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한국, 소통합시다'에 해당되는 글 79건

  1.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최장집·진중권, 보수로부터 극과극 평가
  2.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소통 4위 안병직 이사장 “욕 먹더라도 좌우 공생위해 대화 노력” (2)
  3.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불통 2위 조갑제 대표 “종북을 진보라 하면 대화 못해” (19)
  4.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소통 4위 노회찬 대표 “원하는 것만 듣다간 자기합리화 위험” (2)
  5.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불통 2위 강기갑 대표 “원내투쟁 때 과격하게 비친 듯”
  6.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2위 박효종 교수 “하고 싶은 말의 80%만 했다” (2)
  7.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소통 인물, 불통 인물 누군가
  8. 2009.07.05 [한국, 소통합시다③](3) 소통과 불통 사이-나를 말한다 소통 1위 박원순 (2)
  9. 2009.07.02 [한국, 소통합시다②]“우리 언론이 소통을 말할 자격 있나”
  10. 2009.07.02 [한국, 소통합시다②]소통 가로막는 조직은?
  11. 2009.07.02 [한국, 소통합시다②]불통은 ‘관용 없는’ 승자 독식주의의 산물
  12. 2009.07.02 [한국, 소통합시다②]이념성향 기초 100인 선정…과학적 분석 시도
  13. 2009.07.02 [한국, 소통합시다②] 누가 소통을 가로 막는가
  14. 2009.07.02 [한국, 소통합시다②](2)지식인·논객 100인에게 묻다 - 소통의 조건
  15. 2009.07.01 [한국, 소통합시다①](1) 한국은 왜 막혀있나
  16. 2009.07.01 [한국, 소통합시다①]“소통장벽 이미 심각한 수준…차이 인정하며 서로 변화를”
  17. 2009.07.01 [한국, 소통합시다①]짬뽕 먹겠다, 설렁탕 먹겠다, 싸우기만 할건가
  18. 2009.07.01 [한국, 소통합시다①]터져 나오는 ‘소통 욕구’
  19. 2009.07.01 [한국, 소통합시다①]“배제·억압의 권위주의 문화가 불통사회 만들어”

이청솔기자

ㆍ진 교수 “상식에 기초해 말했을 뿐”

최장집 고려대 교수(왼쪽 사진)는 경향신문 지식인 설문 결과 ‘소통 잘하는 인물’ 3위(8명)로 꼽혔다. 보수 인사들로부터는 ‘소통할 만한 진보 인사’로 선정됐다.

최 교수는 정치학 원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의 정치 현실에 관한 실천적 이론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원장을 맡는 등 현실 정치에 몸담은 적도 있지만 이후 ‘입신’과는 거리를 둔 채 학문·저술·강연 활동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와 권력 작동 방식에 관한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 집회’ 이후 직접 민주주의 가능성 문제에 대해 최 교수는 정당의 강화, 실질적 민주화 등 대의 민주주의 제도의 확립을 강조해 몇몇 소장파 진보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 교수는 1943년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은 e메일과 전화를 통해 최 교수와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설문 조사 결과 ‘소통을 못하는 인물’ 4위로 뽑힌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오른쪽)는 “그런 식의 설문 조사에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에 대해서 별로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 표현이 너무 과격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레토릭의 문제를 말하는 것인데 나는 피곤하니까 자기들이 나서서 소통하라고 해라”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성향 지식인들이 주로 소통을 못하는 인물로 뽑은 것과 관련해서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충분히 알아듣게 이야기했는데 그 사람들이 머리가 굳어서 못 알아듣는 것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보수 응답자 26명 가운데 8명이 진 교수를 불통 인물로 꼽았다.

진 교수는 또 “상식에 기초해서 이야기하고 상식에서 벗어난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공론의 장에서 적절히 견제하는 것이 나의 소통 원칙”이라며 “내 주장은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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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솔기자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은 2000년대 들어서는 뉴라이트 운동의 대부로 불리며 대안교과서 집필을 주도했다. 시대정신의 전신인 뉴라이트재단 이사장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 ‘소통 잘하는 인물’ 4위 선정에 대한 소감은.



“소통은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것인데 정치인이 아닌 내가 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외다. 한국의 좌우가 공생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여러 번 토론회를 연 뜻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헌법체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있고 그것을 중심축으로 해서 극우와 극좌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좌우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더욱 잘되게 하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들어갈 수 있다.”


- 소통 잘하는 인물 상위권에 정치인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어떻게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느냐가 문제인데 정치권은 전혀 그런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싸우기만 한다. 거기에 무슨 소통이 있나.”


- 보수적 지식인으로 변절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텐데.

“그것도 그렇고, 보수 쪽에서는 내가 진보 인사들과 소통을 한다니까 옛날 버릇 못 버렸다고 욕을 한다. 나와 함께 운동하는 진보 인사들 역시 그쪽에서 욕을 먹는다. 그런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운동하는 것은 NGO가 먼저 이것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생명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먼저 나설 수 없다.”


- 진보 인사들과 소통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역사인식이나 사회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일부 있다. 첫째는 종북주의가 문제인데 그건 일종의 신앙이지 객관적인 사관이 아니다. 둘째는 역사가 이미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혁명주의에 집착하는 것이다. 혁명은 역사에서 성공한 일이 거의 없다. 자유주의 혁명도 한 번에 성공한 일은 거의 없고 혁명과 반동이 반복됐다.”


-사회의 소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진보와 보수가 공생하며 경쟁·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예전의 좌우합작처럼 무원칙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서로 같이 어울리는 연합회적 사회단체를 하나 만드는 데 성공하는 것이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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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경 선임기자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다고 비판할 정도로 보수 이념에 철저한 보수 논객의 대표자이다. 해방둥이로 일본에서 태어난 조갑제 대표는 심층·르포기사로 필명을 높인 진보성향의 기자였으나 민주화 이후 보수논객으로 변신했다. 월간조선 편집장, 월간조선사 사장을 지낸 그는 좌파를 비판하는 글쓰기와 북진통일론, 전국을 누비는 강의로 유명하다.


- 소통하지 못하는 인물 2위로 나왔다. 왜 진보세력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가.


“한국의 진보는 진정한 진보가 아니라 좌파, 쉽게 말해 빨갱이들이다. 한국엔 헌법수호세력 대 헌법파괴세력, 애국세력 대 반역세력,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이 있을 뿐이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없다. 최악의 보수세력인 김정일 정권을 따르거나 편드는 좌익세력을 ‘진보’라고 미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좌익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친북·종북(從北)이라고 정확히 밝히면 그들과 무엇이 조국과 국민을 위한 길인지 대화할 생각이 있다. ”


-우파와 좌파, 혹은 보수와 진보가 왜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나.



“한국사회를 보수, 진보라는 틀로 분석하는 것은 빨간색 안경을 끼고 운전하는 것, 또 몸무게를 센티미터로 표시하자는 것과 같다. 한국사회에서 보수로 분류되는 이들은 위대한 진보세력이고, 진보로 분류되는 세력은 대부분이 퇴보세력이다. 따라서 보수, 진보라는 분석법을 동원하는 자들은 퇴보세력을 진보로 위장시키려는 사기꾼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과도 소통이 되기 어렵나.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기간에 만났을 때 이 대통령은 묻지도 않았는데 내게 ‘중도는 이념이 아니다. 세상에 중도란 이념이 어디 있는가. 나는 우파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주장하던 이 대통령이 가겠다는 길이 이념적 중도실용이라면, 즉 좌도 우도 아닌 그 중간선이라면 이는 우파의 핵심가치인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 수호 포기행위로 탄핵감이다. 좌와 우를 동격으로 놓고 다 비판한 다음 나는 제3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자신의 비겁성을 도덕적 우월성으로 포장하려는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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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hjlee@kyunghyang.com


‘소통 잘하는 인물’ 4위에 꼽힌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대표적인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소통을 잘하는 인물 4위에 꼽혔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은 주장을 선명하게 하면 불리하다는 판단에서 터부시하는데, 저는 주의주장이 선명한 편이다. 저는 그보다 주장이 어떻게 잘 전달되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정치를 ‘배달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중요하다. 평소 주장할 때도 한편으로는 선명히 얘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쉽고 일상적이고, 감동적으로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토론의 달인으로도 불린다.

“보통 토론에서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꺾으려 하는데 확실한 자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논리에 밀린다고 설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토론할 때 시청자를 의식하면서 말한다. 토론은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지, 상대방을 말로 이기는 과정이 아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우선 들어야 한다. 또 전달받는 쪽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생각과 처지에 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잘 안 듣거나, 원하는 것만 듣다보면 이야기할 때 자기 합리화 속에서만 얘기하는 현상이 생긴다.”


-불통현상에 대한 진보 진영의 책임론도 나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보 진영의 소통 역시 대단히 부실하다.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진보 진영이 비정규직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렇다고 비정규직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나? 그럴 때 사회의 낮은 정치의식을 문제삼기보다 이슈를 제기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민심보다 공중에 떠 있는 일들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는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진보 진영은) 자신들의 치부나 병폐, 노선의 문제점을 과감히 드러내고 시인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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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보수 진영 지식인들의 몰표를 받으며 ‘소통 못하는 인물’ 2위로 꼽힌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앞으로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분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민운동가 출신으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실세인 이방호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소통 못하는 인물’ 2위에 뽑혔다.


“저도 알고 보면 상당히 부드럽고 가슴 따뜻한 사람인데 소통을 못하는 인물로 꼽혀서 다소 아쉽다. 아무래도 노동자, 서민 등 약자의 편에서 원내활동을 하다 보니 때로는 과격하고 투쟁적인 면만 부각돼서 그런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주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 너무 과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저 역시 국회에서 싸움하고 반대만 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묵살된 채 170석이 넘는 거대여당의 일방독주가 일상화되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냥 박수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하는 여당의 일방독주에 대한 저항의 몸짓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보수성향 지식인들이 ‘소통 못하는 인물’로 강 대표를 많이 뽑았다.

“앞으로 그런 분들께도 고집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강직한 면을 뛰어넘어 여유 있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겸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나.

“현장을 많이 다닌다. 노동자, 농민뿐 아니라 시장상인, 영세자영업자, 청년학생 등 많은 이들을 직접 만나서 삶의 애환과 정치권에 대한 바람을 듣는다. 그 과정에서 제가 가진 좋은 면은 살려가고 부족한 면은 채워가면서 우리 사회 불통현상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


-우리 사회 불통현상에 대한 우려가 많다.

“오기와 독선, 야당배제와 국민무시의 정치가 일상화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서민을 위한다면서 안으로는 여전히 서민을 죽이는 이율배반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을 속이는 것은 걷잡을 수 없는 국론의 분열과 불통현상을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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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

경향신문 설문조사에서 ‘소통을 잘하는 인물’ 2위로 뽑힌 대표적인 보수 지식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과)는 “하고 싶은 말의 80%만 하는 것이 소통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 신학부 석사를 마친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1999년 서울대에 부임한 후 뉴라이트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이자 ‘교과서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소통 잘하는 인물’ 2위로 뽑혔다.

“소통을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평가를 해주니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방향이 있지만 그것들을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도 정제된 언어와 태도로 임한 것이 비교적 반감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다.”


-소통을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평소 ‘절제’라는 화두를 가지고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다 얘기하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면서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다. 생각나는 것을 다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듣기에 거북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의 80%만 하려고 노력한다. 또 상대방이 심한 이야기를 할 때도 바로 맞대응하기보다는 조금 약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대화한다.”


-교과서포럼 등에서 활동하며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도 험한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인터넷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프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직접적인 답변이나 해명을 할까 하는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우리 사회에서 나만 그런 오해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회가 더 발전하면 감정 섞인 비난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참았다. 시간이 흐른 후 내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도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수 인사들이 주로 소통을 잘한다고 꼽았다.

“나 말고도 보수 인사들 중에는 소통을 잘하는 분들이 많다고 본다. 나름대로 극단적인 어휘나 표현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것이 인정받은 듯하다.”


-진보 인사들과 소통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같은 개념이라도 이해하는 내용이 너무 다를 때 소통이 참 어렵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나 ‘표현의 자유’ 같은 개념이 그런데,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전제를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문제를 넘어서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주 만나서 서로의 차이에 대해 들으려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진영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유할 수 있는 개념의 영역이 넓어진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어디가 어떻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전국교수노조에 계신 한 교수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같이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입장이 많이 달라도 생각의 차이가 의외로 크지 않았다. 공유할 수 있는 게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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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우리 사회에서 소통을 가장 잘하는 인물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소통을 가장 잘 못하는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이 꼽혔다.

경향신문이 진보·중도·보수 지식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열하고 막힌 한국, 소통합시다’ 특집 기획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26명이 박원순 이사를 소통을 잘하는 인물로 꼽았다.

다음은 박효종 서울대 교수(9명), 최장집 고려대 교수(8명),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각 7명),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6명), 강준만 전북대 교수·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시인 김지하씨(각 5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소설가 이문열씨(각 4명) 순이었다. 성향별로 보면 진보 응답자 36명 중 15명, 중도 성향 27명 중 7명이 박원순 이사를 꼽았다. 보수 응답자 26명은 박효종 교수(6명), 안병직 이사장(6명), 김지하 시인(4명)을 소통을 잘하는 인물로 꼽았다. 중도 성향 27명은 박원순 이사(7명)와 박근혜 전 대표(4명)를 소통 인물로 지목했다.

1
00명 가운데 79명이 소통 인물 설문에 응답했으며, ‘무응답’으로 분류된 21명 중에는 “소통 잘하는 인물이 없다”거나 “꼽기 힘들다”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가장 소통을 못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88명이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3명이 이명박 대통령을 꼽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각각 22명으로부터 불통 인물로 지적됐다. 다음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16명), 민주당 정세균 대표(6명),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6명) 순이었다.

진보 성향 응답자들은 주로 이명박 대통령(27명), 조갑제 전 대표(11명), 전여옥 의원(5명)을 지목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는 강기갑 대표(14명), 진중권 교수(8명)를 꼽았다. 중도 성향 응답자는 이명박 대통령(9명), 조갑제 전 대표(7명), 진중권 교수(7명), 강기갑 대표(6명) 순이었다.

진보 성향 응답자들이 꼽은 소통할 만한 보수 인사는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5명)와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5명)이었다. 그 다음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4명),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박효종 교수·이상돈 중앙대 교수·인명진 목사(각 3명) 순이었다. 보수 인사들은 최장집 교수(4명)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4명)를 소통할 만한 인물로 뽑았다. 중도 인사들은 진보·보수 인사 중에서 박세일 교수(8명), 박원순 이사(6명), 안병직 이사장·소설가 이문열씨·최장집 교수(각각 3명)를 꼽았다.

설문 응답자의 성향 분류는 ‘스스로 진보(보수·중도)라면 소통할 만한 보수(진보) 인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기준으로 진보(35명), 중도(27명), 보수(26명)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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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ㆍ“떡볶이집 찾는게 서민과 교감하는 건가요”

‘원순씨’와 ‘도요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3)는 사무실에서 ‘원순씨’로 불린다. ‘원순씨’로 부르기를 머뭇거리는 이가 있으면 멸종위기종인 ‘도요새’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작지만 멀리 나는 넓적부리 도요새.

서울 종로구 평창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난 것은 지난 1일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1년 열두달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일하는 그가 바쁜 일정을 겨우 마친 뒤였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 사무실에서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기남기자

 

박 이사는 지식인 100명이 뽑은 ‘소통을 가장 잘할 것 같은 인물’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큰일이네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박 이사는 1974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학생운동을 하다 중퇴했다. 82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사가 되기도 했으나 결국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94년 참여연대를 만들었고 2002년 희망과 대안, 창의를 찾겠다며 아름다운 재단을 출범시켰다.

-소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소통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소통은 어떤 결론이나 진실, 진리를 찾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소통이라는 참여와 합의과정을 거친 결론은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실 작은 조직에서도 소통이 안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어떤 조직이건 수장이 되면 쉽게 터놓게 얘기하기가 힘들어지지 않습니까. 상사로 생각보면 무슨 일이든 지시가 되기 때문이죠. 좋은 사람들의 지혜가 모이고 자연스럽게 의견이 결정되는,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국가권력의 최정상이라면 소통을 위해 더 노력하고 성찰해야겠지요.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성찰말이죠.”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을 위해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참여하십니까.

“저는 중도가 아닌가 봅니다. 휴대폰을 잘 들고 다녀야 하는데 연락이 안 왔어요(웃음). 중도는 적대적인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품을 줄 알아야 합니다. 도대체 누구와 함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누구와 국정을 논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천한다는 것인지 대통령의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이 대통령과는 소통이 잘 안된다고 보십니까.

“저는 어떤 지식인이나 사회단체장보다 이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친밀했다고 볼 수 있지요. 서울시장 시절 아름다운 가게에 월급을 기부했고 서울숲이며 뚝섬의 벼룩시장도 함께 만들었어요. 아름다운 가게의 명예고문으로 모셨을 정도니까요. 솔직히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뺄 때만 해도 실용정부가 되지 않을까 잠깐 믿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표를 몰아줄 때와 너무 다릅니다. 대통령은 촛불 앞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했고 국민과 약속도 했습니다. 그런데 ‘명박산성’을 쌓고, 잡아가두고, 기소하고, 미디어까지 장악하려고 하고, 시대착오적인 억압정부로 가고 있어요.”

-한동안 정치비판과는 거리를 두셨는데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래시장 떡볶이 집을 찾는다고 서민과 교감할 수 없습니다. 용산참사를 보세요. 그들은 도시에서도 가장 끝자락으로 몰린 서민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폭력배로 몰면서 무슨 서민입니까. 그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위로하거나 현장을 찾지도 않았어요.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고 서민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싶다면 ‘떡볶이‘로 ‘친서민’을 말하면 안됩니다. 국민이 바봅니까. 진정으로 민정시찰을 하려고 했다면 나중에 알려져도 될 일입니다.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 아닌가요.”

-요즘 왜 정치적 발언을 하시게 됐습니까.

“저는 촛불시위조차 관여하지 않았었습니다. 선거정국이면 여당이건 야당이건 손을 내밀었던 게 사실이지만 초당파적으로 엄정 중립을 지켜왔습니다. 내가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선거정국에는 일부러 아무도 만나지 않았어요. 솔직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알고 있고 장·차관들도 만나긴 했지요. 국세청장도 취임 후 바로 만났습니다. 정부가 시민사회와 적대적 관계를 가지면 불행하다고 전했어요. 대통령은 어떤 정파가 있는 게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현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껴안는 것이 소통과 중용으로 가는 첫 걸음입니다. 그런데 계속 배제하고 있습니다. 자연이치이자 역사적 경험을 깨닫지 못하고 소통, 화해, 협력, 포용, 덕치가 아닌 억압, 배제, 권위주의로 가고 있어요.”

-국정원이 시민사회 통제에 개입했다는 박 이사의 발언에 대해 근거 없다며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던 대요.

“이 시대 지식인으로서 민주주의 후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할 말을 다 했으니 기다려야죠”

박 이사의 소통방식은 ‘만남’이다. 매일 새벽 6시 조찬회부터 하루 5~6개의 강연회 등 빡빡한 일정을 마치면 자정이 넘기 일쑤다. 녹초가 될 법도 한데 그는 그때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원순 닷컴’을 통해 또 만난다.

“인터넷은 소통을 위한 기막힌 도구”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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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준기자 hjlee@kyunghyang.com

ㆍ설문조사 뒷얘기
ㆍ“정치 견해 밝히면 기업 운명 바뀐다”
ㆍ일부 답변 거부… 적극 조언자도 많아

진보와 중도, 보수진영으로 나눠 진행된 조사에서 초기 보수진영의 응답률이 매우 낮았다. 한 원로 보수학자는 “설문 구성이 잘못돼 있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뻔하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우리사회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가 언론이라고 생각하는데 경향신문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거절한 유명 소설가도 있었다. 일부 보수진영 학자들 역시 ‘경향신문이 소통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맥락에서 답변을 거절했다.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한 원로학자도 “이번 경향신문의 소통기획과 내가 현재 고민중인 담론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기업가는 “정치와 기업간의 관계가 아직도 선진국 수준이 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인이 개인의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한쪽을 지지하게 되면 정권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고 거절 이유를 밝혀오기도 했다.

반면 설문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에서부터 기획에 도움이 될 자료를 별도로 첨부해 보내는 등 적극적인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고려대 문광훈 교수와 성균관대 윤해동 교수는 설문에 대한 조언과 평가, 답변에 대한 해설 등을 포함해 원고지 30장 분량의 장문의 설문을 각각 답해왔고,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설문응답과는 별도로 ‘보수와 진보의 소통포럼’ 발제문을 참고자료로 첨부해 보내기도 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고 조지훈 시인 등 이미 고인이 된 인물들을 ‘소통하고 싶은 인물’로 꼽는 응답 등 우리사회 불통현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답변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밖에도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도식적인 선상에 있지 않다”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등 이념적 분류를 거부하는 답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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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근형·이호준기자 ssun@kyunghyang.com

ㆍ진보 21명중 20명·중도 51명중 33명 “청와대”
ㆍ보수는 19명중 13명이 “진보적 시민단체”


‘청와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진보적 시민단체’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총’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의 서열이 아니다. 경향신문의 설문에 응답한 100명의 지식인이 뽑은 ‘우리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조직’의 순서다.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조직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기관은 청와대로 나타났다. 100명의 지식인으로부터 1인당 3개씩 복수응답을 받은 결과, 청와대를 지목한 지식인은 60명으로 나타나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를 꼽은 지식인도 각각 24명, 16명이었다. 이같이 ‘당·정·청’이 전체 300개의 응답 중 100개를 받아 여권이 우리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혔다.

또 진보적 시민단체(26명), 민주노총·민주당(각각 23명), 진보정당(13명) 등 진보성향의 기관들도 총 85개의 응답을 얻어 ‘소통 방해 조직’으로 지목됐다. 보수언론(44명), 진보언론(18명) 등 언론도 우리 사회의 불통을 초래하는 기관으로 꼽혔다. 이 밖에 보수적 시민단체(14명), 검찰·법원(9명), 삼성그룹 등 대기업(7명) 등도 소통을 가로막는 기관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식인의 성향에 따라 설문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진보 성향의 지식인 21명 중 20명이 청와대를 꼽았지만 보수 성향의 지식인은 19명 중 단 4명만이 청와대를 지목했다. 중도 성향의 지식인들은 51명 중 33명이 청와대를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으로 뽑았다.

반면 민주노총·진보적 시민단체·민주당·진보정당·진보언론 등 진보 성향의 기관에 대해서는 결과가 상반됐다. 보수 지식인 19명 중 진보적 시민단체를 꼽은 지식인은 13명으로 나타났으며 민주노총 11명, 민주당 8명, 진보정당·진보언론 각각 3명 등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진보 지식인 21명 중 진보 기관을 지목한 응답은 진보언론 2명이 전부였다. 중도 지식인 51명은 진보적 시민단체 12명, 민주당 11명, 진보언론 10명, 진보정당 7명 등의 분포를 보였다.

성공회대 김수행 석좌교수(경제학)는 “청와대와 정부, 보수언론이 모두 한 패가 돼서 부자들의 기득권만을 지키기 위해 부자들을 위한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경제학)는 “민주노총 등 진보 단체들과 대화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 단체들은 비판 목소리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통을 위한 법원·검찰의 올바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정치학)는 “공정한 법적 판단이 소통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검찰은 소통을 차단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양대 하승우 연구교수(정치학)도 “최고의 엘리트로 구성돼 있는 사법부는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강제하려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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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형·이청솔기자 ssun@kyunghyang.com

ㆍ(2) 지식인·논객 100인에게 묻다-소통막는 원인
ㆍ100명중 48명 ‘반대 의견에 대한 관용 부족’ 지목

‘우리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반대 의견에 대한 관용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

경향신문의 설문에 응답한 지식인 100명 중 48명이 ‘반대 의견에 대한 관용 부족’을 ‘불통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진보·보수 세력 간의 갈등을 뜻하는 ‘이념’도 22명의 지식인이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아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결국 진보와 보수 세력들의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가 소통을 막는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권위주의 태도’(7명), ‘지연 등 지역감정’·‘상대방 낙인찍기’ (각각 5명), ‘학연·혈연 등 연고주의’(3명) 등의 순서로 지적되었다.

‘반대 의견에 대한 관용 부족’은 특히 중도 지식인이 많이 꼽았다. 중도 지식인 51명 중 31명(61%)이 관용 부족이라고 응답했다. 진보 성향의 지식인도 관용 부족을 소통 부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 사회는 칸막이를 쳐놓고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데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며 “오래전부터 ‘내 편이면 살고, 네 편이면 죽는다’는 문화적 영향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도 “모든 사회문제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 정상인데도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상대방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데서 불통의 비극이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지식인들은 소통 장벽으로 ‘이념’을 가장 많이 꼽아 중도·진보 지식인들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좌파 인사 및 단체들의 친북·분배·평등 중심의 사고 방식이 우리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설문에 응한 한 보수 지식인은 “진보 세력들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했으면 깨끗이 승복하고 현 정권을 도와야 하는데 여전히 시대에 동떨어진 이념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교 인하대 교수(법학)는 “지난 50년 간 양 진영이 서로 평행선을 달려온 역사 인식을 서로 좁히지 않고는 이념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불통의 원인에 대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사회에 깊숙이 배어 있는 ‘승자 독식주의’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국과 같이 승자가 독식을 하는 정치체제 하에서 소통은 미덕이 아닌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라는 의미다. 정권을 획득하는 세력이 상대방 진영을 철저히 배제하며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치 현실의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우리는 그간 목이 터져라 정치개혁을 외쳐왔으면서도 이 같은 게임의 룰 자체는 바꿔볼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우리 편 이겨라’를 개혁 구호로 여겨온 탓”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억울하면 정권을 잡으라’는 구호 아래 펼쳐지고 있는 ‘승리를 위한 일사불란’이 소통의 원흉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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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ㆍ응답자 51% “나는 중도”… 사회조사통계 활용 신뢰성 확보


소통기획 설문에 참여한 ‘지식인·논객 100명’은 경향신문이 자체 보유한 지식인그룹 데이터베이스(DB)에 기초했다.

또 조선·중앙·동아일보와 한겨레 등의 고정 필진이나 기고자, 언론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 정부정책에 대한 찬반 서명과 시국선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설문조사 대상을 120명으로 압축했다. 첫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들 중 80여명만이 설문에 응답, 다시 예비후보군 중 재선정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100명의 지식인에게 설문을 받았다. 경향신문 DB에 기초한 설문대상 100명의 이념적 성향은 보수 39명·중도 22명·진보 39명으로 3분했다.

설문지는 모두 11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한국사회 소통의 현주소, 민주주의와 소통의 상관관계,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과 소통을 위한 조건 등을 따져보는 질문이 중심을 이루었다. 또 보수와 진보가 버려야 할 점도 알아봤다. 설문지는 7명 소통기획위원(강명구·김호기·박효종·이상돈·윤평중·조국·조흡 교수)의 자문을 거쳐 최종 완성됐다.

향신문은 설문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지 중도 또는 진보라고 생각하는지” 10점 척도로도 알아봤다. 조사결과 ‘중도’로 분류된 지식인은 51명이었다. 보수는 19명, 진보는 21명이었으며 무응답은 9명이었다. 보수와 가까운 중도 우파는 19명이었으며 진보와 가까운 중도 진보는 32명이었다.

10점 척도는 보수·중도·진보 등 3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보수 1~3점, 진보 8~10점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중도를 4~7점 구간으로 선정했다. 중도 우파(4~5점)와 중도 좌파(6~7점)를 고려한 것이다.

이와 함께 소통을 잘하는 인물과 그렇지 못하다고 여기는 인물에 대한 조사도 개방형 질문을 통해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응답자 스스로 보수(진보·중도)로 여긴다면, 소통할 만한 진보(보수) 인사는 누구인지”와 같은 ‘이념교차형 인물 선택’도 시도해보았다. 항목당 5명 이하 복수응답을 허용했으며 인물 분석은 100명 설문지 모두 수작업을 거쳤다. 전체적인 설문결과는 사회조사통계방법인 SPSS를 통해 과학적인 분석을 하고자 했다. 유의도 수준은 p<0.01, p<0.05였다.

설문은 e메일을 통해 6월8일부터 15일까지 1주일간 진행됐으며 최종 100명으로 마감했다. 다만 해외출장 등 개인적 사유로 늦게 도착한 e메일 등에 대해서도 소중하고 값진 의견인 만큼 통계분석에는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기획보도 과정에서 반영하기로 했다.



설문 응답자 100인 명단

강규형 명지대 교수, 고세훈 고려대 교수,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김경수 명지대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김기정 연세대 교수, 김명인 인하대 교수, 김민환 고려대 교수,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세균 서울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 김유찬 홍익대 교수, 김재호 전남대 교수, 김종석 홍익대 교수, 김종일 뉴라이트학부모연합 상임대표, 김철 연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홍우 서울대 명예교수, 도정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장,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목진휴 국민대 교수, 민경국 강원대 교수,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상봉 독일통일정보연구소 대표, 박상필 성공회대 연구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박성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박승희 성균관대 교수,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변호사), 박효종 서울대 교수, 변창흠 세종대 교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신경민 전 MBC 앵커,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 신복룡 건국대 교수, 신승환 가톨릭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안경환 조선대 교수, 양혁승 연세대 교수, 우석훈 연세대 강사, 윤석민 서울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이규식 연세대 교수, 이두원 연세대 교수, 이명원 문학평론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이재교 인하대 교수(변호사), 이춘근 뉴라이트국제정책센터 대표,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이호선 국민대 교수, 이호철 인천대 교수, 임석민 한신대 교수, 임지현 한양대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임혁백 고려대 교수,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전원책 변호사, 정경배 바른사회공헌포럼 공동대표,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교수, 정정호 중앙대 문과대학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조동우 포항공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조흡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최용록 인하대 교수, 최재규 자율교육학부모연대 공동대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하승수 제주대 교수(변호사),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 한상진 서울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홍성태 상지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홍윤기 동국대 교수, 홍종학 경원대 교수, 홍종호 서울대 교수,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 황성빈 세종대 교수


※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류기남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 문광훈 고려대 연구교수, 신광영 중앙대 교수, 윤해동 성균관대 연구교수, 이영 한양대 교수 등 6명은 마감에 늦어 통계에 반영하지 못함.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이재국 미디어팀장, 정유미 산업부 기자, 김종목 문화1부 기자, 백승찬 문화2부 기자, 선근형 사회부 기자, 이호준 정치부 기자, 이청솔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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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jomo@kyunghyang.com

ㆍ소통의 조건 “상대방과 차이 인정” 67명
ㆍ“이명박 정부의 국정쇄신” 응답도 63명

한국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으로 청와대가 가장 많이 꼽혔다.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차이 인정’이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이 각계의 진보·중도·보수 지식인과 논객 100명을 대상으로 ‘분열하고 막힌 한국, 소통합시다’ 특집기획을 위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60명이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1인당 3개 복수응답)으로 ‘청와대’를 꼽았다.

이어 44명이 ‘보수언론’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 ‘진보적 시민단체’(26명), ‘한나라당’(24명), ‘민주노총’(23명), ‘민주당’(23명), ‘진보언론’(18명), ‘정부’(16명), ‘보수 시민단체’(14명)의 순이었다.


소통을 막는 조직으로 청와대를 꼽은 진보 성향 응답자는 21명 중 20명이었고 보수 성향 응답자는 19명 중 4명이었다. ‘소통을 위한 조건’(1인당 3개 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67명이 ‘상대방과의 차이 인정’이라고 답했다. 63명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을 들었다. 중도 성향 지식인 51명 중 33명, 진보 성향 20명이 이같이 답했다. 보수 지식인 중에는 7명이 국정쇄신을 소통 조건으로 꼽았다.

이어 ‘상호 존중하는 토론문화’(52명), ‘법질서 확립’(34명), ‘언론자유’(33명), ‘야당의 국정협력’(22명) 순으로 나왔다.

‘소통을 위해 보수진영이 버려야 할 것’(이하 단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39명이 ‘인권 및 사회적 약자 배려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보수정권 편들기’(20명), ‘권위주의적 태도’(18명)의 순이었다.

‘소통을 위해 진보진영이 버려야 할 것’은 ‘이념 중심적 태도’(54명)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친북적 태도’(16명), ‘시위 통한 의견 표출’(9명), ‘부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4명), ‘경쟁 아닌 분배 중심 사고’(4명)의 순이었다.

설문 응답자들은 ‘우리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반대 의견에 대한 관용 부족’(48명)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이념’(22명), ‘권위주의 태도’(7명)였고, ‘지연 등 지역감정’과 ‘상대방 낙인찍기’라는 응답자도 각각 5명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소통이 잘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명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약간 그렇지 않다’(18명)를 포함하면 응답자 10명 중 9명가량이 ‘분열하고 막힌 한국’의 현실에 공감했다.

또 응답자 중 72명이 ‘소통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매우 상관 있다’, 12명이 ‘약간 상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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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ㆍ중도 “차이 인정”(51명중 35명) 진보 “국정 쇄신”(21명중 20명) 보수 “법질서 확립”(19명중 16명)
ㆍ“보수의 문제점은 약자 배려 부족” 공통된 평가
ㆍ진보에 대해선 “이념적”-“친북적” 엇갈린 지적



우리 사회가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 사회의 보수·중도·진보 지식인 100명은 ‘상대방과의 차이 인정’을 우선해야 할 가치로 내세웠다.


경향신문이 지식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7명이 ‘상대방과의 차이 인정’을 소통의 조건으로 지목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63명), ‘상호 존중하는 토론문화’(52명), ‘법질서 확립’(34명), ‘언론자유’(33명) 순이었다.(3개씩 복수응답)


‘상대방과의 차이 인정’은 중도로 분류된 지식인들 사이에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였다. 중도 지식인 51명 중 35명이 이 가치를 강조했다. 이재교 변호사는 “다른 건 틀린 것이 아니다”라며 “내 맘에 안 들거나 혐오스럽더라도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인정하고 용납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자세”라고 말했다.


진보 지식인 21명 중에선 20명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선거를 치를 때와 지금 상황이 너무나 다른데 자기의 과제만을 우선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편집증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지식인은 ‘법질서 확립’을 가장 중히 여긴 반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은 5번째 조건으로 지목해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소통을 위해 보수진영이 버려야 할 문제점에 대해선 ‘인권 및 사회적 약자 배려 부족’(39명)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보수 정권 편들기(20명), 권위주의적 태도(18명)도 버려야 할 점으로 꼽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 지식인 19명도 ‘인권 및 사회적 약자 배려 부족’(6명)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보수진영의 문제점에 대해선 보수·중도·진보의 인식이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힘과 재력이 없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일정한 권리를 함께 향유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데, 우리나라 보수집단의 멘탈리티는 이러한 의식이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반면 소통을 위해 진보진영이 버려야 할 문제점에 대해선 인식이 엇갈렸다. 전체 의견은 이념 중심적 태도(54명), 친북적 태도(16명), 시위를 통한 의견 표출(9명), 부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4명), 경쟁 아닌 분배 중심 사고(4명) 순이었다. 중도와 진보 지식인 모두 진보진영의 이념 중심적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교수는 “챙겨야 할 구체적인 사안이 많은데 진보진영은 자신의 선명성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 지식인들은 진보진영의 친북적 태도(7명)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답했다.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은 “3대째 세습하고 국민을 굶어 죽이는 정권을 왜 동정하고 이해하는가”라며 “대북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우리 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는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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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기자 nostalgi@kyunghyang.com

ㆍ벼랑에 선 ‘불통 공화국’
ㆍ정부·시민, 여야, 보수·진보 곳곳 ‘내전중’
ㆍ이명박정부 소통지수 28점으로 ‘낙제점’

 


지난해 6월11일 새벽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있었던 ‘100만 촛불대행진’. 시민들의 청와대 방향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이 대형 컨테이너로 방벽을 쌓자 시민들은 이를 ‘명박산성’으로 명명했다. 이후 명박산성은 소통 부재의 상징이 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통의 부재, 불통 현상이 임계점에 달했다. 폭발직전이다. 정치, 경제, 사회 부문은 물론 지역, 계층, 세대, 언론 등 총체적이다. “대한민국은 불통공화국”이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나돈다. 소통의 목소리는 높은데 소통은 안되는 이 현실은 한국을 ‘위험사회’의 벼랑으로 내몰아간다. 명분과 이념에 집착하고,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다가오는 법. “소통만이 우리 사회가 살 길”이라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소통을 희구하는 우리 사회의 갈증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은 과연 ‘소통으로의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내전 중’이다. 곳곳에서 적대와 충돌의 굉음이 요란하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대치의 전선은 넓어지고 상생의 접점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인터넷 선진국에 메신저·블로그·트위터 등 ‘소통의 도구’는 쏟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불통’이다.

100점 만점에 30점. 다시 100점 만점에 28점. 서울대 한상진 교수팀이 각각 2006년과 2008년 정부와 국회, 정부와 시민단체, 여당과 야당 등 5개 항목에 걸쳐 집권층의 소통능력을 평가한 결과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모두 ‘소통지수’가 낙제점이다. 게다가 정권교체 뒤 더 나빠졌다.

한 교수는 지난 6월 중순 한국사회학회 학술대회에서 “정부와 시민단체 사이의 소통이 2006년에 비해 2008년엔 현저히 더 악화되었다”며 “소통지수와 시민적·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질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2009년 올해는 어떤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을 둘러싼 현실이 상징적이다. 1만여명의 교수·문화예술인·종교인 등이 참여한 시국선언에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보수층은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자”고 되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1만7000여명이 시국선언을 하자 ‘주동자 해고, 서명자 전원 징계’의 물리적 통제가 가해진다. 귀를 열고 경청하기보다 불문곡직 처벌의 칼을 빼드는 형국에 대화와 역지사지의 자리는 없다.

용산참사는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정부가 피해자 가족을 외면, ‘거리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 역시 노·노 충돌양상까지 빚으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촉발된 촛불민심이 질타했던 소통 부재가 개선되기는커녕 이같이 심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국민소통비서관까지 신설하는 등 ‘소통’에 공을 들이지만 일방적인 라디오 주례연설과 4대강 사업 강행 등 말과 행동이 어긋난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불통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협과 생산적 공존은 실종되고 정쟁과 상대에 대한 적의가 여의도를 뒤덮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과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가파른 대치는 서로 얼마나 막혀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당의 ‘단독 처리 불사’와 야당의 ‘결사 저지’는 소통하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익숙한 풍경이다.

보수·진보세력의 대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감정싸움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 퇴진운동에 돌입하고 우익인사들의 입에선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살하라”는 망언이 나왔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맞물려 심화되고 있는 남남 갈등도 같은 맥락에 있다. 합리적 목소리는 “수구꼴통” “친북좌파”의 상호 원색적인 비방에 파묻히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적대적 공존’이 국민통합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언론 역시 소통의 도구,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사법처리, MBC 에 대한 검찰 기소 등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에 대한 숨통죄기 또한 불통의 대한민국이 처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해주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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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한국 사회의 소통장애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소통을 위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배제와 억압의 질서를 깨고 차이를 관용하며 서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특별기획 ‘분열하고 막힌 한국, 소통합시다’의 자문위원인 박 이사, 신 교수, 윤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첫 자문위원 회의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박원순 상임이사

박 이사는 “어느 사회나 보수와 진보의 극단이 있지만 우리는 양극으로 너무 많이 치우쳐 있다”면서 “이념을 떠나 국정과제를 발굴해야 하고, 보수와 진보 모두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소통은 ‘인체의 혈액’이며 사회언어이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극히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모두 서로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양보하고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서 “다수결이 민주주의 원칙이지만, 가진 사람이 먼저 열고 변해야 소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여준 이사장


윤 이사장은 “소통하기보다 배제하고, 억압하려는 질서가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소통장애는 해방 이후 좌우익 대결, 분단, 민주 대 반민주 구도 등 현대사의 이데올로기, 대결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갈등하고, 이것이 소통부재를 낳고, 이는 다시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보수와 진보 모두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현장에서 대중과 소통하려 노력해야 하고, 책상에서 진리를 찾는 것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소통해야 훨씬 좋은 결론, 바른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세력이 중심에 많이 포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복 교수
세 사람은 한국 사회의 소통장애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신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정치철학이나 운영방식을 보면 과거 회귀적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며 “한국이 변화된 질서를 수용하지 않고 강한 정부, 지도적인 정부로 돌아간다면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국가권력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특정 계층·정파에 기울면 민주시민과의 신뢰가 깨진다”면서 “소통과정을 거친 결론은 힘을 가질 수 있지만 소통 채널을 무시하면 그 어떤 진리나 정당성도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도 “집권당이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협력의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집권당이 시민과 국가의 매개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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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ㆍ정관용씨가 말하는 ‘소통 못하는 한국’
ㆍ“시민·문화·지식사회 힘 키워 정치 권력의 힘 약화시켜야”

점심 메뉴를 놓고 얘기 중인 친구 ㄱ과 ㄴ이 있다. ㄱ이 새로 생긴 중국음식점을 추천하자, ㄴ은 간밤에 술을 마셨으니 설렁탕집에 가자고 맞선다. ㄱ은 중국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하지만, ㄴ은 짬뽕으로도 속이 부대낀다며 거부한다. 결국 ㄱ은 설렁탕집에 가는 대신 점심값을 내라고 제안하고, ㄴ이 이에 응해 둘은 설렁탕집으로 향한다. 시사평론가이자 전 KBS <심야토론> 사회자인 정관용씨는 이 예를 생활 속에서 명쾌한 쟁점을 놓고 벌인 토론이라고 말했다. 만일 ‘설렁탕을 먹으려는 버릇을 고쳐놓고 말겠어’라고 마음먹는 사람이 있다면? 정씨는 “그런 사람이 간혹 있지만, 그는 평생 혼자 점심을 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은 ‘소통’이 아니라 ‘소탕’을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철저히 무시하기. 비판도 하지 말기”라는 전략을 내세운다.


6월30일 밤,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는 정관용씨의 ‘대화마당’이 열렸다. ‘단절의 시대, 더 많은 소통의 조건과 과제’라는 주제를 놓고 열린 자리였다.



그는 독일 철학자 가다머의 “대화란 서로 간의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란 말을 인용했다. 연애할 때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을 먼저 시작하듯이, 대화와 토론에도 상대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왜 이리 소통이 어렵고 토론이 안되는가. 정씨는 모든 대화의 주제가 ‘통역사화’ ‘과잉이념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짧은 시간 고도의 경제 성장, 격렬한 사회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해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현대사 전체를 말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이 자신의 색깔을 찾은 점은 긍정적이나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기’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씨는 “대안에 대해선 무기력하지만 자꾸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는 앙금이 많지만, 같이 살고 있는 것만은 인정해야 한다. 둘째로, 모든 토론을 구체적인 정책 중심으로 펼쳐야 한다. ‘제네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토론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밟아야 할 순서와 단계를 거쳐 토론해야 한다. 그는 전북 부안에서 핵폐기장 유치를 추진해 큰 갈등을 빚었으나, 이듬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결국 경주에 핵폐기장을 유치하게 된 사례를 들었다.

정씨가 보기에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적대적 공존관계’다. 중간층을 설득하기 위해 경쟁하는 대신, 양 극단을 욕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한다. 중간층을 향해 말하는 온건파의 위치를 강화시키기 위해선 정치 권력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제안했다. 경제 권력이 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선 대통령이 30대 기업 총수를 한 자리에 불러모으는 일이 가능하다. 시민사회, 문화계, 지식사회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정치 권력 약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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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ㆍ이념·정파·지역·세대 초월해 민주주의 갈망

불통의 시대에 한국은 소통을 갈구한다. 그 간절함은 이념과 정파, 지역과 세대를 넘는다.

보수인사들 모임인 시민사회포럼(대표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은 지난 6월 ‘격랑의 한국사회, 소통의 길은 있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대표적 보수인사인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발제자로 참석, 토론을 했다.

시대정신은 지난해부터 진보·보수 양 진영의 논객들을 초청, ‘선진화를 위한 좌우 공생모델’ 토론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대한민국 공동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 보수·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지난해 가을 실험적으로 결성한 ‘소통포럼’도 지금까지 ‘한국사회 소통 왜 안되나’ ‘포털은 사회적 소통에 어떤 역할을 하나’ 등을 주제로 상호탐색 마당을 마련했다.

집권세력도 ‘소통’을 강조한다. 지난해 촛불민심을 체험한 청와대는 김철균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신설된 국민소통비서관에 임명했고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국민소통위원회(위원장 정두언 의원)를 설치했다. 한나라당 국민소통위는 대표적인 인터넷 토론장인 다음 아고라에 정 위원장의 ‘우리는 왜 소통이 안되는가’ 등 소속 의원들 명의의 글을 잇달아 올려 네티즌들의 찬반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4월에는 신자유주의 비판론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를 한나라당 강연회에 초청, “한나라당이 진짜 보수라고 한다면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한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국민 소통·화합을 위한 사회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는 ‘시국선언’도 화두는 소통이다. 교수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은 예술, 종교, 문화, 법조, 교육, 의료, 철학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까지 공식 집계로 교수·교사·종교인 등 3만3000여명이 시국선언 대열에 합류했지만 개인과 가족, 지역, 직장, 길거리 시국선언까지 합하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의 시국선언문에서도 ‘소통’은 핵심 단어이다. 경향신문이 최근까지 공식 발표된 46개 그룹의 시국선언문 전문을 분석한 결과, ‘소통’이란 단어가 50여차례나 나왔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때마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최소 한 번 이상은 쓴 셈이다.

인터넷 세상도 소통 욕구로 넘쳐나고 있다. 다음 아고라의 경우 지난 4월 ‘자유토론’ 코너의 하루 평균 게시물은 2720건에 불과했으나 6월에는 2배가 넘는 5369건을 기록했다. ‘정치토론’도 2720건에서 5369건으로 증가했다. “말하고 싶다”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소통욕구의 폭발을 입증하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소통은 인간의 본래적 속성이며 민주주의의 원칙이기도 하다. 이렇게 높은 소통 욕구는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고, 그 만큼 민주주의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며, 서로를 좀더 이해하고 싶다는 의미이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의 증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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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경향신문은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회의실에서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의 사회로 소통 자문위원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3인 좌담회를 개최했다. 3인은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상을 진단하고, 소통을 위해 한국사회가 해야 할 일을 논의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부터)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열기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성일기자

자문위원 3인 좌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소통의 전제조건은 변화하겠다는 마음 가진 자 먼저 변해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진보도 이념을 떠나 대중과 공감하면서 구체적 대안 제시를”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 이사장“집권당이 할 일은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 견제”

사회(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정부와 시민,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진영까지 너나 없이 소통을 얘기하고 있다. 소통이 왜 문제인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이하 박원순)=최근 ‘서울광장’을 둘러싼 논란은 현 정부의 소통에 대한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정치적 행사를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사실 정치적 표현이야말로 모든 것이 살아있게 만든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자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한다. 그런데 기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정권 초기니까 공안통치가 통하는 것 같지만 이대로 간다면 정국을 수습하거나 정부의 권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 정부의 실패는 예정돼 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이하 신영복)=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출범 초기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현 정부가 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다보니 불통이 되는 것 같다. 경제문제는 정치적 목적을 띠어서는 안된다. 서민생활이 악화되고 사회양극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통은 정치적 목적의 수단이 아닌 민주적 자산이고 가치다.

윤여준 한국지방발전 연구원 이사장(이하 윤여준)=이명박 정부를 ‘3통정권’이라고 빗대는 말이 있다. 국민은 ‘소통’을 원하는데 ‘불통’이 돼 ‘울화통’이 터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운영원리가 소통인데 대통령의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민주화 20년 동안 국민의 참여의지와 의식이 높아졌다. 국민은 소통을 원하는데 대통령이 권위주의시대 스타일로 가니까 맞지 않는 것이다. 각종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업가(CEO)형 대통령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기업은 이윤극대화가 목표이기 때문에 효율성과 생산성이 최고가치다. 소통이 필요없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시민 성숙으로 발전한다. 국민과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정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사회=한국사회의 소통부재 책임이 이명박 정부에 있다는 말인가.

신영복=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정치철학이나 운영방식을 보면 과거 회귀적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부시의 일방주의를 부정하고 새로운 변화와 질서를 꾀하고 있다. 미국사회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회집단이 각기 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국가의 권위주의적 지도성도 해체됐다. 한국이 변화된 질서를 수용하지 않고 다시 과거의 강한 정부, 지도적인 정부로 돌아간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박원순=국가 권력의 중립성이 중요하다. 경찰, 검찰 등이 특정계층, 특정정파에 기울어지면 민주시민과의 신뢰는 깨진다. 모든 정책이 백약무효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노동보다는 자본, 진보보다는 보수, 야당보다는 여당, 시민사회보다는 관변단체에 권력의 무게중심이 가 있다. 심지어 국가권력은 모든 시민단체를 사찰하고 있다. 촛불시위 참여단체는 물론이고 아예 정부와 협력하는 단체까지 박멸하려고 한다. 전 세계가 인권, 빈곤퇴치, 무기감축 등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현 정부는 검찰, 경찰, 국정원까지 사찰에 나서도록 지휘하는 총체적인 사령부 같은 게 있다. 1970~80년대로 회귀하고 있지만 이젠 과거처럼 통할 수 없다. 독재정권 시기에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받았던 검찰도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검찰 책임자와 그 위의 대통령 책임은 두고두고 묻게 될 것이다.

윤여준=대통령은 경제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제위기가 닥쳤다고 하지만 경제가 국정의 전부는 아니다. 경제만 살리면 국민이 지지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은데 국민 신뢰가 있어야 경제도, 국가경쟁력도 회복되는 것이다. 경제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이 불신한다는 얘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나.

 

사회=그렇다면 소통이란 무엇이라고 보나. 왜 필요한가.

신영복=소통은 ‘인체의 혈액’이며 사회언어다. 소통이 안된다는 것은 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정보 네트워크가 충분한 만큼 소통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소통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차원이 아닌, 나 자신과 상대가 변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소통 당사자간 신뢰도 중요하다. 신뢰가 없으면 자신의 입장이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열린 생각으로 진정성을 갖고 신뢰해야 소통이 가능하다.

박원순=소통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다. 소통은 어떤 결론이나 진실, 진리를 찾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상에서 진리를 찾는 것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소통을 해야 훨씬 좋은 결론, 바른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소통은 또 정당성의 근거를 제시한다. 참여와 합의라는 소통과정을 거친 결론은 힘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소통 기구나 채널을 무시하면 그 어떤 진리나 정당성도 갖기 어렵다.

윤여준=소통은 공동체 구성의 필수조건이다. 민주주의국가 성립의 토대이며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다. 소통장애 원인은 현대사의 이데올로기와 대결구도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사회는 해방이후 좌·우익 대결, 6·25전쟁, 분단,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보듯 서로 다름이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5·16 군사정권 이후에는 상명하복 군사문화가 우리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소통하기보다 배제하고, 억압하려는 질서가 한국사회를 지배해왔다. 갈등 때문에 소통이 안되고, 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사회=소통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그밖에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한국 정치·사회 구조는 소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보는가.

신영복=우리 사회에는 권위주의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국회 구성을 보면 우리 사회의 여러 계층을 대변하지 못하는 보수 독점체제의 정당구조다. 소통이 억압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를 정권 재창출로 인식하는 것이 소통을 가로막는 이유다. 현 정권을 안정시켜 다음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정치풍토가 문제다. 정권을 잡으면 모든 공직자를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는 사회가 갖고 있는 잠재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소통은 그 사회 잠재역량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기재다. 민본의식도 없이 정권을 내놓지 않고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정치문화가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윤여준=공직자의 직업 윤리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다. 왕조시대에는 임금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면 신하들이 3족을 멸한다고 해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신하들이 없다.

박원순=무엇이든 최고점에 집중되는, 그래야 안심하는 권위주의가 문제다. 기업만 해도 CEO에게 모든 것을 묻고 답한다. 대통령에게 모든 것이 올라가면서 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사장부터 바뀐다. 사장 추천위원회도 소용없다.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없도록 즉각 공표하거나 반대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또 국회의원은 스스로가 독립된 헌법기관인데 마치 정당의 부속물인 것처럼 행동대원으로 활동한다.

 

사회=집권당은 대통령, 야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역시 소통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는가

윤여준=과거에는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겸했기 때문에 대통령만 따라가면 모든 기득권이 보장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당과 청와대가 분리됐다. 문제는 집권당에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은 합의하지만 어떤 정책은 원칙을 벗어나면 견제하겠다는 기준이 필요하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인 만큼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 국회에서 집권당의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못하면 국민 신뢰를 잃는다.

박원순=집권당이 청와대를 도우려면 견제해야 한다. 청와대가 청와대를 비판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고 비판해야 그 정권이 성공한다. 여당이라고 야당과 다를 바가 없어야 하는데 집권당은 지금까지 청와대가 지명한 후보에 대해 단 한 번도 거부하지 않았다. 정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이 진정한 협력인데 정부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민주주의는 다수지배의 원칙도 있지만 소수자에 대한 존중도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이긴 하지만 소수자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억압해서는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신영복=민주주의는 사회 구성원의 목표가 같지만 방법과 경로에 차이가 있을 때 다수결의 원칙이 관철된다. 하지만 목표가 충돌할 경우에는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적이지 않다. 오랫동안 소외계층이었던 소수자 의견을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한다면 기득권 구조를 고착화시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받게 된다. 정당은 어느 정도 계급적 기반을 가질 수밖에 없고 여러가지 정책구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나라를 경영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계급적 입장을 가지면 안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오기 때문이다. 여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잃어버리지 않은 50년’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역사의 순리방향과 역행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그야말로 소통과 동떨어져 있다.

 

사회=소통이 안되는 것은 마주하는 세력간 힘의 균형이 깨져서 그런 것은 아닌가. 진보와 보수세력은 소통하고 있다고 보는가.

신영복=극단은 목소리가 크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신뢰하지 않고 서로 당면한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있다. 소통하려면 양보하고 변화하겠다는 자기결의가 필요하다. 다만 진보와 보수를 똑같은 평행선이 아닌 소수자를 배려하는 입장에서 봐야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왜냐하면 1623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내쫓은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보수 기득권 구조가 온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은 거칠기도 하고 단기적인 목적이 없지도 않다. 또 자신들의 요구를 많은 시민의 동의절차 없이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힘있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먼저 변화를 해야 한다. 한국의 오래된 정치사회 구조를 봐도, 앞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봐도 진보와 보수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결과적으로 보수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윤여준=무게 중심이 약한 쪽으로 가야 균형이고 정의라는 말에 동감한다. 보수든 진보든 국민에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윤택한 삶을 주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이념적 구속성이 강한데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소통의 전제다.

박원순=어느 사회에나 보수와 진보의 극단이 있지만 우리는 양극으로 너무 많이 치우쳐 있다. 시민사회도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있다. 이념을 떠나 국정과제를 발굴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국정 운영시스템이 무너져 적대적 관계로 보고 있다. 진보와 보수 모두 현장에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부족하다.

 

사회=지식인이 불통과 분열에 일조한다는 시각이 있다. 소통을 위한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윤여준=지식인의 1차적 역할은 문제제기, 이슈화에 있다. 그 다음 지식인은 토론과정을 거쳐 여과를 해줘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정부와 정당은 대안을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정책화해야 한다. 그런데 번번이 잘 안된다. 지식인 사회 역시 이념적 갈등과 파벌 때문에 여과를 못하고 정책적 대안도 제대로 못 내놓고 있다.

박원순=지식인의 책임이 무겁다. 지식인은 자기가 소속된 조직이나 계층을 넘어 모든 사안을 공공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거대한 담론과 구체적 대안을 만드는 지식인의 역할 분담은 필요하다. 그런데 대안을 만드는 쪽이 취약하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큰 방향 속에 현장의 대중과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더 깊이 있고 성찰하는 현장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지식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신영복=지식인은 실천적인 비판성을 가져야 한다. 지식인은 당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계급을 지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지식인은 자신을 권력화해서는 안된다. 특히 언론은 더 그래야 한다. 어떤 사안이건 길고 넓은 역사적 안목에서 봐야 한다. 적대적이어서도 안되고 단일한 이해관계에 매몰돼서도 안된다.

 

사회=소통하는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박원순=민주주의의 위대함은 풀뿌리 시민단체에 있다. 또 행정의 요체는 참여와 소통이다. 시민단체가 들꽃처럼 살아 있어야 행정이 원활해지는데 다 없어졌다. 예전에는 시민단체가 원하지 않아도 정부가 무슨 무슨 위원회라며 들어오라고 했고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정부가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현장에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게 모자란다. 지금 정부가 성공해야 다음 정부가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해 당선될 것이 아닌가. 불행의 악순환이 계속될까 걱정이다.

신영복=시민사회의 역량이 더욱 크고 성숙해지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이다. 양보와 변화에 대한 자기결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소통이 대단히 어렵다. 그럼 어느 쪽이 먼저 전향적인 변화를 해야 하는가. 힘있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먼저 열어야 한다. NGO에 대한 다소 편향적일 정도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수자가 배려될 수 있도록 약한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소통이든, 민주주의든, 사회발전이든 합리적 사고를 가진 중간층이 두꺼워져야 한다. 극단끼리 소통하기는 힘들지 모른다.

윤여준=사회를 구성하는 집단간 불균형이 소통부재의 원인은 아니다. 적대감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특정세력을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취지와 동기가 좋다고 해도 대통령이 특정세력을 적대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자의 성숙이 아닌 시민 성숙으로 이뤄진다. 대화를 하려면 힘있는 사람이 통로와 언로를 열어 토론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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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