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보면 좁은 바다 통로가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고 있다.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은 너비 14㎞로 유럽 대륙 스페인과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를 갈라놓고 있다.

모로코에는 스페인령의 작은 도시 ‘세우타’가 있다. ‘멜리야’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에 알박기를 한 것 같은 유럽 땅이다. 세우타 주변에는 모로코, 즉 아프리카와의 격리를 위해 높이 6m의 철조망이 빙 둘러 세워져 있다. 유럽으로 탈출하려는 아프리카인들을 막기 위한 철통장벽이다.

스페인 당국은 철조망에 소음·진동 감지센서와 최루가스 분사장치까지 설치해 난민유입을 저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탈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철조망 너머로 몸을 던지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지브롤터 해협에 뛰어든 5000여명이 익사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하는 것은 끝 모를 내전과 빈곤, 기아와 질병에 시달려온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이 지역은 최근 설상가상으로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생산량 감소로 식량난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유엔은 이상기후로 인해 지난해 3600만여명이 새롭게 기아 문제에 직면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아 문제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전 세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지만 한국은 이미 이 문제를 해결했다. 1970년대 ‘통일벼 개발’로 1000년을 이어온 기아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녹색혁명의 성공배경에는 뛰어난 농업기술과 풍부한 농촌개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2009년부터 식량과 농업 농촌 문제가 심각한 세계 여러 나라에 전수해 오고 있다. 바로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이 그것이다.

베트남·미얀마를 비롯한 아시아 9개국, 케냐·알제리를 포함한 아프리카 6개국, 볼리비아·파라과이 등 중남미 4개국 등 총 19개 나라에 코피아 센터를 운영 중이다. 코피아 센터는 현지 연구기관과 함께 해당국가의 토양·환경·기후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종자육성과 재배기술을 개발하여 집중보급하고 있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각국 현지의 반응은 뜨겁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케냐 코피아 센터가 지도하는 키암부 지역 카라이 마을을 돌아봤다. 주민들은 경쾌한 아프리카식 합창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는데, 처음 겪는 격렬한 환영열기에 당황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얼떨떨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카라이 마을의 주 소득원은 육계와 감자 재배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는 병아리와 씨감자를 구입할 형편도 안되는 데다 잦은 병 때문에 연간 농가소득이 600달러에도 못 미쳤다. 코피아 센터는 시범마을 3곳에 우량종 육계와 무병 바이러스 씨감자를 보급하고, 증식된 육계와 씨감자를 다른 마을에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이렇게 우량종 육계 보급과 동시에 정기적 예방접종, 온도관리 등의 양계 기술지도로 병아리 생존율은 26%에서 88%로 크게 높아졌고, 농가 소득도 사업 전 43달러에서 155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나머지 18개국에서도 우리 농업기술이 가난한 농부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개발, 소득증대 과정을 주시해온 이웃한 나라들, 기니를 비롯한 24개국은 우리 정부에 코피아 센터 설치와 농업기술 지도인력 파견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저개발 지역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민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현지 환경에 맞게 개발된 농업기술은 기아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마른 아프리카에 비를 뿌리는 마술을 보일 수 없지만, 우리 녹색혁명의 노하우를 치료약으로 투입한다면 기아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 그 중심에 대한민국 농업기술의 상징인 코피아 센터가 오늘도 기아를 몰아내려고 구슬땀을 쏟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의 목숨 건 지브롤터 해협 건너기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정황근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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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