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전샌. 작년에 쌀값이 1할 빠지더니, 올해는 거기서 1할이 더 빠졌네. 그것도 농협에 낼 수나 있으면 다행이라고. 이제야 타작하는 게 시작인데. 어찌될지 몰라. 내가 전샌 앞에 두고 돈 치르는 얘기 말고 할 게 없네.”

괭이질해서 논두럭 올려붙이는 것, 논에 물길 내서 물 대고 빼는 것, 풀 맬 때 손 놀리는 것, 거름 장만해서 논에 넣는 것. 어느 것이든 하는 모양새가 엉성하다 싶으면 손수 해 보이시고, 일러 주시던 어르신이 경운기에 나락을 싣고 농협에 다녀와서는 기운이 없다.

수매를 마치고 온 이웃 어른이 한마디 덧붙였다.

지난 1일 오후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서울 종로구청 인근에 모여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 쌀이 남는다고. 농사짓는 땅을 버려. 쌀 남는 게 농사가 많아선가. 남의 양식 돈 내고 사다 먹는 일이 하, 언제까지고 그러겠나. 배 곯으면 양식 앞에 댈 게 없네. 지금이야 어디 농사 있는 집, 없는 집 할 것 없이 정지(부엌)에 외국산 잔뜩 재놓고 먹고 있지 않나. 그 사람들이 농사 망하믄 돈 주고도 못 사와. 여기 땅에서도 생전 안 난다던 지진이 나는데, 흉년 드는 거야 조석 드는 것처럼 오고 간다고.”

지난달, 이웃 지역 관청 앞에는 나락이 쏟아졌다. 짐칸 가득 나락을 싣고 온 트럭이 줄줄이 관청 마당에 들어섰다. 가마니를 째고 맨바닥에 나락을 쏟았다. 하루이틀 전 베어진 나락이 타고난 운명이란 것은 곳간 천장 닿을 듯이 쌓여서, 두고두고 한 해 먹을 양식이 되어야 했을 텐데. 흙바닥도 아닌 시멘트 위, 한데로 내동댕이쳐지듯 땅바닥에 쏟아졌다. 지나던 노인 안쓰럽게 보다가 저절로 손이 간다. “거, 참 나락 실하네.”

맨바닥에 나락이 쏟아진 다음, 봉홧불 이어가듯 들판 여기저기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이삭마다 알알이 누런 벼, 손바닥에 놓고 슬슬 비비기만 해도 구수한 나락 냄새 나고 쌀알이 벗겨지는 벼들이 선 논에 트랙터가 들어섰다. 한 해 지낸 것을 고스란히 알곡에 담아 나올 날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질척한 논바닥에 벼 이삭이 고개를 처박았다. 논 주인이 트랙터에 올라 앉아 논바닥을 뒤집는 동안, 마을 어른들 논둑에 쭈그리고 앉아 말이 없다.

작년, 가뭄이 심했던 어느 모내기철에 물이 말라 쩍쩍 갈라진 논을 TV에서 보여준 적이 있다. 어린 모가 서 있는 꼴이 어디서 물만 끌어 올 수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두레질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여릿한 어린 모에 물을 댄다더니, 대통령이 한낮 땡볕 아래에서 소방차 호스를 붙들고는 앞뒤 없는 표정을 지은 채로 논바닥에 냅다 뚫어져라 물줄기를 쏘아대던 일이 있었다.

농사꾼이라면 누구든, 쓰러지고 뽑히는 모 한 포기 한 포기 때문에 더 쳐다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호스를 들고 있는 사람의 아무 표정도 없고, 걱정도 없어 보였던 얼굴 또한 쳐다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아마 백남기 선생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선생은 그 물줄기에 내동댕이쳐졌다.

백남기 어른이 쓰러졌던 날은 선생이 밭에 밀을 갈고 이틀 후였다. 겨울 농사를 차근차근 챙겨 놓은 농사꾼 백남기는 더 이상 쌀, 값이 고꾸라져서는 안된다며 휘황한 도시 한복판, 젖은 길 위에 서 있었다. 선생의 말은 한 해가 지나 ‘거기서 1할이 더 빠진’ 쌀값 소식을 답으로 들어야 했다. 심지어 올해에는 다 익은 벼가 논바닥에 처박혔다는 이야기도 병실 안을 떠돌았을 것이다. 벼가 묻히고, 닷새가 지나 선생이 돌아가셨다.

시인 박형진이 농사 연장에 대해 책을 쓴 것이 있다. 낫을 두고는 “새벽 이슬에 젖은 연한 풀을 베는 낫은 짐승을 살리고, 땅을 기름지게 하고 …스르륵스르륵 벼를 베는 농부의 손에 들린 낫은 평화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연장이 제 쓰임대로 쓰이지 못하고, 낫을 든 농사꾼이 논밭에 있지 못했던 것처럼 농민이, 나라가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라는 말도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써 놓았다. 제 논을 꾹꾹 다 다져 밟은 트랙터는 아스팔트 길 위에 논흙을 떨구고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전광진 | 상추쌈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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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은 조의 이삭을 떨어서 좁쌀을 만드는 일이다. 이게 ‘조바심’의 본디 뜻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바심’의 의미와는 많이 다르다.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 그렇다. 대부분 조바심을 이런 뜻으로 알고 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세월이 변했다. 흔하디흔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꾸는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오곡 중 하나인 조도 이젠 이 땅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바심의 의미도 달라졌다. 아니 조바심의 본뜻에 새로운 뜻이 추가되었다.

‘조바심’은 ‘조’와 ‘바심’이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조’는 알겠는데 ‘바심’이란 말은 많이 낯설다. ‘바심’은 요즘 잘 쓰이지 않지만 ‘타작’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즉 조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바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조바심’은 글자 그대로 ‘조를 타작한다’는 의미다.

한데 조는 꼬투리가 질겨서 이삭을 떨어내기가 만만찮다. 너무 세게 떨어내면 이삭이 엉뚱한 곳으로 달아나 수확을 망칠 수도 있다. 하여 다른 농작물에 비해 조를 타작할 때는 힘이 더 들 뿐만 아니라 이삭도 잘 떨어지지 않아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해서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며 걱정을 하게 된다. 여기서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인다’란 두 번째 의미가 생겨났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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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지난 24일 야당들의 단독 표결로 가결된 뒤, 여야 간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국정감사가 파행을 맞는 등 정국이 급랭했다. 26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김재수 장관이 출석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으니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며 무시전략을 폈다. 장관이 옆에 앉은 채 차관이 현안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 19~25일 트위터상에서 이슈가 된 핫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해임건의안’이 1위를 차지했다. 트위터에서는 23일부터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해임건의안 키워드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까지 검토하는 등 표결 처리를 저지하려는 본회의 연기 작전에 돌입하면서 언급량은 더욱 늘어났다.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분간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뒤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도 트위터상에서 많이 언급됐다. 특히 고인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서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키워드가 트위터에서 급증했다.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은 “공권력의 폭력으로 일어난 명백한 사망사건을 부검으로 조작하려는 의도 아니냐”며 반발했고, 일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직접 찾아가 경찰이 에워싼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이사회 규정을 어겨가며 거액을 출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K스포츠재단’ 키워드도 순위에 올랐다. 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의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조응천’ 키워드도 함께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은 “권력형 비리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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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말끔히 씻고 푹 자고만 싶었다. 삼일째. 네댓 시간밖에 눈을 못 붙였다. 작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직사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선생께서 운명하실 것 같다는 소식에 들어온 길이었다.

고인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말은 직사 물대포만큼이나 기가 막혔다. 경찰은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오는 모든 도로와 문을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막고 조문조차 불허했다. 검경이 담합해 강제부검을 위한 영장을 두 번씩이나 청구하며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있다. 얼마 전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어떤 진실규명도 없이 이렇게 야만의 시간 320일이 지나가고 있다.

한 선배 시인은 선생의 죽음이 ‘죽음이 아닌 죽임’이라고 했다. 그렇다. 선생은 죽은 적이 없다. 죽임을 당한 것일 뿐이다. 담당 의사는 어떤 까닭에서인지 고인의 사망진단서 ‘병사’란에 표시를 했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선생은 박근혜 정부의 국가폭력에 의해 ‘살해’당했다. 까닭은 참된 민주주의에 대한 끝없는 헌신과 열망, 독재와 독점으로 치닫는 반민주 반노동자·민중 반통일 정권에 대한 도전과 저항 때문이라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칠순 노구에도 불구하고 15만 민중총궐기 맨 앞에 서서 역사의 진보를 앞당기려 했다는 죄였다. 가만히 있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 투쟁으로 나섰다는 죄였다.

그렇게 선생은 평생을 이 척박한 분단의 땅, 불평등의 대지에서 희망이라는 한 알의 밀알이 되기 위해 온몸으로 살아오셨다. 자신을 드러내는 삶도 아니었다. 그가 쓰러지고 나서야 우린 선생의 숨겨진 삶을 알게 되었다. 아, 이런 고귀한 삶도 있구나. 이렇게 욕심 없고 가식 없이 순박하고 정직한 삶도 있구나. 놀라고 부끄러웠다. 이런 선생이 ‘보성농민회’라고 적힌 조끼 하나를 자랑스럽게 걸치고 우리와 함께 서 계셔 주셨다는 게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런 선생을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죽인 자들이 어떤 사과나 책임도 없이 시신마저 탈취하려는 강제부검을 오늘, 막는 일이다. 지금보다 더 엄혹했던 80년대 선생이 그러했듯 우리가 다시 ‘박정희 유신잔당 장례식’을 치르러 거리로 나가는 일이다. 차벽과 최루액과 물대포가 없는 세상. 소수의 독점과 착취가 없는 세상. 분단의 철조망이 걷히는 세상을 향해 우리가 선생이 쓰러졌던 종로 2가 한복판에 다시 서는 일이다.

새벽 5시. 아직도 영장 발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모두가 뜬눈으로 지새우고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소식을 듣고 새벽길을 달려 온 택시들이 한 대, 두 대 늘어나고 있다. 공공부문 총파업에 나서는 서울대병원 노조분들도 본관 바닥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5·18 전남도청의 풍경이, 6·10 명동성당의 한 밤이 이러했을까. 한 알, 시대의 참된 밀알이었던 백남기 선생의 삶과 투쟁을 이 역사는 잊지 못할 것이다.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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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작은책’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백남기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백남기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은 뒤 중태에 빠져 316일 동안 의식을 잃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오고 있었다. 경찰이 서울대병원의 모든 출구를 봉쇄했다는 소식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검찰이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강제로 침탈할지도 모른다는 소식도 올라왔다.

시신을 부검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물대포를 맞아서 죽은 게 아니라고 발뺌하려는 거다. 수술할 때 이미 담당 의사들이 외부 충격에 의한 출혈이라고 진술했는데 뭘 부검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 공무원U신문

아니 수많은 시민이 물대포를 쏘는 장면을 보지 않았는가.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를 그렇게 직사했는데 어떤 사람이 버텨내겠는가. 무엇보다 살인한 자들이 살해당한 사람을 부검하겠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경찰이 시신을 탈취할 가능성도 있다. 1991년 안양에서 경찰이 영안실 벽을 해머로 부수고 들어가 박창수 열사의 시신을 탈취해 자살로 결정내리고 화장을 해버린 적도 있다. 또 2005년에는 경찰폭력으로 희생된 전용철, 홍덕표 농민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두 농민의 사인이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 평소에 앓던 지병 탓’이라고 주장한 적도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수백명의 사복형사들을 군사작전 하듯 장례식장에 투입”한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조문’하겠다는 사람을 설마 경찰이 막을까 하는 마음으로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우리의 경찰’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세상에 병원 문을 이렇게 틀어막은 정권은 유례가 없었다. 장례식장 앞에도 경찰이 5중, 6중으로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다. 어제 병원으로 들어온 시민들이 안쪽에서 못 나오고 있고, 이쪽에서는 장례식장으로 못 들어가고 있었다. 경찰 너머로 노회찬, 박주민, 표창원 의원이 보인다. 지인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지난 24일 오후 9시쯤부터 장례식장 앞에 사복경찰 100여명이 들어왔고, 병원 내부에도 사복경찰 10여명이 들어왔다고 한다.

“조문하겠다는데 왜 막는 거야?” “경찰 물러나라!” 시민들이 항의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민이 한 명 다치고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가량 몸싸움을 하는데 경찰이 방송을 한다. “경찰 병력을 철수시킬 테니 조문하세요.” 시민들이 소리 질렀다. “니들이 뭔데 조문을 허락하냐?” 경찰이 막고 있던 문에서 물러났다.

나는 시민들과 함께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길게 줄이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조문을 했다. 백남기씨는 나하고는 한번도 만나본 분도 아니고 어떠한 인연도 없다.

그런데 푸근한 인상으로 싱긋이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을 보니 울컥했다. 사실 백남기씨는 평범한 농민이 아니었다. 박정희 때부터 민주화운동을 했던 분이다. 1980년 서울의봄 때도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징역을 살기도 했다. 그 뒤 고향으로 돌아가 가톨릭농민회 전국 부회장도 역임했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광주 전남본부의 창립을 주도하며, 1994년에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두환 때도 치열하게 싸우면서 살았던 분인데, 어떻게 이 정권의 물대포에 허망하게 가실 수가 있단 말인가. 참담했다.

조문을 끝내고 1층으로 내려가 봤다(장례식장은 돈화문 쪽 길에서 보면 3층이다). 학생들, 시민들이 드문드문 복도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입구에는 200여명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다. 주차장과 길 앞에 있는 정문 앞뒤로는 경찰들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게 몇 겹으로 막고 있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인 유경근씨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추모만 하러 온 것이면 안된다. 추모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 언제까지 미안하다고만 할 것인가. … 그건 사람이 사는 방식이 아니다. 이제 떳떳하게 살자. 이 자리에 몇 시간 있다 간 걸로 자기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말자.”

뜨끔했다. 나한테 하는 소리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안건모 | ‘작은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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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똘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쉽다. 덜 익은 과실을 잘못 먹으면 누구나 그렇다. ‘똘기’는 채 익지 않은 과실을 말한다. 대개 떫은맛이 난다. 풋과일과 같은 뜻이다. 이때 ‘풋’은 ‘덜 익은’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똘기’는 ‘또아기’와도 한뜻이다. 한데 ‘또아기’는 이제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여럿 있을 때,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 탓에 ‘똘기’에 자리를 내주었다.

과실은 다 익으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저절로 떨어질 정도로 탐스럽게 잘 익은 밤이 ‘아람’이다. 해서 밤송이가 여물어 저절로 떨어지게 된 것을 ‘아람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과실이 충분히 익은 후 떨어지는 게 아니다.

개중에는 운이 나빠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과실도 있다. 이 운 나쁜 과실이 순우리말로 ‘도사리’다.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을 일컫는다. 한자말로는 ‘낙과’이다.

과실은 먹을 수 있건 없건 상관없이 나무에 달리는 모든 열매를 이른다. 한데 요즘 과실은 본뜻보다는 ‘성과물’이라는 비유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나마 과일에 밀려 실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과일은 과실에서 나온 말이다. 과일은 과실과 달리 먹을 수 있는 것만 가리킨다. 과실에 비해 단어의 의미가 좁아졌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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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았다. 끝날 줄 모르던 폭염에 감기를 견디며 빌빌대는데 문득 가을이 와 있었고, 회복됐다. 하나 추석 당일 재차 감기에 걸려 일주일을 흐느적댔다. 핑계를 구한 몽롱한 몸은 연휴 내내 TV와 지냈다. 무료 영화를 찾아 160개가 넘는 채널을 돌리는 족족 <집밥 백선생>과 <백종원의 3대천왕>과 <삼시세끼>와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먹방 프로그램이 무한 재방송 중이었다. 두 눈은 보면서 맛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식욕은 몸살로 무감각한, ‘심신분열의 거짓말’ 같은 상태였다. 이렇게 두세 시간을 멍해지다가 뉴스로 눈길을 돌리면 거짓말처럼 수십 년간 똑같은 추석 풍경이 화면에 있었다. 텅 빈 서울, 꽉 막힌 고속도로, 늙은 부모와 시골, 선물 꾸러미와 어린 자식을 양손에 끼고 환하게 웃는 가족이 거기 있었다.

거짓말 같았다. 한반도의 올해 여름은 1973년 관측 이래 최고의 기온과 최장의 폭염 일수를 남기고 물러났다. 4월 미 항공우주국의 발표대로 올해는 인류의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됐고 내년이면 다시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다. 거짓말처럼 가을이 왔으나 추석을 앞두고 남쪽엔 지진이 일어났다.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경주 지진을 전한 9월12일 속보 이후에도 일주일간 총 409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뒤늦게 보도됐다. 역시 늦게 전해졌지만 북쪽은 8월 말부터 겪은 10호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533명의 사망·실종자와 11만8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며 ‘해방 후 처음인 대재앙’을 공개했다.

무엇이 거짓말일까. 기록적인 폭염 뒤의 달콤한 추석 연휴가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일까. 폭염 직후의 지진과 태풍은 연휴를 마무리할 무렵에나 삽입된 저들의 불행이었던 것일까. 누군가 이 지경을 두고 하늘이, 땅이, 바다가 진노했다고 한탄한다면 미쳤다고 해야 할까. 옛날이라면 벌써 제를 지냈을 것이고 왕은 속죄하고 백성은 기도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을 때 민은 난을 일으켰고 왕은 변을 겪었다고 역사를 썼다. 극심한 가뭄에도 인디언의 제사가 통했던 까닭이 비가 내릴 때까지 속죄하고 기도하길 계속했기 때문이라는 전근대의 방식이 과연 근대 정부를 가진 우리의 방식보다 비과학적이거나 비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이 거짓말일까. 천재와 인재를 분별하는 근대 이후의 우리는 재난 일체에 대해 “나만 아니면 돼” 하는 무심한 시청자로 동일하다. 이런 자세로 남북의 스타일 차이를 쳐다볼 뿐이다. 북한 방식은 세계에 긴급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삽과 곡괭이와 맨손의 인민군이 붉은 깃발 아래 일사불란한 ‘피해복구 전투’에 임하는 사진 배포와 “김정은 동지가 보내주신 유압식 굴착기가 도착했다”는 TV 방영이다. 북쪽보다 훨씬 복잡한 남쪽은 다를까. 폭염에는 전기요금 ‘폭탄’ 논란과 한전의 막대한 흑자, 에어컨 판매 300만대 육박과 관련 주식 상승이라는 방식이다. 경주 지진에는 밀양 송전탑 사건 때 그랬고 성주 사드 배치 갈등에서 반복하듯 타 지역의 관망과 해당 지역의 반발을 나누어 ‘민생과 동떨어진 여야 정치권 대립’ 뉴스처럼 소비하는 방식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민족대명절에 민족대이동을 거쳐 상봉한 ‘정상가족’은 수십 년간 번번이 화기애애했던 것일까. 아니면 수시로 ‘분노대방출’의 일촉즉발을 간신히 틀어막고 뿔뿔이 흩어졌던 것일까. 이번에도 밥은 누가 짓고 전은 누가 부치고 설거지는 누가 했을까. 성적을 묻고 취직을 묻고 결혼을 묻고 출산을 묻는 일은 누가 했을까. 화투를 치고 술에 취하고 막말을 한 자는 누구였을까. 폭염엔 에어컨을 켜면 되고 지진은 경주와 경남일 뿐이고 태풍은 남쪽을 비켜갔으니 ‘한가위만 같아라’ 하고 방송 진행자처럼 웃는 자는 누구일까. 세월호와 메르스와 옥시의 희생자와 남은 가족에게는, 실업자와 취준생을 오가는 청년과 결혼 및 출산을 유보한 1인가구에게는 ‘똑같은 한가위’란 이미 없는데 나는 누구였을까.

에어컨과 전기요금과 원자력발전소는 결과가 아니라 폭염과 지진과 태풍의 더 큰 원인으로 줄줄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민주주의와 경제정의에 실패해서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대재난의 결과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도 밀양과 성주와 경주가 아닌 여기에서 내 가족이 무탈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 소박한 거짓말이야말로 당대 최고의 거짓말이다. 그것도 내가 날마다 하는 거짓말이었다.

추석이 있었나 싶게 몽롱·나른했던 감기 몸살기의 연휴 넋두리를 마무리하자. 연휴가 끝나자 바로 회복된 나에게 “당신은 연휴 때만 아프더라” 하는 아내에게 사과하면서 대한민국의 남성 가부장 중년의 어떤 혼합체로 별일 없다는 듯 사는 나에게 그리고 북한의 연속적인 핵 도발과 대통령이 콕 집어 말한 ‘불순분자’에 대해 이제부턴 정신 차리고 살겠다는 뜻에서 옹알거리기만 했던 말을 여기 쓴다. 거짓말이야!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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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때는 휴대전화를 요란하게 울리던 재난문자가 한반도를 기습한 지진에는 발생 시점보다 7~8분이나 늦게 울렸다. 그나마도 일부 지역에는 발송되지 않았다. 현재 지진 긴급재난문자는 국민안전처가 기상청으로부터 지진 통보문을 받은 다음 송출 대상 지역을 지정해 발송하는 체계인 탓이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뒤 지진 불안에 떨게 된 국민들이 정부의 늑장 대응에 또 한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 12~18일 트위터상에서 가장 이슈가 된 핫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국민안전처’가 1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진정보 전달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앞으로 지진이 나면 국민안전처 대신 기상청이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트위터 사용자는 “폭염 때는 경보 문자를 그렇게 자주 보냈는데 이렇게 중대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문자가 안 온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국민안전처의 재난 경보 시스템에 의문을 나타냈다.

또 지진 발생지점에서 약 28㎞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월성원전’의 안전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특히 매뉴얼에 따른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월성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불안이 확대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는 월성원전의 규모 6.5 내진설계로는 불안하다는 의견과 함께노후 원전 폐쇄 등을 요구하는 글들이 많았다.

사드 관련 이슈도 지속적으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항곤 성주 군수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여성 시위자를 두고 비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 내 ‘성주 군수’ 키워드가 급증했다. 김 군수는 지난 7일 군수실에서 지역사회단체 회원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술집 여자가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백남기 농민 관련 사건 청문회가 열린 12일에는 트위터에서도 ‘백남기 청문회’ 키워드가 주목받았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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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제2의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야생 영장류를 연구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열대 우림이다. 이 나라의 도시, 특히 수도는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어서 정이 가지 않지만 인적이 드문 시골로 들어서기 시작하면 마음이 활짝 펴진다. 맑은 물, 시원한 공기, 순진무구한 사람들. 단순하고 소박한 삶들이 늘어선 좁은 길을 따라 숲을 향해 나아가면, 수년 전 야생동물 그리고 고독과 씨름하며 지내던 날들로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하는 밀림. 그곳이 나는 늘 그립다.

얼마 전 나는 다시 이곳을 찾았다. 오랜만에 조우한 현지 연구보조원과 얼싸안으며 옛이야기를 나누고, 숲속으로 들어가 긴팔원숭이 가족을 찾아 안부를 묻기도 했다. 나를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들이 그곳에 여전히 잘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그저 고맙고 감개무량하다. 나무도, 개울도 여전히 푸르고 언제나처럼 넘실거렸다. 열대우림의 품 안에만 안겨 있으면 모든 게 평온하고 영속될 것처럼 느껴진다. 세상이 아직은 괜찮은 건가, 어느새 마음을 툭 내려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그런데 이곳에도 나의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기름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팜유 지대이다. 이곳에서 내가 영장류 연구를 시작하던 10년 전만 하더라도 없었는데, 짧은 기간에 엄청난 규모의 팜유 농장이 국립공원 옆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팜유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식물성 유지로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 바로 인도네시아이다. 예전에 인도네시아는 팜유를 소량 생산해 왔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990년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 약 2000만t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팜유는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라면 등 각종 식품은 물론 세제, 비누, 화장품 그리고 바이오연료에까지 쓰이는 범용성 원료이다. 다른 말로 하면, 슈퍼에서 장을 볼 때 팜유를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나라도 주요 팜유 수입국으로 팜유 농장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궁금하다면 위에 열거된 품목에 해당하는 물건 아무거나 들어 뒷면을 살펴보라. 야자유, 야자경화유 등도 모두 팜유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팜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쯤 말하고 나면 눈치챘을 것이다. 어두운, 몹시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차례지 않은가. 물론이다. 문제는 팜유가 오늘날 동남아시아 산림 파괴와 야생동물 멸종의 가장 심각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팜유 농장은 경작지를 활용해 조성하지 않는다. 바로 열대우림의 세계를 침범해 전부 베고 불태운 전쟁터 같은 땅 위에 세워진 것이 팜유 농장이다. 인도네시아 팜유가 세계 공급량의 절반을 넘어서고, 말레이시아를 제치며 1위 생산국 자리를 탈환한 2000~2009년에는 약 34만㏊가 팜유에 할애됐다. 이 중 대부분은 저지대 산림이었다. 이때에만 서울 면적 5배가 넘는 숲이 사라진 셈이다. 그리고 이 참혹한 현상은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값싼 기름 때문에 죽어나가는 생물들과 생태계를 일일이 열거하기란 불가능하다. 팜유의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는 다름 아닌 오랑우탄이다. 잿더미의 숲 한중간에서 어쩔 줄 모른 채 고립된 오랑우탄의 모습은 이제 잘 알려진 팜유의 반대급부 이미지다.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그 개체수가 90% 이상 사라진 오랑우탄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열대우림에서 그저 한 종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직 못다 한 여러 종의 생물 그리고 그들 간의 복잡·미묘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은하계를 수놓을 만큼 많고 광대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멸종과 파괴에 대한 뉴스를 경제활동의 필수불가결한 부산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이런 비극적인 정보의 나열이 조금이라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국제사회는 늦게나마 산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름을 생산하는 지속가능 팜유를 확대하고자 ‘지속가능한 팜유 라운드 테이블(RSPO)’이라는 기관을 설립해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팜유는 물론 이 제도가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내에서는 거의 아무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29일 국내 화장품 원료 분야에서는 첫 번째로 생활화학전문기업 KCI가 RSPO 인증을 받았다. 좋은 출발이긴 하나, 화장품 수출 3조원 시대를 연 나라로서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행보이다. 인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나머지 팜유 사용 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들의 속내는 한 가지다. 소비자들이 관심 없는데 뭘? 관심이 없었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있게 하자고, 야생학교는 촉구한다.

김산하 | 영장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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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지진을 두 번 겪고 나니,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 같다. 멀고 가까움 없이 닥쳐온 지진 공포와 핵 위협에 매일 밤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눈을 감는다. 아침에 일어나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초목을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무 일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순간순간 되새긴다. 태어나 겪어본 적 없는 공포와 위협이 삶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다보니, 정작 지금껏 동고동락하며 애면글면 끌어안고 있던 현실의 크고 작은 일들이 하찮아지고, 지나가지 않았음에도 지나가버린 것처럼 망연자실해진다. 체호프가 말했던가. 습관이란 일과 옷과 가구와 식구를 삼키고, 전쟁의 공포까지도 꿀꺽 삼켜버린다고. 예술만이 잃어버린 삶의 감각을 되찾게 해준다고. 예술은 무(無)에서 유(有)를 향한 처절한 작업. 폐허에 피어나는 꽃처럼, 예술은 어떤 형식으로든, 축제처럼, 계속되어야 한다.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 있는 최고 80층짜리 고층 건물이 휘청거리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며칠 후면, 전쟁의 포화 속에 의사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작가 모히브 제감을 만난다. 그는 26일부터 7일간 14개국 시인과 작가들이 ‘잊혀진, 잊히지 않는’이라는 주제로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벌이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가해 아프가니스탄의 삶에 대해 한국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체르노빌의 참사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의 역사를 채록한 다큐멘터리 소설 <체르노빌의 목소리>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로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처럼, 그 역시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포화 속 사람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를 비롯 다양한 글쓰기로 전한다.

한 명의 작가가 쓴 한 편의 소설 작품이 뉴스 미디어를 통해 피상적으로 각인된 그 나라의 피폐한 인상을 깨고 속 깊게 공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히브 제감과 같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소설가 할레드 호세이니이다. 그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들>을 읽어가다 보면, 폭격과 폭발로 점철된 무시무시한 그곳은 순박한 마음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창공에 힘껏 연을 날리는 소년들이 우정을 나누고 있었고, 초록의 아름다운 초목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환기하게 된다. 호세이니나 제감이 글쓰기로 때로 처절하게, 또 때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우리 앞에 소환하는 진실은 아프가니스탄만의 것이 아니다.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가하는 중남미 작가 산티아고 감보아의 콜롬비아도, 릴리 멘도자의 파나마도 있다. 감보아는 슬픈 목소리로 그러나 신랄하게 ‘밤의 기도’를 들려주고, 릴리 멘도자는 역동적이고 역설적인 목소리로 “미래 따위는 없다, 지금의 연속이다”라고 외친다.

오늘 밤에는 또 어떤 땅울림이 우리를 덮칠 것인가. 무수히 많은 파괴와 균열 속에 ‘잊혀진’, 아니 ‘잊히지 않는’ 것들을 안고 우리를 찾아오는 모히브 제감의 목소리가 귓전에 메아리친다. “무엇을 잊었는가? 아무것도 잊혀진 건 없다.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아무것도 소홀히 했던 건 없다. 다만 인간다움, 그것 말고는.”

함정임 | 소설가·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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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는 우리 식구만 셋이 모이게 되어서 진짜 제대로 된 차레상을 차리고 싶었다. 그동안 명절 때마다 겪었던 의미 없는 의례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들 때문에 명절 자체에 흥미를 잃어왔던 터라 내 소신과 내 정성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나는 미리 알아본 바가 있는지라 그 도움말대로 하나씩 준비했다. 내가 알아본 것은 두 방향이었다.

하나는 차례가 아니고 차레라는 것이다. 차례(茶禮)는 한자말의 훈에 있듯이 차를 올려 제사를 지낸다는 것으로 물이 탁해서 늘 차를 달여 마셨던 중국얘기이고 앞 뒷산에 약수가 철철 흐르는 우리나라는 차례가 아니라 차레를 했다는 것이다. 차레는 채우고 비운다는 뜻이다. 모든 제례는 결국 채우고 비우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비워내고 나서 채우는 게 아니라 맑고 밝은 사랑과 용서와 포용으로 채워나가면 탁하고 어리석고 욕심스러운 것들이 그냥 비워진다는 얘기다. 참 의미심장하다.

다른 하나는 간소하면서도 정성스러움이다. 이것은 동학연구가인 김용휘 교수의 도움말에 전적으로 따른 것으로, 내가 동학의 가르침대로 ‘청수일기’(허례허식을 버리고 맑은 물 한 그릇으로 장독대 비손하는 마음)와 ‘향아설위’(죽은 귀신이나 벽을 향해 상차림을 하는 게 아니라 한울로서의 나 자신을 향해 상을 차리는 것), 그리고 ‘천지부모’(하늘, 땅, 세상 만물이 한 부모) 정신으로 상을 차리고 싶다고 기준을 제시했었는데 김 교수는 딱 한마디로 대답을 해줬었다. ‘간소하고 정성껏’이라고.

이런 두 방향에서 차레를 구체화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차레상 뒤쪽에 하얀 종이를 3면으로 접어 세우고는 각 면에 ‘조상님’, ‘큰 스승님’, ‘만물만상’이라고 썼다. 아버지와 어머니 또는 고조부까지만 모시려니 허전했었다. 우리 직계 조상님뿐 아니라 세상의 큰 스승들의 가르침으로 나를 채우고 싶어서다. 여기에 후손 없는 귀신이나 사람의 형상을 하지 못한 생물, 미생물도 다 모시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

새 물과 새 차를 넣어 뜨겁게 우려낸 보이차 세 잔을 세 위패 앞에 놓았다. 보이차를 올릴 때는 한 사람이 한 잔씩 찻상에서부터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신부걸음으로 조심조심 걸어서 왔다. 보이차 앞쪽에는 새로 출간된 내 책 한 권, 유기농 사과 한 알을 놓았다. 이게 차레상의 전부였다.

그 다음 진행순서도 식구들이 즉석에서 정했다. 한 사람씩 차레상 앞에 나가서 서원을 올리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무릎을 꿇었고 어떤 사람은 가부좌를 했다. 식구와 이웃, 사회와 세상에 대한 서원을 올린 사람도 있었고, 조상과 스승들의 큰 가르침에 감사와 고마움을 구구절절 표한 사람도 있었다.

절은 안 했다. 음식과 위패에 절을 하는 것보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공개서원을 끝내고 삼각점에 마주 서서 맞절을 했다. 1배만 할까 아니면 3배를 할까 물으니 다들 3배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한 동작 한 동작을 또박또박 정성을 다해 서로에게 3배를 올렸다. 그러고는 서로를 깊이 포옹하면서 덕담을 나눴다.

차레상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앞에 앉은 우리는 덕담을 이어나갔다. 아들이 대행 스님의 <한마음 요전>에서 읽은 예화를 소개했다. 포수가 사냥을 나서서 들오리 한 마리를 쏘았는데 어떤 한 마리가 도망을 가지 않고 피 흘리는 오리를 얼싸안고 울더라는 것이다. 죽은 오리의 짝꿍이었다. 이를 보고 포수가 총을 버리고 사냥을 그만두었다는 일화였다. 목숨을 걸고 사랑을 실천한 짝꿍오리 덕분에 숲에는 평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이런 유의 덕담을 나도 하나 나누었다. 식사를 마치고 어머니 산소를 찾았다. 어머니 무덤 앞에서 가져간 음식에 따가운 볕을 발라가며 안 남기고 다 먹었다. 중학교 때 도시락에다 딱 밥알 하나를 남겨왔다가 어머니에게 부지깽이로 혼이 났던 기억을 되새기며.

전희식 |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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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교동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을 몇 번 꺾어 들면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이 나온다. 그곳 지하 1층 국제회의실에서 지난 9월1~2일에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3차 청문회가 열렸다. 큰 주제는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조치와 책임’이었다.

들을 청, 들을 문. 청문회는 증언을 듣는 자리다. 당연히 말해야 할 이들이 있어야 한다. 말하는 이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만을 말하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먼저 다짐해야 한다. 특별조사위원회가 ‘국가의 조치와 책임’에 대해 따지려 참사 당시 해경·해군·해수부·경찰청·청와대 관계자에게 증인 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 명도 그 자리에 오지 않았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와 시민사회·종교계 원로들이 6일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요구하는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 방청인 발언에 나선 김성묵씨는 오지 않은 증인을 향해 말했다. “그 진실이 얼마나 무섭길래 나오지도 못하고, 외면하고, 가리려고 덮으려고 합니까?” 김성묵씨는 세월호에서 소방호스로 학생들을 끌어올려 구했던 이다. “아이들이 저한테 ‘아저씨 어떻게 해요’라고 물었을 때 방법을 몰랐습니다. 뭘 해야 될지 몰랐고, 무슨 말을 해줘야 될지 몰랐습니다. 제가 부모님한테 정말 죄송하다 느끼고 죄스러워서 지금까지 871일, 그사이에 부모님들 눈을 쳐다보지 못했던 게 어쩌면 그 아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 아이 질문에 답변을 못했던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게를 잴 수 없는 말, 지금까지 그가 혼자 지고 온 짐을 앞으로도 계속 혼자 져야 할까. 앞서 그가 한 물음은 오지 않은 증인한테만 해당하는 게 아니겠다.

참고인으로 나온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로막히고 감춰진 시간과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전 국민이 “총력을 다해 구조에 나섰다”는 뉴스 앞에서 간절히 기도할 때 실상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민간 어선을 구해 사고 해역으로 향한 가족도 배 안에서 그 뉴스를 보았다. “현장에 가니 아무것도 않고 있는데 너무 놀라웠다. 기자들한테 구조하지 않는 현실만 그대로 보도해 달라 했는데 돌아와서 방송하지 않았다.”

‘피해자 처지’에서 ‘피해자가 바라는 바’를 살펴야 할 경찰은 참사 첫날부터 피해자를 ‘감시’하고 ‘동향을 관찰’하고 ‘성향을 분석’했다. 피해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고 ‘무시’하고 ‘고립’시켰다. 고립을 벗어나려는, 진실을 찾아나서는 움직임은 ‘가로막고 틀어막았다’. “난민들이 겪는 아픔, 보호받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데 지금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오지 않은 증인들을 빼고도 청문회에서는 알아야 할 일이 많이 나왔다.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 말은 꼭 보고 듣고 읽었으면 싶다. 그이들 말 바탕에는 ‘생명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자리한다. 그중 하나, 여기 새겨둔다. 단원고 2학년5반 박성호의 큰누나 박보나씨가 한 말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형제자매는 230여명이 있습니다. … 우리는 왜 아직도 내 형제들을 죽게 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미안하다고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던 어른들은 지난 2년간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 희생된 학생들의 형제자매이고 친구인 우리, 우리 세월호 세대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똑똑히 보았고 기억합니다. 우리의 연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고통의 시대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고 다짐했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할 줄 모르고, 자신의 일에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하고,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그런 어른은 되지 않기로, 그리고 공감하지 못하는 괴물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특조위도 인양도 모든 게 침몰하고 나면 우리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시민분들, 제발 이번 청문회가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주신 특별법과 특조위가 그대로 침몰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박수정 | 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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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말한다. 이게 책갈피의 본뜻이다.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를 가리킨다.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경계를 일컫기도 한다. 해서 사물이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때 ‘갈피를 잡지 못한다’고 한다.

책을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쉽게 찾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을 ‘갈피표’라 한다. 한자말로는 ‘서표’다. 한데 사람들이 ‘책갈피’를 ‘갈피표’란 뜻으로 더 많이 쓴다. 그래서 사전도 ‘읽은 곳을 표시하는 도구’란 뜻풀이를 추가했다. ‘책갈피’는 책의 갈피인 동시에 책갈피에 끼워 두는 도구인 셈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책갈피’는 곧 ‘보람’이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보람’은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해 하는 표적을 말한다. 책 따위에 표지를 하도록 박아 넣은 줄이 ‘보람줄’이다.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긴다는 점에서 책갈피와 보람(줄)은 닮아 있다.

‘보람줄’은 갈피에 끼운다고 해서 ‘갈피끈’, 읽은 곳과 읽지 않은 곳을 구별하는 끈이라고 해서 ‘가름끈’이라고도 한다. 참, 비행기에 짐을 실어 보낼 때 다른 가방과 구별하기 위해 가방에 달아매는 이름표나 꼬리표도 ‘보람’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보람’은 대부분 ‘어떤 좋은 결과나 뿌듯함’이란 뜻으로 많이 알고 쓴다. 바로 이 ‘보람’의 원뜻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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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고, 전량 신제품으로 교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최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리콜 이후에도 초기의 흥행가도를 달릴지, 소비자들이 변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달 29일~지난 4일 트위터상에서 가장 이슈가 된 핫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갤럭시노트’가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 최초로 배터리 폭발 제보가 올라온 지 9일 만인 지난 2일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리콜 방침이 발표된 뒤 배터리 점검, 신제품 교환을 위한 이동통신사들의 안내 등 후속 조치가 분주한 상황이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삼성의 빠른 리콜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가 하면, 결함이 있는 제품을 만든 기업으로서 당연히 취해야 할 태도였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제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해 새누리당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국회의장’ 키워드도 언급량이 급증했다. 정 의장이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논란에 대해 각각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다” 등의 발언을 하자 여당 의원들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며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지난달 29일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 본격 수사를 시작하면서 ‘압수수색’도 언급량이 급증했다. 특히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을 압수수색한 수사관들은 백팩 몇 개와 쇼핑백 하나를 손에 들고 나온 반면,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무실에서는 파란색 박스 행렬이 이어져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어머니가 10년 동안 빈곤계층으로 등록돼 2500만원이 넘는 의료비 혜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2차례 아파트 매매로 27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과 호화생활비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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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없고, 어머니 33세 농업, 할아버지 62세 어업, 삼촌 32세 선원, 재산 정도 하, 건우의 행복하지 못할 가정 환경에 많은 걸 묻진 않았다. 건우네 집은 조마이섬 위쪽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이것은 50년 전에 발표된 김정한의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의 일단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K중학생 건우의 담임선생님이다. 소설 속에서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진 모래톱”으로 묘사되면서 조마이섬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현재 낙동강 하구 을숙도를 가리킨다. 당시 현지인들은 “강 하구에 모래가 밀려 만들어진 조그만 섬”으로 조마이섬이라 불렀다.

조마이섬뿐만이 아니라 건우 할아버지를 부르는 ‘갈밭새 영감’도 이곳의 생태 지리적인 환경 요소를 담고 있다. 그는 갈밭에서 요란하게 우는 새 같은 존재, 조마이섬 사람들의 터를 위협하는 자본가에 맞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인물이다. 이 소설이 씌어지지 않았다면, 낙동강 하구의 독특한 모래 지형과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아름다운 삶의 언어를 어떻게 기억하고, 쓸 수 있겠는가.

부산으로 터를 옮겨온 이후, 일주일 중 대부분의 낮을 을숙도가 내려다보이는 승학산 기슭 창가에서 보낸다. 창 아래, 강변로 어름이 <모래톱 이야기>의 소년 건우가 나룻배를 타고 조마이섬에서 통학하던 갈대밭 나루터라는데,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숲을 이루고 있다. 어쩌다 문우가 찾아오면, 을숙도 가까이, 강변로를 따라 하구 끝까지 내처 달려가는데, 그 끝은 다대포, 몰운대이다. 모래 포구가 드넓기로, 몰려오는 구름 형상이 비상하기로, 맑은 날 낙조가 황홀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몰운대 한쪽, 숨은 듯 자리 잡은 단골 횟집 할매집 마당가에 앉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곤 하는데, 엊그제 주말에는 아미산 기슭 다대도서관으로 올라갔다. 몰운대와 다대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내가 다대도서관에 간 것은 진해 출신 소설가 김탁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근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를 출간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세월호 이야기는 시와 산문, 다큐멘터리로는 상당히 발표되었다. 그러나 소설은 이번 <거짓말이다>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대도서관은 전국의 수많은 도서관들 중에서도 전망 좋은 열람실로 손꼽힌다. 주말이었으나, 작가를 만나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그리고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강연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 어떤 비극적 상황과 절망도 망각의 힘을 이길 수 없다. 망각과 대적하는 유일한 무기는 붓, 곧 진실을 끝까지 추구하는 소설 작품이다.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가 자취 없이 사라진 조마이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금 이곳으로 끊임없이 실어나르듯, 세월호의 소설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낙동강 하구에, <거짓말이다>를 감싸고 있는 다짐이 메아리친다.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함정임 | 소설가·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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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는 ‘전라도닷컴’이라는 잡지가 있다. 지금껏 15년쯤 이어진 잡지. 대전에는 ‘토마토’, 수원에는 ‘사이다’라는 잡지가 있다. 지난주에 이 잡지를 펴내는 사람들, 그리고 또 다른 지역에서 책을 내는 잡지사와 출판사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전국에서 알음알음으로 책 낸다는 집은 얼추 모였다고는 하지만, 도나 광역시마다 고작해야 한둘. 한국의 출판사와 잡지사는 거의 다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과 그 나머지, 이런 구분만이 실감이 있다. 출판사의 숫자를 헤아려봐도 마찬가지다. 지방엔 손으로 꼽을 만큼이다. 그래서 상추쌈출판사는 경남 하동 촌구석에 있지만, 출판사를 운영하는 조건은 부산이나 광주 같은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요즘 서울이든 지방이든 어디에서나 작고 새로운 책방들이 생겨나듯, 지방에서 책을 내는 출판사도 늘어나고 있다. 하나같이 작은 출판사들이다. 새로 생긴 책방들이 저마다 주인장 성격이 드러나게끔 고르고 고른 책을 늘어놓는 것처럼, 지역에 있는 출판사들도 그렇게 책을 펴낸다. 요즘엔 책을 찍는 인쇄소나 제본소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일이 굴러가니까, 지역에 있는 것이 책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전국 어디든 다니기가 편해지고,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하면서, 가까워지는 만큼 자연스레 경계가 사라진다.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로 가는 길, 어느 길로 가든, ‘이제 서울 언저리네’ 하는 마음이 든다.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이제 지방의 작은 도시든 시골 촌구석이든, 실시간으로 서울의 눈높이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있는 지역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군가에게 자기 동네를 말할 때에도 ‘서울에서 몇 시간 거리’ 하는 설명이 필수로 붙는다. 하지만, 지방에서 살고 있으면, 외국 나간 만큼은 아니어도 슬슬 눈길 가 닿는 데가 달라지고, 생활패턴도 천천히 그 동네 방식에 맞춰진다. 같은 저자와 일하고, 같은 주제로 책을 고민해도, 시골에 내려온 뒤로는 짚고 넘어가는 대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지역에서 살아가는 출판사가 되어서,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지역 잡지사들끼리 오랫동안 모임을 하다가, 이참에 출판사들까지 불러서 모임을 꾸리고, 새로운 일을 작당했다. 각 도에 한둘 있는 출판사들이니 얼마나 모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임 시작부터 지르기를 내년 5월 제주에서 ‘한국지역도서전’을 열기로 했다. 전시회만 여는 게 아니다. 출판상도 주기로 했다. 지금껏 해 온 전통 있는 도서전도 해마다 사람들 발길이 줄어든다는데, 게다가 서울도 아니고, 제주에서 하겠다니. 슬그머니 발을 뺄 타이밍을 용의주도하게 계산하는 사이, 모든 것이 후딱 결정되었다. 이야기 중간에 지역출판상 어쩌고 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귀에 쏙 박혀서는 때를 놓쳤던 것이다. 행사를 치르는 돈은 그때 그때 형편에 따라 마련하더라도, 출판상만큼은 어디서 기금을 받거나 주최 측에서만 마련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을 널리 알려 1000명한테서 1만원씩 모으자, 그래서 그 1000명 마음까지 보태서 상을 주자는 것이었다. 출판상을 뽑는 투표는 아무나 할 수 있게 하고, 1만원 보탠 사람은 투표를 세 번쯤 하게 하자는 이야기도 들리고, 출판상 후보가 될 책을 널리 모으는 일에 대한 이야기도 들렸다. 평소에 책쟁이로 조용하기만 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재밌어 하는 순간이었다. 지역에서 책을 내고, 이야기를 담는 일에 기운을 북돋기에는 꽤나 재미있는 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출판사 또한 저마다 자기 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면, 수도권에서 벗어나는 삶은 어쨌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가능성은 확 줄어들고, 그것 말고 다른 즐거움을 누릴 가능성이 많이 열린다. 당장 임차료만 계산해 봐도 알 수 있다. <보리 국어사전>을 펴낸 윤구병 선생은 사전을 펴낼 때 사전에 싣는 말을 덜어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도 했다. 이를테면 ‘플로피 디스켓’ 같은 말은 이제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 말이 되었다는 것. 서울과 같은 공간 한복판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덜어내는 일이, 아무래도 여기에서 더 잘 보이는 게 있다. 그렇게 살게 되고. 게다가 제주에는 재미난 서점도 작은 출판사도, 알맹이가 꽉꽉 들어찬 책쟁이가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일 만큼이었으니까, 일찌감치 내년 5월 일정을 비워 놓으시는 것도 괜찮겠다.

전광진 | 상추쌈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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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대가의 어록과 학계의 연구와 속세의 ‘썰’을 모아보면 대답은 태산보다 거대할 것이다. 난해하거나 자명하고 진중하거나 농담 같고 상투적이거나 발칙한 예술론의 백가쟁명에도 불구하고 바탕엔 ‘예술은 신성하고 고귀하다’는 18세기 부르주아 미학의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반면 소설가 한창훈에겐 이런 질문 자체가 ‘지랄’ 맞게 커서 문제다. 너무 커서 삶의 한계를 초월하는 질문은 감각과 정신을 헐벗게 만들기 쉬워서다. 하여 “문학 바깥에 있는 비문학이 더 중요하다”고 잘라 말하는 작가에겐 밥과 일과 놀이의 비예술 생활세계에서 빚어지는 희로애락을 경청하고 참여하며 기록하는 실천이 예술이다.

7월에 나온 그의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한겨레출판사)는 “어느 누구도 다른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는 한 줄의 법조문만 가진 섬나라의 사람들을 그렸다. 이 소설을 읽으며 지랄 맞은 폭염을 견뎠고 지랄 맞지 않은 예술을 상상했다.

5년 전 1월이었다.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를 쪽지에 쓰며 “죄송합니다”를 반복한 32세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고독사했다. 한 해 뒤 정부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턱없이 작은 예산에 권리가 아닌 시혜처럼 주어진 예술인 복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한 가운데 ‘창작지원금 사업’ 수령자가 전국 2354명으로 집계됐다(2015년 12월10일 기준).

문제는 이 바늘구멍이 예술인 스스로 자격증명이라는 행정절차를 통과해야 하며 지원 기준도 사회공헌과 창작활동계획, 생계위기, 창작준비금 등으로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창작준비 지원과 생계형 복지 지원 투 트랙 확대’를 주문하고 복잡한 증명 절차를 줄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에 당부할 정도였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종사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겠지만 사정이 이렇다면, 국가정책으로 예술인 복지를 말하는 노릇은 낯 뜨겁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18일 서울시는 ‘서울예술인플랜’을 발표했다. 대표사업 3가지는 이렇다.

첫째는 예술인 공공임대주택을 현재 50호에서 1000호까지 늘리고, 낡은 아파트를 예술인 주거+창작 공간으로 재생해 낮은 월세로 장기 임대하며, 민간의 창작공간 300곳에 임차료를 지원하고 자치구 유휴공간 100곳을 공유형 창작공간으로 조성하겠다. 둘째는 사회적 예술 일자리 1만5000개를 만들고 예술인 표준 보수지침을 적용하겠다. 셋째는 청년과 신진 예술인을 위한 ‘최초예술지원’ 1000건과 같은 신규 사업들과 기존 사업을 묶어 “장애 없는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넷째로 예술인 교육 확대 및 해외교류 지원과 다섯째로 대학로 서울연극센터를 ‘예술청’으로 증축해 기능을 전환한다는 것을 아울러 “5대 희망 의제”라고 포부를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서울에 사는 예술인의 복지는 한결 나아질 것 같다.

문제는 주거와 작업공간, 일자리, 창작, 교육과 해외교류 등의 지원을 제각기 공급하지 않고 지역이라는 터전에서 통합하는 전략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지원을 바탕으로 예술인들이 지역재생에 참여하며 주민과 공생하는 생태계를 스스로 만들게 하는 방향과 전망도 안 보인다. 이 점에서 ‘서울예술플랜’은 ‘쌀이나 김치를 구하는 예술인’의 지상에는 천착했어도 ‘신성하고 고귀한 예술’의 천상이라는 과거의 미학을 바꾸는 데로는 나가지 못했다.

해서 다시금 질문 앞에 선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지금 이 장소에서 나와 친구와 이웃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정부와 서울시의 예술인 복지정책 및 예술정책은 아직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사적 영역을 공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예술언어와, “정치적 공공성에 기여하는 ‘자기갱신’”의 예술경험과 “삶의 인간화를 실현하는” 예술실천은 일부 문화·예술인이나 소수파의 간절한 염원일 뿐이다. 결국 “자기 자신의 미덕을 체질화하고 생활화하고 내면화하는 것 자체”의 접근법으로서 예술은 “한국 사회가 성숙으로 나아가는 길이건만 좁고 위태로우며 그 일은 지극히 예외적인 인간”이 걷는 예술의 길로 남아 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그래서 기록적 폭염보다 지랄 맞다. ‘천상의 예술’은 이미 추락했는데 ‘예술의 지상’을 위한 서울시와 정부의 정책은 요원하다. 특히 ‘서울예술플랜’에 부족한 결정적 2%인 지역 생태계 구축의 전략 부재를 생각하면 못내 아쉽다. 지랄 맞지 않은 예술이 지역 도처에 있는데도 말이다.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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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가 고려 직진남으로 등극했다.” 배우 이준기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마 <달의 여인-보보경심 려>를 다룬 기사다. 물론 글쓴이의 관심은 드라마가 아니라 ‘직진남’에 있다. ‘직진남’은 ‘한 사람만 바라보며 뜻을 굽히지 않고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남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신조어가 한때의 유행어에 그칠지, 낱말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신조어에 다소 거부감을 느낀다. 아무튼 ‘직진남’은 내버려 두더라도 ‘직진남’과 짝을 이룬 ‘등극’은 살짝 눈에 거슬린다. ‘직진남’과 ‘등극’은 아무리 꿰맞추려 해도 어울리지 않는 짝이기 때문이다.

‘등극’은 ‘임금의 자리’나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름을 뜻한다. ‘등극’의 뜻이 이러니 ‘직진남 등극’이라 하면 ‘직진남이란 최고의 자리나 지위에 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남자’가 자리나 지위를 일컫는 말은 아닐 터. ‘직진남이 되었다’면 충분할 것을 ‘등극’ 때문에 글이 우습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연인 등극’ ‘막내 등극’도 그냥 ‘연인이 되었다’ ‘막내이다’로 쓰면 그만이다.

직업병 탓이겠지만 얼마 전 방송 진행자가 무심코 던진 ‘4위로 등극했다’란 말도 다소 귀에 거슬린다. 진행자가 ‘등극’의 뜻을 모르진 않을 텐데. 방송의 파급력을 고려하는 신중한 말글살이가 조금 아쉽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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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5선의 추미애 의원이 선출됐다. 여소야대 구도에도 이렇다할 구심점이 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더민주를 ‘강력한 야당’으로 이끌어 달라는 기대로 풀이된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지난 22~28일 트위터상에서 가장 이슈가 된 핫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추미애’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분열을 치유하는 통합의 중심 ‘균형 추’가 되겠다”는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전력을 이유로 비판하는 측의 의견이 다수 공유되기도 하는 등 양측이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추 대표도 “이제부터 주류·비주류, 친문·비문이라는 말이 안 나오게 균형 있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내년 대선을 향한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4일 청와대가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경찰청장’ 키워드가 2위에 올랐다. 이 청장은 과거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고도 신분을 숨겨 징계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취임식에서 “원칙이 상식이 되고, 신뢰가 넘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쏟자”고 강조했지만, 아직 국민의 신뢰를 얻지는 못한 듯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앞으로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경찰청장에게 직접 조사받겠다고 하겠다”며 이번 인사과정의 부도덕성을 꼬집었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콩트 특집 중 하나인 ‘무한상사’도 지난주 방송을 통해 베일을 벗으며 트위터 핫키워드에 등극했다. 드라마 <싸인>과 <시그널> 등을 집필한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와 <라이터를 켜라>를 연출하고 <끝까지 간다>를 각색한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가 환자가 발생하면서 ‘후진국병’ 언급량도 급증했다. 대체적으로 콜레라 발병과 관련한 정부의 초기대응 미흡을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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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여의도로 출근했다.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 공동대책위 회의. 새누리당사 앞 노숙농성 331일차, 부당해고 후 3500일 동안 거리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단 하루의 사과였지만, 그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노동자들은 60여일을 단식하고 1년여를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숙으로 지새야 했다. 그 세월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할까.

한국 부자순위 120위권, 지금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빼돌린 공장에서 배를 불리고 있는 박영호 사장의 사과와 책임은 언제쯤 물을 수 있을까.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에도 해고가 정당하다는 면죄부를 준 대법원의 사과와 책임은 언제쯤 물을 수 있을까. 정의는 언제쯤이나 바로 세워질 수 있을까.

동병상련.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건너편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점거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농민 대책위 연대 방문을 갔다. 여대야소여서 어떤 일도 못한다고 표를 몰아달라던 야당이 다수당이 되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20대 국회 첫 사업으로 세월호특별법 재개정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3번의 야합으로 세월호 진실규명 기회를 침몰시킨 책임도 있다. 벌써 2년 넘게 유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선잠을 자야 한다. 침몰은 2014년 4월 한번만 일어났던 것이 아니다. 연거푸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번엔 최소한 진실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백남기 농민 국회 청문회가 7일 열리기로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청문회는 시작일 뿐, 국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까지 가야 할 길이 많다.

바로 이어서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리는 통신 비정규직 티브로드 단식 선포 기자회견에 연대 참여했다.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유가족 단식도 벌써 14일째.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대책위 농민들 단식도 벌써 10여일째. 그런데 또 단식이라니. 추석이 낼모레인데 가슴이 무너진다. 오늘은 웬일로 기자회견을 보장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익숙한 경찰 선무 방송이 시작된다. ‘여러분들은 기자회견을 빙자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선창하는 등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즉각 중단하기 바랍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책임을 묻기 위한 채증이 시작되며….’ 낯익은 영등포서 정보과 형사들이 와서 아는 체를 하지만 눈도 주기 싫다.

국회가 600만명의 국민이 청원한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나섰더라면, 명백한 물대포 직사 국가폭력에 대한 조사와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국회가 파견노동, 간접고용, 비정규직 확산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와 아픔들이기도 하다. 이것은 부탁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과 사회의 요구이며 명령이다. 세월호특별법 재개정하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 비정규직법 폐기하라!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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