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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곳곳에 원망이 배어 있다. 올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가 한 곳에 그친 것은 외부세력의 방해 때문이라는 원망이다. 교과서 선택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사법처리를 요구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를 아직도 모르는 교육부의 현실 인식이 국정교과서를 ‘좀비’로 만들고 있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새롭게 내놓은 방책은 ‘무료 배포’이다. 희망하는 학교 수요를 교육부가 직접 파악해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교과서를 공짜로 나눠주고 가산점·지원금까지 주겠다며 신청기간까지 연장했는데도 거부당하자, 이번엔 정식 교과서가 아니어도 좋으니 가져만 가라는 식이다.

국정교과서의 지위는 복잡해졌다. 교과용도서심의 규정을 받는 ‘교과용도서’이자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도서’이면서 경우에 따라 ‘보조교재’일 수도 있고 ‘도서관 비치 도서’나 ‘방과후학교 교재’가 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쓰는 책의 지위가 무엇이냐는 법과 규정을 바꿔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다. 교육부는 2015년 말 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만 써야 한다는 고시를 발표했다. 2016년 말엔 2017년에는 연구학교에서만 쓰고, 2018년부터는 국·검정을 혼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입법예고를 하고 이달 중 대통령령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에 맞춰 스스로 세운 원칙까지 계속 바꾸다 보니 최소 44억원을 들인 국정교과서는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애매한 존재가 됐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옆 사람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박민규 기자

신학기를 앞둔 학교는 한동안 또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학교의 경우 학교 구성원들이 반대해 연구학교 신청은 실패했으나, 보조교재 신청은 학교장과 재단에서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초중등 교육법 32조는 교과용도서와 교육자료 선정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또는 자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용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활용 방안에 따라 학운위의 논의 필요성이 있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연구학교 신청률이 저조한 이유를 교육부는 ‘교육감과 외부세력’ 탓으로 돌렸다. 금 실장은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순수하게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며 “지정 과정에 위법·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법적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접수된 위법행위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했다. 보수단체가 학교 밖에서 국정교과서 지정 촉구 시위를 벌인 것에는 “신고된 합법 집회”라고 감쌌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깜깜이 예산으로 불량품을 만들어놓고 또다시 세금을 들여 무료 교재로라도 배포하겠다니 학생들 보기에 부끄럽다”며 “국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장은교 | 정책사회부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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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