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약사회가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7월부터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함을 금할 길 없어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방문약사제도는 국민 건강권과 의사의 처방권에 심각한 침해를 일으킬 소지가 매우 크다.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은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환자 고유의 특성이나 상태 등 일련의 진찰과정을 통해 처방한 것인데, 약사가 임의로 환자의 의약품 투약에 개입한다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매우 크다.

또한 약사의 복약지도 시 의사 본연의 업무인 처방에 간섭하여 불법의료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다분하여 오히려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의사와 약사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혼란만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무엇보다도 큰 문제점은 바로 현행 의약분업제도에 정면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데 있다. 정부는 2000년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과잉 투약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의약품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의약분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뜩이나 아픈 환자에게 진찰 후 약국까지 가서 약을 타게 만들어 불편만을 야기하고 매년 약제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셋째, 공단에서도 밝혔다시피, 빅데이터(진료내역)를 기반으로 일부 지역을 선정, 만성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를 선정하여 약사와 동행 방문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 청구 과정에서 공단이 취득한 개인의 질환 등이 포함된 건강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훨씬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수집과 활용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 이를 약사회에 제공하여 비의료인인 약사와 함께 가정에 방문하여 복약지도를 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02조(정보의 유지 등)를 위배하는 바, 동법 제115조(벌칙)에 의거,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야 할 만큼 위중한 사안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공단이 지금 약사회와 방문약사제도를 추진할 시점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위태로운 이 시점에,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더욱 매진하진 못할망정 국민 건강권, 의사 처방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 공단이 진정으로 국민 편익과 재정 절감을 위한다면, 이제 의약분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객관성 있는 재평가 작업에 착수하고, 국민이 직접 조제를 선택할 수 있는 국민선택분업의 전격 실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민선택분업, 즉 국민조제선택제도는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후 약 조제를 의사에게 원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직접 조제하게 하고, 약국조제를 원할 경우에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여 약사에게 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재정도 절감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제도가 바로 선택분업인 것이다. 보건의료정책의 수장인 보건복지부는 관련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고민을 통해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 외부 기고의 내용은 경향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방상혁 |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