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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현 총리인 ‘저스틴 트뤼도’ 같은 사람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그의 젊은 나이나 잘생긴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과감한 정치개혁 의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트뤼도는 아버지가 총리를 지낸 ‘금수저’ 출신이지만, ‘부자증세’를 내걸고 2015년 캐나다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그가 속한 자유당은 39.5%를 득표했지만, 캐나다의 소선거구제 선거방식 덕분에 54%의 의석을 차지했다. 캐나다의 선거제도는 비례대표가 전혀 없고, 100% 지역구 선거로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단순다수 소선거구제’ 방식이어서 득표율에 관계없이 1등을 하면 무조건 당선된다. 이런 선거제도 덕분에 트뤼도는 39% 득표로 과반수를 차지해 100%의 권력을 획득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 AP연합뉴스

그런데 트뤼도는 이런 캐나다의 선거제도를 전면 개혁하겠다는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캐나다의 선거제도에서는 40% 정도만 득표하더라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데, 이것은 나머지 60% 유권자들의 의사가 무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선거제도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에 치르는 다음 총선 전까지 캐나다의 선거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 트뤼도의 공약이었다. 실제로 트뤼도는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 정치판이 들썩이고 있다. 보수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선호하기 때문에, 트뤼도의 개혁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트뤼도는 선거제도 개혁을 담당할 장관을 임명하고, 올해 12월1일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담당 장관은 캐나다 전역을 돌면서 시민들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녹색당도 트뤼도의 개혁시도에 힘을 싣고 있다. 1983년 창당한 캐나다 녹색당은 잘못된 선거제도 때문에 고전을 하다가, 2011년이 되어서야 단 1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그 유일한 국회의원인 엘리자베스 메이 캐나다 녹색당 대표는 최근 “이것은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한 이후에 가장 중요한 민주적 개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의 시민사회도 트뤼도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공정한 투표, 캐나다’ 같은 시민단체들은 이 기회에 독일, 뉴질랜드와 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특히 1993년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꿨던 뉴질랜드의 경험이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트뤼도는 장관 임명에서도 파격을 보였다. 30명의 장관 중에서 여성을 15명으로 했다. 장관 중에는 장애인, 성소수자, 시크교도, 원주민, 난민 출신도 포함됐다. 트뤼도는 이렇게 내각을 구성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15년이니까”라고 단순명쾌하게 대답했다.

비민주적 선거제도를 갖고 있는 또 다른 국가들인 대한민국, 미국, 일본에서는 정치시스템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조용하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유명한 미국은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닌 후보들에게 TV토론 참여 기회마저도 주지 않는다. 대통령을 뽑는 대의원을 1명이라도 더 확보한 쪽이 모든 권력을 획득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40%대의 득표를 한 대통령이 100% 권력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슷하다. 지역구에서 다수의 국회의원을 뽑고, 일부 비례대표를 덧붙이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사이비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소선거구제와 다를 바 없다.

2014년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아베 총리의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은 46%가 조금 넘는 정당득표율을 얻었지만 68%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일본의 잘못된 선거제도 덕분이다. 그 결과 아베 총리는 원전을 재가동하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일본 유권자들은 아베 총리를 지지하지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4·13 총선의 결과로 ‘여소야대’가 형성된 것은 유권자들이 만들어준 예외적 결과이다. 한국에서도 40% 안팎의 득표율로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적이 많았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득표율로 300석 중 152석을 차지했다. 2008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37.5%의 득표율로 153석을 차지했다. 2004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38.3%의 득표율로 152석을 차지했었다.

이런 시스템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단지 국회의석의 분포만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나라일수록 유권자들의 의견이 정부의 정책에 잘 반영된다. 평등의 가치가 더 잘 실현되고, 기후변화 같은 생태위기에 대한 대처도 더 적극적이다. 이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문제를 푸는 길이기도 하다.

대선 때가 되면 모든 대선후보들이 ‘정치개혁’을 얘기한다. 그러나 기존의 잘못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의지 정도는 있어야 ‘정치개혁’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대선후보라면, 트뤼도 정도의 과감한 의지는 있어야 할 것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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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