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우주굴기의 한 상징인 톈궁 1호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접한 후 가끔 하늘을 보았다. 육안으로 포착할 수는 없지만 저 가물가물한 어딘가에 톈궁이 어쩌면 나를 겨냥하기도 하면서 추락하고 있다는 거 아닌가. 하늘과 나의 관계는 이처럼 직접적이다. 비가 내리면 내가 몸소 맞아야 한다. 누구의 허락이나 눈치를 볼 일이 없다. 언젠가 하늘로 가야 한다는 나의 운명도 지금 저 어딘가에서 차츰차츰 접근하는 중! 우주정거장 톈궁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의 생각은 강원도의 한 호숫가로 곧장 달려갔다. 작년 5월경 어느 야생화를 만날 때의 일이다.

바다와 이웃한 작은 호숫가에 엎드렸다. 발등만큼의 높이로 무리지어 핀 꽃은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갯봄맞이였다. 꼿꼿한 줄기에 다닥다닥 붙은 잎, 그 겨드랑이에 붙은 연붉은색의 꽃들. 그 너머로 모래밭이 있고, 그 모래밭을 철썩철썩 일렁이는 호숫물, 그 뒤로 싱그러운 산들. 참으로 보기 힘든 귀한 갯봄맞이를 찍으며 풍경을 일별해보는데 문득 우주중력을 다룬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무중력의 공간에서 우주미아로 떠돌 뻔한 여주인공(샌드라 불럭)은 우여곡절 끝에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대기권으로 진입한다. 풍덩, 호수에 떨어진 뒤 우주복을 벗고 헤엄쳐서 가까스로 식물들이 우거진 해변에 닿아 정신을 수습한 샌드라 불럭. 눈부시게 푸르른 지구를 바라본다. 참으로 감격스럽게 도착한 그곳에서 마지막 대사를 읊는다.

THANK YOU. 그 장면을 보는데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감독이라면 그에게 친구(親口)를 하게 하였을 것이다. 우주에서 가족이 기다리는 이 현실의 지구로 다시 들어온 감격에 격을 맞춘다면 모래 한 주먹을 고두밥인 양 씹어 먹어야 하지 않았을까!

혹 내가 있는 곳의 지붕에 떨어진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짐짓 호기를 부리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톈궁이 남태평양의 칠레 앞바다에 추락해서 소멸하였다는 속보를 전해 들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강원도 어느 해변의 갯봄맞이는 또 올해의 꽃을 활짝 피우겠지. 갯봄맞이,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이굴기 |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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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