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들보 위에 딱새가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와 같은 자리를 찾는다. 봄날이 금세 더워졌다. 처마 아래 새가 둥지를 트는 것도, 마당에 도마뱀이 돌아다니는 것도, 뒤안 감나무 잎 쪼삣(뾰족)하던 것이 피는 것도 후다닥이다. 집은 금세 들이닥칠 여름맞이가 한창이다.

날이 하루하루 더워지는 사이에, 구들장을 새로 놓았다. 이사왔을 때에 놓은 구들을 들어낸 것이니까, 십 년 만. 처음 시골 살림을 시작할 때는 불 때는 구들방에 대한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이 있어서 집을 고칠 때 구들부터 새로 놓았다. 1960년대에 지어진 작은 세 칸 집인데, 구들장 위에 보일러가 깔려 있었다. 그래 방 두 칸 가운데 한 칸은 보일러를 뜯고, 구들을 다시 놓아서 잠자는 방으로 쓰자 했던 것. 그러나 그때에는 구들을 새로 놓는 것하고, 보일러 새로 바꾸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가를 잘 몰랐다. 보일러 스위치만 누르고 살았으니, 구들방이라는 것도 나무막대기 몇 개 아궁이에 집어넣으면 될 줄 알았다. 그 장작을 해마다 어찌 마련해다가, 집 안에 들여 젖지 않게 재어서는, 저녁마다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잘 피우지도 못하는 불을 붙인다고 매캐한 연기를 맡아가며, 온 집에 그을음을 묻히고 검댕을 날리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끼니로 치자면 밥 사 먹을 식당도 없고, 즉석식품 같은 것도 없이, 오로지 밥때마다 쌀을 씻어 안치고 푸성귀를 조물거려야,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처음에는 얼마쯤 구들방에 불을 넣다가, 슬그머니 보일러 방으로 옮기는 날이 많아졌다. 구들방이라는 게 한번 식은 것을 다시 데우려면 몇 배는 더 애를 써야 하니 점점 악순환. 구들방은 냉골일 때가 더 많아졌는데, 그랬던 것을 집을 새로 고치면서 아예 잠자는 방 두 개 모두에 구들을 놓기로 했다. 불 좀 때고 살았다는 주위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아니, 나무꾼도 아니고 그것을 이제 와서 왜?”라거나, “나무할 산은 있나?”라거나 했다. 아마도 나 또한 누군가 구들방을 놓겠다고 하면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여하튼 결심이 서고 일을 벌여서, 있는 구들장을 들어냈는데, 두 평 될까 한 작은 방에 구들돌이며 그 위에 깔아 놓은 흙이 하염없이 두꺼웠다. 구들장을 놓은 옆마을 목수 아저씨가 젊은 사람이 이사왔다고 아주 공을 들여서 일을 해 놓았던 것. 아침 저녁으로 아궁이에서 밥을 하고 소죽을 끓이고 그러는 삶이라면, 늘 불이 있어서 한번 데운 방바닥이 식지 않고 따뜻했을 테고, 저녁에 불 넣는 것도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처럼 불이라고는 잠자리나 데우는 군불만 넣는 집에서는 나무만 많이 잡아먹는 구들이 되어버린 꼴이었다. 사는 꼴에 맞지 않는 집 꼴.

도시 사람들이 시골 내려와서 처음에 힘들어 하는 것 하나가, 마을 사람들이 집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제는 나도 그렇게 되었다. 마음 쓰이는 사람이 있으면 집은 어떤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마을에서는 지나다니기만 해도, 그 집 꼴이 보인다.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것이 다 한 자리니까, 집을 보면 무슨 농사를 짓는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성품이 어떤지, 그런 것이 고스란하다. 아파트하고는 다르다. 사람이 궁금하니 자연스레 집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우리 집도 새로 구들을 놓는 것에 견주면 단열을 좋게 하려는 것은 영 건성이다. 다섯 식구 모두 여름에는 마루가 시원하고, 겨울에는 방바닥이 뜨끈한 집에 길이 들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시골에 왔을 때, 누군가 “십 년은 되어야 살림이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십 년이 되어 가니까 들었던 말을 주워섬겨서는 새로 이사온 사람한테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뭣 좀 안다는 투로 한마디씩 흘리듯 하는 것이다. 구들을 새로 놓고, 집을 손봤지만 처음 지은 집 모양새를 바꾸는 일은 줄이려고 애썼다. 장맛비 같은 봄비가 쏟아진 저녁에 처음으로 구들에 나무를 넣었다. 불이 잘 든다.

전광진 | 상추쌈 출판사 대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일반 칼럼 > 별별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배움·쉼의 재충전  (0) 2017.05.08
기러기 아빠  (0) 2017.05.08
구들장을 새로 놓으며  (0) 2017.04.24
진보의 적폐세력 ‘음모론자’  (0) 2017.04.17
이주노동자 숙소 ‘또 다른 착취’  (0) 2017.04.03
작은 학교의 살림살이  (0) 2017.03.27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