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3월11일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다.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의 외벽이 무너지고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충격적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7등급으로 규정했다. 국가를 넘어 광범위한 지역으로 방사능 피해를 주는 대량의 방사성물질을 방출시킨 사고라는 의미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후쿠시마 이전의 유일한 7등급 사고였다.

최고등급 원자력 사고의 상흔은 깊다. 도쿄전력은 지난 2월9일, 후쿠시마 원전 2호기 내부의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650시버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이 피폭될 경우 수십초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치이다. 이 때문에 원자로 내부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너무 높은 방사능 수치로 무인 탐색 로봇조차 2시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폐로를 하겠다는 것만 결정했지 실제로 어떻게 폐로를 할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폐로를 위해 원자로를 청소하는 작업만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갈수록 태산이다.

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꿈꾸는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충남 서산에서 당진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 걷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영광 원자력발전소를 출발해 이달 18일 광화문까지 573.7㎞를 걸으며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는 순례단은 매년 여름과 겨울에 두 차례씩 도보순례를 하며 지금까지 4200㎞ 넘게 걷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25기이고, 그 중 30년 넘은 원전은 7기에 이릅니다. 원전수 5위, 밀집도 1위인 우리나라에서 강진이나 테러공격이 일어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하고, 피해는 남한 전체에 미칩니다. ‘햇빛 팔아 탈핵하자’는 순례단 머리 위로 햇살 가득한 파란 하늘이 탈핵을 희망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듯합니다. 이상훈 기자

이로 인해 대처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제산업성 등 일본 정부는 사고 배상 비용을 포함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 처리 비용이 20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로 이웃 나라에서 일어난 끔찍한 참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전을 고수하며 ‘경제성 때문에 버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원전밀집 지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에도 ‘안전하다’고 말하고, 영화 <판도라>가 국민적인 관심을 끌며 원전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해도 ‘허구’라고 일축한다.

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72%는 국내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국내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외면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6기의 원전이 건설되고 있으며, 4기의 원전이 건설 준비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원전밀집도에도 불구하고 원전 건설을 멈출 수 없는 것은 국가 에너지 믹스를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히려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은 ‘원전하나줄이기’를 통해 시민참여로 원전 1기 분량의 에너지를 아끼는 데 성공하고, 에너지공사를 설립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는 전력자립도를 70%로 끌어올리는 ‘2030 에너지 비전’을 발표하였으며, 삼척은 주민투표로 원전을 거부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본격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재해는 언제나 인간의 인지를 넘어 발생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들 역시 원전 사고 위험에 대해 ‘절대 안전하다’고 외쳤으나 지금은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말한다. 원전사고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지역의 에너지 정책에서 배워야 한다. 지금이라도 위험한 원전을 멈추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어떠한 대책도 소용없다.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죽음의 땅이 된 후쿠시마가 말해주고 있다.

이세걸 |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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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