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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절로 나오는 의문이다.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도 않았던 일들 하나하나가 사실로 드러나는 것을 보는 것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엄청난 아픔이고 절망이다.

정권 말기에 권력자 주변의 전횡이 밝혀지곤 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풍경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이렇게 분노를 넘어서 아픔과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나름대로 이루어왔다고 생각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근간이 속속들이 무너져 내려 있는 암울한 현실을 목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농단(壟斷)은 본디 시장 주변에 높이 솟은 언덕을 뜻한다. 다들 소박해서 그저 남에게 팔 만한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자기가 필요한 물건과 맞바꾸던 시절에 어떤 장사꾼이 농단 위에서 내려다보고 이리저리 다니며 모든 이익을 독차지한 데서 비롯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무단히 독점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맹자는 이 일이 시장에서 세금을 걷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달리 보자면, 소수의 농단에 의해 다수가 피해를 입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규제와 제도가 발생한 셈이다. 국가가 필요한 이유 역시 남보다 유리한 조건을 소수가 독차지하지 않도록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바로 그 국가가 오히려 농단을 조장하고 주도했으며, 그것이 거의 아무런 저항도 없이 여기저기서 자행되어왔다는 증거들에 직면해 있다.

이 유례없는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는 출발점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성역 없는 처벌에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 도처에 솟아 있는 농단들이다. 권력만 등에 업으면 언제든 올라갈 수 있는 농단들을 그대로 둔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아랑곳없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그 위에 올라가 설쳐대는 정치인과 관료, 언론, 검경, 문화계 인사, 그리고 재벌들을 우리는 계속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대한민국의 악취 나는 몸뚱이를 직시하고, 암 덩어리를 베어내듯이 곳곳에 솟아 있는 농단들을 제거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불가능한 민주공화국을 다시 만들어 가는 것만이, 이 부끄러운 역사를 되돌릴 수 있는 길이다.

송혁기 |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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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