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공약은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 경주지진 등을 겪으며 안전한 나라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원자력업계를 중심으로 탈핵공약을 흔들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 1일, 원자력 관련 교수 230명은 성명을 내고 “소수 비전문가의 제왕적 조치” “국가안전을 해칠 위험”이라며 새 정부의 탈핵정책을 비판했다. 다음날, 한수원 노조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도를 철회하라”는 결의문을 냈다. 지역 언론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으로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공약은 대선공약집의 10번째 약속 ‘안전한 대한민국’과 11번째 약속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에 있다. 핵발전은 위험하고 지속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볼 수 있다. 원자력업계는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전력수급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을 내세워 핵발전을 옹호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닌 주장일 뿐이다. 공약집으로 살펴본 문 대통령은 핵발전을 경제논리가 아니라 안전과 지속가능성에서 판단하고 있다. 이성적이고 상식적이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볼모로 한 경제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민의 안전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의 검토 요소로 언급했던 매몰비용이나 공정률보다 훨씬 중요하다. 2014년, 대만은 공정률 98%의 제4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지역경제는 중요한 문제지만, 건설 강행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해서 후쿠시마 같은 사고는 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그만하자. 어떤 전문가가 나서도, 그건 억지나 궤변일 뿐이다. 더욱이 2013년의 원전 비리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원자력업계는 안전을 논할 자격도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인간은 실수하고, 인간이 만든 모든 설비는 고장이 난다. 그래서 사고도 난다. 그게 정상이다. 핵발전소도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유용해도, 그 사고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는 설비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설혹 사고가 나지 않는다 치자. 사용후핵연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매년 700t 이상 쏟아져 나오는 이 고준위핵폐기물을 10만년씩 안전하게 보관할 능력이 우리에겐 없다. 후쿠시마도,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도 핵발전소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오는 6월18일,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다. 1978년에 가동되었으니 40년 만이다. 폐로는 그 방법에 따라 대략 20년에서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폐로 중인 영국의 마그녹스 핵발전소는 120년의 기간에 1200억파운드의 비용을 예상한다고 한다. 공장 문을 닫는 데 이렇게 긴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또 있을까? 폐로가 끝난들, 거기서 살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폐로 또한 핵발전소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핵발전은 인간이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선악과다. 안전하게 살려면, 지금이라도 최대한 빨리 손을 떼야 한다. 그런데 법원에서 수명연장 취소 판결을 받은 월성 1호기는 지금도 버젓이 돌아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한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머뭇거리면 새 정부의 탈핵정책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잊지 말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란 틀에서 탈핵·에너지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수의 주권자들은 바로 ‘그런 그’를 지지하고, 선택했다. 지금은 주저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양보나 타협은 포기로 가는 길이다. 공약 그대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원전제로시대’로 성큼 들어서야 한다.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의 문을 굳게 닫고, 탈핵의 문을 활짝 여는 ‘탈핵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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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