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지난달 30일 아침밥을 먹으며 그날 학교급식은 나오는지, 선생님이 특별히 말씀해주신 것은 없는지 딸아이에게 물었다. 딸 말이 선생님이 따로 설명해주신 것은 없대서 나는 전학 오기 전 친했던 친구에게 연락해 거기는 오늘 급식이 나오는지 한번 물어보라 했다. “엄마, 수박이가 오늘 급식 대신 소보로빵이랑 요구르트 먹는대. 오늘 무슨 날이야”라는 딸의 물음에 나는 “힘들게 너희 밥해주시는 분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그 목소리를 좀 들어달라고 파업하는 날이야”라고 설명해줬다. 고개를 끄덕하더니 딸은 이내 신나게 이전에 다니던 학교급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얘기하면서 우리 동네 최고였다고 자랑하듯 회상했다.

지난달 29~30일은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의 일환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파업했다. 급식조리사, 보조교사 등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를 요구했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 교직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확대되었고, 그 규모는 한국 공공부문 내에서도 가장 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 학교 내 차별과 배제 등을 경험하고 있다.

학교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생기기 시작한 배경에는 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된 유연화 물결이 있다. 사회적으로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집에서 이루어지던 ‘밥하기’와 ‘돌보기’의 사회화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초·중학교에 급식이 도입되면서 조리종사원이 늘어났고, 교무보조원뿐만 아니라 특별활동 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2010년 이후에는 초등 돌봄교실이 확대되면서 많은 돌봄교사들이 시간제로 일하게 됐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의 밥을 지어주고 돌봐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불안정하게 일하는 학교 비정규직이다.

이번 파업과 관련해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언주 의원은 본인 또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 파업이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인건비가 올라가면 결과적으로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급식 조리종사원을 두고 ‘간호조무사보다도 못한’ ‘요양사 수준의 그냥 밥하는 아줌마’라고 하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나쁜 사람들, 미친×’라고 말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의 발언들은 여러 결에서 매우 참담하다. 그가 개인적으로 노동3권의 보장을 얼마나 진지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머릿속에 어떠한 서열체계를 가지고 특정 업종을 폄하하고 있는지는 더 이상 관심 가지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그가 아이를 둔 엄마이자 일하는 여성으로서 본인의 아이를 돌봐주고 밥을 지어주는 노동자들에 대해 이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밥하는 아줌마’는 곧 미숙련이라는 한국 사회의 남성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것이 참담하다. 그도 한국 사회에 아이를 둔 수많은 부모와 수많은 일하는 여성(그리고 남성) 중 한 명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누군가의 삶이 불안정해질지라도 내 아이의 밥 먹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고, 아줌마의 노동은 무시해도 되는 쉬운 일이라는 ‘이언주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사와 돌봄의 노동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해내는 행위로 여겨져 오랫동안 ‘비노동’으로 치부돼 왔다. 남성주의 이데올로기는 돌보기, 밥하기 등을 ‘아줌마 노동’으로 간주하고 그 숙련 정도를 구체적인 검증 과정도 없이 평가절하했다. 사적 영역에서 여성이 담당해온 일들이 공적 영역으로 이전되었지만 뿌리 깊은 남성주의 이데올로기가 줄기는커녕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여러 개의 색실이 엮여서 한 사회의 풍경이 그려지듯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서로가 연결돼 있다. 아이들이 먹는 밥이 누군가의 삶을 빼앗은 덕분이라면 그 밥은 맛있으면 안된다.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과 우리의 아이들은 불편함을 계기로 공존의 방안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용기 내어 파업에 참여하고 우리로 하여금 고민하게 해준 ‘밥하는 아줌마’들에게 감사하다.

이승윤 |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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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