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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에 감행된 북의 핵실험이 지난주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지며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 사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가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북풍”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북의 위협을 빌미로 정권심판 요구를 누르려 한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정부·여당은 야당이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외면한다고 반박한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터인데 야당의 입장에서 보아도 북풍론은 사태의 본질을 짚는 비판이 아니다. 정부·여당이 남북대치 국면을 선거에 활용할 의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개성공단에 들어간 남측 자금이 핵개발에 사용된 증거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정부가 현 국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스스로 사고 있다. 이 발언은 현 정부가 개성공단 관련 자금과 북의 핵개발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온 것과 상충한다. 또한 정부가 이런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면 유엔 상임 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해왔다고 자백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는 북의 핵개발을 남북화해 정책의 책임으로 몰면서 야당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면 생각하기 힘든 자해행위이다.

 북풍론이 사태의 본질을 짚지 못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현 상황이 북풍론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북풍론이 사태를 잘못 이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이 정부가 과장한 북풍에 불과하며 그래서 선거가 끝나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 형편이다. 현재 상황은 선거 때문에 출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남북 사이의 부정적 상호작용이 반복된 결과이다. 문제의 핵심은 선거용 북풍이 아니라 재앙적 군사충돌의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고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한반도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방안도 선거 담론을 넘어서는 수준에서 제기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안전판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지는 오래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그 계획을 강제적 방식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안은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에 폐기된 바 있다. 둘째는 북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적 공조와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북이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진전되었다. 햇볕정책도 이러한 정책 패키지의 한 측면이다.


북한 핵 실험에 관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일 6자회담_경향DB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제재에만 역량을 집중시켜왔다. 이는 북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북이 핵개발에 더 집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수정부 시기 진행된 북의 세 차례 핵과 로켓 실험, 그리고 이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북에 대한 계속적 압박을 통해 강제적 방식으로 북의 핵개발 계획을 포기시키는 선택만이 남는다. 현재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군사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찍이 포기되었던 첫 번째 선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만약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하게 된다면 그것이 초래할 재앙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사태는 미·중 갈등을 매개로 한반도 위기를 동북아 차원의 위기로 비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여당이 선거를 위해 남북대치 국면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위기의 본질을 분명하게 직시하고 대응방안을 만들어내는 데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야당 역시 현 사태에 북풍론으로 안이하게 대응하려고 한다면 안보문제를 당리당략적으로 생각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안보문제가 부담스럽다고 민생문제로 화제를 돌리려는 발상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 위기의 본질을 직접 거론하는 것이 북의 핵실험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분노가 높은 상황에서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위기의 본질을 다룰 때만 우리 공동체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국민도 이러한 선택에 지지를 보낼 것이다. 북의 행동에 불만이 높다고 해도 국민은 파국과 재앙을 원하지 않는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러 언론과 전문가가 안보문제로 인한 야권의 참패를 예상했음에도 결과는 야권의 승리였다.

최근 야권 분열사태 속에서 저마다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이 나오고 있다. 수권정당의 자세는 선거에서의 당리당략보다 가장 중요한 공동체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 비전과 그것을 감당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남북관계가 그 시금석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야권이 북풍론을 넘어서는 비전을 갖고 현 국면에 대처하기 바란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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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