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가에 길어 놓은 물도 딴딴하게 얼었다. 장작 패고 군불 때는 일이 잦아졌다. 두어 번은 즐겁지만 이게 일상이면 괴롭고 불편한 노릇이다. 그래서 좀 재밌어보려고 난롯불에 고구마도 구워 먹고 밤도 굽고 숯불이 아까우면 물고기를 굽기도 한다. 무언가 구워 먹을 때 원시인이나 된 것처럼 송곳니를 혀끝으로 더듬어본다. 물도 난로에다 끓이면 자글자글 소리조차 경쾌해. 불을 쬐고 있노라면 피곤이 가시고 마음조차 차분해진다. 난로 앞에서 몸이 노곤해질 때까지 책을 읽다 쓰러져 잠든 날도 많다.

밤새 내린 눈에 세상이 왼통 흰색으로 덮인 날. 흰둥이 강아지처럼 마당을 뜀박질하며 설국을 만끽한다. 지붕도 하얗게 덮여 운동회 날 친 커다란 텐트만 같아라. 특별히 동계 캠핑장에 찾아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 야영할 필요가 없는 야생의 삶. 나는 이 숲에서 어쩌다보니 날마다가 캠핑이다. 가끔 가래떡을 좀 썰어 넣고 라면을 끓이기도 한다. 일부로 캠핑용 버너와 코펠 식기류를 꺼내서 마당으로 들고나간다. 간단한 장비만을 가지고 야영하는 ‘백 패킹’ 기분을 내보는 것이다. 그동안 줄래줄래 살림들이 너무 늘었다. 꼭 필요한 건 정말 몇 가지뿐인데. 뭔가 많아진 건 성가시고 귀찮기까지 하다. 살림을 한번 엎고 정리할 시점이 다가왔다.

요샌 자연 미인이 참말 귀하더라. 검게 탄 얼굴과 흙물이 든 손톱. 이리나 여우처럼 총기 있는 눈빛. 가장 고독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일 텐데 대부분 유약하고 지질하다. 대부분 단체생활에 절여 있다. 조금만 외로워도 견디질 못해한다. 사하라 사막에 사는 투아레그족 베두인들은 ‘이모하’라 불리는데, 자유인이라는 뜻이란다. 이 자유인들은 탐욕, 지배욕, 편협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별이 총총한 사막의 밤길을 걸으며 호젓하게 잠들 줄 안다. 세밑의 활활 타오르는 간판 속으로 부나방들이 달려드는 이때, 고독을 찾아 나선 자유인과 이방인들이 그립다. 그대의 동계 캠핑장은 과연 어디쯤인가. 당신이 누구보다 강해지길 원한다. 우리는 이 노예 같은 삶에서 벗어나 야생미를 지닌 캠퍼로 거듭나야 한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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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