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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집토끼, 산토끼 논란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유권자 지형의 변화 때문에 생긴, 피할 수 없는 고민거리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여야 두 편으로 분명하게 갈라져 투표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쪽도 좋고 저쪽도 좋다고 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났고, 이들은 여당을 지지했다가 손쉽게 야당으로 지지를 바꾸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들을 ‘스윙보터’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지낸 지도자 가운데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정희도 좋아하고, 노무현도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이들을 ‘기회주의적 유권자’라고 불렀다. 이들은 정치에 대해 뚜렷한 소신도 없고, 마땅한 지식과 정보도 없으며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사람들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설명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아주 ‘까다로운’ 유권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에 대해 나름대로 분명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진영논리에 따라 지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옳고 그름을 따져서 지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이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각 정당이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방법은 갈라치기, 몰아붙이기였다. 강력하고 민감한 이슈를 던지고, 전선을 달구고, 지지자들을 동원하면서 동참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지지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선택을 강박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지난 몇 차례의 선거는 갈라치기, 몰아붙이기만 능사가 아니라 끌어안기, 차근차근 설명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상대편 지지자들에게도 수용성 높은 이슈를 내걸고, 전선을 허물면서 폭넓은 동조를 구하는 것이다. ‘공감’을 통해 참여를 설득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갈라치기는 전통적으로 집토끼를, 끌어안기는 산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더민주가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이후 추구한 전략은 후자이다. 김 대표는 총선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런 기조로 더민주를 이끌어왔다. 더민주는 확장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다수파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내걸면서 이슈관리를 해왔다. 김 대표라는 인물 자체가 그런 노선을 표상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 대표의 전략 기조는 많은 논란을 수반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가 추구해온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정책의 기조를 수정하자고 했고 그때마다 더민주 내부는 시끄러웠다. 아슬아슬했지만, 그런 시끄러움이 더민주의 역동성을 만든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더민주 지지자들을 일깨우고 지지기반을 확장한 것은 분명했다.

더민주가 전당대회 이후에도 이런 전략 기조를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총선 후 전당대회 국면으로 들어오면서 전통적 야당의 지지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당의 전략 기조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누가 더민주의 대표가 되더라도 대통령 선거까지 집토끼, 산토끼 문제는 계속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리고 경쟁자의 전략에 따라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00년 미 대선에서 부시는 교육, 빈곤, 보건 등 진보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수용성이 높은 온정적 보수주의 이슈를 내걸고 나왔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주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슈들이었다. 박근혜 대선 후보의 경제민주화, 복지는 끌어안기 전략이 기조였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진보진영에서는 1996년 미 대선에 나선 클린턴이 세금감면, 범죄퇴치 등 보수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수용성이 높은 이슈를 던졌다. 반대로, 2004년의 부시는 동성애 결혼금지, 줄기세포반대 등 폭발성 있는 이슈를 걸고 보수를 결집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세대, 지역, 이념 등 전면적이고 강력한 이슈를 내걸고 지지자들을 결집했다.

더민주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그리고 전대 후에 이런 문제를 잘 정리해야 할 것이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집토끼 노선이 ‘정통’이고 까다로운 지지자들을 차근차근 설득하는 산토끼 노선이 ‘이단’이라고 주장할 일도 아니다. 거꾸로 집토끼 노선이 ‘낡은 것’이고, 산토끼 노선이 ‘새 것’이라고 할 일도 아니다. 이런 논란을 할 때 상대에 대한 인신비난을 주저하지 않는 공격성만 조심한다면 더민주의 집토끼, 산토끼 논란은 치열할수록 좋다.

김태일 |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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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