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가운데 목요일에 매료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무 목자, 목요일. 나는 나무를 사랑하다 못해 정원사까지 되었어라. 내 정원을 한번 구경해본 사람이라면 정원사라는 말에 트집 걸지는 못할 것이다. 울타리 솔숲과 갖가지 정원수로 꽉 찬 정원. 며칠 봄비가 내린다 하여 나무마다 구덩이를 파고 퇴비를 냈다. 내 손바닥은 나무의 살결 수피처럼 거칠고 딱딱해졌다. 샌님의 곱디고운 그런 손길이 아니다. 갈라지고 파이고 딱딱하며 거친 손. 악수하는 이들마다 무슨 공사하고 왔냐 캐묻는다. 나무를 매만지면 저랑 같은 동족인 줄 알고 가지를 쭉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라.

티베트 사람들은 이웃과 포근한 정을 나누기 위해 통렌(Tonglen)이란 수행법을 사용한다. 정을 나누며 살고픈 사람을 생각하고 그의 근심 걱정, 고통을 헤아려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폐부 깊숙이 그의 모든 어두움을 삼킨 뒤, 다음은 천천히 숨을 내쉰다. 이때 그를 축복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훅~’ 내쉬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나무는 이미 오래전부터 통렌 수행을 해온 수도자 같다. 세상의 모든 어둠과 그늘을 들이마신 뒤, 우리에게는 밝음과 미소 그리고 맑은 공기를 안겨주는 나무. 목요일에 이르면 비로소 정신이 차려지고 숨도 고르게 쉴 수 있게 된다. 나무의 날은 평화와 안식의 날.

꼬리가 잘린 여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솔로’ 여우는 제 꼬리를 베고 단잠을 잔다. 여우 꼬리의 전설은 대부분 배필, 짝을 상징한다. 꼬리 달린 모든 짐승들은 꼬리로 대화도 나눈다. 마찬가지로 나무도 대지의 꼬리. 목요일은 일주일의 꼬리부분이다. 일에서 놓여날 수 있는 금토일이 머리 부분이라면 월화수는 생을 살아가는 본디박이 몸통. 그러다 목요일이 되면 살랑살랑 봄바람에 춤을 추는 꼬리처럼 휴일이 설레어서 행복해진다. 나무는 다른 날보다 배나 어깨를 들썩거린다. 요샌 보통 목요일 밤에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더라. 금요일 오후부터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목요일 밤엔 나무그늘 아래서 혼자 고독하게 차 한 잔 즐겨도 좋다. 나무 목요일, 나무아미타불. 이날엔 누구나 부처님처럼 성불할 수가 있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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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