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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 동시에 그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를 기원한다. 위 두 문장은 모순이 아니다. 향후 5년의 성패는 그가 얼마나 국민, 특히 자신의 지지층을 효과적으로 실망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국민들의 절망을 딛고 큰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다. 그러나 그들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불편해 할 수 있는 진실을 전하고 이해를 구하는 대신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바로 그 지점부터 문제적이다.

문재인은 자신의 공약을 전부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주변인들 역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의 심기를 거슬러야만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4월28일, 문재인 캠프 선대위 윤호중 공동정책본부장은 “어떤 국민도 자신이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고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약 실현을 위한 세율 인상의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던 것이다.

문재인과 그의 대선 캠프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의 ‘기분’을 고려하여 복지 공약에 수반하는 증세 논의를 회피해왔다.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경우 우리가 치러야 할 외교안보적 비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안으로는 경기침체, 밖으로는 북핵 위기와 싸워야 하는 지금, ‘불편한 진실’을 입에 담지 않으려던 대통령 후보와 캠프가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대통령은 권력자 맞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며, “대통령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바꿀 수도 없고, 더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기득권 권력들이 사방에 포진하고 연합해서 또 괴롭힐” 것이므로 ‘진보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유시민 작가는 그 우려를 배가한다. 얀 베르너 뮐러의 책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를 펼쳐보자. 유시민의 발언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집권한 포퓰리스트는 집권 기간의 실패를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기존 엘리트가 뒤에서 훼방을 놓은 탓으로 돌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는 결국 “일종의 종말론적 대립 상태를 꾸며내 국민을 계속 분열하고 동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문재인이 포퓰리스트라는 말이 아니다. 문재인이 내세운 온갖 ‘사이다’ 공약들은 현실 속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지적하고자 할 따름이다. 수많은 이해당사자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어우러지는 민주주의의 본성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대통령이 그와 같은 현실적 한계를 수긍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하여 합의점을 찾는 대신, ‘수구 기득권’ 같은 가상의 적을 설정하고 모든 비난을 떠넘긴다면, 비로소 그때 문재인은 포퓰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지닌 집단과 개인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아 공존하는 과정이다. 어떤 정책이 구현된다면 누군가는 절대적으로 혹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반대자의 입을 억지로 다물게 하는 대신, 그들의 불만을 끌어안고 함께 가야만 한다.

만약 문재인이 합리적 목표 설정과 달성을 위해 국민을 실망시키고 그로 인해 비판받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를 옹호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어용 지식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럴듯한 이상만을 내세운 채 소위 ‘기득권’의 피해자 행세를 한다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리뿐 아니라 그 권력 행사의 방법과 목적을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성공하기 위해 국민을 실망시켜야 한다. 자신들의 세상이 펼쳐진 양 의기양양한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고, 현실 속에서 가능한 일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며 국민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그와 같이 성숙한 민주적 정치 행보를 보일 때,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참여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노정태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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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