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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2일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방안 등을 내놓았다. 설악산 오색약수터나 서울 남산 등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 수입도 늘리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케이블카가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돼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케이블카로 자연이 훼손되면 잃는 것이 더 많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미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추진불가’로 판정을 내린 사안이므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 기본적 관광 인프라… 노약자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

세상에는 명산도 많고, 높은 산이 아니더라도 명승지가 많은 데 어디를 가나 케이블카는 거의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로 간주되고 있다. 구글 지도에 들어가서 알프스 산맥 주변을 잘 검색해 보면 케이블카와 스키리프트가 한 선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혀서 하나의 면을 이루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전체를 가동하지만 여름에는 주요 노선만 가동하고 있다.

중국만 하더라도 태산, 황산, 장자제, 윈난성의 운삼평 등 가는 곳마다 케이블카가 없는 곳이 없다. 스위스에는 마테호른이 있는 제르마트에 9.5㎞의 긴 삭도(공중에 로프를 가설해 운반 기구나 차량을 걸어 운전하는 것)가 있고 몽블랑에서도 케이블카가 정상 3840m의 아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까지 실어다 준다. 일본의 닛코에 있는 케이블카는 중간에 역이 있을 정도로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톈산산맥 기슭에 있는 침블락이나, 말레이시아의 겐팅 리조트에도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긴 케이블카가 있어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달리는 사람들을 해발 2000m, 3000m 이상의 높은 곳에 접근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자면 케이블카와 스키리프트를 합쳐 한국에는 총 길이 133㎞의 삭도가 있는데 중국에는 1560㎞, 일본에는 2353㎞, 프랑스에는 2901㎞, 스위스에는 1750㎞가 있다고 한다.

케이블카가 없는 경우에는 대체 수단이라도 있는 것이 정상이다. 알프스의 융프라우에는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등반기차가 두 개의 역을 거쳐서 3571m의 융프라우요후(Jungfraujoch)까지 데려다 준다. 오스트리아의 샤프베르크(Schafberg)에는 1780m 산정 호텔까지 실어다 주는 아프트식 철도가 있어 1188m를 올려다 준다. 중국의 경우 백두산 천지 바로 밑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최근에 오스트리아의 피츠탈 계곡에 트레킹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산악지하철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 기차가 1740m에서 2840m에 있는 휴게소까지 순식간에 실어다 주었고 다시 그곳에서 케이블카가 3440m까지 올려다 주었다. 아마 이것이 최첨단 산악 운송시설이 아닐까 한다.

북한조차도 백두산 관광을 위해서 삼지연까지 관광용 삼림철도가 있고 여기서 2730m 고지까지 케이블카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백두산의 정상부(향도봉, 2712m)에서 천지호반(2275m)까지 쉽게 내려가 볼 수 있게 해 주는 1.3㎞의 케이블카가 1995년 건설된 후 노후화돼 수리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런 운송수단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첫째로는 장애인이나 필자처럼 점점 늙어가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노약자들일 것이다. 80만명을 넘는 실업자들과 소매점, 음식점, 택시 등 독립자영업에 종사하는 700만명의 국민들도 관광인프라 확충을 절실히 원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2~3배나 과다한 자영업 종사자들은 심각한 수요부족과 과당경쟁으로 사실상 반실업상태에 있기 때문에 중국 등으로부터의 관광객 유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너무나 절실한 형편이다.

작년에 4890만 한국인 중에 397만명이 중국 관광을 갔고, 중국인은 13억4300만명 중에 한국에 433만명이 왔다. 같은 비율로 따지면 1억88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가 있다. 중국인이 평생 한 번만 한국에 오게 하더라도 연간 3000만명을 유치할 수가 있어 다른 나라를 합치면 5000만 관광대국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괜찮은 생업도 있고, 걸어서도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건강과 시간도 있어서 케이블카가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간청한다. 취직도 좀 되고 장사도 좀 잘되었으면 싶고, 생전에 젊었을 때 가 본 산에 한 번만 다시 가 보고 싶은 우리 이웃의 신체적, 경제적 약자에게 기회를 주고, 덤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을 지지해 주시기를. 자연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 선진국 수준으로 하면 안되겠는가 묻고 싶을 따름이다.

<박병원 |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


서울 남산의 케이블카 (출처 : 경향DB)




■ ‘정상 정복’ 등산문화의 산물… ‘삽질’로 자연 훼손 안돼


하늘의 뜻을 깨치는 나이가 지천명(知天命)이다. 세상사에 혹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 마흔을 넘어야 비로소 도달하는 나이 쉰이 그렇다.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2012년 무등산국립공원까지 우리에겐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대한민국 국립공원 나이가 미혹(迷惑)을 이기고 하늘의 이치에 다다를 나이쯤인 셈이다. 2013년 한 해 국립공원을 다녀간 사람만도 4700만명이 넘었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통과하면서 멸종위기종 1급 산양부터 조막만한 어린아이 발걸음까지 너른 품으로 한껏 품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장하다 국립공원. 국립공원 만세다. 그런데 이게 무슨 변고인가. 우리 모두에게 너른 품 내어준 그곳에 삽질 칼바람이 휘몰아칠 기세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 6월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라는 곳에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곳곳에 호텔도, 케이블카도 만들고 해서 산악관광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요지다. 정부는 전경련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두 달 지난 8월11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산지관광 활성화와 케이블카 확대를 발표한 것이다. 죽이 척척 맞는다. 대한민국 정부가 전경련 보도자료를 얼마나 복습했는지 눈물겨울 지경이다. 정부 발표에는 산지관광특구제도를 도입해 이미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시켰던 설악산 케이블카를 2015년에 만들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사실 케이블카 타령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케이블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들 하시는지 정치인들의 공약남발은 꾸준했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 뒷산에까지 놓였어야 할 케이블카가 놓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부가 최소한의 상식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감시와 심사로 필요성과 타당성을 따져보았던 최소한의 상식말이다. 경제성은 정말 있는지, 여기가 아니면 정말 안되는지, 환경에는 악영향이 없는지,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따져보는 감시망이 있어서 그랬다. 물론 그 감시망도 너무 느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참에 박근혜 정부는 최소한의 그것도 과감히 버리려 하고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 특구로 지정해 요모조모 국민들에게 이익인지 그래서 타당한 사업인지 따져볼 감시망을 생략하자는 것이다. 이쯤에서 되묻고 싶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최소한의 감시와 심사도 통과 못할 만큼 갖가지 사업들에 그렇게도 확신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누구 말마따나 ‘단언컨대’ 필요 없는 사업들이다.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케이블카이고, 국민들에게 해로운 산지관광이다.

국립공원은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자연만을 위한 곳도 분명 아니다. 전국 21개 국립공원은 사람과 자연 모두를 위한 곳이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다. 2012년 대비 2013년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600만명이 늘었다. 무등산 국립공원 신설로 늘어난 400만명을 빼더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정상정복만을 추구하는 등산문화를 개선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익힐 때가 됐다. 케이블카 따위로 탐방객수를 무조건 늘릴 것이 아니라 구간에 따라서는 탐방인원을 제한하고, 예약탐방제를 확대해야 한다.

국립공원은 자본의 개발 삽질로 쉽게 써버릴 자산이 아니다. 너와 나 우리 말고 다음 세대의 우리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그러니 제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위의 말은 삼가시길 충언한다. 빠르고 쉬운 길이 아닌 더디더라도 옳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그것도 모르는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 지학(志學·15세) 나이 언저리에 있는 셈이다. 지천명을 목전에 둔 국립공원에 지금 당장 나부터가 부끄럽다.

<정규석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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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