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감은 눈 위에 꽃잎이 내려앉으면

네 눈 속에 꽃이 피어난다.

 

네 감은 눈 위에 햇살이 내리면

네 눈 속에 단풍나무 푸른 잎사귀들이 살랑거린다.

 

네 감은 눈 위에 나비가 앉으면

네 눈동자는 꽃술이 되어 환하게 빛나고 있을까.

 

먼 항해에서 돌아온 배의 노처럼

네 긴 속눈썹은 가지런히 쉬고 있다.

가끔씩 배가 출렁이는지

넌 가끔 두 주먹을 꼭 쥐기도 한다.

 

네 감은 눈 속에 눈이 내리면

나는 새하얀 자작나무숲을 한없이 헤매고 있을 거야.

지친 발걸음이 네 눈동자 위에 찍힌다.

 

네가 눈을 뜨면 내 눈은 까맣게 감기고 말 거야.

 

나는 너를 채우고 너는 내게서 빠져나간다.

우리는 번지면서 점점 뚜렷해진다.

 

신철규(1980~)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데칼코마니는 하나의 무늬를 종이 같은 것에 찍어서 다른 표면에 눌렀다 뗌으로써 무늬를 옮겨 붙이는 기법이다. 그러므로 이 둘은 대칭을 이룬다. 우리의 바깥 혹은 외면과 우리의 안쪽 혹은 내면도 짝을 이룬다. 그래서 봄의 언덕에 산수유와 매화가 피면 우리의 속마음에도 산수유와 매화가 핀다. 그 빛깔과 향기에 화사하게 물든다. 이 둘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연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폴 엘뤼아르는 시 ‘사랑하는 여인’에서 “그녀는 내 눈꺼풀 위에 있고/ 그녀의 머리칼은 내 머리칼 속에/ 그녀는 내 손과 같은 형태/ 그녀는 내 눈과 같은 빛깔/(…)/ 나를 웃게 하고, 울고 웃게 하고/ 할 말이 없어도 말하게 한다”라고 노래한 것이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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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