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자 경향신문 독자투고란에 실린 ‘고시제도 폐지해 4차 산업시대 대비를’에 반론을 제기한다.

첫째, 글쓴이가 지적한 매년 30만여명에 이르는 고시 낭인의 문제로부터 고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당위가 어떻게 나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고시제도가 없어져도 공무원을 희망하는 수험생 수가 크게 줄 가능성은 낮다. 수많은 지원자가 고시제도에 목매는 이유는 민간 직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의 안정성에 있다. 채용시장을 주도하는 민간 직렬이 고용 안정성을 높이면 고시 낭인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둘째, 글쓴이는 고시가 암기식 시험문제로 구성돼 지원자의 실용적 능력 평가가 어렵다고 하나 이는 부분만 사실이다. 단순 관리직인 7·9급 공채는 암기 시험이라고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고시제도의 핵심인 5급 공채는 사고 능력 시험에 가깝다. 1차 필기는 객관식이지만 암기로 풀리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2차 필기는 논문형 주관식이고 이론들에 대한 지엽적이고 불필요한 암기가 아닌 오히려 이들을 선별·융합하는 지적 능력이 더 요구된다. 셋째, 글쓴이는 고시제도가 대학 교육과 상호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하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7·9급 공채의 경우 대학 교육과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어도 5급 공채는 연계성이 부족하지 않다. 각 학과에 설치된 전공 강의가 시험과목과 겹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글쓴이가 제안한 탄력적 공무원 채용 방식은 크게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 민간경력 특별채용이 이미 시행 중이다. 글쓴이가 추가적으로 주문한 부처별 채용 방안도 몇 년 전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 논란을 상기할 때 시기상조로 보인다. 인사혁신처가 채용을 관리·감독해야 채용 비리의 가능성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최시영 | 서울 강남구 언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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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