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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의 첫 번째 단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다. 두 번째 단계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정권교체다. 세 번째 단계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질서의 구축이다. 이제 촛불혁명은 두 번째 단계를 통과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개혁과 통합이라는 다소 모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어려움을 만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면서 또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개혁과 통합을 함께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혁과 통합이라는 가치를 모순적이라고 하는 것은 개혁을 강조하다 보면 통합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고, 통합에 방점을 찍으려고 하다 보면 개혁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둘을 미봉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개혁을 통한 통합’이다.

개혁을 다져나가면서 그 힘으로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촛불광장이 그랬다. 촛불이 밝혀졌던 지난겨울 우리 국민들은 명실상부한 국민통합을 실현했다.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때문에 100% 국민통합을 달성하게 되었으니 박 전 대통령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누었다. 개혁과 적폐청산이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 그것이 바로 국민통합이다. 개혁의 결과가 통합을 실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타당한 얘기이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찾아가는 대통령 2편으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알기 방문교실에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개혁을 통한 통합을 이루려면 개혁과제의 선후, 경중, 완급을 잘 구별하여 추진하는 전략적 사려가 필요하다. 지난겨울 촛불혁명의 첫 번째 단계가 성공한 것은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소강령’에 기초하여 ‘최대연합’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의 세 번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도 국민적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를 먼저 추진하면서 조금씩 강령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자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제시되었던 약속도 구체적 실현 방안을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선거 공약과 현실 여건 사이의 차이를 조정하는 기구라고 하겠는데, 이번 선거는 전직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된 조기선거였기 때문에 인수위와 같은 조정 과정이 생략된 채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개혁과제의 우선순위를 다듬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촛불혁명의 세 번째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설정해야 할 개혁과제는 민생, 복지 문제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 다른 후보들은 크게 반발했다. 문 후보는 주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게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을 것이며 실현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보수후보들의 경우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공공부문이 아니라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이런 사회적 논의는 활성화할수록 좋다. 활발한 논란을 거치면서 목표를 현실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 복지 문제를 앞장세워야 하고, 이념적 전선이 만들어지는 과제는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 4대 개혁입법 과제를 설정했던 경험을 생각해보자. 당시 집권여당은 이 과제를 밀어붙이느라 힘이 빠져서 결국 국정운영의 동력이 소진되었다.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원내 의석수도 현저히 줄어든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은 국정운영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힘도 없어 보인다.

어느 한 정당도 압도적 힘의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당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이 꼭 필요할 텐데 현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루기는 어렵다. 그럴 경우 국민들에게 그 상황을 솔직하게 밝히고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개혁과제 추진의 동력을 만들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도 개혁의 목표와 기대를 현실화하는 것이 좋다.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유권자들은 열성적이며 동질적이다. 단결력이 강하며 행동에 적극적이다. 그것이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시종일관 유지했던 힘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특성의 지지기반이 포용력을 약화시켜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문 대통령의 통합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뒤따랐다.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 문 대통령의 소망을 지지자들이 여유 있는 태도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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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