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메르스, 사스 등 신종 전염병들이 전 세계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으며 전염병은 지구촌 어디든 강타할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지카 바이러스가 아시아 대륙에서 태평양 섬들을 건너 남미로 확산되고, 치쿤구니야가 인도양 리유니언섬에서 유럽, 카리브해, 북미와 남미 지역까지 전파되는 것을 목격했다.

아라비아반도 낙타에서 유래된 메르스가 한국처럼 멀리 떨어진 선진 경제 국가에 보건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염병은 인명 손실과 고통 이외에도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2003년 사스 전파는 총 400억달러,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는 60억달러, 한국의 메르스는 100억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경제적, 인적 비용 중 상당 부분은 줄일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신종 병원체의 위협을 공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대비책을 강구하라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위기가 닥치기 이전에 백신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인식한 각국 정부 및 자선단체 등 지원 기관들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설립을 선언했다.

이들은 대상 질병에 적합한 유망한 후보 백신의 임상 개발을 사전에 지원해, 신종 전염병 발생 초기에 백신을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바로 시범 접종할 수 있도록 현재까지 CEPI에 총 6억2000만달러를 출연했다.

올해 초 CEPI는 우선순위가 높은 3가지 바이러스인 메르스, 라싸열과 니파 바이러스 예방백신을 개발하고자 연구비 지원 신청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기존에는 인식하지 못했거나 새로운 신종 전염병에 대한 신속한 백신 개발을 가능케 하는 백신 기반기술의 개발을 돕기 위해 각국의 백신 기업과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2차로 연구비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독일, 일본, 캐나다, 호주, 벨기에, 노르웨이,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 등이 CEPI에 출연하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억5000만유로에 달하는 현물 지원을 약속했으며,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인 인도도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이는 고무적인 출발이지만, 위협이 되는 병원균을 신속히 파악해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백신과 백신 기반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필연적인 전염병 발발에 대비해 백신을 비축하겠다는 야심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백신 개발 분야에서 한국의 전문성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주목한 CEPI가 투자자 겸 파트너로 한국의 참여를 희망하는 이유다.

CEPI에 참여할 경우 한국이 얻게 되는 혜택은 무엇일까? 한국은 백신산업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세계화하고, 한국의 대학과 생명공학 기업들은 CEPI가 재원을 지원하는 개발 프로젝트에서 연구비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CEPI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신종 전염병 관련 의제를 주도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글로벌 리더십의 기반 위에 정부의 한국 내 추가 투자가 이루어지면 생명공학 전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수 있다.

CEPI에 동참으로써 한국은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전 세계의 집단적 방어(collective defense)에 기여하고, 국내 및 국제 생물안보에 이바지하며, 세계 보건에 대한 기여를 제고하고, 동시에 자국 백신 및 생명공학 산업을 강화하고 지원할 소중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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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