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금이 늘어나 올해는 2조5000억원, 내년에는 3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가 처음으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는 하루라도 빨리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지난 22일 국회의 개혁안 공청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초기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개혁해야 하지만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곤란… 양보·타협 필요


한국연금학회 이름으로 발표된 개혁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반대가 강하다. 학회 안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연금분과위 위원과 주변 인사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새누리당 안인 셈이다. 공무원노조는 아예 6월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는 ㄱ씨 안이라고 부른다. 그가 연금분과위 책임자였고 기초연금을 위시한 박근혜 정부의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실세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노조 주장 중 일부를 수용, 수정안을 반영한 개정법안을 연내에 국회에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금의 개혁 추진방식은 이때까지와 꽤 다르다. 그동안은 안전행정부가 주체가 되어 전문가, 공무원노조, 수급자 대표 등의 의견을 토대로 개혁 시안을 만들고 공청회와 국회를 거치면서 개정법안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과 수급자 없이 여당 의원과 일부 전문가가 시안을 만들었다. 배경에는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는 강도 높은 개혁시안을 내놓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다수 여당이고 향후 1년 이상 선거가 없어 정치적 부담이 적은 시기이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높다는 점은 분명 유리한 여건이다. 하지만 관행을 벗어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가 일정 부분 뿌리내린 우리 사회에서 쉽게 용인되기 힘들다.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이유다. 공무원노조도 개혁의 필요성은 일정 부분 이해하고 있으므로 타협안 모색이 순리일 것이다. 이때 고려할 사항 몇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개혁안의 큰 특징인 10년 이상 재직자와 수급자를 개혁에 동참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지한다. 그간의 개혁이 10년 미만 재직자나 신규자에게 집중되다보니 개혁성과가 조기에 나타나지 않아 국민연금과의 불공평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충당부채 증가도 계속되었다.

둘째, 재직자의 연금 기여율과 급여율은 계획하고 있는 10년보다 긴 15~20년에 걸쳐 올리고 내리며, 소득상한을 더 낮춰 상위직의 급여 삭감폭을 키운다. 공무원의 소득상한은 평균과세소득의 1.8배인 800만원대로 민간근로자 408만원의 두 배 규모다.

셋째, 신규자의 급여율 1.0%(2018년 이후)는 국민연금보다 우대받는 수준이므로 더 낮추고 대신 재직 중 자조노력으로 저축을 늘리도록 우대저축제도를 마련한다. 공무원에 준하는 경력의 민간근로자 급여율은 0.75%로 30년 가입 시 소득대체율이 22.5%가 되어 공무원의 30%보다 7.5%포인트 낮다. 이 같은 차이는 공무원연금에 소득재분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물론 공무원의 신분상 제약에 대한 보상 차원의 ‘플러스알파’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수준이 높다.

넷째, 개혁에도 불구하고 신규자 부문을 중심으로 충당부채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신규자 급여율을 더 낮추거나 기여율을 4.5%보다 높게 설정한다.

다섯째, 제도개혁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총 재정부담의 수준 변화 등 고용주인 정부 입장에서의 시점만 강조되고 고용된 공무원 입장에서의 연금을 위시한 총급여액 감소 등 노후소득 보장 약화에 대한 시점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제도개혁으로 공무원의 노후소득 보장 약화와 이에 따른 저축행동 변화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시하고 정년연장을 통한 근로기 총소득 증대의 필요성이 없는지 함께 검토한다.

끝으로 공론화 작업과 공무원노조 등과의 타협 과정이 남아 있지만, 안전행정부가 별도안을 내놓지 않겠다고 하고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올 이슈도 아니어서 국회 심의과정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무쪼록 개정법안 검토과정에서 위에 지적한 사항 등이 보완되어 한동안 개혁 논의가 화두에 오르지 않아도 될 공무원연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배준호 | 한신대 대학원장>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담벼락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러 개 내걸려 있다. (출처 : 경향DB)



■ 공적연금 형평성 개선과 상향평준화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더 내지만 훨씬 더 많이 받으면서’ 생긴 적자를 ‘정부 보전금으로 지탱하고 있다’는 게 공무원연금 논란의 쟁점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문제이다. 정부·여당과 그 대변인 역할을 하는 연금학회는 현행 제도를 ‘더 내고 덜 받는 체계로 바꾸어’ 둘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부 쪽 개편안은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대신 퇴직수당 인상과 임금 인상 등 다른 항목으로 일부 채워 주겠다는 것으로 재정안정화 효과는 크지 않은 채 공적연금 전반의 노후보장 기능을 하락시키는 하향평준화 방안이다.

노인 빈곤율이 49%에 달하는 사회에서 용돈연금 수준을 넘어서는 노후보장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형평성과 재정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할 다른 대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밥공기 크기를 작은 쪽에 맞추어 곳간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미심쩍으며 흔쾌히 동의하기 어렵다.

공무원연금을 최대 가입기간인 33년간 불입하면 평균 200만원 정도를 연금급여로 받는다. 반면 같은 조건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대체로 84만원을 받는다. 물론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 보험료율이 4.5%인 데 반해, 공무원은 7%로 2.5%를 더 낸다. 그래도 연금급여의 격차는 매우 크다. 책임은 더 많고 권리는 제약되는 공무원 제도의 특성상 인사관리 보상 성격의 연금이라는 점과 현 임금 수준이 비교 대상인 100인 이상 기업 임금의 83.7%에 불과하고 일반직 대졸 임금의 69% 수준에 불과하기에 임금 보상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민간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퇴직수당을 감안하면 눈앞의 불균형은 줄여서 감안해야 한다. 연금만이 아니라 임금, 퇴직금, 복지급여를 합한 생애소득 전반으로 비교할 때 대졸 일반직이나 100인 이상 기업 노동자와 비교해서 공무원은 터무니없이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노후보장체계는 물론 일자리 구조가 형편없이 열악한 사회 현실에서 연금의 격차가 당장 크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국민연금 급여의 총소득대체율이 39.6%로 OECD 국가 평균 54%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62.7%로서 상대적으로 일반 연금보다 후한 여타 국가의 공무원연금에 비춰보아도 다소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연금 제도 간 형평성 문제를 급여조건의 동일성 여부가 아니라, 공무원 제도나 공무원연금 제도의 특수성이 인정될 필요가 있는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가 적절한 범위인가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타당한 접근이다. 더구나 낮은 국민연금 급여 수준과 기초보장제도를 상향시킬 전향적인 방안을 찾아가면서 상향평준화를 지향하는 가운데 형평성의 접점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방비 상태로 쌓이고 있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곳간에 쌓여 있다고 일반 국민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정부 쪽 방안은 노후보장체계의 확대라는 전 사회적 형평성 측면을 무시할 뿐 아니라, 정작 의도하는 재정안정화에도 장기간 기여하지 못한다. 더 내는 방안엔 정부 쪽 부담금도 포함되며, 퇴직수당 현실화 방안과 신규 임용자의 낮은 부담금 설정도 정부 지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쪽 방안은 내부적 형평성 측면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연금 상한액 수준이 국민연금 408만원의 두 배인 800만원이 넘고, 연금 외 소득이 있을 때 연금을 차감하는 데도 매우 후해서 내부 소득재분배 기능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에 준하는 하후상박의 재분배 기능을 도입하면, 재정안정화에 기여하면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측면도 개선된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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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