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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소리가 조여온다. 발소리가 팽팽하게 조여온다.

 

가로수의 조용함이 뾰족해진다. 가로수의 음영이 날카로워진다.

 

모퉁이에서 뒤돌아선다.

누구야, 왜 따라와. 밤길이 걱정이 되었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가 모르는 내 비밀이 발끝에 엉겨 붙는다. 내가 모르는 내 비밀이 덥석 자라난다. 내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잠시 공원에 앉아 미끄럼틀을 바라본다. 미끄럼틀의 밝은 면은 비어 있다. 미끄럼틀의 어두운 면은 숨어 있다.

 

아무도 없는데 센서등이 켜지고 꺼진다. 고양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 임솔아(1987~ )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돌아서면 뒷면은 바로 앞면이 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서, 알 수가 없어서, 앞면과 같은 길을 걸어도 뒷면은 어둡고 불안하다. 한 몸이지만 앞면과 뒷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앞면에서 둥글고 편안한 것들은 뒷면에서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이 된다. 앞면에서 친숙한 나의 발소리는 뒷면에서 타인의 발소리가 되어 나를 해칠 듯 쫓아온다. 앞뒤가 같은 미끄럼틀도 “밝은 면은 비어 있”고 “어두운 면은 숨어 있다.”

눈 없고 얼굴 없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어서, 뒷면은 늘 궁금하다. 우리의 내면은 밤에 골목길을 혼자 걸을 때의 뒷면을 닮은 것 같다. 불안과 두려움은 뒷면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나타날 것 같다. 앞면에는 내가 알 것 같은 나가 가득한데, 뒷면에는 내가 모르는 나가 더 많은 것 같다. 뒷면은 눈이 멀어서, 온몸으로, 온몸의 느낌으로 늘 더듬거려야 한다.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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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