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그나마 잘 돌아가는 거 ‘전기구이 통닭’으로다 일잔 하자는 말에 차 트렁크 싣고 다니던 자전거 꺼내 도심 순회공연. 손 시려 한동안 안 탔던 자전거도 멀쩡하게 잘 굴러가더라. 농부님네 리어카 경운기도 변함없이 잘 굴러 댕기더구먼.

옛날 훈련소 행군 중에 잠깐 휴식. 멀리 깜박거리는 도심의 불빛들을 구경하면서 ‘솔’ 담배 일발 장전. 그때 교관이 그랬다. “봐라. 너희들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지 않냐.” 일동 좌절 모드. “그러니까 딱 잊고, 군생활 잘해보잔 소리야. 파이팅~.” 누구 떠나보내고 맹신 광신 굽신자 말고는 ‘암시랑토 안 한 세상’이렷다.

밭두렁에 쑥이 푸르러 캐다가 쑥국 끓여먹고, 매화 밭에 벌떼들 구경도 잘했다. 매화차도 덤으로 두어 잔. 나 마셨대! 나마스떼! 일잔 걸치고 찾아온 주당 친구들. 달밤엔 동동주에다 불콰해져서 인도 요기처럼 덥수룩한 수염을 훑어가며 잘 놀았다.

누가 안주로다가 낙지를 사와서 또 먹었지. 언제도 한번 얘기했지만 나는 낙지 요리를 엄청 좋아해. 어려서 갯가에 살며 먹어버릇해서 그런가보다. 느려 터져 흐느적거리는 낙지를 늘낙지라 하는데, 딱 늘러붙어 안 떨어지는 걸 또 늘낙지라 부르기도 한다.

좌우튼간에 ‘탕탕탕’ 잘게 썰어 탕탕이를 해먹든가 끓는 물에 연포탕을 해먹든가 날이 잘 드는 칼만 한 자루 있으면 된다. 이쪽에선 ‘조사 먹는다’라고 하는데, 잘게 칼집을 내는 ‘조사서~’를 거쳐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는다. 오이채나 계란 노른자를 풀기도 하고 쇠고기 육회를 겸하기도 하는데, 낙지 요리는 역시 그냥 맨낙지, 첨가물 없이 싱싱한 낙지만 입에 털어 넣는 게 최고.

누구처럼 승복 없이 불복하고 안 떨어지는 늘낙지. 지난가을부터 너무 기운을 빼서 이걸 어떻게 처리 못하면 내가 죽겠는데 어째. 감사 기도를 올린 다음에 어금니에게 맡길 뿐이다. 어금니와 혀와 목구멍을 넘어 검은 어둠 속으로 쓱 사라져가는 늘낙지는 닭똥집보다 맛나고 몸에도 좋다. 우리 건강한 봄날을 살게 되리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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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