하는 진보 진영 시민단체의 이중성이 시민과의 불통을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참여정부 때 이헌재 총리가 250개 골프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장외집회 등을 포함한) 반대 운동을 강도 높게 하자고 제안했지만 관련 단체들로부터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 ‘반대 논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부에 들어가 있으니까 세게 반대를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권 때 혁신도시다 뉴타운이다 할 때 시민단체의 명망가들이 무얼 했나. 지난 정부 때는 올바르게 견제·감시를 안하고선 지금 와서 한반도대운하나 4대강 살리기에는 거세게 반발하니까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는 이중잣대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한나라당은 투기조장당, 개발원조당이 분명하지만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엇인가”라면서 “대운하는 반대하면서도 경인운하는 사실상 찬성하니까 보편타당함을 인정받지 못하고 한쪽 논리·주장으로 그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노동당도 몇몇 정책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나 노조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된 진보 입법 활동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통의 언어 문제도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통과된 법안이 400개 정도이고, 지금 여야가 대치하는 것은 20개밖에 안된다. 통과된 법안은 민주당이 적극 협력한 거 아닌가”라며 “그런데도 무조건 악법이라고 몰아붙이니까 상대도 악다구니가 생기면서 불통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진보언론에 대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가 진보정당이나 민주당 문제에 대해서 이 대통령,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강도만큼 했나”라고 말했다. 진보사회 단체에 대해서도 “지금 한국노총은 한나라당하고 짝짝궁이고, 민주노총은 깃발만 들자고 할 뿐이지 대안·대책이 없다”고 했다. 


단장은 “진보 진영, 시민·사회단체나 민주당 같은 개혁을 내세우는 정당은 10년간 성찰하고 자기반성 과정을 거친 뒤에 이명박 정권에 ‘우리의 과오가 있었는데 당신은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대화해야 조금이라도 소통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단순하다. 바로 자기 지식과 시간을 남과 나누는 것”이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눌 수 있다면, 이 대통령과도 한나라당과도 지식과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포용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한국 사회의 불통 이유는 언론을 통해 이름 알려진 사람들 중에 중립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없고,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지식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선거 때마다, 기회 있을 때마다 편가르는 행위가 벌어져도 말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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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ㆍ보수의 진보비판 - 이헌 기고

지난해에는 광우병 촛불집회 과정에서 진보세력이 제기한 ‘광장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올해는 용산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정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 내지 후퇴’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촛불집회는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초기의 순수한 집회에서 정권타도를 외치는 정치적 집회로 변질되었다. 100일이 넘는 불법과 폭력시위로 인해 참을 수 없는 불편과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이를 외면하고 비판하며 나서게 된 것도 그 한 이유였다.

올해 용산참사나 전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사상초유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대규모 집회로 타오르지 않았다. 국민들은 죽음을 애도했지만 그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불편과 피해를 초래할 도심지 집회의 소재거리로 내세우려는 걸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 여론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받은 것처럼, 올해 촛불집회를 시도한 진보세력에는 변화된 국민 여론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할 것이다.

현 정부의 인사나 정책 수행에 있어 소통이나 통합보다는 일방적이고 독단적이라고 지적할 만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를 두고서 광장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근거가 되거나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광장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우리 헌법원리인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세계사적으로도 유례없는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일이다. 또 광장에 참여한 국민들만이 주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고, 광장에 참여하지 않거나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존재와 주권 행사를 부정하는 일이다.


대선과 총선을 통한 우파정권으로의 정권교체는 무능함과 함께 편가르기에 몰두하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던 진보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결국 진보세력이 광장민주주의를 앞세우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되는 국민들과 편을 가르며, 그들과의 소통을 부인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은 미디어법 개정에서 조선·중앙·동아신문을 구독하거나 방송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국민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나타난다.

또한 우파로의 정권교체는 6월 항쟁 이래 20년간 지속된 민주화 시대와 10년간의 진보정권하에서 자유와 권리 행사만이 강조되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법치가 실종되었던 것을 반성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현 정부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국민들도 불법·폭력시위를 규제하거나, 자유와 권리 행사에 대한 책임과 법치를 강조한다고 하여 민주주의의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규제와 자유와 권리 행사에 상응하는 책임과 법치가 바로 민주국가의 당연한 원리이자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며 사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광우병 파동에서 나타난 미국과의 쇠고기협상, 용산참사의 철거민에 대한 보상,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있어 검찰의 과잉수사의 문제점 등은 정책적이나 제도적으로 논의될 사항일 뿐, 민주주의 제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정책적이거나 제도적 문제를 내세워 민주주의의 위기나 후퇴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보세력이 앞세우는 민주주의의 위기란 과거 10년 정권 아래 그들이 법적 규제 없이 절대적 자유처럼 누리던 집회 및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법적 규제를 받게 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집회나 표현의 자유 등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아니되는 상대적 자유이다. 이에 과거 정권에서 누리던 무책임한 자유가 법에 의하여 규제되었다고 하여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유와 권리 행사로 인하여 불편과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이다. 더 나아가 과거 독재정부로 회귀한다는 식의 주장은 세계인들이 찬사를 보낼 정도로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구어낸 국민들의 수준을 얕잡아 보는 일이다.

권력을 가진 현 정부에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광장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위기를 주장하면서 현 정부에 저항하는 진보세력에도 국민들과 소통을 부인하고 거부함으로써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국민 중 상당수는 용기와 희생으로 치열하게 민주화를 이루어낸 진보세력에 대해 부채의식을 지니고 있다. 또 진보세력이 소금과 같이 정권을 비판·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행해줄 것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고 본다. 이제 진보세력은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한 무능함과 국민에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편가르기에 대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 촛불과 정치적 구호에만 몰두하면서 국민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여 정권을 타도하거나 뒤흔들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권의 비판 내지 대안세력으로서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얻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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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ㆍ진보의 아킬레스건?


‘진보=친북’인가. 그러므로 ‘친북’은 진보의 아킬레스 건인가.


경향신문이 지식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친북적 태도’는 소통을 위해 진보 진영이 버려야 할 문제점 중 두 번째로 꼽혔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많은 우파들은 친북 논리에 가장 큰 자극을 받는다”며 “일부 진보 지식인들은 김정일 말이라면 무조건 받드는 사람들, 대한민국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수 학자는 “다 양보해도 친북은 양보가 안된다. 시민을 굶어죽이는 나라를 지지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 정권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하면서 한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호감은 낮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22.2%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최저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문제에 대해 왜 민주주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보지 않는가”라면서 “진보 진영은 북한 문제를 기능주의적으로만 보거나 ‘민족’이라는 혈통 개념에서만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말 ‘진보=친북’일까. 사실 북한에 대한 진보 진영의 시선은 다양하다. 지난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사태도 ‘종북주의’ 청산을 둘러싼 당내 분란 때문이었다. 분당 당시 심상정 민노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몇 가지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재평가하고 책임을 물어 부정적 의미의 친북 이미지와 단절하겠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허현준 사무국장은 “종북주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NL 그룹의 압도적 다수가 주사파였지만, 현재는 일부 잔존 세력일 뿐”이라면서 “다만 국제적 보편 기준보다 지나치게 북한 주장을 우선시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내가 데려온 탈북자가 100명이다. 그럼 나는 우파인가”라고 되물은 뒤 “북이라는 표집은 표지가 될 수 없으며, 친북·반북으로 나누는 것은 유치원 애들도 기분 나빠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북한 추종이 아닌, 남북화해 노력을 친북으로 딱지 붙이는 경우도 있는 점으로 고려할 때, 진보의 가장 큰 문제가 친북인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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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근형·이청솔기자 ssun@kyunghyang.com

ㆍ진보의 대안 찾기

진보 세력이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모색해야 할 해법은 무엇일까.

진보·보수 진영의 지식인과 일반 시민을 막론하고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현실적인 목표 및 과정 설정’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운동’ ‘이념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한 상대방 의견 존중’ 등이다. 우선 현실과 괴리된 채 ‘뜬구름 잡는’ 운동 방향을 수정해야 진보 진영의 불통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진보적 가치가 지향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 및 구체적인 수단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며 “바람직한 사회를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의 청사진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결집하고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정치학)는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선거 때마다 진보 진영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데 시민들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드는 관념적인 구호에 불과하다”면서 “진보 진영의 주장 가운데 실질적인 진보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논리가 몇 가지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눈높이를 시민들에게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영상이론)는 “진보는 공부가 부족하다”며 “복잡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쉽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대중은 살아 움직이는데도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은 개별분과 학문의 틀에 갇혀 있어서 소통이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만중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진보 진영은 목표와 과제를 추상화하고 명분을 중시하는 습성이 몸에 배여 있어 현실 언어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신모씨는 진보 진영이 지나치게 명망가 위주의 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씨는 “시민들의 의제를 중심으로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체제의 이념과 노선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보수세력을 수구·냉전 세력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실체를 존중하며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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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ㆍ“거대담론·운동권 구호… 서민 삶과 괴리된 느낌”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사이의 불통현상은 운동권식 언어와 투쟁 방식, 하향식 사업 등 고답적인 운동이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사진은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지난 1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한 국민대회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 주최의 범국민대회 때 나오는 구호들을 보면 ‘민주주의 회복’이나 ‘국정기조 전환’ 같은 겁니다. 현 시국에서 당연한 요구이지만 국민들이 얼마나 절박한 문제로 받아들이냐는 문제는 남습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외협력국장의 말이다. 비정규직·저임금의 고용 불안, 사회복지의 급격한 축소, 대규모 청년실업, 자영업자 몰락의 상황에 진보세력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느냐는 자문이자 자성이다.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에게도 불통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진보적 시민단체 압박, 조직의 근간을 뒤흔든 몇몇 진보단체의 스캔들도 시민과의 소통 장애를 일으킨 요소로 꼽히지만 운동권식 언어와 투쟁 방식, 시민과 동떨어진 하향식 사업 등 고답적인 운동이 불통현상을 불러오는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에 매몰 ‘시민없는 시민운동’

불통의 이유로 우선 거론되는 것은 ‘거대담론’이다. 회사원 한모씨(37)는 “진보단체들에 진정성이 있다고는 보지만 집회·시위 현장에서 나오는 구호, 성명을 보면 너무 추상적이고 내 삶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의 소통 특집기획 설문에서 ‘진보진영이 버려야 할 문제점’ 중에서 ‘이념 중심적 태도’가 가장 많이 꼽힌 것도 ‘거대담론’과 무관치 않다. 진보진영에서는 최근 수년간 경제발전 등 성장 담론을 내놓고 있지만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본체를 이루는 일반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더 좋아지고 권리를 좀더 향유할 수 있으려면 진보도 우리 사회 내부의 현실에 밀착된 수준에서 개혁의 과제를 추구하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진보진영은 마르크스주의 등 서구의 이론·개념을 갖고 피상적 수준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념’의 문제를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같은 사회단체는 집단의 이익을 이념에 따라 구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념 지향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민주노총은 자본과 노동의 모순 문제에 집중해 노동운동 중심으로 가고 전교조도 교육운동에만 매진해야 하는데, 이들 단체가 통일운동, 민족 문제까지 이슈를 확장하니까 소통 문제에서 노동자·시민과 괴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민주노총의 경우 오히려 입에 칼을 물고 해나가야 할 이슈는 비정규직 문제”라고 했다.

대학원생 신모씨(38)도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노조를 보면 남성,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의 이해관계에만 중심을 둔다. 특정계급의 이해관계에 치중돼 있으니 편협하게만 보인다”며 “비정규직 같은 다른 계급의 이익과 소통하고 절충하는 제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덕적 이분법 ‘동지 아니면 적’

비정부기구(NGO)도 거대담론이나 운동 지향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시민단체들이 거대담론이나 이명박·한나라당·민주당의 정치문제에 매몰됐다”며 “시민과의 불통현상은 본연의 사명인 생활 문제에 천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국에서 정치 참여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이슈에 따라 정치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와 호흡을 맞추면 된다”며 “우리 동네 모텔 건설을 막는 일에서부터 미 쇠고기 문제 등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양한 생활 문제들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GO가 운동 방향이나 정책을 정하는 방식도 소통의 걸림돌이다. 상근자가 정책 입안을 주도하고, 자원봉사자 위주로 운동이 조직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시민들의 관심과 거리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시민없는 시민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상의하달식도 문제다. 우문숙 대외협력국장은 “민주노총도 80만 조합원의 사업과 투쟁이 아니라 총연맹이 기획한 사업이 현장과의 소통이나 토론 없이 지침 형식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사업이 왜소화되고 형식화된다”고 했다. 그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대중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가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대중을 대상화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짚었다.

운동권 습속을 떨쳐내지 못한 언어와 집회 방식 등 ‘스타일’ 문제도 불통의 한 요소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 축제가 어우러진 시민들의 저항은 기존 운동 단체들로 하여금 ‘대중과 호흡하는 소통’의 문제를 되돌아보게끔 했다. 이인자씨(36)는 “언어나 행동이 너무 과격하다. 박정희·전두환 때의 방식은 버리고 좀 세련된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모씨(33)는 “진보 시민·사회단체의 문제는 자기들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시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고, 여전히 가르치려고만 든다”고 말했다.

도덕성 위주의 경직된 시각이나 내편 네편으로 나누는 이분법도 걸림돌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에서 도덕은 굉장히 중요한 필수 가치이지만 너무 도덕적으로 선과 악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과도하면 사회적 통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선과 악으로 딱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옳아도 타협이 없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안 풀리기도 한다.” 이분법 문제는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전 협의도 없이 무슨 무슨 연대에 일단 이름을 넣고 본다”며 “뒤늦게 알고 거기서 빠지려고 하면 서운해하거나 때로는 왕따를 시키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당신이 내편에 올인하면 우리는 더 세력을 키울 수 있는데, 올인해 주지 않아 섭섭하다는 말을 듣는다”며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게 강해 중간에서 소통하기 힘들 때가 있다”고 전했다.

언론 구미에 맞는 이슈 편중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의 불통 문제를 이들에게 전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정부가 문제라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지금 MB 정권은 ‘정권 비판 안 하면 정부 사업 줄게’ 하는 식으로 국민 세금을 갖고 시민·사회단체를 줄세우고 있다”며 “중립 지대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재정난과 언론 문제도 나온다. 윤순철 국장은 “언론이 시민단체 통상의 활동, 생활 문제 이슈를 잘 다루어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언론의 구미에 맞는 이슈에 맞춰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정적 자립성이 취약하다보니 10~20년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장기적 계획을 갖지 못한 채 다급하게 그 단체의 존립 목적을 보여주는 사업 쪽에 집중하게 된다”며 “시민과의 직접 대면 소통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정 문제 때문에 단기적 성과를 내는 사업에 집중하므로 언론을 향한 운동이 된다”며 “하지만 제도언론이 보수적이다보니 이들 단체와 대중이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통로가 협소하고 척박하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내재적’ 접근법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불통 문제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노동단체는 (조합원의) 이익의 문제, 생계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타협과 양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는 천성산 터널 문제나 용산 참사 등 세계관, 가치관이 충돌하는 양자택일의 이슈에 개입할 때가 많은데, 이런 이슈에서 원칙을 지키다보면 불통하고 타협에 미숙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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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 고려대 명예교수

ㆍ민주주의를 잘 하는 것이 소통을 가능케 하는 방법이지,
   소통에 대한 강조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소통이 사회적 논의의 주제가 된 데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 운영방식과 리더십 스타일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통이라는 말이 어떻게 사용되든, “불통정부”라는 말이 지칭하듯, 그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겨냥하는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가 시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반응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면, 소통이라는 말보다 정부가 시민들의 의견 및 여론에 귀기울이는 것을 뜻하는 “책임(성)”이라든가, “반응성”이라든가 하는 정치학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정의될 수 있는 말을 쓰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렇지 않고 소통이라는 말이 현재 정치적 갈등이 양분화되고 격화되는 상황에서 사용될 때 원래의 문제의식과는 달리, 어떤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증진하고, 이를 통해 정치발전에 기여하기보다 의도하지 않았던 역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성급하게 시민을 가르치려 하는…한국 소수 언론과 지식인 엘리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경향신문 특별기고에서 “소통은 공익, 정의, 도덕적이라는 말과 같이 좋은 말이지만 캠페인 같은 방식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조건이 성숙되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실현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담당 기자들이 (소통 특집기획 준비과정에서) 나의 의견을 물었을 때 기획의 취지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 응답하지 않았다. 이 글을 통해 소통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며 기고했다. |경향신문자료사진


소통문제를 생각할 때, ‘누구와 누가 무슨 내용을 가지고 어떤 맥락에서 소통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여론 형성은 주류언론들이 압도적인 영향력과 더불어 이슈를 설정하고, 지식인들이 이 논의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진보언론은 자주 보수언론에 대한 거울이미지로 반대 논리를 제시해왔다. 그러면서 사회의 집단적 의사형성은 냉전반공주의나 정치에 대한 도덕주의적 관점에 의해 좁게 제한된 이데올로기적 틀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 공론장에서 논의되는 이슈들은 이렇게 정형화된 이념범주로 분류되어, 언론매체들을 통해 사회화되고 정치화되었다. 사회의 의사형성이 언론과 지식인 엘리트들에 의해 선점되고 좁게 제한된 이데올로기 범위로 한정되는 조건에서, 공공여론이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이슈화하기는 쉽지 않다. 소통의 문제가 이런 맥락에서 제시될 때, 엘리트주의라는 특징과 아울러 그러한 의사형성과 여론이 사회현실로부터 크게 괴리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가 잘 발달된 나라 같으면, 여러 사회집단들, 특히 사회적 약자, 소외세력들의 의사를 정당하게 반영하고 조직함으로써 사회적 의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인 엘리트와 소수 언론매체들을 통해 형성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치 밖의 소수언론과 엘리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어떠해야 하고, 공익은 무엇이고, 시민이 도덕적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정치의 밖으로부터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성급하게 시민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여줄 때가 많다. 이러한 공론장의 구조에서, 소통이 강조된다고 할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정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현재 정치적 조건에서 소통의 의미는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한다. 첫째는 사회적 의견이 적대적 양상을 보이는 두 개의 세력으로 양극화되었다. 둘째,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은 타기(唾棄)할 만한 것이고, 소통의 부재를 가져온다. 셋째,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소통은 더욱 악화되어 위기의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논의되는 소통문제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것이라 하겠다.

이런 관점은 정치갈등과 경쟁이 두 개의 세력으로 양극화되었다는 이해의 방법에 기초한다. “민주 대 반민주”라는 말만큼 정치갈등이 두 개의 진영 사이에서 전개된다는 인식을 잘 표현하는 것은 없다. 이 말은 민주화운동과 그 과정에서의 격렬한 대립과 투쟁을 상징하고 당시의 정조를 불러들이는 것으로, 분명 과거 지향적이고 복고적인 성격이 강하다. 정치에 대한 이러한 이해방식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정치갈등과 민주주의 틀 안에서의 정치경쟁을 좋은 것과 나쁜 것, 도덕적인 것과 반도덕적인 것 간의 투쟁, 곧 선악개념으로 치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집단적 열정을 동원하려고 시도한다. 일방의 진영이 자신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 정치연합을 강조하고 이를 미덕으로 삼는 분위기에서, 내부비판이나 생각의 차이들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여러 의사형성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다원적인 세력형성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호가 강한 사람들만이 지배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적인 의사형성이란 차이를 인정하고 이들 차이 간의 합리적 경쟁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넓혀가는 과정이라 할 때, 사전에 정해진 어떤 의사, 가치를 위로부터 부과하는 것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원리와 부합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소통이라는 말을 쓰면서 발생하는 역설적인 현상은, 그것이 개인의사든, 집단의사이든 의견, 의사의 소통을 더 자유롭게 하고 그 범위를 넓히기보다 이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이데올로기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협애하게 제한된 좌우 스펙트럼의 틀에서 비춰지는 양극단은 나쁜 것이고, 중간이 좋다는 가치판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중산층적 온정주의를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그렇지 않은 여러 의사를 제약하면서 차이를 인정하는 것보다 없애는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소통 대 불통’ 양극화 논리·담론…긍정적 현실변화 가져올지 의문

정치를 이렇게 양극화된 대립구조로 볼 때, 그것은 현실의 변화를 보기 어렵다. 그동안 세계화는 한국 사회를 전면적으로 변화시켰고, 빈부격차, 노동문제, 사회적 상향이동이 더욱 불가능해지는 사회구조 등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여러 중요한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투표자들의 선호 역시 크게 변했고 한나라당, 민주당 등 정당들의 사회적 기반과 정당 자체의 구조도 변했다. ‘소통 대 불통’이든 ‘민주 대 반민주’든 양극화의 논리와 담론은 이런 현실변화의 문제들을 대면하고 다루는 데 제대로 부응할 수 없다.

이처럼 소통문제가 두 개의 세력으로 양극화된 정치의 맥락에서 논의될 때, 그것이 정치발전에 어떤 긍정적 기여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사회의 최상층 이익만을 보장하고 서민과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며, 법의 지배와 인권보장, 권력 운영방식에서 경찰, 사법, 정보기구들이 권위주의적 양태를 보인다고 비판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오늘의 정부를 보수정부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정부를 반민주적이라고 평하게 되면, 역으로 “민주정부”라고 생각하는 앞선 정부들은 그만큼 긍정적으로 미화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이해방식은, 소통불능을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고, 이른바 진보세력의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 과거 정부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문제가 동일한 것일 수는 없다. 과거 이른바 진보적인 정부들 역시, 경제와 사회정책에서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로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은 나빠졌고, 국가의 사법, 경찰기구들은 충분히 민주화되지 못했다. 또 소통이 잘 안 되었던 것은 그때도 비슷했다.

양극화 비전에 입각한 신문의 논조는, 민주화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부족했던가를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로질러 객관적으로 보고,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배우는 일을 어렵게 한다. 야당(들)은 여당의 실패를 통해 집권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노동, 분배를 결합해 보수정당보다 우월한 대안적 성장정책을 가질 때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로부터 만들어진 최대 민주연합을 강요하는 담론과 운동을 통해 그동안 표출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의 소리나 여러 사회집단의 의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적 토대 위에서 이를 결집하는 방식으로 다수를 형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은 공익, 정의, 도덕적이라는 말과 같이 좋은 말이다. 그러나 좋은 말은 캠페인 같은 방식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조건이 성숙되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실현되는 현상이다. 민주정치에서 소통은 투표에서 다수의 평결을 통해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도록 강제되는 조건의 함수로 이해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잘하는 것이 소통을 가능케 하는 방법이지, 소통에 대한 강조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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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박영환기자 cjyoung@kyunghyang.com

청와대는 소통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불통’이란 말에는 펄쩍 뛴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얼마전 정책자문 교수들이 이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놀랐다. 서너시간 얘기하고나면 대통령이 소탈하고 권위적이지 않으며 ‘듣기’에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진짜 모습이 잘 알려지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기되는 소통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자기 존중, 자기 주장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자기 의견이 반영 안되면 소통이 안됐다고 생각한다. 일방통행 운운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일뿐”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밖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매일 저녁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나도 모르는 사람도 많이 만난다. 일일이 다 밝힐 수 없어서 그렇지 결코 소통을 안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 “최근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친서민을 이야기하는데 과연 소통이 없었다면 그렇게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잘못’ 형성된 계기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정부 출범 초 이른바 ‘강부자·고소영’ 내각 등 인사 문제로 “자기들끼리 다한다. 바꿀 생각은 않고 질질 끌면서 위기만 넘기려 한다”는 시각이, ‘촛불집회’ 과정에서 “바깥 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각종 ‘이명박표 정책·법안’을 추진하면서 밀어붙이는 것으로 각인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나 4대강 살리기 사업 같은 경우 이 대통령은 선택 자체는 옳다고 확신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면서 “잘못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면담 인사 편중’ 주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젓는다. 대선 때 신세를 졌던 사람들부터 우선 만나다보니 그렇게 됐으며, 특히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를 비롯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 불교 문제,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큰일이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이 너무 바빴고, 소통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촛불집회의 여파로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지지층 확보’를 위해 보수층을 겨냥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치우쳤을 뿐”이라는 것이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국정운영에서 더 많은 사람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노력은 필요하고, 따라서 현장 중심으로 소통 강화에 많은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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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영기자

# 지난달 30일 저녁 청와대 본관 세종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특정 주제를 놓고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하며 집중토론을 하는 ‘도시락 심야 국무회의’가 열렸다. 중점 토의과제는 ‘정책홍보 강화 방안’. 요즘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주제였다. 국무위원들의 결론은 이렇다. “현 정부 들어 280여개의 서민생활정책을 추진하고 복지예산 비중도 늘어났으나 이런 사실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정책 체감도가 낮다.” 정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4일 전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가지를 특별히”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이 크게 체감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부자를 위한다, 대기업을 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국민의 의견을 좀더 수렴하고 충분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례는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첫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가 국민과 현장과 격리돼선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따른 파문이 번지던 같은 해 5월13일 국무회의에선 “국민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아주 최우선의 과제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자신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고 당연히 장관들도 소통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열린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시간 가까이 ‘일방적 연설’을 하고 달랑 총장 세 명의 질문만 받고 끝냈다. 청와대가 ‘반쪽 소통’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촛불 사태’ 이후 정권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보수우파쪽으로 기울고, 소통이 치우친 점은 있다.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결속부터 하려는 흐름이 있었고, 실제 지지율이 30%로 회복되는 등 나름 효과를 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말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면서 ‘나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우리의 정책도 옳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일종의 ‘자기 확신의 재생산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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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호기자


# 지난해 말의 일이다. 국회는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기습상정으로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얼어붙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식’ 충돌 정치에 대한 비판도 비등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당시 대선 승리 1주년 기념식에서 “한나라당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던져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이 과반을 차지하던 미디어법 등 이른바 ‘MB입법’을 겨냥한 ‘입법 독주’ 독려였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추진을 두고 흔히 ‘과정’이 없다고 평가한다. 목표와 결과가 중요할 뿐 설득과 대화, 동의의 ‘정치적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밀어붙이기’ ‘속도전’ 등의 논란은 그 때문이다. 정치적 과정을 ‘낭비’로 여기는 ‘CEO 리더십’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명박 정부를 출범 2개월 만에 ‘누란의 위기’에 빠트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적 동의 과정 없이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20만명의 촛불시위대를 보며 “저 자신을 자책했다”(쇠고기 특별회견)고 했지만, 이후 수사 등은 자성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한반도 대운하도 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 “4대강 정비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며 오락가락하던 끝에 결국 지난달 29일 “임기중엔 (대운하를) 연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상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외교·안보·경제·사회 전 영역에 걸쳤다. 여당 내부에서도 수정론이 줄곧 제기된 ‘비핵·개방 3000’ 정책도 고수하고 있다. 올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까지 이어진 지속적인 ‘부자 감세’ 추진은 50조원 국채 발행 등 심각한 ‘재정위기’ 징후로 나타났다. 특히 종부세 감세안을 놓고 대치하던 지난해 말 여야의 잠정 타협안은 번번이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고집’에 막혔다.

최근 갑작스레 ‘중도실용론’의 간판이 된 사교육 대책은 자사고 확대 등 ‘MB식 경쟁교육’의 부작용이 원인이다. 당시 졸속 추진한 전국단위 학력평가는 전례없는 ‘시험 부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라며 강조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미디어법은 7개월째 여야 대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노동 유연화” 소신에 비정규직보호법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비정규직해고법으로 둔갑됐다.

이 같은 밀어붙이기의 문제점은 심지어 여당조차 배제하는 ‘독주’와 ‘불통’이다. 정책 여당을 앞세웠지만, 당정 협의도 “정부가 안을 만들어 오고, 그것을 보고 의견을 말하는 식”(정책위 관계자)이 현실이다.

또 불통은 갈등과 혼선을 낳는다. 실제 지난해 11월 대대적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이 여당 지도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발표돼 여당이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분열하는 진통을 겪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도 “서민들에게 상실감만 주는 정책이 된다”(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내부 반발을 샀고, 급기야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정부가 국회를 통법부로 본다”는 ‘경고음’을 발하기도 했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법’으로 강조해온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금융지주회사법)은 정작 여당 소속인 김영선 정무위원장의 ‘반란’으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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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ㆍ반대측 목소리는 듣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시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부라는 인상을 깊게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부자·대기업을 위한 경제정책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기업투자 확대→경기부양→성장’의 신자유주의 도식을 고수했다. 소득세·양도소득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과감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감세를 단행함으로써 국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만 51조원이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제2 롯데월드 허용 등 친재벌 정책도 비판을 받았지만, 밀어붙였다. 이 사회의 소수 기득권을 위한 그의 일방통행은 소통의 부재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 없는 노동정책

정부는 ‘비정규직보호법’(비정규직 2년 고용시 정규직 의무 전환)의 시행이 예고됐지만, 해고대란을 이유로 유예만 주장할 뿐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정규직 의무전환 비율 설정 등 노동계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노동자와 소통할 수 없는 노동정책이므로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5월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는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고 말한 것도 노동자 없는 노동정책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중심 교육정책

정부는 ‘경쟁과 자율’에 기반한 수월성 교육정책 및 영어중점 정책에 주력하면서, 이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하는 반대편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교육 양극화’ 우려를 외면한 채 국제중·자율형사립고 등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뉴라이트 진영의 일방적 시각이 교육정책에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예견된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4대강 살리기’ 강행

4대강 정비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환경부문에도 소통 부재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정부는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을 위한 ‘녹색 뉴딜정책’이라고 했지만, 환경단체 등은 “정부 계획대로 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면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반대한다.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의심들을 해소하지 않고 정부는 강행을 결정했다.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이재국 미디어팀장, 정유미 산업부 기자, 김종목 문화1부 기자, 백승찬 문화2부 기자, 선근형 사회부 기자, 이호준 정치부 기자, 이청솔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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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형·이청솔기자 ssun@kyunghyang.com


ㆍ2명중 1명은 영남·고려대… 4대 권력기관 더 편중

이명박 정부 공직 참여인사 중 대구·경북(TK) 출신이 20.3%,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 15.7%를 차지하는 등 영남 출신이 전체의 3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남(광주·전남·전북) 출신은 영남 출신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9.0%에 머물렀다.

또 출신대학별로는 서울대가 3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은 전체의 13.7%로 3위 연세대(8.8%)와 큰 격차를 보였다.

경향신문이 100명의 지식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불통 인물 1위’로 꼽힌 배경에는 이와 같은 동향·동문 위주의 인사정책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감사원, 군·검찰·경찰을 포함한 36개 부처·위원회·외청의 장·차관과 청장, 주요 실·국장 등 210개 요직을 거쳤거나 현재 재직 중인 인사 306명에 대한 출신 지역 및 학교 등을 조사한 결과, 영남 출신이 110명(36.0%), 고려대 출신이 42명(13.7%)으로 나타났다. ‘영남+고려대’의 교집합 15명을 빼면 137명(44.7%)이 영남 또는 고려대 출신으로 핵심 요직 2명 중 약 1명이 이 대통령과 동향 또는 동문인 셈이다.

특히 영남 편중현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출신 고등학교별 분류에서 경북고 출신은 18명(5.9%)으로 경기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경남고 9명(2.9%), 대구고 7명(2.3%), 부산고 5명(1.6%) 등 영남 소재 고교 6개교가 상위 15위 안에 포함됐다. 또 지방대 출신 32명(10.5%) 중 경북대 9명(2.9%), 부산대·영남대 각각 8명(2.6%) 등 영남에 위치한 대학 출신이 총 25명으로 78.1%나 됐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편중은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4대 기관의 전·현직 수장 8명 중 영남 출신은 5명(62.5%), 고려대 출신은 2명(25.0%)으로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또 4대 기관의 핵심 요직 인사 51명 중 영남 출신은 26명(51.0%)을 차지했으며 고려대 출신은 8명(15.7%)으로 평균을 상회했다.

명박 정부의 ‘성골’이라 할 수 있는 ‘TK+고려대 출신’은 총 9명으로 남일호·성용락 감사원 전·현직 사무총장, 노환균 대검 공안부장, 강희락 경찰청장,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 요직 중의 요직에 배치돼 있다. ‘PK+고려대 출신’은 6명으로 김성호 전 국정원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수만 국방부 차관,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등 전·현직 ‘실세’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소통을 방해하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식 의원은 “연고를 넘어 만천하의 인재를 두루 기용해야 한다”며 “직언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청와대와 정부에 많이 포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도 “지역이나 모교를 뛰어넘는 전문가 그룹 위주의 탕평인사를 실시해 누가 봐도 승복할 만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이 ‘지방선거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대통령의 측근들이 나서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정책자문교수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자문교수들이 측근인사 중심의 인재풀 운영을 비판하며 “좌우를 넘어 폭넓게 사람을 쓰는 방식으로 인적 쇄신을 하라”고 건의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면전환용이나 충격요법으로 인사를 해선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 바꿨다가 다음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더 세게 해야 하는데 그런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대통령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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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이호준기자 yhpark@kyunghyang.com

ㆍ경제인과의 만남 - 입장 청취·국정운영 반영
ㆍ서민층과의 만남 - 정책 알리고 설득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지난 1년6개월간의 공개 일정은 현 정권의 소통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기업인, 특히 대기업에 치중되고 노동자·서민에 대한 소통 부족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 방식에서도 계층적 차별성이 드러났다. 정치·경제인들의 입장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청취하고 국정운영에 반영한 반면, 서민층은 의견을 듣기보다는 주로 정부의 입장을 알리고 설득하는 대상이었다.

분석 대상이 된 210회의 소통 활동 중 이 대통령이 가장 많이 만난 직업군은 기업인으로 모두 46회였다. 소통 노력의 21.9%가 기업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기업인 중에서도 대기업 경영진들과의 소통이 30건으로 중소기업인과의 대화 16건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소위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에 따른 것이다.

반면 노동자들과의 만남은 16회로 경제인 소통의 35%에 그쳤다. 그나마 내용을 보면 노동계와의 소통은 연례행사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절을 앞둔 매년 4월30일 청와대 초청 오찬 두 차례와 지난 2월24일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가 노동계와 관련한 소통의 전부였다. 노동계 대표도 민주노총이 제외된 반쪽이었다. 나머지 13차례의 만남은 기업체 방문시 악수를 하거나 가벼운 환담을 하며 격려하는 정도에 그쳤다.

여의도 정치권과의 만남은 모두 29건으로 경제인과의 접촉보다 적었다. 그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16차례가 한나라당과의 소통이었으며, 야당 대표와의 단독 회동은 민주당 2회, 자유선진당 1회에 그쳤다. 나머지 10차례는 여야가 함께하는 자리였다.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만남도 18번으로 적지 않았다.

경제계나 정치권에 비해 교육·문화·종교 등 시민사회와의 대화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 대통령은 교사와 대학교수, 과학자 등 교육과학계 인사와 11번, 문화예술인과 4번, 종교인과 7번, 체육인과 6번 만났다.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한 일반 시민과의 소통도 6번 있었다. 여성계와의 대화는 지난해 7월16일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 여성계 주요 인사들과의 오찬이 유일했다. 시민단체와의 개별적 의견교환은 전무했다.


또 청와대가 최근 친서민 노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이 대통령의 행보는 그 반대였다.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들과의 만남은 농민 2번, 영세상인 5번, 환경미화원과 노점상 2번, 장애인 1번이 전부였다.

노동자들과의 만남 16번을 합쳐도 서민과의 소통은 26번으로 전체 일정의 12.4%에 불과하다. 서민층과의 소통 횟수를 모두 합쳐도 대기업 회장들과의 만남보다 적었다는 의미다.


소통의 방법과 수준에도 차이가 있었다. 기업인들과는 46차례 중 18차례(39%)를 간담회 형식으로 만났다. 식사 자리는 5번, 청와대 참모들이 배석하는 민·관합동회의 등 회의 형식을 통한 대기업 경영진과의 만남도 7번이나 됐다. 기업인들에게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규제완화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자신의 입장을 반영할 충분한 기회가 보장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업인들에게 “애로사항이 있으면 직접 전화해도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도 89.7%가 식사 자리를 통한 회동으로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었다.

반면 노동자들과 만난 16차례 중 오찬 회동은 3차례뿐이었고 나머지 13차례는 기업체 현장방문이었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인천 부평의 GM대우자동차 공장을 찾아 “고통을 분담해 회사를 지키면 1~2년 후 회생할 테니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했고, 노동자들은 “어려울 때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답하는 정도였다. 이 대통령에게 노동자는 경제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고 반영하기 위한 소통의 상대가 아니라 “열심히 일해 달라”는 격려의 대상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26일 한우농가 방문에서도 “일본에서 비싼 소는 1억원도 간다”며 “정부 도움만 기대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이문동 상가 방문시에도 뻥튀기를 사먹고 영세상인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대형 마트 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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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ㆍ“차별·고통받는 사람들 이해·공감이 필요하다”

어쭙잖게 해본 학생운동의 경험 때문인지 개인 대 개인의 관계보다는 오히려 집단과의 관계에서 소통과 설득의 실력을 발휘한 것 같다.

지금의 목동아파트는 서울에서 좋은 곳으로 평이 나 있지만 전에는 논밭이고 둑방 아래는 판자촌이 빽빽했다. 이동철(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이철용)이 쓴 소설 <목동 아줌마>에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비참하다 할 빈민지대였다.

그곳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신시가지 계획이 발표되니 혼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시 당국이 판자촌 주민이나 세입자에 관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원인도 있다. 경찰 통계로 데모가 100번 이상 있었다고 한다. 한때는 부구청장이 납치되었다고 와전되어 긴장되기도 했다.

첫 데모가 났을 때다. 수백명의 주민들이 양화교를 점거하고 김포가도를 차단했다.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나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달려가 데모 군중 속을 뚫고 들어갔다. 성난 데모 군중 속에서 혹시라도 망신이나 폭행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혼자 그들 속으로 들어가 악수를 하고 의견을 들었다. 그게 분수령과도 같았다고 할까. 그후로 나는 판자촌 주민·세입자들과 격의없는 관계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만에 하나라도 내가 경찰 저지선 안에 있는 데모 군중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경찰들 뒤에 있었더라면 그들과의 관계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후로 그들은 나를 의지하고 찾아와 상의를 했다.

노동부에 있을 때 한국노총 외에 또 하나의 노총이 생겨 난제가 되었다. 지금 민주노총이라는 그 노총 말이다. 복수노조 금지라는 법제 때문이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정부 방침은 새 노총을 묵살하는 것이었다. 나는 덩어리가 크고 대기업 중심이라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그들을 계속 무시하는 것은 마치 쫓기던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고 그들과 대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그들을 ‘불법’ 노조 운운하는 노동부의 표현을 ‘법외(法外)’ 노조로 바꾸라고 지시하고 그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때 ‘빨갱이’ 장관 운운의 모함도 나왔다. 미 대사관의 카트먼 정무참사관까지 그런 소문을 나에게 전해주었을 정도였다. 나는 그에게 “ ‘레드’(워런 비티 주연의 존 리드에 관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농을 쳤다. 민주노총의 합법화는 결국 김영삼 정권 말기에 엄청난 노동대란을 거치며 길을 트게 되었다.

얼마 전 관훈클럽의 한 모임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때 “지난날 신문 사설을 오래 쓰다 보니 그것이 버릇이 되어 좋다 나쁘다 분명히 이야기하기보다는 양쪽에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어중간한 선에서 결론을 내리는 글쓰기 습성이 되어 후회가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런 논법이 설득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후배기자의 의견도 나왔다.

그후 민주노동당 주간지 ‘진보정치’에 긴 인터뷰를 하게 됐다. 나는 이번에는 분명하게 말했다.

그런데 또 버릇이 살아났다. 민주노동당이 MB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기에 불가하다고 말한 것이다. 자칫 이솝 우화의 ‘늑대 소년’ 이야기처럼 “늑대다! 늑대다!”라고 계속 소리칠 때 국민의 불신을 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했다. 투쟁이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만 하며 거기에 맞게 단계단계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인터뷰에서 보수 언론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몰매주기와 같은, 눈에 띄는 판에 관해서도 말했다. 성당의 프레스코화는 가까이서 보면 금이 많이 가 있다. 갈라진 금 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체로는 아름답다. 민주노총의 결함을 지적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고, 그들도 크게 반성해 시정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6월 항쟁 이후 형성된 민주노총의 역사성과 현대 한국 정치사회에서 갖는 의의 등 전체적 맥락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영어에 Underdog란 표현이 있다. 불리한, 차별받는, 고통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양식 있는 인간으로의 이해와 공감이 소통과 설득의 바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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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1990년대 초반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공론장에 등장한 그는 에두르지 않는 직선의 문체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언론과 대적하던 지식인이 드물던 시절 언론 개혁의 화두를 들고 나왔다. 신문의 독자란부터 사설까지 텍스트를 낱낱이 까발리는 특유의 ‘문헌 조사 방법론’을 선보인 것도 이때였다. 이미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극우언론’으로 규정하고, ‘이념적 반동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강준만의 활동은 이후 안티조선의 주요 논거가 됨으로써 안티조선 운동을 촉발시킨 주인공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비평 대상은 점차 정치·경제·문화·사회 전반으로 확장된다. 허위의식으로 점철된 한국 지식 사회, 주류 사회의 ‘성역과 금기’를 깨트리는 게 당시 강준만의 사명이었다.

준만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린 것은 95년 출간한 <김대중 죽이기>였다. 정치인과 선거, 지역감정의 문제를 도발적으로 제기했다. ‘대중(大衆) 지식인’이 아니라 ‘대중(大中) 지식인’, ‘전라도 광신자’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주의 문제의 본질을 계속 헤집고 다녔다. 지역주의에 관한 문제 의식은 2002년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에서 심화돼 나타났다.

강준만은 2명의 대통령 당선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지식인’이자 ‘정치 비평가’였지만 지식 사회를 떠나지 않았다. ‘강준만 교수’로서 비판·비평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강준만’을 규정하는 개념어가 된 ‘실명비판’을 통해 수많은 유명 인사들에게 칼과 창을 휘두르며 ‘90년대’를 관통했다. 지연과 학연 등 비이성적·비합리적 기제로 작동되는 지식 사회의 폐부를 찌르고, 난마 같은 기득권의 카르텔을 베어낼 듯한 기세였다. 전투적 게릴라 지식인, 지식 사회의 사무라이, 문화 반란의 기수란 호칭이 따라붙었다.

강준만의 주무기는 논리와 이성이었지만, ‘전사’답게 분노와 적개심도 공공연히 드러냈다. 피아 구분과 시비도 뚜렷했다. 97년 창간한 1인 저작물인 ‘인물과 사상’ 시리즈를 통해 ‘이성과 분노’에 기반한 강준만식 글쓰기는 정점에 이른다. 강준만은 98년 언론 인터뷰에서 “감정도 논리다. 내 글의 원동력은 분노다. 당신들이 논리 찾고 대안 찾으며 머뭇거리는 동안 언제 저 나쁜 자를 응징하겠느냐”고 말했다. 김대중(조선일보 주필)·조갑제 등 보수 인사뿐만 아니라 백낙청·손호철 등 진보적 지식인들에게도 칼날을 겨눴다. 독자들은 열광했고, ‘강준만 신드롬’이 일었다. 적들도 많아졌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육두문자까지 마다하지 않는 독설 때문에 ‘테러리스트’라는 말까지 나왔다. ‘오만과 독선’은 강준만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당시 강준만에게 ‘소통’의 여지는 없어보였다. 한 인터뷰에서는 “비판하는 인물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다. 나는 그들을 폭격하겠다”고 했다. “논쟁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없다”는 그의 지론은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됐다.

시비와 호오가 분명했고, 양비론을 언제나 용납하지 않을 것 같던 강준만이 드디어 변했다. 2004년 초반 그는 ‘중간’과 ‘소통’에 관한 고민을 드러낸다. 전혀 그답지 않은 주제들이었다. 강준만은 김구 선생의 좌우 통합 노력을 예로 들며 “중간파를 다시 보려는 진지한 시도를 하지 않는 한 분열과 대립의 수렁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분당 사태는 ‘중간과 소통’에 관한 문제 의식을 깊게 했다.

강준만은 한국일보 칼럼(2004년 3월15일자)에서 “저를 존경한다던 분들이 열린우리당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제게 돌을 던지고, 어떤 분들은 제가 대통령님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로 호되게 비난한다. 대화 불능의 상태다. 도무지 저 같은 중간파가 설 땅이 없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또 “나의 퇴출만이 해법”이라며 ‘인물과 사상’을 33호를 끝으로 폐간했다. 한국 사회의 이분법에 대한 절망의 표출이었다.

이후 ‘교양주의’ 저술을 병행하면서 ‘소통론’도 구체화해 나간다. ‘소통의 정치경제학’, ‘중간이 없는 이유’ 등의 ‘중간과 소통’에 관한 칼럼을 꾸준히 내놓았고, 2008년 9월에는 원용진(서강대), 조흡(동국대), 이창근(광운대) 등 언론학자와 함께 ‘소통포럼’을 만들며 소통의 전도사로 나섰다. 최근에는 소통에 관한 글을 모은 <대한민국 소통법>을 냈다. 강준만은 책 머리말에서 “소통을 역설하는 주장은 지지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기 주장을 더 앞세우는 모든 세력들로부터 비난받기 십상”이라며 “잘 알면서도 ‘커뮤니케이션 코리아’를 외치는 건 우리 인간이 (소통의) 희망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상 시대를 한발 앞서 갔던 그였다. 그가 최근 소통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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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ㆍ‘소통 대한민국’으로 가자 더딜망정 방향은 그렇게 잡자

10여년 전 지방언론을 주제로 한 어느 세미나에서 지방언론의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말했다가 청중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무언가 도움이 될 말이 있겠다 싶어 만사 제쳐놓고 참석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 무책임하지 않은가”라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맞다. 그래서 모든 세미나는 적어도 끝날 땐 반드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청중의 노고에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말이다.

 


1990년대 거침없는 논리와 독설로 한국 주류·지식 사회의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던 강준만교수는 2000년대 이후 소통의 전도사로 나서 ‘커뮤니케이션 코리아’를 역설하고 있다. |경향신문자료사진

‘소통’에 대해 말하려 하니 그때 생각이 난다. 소통의 전망에 대해 나는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잠자코 있지 왜 소통에 대해 글을 쓰는가. 왜 소통이 어려운지 그 이유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게 나의 답이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소통을 죽이는 데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소통을 외치는 일이 무더기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둔감이 바로 소통의 적이라는 걸 널리 알리고 싶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은 소통의 원흉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아니 그 이전에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소통을 사랑했던 것인지 그걸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은 한국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에서 한번도 대접받지 못한 개념이다. 선악(善惡)의 대결구도에서 또는 그렇게 믿는 상황에서 소통은 그 어느 쪽에도 미덕이 아니다. 인권과 정의의 편에 선 사람도 오직 강한 신념으로 무장해야지 소통을 시도한다는 건 ‘기회주의자’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우리는 그런 세월을 10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도 소통은 존중받지 못했다. 연고 중심의 ‘배짱’과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소통을 대체했다. 물론 그게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정(情)을 나누고 시간을 절약하는 효율성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의 ‘빨리빨리’가 저주이자 축복인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우리는 소통이 대단히 좋은 것처럼 말하지만,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빨리빨리’가 외쳐지는 사회에서 소통은 관료주의적 번문욕례(繁文縟禮)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일을 권력이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일 때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소통의 과정을 건너 뛴다고 비판하진 않는다. 우리가 소통을 외칠 땐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일을 권력이 밀어붙일 때다. 즉, 우리 사회에서 소통은 이미 이념·정략에 오염된 개념이라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이 소통의 원흉이라는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그 이전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정권 탄생에 표를 던지지 않은 유권자들과 소통을 했던가 하는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쉬운 일 같지만,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다 그르다’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가치를 강하게 내세우면서 소통의 대상과 의제를 차별하는 순간 소통은 무너진다. 정권별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소통은 우리 모두의 문제로 돌리는 게 옳다. 크게 보아 7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다.

첫째, 승자독식주의다. 승자가 독식을 하는 체제 하에선 소통은 미덕이 아니다. 전혀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무조건 이기면 되는 것이지, 소통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선거란 헌법이 보장하고 국가가 공인해주는 승자 독식의 도박 축제다. 정치라는 도박산업이 관장하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양을 대폭 빼앗아 시민사회의 자율 영역으로 돌리지 않는 한 소통은 계속 쓰레기 취급을 받게 돼 있다.

둘째, 초강력 중앙집권주의다. 한국정치의 최대 특수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서울 1극 구조’다. 이건 서양 정치이론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한국적 현상이다. 한국 정치에서 미디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정당 등의 매개조직을 경유하지 않은 채 미디어를 통한 ‘직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풀뿌리 소통’이 없는 가운데 미디어 장악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게 한국 정치의 주요 업무다.

셋째, 서열주의다. “나는 무엇이다”보다 “나는 어떠해야 한다”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은 말로 소통하는 게 아니라 서열과 등급과 계급으로 소통한다. 서열의 내면화로 인해 출세주의가 만연해 있고, 이는 공적 영역에 대한 불신을 가져와 소통을 이중으로 어렵게 만든다.

넷째, 지도자 추종주의다. 세가지 이유가 있다. (1) 고난과 시련의 역사로 인한 ‘영웅 대망론’이다. (2) 이념과 같은 추상보다는 사람에 더 잘 빠지는 체질과 더불어 한번 마음 주면 웬만해선 돌아서지 않는 의리·정 문화다. (3)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모든 걸 빨리 해결하고 싶어하는 ‘빨리빨리 문화’다. 대중의 소통권은 지도자들에게 헌납된 가운데 지도자의 ‘오빠부대’로만 기능하는 사회에서 소통이 가능할 리 없다. 지금 우리는 지도자 추종주의 자체를 문제삼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지도자만을 바라보며 추종하거나 탓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섯째, 극단주의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최대형의 의도와 최전선적 논리’에 집착하고 이에 따라 갈등세력 강경파들 간의 ‘적대적 공존’이 발생한다. 소통을 근거로 합리적·생산적 경쟁체제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들은 파편화돼 있어 조직화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참여에 대한 반대급부로 줄 게 없기 때문이다. 공직을 줄 수도 없고, 다른 인정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도 없고, 통쾌하고 후련한 ‘카타르시스’도 주지 못한다. 특정 이념·노선·당파성을 내세워 지지자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탁월한 논객들은 많지만, 소통을 외치는 논객이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섯째, 이념의 사유화다. 자신이 내세우는 명분과 이념에 대해 조금만 신축성을 보이면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편의 명분과 이념을 갖고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물론 타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명분·이념에 자신의 사적 이익을 다 걸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적 이익은 넓은 개념이다. 자신이 주도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인정욕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 인정욕망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승리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나타나는데, 실제로 이게 ‘소통 죽이기’의 주요 토대가 된다.

일곱째, 각개약진(各個躍進)이다. 각개약진이란 적진을 향해 병사 각 개인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걸 뜻하는 군사용어다. 각개약진은 한국적 삶의 기본 패턴이다. 공적 영역과 공인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해 사회적 문제조차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돌파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심심하면 벌어지는 집단적 열광의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집단적 열광은 각개약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집단주의 축제다. 카타르시스가 목적일 뿐 소통이 설 땅은 없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은 구조적으로 소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사회가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얻게 되는 ‘수익’이 있다는 것도 바로 보아야 한다. 한국인들은 합리적인 소통 가능성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에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사회진화론적 세계관을 수용해 각개약진형 경쟁에 임하고 있다. 속된 말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속설을 신봉하는 것이다. 대학입시 전쟁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기존 경쟁체제를 옹호하는 보수파들의 세계관이 바로 사회진화론인 셈이다. 물론 그걸 ‘수익’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반론은 가능할 것이나, “개인 실력으로 소통하라”는 인생관이 낳는 사회적 효과도 외면하지 않아야 이 문제에 대한 논쟁적 소통도 가능하다는 건 분명하다. 즉, 우리 사회가 약자들에게 가혹한 건 특정 권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의 귀결이라는 걸 바로 보자는 뜻이다.

‘소통 대한민국’으로 가자. 더딜망정 방향은 그렇게 잡자.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방향조차 그쪽으로 틀지를 못했다.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생각은 잠시 접자. 서로 충돌하는 모든 집단들이 각자 다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선거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면 모를까, 그걸 하기로 한 이상, 또 그걸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이상, 이젠 달리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미우나 고우나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옳건 그르건, 그 누구도 완승(完勝)은 가능하지 않으며, 누가 이기건 승자 독식주의는 나라를 망치는 짓이니, 소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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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 

 경향신문의 설문에 응답한 지식인 100명이 뽑은 ‘소통을 잘하는 인물’(소통 인사)들의 공통점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사고의 유연성’ ‘세련된 언어구사 능력’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통을 잘 못하는 인물’(불통 인사)들은 특정 세력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대변하거나 이에 맞서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상대방을 자극하고 폄훼하는 언행을 일삼는 점 등이 지적됐다.

소통 인사 2위로 선정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균형감각, 합리적 사고방식, 부드러운 대화 방식 등이 두루 인정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헌 변호사는 “박 교수는 균형감각이 탁월한 데다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고도 사심 없이 밝힌다는 면에서 소통의 본 뜻을 구현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박 교수는 자신의 생각과 원칙이 강하지만 이를 부드럽고 자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3위에 뽑힌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폭 넓은 안목’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재교 인하대 교수는 “최 교수는 진보와 보수 양 쪽의 이념과 논리를 넘나들 줄 아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어느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소통 인사 4위와 5위로 각각 뽑힌 백낙청 서울대 교수와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합당한 근거를 제시한다”(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좌우에 편향되지 않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가감없이 비판한다”(최재규 자율교육학부모연대 공동대표)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6위에 선정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김용갑 전 의원은 “타인의 말을 굉장히 진지하게 경청하며 말을 할 때도 상당히 진지하다”며 “입에 발린 소리만 늘어놓는 다른 정치인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공동 6위에 뽑힌 강준만 전북대 교수에 대해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을 거부감 없이 공론화시킨다”고 밝혔다.


보수적 성향의 지식인들로부터 ‘소통할 만한 진보 인사 1위’로 뽑힌 김호기 연세대 교수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곧잘 과시하는 도덕적 정당정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차병직 변호사를 꼽은 이헌 변호사는 “변호사가 공익활동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에도 차 변호사는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한다”고 설명했다.


진보 지식인들이 ‘소통할 만한 보수 인사 1위’로 선정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언어구사능력도 세련됐고, 대중이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박상필 성공회대 연구교수)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중도 지식인들로부터 ‘소통할 만한 인사 1위’로 선정된 박세일 서울대 교수에 대해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박 교수는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통용될 수 있는 어떠한 이념과 의견도 배제하지 않고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꼽으며 “자신의 이상적 가치와 현실을 조화시키는 능력을 지녔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불통 인사 2위로 뽑힌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지나친 이념 중시, 과격한 언행 등이 지적됐다. 윤창현 교수는 “강 대표의 언행은 거부감 투성이라는 측면에서 진보진영의 자산이 아닌 부채”라고 평했다. 이재교 교수는 “강 대표는 ‘민중·농민’이라는 오직 한가지의 가치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대화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가장 중요한 소통은 대중과 함께 호흡을 하는 것인데 강 대표는 ‘서민’들과 연관이 있는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모습을 드러낸다”며 강 대표를 소통 인사로 선정했다.

강 대표와 함께 공동 2위에 선정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이념 과잉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조 전 대표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친북·좌파로 매도하며 대한민국 불순 세력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교수는 “조 전 대표의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입에서 무슨 말만 나오면 될 것 같은 소통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불통 인사 명단 4위에 이름을 올린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에 대해서는 “언어 폭력 수준이 심각하다”(이헌 변호사),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불통 현상을 초래한다”(김종석 교수) 등의 평가가 내려졌다. 하지만 김상조 교수는 “진 교수는 상대방 주장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진 교수를 소통 인사로 뽑았다. 불통 인사 5위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하승우 교수는 “전 의원의 발언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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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ㆍ500만표차 승리에 도취 사회적 약자 안만나고 쓴소리하는 측근 없어

경향신문 설문에 답한 지식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을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압도적 표차의 대선 승리 △지역적·계급적·정책적 편향 △고정되고 한정된 인력 풀(Pool) 문제를 지적했다. 

 

격주 라디오 연설 녹음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홈페이지 제공

우선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소통의 방식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대통령의 이문동 재래시장 방문을 다룬 YTN 돌방영상 ‘살기 좋은 세상’편은 ‘MB식 소통’의 기본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대형 마트 때문에 상권이 다 죽는다”는 상인의 호소를 듣지도 않고 다른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한 구멍가게에서는 주인 말에는 답하지 않고 수행원들에게 ‘뻥튀기’를 사라고 권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대형 마트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상인들에게 “예전 내가 노점상할 때는 끽소리도 못하고…. 지금은 이야기할 데라도 있으니 좋잖아”라고 했다. “소통을 하려면 들어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소통의 시작이고 소통의 전부다. 이 대통령은 말을 줄여야 한다”(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의 리더는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은 1970년대 식으로 자신이 모두 이끌려고만 하고, 남의 생각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며 “소통의 중요한 경로인 정당을 자신을 뒷받침하는 도구로만 여기니까 소통이 안 된다”고 했다. “소통은 무형의 업적인데 CEO 출신이다보니 유형의 업적만 추구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타도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소통의 계급적 편향성도 ‘불통 인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최근까지 전경련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단 등과의 만남은 이어갔지만 사회적 약자·소수자 특히 정부 정책 반대 그룹과는 대화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정책 편향성’과 라디오 대화 등 방식의 일방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소통은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서민들과 하는 것인데 특권층, 부자들을 위한 정책만 쓰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며 “라디오에서 사람들한테 말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2위와의 압도적 표차의 승리도 ‘불통’의 근거로 제시된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정치가 무서운 세계라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없고 자기도취적이다”이라며 “이 대통령이 너무 큰 표차로 승리한 게 문제다. 그것이 대통령의 입지를 현저하게 좁게 만들고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또 “검찰과 경찰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절대로 아닌데, 너무 쉽게 과거의 권력기반으로 통치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고 있다”면서 “지금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파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해동 성균관대 교수는 “합리적인 논거에 근거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 도덕·규범의 타당성과 아울러 정치권력의 정당성도 주어진다”며 “그러나 지금 정권은 선거만이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근거인 양 착각하고 500만표 차이를 자랑처럼 내세우면서 소통을 단지 겉치레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것을 위임받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국민 의사를 반영하지 않거나 반대에도 밀어붙이는 사이비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위임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규 자율교육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에 있는 인력들이 너무 좁아 선거 때 이 대통령 주위에 맴돌던 사람들을 바꿔가며 쓰고 있다”며 “주위 측근들이 만날 좋은 얘기만 해주니 그 밖의 세계가 보이지 않고,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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