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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80대의 어머니에게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50대의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농촌의 오래된 집이어서 방은 충분했습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아들의 귀향을 무척 반겼습니다. 그러나 곧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어머니의 알량한 연금으로 생활하다보니 적자가 계속되었고, 얼마 되지 않는 연금은 곧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반년이 지나 아들이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아들의 병원비는 겨우 해결했지만 퇴원한 아들은 후유증으로 재취업이 어려워 집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노후파산>(NHK 스페셜 제작팀, 다산북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고령인구가 3000만명을 돌파해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서는 600만명의 고령자가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인 300만명이 생활보호수급 이하의 연금수입자인 일본에서 생활보호수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70만명에 불과합니다. 200만명 이상이 목구멍에 풀칠하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알량한 연금은 계속 줄어들고, 의료·간병비의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저금도 없이 살아가는 고령자들은 파산 직전에 몰려 있습니다.

이런 노인들에게 직장을 잃은 자식이 찾아와 부모와 자식이 동반 추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돈이 있는 사람도 불안감에 빠져 평생 저축을 끌어안고 살다가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산을 상속하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이 67세니 상속받은 이는 다시 그 돈을 끌어안고 살다가 죽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러니 소비시장은 얼어붙고 사회는 활력을 잃어 갑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어 2060년이면 60세 이상 인구가 위쪽에 몰려 있는 ‘역피라미드’형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3월23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연령’(전체 인구를 나이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2014년에 40.2세로 처음으로 40세를 넘어섰지만 2040년이면 52.6세, 2060년이면 57.9세가 됩니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는 2015년에 17.9명이었지만 2040년 57.2명, 2060년 80.6명으로 급속히 불어납니다.

작년에 생산가능인구 5.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이미 노인 빈곤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서도 100만명의 독거노인 중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살아가는 노인이 30만명이나 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문제로 노인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는데, 이것은 단순히 이야깃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중산층의 일자리를 급속하게 빼앗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까지는 아닐지라도 돈벌이가 되는 고난도의 일들이 소프트웨어로 대체되고 있어 지식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4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한 인문학자의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는 강연을 들은 이들의 약 80%가 중장년의 남성이었다고 합니다. 그들 중에는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안정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례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이들마저 심각한 위기감 속에서 헤쳐나갈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보고서 ‘2015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책임연구자 김은하)에 따르면 우리나라 16~24세의 독서율은 87.4%(OECD 평균 78.1%)로 조사국 중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25~34세는 85.1%(OECD 평균 77.7%), 35~44세는 81.4%(OECD 평균 77.7%), 45~54세는 68.8%(OECD 평균 75.8%), 55~65세는 51%(OECD 평균 73.9%)로 연령이 높아지면서 독서율이 점점 하락합니다. 특히 45세 이후에는 급감해 55~65세의 독서율이 조사국 중 꼴찌여서 우리나라 전체 독서율 평균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중·노년층의 비독자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독서와 도서관 문화에 익숙한 선진국의 중·노년층과 달리, 우리나라의 45세 이상 중·노년 세대는 학교 수업에서 교과서 외 도서를 수업 교재로 사용한 적이 없고, 어린 시절 도서관의 경험도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은퇴 이후의 독서가 주는 지적·정서적·실용적 유용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인간이 120세까지 살면서 29~40종의 직업을 전전할 것이라고 예측하지요. 이제 우리는 어떤 자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읽고, 쓰고, 토론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진정한 생존법을 터득하는 길이겠지요.

문화부는 올해 중장년층의 독서율을 끌어올리려는 여러 정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책의 등장 이후 종이책 종말론은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건재한 것처럼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 찾아낼 것입니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후파산’이라는 비극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 무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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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