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왕실의 금기를 깨트린 파격이자 세기의 결혼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은 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 결혼식 전 언론에서는 신랑과 신부의 복장에 관심이 쏠렸다. 해리 왕자의 예복은 다름 아닌 군 예복이었다. 7년 전 윌리엄 왕세손도, 그 아버지 찰스 왕세자도 결혼식에서는 모두 군의 제복을 택했다.

왕가의 남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제복으로 내보인 것으로 필자는 이해한다. 제복에는 공익을 위한 헌신, 명예 그리고 책임정신이 깃들어 있고 또한 이를 구현할 권한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제복에 대한 국민적 존경과 무한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같은 달,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까운 제복공무원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급대원이었던 고 강연희 소방경이 응급 이송 중이던 주취자의 이유 없는 폭력으로 생명을 잃었다.

비단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신고자가 흉기로 찌르고, 불법조업 단속에 불만을 품은 선원이 해양경찰관을 바다로 밀어버리는 등 이유 없는 제복공무원에 대한 폭행 사례가 연평균 700여건에 달한다.

특히, 해양경찰의 경우 이런 폭력 행위가 주변 시선이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지고 바다라는 공간적 특수성으로 인해 더욱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현장 직원들이 이러한 이유 없는 폭력을 ‘감수해야 할 일’로 여겨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존경하는 부모이고 자랑스러운 자녀이며 사랑스러운 친구이자 연인이기도 한 제복공무원이 멱살을 잡히고, 물리고, 뺨을 맞으며 ‘이놈, 저놈’으로 취급받는데도 말이다.

마침내, 도를 넘어선 제복공무원에 대한 폭력과 사망사고 발생으로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회 안전을 지키는 제복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수행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제복공무원에 대한 폭력은 어느 한 개인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사회 안전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다. 공공서비스를 받아야 할 대다수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국민들에게 존중과 격려를 요구하기 전에 제복공무원 스스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고 정당한 공무집행이 우선 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에게는 보다 따뜻하고 친절하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우리 해양경찰은 제복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먼저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신뢰는 싸라기눈과 같아 쌓이기는 어렵지만 흩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조심스러운 심정으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먼저, 바다 안전을 온전히 책임지는 해양경찰이 될 것을 약속하며, 우리 제복공무원들이 명예와 긍지를 갖고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완수할 수 있다는 용기와 사명감은 오로지 제복공무원을 믿고 따라주는 국민들의 응원과 격려 때문임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그 어떤 화려하고 값비싼 예복보다 국민의 신뢰와 응원을 받는 제복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평가받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