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목요일(11월7일)은 ‘수능일’이다. 전국의 사찰, 교회, 성당, 교당 등에는 자녀의 고득점, 목표로 한 대학에의 합격기원으로 열기가 뜨겁다.

우리나라의 핵가족은 서구처럼 부부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자녀중심적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사회에서 수험생이 있는 가족은 구성원들의 생활리듬, 식생활, 문화생활이 수험생 중심으로 운영되기 싶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 TV 소리, 음악 소리가 사라지기 쉽고 경제적·시간적 여유 부족으로 부모의 문화생활은 축소되어야 하며 부부들의 성생활조차도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가족의 일상은 메마르게 되기 쉽다.

최근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은 ‘미혼자녀’의 대입·취업 성공, 그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젝트 수립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경영담론들이 사적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중산층 가족을 중심으로 가족생활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향DB)

가족관계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여성들은 자녀교육과 관련한 전문 관리자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경영자’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어머니들은 자녀의 식생활과 등·하교와 학원 등원 등을 포함한 일상관리, 학교생활 정보획득, 과외·학원 형태의 넘쳐나는 사교육시장에서 경제적이면서도 자녀에게 적절한 학습법을 제공하는 과외교사와 학원을 찾아내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러한 동분서주하는 삶에 내재되어 있는 감정은 ‘불안’이다. 자녀가 소위 남들보다 뒤처지는 삶을 살아가는 것, 변변치 않은 자녀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독립하지 못한 자녀가 부모의 미래를 저당잡을지 모른다는 불안. 더군다나 각종 언론과 서적, 인터넷에서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들의 정보는 현대인들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늘 위험을 경고하는 불안한 사회에서 그러한 불안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계층은 일정한 경제력과 다양한 정보획득에 민감한 감수성을 갖춘 중산층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중산층가족은 무한경쟁사회에 뛰어들어 살아남을 수 있는 전사(戰士)를 양육시키는 곳이자 고도의 계획·관리가 이루어지는 기획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발달,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경쟁의 심화, 일터와 가족에서의 요구 증가 등으로 인하여 가족은 한정된 시간 동안 가사노동, 자녀의 일상관리, 가족관계 관리 등을 해치워야 하는 또 다른 일터가 되어가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작업장을 관통하는 지배규범이라고 일컬어지는 생산성·효율성·합리성은 사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족에서 더욱 구현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프로젝트화된 가족, 경영가족, 기획된 가족 등은 가족의 도구화를 보여주고 있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사회에서 개인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고, 가족은 사령탑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랑’은 불안을 잠재우고 정서적 위안을 공급해주는 오아시스로 의미 부여된다. 거친 사회에서 유일한 안식처가 가족으로 의미 부여되기도 하였으나 최근 10여년 동안의 사회·경제적 변화 등과 맞물려 가족은 또 다른 오아시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1999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터넷 이용과 휴대폰 가입 인구, 그에 따른 동창회사이트의 개설, 각종 만남을 전제로 한 인터넷 카페 증설과 휴대전화 보유의 범국민화는 기혼자들로 하여금 혼외관계에서 친밀함(intimacy)의 경험 기회를 높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혼인은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를 상호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외관계에서의 친밀한 관계는 ‘민법’이 정하는 ‘부정한 행위’로 간주되어 이혼사유가 되고 있고, ‘형법’상 형사처벌도 이루어지고 있다. 즉 최근 10여년 동안 세계경제체제와 맞물린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변화는 가족의 기획과 불법적 친밀감을 동시에 확대시키고 있다.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고 친밀함의 재구조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흥미로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2003년 이후로 이혼율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여성의 경제력이 부족하고 자녀양육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강한 상황에서 애정 없는 부부관계의 해소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처럼 보여질 수 있다. 더 이상 가족의 도구화를 막고 ‘불법적’ 친밀감의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소위 간통죄 폐지와는 별도로 (학력, 학벌, 성) 차별 없는 노동시장과 연동된 교육정책으로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더 이상의 비인간적인 가족의 기획이 사라지고 여성의 경제력 증진, 한부모가족에 대한 가족복지 강화가 이루어져서 이혼 후 닥칠 생활이 두려워 무작정 참고만 살아가는 여성들도 줄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도 큰아이가 수능시험 치르고 나면, 친구들과 손잡고 나이트클럽 원정을 반드시 가보고 말 테다.

조주은 | 국회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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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